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 10:56 컵라면 사러 잠시 가게에 들어갔다가 3분도 채 안되 나와 보니 누가 자전거를 훔쳐갔다. 상가 근처의 CCTV를 뒤져봤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의외로 별로 속이 안 쓰렸다. 자전거 구입 후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깨끗이 잊어버리기로 하고, 새 자전거를 알아 봤다. 아내의 폼팩터(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티티카카 라이프 M2가 마음에 들었다. 몇 개 후보를 압축해 아내더러 고르라고 보여줬더니 그게 그거 같단다. 아내가 탈 자전거인데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선택이 자유로울 땐 미니멀리즘 쌈마이 스피릿으로 늘 싼 것을 고른다.
10/11 구입한 자전거: 삼천리 하운드 MV20. 12만 8천원+배송비 5천원. 1.375 인치 타이어에 무게 11kg짜리 미니벨로. 하지만 저렴한 자전거는 싼 이유가 있다... 집에 놀러온 애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주위에서 활기차고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며 자전거 조립을 돕겠다고 손을 벌리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조립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손 볼 것들이 많다. 가지고 있던 부품으로 핸들 그립 교체, 안장 교체, 그리고 뒷짐받이를 달았다.
구입하고 일주일 동안 주행 실험을 못 하다가 10/16이 되어서야 아이를 뒤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 돌았다. 가볍고 잘 나간다. 드롭바를 달면 평속 28~30kmh도 문제 없겠다. 이래서 요새 미니벨로 스프린터가 인기구나. 예쁘고, 가볍고, 잘 나가고... 고압 타이어, 소라 앞/뒤 디레일러, 뒷 바퀴 QR 레버, 페달, 핸들 바 등을 교체하고 싶지만... 여러 자전거 중고 시장에서 며칠쯤 잠복하다가 관뒀다. 매물이 별로 없을 뿐더러 좋은 물건은 귀신같이 빨리들 채간다.
왕자 행거의 베이직 폴 행거 두 개(개당 7500원)와 선인장이라 불리는 가지 중 아래에 달 수 있는 것을 추가 4개(개당 천원) 구입해서 베란다 아이 장난감 쓰레기장 옆에 설치했다 -- 왕자 행거로 저렴한 자전거 행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숙원 사업을 하고 나니 만족스러웠다.
10/16 오랫만에 자전거를 손보려고 미니벨로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체인 청소를 하려고 주유소에서 등유를 사려고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세 주유소에서는 판매를 안 했다. 한 곳은 깔데기가 없어 1.5리터 PET 물병에 등유를 담을 수 없었다. 천원샵에서 2리터짜리 뚜껑 달린 물통을 부러 사서 다시 주유소로 찾아가 간신히 등유를 구했다. 내친 김에 천원샵에 들렀을 때 PB-1도 구입했다.
체인링크를 풀고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등유를 덜어낸 후 체인을 넣고 병 뚜껑을 닫고 열심히 흔든 다음 체인을 꺼내 창 밖에 널어 말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체인을 청소하는데, 이렇게 해도 체인이 속까지 깔끔해지지 않았다. 말린 체인을 바닥에 놓고 PB-1을 살살 뿌리며 못 쓰는 칫솔로 체인을 청소했다. PB-1으로 등유를 벗겨 내면서 2차 세정을 하는, 나름대로 머리 굴린 작전인데 결과가 괜찮았다. 다시 체인을 창 밖에 널어 말렸다.
디레일러를 뜯어내 흙먼지를 벗겨내고 기름걸레로 닦고 PB-1과 칫솔로 세척하고 말린 다음 구동부에 그리스를 발라 다시 조립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통째로 물청소했다. 바퀴의 허브 축 볼 베어링 청소와 그리스 칠은 생략했다. 체인을 자전거에 장착하고 건식 오일을 뿌렸다. 요즘은 습식 오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 습식 오일은 기름/먼지/때가 많이 달라붙는 편이라 체인이 쉽게 더러워져 그만큼 체인 청소도 자주 하게 된다.
말로 하면 간단한 작업인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17 점심 먹으러 자전거 타고 행주산성으로 가는 길에 찍은 안양천변 코스모스 밭.
자전거를 모처럼 정비해서인지 동력 전달이 잘 되었다. 하지만 내리막인데도 맞바람이라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심심해서 석수역에서 한강에 다다를 때까지 몇 대를 추월할 수 있나 세어봤다. 68대, 한강변에서 행주대교까지 추가로 20대 정도 더 추월했다.
