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조립은 일찍 끝났다. os 설치하고 드라이버 설치하고 프로그램 설치까지 마쳤다.
Standby To RAM (STR)이 먹지 않았다. STR 모드는 전원 사용을 최소화하여 램과 일부 칩들에만 내용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전원을 공급한 채 셧다운 되는 기능이다. STR을 사용하면 윈도우즈를 새로 부팅할 필요없이 키 하나 눌러 이전 작업 상태로 바로 복귀(instant on)가 가능하다. 폐인모드로 프로그래밍 訪汰?할 때 꼭 필요한 기능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STR 모드로 진입한 다음 전원 스위치나 키보드에 의해 컴퓨터가 다시 원 상태로 복귀되지 않고 먹통이다. 윈도우즈 설치 잘못일까? 아니면 보드 문제일까? 케이스와 ODD만 빼고 다 갈아치운 상태라 본의 아니게 생활에 도움 안되는 상상의 나래를 활짝 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이미 설치해 놓은 상태라 시스템을 더 건드리긴 무리고... 다른 HDD를 준비해서 windows xp sp2 무인 설치판을 깔았다. windows xp sp2 판에 2005년 12월까지의 모든 패치를 적용하고 설치시 SATA raid를 지원하는 등 쓸만한 물건이라 냉큼 다운받았다. 이런 거 자기 시간 쪼개서 만드는 사람들한테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다. 설치 화면에 문근영이 나타났다. 재빨리 눈을 돌려 어제 읽다만 김용옥의 글을 마저 읽었다.
30분 후 윈도우즈 화면이 나타났다. 비디오 카드 드라이버만 설치한 상태에서 테스트 해 봤다. 한 번 되더니 그후로 계속 안된다. 흠... 이상한 일이군. 아무 생각없이 ATI 사이트에 들어가 Catalyst 5.12를 다운 받아 설치했다. 스탠바이 모드 진입과 리바이브가 이번에는 잘 된다. 비디오 카드 드라이버 문제였군. 결론 냈다.
다시 조립하고 테스트 해보았다. 스탠바이는 되긴 된다. STR 모드에서 키보드에 의해 컴퓨터를 다시 켜려면 PS/2 키보드를 사용하고 BIOS에서 wake up by keyboard를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파워 서플라이는 컴퓨터가 꺼져 있는 상태에서 메인 보드와 키보드를 간신히 구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전류를 공급한다. PS/2 키보드의 경우 그렇고, USB 키보드를 사용하면 BIOS 셋업에서 USB legacy device support를 활성화해야 한다. 키보드 및 마우스가 USB legacy device다. 원래 USB는 HID(human interface device)와의 인터페이스를 위해 개발된 규격이다. 지금은 본의 아니게 고속 주변기기 연결 규격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스탠바이 모드에서 파워 서플라이는 물론이고 CPU, HDD가 모두 작동상태다. 중단된 것은(disconnect) 비디오 카드와 LAN 카드 뿐이다. 이게 무슨 스탠바이 모드야? 혹시 레거시 디바이스가 있어 ACPI를 완전히 지원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럴리가 없다. 새로단 것은 SATA-II HDD와 파워 서플라이, 보드, CPU 뿐이다. 의심이 가는 것은 파워 서플라이다. 혹시 파워 서플라이가 스탠바이 시그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예전에 만원 주고 산 300W 파워도 그 정도는 했는데. 아무래도 파워 서플라이는 국산이라 중국산 만큼이나 믿음이 안간다. 특히나 국산 중에 '황'씨나 주황색도 노란색도 아닌 파워는 믿음이 안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듀얼 모니터 설정에서 말썽을 부린다. DDC 정보에는 두 모니터가 모두 잡힌 걸로 나와 있다. DDC=Display Data Channel.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에서 모니터가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해상도와 수직 동기 주파수 등을 컴퓨터 측에 알려주는 일종의 PnP 규격. 그런데 비디오 카드의 DVI 측에 연결된 모니터에는 화면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LCD와 CRT 모두 RGB 커넥터라 DVI 측에는 DVI-I to RGB 컨버터 플러그를 달아 놓았다. DVI-I 컨버터 탓일까?
