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중앙 박물관에 갔다. 올해까지 무료란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 2:30pm까지 기다려 PDA를 빌렸다. 신분증을 내밀면 PDA와 MP3P를 빌려주는데 각각 3천원, 천원씩 받았다. 둘 다 전시물 앞에 다가가면 감지해서 그에 걸맞는 설명을 들려준다.
PDA는 Text To Speach 시스템을 사용, 영어로 듣다가 한국어로 전환했다. 약간 듣기 거북하다. 애들부터 노인네까지 청취대상을 평준화한 덕에 관람속도를 못 쫓아오고 몹시 허덕인다. 이 기기에 필요한 것은 1초 스킵 버튼과 음성 속도 조절, 타스크 전환 스위치, 동영상 플레이어, 문화재 게임 등등이다. UI가 구린 것이 몹시 한국적으로 대충 만든 티가 팍 났다.
박물관에서 세상 어디가나 똑같아 짜증나는 구석기 유물을 죽어라고 전시하는 이유가 뭘까? 그나마 특별하다는 것이 있긴 하다. 그런데 왜 원뿔형 토기에 빗살 무늬를 만들었을까? 한 동안 그 빗살무늬가 그립감을 좋게하려고 생선뼈로 긁었다고 여겼다. 주변에 물어봐도 쓸만한 대답을 들은 적은 없다. 빗살을 그리면 멋있어 보이지 않냐? 이런 대답이나 듣고. 잡는 느낌을 견고하게 만들려고.. 라는 대답도 시원찮긴 마찬가지다. 훗날에는 무늬 없는 토기가 나왔다. 패밀리, 밴드, 트라이브를 드러내는, 마치 개들이 오줌으로 영역구분하는 버릇인 걸까? 그럼 빗살의 미묘한 지역적 차이를 살펴보면 되겠군. 귀찮아서 지나쳤다.
세시간을 바삐 돌아다녔는데 1층의 1/4, 2층의 1/2, 3층의 1/2을 간신히 구경했다. 다섯시를 넘겨 어쩔 수 없이 나왔다. 칼바람이 몰아친다. 박물관 주변에 지오캐싱 박스를 남겨두려고 했는데 귀가 얼어 붙으니 만사가 귀찮아 지하철 역으로 달려갔다. 박물관을 꽤 고속으로 보는 편인데 세시간을 돌아도 채 1/3도 보지 못한 것이 의아하다. 다시 와야겠다.
어린 시절 종에 새겨진 이 무늬를 보고 감동 먹은 적이 있다. 아, 하늘거리는 저 멋진 각도. 옛날에 저 문양을 해석하는 얘기를 줏어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지금은 종에 정기를 빨려 맛이 간 노인네처럼 보인다.
유라시아 대륙의 어디를 가나 문화 관람이랍시고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붓다 쇼핑이다. 항상 크신 '큰 형님'을 중심으로 조직책, 행동책, 해외사업책, 자금책, 행동대원 및 그외 주변부 떨거지 등, 이 그림 한 장이면 조직 내 계보 파악이 가능하다. 몇몇이 빠진 것 같은데... 남도계열인가? 붓다의 손모양은 '양아들은 접수하고 사업은 확장한다'를 뜻하고 있다. 불상이나 탱화를 보면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다. 특히 각국의 부처 머리 표정은 정말 재밌다.
언더그라운드 조직의 괴수 염라대왕. 한 눈에 봐도 위 조직과 확연히 구분되는 뒷골목 언더그라운드 양아치 집단 임을 알 수 있다.
잠시 쉬고.. 저런 창문으로 베란다를 꾸미면 멋질 것 같다.
간만에 보는 비로자나불. 세속인은 붓다와 같고 미혹과 깨달음은 하나다. 박씨 아저씨는 제스쳐를 사용하는 보안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암호는 약사여래 것이 좋겠지? 형광등 불빛 아래서 손을 상하로 마구 흔들면 팔이 대여섯개로 보인다.
