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정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0.21 we should buy a bar 1
  2. 2009.04.16 Serenity 1

we should buy a bar

잡기 2010. 10. 21. 17:58
9/28 10:56 컵라면 사러 잠시 가게에 들어갔다가 3분도 채 안되 나와 보니 누가 자전거를 훔쳐갔다. 상가 근처의 CCTV를 뒤져봤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의외로 별로 속이 안 쓰렸다. 자전거 구입 후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깨끗이 잊어버리기로 하고, 새 자전거를 알아 봤다. 아내의 폼팩터(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티티카카 라이프 M2가 마음에 들었다. 몇 개 후보를 압축해 아내더러 고르라고 보여줬더니 그게 그거 같단다. 아내가 탈 자전거인데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선택이 자유로울 땐 미니멀리즘 쌈마이 스피릿으로 늘 싼 것을 고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0/11 구입한 자전거: 삼천리 하운드 MV20. 12만 8천원+배송비 5천원. 1.375 인치 타이어에 무게 11kg짜리 미니벨로. 하지만 저렴한 자전거는 싼 이유가 있다... 집에 놀러온 애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주위에서 활기차고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며 자전거 조립을 돕겠다고 손을 벌리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조립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손 볼 것들이 많다. 가지고 있던 부품으로 핸들 그립 교체, 안장 교체, 그리고 뒷짐받이를 달았다.

구입하고 일주일 동안 주행 실험을 못 하다가 10/16이 되어서야 아이를 뒤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 돌았다. 가볍고 잘 나간다. 드롭바를 달면 평속 28~30kmh도 문제 없겠다. 이래서 요새 미니벨로 스프린터가 인기구나. 예쁘고, 가볍고, 잘 나가고... 고압 타이어, 소라 앞/뒤 디레일러, 뒷 바퀴 QR 레버, 페달, 핸들 바 등을 교체하고 싶지만... 여러 자전거 중고 시장에서 며칠쯤 잠복하다가 관뒀다. 매물이 별로 없을 뿐더러 좋은 물건은 귀신같이 빨리들 채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왕자 행거의 베이직 폴 행거 두 개(개당 7500원)와 선인장이라 불리는 가지 중 아래에 달 수 있는 것을 추가 4개(개당 천원) 구입해서 베란다 아이 장난감 쓰레기장 옆에 설치했다 -- 왕자 행거로 저렴한 자전거 행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숙원 사업을 하고 나니 만족스러웠다.

10/16 오랫만에 자전거를 손보려고 미니벨로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체인 청소를 하려고 주유소에서 등유를 사려고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세 주유소에서는 판매를 안 했다. 한 곳은 깔데기가 없어 1.5리터 PET 물병에 등유를 담을 수 없었다. 천원샵에서 2리터짜리 뚜껑 달린 물통을 부러 사서 다시 주유소로 찾아가 간신히 등유를 구했다. 내친 김에 천원샵에 들렀을 때 PB-1도 구입했다.

체인링크를 풀고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등유를 덜어낸 후 체인을 넣고 병 뚜껑을 닫고 열심히 흔든 다음 체인을 꺼내 창 밖에 널어 말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체인을 청소하는데, 이렇게 해도 체인이 속까지 깔끔해지지 않았다. 말린 체인을 바닥에 놓고 PB-1을 살살 뿌리며 못 쓰는 칫솔로 체인을 청소했다. PB-1으로 등유를 벗겨 내면서 2차 세정을 하는, 나름대로 머리 굴린 작전인데 결과가 괜찮았다. 다시 체인을 창 밖에 널어 말렸다.

디레일러를 뜯어내 흙먼지를 벗겨내고 기름걸레로 닦고 PB-1과 칫솔로 세척하고 말린 다음 구동부에 그리스를 발라 다시 조립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통째로 물청소했다. 바퀴의 허브 축 볼 베어링 청소와 그리스 칠은 생략했다. 체인을 자전거에 장착하고 건식 오일을 뿌렸다. 요즘은 습식 오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 습식 오일은 기름/먼지/때가 많이 달라붙는 편이라 체인이 쉽게 더러워져 그만큼 체인 청소도 자주 하게 된다.

말로 하면 간단한 작업인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0/17 점심 먹으러 자전거 타고 행주산성으로 가는 길에 찍은 안양천변 코스모스 밭.

