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 바빠 늦었다. 해를 넘기기 전에 이 엔트리를 퍼블리시한다는 걸 잊어버렸다.
푸코 이후로는 어... 프랑스 철학과 견해 차이가 심하던가, 취향에 안 맞았다. 그 후로 오랫동안 지금, 여기서 쓸만한 통찰과 직관을 철학이 건넨 적이 없었다.
아이에게 자이로스코프를 사줄까 해서 한가하게 ebay를 뒤졌다. 우연한 기회에 어린 시절 저것과 똑같은 것을 봤지만 내 소유였던 적은 없다. 수십 년이 흘러도 모양이 전혀 변하지 않아 놀랍다. 소울이가 어린 시절의 나처럼 저걸 바란다면 사 주는데 의미가 있을 테지만, 평생 자이로스코프가 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고, 바라지 않는 걸 선물로 주는 것이 별 의미 없어 보인다. 자이로스코프는 접어 두고(아니면 내 추억을 먹여 살리고 한풀이도 할 겸 구입하던가)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패드를 알아봤다. 앨리스 인 더 원더랜드 아이패드 판을 보고 사줄만 하다고 생각했다. 아내 생각은 달랐다. 아이패드같은 게 왜 필요하냐고 여겼다.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꺼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시대'란 소설을 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아마존의 킨들3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이 밀려 2010년 내에 받기는 글른 것 같다. 사실 원서 보기가 고단하다. B815를 알아보다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ebook 컨텐츠가 많이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ebook reader에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구매를 미뤘다.
자이언트. '가장이 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용기' 1시간짜리 60편 짜리 드라마. 자이언트 보다가 얼핏 황석영 소설 강남몽이 떠올랐다. 자이언트는 빈틈이 꽤 많은 수상쩍은 드라마지만 보는 재미가 없지 않았다.
The Walking Dead의 원작 만화책을 우연히 구했다. 약 3시간에 걸쳐 68권을 읽었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더 볼 것 같지는 않았다. 좀비물이란게 거기서 거기라는.
인셉션. 의외로 비주얼이 시시한 편. 머리아픈 영화라고 해서 긴장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이해하기가 쉬웠다.
얼마후 우연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셉션을 제작할 때 CG를 얼마 쓰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시라노 연애조작단. "난 애드립 하는 놈들이 제일 싫어." 연애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치하고 재밌는 것인데 성인이 되어서야 그 짓을 하려니 쪽팔리고 우스운 것이다. 하여튼 제대로 연애를 못해 본 녀석들이 가장 불쌍했다. 영화가 의외로 재미있었다. 심지어 별점을 준다면 인셉션과 큰 차이가 안 날 듯. 인셉션 류의 '장르 영화'에는 워낙 익숙해서 뭘 봐도 그저 그랬다. 다만 21세기 hard SF라면 파블로프의 똥개처럼 입안에 침이 고이지만... 현실은, SF영화란 것들이 한 30년은 시대에 뒤쳐진 것 따위나 대량 생산된다.
Heroman. 이제 와서야 문득 깨우친 것은 SF와 소위 메카닉 물은 다르다는 것. 바퀴벌레 외계인의 끈질긴 생명력이 주제다.
기동전사 건담 00 극장판. 외계인의 침공에 본의 아니게 단합하는 인류? -- 정치적으로 그렇게 나이브하게 살면서도 욕을 제대로 안 먹는 것은 어쩜 일본 애니메이터에게 주어진 특권인 듯.
건담00 극장판. 뉴턴 사이언스의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장면. 적색거성이 어쩌다 갑자기 백색왜성이 되는 과정인건지, 갑작스러운 초신성의 폭발인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