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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t handle the truth

잡기 2011. 8. 16. 00:17

수원 맛집 구글 지도 정리 중 -- 수원 시내 돌아다닐 때 구글맵으로 보려고 만든 지도. 대체로 수원 시민에게 알려진 곳. 어쩌다 만들게 되었는데... 가진 자료가 빈약해 많이 썰렁하지만 업데이트를 해 볼 생각.

잦은 비로 기온이 떨어지고 빗물에 모기 유충이 쓸려 내려가 올 여름엔 유난히 모기가 없었다. 지난 5월 삽질을 시작하면서 구입했던 타이머 중 하나를 21시부터 다음날 05시까지 홈매트를 켜기 위해 사용했으나 별 쓸모가 없었달까. 

Atmel의 ATTiny Chip Series를 사용하여 타이머 스위치를 회로 설계해서 만들 생각을 했는데, 5300원 주고 산 저렴한 중국산 타이머 스위치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그런 걸 만들어 보고 스스로 흡족해 하기라도 한다면 모를까. 스스로 흡족하기? 

박씨 아저씨가 키네틱 아트에 관심이 있다길래 arduino를 소개해 준 적이 있다. 정작 나는 그걸 사서 뭘 해 볼 생각이 없었다. 시대가 이토록 빨리 변화하는데 여전히 전통적인 재료로 구닥다리 오브제를 만드는 녀석들도 많긴 하지만 이미 많은 예술가들이 arduino 따위 반쯤 만들어진 전자회로를 사용해 자신의 작품에 응용하고 있다. 심지어 XBox 키넥트를 사용하는, 키넥트 SDK를 사용해 한 사람이 추는 춤을 시차를 두어 가공해 집단 군무로 만들어 사방의 벽에 투사하는 뭔가를 본 적이 있었다. 아무튼 현대의 예술가가 요즘 기술을 모른다는 건 좀 ...

저렴한 중국산 타이머 스위치의 내장 시계는 아웃렛 전원의 60Hz을 tick source로 사용하여 정밀도가 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아웃렛에 꽂아둔 채로 방치했는데 시계가 여전히 (대충은) 맞았다 -- 저렴한 레조네이터나 수정 발진자 따위를 대체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아 보이진 않는다.  실용적으로 저 정도면 충분히 24시간 동안 5분 단위 자동으로 기기를 on/off 시키는 용도로 충분하다. 의외로 이런 스위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고보니 오디오 매니아들이 전원 소스의 주파수 때문에 음질 차이를 느낀다는 말을 듣고 그게 말은 되는지 하릴없이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들 말로는 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 마다 수차의 회전에 약간의 오차가 있기 마련이라 정확히 60 Hz가 안 나오는데 이걸 전원 소스로 사용하면 전원 주파수를 기본으로 하는 고조파 하모니의 영향으로 음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 애널로그 앰프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긴 한데, 59.9Hz와 60.0Hz의 영향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건 포도주 맛을 보고 보르도 어디 어디 농가 무슨 귀퉁이  북측 34cm 지점에 있는 포도 덩굴이라고 테루아르를 정확히 맞추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다.

인간의 귀가 저걸 구분할 수 있을까? 절대음감을 지녔다는 작자들 상대로 261.6 Hz(다장조의 도)와 261.16Hz(261.6 * 59.9 / 60.0)를 서로 구분할 수 있는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고 싶은데, 매니아 층에서도 가장 미친 것 같은 오디오 매니아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그게 구분이 되는 것 같아 더더욱 해보고 싶다. 하여튼 이건 SATA 케이블의 품질에 따라 차이가 나지 말아야 할 디지털 입출력의 음질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지만. 놀리지 말자. 그들은 진심인 것 같고, 그들을 공격해 상처를 준다고 내가 행복해지지도 않을 뿐더러, 겉으로 보기엔 흡사 정신이 나간 것 같아도 감성은 기술을 초월한다지 않나.

연초부터 말러 사이클을 시작했는데 진도가 아직 반도 못 갔다. 어렸을 적에는 번스타인만 들었고 그것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말러 사이클이 지휘자들에게는 일종의 성배 같은 거라서 꽤 많은 작자들이 도전. 아는 이름만 해도... 부르노 발터, 라파엘 쿠벨릭, 불레즈, 솔티, 아바도, 하이팅크 등을 구해서(뭐 토런트 뒤지면 다 나오지만)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다 들어보려고... 내 취향엔 아바도와 하이팅크 같은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 개중 솔티는 처음 부터 끝까지 딱히 이유를 알 수 없이 왠지 밥맛이었는데 다른 지휘에 워낙 오염(?)된 탓도 있고, 또 몇몇 개별 교향곡은 딱히 말러 사이클을 완성한 사람이 아니라도 특정 지휘자 것에 길들여져 있다.

세계 민속 음악은 몇 년 전에 시원하게 때려 치웠다. 그 많던 인디아, 아랍, 남아메리카의 신나는 음악들, 수집하기도 어려운 그것들을 모두 깔끔하게 하드 디스크에서 지웠다. 아트락은 십여년 전부터 특별히 귀를 쫑긋하고 들을만한 밴드 없이 개죽을 쑤고 있어 그저 옛날 명반(?) 듣는다는게 추억의 팝송처럼 되어 버린 듯.  그래도 귀에 착착 감기는 슬레이어즈나 메탈리카 따위를 안 들으려고 애썼다. 

돌고 돌고 돌아 어린 시절 듣던 음악으로 복귀하는 거, 연초에 그게 내 어리석은 라이프 사이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내 삶은 대부분 어리석은 판단 미스와 무수한 실패로 점철되었고, 찢어진 깃발처럼 너절했다. 철새처럼 여기저기 떠돌며 알 낳고 신나게 놀다가, 문득, 어?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지? 하면서 다시 구질구질한 고향으로 돌아온 것처럼.


2011/08/14. 두 달쯤 비가 계속되니까 뱃살이 슬슬 붙기 시작한다.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나갔더니 다시 비가 내렸다. 안양천 어느 다리 밑에 앉아 한가하게 개울 물이 불어가는 모습을 구경했는데, 2분 만에 30cm 가량 수위가 높아졌다. 50cm 더 높아지면 자전거 도로가 물에 잠기는 관계로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한 시간 쯤 지나 비가 그쳤고 늦은 저녁까지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았다. 최근 잦은 비 때문에 여러가지로 농락당한 느낌.

2011/08/15. 4월 무렵 뽀로로 테마파크가 문을 연다는 소문을 들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한테 넌지시 뽀로로 테마파크 얘기를 하니 발딱 일어서서 척척 나갈 준비를 한다. 그래서 성지순례의 일환으로 방문. 뽀로로의 등장인물들은 뭐, bastard orphan이다. 부모 간섭없이 자기들끼리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이 소녀시대처럼 개떼같이 나와 감정이입이 가능토록 캐릭터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성공했던 어린이 대상 TV 프로그램의 정석을 따랐다. 


뽀로로 테마파크에 별로 인상이 좋지 않았다; 한심한 컨텐츠의 재활용에 뽀로로 껍데기를 썼다 뿐 판박이처럼 똑같은 애들 놀이터의 재현이라, 참신함은 찾아볼 수 없다. 뭐 이런...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테마파크에는 좋아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부모들이 나처럼 한 시간 반 동안 줄 서서 기다려 입장해 제한 시간 두 시간 동안 놀다가 여전히 기력이 남아있는 아이들과 함께 떠났다. 여기저기 앉을만한 자리에는 지쳐 축 늘어진 부모들이 앉아 있고... 아, 이건 흔한 광경인가?

20분 짜리 무슨 만들기 강좌 같은 곳에 딸 애를 넣어두고 페트릭 오브라이언의 신나는 해양모험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뽀로로가 어린 시절 그렇게 욕 해대던 텔레토비보다 나을까?  텔레토비가 방송되던 시절의 아이들이 자라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 당시엔 무척 궁금했었다. 세월이 흘렀다. 어쩌면 그걸 보고 자란 청년들과 일할 기회가 생길지도.

수경재배: 방울토마토가 끝물에 이르자 희안한 현상을 보았다 -- 양액의 EC가 높아졌다. 아마도 방울토마토가 더 이상 양분을 흡수하지 않고 물만 흡수하면서 EC가 올라간 것 같다. 방울토마토를 키워본 분이 가지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해줬다. 알고 있다. 일부러 그랬다. 베란다 창문 하나를 가득 덮을 정도로 무성한 잎사귀로 뒤덮는게 목적이었고 소귀의 성과를 얻었다. 열매는 고작해야 50~60 알 쯤 수확한 것 같다.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면 익은 방울 토마토를 하나씩 따 먹었고, 그거면 만족한다. 

아내가 어디선가 토마토 모종을 얻어와 달랑 하나 수확하고 죽은 파프리카가 있던 자리에 놓고 새로 키우기 시작했다. 이번엔 잘 키울 수 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놈에 비는 참...

다 뽑아 먹은 입채류 대신 (또는 황폐한 재배박스에) 근대, 열무, 시금치 씨앗을 파종. 이중 높은 온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금치는 싹이 트지 않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10월에는 딸기를 키워야 하는데, 그때 까지 소식이 없으면 갈아 엎어야지.

수경재배 하는 것들과는 달리 한정된 체적의 흙에서 키우는 것들은 양분이 부족하면 잎 끝이 말라갔다. 수경재배 할 때 사용하는 양액을 줄 수 있지만 문제는, 액체라서 흙 속에 잔류하지 않고 쉽게 빠져 나가던가, 물을 주면 쓸려 나간다. 조금씩 흙에 양액을 공급하는 뭔가를 만들어 놔야 해서 2600에 20개 붙어있는 식물영양제를 구입해서 흙에 꽂았다.

식물생장에 필요한 무기염류를 공급해 준다는 차원에서 식물 영양제는 수경재배에 사용하는 양액과 구성 성분이 비슷하다. EC 미터로 측정해보니 2.3 dS/m 정도가 나왔다. 다 사용한 식물영양제 통에 다시 양액을 주입하면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 이게 목적이다.

바질과 라벤더를 각각 화분에 심었다. 나흘 후에 바질 싹이 돋았지만 라벤더는 싹트지 않았다. 뒤져보니 라벤더는 광발아종인 듯. 이젠 씨앗 심기 전에 공부 좀 하자.

양액조에서 스펀지에 키운 완두콩 씨앗이 발아했다. 이전에 발아시키려던 것들이 싹이 트지 않았던 이유는 의심했던 대로 완두콩이 암발아종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가지씨는 아직 발아하지 않았다.

대충 포기했던 오이는 하나 더 열렸다. 따먹고 나니 세 번째 오이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붓으로 수꽃을 긁어 암꽃에 발라줘서 오이가 열린 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히 열매가 달리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왜냐하면 세 암꽃에 그렇게 붓질을 해댔는데 둘은 말라 비틀어지고 하나만 무럭무럭 자라났으니까. 꽃이 지고 6일도 안되어 따 먹을만한 크기가 된다. 무척 빨리 자란다. 딸애가 따도록 했다.

얼마 전에 출간된 '채소의 진실'이란 책을 알라딘에서 앞 몇 장쯤 읽었다. 사람이 먹는 채소 및 과실을 세 종류로 분류하는데, 농약/비료를 먹여서 키운 것, 비료를 먹여서 키운 소위 유기농 채소, 자연 그대로 재배한 것 따위. 안 봐도 뻔한 전개지만 자연재배만이 살 길이란 주장.

유기농 채소는 썩지만 자연재배 채소는 발효한다고 말한다. 그쯤에서 마음에 안 들어 읽다 말았다. 이왕이면 육각수도 보태지. 식물도 가급적이면 육각수로 키우고, 생장유도 때 특히 귀가 좋은 수박과 참외와 호박들에게는 모짜르트를 들려줘야 튼실하고 아름답게 자란다던지. 그거 다 사실이라잖아? 

질소 비료 사용으로 생긴 과영양화가 박테리아, 세균, 벌레, 인간 모두에게 먹음직스럽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채소와 열매가 썩는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 무엇보다, 발효와 부패에 무슨 차이가 있지? 같다. 발효는 인간이 먹고 즐기기도 하는 썩은 음식에 사용하는 단어일 뿐인데... 그리고, 자연재배라... 흠...

옛날에 읽은 글이 생각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수이자 성과는 재배종의 종자 개량을 쉽게 하기 위해 다년생 식물을 일 년 씩만 키우게 된 것이란다. 일 년만 키우다 보니 인간이 키우는 대부분의 작물은 토양에 길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표토(지표에서 약 30cm 까지)에서만 무기영양소를 흡수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매년 표토를 갈아 엎어줘야 하고, 비료(천연비료든 합성비료든)와 웃거름이란게 생겼고, 매년 작물 순환을 시켜야 하고 식물의 뿌리가 깊이 내리지 못한 표토가 매년 쉽게 유실된다. 이쯤에서 오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일년생 재배가 다년생 재배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환경에 유연하게 변용할 수 있으며 생산성이 높다.

농약은 그렇다 치고 그러면서 웃거름이나 비료마저 안 주겠다고? 식물 자체에 내재된 자연의 위대한 힘을 믿어보겠다고? 그러려면 이제는 말 그대로 씨가 말라버린 야생종을 찾아보던가 수확은 일단 포기하고  재배종을 기약없는 세월 동안 진화(?)시켜 야생종으로 만들어야 된다 -- 하여튼 이런 바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재배작물을 다년생으로 키워야 한다는게 요점이다. 다년생 작물은 수 미터까지 땅 속에 뿌리를 내리며 토양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자연의 균형이란 건 정말 대단하고 소름끼치게 기계적이라서(deus ex machina?),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개량 종자는 야생 잡초와 경쟁하면 십중팔구 절멸할 가능성이 높다. 애당초 종자를 그렇게 만들어 놨다.

문화면에서 '채소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 이유가 SES의 맴버였다는 유명한 아이돌이 번역한 책이라서 그런 모양. 책은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았으나(연구자 같지는 않고, 사실 별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자나 번역자가 나보다는 채소 재배를 잘 하지 싶다. 채소 재배에 정성을 기울여야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 아침에 물 주고 양액 배합해서 수조에 채우는 것만  해도 30분은 후딱 간다. 

딸애는 우리가 퇴비를 만들고, 퇴비로 거름을 만들고 땅과 퇴비를 기름지게 하기 위해서 지렁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예전에 생각해 봤는데, 음식물 쓰레기와 죽은 식물의 사체를  순환시키는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작물 재배에 관한 학습 정리:

가지: 첫번째 꽃 바로 아래의 곁 가지 2개를 키우고 나머지 곁가지들은 가급적 일찍 없애준다.  여름철 건조기에는 진딧물이 생기기 쉽다. 수확기의 청고병은 반드시 방제해야 한다. 가지는 바람에 넘어지기 쉬워 지주를 세워 유인한다. 과실은 개화 후 20일 전후에 수확 가능하다. 영양이 충분할 때: 꽃에서 암술의 길이가 수술들보다 길다. 영양이 불충분할 때: 암술이 길이가 짧고 가지가 잘 맺히지 않음. 충분한 양분 공급.

오이: 충분한 햇빛과 물. 5-6월 모종을 구입해 옮겨 심을 것. 같은 흙에 다시 심는 것을 싫어한다. 오이는 모종을 키우기가 가장 어렵다. 꽃이 피고 20일 내외에 수확. 생육이 왕성할 때는 12~13일. 생장이 빨라 초여름에는 파종후 45일이면 수확가능. 오이는 줄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며 무성하게 자라 집안에서 여러 포기 키우기는 힘듬.

딸기: 무조건 모종으로. 모종 키우기가 대단히 어렵다. 모종은 10월 중순 옮겨삼기. 딸기 꽃눈은 반드시 겨울(5도 이하)을 거쳐야만 깨어나 꽃대가 자람. 너무 추우면 안됨. 3월 상순~중순에 웃거름을 준다.

상추: 파종에 적당한 온도: 15~20. 낮으면 발아가 늦어지고 높으면 발아율이 떨어진다. 6cm 간격으로 파종. 파종후 7일이면 싹이 튼다. 질소 비료가 많이 필요하다. 뿌리가 약하다. 15~20도에서 잘 자라며 더위에 약하다.

시금치: 고온에 잘 안 자란다. 저온에서는 잘 자란다. 여름에 평지에 키우면 꽃대가 올라와 버려 잎을 못쓰게 된다. 깊은 재배상자가 좋다. 산성 토양을 싫어한다: ph 7~8 정도를 좋아함. ph 5.5이하에선 잎이 누렇게 변하며 죽는다. 발아 온도 15~18 무렵이 가장 좋다. 4일 정도 걸린다. 온도가 높으면 발아율이 떨어진다. 씨 뿌리고 마르지 않게 젖은 신문지를 덮어주는게 요령이다. 건조하지 않게 주의한다. 싹이 트고 1~2주 무렵테 솎아준다. 2주 후 포기 사이를 4~5 cm간격으로 솎아줌. 본잎이 6~7장 자랐을 때 크게 자란 것부터 솎아 먹는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50~60일 가량. 

근대: 싹이 트면 2~3회 솎아준다. 자라는 기간이 비교적 길다. 가리는 것 없이 대체로 잘 자라 재배가 쉽다. 

TO 공생행성. 에피소드가 적어 아쉽다. 모처럼 보는 SF.

Super. 곧 아내를 잃을 남자. 전형적인 ASKY인데 용케 결혼을 했다.

아내를 뽕쟁이한테 빼앗기고 정의가 없는 썩은 사회에 분노한 나머지, 본인이 직접 악인을 응징하기로 결심. The Office의 드와이트가 그 성격 그대로 나온 셈인가 -_- 

수퍼 히어로에 버금가는 힘은 없으므로, 악당을 응징하는 방법은 무척 치사한 편.

악당이 지나가다가 나쁜 짓을 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 

해피 엔딩, 또는, 가능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재밌게 봤다.

Alphas. Syfy 채널의 또다른 수퍼히어로물. 아직 정리가 안 된다. 한심해지기 쉬운 소재를 어떻게 연출하느냐... 

Kill The Irishman. 본류 개마초물. 전설적인 아이리시 마피아에 관한 실화. 시원시원한 폭력을 구사.

Oceans. 어쩌다 보니 올 여름에도 HDD에 남아있는 이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게 되었다.

Oceans. 보라문어의 유영.

Oceans. Smart Swarm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는 멍청한 정어리떼. 개체들이 저마다 죽기 싫어서 발버둥치느라 저런 포메이션이 만들어진다.

미적 소양이 부족한 돌고래들이 먹고 살기 위해 정어리 떼를 몰아 사냥 하고...


물 밖에서는 갈매기떼가 마치 ICBM처럼 수면 아래로 내리 꽂으며 정어리떼를 낚는다. 지나가는 대형 고래들도 합세했다. 시원한 장면 덕에 더위가 가셨다. 아마도 작년에 올해 생각해 HDD에 내가 일부러 남겨 놓은 모양이다.


Shaolin. 금성무 웃는 모습을 보니 많이 늙은 듯. 그리고 이건 변치않는 손오공 변주인가? 한국처럼 중국에도 대승불교와 호국승들이 역사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적이 있었나 싶다. 아니면 중국 정부가 간절히 원하는 사회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종교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동원된 계몽 국수주의인지. 내가 기억하는 현 시대의 소림사는 그 명성을 잘 활용해 비즈니스를 잘 하는 유사 종교집단이라 영화가 딱히 와닿지 않았다. 중국에는 인민 민주주의 같은 것이 없지 않았나?

Suits. S01E07. 삼십대 초에 얻을 것 얻고 챙길 것 챙기고 논쟁에 지는 방법을 조금 배웠다. 대개의 사람들은 본인 자존심이 딱히 훼손되지 않으면 뭐든 거래가 가능하고 합의가 가능한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거래가 안 되는 게 있다.

Welcome to the Space Show. 이런 애니메이션 영화는 대체 왜 만드는 걸까?

