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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2 착한 여행 1


아이를 데리고 저렴하게 수원 인근에 놀러가 볼만한 데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아 작년부터 기회만 보고 있던 '착한 여행'을 이번에 다녀왔다. 화성의제21 에서 운영하는 화성 시티투어 중 하나인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이드를 동반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코스가 여럿 있다. 그중 '자연의 숨결' 코스는 9:00am ~ 5:00pm까지 1. 공룡알 화석지, 2. 남양성모성지, 3. 우리꽃식물원을 버스로 돌아다니며, 점심을 제공한다.

2011/5/22,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병점역 앞에 있는 화성 출장사무소 앞에서 딸과 함께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수원에서 온 나/내 딸과, 서울에서 온 두 분을 빼고 대부분 화성 사람들이다.  사람이 많아 버스가 세 대 운행, 문화해설사가 동승했다 -- 동네 아줌마가 동네 마실 시켜주는 분위기라 편하다. 그런데, 아줌마가 착한 여행의 의의를 말씀하시는 도중에 '김밥을 안 먹으니까 피부가 고와지더라, 김밥에 첨가물이 그렇게 많더라'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김밥 재료에 들어가는 성분 중 몇몇 식품 첨가물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아스파탐, 사카란, 아질산나트륨 따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다음부터는 아는 사람과의 단독 직접 대면 대화(비디오 컨퍼런스도 대면 대화이긴 한데 facetime 따위로는 커버가 안되는 20% 부족한 것이 있다)가 아니면 논쟁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온라인에서도 근거가 하도 바보같은 지경이 아니고, 내가 술에 취해 기분이 좋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시화호 근방에서 발견된 공룡에 이름을 붙였는데 뭔지 아냐고 질문했다. 맞추면 상품을 준다고... 나야 뭐 당연히 알고 있지만(공룡X --> 코레아노 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딸애가 대답하길 기다렸다. 딸도 알고 있다. 상품은 서울에서 온 아줌마가 받았다.  


공룡알 화석지 입구. 시화호 방조제가 조성되면서 저들은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되었다. 늪지는 폭신폭신했다. 늑대거미가 펄 여기저기를 기어다녔다.

클릭=확대 자생식물은 매해 다른 종류로 바뀐단다. 그 속도가 굉장하다. 방조제 구축 후 시화호가 썩어가자 방조제 일부를 갑문으로 교체하고 열었다. 이제는 여길 생태공원, 공룡 박물관 따위를 만들려고 계획중이다. 그러나 공룡화석지를 에워싼 거대한 습지를 지나가는 고속도로 건설현장은 흉물스러웠다. 고개를 돌리고 이쪽 사진을 찍었다. 문화해설사가 말했다. '습지를 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습지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공룡알 화석은 어떤 사진작가가 처음 발견했다던가? 천방지축 날뛰는 어린 딸을 쫓아가느라 설명이고 뭐고... 사실 배경지식이 좀 있어서 설명은 뭐... 

공룡 좋아하는 딸애 보여주려고 온 곳인데 알 화석에 관심이 없다. 나라도 그렇겠다. 고생물학은 대단한 상상력이 필요한 학문이다. 다른 팀과 부대끼면 해설이 겹치니까 서두른다.
 

공개된 곳이 생각보다 적다. 습지를 가로지르는 나무길을 한바퀴 돌면 끝이다. 저 너머에 경비행장이 있고 저 너머가 안산. 자전거 타고 안산의 저 곳을 몇 번 오락가락했다. 자전거 타고 이 곳에 오려고 했었다. 

퇴적층 한 가운데 잘 안 보이는 공룡 알 껍질 화석. 해설 수준은 초등생에 맞춰 6살 짜리가 따라가긴 무리였다. 그저 깔깔거리며 여기저기 뛰어 다니기 바쁘다. 그 편이 낫지 싶었다. 

 공룡알 화석이 보이나? 난 보인다. 본 적이 있으니까. 한국의 공룡알 화석은 중요한가? 글쎄다. 중국에 엄청 많다. 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은 유명했다. 화성은 국립자연사박물관 경쟁에서 거의 1조에 달하는 예산을 따낼 수 있을까? 따내면 지자체는 대박 나는 거고... 이 나라에 변변한 국립 자연사 박물관이 없다. 

여하튼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더 이상 인간을 몰고 오지 않을 때가 되기 전에 여기에 발자국을 찍었다. 시원하고 아름답다. 클릭=확대

문화해설사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원래 한국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모두 화염이었는데 일본인들이 생산성을 이유로 천일염으로 바꾸었단다. 

순두부집에서 모처럼 간수를 쓴 순두부를 먹었다. 맛있다고 하니 동석한 문화해설사의 꿈이 제대로 된 순두부집을 차리는 거란다. 그리고 간수를 사용하면 두부국물이 맑단다. 내가 먹고 있는 것은 탁했지만 강릉에서 먹곤 하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맛있다. 소울이에게 간수를 어떻게 얻는지 설명했지만, 알아듣는 것 같지 않았다. 같은 팀의 많은 아이들이 순두부를 먹지않아 신기했다. 그래서 남은 것은 우리 테이블에서 다 먹었다.
  

남양성모성지. 왠만한 도시는 이러저러 잡다한 것들을 붙여 소위 'xx팔경'이란 걸 만들었다. 화성 팔경 중 종교 사이트는 두 개란다. 여기 남양성모성지와 용주사. 성모성지는 아늑하고 편안한 꽃동산이다. 이런 곳을 만든 노력이 참 대단했다. 사랑과 정성이 느껴진다. 사진을 확대할 껄 그랬나? 성모 조각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꽃 식물원에 들렀다. 울릉도는 물론, 제주 식물이 꽤 많았다. 생긴지 얼마 안되어 공간이 썰렁했다. 아이를 무등 태우고 식물원이 내려다보이는 동산에 올랐다가 내려왔다. 문득 산에 가고 싶어졌다. 산에 가서 막걸리 마시고 나무에 해먹 걸고 낮잠 자고 싶어졌다. 돌아갈 시간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재밌게 놀았다. 버스에서 내릴 때 쯤 500g 짜리 쌀 한 봉지를 나눠줬다. 기회가 되면 다음엔 제부도에 가고 싶다. 뭔가 참 괜찮은 여행이다. 특히 많이 걸어다녀서 좋았다. 어쩌다 우연히 본 어떤 블로그에서(출처 확인할 수 없음) 여행의 어원을 정리해 놓았다. 여행의 로마식 정의는 '고문'이고 프랑스식 정의는 '일'이었다. 중국에서도 여행은 고행이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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