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쯤 비 맞으며 자전거 몰고 다녔는데 정비를 통 안 해서 이 김에 닦고 조이고 기름칠 좀 했다. 리튬 그리스가 있는데 바를마한 곳이 마땅치 않다. 앞 기어와 뒷 기어 조절은 해도 해도 뭔가 잘 안 맞았다. 기어 조절에 관한 무림비급 2권을 봤는데도 이 모양이다. 아직 내공이 부족한 것일까? 기름칠 하니 잔차가 스무드하게 나간다. 페달 갈려면 15mm 스패너 부터 사야 한다. 어휴 죽겠군.
토요일 점심 나절, 초코칩과 포도를 도시락으로 싸들고 자전거 몰고 임진각까지 갔다. 몇몇 포인트를 찍어두고 라우팅 했다. 어떻게 하는지 그 내용을 한 번 정리하긴 해야 하는데...
길이 평탄해서 주행이 쉽다. 해가 안 나와 덥지 않고 좋네. 불광동-임진각 코스는 동호인들이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많이들 다닌다는데 타는 사람들 하나도 안 보인다. 매연을 흩날리며 차들만 줄줄이 지나갔다. 파주시는 차들이 좀 더 편안하게 다니라고 기껏 있던 갓길 라인을 지우고 아예 안쪽으로 그려 놓으셨다.
할 수 없이 찻길로 다녔다. 차들과 나란히 서서, 차들처럼 신호등 대기하고 신호등이 바뀌면 주행한다. 차들처럼 녹색등에서 노란등으로 바뀌면 뻔뻔하게 교차로를 횡단했다. 물론 차들처럼 신호 무시도 했다. 두 번, 인명 사고가 날 뻔 했다. 건널목 바깥 쪽에서 뛰어가는 아이, 아무 생각없이 건널목도 아닌 길을 횡단하는 할아버지. 두 번 다 차에 가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정비하면서 헐거워진 브레이크를 조여두지 않았더라면 사고날 뻔 했다. 그렇잖아도 브레이크를 좀 헐겁게 해 놓고 다니는데... 정신 차리자 찰싹! 그나저나 뭐가 하이킹하기 좋은 도로냐. 길가에 코스모스가 널려 있다는데 파주-문산의 짧은 구간 뿐이고 한적하다는 도로는 오고 가는 길 내내 차들이 쌩쌩 달린다.
임진각에서 세계 평화 축제인지 뭔지 하는 것을 하고 있다. 임진각에 처음 와 본다. 갈비탕 하나 사 먹고 싸온 도시락도 까 먹었다. 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무료 녹차를 마셔줬다. 공연 구경도 했다.
집->삼송역->파주->문산->임진각. route를 잡아 놓고 그리고 follow 버튼을 클릭하면
navigation 화면에서 다음 목적지가 나타나고 거리와, 현재 속도에 따른 예상 도달시간, 그리고 현재 스피드를 출력. 컴퍼스처럼 보이는 것은 위성으로 부터 수신한 시그널을 시차를 두고 진행방향을 표시한 것으로 자북을 가르키는 마그네틱 컴퍼스와는 다른 것이다.
route를 그래피컬하게 보여준다.
자유의 다리. 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대체 이 양반들 루트가 어떻게 되길래 가는 관광지 마다 보게 되는 것일까...
카메라의 사운드 메모로 녹음한 그들의 신나는 음악 (1:00)을 들어보니 터키시 밴드 같은데?
im
주행기록: 84.91km (4h30m) max/avg 42.7kmh/18.4kmh
-*-
expansys-kr.com에서 Garmin eTrex Camo를 11만 천원에 판매한다. eBay, Amazon, Yahoo를 다 뒤져봤지만 그것보다 싼 것이 없다. 황씨 아저씨 더러 구매하라고 소개해줬다. 내친 김에 바이크 마운트 2개도 함께 주문해 달라고... 동해-울진 주행 때 가위와 스카치테이프를 들고 다녔다. 매일 매일 주행 나갈 때마다 가위와 스카치 테이프로 gps를 붙이자니 영... 구리고 가난해 보인다. 그렇다고 garmin.co.kr에서 4만원이란 괴기스러운 가격에(무슨 플라스틱 쪼가리가 4만원씩이나 하나?) 바이크 마운트를 구매할 수는 없고...
