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fly

잡기 2005. 6. 25. 03:11
한 달 전 쯤에 스팀보이를 봤던가? 말하기가 꺼려지는 '작품'이었다. 앞으로 주욱 생각 안 났으면 좋겠다.

하루 일이 끝나면 firefly를 봤다. 간만에 멀티미디어 수렁에서 건진 물건이다. 스토리, 스페셜 이펙트, 엑션, 캐릭터, 사운드, 연출, 그 어느 것도 딱히 흠 잡을 것 없이 무난하다 -- 거지같은 영상물을 대충 참아가며 봐주는 최근 수 년 간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칭찬이 맞다 -- 니힐 동산의 왕따 텔레토비처럼 말해버렸군. -_-;

연출, 사운드, 캐릭터에 점수를 주겠다. 스토리는 그저 그렇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상물이 그 동안 많지 않았다. 딱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제인을 꼽겠다. 이런 시리즈가 1기로 쫑이 나서 아쉽다. 폭스 네트웍은 나같은 마이너, 아싸, 니힐, 텔레토비 따위나 좋아하는 이 드라마에 대한 청중의 반응이 시원찮아 중단해 버렸단다. 캠 들고 CG 찍는 괴이한 연출이나 멜랑콜리한 잡탕 사운드 트랙, 이야기 구조에 철철 넘치는 독기어린 위트와 페이소스 만으로도 충분히 점수를 받을만하지 않나 싶은데... 게다가 기본적으로 마초물이니까. (이문열도 좋아하지 않을까?) 최소한 카우보이 비밥 즐기던 이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파이어플라이의 배경은 나름대로 처절했다. 지구의 자원이 똑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지구 바깥으로 쫓겨난 지구인들이 여기 저기 행성 사이를 표류하게 된다. 테라포밍 덕택에 살만한 환경은 갖춰졌지만 그 테라포밍 때문에 나노봇과 유해 바이러스들로 가득찬 행성에서 어떤 작자들은 운좋게 살아남고 어떤 작자들은 운이 없었다. 그 와중에 초강대국이 된 중국과 미국이 유니피케이션 전쟁을 벌이고(이건 정확하지 않다) 두 패로 갈려 박터지게 싸우다가 얼라이언스의 승리로 전쟁은 진정된다. 레이놀즈는 그 전쟁에서 지는 편에 운 없이 끼어 있었고 지금은 전쟁 후 대세가 된 얼라이언스의 눈을 피해 해적질, 이를테면 열차강도질을 하고 파괴된 우주선을 도둑질 하고 병원을 털고 갱단과 손을 잡는 등 생계 유지에 힘쓰고 있다. 생업이 바쁜 관계로 우주를 구한다거나... 하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그쯤에서 시리즈가 끝난 것이다.

조디악에 어떤 이름을 붙여줄까 골몰하다가 머리가 아파서 관뒀는데, 적당한 이름이 생겼다. 파이어플라이에 등장하는 전직 병사인 흑인 여자 Zoe가 조디악의 이미지와 잘 맞았다.

반딧불이급 운송선(해적선) 세레니티의 '가족': 가운데가 선장 레이놀즈, 오른쪽 부터 컴배탄트 조이, 하이어드 제인, 쉐퍼드(프리스트), 엔지니어, 닥터, 파일럿, 싸이킥(미친년), whore는 사진에서 짤려 손만 살짝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디악 사길 잘 했다. 아니, 다들 왜 그 값싼 조디악을 안 사는지 궁금하다. 동영상 때문에 SD는 항상 꽉 차 있는 관계로, 내장 메모리 128MB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소설, 다큐먼트, 매뉴얼 따위 682개와 전자 사전 8개를 설치했다. 그 중 하나는 온라인 사전을 캡쳐한 47MB짜리였다. 깔았다가 10MB 짜리 영한사전만 하나만 남기고 모두 지웠다. 좀 더 많은 게임을 깔아야지, 사전 따위로 메모리를 낭비할 수는 없지.

Firefly title song: Balad for Serenity (0:52)

Take my love, take my land
Take me where I cannot stand
I don't care, I'm still free
You can't take the sky from me

Take me out to the black
Tell them I ain't comin' back
Burn the land and boil the sea
You can't take the sky from me

There's no place I can be
Since I found Serenity
But you can't take the sky from me...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you can't take the sky from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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