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출산이 얼마 안 남은 친구를 따라 산부인과에 들렀다가(놀러갔다가) 우연히 CT 촬영을 해보니 자궁근종(myoma of the uteru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게 연락하고 저녁때 얘기 좀 하자는데, 흔히 물혹(살혹이 더 정확할테지만)이라든가, 아기집에 혹 생겼다는 말을 하는 질환이고 여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한가하게 술 퍼 먹고 집에 늦게 들어갔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밤이 늦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간 눈치 빠른 선배는 아침에 떠날 때 반성문을 써놓고 가기도 했다. -_-
ct 촬영 소견서. 자궁 뒤편(척추부근) 바깥 왼쪽에 돌출된 근종이 보이고 근종이 직장을 압박하고 있으며 석회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기타등등 그외 별다른 문제점은 보이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했다. 토씨만 빼놓고 온통 영어로 써놓은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한심한 생각이 들면서도 남 얘기가 아니라 할 말 없다. 그렇지만 굳이 전문용어가 아닌 것까지 영어로 써 놓을 필요가 있을까? 소견서 보고 영어사전 뒤적거리지 않고도 무슨 소린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지.
글쎄다. 약물요법 운운하는 걸 보니 한방쪽 의견이 아닐까 싶다. 배 째는 것을 워낙 싫어하지만서도 발견 즉시 수술이 가장 합리적인 옵션인 것 같다. 그 점에서는 아내의 선택이 옳았다고 본다. 참고 살 수도 있지만 약물치료로는 완치가 되지 않는다.
아내는 내가 자기 걱정은 안 하고 수술비 걱정이나 하는 수전노라고 매도하고 나하고 상의 안 하고 자기 혼자서 병원에 병실을 잡아놓고 수술 일정까지 일사천리로 잡아놓았다. 개인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역시 걱정할 것이 없었고 근종절제술(myomectomy)로 잘라내면 된다. 근종의 크기가 10cm이상 되면 자궁을 심하게 압박해 임신에 영향을 주고 때에 따라서는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궁근종은 여성의 20-25% 정도가 가지고 있고(어떤 문서를 보니 50% 정도까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으며 에스트로겐에 의해 성장이 촉진된다는 가설이 있다. 세 가지 가설이 있는데 유전설은 자궁근종이 유색인종에서 특히 다발한다고 하고, 호르몬설이나 메이어의 학설은 에스트로겐에 의해 미성숙한 근세포가 근종으로 발육한다는 스토리다. 에스트로겐 학설이 우세다.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 폐경기가 지난 여성에게서는 드물게 발현하고 폐경기 이후에는 근종이 줄어든다.
자궁위부터 아래까지 열세번 단층 촬영했음을 보여준다. 120kV, 160mA의 전류가 2초 동안 가해지면서 발생한 X-ray 광선을 조사해서 x선 검출기로 얻은 결과를 컴퓨터라이즈 한다는... 얼마전 어떤 과학자가 한국으로 돌아와 CT와 MRI를 합쳐놓은 장비를 개발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자궁과 척추 사이에 뚜렷하게 보이는 근종. 자궁 내부에서 발육한 것 같지는 않고 장막하근종인 것 같다. 그외, 주변의 희미한 선은 피부인데 피하지방의 단면적과 그 두께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네가티프 필름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잔머리를 굴리다가 노트북을 펼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띄우고 about:blank 를 url에 입력한 다음 F11키를 눌러 full screen 모드로 전환한 상태에서 필름을 LCD 스크린 위에 얹고 근접 촬영했다.
근종은 46.5mm x 48.8mm 크기. 핑크빛이겠지? 아내의 CT 촬영 사진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병환'에 이런 류의 사진에 흥미를 느끼고 가설 운운하며 블로그에 올리는 등 한가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자로서 사반세기를 살아온 버릴 수 없는 취향의 문제다. old habbit die hard. -- 그래도 무지에 따른 불필요한 공포보다는 낫지 않을까?