관세 안 물려고 박스 겉 딱지에 선물이라고 적어달라고 한 것으로는 모자라, 오더 담당자한테 '10만원 미만이면 한국에서 관세 안 무는데 아이템 금액과 합계를 90$ 미만으로 적어주면 안되나요?' 라는 애걸조의 메일을 황씨 아저씨더러 보내라고 사주했다. pc inteface cable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만날 자전거 얘기만 하니 좀 식상한데, 나는 지난 5일간 비상대기 상태다. 어디 놀러 갈 수 없다.
그럼, 자전거 얘기를 계속하자.
-*-
일요일. 날씨: 흐림. 아주 좋다. 황씨와 만날 약속을 하고 12시 집에서 출발. 다리가 무겁다. 느적느적 의정부 도착하니 1시 40분. 의정부에서 중랑천까지 자전거 도로가 있다. 의정부 시민들은 좋겠다. 의정부시는 중랑천 도랑 한 가운데에 분수대를 설치해 놓았다.
광릉 수목원에 가기로 했다. 광릉 수목원은 토,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광릉 수목원의 홈페이지 FAQ에는 왜 토,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적어 놓았으나 사람들은 그걸 못 봤는지 일반 게시판에 공휴일에 문을 열지 않는 것은 공무원 편의주의라고 심하게 질타한다. 가고 싶고 보고 싶은데 안 보여 주니 열받은 거다.
의정부시에서 헤메다가 고개를 둘 넘어 포천으로 향하는 도로를 '발견'했다. 간단히 의정부 시외버스 터미널을 찾아간 후 그 도로를 따라 주욱 가면 되는 코스지만 지도가 없으니 전후좌우 사정을 단지 GPS의 나침반만 보고 확인하는 꼴이다. 그래서 주행코스가 사다리 타기처럼 되어 버렸다.
의정부시에서 빠져나와 축석까지 완만한 업힐 구간, 대략 2km쯤? 업힐 연습하긴 좋겠군. 고갯마루에서 광릉 표지판이 보이길래 아직 축석 휴게소에 다다르지 않았지만(300m 전방) 우회전했다. 잠깐 동안의 업힐 후 갑자기 엄청난 다운힐이 나타났다. 당황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GPS를 살펴보니 수목원은 좌측으로 4km 가량. 어쩐지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동네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광릉수목원은 정확히 진행방향 쪽에 위치한 산 너머에 있다. 그래서 4km인 것이다. 산타기는 글렀고 되돌아가자니 끔찍한 업힐이고 여기도 적당히 시골이니 밥이나 먹고 가자. 애당초 광릉 수목원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광릉 수목원까지 가는 것이 목적이니까.
시골 한 가운데 난데없는 생선구이 집이 있다. 1인분 6천원에 돌솥밥과 20여가지 반찬, 그리고 삼치와 꽁치구이라니 나쁘지 않다. 배불리 먹고 물병을 채웠다. 도로 맡에는 '문전옥답 일궈놨더니 이제와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 라는 플랭카드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서울 방향 도로를 따라가다가 퇴계원쪽으로 갈까 아니면 의정부시로 들어가 자전거 도로를 타고 내려갈까,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자전거 도로가 편하니 그리로 들어섰다. 한 손으로 모바일폰을 수신하고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다가 도로턱에 걸려 자빠졌다. 마누라 안부 전화였다. 젠장, 핸들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뭘 하기만 하면 꼴아박고 고꾸라지기 일쑤니. 그것 말고도 90도 이상의 급격한 커브길에서는 핸들링이 불안하다. 시간 내서 디버깅 해야겠다.
