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co dio

잡기 2007. 1. 3. 12:36
오덕후 찌질이들의 스스로를 억제할 수 없는 불수의적인 악플이 상식의 세계를 넓힌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십분 이해하나, SF 나와바리 논쟁에는 관심없는데(공상과학소설인지 과학소설인지 정의에 관한 포괄적 논란을 포함하여), 부졸드 번역에 달린 리플 관람 중, 앞으로 나올 책에 고장원님이 뭔가 한 마디 하자 21세기적이지 못한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고장원님이 어떻게 해서 한국에서 상금 액수가 가장 높은 SF 시상제의 심사위원 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꽤 웃기는) 말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SF 꼬라지는 갖춰야 SF라고 믿는 고장원님이 심사위원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금돼지 해를 곧 앞두고: 포르코 디오는 이탈리아 애들이 주로 하는 욕설이었던 것 같은데.. 가톨릭이던가.. 기억이 잘...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거 에스파뇰 아닌가? '돼지같은 신'이라는... 돌이켜 생각해보니 goddamn, 인샬라 등 안 그럴 것 같은 기독교도와 무슬림도 그에 상응하는 일상의 욕설을 갖추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는 신을 모욕하는 욕이 일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 변변한 신조차 갖추지 못했고, 변변치못한 신을 욕하는 변변한 언어도 없이, 시시콜콜하게 가지가지로 부족한 나라다.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없고 여성부 -> 여성가족부 -> 여성청소년가족부(내년) 같은 아카데믹한 사설 단체는 있다. 여성부가 갈수록 나와바리를 넓혀가고 있던데, 의문은, '여성, 청소년, 가족'에 왠지 포함되지 않을 것 같은 성인 남성은 여성청소년가족부가 하는 일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대한 역할분담, 그러니까 정치, 경제, 사회의 제반 분야를 도맡아서 해야 하는 것일까? 살림은 마누라가 하고 돈벌이는 남편이 하듯이? 후자가 손해다. 여성가족부의 이번 연말 성매매 방지 이벤트는 대박이었다. 한국에서 이제 아무도 여성가족부의 존재감을 무시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 그 이전에는 파리처럼 귀찮은 존재였다면 지금은 없애버려야 할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셈. 여성청소년가족부는 내년쯤에는 여성청소년가족교육과학기술부가 될 것 같다. 그래, 다 해 먹어라.

아줌마가 아줌마한테 시대착오적이거나 유행에 뒤쳐진다는 투로 묻는 말; '그런 말을 다하게, 너 혹시 페미니?'

워프 오브 더 모그와 자지아 댁스의 결혼식을 위한 예비모임에서 클링곤 전통 혼전 준비를 위해 파티를 기대하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 나눈 대화

what are the other five trials?
blood, pain, sacrifice, anguish, and death
sounds like marriage, all right.
how would you know?

송년회에 앞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가 온 길, 그리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로드맵을 pt질 했다. 거진 SF같은 거창한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막간에 영화를 틀어줬다 -- pt 준비중에 영화를 틀어주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지는 것 같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마땅히 보여줄 영화가 없어 노트북에 있던 스타트렉 DS9 찌꺼지를 틀어줬는데, 놀랍게도 직원들 중에 스타트렉 시리즈를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묻는 '정상인'이 있었다. 그날 송년회는 5차 까지 갔고 다음날 오후 네시까지 잤다. 다음날 있었던 송년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이들 천지인데 출산율이 감소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가 알고보니 해양모험소설의 거두 patrick o'brien 원작이다. 그덕에 한국에 오브라이언의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다. 명성만 익히 들었던 작가의 작품은, 비록 영화로 처음 접했지만 대단히 훌륭했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가 히트치지 못했다니 안타깝다. 나만 잘 즐기면 될 것 같다. 애니 스타십 트루퍼즈에 이어 최근 1년여 동안 드물게도 보전하기 위해 cd와 hdd로 백업받은 영화가 되겠다.