다 털려서 한가하게 화투판을 바라보는 관음보살. 노출과다 아니다. 의도적 연출이다. 아... 사진 얘기다. 젠장 성스런 관음보살인데 내가 왜 일없이 캥긴거지?
턱 괸 김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싯달타, 여러 '짝통' 반가사유상 중 하나. 반가사유상은 사진을 못 찍게 했다. 김정호 글씨 보고 뻑 맛이 가서 찍으려니 그것도 못 찍게 하더라.
한국의 반가사유상은 꽤 멋지다. 그냥 멋지다. 한참 쳐다봤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걸 위한 특별전시실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그런데 반가사유상 앞에 아줌마 화장하듯 덕지덕지 발라놓은 수사는 꽤 밥맛이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국민의 역사적, 문화적 자긍심을 한단계 높여보려고 만드는 박물관에서 하필이면 밀린 집세 걱정하는 듯한 표정의 근육질 머저리를 빗댈 것은 또 뭐람.
12세기 고려에는 제대로 된 청자매병 그러니까 비색 자기 술병을 만들 줄 아는 장인이 있었다. 이런 걸 보게 되면 프로그램을 제대로 짜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여기저기 자기를 많이 본 셈인데 고려 청자는 멋있다. 중국, 대만, 유라시아 대륙을 걸치는 동안 들렀던 모든 박물관의 소장품을 감상한 감상평은 이렇다: 그 당시에도 중국은 개밥그릇에나 쓰일 것 같은 중국제 짝퉁 자기를 대량 생산했던 것 같다. 농담.
찰스 스노우의 책 제목에서 따 온 듯한 표제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두 문화'는 상당히 암울한 주제를 다룬 책이었고 교육 또는 자발적 학습에 의한 두 문화의 상호 점근이라는 스노우의 희안한 '타협'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 작자들이 '디지탈이 예술 만났네'를 정말로 주제로 삼았다. 그것이 재기발랄한 농짓거리였다 해도 1+1에서 이도저도 못해 망설이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워낙 '두 문화'란 주제가 암울해서...
망년회에 가서 최근 언론이 물찬 제비처럼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는 황우석 얘기를 좀 했다. 가능한 황씨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두 문화'라는 비웃음 가득 머금은 듯한 포스터를 보니 머리가 확 돌아버릴 지경이다. 황교수는 실은 관심 밖이다. 내 관심사는 과학과 사회의 건설적 타협, 협조적 공생이라는 껍데기는 그럴듯 하지만 까보면 내용 없는 인문쪽 수사는 아니다.
망년회에서 오랫만에 오래전 사람들을 만났다. 예나는 예쁘게 자라고 있다. 아무리 봐도 엄마만 닮아서 남편의 유전자가 끼친 영향이 참으로 미미하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2주 동안 겨우 컨트롤 2개 만들었다. 2주 동안 3400줄 짰으니까 하루 평균 280줄로 극히 생산성이 낮다. 이래서 UI 프로그래밍이 싫다. 여름에 취직시키려던 후배가 들어왔더라면 내가 지금 하는 이걸 맡기려 했다. 나처럼 UI 프로그래밍에 버벅대는 사람이 짜도 핵심 컴포넌트 2개 만드는데 2주 걸렸으니 그 친구라면 더 잘 했을 것이다.
R사장이 며칠전에 날더러 그 친구 다시 끌어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 C사장의 소프트웨어 쪽이 차도가 안 보이니 똥줄이 탄 모양이시다. 몇 가지 이유로 불가하다고 말씀드렸다. 최근에 손윗 선배가 그 후배에게 계약서 한 장 안 쓰고도 낼름 날로 먹을 수 있는 기가 막힌 틈새 일자리를 소개해 줬는데, '그릇이 안되서 못 하겠습니다' 라는...
