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hill

잡기 2005. 7. 13. 00:24
깜빡했는데, 아침에 만기 되었다고 전화가 와서 은행 가서 적금 해약하니 기념품을 준다. 섭섭하게, 해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 년 좀 넘게 한 달에 십만원씩 적금을 부었는데 아내 항공권 사줄 돈으로 쓰기에는 모자란다. 나머지 여행 경비는 알아서 충당하라고 일렀다. -- 항공권이야 약속한 것이니 그렇다치고, 아이들도 자기 여행할 비용은 여름방학에 열심히 알바 뛰어서 버는데, 사지 멀쩡하고 정신 생생한 사람이 남편한테 돈 타서 여행 갈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미리 못을 박는다. 강하게 키우자.

일요일 오후 불광 지하철 역에서 어떤 에스키모 아줌마가 영어로 구걸했다. 갑자기 여행지에 온 듯한 환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슬슬 준비해봐야 하기에 이리저리 자전거를 알아봤다. 자전거는 애당초 값 싸고 튼튼하고 잘 나가기 힘든 물건 임을 새삼 깨달았다. 어제 서너 시간이나 투자해 얻은 지식을 종합해 본 결과 원하는 자전거가 MTB,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 소재의 16인치 프레임과 타이어를 달고 24단 이상의 기어와 시마노 이지 파이어, 왠간하면 좋았으면 싶은 허브 달고 바퀴에 퀵 릴리즈가 장착된 대략 10~12kg 안팎의 것이다. 이상한 것은 완제품 자전거의 무게를 표기해 놓은 쇼핑몰이 거의 없다.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것들을 모두 고려해 볼 때 가격은 못해도 50만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쿨럭.

조셉 풀먼의 황금 나침반을 몇 년 만에 읽는다. 2편 까지 읽었는데, 3편 호박색 망원경을 읽으려니 도무지 전 편이 기억 안 난다. 옛날옛날 읽은 크릭의 책에서는 머리 속에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인상을 농축한 뉴런이 각각 한 마리씩 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이를테면 전애인A를 전담하는 뉴런, 전애인B의 기억을 전담하는 뉴런) 신경생리학자들한테 오랫동안 '무시'당하다가 얼마전 기사에서 크릭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발견' 기사를 봤다. 한국의 과학기자들의 훌륭한 수준을 감안하여 어쩌면 수십년전 물리학자였다가 별 재미 못 보고 생물학에 투신해 이중나선을 발견한 위대한 생물학자의 '놀라운 가설'을 지금 와서 떠들고 있는 것인지, 정말로 그 가설이 입증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어쨌건 내 머리통에서 풀먼 스토리 뉴런이 거의 죽어가는 것만큼은 확실하고 직관적이라 받아들이기 쉽다. 크릭은 당시 카오스 이론을 몰랐고 뉴런 끼리의 시냅스 접합이 뇌의 각각 부위의 다른 뉴런들과 균등하지 않게 연결되었다는 것이나, 뇌내 노이즈의 음, 중요성, 인접 뉴런과의 시냅스 접합의 통계적 분포보다는 상대적으로 뇌의 각각 부위에 하나씩 엉뚱하게 연결된 지류가 뇌의 초고속 정보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그 당시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희망 전도서의 첫 장에서 뇌에 관해 주구장창 잠꼬대처럼 늘어놓는 말, 인간은 평생 자기 뇌의 10%도 쓰지 못한다 심지어 아인슈타인 조차. 같은 말은 여전히 노력하고 삽질하는 자에게 응분의 보상이 따른다는 말처럼(사실 같은 말 아닌가?) 잘 먹혀 들어간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거다. 우기지 말자. -- 그렇다고 노력 안 하면 바보지.

apple ipod shuffle: life is random. <-- 즐~
tapwave zodiac: work smart, play hard. <-- 브라보!

and live well(being well). 웰~빙~머신 조디악은 완전방전되어 하는 수 없이 프로그램을 리스토어했다. 뉴런0에서 n까지 많은 기억들이 날아갔다 -- 한 동안 싱크 안 했다. 기억과 마찬가지로 뉴런은 영생하는 타입은 아니다. 뉴런은 그렇게 시들어 가고, 언젠가 이 우주의 모든 0은 0으로 남고 모든 1은 0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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