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써본 지가 한참 된 것 같네. 귀찮아서...
국민학교 6학년 때 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16살이 넘어서야 앞으로 펼쳐질 자기 삶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보다 걱정거리가 적었다. 교차로에서 선택을 주저한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날이 갈수록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기술도 수준급에 이르렀다. 20살이 넘어서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훌륭한 기술자가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기술자 주제에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적은 비용으로) 많은 여자를 잡아먹을 수 있을까 였다. 아내는 저장해 두고 잊어버린 옛 애인들의 사진을 용케도 하드 디스크에서 찾아내어 지웠다. 다시 볼 생각이 없으므로 지운다고 해서 뭐라고 책하지 않았다.
이 김에 pda에 저장되어 있는 더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정리할까? 그럼 줄곳 연락하는 사람은 20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삶이 좀 더 단순하고 가벼워질 것만 같다.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 핸드폰에 아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몽땅 담아둬야 어떤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지 알 수 있고, 그래야 전화를 무시할 수 있다. 사전 연락 없이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힌다면? 무시한다. 내가 그들을 무시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무시하기를 바랬다. '고독해 질 자유'가 평등하다니까.
자기 똥고를 잘 보전하기 위해 백업 라인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가족이 그렇고, 직장에서는 전장의 피바람을 막아줄 우산이 되길 간절히 원하는 상사가 있고, 집안에서는 어려움이 닥치면 삼촌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된다. 친구가 몇 있으면 쓸쓸함조차 잊을 수 있다. 내게는 인간과의 관계를 엮어줄 수호천사가 없다. 위를 쳐다보면 맑고 푸른 하늘이 있을 따름이다. 하늘을 사랑한다. 요즘처럼 새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나는 그저 한 마리 외계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아무튼 하늘에 대고 하소연을 늘어놓지 않았다. 하늘과 나 사이의 불가근 불가원스러운 그 관계는 이렇듯이 좋았고, 바람직스러웠다.
일 하고 잠 자는 것 외에 요즘은 딱히 하는 일이 없다. 아내는 며칠 전 인천에서 밤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 7박 8일 동안 제주도를 일주하는 도보 여행을 하겠다던데, 웃기는 얘기다. 나와 6개월이나 함께 여행 다닐 때도 걷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사람이 하루에 20-30km씩 걸을 수 있을까? 최근의 내 실정에 비춰 보았을 때 아내의 현 상태를 칭하는 적절한 말은 이랬다.
팔자 좋다.
일 하고 잠 자는 것 외에 딱 한 가지 하는 일이 있다면 farscape를 보는 것이었다. 시즌 1에서 4까지, 시즌당 22편, peacekeeper war 2편을 포함해 총 90편의 45분 짜리 sf 시트콤을 보았다. 45*90 = 총 60시간 분량. 지하철에서 보고 기차 타고도 보고 버스 안에서도 보고 침대에 누워서도 보고 술김에 제정신이 아닐 때도 보고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보고 화장실에서도 노트북을 펼치고 봤다. 단, 일하면서 보지는 않았다.
하루 하루 한두 편씩 꾸역꾸역 보았고 주말에는 대여섯 편을 한꺼번에 봤다. 바빠서 다 보는데 한 달쯤 걸렸다. farscape의 미덕은 음... good looking alien, descent out-of-place scenary에 있다고나 할까? 다시말해 sf틱하다. 파스케이프 프로젝트의 파일럿인 존 크라이튼은 실험 도중 웜홀에 흡수되어 머나먼 은하계에 내팽개쳐진다. 그가 대여섯 명의 탈옥수들과 벌이는 모험액션 활극물이다. 그의 머리속은 아이디어로 철철 넘쳐나고 온 우주가 그를 잡으려고 안달이다. 그는 적대적인 외계에서 꿈에서나 그리던 여자를 만난다. 꿈에 그리던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그녀는 첫만남에서 그를 땅바닥에 쳐박았다.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는 음... 글쎄다. 그가 alianate 되는 과정 정도. 아내와 소주 한 잔 하다가 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우주로 나가야 하는가에 관해 설명했다. 설명했지만 잘 하진 못했다. 옛날에는 조리있게 설명 잘 했던 것 같다. farscape의 마지막이 마음에 들 뻔 했다. 시즌 4의 에피소드 22편 마지막 장면에서 존 크라이튼은 에이린 순에게 청혼한다. 키스 직후 괴광선에 맞고 둘 다 크리스탈화 되어 죽는다. 좋았는데... 두 편을 더 만들었다. 그래서 farscape는 미국인이 외계에 나가 애까지 낳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산다는 동화같은 내용으로 마무리 되었다.
