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9.17 회색 고양이들의 시간
  2. 2009.01.21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
건강검진을 받았다. 작년에 직원들의 상당수가 재검을 받았다. 그래서 연달아 나흘 동안 술을 안 마시고나서 그 다음날 '깨끗한 몸'으로 건강검진을 받겠다고 연초에 마음 먹었는데, 그러다보니 거의 6개월이 밀렸다. 달리 말하자면 나흘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술을 마셨던 셈. 주변의 술 좋아하는 40살 먹은 아저씨 아줌마들은 대부분 자기가 40살 먹었다는 자각이 별로 없다. 시간의 흐름에 무관심하다.

30언저리 어딘가에서 시간이 멎은 만 40 먹은 시한폭탄 같은 작자들에게 생애 전환기라고 위장 내시경 검진을 무료로 해준다. 내시경이 목구멍과 위장을 헤집고 들락거리니 기분이 이상하게 더러웠다. 3만원 더 내고 수면 내시경으로 신청하고 잠이나 잘 껄 그랬다. 그런데 옆 침상에서 수면내시경 하는 사람은 으웩 악 어억 커컥 크킥 등등  별별 이상한 소음을 다 내고 있었다. 수면내시경이 더 안 좋은 걸까?

의사가 뭔가 문제를 발견했는지 십이지장 입구에서 조직 샘플을 채취했다. 1주일치 염증치료용 약을 받았다. 나흘은 좀 적고 한 일주일은 술을 참고 갔어야 했다. 하지만 의사는 술은 펑펑 마셔도 괜찮은데, 담배는 피우지 말란다. 좋은 의사다.

란타나
문병 가던 길에 찍은 꽃. 애용하던 노키아 휴대폰으로 찍은 마지막 사진. 사진 찍으면 알아서 꽃 이름을 알려주는 앱이 있을까? 깻잎 꽃이 이렇게 예뻤나? 하고 깻잎에 관한 내 기억이 의심스러워 구글질해서 알아낸 이름은 '란타나'였다. 그건 그렇고 구글의 이미지 검색이 최근 들어 전보다 좋아졌지만, 아직 bing.com 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다.

인테크: 작년 LG 파워컴 가입 해서 1년 하고 나흘 넘게 사용했다. 당시 인터넷+070+IPTV 해서 부가세 포함 36520원, 여기에 2대의 휴대폰을 파워 투게더로 엮어 4000원 가량의 기본료를 할인받았다. SK 브로드& 광랜은 아파트에 설치가 안 되어 KT Qook으로 시도. 사은현금 26만원, 인터넷 + 070 + IPTV=35690원. 이전 파워컴 위약금이 약 11만원. 따라서 26-11-(35690-36520-4000)*12=10만원 차익.

사용하던 노키아 N5800은 중고로 팔았다. 세티즌 중고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딱 1분 만에 팔려 나갔다. IT 기기 중고 직거래 개인사상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팔았다. mp3p로 쓰신단다. 네고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5천원을 빼가셨다. 하여튼 이렇게 해서 19만원을 손에 쥐었다.

LG LU2300, 이상철폰 또는 옵티머스Q 오즈스마트 35요금, 할부원금 312000원, 가유, 채무, 부무 조건으로 1년 동안 매달 35000(부가세 포함 38500원)을 사용한다고 하고, 노키아 폰으로 사용하던 요금이 23000원(부가세 포함 25300원)이니까 (38500-25300)*12=158400원+새 휴대폰 분납 가입비 3만원 = 188400원 < 19만원이 되므로, 인테크로 통신업체 바꾸면서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다.

1년 후에 다시 인터넷을 교체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분위기를 통신 사업자들이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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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매복 7개월 만에 기다리던 안드로이드 폰을 산 셈이다. 9월 2일 주문해서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9월 3일 오후 늦게 도착했다. 주말에 놀기 바빠서 셋업할 시간이 없었다. 속도를 늦춰서 사용하려면 루팅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뭘 잘못 본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폰 3GS보다 속도가 약간 더 빠른 것 같다. 옵티머스Q가 오타쿠폰이란 기사가 있다: 옵티머스 큐, '마니아폰'으로 뜨나 

이왕 하는 김에 아내 휴대폰을 스카이 이자르로 갈았다. 아내야 스마트폰에 관심없지만 5백만 화소에 DMB가 되고 가끔 인터넷과 지도를 보는 정도로 사용한다면 피처폰보다는 그래도 스마트폰이 낫다고 생각. 이자르를 만지작거리다보니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은 것과 DMB가 구린 것 빼곤 의외로 괜찮았다. 휴대폰 이름이 멋져서 혹시 파르시일까 해서 뒤져보니 아랍어다.