영 답답해서 원래 가지고 있던 AGP 카드를 달려고 메인 보드 매뉴얼을 보니 1.5V AGP 카드만 달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내 것은 3.3V짜리다. 좌절했다. 유니텍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시판에 문의했다.
할 일이 없어 오버클러킹을 시도했다. 메인 보드가 오버클러킹을 잘 지원해 준다. CPU 코어 주파수가 200Mhz이고 멀티플라이어(아마 PLL을 사용하겠지?)가 x9 그래서 200x9=1800Mhz가 나온다. 배수 조절은 안되었다. 코어 주파수를 230Mhz로 주고 PCIEx와 비동기로 설정했다. 2.07Ghz, 여러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성능이 113% 가량 향상되었다. 동영상을 플레이 하면서 네트웍을 경유해 서버에서 파일을 받아 4x 속도로 DVD를 on the fly로 굽는 작업과 바닥(mencoder)로 동영상 엔코딩 작업을 병행했다. CPU 사용율은 100%지만 그렇게 1시간 돌려도 다운되지 않았다. SpeedFan 프로그램으로 CPU 온도를 보니 45C 부근에서 오락가락한다. 안정적이다. 돈 굳었다.
보드가 PC3200 DDR SDRAM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수동으로 설정했다. DRAM clock은 200Mhz(DDR은 sync clock의 dual edge에서 작동하므로 실제로는 400Mhz가 된다)으로 설정하고 burst length를 8로 잡았다.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SDRAM은 burst length가 8인데 이것도 그런지는 칩 데이터시트를 안 봐 확실치 않다. burst length는 SDRAM에 read command 설정 후 각 클럭마다 별도의 리드 명령을 주지 않고 한꺼번에 읽어들일 수 있는 최대 길이를 말한다. 사실 버스트 길이가 RAM의 속도를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시트 보고 제대로 설정을 해볼까? optimal(auto) 설정은 아무래도 임계작동 속도에서 마진을 30% 이상 둘 것이 분명하지만 임계 작동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굳이 안 바꾸기로 했다. 램 성능은 134% 향상되었다.
벤치마크를 해보니 ATA가 대략 30MB/s인 반면 SATA-II 인터페이스가 달린 삼성 HDD는 60MB/s 정도의 속도가 나왔다. buffered read에서는 140MB/s까지 나온다. seek time은 대략 7ms 가량. 3Gb/s 짜리 SATA-II 인터페이스에 물린 HDD지만 실질 성능은 1.5Gb/s짜리 SATA와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한다. SATA-II는 SATA Raid보다 속도가 떨어진다. 로또에 당첨되는 일이 없는 한 SATA Raid를 구성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더 할 일이 없어서 이번에는 예전에 성능이 떨어져서 할 수 없었던 것을 했다. CPU상태를 주욱 모니터링하면서 MMOPRG인 '영웅'을 다운받아 실행했다. 패닝할 때 화면이 팽팽 돌아간다. 야... 이게 말로만 듣던 3차원 삽질 게임이구나. 한 노인네가 농사를 망치는 멧돼지 때문에 울고 있어서 성 인근 숲에서 맨 주먹으로 멧돼지와 늑대를 열심히 때려잡았다. 0갑자 4성쯤 올라가서 이번에는 칼을 하나 잡고 늑대를 죽이러 돌아다녔다. 2 시간 동안 열심히 짐승들을 도살했지만 전혀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 짐승들은 죽었다가 흙에서 돈을 몸에 지니고 솟아났다. 그런데 노인장은 야저 때려잡아 달라고 부탁해 놓고 어디 간거지? 공치사라도 들어야 할텐데. 새벽 2시다. 정처없이 떠돌다가 시라소니같이 생긴 놈한테 물려 죽었다. 재미가 없어 관두고 잤다.
