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 나서 공구를 안 사 며칠 동안 자전거를 방치했다. 집에 육각 나사 드라이버가 없다. 구매한 휴대용 공구가 도착해 완전 분해 완전 조립을 해 보려고 했으나, 역시 휴대용 공구로는 무리다. 공구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브레이크 이격 조절 하고 짐받이, 미등, 에어펌프 거치대, 물병 거치대 설치하고 안장 교체하는데만 두 시간 걸렸다.
이것 저것 사느라 자전거 외에도 15만원 가량 돈이 들었다. 가장 큰 지출은 QAMM 사의 자전거 가방, 시중가 11만원, 7월 중 행사가로 6만 7천 900원에 판매.
![](http://www.qamm.com/pdhg01.jpg)
* 구매 리스트
* 안장 가방 6000 -- 싯 포스트 뒤에 붙이는 것. 산 것을 후회중.
* 알미늄 물통 케이지 5000
* 자전거 가방 18000 -- 바퀴를 분해해 자전거를 수납후 이동할 때 사용
* 경량 에어 펌프 5000 -- 매우 허접. 후회.
* 펑크 패치 50장 3000
* 여분 튜브 x 2 5000
* 착탈식 알미늄 짐받이 16000 -- 하중 10kg까지 버틸 수 있음.
* 2m 고무줄 1000
* 벨로 MTB 안장 20000 -- 장거리 여행용 (전립선 보호?)
* 휴대용 공구 20000 -- 18가지 공구 셋
뒷 바퀴가 QR 레버라 싯 포스트와 뒷 바퀴 축에 연결해 달 수 있는 패니어를 사용할 수 없다. 패니어 가방 자체가 비싸기도 할 뿐더러 국내를 돌아다니는데 많은 짐을 실을 이유는 없다. 아이디어가 괜찮은 QAMM 가방을 사고 나서 장착해 보려니 연결 고리 크기가 작다. 자전거의 바엔드는 23x40인 반면 연결 고리는 30x30, 캄에 문의해 보니 새 연결 고리를 제작중이며 제작이 끝나면 장착할 수 있게 가방을 다시 보내달란다. 가방 자체는 그럭 저럭 마음에 든다. 작은 코펠과 버너, 옷가지 약간, 카메라, PDA, 충전기 등을 수납하기 충분하다.
대충 조립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했다. 응암역에서 올림픽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로 갈까 하다가 북한산성까지 차도를 따라 달렸다. 주로 국도로 다니게 될 터다. 저속 주행하는 인간이나 자전가가 유일한 장애물인 자전거 도로는 그래서 이런 저런 연습 정도에 필요하지 고려 대상이 못 된다.
한 시간 반 가량 도로 주행하면서 브레이크 이격을 재조정하고 안장 높이를 이리저리 조절했다. 안장 높이를 1.5cm 높였을 뿐인데도 패들링 감각이 달라진다. 안장을 높인 만큼 핸들도 따라 올려야(스템이라고 하던가?) 장시간 주행에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앞 쇼바 덕택에 손목에 무리가 덜 갈줄 믿었지만 인도로 올라와 요철을 십여분 통과하니 손목이 뻐근하다.
앞 브레이크는 둔하게 하고 뒷 브레이크를 빡빡하게 조절했다. 브레이크 자체는 여러 번 조절하여 좋아졌지만 가속을 신나게 받아 시속 30km 정도에서 급제동 하니 바퀴가 멎은 상태에서 귀에 거슬리는 타이어 마찰음이 들리면서 차체가 통째로 비틀린다. 제동 거리는 대략 15-20m 사이, 살 떨린다. 여러 번 시도하면서 제동 거리와 브레이크 감을 실험해봤지만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ABS처럼 짧게 여러 번 브레이크 레버를 당겨서 관성을 흡수하면 제동 거리가 길어질 뿐이다. 앞 브레이크 잡는 속도를 뒷 브레이크보다 늦추면 앞으로 고꾸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차체가 밀리는 현상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브레이크가 너무 잘 드는 것이 문제다. 몇년 전 제주도에서 비슷한 문제로 미끄러져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급경사에 빗길이라 브레이크가 안 먹어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박차고 뛰어내려 낙법을 하는 등 생쑈를 하고도 결국 피를 봤다. 핸들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바로 사고다.