이자르의 무선랜 접속이 잘 안되어 최신 펌웨어로 업그레이드 했다. 900mAH 짜리 배터리로 하루 간신히 버틴다는 것이 결정적인 단점. 왜 이따위로 만들었는지는 의문.

인터넷+IPTV+070 비교:
* 인터넷: LG 100Mbps, KT 40~50MBps. 체감면에서도 LG쪽의 인터넷 품질이 낫다.
* IPTV: LG에는 PC 공유 디렉토리 연결해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지만 KT에는 오직 VOD만 된다. VOD는 KT쪽이 더 많은 것 같다. 리모컨은 LG 것보다 KT 것이 사용하기 편하다.
* 070: 전화기는 대동소이

이전 작업:
내 휴대폰: Google Calendar Sync로 아웃룩 일정을 Google Calendar로 옮겼다. 컨택트는 마땅히 옮길 방법이 없어 gSyncIt을 사용하여 구글 이메일 컨택트로 옮겼다. 더 이상 귀찮아서 작업하지 않았지만 작업(todo)은 안 옮겨도 그만이다. 아쉬운 것은 메모인데, 구글 docs가 그 비슷한 역할을 하니까 GDocs로 때웠다.

아내 휴대폰: 이전 휴대폰용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주소록을 vcf 파일로 백업하고, 그것을 구글 email 계정의 contact로 옮겼다. 주소록 포맷을 KT 인터넷 전화기에 맞춰 편집한 엑셀 파일을 KT 인터넷폰 주소록에 올렸다. 인터넷폰에서 주소록 내려받기를 했다. 이자르와 인터넷 폰의 전화번호부는 이렇게 완료.

곤파스란 태풍이 불어닥친 날 새벽에 잠에서 깨었다. 창문이 심하게 웅웅 거린다. 먼저 깬 아내가 걱정스레 눈을 부비며 TV를 보고 있었다. 소음이 심하게 나는 창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다. 바람에 나무 허리가 이리저리 휘어지고 잎새를 통과하는 바람 소리가 마치 신음, 비명소리 처럼 들렸다.

9월 3일 술을 너무 마셔 다음 날 아침에 변기에 업드려 속을 비웠다. 어질어질 했지만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산행을 하려고 버스를 탔다. 아직 술이 덜 깬 탓인지 버스를 타니 속에서 올라올 것 같아 중간에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참을만 했다. 수리산에 가려던 생각을 바꿔 인근 광교산으로 코스를 바꿨다. 날이 무척 더웠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지만 한낮 최고 기온은 31도 무렵이란다. 수리산은 능선코스라 직사광선을 피하기 어렵지만 광교산 코스는 대부분 산그늘이라서 쉽다. 사실상 산책 코스나 다름없다.

광교산, 곤파스
산길에서 죽은 나무와 풀 냄새가 났다. 이 정도는 약과다. 특히 동쪽 사면에 서 있던 무척 많은 수의 나무들이 두동강나거나 뿌리가 뽑혔다.

주먹밥
주먹밥 만들기 참 쉽다. 온기가 남아있는 밥에 냉장고에 있던 후리가케와 깨소금과 참기름 살짝 넣고 주물럭거려 어른 주먹만한 주먹밥을 만들었다. 놀러가는 아이들 것은 아이들 주먹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들었다. 샌드위치는 햄, 치즈, 오이 저민 것, 양파 약간을 마요네즈와 캐첩만 발라 속으로 채워 넣었다. 그런데 이런 걸 과하게 술먹은 다음 날 먹으려니 무척 힘들었다. 생각없는 아내는 여전히 쌀에 현미를  섞어 밥을 지었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갑갑하다 -- 현미건 보리밥이건 소화가 안되면 말짱 황이라니까!