도쿄 Dogs. 형사개그물. 옆 친구 하는 짓이 한국인 같아서 뒤져보니 일본인이다. 저렴하고 어설픈게 한국 드라마를 닮아서 혹시 한국 드라마를 벤치마크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러브라인은 확실히 한국계가 아니다.
 

Get Him to the Greek. 사장이 직원에게 mindfucking(정신승리로 번역하면 딱이지 싶은데)을 시전 중. 정말정말 알아먹기 쉬운 훌륭한 성인 코메디.
 

뉴욕타임즈 블로그에 가끔 그가 올리는 글을 보는 관계로 얼굴이 낯이 익었다. 보시다시피 폴 크루그먼이 Get Him to the Greek에 까메오로 출연했는데, 그건 별로 놀랍지 않았고, 라스 울리히가 나와서 입이 쩍 벌어졌다. 실은 지난 이십여년 동안 울리히의 얼굴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렇다고 라이브 앨범은 못 본 것은 아닌데... 좀 과장하자면 당신 같으면 베토벤 얼굴에 관심이 가나? 인생을 짧고 인연은 부질없으니 음악이나 즐기기 바쁘지.
 
아... 졸면서 이 글을 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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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 my friend

잡기 2011. 7. 31. 22:28

시국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밥 딜런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how many times must a cannon ball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2011/06/28 오산에서 외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영빈루에 들렀지만 문을 닫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근처 인화루를 방문해 혼자 먹은 고추고기짬뽕. 이건... 그냥 옛날 짬뽕 맛이잖아? 어쨌거나 맛있으면 된 거다.

2011/07/02 행주산성 아래 멸치국수 먹으러 갔다가 모처럼 한강 둔치를 타고 달렸다. 행주대교에서 성산대교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가 어느새 완공된 것 같다.

2011/07/02 불광천 합수부 부근의 수영장. 이 날 유난히 안개가 심했지만 나와서 놀 사람은 나와서 놀았다. 

2011/07/23. 딸애가 물향기 수목원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 곳에 놀러가잔다. 몇 년에 걸쳐 물향기 수목원에 가끔 놀러왔는데, 이제야 수목원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클릭=확대. 개쉬땅나무. 수목원으로 딱히 눈에 띄는 특색이 없어 보이지만, 근처 오산 시민들이 도시락을 싸 들고와 쉬다 가는 곳.

2011/07/30. 안산에 쌀국수 먹으러 가는 길에 경기 미술관에 들렀다. 큐레이터의 정성어린 설명을 들었지만 특별 전시실의 여러 작품들에서 거의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왠지, 짝통스럽고 진부하달까... 그 옆에서 무료로 하는 광고전이 더 재미있었다.


집 근처 수퍼에서 우연히 발견한 팔도라면의 부산밀면. 이 여름이면 늘 언급되는 팔도 비빔면을 안 먹은 지 몇 년 되었다 -- 팔도 비빔면 보다 국수 삶아 양념장 만들어 비빔면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부산밀면은 맛있다, 맛없다 하기에 참 싱숭생숭한... 흡사 팔도 비빔면처럼. 육수를 만들 수 있으면 그냥 집에서 만들어먹고 말지 싶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사진을 왜 찍었지? 아마도 유전원 USB 허브를 쓰는데 일곱 개의 확장 포트 중 여유분이 고작 하나라는 걸 기록하려고. 저 빈 소켓은 블루투스 송수신기가 놓일 자리지만 포트가 부족해 빼 버렸다. pc에 5천원짜리 블루투스 송수신기를 달고 알맞은 블루투스 프로토콜 스택을 설치하고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고씨가 페이스북에 무릎 아프다는 댓글을 달아 생각난 김에 졸라맨 통증 모델을 그렸다. 자전거 피팅은 여러 가지 팩터 및 정서(?)가 결합된 복잡한 문제라서 어디 자전거 사이트에서 키, 팔길이, 자전거 지오메트리만 입력해서 수치로 나오는 것으로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피팅이 잘 안되면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클릭=확대.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통증의 원인은 거의 90% 이상이 안장의 높이와 포지션(앞,뒤로 밀어 안장 위치 조절) 때문이다. 평균보다 키가 크거나 작은 사람은 프레임의 지오메트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여튼 꼭 맞추기가 5mm~1cm 단위라서 공구 들고 다니며 장시간 주행하며 끊임없이 수정해 봐야 안다...
 
주행방법: 케이던스를 높이는데(페달질을 많이 하기) 주력하는 편이 여러 모로 좋은데, 계속 그렇게 타다보면 관련 근육이 발달해 젖산의 축적과 분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이 편해지고 운동 효과가 크다 -- 허벅지가 쓸데없이 두꺼워지지 않아 바지 구입비를 줄일 수 있다. 케이던스는 보통 90rpm을 추천하는데 그거 유지하려고 무리하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다. 굉장히 힘들 뿐더러(24단 자전거의 2-7기어로 평속 30~34kmh) 에너지를 급격하게 소비한다. 70~90rpm 정도의 윈도우가 적당하지 싶다. 업힐이나, 바람의 저항이 심할 때 무리하게 속도를 유지하려고 심박을 높이면 심혈 장애가 오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장시간 주행에서는 충분한 물과 탄수화물(곡물 바나 주먹밥 따위)을 섭취하면 주행이 편해진다.

장마로 한 달 가량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저번 달에 꽤 여러 번 자전거를 타면서 평속이 많이 늘었다. 작년에는 평지에서 22kmh 정도로 1-2시간 연속 주행이 가능했는데 올해는 두어시간 동안 25kmh 유지가 가능했다. 25kmh^2 / 22kmh^2=1.29. 엔진 성능이 약 30% 향상되어서 뿌듯해야 하지만...

내 체력이 그렇게 좋아졌을 리가 없으니 아무래도 올 봄에 한 자전거 정비 탓인 것 같다. 정비를 잘 해서 2년 동안 잔 소음 하나 없이 구름 성능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파워 트레인(체인, 체인링, 스프라켓, 폴리, 뒷바퀴 베어링)의 세심한 정비 말고도, 변속 타이밍을 잘 잡고 에너지 분배를 잘 해서 파워 트레인에 무리를 주지 않아 전과 달리 자전거 수명이 길어진 것 같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자전거를 그다지 많이 탄 것은 아니지만.
 
펑크가 났다. 올해 들어 두 번째, 그래서 튜브에 붙은 펑크 패치는 모두 셋. 당연한 얘기지만 그 모든 펑크는 뒷바퀴에 났다. 또 났다. 아내의 미니벨로에 딸애를 태우고 가다가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묘하게도 두 군데에 동시에 펑크가 났다. 

요새 자전거를 손 볼까 싶어 한가할 때면 여기저기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 원래 기본 장착되어 있는 26x1.95 타이어도 좋지만 26x1.75는 더더욱 좋을 것 같다 -- 타이어의 마찰면적이 작아져 구름 저항이 줄면 속력이 더 오를 것이다.
*  도로를 타는 일이 잦아 핸들바 끝에 후미경도 달아야 할 것 같다.
* 속력이 늘면서 지금 사용하는 헤드라이트의 가시 거리가 짧은 것이 걱정이다.

 베란다 채소밭 1/3 가량이 망했다. 파프리카 과실은 하나만 달렸다. 잎새 사이에 이상한 곰팡이가 피어 잎사귀가 툭툭 떨어지며 시름시름 말라 죽었다. 봉숭아도 마찬가지다. 오이 역시 하나 따 먹고 말았다 -- 수분이 안되었는지 과실이 통 달리지 않았다. 그저 방울토마토만 튼튼하게 자라 토마토를 가끔 따 먹는데, 그것도 가지치기(?)를 잘 안 해서 잎사귀만 무성하게 달리고 요새는 통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 수박씨가 다섯 개 중 두 개가 발아했지만 무리하게 떡잎만 돋은 그것을 수경재배 칸에 옮기다가 죽였다. 이래저래 가슴 아프다. 씨앗을 좀 사서 발아부터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밀가루도 만드는 CJ가 오죽하면 올렸겠어요 -- 빠리 바게트와 뚜레쥬르 빵은 왜 이리 맛이 없을까, 이런 빵이 어떻게 장사가 될까, 늘 궁금했다. 동네 시장통 구석에 있는 작은 빵집은 냉동 생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광고하는데 그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집 빵은 맛있다. 가격에 비해 빵이 비교적 크고, 구매 전에 대부분의 빵을 맛 볼 수 있다. 이건 별 상관 없겠지만 작년에 어떤 제빵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뚜레쥬르 / 빠리 바게트에서는 옥수수 식빵 정도만 샀었다. 하여튼 궁금한 것은 뚜레쥬르나 빠리 바게트 같은 맛없는 빵가게가 어떻게 과점하게 되었는가다. 공급이 용이한 냉동 생지 때문일까? 또는 김씨 말대로 이 땅의 한국인, 특히 아이들과 젊은 여자들의 한심한 허영심과 형편없는 입맛 때문일까. 그렇게 사 온 맛있는 빵을 안 먹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다. 으쓱. 여러 가지 정황으로부터 제대로 만든 빵이란 걸 더더욱 확신해서 앞으로 빵은 그 집에서 사겠다는 생각을 굳혔을 뿐. 아내 덕택에 재래시장이 옆에 붙어 있는 아파트로 이사온 거, 이거 정말 축복이다.

2011/07/17 세상이 그냥 일 없이 존재하고 당신도 일없이 그냥 존재하기 때문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굳이 축복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꽃 더러 왜 피었냐고 굳이 욕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딸애를 데리고 과천과학관의 플라네타리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레이터는 어느 날부터 어느 날까지 태어난 사람들은 사자자리에 속하고 그 사자자리는 여름에 볼 수 있다며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켰다.  여름에 태어난 사자자리 딸애는 특별히 기뻐보이지 않았다(육식동물답게 시시한 야채를 잘 안 먹는다 뿐?) 단지 우주가 얼마나 가혹한 곳인지 실험한다며 우주비행사를 지지고 질식시키고 방사능 오염시키는 광경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딸애는 인간성의 시시한 축복들로부터 눈을 돌리고 위대한 숫자들의 규칙과 우주를 보게 될까? 기껏해야 지금은 기크나 너드의 무해한 취미나 취향 따위로 전락한 것들이지만... 

"배 타고 브라질에나 가고 싶다." 구로키가 한숨을 섞어 말했다. 
"웬 브라질?" 지로가 묻는다.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거기는 '스트리트 칠드런' 이라는 게 있어서 학교도 안 다니고 구두닦이 같은 걸 하면서 길거리에서 산대."
"너, 구두닦이 같은 거 하고 싶어?"
"그게 아니고, 대낮에 길에서 빈둥거려도 아무도 잔소리를 안 한다는 얘기야."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모처럼 즐겁게 보고 심지어는 권하고 싶은 소설. 왜 이 나라에선 좌파에 환멸을 느끼고 전향한 아나키스트가 날뛰는 흥겹고 정다운 이런 사회파 소설이 잘 안 나오는 걸까? 교육 때문일까? 얼마 전에 들었던 얘기: 앞에 지나가던 고등학생이 이런 얘길 하더란다. "태풍은 좋겠다. 진로가 결정되어 있어서."

복지사회란 그 누가 아무리 멍청하거나 별나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고 짜증나고 귀찮은 것들(사회, 교육, 노동, 인권 문제 따위, 아참 보편적인 약자이자 아직까지는 보편적으로 멍청한 여성들의 문제도?)은 누구나 조금씩만 참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면 아침마다 청소차가 조용히 쓰레기를 치우듯이 소위 '사회'가 지저분한 문제들을 공동/분담 처리해 주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짜증나고 귀찮아도 사회구성원인 당신의 참여는 필수다. 그에 걸맞게 인류는 제한된 자원을 극단적인 효율과 성스러운 자연애호와 아무 개하고나 접붙는 것처럼 여기저기 갖다 붙이기 좋은 인도주의와 견고한 합리성으로 운영하는, 내 생애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개소리 또는 SF같은 목표를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 고작 한두 무리가 그 짓을 잘해 왔다고 전지구적인 보편 복지가 실현되지 않으니까. 알고 있다. 내가 복지사회(아님 사회복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했다. 검색해보면 복지사회에 관한 내 몰이해처럼 진부하고 밥맛 떨어지는 수많은 견해를 볼 수 있다. 이런 몽니나 부리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야겠지만, 

' 메뉴판에 오른 것들한테 소스가 무슨 상관이랴.' -- 데이비드 미첼, 클라우드 아틀라스.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 미첼은 흡사 여기저기 배낭여행 한답시고 돌아다니면서 그저 짱박히기 좋은 포카라나 마날리, 또는, 치앙마이의 게스트하우스에 장기 체류하며 낮에는 소설 좀 쓰는 척 하다가 밤에는 맥주 한 병 붙들고 지나가는 여행자들과 빈둥거리며 (여행자답게) 가보지도 않은 곳에 관한 그리움과 인상 등 개뻥을 늘어놓을 듯한 소설가다. 한국에 와서 영어교사질 하며 빈둥거렸다면 이 갑갑하기 그지없는 전체주의 마초 국가에 관해 좀 더 잔혹하고 피카레스크한 SF를 썼을 것 같다 -- 전작들처럼 환생과 인연을 중시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한국'은 그저 invisible metropolitan이었고, 그것의 과장이 SF가 된 인상.

아참,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SF 쓰는 캐나다 작가(이름을 깜빡!)를 홍씨 환영 파티에서 만났다. 그는 나더러 왜  SF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고 it's not profitable이라고 성의 없이 대꾸했더니 놀란 눈치. '돈이 안 된다' 정도로 이해한 것 같아 부연 설명을 하다가 문득 중단했는데, 처음 한 대꾸가 군더더기 없는 대단히 적절한 표현이며 영어로 말하니까 훨씬 쉽게 정리가 되는 것 같다고 자평하고 만족했다. 그가 제조한 맥주는 꽤 맛있었고 붙박이처럼 술병 근처에 붙어있던 날 부러 끌고가 그 작가에게 소개하는 김씨는 영 마뜩치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곳 거실을 어슬렁거리던 김보영님이 마침 보여 '팬입니다. 장편 안 써요?' 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니 '죄송합니다' 란다. 수긍이 간다. 행복하고 죄송하게 잘 사는 것 같았다. 

어느 개체가 먹이경쟁 등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치르는 비용이 혜택을 초과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언제든 떠난다는 대안을 갖게 되며, 아마 홀로 먹이를 찾아나설 것이다.


쿠진은 말했다. "내가 정말로 충격을 받은 부분은 이 행동이 이전 사례들과 대단히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겨우 두세 마리가 그렇게 한다고 물고기 떼가 어떻게 포식자 앞으로 곧장 나아가느냐는 겁니다. 정말로 그들은 자신의 정보를 깡그리 무시하고 사회적 맥락을 중시했지요." 물론 이것은 개체들이 주로 서로에게 단서를 얻는 계의 단점이었다. "잘못될 때는 정말로 크게 잘못되지요."

피터 밀러, 스마트 스웜. 잘못될 때는 정말로 크게 잘못된다...라... '나는 꼼수다'에서는 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법과 질서와 인본주의를 무시한 기현상이 '배려심 가득한 동료애와  가족애를 지니신 섬세한 각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정말 천적을 향해 돌진하는 물고기떼와 흡사했다. 글로벌 호구 이명박 정부의 가장 바보같은 점은 누가 뭐래도 어처구니 없는 대북정책이라고 생각. 철학도, 논리도, 전략도, 이권도 없는... 

Game of Thrones. 마지막 화. 아직도 적응 안 되는 대너리스. 드라마를 잘 만들어놔서 2기 나오면 계속 보게될 듯. 번역본의 번역 논란엔 그냥 귀를 닫았다.  

White Collar. 둘 사이는 톰과 제리 같달까? 제리는 아무리 봐도 게이 같았다. 저 게이 같은 녀석은 도대체 못하는게 없다.

White Collar. 공처가 주제에 'World's Greatest FBI Agent' 라니... The Office가 생각난다. 정작 두 주요 배역이나 메인 플롯이나... 영 약빨 안 받는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라인 보다는 뭐하나 버릴 것 없는 여자 조연들 덕에 그쪽으로 눈길이 갔다.

Falling Skies.  S01E06 까지 봤는데 차도가 영 안 보인다.  SF라서 꾸역꾸역 참고 봤다. 슬슬 떡밥 하나쯤 던질 때가 되었다 싶은데, 아직 낚시질을 안 한다. 연출이 멍청하다고 밖에... 솔직히 이런 걸 왜 만들었나 싶다. 한국 SF영화가 수준 이하다 싶을 정도로 개판이라 여러 사람들의 경멸과 조소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건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 싶다. 

Suits. 천재 소년이 멘토를 통해 변호사로 성장해 가는... 첫 에피소드가 매력적. S01E05 쯤 되니 슬슬 식상해지기 시작. 그것과는 별개로 저 멘토가 하는 짓들이 이해가 간다. 늘 뻔한 얘기겠지만, 1. 사람 마다에게는 특정한 자질이 있고 대개는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고 사는 것 같다 -- 종종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 자질이란게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설령 그게 있다 하더라도 계발하는데 상당한 의식적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자기 혼자서라면 절대 못했을 꺼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 뿐 멘토가 없어도 되지 싶다. 2. 사람들은 인정 받길 그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원한다,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얻길 애처러울 정도로 갈구한다. 3. 도둑은 후배 도둑으로부터 얼마든지 존경받는다 -- 멘토는 그들 세계 나름의 라이프 밸런싱과 페어니스를 전수.

유아사 마사아키. 케모노즈메.  우습게도, 즐겁게 보았던 이 애니 제목을 몰랐다. 그래서 다시 보게 된 셈. 여전히 훌륭. 
 

우주전함 야마토. 자국의 향수병같은 국수주의에 관심 없듯이 옆 나라의 정신 상태에도 마찬가지로 관심이 없다. 극화의 품질만 놓고 본다면, 망할 일본 작품들이 대개 그런 것처럼 시망.
 

Chaos. 라틴계 미국인이  CIA가 되어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CIA의 공식 인가가 없는 수상한 작전들을 수행. 캐릭터가 지나치게 저렴해 보였다. 이거 정말 제대로 하겠다고 돈 쳐발라 캐스팅 하고 로케이션에도 투자했더라면 꽤 괜찮았을텐데... 돈 적게 들여 날로 먹겠다고 작심한 듯.

Halo Legends E08. 헤일로 팬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긴 할까? 

Warehouse 13. 돌아왔다. 못 본 새 얼굴이... 하여튼. 대사. I want to introduce you to a new world. Yeah, what kind of world? A world of endless wonder. 제발 좀 그렇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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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infinity, and beyond

잡기 2011. 6. 29. 22:29
내 삶은 의지로 이루어져 있다. 의지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고 글자는 시냅스의 접합 강도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변했다. 의지가 사라지면 삶도 사라진다.  주문이 떨어진 골렘처럼, 누더기를 기워붙인 사내처럼. 그래서 더럽게 기분이 나빴다.

Slutwalk -- 창녀처럼 입고 다니면 강간당할 수 있단다, 그래서 발끈한 여자들이 거리 행진을 시작. 

2011/5/30 구로. 가산디지탈단지역에서 내려 삼팔교자관을 찾아가는 길. 재개발 때문에 여기 모였던 조선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단다. 칭따오를 마시고 신림역 근처에서 양꼬치를 먹고 다시 맥주를 마셨다. 선배는 15년만 버티면 된단다. 성격이 워낙 좋은 사람이라, 굳이 존버정신으로 버틸 것 같지는 않았다. 즐기겠지.

2011/6/4 모처럼 산에 갔다. 상광교동 광교산 입구의 무허가 보리밥집들은 강제 철거될 운명. 북한산과 달리 상인들의 저항이 그리 거세 보이지 않는다.

2011/6/4 산에 올라가는 길에 애벌레를 보았다. 나비 애벌레 같은데? 꼬리에 긴 실을 매달고 등산로 복판에서 실낫같은 삶을 흔들흔들... 

