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끼고 돌아 의정부에 가서 황씨를 만나 헬멧을 주고 대신 백라이트를 받았다. 황씨 아저씨의 새 자전거는 American Eagle AE5300 Presto, 14만원 주고 샀다는데 투어용으로 딱이다.
황씨 아저씨의 자전거는 부드럽게 잘 나가고 기어 변속이 상쾌하게 이루어졌다. 바디도 내 것보다 가볍다(11kg, 내것은 13kg) 그리고 라이저 핸들이라 장거리 여행에 적합해 보인다. 다만, 황씨 아저씨의 21단과 내 24단의 차이, 24인치 바퀴(황)와 26인치(luke)의 차이는 패들링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었다. 어차피 프레임이 14.5인치 짜리라 내 키에는 안 맞았기에 이전에 9만 9천원짜리 아메리칸 이글이 옥션에 올라왔을 때도 구매하지 않았다.
자전거 구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자전거는 아무래도 동네 자전거 가게에서 사는 것이 나처럼 옥션에서 싸게 올라온 것을 사는 것보다 백번 낫다. 어찌된 일인지 자전거 가게 주인들은 자기 가게에서 산 자전거가 아니면 손을 봐주려고 하지 않았다. 번번이 거절당하면서 하는 수 없이 자전거 정비를 배워야 했고, 공구와 부속을 눈물을 머금고 구입했는데 가격이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정비가 그리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닌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깝다.
자전거 각 부위의 명칭 정도는 알아둬야지 싶다. 자기가 즐기는 것의 제대로 된 '이름'조차 모른다면 그건 버그다. 자전거의 경우에는 바퀴벌레가 되겠군.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일반적인' 자전거 얘기가 아니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것들만 학습했다. 따라서 시마노의 계보라든가, 멋지고 섹시한 유명 브랜드 자전거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올 것이다. 못 살고 못 먹는 프롤레타리아트 궁상이 되지 싶은데...
접이식 자전거에는 좀 회의적이다. 자동차 트렁크에 쉽게 넣을 수 있고 용적을 적게 차지하며 운반이 편하다고들 하는데, 그럴 바에는 QR 레버가 달린 자전거를 사서 앞 바퀴 빼서 뒷좌석에 넣는 것이 낫다. 잘 들어간다. 앞뒷바퀴 빼면 트렁크에도 잘 들어간다. 그리고 운반하기 편하다? 접이식 자전거 무게나 일반 자전거 무게나 큰 차이 없다. 되레 더 무거운 것들도 있다. 10kg 넘는 자전거 들고 언제 어디서나 이동중 헬쓰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프레임: 자전거는 무조건 가벼운 것이 장땡이다. 원론이다. 프레임은 하이텐(강철)과 알루미늄, 티타늄, 카본 등이 있는데 순서대로 점점 가벼워지고 강도가 높아지지 싶고 그런 특성의 이로움이 증가하는 그래프는 선형인데 가격은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세히는 모른다. 마음속에 50만원 이상이면 '고가'라는 일종의 장벽이 형성되어 있는데 생업에 시달리는 관계로 마음의 벽을 깨부순 적이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프레임이 알루미늄인 것을 추천한다. 왜냐, 하이텐은 녹이 슬고 약간 더 무겁고 강도가 떨어지니까.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 자전거는 2-3년 꾸준히 타면 이것저것 많이 갈게 되는 것 같다. 차체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처럼 2-3년 타고 버린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멋진 MTB로 비포장 산악, 업다운힐 어택, 수시로 여기저기 꼴아 박으며 비바람을 뚫고 사나이 답게 달려가는 사람 얼마 없다. 가벼운 구릉이 끼어 있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하루 평균 4-50km 가량의 주행이면 일반적이지 싶다. 그런 길을 번쩍이는 카본 프레임으로 달리는 것은 한국에 만연한 특이한 현상, 일년에 너댓번 7-800미터 짜리 아기자기한 옆 동산 '트래킹'가기 위해 70만원짜리 상하의 등산 복장을 하는 것과 비슷하지 싶다. 하긴 한국에는 가격대 성능비를 농담따먹기로 여기는 '얼리어댑터'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티코는 절대 못사는 사람들이 좀 있지 싶다. 물론, 젊은이들이 티코를 안 사는 이유를 카섹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은 백퍼센트 공감한다.
프레임 크기: 170cm 이상의 키면 보통 프레임 크기는 16인치 짜리, 바퀴 크기는 26인치 짜리가 언제나 추천되었다. 14.5인치, 24인치 바퀴는 160-170cm 사이인 것으로 기억한다. 수치는 잊어버렸고 크랭크 암의 길이도 키와 상관있다. 인터넷 잘 뒤져보면 나온다. 하지만 바퀴 크기가 20인치가 안 되는 미니벨로 타입의 자전거가 그렇게까지 느리지는 않았고, 심지어 멋도 아는 여성이나, 오직 시티 바이크로만 쓰는 용도라면 차라리 앙증맞고 아담한 미니 벨로가 쓸모 있어 보인다. 모양이 예쁘다. 여자가 타기 쉽다. 그래도 나는 무조건 26인치 바퀴를 쓰겠다. 몇몇 자전거를 직접 타 보니 바퀴 크기 차이가 있다. 패달링 한 번에 주행거리 8cm 차이난다. 1분에 60회 패달링하면 4.8m. 한 시간이면 288m. 하하하.
자기 키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하는 방법? 가랑이를 탑 튜브(자전거의 다이아몬드형 프레임의 상단)에 끼웠을 때 2-3cm 정도 여유가 있으면 된다. 튼튼한 무생물에 자전거를 박았을 때 안장에서 미끄러져 탑 튜브에 사타구니를 쓸려 보면 이게 몹시 합리적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깨닫게 되지 싶다.
안장과 싯포스트: 안장과 안장 지지대의 높이 조절은 자주 타면서 이리저리 조절해 보면 되는데, 보통은 발 뒤꿈치로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가볍게 무릎이 굽혀지는 정도가 알맞다는 기준이다. '가볍게'다. 안장 높이 조절은 최적화될 때까지 반복해야 할 것이다. 안장 높이 1-2cm 차이로 패달링 동력이 많이 차이난다. 안장 높이가 낮으면 보통 무릅이 쑤신다. 그리고 선수 아닌 바에야 안장은 평평한 지면과 평형한 것이 보통인 것 같다. MTB의 안장은 폭이 좁고 딱딱해서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 여기저기가 쑤신다. 일부분은 자주 타서 익숙해지면서 극복해야 하는 것이긴 하나, 장거리 주행할 때 안장이 딱딱하면 마음 마저 아파진다. 그래서 안장에 덧씌워 쿠션을 만드는 젤 커버 라든가, MTB 안장이 아닌 일반 자전거용 스프링 안장이라든가, 푹신푹신한 MTB 안장이라든가, 가운데 구멍이 뚫린 전립선 안장 같은 것들이 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자전거 전용 져지를 입는 것이다.
