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액의 EC에 관해 안이하게 생각했다. EC가 높으면 뿌리를 통한 식물의 수분 흡수가 저지된다. 그 결과로 생장이 느려지고 세포벽이 두꺼워진다 -- 일반적으로 수분이 부족한 식물에게서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 잎이 마르다가 타 버린다.
잎채류만 넣어두었던 스티로폼 박스에서 며칠 새 양액이 순식간에 감소했다. 하루 만에 거의 800ml가 증발했고(바람과 햇볕의 힘!) EC가 높아 생장이 더디던 식물들의 뿌리가 양액에 닿지 않아 상태가 더 나빠졌다.
EC가 높자 방울토마토는 살겠다고 지레 꽃을 피웠다. 자연수분 된다기에 멍하니 쳐다보다가 두 송이 꽃이 떨이졌다 -- 물론 과육은 없었다. 자연수분은 야외에서 기를 때 얘기고, 실내에서는 토마토톤 같은 호르몬제를 100배 희석해 꽃송이를 푹 담구거나 진동기를 사용해 꽃가루를 내보내야 한단다.
EC 를 낮추려고 양액에 물을 섞었다.
잎채류: 2.0 dS/m --> 1.7 dS/m
방울토마토: 3.2 dS/m --> 2.0 dS/m
파프리카: 4.0 dS/m --> 2.8 dS/m
바깥의 대기 기온은 23도 안팎이지만 실내는 19~21도를 유지했다. 양액은 불투명한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 있는데(뿌리에 햇빛이 닿지 않아야 하므로) 양액의 온도는 대략 20도를 유지했다. 온도가 조금 낮아 양액의 농도를 높일까 망설였지만 일단 이 상태로 생육을 지켜보기로 했다.
수경재배로 키우는 작물보다 배양토에 키우는 작물이 더 잘 자라 아내의 핀잔을 들었다. 내 잘못이 있어 아직은 두고 봐야 알 일인데, 하여튼 트리피드처럼 2미터씩은 자라줘야 재배할 맛이 날 것 같다.
아이 책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책을 뒤적이던 중에 내가 구입한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디자인을 한 어느 일본인의 수경재배조를 발견했다. 다들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수경재배 자체가 그다지 많은 다양성을 지닌 것은 아닌 듯. 요거트 병이나 물병에 키우는 사람도 있고, 접시 받침에 양액을 깔아 키워, 흙을 안 쓴다 뿐,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고 키우는 과정이 화분에 키우는 것과 같은 경우도 있다.
집이 남향이고 앞이 트여 있지만 태양의 입사각 때문에 실제 태양광이 조사되는 시간은 5시간 이내로 짧은 편인데, 그나마도 황사니 벌레니 하면서 아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창문을 닫아두니 햇빛과 바람이 적어 잎이 튼튼하지 않다. 양지바른 텃밭처럼 씨 뿌리고 물 뿌리고 가끔 웃거름 던져주면 대충 잘 자라던 식물이 아니라서... 유기농이 참 대단한게 한 3개월 그렇게 기르다가 병충해를 입어 상당한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약을 안 쓰고 끝까지 키우는 것이다. 농부라면 어디 욕심이 없겠고 고생해서 키운 작물이 픽픽 죽어가는데 괴롭지 않겠나... 그러고 보면 어렸을 적에 동네에서 작물 키우는 것들을 보면 지금과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무척 차이가 났던 것 같다. 병해에 강하고 생산이 우수한 종자를 세대를 거듭하며 골라낸 탓일께다. 한국의 종묘사 대부분은 외국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eBay를 뒤적이며 LED grow lamp를 알아봤다. 주문하긴 비싼 편이라 부품을 구해서 조립할까 생각했다. LED grow lamp는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 사용하는 것인데 기존의 다른 등에 비해 전력 소비가 작고 식물 생장에 필요한 적정 파장을 배합하기 쉽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마리화나를 수경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것 같다.
딱 2주 만에 첫 작물을 수확했다. 비록 생장이 더디고 키운 작물 수가 적어 얼마 안 되는 쌈채를 수확했지만 그것으로 저녁을 만들어 즐겁게 잘 먹었다.
만화 '신과함께'에서 본 대목:
잎채류만 넣어두었던 스티로폼 박스에서 며칠 새 양액이 순식간에 감소했다. 하루 만에 거의 800ml가 증발했고(바람과 햇볕의 힘!) EC가 높아 생장이 더디던 식물들의 뿌리가 양액에 닿지 않아 상태가 더 나빠졌다.
EC가 높자 방울토마토는 살겠다고 지레 꽃을 피웠다. 자연수분 된다기에 멍하니 쳐다보다가 두 송이 꽃이 떨이졌다 -- 물론 과육은 없었다. 자연수분은 야외에서 기를 때 얘기고, 실내에서는 토마토톤 같은 호르몬제를 100배 희석해 꽃송이를 푹 담구거나 진동기를 사용해 꽃가루를 내보내야 한단다.
EC 를 낮추려고 양액에 물을 섞었다.