맞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모처럼 방문한 안산습지공원 근처. 변함 없다. 저번에 저 맞은 편 공룡알 화석지에 갔다온 것이 생각났다. 기상청 자료를 뒤지다가 우연히 본 바람장미(windrose)에 따르면 예상대로(?) 수원엔 주로 서풍이 불었다. 

오이도 도착. 잠깐 들러 자전거에 기름칠을 하고 안산 시내로 향했다. 유명한 고향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어 보려고... 베트남 청년이 주문을 받았다. 쌀국수에 고수를 안 가져다 준다. 달랄까 하다가 말았다. 매운 베트남 고추를 넣어 먹었다. 치킨스톡을 넣은 것 같은 닭육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펑크가 났다. 난감. 공단역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지만 문이 닫혀 펌프를 사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역에서 펌프로 공기를 넣어 보니 타이어의 탄성이 유지되었다. 펑크가 아닌가? 타다 만 것이 억울해 좀 더 타 보니 타이어가 살금살금 주저 앉는다. 다시 바람을 넣고 집까지 간신히 타고 가서 펑크를 붙였다. 튜브에 전에 붙였던 패치가 보였다. 이것으로 두 번째다.

2011/6/12 몸이 근질거려서 다시 자전거를 탔다. 미사리 조정 경기장 근처에 있는, 작년에 갔던 초계국수집을 다시 방문했다. 전보다 닭 냄새가 덜 나고 덜 비리고 양이 어째 늘어난 것 같다. 닭고기 가슴살이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지만...

이로써 내 나름의 Noodle Triangle을 완성. 행주산성: 잔치국수(왕복 80km 가량), 미사리: 초계국수(왕복 100km 가량), 안산 중앙동: 베트남 쌀국수(왕복 70km 가량).

동네 수퍼에서 우연히 팔도에서 나온 부산밀면을 발견. 가끔 밀면이 생각나곤 했는데 잘 되었다. 먹어보니 그럴 듯 했다. 밀면 집이 수원에 하나, 안양에 하나 있었다. 수원에 있는 밀면집에서 밀면을 포장해 와 아내와 먹어봤는데, 아내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난 좋았다.

데리고 하도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인지 딸은 구내염에 걸려 일주일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고생. 딸애는 아빠가 자기랑 집에서 놀아줬으면 한단다. 집에서 뭘 하지? 딸애는 실사 앵그리버드를 좋아한다; 이불을 방바닥에 깔아놓고 내가 배개로 몸을 가린 채 꿀꿀 거리고  있으면 팔짝 뛰어 부딪혀 아빠를 쓰러뜨리는 놀이다. 딸이라 힘이 없어 늘 감사했다.

서호천 생태계 복원을 위해 수 년간 애쓰던 사람들이 축제를 벌였다. 재미가 없지만 사람들은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광교산으로부터 서호에 이르기까지 변변한 토종 생물 하나 없지만 어쩌다 맑은 개천물을 한 번 보니 속이 시원해졌던 기억.

아이를 데리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본 시 낭송 축제. 민주당 출신의 수원 시장이 내 옆에서 비서관, 부인과 함께 막 자리를 뜨려고 하는 참이었다. 그쪽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Happy 수원을, 뭔가 기억하기 힘든 이상한 구호로 바꿔놓은 거지 같은 센스 때문.




이제부터 나오는 사진들은 소위, 베란다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을 여러 날짜에 걸쳐 찍은 것이다.

2011/6/4 나팔꽃, 봉선화, 분꽃. 딸애가 키우는 화분들. 햇볕이 부족해 웃자라는 듯. 아침이면 아이와 나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작물을 돌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2011/6/17. 봉선화가 꽃망울을 터뜨렸고 딸애는 환호작약.

2011/6/4 양은 냄비 바닥에 구멍을 뚫고 흙을 넣어 부추씨를 뿌렸다.  작아서 못 쓰는 신발에도 역시 구멍을 내고 흙을 넣어 나팔꽃을 키웠다. 

2011/6/14. 나팔꽃을 햇볕에 놔뒀더니 덩굴을 뻗기 시작. 

2011/6/14. 부추도 싹이 돋았다. 흡사 잔디, 아니 초록색 머리카락처럼 자란다. 

2011/6/4 대파를 다 잘라 먹고 뿌리를 심었더니 잘 자란다. 아내가 재미가 들렸는지 흙을 사와 이것 저것 더 심었다. 흙에 작물을 키우는게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렸을 적에 해 봤고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흙에 키우면 벌레가 많이 꼬인다.

2011/6/14. 대파가 웃자라는 건지, 아니면 성장 한계에 도달해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잘 자라던 줄기들이 축축 늘어지며 쓰러졌다. 쓰러진 것들은 잘라서 조리할 때 써 먹었다. 

2011/6/14에 찍은 것. 6월 4일, 아내가 감질맛 난다며 엽채류를 더 키우잔다. 이왕 하는 김에 남은 흙을 통에 담고 남은 청상추 씨앗을 뿌렸더니 7일 후에 싹이 돋았다. 하지만 직사광을 못 쬐서인지 다들 비실비실. 왠지 실패한 것 같아 씨앗들에게 미안하다. 며칠 베란다 바깥에 놓아 두었다. 좀 더 지켜보고 굳이 자랄 것 같으면 얼마쯤은 솎아낼 생각.



2011/6/4 방울토마토에 세 번째 꽃이 피었다. 방충 덧문이 달려 있는데, 방충 덧문을 닫아 두면 햇볕이 덜 닿는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할 때면 덧문을 열어놨는데, 저녁에 닫지 않아 모기가 날아 들어왔다. 아이가 여기 저기 물려 아내의 잔소리를 들었다.

2011/6/4 방울 토마토의 크기는 120cm. 햇살이 잘 닿으면 방울 토마토는 하루에 2리터의 물을 뿌리로부터 빨아들인단다. 10리터 가량의 굴 상자라 아직까지 그날 그날 물을 대줄 필요는 없어 보였다. 흐린 날에는 증산작용도 덜하고 물의 소비량도 적었다. 방울 토마토는 가지가 약해 줄에다 묶어 주어야 하고, 곁가지가 중구난방으로 자라는 편이라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책을 보고 공부 한다고 할만큼은 했는데 가지치기를 하려고 보니 어디를 자를 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클릭=확대. 왼쪽은 6월 4일, 오른쪽은 6월 24일. 사진으로 보면 티가 안 나지만 오이와 방울 토마토가 엄청나게 자랐다. 오이는 내 키를 훌쩍 넘겼고(약 2m), 방울 토마토 왼쪽은 120cm, 오른쪽은 180cm까지 자랐다. 가지치기를 꽤 했는데도 잎과 가지가 무성했다. 어떤 방울 토마토는 한 뿌리에서 2만과를 수확하기도 했단다.


2011/6/4 첫 번째 방울 토마토. 단단하고 푸릇푸릇. 

2011/6/24 여물기 시작. 꽃이 지고 약 한 달. 아내가 방울 토마토 넷 중 하나를 따 먹었다. 때마침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춘향전은 춘향이 따 먹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2011/6/4 오이 꽃이 피었다. 암꽃.


2011/6/17 오이꽃은 줄기 마디마다 하나씩 피기 시작했다. 모종을 사서 흙에서 키우며 신경을 썼다; 가끔 양액을 물 대신 줬더니 무럭무럭 자란다. 오이 중 몇 개는 말라 비틀어지더니 툭툭 떨어졌다. 오이 수정에 관해 알아보니, 자가 수정이라 굳이 수정을 할 필요가 없단다, 아니, 수정을 해 주면 안 된단다. 오이꽃이 둘 그렇게 결실없이 떨어지는 꼴을 안타깝게 바라 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붓으로 수꽃에서 화분을 취해 암꽃에 발랐다. 둘을 그렇게 했는데 잘 한 짓인지 모르겠다. 

2011/6/24. 불과 3일 만에 이렇게 자란 오이가 생겼다. 이건 제대로 자랄 것 같다. 그런데 아뿔사, 이게 내가 수정을 시켜준 꽃인지 아니면 저절로 저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_-



2011/6/14 수박을 먹고 남은 씨앗을 발아시켜 보려고 스펀지에 씨앗을 묻고 양액에 담궜다. 6월 24일까지 싹이 트지 않았다. 종자에 무슨 조작을 가한 걸까?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다.

2011/6/4. 수경재배에 재미가 붙어 동네 꽃집에서 스킨답서스 화분을 3천원에 구입해 난도질을 해서 여섯 개의 물통에 양액을 넣고 키우기 시작. 음지에서 잘 자라고 넝쿨을 드리우면 그럴듯 해 보일 것 같아 시작했는데, 자라는 속도가 느려 감질맛 났다. 

 
Workaholics. 이런 jerk들을 봤나. 난 왜 jerk가 좋지?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일까?
 

Sinbad and the eye of tiger. 어린 시절에 아빠 손 잡고 극장에 가서 처음 본 영화. 검치호 외엔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Sinbad and the eye of tiger. 이런 조잡한 아티팩트가 골렘을 움직이는 심장... 재미가 없어 연신 하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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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uld be more?

잡기 2011. 6. 2. 01:12
eBay에서 여러 종류의 GPS Jammer를 구경했다. GPS 뿐만 아니라 CDMA, wifi도 함께 재밍하는 디바이스도 있었다. 생각을 살짝 바꾸면 쓸모가 있어 보였다. 착하게 살자.

eBay와 국내 옥션에서 비슷한 아이템을 판매하더라도(우송료를 포함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커서 최근에는 eBay에서 물건을 자주 구입했다. 가격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중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미국 등지에서 대량 판매하기 때문이지 싶다. 물건은 주로 중국 어딘가에서 배송되었다. 그런데 근 한 달 동안의 구매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가격은 모두 International shipping cost 포함).

  • 40Kg Hanging Weight Scale: 4/27 6.35$에 구입. ok

  • 15pcs Screwdriver Torx Tool Set: 5/6 2.48$에 구입. ok

  • Moisture pH Light Meter : 5/30 3.53$에 구입. ok

  • Plantronics BackBeat 903 Bluetooth Headeset : 4/18 65$에 구입, 5/7 입수, 5/10 클레임 이슈, 5/19 반품, 언제 오려나...

  • Garmin eTrex Vista HCx Handlebar Bike Mount: 5/7 25.9$에 구입. 5/17 입수. 5/18 클레임 이슈. 5/30 refund 받음.

저렴한 제품들, 각각 6.35$, 2.48$, 3.53$ 에 구입한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이 우수했다. 이런 것들은 충동구매였다. 사고 나서 사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합리화하는 웃기지도 않는 수작질을... 걸이저울은 자전거 무게 다는데 한 번 써 봤다 -- 용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계량은 언제나 유익하니까. 별 드라이버는 아직 분해할 만한 전자기기가 없어 구석에 쳐박혔다.


블투 헤드셋은 중고가 왔는데, 1. 왼쪽 푸시 버튼이 눌리지 않았고, 2. 완전 충전 후 재생 시간이 보증 스펙보다 짧고, 3. 어댑터에 쥐가 파먹은 자국과 인두질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refurbished인 건 알지만(90% newer 라고 선전) 제품이 참 무성의해서 반품 요청했다. 반송료는 구매자 부담인데 우체국 EMS를 이용, 홍콩에 보내는데 14000원이 들었다.

배송에 14일 가량 걸리니 제품 구입 및 debate에 한 달을 소비한 셈. 더 비싸더라도 차라리 국내에서 판매되는 10만원 가량 하는 새 제품을 사는게 나았을 것 같다. 몇 푼 아끼려다 지뢰 밟은 꼴.


가민 GPS 자전거 마운트는 제품이 잘못 왔고, 맞는 제품으로 교환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판매자와 몇 차례 email 상담을 주고 받은 후 case open 하고 escalating 하니 그제서야 full refund를 해줬다. eBay customer service와 seller와 얘기하느라 2주를 기다렸다. 


반품에 관해선 말이 없어 25$ 짜리를 날로 먹은 셈. 하지만 원래 안 맞는 제품이라 써먹을 구석이... GPSr의 자전거 마운트 클립이 부러진 후 이전 케이스의 맞지 않는 부분을 갈아내어 전지를 교환한 다음엔 케이스에 테잎을 감아 사용했다. 마운트 클립만 다른 자전거에 설치해 두고 GPSr을 이 자전거, 저 자전거로 옮길 때 사용해야겠다.

구질구질한 독서생활. 재미없고 도움이 안되는 책들.

블라인드 사이트: 오랫만에 스릴감을 느끼며 읽은 SF. 안 그래도 이런 SF를 어떻게 분류할까 하다가 심연 위의 불꽃에서 착안해 high speed SF라고 불러주기로 했다. SF에 등장하는 첨단기술은 어느 정도 장르 내부에 고착되었다. 하지만 SF 독자 사이에서도 장르에서 유통되는 과학기술을 소화 흡수하는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큰 강이 있고 폭이 좁고 속도가 빨라 쉽게 붕괴되는 지류가 있다. 심금을 울리는 서사와 인문적 사유에 천착, 의미의 가소성 따위, 환유와 은유를 선호하며 SF의 위대한(?) 사회 실험에 집착하는 것들은 '예의상' 큰 강의 흐름에 해당하는 medium speed, SF 장르 자체가 이미 문화에 내재되거나 융합되었다고 믿고(영화 따위?) 시시한 인간 서사의 불편함 그대로 기계물 판타지스럽게 멍하면서 때때로 지저분한 계몽주의적 시각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천한 것들은 low speed, 이미 산전 수전 다 겪은 21세기 독자를 대상으로 작가가 귀찮은 부연 설명 없이 논문에서나 보는 전문 용어로 떡칠하며 자기 할 얘기를 마음껏 해대는 종류를 high speed라고...


지렁이처럼 기어가는 저속은 등신 같아 더 할 말이 없다. 중속은 사유의 칼레도스코프 유람에 가깝다. 그 쪽 방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재미도 없는 말들을 많이 늘어놓았고 독자 속도에 맞춰 최적화되어 인기가 많다. 나야 뭐 SF 세례 요한이 아니라 그쪽을 칭송할 일은 없다. SF의 가치니, 문화적 침습이니, 과학기술과 서사의 화학적 결합 강도니, SF의 참맛 이라느니, 숙고할 가치 따위를 별 재미도 없는 SF를 상대로 열병 걸려 헛소리하듯 늘어놓는 건 영 취향과 동떨어져서...

그저 즐기자면 고속 SF가 장땡이다. 단어 하나하나가 탱글탱글하고 영롱하게 반짝이며 순식간에 지나가서 한눈 팔다가 핸들을 살짝 꺾으면 맥락을 놓친다 -- 독서 경험이 방해된다. 실수를 안 하려면 집중해서 봐야 하고, 집중해서 보려면 문맥을 원액 그대로 그 엑기스를 빨아 먹어야 하고, 그러려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아니, 이미 알고 있던 많은 것들의 변용이 작가의 기교이자 역량이지 싶다. 쓸데없는 얘기를 했군.

"탐사기가 타버렸어." 어맨더가 보고를 했다. "마지막에 불꽃이 튀었지. 꼭 파커 나선하고 부딪히는 것 같았어. 하지만 바람이 너무 쎘다고."
...
"그건..." 어맨더가 입을 열었다가 최종 수치가 '교감'에 뜨자 말을 멈췄다. 11.2 테슬라였다.
...
장축의 길이가 400미터였다.
...
"빠른 것들은 급선회를 하면서 50G의 힘을 받아." 아이작이 지적했다. "고깃덩어리들은 그걸 견딜 수 없지. 그러니까 저건 무인기야."
"고깃덩어리들도 강화할 수 있다." 주카가 말했다.


와아.. 우아...  

"별들은... 따가워." 미셀이 대답했다. "고개를 돌리면 피부 속에서 아주 작은 바늘 뭉치가 물결치면서 굴러다니는 것 같아. 하지만 하나도 안 아파. 따끔할 뿐이지. 전류 같아. 멋지지."

찌릿찌릿 따가운 별들을 본 적이 있다. 딸애가 보고 싶어하면 기회를 주겠다.

나를 묶어두고 있던 개줄이 팽팽해졌고 내 몸은 뒤로 낚아채진 후 허공에서 갑자기 멈췄다. 나는 1,2초 가량 최전선에 서 있었다. 1, 2초 가량 나 자신이, 기록자이며 실험용 쥐이고 오해의 전문가인 시리 키튼이 최전선이었다. 

좌뇌를 들어내고 그 빈자리에 기계를 채워놓은 시리 키튼이 주인공이다. 소설의 서사는 좀 개판이고(작가  말로는 실험이란다) 소설은 찌질하게 끝났다. 역자는 원문 맛을 지대로 보여주겠다며 꽃장식을 아예 안 했다(역자의 고집은 이해가 가지만 몇몇 번역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남들이 무겁다, 되게 무겁다고 '주장하는' 의식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심장 찾겠다고 헤메이는, 손 좀 본 현대판 오즈의 마법사 같았고 칡넝쿨처럼 칭칭 감긴 여러 차원의 대위적 변주는 낯선 해변가의 드라이브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매칭거는 그런 겁쟁이들보다 우월했다(겁쟁이들=핑커, 코흐). 매칭거는 핵심에 곧바로 접근했다. 그가 주장하는 '무의 세계' 가설은 인간이 스스로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현상뿐 아니라 그와 같은 환상 속의 1인칭 서술자의 존재가 왜 특정인식 체계 안에서 창발적인 속성인지를 우선적으로 설명한다. 

나는 4인방 가운데 한 사람을 공감각자로 설정하면 멋질 거라고 생각했다. 교차 감각을 느끼는 사람은 이질적인 감각 양식을 지닌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하는 데 이점이 있을 거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 다음 '블라인드 사이트'를 끝냈을 때 공감각이 형태 인식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문이 등장했다. (Beeli, G., et al. 2005. Nature 434:38)


피터 와츠는 심지어 핑커를 겁쟁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다른, 신선한 견해: '의식은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다, 의식은 생존과 진화에 방해가 된다, 의식은 어쩌면 미학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 또는 진화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우왕좌왕의 산물인 것 같다.'

감사의 말(또는 변명) 뒤에는 인용한 논문 리스트가 있었다. 그중 '공감각이 형태 인식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한 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블라인드사이트에 관한 평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당연히 휴고, 네뷸러 감은 아니고(이쪽 부류는 스노비시한 중속 SF의 항구적인 정박지이지 싶다) 평들이 별로 라서 샐쭉. alt.sf의 재밌지만 재미가 없다는 편집자의 횡설수설을 들어보면;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 소개된 SF들 중에서 가장 단단한 SF가 아닐까요. 출판사의 무모함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주관적 추산이지만) 기껏 300여 명 정도나 온전히 즐길까 말까한 작품을 번역 출간하다니, 거의 자선사업 수준이로군요.

출판사는 자결할 결심으로 자선사업을 했는지 몰라도, SF독자이자 SF작가이기도 한 SF역자가 그간 너저분했던 한국 SF 공동묘지의 정비사업 같은 당연한 무료 사회봉사활동을 한 거라고 믿고 싶다.

댄 시먼즈나, (보다 정교하고 고급스럽지만 대중친화적인 면도 없지 않은) 이언 뱅크스라면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신나게 읽어 치울 수 있을ㅡ그리고 포만감에 배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을 모던 스페이스오페라를 매끈하게 뽑아냈을 텐데, 그러나 피터 와츠는 불행하게도, 예술이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예술? 아하, 자위행위!! '감사의 말'만 봐도 그렇다. 글에서 묘사된 우주전과 탐사는 심지어 내가 십여년 전에 읽었던 '최근' 우주 활극 SF류에 비해 많이 고전적이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피터 와츠가 고전적라는 것은 댄 시먼스나 이언 뱅크스처럼 우주전에 관해 아는게 별로 없어 시시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분들이 사냥개처럼 수십 마리 쯤 달라붙어도 불필요한 장식과 수사를 생략하고 인간 의식의 본질에 관한 여우사냥 또는 의도적인 외삽을 시도했던 이 소설처럼은 안된다. 왜냐? 아는게 없어서다. 댄 시먼즈나 이언 뱅크스가 잘 하는것은, 우주가 방대하다는 느낌을 텍스트로 찰지고 쫄깃하게 재생해 주는 작가로써의 역량이지 하드SF 특유의 하이테크가 지닌 날카로운 코히런트 빔의 리사쥬 댄스와는 거리가 멀다. 그럴꺼면, 서사는 덤이라고 여기지만, 서사도 완벽한 와츠를 보고 싶으면 와츠의 우뇌를 들어내고 댄 시먼즈의 우뇌를 갖다 붙여 머리속에서 바람직한 태풍이 휘몰아치게 하는게 낫지 싶다. 잘 안되면 될 때까지 예술에는 희생이 따른다고 생각하면 되고, 잘 되면 우리는 대뇌를 상호 교환한 대단한 SF 작가 둘을 가지게 된다.