쇽 앱저버: 쇽 앱저버는 아예 없는 것, 앞 바퀴에만 쇽 앱저버가 달린 하드테일형, 앞뒤 다 달린 풀 서스펜션 타입이 있는데 내 것이나 황씨 것은 하드테일이다. 쇽 앱저버가 앞 바퀴에만 있으면 손목에 덜 무리가 가는 것 같다. 풀 서스펜션 타잎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추천을 꺼리는데, 이유는 아마도 서스펜션이 패달링 동력을 많이 깎아먹기 때문일 것이다. 요철이 있는 업힐(언덕 오르기)에서 땀을 좀 더 흘리게 된다는 뜻이다. 자전거 주행의 분수령은 업힐이다. 다운힐에서는 누구나 50-60kmh 나온다. 당연히, 업힐을 생각하면 자전거를 안 타고 있더라도 마음속으로 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업힐 중에 앞 택시가 가로 막아 가뜩이나 낑낑거리고 있는데 브레이크를 하는 수 없이 잡아야 할 상황이면 활자화되지 않은 딜비쉬의 염병할 욕설들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마구 떠오르기도 한다.
기어: 21단은 3x7, 24단은 3x8이다. 뒷기어 고작 1단 차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21단과 24단이 차이가 있다. 황씨 아저씨의 21단 자전거 주행을 뒤에서 쫓아가면서 그의 패달링을 보며 느낀 것인데 그가 평범한 오리 처럼 발을 젓는다면 나는 깨달은 오리처럼 조금쯤은 더 우아하게 패달링 했다. 하지만 24단 기어는 보편적인 21단에 비해 현저하게 비싸다. 기어 박스 하나 더 달고 시프터에 눈금 하나 더 있는 것 뿐인데 비싼 이유는, 아무래도 21단이 널리 보급된 것인 반면 24단은 보급이 안되어서지 싶다. 여러 가지 실험을 못 해봐서 21단과 24단 사이의 성능 차이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핸들과 스템: MTB에 아주 불만스러운 부분. 한국에서는 스틱형 일자 핸들로 아예 통일해 버린건가? 간간이 보이는 라이저 핸들이란 것은 스틱 핸들보다 좌우가 약간 올라온 것이다. 라이저 핸들은 장거리 주행할 때 상체가 스틱보다 많이 펴져 손목에 무리가 덜 간다. 핸들을 편안하게 잡았을 때 손목이 꺽이는 각도는 5-10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더라. 뭐 나도 5-10 가량 나오긴 하지만 서너 시간 연속 주행하면 손바닥이 뻐근하고 손목이 아리다. 처음 자전거 사서 신나는 사람은 그 차이를 잘 모를 것이다. 하여튼 핸들이 편안하면 장거리 주행에 좋다.
타이어: 오프로드 주행이 아니면 굳이 MTB용 두꺼운 타이어를 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주행이 무겁고, 그렇다고 제동이 더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광폭 타이어'일수록 힘이 좀 더 든다.
브레이크: 보통은 일반적인 말발굽 모양의 v-brake를 사용한다. 그래서 굳이 뭐가 달려 있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보다, 브레이크는 쓰면 쓸수록 느슨해지고 일주일 주행중 못해도 1-2일 이상, 말하자면 거의 매일 정비가 필요하다. 브레이크 이격 조절은 공구가 있어야 한다. 나중에 설명.
기어 시프트: 오토바이처럼 돌려서 하는 그립 시프터와 시마노에서 개발한 원터치 하이 로우 레버 시프터가 있는데 원터치(아마 이지 파이어가 정식명칭이지 싶다)가 사용하기 편했다. 기어 시프팅은 연습이 좀 필요하다. 케이던스(일정 속도의 패달링 리듬)를 꾸준히 유지하도록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어 시프팅을 하게 된다. 3단 짜리 앞 기어에서 일반적인 주행시에는 2단에 놓고 고속 주행시에 3단에 놓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고 뒷 기어는 고속 평지 주행시는 7-6 부근, 약간의 경사에서는 5-4, 급경사에서는 차례대로 3-2-1 순으로 움직인다. 말뚝 기어 자동차나 오토바이 타 본 사람은 쉽게 이해할 것이다. 기어 변속은 리듬을 유지할 수 없을 때 한단씩 땡기고(저단 7->1) 오르막의 막바지에서 평지 또는 내리막일 때 한단씩 밀어내면(1->7) 된다. 연습하다 보면 차차 몸에 배이는데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싶다. 일단 편하고 안정적으로 패달링을 지속할 수 있는 리듬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리듬은 분당 60-70회다. 기어비와 바퀴 크기, 그리고 패들링 속도를 알면 속도 계산이 된다. 분당 6-70회면 21단 짜리 기어의 가장 고단일 때 어느 정도 스피드가 나올까. 대략 20~25kmh 가량이다. 나처럼 처음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분당 6-70회로 꾸준히 두어시간 밟으라는 것은 한 번 죽어보란 소리다. 처음부터 6-70 회 할 생각 말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리듬을 타면서 기어 시프팅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에 조금씩 속도를 올려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속도계가 있으면 어느 정도 바이오 피드백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패들링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왜? 리듬을 타면 힘이 덜 든다.
QR 레버: 앞뒤 바퀴의 QR 레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야지만 자전거 포장 가방에 컴팩트하게 넣어 우송이 간편하다고 믿었는데, 버스로 자전거를 옮기니까 내 경우에는 QR 레버가 의미가 없었다. -_- 굳이 QR 레버가 아니더라도 작은 스패너 정도면 앞 뒤 바퀴 분리하는 것이 큰 일은 아니다. QR 레버가 있어 좋은 점을 잘 모르겠다. F1 그랑프리 레이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전용구: 제대로 안전용구 구입하면 자전거 구매 비용만큼 나온다.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다.
