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셀룰리안(이던가?) 색에 관해 얘기하던 부분 외에는 내용은 거의 볼 것 없는 쓰레기(패션이란게 일부 유사-유산계급 여자들의 자위행위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 각본 탓인지 원작탓인지 모르겠지만 뒷끝이 몹시 구리다. 그런데 보는 동안은 주인공이 입고 다니는 눈이 휘뚱그레지는 옷과 장신구 때문에 정신없었다. 심지어 저런 괜찮은 옷들을 포기할 정도로 저 여자가 정신이 나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비현실적이었다.현란한 옷가지들 때문에 옷걸이가 안 보이는(얼굴이나 몸매가 '안' 보였다) 특이한 영화다.
'마구로와 일본인' 아사히 TV 특별기획으로 만든 다큐멘타리. 암으로 죽은 아내의 유품인 머플러를 뒤집어 쓰고 차가운 겨울 북해에서 낚시줄을 드리운 채 마구로(참치)를 낚는 65세의 늙은 어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몇 차례인가 실패를 거듭하다가 그는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홀로 쪽배를 타고 나가 비장의 꽁치 미끼를 사용하여 137kg의 참치를 가까스로 잡았다. 노인은 남들 다 사용하는 어군탐지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인의 투쟁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지 그후 꼭 일 년만에 그의 4톤 짜리 낚싯배에 다시 취재진이 올랐다. 일년에 한 배에서 몇 마리 잡지도 못하는 참치 잡이에 왜 그리들 혈안이 되었는가? 2001년 연초 경매에서는 참치 한 마리에 2020만엔을 받았다는 전설적인 기록이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참치만 보면 환장하는 일본인들 얘기지만, 꽤 흥미를 끌어서 내리 여덟편을 다 보았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연재는 장장 4년 동안 이어진다. 화면을 채운 표제어들;
동생이 병으로 쓰러졌다.
천국의 아내에게 바치는 참치 외줄낚시!
남자의 눈물. 인내하는 아내...
희비가 교차하는 인간교차로
운명을 쥐고 있는 외가닥 줄.
목숨을 건다! 혹한의 오오마 부자선의 진실.
혹한의 쓰가루 해협! 목숨을 걸고 바다로 향한다!
원제는 '참치에 인생을 건 사나이들' 상당히 오바하는 나레이션이 꽤 마음에 들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니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뉴스 특보가 방영되는 중이다. 테이블마다 이어지는 한숨 소리; '또 주가 떨어지겠군' '이 김에 주식이나 살까?' 아무렴.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올 말이지. 그런데 식당 주인 아줌마가 탁자에 팔을 괘고 앉아 한가하게 진짜도 아닌 자료 화면으로 나오는 핵폭발 광경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와... 정말 멋있다!'
며칠 전에는 '아담의 종말'이란 책을 읽었다. 점점 짜부러져 가는 Y염색체의 운명은(그리고 현저히 감소한 정자수도 한몫하여) 50만년 밖에 남지 않았다. 즉, 남자는 별 일 없으면 50만년 후 멸종하고 X 염색체들 끼리 알아서 번식한다. 아담의 종말은 이브의 일곱 딸들을 지은 과학자가 쓴 것인데, 시종일관 남성의 호전성 등등을 비아냥거리다가 말미에 이런 주장을 했다; '이왕 멸종하는 거 Y염색체 살리자고 괜히 공 들이지 말자.' 그 결론이 꽤 마음에 든다.
남자 없이 여자들이 어떻게 잘 사냐고? 글쎄다. 굳이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험하고 실험하고 대륙을 발견하고 남자가 50만년 후 멸종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 남성이 지닌 보편성이자, 그 동안의 역할이었다. 인류가 이정도로 잘 나가는 문명을 만들어놓은 것은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의 지적 역량과 모험심과 다른 남자의 두개골을 박살내고 수억의 인류를 죽이는 근육을 공작새처럼 뽐내던 남자들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여자애들 꼬시려고 백년 동안 목숨을 하릴없이 바치면 이루어 놓을 것을 여자들 끼리면 아무도 안 죽고 행복하게 살면서 천오백년이 걸리겠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작가가 겉멋이 들고 성의가 없어 책의 내용은 중언부언 읽으나 마나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재밌는 책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이 말이 오래오래 인상에 남을 뿐이었다. '와, 정말 멋있다!'