누군가 할머니를 치었다. 머리를 다친 것 같다. 의정부시가 정성들여 깐 우레탄 자전거 도로는 폭이 좁은 편이고 때마침 주말이라 나돌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사고나기 딱 좋다.
내 앞의 황가는 24kmh, 그렇게 빨리 달리지 말랬는데 속도를 낸다. 근육을 혹사하면 젖산이 생성되고 젖산이 한 번 생성되기 시작하면 근육 여기저기 고여서 에너지 대사를 방해한다. 그러다가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마치 근육 양옆에 브레이크를 달아놓은 것처럼 안 나가는 것이다. 나나 황씨나 일주일 내내 무리해서 근육통이 있는 상태다. 젖산이 제거되려면 3-4일쯤 걸린다.
황가 앞의 할아버지가 호루라기를 불며 맵시 좋게 나아간다. 굉장하다. 단지 추월을 위한 스팟일까? 황가를 제쳐두고 할아버지를 쫓아갔다. 오랫동안 단련한 듯 구배가 일정하다. 잠시 추월했지만 장애물이 많은 도로에서 컨트롤이 딸려 다시 할아버지에게 앞을 내줬다. 할아버지와 내 옆으로 무수한 자전거들이 뒤쳐진다. 속도계는 30kmh를 가리킨다. 이 비좁은 도로에서 30kmh는 위험하다. 할아버지를 계속 쫓아갔다. 그래도 잘 타는 사람 쫓아가는 것은 연습이 된다.
월령교에서 멈췄다. 추월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집에도 가야 하고... 체력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니... 황씨를 기다려 집까지 가는 길을 설명 듣고 헤어졌다.
석계역을 지나 월곡역을 거쳐 사거리에 이르렀다. 사거리가 복잡하다. 국민대 방면으로 가려는데 택시 한 대가 미아 방면으로 가려고 중간에 끼어 들다가 범퍼로 패달을 스쳤다. 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으면 안돼! 하면서 오히려 패달을 밟았다. 택시가 진행 중이고 이때 내가 멈추면 800kg짜리 택시에 밀려 자전거가 쓰러질테니. 택시가 멎고 나도 브레이크를 잡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서 도로 중간에 자전거를 세웠다. 택시 역시 설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엑셀을 밟아 미아 방면으로 진행한다. 고개를 홱 돌려 길음쪽을 쳐다보니 경찰이 있다. 망할 택시가 문제가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달아난 것이다. 사고로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그때서야 등골을 따라 서늘한 기운이 지나갔다. 살았다. 살아서 신기하다. 짜증나는 햇살은 도로를 비추고 있었다.
차량에 가려 건널목을 횡단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예방책: 건널목 앞 무조건 서행. 그런데 이런 경우가 서울 시내에서 아주 잦다.
서울 시내 주행 하면서 사고 날 뻔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위험한 경우가(어째서 그렇게 되야 하는지) 교차로에서 우회전 하는 차량들이 있을 때다. 신호 대기중일 때는 속도를 높여 차선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정차선에 세우던가, 우회전하여 건널목 앞까지 완전히 진행한 후 대기하는 것. 파란색 위치가 가장 좋은 정차 위치. 신호등이 파란색일 때 건널목을 따라 가는 것은 위험. 굵은 붉은 선이 이번에 택시 사고가 날 뻔 했던 코스.
저렇게 그려놓으면 서두른 택시 잘못 같아 보이지만 실은 직진로와 우회전로가 중간에 갈라져 있어 직진로의 2차선에 진입하다가 우회전하는 택시와 박기 딱 좋은 도로다.