farscape가 재밌냐구? 졸면서 봤다.
얘가 주인공.
파일럿. 할 줄 아는 것은 운전 밖에 없는 머저리. 머리에 쓰고 있는 저 멍청한 갓 모양, 약해보이는 눈동자, 내시같은 목소리, 멍하니 벌린 입, 게다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이 i can't 등... 이쯤되면 기술자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듯한 캐릭터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기술자들이 삽질하고 있는 동안 관리자들은 '희생자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행복하게들 산다. 아... 오버했나?
스콜피우스. 그의 복장은 바퀴벌레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데 이름은 왜 저 모양일까. 바퀴벌레처럼 장수하는 악당 캐릭터.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장수의 비결은 악당들에게 물어야 옳지 않을까 싶다.
언제가 되야 sf에서 제대로 좀 벗고 다니는 외계인들이 나올까...
주인공 존 크라이튼의 몹시 느끼한 모습
외계인 처녀가 미국식 영어 공부중. 미국 영어는 결코 인터내셔널 잉글리시가 아니며, 그 점은 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웜홀에 빨려 들어가는 한가한 정경
핵폭탄을 몸에 차고 협상중. 협상은 저렇게 해야지. 암.
이렇게 공중에 떠서 몸에 해로운 전자파를 마구 뿌려대는 년놈들이 싫다.
마지막 에피소드. 청혼하고 바로 죽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16살이 넘어서야 앞으로 펼쳐질 자기 삶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보다 걱정거리가 적었다. 교차로에서 선택을 주저한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날이 갈수록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기술도 수준급에 이르렀다. 20살이 넘어서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훌륭한 기술자가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기술자 주제에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적은 비용으로) 많은 여자를 잡아먹을 수 있을까 였다. 아내는 저장해 두고 잊어버린 옛 애인들의 사진을 용케도 하드 디스크에서 찾아내어 지웠다. 다시 볼 생각이 없으므로 지운다고 해서 뭐라고 책하지 않았다.
이 김에 pda에 저장되어 있는 더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정리할까? 그럼 줄곳 연락하는 사람은 20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삶이 좀 더 단순하고 가벼워질 것만 같다.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 핸드폰에 아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몽땅 담아둬야 어떤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지 알 수 있고, 그래야 전화를 무시할 수 있다. 사전 연락 없이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힌다면? 무시한다. 내가 그들을 무시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무시하기를 바랬다. '고독해 질 자유'가 평등하다니까.
자기 똥고를 잘 보전하기 위해 백업 라인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가족이 그렇고, 직장에서는 전장의 피바람을 막아줄 우산이 되길 간절히 원하는 상사가 있고, 집안에서는 어려움이 닥치면 삼촌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된다. 친구가 몇 있으면 쓸쓸함조차 잊을 수 있다. 내게는 인간과의 관계를 엮어줄 수호천사가 없다. 위를 쳐다보면 맑고 푸른 하늘이 있을 따름이다. 하늘을 사랑한다. 요즘처럼 새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나는 그저 한 마리 외계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아무튼 하늘에 대고 하소연을 늘어놓지 않았다. 하늘과 나 사이의 불가근 불가원스러운 그 관계는 이렇듯이 좋았고, 바람직스러웠다.
