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부터 목이 아팠다. 목감기인가 싶었다. 통증이 오른쪽 후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기묘하게 여겨졌다. 편도선은 붓지 않았다. 이틀 동안 아내의 조언대로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었지만 차도가 없다.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목이 아프다니까 이런 질문들을 했다.
1. 잘 때 선풍기 틀어놓고 잤어요? 예.
2. 가래가 있습니까? 조금 있어요 (항생제를 먹었으니)
3. 코는 안 막혀요? 살짝 막혔어요. (2항과 같은 이유로)
그럼 감기네요. 그러고서는 여섯 가지 약을 이틀치 분량으로 처방해 주었다. 진료비 3000원, 약값 2000원. 항생제와 진통제는 그렇다치고 나머지는 뭔지 알 수가 없다.
이틀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애당초 의심스러웠던 것은 목구멍 근처에 염증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다시 의원에 찾아갔다. 상담중에 아예 단정적으로 '감기가 아닙니다' 라고 말했다. 염증인 것 같으니 내시경으로 검사해 주세요. 라고도 말했다. 그럽시다 라고 의사가 말했다. 옅은 민트향이 풍기는 마취제 스프레이를 입에 뿌리고 10분쯤 누웠다가 목구멍으로 굵은 호스를 집어넣었다. 마취되어서 인지 구역질이 덜 치밀었다.
사진을 현상해서 보니 생각했던 대로 오른쪽 후두에 염증이 있었다. 술을 마시냐고 묻는다. 늘 마신다고 대답했다.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을 받았다. 사진 찍고 진료한 것이 8000원, 약값 3일치 1500원 나왔다. 항생제를 저번 처방과 다른 것으로 바꿨다. 아내에게 약을 보여주니 신경안정제가 끼어 있다고 한다. 발륨 0.5. 신경안정제는 목 위의 염증에 신경쓰지 말라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처방해 준 것 같다. 신경 안 쓰고 싶어도 목구멍으로 침을 넘기거나 음식을 삼킬 때면 몹시 쓰라리다. 고통은 참을 수 있다. 육신의 불편함이 귀찮을 뿐이지. 항생제/진통제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된다.
그렇게 나흘이 흘렀고 앞으로 3일이 더 흘러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병원을 들르면서, 그리고 이번 일로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 의사와의 첫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예로 들어 바람직한 의사와의 첫 상담을 예시하자면;
1. 잘 때 선풍기 틀어놓고 잤어요? 예. 제 목구멍 오른쪽이 아픈 것은 선풍기와 상관없습니다.
2. 가래가 있습니까? 조금 있어요. 제 목구멍 오른쪽만 아픈 것입니다.
3. 코는 안 막혀요? 저는 목구멍이 아파서 온 것입니다.
4. 감기 같군요. 아니요. 편도선은 붓지 않았고, 목감기라면 경험상 목구멍 전체가 아파야 하는데 오른쪽만 아픕니다. 내시경으로 목구멍을 검사해 주세요.
그런 일에 경험이 많은 아내는 내가 몹시 특이한 인간이라서 약빨이 듣지 않아 이틀 동안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어도 차도가 없다고 생각했고, 의사는 일분여도 안되는 진료 시간 동안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오판했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결국 어느 병원에 가던지 의사와 옥신각신하는 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난 지금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의사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선무당이 사람 잡는 한이 있어도 기초적인 의학과 약학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말 하는 모르모트가 되고 싶지 않다.
세파드록실 - 항생제
뮤코라제 - 소염제
매프론 - ???
바리움 - 발륨,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항경련제 등등..
씨스메친 - H2 차단제? -- 위산 억제제 같음.