앞 기어는 3단으로 고정, 뒷 기어만 조절했다. 앞 기어 건드릴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 긴 오르막길에서 허벅지의 근육이 당긴다. 산을 여러번 타면서 하체를 보강했지만 그래도 운동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하지 않은 탓에 근육에 힘이 없다.
차도라서 갓길을 따라 달리면서도 버스가 가장 신경 쓰인다. 서울 시내처럼 복잡한 곳에서 자전거를 타 보는 것이 처음이고 애당초 도심에서 자전거 타는 것에 겁이 난다. 갓길까지 밀어붙이는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왼쪽 손을 스쳐갈 때마다 식은 땀이 흘렀다. 교차로 부근 신호등 앞에서 차량이 정체될 기미가 보이면 택시가 요리조리 방향을 바꾸며 진로를 가로막아 신경이 곤두섰다. 갓길이 없는 좁은 1차선 도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차량과 같이 주행하면서 속도를 올렸다. 승용차와 속도를 맞춰야 하니 몹시 땀 난다.
주행 시간 1시간 30분, 8시 45분 무렵에 휴, 살았다는 심정으로 집에 도착. 자전거를 끌고 4층까지 올라갔다. 도로를 따라 달려서인지 별로 운동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샤워 하고 맥주 한 잔 하면서 실험 결과를 정리했다.
1. 편한 안장으로 교체했지만 사타구니 사이가 아프다. -- 자주 타서 익숙해지는 것 밖에 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2. 앞쇼바에도 불구하고 손목이 아프다. -- 허리가 숙여져 상체의 체중이 손목에 부담을 주는데, 스템을 좀 올려야 할 것 같다.
3. 핸들 잡은 손에 땀이 나서 미끌거린다. -- 장갑을 껴야겠다.
4. 가방을 메서 등에 땀이 많이 배긴다. -- 가방은 짐받이에 묶자. 그러려고 부러 별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돈 들여 산 것이니까.
5. 차량 사이의 좁은 길을 통과하고 그 사이에서 회절하는 것에 익숙해지자.
6. 브레이크 잡는 것은 연습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7. 저단 기어에서 패들링의 매 레볼루션마다 뒷 디레일러와 스프라켓을 주회하는 체인에서 귀에 거슬리는 딸깍음이 들린다. -- 디레일러 조정은 아직 자신이 없는데 천천히 시간내서 배우며 해야겠다.
애당초 레크레이션이나 진짜 산간을 데굴데굴 올라갈 목적으로 산 MTB가 아니라 '자전거 여행'이 목적이긴 한데, 어째서 국내에는 소위 시티 바이크처럼 편안하고 MTB 처럼 튼튼한 자전거가 시판되는 것이 없을까 아쉽다. 처음 자전거를 살 때 물망에 올려두었던 것은 아메리칸 이글 AE5300이었지만 14.5인치 짜리로 좀 작은 편이고 바퀴 분리가 안 되어 자전거 가방에 수납하기 귀찮다. 자전거 가방은 이 동네에서는 요술가방으로 불리는데, 기차나 지하철에서 규정상 자전거를 끌고 승차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자전거 가방에 넣으면 승차가 가능하단다. 그런데 가방 자체가 묵직하고 부피가 있어 이걸 들고 다녀야할 지 난감하다.
옛날에 읽은 김훈의 서정적인 여행기,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보다는 여행에 촛점을 맞췄다. 그래서 자전거의 최적 기어비를 찾거나 스포크 렌치를 들고 스포크 이격을 조절하거나 펑크를 때우는 '지저분한' 일들은 책에 적은 적이 없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니까 정말 좋더라, 뭐 그런 수준이었다. Science Fiction처럼 Science는 안 중요하고 Fiction에 무게 중심을 싣는 것과 비슷하다. '자전거 여행'이므로 나는 '자전거'와 '여행' 양자를 다 중시할 것이다.
