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야마 히로노부(影山ヒロノブ' ), 엔도 마사아키(遠藤正明) 한국 방문!! -- 어? 오네?
작년에 했던 산학 협력 때문에 교수님의 귀찮은 전화를 받았다. 애당초 결과가 안 나올꺼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생들에게 '실무'가 뭔지 경험이나 하게 해주자는 차원에서 설계서를 작성하고 일을 맡겼다. 성과가 없을 것이 뻔해 별로 맡기고 싶지 않았지만 보통의 경험있는 프로그래머가 1주일 정도면 해낼(실제로는 구현까지 3주) 작은 모듈을 일꺼리로 만들었다. 설계서에 뭔 소리를 써놨는지 이해를 못하고 2개월 넘게 버벅대길래 잊어버리고, 그 모듈을 내가 작성했다. 다시 2개월이 지나 교수님은 산학 협력으로부터 성과를 얻은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정부로부터 2천만원인지 3천만원을 타냈다.
그런건 사이좋게 나눠먹어야 하는데 우리한테는 땡전 한 푼 돌아오지 않았다.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성과물이 건네진 적이 없으니 실무에 응용된 적도 없지만 좋은 일 한 셈 치고 빙긋 웃고 잊어버렸다. 그쯤 하고 서로 웃으면서 등을 돌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교수님 측에서는 정부 돈을 타먹었으니 정부에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향후 응용 분야와 전망'을 쓸 수 없었고(설계서 마저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들이 의뢰받은 일을 아무리 설명해줘도 뭔지를 모르는데 그게 가능이나 하겠나?) 그래서 날더러 그걸 좀 문건으로 작성해 달라고 전화가 왔다. 현재 그것이 적용된 시스템에는 꽤 돈을 쳐발라서 실용적인 어플리케이션까지 거의 다 진행된 상태고 산학으로 우리가 얻은 성과가 제로였으니 만일 그걸 써주게 되면 마치 현재 개발중인 장비에 그 교수님이 참가해서 성과가 나온 것처럼 되니까 기술자 양심상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기가 힘들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 그런거였군요 교수님. 교수님이 정말 멋져 보였다. 깔끔하게 거절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새는지 모르겠다. 귀찮은 일들만 토막토막 나타났다. 아무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없는 듯 하지만 새로 설계해야 하는 보드에 심한(쓸데없이) 열정을 보였다.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고. 경쟁업체와의 상대적 우위를 꾸준히 유지하려면 포텐셜을 가져야 하고 자본이나 인력이 거의 없는 이 조그맣고 시시한 회사에서 포텐셜이라고 해봤자 기술적 우위 밖에 없는데 납품 몇 대 했다고 만족해서도 안되고 그것에 허덕여서는 더더욱 안되고 경쟁력을 깔끔하게 유지해 가려면 기술개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흔해빠진 논리다. 우린 세계 최초의 컨커런트/폴트 톨러런트/플렉시블/핫 플러그 장비를 만들었지만 내 생각에 후발 업체와 고작 6개월 정도의 기술 격차로 평가했다. 몹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몇몇 업체들 뒤통수를 때리고 엿 먹이고 히히덕거리며 팔짝팔짝 뛰어 고개를 넘은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약빨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공감하겠지만 이 세상은 논리만으로는 이해불가능한 곳이다. 그럴 때 흔히 사용되는 단어가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쪼개보자, 다시보자 뭐 이런 말이다. 사람을 웃기려고 할 때를 제외하고는 희망이나 미래를 목청껏 노래한 적이 없다. 미래 중에는 칠 년 고생해 간신히 아파트를 마련한 세 아이 가장의 가슴에 엄청난 상처를 남겨주려고 외계인들이 쳐들어와서 갓 분양받은 새 아파트를 시원하게 때려부수는 것도 있다. 검고 거친 바다 어느 구석에 얌전하게 세워진 미래나 희망이라는 등대를 외면하고 현실을 직시하다 보면(노려 보고, 다시 보고) 사장님이 장비 다섯 대 납품하면 독일 월드컵 보내준다는 직원들과의 약속 역시 무의미해진다. 실제로 무의미해졌다. 바쁘니까 다음에.
