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와 같다. 담배를 한갑 반 피우고 이틀 연속으로 술을 마신 다음날이고, 아침에 머리 아프고 속이 쓰려 겔겔 거리다가 산에 갈 요량으로 향긋한 냉이국에 밥을 말아 후루륵 먹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아 한 시간쯤 더 잤다. 간다, 갈꺼다. 더 실험해 봐야 한다. 더 자면 안된다.
12시 좀 넘어 gps와 만보계 따위를 챙겨 출발. 근육이 뻣뻣하고 묵직하다. 비봉까지 쉬지 않고 걸었는데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불안하다. 무시하고 걸었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어 비봉 꼭대기에서 서 있다가 종잇장처럼 날려갈 것 같아 얼른 내려왔다. 눈이 녹았고 일요일임에도 의외로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발 끝으로 사뿐사뿐 걸었다. 발끝으로 걸으면 이동중심을 잡는데 편했다. 그 탓에 만보계를 허리에 차도 천 걸음을 걸으면 구백 걸음 정도 밖에 찍히지 않았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속이 메슥거려 시원하게 위장에 들은 것은 다 게워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는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사모바위까지 악다구니로 쉬지 않고 걸었다. 휘휘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옷깃을 세우고 컵라면을 먹고 배를 뜨뜻하게 한 다음 다시 출발했다.
문수봉 언저리에 다다랐다. 저번주에 여기서 꼭대기까지 네 차례나 가다 쉬기를 반복했다. 그때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이 정도로 내 몸이 망가졌단 말인가? 그럴리가...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상태가 이상해져서 별 것 아닌 일마저 사회, 국가 탓을 하게 됨은 물론, 수시로 짖어대는 옆집 천문대의 스패니얼 강아지마저 증오하게 되니까.
한숨 한 번 쉰 다음 이를 악다물고 기어 올라갔다. 쉬지 않고 한번에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배낭에서 아내가 싸준 약밥을 꺼내 걸으면서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그리고 찰칵 스위치가 켜졌다. 뛰었다. 더 가도 괜찮지만 저번주처럼 평창동 쪽으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연시내 역에 내려 사우나에 들어가 각각 사우나실에 세 번, 냉탕에 세 번씩 몸을 담궜다. 냉탕의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머리통에 계속 맞아 가벼운 두통이 생긴 것까지 저번주하고 똑 같았다.
저번주에는 산행에 다섯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세시간 반 걸렸고 저번주에는 알이 배어 이틀이 지나 알이 풀렸지만 이번에는 알이 배기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안다. 저번주에는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반쯤 풀려 있었지만 이번 주에는 내리막길에서는 다리 근육에 부담을 주려고 일부러 걸음걸음을 가능한 천천히 떼었다. 저번주에는 죽을 둥 말둥 하면서 간신히 기어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술기운이 사라질 무렵부터 뛰어서 올라갔고 앞서가던 사람들이 내가 지나갈 때까지 길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래서 평균 속도 2.6km/h, 최대 시속 17km이라는 기록이 gps에 남았다. 만보계에는 19049걸음이 찍혔고 총 9.1km를 걸었으며 620kcal를 소모하고(만보계여, 웃기지 말아라. 그 이상이다) 1.8리터 분량의 수분을 체내에 흡수하고 300그램을 사우나에서 땀으로 빼냈다. 체중은 66.6kg, 지난 2년 동안 변하지 않은 그 체중으로 신속히 복귀했다.
이번 산행은 어디까지나 저번 주 산행의 당혹스러움, 말하자면 시골 소년의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이를 으드득 갈면서 하게 된 것이다. 그 정도로 몸이 나빠졌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주일 내내 그 생각에 잠 못 이뤘다. 체력이 그 모양이면 지금 내 상태는 거진 정신지체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다면, 노화(둔화)가 시작 되었다는 것.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하며 으슥한 숲속으로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눗는데, 불어오는 칼바람 때문에 자지 끝이 몹시 시렸다. 노화는 필연적이다.