추석 때는 토실토실 볼에 살이 오른 딸아이 구경하고(와, 멋있다!) 8시간 동안 길에서 시간을 보냈다. 처가집 근처의 어떤 다리에 아름답게 떠오른 둥근 달을 보았다. 주말에는 가끔 뒷산에 오르거나 밀린 드라마를 구경했다. 별 일 없으면 하루 7-9시간 정도 잤다. 주말 외에는 두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음주는 가능한 자제하며 가끔 수퍼에서 맥주를 사다 마신다.
바쁘다고 거짓말 하지 않는다. 그냥 바쁘다.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었다. 엊그제 읽은 것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떼의 항해지도(La Carta Esferica)였다. 도서관에서 책 제목이 멋있어 암 생각없이 뽑아들었다. 글쓴이가 얼마나 책을 읽어댄건지 이게 그의 소설 같지 않다는 문제가 좀 있을 뿐(혼성모방? 기시감? 지식의 타피스트리? 알고보니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 근세 이후의 항해 소설로서 품질은 아주 훌륭했다.
보라, 그 동안 기가 허해져 읽기를 바라마지 않던 바로 그 개마초물이 아니던가?
바다에 왜 가요? 바다는 깨끗하니까. 사막은 왜 가요? 사막은 깨끗하니까. 그만 놀리자.
유감스럽게도 그는 평생 바다소설을 썼던 조셉 콘라드는 아니다. 레베르떼가 지은 항해소설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할인마트에서 산 싸구려 포도주를 한 잔씩 홀짝이며 읽었다.
무통 로실드나 마르고, 로마네 꽁띠 같은 값비싼 포도주를 마셔본 적이 없다. 프르미에 크뤼 정도는 덜덜 떨면서 마셔봤지만 그랑 크뤼는 평생 구경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 인생에 걸쳐 디캔팅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좋은 포도주를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좋은 포도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레스토랑에 가면 커다란 로제 와인 잔에 따라놓은 술을 살살 흔들어 향을 음미하고 혓바닥을 굴리며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고, 대체로 그런 꼴을 우습다고 여겼기 때문에 '완샷'을 즐겼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업소에서 파는 와인의 질인데...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뉴판을 다시 쳐다보기도 했다. 메뉴판에서 4만 5천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맛은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5천원짜리 싸구려와 그닥 차이가 없었을 뿐더러 어떤 때는 값싼 싸구려 와인이 매실쥬스처럼 느껴져 '인생을 살다보면 별에별 수상쩍은 경험을 다 하게 되는거지'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별 개성도 특색도 없는 무난한 와인들이 왜 4만 5천원씩이나 하는걸까?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 곁들이면 참 좋겠다. 쫄깃쫄깃한 고기와 달콤한 육즙, 그리고 약간 드라이한 포도주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매년 주최하는 데브데이는 올해도 열렸다. 정말 유래가 없을 정도로 한심한 행사였다. 행사내용은 그렇다치고 담배연기 자욱한게 개발자들이 개떼처럼 모여 웅성이는 분위기는 제대로 나왔다. 지난 3년간 무선 키보드/마우스 셋을 받아왔고 슬슬 짜증이 나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XBOX 360을 경품으로 건졌다. 대략 30만원 가량하는데, 엑박을 탄 두 명은 인터뷰를 해야 한다길래 카메라 앞에 멍하니 섰다. 나와 같이 엑박을 받은 아저씨는 할 말이 없어 수줍어 해서 내 입가에 마이크가 어른 거렸고 나야 그런 일 있으면 유창하게 떠들어대는 타잎이라 청산유수처럼 말을 '아낌없이' 내뱉었다. 그래서 인터뷰어는 똥 밟은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잊지 않고 염장 SMS를 날렸다. 우리 직원들은 올해 열린 모든 세미나에서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경품을 휩쓸었다. 이 여세를 몰아 로또로? 3 17 6 24 8 13
'마구로와 일본인' 아사히 TV 특별기획으로 만든 다큐멘타리. 암으로 죽은 아내의 유품인 머플러를 뒤집어 쓰고 차가운 겨울 북해에서 낚시줄을 드리운 채 마구로(참치)를 낚는 65세의 늙은 어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몇 차례인가 실패를 거듭하다가 그는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홀로 쪽배를 타고 나가 비장의 꽁치 미끼를 사용하여 137kg의 참치를 가까스로 잡았다. 노인은 남들 다 사용하는 어군탐지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인의 투쟁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지 그후 꼭 일 년만에 그의 4톤 짜리 낚싯배에 다시 취재진이 올랐다. 일년에 한 배에서 몇 마리 잡지도 못하는 참치 잡이에 왜 그리들 혈안이 되었는가? 2001년 연초 경매에서는 참치 한 마리에 2020만엔을 받았다는 전설적인 기록이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참치만 보면 환장하는 일본인들 얘기지만, 꽤 흥미를 끌어서 내리 여덟편을 다 보았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연재는 장장 4년 동안 이어진다. 화면을 채운 표제어들;
동생이 병으로 쓰러졌다.