자다가 꿈 속에서 파티션 날아갔을 때 왜 하드 복구가 잘 안되어서 내가 삽질했는가?를 반성해 보았다. 이제는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도스 시절에는 hex editor로 파티션을 손수 복구했다. 굳이 하드 디스크 전체를 스캐닝하여 MFT를 재구성할 필요가 없다. 파티션만 달랑 날아간 것이므로 파티션 테이블과 MBR만 잘 설정해 주고(쉽다) 첫번째 파일 리스트 테이블 위치만 잡아준 다음 부팅해서 인식되면 chkdsk 한번 돌려주면 작업 끝이다. 어찌나 쉬운지 10분이면 작업이 끝나는 것이다. 그 작업이 귀찮은 나머지 Norton Utility에는 그런 기능마저 들어 있었다. 그런데 PC가 전보다 100배 이상 고성능이 되고 엄청나게 다양한 기능과 엄청나게 많은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으면서도 고작 파티션 테이블이 날아간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이상한 소프트웨어들 때문에 적어도 8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자다가 괜히 열받았다.
비디오 카드 듀얼 모니터 문제로 유니텍에 적은 질의에 대한 답변을 아침에 받았다. windows xp 문제란다. '정품'을 사용하시길 권고했다. 정수리에 느낌이 딱 와서 당장 비디오 카드와 컨버터 플러그를 챙겨들고 용산의 유니텍 A/S 센터로 달려갔다. xp 문제라고?
창구에서 대기표 하나 주고 폼 작성하라고 한다. 저 죄송하지만 이건 5분만 점검하면 되는 건데요.. 소용없다. 이름과 연락처만 적으란다.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왜 A/S 받으러 왔는가 적으려 하자 종이를 빼앗는다. 창구 아가씨와 대화가 안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종이를 다시 빼앗아 왜 A/S 받으러 왔는지 두 줄로 간략해 적었다. '듀얼 모니터 구성했을 때 DVI 쪽 secondary display가 출력되지 않음. 비디오 카드나 DVI-I 컨버터 플러그 둘 중 하나에 문제가 있는 듯 함. DVI 컨버터 문제라면 구매하겠음'
대기실에 앉아 마이크로 소프트웨어를 읽으며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 엔지니어가 내 이름을 부르며 자기 자리로 안내해 준다. 뭐가 문제에요? 대뜸 물었다. 비디오 카드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고 젠더 컨버터 문제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네요. 라고 말한다. (엔지니어는 '젠더 컨버터' 같은 야매스런 명칭을 사용해선 안된다. 젠더 컨버터는 말 그대로 암컷/수컷 커넥터의 궁합을 맞추기 위해 젠더(성)을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널부러져 테스트 중인 것을 보고, 저 카드는 되는군요. 내 카드는 안되죠? DVI 컨버터는 거기 것이다. 네. 그럼 비디오 카드 문제가 맞네요. 아 그렇다고 보기가 좀... 답답해 하며 DVI가 RGB로 어떻게 변환되는지 설명해 주려고 한다. 그런 거 몰라서 찾아온 사람 아닌데... 집에 레퍼런스로 사용한 여분의 비디오 보드나 컨버터가 없어 부득이 들고온 것인데...
설명 듣다가 중간에 끊고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비디오 카드를 교체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비디오 카드 문제가 맞군요. 아니 그건 아닌데... 제가 가져온 DVI 컨버터는 테스트해 보셨어요? 아직요. 아 그래요? 저는 DVI 컨버터 문제면 돈 주고 구매하려고 왔는데 (5천원짜리 컨버터는 테스트 해 보지도 않고 횡설수설하다가 5만 7천원짜리 비디오 카드를) 그냥 다른 비디오 카드로 교체해 주시는군요.
비디오 카드 문제는 아니라니까 그렇게 믿기로 하자. 그러더니 DVI 컨버터 플러그도 끼워준다. 그러니까 나는 원인불명의 알쏭달쏭한 문제로 새 비디오 카드와 새 DVI 컨버터를 받은 것이다. 삼성에 버금가는 화끈한 '묻지마, 물으면 다쳐' A/S다.