어젯밤 같이 술 마시던 상유 아가씨 말에 따르면 내가 안띠구아에서 죽을 고생을 했던 화산 이름이 빠에야 라고 한다. 그 동안 이름도 모르는 화산을 증오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비바람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여서 분화구까지 내려가(물론 미친 짓이다) 벌건 용암과 쉭쉭 거리며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엄청난 수증기의 장벽 때문에 무서워 벌벌 떨면서도 따뜻한 돌을 주워 손과 가슴에 품고 체온 저하를 막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고 가시거리는 2m 안쪽이었다.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머리통이 데프콘3의 전략상황실로 탈바꿈해 있었다 -- 내게 생존 욕구는 본능 보다는 정보 처리에 더 가까왔다. 빠에야는 활화산이라서 최근에도 활화산다운 짓거리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아마존 정글 한 복판이나 그런 비바람이 몰아치는 화산에서 GPS, 노트북, 위성인터넷 따위의 첨단장비가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시골 소년의 '감'보다 못하고 쓸모 없는 것이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저번주에 혜관과 술 마시며 얘기하던 것과 비슷한 주제였다. 오늘 내가 입고 간 옷은 네팔리 양아치가 입고 다닐법한 네팔산 캐시미어 색동옷에 집에 나돌아다니는 작업용 목장갑을 끼고 체육복 바지 차림이었는데, 북한산을 방문한 사람들 중에서(북한산은 전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산으로 기록되었다) 등산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관계로 몹시 돋보이는 생뚱 맞는 패션이었다. 고작 트래킹 하는 사람들이 입는 것 하나만큼은 가히 일품이었다. 쿨맥스 내의, 폴라 폴리스 옷감에 고어텍스 오버트라우저는 기본이었고(개중에는 고어텍스 XCR도 있을 것이다) 트랙스타나 블랙 약 따위의 신발을 신고 멋진 선글래스와 밀러 배낭을 매고 다녔다(다행히 카멜 팩은 안 보였다). 노스페이스, 코롱스포츠, 영원, 에델바이스, 온갖 '메이커'는 다 봤다. 그것도 모자라서 지팡이를 집던가 충격 흡수 티타늄 쌍지팡이까지 들고 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가씨 말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이를테면 나는 오늘 그 화산에 돌아다닐 때 신고 다녔던 다 닳아빠진 신발을 신고 산에 갔다. 4년 전에 동대문에서 만원 주고 산 것이고 아직 해체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신고 다닌다. 30도의 비교적 경사가 급하지 않은 암반을 발끝으로 밟으면 얼음판의 아이스하키 퍽처럼 스무드하게 미끄러질 뿐만 아니라 지하철 바닥에 물청소라도 하면 직직 미끄러지는 신발이라 온 신경이 곤두서고 그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다. 빨판이 고어텍스 하이퍼그립이었다면 45도 암벽에서 허리 뻣뻣이 세우고 발끝으로 사뿐사뿐 건방지게 올라갔을 것이다.
이를테면 GPS, 쑨토 시계 따위 고가 장비는 멋으로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럴만한 댓가를 치룰 위험이 있을 수 있는 곳에서 보잘 것 없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 (난 피드백에 사용한다. 내겐 정보 처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경제 사정이 허락하면, 신발부터 제대로 된 것을 사고 싶다. 굳이 산에 오를 생각은 없지만 기압계가 달린 시계도 필요하다. 내가 이래뵈도 겁데가리가 없다는 축에 끼는 사람인데, 대자연 앞에서 괜히 겸손한 체 하지 않는다. 대자연의 엄청난 폭력에 기가 질려 공포에 떠는 편이다.그런데 정글 한 복판에서 위성 인터넷이라니, 북한산 트래킹 코스에서 최고급 장비 쓰는 것만큼 천박해 보이긴 하지만 비웃지 않는다. 장비의 가치를 아니까. 그렇다고 위대하신 자연이 준비 안 된 놈들만 유난히 조지는 것은 아니지. 대자연은 항상 정치적으로 올바르시니까.