사정이 그런데 어떤 망할 회사 전무가 내 자리 옆에 앉아서 술 한 잔 따라주며 벤처 정신을 잊지 말라고 당부 말씀을 전한다. 입에 신물이 넘어오도록 벤쳐질 했으면 이제 돈 벌어야지 벤쳐질을 또 하라고요? 맘 같아서는 경쟁업체들이 사업포기해서 '우수'인력들 슬슬 기어나올 때 공 들이지 않고 날로 먹게끔 제대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본다. 로드맵, 마일스톤 따위는 필요없다. 눈 앞에 길이 보이니까. 눈 앞에 그 길이 훤히 보이는데 안 가니까, 마음을 비우려고 자전거를 많이 탔다.
관심사는 돈도 벌면서 되게 재밌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재밌는 놀이터가 되려면 재밌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재밌는 사람들을 끌어 들이거나 낚으려면 논리, 현실, 희망, 미래와는 상관없는 매력과 마법, 그리고 걱정할 필요 없는 월급이 필요하다. 요즘은 그게 절실했다. 꿈이 한심하게 현실적이라서 1년 후 20Mhz 구현 후 인도네시아 탐방, 2년 후 400MHz 풀 스피드 구현 및 아이언 실크로드 원정, 3년 후 1GHz 코어 테크널로지 확보 및 장차 외계인들이 부숴놓을 내 집 마련 같은 것이다. 보잘 것 없는 꿈을 한탄하며 자전거 열심히 타고 개울가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 한 대 피웠다.
웹 인생을 살다보면 별과 달과 행성들 사이의 인력 평형점인 라그랑지안 포인트에 스스로를 방치할 수 있어 블랙홀에 안 끌려가도 되고 우주 바깥으로 내팽개쳐지는 일도 없다. 무슬림은 '신에게 복종하는 자'라는 뜻인데, 이슬람은 '신에게 복종하다' 라는 뜻이다. 무슬림을 비롯한 하늘 앞에 겸손할 줄 아는 자는 보통 인력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방종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지만 노력과 성과는 별개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연말까지 비등점을 넘기지 않고 얼마나 적정한 평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록 삽질에 불과해도,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아무튼 의지를 관철시킬 것이다. 왜 그 법석을 떠냐고 물으면 할 말이 있다: right time, right place, right person, right wing. 우리가 만든 첫 날개니까. 아.시.아.나. 항-공--
작년에 했던 산학 협력 때문에 교수님의 귀찮은 전화를 받았다. 애당초 결과가 안 나올꺼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생들에게 '실무'가 뭔지 경험이나 하게 해주자는 차원에서 설계서를 작성하고 일을 맡겼다. 성과가 없을 것이 뻔해 별로 맡기고 싶지 않았지만 보통의 경험있는 프로그래머가 1주일 정도면 해낼(실제로는 구현까지 3주) 작은 모듈을 일꺼리로 만들었다. 설계서에 뭔 소리를 써놨는지 이해를 못하고 2개월 넘게 버벅대길래 잊어버리고, 그 모듈을 내가 작성했다. 다시 2개월이 지나 교수님은 산학 협력으로부터 성과를 얻은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정부로부터 2천만원인지 3천만원을 타냈다.
