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풀하우스가 방영되고 있을 때 왕자, 공주가 나오는 원작 만화 보다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가 생각나는 편이다. 굴드가 죽어서 몇 년째 그 양반 생각만 하면 입맛이 쓰다.
정보에 어두워 읽을만한 과학교양서를 찾기가 힘든 탓도 있고 오랫동안 그런 책을 안 읽으면서 영양가 없고, 비범함도 없고, 지리멸렬한 인간성의 버라이어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변주하는 소설 류나 읽는 탓에 일말의 죄책감 마저 느끼고 있다.
그저 색골로만 알고 있던(아니면 동성애를 하는 동물도 있다, 성애에 환장한 놈들도 있다는 류의 호사스러운 얘기에 인용되는) 보노보 원숭이가 유인원 떼거리 중에서 유일하게 평화로운 놈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없는 사회라고 지레 짐작했으나, 그보다는 먹이가 사방에 널려 있어서 굳이 수컷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 해서... 가 맞는 것 같다. 저자들은 사나운 암컷들이 무리를 주도하는 하이에나는 알아도 전 생애를 참으로 느긋하게 살아가는 팬더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팬더는 혼자 산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동물들은 투쟁적이다. 사회단체, 노조 등의 소규모 단체로부터 민족, 국가, 종교집단 같은 거대 집단에 이르기까지, 가히 미친듯이 서로 물어뜯고 싸워댄다.
그래서 집단을 경멸한다. 다 함께 이 사회를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사회단체 조차도. 그 이유를 조목조목 대야 하나? 무식한 놈(politically incorrect, sociologically ignorant, philosophically poor, & morally corrupted) 소리 듣는 편이 한결 낫다. :)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찾아 유인원을 뒤지기는 찹터가 아주 길고, 수컷 중심이 아닌 몇몇 동물 종에서 보이는 특이한 '사회' 형태를 조망하기, 마지막으로 '희망적'이고 없어도 괜찮았을 결론으로 구성. 두 파트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나아갔지만 결론은 지나치게 간단했다. 일전에 읽은 보네것의 '갈라파고스'는 인간이 큰 대뇌를 가지지만 않았어도 전쟁, 폭력이 없었을 꺼라고 주장하면서 2천년 후 그 빌어먹을 큰 대뇌가 현저하게 크기가 줄어들고 무기를 잡고 흔들어대던 손이 지느러미로 바뀐 채 정기적으로 상어에 잡아먹히며 인구 증가 걱정 없이 평화롭게 잘 살게 된 얘기를 했다. 소설에서 그 자신의 지능으로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을지도 모를 현생인류는 전멸했다.
'갈라파고스'는 보네것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 덜 웃겼다. 보네것이 그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다시 돌아와서, 저자는 '진화론에 익숙한 페미니스트'를 제외한, (성차란 전적으로 문화적인 것이라는 웃기는 주장을 늘어놓는) 무뇌아에 가까운 페미니스트를 그 유명한 마거릿 미드에 빗대어 놀리기도 했다. (저자는 엉터리 자료로 한심한 이론을 주장하는 마거릿 미드가 인류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것을 상당히 아니꼬와 하고 있었다) 부계 사회의 형성에 관한 저자의 주장이 재미있다.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모계 사회가 있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증거를 대보라고 주문했다. 증거가 없단다. 오히려 여성들의 성 역할이 부계 사회를 고착시켰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악마같은 남성'을 선호하고 그로부터 (진화적인)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부계 사회가 된 것이란다. 이 주장에 엄밀한 '생물학적 증거'를 들이대는 사람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
여성들이 보노보 원숭이 암컷들처럼 단결해서 사나운 수컷이 자연선택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도록 은근히 사주하거나, 믿을 것은 역시 인간의 지능이라는 식의 뻔하고 한가하기 그지 없는(나 몰라라 하는) 주장이 결론으로 나왔다. 물론 인간 암컷도 보노보 암컷처럼 아무 수컷한테나 다리를 벌려 수컷들의 극단적인 폭력성을 중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 보노보 사회와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그 비슷한 예가 있긴 하다. 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지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 같다. 보노보 사회처럼 태국도 먹이가 상당히 풍부하고(굶주림이 없는 나라) 성적으로 자유로우며(공식적이고 무의미한 수치보다 항간에 회자대는 대로 비공식적으로 매춘부의 70% 가량이 HIV 양성) 사람들이 대체로 행복해 보인다. 근세에 이르러 나라를 빼앗긴 적이 없고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제압한 적도 없다. 태국에서는 수개월 전에 마약 소탕 작전으로 수천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태국 남부의 이슬람이 정부와 충돌하여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먹으면 행복해지는 약물을 강압적으로 금지하거나, 종교적 순수주의자들의 문제일 따름이다... 라고 거짓말을 하면 안되겠지만.