플롯은 뒤죽박죽이고 서술은 지극히 불친절하며, 미지의 외계 생명과의 접촉이라는 매혹적인 주제를 돌리는 엔진인 핵심 서사가 결정적으로 진부한 성장소설!!!!!!입니다.

고속 SF는... 있어주기만 해도 고맙다. 그건 그렇고, SF는 그만큼 진전했는데 SF 독자는 이박사 뽕짝 메들리 같은 서사 타령이나 흥얼거리며 십년 굴린 똥차처럼 중저속으로만 탈탈 굴러가니 시리 키튼 같은 방관자 소시오패스인 내가 다 안타깝다. 혹시 읽다보면 찍어낸 글자가 반짝반짝 하는 것이 안 보이는 건가? 난 보인다. 그리고 외계 생명과의 접촉은 소설에서 지겹게 늘어놓았다. 예: 초반부터 후반까지 내내 진행되는 외계생명과의 전략 게임, 후반부에서는 뱀파이어-인간 사이의 피식/포식을 범우주로 확대한 진화론과 의식의 의미. 만일 와츠가 수사로 이 글을 포장했더라면 간단히 말해, 엿된다.

피터 와츠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한 길을 의연히 걸었고 그 결과, 이 뒤죽박죽 혼합물에는 아마 지금의 우리 장르소설 시장에서라면 결코 두 번 다시 접할 수 없을 기묘한 맛이 숨어 있습니다. 낯설고 이상하고 불편하지만 한 번 맛들이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공감. 그게 SF지. 작가의 역량이 걸린 예술적 딸딸이에는 두 종류가 있다. 감동과 흥분이 없는 중저속 딸딸이와, 참된(찰진) 고속 딸딸이. 그 산출물은 누가 봐도 자명하다.

I Am Number Four. SF라고 하기엔 뭣한 청소년 판타지물. Twilight 유사품 같다. 청소년들이 자가정의하는 coolness가 이런 건가? 똥멋 든 우리 세대와 다를게 없었다. 성장에 부모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라는 영혼의 북소리가 새삼스러웠다. 소울아 너는 혼자 자라라. 아빠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Ishiqiya. 첫 시퀀스부터 어? 왜? 어? 어? 하다가.. 인도에서처럼 자막 없이 끝까지 보니 무슨 얘긴지는 간신히 알아 먹겠다. '인도' '느와르'의 감칠맛이 독특했다. 왠만한 인도 영화보다 음악이 좋았다.

가외로, 칸 나오는 영화는 이제 안 보고 싶다. 캐릭터가 참 지겹다. 이게 벌써 몇십년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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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데리고 저렴하게 수원 인근에 놀러가 볼만한 데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아 작년부터 기회만 보고 있던 '착한 여행'을 이번에 다녀왔다. 화성의제21 에서 운영하는 화성 시티투어 중 하나인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이드를 동반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코스가 여럿 있다. 그중 '자연의 숨결' 코스는 9:00am ~ 5:00pm까지 1. 공룡알 화석지, 2. 남양성모성지, 3. 우리꽃식물원을 버스로 돌아다니며, 점심을 제공한다.

2011/5/22,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병점역 앞에 있는 화성 출장사무소 앞에서 딸과 함께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수원에서 온 나/내 딸과, 서울에서 온 두 분을 빼고 대부분 화성 사람들이다.  사람이 많아 버스가 세 대 운행, 문화해설사가 동승했다 -- 동네 아줌마가 동네 마실 시켜주는 분위기라 편하다. 그런데, 아줌마가 착한 여행의 의의를 말씀하시는 도중에 '김밥을 안 먹으니까 피부가 고와지더라, 김밥에 첨가물이 그렇게 많더라'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김밥 재료에 들어가는 성분 중 몇몇 식품 첨가물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아스파탐, 사카란, 아질산나트륨 따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다음부터는 아는 사람과의 단독 직접 대면 대화(비디오 컨퍼런스도 대면 대화이긴 한데 facetime 따위로는 커버가 안되는 20% 부족한 것이 있다)가 아니면 논쟁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온라인에서도 근거가 하도 바보같은 지경이 아니고, 내가 술에 취해 기분이 좋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시화호 근방에서 발견된 공룡에 이름을 붙였는데 뭔지 아냐고 질문했다. 맞추면 상품을 준다고... 나야 뭐 당연히 알고 있지만(공룡X --> 코레아노 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딸애가 대답하길 기다렸다. 딸도 알고 있다. 상품은 서울에서 온 아줌마가 받았다.  


공룡알 화석지 입구. 시화호 방조제가 조성되면서 저들은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되었다. 늪지는 폭신폭신했다. 늑대거미가 펄 여기저기를 기어다녔다.

클릭=확대 자생식물은 매해 다른 종류로 바뀐단다. 그 속도가 굉장하다. 방조제 구축 후 시화호가 썩어가자 방조제 일부를 갑문으로 교체하고 열었다. 이제는 여길 생태공원, 공룡 박물관 따위를 만들려고 계획중이다. 그러나 공룡화석지를 에워싼 거대한 습지를 지나가는 고속도로 건설현장은 흉물스러웠다. 고개를 돌리고 이쪽 사진을 찍었다. 문화해설사가 말했다. '습지를 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습지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공룡알 화석은 어떤 사진작가가 처음 발견했다던가? 천방지축 날뛰는 어린 딸을 쫓아가느라 설명이고 뭐고... 사실 배경지식이 좀 있어서 설명은 뭐... 

공룡 좋아하는 딸애 보여주려고 온 곳인데 알 화석에 관심이 없다. 나라도 그렇겠다. 고생물학은 대단한 상상력이 필요한 학문이다. 다른 팀과 부대끼면 해설이 겹치니까 서두른다.
 

공개된 곳이 생각보다 적다. 습지를 가로지르는 나무길을 한바퀴 돌면 끝이다. 저 너머에 경비행장이 있고 저 너머가 안산. 자전거 타고 안산의 저 곳을 몇 번 오락가락했다. 자전거 타고 이 곳에 오려고 했었다. 

퇴적층 한 가운데 잘 안 보이는 공룡 알 껍질 화석. 해설 수준은 초등생에 맞춰 6살 짜리가 따라가긴 무리였다. 그저 깔깔거리며 여기저기 뛰어 다니기 바쁘다. 그 편이 낫지 싶었다. 

 공룡알 화석이 보이나? 난 보인다. 본 적이 있으니까. 한국의 공룡알 화석은 중요한가? 글쎄다. 중국에 엄청 많다. 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은 유명했다. 화성은 국립자연사박물관 경쟁에서 거의 1조에 달하는 예산을 따낼 수 있을까? 따내면 지자체는 대박 나는 거고... 이 나라에 변변한 국립 자연사 박물관이 없다. 

여하튼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더 이상 인간을 몰고 오지 않을 때가 되기 전에 여기에 발자국을 찍었다. 시원하고 아름답다. 클릭=확대

문화해설사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원래 한국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모두 화염이었는데 일본인들이 생산성을 이유로 천일염으로 바꾸었단다. 

순두부집에서 모처럼 간수를 쓴 순두부를 먹었다. 맛있다고 하니 동석한 문화해설사의 꿈이 제대로 된 순두부집을 차리는 거란다. 그리고 간수를 사용하면 두부국물이 맑단다. 내가 먹고 있는 것은 탁했지만 강릉에서 먹곤 하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맛있다. 소울이에게 간수를 어떻게 얻는지 설명했지만, 알아듣는 것 같지 않았다. 같은 팀의 많은 아이들이 순두부를 먹지않아 신기했다. 그래서 남은 것은 우리 테이블에서 다 먹었다.
  

남양성모성지. 왠만한 도시는 이러저러 잡다한 것들을 붙여 소위 'xx팔경'이란 걸 만들었다. 화성 팔경 중 종교 사이트는 두 개란다. 여기 남양성모성지와 용주사. 성모성지는 아늑하고 편안한 꽃동산이다. 이런 곳을 만든 노력이 참 대단했다. 사랑과 정성이 느껴진다. 사진을 확대할 껄 그랬나? 성모 조각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꽃 식물원에 들렀다. 울릉도는 물론, 제주 식물이 꽤 많았다. 생긴지 얼마 안되어 공간이 썰렁했다. 아이를 무등 태우고 식물원이 내려다보이는 동산에 올랐다가 내려왔다. 문득 산에 가고 싶어졌다. 산에 가서 막걸리 마시고 나무에 해먹 걸고 낮잠 자고 싶어졌다. 돌아갈 시간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재밌게 놀았다. 버스에서 내릴 때 쯤 500g 짜리 쌀 한 봉지를 나눠줬다. 기회가 되면 다음엔 제부도에 가고 싶다. 뭔가 참 괜찮은 여행이다. 특히 많이 걸어다녀서 좋았다. 어쩌다 우연히 본 어떤 블로그에서(출처 확인할 수 없음) 여행의 어원을 정리해 놓았다. 여행의 로마식 정의는 '고문'이고 프랑스식 정의는 '일'이었다. 중국에서도 여행은 고행이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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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생활

잡기 2011. 5. 26. 02:02
A가 취미가 뭐냐고 묻길래, 당황했다.  취미란 것이 뭘 해도 오덕질처럼 변해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다리를 붙들어 매고 혀를 자유롭게 하고 심장을 새삼 뛰게 하고 죽은자들과 친구가 되고 어두운 전등 아래서 비전을 까발리며 가시광선 바깥의 스펙트럼에 심취하고 문맥을 운유한다. 로렌츠 수축의 정서적 경험, 몰두할 수 없어서 더 이상은 취미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음주.

세상에 후련하게 등을 돌리고 친구를 만나지 않으며 더불어 적도 만나지 않으니 구름처럼 부실하게 뭉글어진 채 흘러가는 조각난 기억과, 흡사 변기에서 떠내려가는 토사물처럼 소용돌이치고 우뢰처럼 아우성치며 휘말려 들어가는 고통과, 눈을 태워버릴 듯한 햇살 아래 타다 남은 뼈다귀를 추스려 삐걱삐걱 줄이 풀린 피노키오처럼 거리를 걷던 나날들, 이름도 얼굴도 없는 바기나들, 그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토성에 여문 여름이 있었나? 없다.

2011/3/26 자전거를 타고 광교산에 갔다. 광교산 빨래판 코스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업힐 대회가 두 차례 열리기도 했다. 작년 11월엔 다운힐 중 누군가 심하게 다쳤다(처음엔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 그 코스가 폐쇄될까봐 걱정하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있었다. 수근수근 걱정걱정... 산책 하러 몇 번 가 본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어떨까, 정말 위험한가? 나도 다칠까? 호기심이 일었다.

경사가 심해 앞바퀴가 들렸다. 수습하려고 서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지만 근력/탄력 부족으로 거의 정지 상태에서 자전거 몸체가 바들바들 떨었다. 턱 밑으로 땀방울이 툭툭 떨어져 내렸다. 한 번에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두 번 내렸다가 다시 탔다. 경사가 심해 자전거에서 한 번 내리면 다시 타고 오르긴 힘들어서 지그재그, 비틀비틀 힘겹게 올라갔다. 업힐이 언제나 그렇듯 오른다고 무슨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광교산 헬기장 까지 올라가 안양 백운호수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헬기장에서 백운호수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안 보였다. 눈 앞엔 빤히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데, 진흙길을 산악 잔차질 한다고 내려가려니 내키지 않았다. 돌아섰다.

빨래판 코스의 다운힐은 공포스러웠다. 35~40kmh 가량 끼다만 방구처럼 찝찝한 속도를 내는게 고작. 대체 여기 경사도가 얼마나 될까? 30~40도는 나올 것 같은데, 다음에 가면 경사도를 재 봐야 할 것 같다.  이게 쉬운 코스란다. 산에는 가지 말자.  

3월, 날이 풀리고 나서 주말이면 하트 코스를 돌았다. 그래도 자전거 주행을 취미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게다가 자출은 취미가 아니다. 땀 나는 출근이지.

평속 20kmh에서 22kmh로 오른 후 평속이 거의 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탈 시간이 별로 없다. 기초대사량만 조금씩 늘어 나날이 밥만 축냈다.

자전거의 센터페시아? 저기에 별게 다 있다. 휴대폰의 GPS를 이용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 때문에 자전거를 타게 되면 그나마 믿을만한 GPSr이 꼭 필요했고, GPSr에서 사용할 지도를 만들려고 약 1년 동안 삽질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당당하게, '제 취미는 지도 제작이에요' 라고 말했다. 지금은 지도 제작할 시간이 없다. 지도 제작은 굉장한 노가다다.

수경 재배(Hydroponics) : 아이 교육이 목적이었다. 식물을 재배해서 뜯어 먹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작했다. 양액 주고 대충 길렀더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수확이 나오더라...를 상상하고 시작했는데 그렇지가 않아 공부했다. 내 팔자에는 뭐든 자동으로, 대충 해서, 되는게 없다. 그렇다고 (늘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 따위를 해서 잘 되느냐 하면, 남들 하는 평균 수준에 간신히 도달하는 정도? 그리고 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잉여 지식만 잔뜩 늘어났다.

수경재배를 취미라 할 수 없다. 맨날 듣는 음악을 취미라 할 수 없듯이, 그것들은 생활에 가까웠다. 설령 1년 52주 중 아이를 데리고 40 주 이상을 여행해도 그걸 취미라 하지 않는 것처럼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생활에 가까웠다. 단순하고, 주기적으로 반복 되며, 내 직업처럼 언제나 뭔가를 배워야 하고 여늬 무형 자산처럼 머리와 손 끝이, 시간과 노력이 다 필요했다. 

다른 일처럼 또 잊어버리기 전에 수경재배 얘기나 적어둬야겠다. 

옥션에서 구입한 만능 수경재배기의 구조.  


온도

작물 재배에 적합한 기온은 15~26C 사이. 

 2010년 수원 월별 기온.

겨울에 간혹 실내/와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기 위해 온습도 측정기를 집에 설치해 두었다.  작년 겨울 집안의 실내 평균기온은 16~18도 정도였다. 아이가 자란 다음에는 아이 때문에 실내 온도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이 사라졌다. 그래서 아내의 의지로 집안이 시베리아 스러워졌다.

겨울에도 신선한 야채를 먹기위해 작물 재배를 하고, 이를 위해 실내 온도를 조금 더 올리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식물은 흐뭇하게 자라고, 난 좀 따뜻하게 자고, 아이는 감기에 덜 걸리고; 앵그리 버드 한 마리로 돼지 세 마리를 때려 잡는 꼴이다.

수경 재배시 양액의 온도는 22도 정도가 적당하다는데, 이게 좀 이해가 안 갔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식물이 자라는 땅의 연 평균 대지 온도는 20도를 넘지 않는데 식물은 그래도 행복하게 잘 자란다. 왜 양액 재배할 때는 땅보다 높은 온도여야 할까? 좀 더 뒤져봐야겠지?

대부분의 씨앗은 25C 부근에서 잘 발아한다. 귀찮아서 모종으로 시작했지만 굳이 모종으로 할 이유도 없고, 다음엔 발아부터 제대로 해 볼 생각.

일반적인 발아 조건: 온도 25C 가량, pH는 6.0, 양액의 EC는 1.8~2.0 dS/m 사이, 상대 습도는 70~80%. 양액에 적신 스펀지에 씨앗을 꽂아두고(심고) 놔둔다. 별 일 없으면 발아한다. 발아된 모종을 조금 더 키우다가 스펀지 채로 수경재배 포트에 옮겨놓고 재배하면 된다. 발아가 1~2주 걸리는데 그걸 못 참고 옥션에서 주문했더니 모종이 1주일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그럴 바엔 그냥 동네 꽃집에서 파는 모종을 사올껄 그랬다.

재배 작물의 적정 양액 농도(EC 또는 TDS 값)는 대개 양액의 기온이 25C일 때를 기준으로 한다. 만약 온도가 그보다 낮다면 농도를 높이고, 온도가 높으면 농도를 낮추는게 맞다. 스티로폼 안에 양액은 일평균기온과 거의 같다.

양액의 농도와 온도 사이 관계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 따라서 수치 보정을 할 수는 없지만,양액 농도 보정은 대충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 4월: 생육기 EC 보다 1.5배 이상의 농도의 양액을 사용. 날이 지나면서 온도가 상승하고 부족한 물을 보충할 때마다 양액의 농도가 차츰 낮아진다(대충 생육기 양액 농도와 같아진다) 잎채류는 계속 그 상태로 유지하면 되고, 7,8월 과실이 열릴 무렵에는 대기 온도가 올라간 여름이므로 양액 농도를 짙게 한다. 수확기에 이를 동안 기온이 같이 낮아지므로 양액에 물을 타서 희석하면 될 것 같다.

5월 1일 심고, 5월 14일 무렵 첫 수확한 쌈채류. 만족스러운 양이 아니고 적은 일조량 탓에 비실비실하지만 먹을만 했다.

일조량

수원의 지난 10년간 일조량

생각보다 일조 시간이 많지 않다. 일조시간과 별도로 일출/일몰의 태양 방위각 정보를 구했다 -- 기상청 어딘가 제대로 된 자료가 있을 것 같은데 못 찾았다.

계산은 생략하고 집의 위치와 일출/일몰 각도, 방위각을 고려해 자 대고 그려보니 어림짐작으로 일조시간의 약 70% 정도가 유효하다. 유감스럽게도  한여름에도 오후 1시가 넘으면 직사광선이 작물에 닿지 않는다 -- 관측과 일치. 따라서 방위각을 고려하면 일출 후라도 오전 8~9시가 넘어야 제대로 빛 다운 빛이 잎에 닿는다. 하루에 기껏해야 4~5시간 가량의 햇빛을 쬐는 셈. 

일조량 면에서 베란다에서 키운 작물은 뻥 뚫린 대지에서 태양빛을 온전히 받고 자란 것들과 차이가 크다. 베란다에서 키운 채소는 밭에서 키운 것과 달리 대부분 비실비실하다. 대부분의 식물은 빛이 없으면 비실거리지만, 시금치는 빛 없어도 잘 자란다고 한다.

직사광이 아니라도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이 매우 낮다. 이산화티타늄 따위 광촉매를 사용하면 자외선으로 광합성의 명반응과 동일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과 7월은 강수량이 많단다. 가을에는 무덥고 비가 많이 온단다. 평년보다 일조량이 줄어들 것 같다.

부족한 일조량을 채워주기 위해 이런 저런 grow light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백색 형광등, 전구 류는 파장이 안 맞아 상당량의 에너지를 낭비하여 정작 식물 재배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대규모 플랜트에서는 PG 램프라고 하여 파장을 맞춘 형광등을 사용). 과거에 Metal Halide 램프와 High Pressure Sodiym Lamp를 사용했나 보다. 와트당 광량이 많긴 한데, 소비 전력이 크고 열손실도 크다. 대규모 플랜트를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면, 효율이 좋은 LED grow lamp가 적합해 보인다.