물건을 챙겨 돌아가려다가 말고 뒤돌아서 말했다. 아참, 그 비디오 카드요, 어제 산 건데 카드와 함께 동봉된 드라이버 CD로 드라이버를 인스톨하면 파워 오프나 대기모드 전환시에 다운됩니다. 그래요? 그래서 어제 게시판에 글을 올렸더니 windows xp '정품'을 사용하지 않아서라지 뭡니까? ㅎㅎㅎ 우리는 함께 그 답변을 올린 사람을 비웃었다. 방금 비디오 카드를 교체해 준 그 친구는 그런 답변을 달지 않았을 테지만 유니텍의 누군가는 바보다.
유니텍의 삼위 일체 바보들 덕택에 오늘도 하루를 날렸다. 유니텍에 있는 그 누구도 나에게 (제품 결함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하지 않았다.
Standby To RAM (STR)이 먹지 않았다. STR 모드는 전원 사용을 최소화하여 램과 일부 칩들에만 내용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전원을 공급한 채 셧다운 되는 기능이다. STR을 사용하면 윈도우즈를 새로 부팅할 필요없이 키 하나 눌러 이전 작업 상태로 바로 복귀(instant on)가 가능하다. 폐인모드로 프로그래밍 訪汰?할 때 꼭 필요한 기능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STR 모드로 진입한 다음 전원 스위치나 키보드에 의해 컴퓨터가 다시 원 상태로 복귀되지 않고 먹통이다. 윈도우즈 설치 잘못일까? 아니면 보드 문제일까? 케이스와 ODD만 빼고 다 갈아치운 상태라 본의 아니게 생활에 도움 안되는 상상의 나래를 활짝 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이미 설치해 놓은 상태라 시스템을 더 건드리긴 무리고... 다른 HDD를 준비해서 windows xp sp2 무인 설치판을 깔았다. windows xp sp2 판에 2005년 12월까지의 모든 패치를 적용하고 설치시 SATA raid를 지원하는 등 쓸만한 물건이라 냉큼 다운받았다. 이런 거 자기 시간 쪼개서 만드는 사람들한테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다. 설치 화면에 문근영이 나타났다. 재빨리 눈을 돌려 어제 읽다만 김용옥의 글을 마저 읽었다.
30분 후 윈도우즈 화면이 나타났다. 비디오 카드 드라이버만 설치한 상태에서 테스트 해 봤다. 한 번 되더니 그후로 계속 안된다. 흠... 이상한 일이군. 아무 생각없이 ATI 사이트에 들어가 Catalyst 5.12를 다운 받아 설치했다. 스탠바이 모드 진입과 리바이브가 이번에는 잘 된다. 비디오 카드 드라이버 문제였군. 결론 냈다.
다시 조립하고 테스트 해보았다. 스탠바이는 되긴 된다. STR 모드에서 키보드에 의해 컴퓨터를 다시 켜려면 PS/2 키보드를 사용하고 BIOS에서 wake up by keyboard를 활성화한다. 이를 위해 파워 서플라이는 컴퓨터가 꺼져 있는 상태에서 메인 보드와 키보드를 간신히 구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전류를 공급한다. PS/2 키보드의 경우 그렇고, USB 키보드를 사용하면 BIOS 셋업에서 USB legacy device support를 활성화해야 한다. 키보드 및 마우스가 USB legacy device다. 원래 USB는 HID(human interface device)와의 인터페이스를 위해 개발된 규격이다. 지금은 본의 아니게 고속 주변기기 연결 규격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스탠바이 모드에서 파워 서플라이는 물론이고 CPU, HDD가 모두 작동상태다. 중단된 것은(disconnect) 비디오 카드와 LAN 카드 뿐이다. 이게 무슨 스탠바이 모드야? 혹시 레거시 디바이스가 있어 ACPI를 완전히 지원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럴리가 없다. 새로단 것은 SATA-II HDD와 파워 서플라이, 보드, CPU 뿐이다. 의심이 가는 것은 파워 서플라이다. 혹시 파워 서플라이가 스탠바이 시그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예전에 만원 주고 산 300W 파워도 그 정도는 했는데. 아무래도 파워 서플라이는 국산이라 중국산 만큼이나 믿음이 안간다. 특히나 국산 중에 '황'씨나 주황색도 노란색도 아닌 파워는 믿음이 안가는 것이다...