앨 고어의 'Inconvenient truth'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불편한 진실과 그의 정치적 실패(?)를 다루고 있다. 이런 비디오를 왜 만들었는가 싶을 정도로 고어가 불행해 보였다. 소중한 지구를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다큐멘터리가 끝날 때쯤 고어는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찍은 지구 사진을 보여줬다. 강연장의 커다란 스크린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오른쪽에는 콩알만한 크기의 지구가 보였다. 고어가 뭐라고 주장했건 간에 그가 농담을 했다고 믿고 싶다. 그가 무슨 말을 지껄이건, 내가 '느낀' 메시지는 이랬다 '저렇게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지구를 뭣하러 노력을 기울여 지키려 하는가?'

밴디다스에서는 영 바보스럽게 나오던 페넬로페 크루즈는 Volver(returning)에서 기구한 팔자와 사연을 안고 사는 여자역을 잘 소화했다. 그녀의 바람 부는 고향에서는 죽기 전에 묘터를 사서 묘터를 잘 닦고 손질하는 풍습이 있다. 딸아이가 죽인 양 아버지를 식당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동네 아줌마와 합심해서 파묻고 어린 시절 엄마가 가르쳐준 노래를 구슬프게 부른다. 그녀의 엄마는 차 안에서 딸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훌쩍였다. 그녀는 옆집 여자와 바람난 남편을 태워 죽이고 수십년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다. 노랫가사는 알 턱이 없지만 노래가 그럴듯 했다. 제목, 내용을 알 수 없는 좋은 곡

007 카지노 로얄: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 한동안 기생 오래비들이 설치던 007이 원래의 개마초 느와르물로 돌아왔다. 시작하자 마자 벌어지는 추격씬은 그간의 007 시리즈에 느끼던 환멸감, 느끼함, 메스꺼움 등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잘했다.

Borat: 간만에 낄낄 웃어본 영화. 정치적 공정함에 가볍게 엿 먹이는 영화.

내 안부야 아무도 관심없을테고... 애 사진이나 몇장 올리고 마무리하자. 귀찮기도 하고 바빠서 블로그질을 그 동안 안 했다.


닭똥같은 눈물. 애가 아파서 울고 있을 때, 제 부모는 희희덕거리며 이런 사진을 남겼다. 레어 아이템이니까.


요새 자주 짓는 표정인데,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웅얼웅얼 중얼거린다. 어디 민담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은 귀신을 보고 귀신과 논다고 하더라. 백귀야행을 보다가 지겨워서 관뒀는데 다시 볼까?


울 때는 테란 아이 표정이 로뮬란처럼 변했다. 카다시안, 안도리안, 불칸 또는 클링곤 같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능이 여전히 당나귀 새끼 수준이라 '손을 빨지 말라'고 갖은 채널을 통해 영적으로 타일러 봤자 소용이 없다. 때때로 공포심을 느끼곤 했다. 마누라의 고집스런 아인식과 나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이 유전적으로 결합된 이 아이는 이미 괴물이지 않을까? 이 사회가 무슨 짓을 해도, 변형할 수 없는 유전자의 강력하고 영속적인 몇몇 속성에 두려움을 느껴왔다 -- 아이 얼굴이 호전적인 로뮬란처럼 되는 것은 전혀 상관없지만 정신세계가 어글리해지면 본인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지만 세상을 더욱 엿같이 만들어놓게 되니까.


자다깬 아이의 이 표정이 마음에 든다. 나는 대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렇게 처절하게 불쌍하고 의존적인 가운데...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가급적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나는 왜 당분간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과 회의를 품게 될 것만 같다.


아이와 채널링이 전혀 이루어지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마누라의 번역에 따르면 젖을 빨고 있는 아이는 방금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좋은 질문이다. 나도 그것이 늘 궁금했다. 난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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