천국의 아내에게 바치는 참치 외줄낚시!
남자의 눈물. 인내하는 아내...
희비가 교차하는 인간교차로
운명을 쥐고 있는 외가닥 줄.
목숨을 건다! 혹한의 오오마 부자선의 진실.
혹한의 쓰가루 해협! 목숨을 걸고 바다로 향한다!
원제는 '참치에 인생을 건 사나이들' 상당히 오바하는 나레이션이 꽤 마음에 들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니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뉴스 특보가 방영되는 중이다. 테이블마다 이어지는 한숨 소리; '또 주가 떨어지겠군' '이 김에 주식이나 살까?' 아무렴.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올 말이지. 그런데 식당 주인 아줌마가 탁자에 팔을 괘고 앉아 한가하게 진짜도 아닌 자료 화면으로 나오는 핵폭발 광경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와... 정말 멋있다!'
며칠 전에는 '아담의 종말'이란 책을 읽었다. 점점 짜부러져 가는 Y염색체의 운명은(그리고 현저히 감소한 정자수도 한몫하여) 50만년 밖에 남지 않았다. 즉, 남자는 별 일 없으면 50만년 후 멸종하고 X 염색체들 끼리 알아서 번식한다. 아담의 종말은 이브의 일곱 딸들을 지은 과학자가 쓴 것인데, 시종일관 남성의 호전성 등등을 비아냥거리다가 말미에 이런 주장을 했다; '이왕 멸종하는 거 Y염색체 살리자고 괜히 공 들이지 말자.' 그 결론이 꽤 마음에 든다.
남자 없이 여자들이 어떻게 잘 사냐고? 글쎄다. 굳이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험하고 실험하고 대륙을 발견하고 남자가 50만년 후 멸종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 남성이 지닌 보편성이자, 그 동안의 역할이었다. 인류가 이정도로 잘 나가는 문명을 만들어놓은 것은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의 지적 역량과 모험심과 다른 남자의 두개골을 박살내고 수억의 인류를 죽이는 근육을 공작새처럼 뽐내던 남자들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여자애들 꼬시려고 백년 동안 목숨을 하릴없이 바치면 이루어 놓을 것을 여자들 끼리면 아무도 안 죽고 행복하게 살면서 천오백년이 걸리겠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작가가 겉멋이 들고 성의가 없어 책의 내용은 중언부언 읽으나 마나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재밌는 책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이 말이 오래오래 인상에 남을 뿐이었다. '와, 정말 멋있다!'
추석 때는 토실토실 볼에 살이 오른 딸아이 구경하고(와, 멋있다!) 8시간 동안 길에서 시간을 보냈다. 처가집 근처의 어떤 다리에 아름답게 떠오른 둥근 달을 보았다. 주말에는 가끔 뒷산에 오르거나 밀린 드라마를 구경했다. 별 일 없으면 하루 7-9시간 정도 잤다. 주말 외에는 두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음주는 가능한 자제하며 가끔 수퍼에서 맥주를 사다 마신다.
바쁘다고 거짓말 하지 않는다. 그냥 바쁘다.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었다. 엊그제 읽은 것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떼의 항해지도(La Carta Esferica)였다. 도서관에서 책 제목이 멋있어 암 생각없이 뽑아들었다. 글쓴이가 얼마나 책을 읽어댄건지 이게 그의 소설 같지 않다는 문제가 좀 있을 뿐(혼성모방? 기시감? 지식의 타피스트리? 알고보니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 근세 이후의 항해 소설로서 품질은 아주 훌륭했다.
보라, 그 동안 기가 허해져 읽기를 바라마지 않던 바로 그 개마초물이 아니던가?
코이는 보기와는 달리 염세주의자가 아니다. 염세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모든 믿음을 버려야 하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그런 믿음 같은 건 지니고 있지 않았다. 세상이 불완전하고, 슬프고, 피할 수 없는 광경이라고만 생각했다.