600ml 가량의 물을 홀짝홀짝 마시면서 가다 쉬다를 반복했다. 3km쯤 걸으며 쉴 때마다 준비한 주먹밥을 야금야금 오래오래 씹어 삼켰다. 위속에서 소화되어 대사되는데 30분쯤 걸릴 것이다.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지만, 몸 상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아졌다. 6km 정도만 걷고 집에 가서 자려던 생각을 바꿔 10 km 짜리 코스로 변경했다. 주먹밥이 다 떨어져 샌드위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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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아직 다리 힘이 약해서 평지만 달렸다. 곧잘 속력을 냈다.

7월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관이 개관했다. 어린이 미술관 핑계로 애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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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엔 데이트할 때나 와봤다. 적어도 8년 전 얘기다. 이곳을 아이와 함께 오게 되다니! 현대 미술관 어린이미술관은 별 볼 일 없었다. 전시품은 애들이 만질 수 없게 가둬놨고 체험 활동은 동네 어린이집 수준이었다. 백남준의 달토끼를 기획의도로 삼았단다. 입구에 들어서 출구로 나갈 때까지, 큐레이터가 예산이 부족해서 이런 멍청한 기획을 한 건지, 애들과 인연이 없는 밋밋하고 한심한 삶에 환멸과 회의를 느낀 나머지 기획 끝내고 낼 모레 자가용에 연탄 피워 자살할 예정이라 대충 한 건지 잘 모르겠다. 궁시렁거리는 아빠와 달리 아이는 잘 놀았다.

어린이 미술관은 글렀고, 본격적으로 여섯 개의 전시실을 돌았다. 생각보다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6천원짜리 특별전도 마저 구경했다. 미술관 뒷길을 아이와 한가하게 거닐었다. 아내에게 줄 문진을 샀다. 즐거운 하루였다.

애가 그림을 언제 그리기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지만('돼지는 농부가 키우고 아이는 아내가 키운다'는 말을 언젠가 들었다) 그 동안 찍은 사진을 뒤적여 발달 과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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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18 (30개월) 물 속에 사는 고래. 신경계가 미발달해서 직선이나 곡선을 그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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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7 (45개월) 언젠가 도화지에서 화이트보드로 변경. 문어인지 인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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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27 (45개월) 원, 삼각형 등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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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5/8 (46개월) 집, 나무, 아파트, 식물 따위를 그림. 이때쯤 되면 그림이 있는 사진들을 도화지에 오려 붙여 스토리를 구성해서 설명해 보라고 교육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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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7 (48개월) 아빠. 팔을 머리에 갖다 붙였다는 것을 본인이 스스로 자각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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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5 (48개월) 빠르게 발전. 주제는 여전히 가족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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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48개월) 유아에게 색칠을 시키면 어김없이 무지개색 평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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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28 (49개월) 한 달 새에 다시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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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8 (49개월) - 그림에 스토리가 생겼다. '아빠가 가방 들고 산에 가서 그곳에 사는 뱀을 만났다.' 아빠는 그날 산에 가서 몹시 고생 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한테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킨다며 아내가 9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겠단다.

제 애비가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 아이가 원치 않는데도 애비처럼 독고다이가 될까 봐 골똘이 생각했다. 그래서 여태 어린이집에 부러 보냈는데...  곰곰히 내 다섯살 때를 생각해보니 애들 틈에 거치해둔다고 사회적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당시에 나는 무척 사교적이고 비민주적이고 사회적이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사회질이 금방 시들해졌고  대신  재테크에 도움이 안되는 시시한 관심꺼리에 심취했다.  게다가 네 아빠는 사춘기 때 물론 부모말 안 듣고 집 나가길 밥먹듯이 하고 학교에 잘 안 갔고 학교 공부'만' 등한시 했으니 아이가 자라서 평범한 또라이 십대가 된다 해도 뭐라 말할 건덕지가 없다. 게다가 몹시 행복했다.

아내 말대로 했다. 돼지는 농부가 키우고 아이는 아내가 키운다.

