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밥 해먹기

잡기 2004. 8. 22. 20:01
며칠 동안 집에서 되는 대로 이것저것 만들어 먹었다. 태국식 쌀국수, 베트남식 쌀국수, 탕수육, 월남쌈, 태국식 볶음밥 따위 여러가지 잡생각이 들면서도 비교적 만들기 간단한 것들. 남쁠라(베트남에서는 느억맘; fish souce인데 한국의 까나리액젓이나 멸치액젓처럼 생선을 발효시킨 조미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이 있으니까 그런 음식 만들어 먹기가 한결 쉽다.

탕수육. 꿀, 설탕, 간장, 식초, 물 약간 넣고 끓이다가 거기에 당근,오이 따위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익을 때까지 끓이다가 전분을 첨가해 걸죽한 소스를 만들고, 계란, 밀가루, 물, 소금 약간 등으로 튀김옷을 만들고, 냉동실에 남아있던 삼겹살(안심이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오징어, 두부 따위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중불에서 노릇하게 초벌로 튀기고 식혔다가 다시 센불에서 삽시간에 튀겨 기름을 빼고 접시에 올린 후 소스를 끼얹는다. 의외로 만드는 방법이 쉬웠다. 아내와 합작.

월남쌈. 재료 부실. 겨우 8가지. 특히 향초들이 없어서...

월남쌈을 살짝 튀긴 후 태국식 튀김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럭저럭 베트남 길거리에서 먹던 맛이 난다. 특히나 튀겨진 라이스 페이퍼의 아삭한 맛이 환상적이다. 춘권은 베트남식이 가장 나은 것 같다. 쌈 싸는 것은 과거 여러 종류의 잘 돌아가던 멀쩡한 기계를 망가뜨리며 뼈저리게 익힌 내 손재주가 아내보다 월등히 낫다.


태국식 볶음밥. 안남미로 밥을 지었다. 대략 10분 정도 걸렸다. 내 지론이지만 자포니카 종 쌀은 볶음이나 요리에는 부적당하다. 밥덩이가 뭉쳐서 양념이나 향신료가 잘 배이지 않고 밥을 짓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 밥을 하는 동안 재료 준비를 해 놓고, 소금과 후추로 살짝 간 해 놓은 계란을 풀어 먼저 살짝 익혀 놓은 후 건져 놓고, 기름에 마늘, 마늘쫑, 부추를 볶아 기름에 향이 배이도록 한 다음에 감자, 당근, 양파, 피망을 넣고 볶다가 새우, 소고기를 넣고 볶고 밥과 계란, 남쁠라, 소금 약간을 넣고 센 불에 후다닥 볶은 다음 접시에 담아 쑥갓과 오이를 썰어 얹었다. 맛있다. 남쁠라가 없었더라면 이런 맛이 안 난다. 볶음밥 만큼은 확실히, 태국의 아주 잘하는 레스토랑 수준에 근접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태국식 고추 가루 풀어놓은(또는 절인) 식초가 빠져 약간 쓸쓸하다.

다음에 해 먹고 싶은 것은 태국식 커리인데 집에 갖추어놓은 향신료가 없어서 일단은 무리다. 태국 커리는 인도 커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향신료가 들어간다. 일단 http://www.yum.co.kr에서 코코넛 밀크와 그린 커리 페이스트, 치킨 스톡 따위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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