산에서 옷 많이 껴 입을 필요없다. 무조건 방수,방풍만 되면 된다. 달리말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기만 하면 된다. 언젠가 어떤 등산객이 내 15만원짜리 오버트라우저를 흘낏 보더니 하는 말을 듣고 감동먹었다. "최고의 방수,방풍복이 뭔지 아나? 동네 수퍼나 애들 문구점에서 파는 커다란 김장용 비닐이야. 왔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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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좀 넘어 gps와 만보계 따위를 챙겨 출발. 근육이 뻣뻣하고 묵직하다. 비봉까지 쉬지 않고 걸었는데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불안하다. 무시하고 걸었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어 비봉 꼭대기에서 서 있다가 종잇장처럼 날려갈 것 같아 얼른 내려왔다. 눈이 녹았고 일요일임에도 의외로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발 끝으로 사뿐사뿐 걸었다. 발끝으로 걸으면 이동중심을 잡는데 편했다. 그 탓에 만보계를 허리에 차도 천 걸음을 걸으면 구백 걸음 정도 밖에 찍히지 않았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속이 메슥거려 시원하게 위장에 들은 것은 다 게워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는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사모바위까지 악다구니로 쉬지 않고 걸었다. 휘휘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옷깃을 세우고 컵라면을 먹고 배를 뜨뜻하게 한 다음 다시 출발했다.
문수봉 언저리에 다다랐다. 저번주에 여기서 꼭대기까지 네 차례나 가다 쉬기를 반복했다. 그때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이 정도로 내 몸이 망가졌단 말인가? 그럴리가...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상태가 이상해져서 별 것 아닌 일마저 사회, 국가 탓을 하게 됨은 물론, 수시로 짖어대는 옆집 천문대의 스패니얼 강아지마저 증오하게 되니까.
한숨 한 번 쉰 다음 이를 악다물고 기어 올라갔다. 쉬지 않고 한번에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배낭에서 아내가 싸준 약밥을 꺼내 걸으면서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그리고 찰칵 스위치가 켜졌다. 뛰었다. 더 가도 괜찮지만 저번주처럼 평창동 쪽으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연시내 역에 내려 사우나에 들어가 각각 사우나실에 세 번, 냉탕에 세 번씩 몸을 담궜다. 냉탕의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머리통에 계속 맞아 가벼운 두통이 생긴 것까지 저번주하고 똑 같았다.
저번주에는 산행에 다섯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세시간 반 걸렸고 저번주에는 알이 배어 이틀이 지나 알이 풀렸지만 이번에는 알이 배기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안다. 저번주에는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반쯤 풀려 있었지만 이번 주에는 내리막길에서는 다리 근육에 부담을 주려고 일부러 걸음걸음을 가능한 천천히 떼었다. 저번주에는 죽을 둥 말둥 하면서 간신히 기어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술기운이 사라질 무렵부터 뛰어서 올라갔고 앞서가던 사람들이 내가 지나갈 때까지 길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래서 평균 속도 2.6km/h, 최대 시속 17km이라는 기록이 gps에 남았다. 만보계에는 19049걸음이 찍혔고 총 9.1km를 걸었으며 620kcal를 소모하고(만보계여, 웃기지 말아라. 그 이상이다) 1.8리터 분량의 수분을 체내에 흡수하고 300그램을 사우나에서 땀으로 빼냈다. 체중은 66.6kg, 지난 2년 동안 변하지 않은 그 체중으로 신속히 복귀했다.
이번 산행은 어디까지나 저번 주 산행의 당혹스러움, 말하자면 시골 소년의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이를 으드득 갈면서 하게 된 것이다. 그 정도로 몸이 나빠졌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주일 내내 그 생각에 잠 못 이뤘다. 체력이 그 모양이면 지금 내 상태는 거진 정신지체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다면, 노화(둔화)가 시작 되었다는 것.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하며 으슥한 숲속으로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눗는데, 불어오는 칼바람 때문에 자지 끝이 몹시 시렸다. 노화는 필연적이다.