한국 도로 사정상 자전거는 보행자와 마찬가지로 약자 같아 보이지만, 차를 몰며 자전거와 피치못할 사정으로 도로를 공유하는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자전거는 주행하는 지뢰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유독 서울만 차량이 하는 짓들이 지랄 같은 이유는 뭘까. 나같은 서울 시민이 서울이란 환경을 만들었다 -- 자문자답하는 바보짓은 하지 말자.
국민대를 지나 업힐 마지막에 북악 터널을 지나간다. 후텁지근하다. 땀방울이 이마에서 콧잔등을 타고, 속눈썹을 타고, 양 볼로 미끄러져 턱밑으로 떨어진다. 덜컹거리는 길을 천천히 주행했다. 어서 갑갑한 터널을 벗어나고 싶다.
구기 터널을 지났다. 시원한 내리막에서 50kmh에 이르렀다. 브레이크를 느슨하게 잡았다. 50kmh 이상 올라가면 무섭다.
생선 꼬리를 잡고 흔드는 펭귄
주행기록: 77.84km (4h51m) max/avg 50.0kmh/14.8kmh
집에 돌아와 짐을 내리고 사우나로 향했다. 한 시간 반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 뺐다. 땀을 빼고 돌아와서 땀을 빼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사우나를 나오니 65.3kg에서 64.6kg로 700g이 땀으로 빠져 나갔다. 스산한 기분이 들어 사우나 맞은 편의 세숫대야 냉면집에서 냉면을 시켜 말끔하게 해치웠다. 턱이 으드드드 떨린다.
22:50에 상영하는 '친절한 금자씨'를 보러 갔다. 코메디인가? 암. 웃어야지. 죄를 지었으면 속죄해야지. 금자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시스템이 말하는 죄와 스스로가 짊어진 짐으로써의 죄 중 나는 후자에 무게를 더했다. 내가 이 세계에 많은 빚을 지고 연리 3.5% 장기상환으로 갚아 나가는 것처럼. 할 말 없다. 극장에 별로 사람이 없어 앞 좌석에 턱 다리를 걸치고 편한 자세로 관람했다.
새로 개장한 팜 스퀘어, 거리 앞에서 공연을 했던지 지저분하게 널려 있던 색종이들이 소용돌이에 휘감겨 하늘로 올라가다 떨어진다.
가을이다. 대하와 전어와 낙지가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계절이다.
토요일 점심 나절, 초코칩과 포도를 도시락으로 싸들고 자전거 몰고 임진각까지 갔다. 몇몇 포인트를 찍어두고 라우팅 했다. 어떻게 하는지 그 내용을 한 번 정리하긴 해야 하는데...
길이 평탄해서 주행이 쉽다. 해가 안 나와 덥지 않고 좋네. 불광동-임진각 코스는 동호인들이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많이들 다닌다는데 타는 사람들 하나도 안 보인다. 매연을 흩날리며 차들만 줄줄이 지나갔다. 파주시는 차들이 좀 더 편안하게 다니라고 기껏 있던 갓길 라인을 지우고 아예 안쪽으로 그려 놓으셨다.
할 수 없이 찻길로 다녔다. 차들과 나란히 서서, 차들처럼 신호등 대기하고 신호등이 바뀌면 주행한다. 차들처럼 녹색등에서 노란등으로 바뀌면 뻔뻔하게 교차로를 횡단했다. 물론 차들처럼 신호 무시도 했다. 두 번, 인명 사고가 날 뻔 했다. 건널목 바깥 쪽에서 뛰어가는 아이, 아무 생각없이 건널목도 아닌 길을 횡단하는 할아버지. 두 번 다 차에 가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정비하면서 헐거워진 브레이크를 조여두지 않았더라면 사고날 뻔 했다. 그렇잖아도 브레이크를 좀 헐겁게 해 놓고 다니는데... 정신 차리자 찰싹! 그나저나 뭐가 하이킹하기 좋은 도로냐. 길가에 코스모스가 널려 있다는데 파주-문산의 짧은 구간 뿐이고 한적하다는 도로는 오고 가는 길 내내 차들이 쌩쌩 달린다.