자전거를 모처럼 정비해서인지 동력 전달이 잘 되었다. 하지만 내리막인데도 맞바람이라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심심해서 석수역에서 한강에 다다를 때까지 몇 대를 추월할 수 있나 세어봤다. 68대, 한강변에서 행주대교까지 추가로 20대 정도 더 추월했다.

집 나오기 전에 얼마 전에 구입한 기모 언더레이어를 져지 안에 입었다. 언더레이어가 생각보다 보온이 잘 되고 투습성이 좋은 것 같다. 거의 입은 것 같지 않고 섬유 자체가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니 봄/가을 살근살근한 추위에 입고 겨울에는 내복처럼 받쳐 입고 다니면 되겠다. 산행할 때도 괜찮을 것 같다. 구입하고 나서 모처럼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디자인만 받쳐 준다면야, 기능성 의류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자전거쟁이들의 성지인 행주산성 국수집에 오후 한 시쯤 도착했다. 의외로 손님들이 적었다. 옆에 있던 또다른 국수집(안동회관?)은 전업해서 3900원 짜리 콩나물 해장국을 팔았다. 3천원 짜리  국수를 거의 마시다시피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만에 먹으니 맛있다. 그러고보니 국수가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 집 국수처럼 푸짐하고 맛있는 국수를 최근에 먹어본 적이 없다.

다리를 건너 성산대교 까지 가서 안양천으로 올라가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면 배 채우고 겨우 60km 달리는 셈이다. 여의도를 거쳐 잠실로 무작정 달렸다. 드롭바를 단 미니벨로가 내 자전거를 슬슬 추월했다. 잘 달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다가 지쳐 양재천에 앉아 계단식 보에서 떨어지는 물살을 바라보았다. 엔도몬도에 찍힌 odometer에는 66.6km.

4시간 넘게 98km 쯤 달렸다. 평속 21kmh. 쉰 시간까지 합하면 5시간 30분 가량. 엔도몬도 주행기록에 표시된 칼로리 소비량은 3200kcal 가량. 기초대사량 때문에 가만히 있을 때라도 보통은 1시간당, 체중 1kg 당 소비되는 칼로리가 1kcal 정도. 몸무게 70kg x 5 시간 x 1kcal = 350kcal 니까 3240-350 하면 약 2900kcal를 달리는데 썼다는 얘기로군.

뱃속의 국수는 애저녁에 소화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하니 지쳤다. 맥주에 치킨을 먹고도 배가 고파 냉장고를 뒤져 사과와 아이스크림 따위를 찾아 먹었다. 겨우 100km 달리고 이렇게 힘들었나? 싶어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100km 가량 거리를 주행할 때 평속 개인기록을 넘었다. 그 전 기록은 20.4kmh 였고 보통은 20kmh 이내였다.

타이어를 1.95 짜리로 갈면 속도가 조금 더 올라갈 것 같다. 돈 드니까 나중에 여행갈 때나 해야지.

요새는 케이던스에 연연하지 않고 고단 기어에서 근육을 펌프질 하는 무식한 주행을 하는데, 근육을 좀 키워보려고 했지만, 주행을 자주 하지 못해(운동이 안되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때문에 허벅지만 살짝 두꺼워져 예전 바지가 꼭 끼게 되어 귀찮았다. 예전처럼 분당 70~90회 정도의 케이던스 위주로 주행 스타일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쿠만. 별로 안 좋아하는 그림체. 만화가가 어떻게 성장하는가... 대뜸 꿈이 이루어지면 결혼해 달라는게 웃겼다. 꿈이 안 이루어지거나, 꿈이 너무 일찍 이루어지거나 뒷끝이 별로 안 좋은 것으로 아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야식당. 모처럼 재밌게 본 일본 드라마. 오래전부터 만화책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 드라마로 보게 되었다. 도시를 멍하니 달리는 타이틀 씬과 왠지 멍한 타이틀 송 모두 좋았다. 너무 '잔잔해서' 보고 나면 통 기억나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다. 그리고 까메오처럼 가끔 등장하며 '세상은 신 것도 단 것도 좋다'고 말하는 친구는 오다기리 조 맞지? 대세에 지장을 끼치지 않았다, 존재감이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야식당 4화. 일본 식당이 무대가 되므로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 보통 음식 만화/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요리와 거리가 멀고 만들어 먹기 쉬운 무등급판(?) 단품 음식들이 나왔다는 정도? 만들어 먹기가 쉬워 보여 고양이밥이나 버터밥 따위는 한 번쯤 시도해 봐도 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야식당 10화. '이게 진정한 silent night 지'. 구운 게 요리를 게걸스럽게 먹느라 말을 잊은 손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주인장이 말했다. 이렇게도 말했다 '유랑하고 헤메이고 돌아온다. 인생 얕보지마'