3시간 후 추가: 파워 서플라이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 전문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무선 키보드/마우스 때문이다. BIOS에서 USB legacy support를 disable하고 대기모드 전환을 해보니 전원이 완전히 꺼진다. 예전 보드에서도 같은 증상이었다. 난 바보가 아닐까? 위에 레거시 운운하면서 결론 다 내려놓고 엉뚱한 파워 서플라이를 의심하다니... 황씨들 때문에 요즘 분별있게 생각하기가 힘들어졌어. 투덜. 아무튼 키보드를 가볍게 눌러 컴퓨터를 켜면 안되고 발가락을 슬쩍 뻗어 컴퓨터의 전원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상당히' 불편하다.
이번에는 듀얼 모니터 설정에서 말썽을 부린다. DDC 정보에는 두 모니터가 모두 잡힌 걸로 나와 있다. DDC=Display Data Channel.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에서 모니터가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해상도와 수직 동기 주파수 등을 컴퓨터 측에 알려주는 일종의 PnP 규격. 그런데 비디오 카드의 DVI 측에 연결된 모니터에는 화면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LCD와 CRT 모두 RGB 커넥터라 DVI 측에는 DVI-I to RGB 컨버터 플러그를 달아 놓았다. DVI-I 컨버터 탓일까?
영 답답해서 원래 가지고 있던 AGP 카드를 달려고 메인 보드 매뉴얼을 보니 1.5V AGP 카드만 달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내 것은 3.3V짜리다. 좌절했다. 유니텍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시판에 문의했다.
할 일이 없어 오버클러킹을 시도했다. 메인 보드가 오버클러킹을 잘 지원해 준다. CPU 코어 주파수가 200Mhz이고 멀티플라이어(아마 PLL을 사용하겠지?)가 x9 그래서 200x9=1800Mhz가 나온다. 배수 조절은 안되었다. 코어 주파수를 230Mhz로 주고 PCIEx와 비동기로 설정했다. 2.07Ghz, 여러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성능이 113% 가량 향상되었다. 동영상을 플레이 하면서 네트웍을 경유해 서버에서 파일을 받아 4x 속도로 DVD를 on the fly로 굽는 작업과 바닥(mencoder)로 동영상 엔코딩 작업을 병행했다. CPU 사용율은 100%지만 그렇게 1시간 돌려도 다운되지 않았다. SpeedFan 프로그램으로 CPU 온도를 보니 45C 부근에서 오락가락한다. 안정적이다. 돈 굳었다.
보드가 PC3200 DDR SDRAM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수동으로 설정했다. DRAM clock은 200Mhz(DDR은 sync clock의 dual edge에서 작동하므로 실제로는 400Mhz가 된다)으로 설정하고 burst length를 8로 잡았다.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SDRAM은 burst length가 8인데 이것도 그런지는 칩 데이터시트를 안 봐 확실치 않다. burst length는 SDRAM에 read command 설정 후 각 클럭마다 별도의 리드 명령을 주지 않고 한꺼번에 읽어들일 수 있는 최대 길이를 말한다. 사실 버스트 길이가 RAM의 속도를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시트 보고 제대로 설정을 해볼까? optimal(auto) 설정은 아무래도 임계작동 속도에서 마진을 30% 이상 둘 것이 분명하지만 임계 작동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굳이 안 바꾸기로 했다. 램 성능은 134% 향상되었다.