부팅 가능한 USB 메모리 디스크를 오랜 고민 끝에 결국 구매하기로 했다. 모델도 정했고 남은 것은 용량에 따른 가격차 뿐이다. 64MB는 2만원, 128MB는 3만 2천원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 충전 겸 데이터 통신 케이블을 윤씨 아저씨에게 주고 그에게 만 오천원을 받았다. 충전 겸 데이터 통신 케이블이 가장 싼 것은 오천원 정도지만 용산에서 그렇게 팔 리는 만무하고 길섶의 케이블 점에서 만원 주고 샀다. 예상보다 오천원이 남아 미련없이 128MB 메모리를 샀다. 집안의 모든 컴퓨터에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어진 지 오래되어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귀찮았다. 사실상 최근에 USB FDD를 구해 리브레또에 연결했더니 전력부족으로 인식이 되지 않아 좌절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도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리고 공인 인증서를 담아 가지고 다닐 것이고, 필요한 소소한 소프트웨어들을 넣어두고 다닐 것이다. 크기가 몹시 작고 무게가 가벼워(3g) 마음에 든다. 단지, 잊어버리기 딱 좋게 생겼다. 이게 다 캐논이 USB storage driver를 제공하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앞으로 여행갈 때(디지탈여행?) 써먹을 '아이템'
좀 허접스러운 수납 케이스. 열쇠고리에 달려 있는 카르투시는 아내가 첫 이집트 여행할 때 만든 것.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늘 들고 다녀야 한다. 저 기념품의 타원형 외양은 석관(사르코파지)에서 양각되어 있는 형식으로 신성한 왕의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인데 샹폴리옹이 이집트어가 표음문자임을 밝히고 '프톨레미' 라는 이름을 발견한 최초의 단서가 되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데다가 별로 안 신성한 아내의 이름을 새겨놓는 기념품으로는 좀, 그렇다. 아내 이름의 약어는 KMA, 그 약어는 언제나 Korean Morphological Analyzer(한국어 형태소 분석기)를 연상케 했다.
염증은 이렇게 해서 생기지 않았을까? 어느날(기억에 없다) 술 먹고 집에 돌아오다가 욱 했는데 그때 위에서 역류한 위산이 꺼칠한 음식을 먹어 상처가 난 부위에 스며든 것 같다. 그리고 콜록, 기침. 콜록, 한 번 더. 콜록콜록. 꽥!
1. 잘 때 선풍기 틀어놓고 잤어요? 예.
2. 가래가 있습니까? 조금 있어요 (항생제를 먹었으니)
3. 코는 안 막혀요? 살짝 막혔어요. (2항과 같은 이유로)
그럼 감기네요. 그러고서는 여섯 가지 약을 이틀치 분량으로 처방해 주었다. 진료비 3000원, 약값 2000원. 항생제와 진통제는 그렇다치고 나머지는 뭔지 알 수가 없다.
이틀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애당초 의심스러웠던 것은 목구멍 근처에 염증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다시 의원에 찾아갔다. 상담중에 아예 단정적으로 '감기가 아닙니다' 라고 말했다. 염증인 것 같으니 내시경으로 검사해 주세요. 라고도 말했다. 그럽시다 라고 의사가 말했다. 옅은 민트향이 풍기는 마취제 스프레이를 입에 뿌리고 10분쯤 누웠다가 목구멍으로 굵은 호스를 집어넣었다. 마취되어서 인지 구역질이 덜 치밀었다.
사진을 현상해서 보니 생각했던 대로 오른쪽 후두에 염증이 있었다. 술을 마시냐고 묻는다. 늘 마신다고 대답했다.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을 받았다. 사진 찍고 진료한 것이 8000원, 약값 3일치 1500원 나왔다. 항생제를 저번 처방과 다른 것으로 바꿨다. 아내에게 약을 보여주니 신경안정제가 끼어 있다고 한다. 발륨 0.5. 신경안정제는 목 위의 염증에 신경쓰지 말라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처방해 준 것 같다. 신경 안 쓰고 싶어도 목구멍으로 침을 넘기거나 음식을 삼킬 때면 몹시 쓰라리다. 고통은 참을 수 있다. 육신의 불편함이 귀찮을 뿐이지. 항생제/진통제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된다.