개 뒷다리 긁는듯한 소리를 해서,
나는,
리얼하게 저런 닭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 딴에는 '선배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고 사회라는 곳이 그리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나름의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여야갑을공노들이나 포지숑 차이로 서로 따지고 살벌하게 덤비는 1차원, 2차원적 사고방식을 넘어서 3차원, 4차원, 11차원 등 보다 고차원의 세계를 넘나들게 되면,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황야의 무법자 4탄, outsider, concerned, and babo
이해당사자라고 믿어지는 그 '아무'도 저렇게 엎어져서 코 깨지고 비웃음꺼리가 되는 사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outsider) 닭 표정을 짓고 기시감을 느끼며 얼떨떨해 있는 동안, 선배(concerned)는 회사에서 완전히 새 되고 삼일 내내 밤낮으로 술 퍼먹으면서 후배(babo)를 갈궜다. 지금도 마시고 있을까? 저러다 홧병에 먼 길 떠나시는 건 아닐까?
후배는 그릇이 작은 관계로 술자리에서 5인5색으로 돌림빵으로(풍속화의 '지나가는 행인'처럼) 멸시 좌시 경시 천시 도외시 당하며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외설 팝업 윈도우 뜨듯 정신없이 사방에서 무시로 펑펑 튀어나오는 '바보' 소리를 들었다. '그릇이 작아서 못하겠다'는 말은, 온갖 양념을 하고 구워 삶아 여자애를 기껏 눕혀놓고 나서 '자지가 작아서 못하겠습니다' 하고 줄행랑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인데, 본인은 인식이 없는 것 같았다. 그것이 R사장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다. 일하다가 그릇이나 자지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기괴한 현상을 닭 표정으로 관람할 수도 없고, 그야 물론 본인이 먼저 거절할테니.
내가 비록 천박한 말투와 개싸가지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어도,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 거짓말 못하는 버릇은 좀 고쳐야 할 것 같다. 생활이 불편하다. 표정에 다 드러나니 면전에서는 더더욱 못하고. 그러지말고 그냥 개싸가지로 남은 여생을 보낼까?
오늘은 간만에 일찍 자련다.
엇 벌써 3am이네?
그나저나 저 닭 표정 요즘 내 정신상태하고 정말 똑 같어. 다시 보자.
사내 닭사모 공식 로고로 삼자
PDA는 Text To Speach 시스템을 사용, 영어로 듣다가 한국어로 전환했다. 약간 듣기 거북하다. 애들부터 노인네까지 청취대상을 평준화한 덕에 관람속도를 못 쫓아오고 몹시 허덕인다. 이 기기에 필요한 것은 1초 스킵 버튼과 음성 속도 조절, 타스크 전환 스위치, 동영상 플레이어, 문화재 게임 등등이다. UI가 구린 것이 몹시 한국적으로 대충 만든 티가 팍 났다.
박물관에서 세상 어디가나 똑같아 짜증나는 구석기 유물을 죽어라고 전시하는 이유가 뭘까? 그나마 특별하다는 것이 있긴 하다. 그런데 왜 원뿔형 토기에 빗살 무늬를 만들었을까? 한 동안 그 빗살무늬가 그립감을 좋게하려고 생선뼈로 긁었다고 여겼다. 주변에 물어봐도 쓸만한 대답을 들은 적은 없다. 빗살을 그리면 멋있어 보이지 않냐? 이런 대답이나 듣고. 잡는 느낌을 견고하게 만들려고.. 라는 대답도 시원찮긴 마찬가지다. 훗날에는 무늬 없는 토기가 나왔다. 패밀리, 밴드, 트라이브를 드러내는, 마치 개들이 오줌으로 영역구분하는 버릇인 걸까? 그럼 빗살의 미묘한 지역적 차이를 살펴보면 되겠군. 귀찮아서 지나쳤다.
세시간을 바삐 돌아다녔는데 1층의 1/4, 2층의 1/2, 3층의 1/2을 간신히 구경했다. 다섯시를 넘겨 어쩔 수 없이 나왔다. 칼바람이 몰아친다. 박물관 주변에 지오캐싱 박스를 남겨두려고 했는데 귀가 얼어 붙으니 만사가 귀찮아 지하철 역으로 달려갔다. 박물관을 꽤 고속으로 보는 편인데 세시간을 돌아도 채 1/3도 보지 못한 것이 의아하다. 다시 와야겠다.
