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자전거 얘기만 쓰니까 흡사 '자전거를 통해 갱생의 길을 모색하는 어느 장애인의 일기'처럼 보여.
'장애라는 산맥은 히말라야보다 높았다' -- 백 번 공감하는 어떤 CF
감기가 찾아오길 기다렸다. 하루는 일부러 무리해서 자전거를 타고 그 다음날 산에 올랐다. 산에 오를 때 사용하는 근육과 자전거 탈 때 사용하는 근육이 많이 겹치지 않을까 싶었다. 쉬지 않고 3시간 동안 불광동-평창동 코스를 주파했다. 하행길에 개울에 발을 담그니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찬 바람 쐬면서 돌아다녔더니 저녁부터 목이 근질거렸다.
감기는 항상 그렇게 시작되었다. 목이 근질거리고, 목이 부어 오르다가 하룻밤 자고 나면 코로 전이되면서 콧물과 기침이 나고 슬슬 머리에 열이 난다. 목의 붓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상태가 심해지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찾아줘서 반갑다.
이번에 감기에 걸리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만일 감기가 면역체계의 일시적 장애나 교란으로 생기는 것이라면, 과민 반응을 억제하면 쉽게 치료가 가능한가?
콧물이 줄줄 나왔지만 심지어 하루종일 줄담배를 피우고 점심에는 고깃국을 먹고 저녁에는 회식에 가서 삼겹살에 소주 한 병 분량을 마셨다.
술, 담배, 고기는 이전의 실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어디까지나 내 경우) 감기의 치료와 그리 상관 없어 보이고, 항생제 복용 여부도 상관없는 것 같다. 이틀 동안 한두 알의 항히스타민제와 진통제를 먹고 몸을 따뜻하게 했다.
하루 하고 반나절이 지난 후 감기가 나았고, 그래서 저녁에 다시 찬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타러 나갔다. 제주 성산-성판악 코스를 기어올라가다시피 한 후 근육에 실질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는가를 체크했다. 두 달 전 앞뒤 기어를 1:2로 놓고 간신히 힐톱에 다다랐던 송추계곡 코스를 2:5로 지나갔다. 긴 악몽 같았던 2km짜리 업힐이 이제는 약간 구릉이 낀 평지처럼 느껴졌고 평상시 2시간 정도 걸리던 코스를 1시간 10분으로 단축했다.
최근에 내 다리가 28kmh 짜리 다리가 된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Q: 이렇게 '후진' 자전거로 28kmh가 나오면 비싼 자전거를 타면 34kmh가 나올까? A: 안 나온다. 30kmh를 전후해서 흡사 음속의 벽처럼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리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내 목적은 스피드나 험로주행, 업힐의 정복이 아니다.
잊지 말자.
'장애라는 산맥은 히말라야보다 높았다' -- 백 번 공감하는 어떤 CF
감기가 찾아오길 기다렸다. 하루는 일부러 무리해서 자전거를 타고 그 다음날 산에 올랐다. 산에 오를 때 사용하는 근육과 자전거 탈 때 사용하는 근육이 많이 겹치지 않을까 싶었다. 쉬지 않고 3시간 동안 불광동-평창동 코스를 주파했다. 하행길에 개울에 발을 담그니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찬 바람 쐬면서 돌아다녔더니 저녁부터 목이 근질거렸다.
감기는 항상 그렇게 시작되었다. 목이 근질거리고, 목이 부어 오르다가 하룻밤 자고 나면 코로 전이되면서 콧물과 기침이 나고 슬슬 머리에 열이 난다. 목의 붓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상태가 심해지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찾아줘서 반갑다.
이번에 감기에 걸리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만일 감기가 면역체계의 일시적 장애나 교란으로 생기는 것이라면, 과민 반응을 억제하면 쉽게 치료가 가능한가?
콧물이 줄줄 나왔지만 심지어 하루종일 줄담배를 피우고 점심에는 고깃국을 먹고 저녁에는 회식에 가서 삼겹살에 소주 한 병 분량을 마셨다.
술, 담배, 고기는 이전의 실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어디까지나 내 경우) 감기의 치료와 그리 상관 없어 보이고, 항생제 복용 여부도 상관없는 것 같다. 이틀 동안 한두 알의 항히스타민제와 진통제를 먹고 몸을 따뜻하게 했다.
하루 하고 반나절이 지난 후 감기가 나았고, 그래서 저녁에 다시 찬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타러 나갔다. 제주 성산-성판악 코스를 기어올라가다시피 한 후 근육에 실질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는가를 체크했다. 두 달 전 앞뒤 기어를 1:2로 놓고 간신히 힐톱에 다다랐던 송추계곡 코스를 2:5로 지나갔다. 긴 악몽 같았던 2km짜리 업힐이 이제는 약간 구릉이 낀 평지처럼 느껴졌고 평상시 2시간 정도 걸리던 코스를 1시간 10분으로 단축했다.
최근에 내 다리가 28kmh 짜리 다리가 된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Q: 이렇게 '후진' 자전거로 28kmh가 나오면 비싼 자전거를 타면 34kmh가 나올까? A: 안 나온다. 30kmh를 전후해서 흡사 음속의 벽처럼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리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내 목적은 스피드나 험로주행, 업힐의 정복이 아니다.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