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deness for nothing

잡기 2004. 10. 31. 11:58
썅것들, 더운데 짜증나게 하고 있구만 -- 호모, 즐~ 이를테면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타인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제거할 필요가 있을 때를 제외한 내 현재가 현재의 호모나 호모를 옹호하는 친구에게 답변하는데 그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것 같다. 미래에는 생각이 바뀔 수 있을가? 아무렴. 적응이지.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타인들은 씨발놈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편한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다가와 무릅을 슬며시 쓰다듬는 메스꺼운 녀석의 뒤통수를 힘차게 갈기는 것은 말하자면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 때문이다. 공포, 증오, 무지, 편견, 등등 안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다 나왔다. 내 주변에서 호모가 깔짝대다가 몸을 비벼대면 호모에 대한 공포, 증오, 무지, 편견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호모들이 나를 유난히 많이 건드렸다.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고 그들의 머리통을 후려 갈기는 일을 주저할 것 같은가? 툭하면 비비적거리고 입술을 들이미는 이성애도 식상해서 연애를 안 한지 5년이 넘었는데.

아참, 폭력과 강간이 빠졌군.

도서관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다가 무슨 잡지를 보고 시청 앞에서 무슨 사진전이 있다길래 보러 갔다. 아무 것도 없었다.



대신 가난한 일본 여행자를 만났다. 그는 무슨 억하 심정 탓인지 가이드북을 내팽개친 채 서울 광장에 벌렁 누워 햇빛을 쬐고 있었다. 사진에서 앞에 누워 있는 친구다. 프라이멀 타겟 디텍티드. 엔게이지. 가이드 좀 해주고 뭔가 좀 뜯어먹을 수 있을까 말을 걸었다가 그가 무척 가난해서 자칫하면 내가 뜯기게 생겼다는 것을 퍼득 깨닫고 서둘러 미소 짓고 헤어졌다. 어이 본 보야지 하라고.

갈 데가 없어 덕수궁에 들어갔다. 어떤 일본 여자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뭔가를 물었다. 대꾸했다. 또 물어본다. 대꾸했다. 졸졸 따라오면서 자꾸 물어본다. 인포에 가보라고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봐 난 결혼했단 말이야. 남의 것이라고. 일본 여성 여행자들의 외모가 날로 절망적인 것이 안타깝다. 가슴 빵빵한 미소녀들은 대체 어느 나라를 여행하는 것일까.

혹시... 인도네시아? 요즘 영 생기가 없어서 버스간에서 옆구리에 칼을 들이댄다는 인도네시아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것 저것 물어본다. 내 얼굴에 a man who just knows somehow라고 써 있기라도 한 걸까? 내가 알 턱이 없지 않은가. 지하철 역 앞에서 노숙자들 틈에 끼어 도대체 집 근처에서 츄리닝 입고 좀비처럼 알짱 대다가 갑자기 여기까지 와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한심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앉아 있는데 할머니가 '푸레지덴트 호텔'이라고 적힌 쪽지를 내밀며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물었다. 인상이 참 좋다. 프레지던트 호텔이 어디있는지 몰라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데려다 줬다. 할멈이 귀가 어두워서 소리를 꽥꽥 질러야 했다. 사람들과 서로 도우면서 사이좋게 살아야 할텐데, 오늘은 잘 안 되었다. 인간과의 관계정상화, 영 마땅치 않지만 그저 채찍질과 노력 뿐이다. 그런데 일본 미소녀 하나만 걸리면 인간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리고 곱창 먹으러 가야지.



덕수궁 박물관에서 본 괴수 그림. 이 땅에서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유머 감각. 역시 틀림없는 우리 선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