어린 시절 종에 새겨진 이 무늬를 보고 감동 먹은 적이 있다. 아, 하늘거리는 저 멋진 각도. 옛날에 저 문양을 해석하는 얘기를 줏어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지금은 종에 정기를 빨려 맛이 간 노인네처럼 보인다.
유라시아 대륙의 어디를 가나 문화 관람이랍시고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붓다 쇼핑이다. 항상 크신 '큰 형님'을 중심으로 조직책, 행동책, 해외사업책, 자금책, 행동대원 및 그외 주변부 떨거지 등, 이 그림 한 장이면 조직 내 계보 파악이 가능하다. 몇몇이 빠진 것 같은데... 남도계열인가? 붓다의 손모양은 '양아들은 접수하고 사업은 확장한다'를 뜻하고 있다. 불상이나 탱화를 보면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다. 특히 각국의 부처 머리 표정은 정말 재밌다.
언더그라운드 조직의 괴수 염라대왕. 한 눈에 봐도 위 조직과 확연히 구분되는 뒷골목 언더그라운드 양아치 집단 임을 알 수 있다.
잠시 쉬고.. 저런 창문으로 베란다를 꾸미면 멋질 것 같다.
간만에 보는 비로자나불. 세속인은 붓다와 같고 미혹과 깨달음은 하나다. 박씨 아저씨는 제스쳐를 사용하는 보안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암호는 약사여래 것이 좋겠지? 형광등 불빛 아래서 손을 상하로 마구 흔들면 팔이 대여섯개로 보인다.
다 털려서 한가하게 화투판을 바라보는 관음보살. 노출과다 아니다. 의도적 연출이다. 아... 사진 얘기다. 젠장 성스런 관음보살인데 내가 왜 일없이 캥긴거지?
턱 괸 김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싯달타, 여러 '짝통' 반가사유상 중 하나. 반가사유상은 사진을 못 찍게 했다. 김정호 글씨 보고 뻑 맛이 가서 찍으려니 그것도 못 찍게 하더라.
한국의 반가사유상은 꽤 멋지다. 그냥 멋지다. 한참 쳐다봤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걸 위한 특별전시실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그런데 반가사유상 앞에 아줌마 화장하듯 덕지덕지 발라놓은 수사는 꽤 밥맛이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국민의 역사적, 문화적 자긍심을 한단계 높여보려고 만드는 박물관에서 하필이면 밀린 집세 걱정하는 듯한 표정의 근육질 머저리를 빗댈 것은 또 뭐람.
12세기 고려에는 제대로 된 청자매병 그러니까 비색 자기 술병을 만들 줄 아는 장인이 있었다. 이런 걸 보게 되면 프로그램을 제대로 짜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여기저기 자기를 많이 본 셈인데 고려 청자는 멋있다. 중국, 대만, 유라시아 대륙을 걸치는 동안 들렀던 모든 박물관의 소장품을 감상한 감상평은 이렇다: 그 당시에도 중국은 개밥그릇에나 쓰일 것 같은 중국제 짝퉁 자기를 대량 생산했던 것 같다. 농담.
찰스 스노우의 책 제목에서 따 온 듯한 표제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두 문화'는 상당히 암울한 주제를 다룬 책이었고 교육 또는 자발적 학습에 의한 두 문화의 상호 점근이라는 스노우의 희안한 '타협'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 작자들이 '디지탈이 예술 만났네'를 정말로 주제로 삼았다. 그것이 재기발랄한 농짓거리였다 해도 1+1에서 이도저도 못해 망설이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워낙 '두 문화'란 주제가 암울해서...
