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사람을 구했다. 같이 일할 사람을 물색하느라 거의 일년을 보냈다. 여건이 안 맞고 상당한 리스크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기에 사람을 추천하기도 힘들고 또 그렇게 해서 파생된 책임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바람이 변하고 흰구름들이 다 흘러간 지금에 와서야 컨셉을 바꾸는 센스를 보여준 자신을 빈정거렸다. 사람은 구했지만 그래서 기분은 안 좋다.
멍청하면 사랑도 못한다.
20세 이전에는 음악을 안 들었다. 처음 들은 것이(처음? 웃기겠지만 음악에 전혀 관심없었다) 하드락과 클래식이었고 들을만 해서 집요하게 찾아다니며 듣기 시작했다. 모짜르트나 바하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시하고 재미가 없다. 음악과 수학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밥맛이 딱 떨어지는 그레고리언 성가류의 교조적인 음의 변화에 진력을 느끼기에 내심 음악이 수학을 닮지 않기를 바란다.
바하의 음악이 지닌 대칭성은 거의 건축 양식이나 수학 공식에 필적했다. 1/f. 2-5차원 프랙탈. 인정한다 -- 모짜르트나 바하는 천재다. 어떻게 그런 음악을 '재단'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들 음악은 정서적으로 잘 안 맞았다. 브람스나 차이코프스키는 마치 재즈처럼 참고 듣기 어려울 지경이고(예외가 있다면 마일즈 데이비스 정도?) 리스트, 베토벤, 말러, 스트라빈스키, 파가니니 등 소위 '천재성'은 그들보다 떨어지지만 열정적이고 신경질적인 음악을 즐겼다.
음악 때문에 확 맛이 간 첫 경험은 마이크 올드필드의 튜블라 벨즈를 들을 때 였다. 단조로운 멜로디 라인에 제각각 악기들이 소개되고 마지막으로 종 소리가 귓가에서 거대하게 울려퍼질 때의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아, 그 멋대가리 없고 깽깽거리는 종이 음악이 되는구나. 거리의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사물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심장이 멎을듯한 충격에 휩싸여 뎅뎅거리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넋이 나갔다. 음악이 그런 강렬한 이미지와 충격을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별별 고만고만한 소설을 읽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경악과 비슷했다. 머리속에서 별들이 펑펑 터지는 느낌. 15년 전의 일이다.
어쩌다가 데이터가 거의 날아간 조디악에 새로 이것저것 복사한 음악 중에 올드필드가 끼어 있었다. 그동안 시냅스가 늙어서 조용히 사라졌다고 생각했건만, 15년 전의 그 느낌이 마치 사고로 지워진 하드를 간신히 복구한 것처럼 50% 가량 되살아났다. Mike Oldfield, Tubular Bells Part 1 (25:29)
멍청하면 사랑도 못한다.
20세 이전에는 음악을 안 들었다. 처음 들은 것이(처음? 웃기겠지만 음악에 전혀 관심없었다) 하드락과 클래식이었고 들을만 해서 집요하게 찾아다니며 듣기 시작했다. 모짜르트나 바하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시하고 재미가 없다. 음악과 수학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밥맛이 딱 떨어지는 그레고리언 성가류의 교조적인 음의 변화에 진력을 느끼기에 내심 음악이 수학을 닮지 않기를 바란다.
바하의 음악이 지닌 대칭성은 거의 건축 양식이나 수학 공식에 필적했다. 1/f. 2-5차원 프랙탈. 인정한다 -- 모짜르트나 바하는 천재다. 어떻게 그런 음악을 '재단'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들 음악은 정서적으로 잘 안 맞았다. 브람스나 차이코프스키는 마치 재즈처럼 참고 듣기 어려울 지경이고(예외가 있다면 마일즈 데이비스 정도?) 리스트, 베토벤, 말러, 스트라빈스키, 파가니니 등 소위 '천재성'은 그들보다 떨어지지만 열정적이고 신경질적인 음악을 즐겼다.
음악 때문에 확 맛이 간 첫 경험은 마이크 올드필드의 튜블라 벨즈를 들을 때 였다. 단조로운 멜로디 라인에 제각각 악기들이 소개되고 마지막으로 종 소리가 귓가에서 거대하게 울려퍼질 때의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아, 그 멋대가리 없고 깽깽거리는 종이 음악이 되는구나. 거리의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사물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심장이 멎을듯한 충격에 휩싸여 뎅뎅거리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넋이 나갔다. 음악이 그런 강렬한 이미지와 충격을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별별 고만고만한 소설을 읽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경악과 비슷했다. 머리속에서 별들이 펑펑 터지는 느낌. 15년 전의 일이다.
어쩌다가 데이터가 거의 날아간 조디악에 새로 이것저것 복사한 음악 중에 올드필드가 끼어 있었다. 그동안 시냅스가 늙어서 조용히 사라졌다고 생각했건만, 15년 전의 그 느낌이 마치 사고로 지워진 하드를 간신히 복구한 것처럼 50% 가량 되살아났다. Mike Oldfield, Tubular Bells Part 1 (2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