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계절인 봄이 왔지만 날씨나 일 핑계로 아직 안 탄다. 얼마 전에 어떤 아저씨가 자전거 사고로 사망했다. 산도 아니고 일반 도로에서 '라이딩'중 MTB의 프레임 용접부가 갑자기 부러졌다. 그 때문에 잔차 동호회에서 말들이 많다. 대만 업체로부터 자전거를 수입해 판매하는 후지 바이크는 발칵 뒤집혔고 사망자의 보상 문제와 일부 기종에 대한 무상 프레임 교체를 실시하는 중. 후지 바이크 본사가 집 근처라 작년에 자전거 사러 돌아다닐 때 들렀던 기억이 난다.
마누라가 제주도로 며칠 놀러간 동안 주말에도 프로그래밍을 했는데, 대략 4개월을 프로그래밍만 하고 있으니까 돌아가시겠다. 간만에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h를 만나고 다음 날 y를 1년 만에 만나 그 동안 시시하다고 생각하던 프로그래밍 얘기를 했다. 그는 c/c+의 신봉자였고 얼마 전에는 c가 빠른가 c++이 빠른가 하는 논쟁을 했다고 한다. (쓰잘데기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요즘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떠들고 다니는 패턴 얘기가 나왔고(여전히 쓸데 없다고 생각하지만) c++의 유용성이나 가용성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어쩌다 보니 논란이 많은 aspect oriented programming에 관한 몇 가지 쟁점을 얘기했다. 고슬링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aop는 요새 프로그래밍이 그 원순적인 뿌리, 그러니까 본질을 깜빡하고 장식이나 형식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올바른 지적을 했다고 본다.
프로그래밍의 본질? problem solving이다. 문제가 없으면 해결할 문제도 없다. 아름답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아름다운 방식이 있지만 아름다운 방식이 아름답지 못한 문제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타월로 눈을 가리고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못한 '문제'는 물론 아름다운 방식이나 아름답지 않은 방식이 없다고 생각하는 버릇을 가지도록 하자.
이 말을 좋아했던 것 같다: 모든 인간은 문제 앞에 평등하지 않다.
프로그래밍이나 프로그래밍 주변부 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워낙 울궈먹기가 심한 헛소리들이 많아서. 예를 들면 개기자마저 한 마디 꼭 하고야 마는 web 2.0같은. 세로운 세기와 인류의 장래를 거론하는 가슴 뛰는 hypertext 관련 초기 문서나 제대로 읽어보고 얘기하란 말이야. 그거 sf인데.
아참, y를 면접 보러 나온 거였지. 그런데 내가 왜 마담뚜처럼 여기 앉아 있는 거지? 나는 왜 프로그램을 안 짜고 집을 나와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일까? 정신 차리고 보니 네 시간이 흘렀다. 그는 내가 자기 인생에서 만나본 사람들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싸이코 아니 뛰어난 프로그래머라고 크게 착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몇 년 전에 어떤 회의에서 누가 아이디어를 내자 두어 시간 만에 그걸 내가 후다닥 구현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업계 용어로 fast prototyping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쓸모가 많은 어프로치 방식인데 이너서클이 아닌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기술만능주의 환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으므로 기획벌레나 영업벌레가 주위에 알짱거리고 있을 때는 안 하는게 좋지.
그때는 한창 잘 나가던 때였다. 돈, 얼굴, 몸매, 정력, 실력 뭐 하나 제대로 받쳐주는 것이 없었지만 주변에 여자들이 우글거렸고 일하는 것이나 성실성, 출퇴근 따위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이 없는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내가 잠시 입을 열기만 하면 하늘에서 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지금은 먹고 자고 놀러 다니며 인생을 즐기는 마누라조차 내 말에 콧방귀도 안 뀐다. 바빠 죽겠는데 짐 들러 나오라고 부른다.
어젯밤에 악몽을 꿨다. 대단한 실력자들이 우글거리는 프로그래머의 발할라 같은 곳에서 열댓명이 모여 무슨 일인가 작당을 했는데 펀딩을 제대로 받고 돈을 차곡차곡 쌓아둔 후 사무실을 구하고 '이사진'은 낚시하러 떠났다.
남은 떨거지들은 도무지 인간 같지 않은 엄청난 두뇌로 설계와 구현을 마쳤다. 화이트 보드에 지렁이처럼 써내린 방정식을 따라 가다가 절망했다. 현저한 실력차를 느끼고 의기소침해서 먼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아버지를 만났고 수 년 전에 줄곳 피해다니던 재수없는 여자를 차에 태웠다.
그 여자는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나를 좋아한다고 하더니 다짜고짜 내 배를 찌르고 내장 일부를 기념으로 잘라 손에 든 채 히히덕거리며 달아났다. 배에서 피가 꿀럭꿀럭 솟아나는데 아버지가 걱정 말라며 사과를 권해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사과를 잡고 씹었다. 사과에서 쇠비린내가 심하게 났다. 씹다가 이가 부러졌다. 무쇠사과였다. 제대로 찔린 건지 몸에서 피가 많이 빠져 눈앞이 칠흑같이 변하더니 쇼크로 뻗었다.