헬멧: 자전거 사고의 90% 가량이 머리가 깨진단다(신뢰는 안 간다). 헬멧의 겉감은 강화 플라스틱(속칭, 파이버)인 것 같고 안쪽은 스티로폼으로 되어 있다. 머리가 땅에 먼저 박으면 스티로폼이 압축되면서 충격량을 흡수해 머리를 보호해 준다(그럼 목은?). 따라서 다음 번에는 그 헬멧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멋있고 스티로폼 없는 독일군 헬멧은 어떨까? --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다. 난 헬멧 쓰면 땀나서 안경에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안 쓴다. 골이 빈 탓에 배드민턴 공처럼 머리부터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보는 탓도 있다. 그리고, 혹시, 낙법을 익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장갑: 이걸 안전용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손가락이 나온 것은 안전용구로서 기능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폼 안나게 패드를 잔뜩 댄 긴 장갑을 끼고 다니자니 땀나고 덥겠지? 차라리 핸들 바에 바엔드를 장착해서 손이 땅바닥에 쓸리기 전에 바엔드가 긁히는 것이 낫겠다. 버스가 지나갈 때도 쓸모가 있고 벽에 핸들이 긁힐 때도 손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장갑이든 장갑은 한 번 끼어보면 아마 계속 끼고 다니게 될 것이다. 그립 때문이기도 하고 손바닥 패드 때문에 손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어준다. 한국의 아스팔트는 공사를 자주하는 탓인지 요철 꽤 많다. 난 목장갑 사서 손가락 잘라 사용한다. 싸다.
보안경, 팔꿈치, 무릎 보호대: 진짜 MTB 해 볼 생각이셔?
뒤깜빡이: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미친 차들을 보면 야간 주행시 뒤깜빡이를 절로 달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야간 주행은 아예 안 하는 것이 장수하는 길이다. 실은 뒤깜빡이가 정말 쓸모가 생기는 경우는 전등이 없는 으슥한 지방도를 주행할 때다. 아낌없이 전기를 써서 '미인 50명 대기' 간판을 번쩍이게 만드는 시내에서야...
앞 헤드 라이트: LED 집속 라이트는 대체로 가시 거리가 5m 안쪽이다. 속도가 꽤 날 때는 시야 확보가 안 되어 별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그래서 헤드라이트에 깜빡이 기능이 있는데 앞에 사람이 있으면 깜빡이 보고 알아서 피하라는 뜻인 것 같다). 브레이크 제동 거리를 잘 알아둬야 한다. 브레이크를 잡아 바퀴가 멈추기 직전이 제동력이 가장 좋다. 그것을 한계 제동이라고 하더라. 제동거리 계산하는 수식은 어려워서 생략하고(마찰계수를 내가 어떻게 알겠냐?), 경험상. 25kmh 속도로 주행중인 80kg짜리 물체(인체+자전거)가 갑자기 멈출 때 제동거리는 대략 3-5m 가량 된다. 뒷 브레이크와 앞 브레이크의 사용 비율은 프로 선수의 경우 1:9 정도 라고 하는데 뒷 브레이크 잡으면 자전거 전체가 S 커브를 그리며 미끄러지다가 재수 없으면 90도로 꺽이고 자빠진다(내가 그 경험 참 많다) 앞 브레이크를 잡을 때는 무게 중심을 뒤로 이동시키는 연습을 평소 해 둬야 할 것이다. 제동력은 앞 브레이크 쪽이 더 높다고 한다. 하여튼 브레이크 잡는 법과 제동 거리는 반드시, 그리고 시간날 때마다 몸에 익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 연습 덕택에 일반 도로 주행시 사고 많이 피했다. 얼마나 많이 피했던가... 아, 셀 수가 없군...
자전거 복장: 제대로 구매하면 저가 자전거 2대 이상의 가격이다. 져지라고 불리는 기능성 옷인데 웃도리는 무늬가 화려 찬란해서 밤낮으로 잘 보인다. 입기가 좀 민망한 쫄쫄이 바지는 엉덩이에 패드를 대서 장거리 주행에 유리한데, 입으면 좀 오리 같다. 한 번 입기 시작하면 계속 입게 된다고 하더라. 난 같은 계열의 기능성 옷인 등산복을 입는다. 가격이 훨씬 싼데(한국에 등산하는 사람이 워낙 많고 옷가게들이 사시사철 땡처리를 하다보니) 무늬는 덜 화려해서 밤에 입고 다니기는 위험스럽지 싶다 -- 안전이고 나발이고 땀의 확실한 배출, 그거면 장땡이다.
자전거 정비용 공구: 공구셋이 여러 종류 있다. 하나 사두면 이모저모 쓸모가 많다. 특히 6각렌치. 자전거의 거의 모든 부속은 6각 나사를 사용한다(구동 부품은 대체로 육각렌치를 많이 사용한다. 나사 쓰면 나사홈이 쉽게 부서지고 나사로는 구동 부위를 꽉 조이기 힘든 까닭이다). 브레이크 와이어 이격 조절은 거의 매일 하게 된다. 경정비에 사용하는 것들은 6각 렌치, 스포크 렌치, 15mm 스패너(패달 교환 따위), 드라이버 등속이 있고 펑크 때울 때 타이어 레버, 펑크 패치, 에어펌프 등등이 필요하다. 그외 오일(재봉틀 기름도 상관없지만), 방청제(WD-40 따위), 솔(나는 칫솔을 애용) 등이 필요하다. 어차피 바텀 브래킷, 크랭크, 스템 따위는 직접 손대려면 공구가 많이 필요해져 자전거 가게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차체에 녹이 슬건 말건 신경 안 쓰면 편하지만 적어도 체인과 디레일러, 스프라켓, 브레이크 및 기어 와이어는 지저분하게 이물이 묻거나 녹이 슬면 구동부위를 갉아먹고 주행에 많은 영향을 주므로 가끔은 정비랍시고 '청소'를 해 줄 필요가 있다. 청소 방법은 간단하다. WD-40 뿌리고 30분 후 녹과 찌꺼기가 떨어져 나가면 닦아내서 잘 말린 다음, 오일 발라주고(테프론 오일 스프레이가 간단해서 좋다) 마른 걸레로 쓱 닦아 주는 것이다.
