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수퍼에서 담배를 판다. 팔 수 없는데 팔았다. 그래서 늘 수퍼를 나설 때 잔소리를 들었다. '나가실 때 담배 좀 주머니에 숨겨 주세요' 하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잠깐 시간이 나서 PC에 달 적외선 리모컨 포트를 만들었다. 시리얼 포트의 DTR에 78L05를 달고 적외선 모듈에 +5V를 공급해 모듈에서 수신한 시그널을 RxD로 받는 간단한 것이다. IRAssistant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PC를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해보니 잘 된다. 시간 나는 대로 슬슬 하나씩 만들어 가자.
작년에 제2금융권에 예금을 넣어둔 것이 있는데 복리 연이율이 5.27%였다. 예금 뿐만 아니라 아내 여행자금 대 주려고 적금도 들었는데 그건 6% 짜리였다. 비과세고, 은행 금리보다 나았는데 이율이 그렇다고 수 개월 전 술자리에서 말하니 김씨 아저씨는 그럴 리가 없다, 이것 저것 다 까고 나면 은행의 시중 금리보다 크게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정말이라니깐 하고 우기다가 나중에 이자 받을 때 두고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집 계약하면서 예금을 해약할 때 실제로 받은 이자는 원금의 2.6% 가량이었다. 내가 틀렸구나 싶어 인정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통장을 찢다가 살펴보니 예치 기간이 6개월이었다. 따라서 실제 이율은 연 5.27%가 맞았다. 이럴 수가. 닭대가리인 내가 또 옳았단 말인가? 며칠 전에 다시 김씨 아저씨와 술 먹다가 형이나 나는 보잘 것 없는 인간이고 자존심 따위는 없는 것이 낫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는 자존심은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는데, 웃기지 말라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보잘 것 없는 주제에 자존심은 무슨 얼어죽을 자존심이 있냐고 말했더니 갖가지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 아내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self-centred라서 남 생각은 눈꼽 만큼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내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기 생각을 많이 했다. 건강에 안 좋다.
한미은행이 시티은행에 합병된 후 따뜻한 몬드리안 간판을 내리고 매우 구리게 생겨 밥맛 떨어지는 시퍼런 시티뱅크의 간판이 내걸렸다. 심지어는 그런 간판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행할 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여튼 그동안 귀찮아서 안 가던 은행에 들렀는데, 점원이 잘못 안내해주는 바람에 이상한 사람한테 불려가(CE라는 직책은 뭐지?) 난데없이 투자상품 설명을 들었다. 자기는 일억 미만의 고객은 상대하지 않는데 어쩌다가 내가 자기한테 '배당'되었는지 어리둥절해서 새로 갈린 직원에 대한 교육을 단단히 시켜야겠다고 마음먹는 눈치였다. 그가 일억 미만의 고객은 상대하지 않게 된 것은,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작년에 주식으로 일억을 깔끔하게 날렸기 때문이지 싶다. 일억도 날리고 해서 평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지, 아니면 특별히 할 일이 없었는지 그는 두 시간을 넘게 설명했다. 나는 그저 어떤 것이 훨씬 자극적인 투자가 되는지 그가 내미는 카탈로그마다 쳐다보고 있었다. 남들처럼 유행을 쫓아 적립식 펀드나 가입하려고 은행에 왔는데, 그가 떠드는 걸 들어보면 참 대단한 정열이다. 다른 은행들처럼 그도 처음에는 '변액 유니버셜 보험'에 열을 올렸다. 변액 유니버셜 보험의 '변'자만 들어도 짜증이 나는 형편이라 2분쯤 들어주다가 가입할 생각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죽었을 때 보험금이 나온다면 아내가 상실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조언대로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넣는 돈은 최소한으로 줄일 생각이다.
인터넷에서 매번 투자성형 테스트를 할 때마다 왜 '안정지향형'이 나오는지 평소 지니고 있던 의문을 말하자 그가 설명했다. 최소한 수억의 여유자금으로 5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면서 원금 다 까먹고도 미소를 잃지 않아야 '공격형'이 된다는 것이다. 글쎄... 투자 개념이 없는 무지자라서가 아니고? 그렇게 고객을 폄하할 수는 없으니까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적으로 돈도 별로 없고 그럴 시간도 없고 더더군다나 돈 다 잃고도 미친놈처럼 웃고 있을 이유가 없는 나 같은 서민은 그러니까 애당초 공격형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름대로 내가 매우 공격적이고 하이 리턴을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이유없이 하이 리스크를 즐긴다는 것을 그 동안의 삶 동안 잘 알고 있었다. 설명을 더 들어봤자 재미도 없고, 일억을 날린 뒤 이상한데 정열을 보이는 아저씨의 권유를 멀리하고 흥미로워 보이는 100% 주식 투자 상품 둘에 올인했다. 그리고 외화 거래 통장을 비롯한 통장 셋을 받고 시계도 선물로 받았다. 이번 달 생활비만 빼고 통장에 있던 돈을 몽땅 쏟아 넣었다. 나름대로 공부도 했던(경제신문 2년 쳐다보기 뭐 그따위 것들) 주식만은 그 동안 할 수가 없었다. 본업도 아닌 것에, 자기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그래프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헬쓱한 얼굴로 쳐다보는 것은 영 흥취가 안 생겼다.