임진각에서 세계 평화 축제인지 뭔지 하는 것을 하고 있다. 임진각에 처음 와 본다. 갈비탕 하나 사 먹고 싸온 도시락도 까 먹었다. 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무료 녹차를 마셔줬다. 공연 구경도 했다.
집->삼송역->파주->문산->임진각. route를 잡아 놓고 그리고 follow 버튼을 클릭하면
navigation 화면에서 다음 목적지가 나타나고 거리와, 현재 속도에 따른 예상 도달시간, 그리고 현재 스피드를 출력. 컴퍼스처럼 보이는 것은 위성으로 부터 수신한 시그널을 시차를 두고 진행방향을 표시한 것으로 자북을 가르키는 마그네틱 컴퍼스와는 다른 것이다.
route를 그래피컬하게 보여준다.
자유의 다리. 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대체 이 양반들 루트가 어떻게 되길래 가는 관광지 마다 보게 되는 것일까...
카메라의 사운드 메모로 녹음한 그들의 신나는 음악 (1:00)을 들어보니 터키시 밴드 같은데?
im
주행기록: 84.91km (4h30m) max/avg 42.7kmh/18.4kmh
-*-
expansys-kr.com에서 Garmin eTrex Camo를 11만 천원에 판매한다. eBay, Amazon, Yahoo를 다 뒤져봤지만 그것보다 싼 것이 없다. 황씨 아저씨 더러 구매하라고 소개해줬다. 내친 김에 바이크 마운트 2개도 함께 주문해 달라고... 동해-울진 주행 때 가위와 스카치테이프를 들고 다녔다. 매일 매일 주행 나갈 때마다 가위와 스카치 테이프로 gps를 붙이자니 영... 구리고 가난해 보인다. 그렇다고 garmin.co.kr에서 4만원이란 괴기스러운 가격에(무슨 플라스틱 쪼가리가 4만원씩이나 하나?) 바이크 마운트를 구매할 수는 없고...
관세 안 물려고 박스 겉 딱지에 선물이라고 적어달라고 한 것으로는 모자라, 오더 담당자한테 '10만원 미만이면 한국에서 관세 안 무는데 아이템 금액과 합계를 90$ 미만으로 적어주면 안되나요?' 라는 애걸조의 메일을 황씨 아저씨더러 보내라고 사주했다. pc inteface cable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만날 자전거 얘기만 하니 좀 식상한데, 나는 지난 5일간 비상대기 상태다. 어디 놀러 갈 수 없다.
그럼, 자전거 얘기를 계속하자.
-*-
일요일. 날씨: 흐림. 아주 좋다. 황씨와 만날 약속을 하고 12시 집에서 출발. 다리가 무겁다. 느적느적 의정부 도착하니 1시 40분. 의정부에서 중랑천까지 자전거 도로가 있다. 의정부 시민들은 좋겠다. 의정부시는 중랑천 도랑 한 가운데에 분수대를 설치해 놓았다.
광릉 수목원에 가기로 했다. 광릉 수목원은 토,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광릉 수목원의 홈페이지 FAQ에는 왜 토,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적어 놓았으나 사람들은 그걸 못 봤는지 일반 게시판에 공휴일에 문을 열지 않는 것은 공무원 편의주의라고 심하게 질타한다. 가고 싶고 보고 싶은데 안 보여 주니 열받은 거다.
의정부시에서 헤메다가 고개를 둘 넘어 포천으로 향하는 도로를 '발견'했다. 간단히 의정부 시외버스 터미널을 찾아간 후 그 도로를 따라 주욱 가면 되는 코스지만 지도가 없으니 전후좌우 사정을 단지 GPS의 나침반만 보고 확인하는 꼴이다. 그래서 주행코스가 사다리 타기처럼 되어 버렸다.