이미 자전거를 산 처지라 뭐라 하긴 뭣하지만 몇 가지 저기 지적한 주의 사항만 염두에 두고 동네 자전거포에서 6-7만원하는 자전거를 부담없이 사서 2-3년 열심히 잘 굴려 먹다가 페기처분하고 그때 나온 더 좋은 자전거를 6-7만원에 사서 몰고 다니는 것이 장땡이라고 본다. 나처럼 투어나 시내 주행하는데 굳이 좋은 자전거 살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물론 차이가 있다. 모르는 거 아니다)
황씨 아저씨와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중에 자전거 속도계 얘기가 나왔는데, 6-7만원 하는 유선 또는 무선 속도계를 사느니 차라리 GPS를 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일명 '노랭이'라고 불리는 내 Garmin eTrex는 이미 단종된지 오래 되었으나 아직도 세계적으로 불후의 명작 취급을 받고 있다. 140x160짜리 커다란 LCD에 알기쉽게 나오는 화면도 큰 몫을 한다. 잘만하면 eBay에서 80여불 가량에 구입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지금 들어가서 조사해 보니 50$ 가량 한다. 더 둘러보니 Summit 기종이 100$ 가량 했다. Summit에는 고도 로그와 기압계, 그리고 '진짜' 컴퍼스가 달려 있다. 사려면 바이크 마운트 홀더와 PC cable을 같이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참, 가민과 달리 마젤란은 필요한 정보를 한 화면에 한꺼번에 출력하는 모드가 있는데 그점에서는 마젤란 것이 가민 것보다 낫다. 가민 GPS는 주행중 버튼 누르는 것이 신경쓰인다.
국내 gps는 차량용이 대부분이라 장시간 사용이 필수적이고 자동차 시거잭을 이용한 충전이 불가능한 장거리 트래킹이나 바이크 라이딩에는 큰 쓸모가 없다. pda와 gps receiver를 들고 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 때문에 한국 지도가 나온다는 매릿을 빼고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자전거에 ipaq pda 마운팅 해서 쓰는 사람이 있을까?
Garmin eTrex로 알 수 있는 것
* 해뜨는 시각, 해지는 시각: 주행계획을 세우는데 쓸모 있다.
* trip odometer: 주행거리계. 자전거용 속도계에도 붙어 있다.
* trip time: 주행시간. 자전거용 속도계에도 붙어 있다.
* max, average speed: 주행속도계. 자전거용 속도계가 더 정확하다.
* track log & pc interface: 자전거 속도계에 없는 기능. 자신이 지나간 코스를 알 수 있다. 각 지점마다 경위도, 고도, 시각 등이 기록되므로 GPS trackmaker 따위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주행기록을 알 수 있다. 더더군다나 주행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지도를 가지고 트랙 로그를 pc에서 만들어 gps에 업로드 하면 gps로 routing이 가능하다. 오늘 의정부의 전혀 모르는 길을 가서 황씨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것 때문에 가능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자전거용 속도계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Garmin Summit에 추가된 기능
* '진짜' 나침반: 자북(magnetic north)을 알 수 있다. gps의 위성 나침반은 위성 수신이 불가능할 때 쓸모가 없다. 자북은 어느 때 의미가 있을까? 웨이포인트도 안 잡혀 있고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상황에서 날이 흐려 태양 컴퍼스를 사용할 수 없는 등, 어쩔 수 없이 자기만의 신비스러운 감을 믿고 가야 할 때.
* 기압계: 일기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기압 저하에 대비(비가 올 징조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
* altitude profile log: eTrex는 pc가 없으면 이걸 볼 수가 없다. 안 써봐서 어디에 쓸모가 있을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산악 트래킹할 때도 고도가 큰 의미는 없었다. 보면 열 받으니까 안 보고 말지!
아무리 생각해도 6-7만원 하는 속도계를 구입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으로 보인다. 차라리 심박계를 산다면 쓸모나 있을텐데.
그럼 자전거 속도계가 gps보다 나은 점: 긴 배터리 시간. 위성이 있으나 없으나 주행상황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런데 대부분의 도로에서 위성이 셋 이상은 늘 잡히므로 두번째는 큰 의미가 없다. 주행 내내 주행로그를 쳐다볼 것도 아니고.
eTrex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신품 가격이 20여만원 한단다. 3년 전인지 4년 전인지 여행 중 이란에서 백몇십불 주고 산 것인데 사실 싼 값에 꼭 필요한 기능만 들어 있어서 여행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테헤란 대학 앞 부근의 건축용품 가게의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 사겠다고 마음 먹고 들어갔다. 차 한 잔 대접받고 이틀에 걸쳐 가게를 방문하며 협상하니까 자기들 끼리 상의 하더니만 이란을 방문한 한국인 손님에게 스페샬 프라이스로 주겠다고 해서 환호작약했던 기억이 난다. 워터 프루프에 아주 튼튼해서 3년 동안 여행 다닐 때마다 들고 다녔으며 쓸모가 많았다. 이를테면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를 찍어두고 길 잃어버릴 염려 없이 시내를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나같은 뚜벅이에게는 엄청난 매릿이다. 사막에서도 길을 잃어 버리지 않았던 것은 '신뢰성이 매우 우수한' 이놈 덕택이다. 그리고 그걸 사게 된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계기는, 사막에서 심한 눈보라 속을 길을 잃고 헤멘 경험이 있고 나서다. 눈보라 속에서 함께 헤메던 일본애와 꼭 끌어안은 채 서서히 잠이 들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_-
황씨한테 백라이트를 받았다. 자전거 도로는 식상하고... 헤드라이트도 있는데 시내 야간 주행을 한 번 해 볼 겸 해서 모르는 길을 따라 갔다. 몇몇 큰 도로 빼고는 전혀 모르는 길이다.
혜화 로터리 맞은편 롯데리아에서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우연히 냅킨으로 얼굴을 문질렀는데 새까만 매연이 적나라하게 묻어 나와 몹시 놀랐다. 서울 시내의 이런 자연 환경 속에서 두꺼운 파운데이션 파우더는 연약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여성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행인을 한 번 치일 뻔 했다. 차들에 가려 사람이 횡단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GPS의 Home 까지 직선 거리 11km 였지만 길을 몰라 도로 이곳저곳으로 가다가 삼청각까지 올라가는 지독한 업힐에서 땀을 바가지로 흘리고 결국 자전거에서 내렸다. 다시 도전. 어쩌다 흘러흘러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흐린 헤드라이트로는 다운힐 할 때 굽이가 안 보여 겁이 나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터널 둘을 지나 상명대 앞에 다다랐을 때, gps는 전방 8km 지점을 가리켰지만 gps를 무시하고 역주행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내 감을 믿었고 그 감이 맞았다.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나저나 얼마나 헤메 다녔는지 코스가 곰 발바닥 같다.