찰리 휴스턴, 통제불능: 주인공이 바보같아서인지 전편보다 재미가 덜 하다. 그러고보니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첫 권 번역판 역자 해설에 뱀파이어물에 관한 분류가 적혀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를 먼저 본 탓인지 그 책은 재미가 없었다. 휴스턴의 소설은 뱀파이어, 좀비, 늑대인간, 초능력자, 미친 과학자를 다루는 장르소설이다보니 늘 끼니를 때우듯이 기계적으로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개그물. 읽으면서 낄낄거렸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한 말:
"그래, 리지. 네 언니가 실연을 당했다지. 축하해야겠구나. 아가씨들이 결혼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이따끔 실연 당하는 거니까. 생각할 꺼리도 되고 친구들 사이에서 좀 튀어 보일 수도 있고 말이야."
실연도 안 당해 본 여자를 여자라고 할 수 있을까?

Planet 51
Planet 51. 이렇게 재미없는 애니가 다 있었나 싶었다.

Salt
Salt. 여배우 빼고 볼 게 없는 짝퉁 본 시리즈. 감독이나 등장인물들이 정말 이야기를 싫어하는 눈치였다.

Shutter Island. 대사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괴물로 장수하기 보단 착하게 죽고 싶다'고 말한 것 같다. 멍청하고 행복하게 사느니 알 것 다 알고 괴롭게 자살하겠다는 말도 있다. 음악이 하나도 안 들렸다. 화면이 좋았다. 배우가 괜찮았다.

Hurt Locker
Hurt Locker. 한 달여에 걸쳐 한 번에 10분씩 봤다.  오늘 새벽에는 이 장면이 나오는 부분부터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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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바르지만, 바보같은 소리는 하지 말자!

아내가 아이와 함께 처가에 가 있는 동안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산에 올랐다. 주행거리 6.11km, 평속 3.5kmh, 주행 1h45m, 쉰 시간 27m, 

영하 12C, 찬바람에 볼이 얼었고 가방에 넣은 물병 역시 얼어붙었다. 잠깐 마실가는 기분으로 간단히 트레이닝복만 입고 올라갔다가 이왕 올라온 김에 좀 더 가보자, 해서 돌아다녔다. 한 자리에 10초 이상 서  있기 힘들다. 몹시 춥다. 트레이닝 복 호주머니에 껌이 있어 껍질을 벗기고 물으니 툭 부러진다. 껌 역시 얼었다. 껌 씹기가 몹시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 턱이 얼었다.

북한산에 카메라를 들고가 천천히, 여러 사진과 경로를  '체계적으로' 남길 생각이었는데 트래킹 후 집에 돌아와 사진에 geocoding만 해 놓고 바빠서 잊어버렸다. '공익'을 위해 북한산 곳곳 풍경에 관해 코멘트를 달고 트레킹 구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붙이고 전망좋은 곳에서 파노라믹 뷰를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어, 향로봉의 이 구간은 사고 다발 지역으로 북한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떨어져 죽는 곳이다 같은...  귀찮아졌다.  대충 올리자.

북한산 백운대
향로봉 부근에서 찍은 북한산 백운대.  날이 추워지자 공기가 얼어붙어 시야가 확 트였다. 클릭하면 확대.

아내가 없는 동안 집에서 밥을 해 먹었고, 그동안 볶음밥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아내가 있을 땐 아내와 아이가 먹을만한 밥을 만들고, 아내가 없을 땐 내가 먹고 싶은 밥을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주말에 집에서 밥을 안 하고 하릴없이 자빠져 누워 있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진귀한 해외토픽을 듣는 것 같다.

볶음밥
최근 만든 볶음밥. 그 동안 약 10여차례 만들어 먹었다. 코팅이 좀 아쉽다. 가운데가 움푹한 웍 비슷한 프라이팬을 사용해도 가스렌지의 화력이 약해 중국 요리사처럼 솜씨 있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마늘, 파를 볶은 기름에 계란을 두르고 센 불로 재빨리 볶은 볶음밥은 향긋하고 꽤 맛있다. 기본기가 제대로 몸에 익으면, 어쩌면 여름 쯤엔 남에게 자랑할만한 볶음밥을 만들 수 있을 지도... 희망사항일 뿐.
 
