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씰크로드학'을 선물하려다가 서점에서 마음이 바뀌어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집어 들었다. 사연 많은 정수일씨가 완역한 것이다. 실크로드를 여행하던 여행자라면 한번쯤은 이븐 바투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가, 또는, 에... 700년 전의 전설적인 선배 배낭 여행자. 여행이 끝날 무렵 내공이 심상찮아 뵈는 정수일씨의 책은 기필코 다 읽어 보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 사정상(책값이 비싸서) 포기했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만 해도 권당 3만원, 두 권으로 6만원이란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바투타나 바투타의 책을 번역한 사람이나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책을 사서 사무실에 놔두면 놀러가서 빌려읽을 심산이었다. 선물했다고 생색도 내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일석이조다.
두 김씨 아저씨와 맛있는 담배를 느긋하게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ghost rider를 들고 있길래 혹시... 했다. 그 책에 관해 여러 차례 입소문을 들었다. 그러다가 생각났다. 수 년 전에 오토바이 정비 기술과 도(zen and the art of motorbike maintenance)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마치 어린 시절 헤세를 읽고 이리 같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던 것과 비슷했다 -- 그래서 아이디가 paedros가 되었다. 잃은 자, 먼지처럼 하찮은 삶, 돌아갈 곳이 없는 녀석. 사막에서 스스로에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죽으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삶에 관한 여러 핑계 중 하나가 되었다. 덕택에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여러 과학적 미스테리와 함께 의문으로 남겨 두었다.
사무실에 가서 아내를 데려오려다가 술 한 잔 했다. 맨정신이었다면 술 먹고 친한 척 비비적거리며 횡설수설하던 앞에 있는 친구의 아구창을 라틴 아메리카 술집 스타일로 한 대 갈겼을 것 같은데, 그대신 실실 웃었다.
담배가 떨어져서 길가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저씨한테 담배를 얻어 피웠다. 날더러 '자네는 괜찮은가?' 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난 괜찮다. 나도 그 아저씨에게 아저씨는 괜찮아요? 라고 물었다. 나나 그나 상태가 양호하고 '괜찮은' 아저씨들이었다. 어디 가서 대포나 한 잔 하잔다. 싫습니다. 그럼 자기도 끼워 달란다. 집에나 가라고 말했다. 집에 가도... 말을 잇지 못한다. 속으로 죽으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중얼거렸다.
남 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인가? 저번 주? 저저번주? 머리 속이 영 엉망진창인 상태로 용산에서 케이블을 사려고 돌아다녔다. 평소보다 지쳐 있었다.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 2500원 짜리 순대국을 시켜 먹고 일어설 때 5천원 짜리를 건넸다. 아줌마는 동전을 살펴 보다가 슬쩍 지폐와 함께 건넸다. 500원 짜리 대신 100원 짜리를 주었다. 알고 있었지만 주는 대로 받아 넣고 나왔다. 100원 짜리를 주는 아줌마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간성에 대한 그런 종류의 비웃음을 제거하기에는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제정신이 아닐 때 불쑥 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럽다. 최근 본 보이저의 어떤 에피소드에서 챠코테가 한 말이 뇌리에 남았다; 오픈 아이즈, 댓구 역시, 오픈 아이즈. 멀끔히 눈을 뜨고 바라보는 무량한 인간의 숲은 종종 타다 남은 잿더미로 보였다.
두 김씨 아저씨와 맛있는 담배를 느긋하게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ghost rider를 들고 있길래 혹시... 했다. 그 책에 관해 여러 차례 입소문을 들었다. 그러다가 생각났다. 수 년 전에 오토바이 정비 기술과 도(zen and the art of motorbike maintenance)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마치 어린 시절 헤세를 읽고 이리 같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던 것과 비슷했다 -- 그래서 아이디가 paedros가 되었다. 잃은 자, 먼지처럼 하찮은 삶, 돌아갈 곳이 없는 녀석. 사막에서 스스로에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죽으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삶에 관한 여러 핑계 중 하나가 되었다. 덕택에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여러 과학적 미스테리와 함께 의문으로 남겨 두었다.
사무실에 가서 아내를 데려오려다가 술 한 잔 했다. 맨정신이었다면 술 먹고 친한 척 비비적거리며 횡설수설하던 앞에 있는 친구의 아구창을 라틴 아메리카 술집 스타일로 한 대 갈겼을 것 같은데, 그대신 실실 웃었다.
담배가 떨어져서 길가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저씨한테 담배를 얻어 피웠다. 날더러 '자네는 괜찮은가?' 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난 괜찮다. 나도 그 아저씨에게 아저씨는 괜찮아요? 라고 물었다. 나나 그나 상태가 양호하고 '괜찮은' 아저씨들이었다. 어디 가서 대포나 한 잔 하잔다. 싫습니다. 그럼 자기도 끼워 달란다. 집에나 가라고 말했다. 집에 가도... 말을 잇지 못한다. 속으로 죽으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중얼거렸다.
남 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인가? 저번 주? 저저번주? 머리 속이 영 엉망진창인 상태로 용산에서 케이블을 사려고 돌아다녔다. 평소보다 지쳐 있었다.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 2500원 짜리 순대국을 시켜 먹고 일어설 때 5천원 짜리를 건넸다. 아줌마는 동전을 살펴 보다가 슬쩍 지폐와 함께 건넸다. 500원 짜리 대신 100원 짜리를 주었다. 알고 있었지만 주는 대로 받아 넣고 나왔다. 100원 짜리를 주는 아줌마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간성에 대한 그런 종류의 비웃음을 제거하기에는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제정신이 아닐 때 불쑥 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럽다. 최근 본 보이저의 어떤 에피소드에서 챠코테가 한 말이 뇌리에 남았다; 오픈 아이즈, 댓구 역시, 오픈 아이즈. 멀끔히 눈을 뜨고 바라보는 무량한 인간의 숲은 종종 타다 남은 잿더미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