위키피디아의 grow light 항목에서 이들 램프에 관해 잘 설명했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광원의 파장은 대략 수확기에 630nm(적색에 가까움), 생육기에 467nm(푸르스름한 흰색) 전후다. 푸른색 파장과 붉은 색 파장의 비율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위키피디아 항목에서는 이상적인 비율이 적색 대비 푸른색 6~8% 정도 란다. 정말? 뭘 근거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LED grow lamp는 값 비싸고 품질이 의심스러웠다. 900 LED grow light -- 한 눈에 봐도 무척 거지 같아 보이는 이런 광원이 무려 100$ 씩이나 한다. 차라리 만드는게 낫겠다. 12V 출력이 있는 micro ATX 타잎의 값싼 컴퓨터 power supply와 LED, 방열판, 지지대 정도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슈퍼플럭스 또는 하이플럭스 타잎 LED의 광량이 별로 좋지 않아서 (~4 lm 가량) 자전거 전조등으로 많이 쓰이는 파워 LED 쪽을 알아봤다. Photron의 1W 짜리 LED datasheet를 보니 45 lm, 3W 짜리가 70 lm 정도였다.  가격과 광량이 하이플럭스 LED 10개와 비슷하지만 배선을 감안하면 파워 LED가 낫다. 뭐가 되었든 LED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구상: 파워 서플라이의 12V 파워 레인에 red LED 6개를 직렬로 연결(LED 당 2.0V씩 * 6 = 12V), 다른 12V 레인에 blue LED 3개를 직렬로 연결(LED당 4.0V씩 * 3 = 12V). 파워 서플라이는 시중에 판매하는 값싼 타이머 스위치 리셉터클에 연결해 지정한 시각에 자동으로 켜졌다가 꺼지게 셋업. 

하여튼 값싸게 만들 방안을 궁리:

Power Supply (PC micro ATX) 남는 PC 파워나 12V 2A 이상 어댑터 아무거나 = \0
LED용 정전류 드라이버 IC : AMC7140 = \2,000
LED 방열판 2m x 10mm x 1ea = \6000 + \2500 (배송료)
타이머 스위치 1ea = \5166 + \2500 (배송료)
고조도 반사판이 달린 형광등 갓등 1ea = \17,500 + \6000 (배송료)

합계: 69,300원. 많이 비싸다. 이러지 말고 그냥 비실비실 자라게 내버려둘까? 

타이머 스위치 1ea = \7,500 + \2,500
15W 식물성장용 PG 램프 + 3M 집게 스탠드 = \13,500 + \2,500

합계: 26,000원. LED를 포기하니 대폭적인 구매가 하락. 언제나 그렇지만 만들려고 하기 전에 제품을 찾아보면 왠만한 건 다 있다. 사는 김에 타이머를 하나 더 주문했다. 액상 모기향의 타임 스위치로 사용 예정.

직사광이 닿지 않는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5시간 켠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 전력은 15w * 30일 * 5시간 = 2.25kWh. 1.7kW짜리 헤어 드라이어를 하루에 5분 사용했을 때 1.7*5/60*30 = 4.25kWh. 헤어 드라이어 사용을 멈추고 식물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모발은 물론 환경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난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낮에 생장 촉진을 위해 등을 켠다는게 우습긴 하다. 하지만 밤에 등을 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공해: 도시 대부분에서 생기는 야밤의 광공해는 식물 생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광합성에는 휴지기가 필요.  도달하는 광량이 적어 내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을 듯 하다. 게다가 여덟시 반이 넘으면 집안의 불을 모조리 꺼 버리고 스탠드 불빛만 남으니까.

깻잎은 밤이 되면 잎을 접었다. 마치 자는 것처럼.

5/1일, 5/14일. 생육 정도 비교. 수경재배중인 잎채류는 뿌리가 약한 탓인지, 아니면 다섯개를 한 양액조에 키워서인지 안타까울 정도로 성장이 더디다. 잎채류는 수분의 증발이 빨라 몇 차례 부족한 물을 보충했으나 파프리카와 방울 토마토는 양액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부은 것 뿐, 물 보충을 하지 않았다.

요점:
NEARLY ZERO MAINTENANCE.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가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깔리는 성질이 있어 고층 아파트에는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므로 식물 생장에 지장을 준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가 있다.

양액(Nutrient Solution)
 
뭐니뭐니 해도 수경재배의 핵심은 양액. 수경재배의 역사: 600 BC 경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최초. 그후로 톨텍, 마야, 구대륙, 기타 등등 개나 소나 수경재배를 다 해 봤다고들 한다. 그러나 양액을 이용한 재배는 근대 유럽에서 실험된 것. 역사는 별로 안 궁금하다. 

대단히 많은 양의 작물을 상업적으로 수경재배하는데, 그 대표격이 토마토다. 수경재배는 대부분의 작물에서 가능하다. 당근도 될까? 당근 된다. SF에서는 우주선이던 거주모듈이건 늘 수경재배가 기본이라... 어렸을 때부터 참, 지긋지긋하게 봐왔다. 수경재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양액을 흘리는 방식, 고정된 양액조에 키우는 방식. 양액을 흘리는 것은 상업 플랜트에서 생육기에 따라 양액의 성분에 쉽게 변화를 줄 수 있어 선호된다. 

양액은, 양액의 성분은, 주로 질소, 인, 칼륨, 칼슘, 황, 철분, 마그네슘, 아연, 몰리브덴, 구리 등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식물에서 질소, 칼륨(가리), 인은 필수이고 따라서 양액 구성 성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 당연한 얘긴가? 양액의 pH 수준은 6.0~7.5 사이를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 이것도 당연한 얘기. 대부분의 작물에 적합한 pH 수준은 6.0이고 콩과 양배추는 6.4 정도.

뿌리에 필요량의 산소를 공급하고 뿌리와 줄기를 지지하기 위해 펄라이트 등의 다공질의 암석 부스러기를 흙 대신 사용하던가, 거치대에 고정하고 뿌리의 일부분을 공기 중에 노출시키거나, 양액에는 산소를 녹이기 위해 어항에서 사용하는 종류의 산소 발생기를 사용한다.

 

5월 1일, 5월 14일. 생육 정도 비교. 수확하고 난 다음이라 정확한 비교는 안될 듯. 아내가 파를 심었다. 오래 먹기 위해서란다. 


양액은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들이 녹아 있으며 햇빛 등의 광원에 노출되면 조류가 발생할 수 있다. 조류는 물을 알칼리화 한다. 따라서 양액을 광원으로부터 차단하던가, 양액을 순환시키던가 물의 pH값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pH가 높으면(알칼리화) 식초를 넣어 낮추고 pH가 낮으면(산성화) 베이킹 소다를 넣어 pH를 높인다... 는 좀 뻔한 얘기. 아예 재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희석액이 시판되고 있다.

흙에는 여러 종류의 무기염류가 녹아 있고 작물을 계속 재배하다 보면 염분이 생성될 수 있다. 양액에 소금을 넣는 경우는 없지만 어쩌다가 염분이 생성되면 EC 값이 높아지고 이 때는 양액을 전체 교환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 그런 경우가 있긴 할까?

양액은 작물마다 이상적인 배합이 다르다. 예를 들면 토마토는 '생육기'에 질소를 더 많이 필요로 하고 과실이 열린 다음 수확기까지 칼륨을 많이 소비한다. 당연한 얘기다. 토마토에는 칼륨이 무척 많으니까 -_-;

양액의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전기 전도도(Electric Conductivity. 단위는 dS/m, mS/cm 등등)를 측정한다. 전기 전도도는 TDS(Totla dissolved solids, 단위는 mg/l 또는 ppm)와 연관이 있다. 전기 전도도가 높다는 것은 양액에 녹아 있는 각종 요소 성분량이 많다는 뜻이 된다.

양액의 농도를 낮추니까 방울 토마토의 줄기가 왕성하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양액 뿐만 아니라 물의 전기 전도도는 물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보통 수돗물의 경우 TDS가 100 ppm 미만, 약수는 200~300 ppm 가량, 전에 공부하다가 말았지만  400 ppm 이상이면 음용수가 아니던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서 TDS 또는 EC 측정기를 들고 야산에 가서 먹을만한 물인지 알아볼 수도 있다.

EC 측정이 양액의 품질을 보증하는가? 그렇진 않다. EC는 말 그대로 전기 전도도일 뿐이다. EC는 양액의 양분 구성에 관해 알만한 정보가 없다. 제대로 측정하고 싶으면 양액 자체를 분석하던가 식물 생장과의 상관 관계를 알고 싶으면 잎을 말려 성분 분석을 해 보는 수 밖에 없다.

수경재배를 제대로 하려면 다음 항목을 모니터링 한다: EC, PH, 양액의 온도, 한낮의 실내 온도, 한밤의 실내 온도, 식물의 성장 정도.

EC를 TDS로 변환하는 것은 책이던, 사이트던 중구난방이라 왠만하면 EC로 통일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아래 표는 보편적인 양액의 EC 값.

   과일 잎채류 
초기  1.6~1.8 1.4~1.6 
평균  2.5  1.8 
과실  2.4~2.6   
저조도(겨울) 2.8~3.0  2.0 
고조도(여름) 2.2~2.4  1.6 
 * 양액의 온도가 25C일 때를 기준.

성분 결핍 또는 과잉에 따른 작물의 변화: 

  

실내에서 키울 때 진동기나 토마토톤으로 수정을 촉진해야 과실이 맺힌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토마토톤을 안 바르고도 방울 토마토가 맺혔다. 아무래도 베란다의 창문을 죽 열어 놨더니 바람이 진동기의 역할을 한 것 같다(추측). 첫마디에서 자란 과실은 가능한 키우는게 좋단다. 그래야 다음 마디에서 열리는 방울토마토가 튼실하다나? 

양액의 농도를 낮춘 후로 방울 토마토에 꽃이 피지 않았다. 양액의 적정 EC는 식물 생장 및 수확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노력이 가상하긴 하나, 작물 재배를 제대로 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그간 공부한 걸 잊지 않기 위해 끄적여 두었다. 아마 한 달도 안 되어 잊어버릴 테지만 시간이 생기면 이 엔트리를 틈틈이 업데이트 해야겠다.

클릭=확대 회사 야유회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본 광경. 옛 경춘선 철로 위를 기어가는 칡넝쿨. 햇빛을 듬뿍 받은 칡 넝쿨은 물을 찾아 줄기를 이리저리 뻗으며 기어갔다. 

  

The Office S07E25. 마지막 회에 피둥피둥 살찐 제임스 스페이더가 나왔다. 떠난 지점장의 성스러움을 뒷받침 해주기 위해 작당하고 찌질해진 이 작자들은 유감스럽게도 별로 웃기지 않았다.

소녀혁명 우테나 극장판. 마지막 장면. TV판을 보다 만 것이 아마도... 

그래, 백합물이라서. 하지만 이번엔 끝까지 봤다. 그림이 좋으면 닭살 돋는 것도 어지간히 참고 볼 수 있는 듯. 전혀 주저하지 않고 번지점프를 하고, 심지어 조선일보 정치면을 일 년 넘게 읽어봤는데, 으쓱, 못할게 뭐가 있겠나. 어디까지 가 봤니? http://rotten.com 

Tiger & Bunny. 수퍼히어로물. 월급 받고 PPL 광고를 한다. 세상을 구하는 과정이 생중계 되며 사람들이 구경하면서 수퍼히어로 랭킹을 업데이트 한다. 최근 트렌드는 다 갖췄다. 첫 화를 피식피식 웃으며 봤다. 
 
 
Castle S03E24. 시즌 파이널. 이런 직업을 가진 여자는 보통 테스토스테론이 돋아 종종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진(또는, 자폐증적인) 눈빛이 번쩍인다. 이 배우에게는 극 내내 그게 없었다. 뛰는 것, 액션이나 눈빛, 말투 따위가 평범한 계집애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강력계 형사를 맡은 이 배우에게 느낀 혐오감의 정체다. 코스프레 하는 바비인형 같달까. 시즌 초반부터 저런 멍한 눈초리를 자주 봐서 더더욱 그랬다. 제발 교체 좀 했으면 했는데...

Good Wife S02E23. 굿와이프가 시즌 피날레를 맞았다. 언제 봐도 극의 상황에 어울리는 표정. 23화 마지막 부분은 서비스인 듯 한데, 그런 거 안 해 줘도 괜찮다. 그 동안 재밌게 봤다. 할 얘기는 다 끝났지 싶지만, 다음 시즌이 나오면 멋진 등장인물들 때문에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Mentalist S03E23. 1,2기에서 페트릭 제인은 줄기차게 레드 존에게 엿 먹었다. 이번 시즌 피날레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반전을 구경. 그랬구나, 그래서 여태까지 제인이 그랬던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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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Tolerance

잡기 2011. 5. 17. 01:26
양액의 EC에 관해 안이하게 생각했다. EC가 높으면 뿌리를 통한 식물의 수분 흡수가 저지된다. 그 결과로 생장이 느려지고 세포벽이 두꺼워진다 -- 일반적으로 수분이 부족한 식물에게서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 잎이 마르다가 타 버린다. 

잎채류만 넣어두었던 스티로폼 박스에서 며칠 새 양액이 순식간에 감소했다. 하루 만에 거의 800ml가 증발했고(바람과 햇볕의 힘!) EC가 높아 생장이 더디던 식물들의 뿌리가 양액에 닿지 않아 상태가 더 나빠졌다. 

EC가 높자 방울토마토는 살겠다고 지레 꽃을 피웠다. 자연수분 된다기에 멍하니 쳐다보다가 두 송이 꽃이 떨이졌다 -- 물론 과육은 없었다. 자연수분은 야외에서 기를 때 얘기고, 실내에서는 토마토톤 같은 호르몬제를 100배 희석해 꽃송이를 푹 담구거나 진동기를 사용해 꽃가루를 내보내야 한단다.

EC 를 낮추려고 양액에 물을 섞었다. 

잎채류: 2.0 dS/m --> 1.7 dS/m
방울토마토: 3.2 dS/m --> 2.0 dS/m
파프리카: 4.0 dS/m --> 2.8 dS/m

바깥의 대기 기온은 23도 안팎이지만 실내는 19~21도를 유지했다. 양액은 불투명한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 있는데(뿌리에 햇빛이 닿지 않아야 하므로) 양액의 온도는 대략 20도를 유지했다. 온도가 조금 낮아 양액의 농도를 높일까 망설였지만 일단 이 상태로 생육을 지켜보기로 했다.

수경재배로 키우는 작물보다 배양토에 키우는 작물이 더 잘 자라 아내의 핀잔을 들었다. 내 잘못이 있어 아직은 두고 봐야 알 일인데, 하여튼 트리피드처럼 2미터씩은 자라줘야 재배할 맛이 날 것 같다.

아이 책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책을 뒤적이던 중에 내가 구입한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디자인을 한 어느 일본인의 수경재배조를 발견했다. 다들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수경재배 자체가 그다지 많은 다양성을 지닌 것은 아닌 듯. 요거트 병이나 물병에 키우는 사람도 있고, 접시 받침에 양액을 깔아 키워, 흙을 안 쓴다 뿐,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고 키우는 과정이 화분에 키우는 것과 같은 경우도 있다.

집이 남향이고 앞이 트여 있지만 태양의 입사각 때문에 실제 태양광이 조사되는 시간은 5시간 이내로 짧은 편인데, 그나마도 황사니 벌레니 하면서 아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창문을 닫아두니 햇빛과 바람이 적어 잎이 튼튼하지 않다. 양지바른 텃밭처럼 씨 뿌리고 물 뿌리고 가끔 웃거름 던져주면 대충 잘 자라던 식물이 아니라서... 유기농이 참 대단한게 한 3개월 그렇게 기르다가 병충해를 입어 상당한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약을 안 쓰고 끝까지 키우는  것이다. 농부라면 어디 욕심이 없겠고 고생해서 키운 작물이 픽픽 죽어가는데 괴롭지 않겠나... 그러고 보면 어렸을 적에 동네에서 작물 키우는 것들을 보면 지금과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무척 차이가 났던 것 같다. 병해에 강하고 생산이 우수한 종자를 세대를 거듭하며 골라낸 탓일께다. 한국의 종묘사 대부분은 외국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eBay를 뒤적이며 LED grow lamp를 알아봤다. 주문하긴 비싼 편이라 부품을 구해서 조립할까 생각했다. LED grow lamp는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 사용하는 것인데 기존의 다른 등에 비해 전력 소비가 작고 식물 생장에 필요한 적정 파장을 배합하기 쉽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마리화나를 수경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것 같다.

딱 2주 만에 첫 작물을 수확했다. 비록 생장이 더디고 키운 작물 수가 적어 얼마 안 되는 쌈채를 수확했지만 그것으로 저녁을 만들어 즐겁게 잘 먹었다. 

 만화 '신과함께'에서 본 대목:

넋이로세 넋이로세. 넋인 줄 몰랐더니 오늘 보니 넋이로세.
신이로세 신이로세 신인 줄 몰랐더니 오늘 보니 신이로세. -- 진도 씻김굿 중.

1월 초 사장님 장례식장에 오신 거래처의 a사장님은 진도 출신이다. a사장님은 내게 씻김굿의 절차와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고 나는 줄 담배를 입에 문 채 설명을 들었다. 

3월 무렵 직원들과 함께 납골당에 가서 사장님을 다시 찾아뵙고 인사했다. 별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내 프리랜서 생활은 끝났다. 매일 밤 술을 마시던 생활도 접었다.

유난히 긴 봄이었다.

4월 16일 안양예술공원의 한 식당. 희안하게도 여기만 벚꽃이 피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개울에서 올챙이를 잡았다 놓아줬다 하면서 놀았다.

4월 23일. 서울대공원에 놀러갔다. 모처럼 잘 찍은 사진. 여전히 주말이나 휴일이면 딸애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서울대공원. 벚꽃이 피었다. 클릭=확대. 딸애 데리고 돌아다니는 건 그래도 운동이 안 된다. 4km 걸으면 70kcal 정도 빠질까? 

4월 24일. 서호에 그늘막을 처놓고 놀았다. 벚꽃이 잔뜩 피었다. 클릭=확대.

5월 5일. 그늘막을 들고 놀러갔다. 벚꽃이 지고 철쭉이 잔뜩 피었다. 

딸애는 이제 꽃을 꺾지 않았다. 엄마가 꽃을 꺾으면 꽃이 아파한다고 가르쳤다. 사물의 의인화는 유아적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유아기 땐 그래도 된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동네 앞 개천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 하다못해 녹조류 한 가닥... 부영양화가 전혀 눈에 띄지 않아서... 심지어 북쪽으로 날아가지 않고 텃새로 정착할 것처럼 보이는 철새들까지...

지하철에서 산 천 원 짜리 반짝이는 고무공을 며칠 동안 잘 숨겨놨다가 어린이날 선물로 줬다. 무척 만족해 했다. 원래 계획은 아이패드2를 주는 것이지만, 으쓱, 그거나 그거나 그게 그거지. 생각보다 아이패드에 유아용 컨텐츠가 적고 품질이 떨어진단다. 그거 살 돈이면 뒤로 보고 옆으로 보고 집어던지거나 부욱 찢거나 쌓아서 집을 만들 수 있는 책을 수십 권 사줄 수 있다나? -- 주변에 아이 교육용으로 아이패드를 구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아빠들이 몇 명 있었다. 

딸애가 공부 한다며 책과 연필을 들고 쫄래쫄래 안방으로 들어가면 엄마가 공부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내 여섯 살 때와는 다른 삶이다. 풍족하고 덜 야생이고 쓸데없는 문명의 이기가 사람 틈을 벽으로 갈라놓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삶이 처절하다.

아내의 소망은, 아이 키우는 컨셉은, 평범한 사람. 그런데 보통 사람의 정의가 돈 없고 머리 나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귀 얇고 신념 없고 비전 없고 침을 튀기며 호박씨를 까고 욕설을 늘어놓으며 자존심을 세운다지만 실은 권력에 빌빌 대면서 시시한 제 욕심 때문에 누워서 자기 토사물을 뒤집어 쓰는 사람이지 싶은데? 아닌가? 

zero tolerance: 어린 시절에 욕심쟁이 위선자를 상대할 때 내 원칙이었다. 다 지난 얘기다.