집 나오기 전에 얼마 전에 구입한 기모 언더레이어를 져지 안에 입었다. 언더레이어가 생각보다 보온이 잘 되고 투습성이 좋은 것 같다. 거의 입은 것 같지 않고 섬유 자체가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니 봄/가을 살근살근한 추위에 입고 겨울에는 내복처럼 받쳐 입고 다니면 되겠다. 산행할 때도 괜찮을 것 같다. 구입하고 나서 모처럼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디자인만 받쳐 준다면야, 기능성 의류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자전거쟁이들의 성지인 행주산성 국수집에 오후 한 시쯤 도착했다. 의외로 손님들이 적었다. 옆에 있던 또다른 국수집(안동회관?)은 전업해서 3900원 짜리 콩나물 해장국을 팔았다. 3천원 짜리 국수를 거의 마시다시피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만에 먹으니 맛있다. 그러고보니 국수가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 집 국수처럼 푸짐하고 맛있는 국수를 최근에 먹어본 적이 없다.
다리를 건너 성산대교 까지 가서 안양천으로 올라가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면 배 채우고 겨우 60km 달리는 셈이다. 여의도를 거쳐 잠실로 무작정 달렸다. 드롭바를 단 미니벨로가 내 자전거를 슬슬 추월했다. 잘 달린다.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다가 지쳐 양재천에 앉아 계단식 보에서 떨어지는 물살을 바라보았다. 엔도몬도에 찍힌 odometer에는 66.6km.
4시간 넘게 98km 쯤 달렸다. 평속 21kmh. 쉰 시간까지 합하면 5시간 30분 가량. 엔도몬도 주행기록에 표시된 칼로리 소비량은 3200kcal 가량. 기초대사량 때문에 가만히 있을 때라도 보통은 1시간당, 체중 1kg 당 소비되는 칼로리가 1kcal 정도. 몸무게 70kg x 5 시간 x 1kcal = 350kcal 니까 3240-350 하면 약 2900kcal를 달리는데 썼다는 얘기로군.
뱃속의 국수는 애저녁에 소화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하니 지쳤다. 맥주에 치킨을 먹고도 배가 고파 냉장고를 뒤져 사과와 아이스크림 따위를 찾아 먹었다. 겨우 100km 달리고 이렇게 힘들었나? 싶어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100km 가량 거리를 주행할 때 평속 개인기록을 넘었다. 그 전 기록은 20.4kmh 였고 보통은 20kmh 이내였다.
타이어를 1.95 짜리로 갈면 속도가 조금 더 올라갈 것 같다. 돈 드니까 나중에 여행갈 때나 해야지.
요새는 케이던스에 연연하지 않고 고단 기어에서 근육을 펌프질 하는 무식한 주행을 하는데, 근육을 좀 키워보려고 했지만, 주행을 자주 하지 못해(운동이 안되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때문에 허벅지만 살짝 두꺼워져 예전 바지가 꼭 끼게 되어 귀찮았다. 예전처럼 분당 70~90회 정도의 케이던스 위주로 주행 스타일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바쿠만. 별로 안 좋아하는 그림체. 만화가가 어떻게 성장하는가... 대뜸 꿈이 이루어지면 결혼해 달라는게 웃겼다. 꿈이 안 이루어지거나, 꿈이 너무 일찍 이루어지거나 뒷끝이 별로 안 좋은 것으로 아는데?
심야식당. 모처럼 재밌게 본 일본 드라마. 오래전부터 만화책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 드라마로 보게 되었다. 도시를 멍하니 달리는 타이틀 씬과 왠지 멍한 타이틀 송 모두 좋았다. 너무 '잔잔해서' 보고 나면 통 기억나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다. 그리고 까메오처럼 가끔 등장하며 '세상은 신 것도 단 것도 좋다'고 말하는 친구는 오다기리 조 맞지? 대세에 지장을 끼치지 않았다, 존재감이 없었다.
심야식당 4화. 일본 식당이 무대가 되므로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 보통 음식 만화/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요리와 거리가 멀고 만들어 먹기 쉬운 무등급판(?) 단품 음식들이 나왔다는 정도? 만들어 먹기가 쉬워 보여 고양이밥이나 버터밥 따위는 한 번쯤 시도해 봐도 될 것 같다.
심야식당 10화. '이게 진정한 silent night 지'. 구운 게 요리를 게걸스럽게 먹느라 말을 잊은 손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주인장이 말했다. 이렇게도 말했다 '유랑하고 헤메이고 돌아온다. 인생 얕보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