집 -> 북한산성 -> 송추 -> 의정부 -- [황씨 만남] --> 도봉역 -> 석계역 --[헤어짐]--> 돌곶이역 -> 월곡역 -> 고려대 -> 보문역 -> 동묘역 -> 동대문역 -> 종로5가역 -> 대학로 -> 혜화동 로타리 -> 서울 과학고 -> 삼청각 -> 삼청터널 -> 경복궁을 한 바퀴 돌아 -> 경기상고 -> 자하문터널 -> 상명대 -> 홍제역 -> 녹번 -> 불광 -> 집
63.3km (3h50m, 실제로는 대략 70km), max/avg: 55.5kmh, 15.4kmh.
황씨 아저씨의 자전거는 부드럽게 잘 나가고 기어 변속이 상쾌하게 이루어졌다. 바디도 내 것보다 가볍다(11kg, 내것은 13kg) 그리고 라이저 핸들이라 장거리 여행에 적합해 보인다. 다만, 황씨 아저씨의 21단과 내 24단의 차이, 24인치 바퀴(황)와 26인치(luke)의 차이는 패들링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었다. 어차피 프레임이 14.5인치 짜리라 내 키에는 안 맞았기에 이전에 9만 9천원짜리 아메리칸 이글이 옥션에 올라왔을 때도 구매하지 않았다.
자전거 구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자전거는 아무래도 동네 자전거 가게에서 사는 것이 나처럼 옥션에서 싸게 올라온 것을 사는 것보다 백번 낫다. 어찌된 일인지 자전거 가게 주인들은 자기 가게에서 산 자전거가 아니면 손을 봐주려고 하지 않았다. 번번이 거절당하면서 하는 수 없이 자전거 정비를 배워야 했고, 공구와 부속을 눈물을 머금고 구입했는데 가격이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정비가 그리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닌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깝다.
자전거 각 부위의 명칭 정도는 알아둬야지 싶다. 자기가 즐기는 것의 제대로 된 '이름'조차 모른다면 그건 버그다. 자전거의 경우에는 바퀴벌레가 되겠군.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일반적인' 자전거 얘기가 아니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것들만 학습했다. 따라서 시마노의 계보라든가, 멋지고 섹시한 유명 브랜드 자전거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올 것이다. 못 살고 못 먹는 프롤레타리아트 궁상이 되지 싶은데...
접이식 자전거에는 좀 회의적이다. 자동차 트렁크에 쉽게 넣을 수 있고 용적을 적게 차지하며 운반이 편하다고들 하는데, 그럴 바에는 QR 레버가 달린 자전거를 사서 앞 바퀴 빼서 뒷좌석에 넣는 것이 낫다. 잘 들어간다. 앞뒷바퀴 빼면 트렁크에도 잘 들어간다. 그리고 운반하기 편하다? 접이식 자전거 무게나 일반 자전거 무게나 큰 차이 없다. 되레 더 무거운 것들도 있다. 10kg 넘는 자전거 들고 언제 어디서나 이동중 헬쓰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프레임: 자전거는 무조건 가벼운 것이 장땡이다. 원론이다. 프레임은 하이텐(강철)과 알루미늄, 티타늄, 카본 등이 있는데 순서대로 점점 가벼워지고 강도가 높아지지 싶고 그런 특성의 이로움이 증가하는 그래프는 선형인데 가격은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세히는 모른다. 마음속에 50만원 이상이면 '고가'라는 일종의 장벽이 형성되어 있는데 생업에 시달리는 관계로 마음의 벽을 깨부순 적이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프레임이 알루미늄인 것을 추천한다. 왜냐, 하이텐은 녹이 슬고 약간 더 무겁고 강도가 떨어지니까.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 자전거는 2-3년 꾸준히 타면 이것저것 많이 갈게 되는 것 같다. 차체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처럼 2-3년 타고 버린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멋진 MTB로 비포장 산악, 업다운힐 어택, 수시로 여기저기 꼴아 박으며 비바람을 뚫고 사나이 답게 달려가는 사람 얼마 없다. 가벼운 구릉이 끼어 있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하루 평균 4-50km 가량의 주행이면 일반적이지 싶다. 그런 길을 번쩍이는 카본 프레임으로 달리는 것은 한국에 만연한 특이한 현상, 일년에 너댓번 7-800미터 짜리 아기자기한 옆 동산 '트래킹'가기 위해 70만원짜리 상하의 등산 복장을 하는 것과 비슷하지 싶다. 하긴 한국에는 가격대 성능비를 농담따먹기로 여기는 '얼리어댑터'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티코는 절대 못사는 사람들이 좀 있지 싶다. 물론, 젊은이들이 티코를 안 사는 이유를 카섹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은 백퍼센트 공감한다.
프레임 크기: 170cm 이상의 키면 보통 프레임 크기는 16인치 짜리, 바퀴 크기는 26인치 짜리가 언제나 추천되었다. 14.5인치, 24인치 바퀴는 160-170cm 사이인 것으로 기억한다. 수치는 잊어버렸고 크랭크 암의 길이도 키와 상관있다. 인터넷 잘 뒤져보면 나온다. 하지만 바퀴 크기가 20인치가 안 되는 미니벨로 타입의 자전거가 그렇게까지 느리지는 않았고, 심지어 멋도 아는 여성이나, 오직 시티 바이크로만 쓰는 용도라면 차라리 앙증맞고 아담한 미니 벨로가 쓸모 있어 보인다. 모양이 예쁘다. 여자가 타기 쉽다. 그래도 나는 무조건 26인치 바퀴를 쓰겠다. 몇몇 자전거를 직접 타 보니 바퀴 크기 차이가 있다. 패달링 한 번에 주행거리 8cm 차이난다. 1분에 60회 패달링하면 4.8m. 한 시간이면 288m. 하하하.
자기 키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하는 방법? 가랑이를 탑 튜브(자전거의 다이아몬드형 프레임의 상단)에 끼웠을 때 2-3cm 정도 여유가 있으면 된다. 튼튼한 무생물에 자전거를 박았을 때 안장에서 미끄러져 탑 튜브에 사타구니를 쓸려 보면 이게 몹시 합리적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깨닫게 되지 싶다.
