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잡기 2005. 7. 22. 17:14
서버 메모리 릭을 수정 안하고 방치해 두었다. 그 동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쪽 일을 미뤘더니 일주일 놔 둔 서버 프로그램이 소중한 메모리를 12메가나 잡아 먹었다. 어제 저녁 일이 기분 좋게 마무리 되어 미뤄두었던 메모리 릭을 잡고 3억 가량의 패킷을 날려 테스트. 즐거운 마음으로 '사치코의 화려한 인생'을 보러 갔다. 눈 아프고, 졸았다. 별 재미 없다.


사치코의 화려한 인생을 보러간 필름포럼.


힘겨운 업무 조정을 마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일 하겠다는 친구가 안 한다고 정중히, 조심스럽게 고사했다. 영입에 거의 일 년을 준비한 일이고 그게 마무리 되어서 안도하다가 상황이 180도 달라졌지만 그의 입장을 수긍했고, 이해한다. 그에게 이 일은 큰 변화다. 그것을 그에게 접근시키는데 많은 잘못을 했다 -- 연착륙 유도를 하지 않았고 겁만 잔뜩 주었다. 게다가 그가 면접하러 공장에 내려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 것은 삭막함, 무거운 책임, 고독감, 반쯤 붕괴된 둣한 회사 이미지 등등 이지 싶다. 포근함과는 거리가 먼 횅한 공장이 과연 프로그래머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두 말 할 여지가 없다. 가뜩이나 썰렁한데 겁까지 주니 일할 맛 나겠어? 그런 상상을 하다가 히죽히죽 웃었다.

한 눈으로 과거를 보고 다른 눈으로 미래를 보면 중간에 낀 현실은 개판이 된다는 고래의 속담이 있다. 일이 틀어져서 개인적으로 서운하고, 그간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낙담했지만 뭐 어쩌겠나 싶다. 어린 시절부터 독선적인 내 관점에서 생각하고 말하다가 작살난 케이스가 한두 번이 아닌데 이번에도 그런 케이스다. 아내 역시 늘 그 점을 지적했다. 반성하자.

대성형 말로는 일 년 들인 노력치고는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간 들인 노력과 무관하게, 그 나름대로 생각 많이 한 듯 하고 그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문제라서 경중으로 치면 그의 생각을 존중하는게 옳겠다. 뭐 나름으로는 재고, 삼고해 보길 바라는 미련이 있지만 내 관점이 똥탕을 튀겼는데 다시 내 관점으로 얘기할 수도 없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럼 내 관점을 바꾸면? 내 관점은 '일'을 모색하고 해석하는 수 많은 관점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남은 더 많은 관점은 그 자신의 것을 포함하여, 스스로 발견하던가 무수한 다른 관점을 통해 입수하는 것이라고 본다.

자전거가 도착해서 일단 브레이크 유격부터 조절해야 하는데(그래야 '시승'해 보지) 마땅한 공구가 없다. 몇몇 사람들의 평에 따르면 20만원 주고 옥션에서 산 '다이아몬드백 쏘렌토'(라레이 M20)는 MTB 입문으로 쓰기에는 사양이 수상 쩍은 기종이다. 하지만 마음에 든다. 무게 13kg, 앞뒤 바퀴와 싯 포스트에 QR 레버가 달려 분해가 쉽고 24단이면 언덕을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같이 딸려온 '사은품들', 자전거 자물쇠, 암밴드, 핸드폰 지갑, 안전등, 브레이크등, 헬멧 등등을 다 합치면 굳이 다른 것은 장만하지 않고도 한 동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좀 허접해 보여도!



프레임 상단에 뒤 브레이크, 기어 시프트 와이어가 보기 흉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런 젠장.



앞 기어 시프터



뒤 기어 시프터 및 '사은품' 딸랑이.


앞 바퀴 quick release lever



앞 바퀴 포크, v-brake 및 쇽 앱저버


이걸 bb라고 부르던가? 디레일러와 BB? 3단.



패달. 크랭크 축과 패달이 좀 허접해 보임.



뒷 바퀴, 디레일러 8단



뒷 바퀴, quick release lever


뒷 바퀴, v-brake, 3000원 짜리 흙받이



seat post와 QR 레버. 이런 안장으로 내 불알과 사타구니가 무사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헬멧과 잡동사니들.

앞으로 살 것들:

* 자전거 가방
* 패니어
* 휴대용 공구셋
* 펑크 킷
* 안장 젤 커버
* 물통/물통받이
* 헤드라이트

돈 많이 깨지게 생겼군. 그나저나, 이걸 타고 3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뜨거운 도로를 달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땀이 삐질삐질 돋아나는 것 같다.

'파신'이라 불리우는 잘 생긴 아가씨가 있는데 자전거 타고 호주를 횡단한다던가, 춘천에서 설악산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등 여러 모로 존경스럽다. 술도 잘 마신다고 하더라. 본받자.

아내는 내 카메라 들고 제주도에 놀러 갔다. 일주일 후에 돌아올 것이다. 올린 사진을 모두 30만 화소짜리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는데 뭐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 듯.


6500원 주고 산 카메라 방수 케이스 속에 넣은 캐논 A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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