9월 6일 월요일 아침에 입원해서 오후 2시쯤 수술을 시작, 수술비 외에 13만원짜리 무통 주사를 사고 상처가 기관 외벽에 흡착하는 것을 방지해 준다는 19만원 짜리 interceed란 일종의 생리 테잎을 따로 구매했다. 수전노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마땅히 품어야 할 의문을 품지 않고 그냥 결재해 버렸다. 성공적인 수술도 중요하지만 진통제는 달라면 맞게 해 줄텐데 굳이 48시간 동안 지속되는 무통 주사를 따로 구매할 필요가 있는가와(실제로 통증은 피부의 일부에서만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고통을 참는데 익숙치 않다, 고통을 두려워한다),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주변 기관에 흡착되는 일이 잦은지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수술실에 환자를 들여보내 놓고 품목명세서를 들이밀며 이것들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라니, 애당초 수술 전에 충분히 얘기해 줬어야 하는 것 아닐까?
어쨌든 수술후 한 시간쯤 지나 수술의가 근종을 들고와 보여줬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근종은 알탕에 들어가는 명란처럼 생겨 친근감이 들었는데 끓여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보였다. 만지려고 하니 의사가 흠칫 하며 뒤로 물러났다. 40분쯤 배를 꼬매고 뒷 마무리를 한 다음 입원실로 옮긴다기에 나가서 짜장면을 사 먹고 들어왔다.
수술 자국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약 5mm 크기의 이런 구멍을 배에 세 군데 뚫는다. 구멍 한 쪽으로(추측하기로 배꼽 쪽) 내시경을 넣고 배꼽 하단에 영점 사격을 할 때 처럼 삼각형의 두 꼭지점에 해당하는 구멍을 뚫어 길다란 수술도구를 삽입하여 한 손으로 근종을 고정하고 다른 한 손으로 절제하지 않았을까 싶다. 감탄스럽다. 수술 후 상처가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 국내에서 내시경 절제술은 2002년 부터 시작되었으며 입원한 병원이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여기저기 자랑을 늘어놓는 블레틴을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수술 경과가 몹시 훌륭해서 이런 수술은 다음날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진척이 빠르단다. 정말 그랬다. 아내는 다음날부터 일어나서 걷기 시작했고 나는 이틀 동안 병간호 하다가 집에 가서 그대로 뻗었다.
3일 입원+수술비 107만원. 부르르...
ct 촬영 소견서. 자궁 뒤편(척추부근) 바깥 왼쪽에 돌출된 근종이 보이고 근종이 직장을 압박하고 있으며 석회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기타등등 그외 별다른 문제점은 보이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했다. 토씨만 빼놓고 온통 영어로 써놓은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한심한 생각이 들면서도 남 얘기가 아니라 할 말 없다. 그렇지만 굳이 전문용어가 아닌 것까지 영어로 써 놓을 필요가 있을까? 소견서 보고 영어사전 뒤적거리지 않고도 무슨 소린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지.
자궁의 평활근에 발생하는 자궁근종은 30∼50세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질환으로 근종이 생긴 장소와 크기, 방향 등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대개 월경통이 심해지고, 월경에 이상이 생기고, 자궁출혈이 있으며, 하복부에 이물감을 느끼고 진행하면 영양 불량 및 빈혈증에 빠지고 현기증, 두통, 전신 쇠약,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자궁근종은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약물요법을 중심으로 치료하면서 경과를 관찰한다. 수술은 최후에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글쎄다. 약물요법 운운하는 걸 보니 한방쪽 의견이 아닐까 싶다. 배 째는 것을 워낙 싫어하지만서도 발견 즉시 수술이 가장 합리적인 옵션인 것 같다. 그 점에서는 아내의 선택이 옳았다고 본다. 참고 살 수도 있지만 약물치료로는 완치가 되지 않는다.
아내는 내가 자기 걱정은 안 하고 수술비 걱정이나 하는 수전노라고 매도하고 나하고 상의 안 하고 자기 혼자서 병원에 병실을 잡아놓고 수술 일정까지 일사천리로 잡아놓았다. 개인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역시 걱정할 것이 없었고 근종절제술(myomectomy)로 잘라내면 된다. 근종의 크기가 10cm이상 되면 자궁을 심하게 압박해 임신에 영향을 주고 때에 따라서는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궁근종은 여성의 20-25% 정도가 가지고 있고(어떤 문서를 보니 50% 정도까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으며 에스트로겐에 의해 성장이 촉진된다는 가설이 있다. 세 가지 가설이 있는데 유전설은 자궁근종이 유색인종에서 특히 다발한다고 하고, 호르몬설이나 메이어의 학설은 에스트로겐에 의해 미성숙한 근세포가 근종으로 발육한다는 스토리다. 에스트로겐 학설이 우세다.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 폐경기가 지난 여성에게서는 드물게 발현하고 폐경기 이후에는 근종이 줄어든다.