별 성취나 기쁨이 없는 고독한 삽질이 주는 스트레스를 묘사한 지옥도다. 이걸 극복하려면 지표 상에 방정식 (dy/dx)^2 = (2r-y)/y을 만족하는 멋진 사이클로이드를 그리며 달리는 자전거 바퀴 밖에 딱히 뾰족히 떠오르는 대안이 없다. 사면초가다. 아름답지 못한 문제로부터 눈을 가린 타월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한 이틀 실컷 떠들었으니 그만 입 다물고 망상의 나래를 펼치자. '말하기'가 귀찮다.
마누라가 제주도로 며칠 놀러간 동안 주말에도 프로그래밍을 했는데, 대략 4개월을 프로그래밍만 하고 있으니까 돌아가시겠다. 간만에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h를 만나고 다음 날 y를 1년 만에 만나 그 동안 시시하다고 생각하던 프로그래밍 얘기를 했다. 그는 c/c+의 신봉자였고 얼마 전에는 c가 빠른가 c++이 빠른가 하는 논쟁을 했다고 한다. (쓰잘데기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요즘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떠들고 다니는 패턴 얘기가 나왔고(여전히 쓸데 없다고 생각하지만) c++의 유용성이나 가용성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어쩌다 보니 논란이 많은 aspect oriented programming에 관한 몇 가지 쟁점을 얘기했다. 고슬링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aop는 요새 프로그래밍이 그 원순적인 뿌리, 그러니까 본질을 깜빡하고 장식이나 형식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올바른 지적을 했다고 본다.
프로그래밍의 본질? problem solving이다. 문제가 없으면 해결할 문제도 없다. 아름답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아름다운 방식이 있지만 아름다운 방식이 아름답지 못한 문제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타월로 눈을 가리고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못한 '문제'는 물론 아름다운 방식이나 아름답지 않은 방식이 없다고 생각하는 버릇을 가지도록 하자.
이 말을 좋아했던 것 같다: 모든 인간은 문제 앞에 평등하지 않다.
프로그래밍이나 프로그래밍 주변부 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워낙 울궈먹기가 심한 헛소리들이 많아서. 예를 들면 개기자마저 한 마디 꼭 하고야 마는 web 2.0같은. 세로운 세기와 인류의 장래를 거론하는 가슴 뛰는 hypertext 관련 초기 문서나 제대로 읽어보고 얘기하란 말이야. 그거 sf인데.
아참, y를 면접 보러 나온 거였지. 그런데 내가 왜 마담뚜처럼 여기 앉아 있는 거지? 나는 왜 프로그램을 안 짜고 집을 나와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일까? 정신 차리고 보니 네 시간이 흘렀다. 그는 내가 자기 인생에서 만나본 사람들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싸이코 아니 뛰어난 프로그래머라고 크게 착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몇 년 전에 어떤 회의에서 누가 아이디어를 내자 두어 시간 만에 그걸 내가 후다닥 구현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업계 용어로 fast prototyping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쓸모가 많은 어프로치 방식인데 이너서클이 아닌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기술만능주의 환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으므로 기획벌레나 영업벌레가 주위에 알짱거리고 있을 때는 안 하는게 좋지.
그때는 한창 잘 나가던 때였다. 돈, 얼굴, 몸매, 정력, 실력 뭐 하나 제대로 받쳐주는 것이 없었지만 주변에 여자들이 우글거렸고 일하는 것이나 성실성, 출퇴근 따위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이 없는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내가 잠시 입을 열기만 하면 하늘에서 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지금은 먹고 자고 놀러 다니며 인생을 즐기는 마누라조차 내 말에 콧방귀도 안 뀐다. 바빠 죽겠는데 짐 들러 나오라고 부른다.
어젯밤에 악몽을 꿨다. 대단한 실력자들이 우글거리는 프로그래머의 발할라 같은 곳에서 열댓명이 모여 무슨 일인가 작당을 했는데 펀딩을 제대로 받고 돈을 차곡차곡 쌓아둔 후 사무실을 구하고 '이사진'은 낚시하러 떠났다.
남은 떨거지들은 도무지 인간 같지 않은 엄청난 두뇌로 설계와 구현을 마쳤다. 화이트 보드에 지렁이처럼 써내린 방정식을 따라 가다가 절망했다. 현저한 실력차를 느끼고 의기소침해서 먼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아버지를 만났고 수 년 전에 줄곳 피해다니던 재수없는 여자를 차에 태웠다.
그 여자는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나를 좋아한다고 하더니 다짜고짜 내 배를 찌르고 내장 일부를 기념으로 잘라 손에 든 채 히히덕거리며 달아났다. 배에서 피가 꿀럭꿀럭 솟아나는데 아버지가 걱정 말라며 사과를 권해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사과를 잡고 씹었다. 사과에서 쇠비린내가 심하게 났다. 씹다가 이가 부러졌다. 무쇠사과였다. 제대로 찔린 건지 몸에서 피가 많이 빠져 눈앞이 칠흑같이 변하더니 쇼크로 뻗었다.
별 성취나 기쁨이 없는 고독한 삽질이 주는 스트레스를 묘사한 지옥도다. 이걸 극복하려면 지표 상에 방정식 (dy/dx)^2 = (2r-y)/y을 만족하는 멋진 사이클로이드를 그리며 달리는 자전거 바퀴 밖에 딱히 뾰족히 떠오르는 대안이 없다. 사면초가다. 아름답지 못한 문제로부터 눈을 가린 타월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한 이틀 실컷 떠들었으니 그만 입 다물고 망상의 나래를 펼치자. '말하기'가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