2010년 11월 17일. 유시민은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2011년 4월 27일 보궐선거에서 국민참여당은 완전히 새되고, 유시민은 시민에게 사과했다. 강연에서 베블렌의 유한계급론을 읽어보라고 학생들에게 권한다. 어렸을 적에 읽었다. 당시 나는 제3세계 임금노동자의 무려 100배가 넘는 소득을 버는 걸 애지간히도 죄스럽게 생각했었다. 강연 좋았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굳이 분류하고 싶으면 기분파다.' --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말. 나도요.
 
아이 데리고 주말마다 놀러 다니느라 자전거 탈 시간이 없다. 조카애 주려고 자전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배달되어 온 자전거 바퀴가 휘어져 있다. 이 놈에 싸구려 부속들, 군시렁 군시렁 거리며 휠을 정렬하고 브레이크 간격 조정하고 전조등과 후미등을 달았다. 13만원짜리 어린이 자전거인데 주행 시험을 해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집 근처에서 살살 타고 다닐 자전거인데 비싼게 뭐 필요있나. 

자전거를 탈 때 요령이 붙어서 차도를 이용할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인도로 가게 되면 요새는 오른쪽 자전거 도로를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왼쪽 보행자 도로도 사용하지 않았다. 띠처럼 얇은 가운뎃 길로 달린다. 마찰이 적어 에너지 소비가 적고 속도가 빠르며 덜 덜컹거린다.

우동 (영화). '웃음은 소화를 돕는다. 위산보다도 월등히 강하다 -- 칸트' 이런 우동을 먹어본 적이 있다. 노른자에 비벼먹는... 그땐 그게 우동이 아닌 줄 알았다. 

우동. 여행 프로그램에서 사누키 우동 먹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저 동네에서는 저렇게 서서 먹기도 하는 듯. 

우미자루 3편 마지막 메시지. 재난 영화. 한중러가 공동 출자한 천연가스 채취선에서 사고가 발생. 일본 영화 중에 이런 블록버스터물이 있다니 놀랍다. 

우미자루 (해원). 이 촌발 날리는 포세이돈 어드벤쳐 류의 포스터. 이거 일부러 이런거 맞지? -_-

그래서 1,2편을 찾아봤다.
 

우미자루(해원). 이게 아마 1편. 보다가 재미가 없어 중단.

우미자루 2편? 영 재미가 없어 이상하다 싶어 만화책을 찾아봤다. 만화책이 훨씬 나았다.

C -- The Money of Soul and Possibility Control. 이걸 무슨 장르라고 해야 하나? 경제 활극 SF? 특이한 애니. 한두 편 본 걸론 아직 파악이 안 된다. 

Rang De Basanti.  인도 영화. '인퀼랍 진다바드(Inquilab Zindabad)'는 '혁명 만세'. 날라리들이 정신 차리고 애국하는 줄거리. 두 친구가 맥주 보텀 업 시합을 하면서 진 녀석이 저수지에 등 뒤로 뛰어내린다. 상당한 높이다. 굉장히 재밌어 보여, 혁명도 좋지만, 나도 젊었을 때 그 짓을 해봤어야 했다고 부러운 한탄. 어렸을 때는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막 나갔는데.
 

Sol Bianca. 본 줄 알았는데 못 본 것. 시대에 걸맞지 않게 세련된 애니. 90년대 치고 비주얼이 좋은데 스토리는 좀 많이 구질구질. 
 

솔 비앙카. 망할 고대 지구. 알고보니 솔 비앙카 오리지널은 90년대 초에 방영되었고 이건 regacy라고 99년에 같은 감독이 또 만든 것이다.

Hawaii Five-0. "what kind police are you.",  "new kind." 모종의 부실한 토론에 따르면 짭새는 자연의 법칙을 벗어난 특이종으로 전혀 진화한 적이 없단다. 양덕들이 환장하는 그레이스 박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돌아다니는 것 빼고는 이 드라마가 히트칠  구석이 없어 보였다. 일단은(5화까지 본 지금으로썬) 뭐 이렇게 식상한 짭새 캐릭터들인지. 리메이크 버전. 그랬구나. 어째 귀에 익은 타이틀송이라니.

 얼음과 불의 노래. 책에 묘사된 그대로의 장벽(wall). 몇몇 캐릭터에 적응이 안 된다. 차차 나아질까? 아님 끝까지 엉성해 보일까. 두고 보자.

Gandahar.그 당시에는 뭘 만들어도 세계적인 유행인 히피스러움을 피할 수 없었겠지.

 간다하르. 이거 말고도 르네 랄루(Rene Laloux)의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나저나 이거 꼭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인데.

SG:U S02E18. 개그하는 과학자들. SG:U에서 잔재미를 준다. 대령이 발광 하지 않으니  드라마가 훨씬 볼만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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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재배

잡기 2011. 5. 1. 23:49

3월 4일, 5일 북한의 GPS 방해 전파 발사로 서울시 강서구, 양천구 등지에서 간헐적인 에러가 발생했다. 자전거를 몰고 강서구 가까이 지나갔기 때문에 GPS 로그를 분석해 보니 지상에서는 산 그림자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다.

중국산 GPS 방해전파 발사기를 eBay 등지에서 값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상용 GPSr은 수신 전파의 다중 경로로부터 노이즈를 분리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향이 적지만, 그렇지 않은 GPS 칩들은(같은 HW일텐데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접한 휴대폰의 GPS는) 영향을 받은 듯. 군사용 GPSr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고 한다.

위성들과 4면체를 형성하는 체적이 크면 클수록 정밀도가 높아지는데, 위성 4개 중 하나만 안 잡혀도 HDOP가 상승해 위치 정밀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위성과 같은 캐리어로 위성 신호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전파를 발사하면 위성 신호가 묻혀 버려 사실상 위성 수신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한반도 지표 뒤죽박죽됐다. -- 어 그럼 3.11 일본 강진 때문에 어쩜 측지계 설정부터 다시 하는 건가? 안 그래도 한반도의 시골땅의 실제 면적이나 소유주 사이의 경계선이 측지계 때문에 어긋나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라 분쟁이 콩 볶듯이 자주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사회 문제화 되지는 않는 듯.
 

얘는 날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란다. 

한 일을 메모랜덤으로 적어야 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졌고 그래서 블로그를 적는다. 4/20 쯤 수경 재배를 해 보려고 만능 수경재배기를 구입했다. 3개의 스티로폼 굴 상자, 어항에서 사용하는 공기발생기, 공기 분배기와 호스, 휴가토 난석, 재배포트, 수경재배 비료 등속을 합쳐 3만원, TDS 측정기 3만 5천원 가량, 그리고 모종 8개를 만 3천원에 샀다. 

몇 년 전에 '내가 아이를 다 키우게 될 줄이야!' 라고 경탄한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식물을 다 키우게 될 줄이야!' 라고 탄식했다.

시장통에서 우연히 아이에게 사 준 과자에 붙어 있는 씨앗을  꽃 피우기 위해 화분에 자갈을 깔고 흙을 구해 분꽃 씨앗을 심어놓고 싹이 틀 때까지 기다렸다. 싹이 텄다. 어느 새 새끼를 친 봉숭아 화분과 함께. 아내는 베란다에 화분 같은 것을 들여놓아 흙 깔고 식용 식물을 재배할 구상을 했다. 이왕이면 수경재배기가 손이 덜 간다고 설득해 구입.

주문한 모종은 일주일이 다 가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동네 꽃집에서 파는 모종을 살 껄... 아니면 씨앗을 불려 싹을 틔울 걸 후회했다. 예천에 갔다 온 다음 밤 늦게 집에 돌아와 경비실에 맡겨놓은 묵직한 모종 박스를 보니 판매자가 참, 정성이다.

마침 노동절 일요일이라 모종을 씻고 수경재배기에 설치했다. 

아침 먹고 딸애와 작업 하는데 이것도 일이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스티로폼 박스에 비닐을 깔고 비료를 녹여 양액을 만들고 공기 발생기를 설치. 화분에 심으면 삽질 한 번 하고 모종을 심으면 끝이었을 작업이지만 수경 재배를 하기 위해, 모종의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뿌리에 달라붙은 흙을 떨어내고 조심스럽게 옮기는 작업이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번성하던 말라죽던 나중에 다시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려고 사진을 찍었다. 살려고 애써봐라. 도와주겠다.

여기서 끝내면 좋았을 텐데... 원래는 파프리카, 방울 토마토, 쌈야채 6종만 주문했는데, 판매자가 모종을 여섯 개나 더 보내줬다. 한 일주일 배송이 늦은 탓일까? 농사일이라(농사일이 다 그런 지라) 한 번 재촉하고 말았는데... 왠지 판매자에게 미안하다. 얼마 안 하는 모종이지만 씨껍질을 뚫고 살아보려고 버둥거리는 놈들을 고사시킬 수도 없어, 아이와 함께 배양토와 자갈을 사러 동네 꽃집에 갔다.

꽃집 아가씨는 자갈 대신에 스티로폼 조각을 깔란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간 김에 300원 짜리 오이 모종을 충동구매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남는 스티로폼 박스에 구멍을 뚫고 집안 어딘가에 돌아다니던 모기장을 겹쳐 깔고, 수경재배기에 딸려온 남은 휴가토 난석을 깔고 스티로폼 박스의 높이를  3cm 쯤 잘라내 부숴 깐 다음 흙을 깔고 남은 모종을 심었다. 잘 자랄까? 모르겠다. 수경재배 양액을 물 줄 때 섞어 넣어주면 잘 자라긴 할 것 같다.

실험맨의 베란다 수경 재배 -- 블로그를 보면 수경 재배를 하려고 노력하다가 '만능 수경 재배기'를 옥션에서 판매하기 시작하셨다. 적은 비용과 아이디어로 효과적인 수경 재배기를 만든 이 분의 열정과 노력에 감탄했다.

수경재배기에서 사용할 양액을 만들 때 참고하려고 TDS 미터를 구입했는데, 이건 그냥 전기 전도도를 측정해 변환하는 것이었다. 전도도의 단위는 지멘스, 옴의 역수. 어렴풋이 어린 시절 공부하다 마주친 기억은 나는데 써 본 적이 없었던... TDS <-> EC 간 변환 팩터를 찾아보니 미국, 유럽, 호주가 사용하는 값이 달랐고 판매자는 유럽에서 자주 사용하는 640을 변환 팩터로 알려줬다.

이상하다 싶어 구입한 TDS-3 미터의 미국 제조사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역시나, 망할 미국 답게 변환 팩터는 자기들 맘대로 500이었다. 그냥 EC 단위로 쓰면 얼마나 좋을까? 하여튼 수경재배기 판매자가 양액 제조할 때 제시한 값은, 이를테면, TDS 미터로 1200ppm이 나왔을 때 1200/640=1.875 dS/m이라고 적어 놨는데, 실제로는 1200/500=2.4 dS/m 이다.

양액 제조한 후 TDS 미터로 측정한 값을 다시 계산.

파프리카: (권장값 3.0 dS/m) 4.34 dS/m (20cc) --> 3.98 dS/m으로 낮춤.
방울토마토 (권장값 2.0 ~ 2.5 dS/m): 3.58 dS/m (15cc) --> 3.22 dS/m으로 낮춤.
쌈채류(권장값 1.5~2.0 dS/m): 2.5dS/m (10cc) --> 2.22 dS/m으로 낮춤.

다시 계산한 양액 제조법 (굴 상자 높이의 1cm만 남기고 물을 가득 부은 다음, 비료 A제, B제를 1:1로 넣을 때 각각의 비료의 투입량):

5cc 1.0 dS/m  --> 1.28 dS/m
8cc 1.5 dS/m --> 1.92 dS/m
10cc 2.0 dS/m --> 2.56 dS/m
13cc 2.5 dS/m --> 3.2 dS/m
15cc 2.75 dS/m --> 3.58 dS/m
20cc 3.4 dS/m --> 4.34 dS/m

양액의 농도가 과하면 어떻게 될까? 별일 없을 것 같다 -- 판매되는 식물 영양제의 양액 농도가 4.2 dS/m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래도 별 일 생길까 봐 내일쯤 물을 더 부어 양액  농도를 맞출 생각.

그 동안 알아본 것들:

* 수돗물로 수경 재배해도 되나? 물에 녹아 있는 염소는 하루 정도 지나면 자연 소멸한다.
* 수경재배가 흙으로 재배하는 것보다 쉽나?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 수경재배의 장점은? 제대로만 하면 대단히 효과적이며 그야말로 fruitful하다. 물(양액)만 만들어 주면 별 관리가 필요없다. 흙 자체가 무겁고 관리가 어려운데 수경재배는 핵융합처럼 깨끗하다.
* 비용과 노력은? 비용/편익으로 보면 내 경우 투입 비용 약 10만원에 산출은 미지수다. 농사가 다 그렇지 뭐... 유아 때부터 교육 받은 것처럼 농사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들은 햇볕과 물과 양분인데, 물과 양분은 노력과 정성으로 어떻게 되지만 햇볕은 그렇지가 않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 생장에 필요한 적정 일조량을 채울 수 있을까? 아직 해 보기 전이라 모르겠다.


암굴왕. '죽음은 확실하며 때는 불확실하니...' 

텍스타일의 텍스쳐를 움직여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렇게 패셔너블한 애니는 무척 오랫만. 그 전에 뭐가 있었더라... 기억 날 리가 없지만.

SF끼가 있고...

사무라이 귀신에 대한 집착은 알아줘야겠다.

복수 찌질계 몽테 크리스토. 복수를 위해 영혼을 팔았다.

사랑 노래를 거의 안 듣는다. 장 자크 브루넬의 타이틀 송 we were lovers은 꽤 좋았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드뷔시, 차이코프스키 등이 줄줄이 튀어 나왔는데 씬과 잘 어울렸다.

뭘 잘못 봤나 싶어 캡쳐한 장면. 언젠가 '타이거! 타이거!' 표지에서 본 것 같다. 알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를 애니화 하려고 했지만 저작권 때문에 포기했단다. 니뽄 갈라파고스 히키코마리라면 타이거 타이거를 도스토에프스키 분위기 물씬 풍기는 훌륭한 싸이코 드라마로 소화했을텐데... 정말 아쉽다.

그림을 보니, 풋... 이거야 원... 다 보고 나서 재삼 생각해 봤다. 이게 과연 볼만한 애니였을까? 무엇 때문에? 욕 안 하고 편하게 봤다. 

Fringe. 날이 갈수록 짜증나고 찌질한 드라마. 

Stargate: Universe. 그렇게 욕을 퍼부었는데 S02E11, S02E12이 재밌었다. 

 외교관 쿠로다 코사쿠.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관료가 된 게 아니야!'

외교관 쿠로다 코사쿠. 서로 똥꼬나 핥아 주다가 끝나더라.

미친 형사. 메멘토를 연상. 좋았다. 내가 본 대만 영화들은 대부분 싸이코가 주인공이었던 듯.

건담 유니콘 01. 로마의 휴일 오마주. 추억의 건담을 이죽이면서 볼 수 있어 꽤 재미있었다. 

No Ordinary Family S01E18. 오타쿠 주제에 초능력 가지고 뭘 그리 놀란 척은. 이 오덕 아가씨 되게 귀엽다.

Tangled. 표정 때문에 몇몇 장면 캡쳐. 나이가 드니 이제 어린 여자애들이 짓는 이 표정이 뭔지 알 것 같다.

Tangled. 아니야, 아닐 꺼야...

Tangled. 시대가 흘러도 여자애들이 짓는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 

Castle. 평균적인 재미는 늘 보장하지만, 여형사만 카메라에 나타나면 왠지 모를 어색함이... 영 마음에 안 들어 배우를 갈아치웠으면 좋겠다.

The Office. S07E19. 마이클 지부장이 드디어 청혼을...


The Office. 역시나...

라제폰. 여태까지 본 줄 알고 안 봤던 애니.

라제폰. 보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몇 화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좋아하던 남자의 손에 죽어가면서도 도시의 전등을 점멸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절규하던 조연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니 무수한 SF애니 중에서도 길이 남을 장면이다.

라제폰. SF 연애물. 과도한 휴머니즘으로 일본 SF애니는 사랑을 지구인이나 외계인 모두가 고민하는 우주적 고뇌로 만들어 놨다.

라제폰. 도쿄 목성. 라제폰이 무척 재미있었다. 허나, 얼토당토 않고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를 덕지덕지 갖다 붙인 서사가 무척 해괴하다는 점에서 일본 SF 애니만큼 통째로 '앞서 나간' 문화가 있을까 의문이다.

The Day Of The Triffids 2010. 트리피드니까 봤다.

일본침몰. 311 일본 대지진 후 토런트에세 인기리(?)에 유통되던 고마스 사쿄 원작의 일본 SF 영화. 영화 속의 센다이. 지진으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Battle Los Angeles. 지구 정복도 못하는 멍청한 외계인들이 쳐들어 온 이유는 미해병대의 진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인 것 같다. 영화 보는 내내 시간이 잘 가서 후속편이 나오길 내심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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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오기님 사이트에서 BikeTrack이란 프로그램 소개를 보니 칼로리를 출력하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자전거 주행의 칼로리 소비량을 계산하는 간단한 방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간단히 말해, 두 가지 중요한 팩터가 빠져 계산이 맞을 리가 없다. 

자전거 주행은 페달을 밟아 동력계를 움직여 지면 마찰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1. 경사로를 달릴 때 중력의 영향을 받고, 2. 유체(공기) 속을 진행하므로 공기 저항을 받는다. 3. 타이어가 노면에서 마찰을 일으켜 진행하므로 마찰력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 결과로 뱃살이  쭉쭉 빠져야 하는데, 달리는 만큼 더 먹게 되어(아울러 기초대사량이 늘어) 살이 안 빠지는 아저씨들이 많다.  

경사로가 업힐일 때는 몸무게에 비례해 뒤로 끌어당기는 힘이 크게 작용하지만 다운힐에서는 동력이 소비되지 않을 수 있다. 공기 저항은 면적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뿐만 아니라 바람에 맞서면 당연히 더 힘들고 바람을 등지면 항력이 감소한다(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샤방샤방 주행). 속도와 무게는 아주 중요한 팩터다. 몸무게가 줄면 덜 힘들다. 자전거가 가벼우면 덜 힘들다. 마찰계수가 작으면 덜 힘들다. 힘 좋은 아저씨들이 용을 쓰며 조금 앞서서 아줌마들과 200km를 함께 달려도, 아줌마들이 덜 피곤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중력, 공기저항, 마찰력에 더해 자전거의 동력계 손실(좋은 자전거와 덜 좋은 자전거의 차이)과 근육의 ATP 소비에 따른 동력 손실을 감안하면 칼로리 계산이 그렇게 간단히 끝날 리가 없다. 

바이크트랙이나 엔도몬도 등의 프로그램이 출력하는 칼로리 소비량은 믿을 수 없지만, 자전거 타기가 걷기뛰기보다 칼로리 소비가 더 크고 더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 선수가 아닌 한 아무리 빨리 뛰어봤자 자전거보다는 느리기 때문에 공기저항에 따른 항력이 속도 제곱에 비례해 더 작기 때문. 

공기 저항은 공기 밀도에 의해 결정되고 공기 밀도는 대기압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고도가 높으면 공기 저항은 감소한다. 그리고 맞바람은 주행속도를 깎아먹는다. 맞바람을 맞으면서 해수면에서 1500m 정상까지 업힐을 꾸역꾸역 오르다보면 존재론적 회의가 샘솟는 이유가 그래서다.

어느 정도 쓸모있는 칼로리 계산을 해보려고 심심풀이 삼아 웹을 뒤져 정리:
  • 공기저항: Fw = 1/2 x A x Cw x D x V^2
    A: Frontal Area (진행 방향으로 공기가 닿는 면적) 0.4~0.7
    D: 공기 밀도(Rho) 
    Cw: Drag Coefficient. 보통 0.5 (Cycle 0.36, 하이브리드 0.45, MTB 0.7, 투어 바이크 0.8)
    V: 속력 (시간당 이동거리)

  • 마찰: Fr = G * W * Cr
    G: 중력 상수. 9.81
    W: 자전거와 라이더의 무게를 합한 것
    Cr: 구름저항상수 (타이어와 도로 상태로 정해짐) 나무길 0.001, 콘크리트: 0.002, 아스팔트: 0.004, 울퉁불퉁한 포장길: 0.008. 
     