자궁위부터 아래까지 열세번 단층 촬영했음을 보여준다. 120kV, 160mA의 전류가 2초 동안 가해지면서 발생한 X-ray 광선을 조사해서 x선 검출기로 얻은 결과를 컴퓨터라이즈 한다는... 얼마전 어떤 과학자가 한국으로 돌아와 CT와 MRI를 합쳐놓은 장비를 개발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자궁과 척추 사이에 뚜렷하게 보이는 근종. 자궁 내부에서 발육한 것 같지는 않고 장막하근종인 것 같다. 그외, 주변의 희미한 선은 피부인데 피하지방의 단면적과 그 두께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네가티프 필름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잔머리를 굴리다가 노트북을 펼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띄우고 about:blank 를 url에 입력한 다음 F11키를 눌러 full screen 모드로 전환한 상태에서 필름을 LCD 스크린 위에 얹고 근접 촬영했다.
근종은 46.5mm x 48.8mm 크기. 핑크빛이겠지? 아내의 CT 촬영 사진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병환'에 이런 류의 사진에 흥미를 느끼고 가설 운운하며 블로그에 올리는 등 한가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자로서 사반세기를 살아온 버릴 수 없는 취향의 문제다. old habbit die hard. -- 그래도 무지에 따른 불필요한 공포보다는 낫지 않을까?
9월 6일 월요일 아침에 입원해서 오후 2시쯤 수술을 시작, 수술비 외에 13만원짜리 무통 주사를 사고 상처가 기관 외벽에 흡착하는 것을 방지해 준다는 19만원 짜리 interceed란 일종의 생리 테잎을 따로 구매했다. 수전노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마땅히 품어야 할 의문을 품지 않고 그냥 결재해 버렸다. 성공적인 수술도 중요하지만 진통제는 달라면 맞게 해 줄텐데 굳이 48시간 동안 지속되는 무통 주사를 따로 구매할 필요가 있는가와(실제로 통증은 피부의 일부에서만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고통을 참는데 익숙치 않다, 고통을 두려워한다),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주변 기관에 흡착되는 일이 잦은지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수술실에 환자를 들여보내 놓고 품목명세서를 들이밀며 이것들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라니, 애당초 수술 전에 충분히 얘기해 줬어야 하는 것 아닐까?
어쨌든 수술후 한 시간쯤 지나 수술의가 근종을 들고와 보여줬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근종은 알탕에 들어가는 명란처럼 생겨 친근감이 들었는데 끓여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보였다. 만지려고 하니 의사가 흠칫 하며 뒤로 물러났다. 40분쯤 배를 꼬매고 뒷 마무리를 한 다음 입원실로 옮긴다기에 나가서 짜장면을 사 먹고 들어왔다.
수술 자국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약 5mm 크기의 이런 구멍을 배에 세 군데 뚫는다. 구멍 한 쪽으로(추측하기로 배꼽 쪽) 내시경을 넣고 배꼽 하단에 영점 사격을 할 때 처럼 삼각형의 두 꼭지점에 해당하는 구멍을 뚫어 길다란 수술도구를 삽입하여 한 손으로 근종을 고정하고 다른 한 손으로 절제하지 않았을까 싶다. 감탄스럽다. 수술 후 상처가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 국내에서 내시경 절제술은 2002년 부터 시작되었으며 입원한 병원이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여기저기 자랑을 늘어놓는 블레틴을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수술 경과가 몹시 훌륭해서 이런 수술은 다음날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진척이 빠르단다. 정말 그랬다. 아내는 다음날부터 일어나서 걷기 시작했고 나는 이틀 동안 병간호 하다가 집에 가서 그대로 뻗었다.
3일 입원+수술비 107만원. 부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