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기 전

잡기 2005. 3. 5. 11:07
이 바닥에 은거고수가 많다는 것은 어림짐작하고 있었지만 나이 60먹은 노인네까지 강기를 뿜어낼 줄이야...

데모는 어영부영 끝났고 나는 새로운 컴파일러를 시작했다. 컴파일러만 벌써 네개째다. 지겨워 죽겠다.

내셔널 지오그래피 센츄리 컬렉션(100편 분량)을 몽땅 올려놓은 사람이 있다. 중간중간 몇 개 이가 빠졌을 뿐 총 용량이 60GB에 달하는 방대한 컬렉션이다. 40GB 하드 디스크를 미디어 스토리지로 쓰고 있어 본 것들은 재빨리 지워버리고 순환시키길 벌써 일년여 해오다 보니 수중에 남은 것이 없다. 60GB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올리는 천사같은 분도 있는데 그에 조응하지 않으면 큰 실례가 될 것 같아 어떻게 할 것인가 궁리 하다가 머리가 아파, 무작정 용산에 가서 98000원 주고 160GB 하드 디스크를 사버렸다. 삼성 스핀포인트 1614N, 8MB 버퍼 크기. 시게이트의 바라쿠다를 살까 하다가 버퍼 크기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 DVD-+RW + DVD 미디어라는 도식으로 나갈 수도 있었지만(가격은 충분히 떨어졌고 메릿도 있다) 굽는데 드는 그 시간과 정성, 게다가 그 지저분한 CD를 보관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저 무작정 저장해 놓고 하드가 다 차면 10만원 주고 다른 하드 사버리는 것이 시간, 돈을 함께 절약하는 길이다. 자, 이제 열나게 다운 받는 일만 남았다.

60GB 짜리 기쁨을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어 3500원 짜리 만보계를 사줬다. 아내는 날더러, '평생 다큐멘터리나 봐라!' 라고 말하며 홱 나가버렸다. 미소를 머금었다.

그럴 생각이다.

아내는 나하고 같이 안 가고 연정 아가씨와 둘이 미얀마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라고 대꾸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기쁜 표정을 지을 것 까지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내 감정은 얼굴에 쉽게 드러난단다. 얼굴에 '지화자 좋구나' 라고 씌어 있었다.

좋은 미디어 있으면 나눠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저번, 인터넷 무료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업로드 스피드가 30KB 밖에 안 나와서 ftp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더랬다. 집 컴퓨터야 24시간 켜져 있으니까 ftp 서비스를 운영하려고 해보니 얼마 전에 새로 산 공유기가 말썽을 부렸다. 이래저래 해도 안되길래 Reenet 서비스 센터에 이틀에 걸쳐 전화질을 했다. 그쪽 엔지니어는 끝끝내 공유기 잘못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며칠 테스트 해보고 연락 준단다. 정답은; NAT의 포트 포워딩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공유기의 펌웨어를 업데이트 해야 한다. 아무쪼록 갖은 꽁수로 온갖 고생 다 해 보시길. 나야 팔짱 끼고 가끔 전화나 넣어줘야지. ftp야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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