뭣하면 언급하는 아시모프 로봇 3원칙을 최근에 다시 들었다: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로봇은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가전제품 설계할 때도 로봇 3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도 한다. 로봇 또는 전기밥통이 앞에 있는 것이 인간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까? 로봇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조건을 규정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로봇 3원칙이  간단히 허튼 소리가 된다.  전기압력밥솥이 뜨거운 증기를 휙휙 내뿜을 때 6개월된 아기가 조심성없이 엉금엉금 기어오면 증기를 멈춰야 하는데 그 아기하고 비슷한 크기의 강아지와 구분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증기에 데어도 되지만 아기는 데이면 안된다는게 제 1원칙일까? 대체 인간을 현묘하게 감지하는 그 밥솥 가격은 얼마나 할까? 연쇄 살인마가 계단참 가려진 곳에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체인톱으로 잘라 죽이고 있을 때 청소 로봇은 바닥에 고인 핏물과 잘게 썰어진 인간의 시체를 묵묵히 청소해야 할까?

하도 경우의 수가 많아 뭣부터 언급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시모프는 개중 몇 가지 예를 사용해 자기 소설을 새끼쳐 가며 죽죽 썼다. (어린 나이에 그걸 읽을 때도 꽤 시답잖아 보였고 그래서 아시모프 소설을 반쯤은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읽곤 했다. 아참, 난 아시모프를 좋아한 적이 없다) 가까운 시기에도 생각보다 어렵고, 현재의 과학기술로 적정 단가에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신비스러운 양전자두뇌의 성능은 워낙 경이로워, 로봇 3원칙은 인간보다 나은 존재를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봉사케 하는 그야 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예 계약처럼 보인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데이터 검색과 수치 계산과 논리적 연산에 매우 취약할 뿐더러 42도 이상이나 8도 이하에서 맨 몸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극히 연약한 존재다. 인간은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없지만, 성능 좋은 양전자두뇌를 달고 다니는 신통방통한 로봇은(물론 대량 생산도 가능한)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 어려움을 과장하며 이렇게 막나가지 않고도, 인간의 적절한 물리적 특징만을 사용해 인간 임을 판단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든 것들은 오차가 워낙 크다. 생뚱맞게 큰 머리통을 달고 2족 보행을 하는 로봇과 인간은 보통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1항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워낙 까다로워 그런 로봇은 만들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런 로봇이 시판된다면 시민권을 얻기 위해 피눈물나게 투쟁하는 대신 제조되자마자  시민권을 줘야 할 판이다.  1항이 그 지경이라 2항, 3항까지 가면 로봇 3원칙은 공학적으로는 사고실험 축에도 끼지 않는 코메디에 가까워진다. 아, 너무 비관적으로 과장했나?
 
2008/10/24 건강 검진 결과

  • 체위검사: 신장 175cm, 체중 69kg, 허리둘레 79cm, 비만도 정상체중, 혈압 106/68 mmHg
  • 요검사: 요당 음성, 요단백 음성, 요잠혈 +1, 요 pH 5.0pH
  • 혈액검사: 혈색소 15.7 g/dL, 혈당 98mg/dL, 총콜레스테롤 258mg/dL
  • AST(SGOT) 24 U/L (정상A: 40이하, 정상B: 41-50)
  • ALT(SGPT) 25 U/L
  • γ-GTP 19 U/L
  • 판정: 고지혈증, 신장질환 의심. 2차 수검 요망.
2년 전에 비해 체중이 1kg 늘고, 혈액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아졌다(?). 혈뇨가 좀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고지혈증 의심). 콜레스테롤 수치는 2년전에도 높았다. 혈뇨는 아마도 누적된 피로 때문인 듯. 생각보다 건강 검진 결과가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왠만한 싸구려 로봇 한 둘쯤은 때려잡을 수 있을 듯 하다.

"옐로우스톤 주변 160㎞ 내, 모두 떠나라"-과학자들 -- 드디어 올 것이 왔나? 가라앉기 전에 old faithful 따위를 볼 기회가 있을까?

어느날 부터 상판 패널을 열면 노트북이 켜지다 말고 core dump를 내뱉고 리부팅했다. 의아해서 살펴보니 sd card slot에 cr2032 전지가 끼어 있다. 헉. 나름 baby proof한 노트북을 꾸몄다고 좋아했는데, 아이가 그 슬롯에 전지를 끼워넣은 것이다.  요즘은 아이가 마우스를 움직여 레프트 클릭을 하기도.  24시간 별 이유 없이 켜 놓는 컴퓨터에도 암호를 걸어놔야겠다.