책 읽기가 다소 어려웠다. 그래서 읽다가 자주 졸았다. 이공계의 그지같은 번역체 중에 그 문제가 특히나 심각한 피동태, 수동태형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지리도 길게 이어진 탓도 있고 저자들이 가다듬은 재밌는 표현들이 어설픈 번역으로 망가진 것들도 있다. 역자는 번역에 익숙하지 않거나, 한국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과학교양서를 번역해 본 경험이 없는 것 같다. 쓸데없는 참견이 옮긴이 주로 상당 수 있다. 참조문헌, 인덱스는 길다랗게 늘어 놓으면서도 학술 용어나 학명 등을 한글, 영어로 병기해 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역자 후기는 왜 썼나 싶을 정도로 한심했다. 그 시간에 이 책이 불러일으켰을 법한 논란이나 그의 다른 저서, 아니면 그와 견해를 달리하는 작자의 글을 소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역자의 역량도 문제지만(사실 크게 게의치 않는다. 두세 권 더 번역하다 보면 번역은 점점 좋아진다) 출판사에서 교정을 하고 편집을 하는 작자들이 그런 한심한 문장을 보고도 교정을 할 생각을 안 하는 것을 상당히 괘씸하게 생각한다.
책에 굳이 평점을 메기자면 10점 만점에 4정도. 재밌게 읽은 것 치고 점수가 박하다면, 과학이란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저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나가다가 결론부에서 옆길로 새 허겁지겁 얼버무렸다. 대체 뭐하자는 거야? 인간의 지성과 지혜를 모아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슬기롭게 해결해 보자는 교과서적인 얘기를 늘어놓는 도마뱀의 잘린 꼬리같은 결론을 빼버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게다가 철저하게 유인원을 들어 진화적인 관점에서 해설하다 보니 다른 부문에서의 설명이 부실했다.
한심한 결론을 보니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알 카에다가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제작한 바이러스가 변성되어 폭력성을 제거하는 (유전자 치료) 돌연변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변한 채 미국에 대량 살포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것이 전 세계에 퍼져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말았다던지...
그 동안 몰랐던 사실 한 가지:
'일반 청둥오리와 같은 몇몇 오리 종류에서는 강간 비슷한 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수컷은 교미를 하려고 공격하고 암컷은 너무나 심하게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물에 빠져 죽기도 한다'
오리도 물에 빠져 죽는다.
하여튼 오랫만에 과학교양서를 읽으니 책 읽은 기분이 난다. 이 분위기로 한 권 더 가자.
정보에 어두워 읽을만한 과학교양서를 찾기가 힘든 탓도 있고 오랫동안 그런 책을 안 읽으면서 영양가 없고, 비범함도 없고, 지리멸렬한 인간성의 버라이어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변주하는 소설 류나 읽는 탓에 일말의 죄책감 마저 느끼고 있다.
그저 색골로만 알고 있던(아니면 동성애를 하는 동물도 있다, 성애에 환장한 놈들도 있다는 류의 호사스러운 얘기에 인용되는) 보노보 원숭이가 유인원 떼거리 중에서 유일하게 평화로운 놈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없는 사회라고 지레 짐작했으나, 그보다는 먹이가 사방에 널려 있어서 굳이 수컷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 해서... 가 맞는 것 같다. 저자들은 사나운 암컷들이 무리를 주도하는 하이에나는 알아도 전 생애를 참으로 느긋하게 살아가는 팬더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팬더는 혼자 산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동물들은 투쟁적이다. 사회단체, 노조 등의 소규모 단체로부터 민족, 국가, 종교집단 같은 거대 집단에 이르기까지, 가히 미친듯이 서로 물어뜯고 싸워댄다.
그래서 집단을 경멸한다. 다 함께 이 사회를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사회단체 조차도. 그 이유를 조목조목 대야 하나? 무식한 놈(politically incorrect, sociologically ignorant, philosophically poor, & morally corrupted) 소리 듣는 편이 한결 낫다. :)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찾아 유인원을 뒤지기는 찹터가 아주 길고, 수컷 중심이 아닌 몇몇 동물 종에서 보이는 특이한 '사회' 형태를 조망하기, 마지막으로 '희망적'이고 없어도 괜찮았을 결론으로 구성. 두 파트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나아갔지만 결론은 지나치게 간단했다. 일전에 읽은 보네것의 '갈라파고스'는 인간이 큰 대뇌를 가지지만 않았어도 전쟁, 폭력이 없었을 꺼라고 주장하면서 2천년 후 그 빌어먹을 큰 대뇌가 현저하게 크기가 줄어들고 무기를 잡고 흔들어대던 손이 지느러미로 바뀐 채 정기적으로 상어에 잡아먹히며 인구 증가 걱정 없이 평화롭게 잘 살게 된 얘기를 했다. 소설에서 그 자신의 지능으로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을지도 모를 현생인류는 전멸했다.