3시간 후 추가: 이왕 오버클러킹하는 김에 제대로 해 봤다. 베니스 3000 cpu는 parkoz.com에 따르면 국민오버 cpu란다. 개나 소나 누구나 쉽게 오버클러킹이 가능해서인가? 내가 사용하는 Asrock 939Dual-SATA2 보드는 외국의 어떤 오버클러킹 사이트에서 올해 최고의 보드로 꼽혔다(당체 이해가 안 가지만 아마도 가격대 성능비를 평가한 것 같다). 싸구려를 즐기는 나로서는 '명망있는' 보드를 사용하게 된 것을 기뻐해야겠지. 외국과 달리 한국은... 고성능 명품 아니면... 좀 그런 동네다. 여러 세팅을 건드려봤지만 남들처럼 2.6GHz 오버는 되지 않는다. 특히 희안한 것은 RAM 설정을 auto로 해 놓으면 FSB 230Mhz 이상은 오버가 안되고 RAM clock이 166Mhz로 잡히는데, FSB를 250Mhz로 해 놓으면 RAM clock이 200Mhz로 제대로 잡힌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보드에 cpu 꽂아놓고 오버 안 하면 옵티멀 퍼포먼스로 작동하지 않게된다는 뜻이다. 오버를 부추기는 보드 -_- 어쨌든 코어 전압을 1.35V로 선택하고 250Mhz x 9 로 해서 2.25Ghz까지 오버가 가능했다. 기존 대비 125% 성능향상이다. Stress Prime 2004 프로그램을 돌리는데 온도가 35도를 넘지 않았다.
벤치마크를 해보니 ATA가 대략 30MB/s인 반면 SATA-II 인터페이스가 달린 삼성 HDD는 60MB/s 정도의 속도가 나왔다. buffered read에서는 140MB/s까지 나온다. seek time은 대략 7ms 가량. 3Gb/s 짜리 SATA-II 인터페이스에 물린 HDD지만 실질 성능은 1.5Gb/s짜리 SATA와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한다. SATA-II는 SATA Raid보다 속도가 떨어진다. 로또에 당첨되는 일이 없는 한 SATA Raid를 구성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3시간 후 추가: 위의 산드라 벤치 결과 후 HD Tack로 재테스트해 본 결과 동일.
더 할 일이 없어서 이번에는 예전에 성능이 떨어져서 할 수 없었던 것을 했다. CPU상태를 주욱 모니터링하면서 MMOPRG인 '영웅'을 다운받아 실행했다. 패닝할 때 화면이 팽팽 돌아간다. 야... 이게 말로만 듣던 3차원 삽질 게임이구나. 한 노인네가 농사를 망치는 멧돼지 때문에 울고 있어서 성 인근 숲에서 맨 주먹으로 멧돼지와 늑대를 열심히 때려잡았다. 0갑자 4성쯤 올라가서 이번에는 칼을 하나 잡고 늑대를 죽이러 돌아다녔다. 2 시간 동안 열심히 짐승들을 도살했지만 전혀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 짐승들은 죽었다가 흙에서 돈을 몸에 지니고 솟아났다. 그런데 노인장은 야저 때려잡아 달라고 부탁해 놓고 어디 간거지? 공치사라도 들어야 할텐데. 새벽 2시다. 정처없이 떠돌다가 시라소니같이 생긴 놈한테 물려 죽었다. 재미가 없어 관두고 잤다.
자다가 꿈 속에서 파티션 날아갔을 때 왜 하드 복구가 잘 안되어서 내가 삽질했는가?를 반성해 보았다. 이제는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도스 시절에는 hex editor로 파티션을 손수 복구했다. 굳이 하드 디스크 전체를 스캐닝하여 MFT를 재구성할 필요가 없다. 파티션만 달랑 날아간 것이므로 파티션 테이블과 MBR만 잘 설정해 주고(쉽다) 첫번째 파일 리스트 테이블 위치만 잡아준 다음 부팅해서 인식되면 chkdsk 한번 돌려주면 작업 끝이다. 어찌나 쉬운지 10분이면 작업이 끝나는 것이다. 그 작업이 귀찮은 나머지 Norton Utility에는 그런 기능마저 들어 있었다. 그런데 PC가 전보다 100배 이상 고성능이 되고 엄청나게 다양한 기능과 엄청나게 많은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으면서도 고작 파티션 테이블이 날아간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이상한 소프트웨어들 때문에 적어도 8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자다가 괜히 열받았다.