드루아가의 탑; 길가메쉬의 탑; the Sword of Uruk
기다리던 드루아가의 탑이 2기를 시작했다. 이번 제목은 길가메쉬의 탑이다. 아울러 '정령의 수호자'를 만들었던 프로덕션 I.G.에서는 '짐승의 연주자 에린'을 최근 내놓았다. 정령의 수호자를 재밌게 봤는데, 어쩌다 평을 들어보니 작화 퀄리티가 극강의 수준에 이른 작품이라더라. 그게 그 정도였나? 어째 좋드만.

시구루이
그럼 '시구루이'는? 이거 꽤 괜찮은데...

시구루이
피가 워낙 많이 튀기는 고어물이나, 시시한 시나리오를 압도하는 비주얼.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따르면 믿음과 욕구는 '정보'이고, 정보는 기호들의 배열로 구현된다. 기호는 특정한 물리적 상태를 띠고 있는 물질 조각들이다. 그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존재물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기호를 촉발한다. 한 믿음에 해당하는 기호들은 그것과 논리적으로 연결된 다른 믿음의 새 기호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행동에 대한 설명에 믿음과 욕구를 포함시키는 동시에 믿음과 욕구 자체를 물리적 세계에 포한시킨다.
몇 개 문단을 적당히 잘라 짜집기. 기호와 패턴 조작이 지능의 성능을 변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내 평소 생각과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가령 수 헤아림을 비롯한 덧셈, 뺄셈 등의 연산은 기호/패턴 조작이다.  사랑과 연애도 말하자면 호르몬이 개입된 감정 패턴의 조작이다. 나는 전자나 후자나 잘 하는게 없다.
우리의 연산 기관들은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도킨스는 자연선택을 눈먼 시계공이라 불렀다. 마음의 경우, 우리는 자연선택을 '눈먼 프로그래머'라 부를 수 있다. 우리의 마음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로 하여금 돌멩이, 도구, 식물, 동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능숙하게 다뤄 궁극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도록 그 프로그램들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용과 이번 인용을 합친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종합이다. 이 뒤로부터 무려 800여 페이지를 들인 대량의 데이터 폭격을 통해 그것을 입증하는 방대한 실례와 자신의 생각을 나열한다.
"인간의 평균 IQ는 107입니다. 송어의 평균 IQ는 4죠. 그런데 왜 인간은 송어를 못 잡을까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75ms의 시차가 있다. 이 시간이 바로 인식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진화심리학은 교육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특히 수학 교육에서 분명해진다. 미국 어린이들은 산업화된 나라들 중 수학 성취도 시험에서 최하위를 맴돈다. 미국 아이들이 멍청이로 태어나서가 아니다. 문제는 진화를 무시하는 교육 체제에 있다. 미국 아이들은 개념의 의미에 대한 불일치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모험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수학적 지식을 형성해야 한다. 교사는 자료와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되 강의를 하거나 토론을 이끌지 않는다. 자동성으로 가는 길인 훈련과 연습은 '기계론적'이고, 이해에 해롭다고 간주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부러워하고 쫓아가는 한국의 '창의력 교육'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기계론적 반복을 통해 학습된 '강압적' 지식이 나중에 패턴을 탐색하고 구조화하고 자동화하는데(인식의 자동적인 자극과 반응의 연쇄) 엄청나게 든든한 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단순 반복 암기를 시키는 것이 그렇게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음... 뭐가 좋을까... 구구단을 암송하지 않았더라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간단한 한 자릿수 곱셈을 못한다.
 
