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소설, 드라마

잡기 2005. 10. 24. 01:23
Tmio Vuorensola의 Star Wreck: In the Pirkinning. Star Trek과 Babylon 5의 세계관을 패러디한 유쾌한 영화. 스타 트랙과 바빌론 파이브를 못 본 사람들에겐 거진 쓰레기같은 영화겠지만 클럽에서 SF 팬들과 함께 맥주 한 잔 기울이며 부담없이 웃고 즐기기 딱 좋을 영화다. 번역하지 말고 영문 자막이었더라면 훨씬 재밌을 법 싶다. 핀란드어에 한글 자막인데다 번역한 사람이 두 시리즈를 안 본 것 같아서... 영화 제작 중 대부분의 시간을 CG 랜더링으로 보냈다는 소문을 들었다. CG의 질은, 특히 바빌론5를 비롯한 지구 함대와 스타플릿의 우주선들 사이에 벌어지는 전투씬은 바빌론 5의 박진감을 능가한다. 아마추어들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웠고(물론 B급 영화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작정하고 만든 코메디다. 끝내주게 재밌었다.

레널즈의 Absolution Gap: 758p짜리 책에서 간신히 580p에 이르렀다. 라쉬미카의 정체가 곧 밝혀진다. 레빌레이션 스페이스 사가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장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Rashimika와 Quiche(뀌세라고 읽어야 하나?)와 관련된 Hela system 얘기만 나오면 책을 확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난다. 펠카가 바다에 뛰어들고, 끌라방이 난도질 당한 채 바다에 버려진 후 뭔가 한 껀 할 것 같았던 패턴 저글러의 역할이 미미해서 다소 실망했고 데마키스트의 저항(?)은 아예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재수없는(아마 포스트 사이버펑크 부류 중 소위 소설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묘사된 재수없는 부류라고 해야겠지) 컨조이너와 울트라 정도만 간간히 나왔다. 얼마 전부터 등장한 새도우의 묘사가 재밌다. 그나마 inertia suppression engine과 hypometric weapon으로 늑대, 또는 inhibitor와 치르는 장대하고 살갗을 얼어붙게 만드는 우주전이 읽어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레널즈의 우주전은 뿅뿅 스타일 스타워즈가 아니다. 그래서 소름끼치게 느리고, 아름답고, '사실적이다'. 지금까지 절반의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그걸로 본전은 뽑았다. -_-

내가 볼 땐 이 소설 번역해봤자 안 팔린다. 권당 두께가 장난이 아니고(네 권 다 합치면 깨알같은 글자로 꽉 찬 페이지가 2000을 넘긴다) 전개가 아주 느리고 설명적인데다 캐릭터가 지나치게 차가워 정 붙일 데가 없다. 소설에서 휴머니즘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휴머니즘이라... baseline human이라 불리는 마이너한 생물이 있긴 하다. 따라서, 하드 사이언스 픽션 '기크'와 상관없는 보편적 한국인의 정서에 안 맞을 것 같다.

최근 시작한 3개의 SF 드라마: 틈틈이 보고 있다.

threshold: 시작할 땐 잘 나가나 싶더니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은지 질질 끄는 기색이 보인다. 점점 심령물화 되가고 있다. 스토리: 지구 궤도 상에 4차원 테써렉트같은 물체가 떨어지면서 외계인의 침공이 시작되고 재난 상황에서 쓰레숄드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인간은 이중나선의 유전자를 갖고 있으나 외계인에 동화되면 트리플 헬릭스가 발현된다. 스레숄드 프로젝트 팀은 비밀리에 외계인의 침공을 저지하는 동시에 그들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려 땀 흘린다. 지금은 온갖 것들에 3중 나선 프랙탈을 갖다 붙여 슬슬 짜증이 나려는 참.

surface: 여과학자가 괴물 몸에 gps를 달아 추적하는 씬부터 좀... 강한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그 엄청난 괴물에 붙은 gps가 어떻게 망가지지도 않고 전파를 송신할 수 있나. 줄거리: 무수한 운석군이 바다로 낙하하면서 바다에서 기괴한 생물이 출현, 전세계 연안에서 목격된다. 동생을 바다 괴물에게 잃은 남자와 직장을 잃은 과학자가 군의 방해를 뚫고 진실을 파헤치려 애쓴다. 바다 괴물의 알을 줏어와 키우는 십대 소년도 등장한다.

invasion: 최근 시작한, invasion을 포함한 위 세 SF 드라마 중 주인공이 이 보다 더 둔하고 멍청할 수 없다는 것을 1화부터 꾸준히, 잔잔하게 보여주는 '가족' 드라마. 가끔 각본 쓴 작자를 살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줄거리: 군에서 허리케인 실험중 뭔가가 잘못되었다. 해수면 아래 빛을 발하는 생명체가 목격되고 군경이 해안을 차단한다. 해안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허리케인에 휩쓸려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한다. 출연 인물들이 하는 짓들이 하도 바보스러워 때때로 보기가 서글프다. SF물이라기 보다는 외계인의 침공(?)을 빌미로 뿔뿔이 흩어지는 가족사의 가슴 아픈 드라마가 연출 의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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