,

Serenity

잡기 2009. 4. 16. 00:13
美 차기 우주정거장 모듈 이름 '고요' -- 경악했다. ISS의 모듈명에 Serenity는 너무나 당연해서 따놓은 당상으로 생각했다. SF 드라마 Firefly를 함께 즐겼던 미국의 오타쿠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무척 안타깝다. Serenity가 겨우 4만표를 얻었다니, 한국의 디겔만도 못한 미국의 희박한 오타쿠 갯수가 의외다.

얼마전 마감된 KSLV-I 명명 이벤트에서는 감히 단언컨대, '미르'나 독도, 고구려 관련 단어가 가장 많이 나왔을 것이다. 나? 나는 '솜다리'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페이로드가 코딱지 만해 거창한 이름 붙이는게 낯 부끄러워서. 21세기임에도 한국이 스페이스 클럽에 끼지 못한 게 처량하고, 발사체를 러시아에서 기술 이전 받아야 하는 팔자가 민망하고 북한이 하고 싶은 대로 로켓 날리는 동안 과거 미국과 합의된 로켓 추력 제한에 설움마저 느낀다. 그래서 그런 거창한 이름은 자주, 독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17년 무렵 달 착륙선 띄울 때에나 써먹으면 좋겠다. 그 동안은 발사체 이름에 (민들레)홀씨, 나리, 이끼, 잔디 같은 쉽고 야들야들한 이름이 낫지 않나?

생각나서 들어간 KSLV 공식 홈페이지에 적어놓은 발사 의의를 읽다가 웃었다. “첫 발사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국민적 용기가 없었다면 인도의 우주개발은 불가능 했을 것”  -- 2007년 한국을 방문시 인도의 압둘칼람 대통령의 말.

국립공원, 지리산에까지 케이블카를 놓겠다고요? -- 아고라 청원 진행 중. 케이블카 놓는 걸 반대했지만(난 고생해서 올라가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주 쉽게 올라간다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어서. 산을 쉽게 올라가려면 뭣하러 산에 가나?),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사람들이나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너나 없이 자연보호를  명분 삼았다. 저간 사정을 둘러보면 순진하거나, 위선적으로 보인다.

다음의 '케이블카 없는 자연공원' 까페 자료실에 있는 양양군이 제출한 삭도 건설 계획 '설악산 국립공원내 오색-대청봉간 케이블'은 고발용 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글을 올린 사람의 의도와 달리, 케이블카 건설이 타당해 보인다(적어도 그에 반하는 설득력있는 주장을 접하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설악산이 얼마나 개판이 되어가는지 알기는 하나? 개떼같은 등산객들 때문에 낮이나 밤이나 시끄럽기 그지없는 설악산은 오랜 기간에 걸친 종 다양성 감소로 유네스코 자연공원 지정에 실패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지리산 성삼재 까지 올라가는 차량 통행로는 케이블카에 비해 더 안 좋은 환경오염원이다. 북한산에서는 산새가 사라진지 오래다.

환경운동 다수가 선의를 담보로 삼은 위선적인 프로파겐다인 것은 아니지만, 케이블카를 가설해 지역 경제를 부양하려는 지자체의 '탐욕'을 문제 삼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건설을 밀어붙이는 코메디 소재꺼리 '지자체'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놈들이 아니다. 댁은 어쩌면 지역불균형과 소득격차로 자기들은 절대 행복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일상적으로 소외되는 지방민들의 악에 받친 정서에 감정이입이 가능할런지도 모르겠다. 난 그게 잘 안 되지만, 지자체가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납득은 된다.