핑커는 미국인이 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인상을 풍기는 문장을 책 뒷편에서 다시 보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인의 25%가 마녀를 믿고, 거의 절반이 유령을 믿고, 절반이 악마를 믿고, 절반이 창세기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고, 69%가 천사를 믿고, 87%가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했다고 믿고, 96%가 신이나 만유의 영을 믿는다고 한다.
저 정도면 중세 미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아래는 행복에 관한 유쾌한 격언들(요전에 본 행동심리학의 개척자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언급되기도 했다).
  • 행복 [명]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 앰브로스 비어스
  • 성공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 고어 비달
  • 곱사등이가 즐거워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다 -- 이디시 속담
도덕주의적 과학은 도덕에도 나쁘고 과학에도 나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공감한다. 그래서 사회윤리(사회적 책임)와 과학을 뒤섞는 것은 뒤끝이 아주 나쁘다. 핑커의 생각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생각하는 좀 더 희망적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신체는 감정이입의 결정적 장벽이다. 당신의 치통은 당신에게 고통스러울 뿐 나에겐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그러나 유전자는 신체에 감금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유전자는 여러 가족 구성원들의 몸속에 동시에 존재한다. 한 유전자의 흩어진 사본들은 신체에 감정을 부여함으로써 서로를 부른다. 사랑, 동정, 감정이입은 서로 다른 몸 속의 유전자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그런 감정들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치통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가 병든 자식을 대신해 수술을 받고 싶다고 말할 때, 그 이타적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것은 종이나 집단이나 부모의 신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이기적 유전자다.
뭐야 이건? 오락가락? '본질적으로 테레사 수녀는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이유는 그녀의 이기적인 유전자 때문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생각하는 희망적인 방법이 이기적인 테레사 수녀와 내 피가 수십만 세대에 걸쳐 희석된 혈연 종이거나, 이기적 유전자가 이타주의를 유발하는 근원이라는 얘기는 '테레사 수녀가 이기적이다'을 희망적으로 만들어주는 종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 왜 이기적 유전자에 관해 핑커는 이렇게 쩔쩔 멜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핑커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니까? 관점을 어떻게 바꾸든, 이기적 유전자는 '어떠한 감정 교류가 없이' '사회윤리와 무관하게' 이기적이다.
 
아까 도덕과 과학을 섞으면 서로에게 안 좋다가 핑커가 말한 바 있다. 빈 서판에서도 이렇게 오해를 살만한 말을 주구장창 늘어놓고 앞뒤로 변명을 적어 놓았다. 도킨스나 윌슨처럼 미친 척하고 강하게 밀어 붙이기에는 훗날이 두려운 것 같다 -- 핑커는 업계(학계)에 적응(fit)해야 하기 때문? 하여튼 핑커는 업계에서 평이 좋다.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가 의식하는 듯한 학계에 만연한 보편적인 투쟁을 묘사하는 부분이 뒤에 나온다.
학회가 열린 자리에서 잭나이프를 휘두른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톡 쏘는 질문, 통렬한 뒤찌르기, 도덕적 모욕, 위압적인 독설, 분노의 항변,  원고 검토 및 연구비 심사 등이 난무한다. ... 원칙상 강제력은 이론 자체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옹호자들은 그 이론을 지지하기 위해 협박("명백히..."), 위협("...라고 한다면 비과학적일 것이다"), 권위("포퍼가 입증한 바에 따르면..."), 모욕("이 연구는 ...을 위한 엄밀함이 부족하다"), 비하("오늘날 진지하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등의 언어적 우위 전술을 동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때문에 H. L. 멩켄은 "대학 풋볼은 학생들 대신 교수들이 뛴다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다"라고 썻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자들이 여성을 객관화하고 억압하기 위해 꾸며낸 공모가 아니다. ... 미를 광신하는 쪽은 정작 여자들이었다. 이것은 간단한 경제학과 정치학으로 설명된다. 정통 페미니즘의 분석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에게 모욕을 줄 수 있다. 여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끔 세뇌당한 얼뜨기가 되기 때문이다. ... 나는 페미니즘 이론을 건드리지 않고 성성의 진화심리학을 논의하고 싶지만, 오늘날의 지적 풍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종종 성에 대한 다윈주의적 접근법은 반페미니즘적이라는 공격을 받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런 비난은 특히 페미니즘 이론을 발전시키고 연구해 온 많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명백히 당혹스럽다. 페미니즘의 핵심에는 성적 차별과 착취를 끝내고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어떤 과학적 이론이나 발견으로도 흔들릴 위험이 없는 윤리적/정치적 입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정신조차도 페미니즘의 이상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 언급 때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에서도 정치적 공정함을 보인다. 패미니스트의 궁극적 목적은(뭐라고 지껄이든) 대다수 정당과 마찬가지로, 권력 확보(확대)다. 패미니스트와 과학은 그래서 별로 상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굳이 그런 걸 설명하다니... 이기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핑커는 여기서도 쩔쩔 메는 걸까?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흡사 놀리는 것 같잖아?
인간의 성성에 대한 다윈주의 이론에 반대하는 많은 이론들 뒤에는 자연은 좋은 것이라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 있다. 무사태평한 섹스는 자연적이고 좋다, 따라서 만일 누군가가 남자는 여자보다 그런 섹스를 더 많이 원한다고 주장하면 남자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여자는 신경과민이고 억압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므로 남자가 여자보다 무사태평한 섹스를 더 좋아한다는 주장은 올바를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성욕은 좋은 것이다, 따라서 만일 남자들이 섹스를 위해 강간을 한다면 강간은 악한 행위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강간은 악한 행위이므로, 남자들이 섹스를 위해 강간을 한다는 주장은 올바를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주장에는 엉터리 생물학(자연은 좋은 것이다), 엉터리 심리학(마음은 사회에 의해 창조된다), 엉터리 윤리학(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이 결합되어 있다. 그것들을 포기해도 페미니즘은 전혀 손해보지 않는다.
놀리는게 맞는 것 같다. 오죽 페미니스트들이 닭대가리 같아 보였으면...

