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공유기를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매 희망 의사를 밝히는 전화를 여러 번 몰아서 받았다. 장사 참 잘 된다. 1.2년 전에 13만원 주고 구매한 것을 4만원 주고 팔았지만 그동안 얻은 편리와 최근 시세를 생각하면 구매자나 판매자 양자에게 모두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새로운 공유기를 7만원에 샀으니 차액 3만원으로 .11g로 업그레이드 한 셈이다. 게다가 직선 통달 거리가 200m로 연장되었다. 옥상에 올라가서도 무선랜이 잡히고 수신 감도가 좋아졌다.
최근 서울 시내 어디에서나 아파트 부근에서 무선랜이 잡혔다. 셋업할 때 WEP 설정을 해 놓지 않은 것들이 많아 굳이 넷스팟에 가입하지 않아도 노트북을 펼쳐놓고 사이트 서베이를 하다가 SSID가 보이는 아무 AP나 잡아 접속을 시도하면 접속이 된다. WEP 설정을 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 집에서 사용하는 2대 이상의 컴퓨터의 디렉토리를 역시 암호없이 공유해 놓았다면 그 집에서 아이들이 최근 즐겨보는 야동이 무엇인지 마저 알 수 있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최근 쇼핑 품목 중에서 가격 대 성능비가 유난히 만족스러웠던 것은 COOKPER 미니 스토브 HM-608 -- 9천원 짜리 무료배송 제품으로 썰렁하던 작은방이 훈훈해졌는데, 보일러를 안 켜놓아도 되서 한달 8-9만원씩 하던 작년의 가스비에 비해 난방비를 현저하게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하 1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지만 아내는 덥다면서 매일밤 보일러를 껐다. 한창 더운 여름철에는 해변에 떠밀려온 해파리처럼 축 늘어져 있지만 '지방층이 두터운' 다른 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겨울을 잘 견뎠다. 그들은 앞으로도 주욱 잘 견딜 것 같다.
자동이체가 저절로 해제되는 바람에 월세가 지난 3개월 동안 빠져 나가지 않았는데 주인집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월세 계약은 올 2월에 마감된다.
오늘 전세 계약을 하고 돌아왔다. 작년 여름부터 틈틈이 전세방을 알아보러 서울 시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 동안 둘러본 집만 해도 수십 채는 될 것이다. 그렇게 돌아다녀 본 결과, 4천만원 미만으로 구질구질하지 않은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불광동 뿐이었다. 부처의 자비로운 후광 탓인지 불광동은 지난 십 년 동안 집 값이 거의 오르지 조차 않았다. 재개발 마저 곳곳에서 취소되는 등, 대단히 끝내주는 동네다. 그래서 그렇게나 돌아다니며 고생해서 구한 집이, 50m 떨어진 바로 옆 집이다.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는 집을 전세로 얻는 이상한 짓을 했지만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도 않았고 인터넷으로 등기부 등본 열람해보고 주인 얼굴 뵙고 계약상의 특약 조차 걸어놓지 않고 계약했다. 심지어 근저당이 2001년 이전에 설정되어 있어 일이 터졌을 경우 전세금을 구제받을 수 없을 수도 있고, 경매에 넘어가면 순위도 한참은 뒤가 되었다.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전후 임차인의 부담으로 스스로 이주한다'는 특약마저 적어 놓았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알아서 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구질구질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해 보는, 주인집을 믿고 하는 배팅이다.
건물은 11년 먹은 것이지만 전망이 좋고 실평수가 17평 가량 되고 방이 셋, 적당한 거실 크기, 그리고 창고가 하나 있고 옥상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옥상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전경이 매우 쓸만하다.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돗자리 깔고 누워 노트북과 무선랜으로 한가하게 프로그래밍 사이트를 뒤적이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도시 빈민의 마지막 낭만이지.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내가 고소득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고소득자 주제에 온갖 궁상을 다 떨어댄다고. 아내는 나한테 재산이 지지리도 없음을 어제쯤 실감나게 깨달은 듯 싶다. 맨날 구질구질한 싸구려 집들만, 특히 걸어서, 돌아다녀서 그런가? 아내와 주먹고기에 소주 한 잔 하다가 그동안 뭘 했길래 돈이 하나도 없냐고 핀잔을 주고는, 또, 자기가 그런 말 해서 섭섭하지 않냐고 말했다. 전혀. 그대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는 것이 꿈이라면 돈을 벌어오라고 말했다. 앵벌이도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풍족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우울증이나 여러 종류의 지랄병(예: 컴플렉스, 망상증)에 걸린 적은 없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실용주의자다.