잊어버리고, 일하자.
공장에서 일하다가 잠깐 시간이 나서 PC에 달 적외선 리모컨 포트를 만들었다. 시리얼 포트의 DTR에 78L05를 달고 적외선 모듈에 +5V를 공급해 모듈에서 수신한 시그널을 RxD로 받는 간단한 것이다. IRAssistant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PC를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해보니 잘 된다. 시간 나는 대로 슬슬 하나씩 만들어 가자.
작년에 제2금융권에 예금을 넣어둔 것이 있는데 복리 연이율이 5.27%였다. 예금 뿐만 아니라 아내 여행자금 대 주려고 적금도 들었는데 그건 6% 짜리였다. 비과세고, 은행 금리보다 나았는데 이율이 그렇다고 수 개월 전 술자리에서 말하니 김씨 아저씨는 그럴 리가 없다, 이것 저것 다 까고 나면 은행의 시중 금리보다 크게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정말이라니깐 하고 우기다가 나중에 이자 받을 때 두고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집 계약하면서 예금을 해약할 때 실제로 받은 이자는 원금의 2.6% 가량이었다. 내가 틀렸구나 싶어 인정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통장을 찢다가 살펴보니 예치 기간이 6개월이었다. 따라서 실제 이율은 연 5.27%가 맞았다. 이럴 수가. 닭대가리인 내가 또 옳았단 말인가? 며칠 전에 다시 김씨 아저씨와 술 먹다가 형이나 나는 보잘 것 없는 인간이고 자존심 따위는 없는 것이 낫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는 자존심은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는데, 웃기지 말라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보잘 것 없는 주제에 자존심은 무슨 얼어죽을 자존심이 있냐고 말했더니 갖가지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 아내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self-centred라서 남 생각은 눈꼽 만큼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내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기 생각을 많이 했다. 건강에 안 좋다.
한미은행이 시티은행에 합병된 후 따뜻한 몬드리안 간판을 내리고 매우 구리게 생겨 밥맛 떨어지는 시퍼런 시티뱅크의 간판이 내걸렸다. 심지어는 그런 간판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행할 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여튼 그동안 귀찮아서 안 가던 은행에 들렀는데, 점원이 잘못 안내해주는 바람에 이상한 사람한테 불려가(CE라는 직책은 뭐지?) 난데없이 투자상품 설명을 들었다. 자기는 일억 미만의 고객은 상대하지 않는데 어쩌다가 내가 자기한테 '배당'되었는지 어리둥절해서 새로 갈린 직원에 대한 교육을 단단히 시켜야겠다고 마음먹는 눈치였다. 그가 일억 미만의 고객은 상대하지 않게 된 것은,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작년에 주식으로 일억을 깔끔하게 날렸기 때문이지 싶다. 일억도 날리고 해서 평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지, 아니면 특별히 할 일이 없었는지 그는 두 시간을 넘게 설명했다. 나는 그저 어떤 것이 훨씬 자극적인 투자가 되는지 그가 내미는 카탈로그마다 쳐다보고 있었다. 남들처럼 유행을 쫓아 적립식 펀드나 가입하려고 은행에 왔는데, 그가 떠드는 걸 들어보면 참 대단한 정열이다. 다른 은행들처럼 그도 처음에는 '변액 유니버셜 보험'에 열을 올렸다. 변액 유니버셜 보험의 '변'자만 들어도 짜증이 나는 형편이라 2분쯤 들어주다가 가입할 생각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죽었을 때 보험금이 나온다면 아내가 상실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조언대로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넣는 돈은 최소한으로 줄일 생각이다.
인터넷에서 매번 투자성형 테스트를 할 때마다 왜 '안정지향형'이 나오는지 평소 지니고 있던 의문을 말하자 그가 설명했다. 최소한 수억의 여유자금으로 5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면서 원금 다 까먹고도 미소를 잃지 않아야 '공격형'이 된다는 것이다. 글쎄... 투자 개념이 없는 무지자라서가 아니고? 그렇게 고객을 폄하할 수는 없으니까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적으로 돈도 별로 없고 그럴 시간도 없고 더더군다나 돈 다 잃고도 미친놈처럼 웃고 있을 이유가 없는 나 같은 서민은 그러니까 애당초 공격형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름대로 내가 매우 공격적이고 하이 리턴을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이유없이 하이 리스크를 즐긴다는 것을 그 동안의 삶 동안 잘 알고 있었다. 설명을 더 들어봤자 재미도 없고, 일억을 날린 뒤 이상한데 정열을 보이는 아저씨의 권유를 멀리하고 흥미로워 보이는 100% 주식 투자 상품 둘에 올인했다. 그리고 외화 거래 통장을 비롯한 통장 셋을 받고 시계도 선물로 받았다. 이번 달 생활비만 빼고 통장에 있던 돈을 몽땅 쏟아 넣었다. 나름대로 공부도 했던(경제신문 2년 쳐다보기 뭐 그따위 것들) 주식만은 그 동안 할 수가 없었다. 본업도 아닌 것에, 자기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그래프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헬쓱한 얼굴로 쳐다보는 것은 영 흥취가 안 생겼다.
잊어버리고,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