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영화가 구립 도서관처럼 공공재가 되었나. 미제국주의 할리웃 쓰레기 영화(문화)가 한국을 점령한다손 이 나라 국민은 상당히 독창적으로 고집이 쎄고 성질이 뭐 같아서 무장 원숭이 집단이 30년이나 지배해도 근본을 뽑아내지 못한 아주 희안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뭐를 쳐보여줘야 저 개같은 정신세계를 뜯어고칠 수 있을지. 한숨. 그러니까 문화식민같은 것은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내 눈에는... 영화는 문화라기 보다는... '문화'를 재가공해서 팔아먹을 수 있는 썩 괜찮은 사업 아이템 중 하나 같아 보이는데.. 안성기나 장동건 나온 영화가 뼈를 깍는 인고로 산출한 한민족 문화의 특소성(아까 말한 거)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예술 영화였나? 아니잖아. 관객 수백만이 봤다는, 재미도 있고 볼만도 하고 팔아서 남는 장사가 되는 산업으로써 유난히 돋보이는 영화였잖아.

'왕의 남자'를 만들어 빚 다 갚고 나서 피켓을 든 감독이 말하길, 스크린 쿼터가 없었더라면 '왕의 남자' 같은 영화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자기만의 싸이코적이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졌으나 돈은 안 되는 영화만 줄곳 만들어 온 김기덕 감독은 '영화제 시상식을 싹쓸이하는 것이 기분 좋긴 한데 말야, 사람들이 내 영화도 좀 봐줬으면 좋겠다' 라고 상패를 만지작거리며 말한 적이 있다. 왠일인지 대박만큼은 철저하게 피해 가는 그 양반의 영화는 스크린 쿼터하고 별로 상관없어 보이던데, 창작물이란 것이 말이지... 해변의 파도처럼 밀려 왔다 밀려 가는 것과 상관없이 만들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든 만든다.

사실 농산물 수입 개방과 달리 한국 영화가 망해도 별로 골치 안 아프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스크린 쿼터를 사수하건 말건 남의 사업에 감 놔라 배 놔라 의견이라고 말할 것이 없다.

상관없지만, 돈 버는 얘기 같아 스크린 쿼터 축소를 지지하려고 여기 저기 뒤져보니 쓸만한 논리가 없다. 그 운동이 (내가 조선일보를 읽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읽는 잡지인) 씨네21에서 시작한 것 아니던가? 예전에 자기들이 시작했다며 꽤 자랑스러워 하던 것 같던데. 기대한다 씨네21. 쓸만한 논거는 예쁜 데이터가 뒷받침해 줘야 하지. 인문 수사의 화려함이나 유장함은 데이터, 논거, 매끄러운 전개, 아름다운 결론을 장식할 때에만 가치가 있는 거야. 그 외엔 정말 쓰레기지. 그 동안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날 한 번도 설득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제대로 낚아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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