이리저리 바삐 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했지만 대충 끝내고...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낙지 녹이고 콩나물 정리 해야겠다. 오늘은 낙지찜이다.
최근 서울 시내 어디에서나 아파트 부근에서 무선랜이 잡혔다. 셋업할 때 WEP 설정을 해 놓지 않은 것들이 많아 굳이 넷스팟에 가입하지 않아도 노트북을 펼쳐놓고 사이트 서베이를 하다가 SSID가 보이는 아무 AP나 잡아 접속을 시도하면 접속이 된다. WEP 설정을 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 집에서 사용하는 2대 이상의 컴퓨터의 디렉토리를 역시 암호없이 공유해 놓았다면 그 집에서 아이들이 최근 즐겨보는 야동이 무엇인지 마저 알 수 있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최근 쇼핑 품목 중에서 가격 대 성능비가 유난히 만족스러웠던 것은 COOKPER 미니 스토브 HM-608 -- 9천원 짜리 무료배송 제품으로 썰렁하던 작은방이 훈훈해졌는데, 보일러를 안 켜놓아도 되서 한달 8-9만원씩 하던 작년의 가스비에 비해 난방비를 현저하게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하 1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지만 아내는 덥다면서 매일밤 보일러를 껐다. 한창 더운 여름철에는 해변에 떠밀려온 해파리처럼 축 늘어져 있지만 '지방층이 두터운' 다른 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겨울을 잘 견뎠다. 그들은 앞으로도 주욱 잘 견딜 것 같다.
자동이체가 저절로 해제되는 바람에 월세가 지난 3개월 동안 빠져 나가지 않았는데 주인집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월세 계약은 올 2월에 마감된다.
오늘 전세 계약을 하고 돌아왔다. 작년 여름부터 틈틈이 전세방을 알아보러 서울 시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 동안 둘러본 집만 해도 수십 채는 될 것이다. 그렇게 돌아다녀 본 결과, 4천만원 미만으로 구질구질하지 않은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불광동 뿐이었다. 부처의 자비로운 후광 탓인지 불광동은 지난 십 년 동안 집 값이 거의 오르지 조차 않았다. 재개발 마저 곳곳에서 취소되는 등, 대단히 끝내주는 동네다. 그래서 그렇게나 돌아다니며 고생해서 구한 집이, 50m 떨어진 바로 옆 집이다.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는 집을 전세로 얻는 이상한 짓을 했지만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도 않았고 인터넷으로 등기부 등본 열람해보고 주인 얼굴 뵙고 계약상의 특약 조차 걸어놓지 않고 계약했다. 심지어 근저당이 2001년 이전에 설정되어 있어 일이 터졌을 경우 전세금을 구제받을 수 없을 수도 있고, 경매에 넘어가면 순위도 한참은 뒤가 되었다.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전후 임차인의 부담으로 스스로 이주한다'는 특약마저 적어 놓았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알아서 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구질구질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해 보는, 주인집을 믿고 하는 배팅이다.
건물은 11년 먹은 것이지만 전망이 좋고 실평수가 17평 가량 되고 방이 셋, 적당한 거실 크기, 그리고 창고가 하나 있고 옥상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옥상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전경이 매우 쓸만하다.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돗자리 깔고 누워 노트북과 무선랜으로 한가하게 프로그래밍 사이트를 뒤적이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도시 빈민의 마지막 낭만이지.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내가 고소득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고소득자 주제에 온갖 궁상을 다 떨어댄다고. 아내는 나한테 재산이 지지리도 없음을 어제쯤 실감나게 깨달은 듯 싶다. 맨날 구질구질한 싸구려 집들만, 특히 걸어서, 돌아다녀서 그런가? 아내와 주먹고기에 소주 한 잔 하다가 그동안 뭘 했길래 돈이 하나도 없냐고 핀잔을 주고는, 또, 자기가 그런 말 해서 섭섭하지 않냐고 말했다. 전혀. 그대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는 것이 꿈이라면 돈을 벌어오라고 말했다. 앵벌이도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풍족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우울증이나 여러 종류의 지랄병(예: 컴플렉스, 망상증)에 걸린 적은 없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실용주의자다.
이리저리 바삐 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했지만 대충 끝내고...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낙지 녹이고 콩나물 정리 해야겠다. 오늘은 낙지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