핑커의 저술 마지막 문장: 오랜 세월 인간 의식의 불가사의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좌절감은 ... 인간의 마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조합적 마음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일 것이다.
 
860여 페이지나 공들여서 써 놓고도 마음의 신비에 관해 발견된 사실이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부끄러움은 아니다. 핑커는 '마음'에 관해 책 앞머리에서 주장한 것들을 충분히 설명해줬다. 설명은 충분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하루 평균 200페이지를 읽었으니 대략 5일 걸린 셈인데 실제로는 대출을 일주일 더 연장해 3주간 책을 가지고 있었다. daemon을 악마로 번역해놔서 생뚱맞았고(핑커가 말한 daemon은 컴퓨터 용어다), 번역자 말마따나 여러 학제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용어와 해석 때문에 고생했을 것 같은 책이다. 심리학/인지과학, 생물과학, 컴퓨터 공학 등은 사실 학제간 공동작업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는, 서로 인접한 학문이라 광범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요즘은 믹스견 접붙듯이 활발하게 붙어다녀 사실 이런 류의 과학저술은 꽤 즐겁게 읽히며 다양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책의 앞부분에서 prolog 프로그래밍을 오랫만에 봤다. 십수년 만이다.
 
구조적인 증오와 폭력의 고리:  하마스 펀다멘탈리즘 익스트림리스트 개새끼들은 팔레스타인 시민을 볼모로 삼아 증오심을 부축여 가자 지구 이스라엘 측에 무작위적인 로켓포 테러 공격을 했다. 이스라엘측의 정밀 유도 폭격보다 더 잔인하고 더러운 수작인데 이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무력 시위에 의해 막대한 '계산된 희생'을 치름으로써 이스라엘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것!? 또는 그러한 로켓포 공격을 유도하고 사전에 그것을 감안한 이스라엘 매파의 계산도 떠올릴 수 있다. 오바마가 대선 출마했을 때 유대계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끌어들였고 미 권력 공백의 시기에 시도된 침공은, 흡사 무슨 시나리오라도 돌리고 있는 것처럼 호사가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음모론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음모론? 하마스와 이스라엘 매파 집권 때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가 맞겠지.

요르단 측 사해에서 돌아오는 길에 히치하이크했던 트럭의 운전수는 팔레스타인 사람인데 눈물을 글썽이면서 가족이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격언: 정의는 무척 값지고 귀한 것이라서 흔히 발견되지 않으며, 거래되지도 않는다. 정의는 그렇다치고, 난 뭘 해야 할까? 1. 행복하게 잘 산다. 2. 아내와 딸자식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산다. 3.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아내, 딸은 물론 팔레스타인 운전수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이들 항목엔 우선순위가 있다. 살아온 날 동안 선구자들의 연구와 가르침을 통해 그런 결론을 얻었다. 학습할 시간이 앞으로 그리 많지 않으니 부디 내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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