안장과 싯포스트: 안장과 안장 지지대의 높이 조절은 자주 타면서 이리저리 조절해 보면 되는데, 보통은 발 뒤꿈치로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가볍게 무릎이 굽혀지는 정도가 알맞다는 기준이다. '가볍게'다. 안장 높이 조절은 최적화될 때까지 반복해야 할 것이다. 안장 높이 1-2cm 차이로 패달링 동력이 많이 차이난다. 안장 높이가 낮으면 보통 무릅이 쑤신다. 그리고 선수 아닌 바에야 안장은 평평한 지면과 평형한 것이 보통인 것 같다. MTB의 안장은 폭이 좁고 딱딱해서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 여기저기가 쑤신다. 일부분은 자주 타서 익숙해지면서 극복해야 하는 것이긴 하나, 장거리 주행할 때 안장이 딱딱하면 마음 마저 아파진다. 그래서 안장에 덧씌워 쿠션을 만드는 젤 커버 라든가, MTB 안장이 아닌 일반 자전거용 스프링 안장이라든가, 푹신푹신한 MTB 안장이라든가, 가운데 구멍이 뚫린 전립선 안장 같은 것들이 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자전거 전용 져지를 입는 것이다.
쇽 앱저버: 쇽 앱저버는 아예 없는 것, 앞 바퀴에만 쇽 앱저버가 달린 하드테일형, 앞뒤 다 달린 풀 서스펜션 타입이 있는데 내 것이나 황씨 것은 하드테일이다. 쇽 앱저버가 앞 바퀴에만 있으면 손목에 덜 무리가 가는 것 같다. 풀 서스펜션 타잎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추천을 꺼리는데, 이유는 아마도 서스펜션이 패달링 동력을 많이 깎아먹기 때문일 것이다. 요철이 있는 업힐(언덕 오르기)에서 땀을 좀 더 흘리게 된다는 뜻이다. 자전거 주행의 분수령은 업힐이다. 다운힐에서는 누구나 50-60kmh 나온다. 당연히, 업힐을 생각하면 자전거를 안 타고 있더라도 마음속으로 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업힐 중에 앞 택시가 가로 막아 가뜩이나 낑낑거리고 있는데 브레이크를 하는 수 없이 잡아야 할 상황이면 활자화되지 않은 딜비쉬의 염병할 욕설들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마구 떠오르기도 한다.
기어: 21단은 3x7, 24단은 3x8이다. 뒷기어 고작 1단 차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21단과 24단이 차이가 있다. 황씨 아저씨의 21단 자전거 주행을 뒤에서 쫓아가면서 그의 패달링을 보며 느낀 것인데 그가 평범한 오리 처럼 발을 젓는다면 나는 깨달은 오리처럼 조금쯤은 더 우아하게 패달링 했다. 하지만 24단 기어는 보편적인 21단에 비해 현저하게 비싸다. 기어 박스 하나 더 달고 시프터에 눈금 하나 더 있는 것 뿐인데 비싼 이유는, 아무래도 21단이 널리 보급된 것인 반면 24단은 보급이 안되어서지 싶다. 여러 가지 실험을 못 해봐서 21단과 24단 사이의 성능 차이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핸들과 스템: MTB에 아주 불만스러운 부분. 한국에서는 스틱형 일자 핸들로 아예 통일해 버린건가? 간간이 보이는 라이저 핸들이란 것은 스틱 핸들보다 좌우가 약간 올라온 것이다. 라이저 핸들은 장거리 주행할 때 상체가 스틱보다 많이 펴져 손목에 무리가 덜 간다. 핸들을 편안하게 잡았을 때 손목이 꺽이는 각도는 5-10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더라. 뭐 나도 5-10 가량 나오긴 하지만 서너 시간 연속 주행하면 손바닥이 뻐근하고 손목이 아리다. 처음 자전거 사서 신나는 사람은 그 차이를 잘 모를 것이다. 하여튼 핸들이 편안하면 장거리 주행에 좋다.
타이어: 오프로드 주행이 아니면 굳이 MTB용 두꺼운 타이어를 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주행이 무겁고, 그렇다고 제동이 더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광폭 타이어'일수록 힘이 좀 더 든다.
브레이크: 보통은 일반적인 말발굽 모양의 v-brake를 사용한다. 그래서 굳이 뭐가 달려 있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보다, 브레이크는 쓰면 쓸수록 느슨해지고 일주일 주행중 못해도 1-2일 이상, 말하자면 거의 매일 정비가 필요하다. 브레이크 이격 조절은 공구가 있어야 한다. 나중에 설명.
기어 시프트: 오토바이처럼 돌려서 하는 그립 시프터와 시마노에서 개발한 원터치 하이 로우 레버 시프터가 있는데 원터치(아마 이지 파이어가 정식명칭이지 싶다)가 사용하기 편했다. 기어 시프팅은 연습이 좀 필요하다. 케이던스(일정 속도의 패달링 리듬)를 꾸준히 유지하도록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어 시프팅을 하게 된다. 3단 짜리 앞 기어에서 일반적인 주행시에는 2단에 놓고 고속 주행시에 3단에 놓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고 뒷 기어는 고속 평지 주행시는 7-6 부근, 약간의 경사에서는 5-4, 급경사에서는 차례대로 3-2-1 순으로 움직인다. 말뚝 기어 자동차나 오토바이 타 본 사람은 쉽게 이해할 것이다. 기어 변속은 리듬을 유지할 수 없을 때 한단씩 땡기고(저단 7->1) 오르막의 막바지에서 평지 또는 내리막일 때 한단씩 밀어내면(1->7) 된다. 연습하다 보면 차차 몸에 배이는데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싶다. 일단 편하고 안정적으로 패달링을 지속할 수 있는 리듬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리듬은 분당 60-70회다. 기어비와 바퀴 크기, 그리고 패들링 속도를 알면 속도 계산이 된다. 분당 6-70회면 21단 짜리 기어의 가장 고단일 때 어느 정도 스피드가 나올까. 대략 20~25kmh 가량이다. 나처럼 처음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분당 6-70회로 꾸준히 두어시간 밟으라는 것은 한 번 죽어보란 소리다. 처음부터 6-70 회 할 생각 말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리듬을 타면서 기어 시프팅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에 조금씩 속도를 올려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속도계가 있으면 어느 정도 바이오 피드백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패들링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왜? 리듬을 타면 힘이 덜 든다.
QR 레버: 앞뒤 바퀴의 QR 레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야지만 자전거 포장 가방에 컴팩트하게 넣어 우송이 간편하다고 믿었는데, 버스로 자전거를 옮기니까 내 경우에는 QR 레버가 의미가 없었다. -_- 굳이 QR 레버가 아니더라도 작은 스패너 정도면 앞 뒤 바퀴 분리하는 것이 큰 일은 아니다. QR 레버가 있어 좋은 점을 잘 모르겠다. F1 그랑프리 레이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전용구: 제대로 안전용구 구입하면 자전거 구매 비용만큼 나온다.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다.