술집에서 어떤 여자가 그에게 왜 변호사나 치과의사가 되지 않고 선원이 되었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 여자가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 때 말했다. '바다는 깨끗하죠.'
육지에는 문젯거리 밖에 없다 -- 디트리히 폰 헤프텐, 폭풍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바다에서는 규칙만 잘 지키면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다. 때로 바다는 당신을 죽일 수 있지만 당신이 좋은 선원이라면 최소한 죽는 순간 어디에 있을지 정도는 알 수 있다. -- 저스틴 스콧, 배 사냥꾼
"내 말을 믿어요. 여자들 세상에는 공짜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아요."
"속담도 있잖은가. 여자와 바람은 각별히 주의하라고."
"내가 수영대회에서 우승했을 무렵 당신은 어디에 있었죠?"
"살아가고 있었소. 당신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소."
"그녀와 자고 싶소" 그가 종업원에게 말했다.
"우리 모두 그걸 원하죠." 종업원은 비질을 멈추지 않은 채 대꾸했다.
"문제는 그녀가 페어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거요"
"그렇게 하는 여잔 하나도 없어요."
"그 여자는 엄청난 미인이지만 대단한 암캐요."
"여자는 다 그렇죠."
"난 지금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어 있소."
"골치 아프게 할 만한 여자인가 보죠"
"아직은 잘 모르겠소.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침몰된 배 한 척이 있소... 그리고 나쁜 인간들까지 몇 개입되어 있소."
"위험한 사람들인가요?"
"그런 건 전혀 모르오. ... 그런데 내가 그 일을 할 것 같소."
종업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바다에 왜 가요? 바다는 깨끗하니까. 사막은 왜 가요? 사막은 깨끗하니까. 그만 놀리자.
유감스럽게도 그는 평생 바다소설을 썼던 조셉 콘라드는 아니다. 레베르떼가 지은 항해소설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할인마트에서 산 싸구려 포도주를 한 잔씩 홀짝이며 읽었다.
무통 로실드나 마르고, 로마네 꽁띠 같은 값비싼 포도주를 마셔본 적이 없다. 프르미에 크뤼 정도는 덜덜 떨면서 마셔봤지만 그랑 크뤼는 평생 구경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 인생에 걸쳐 디캔팅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좋은 포도주를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좋은 포도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레스토랑에 가면 커다란 로제 와인 잔에 따라놓은 술을 살살 흔들어 향을 음미하고 혓바닥을 굴리며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고, 대체로 그런 꼴을 우습다고 여겼기 때문에 '완샷'을 즐겼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업소에서 파는 와인의 질인데...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뉴판을 다시 쳐다보기도 했다. 메뉴판에서 4만 5천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맛은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5천원짜리 싸구려와 그닥 차이가 없었을 뿐더러 어떤 때는 값싼 싸구려 와인이 매실쥬스처럼 느껴져 '인생을 살다보면 별에별 수상쩍은 경험을 다 하게 되는거지'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별 개성도 특색도 없는 무난한 와인들이 왜 4만 5천원씩이나 하는걸까?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 곁들이면 참 좋겠다. 쫄깃쫄깃한 고기와 달콤한 육즙, 그리고 약간 드라이한 포도주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매년 주최하는 데브데이는 올해도 열렸다. 정말 유래가 없을 정도로 한심한 행사였다. 행사내용은 그렇다치고 담배연기 자욱한게 개발자들이 개떼처럼 모여 웅성이는 분위기는 제대로 나왔다. 지난 3년간 무선 키보드/마우스 셋을 받아왔고 슬슬 짜증이 나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XBOX 360을 경품으로 건졌다. 대략 30만원 가량하는데, 엑박을 탄 두 명은 인터뷰를 해야 한다길래 카메라 앞에 멍하니 섰다. 나와 같이 엑박을 받은 아저씨는 할 말이 없어 수줍어 해서 내 입가에 마이크가 어른 거렸고 나야 그런 일 있으면 유창하게 떠들어대는 타잎이라 청산유수처럼 말을 '아낌없이' 내뱉었다. 그래서 인터뷰어는 똥 밟은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잊지 않고 염장 SMS를 날렸다. 우리 직원들은 올해 열린 모든 세미나에서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경품을 휩쓸었다. 이 여세를 몰아 로또로? 3 17 6 24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