요즘은 인기가 없는 '개발 논리'에 반대하며 '자연 보호'를 명분 삼고 싶다면 케이블카 이전에,

(아참, 물론 케이블카 건설도 반대하고 골프장 건설도 반대하고, 터널 뚫고 길 내는 것도 반대하고, 갯벌도 살려야 하는 등 정신나간 막무가내식 개발에 저항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노력해야 겠지만, 그전에 앞서 사회적 비용과 이익의 정량화 시도는 남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자 예절이라고 환경운동가들에게 말하고 싶다. 흡사 내 아내처럼 비합리적이고 막무가내에 인류애로 가득찬 그들, 선한 골통들의 주장을 별로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산꼭대기까지 이어진 도로 따위를 모두 없애버려야 한다.  이 김에 포장된 사찰 진입로도 갈아엎어 버리자. 불살생의 철학을 실천해야 하는 사찰의 진입로에 다람쥐 가죽이 길죽하게 말라붙어 있는 아이러니를 앞으로도 계속 보지 않으려면. 이들 포장길을 운행하는 차량에 의한  오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치 않다. 차량이 뿜어내는 오염물질 1년치를 다 합쳐도 1ha도 안되는 면적에서 산불 한 시간 번진 것에 비하면 그 오염 정도가 세발에 피다.

국립공원 입장료 부활 -- 국립공원 관리비 충당.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한 다음 등산객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등산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국민 레져 활동이 되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부활하면 사람들이 덜 찾게 된다. 등산객들의 증가와 반비례해서 그들의 매너는 매년 하향평준화되는 추세인데(쓰레기 투기, 고성방가, 휴식제 구간의 신나는 등산로 개척, 즐거운 산속 캠핑과 비지땀을 흘리며 오른 산정에서 즐기는 깊숙한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추억의 쥐불 놀이 따위)  이들의 '탈선'을 관리할 인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등산객 편의를 봐주려고 건설하는 '등산로 정비'같은 반자연주의적인 행동은 케이블카 건설과 마찬가지로 반대해야 한다. 한국의 자연공원은 누구말마따나 '튼튼하고 건장한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남아 있어야 바람직하다. 등산로 토사 유실을 막기  위해 돌 계단을 만들고, 값싼 외래수입종 나무로 고즈넉한 산책로를 꾸미는 것 등은 사실 자연를 '원래 그대로 내버려두고 최소한만 간섭하는 것'에서 벗어난 훼손 행위다. 한국의 잘 정비된/정비될 등산로가 그렇다. 또한 외래종 나무에는 생태계를 전복시킬 수도 있는 외래 종자나 미생물이 붙어 수입될 우려도 있다.

입산 통제 -- 등산객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북한산 같은 곳은 휴식제를 확대하거나 일일 등산객 숫자를 제한한다 -- 입장료가 폐지되기 이전인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북한산 능선길이 이제는 거의 신작로가 되었고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일상적으로 붐빈다. 이왕 하는 김에 산에 들어가려면 일정 수준의 장비를 갖추었는지 체크하자. 등산 난이도로 구간 통행을 통제하는데, 하이힐에 미니 스커트 입고 암릉을 오르는 왠 미친년들의 어머니 자연에 대한 불손한 태도는 매로 교정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추락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자연공원내 불법행위시 더욱 강한 제제 -- 비록 전 국토의 5% 미만에 불과한 국립공원 면적이지만 관리는 아주 다른 문제다. 산에 가면 거나하게 술 처먹고 지랄하는 등산객은 일상적이고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는 놈들, 과일 껍데기를 여기저기 버리거나, 심지어는, 경악스럽게도 담배꽁초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들 고난의 근대사를 경험한 어르신들이 떼로 뭉치면 무적에 가까워 어른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젊은 단속요원은 속수무책으로 다구리 당한다. 요주의 지역에 야생동물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서 이런 짐승들의 사진을 찍어 하산시 곤장으로 다스리고 벌금을 심하게 먹인다. 도주시에는 3대가 개망신 당하도록 한다. 죄질이 무겁지 않다면 산과 계곡에서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한 푸대 담아올 때까지 사회봉사활동 형에 처해 친환경적인 개과천선을 유도하자.

자연공원내 상행위 금지 -- 굳이 멀리갈 것도 없이 서울 인근의 북한산 송추계곡이나 관악산 주변을 보면 가관도 아니다. 과연 케이블카 문제가 이들보다 심각할까? 그리고 산속 깊숙이 틀어박힌 '인기있는' 민박집과 음식점은 사실 대단한 환경 오염원이다. 순진한 당신은 아마 이들이 땅 파서 쓰레기를 묻거나 한밤중에 드럼통에 쓰레기를 불태우는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 생계 유지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풀어내기 쉽지 않은 문제가 되는데 ,  가난한 지자체는 보통 이들 이주 비용 마련은 커녕 '자연공원내 불법 취사행위'를 단속할 예산이나 인력이 없다.

