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면...

잡기 2004. 11. 17. 22:11
집에 짱박혀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아내는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줄 아는 것 같다. 오라 가라 제멋대로 하니. 집에서 일하게 되면 눈을 뜨자 마자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밥 먹는 시간 잠시,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줄곳 앉아 작업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된다.

전번 술집에서 제주도에서 온 유카리 아가씨에게 소수자는 소수자일 뿐이다 라는 것을 설명하다가 혀가 꼬여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하여튼 말로 하려면 참 어렵다. 아내는 그 동안 옆에 앉아있던 처음보는 사람들과 즐겁게 노래부르고 춤추며 놀고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던 그날, 맛이 갔다. 몸이 많이 약해져서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신의 손' 내과에서 약을 타 먹고 근처 두부집에서 맛없는 두부를 먹었다. 다 건강을 생각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두부 이상 가는 식품이 없는 것 같다.

비단 아저씨네 놀러 갔다가 컴퓨터를 손봐 줬는데 요즘은 무슨 프로그램들을 쓰는지 통 모르겠다. windows xp sp2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를 많이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탓에 주저없이 sp1으로 밀어버렸더니 잘 작동했다. 컴퓨터에 sp2를 굳이 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제한된 메모리에서 점점 덩치가 커져만 가는 xp가 못 마땅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술자리에서 매매춘 금지법에 관해 얘기하다가 저번처럼 논지가 어긋났다. 말하고 싶었던 것이 뭐였더라? 매매춘 금지법에 별 관심이 없다. 파스케이프에서 그런 상황에서는 what the frell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시사에 관심을 잃었다. 스포츠 신문의 만화만 꾸준히 보고 있는 셈이다.

아내가 출퇴근하게 되면서 집에서 혼자 밥 해 먹기 시작했다.



저녁 먹고 들어온다길래 일하다 말고 혼자 비빔면을 만들어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이름모를 야채를 무작정 썰었다. 늘상 해 먹는 것과 다른 점이라면 땅콩을 으깨 비빔장에 같이 섞어 풍미를 더하고 면을 끓일 때 달걀을 같이 삶아 팅팅한 메밀 면발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든 정도.



비벼 놓으면 다 그게 그거다. 소수자는 소수자고 비빔면은 비빔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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