그런건 사이좋게 나눠먹어야 하는데 우리한테는 땡전 한 푼 돌아오지 않았다.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성과물이 건네진 적이 없으니 실무에 응용된 적도 없지만 좋은 일 한 셈 치고 빙긋 웃고 잊어버렸다. 그쯤 하고 서로 웃으면서 등을 돌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교수님 측에서는 정부 돈을 타먹었으니 정부에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향후 응용 분야와 전망'을 쓸 수 없었고(설계서 마저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들이 의뢰받은 일을 아무리 설명해줘도 뭔지를 모르는데 그게 가능이나 하겠나?) 그래서 날더러 그걸 좀 문건으로 작성해 달라고 전화가 왔다. 현재 그것이 적용된 시스템에는 꽤 돈을 쳐발라서 실용적인 어플리케이션까지 거의 다 진행된 상태고 산학으로 우리가 얻은 성과가 제로였으니 만일 그걸 써주게 되면 마치 현재 개발중인 장비에 그 교수님이 참가해서 성과가 나온 것처럼 되니까 기술자 양심상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기가 힘들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 그런거였군요 교수님. 교수님이 정말 멋져 보였다. 깔끔하게 거절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새는지 모르겠다. 귀찮은 일들만 토막토막 나타났다. 아무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없는 듯 하지만 새로 설계해야 하는 보드에 심한(쓸데없이) 열정을 보였다.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고. 경쟁업체와의 상대적 우위를 꾸준히 유지하려면 포텐셜을 가져야 하고 자본이나 인력이 거의 없는 이 조그맣고 시시한 회사에서 포텐셜이라고 해봤자 기술적 우위 밖에 없는데 납품 몇 대 했다고 만족해서도 안되고 그것에 허덕여서는 더더욱 안되고 경쟁력을 깔끔하게 유지해 가려면 기술개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흔해빠진 논리다. 우린 세계 최초의 컨커런트/폴트 톨러런트/플렉시블/핫 플러그 장비를 만들었지만 내 생각에 후발 업체와 고작 6개월 정도의 기술 격차로 평가했다. 몹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몇몇 업체들 뒤통수를 때리고 엿 먹이고 히히덕거리며 팔짝팔짝 뛰어 고개를 넘은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약빨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공감하겠지만 이 세상은 논리만으로는 이해불가능한 곳이다. 그럴 때 흔히 사용되는 단어가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쪼개보자, 다시보자 뭐 이런 말이다. 사람을 웃기려고 할 때를 제외하고는 희망이나 미래를 목청껏 노래한 적이 없다. 미래 중에는 칠 년 고생해 간신히 아파트를 마련한 세 아이 가장의 가슴에 엄청난 상처를 남겨주려고 외계인들이 쳐들어와서 갓 분양받은 새 아파트를 시원하게 때려부수는 것도 있다. 검고 거친 바다 어느 구석에 얌전하게 세워진 미래나 희망이라는 등대를 외면하고 현실을 직시하다 보면(노려 보고, 다시 보고) 사장님이 장비 다섯 대 납품하면 독일 월드컵 보내준다는 직원들과의 약속 역시 무의미해진다. 실제로 무의미해졌다. 바쁘니까 다음에.
사정이 그런데 어떤 망할 회사 전무가 내 자리 옆에 앉아서 술 한 잔 따라주며 벤처 정신을 잊지 말라고 당부 말씀을 전한다. 입에 신물이 넘어오도록 벤쳐질 했으면 이제 돈 벌어야지 벤쳐질을 또 하라고요? 맘 같아서는 경쟁업체들이 사업포기해서 '우수'인력들 슬슬 기어나올 때 공 들이지 않고 날로 먹게끔 제대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본다. 로드맵, 마일스톤 따위는 필요없다. 눈 앞에 길이 보이니까. 눈 앞에 그 길이 훤히 보이는데 안 가니까, 마음을 비우려고 자전거를 많이 탔다.
관심사는 돈도 벌면서 되게 재밌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재밌는 놀이터가 되려면 재밌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재밌는 사람들을 끌어 들이거나 낚으려면 논리, 현실, 희망, 미래와는 상관없는 매력과 마법, 그리고 걱정할 필요 없는 월급이 필요하다. 요즘은 그게 절실했다. 꿈이 한심하게 현실적이라서 1년 후 20Mhz 구현 후 인도네시아 탐방, 2년 후 400MHz 풀 스피드 구현 및 아이언 실크로드 원정, 3년 후 1GHz 코어 테크널로지 확보 및 장차 외계인들이 부숴놓을 내 집 마련 같은 것이다. 보잘 것 없는 꿈을 한탄하며 자전거 열심히 타고 개울가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 한 대 피웠다.
웹 인생을 살다보면 별과 달과 행성들 사이의 인력 평형점인 라그랑지안 포인트에 스스로를 방치할 수 있어 블랙홀에 안 끌려가도 되고 우주 바깥으로 내팽개쳐지는 일도 없다. 무슬림은 '신에게 복종하는 자'라는 뜻인데, 이슬람은 '신에게 복종하다' 라는 뜻이다. 무슬림을 비롯한 하늘 앞에 겸손할 줄 아는 자는 보통 인력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방종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지만 노력과 성과는 별개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연말까지 비등점을 넘기지 않고 얼마나 적정한 평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록 삽질에 불과해도,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아무튼 의지를 관철시킬 것이다. 왜 그 법석을 떠냐고 물으면 할 말이 있다: right time, right place, right person, right wing. 우리가 만든 첫 날개니까. 아.시.아.나. 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