더 떠들면 케이블카 놓는 거 반대하는 사람들 놀리는 것처럼 들릴테니 농담따먹기는 이쯤 해 두자.

목련이 후두둑 떨어지던 토요일 오후 자전거 타고 멀리 멀리 떠나갈까 하다가 정신 차리고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비포장 도로에서  온갖 오물이 다 묻은 자전거를 닦기로 했다. 작년에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뭐 그런 심정으로 2009년에는 자전거를 팔고 새 자전거를 살 생각이었는데, 원자재가 상승, 불황, 기타 등등의 이유로 자전거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라 가지고 있는 자전거를 열심히 닦아 더 타기로.

분해한 자전거
물 빨래하고 말리는 중. 분해하고 나니 자전거가 흡사 로드킬처럼 보인다. 이렇게 놔두고 동네를 두리번 거리다가 생수통을 줏어 주유소에 가서 등유를 사왔다. 집안에 굴러 다니던 500ml 짜리 물통에 등유를 300ml 정도 넣고 체인을 분해한 다음 한 줄로 살살 구겨 넣어 체인에 묻은 끈적끈적한 기름때를 녹였다.

체인 때를 녹이는 용매로 신너가 더 좋긴 한데... 오래 전에 덥수룩한 수염에 세수도 안 하고 츄리닝 차림으로 신너를 사러 가니 주인 아저씨가 나를 마치  직장을 잃고 가정 파탄 후 머리 꼭지에 신너를 부어 대로변에서 분신 자살을 기도하려는 비장한 30대 가장 쳐다보듯이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인 적이 있다.

등유 사러 갈 땐 수염을 깎아야 할까?

분해해서 물 청소 하는데만 한 시간, 등유 사오느라 30분, 저것들을 조립하느라 다시 한 시간, 구정물처럼 검은 등유를 태우고 체인을 정리하는데 30분, 디레일러 조정에 30분을 보냈다. 14:00 시작해서 17:30이 되어서야 작업을 끝냈다. 오랫만에 하는 정비라 정성을 기울였다. 정비 잘해 봤자 자전거 성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정비 해봤자 별 소득 없다. 그저 깨끗해진 자전거를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30분 동안 시내에서 시험주행을 했다. 앞뒤 디레일러 조정이 전보다 쉽게 느껴졌다. 기름 한 방울 안 먹였는데도 비꺽이지 않고, 변속 또한  원활하다. 완벽하다.

'완벽한 여자를 만나본 적이 있소?' 두 남자가 고개를 끄떡인다. '술에 안 취한 상태로?' 그러자 고개를 젓는다. -- Life Season 2, Episode 16. 아무렴.

햇님이 살짝 숨을 죽인 다음 날 아침 자전거를 몰고 올림픽 공원에 가서 자전거 타기 연습을 했다. 요즘은 왠일인지 황사가 없다. 3kmh 미만의 저속에서 실속 후 자빠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균형감각이 영 안 좋아 자꾸 넘어진다. 한 번은 한 발에 얹힌 체중 때문에 홱 돌아가버린 뾰족한 페달 날에 왼쪽 정강이를 찍혀 눈물이 찔끔 나왔다. 오른 손, 왼 손 번갈아 한 손만 사용해서 8자 커브 틀기 연습도 했다. 정지 상태에서 stand still은 아주 어려웠다. 안장에 엉덩이를 얹지 않으면 자전거 균형 잡기가 좀 수월해진다는 요령 정도만 익혔다. 입맛을 쩝쩝 다실 정도로 소득이 별로 없다.

자전거 오래 타봤자 반응속도나 균형감각이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주행 중 의외의 상황에 대비해서 조금씩은 미리 연습해 둬야 도움이 된다. 제작년에 벽 보고 치킨런하며 브레이크 잡기 연습한 것만으로 그 후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나?