비디오 카드 듀얼 모니터 문제로 유니텍에 적은 질의에 대한 답변을 아침에 받았다. windows xp 문제란다. '정품'을 사용하시길 권고했다. 정수리에 느낌이 딱 와서 당장 비디오 카드와 컨버터 플러그를 챙겨들고 용산의 유니텍 A/S 센터로 달려갔다. xp 문제라고?
창구에서 대기표 하나 주고 폼 작성하라고 한다. 저 죄송하지만 이건 5분만 점검하면 되는 건데요.. 소용없다. 이름과 연락처만 적으란다.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왜 A/S 받으러 왔는가 적으려 하자 종이를 빼앗는다. 창구 아가씨와 대화가 안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종이를 다시 빼앗아 왜 A/S 받으러 왔는지 두 줄로 간략해 적었다. '듀얼 모니터 구성했을 때 DVI 쪽 secondary display가 출력되지 않음. 비디오 카드나 DVI-I 컨버터 플러그 둘 중 하나에 문제가 있는 듯 함. DVI 컨버터 문제라면 구매하겠음'
대기실에 앉아 마이크로 소프트웨어를 읽으며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 엔지니어가 내 이름을 부르며 자기 자리로 안내해 준다. 뭐가 문제에요? 대뜸 물었다. 비디오 카드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고 젠더 컨버터 문제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네요. 라고 말한다. (엔지니어는 '젠더 컨버터' 같은 야매스런 명칭을 사용해선 안된다. 젠더 컨버터는 말 그대로 암컷/수컷 커넥터의 궁합을 맞추기 위해 젠더(성)을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널부러져 테스트 중인 것을 보고, 저 카드는 되는군요. 내 카드는 안되죠? DVI 컨버터는 거기 것이다. 네. 그럼 비디오 카드 문제가 맞네요. 아 그렇다고 보기가 좀... 답답해 하며 DVI가 RGB로 어떻게 변환되는지 설명해 주려고 한다. 그런 거 몰라서 찾아온 사람 아닌데... 집에 레퍼런스로 사용한 여분의 비디오 보드나 컨버터가 없어 부득이 들고온 것인데...
설명 듣다가 중간에 끊고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비디오 카드를 교체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비디오 카드 문제가 맞군요. 아니 그건 아닌데... 제가 가져온 DVI 컨버터는 테스트해 보셨어요? 아직요. 아 그래요? 저는 DVI 컨버터 문제면 돈 주고 구매하려고 왔는데 (5천원짜리 컨버터는 테스트 해 보지도 않고 횡설수설하다가 5만 7천원짜리 비디오 카드를) 그냥 다른 비디오 카드로 교체해 주시는군요.
비디오 카드 문제는 아니라니까 그렇게 믿기로 하자. 그러더니 DVI 컨버터 플러그도 끼워준다. 그러니까 나는 원인불명의 알쏭달쏭한 문제로 새 비디오 카드와 새 DVI 컨버터를 받은 것이다. 삼성에 버금가는 화끈한 '묻지마, 물으면 다쳐' A/S다.
물건을 챙겨 돌아가려다가 말고 뒤돌아서 말했다. 아참, 그 비디오 카드요, 어제 산 건데 카드와 함께 동봉된 드라이버 CD로 드라이버를 인스톨하면 파워 오프나 대기모드 전환시에 다운됩니다. 그래요? 그래서 어제 게시판에 글을 올렸더니 windows xp '정품'을 사용하지 않아서라지 뭡니까? ㅎㅎㅎ 우리는 함께 그 답변을 올린 사람을 비웃었다. 방금 비디오 카드를 교체해 준 그 친구는 그런 답변을 달지 않았을 테지만 유니텍의 누군가는 바보다.
유니텍의 삼위 일체 바보들 덕택에 오늘도 하루를 날렸다. 유니텍에 있는 그 누구도 나에게 (제품 결함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