망년회에 가서 최근 언론이 물찬 제비처럼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는 황우석 얘기를 좀 했다. 가능한 황씨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두 문화'라는 비웃음 가득 머금은 듯한 포스터를 보니 머리가 확 돌아버릴 지경이다. 황교수는 실은 관심 밖이다. 내 관심사는 과학과 사회의 건설적 타협, 협조적 공생이라는 껍데기는 그럴듯 하지만 까보면 내용 없는 인문쪽 수사는 아니다.
망년회에서 오랫만에 오래전 사람들을 만났다. 예나는 예쁘게 자라고 있다. 아무리 봐도 엄마만 닮아서 남편의 유전자가 끼친 영향이 참으로 미미하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2주 동안 겨우 컨트롤 2개 만들었다. 2주 동안 3400줄 짰으니까 하루 평균 280줄로 극히 생산성이 낮다. 이래서 UI 프로그래밍이 싫다. 여름에 취직시키려던 후배가 들어왔더라면 내가 지금 하는 이걸 맡기려 했다. 나처럼 UI 프로그래밍에 버벅대는 사람이 짜도 핵심 컴포넌트 2개 만드는데 2주 걸렸으니 그 친구라면 더 잘 했을 것이다.
R사장이 며칠전에 날더러 그 친구 다시 끌어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 C사장의 소프트웨어 쪽이 차도가 안 보이니 똥줄이 탄 모양이시다. 몇 가지 이유로 불가하다고 말씀드렸다. 최근에 손윗 선배가 그 후배에게 계약서 한 장 안 쓰고도 낼름 날로 먹을 수 있는 기가 막힌 틈새 일자리를 소개해 줬는데, '그릇이 안되서 못 하겠습니다' 라는...
개 뒷다리 긁는듯한 소리를 해서,
나는,
리얼하게 저런 닭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 딴에는 '선배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고 사회라는 곳이 그리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나름의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여야갑을공노들이나 포지숑 차이로 서로 따지고 살벌하게 덤비는 1차원, 2차원적 사고방식을 넘어서 3차원, 4차원, 11차원 등 보다 고차원의 세계를 넘나들게 되면,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황야의 무법자 4탄, outsider, concerned, and babo
이해당사자라고 믿어지는 그 '아무'도 저렇게 엎어져서 코 깨지고 비웃음꺼리가 되는 사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outsider) 닭 표정을 짓고 기시감을 느끼며 얼떨떨해 있는 동안, 선배(concerned)는 회사에서 완전히 새 되고 삼일 내내 밤낮으로 술 퍼먹으면서 후배(babo)를 갈궜다. 지금도 마시고 있을까? 저러다 홧병에 먼 길 떠나시는 건 아닐까?
후배는 그릇이 작은 관계로 술자리에서 5인5색으로 돌림빵으로(풍속화의 '지나가는 행인'처럼) 멸시 좌시 경시 천시 도외시 당하며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외설 팝업 윈도우 뜨듯 정신없이 사방에서 무시로 펑펑 튀어나오는 '바보' 소리를 들었다. '그릇이 작아서 못하겠다'는 말은, 온갖 양념을 하고 구워 삶아 여자애를 기껏 눕혀놓고 나서 '자지가 작아서 못하겠습니다' 하고 줄행랑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인데, 본인은 인식이 없는 것 같았다. 그것이 R사장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다. 일하다가 그릇이나 자지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기괴한 현상을 닭 표정으로 관람할 수도 없고, 그야 물론 본인이 먼저 거절할테니.
내가 비록 천박한 말투와 개싸가지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어도,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 거짓말 못하는 버릇은 좀 고쳐야 할 것 같다. 생활이 불편하다. 표정에 다 드러나니 면전에서는 더더욱 못하고. 그러지말고 그냥 개싸가지로 남은 여생을 보낼까?
오늘은 간만에 일찍 자련다.
엇 벌써 3am이네?
그나저나 저 닭 표정 요즘 내 정신상태하고 정말 똑 같어. 다시 보자.
사내 닭사모 공식 로고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