한 시간쯤 엄벙덤벙 자전거 걸음마 연습을 하고 성산대교를 건너 한강로를 따라 행주대교까지 간 다음, 다리를 건넜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다리를 건너서 한 동안 역주행하느라 기분이 묘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행주산성의 국수집에 들렀으나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거려 국수 먹기를 포기하고 여러 농로를 거쳐 수색 역에 다달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벚꽃이 떨어지며 흩날렸다. 꽃들이 전쟁하듯 번식에 열을 올리는 봄이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자전거 전조등의 전지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새로 산 건전지인데도 기전력이 떨어져 LED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편의점 전지들은 대개 그 모양이다. 장시간 방치되어 방전되어 있기 일쑤였다. 편의점 알바는 판매한 것이 새 전지라고 말했다. 글쎄다. 닥달해서 교환을 요구했으나 자기 권한 밖이란다. 400원 거슬러 받고 우겨서 다른 건전지로 바꿨다. 불이 들어온다. 일곱 개짜리 그런 건전지 뭉치가 무려 5300원이나 한다. enelope AA 4개가 만 원 가량, 한번 사면 몇 년 동안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 에넬루프 충전지를 사야겠다.

체인에 기름을 먹이고 창고에 넣은 후 포대를 씌웠다. 약 40kmh를 한가하게 달렸음에도 몇 주 동안 자전거를 못 타서인지 몸이 피곤하고 나른하다. 요즘 잠을 통 못 잔 탓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간혹 타는 정도로는 자전거 여행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자니 사무실에 샤워실이 없어서 곤란하고...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다.

Battlestar Galactica: 시즌4 중반부터 왠일로 성의를 보이더니... 20화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끝났다. 갤럭티카에서 볼 꺼라곤 음악과 연출 정도? 연출이 안타까울 정도로 소똥 같은 극의 분위기는 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내치지 못하고 '임종'을 지켜본 셈.  하여튼 마지막까지 맛 가게 만들어 주신다. 4기 내내 꼬마애 때문에 갖은 지랄을 떨더니 제2의 지구와 미토콘트리아 이브로 3분 즉석요리처럼 간편하게 결론을 내버렸다. 하여튼 내 주위에는 온통 BG가 재밌다는 사람들 투성이다!

GeoSetter for Windows -- 요새 OSM 때문에 email을 주고받는 로버트씨가 gpicSync 대신 추천해 준 프로그램. 괜찮다.

GeoSetter
사진을 구글 맵 프리뷰(한국 지도도 잘 나온다)에서 바로 볼 수 있다.

GeoSetter
sync 속도 역시 만족스럽다. 즉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저장은 역시 속도가 느린 편.

GeoSetter
덤으로 JPEG 안에 여러 가지 태그를 삽입할 수 있다. panoramio와 이런 종류의 태그(JPEG Comment)가 자동으로 교환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 사진 따로 캡션 따로가 아니라  사진 안에 캡션을 임베드하는 것인데 더 많은 그래픽 뷰어들이 이것들을 지원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철완버디 decode. 그림이 animate되면, 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액션씬은 컬러가 사라진다 -- 사람 뇌가 그렇게 처리한다. 색상, 면, 윤곽선, 방향 벡터를 자근자근 해체한 다음 포스트모던하게 재구성했다. 그래서인지 철완버디의 액션씬은 찰떡처럼 쫀득하고 이해가 아주 빨리 된다. 철완버디도 2기가 끝났다. 3기가 과연 나올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이 투 미의 주인공은 인상만 드러운게 아니고 평소 행동도 건달같다. 재밌는 건지 아닌지 아직 모르겠다. 한국 대사관 편에서 무표정한 동양인 역시 서양인과 마찬가지로 표정과 제스쳐는 거짓말을 못한다고 주장한다. 맞겠지만(거기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표정이 참 풍부하다), 무릎에 단정하게 손을 올려놓고 사람들을 쳐다보지 않은 채 오직 입만 움직이고, 제스쳐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아무런 열정이나 내색 없이, 졸지도 않으면서 회의에 참여하는 사이코패스같은 사람들이 서양인들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동양'에는 의외로 많다 그래서 속내를 알기 위해 비일상적으로 살과 말을 부비적거리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본능의 밑바닥까지 함께 추락해야 피차 상대 욕망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정서가 동양에 존재하는 것 아닐까?

샹그리라
샹그리라. 도쿄가 저 모양이 되었다. SF인데, 1화부터 위화감을 느꼈다. 작화와 작위적인 컨셉 때문인 듯. 심지어 탄소세 운운 상투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주제에 나같은 SF 매니아를 바보 취급하듯 친절하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장면이 나왔다. 제발 세일러복 입은 여자 고삐리가 팬티 보이며 설치는 '그렇고 그런 애니'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안 그래도 SF가 날이 갈수록 귀해진다.

요즘은 일주일에 평균 2-3권 정도 책을 읽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