SF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SF 읽기를 최근 등한시 한 덕택에 가장 최근에 읽은 SF는 시공사에서 나온 가드너 도조와의 앤솔로지, 21세기 SF 도서관 2권, '유전자가 수상하다'가 마지막이다. 역자 후기의 구한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빼고는 책을 훌륭하게 잘 만들었다. 역시나 개중 볼만한 글은 레이놀스 형님과 해밀턴 형님의 글이다. 둘 말고 그나마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레즈닉 할아범의 래글태글 집시, 오! 외에는 나머지는 왠 잡동사니인가 싶다.
가드너 도조와의 '편집 솜씨'에 거부감을 갖는 편이고 그가 Science Fiction의 Science는 유행에 맞춰 적당히 구색을 갖추는 정도라서 그 양반의 매년 묶음집 시리즈를 '올해 SF계의 10대 뉴스' 수준으로 여기는 정도다. 아울러 앤솔로지를 쇼핑 가이드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10대 가수의 최근 앨범에 리듬앤 블루스, 락발라드, 펑키, 재즈필 등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컴필레이션인지 쓰레기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것보다 하나의 일관성있는 컨셉을 주제로 전곡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앨범을 장기간 섭취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철학은 그렇고, 당분간은 브레이크 잡는 연습하고 자전거 조정(?)하고 체력을 키우는데 주력하자. 속도를 내거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거나 앞 바퀴 들고 달리는 것에는 관심없다. '자전거 여행'이 목적이니까. 아, 나는 어린 시절 내 키보다 큰 자전거를 타고 살던 터전을 벗어나 18시간 동안 어딘 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 달렸다.
우주전함 야마토 극장판을 지정사 모임에서 이씨 아저씨한테 받았다. 3일에 걸쳐 하루에 한 편씩 봤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게 낫다. 별 재미가 없다. 귀에 익은 주제가 빼고는 촌스럽기만 하고. 사무라이 숭배와 45년 패망후 일본인 전후 세대에 뿌리박힌 패배의식이 사나이들의 자기 중심적이고 낭만적인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었다.
반물질 테레사가 말했다. '나는 외로워요'
그러자 야마토의 승무원이 재빨리 말했다. '상태가 안 좋아보여. 빨리 가야 해!'
일본인하고 친해지기 힘든게, 정서적으로 안 맞는다. 물론 일본 여자들은 별개다. 야마토에서는 문법에 안 맞을 뿐더러 괴이한 헛소리를 줄곳 해내는 녀석들 때문에 보기가 좀 피곤했다.
이것 저것 사느라 자전거 외에도 15만원 가량 돈이 들었다. 가장 큰 지출은 QAMM 사의 자전거 가방, 시중가 11만원, 7월 중 행사가로 6만 7천 900원에 판매.
![](http://www.qamm.com/pdhg01.jpg)
* 구매 리스트
* 안장 가방 6000 -- 싯 포스트 뒤에 붙이는 것. 산 것을 후회중.
* 알미늄 물통 케이지 5000
* 자전거 가방 18000 -- 바퀴를 분해해 자전거를 수납후 이동할 때 사용
* 경량 에어 펌프 5000 -- 매우 허접. 후회.
* 펑크 패치 50장 3000
* 여분 튜브 x 2 5000
* 착탈식 알미늄 짐받이 16000 -- 하중 10kg까지 버틸 수 있음.
* 2m 고무줄 1000
* 벨로 MTB 안장 20000 -- 장거리 여행용 (전립선 보호?)
* 휴대용 공구 20000 -- 18가지 공구 셋
뒷 바퀴가 QR 레버라 싯 포스트와 뒷 바퀴 축에 연결해 달 수 있는 패니어를 사용할 수 없다. 패니어 가방 자체가 비싸기도 할 뿐더러 국내를 돌아다니는데 많은 짐을 실을 이유는 없다. 아이디어가 괜찮은 QAMM 가방을 사고 나서 장착해 보려니 연결 고리 크기가 작다. 자전거의 바엔드는 23x40인 반면 연결 고리는 30x30, 캄에 문의해 보니 새 연결 고리를 제작중이며 제작이 끝나면 장착할 수 있게 가방을 다시 보내달란다. 가방 자체는 그럭 저럭 마음에 든다. 작은 코펠과 버너, 옷가지 약간, 카메라, PDA, 충전기 등을 수납하기 충분하다.