  • 중력: Fg = G * W * S 
    G: 중력 상수. 9.81
    W: 자전거와 라이더의 무게를 합한 것
    S: slope. 높이/이동거리.
     
  • F = Fw + Fr + Fg (watt)
  • 초당 칼로리 소비량 = F * 859 / 3600 / 1000 (Kcal/sec)
공기 밀도 얻기: 참조(http://wahiduddin.net/calc/density_altitude.htm)
  • D = P / (R * T)
    D: 공기밀도 kg/m3
    P: 압력(대기압) pascal (millibar * 100)
    R: 가스 상수 J/(kg*K). 287.05
    T: 온도. 섭씨+273.15
  • 예:섭씨 18도, 1020 hPa 일 때 공기밀도= 102000 / (287.05 * (18 + 273.15)) = 1.220
  • 고도에 따른 기압 변화: p = 1013.25 * (1 - h / 44330.76)^5.255879746 (사이트 참조)
자전거 주행 속도는 바람 방향의 영향을 받는다. 주의: 힘의 크기를 구할 때, 맞바람일 때는 속도에서 더해져야 하고, 등질 때는 속도에서 빼야 한다. 전세계의 weather station으로부터 수집한 풍향 및 풍속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보았다.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있다. 

일자별 기온,기압,풍향,풍속 정보 얻기 #2 (airport) (CSV 포맷)

이들 정보를 바탕으로 그나마(상대적으로) 정확한 칼로리 계산 프로그래밍 하기:
  • 입력 상수: 한 번 입력되면 그다지 변경될 일이 없는 정보
    자전거 종류 -> Cw
    자전거 무게 -> W
    사용자 몸무게 -> W
    전면 면적 -> A
  • 입력: GPX 등의 표준 포맷으로 입력받아 일괄 계산하거나, 실시간 계산할 때는 GPS 디바이스의 NMEA 출력 중 현재 측점과 이전 측점(n-1, n)이 필요.
  • Data Repositary: 풍향,풍속 정보를 얻기 위한 스테이션 위치 정보는 웹 사이트를 통해 매 번 query할 필요 없이 리포지터리 형태로 가지고 있으면 된다. 웨더 스테이션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한 번 설치하면 위치가 변경될 일이 극히 드무니까. 
    또한, GPS는 3D fix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위치 오차가 현저하고), 스마트폰에는 기압고도계 등의 정밀 고도계가 달려 있을리 만무하므로 현 경위도로부터 정확한 고도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DEM 파일이 필요. 한반도, 10mx10m 짜리 .bt 포맷 파일의 경우 약 870MB가 필요한데(작년에 필요해서 만들어봤다), 이런 걸 스마트폰에 넣고 다닐 사람들이 있을까? 웹으로 query 하려면 일정 시간 마다 측점 리스트를 보내 해당 경위도의 고도를 얻어와서 부하를 줄이던가 하는 방법을 사용. 풍향/풍속과 고도를 통해 알 수 있는 두 측점간 도로의 기울기는 속도와 중력의 영향이라는 자전거 라이딩을 무척 힘들게 하는 두 팩터를 알아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
칼로리 계산: 다음을 반복.
  • n-1번째 GPS 측점을 얻음 -> P
  • n번째 GPS 측점을 얻음 -> Pn 
  • P, Pn의 고도를 DEM으로 결정 
  • P, Pn으로 S (slope) 계산. S가 0보다 작으면 칼로리 계산에서 제외(?)
  • P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weather staion 2개로부터 시간을 감안해 풍향 벡터를 보간해서 구하고 풍속 역시 얻어온다.
  • P, Pn으로 벡터 구성하고 풍향 벡터와 풍속을 감안해 속력 계산 -> V
  • P의 고도 및 온도, weather station의 기압 등의 정보로 공기밀도 계산 -> D
  • 칼로리 계산 -> F
안드로이드용 프로그램을 짜볼까 하다가, 일단, 돈이 안 되고, 하는 일이 바빠서 미뤘다. 게다가 누가 그나마(?) 정확한 칼로리 계산에 관심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칼로리 계산 보다는 실시간 고도 측정이나, 풍향/풍속 등 라이딩의 질(?)을 좌우 하는 요소들에 더 관심이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어떤 경로의 업힐, 다운힐 구간을 미리 알아내거나, 트랙 정보를 바탕으로 업/다운 고도 합계를 구하고 풍향/풍속 정보를 바탕으로 라이딩의 난이도를 자동으로 결정해 보여주는, 무척 실용적인 용도로 말이다. 

그냥, 무의미한 수치를 출력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심술이 나서 부리는 오덕질이다. 

랜스 암스트롱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활동으로부터 Edword F. Coyle은 몇 가지 주목할만한 발견을 했다.  코일 박사의 얘기 중 요점을 정리하면:
  • 장기간 주행에서 탄수화물의 섭취는 근피로를 지연시킨다. --> 라이딩 중 가끔 에너지바를 섭취하면 덜 피곤하다.
  • 주행중 탈수는 심혈관 장애를 일으키며, 피부 혈류 흐름을 감소시킴으로써 심각한 고열을 유발한다. --> 한여름에 바보같이 이 지경이 되도록 주행하고 뻗고는 했다. 낙타도 아닌데 꼭 물을 마시자.
  • 소위, 피빨기는 라이딩의 고통을 무려 1/3이나 줄여준다. --> 코일 박사의 발견은 아니지만 중요해서 적었다.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뒤에 붙어 피빨기를 하면 아주 편하다는 상식이다.
참고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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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와르 아인

잡기 2011. 3. 9. 00:35
이번엔 아이패드2를 구입해야 할 것 같다. 꿈 속에서 나는 사막 한 가운데, 네 개의 실금같은 강이 모인 장소에 있었다. 전설적인 히와르 아인이 아이패드를 대형 프로젝터에 HDMI로 연결하여 천막에 영사하고 펀다멘탈리스트들 상대로 어떻게 하면 천당에 갈 수 있는지, 천당에서 어떻게 자기를 만날 수 있는지 당연한 PT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자색 토브에 검정색 아갈을 쓰고 모래에 몸뚱이의 2/3가 파묻힌 단봉낙타에 앉아 나눠준 말린 무화과와 대추야자를 씹으며 그걸 구경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모래밭에 야자수처럼 대가리만 나온 낙타에게 대추야자를 나눠줬다. 낙타가 게걸스레 무화과에 달려드는 바람에 내 손에 낙타침이 흥건히 묻었다. 여자는 PT를 멈추고 물끄러미 그 꼴을 쳐다 보다가 베일을 벗어 들고 다가와 내 손에 묻은 낙타침을 베일로 닦아줬다. 낙타는 벌떡 일어서서 퉤퉤 침을 뱉었고 여자는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나는 무화과가 든 접시로 낙타 대가리를 마구 때려 진정시켰다. 이게 대체 무슨 개꿈이지? 

출근길에 전후좌우를 꼼꼼히 따져 궁리한 결과, 아이패드를 사는 것은 알라의 뜻이며, 그게 가장 저렴하다는 계시다. 아이패드2는 내게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 없지만 딸애 교육에는 꼭 필요하며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굳이 아내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친절한 주석이 달린. 

두 말 하면 잔소리. 알라흐 아크바르!

뭘해야 보잘것 없는 삶에 광영이 쬘까? 내 물욕은 법정 스님 수준이라 아이패드 따윌 산다고 행복해지진 않았다. 아이패드가 공짜여야 행복한데(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니 그 소소가 제로로 수렴해야 행복이 극대화 되는 것은 자명한 수리다), 사실 정말 행복해지려면 버마 북부의 소수민족 아이가 정부 지원으로 태양광 발전 타블렛을 무상으로 얻어 집에서 우리 딸애처럼 히히덕거리며 재밌게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어디가나 '정의란 무엇인가?'에 관한 얘기를 들어서 읽어본 것 같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났다. 별 생각없이, 이런 고색창연한 칸트주의가 새삼스레 회자될 정도로 사람들이 생각없이 살던가, 책을 안 읽긴 안 읽는구나 하고 말았던 기억이 났다(그렇다고 책을 이것 저것 아주 많이 읽어 어쩌다보니 계보 따라 지젝까지 읽고 나대는 녀석들의 꼴은 영 마뜩찮고). 하여튼, 정언명령과 공리주의는 배치되는가? 저걸 어린 시절에 생각해 봤고(답 없다, 선택이다) 지금 와서 다시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선 밥 먹듯이 법을 어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버마 북부의 가난한 소수민족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 자연인은 값어치가 낮다. 하도 낮아서 주위에서 기운을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 그게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인데 인류의 생존술 중 가장 강력하다. 당신의 욕심과 위선에서 비롯된 찌질하고 메스꺼운 견해도 인내심을 갖고 들어보겠다. 참고 들어주지 못할 땐 아무래도 주먹이 나갈 것 같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선 밥 먹듯이 법을 어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짹짹끝-

세미나 참석하고 받은 태양광 발전 모듈은 휴대폰을 300mAh 정도 충전할 수 있었다. 비상시에도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이는 있으나 마나한 가젯. 태양광 발전 모듈과 연결된 Celltide의 보조 배터리팩 AnyCharge 4는 5200mAh 용량. 

7만원대에서 판매되는 애니차지4를 소셜 커머스를 통해 배송료 포함 3만8천원에 구입했다. 24pin TTA 차저로 충전할 수 있고 출력은 표준 USB Type A 커넥터. 테스트:
  • 유전원 USB Hub에 연결하는 어댑터는 5V, 1.5A 출력. --> USB Hub에 USB to TTA 24pin 변환 케이블을 사용해 애니차지4를 충전. 게이지로 확인해 본 바로는 400mA/h 정도로 충전된다. 즉, 5200mAh를 모두 충전하려면 13시간 가량 걸린다. 이게 TTA 케이블 탓인지 유전원 허브 탓인지 알아보려 다시,
  • 유전원 USB Hub --> 옵티머스Q 충전할 때는 540mA/h 로, 만충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
보조 배터리 팩은 4.7V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5V를 출력하므로 변환손실이 있다. 효율을 90% 정도로 가정하면(아마도 벅 컨버터의 효율 및 손실을 감안하면 그쯤 나올 것 같다) 1350mAh인 옵티머스Q의 배터리를 3.5회 가량 충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옵큐로 약 5시간 동안 GPS logging이 가능한데, 여기에 블루투스를 이용해 음악을 들으면 4시간이 빠듯하다. 배터리팩으로 수혈하면 GPS+블투 플레이 시간이 이론적으로 4.5배(18시간)가 된다. 20000mAh 에네루프 전지 4개 가격이 만원 가량 하니까, 이런 걸 득템이라고 할만.


System Panel로 본 배터리 사용량. 좌측: 약 1주일 동안의 배터리 사용 패턴. 일반적인 용도로 약 이틀이면 완전 방전. 우측: 3월 1일 관악산 트래킹 중 배터리 사용 패턴. GPS 트래커 앱인 endomondo 및 MP3를 플레이 하면서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청취. 로그스케일의 엄청난 CPU 사용량. 추세대로면 오후 4시 무렵에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어야 하나 보조 배터리팩으로 충전하면서 사용. 충전량 > 사용량 이라 그래프가 업슬로프. 야호!

LG U+는 3월부터 점진적으로 CDMA Rev.B 망을 확대해 갈 예정이란다(LG는 LTE하기도 바쁠텐데?). Rev.B는 음성 통화 중에도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며, 데이터 통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동호회 회원들 평가에 따르면 옵티머스Q에서 Rev.B로 전환하는 간단한 세팅으로, 심지어, 배터리 시간도 늘어난단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프로요 업데이트 후(LU230053) 블루투스 헤드셋과 페어링할 때 있던 사소한 버그가 사라지면서 나침반에 오차가 생기고 A-GPS 데이타를 제 때 다운받지 않아 위치 오차가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었다. 

LU230054 업데이트를 하고 나니 A-GPS 데이타를 정상으로 수신할 뿐더러, 나침반 오차가 적어졌다. LG에서 적어놓은 개선 사항에는 일부 동영상 재생 문제 개선이라고 적혀 있었다. 

옵큐의 프로요 소스가 공개된 후, 소위 F4 들의 활약으로 커널 소스 자체를 변경하는 커스텀 커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2011.03.02 현재). 
  • ext4 및 CIFS 마운팅 -- 와이파이로 집안 네트웍에 붙여 동영상 실시간 재생하는 목적으로 CIFS를 마운팅하는 것인데, 애플의 에어플레이와 비슷하지만 720p를 무리없이 재생하는 옵티머스Q다 보니 에어처럼 인코딩이 필요없다.
  • 터치 패널 응답성 및 n 점 터치 개선
  • 리누스 토발즈도 놀랐다는 200줄의 기적 -- 커널 스캐줄러 개선
  • 오버 클로킹
  • 초당 프레임수 패치
  • 숨겨진 4GB 내장 메모리 살리기 등 
별별 작업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 가만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하늘에서 꿀떡이 비처럼 내린다. 심지어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커펌 작업을 거의 원터치로 처리해주는 옵큐마이저란 프로그램도 있었다. 옵티머스Q는 심지어 교과서에서 스마트폰의 모델로 등장한다.

교훈: 남들이 정열적으로 사용하는 폰을 구매하면 덕 본다. N5800 때는, 기기 자체가 좋았지만, 열정적인 유저들 때문에 덕 많이 봤다. 옵큐도 마찬가지다. 내가 갤럭시S나 아이폰을 구입했더라면 이만큼 만족했을까? 만족에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0원). 

unionFS류의 유틸리티를 사용해 옵큐의 숨겨진 4GB 내장 메모리를 /sdcard에 마운팅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기는 귀찮아 대충  적어두기만 하자. 누군가 해 보고 잘되면 정리해서 알려주겠지. 예:

# cat /etc/install-recovery2.sh 
/system/bin/fsck_msdos -y /dev/block/mmcblk0p4 
mkdir -p /mnt/sd2/sd2 
mount -t vfat -o /dev/block/mmcblk0p4 /mnt/sd2/sd2 
mount -t unionfs -o dirs=/mnt/sd2,/sdcard none /sdcard


요새 옵큐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tweetdeck이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이 두 프로그램만큼 사용량이 많지는 않았다. 좌측: Google Listen. 매일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팟캐스트로 박경철, 손석희만 들어도 무려 2.5시간. 특히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에서는 시중 뉴스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뉴스 언저리 얘기를 가끔 들을 수 있다. 우측: gReader. RSS 리더. 

이 좋은 휴대폰을 2월 14일 저녁 8시 15분에 잃어버렸다. 블투 헤드셋으로 박경철을 들으며 퇴근길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가 출발하고 20m쯤 진행하자 소리가 끊겨서 알았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일어설 때 비쭉 튀어나와 좌석에 떨어진 것 같다. 택시를 타고 버스를 따라가고 싶지만 택시가 안 온다. 안절부절 하다가 다음 버스를 타고 쫓아가며 기사에게 같은 회사 버스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정류장에서 내려 같은 번호 버스를 타고 기사 아저씨에게 앞 버스에 떨어진 휴대폰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전에 기사 아저씨 휴대폰을 빌려 문자를 먼저 보내고 통화 시도를 해 보았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앞 버스는 여덟 정류장 쯤 앞서 가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에게 부탁해 운수회사를 경유해 앞 차 버스 기사와 연락이 닿았지만 해당 좌석에는 이미 휴대폰이 없단다. 일단 차고지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를 뒤져보니 휴대폰이 없다. 

차고지에서 전화를 빌려 내 휴대폰으로 연락하니 연락이 닿았다. 4거리에서 내 휴대폰의 벨 소리가 울렸지만 어떻게 전화를 받아야 할 지 몰라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벨이 끊겼단다. 짧은 시간에 전화기를 찾아 사례하려니 손사례 치고 달아나신다. 달아나느라 무단횡단 하다가 차에 치여 다칠 뻔 하셨다. 머쓱.

짧은 시간이지만 휴대폰을 잃고 식은땀을 흘렸다. 일정이나 연락처는 늘 구글 서버에 백업이 되어 있지만 백업이 안 된 중요 자료가 몇 개 있었다. 떠난 버스를 잡으려고 쫓기보다는 집에 얼른 가서 인터넷으로 휴대폰의 파일을 삭제했어야 했다. 

주말에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블투 헤드셋으로 컬투쇼를 들으며 미친놈처럼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보조 배터리 팩을 2월 14일에 구입했으니 벌써 3주가 되었다. 배터리 걱정을 안 해도 되니 편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Nokia Bicycle Charger Kit DC-14를 구입할까 망설였다. 허브 다이나모는 발전이 필요없을 때도 주행 중 일정한 드래그를 만든다. 게다가 값비싸다. DC-14같은 bottle dynamo는 필요없을 땐 부하가 되지 않고, 회전속도가 빨라 저속에서 발전이 가능하고 더 소형화가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단점은 타이어를 갉아먹고 눈비 올 땐 사용하기 어려우며 도난에 취약.  보틀 다이나모의 단점이 모두 허브 다이나모의 장점이 된다. 그런데 타이어란게 어차피 소모품이고(내 경우 2-3년에 한번씩 교체) 옆줄 갈리는 건 주행에 영향을 안 끼치니 굳이 단점이 되지 않는다. 

eBay에서 DC-14를 구입했다가 결재 안하고 취소했더니 eBay에서 경고를 먹었다. 나온지 얼마 안 되었고, 당장 필요하지 않으며, 기다리다보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아내는 미니벨로를 동생에게 주고 자기에겐 새 자전거를 사달라고 말했다. 자전거가 불편하단다. 쇼핑몰을 뒤졌지만 적당한 가격(?)에 쓸만한 자전거를 찾지 못했다. 아내가 다시 얼마간 자전거를 타 보더니 굳이 자전거를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단다.  

딸아이는 지난 3개월 동안 2cm 가량 자랐다. 벌써 세 번째로 자전거 안장의 높낮이를 조절했다. 간단한 정비도 했다. 전보다 아이의 힘이 좋아져 네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딸애 자전거를 쫓아가느라 숨이 찰 지경. 어떻게 하나 보려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라고 했더니 중간에 멈춰 벤치에 앉아 아빠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성격이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기다리지? 혼자 그렇게 앉아 햇볕 쬐고 있으면 지겹거나 무섭지 않나? 

몸을 풀 겸 자전거를 두 번 타 보고, 아이 자전거를 헐레벌떡 쫓아다닌 것 빼고는 2월에 운동이라고 한 것이 없다. 3월 1일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처럼 관악산에 갔다. 

과천역 도서관 앞에서 출발. 눈은 거의 다 녹았고 개울물이 흐르기 시작. 경칩이 머지 않았다.

마하반야바라밀 약수터에서 물을 마셨다. 연주대에 올라가 컵라면을 먹고 내려오기로 내심 목표를 정했다.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운데다 길이 많이 막혀(등산객들로 붐벼) 정상까지 오르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연주암. 산을 좀 오르니 눈이 쌓여 있다. 아이젠을 안 가져왔다. 생각해 보니 이 사진들은 아빠가 어디 돌아다니는지 보고 싶다고 아이가 찍어오라고 해서 휴대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사진 따위야... 뭐... 직접 가서 봐야지.

연주대. 더 이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기온이 올라 증발한 수증기로 대기가 뿌연 상태. 레이더 관측소가 몇 년 전부터 일반에게 개방되었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었다. 컵라면 다 먹고 바람 맞으며 챙겨온 사과를 씹었다. 사당으로 갈까 팔봉능선을 탈까...

연주대에서 바라본 사당 방면. 클릭=확대. 아이젠이 없으니 좀 쉬운 길로 가야겠다. 사당으로.


클릭=확대. 이렇게 보니 눈이 꽤 많이 온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았다. 아이 보여주려고 별 걸 다 찍는다. 