어젯밤 같이 술 마시던 상유 아가씨 말에 따르면 내가 안띠구아에서 죽을 고생을 했던 화산 이름이 빠에야 라고 한다. 그 동안 이름도 모르는 화산을 증오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비바람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여서 분화구까지 내려가(물론 미친 짓이다) 벌건 용암과 쉭쉭 거리며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엄청난 수증기의 장벽 때문에 무서워 벌벌 떨면서도 따뜻한 돌을 주워 손과 가슴에 품고 체온 저하를 막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고 가시거리는 2m 안쪽이었다.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머리통이 데프콘3의 전략상황실로 탈바꿈해 있었다 -- 내게 생존 욕구는 본능 보다는 정보 처리에 더 가까왔다. 빠에야는 활화산이라서 최근에도 활화산다운 짓거리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아마존 정글 한 복판이나 그런 비바람이 몰아치는 화산에서 GPS, 노트북, 위성인터넷 따위의 첨단장비가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시골 소년의 '감'보다 못하고 쓸모 없는 것이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저번주에 혜관과 술 마시며 얘기하던 것과 비슷한 주제였다. 오늘 내가 입고 간 옷은 네팔리 양아치가 입고 다닐법한 네팔산 캐시미어 색동옷에 집에 나돌아다니는 작업용 목장갑을 끼고 체육복 바지 차림이었는데, 북한산을 방문한 사람들 중에서(북한산은 전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산으로 기록되었다) 등산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관계로 몹시 돋보이는 생뚱 맞는 패션이었다. 고작 트래킹 하는 사람들이 입는 것 하나만큼은 가히 일품이었다. 쿨맥스 내의, 폴라 폴리스 옷감에 고어텍스 오버트라우저는 기본이었고(개중에는 고어텍스 XCR도 있을 것이다) 트랙스타나 블랙 약 따위의 신발을 신고 멋진 선글래스와 밀러 배낭을 매고 다녔다(다행히 카멜 팩은 안 보였다). 노스페이스, 코롱스포츠, 영원, 에델바이스, 온갖 '메이커'는 다 봤다. 그것도 모자라서 지팡이를 집던가 충격 흡수 티타늄 쌍지팡이까지 들고 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가씨 말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이를테면 나는 오늘 그 화산에 돌아다닐 때 신고 다녔던 다 닳아빠진 신발을 신고 산에 갔다. 4년 전에 동대문에서 만원 주고 산 것이고 아직 해체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신고 다닌다. 30도의 비교적 경사가 급하지 않은 암반을 발끝으로 밟으면 얼음판의 아이스하키 퍽처럼 스무드하게 미끄러질 뿐만 아니라 지하철 바닥에 물청소라도 하면 직직 미끄러지는 신발이라 온 신경이 곤두서고 그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다. 빨판이 고어텍스 하이퍼그립이었다면 45도 암벽에서 허리 뻣뻣이 세우고 발끝으로 사뿐사뿐 건방지게 올라갔을 것이다.
이를테면 GPS, 쑨토 시계 따위 고가 장비는 멋으로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럴만한 댓가를 치룰 위험이 있을 수 있는 곳에서 보잘 것 없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 (난 피드백에 사용한다. 내겐 정보 처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경제 사정이 허락하면, 신발부터 제대로 된 것을 사고 싶다. 굳이 산에 오를 생각은 없지만 기압계가 달린 시계도 필요하다. 내가 이래뵈도 겁데가리가 없다는 축에 끼는 사람인데, 대자연 앞에서 괜히 겸손한 체 하지 않는다. 대자연의 엄청난 폭력에 기가 질려 공포에 떠는 편이다.그런데 정글 한 복판에서 위성 인터넷이라니, 북한산 트래킹 코스에서 최고급 장비 쓰는 것만큼 천박해 보이긴 하지만 비웃지 않는다. 장비의 가치를 아니까. 그렇다고 위대하신 자연이 준비 안 된 놈들만 유난히 조지는 것은 아니지. 대자연은 항상 정치적으로 올바르시니까.
산에서 옷 많이 껴 입을 필요없다. 무조건 방수,방풍만 되면 된다. 달리말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기만 하면 된다. 언젠가 어떤 등산객이 내 15만원짜리 오버트라우저를 흘낏 보더니 하는 말을 듣고 감동먹었다. "최고의 방수,방풍복이 뭔지 아나? 동네 수퍼나 애들 문구점에서 파는 커다란 김장용 비닐이야. 왔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