의정부시에서 빠져나와 축석까지 완만한 업힐 구간, 대략 2km쯤? 업힐 연습하긴 좋겠군. 고갯마루에서 광릉 표지판이 보이길래 아직 축석 휴게소에 다다르지 않았지만(300m 전방) 우회전했다. 잠깐 동안의 업힐 후 갑자기 엄청난 다운힐이 나타났다. 당황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GPS를 살펴보니 수목원은 좌측으로 4km 가량. 어쩐지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동네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광릉수목원은 정확히 진행방향 쪽에 위치한 산 너머에 있다. 그래서 4km인 것이다. 산타기는 글렀고 되돌아가자니 끔찍한 업힐이고 여기도 적당히 시골이니 밥이나 먹고 가자. 애당초 광릉 수목원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광릉 수목원까지 가는 것이 목적이니까.
시골 한 가운데 난데없는 생선구이 집이 있다. 1인분 6천원에 돌솥밥과 20여가지 반찬, 그리고 삼치와 꽁치구이라니 나쁘지 않다. 배불리 먹고 물병을 채웠다. 도로 맡에는 '문전옥답 일궈놨더니 이제와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 라는 플랭카드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서울 방향 도로를 따라가다가 퇴계원쪽으로 갈까 아니면 의정부시로 들어가 자전거 도로를 타고 내려갈까,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자전거 도로가 편하니 그리로 들어섰다. 한 손으로 모바일폰을 수신하고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다가 도로턱에 걸려 자빠졌다. 마누라 안부 전화였다. 젠장, 핸들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뭘 하기만 하면 꼴아박고 고꾸라지기 일쑤니. 그것 말고도 90도 이상의 급격한 커브길에서는 핸들링이 불안하다. 시간 내서 디버깅 해야겠다.
누군가 할머니를 치었다. 머리를 다친 것 같다. 의정부시가 정성들여 깐 우레탄 자전거 도로는 폭이 좁은 편이고 때마침 주말이라 나돌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사고나기 딱 좋다.
내 앞의 황가는 24kmh, 그렇게 빨리 달리지 말랬는데 속도를 낸다. 근육을 혹사하면 젖산이 생성되고 젖산이 한 번 생성되기 시작하면 근육 여기저기 고여서 에너지 대사를 방해한다. 그러다가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마치 근육 양옆에 브레이크를 달아놓은 것처럼 안 나가는 것이다. 나나 황씨나 일주일 내내 무리해서 근육통이 있는 상태다. 젖산이 제거되려면 3-4일쯤 걸린다.
황가 앞의 할아버지가 호루라기를 불며 맵시 좋게 나아간다. 굉장하다. 단지 추월을 위한 스팟일까? 황가를 제쳐두고 할아버지를 쫓아갔다. 오랫동안 단련한 듯 구배가 일정하다. 잠시 추월했지만 장애물이 많은 도로에서 컨트롤이 딸려 다시 할아버지에게 앞을 내줬다. 할아버지와 내 옆으로 무수한 자전거들이 뒤쳐진다. 속도계는 30kmh를 가리킨다. 이 비좁은 도로에서 30kmh는 위험하다. 할아버지를 계속 쫓아갔다. 그래도 잘 타는 사람 쫓아가는 것은 연습이 된다.
월령교에서 멈췄다. 추월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집에도 가야 하고... 체력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니... 황씨를 기다려 집까지 가는 길을 설명 듣고 헤어졌다.