대충 조립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했다. 응암역에서 올림픽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로 갈까 하다가 북한산성까지 차도를 따라 달렸다. 주로 국도로 다니게 될 터다. 저속 주행하는 인간이나 자전가가 유일한 장애물인 자전거 도로는 그래서 이런 저런 연습 정도에 필요하지 고려 대상이 못 된다.
한 시간 반 가량 도로 주행하면서 브레이크 이격을 재조정하고 안장 높이를 이리저리 조절했다. 안장 높이를 1.5cm 높였을 뿐인데도 패들링 감각이 달라진다. 안장을 높인 만큼 핸들도 따라 올려야(스템이라고 하던가?) 장시간 주행에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앞 쇼바 덕택에 손목에 무리가 덜 갈줄 믿었지만 인도로 올라와 요철을 십여분 통과하니 손목이 뻐근하다.
앞 브레이크는 둔하게 하고 뒷 브레이크를 빡빡하게 조절했다. 브레이크 자체는 여러 번 조절하여 좋아졌지만 가속을 신나게 받아 시속 30km 정도에서 급제동 하니 바퀴가 멎은 상태에서 귀에 거슬리는 타이어 마찰음이 들리면서 차체가 통째로 비틀린다. 제동 거리는 대략 15-20m 사이, 살 떨린다. 여러 번 시도하면서 제동 거리와 브레이크 감을 실험해봤지만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ABS처럼 짧게 여러 번 브레이크 레버를 당겨서 관성을 흡수하면 제동 거리가 길어질 뿐이다. 앞 브레이크 잡는 속도를 뒷 브레이크보다 늦추면 앞으로 고꾸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차체가 밀리는 현상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브레이크가 너무 잘 드는 것이 문제다. 몇년 전 제주도에서 비슷한 문제로 미끄러져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급경사에 빗길이라 브레이크가 안 먹어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박차고 뛰어내려 낙법을 하는 등 생쑈를 하고도 결국 피를 봤다. 핸들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바로 사고다.
앞 기어는 3단으로 고정, 뒷 기어만 조절했다. 앞 기어 건드릴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 긴 오르막길에서 허벅지의 근육이 당긴다. 산을 여러번 타면서 하체를 보강했지만 그래도 운동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하지 않은 탓에 근육에 힘이 없다.
차도라서 갓길을 따라 달리면서도 버스가 가장 신경 쓰인다. 서울 시내처럼 복잡한 곳에서 자전거를 타 보는 것이 처음이고 애당초 도심에서 자전거 타는 것에 겁이 난다. 갓길까지 밀어붙이는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왼쪽 손을 스쳐갈 때마다 식은 땀이 흘렀다. 교차로 부근 신호등 앞에서 차량이 정체될 기미가 보이면 택시가 요리조리 방향을 바꾸며 진로를 가로막아 신경이 곤두섰다. 갓길이 없는 좁은 1차선 도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차량과 같이 주행하면서 속도를 올렸다. 승용차와 속도를 맞춰야 하니 몹시 땀 난다.
주행 시간 1시간 30분, 8시 45분 무렵에 휴, 살았다는 심정으로 집에 도착. 자전거를 끌고 4층까지 올라갔다. 도로를 따라 달려서인지 별로 운동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샤워 하고 맥주 한 잔 하면서 실험 결과를 정리했다.
1. 편한 안장으로 교체했지만 사타구니 사이가 아프다. -- 자주 타서 익숙해지는 것 밖에 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2. 앞쇼바에도 불구하고 손목이 아프다. -- 허리가 숙여져 상체의 체중이 손목에 부담을 주는데, 스템을 좀 올려야 할 것 같다.
3. 핸들 잡은 손에 땀이 나서 미끌거린다. -- 장갑을 껴야겠다.
4. 가방을 메서 등에 땀이 많이 배긴다. -- 가방은 짐받이에 묶자. 그러려고 부러 별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돈 들여 산 것이니까.
5. 차량 사이의 좁은 길을 통과하고 그 사이에서 회절하는 것에 익숙해지자.