헬멧: 자전거 사고의 90% 가량이 머리가 깨진단다(신뢰는 안 간다). 헬멧의 겉감은 강화 플라스틱(속칭, 파이버)인 것 같고 안쪽은 스티로폼으로 되어 있다. 머리가 땅에 먼저 박으면 스티로폼이 압축되면서 충격량을 흡수해 머리를 보호해 준다(그럼 목은?). 따라서 다음 번에는 그 헬멧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멋있고 스티로폼 없는 독일군 헬멧은 어떨까? --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다. 난 헬멧 쓰면 땀나서 안경에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안 쓴다. 골이 빈 탓에 배드민턴 공처럼 머리부터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보는 탓도 있다. 그리고, 혹시, 낙법을 익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장갑: 이걸 안전용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손가락이 나온 것은 안전용구로서 기능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폼 안나게 패드를 잔뜩 댄 긴 장갑을 끼고 다니자니 땀나고 덥겠지? 차라리 핸들 바에 바엔드를 장착해서 손이 땅바닥에 쓸리기 전에 바엔드가 긁히는 것이 낫겠다. 버스가 지나갈 때도 쓸모가 있고 벽에 핸들이 긁힐 때도 손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장갑이든 장갑은 한 번 끼어보면 아마 계속 끼고 다니게 될 것이다. 그립 때문이기도 하고 손바닥 패드 때문에 손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어준다. 한국의 아스팔트는 공사를 자주하는 탓인지 요철 꽤 많다. 난 목장갑 사서 손가락 잘라 사용한다. 싸다.
보안경, 팔꿈치, 무릎 보호대: 진짜 MTB 해 볼 생각이셔?
뒤깜빡이: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미친 차들을 보면 야간 주행시 뒤깜빡이를 절로 달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야간 주행은 아예 안 하는 것이 장수하는 길이다. 실은 뒤깜빡이가 정말 쓸모가 생기는 경우는 전등이 없는 으슥한 지방도를 주행할 때다. 아낌없이 전기를 써서 '미인 50명 대기' 간판을 번쩍이게 만드는 시내에서야...
앞 헤드 라이트: LED 집속 라이트는 대체로 가시 거리가 5m 안쪽이다. 속도가 꽤 날 때는 시야 확보가 안 되어 별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그래서 헤드라이트에 깜빡이 기능이 있는데 앞에 사람이 있으면 깜빡이 보고 알아서 피하라는 뜻인 것 같다). 브레이크 제동 거리를 잘 알아둬야 한다. 브레이크를 잡아 바퀴가 멈추기 직전이 제동력이 가장 좋다. 그것을 한계 제동이라고 하더라. 제동거리 계산하는 수식은 어려워서 생략하고(마찰계수를 내가 어떻게 알겠냐?), 경험상. 25kmh 속도로 주행중인 80kg짜리 물체(인체+자전거)가 갑자기 멈출 때 제동거리는 대략 3-5m 가량 된다. 뒷 브레이크와 앞 브레이크의 사용 비율은 프로 선수의 경우 1:9 정도 라고 하는데 뒷 브레이크 잡으면 자전거 전체가 S 커브를 그리며 미끄러지다가 재수 없으면 90도로 꺽이고 자빠진다(내가 그 경험 참 많다) 앞 브레이크를 잡을 때는 무게 중심을 뒤로 이동시키는 연습을 평소 해 둬야 할 것이다. 제동력은 앞 브레이크 쪽이 더 높다고 한다. 하여튼 브레이크 잡는 법과 제동 거리는 반드시, 그리고 시간날 때마다 몸에 익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 연습 덕택에 일반 도로 주행시 사고 많이 피했다. 얼마나 많이 피했던가... 아, 셀 수가 없군...
자전거 복장: 제대로 구매하면 저가 자전거 2대 이상의 가격이다. 져지라고 불리는 기능성 옷인데 웃도리는 무늬가 화려 찬란해서 밤낮으로 잘 보인다. 입기가 좀 민망한 쫄쫄이 바지는 엉덩이에 패드를 대서 장거리 주행에 유리한데, 입으면 좀 오리 같다. 한 번 입기 시작하면 계속 입게 된다고 하더라. 난 같은 계열의 기능성 옷인 등산복을 입는다. 가격이 훨씬 싼데(한국에 등산하는 사람이 워낙 많고 옷가게들이 사시사철 땡처리를 하다보니) 무늬는 덜 화려해서 밤에 입고 다니기는 위험스럽지 싶다 -- 안전이고 나발이고 땀의 확실한 배출, 그거면 장땡이다.
자전거 정비용 공구: 공구셋이 여러 종류 있다. 하나 사두면 이모저모 쓸모가 많다. 특히 6각렌치. 자전거의 거의 모든 부속은 6각 나사를 사용한다(구동 부품은 대체로 육각렌치를 많이 사용한다. 나사 쓰면 나사홈이 쉽게 부서지고 나사로는 구동 부위를 꽉 조이기 힘든 까닭이다). 브레이크 와이어 이격 조절은 거의 매일 하게 된다. 경정비에 사용하는 것들은 6각 렌치, 스포크 렌치, 15mm 스패너(패달 교환 따위), 드라이버 등속이 있고 펑크 때울 때 타이어 레버, 펑크 패치, 에어펌프 등등이 필요하다. 그외 오일(재봉틀 기름도 상관없지만), 방청제(WD-40 따위), 솔(나는 칫솔을 애용) 등이 필요하다. 어차피 바텀 브래킷, 크랭크, 스템 따위는 직접 손대려면 공구가 많이 필요해져 자전거 가게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차체에 녹이 슬건 말건 신경 안 쓰면 편하지만 적어도 체인과 디레일러, 스프라켓, 브레이크 및 기어 와이어는 지저분하게 이물이 묻거나 녹이 슬면 구동부위를 갉아먹고 주행에 많은 영향을 주므로 가끔은 정비랍시고 '청소'를 해 줄 필요가 있다. 청소 방법은 간단하다. WD-40 뿌리고 30분 후 녹과 찌꺼기가 떨어져 나가면 닦아내서 잘 말린 다음, 오일 발라주고(테프론 오일 스프레이가 간단해서 좋다) 마른 걸레로 쓱 닦아 주는 것이다.