석계역을 지나 월곡역을 거쳐 사거리에 이르렀다. 사거리가 복잡하다. 국민대 방면으로 가려는데 택시 한 대가 미아 방면으로 가려고 중간에 끼어 들다가 범퍼로 패달을 스쳤다. 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으면 안돼! 하면서 오히려 패달을 밟았다. 택시가 진행 중이고 이때 내가 멈추면 800kg짜리 택시에 밀려 자전거가 쓰러질테니. 택시가 멎고 나도 브레이크를 잡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서 도로 중간에 자전거를 세웠다. 택시 역시 설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엑셀을 밟아 미아 방면으로 진행한다. 고개를 홱 돌려 길음쪽을 쳐다보니 경찰이 있다. 망할 택시가 문제가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달아난 것이다. 사고로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그때서야 등골을 따라 서늘한 기운이 지나갔다. 살았다. 살아서 신기하다. 짜증나는 햇살은 도로를 비추고 있었다.
차량에 가려 건널목을 횡단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예방책: 건널목 앞 무조건 서행. 그런데 이런 경우가 서울 시내에서 아주 잦다.
서울 시내 주행 하면서 사고 날 뻔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위험한 경우가(어째서 그렇게 되야 하는지) 교차로에서 우회전 하는 차량들이 있을 때다. 신호 대기중일 때는 속도를 높여 차선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정차선에 세우던가, 우회전하여 건널목 앞까지 완전히 진행한 후 대기하는 것. 파란색 위치가 가장 좋은 정차 위치. 신호등이 파란색일 때 건널목을 따라 가는 것은 위험. 굵은 붉은 선이 이번에 택시 사고가 날 뻔 했던 코스.
저렇게 그려놓으면 서두른 택시 잘못 같아 보이지만 실은 직진로와 우회전로가 중간에 갈라져 있어 직진로의 2차선에 진입하다가 우회전하는 택시와 박기 딱 좋은 도로다.
한국 도로 사정상 자전거는 보행자와 마찬가지로 약자 같아 보이지만, 차를 몰며 자전거와 피치못할 사정으로 도로를 공유하는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자전거는 주행하는 지뢰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유독 서울만 차량이 하는 짓들이 지랄 같은 이유는 뭘까. 나같은 서울 시민이 서울이란 환경을 만들었다 -- 자문자답하는 바보짓은 하지 말자.
국민대를 지나 업힐 마지막에 북악 터널을 지나간다. 후텁지근하다. 땀방울이 이마에서 콧잔등을 타고, 속눈썹을 타고, 양 볼로 미끄러져 턱밑으로 떨어진다. 덜컹거리는 길을 천천히 주행했다. 어서 갑갑한 터널을 벗어나고 싶다.
구기 터널을 지났다. 시원한 내리막에서 50kmh에 이르렀다. 브레이크를 느슨하게 잡았다. 50kmh 이상 올라가면 무섭다.
생선 꼬리를 잡고 흔드는 펭귄
주행기록: 77.84km (4h51m) max/avg 50.0kmh/14.8kmh
집에 돌아와 짐을 내리고 사우나로 향했다. 한 시간 반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 뺐다. 땀을 빼고 돌아와서 땀을 빼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사우나를 나오니 65.3kg에서 64.6kg로 700g이 땀으로 빠져 나갔다. 스산한 기분이 들어 사우나 맞은 편의 세숫대야 냉면집에서 냉면을 시켜 말끔하게 해치웠다. 턱이 으드드드 떨린다.
22:50에 상영하는 '친절한 금자씨'를 보러 갔다. 코메디인가? 암. 웃어야지. 죄를 지었으면 속죄해야지. 금자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시스템이 말하는 죄와 스스로가 짊어진 짐으로써의 죄 중 나는 후자에 무게를 더했다. 내가 이 세계에 많은 빚을 지고 연리 3.5% 장기상환으로 갚아 나가는 것처럼. 할 말 없다. 극장에 별로 사람이 없어 앞 좌석에 턱 다리를 걸치고 편한 자세로 관람했다.
새로 개장한 팜 스퀘어, 거리 앞에서 공연을 했던지 지저분하게 널려 있던 색종이들이 소용돌이에 휘감겨 하늘로 올라가다 떨어진다.
가을이다. 대하와 전어와 낙지가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