6. 브레이크 잡는 것은 연습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7. 저단 기어에서 패들링의 매 레볼루션마다 뒷 디레일러와 스프라켓을 주회하는 체인에서 귀에 거슬리는 딸깍음이 들린다. -- 디레일러 조정은 아직 자신이 없는데 천천히 시간내서 배우며 해야겠다.
애당초 레크레이션이나 진짜 산간을 데굴데굴 올라갈 목적으로 산 MTB가 아니라 '자전거 여행'이 목적이긴 한데, 어째서 국내에는 소위 시티 바이크처럼 편안하고 MTB 처럼 튼튼한 자전거가 시판되는 것이 없을까 아쉽다. 처음 자전거를 살 때 물망에 올려두었던 것은 아메리칸 이글 AE5300이었지만 14.5인치 짜리로 좀 작은 편이고 바퀴 분리가 안 되어 자전거 가방에 수납하기 귀찮다. 자전거 가방은 이 동네에서는 요술가방으로 불리는데, 기차나 지하철에서 규정상 자전거를 끌고 승차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자전거 가방에 넣으면 승차가 가능하단다. 그런데 가방 자체가 묵직하고 부피가 있어 이걸 들고 다녀야할 지 난감하다.
옛날에 읽은 김훈의 서정적인 여행기,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보다는 여행에 촛점을 맞췄다. 그래서 자전거의 최적 기어비를 찾거나 스포크 렌치를 들고 스포크 이격을 조절하거나 펑크를 때우는 '지저분한' 일들은 책에 적은 적이 없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니까 정말 좋더라, 뭐 그런 수준이었다. Science Fiction처럼 Science는 안 중요하고 Fiction에 무게 중심을 싣는 것과 비슷하다. '자전거 여행'이므로 나는 '자전거'와 '여행' 양자를 다 중시할 것이다.
SF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SF 읽기를 최근 등한시 한 덕택에 가장 최근에 읽은 SF는 시공사에서 나온 가드너 도조와의 앤솔로지, 21세기 SF 도서관 2권, '유전자가 수상하다'가 마지막이다. 역자 후기의 구한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빼고는 책을 훌륭하게 잘 만들었다. 역시나 개중 볼만한 글은 레이놀스 형님과 해밀턴 형님의 글이다. 둘 말고 그나마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레즈닉 할아범의 래글태글 집시, 오! 외에는 나머지는 왠 잡동사니인가 싶다.
가드너 도조와의 '편집 솜씨'에 거부감을 갖는 편이고 그가 Science Fiction의 Science는 유행에 맞춰 적당히 구색을 갖추는 정도라서 그 양반의 매년 묶음집 시리즈를 '올해 SF계의 10대 뉴스' 수준으로 여기는 정도다. 아울러 앤솔로지를 쇼핑 가이드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10대 가수의 최근 앨범에 리듬앤 블루스, 락발라드, 펑키, 재즈필 등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컴필레이션인지 쓰레기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것보다 하나의 일관성있는 컨셉을 주제로 전곡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앨범을 장기간 섭취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철학은 그렇고, 당분간은 브레이크 잡는 연습하고 자전거 조정(?)하고 체력을 키우는데 주력하자. 속도를 내거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거나 앞 바퀴 들고 달리는 것에는 관심없다. '자전거 여행'이 목적이니까. 아, 나는 어린 시절 내 키보다 큰 자전거를 타고 살던 터전을 벗어나 18시간 동안 어딘 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 달렸다.
우주전함 야마토 극장판을 지정사 모임에서 이씨 아저씨한테 받았다. 3일에 걸쳐 하루에 한 편씩 봤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게 낫다. 별 재미가 없다. 귀에 익은 주제가 빼고는 촌스럽기만 하고. 사무라이 숭배와 45년 패망후 일본인 전후 세대에 뿌리박힌 패배의식이 사나이들의 자기 중심적이고 낭만적인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었다.
반물질 테레사가 말했다. '나는 외로워요'
그러자 야마토의 승무원이 재빨리 말했다. '상태가 안 좋아보여. 빨리 가야 해!'
일본인하고 친해지기 힘든게, 정서적으로 안 맞는다. 물론 일본 여자들은 별개다. 야마토에서는 문법에 안 맞을 뿐더러 괴이한 헛소리를 줄곳 해내는 녀석들 때문에 보기가 좀 피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