아침에 일어나니 19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 잡혔다는 기사가 마침 TV에서 흘러나왔다. 상쾌한 아침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놀러갔다. 두번째인데 700원이 아깝지 않다. 옆에 있는 한적한 경희궁도 구경했다. 어떤 꼬마가 지하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물을 쳐다보고 있던 날더러 '그건 지하수에요' 라고 말했다. '지하수인가?' 라고 대꾸했다. 경희궁의 어떤 창호지 구멍이 숭숭 뚫린 방에는 보도 블럭을 단정하게 깔아 놓았다. 서울시의 문화행정 관련 부서는 특이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경희궁 바깥의 안내판에는 '공사중이라 관람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예의도 있었다. 경희궁을 둘러보면서 내게도 이렇듯이 동심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여성 미술 전시회에서 그림을 잔뜩 구경했다. 거의 전부가 끝내주게 시시했다. 아내에게 잘 그린 그림이 지닌 특징은 그림을 보고 나서 여러 가지 의미나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떠오르는 것이고, 사물과 주변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믿지 않는 편인데,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긴 하지만 어나더 월드 씨어리나 특이한 정신세계를 지닌 남편의,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독창적인 사고방식 정도로 여겼다. 아내는 맛없는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집앞을 지나 서대문 까지 가는 155번 노선 버스가 사라져서 이만 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환승하면 되지만, 버스에 올라 느긋하게 pda를 봐야 할 시간에 환승 정류장에 멀거니 서서 7.5분 간격으로 온다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길을 노려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에피소드도 생긴다; 노력 끝에, 그리고 운이 따라서, summing을 20단계 이하로 끝장 낼 수 있게 된 목전에서 내심 기뻐하던 중 버스가 마침 덜컹거려 엉뚱한 장소에 스타일러스가 닿았다. 미처 손을 써 보기도 전에 숫자 두 개가 빈 칸에 파박 찍혔다. 여러 좋은 신들은 무시한 채 쩨쩨하게 개신교 신한테만 서울시를 바친 이명박을 저주했다.
장마 막바지, 일은 잘 되지 않고 연일 술을 마셔 피곤해서 주말 동안 집에 틀어박혀 재미도 없는 smallville을 줄기차게 보았다. 느려터진 pdbox 대신 nate의 드라마 클럽에 가입해서 그것들을 얌전히 다운 받아 순한 똥개처럼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자니 젊은 수퍼맨 clark kent가 성장 호르몬을 맞은 프로도 처럼 보였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17AFF584D41508126)
서울역사박물관에 놀러갔다. 두번째인데 700원이 아깝지 않다. 옆에 있는 한적한 경희궁도 구경했다. 어떤 꼬마가 지하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물을 쳐다보고 있던 날더러 '그건 지하수에요' 라고 말했다. '지하수인가?' 라고 대꾸했다. 경희궁의 어떤 창호지 구멍이 숭숭 뚫린 방에는 보도 블럭을 단정하게 깔아 놓았다. 서울시의 문화행정 관련 부서는 특이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경희궁 바깥의 안내판에는 '공사중이라 관람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예의도 있었다. 경희궁을 둘러보면서 내게도 이렇듯이 동심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여성 미술 전시회에서 그림을 잔뜩 구경했다. 거의 전부가 끝내주게 시시했다. 아내에게 잘 그린 그림이 지닌 특징은 그림을 보고 나서 여러 가지 의미나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떠오르는 것이고, 사물과 주변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믿지 않는 편인데,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긴 하지만 어나더 월드 씨어리나 특이한 정신세계를 지닌 남편의,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독창적인 사고방식 정도로 여겼다. 아내는 맛없는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집앞을 지나 서대문 까지 가는 155번 노선 버스가 사라져서 이만 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환승하면 되지만, 버스에 올라 느긋하게 pda를 봐야 할 시간에 환승 정류장에 멀거니 서서 7.5분 간격으로 온다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길을 노려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에피소드도 생긴다; 노력 끝에, 그리고 운이 따라서, summing을 20단계 이하로 끝장 낼 수 있게 된 목전에서 내심 기뻐하던 중 버스가 마침 덜컹거려 엉뚱한 장소에 스타일러스가 닿았다. 미처 손을 써 보기도 전에 숫자 두 개가 빈 칸에 파박 찍혔다. 여러 좋은 신들은 무시한 채 쩨쩨하게 개신교 신한테만 서울시를 바친 이명박을 저주했다.
장마 막바지, 일은 잘 되지 않고 연일 술을 마셔 피곤해서 주말 동안 집에 틀어박혀 재미도 없는 smallville을 줄기차게 보았다. 느려터진 pdbox 대신 nate의 드라마 클럽에 가입해서 그것들을 얌전히 다운 받아 순한 똥개처럼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자니 젊은 수퍼맨 clark kent가 성장 호르몬을 맞은 프로도 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