그렇게 나흘이 흘렀고 앞으로 3일이 더 흘러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병원을 들르면서, 그리고 이번 일로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 의사와의 첫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예로 들어 바람직한 의사와의 첫 상담을 예시하자면;
1. 잘 때 선풍기 틀어놓고 잤어요? 예. 제 목구멍 오른쪽이 아픈 것은 선풍기와 상관없습니다.
2. 가래가 있습니까? 조금 있어요. 제 목구멍 오른쪽만 아픈 것입니다.
3. 코는 안 막혀요? 저는 목구멍이 아파서 온 것입니다.
4. 감기 같군요. 아니요. 편도선은 붓지 않았고, 목감기라면 경험상 목구멍 전체가 아파야 하는데 오른쪽만 아픕니다. 내시경으로 목구멍을 검사해 주세요.
그런 일에 경험이 많은 아내는 내가 몹시 특이한 인간이라서 약빨이 듣지 않아 이틀 동안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어도 차도가 없다고 생각했고, 의사는 일분여도 안되는 진료 시간 동안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오판했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결국 어느 병원에 가던지 의사와 옥신각신하는 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난 지금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의사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선무당이 사람 잡는 한이 있어도 기초적인 의학과 약학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말 하는 모르모트가 되고 싶지 않다.
세파드록실 - 항생제
뮤코라제 - 소염제
매프론 - ???
바리움 - 발륨,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항경련제 등등..
씨스메친 - H2 차단제? -- 위산 억제제 같음.
부팅 가능한 USB 메모리 디스크를 오랜 고민 끝에 결국 구매하기로 했다. 모델도 정했고 남은 것은 용량에 따른 가격차 뿐이다. 64MB는 2만원, 128MB는 3만 2천원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 충전 겸 데이터 통신 케이블을 윤씨 아저씨에게 주고 그에게 만 오천원을 받았다. 충전 겸 데이터 통신 케이블이 가장 싼 것은 오천원 정도지만 용산에서 그렇게 팔 리는 만무하고 길섶의 케이블 점에서 만원 주고 샀다. 예상보다 오천원이 남아 미련없이 128MB 메모리를 샀다. 집안의 모든 컴퓨터에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어진 지 오래되어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귀찮았다. 사실상 최근에 USB FDD를 구해 리브레또에 연결했더니 전력부족으로 인식이 되지 않아 좌절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도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리고 공인 인증서를 담아 가지고 다닐 것이고, 필요한 소소한 소프트웨어들을 넣어두고 다닐 것이다. 크기가 몹시 작고 무게가 가벼워(3g) 마음에 든다. 단지, 잊어버리기 딱 좋게 생겼다. 이게 다 캐논이 USB storage driver를 제공하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앞으로 여행갈 때(디지탈여행?) 써먹을 '아이템'
좀 허접스러운 수납 케이스. 열쇠고리에 달려 있는 카르투시는 아내가 첫 이집트 여행할 때 만든 것.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늘 들고 다녀야 한다. 저 기념품의 타원형 외양은 석관(사르코파지)에서 양각되어 있는 형식으로 신성한 왕의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인데 샹폴리옹이 이집트어가 표음문자임을 밝히고 '프톨레미' 라는 이름을 발견한 최초의 단서가 되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데다가 별로 안 신성한 아내의 이름을 새겨놓는 기념품으로는 좀, 그렇다. 아내 이름의 약어는 KMA, 그 약어는 언제나 Korean Morphological Analyzer(한국어 형태소 분석기)를 연상케 했다.
염증은 이렇게 해서 생기지 않았을까? 어느날(기억에 없다) 술 먹고 집에 돌아오다가 욱 했는데 그때 위에서 역류한 위산이 꺼칠한 음식을 먹어 상처가 난 부위에 스며든 것 같다. 그리고 콜록, 기침. 콜록, 한 번 더. 콜록콜록. 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