잎채류: 2.0 dS/m --> 1.7 dS/m
방울토마토: 3.2 dS/m --> 2.0 dS/m
파프리카: 4.0 dS/m --> 2.8 dS/m
바깥의 대기 기온은 23도 안팎이지만 실내는 19~21도를 유지했다. 양액은 불투명한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 있는데(뿌리에 햇빛이 닿지 않아야 하므로) 양액의 온도는 대략 20도를 유지했다. 온도가 조금 낮아 양액의 농도를 높일까 망설였지만 일단 이 상태로 생육을 지켜보기로 했다.
수경재배로 키우는 작물보다 배양토에 키우는 작물이 더 잘 자라 아내의 핀잔을 들었다. 내 잘못이 있어 아직은 두고 봐야 알 일인데, 하여튼 트리피드처럼 2미터씩은 자라줘야 재배할 맛이 날 것 같다.
아이 책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책을 뒤적이던 중에 내가 구입한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디자인을 한 어느 일본인의 수경재배조를 발견했다. 다들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수경재배 자체가 그다지 많은 다양성을 지닌 것은 아닌 듯. 요거트 병이나 물병에 키우는 사람도 있고, 접시 받침에 양액을 깔아 키워, 흙을 안 쓴다 뿐,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고 키우는 과정이 화분에 키우는 것과 같은 경우도 있다.
집이 남향이고 앞이 트여 있지만 태양의 입사각 때문에 실제 태양광이 조사되는 시간은 5시간 이내로 짧은 편인데, 그나마도 황사니 벌레니 하면서 아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창문을 닫아두니 햇빛과 바람이 적어 잎이 튼튼하지 않다. 양지바른 텃밭처럼 씨 뿌리고 물 뿌리고 가끔 웃거름 던져주면 대충 잘 자라던 식물이 아니라서... 유기농이 참 대단한게 한 3개월 그렇게 기르다가 병충해를 입어 상당한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약을 안 쓰고 끝까지 키우는 것이다. 농부라면 어디 욕심이 없겠고 고생해서 키운 작물이 픽픽 죽어가는데 괴롭지 않겠나... 그러고 보면 어렸을 적에 동네에서 작물 키우는 것들을 보면 지금과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무척 차이가 났던 것 같다. 병해에 강하고 생산이 우수한 종자를 세대를 거듭하며 골라낸 탓일께다. 한국의 종묘사 대부분은 외국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eBay를 뒤적이며 LED grow lamp를 알아봤다. 주문하긴 비싼 편이라 부품을 구해서 조립할까 생각했다. LED grow lamp는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 사용하는 것인데 기존의 다른 등에 비해 전력 소비가 작고 식물 생장에 필요한 적정 파장을 배합하기 쉽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마리화나를 수경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것 같다.
딱 2주 만에 첫 작물을 수확했다. 비록 생장이 더디고 키운 작물 수가 적어 얼마 안 되는 쌈채를 수확했지만 그것으로 저녁을 만들어 즐겁게 잘 먹었다.
만화 '신과함께'에서 본 대목:
넋이로세 넋이로세. 넋인 줄 몰랐더니 오늘 보니 넋이로세.
신이로세 신이로세 신인 줄 몰랐더니 오늘 보니 신이로세. -- 진도 씻김굿 중.
1월 초 사장님 장례식장에 오신 거래처의 a사장님은 진도 출신이다. a사장님은 내게 씻김굿의 절차와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고 나는 줄 담배를 입에 문 채 설명을 들었다.
3월 무렵 직원들과 함께 납골당에 가서 사장님을 다시 찾아뵙고 인사했다. 별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내 프리랜서 생활은 끝났다. 매일 밤 술을 마시던 생활도 접었다.
유난히 긴 봄이었다.
딸애가 공부 한다며 책과 연필을 들고 쫄래쫄래 안방으로 들어가면 엄마가 공부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내 여섯 살 때와는 다른 삶이다. 풍족하고 덜 야생이고 쓸데없는 문명의 이기가 사람 틈을 벽으로 갈라놓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삶이 처절하다.
아내의 소망은, 아이 키우는 컨셉은, 평범한 사람. 그런데 보통 사람의 정의가 돈 없고 머리 나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귀 얇고 신념 없고 비전 없고 침을 튀기며 호박씨를 까고 욕설을 늘어놓으며 자존심을 세운다지만 실은 권력에 빌빌 대면서 시시한 제 욕심 때문에 누워서 자기 토사물을 뒤집어 쓰는 사람이지 싶은데? 아닌가?
zero tolerance: 어린 시절에 욕심쟁이 위선자를 상대할 때 내 원칙이었다. 다 지난 얘기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굳이 분류하고 싶으면 기분파다.' --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말. 나도요.
아이 데리고 주말마다 놀러 다니느라 자전거 탈 시간이 없다. 조카애 주려고 자전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배달되어 온 자전거 바퀴가 휘어져 있다. 이 놈에 싸구려 부속들, 군시렁 군시렁 거리며 휠을 정렬하고 브레이크 간격 조정하고 전조등과 후미등을 달았다. 13만원짜리 어린이 자전거인데 주행 시험을 해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집 근처에서 살살 타고 다닐 자전거인데 비싼게 뭐 필요있나.
그래서 1,2편을 찾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