이미 자전거를 산 처지라 뭐라 하긴 뭣하지만 몇 가지 저기 지적한 주의 사항만 염두에 두고 동네 자전거포에서 6-7만원하는 자전거를 부담없이 사서 2-3년 열심히 잘 굴려 먹다가 페기처분하고 그때 나온 더 좋은 자전거를 6-7만원에 사서 몰고 다니는 것이 장땡이라고 본다. 나처럼 투어나 시내 주행하는데 굳이 좋은 자전거 살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물론 차이가 있다. 모르는 거 아니다)
황씨 아저씨와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중에 자전거 속도계 얘기가 나왔는데, 6-7만원 하는 유선 또는 무선 속도계를 사느니 차라리 GPS를 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일명 '노랭이'라고 불리는 내 Garmin eTrex는 이미 단종된지 오래 되었으나 아직도 세계적으로 불후의 명작 취급을 받고 있다. 140x160짜리 커다란 LCD에 알기쉽게 나오는 화면도 큰 몫을 한다. 잘만하면 eBay에서 80여불 가량에 구입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지금 들어가서 조사해 보니 50$ 가량 한다. 더 둘러보니 Summit 기종이 100$ 가량 했다. Summit에는 고도 로그와 기압계, 그리고 '진짜' 컴퍼스가 달려 있다. 사려면 바이크 마운트 홀더와 PC cable을 같이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참, 가민과 달리 마젤란은 필요한 정보를 한 화면에 한꺼번에 출력하는 모드가 있는데 그점에서는 마젤란 것이 가민 것보다 낫다. 가민 GPS는 주행중 버튼 누르는 것이 신경쓰인다.
국내 gps는 차량용이 대부분이라 장시간 사용이 필수적이고 자동차 시거잭을 이용한 충전이 불가능한 장거리 트래킹이나 바이크 라이딩에는 큰 쓸모가 없다. pda와 gps receiver를 들고 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 때문에 한국 지도가 나온다는 매릿을 빼고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자전거에 ipaq pda 마운팅 해서 쓰는 사람이 있을까?
Garmin eTrex로 알 수 있는 것
* 해뜨는 시각, 해지는 시각: 주행계획을 세우는데 쓸모 있다.
* trip odometer: 주행거리계. 자전거용 속도계에도 붙어 있다.
* trip time: 주행시간. 자전거용 속도계에도 붙어 있다.
* max, average speed: 주행속도계. 자전거용 속도계가 더 정확하다.
* track log & pc interface: 자전거 속도계에 없는 기능. 자신이 지나간 코스를 알 수 있다. 각 지점마다 경위도, 고도, 시각 등이 기록되므로 GPS trackmaker 따위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주행기록을 알 수 있다. 더더군다나 주행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지도를 가지고 트랙 로그를 pc에서 만들어 gps에 업로드 하면 gps로 routing이 가능하다. 오늘 의정부의 전혀 모르는 길을 가서 황씨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것 때문에 가능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자전거용 속도계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Garmin Summit에 추가된 기능
* '진짜' 나침반: 자북(magnetic north)을 알 수 있다. gps의 위성 나침반은 위성 수신이 불가능할 때 쓸모가 없다. 자북은 어느 때 의미가 있을까? 웨이포인트도 안 잡혀 있고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상황에서 날이 흐려 태양 컴퍼스를 사용할 수 없는 등, 어쩔 수 없이 자기만의 신비스러운 감을 믿고 가야 할 때.
* 기압계: 일기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기압 저하에 대비(비가 올 징조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
* altitude profile log: eTrex는 pc가 없으면 이걸 볼 수가 없다. 안 써봐서 어디에 쓸모가 있을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산악 트래킹할 때도 고도가 큰 의미는 없었다. 보면 열 받으니까 안 보고 말지!
아무리 생각해도 6-7만원 하는 속도계를 구입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으로 보인다. 차라리 심박계를 산다면 쓸모나 있을텐데.
그럼 자전거 속도계가 gps보다 나은 점: 긴 배터리 시간. 위성이 있으나 없으나 주행상황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런데 대부분의 도로에서 위성이 셋 이상은 늘 잡히므로 두번째는 큰 의미가 없다. 주행 내내 주행로그를 쳐다볼 것도 아니고.
eTrex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신품 가격이 20여만원 한단다. 3년 전인지 4년 전인지 여행 중 이란에서 백몇십불 주고 산 것인데 사실 싼 값에 꼭 필요한 기능만 들어 있어서 여행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테헤란 대학 앞 부근의 건축용품 가게의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 사겠다고 마음 먹고 들어갔다. 차 한 잔 대접받고 이틀에 걸쳐 가게를 방문하며 협상하니까 자기들 끼리 상의 하더니만 이란을 방문한 한국인 손님에게 스페샬 프라이스로 주겠다고 해서 환호작약했던 기억이 난다. 워터 프루프에 아주 튼튼해서 3년 동안 여행 다닐 때마다 들고 다녔으며 쓸모가 많았다. 이를테면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를 찍어두고 길 잃어버릴 염려 없이 시내를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나같은 뚜벅이에게는 엄청난 매릿이다. 사막에서도 길을 잃어 버리지 않았던 것은 '신뢰성이 매우 우수한' 이놈 덕택이다. 그리고 그걸 사게 된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계기는, 사막에서 심한 눈보라 속을 길을 잃고 헤멘 경험이 있고 나서다. 눈보라 속에서 함께 헤메던 일본애와 꼭 끌어안은 채 서서히 잠이 들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_-
황씨한테 백라이트를 받았다. 자전거 도로는 식상하고... 헤드라이트도 있는데 시내 야간 주행을 한 번 해 볼 겸 해서 모르는 길을 따라 갔다. 몇몇 큰 도로 빼고는 전혀 모르는 길이다.
혜화 로터리 맞은편 롯데리아에서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우연히 냅킨으로 얼굴을 문질렀는데 새까만 매연이 적나라하게 묻어 나와 몹시 놀랐다. 서울 시내의 이런 자연 환경 속에서 두꺼운 파운데이션 파우더는 연약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여성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행인을 한 번 치일 뻔 했다. 차들에 가려 사람이 횡단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GPS의 Home 까지 직선 거리 11km 였지만 길을 몰라 도로 이곳저곳으로 가다가 삼청각까지 올라가는 지독한 업힐에서 땀을 바가지로 흘리고 결국 자전거에서 내렸다. 다시 도전. 어쩌다 흘러흘러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흐린 헤드라이트로는 다운힐 할 때 굽이가 안 보여 겁이 나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터널 둘을 지나 상명대 앞에 다다랐을 때, gps는 전방 8km 지점을 가리켰지만 gps를 무시하고 역주행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내 감을 믿었고 그 감이 맞았다.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나저나 얼마나 헤메 다녔는지 코스가 곰 발바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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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km (3h50m, 실제로는 대략 70km), max/avg: 55.5kmh, 15.4k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