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mojito

잡기 2006. 9. 28. 11:53
중남미 여행중 맥주에 질려 가끔 저녁때마다 마시던 칵테일이 있었는데 이름을 잊고 있었다. 건다운님 홈피 보다가 그게 모히또란 걸 알았다. 민트를 푹 담가놓은 어쩌구저쩌구... 컵에다 풀을 하나 꽂아주길래 호기심에서 마셔봤는데 입안이 정말 깔끔했다. 얼마 전에 어떤 미국 드라마에서 모히또가 나왔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것이구나 싶어 궁금하던 차였다. 아... 모히또 마시고 싶다.

날더러 클래식과 재즈를 즐겨듣냐고 묻는다. 글쎄... 내가 하루종일 클래식과 재즈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사무실에서 일하던 일주일 내내.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이 소음을 말하는 건가? 재즈는 작업할 때 듣기 좋았다. 재즈는 음악 자체가 '난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되요'라고 말해 주신다. 재즈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재즈를 들을 때면 맥도널드의 저질 햄버거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달리 말해 가끔 먹고 싶고, 그리워진다. 클래식은... 어린 시절에 워낙 듣고 자라 뭘 들어도 지긋지긋해서 집중이 안 된다. 그러니까 그 두 종류의 음악은 일종의 편안한 생활 소음 또는, 배경 잡음으로 작업할 때 즐겨 듣게 되는 것이다. 본인은 남들 듣는 가요처럼 생각하거나 이미 한물간 뒈진 장르물 정도로 여기는데, 듣기엔 고상한 척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그리운 옛날 총각시절 생각하며, 루이스 암스트롱의 징그런 썩소를 떠올리며 한 곡 땡기자. Louis Armstrong, Kiss of Fire (3:07)

'오르페브르 36번가(36 Quai Des Orfevres)'는 향수를 자극하는 느와르물이다. 최근 줄줄이 쓰레기같은 영화를 만들어대는 프랑스에서 간만에 '프랑스 정통 느와르'가 '드디어' 나와 주셨다. 감사하다. 장면 하나하나가 개념 지대로 탑재되 있고 마른 콘크리트처럼 기초 튼튼하고, 캐릭터 완강하고 장면 각본 너나할 것 없이 주옥같다. 테스토스테론이 솟아나지 않는 것들이 이해할 장르는 아닌 것 같다. 정서적으로 요즘 십대 애들과는 안맞는 관계로 곧 폐업할 극장 아니면 내걸릴 영화도 아닌 것 같다.


테스토스테론이 안 나와 일부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잠만 자는 불행한 족속들

'The Unit'는 마누라 어패어와 군바리 허즈밴드 써포트가 빠지면 서사가 빵꾸날지도 모른다고 조바심내는 바보같은 각본가들만 아니면 볼만하다. 영희야 철수야 놀러가자 수준의 한심한 아랍어 구사면 머리가 날아간다는 리얼리티나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사바나, 남미 파타고니아 배경이 어쩜 저렇게 똑같을까 하는 저비용구조도 대충 무시해주자.

요즘 읽은 책은 빌 브라이슨이 지은 '나를 부르는 숲(a walk in the wood)'. 여행자들 사이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전설적인 애팔래치아 트래킹을 왠 샌님이 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내용. 우연히 발견. 꽤 웃겨서 낄낄거리며 읽기 좋은 책. 중남미 여행중 애팔래치아를 종주했다는 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밤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촉촉한 눈빛으로 자신의 개고생을 예의바르게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셔서 내 가슴에 꺼지지 않는 소망의 불씨를 하나 남겼다.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은데 3300km를 걸어 가려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릴 것 같다. 그래서 해법이 좀 난해한 코스다. 숲의 공포를 모르는 것 같았던(적어도 저서를 보면 희안한 개소리만 줄줄이 이어지는) 소로우도 치를 떨었다더라. 문명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 내겐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둘두둘하고 딱딱한 숲속의 텐트 생활을 하다가 난방 잘되는 침대로 돌아오면 그것보다 기분이 좋은 건 없다. 젠장, 백두대간 종주라도 하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일요일에 산을 올랐다. 며칠 전 먹다 남은 치킨 조각과, 전날 먹다 남은 피자, 그리고 아침에 라면 등을 조합해서 먹었더니 뱃속이 희안하다. 마치 위장이 fusion reactor가 된 것 같달까. fusion 음식들은 대부분 이해가 안 가서 예의없이 화가 났다. 음식을 만드는 장본인들은 그게 '의외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음 날은 아킬레스건 바로 위에 알이 배긴 채로 힘겹게 힘겹게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김씨 아저씨가 홍합 먹자고 한다. 입가에 군침이 돌았다. 토마토를 버무린 이탈리아 홍합 음식 때문이 아니라 한겨울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털어놓고 먹는 사이드디시로 나오는 맑은 홍합탕 때문이다. 껍데기로 맨 국물을 퍼먹을 때 그 시원하고 짭짤한 느낌.


디지탈 10배 줌으로 땡긴, 뒷산에서 바라본 집 근처. 불광 중학교.



족두리봉. 멀리 성산대교 부근에서 솟아오른 생뚱맞는 분수가 보인다.

vista rc1을 설치해봤다. UI 면에서 상당한 진보가 이루어진 것 같다. windows-tab키를 눌러 윈도우를 3d로 선택하는 '장면'에는 감동 먹었다. 조금 둘러보다가 많이 시시해져서 windows xp로 돌아와 일했다.


비스타 화면빨에 완전 감동 못했던 출근길의 상당히 시골스러운 집 근처. 이 동네는 버스가 딱 한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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