'갈라파고스'는 보네것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 덜 웃겼다. 보네것이 그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다시 돌아와서, 저자는 '진화론에 익숙한 페미니스트'를 제외한, (성차란 전적으로 문화적인 것이라는 웃기는 주장을 늘어놓는) 무뇌아에 가까운 페미니스트를 그 유명한 마거릿 미드에 빗대어 놀리기도 했다. (저자는 엉터리 자료로 한심한 이론을 주장하는 마거릿 미드가 인류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것을 상당히 아니꼬와 하고 있었다) 부계 사회의 형성에 관한 저자의 주장이 재미있다.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모계 사회가 있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증거를 대보라고 주문했다. 증거가 없단다. 오히려 여성들의 성 역할이 부계 사회를 고착시켰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악마같은 남성'을 선호하고 그로부터 (진화적인)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부계 사회가 된 것이란다. 이 주장에 엄밀한 '생물학적 증거'를 들이대는 사람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
여성들이 보노보 원숭이 암컷들처럼 단결해서 사나운 수컷이 자연선택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도록 은근히 사주하거나, 믿을 것은 역시 인간의 지능이라는 식의 뻔하고 한가하기 그지 없는(나 몰라라 하는) 주장이 결론으로 나왔다. 물론 인간 암컷도 보노보 암컷처럼 아무 수컷한테나 다리를 벌려 수컷들의 극단적인 폭력성을 중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 보노보 사회와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그 비슷한 예가 있긴 하다. 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지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 같다. 보노보 사회처럼 태국도 먹이가 상당히 풍부하고(굶주림이 없는 나라) 성적으로 자유로우며(공식적이고 무의미한 수치보다 항간에 회자대는 대로 비공식적으로 매춘부의 70% 가량이 HIV 양성) 사람들이 대체로 행복해 보인다. 근세에 이르러 나라를 빼앗긴 적이 없고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제압한 적도 없다. 태국에서는 수개월 전에 마약 소탕 작전으로 수천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태국 남부의 이슬람이 정부와 충돌하여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먹으면 행복해지는 약물을 강압적으로 금지하거나, 종교적 순수주의자들의 문제일 따름이다... 라고 거짓말을 하면 안되겠지만.
책 읽기가 다소 어려웠다. 그래서 읽다가 자주 졸았다. 이공계의 그지같은 번역체 중에 그 문제가 특히나 심각한 피동태, 수동태형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지리도 길게 이어진 탓도 있고 저자들이 가다듬은 재밌는 표현들이 어설픈 번역으로 망가진 것들도 있다. 역자는 번역에 익숙하지 않거나, 한국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과학교양서를 번역해 본 경험이 없는 것 같다. 쓸데없는 참견이 옮긴이 주로 상당 수 있다. 참조문헌, 인덱스는 길다랗게 늘어 놓으면서도 학술 용어나 학명 등을 한글, 영어로 병기해 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역자 후기는 왜 썼나 싶을 정도로 한심했다. 그 시간에 이 책이 불러일으켰을 법한 논란이나 그의 다른 저서, 아니면 그와 견해를 달리하는 작자의 글을 소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역자의 역량도 문제지만(사실 크게 게의치 않는다. 두세 권 더 번역하다 보면 번역은 점점 좋아진다) 출판사에서 교정을 하고 편집을 하는 작자들이 그런 한심한 문장을 보고도 교정을 할 생각을 안 하는 것을 상당히 괘씸하게 생각한다.
책에 굳이 평점을 메기자면 10점 만점에 4정도. 재밌게 읽은 것 치고 점수가 박하다면, 과학이란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저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나가다가 결론부에서 옆길로 새 허겁지겁 얼버무렸다. 대체 뭐하자는 거야? 인간의 지성과 지혜를 모아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슬기롭게 해결해 보자는 교과서적인 얘기를 늘어놓는 도마뱀의 잘린 꼬리같은 결론을 빼버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게다가 철저하게 유인원을 들어 진화적인 관점에서 해설하다 보니 다른 부문에서의 설명이 부실했다.
한심한 결론을 보니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알 카에다가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제작한 바이러스가 변성되어 폭력성을 제거하는 (유전자 치료) 돌연변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변한 채 미국에 대량 살포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것이 전 세계에 퍼져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말았다던지...
그 동안 몰랐던 사실 한 가지:
'일반 청둥오리와 같은 몇몇 오리 종류에서는 강간 비슷한 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수컷은 교미를 하려고 공격하고 암컷은 너무나 심하게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물에 빠져 죽기도 한다'
오리도 물에 빠져 죽는다.
하여튼 오랫만에 과학교양서를 읽으니 책 읽은 기분이 난다. 이 분위기로 한 권 더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