일 하고 잠 자는 것 외에 요즘은 딱히 하는 일이 없다. 아내는 며칠 전 인천에서 밤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 7박 8일 동안 제주도를 일주하는 도보 여행을 하겠다던데, 웃기는 얘기다. 나와 6개월이나 함께 여행 다닐 때도 걷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사람이 하루에 20-30km씩 걸을 수 있을까? 최근의 내 실정에 비춰 보았을 때 아내의 현 상태를 칭하는 적절한 말은 이랬다.
팔자 좋다.
일 하고 잠 자는 것 외에 딱 한 가지 하는 일이 있다면 farscape를 보는 것이었다. 시즌 1에서 4까지, 시즌당 22편, peacekeeper war 2편을 포함해 총 90편의 45분 짜리 sf 시트콤을 보았다. 45*90 = 총 60시간 분량. 지하철에서 보고 기차 타고도 보고 버스 안에서도 보고 침대에 누워서도 보고 술김에 제정신이 아닐 때도 보고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보고 화장실에서도 노트북을 펼치고 봤다. 단, 일하면서 보지는 않았다.
하루 하루 한두 편씩 꾸역꾸역 보았고 주말에는 대여섯 편을 한꺼번에 봤다. 바빠서 다 보는데 한 달쯤 걸렸다. farscape의 미덕은 음... good looking alien, descent out-of-place scenary에 있다고나 할까? 다시말해 sf틱하다. 파스케이프 프로젝트의 파일럿인 존 크라이튼은 실험 도중 웜홀에 흡수되어 머나먼 은하계에 내팽개쳐진다. 그가 대여섯 명의 탈옥수들과 벌이는 모험액션 활극물이다. 그의 머리속은 아이디어로 철철 넘쳐나고 온 우주가 그를 잡으려고 안달이다. 그는 적대적인 외계에서 꿈에서나 그리던 여자를 만난다. 꿈에 그리던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그녀는 첫만남에서 그를 땅바닥에 쳐박았다.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는 음... 글쎄다. 그가 alianate 되는 과정 정도. 아내와 소주 한 잔 하다가 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우주로 나가야 하는가에 관해 설명했다. 설명했지만 잘 하진 못했다. 옛날에는 조리있게 설명 잘 했던 것 같다. farscape의 마지막이 마음에 들 뻔 했다. 시즌 4의 에피소드 22편 마지막 장면에서 존 크라이튼은 에이린 순에게 청혼한다. 키스 직후 괴광선에 맞고 둘 다 크리스탈화 되어 죽는다. 좋았는데... 두 편을 더 만들었다. 그래서 farscape는 미국인이 외계에 나가 애까지 낳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산다는 동화같은 내용으로 마무리 되었다.
farscape가 재밌냐구? 졸면서 봤다.
얘가 주인공.
파일럿. 할 줄 아는 것은 운전 밖에 없는 머저리. 머리에 쓰고 있는 저 멍청한 갓 모양, 약해보이는 눈동자, 내시같은 목소리, 멍하니 벌린 입, 게다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이 i can't 등... 이쯤되면 기술자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듯한 캐릭터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기술자들이 삽질하고 있는 동안 관리자들은 '희생자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행복하게들 산다. 아... 오버했나?
스콜피우스. 그의 복장은 바퀴벌레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데 이름은 왜 저 모양일까. 바퀴벌레처럼 장수하는 악당 캐릭터.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장수의 비결은 악당들에게 물어야 옳지 않을까 싶다.
언제가 되야 sf에서 제대로 좀 벗고 다니는 외계인들이 나올까...
주인공 존 크라이튼의 몹시 느끼한 모습
외계인 처녀가 미국식 영어 공부중. 미국 영어는 결코 인터내셔널 잉글리시가 아니며, 그 점은 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웜홀에 빨려 들어가는 한가한 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