레이다 관측소에는 별다른 볼꺼리가 없었다. 인터넷으로도 기상청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레이다 사진을 PC로 보여준다. 창밖에 망원경을 설치해 볼 수 있게 해 주지. 그리고 이 지점의 기온, 기압, 풍향, 풍속 등의 데이터를 보여주던가. 그러면 GPSr이나 기압계가 달린 시계를 들고와 제대로 교정할 수 있는데...

사당 쪽으로 내려오다가 뒤돌아 찍은 사진. 아이젠 없이 소복히 눈이 쌓인 길을 걸으려니 엉거주춤 오리 자세로 뒤뚱뒤뚱 하다가 미끄러져 거의 썰매 타듯이 내려왔다. 알 배기겠군.

사당역 앞 서울 시립 박물관 사당분관. 별 생각없이 들렀다.

100년 되었다는 문 손잡이를 열고 들어가니 커플 지옥이 펼쳐졌다. 전시 주제가 도시 풍경이었던가? 지저분한 urban sprawl이 뻗어가는 광경을 한두 번 보면 재밌긴 하지만 자꾸 보면 질린다. 

4시간 동안 10.3km를 걸었다. 요새는 산길 10km 걸은 것으로는 운동이 안 되는 것 같다. 연초에 산길을 걸을 때 평속이 8kmh가 나왔던 것은 안드로이드 앱인 엔도몬도의 버그 때문인 것 같다. 

3월 5일. 모처럼 자전거를 탔다. 약 74km 가량 되는 염통길을 돌기로 했다. 오랫만에 제대로 자전거를 타는 거라 무리하긴 힘들다. 만날 가는 곳만 가게 되니 많이 지겹다. 어쩌겠나? 겨울내 떨어진 체력을 틈틈이 보강해 두어야 여차하면 자전거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아내 말로는 서울-원주간 기차 구간을 없애고 자전거 도로를 만든단다. 작년마냥 우울한 다람쥐처럼 같은 코스를 쳇바퀴 처럼 돌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상급식을 결사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심혈을 기울여 건설하던 플로팅 아일랜드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이것도 '디자인 서울'의 일환일까? 또는... 여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하이힐이 빠진다며 보도블럭의 틈새를 없애 장마 때 물이 빠져 나가지 않아 도로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한강이 범람하면 이 구조물이 뜬다고 했던가? 흙탕물이 범람하여 가로등 꼭대기만 간신히 콩나물 대가리처럼 물 위에 떠 있을 때 고고하게 홀로 둥실 떠서 디자인 서울을 빛내줄 플로팅 아일랜드가 어쩐지 기괴할 듯. 

안양천-과천-잠실-반포대교를 지나 한강으로... 오세훈 시장이 한강변 고층 아파트 건설을 허가했다는게 사실일까? 

맞바람 때문에 평속이 확 떨어졌다. 다리가 무겁다.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먹었다. 살 것 같다.

안양천 합수부. 여기 도착할 때까지 계속 불어오던 맞바람이 수그러들어 조금 더 가보기로 했다.

가양대교. 둔치길을 오가는 자전거가 나날이 늘어간다. 

가양대교. 요트가 다닌다. 언젠가는 중고 요트를 구입해 거기서 먹고 자고 할테다.

사진을 찍다보면 항상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각도로 찍는다. 한숨. 컵라면을 먹는 바람에 배가 불러 행주산성 아래 잔치국수 집에 가서 국수를 먹고 온다는게 의미가 없어졌다. 자전거를 돌렸다. 맞바람을 맞으며 20kmh로 비실비실 달리다가 자전거를 돌리니 금방 27kmh가 나온다. 

사진 대부분은 photoworks로 변환해 블로그에 올렸다. 이번에는 photoworks 대신 imagefree라는 몇 가지 특허를 가진 국산 프로그램을 사용해 봤다. 화질 손상 없이 상당히 크기를 줄일 수 있다. 후보정을 할 수 없는게 단점이고 UI는 만들다 만 것처럼 완성도가 떨어졌다.

엔도몬도 기록은 86.45km, 20.1kmh, 4h13m, 2905kcal. GPSr에는 84km, 19.8kmh로 나왔다. 앱이기에 훨씬 더 발전할 여지가 있지만 아직 GPSr을 대체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자세하게 얘기하려니 귀찮아서 생략.

보조 배터리와 휴대폰을 자전거 사이드 포켓에 넣어두고 전류를 철철 흘리면서 주행시간 4시간 및 부수적인 이동 시간(사실 주행거리를 다 합치면 100km쯤 나온다) 등을 포함해 5.5시간 동안 배터리 신경 안 쓰고 마음껏 돌아다녔다. 보조 배터리 구입하길 잘했다.

good wife. 처음 보는 광경. "일라이, 후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뭔줄 알아요? 트렌디하지 못한 거에요. 2008년의 힐러리를 봐요." S02E13 에피소드에 멋진 반전이 둘 있었고 good wife는 내 기준으로 명작 반열에 들었다. 

Black Swan. 조류떼가 나와 춤추는게 재밌던 적이 없지만 발레로 두 번쯤 보고 이번엔 영화로도 본 셈. 흡사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기라도 한 건지 감독이 작정하고 카메라로 오직, 이 배우만 비춘다. 말하자면, 배우로는 '복받은 년!' 이러고도 상을 못 받으면 이상한 거지 싶다. 취향에 안 맞아 영 재미가 없었다.

세기말 오컬트 학원. 작중 설정은 2012년 멸망. 노스트라다무스의 키를 찾아 파괴해 세계 멸망을 막아야 한다.

이 애니에서 소위 '서비스컷' 없이 지나가는 꼴을 못 봤다. 진짜 오컬트 오타쿠 하나 붙여서 warehouse 13처럼 괜찮은 오파츠을 중심으로 극을 전개하면 좋았을텐데, 첫 1,2 화 지나고 마지막 화까지 갈수록 김이 새는 전개. 개그로 대충 때우고 작화도 대충 해 버리고 시나리오는 기대 이하고. 

Tron: Regacy. 스팍스테이션의 솔라리스에서 레이저 작업 하는 진짜 레거시한 광경. 내가 트론을 언제 봤지? 메타암페타민류의 환각에 빠진 컴퓨터 너드가 창조한 네온의 세계. 따라서 해커 자곤에 나올법한 용어들이 환유되고 그 의미가 내포된 개체가 팔팔하게 살아 상호작용 하는 꼴을 환호성을 지르며 보았다. '당시' 퓨처리스틱한 컨셉을 디자인한 이가 블레이드 러너로 유명한 시드 미드였다. 트론은 그야말로 해커 테크널로지를 다룬 20세기판 마네였고 모네였다. 그래서 트론 레거시는 트론의 복원판, 트리뷰트일 꺼라고 짐작했다... 완전 똥 밟았다. 원 세상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잖아?  요점(pointer)이 공허(NULL)하고 문맥이 무의미하다(out of context). 

문득 생각났다. 세월이 흘러 다소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한국에서 소설에 과학기술을 반드시 친절하게 설명하고야 말겠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문민을 계몽하겠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이를테면 정재승처럼 손발이 오그라드는 SF를 쓰는 작가들이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 트론의 레거시를 보전하지 못할 것 같으면 이름을 빌지 말고 새걸 만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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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t4

잡기 2011. 3. 4. 18:00
심심할 때 즐겨보는 얼트에스에프에서 작년 국내 출간된 SF를 대상으로 순위놀이를 했는데 이언 뱅크스의 대수학자가 2등, 어슐러 르귄의 하늘의 물레를 1등으로 꼽았다. 

좌빨 신문기자가 술 잘못 마시고 체해 변기에 머리를 박고 토하면서 헤겔을 웅얼거리는 듯한 이언 뱅크스의 무척 독특하고 난해한 문체 때문에 번역이 좀 거슬린다 싶지만, 서양 사람들이 동양철학을 이해하려고 애만 쓰다가 변죽을 울리는 꼴을 자주 보았던 탓인지 르귄의 장자 인용은 보고 있자니 귀는 물론 온 몸이 간지러웠다(허나 헤세의 싯달타는 그 지경은 아니었다).

동양사상이 서양인에게 이해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몇 년 전에 외국인에게 부디즘과 노자를 그들의 언어로 설명할 때 묘한 경험을 했다. 영어를 사용해 영어가 일정 정도 강제하는 사고의 틀로 기술하다 보면 중요한 뭔가가 슬슬 새어나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꾸란의, 뭘 어떻게 번역하던 어설픈 영역판(여섯 종류를 비교하면서 읽은 적도 있다)을 읽으면서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따라서 동양인인 나는 노자나 장자를 읽고 뭔 소린지 알고 천만가지 은유가 함축된 글자와 글자사이의 은하만큼 벌어진 공간에 관해 적확하게는 아니더라도 그것이 존재함을 대충 알아 먹겠지만, 내 능력으로는 '번역'이 안되는 것들이 좀 있지 싶어졌다. 두번 째로, 소재 운용 면에서 르귄은 젤라즈니와 비교가 되었다. 그리하여 하늘의 물레는 내 경우 대수학자에 한 끝발이나... 두 끝발 아래였다.

이언 M 뱅크스와 이언 뱅크스 사이에 별 차이를 못 느끼는 관계로  성명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 뱅크스는 대단해서 나오는 족족 쪽쪽 빨면서 읽어주겠다. 최씨 일가는 그의 스펙타클한 사가를 몇 권쯤 낼 꺼라고 몇 년 전 말한 바 있어 굳이 원서 찾아 읽지 않고 기다렸다. 그래서 언제 나오는 건가,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은? 설마, 출판사 사정으로 원고가 산에 가 있는 것일까? 킨들 설치하고 아마존에서 ebook을 구입해 읽어야 하나? 한 번 클릭으로 전자화된 돈이 가뿐하게 날아가는데.

이해할 수 없는 꿈을 꾸었다.  한 번은 내 손가락에 결혼 반지가 없는 꿈을 꾸었고(결혼 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데 그게 왜 꿈에 나타나지?), 검은 옥으로 된 두 개의 반지를 결합해서 인피니티 모양을 만들고 손가락을 넣었더니 이상한 행성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20년 후에 서로 알게 된 어떤 사람에 관한 꿈을 꾸었다 -- 꿈 속에서 미러세이드를 통해 타자화 되는 것은 기괴한 경험이다.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 늘면서 개꿈도 늘어갔고 꿈이 늘어가면 나는 성마르고 공격적이 된다. 비몽사몽 살아가는 것도,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꿈을 꾸는 것 같지도 않은 이상한 상태가 한 동안 반복되었다. 그래서 밤마다 술을 마셨다. 

닭이야 두 개의 날개로 홰를 친다. 치킨집에서 시킨 치킨 날개는 가끔 세 개였다. 아이가 궁금하면 알려줘야 하므로: 갑각류는 다리가 열 개, 거미는 여덟 개로, 여섯 다리를 가진 곤충과 분류가 다르다. 동물들, 곤충들, 날아다니는 것들. 이제 아이는 새들이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뼈 속이 텅텅 비어 있다는 것을, 화이트 팁 같은 벨로키랍토르가 털로 뒤덮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새 눈은 또 어떻고. 8천만년 전의 포식자 눈알은 저렇게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새의 이름을 열심히 되뇌었다. 참매를 좋아했고 참매와 황조롱이와 수리를 구분하기가 나한테는 까다로웠다. 가끔 산에서 꿩과 딱따구리를 본 적은 있지만 때까치의 기괴한 습성을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중대백로와 왜가리와 두루미의 차이도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아이가 여자애라서 그런건지 유아기의 본성적인 습성으로 말미암은 카피캣이라서인지 아이가 알고 싶어하면 알려주고 나도 알게 되면 그 덕에 공부를 해서 더 자세히 알려주고 그러다보면 아이가 점점 오타쿠가 되는 것 같았다 -- 맹금을 다루는 최신작 EBS 다큐프라임 306, 307 사냥의 기술을 구해 함께 봤다. 나레이션은 영 안 어울렸다.

한동안 facebook 소셜 게임인 City Of Wonder를 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불필요한 고생을 하고 있지만 게임을 하면서 짠 전략을 정리하자면:
  • 현실과 마찬가지로 요점은 돈.
  • allies를 많이 확보할수록 레벨업에 유리. -> 돈과 xp
  • 금은 marvels를 건설하거나 reserch에 투입하기 보다는 bounary(영토) 확장에 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안 그러면 지었던 건물 저장해 두거나 똥값에 되파는 일이 생기게 된다.
  • 인구를 늘리기 위해 초기에 많은 residential를 확보. residential를 많이 확보하려면 cultural building과 decoration이 많아야 하는데, 저 레벨에서는 cultural->scribe, 중간 레벨에서는 temple과 granary가 제일 가격대 성능비가 나았고 레벨이 올라가면 clean up에 많이 시간이 걸리므로 cloaca maxima나 modern sewer를 지어놓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에 expedition을 cultural exchange로 줄기차게 지속하고 레벨업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건물을 지을 때 가격과 획득하는 점수를 비교해보면 가성비가 좋은 몇몇 아이템이 눈에 띈다.
  • 돈을 많이 벌려면 생산을 많이 해야 한다. 생산을 많이 하려면 farm을 늘려야 한다. farm을 늘리려면 인구를 늘려야 한다. 생산 중 으뜸은 4시간에 3000 이상씩 버는 것들이지만 회전이 느리기 때문에 저 레벨에서는 5분이나 30분으로 걸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4시간 짜리를 점차 늘린다. 
  • expeditions에는 세 가지 타입이 있다.
    • cultural exchange: level up에 필요한 xp를 확보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푼돈만 나간다. 
    • trade는 푼돈 밖에 모으지 못하는 것 같고 생각보다 실패율이 높다. goods에서 farm과 mine으로 돈을 버는 것이 더 낫고 아울러 xp도 확보할 수 있다.
    • attack은 얻는 것이 사람이고 잃는 것도 사람이다. 인구는 resident로 조달하고 아울러 xp도 얻는 것이 낫다.
  •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city of wonder 플레이어들이 attack과 trade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 따라서 expeditions에서 cultural exchange가 가장 유리하다.
  • expedition할 때 자기보다 레벨이 낮고 won 보다 lost가 큰 상대를 공략하면 거의 지는 일이 없다.
  • reserch는 이에 맞춰서 진행.
  • 요약하면, 인구 늘리기->cultural/decoration 많이 짓기->farm 짓기->돈 벌어서 residental/cultraul/decoration에 투자->expedition(cultural exchange)으로 추가 xp 확보->레벨 업
  • 하다가 지겨워서 언제 관둬야 하나 뭐 그런 생각만 들었다.
2/2 광교산에 아이와 같이 갔다. 별로 산 같지 않아 산책하듯 다니는 곳이지만, 아직 눈이 덜 녹은 산길을 함께 꾸역꾸역 걷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딸애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다가 중심을 잃고 진흙탕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눈으로 바지에 묻은 진흙을 털어냈다. 어쩌다 보니 인적이 없는 산길로 갔다. 딸애가 무서워해서 일찌감치 내려가기로 했다. 

길을 찾으려고 휴대폰을 꺼냈다. 프로요 업그레이드 후 휴대폰의 나침반을 매 번 교정해 주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을 가르켰다. 지오마그네틱 센서의 교정은 휴대폰의 무게중심을 기준으로 3축 방향에 따라 각각 두 바퀴씩 회전시켜 주면 된단다(일부는 평면 8자 회전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휴대폰의 나침반이 엉뚱한 방향을 가르켰다. 이럴 때면 GPSr이나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 겸 전자나침반이 그립다. 휴대폰의 나침반 때문에 최근에 여러 번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간 적이 있다. 맑은 날이 아니면 생각보다 방향 잡기가 어렵다. 

2/5. 날이 풀렸다기에 모처럼 미니벨로를 타고 한강에 나갔다. 저 멀리 행주산 아래에 있는 잔치국수집에서 국수 한 그릇 먹었다. 현금이 한 푼도 없어 카드로 결재했다. 오랫만에 자전거를 몰았더니 다리가 뻣뻣하다. 며칠 후 어떤 바이크 라이더의 사진을 통해 국수 가격이 500원 오른 사실을 알았다. 얼음은 녹고 인플레는 필연적으로 보였다.

신기해서 찍었다.

안양천에서 미니벨로를 몰고 가던 나이든 아저씨가 쉬고 있는 내게 다가와, 다짜고짜 날더러 왜 미니벨로를 타냐고 물었다. 그 분은 자기 아들의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가 사람들에게 사정없이 추월당하고 딱딱하고 작은 안장과 낮은 핸들 때문에 어깨와 엉덩이가 쑤셔서 그만 팔아 치우고 MTB를 구입하고 싶단다. 

아들의 자전거라는 티티카카를 보니 돈을 들인 흔적이 여럿 보였다. 드롭바 핸들과 전체 소라 구동계, 값비싼 스탠드, 고압 타이어로 교체 등등... 그 아저씨더러 나는 한강변에서 13만원짜리 싸구려 미니벨로를 타며 왠만한 MTB는 추월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미니벨로의 장단점에 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해 주니 MTB 살 생각은 접은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잘한 짓 같지 않았다. MTB로 바꿔봤자 똑같이 어깨와 엉덩이가 쑤시다는 것을 알고 그런 잠시 동안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2.16짜리 두꺼운 타이어와 무식한 스레드 패턴 때문에 자전거가 잘 안 나가야 당신의 심장과 엔진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6~7년 전이던가? 아무 생각없이 처음 자전거를 타던 무렵이 생각났다. 그 때와 뭐가 달라졌을까. 폐활량 확보 때문에 담배를 줄였다. 다리에 근육이 약간 붙었고 그 때문에 체중이 2kg 가량 늘었다. 그 뿐이다. 

수원(역사) 박물관에 갔다. 경기대 내에 있는 줄 알았는데 경기대 후문 쪽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있었다. 생각해 보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몇 번인가 박물관 입구를 봤는데 전혀 엉뚱한 곳으로 착각했다. 딸애와 걸으며 육포를 씹었다. 광교 저수지에서 경기대의 한적한 캠퍼스를 지나 한 시간쯤 이리저리 한가하게 헤메다가 도착했다. 

옛날 수원 저잣거리를 재현했다. 눈에 띄는 것이 이 화춘옥. 수원갈비가 시작된 역사적 장소. 수원에 이사 와서 아직도 수원갈비를 먹어보지 못했다. 화춘옥이 이름을 바꿔 몇 년 전에 다시 문을 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게 이름이 뭐 였더라? 

여자 화장실에는 당연히 있겠지만 남자 화장실에 아이용 변기 커버가 있는 걸 처음 봤다. 어린 여자아이를 아빠가 데려가 오줌을 누이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 탓인지 무수한 공공건물에서 이런 배려는 참 드물게 보았다. 이왕이면 아이 키에 맞는 낮은 변기였으면 더 좋을 뻔 했다 -- 의왕시의 어떤 공공건물에서 본 적이 있다. 세면대에 발판 있는 건 양반이고, 계단 난간에 가이드 레일을 어른 키와 아이 키에 맞춰 각각 만들어 놓는 배려 역시 보기 드물었다. 

딸애는 퍼즐을 잘 하는 편이다. 200조각짜리 직소 퍼즐을 맞추기도 했다. 경기도 박물관 옆에 별도로 마련된 건물이 통째로 어린이 체험관이다. 칠교 놀이를 몇 번 해보고 나서 아내가 아이에게 칠교를 두 세트 만들어줬다. 

음... 그런데 박물관 건축 디자인이 영 마음에 안든다. 

2/10 목요일 밤에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 아내와 교대로 돌봤다.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이 내렸다. 잠을 못 잤다. 여전히 24시간 깨어 있는 기분이다. 영혼은 어딘가 어두운 구석을 방황하는 것 같았다.

2/13, 아침에 청국장을 끓여 먹었다. 꽤 맛있다. 간식으로 팝콘을 만들고, 저녁에는 해물칼국수를 만들고, 밤에는 내 술안주 꺼리로 이런 저런 야채를 튀겼다. 뭘 만들어도 맛있었고, 성공했다. 아내는 딸애와 음식을 함께 만드는 일이 드물었다. 아내의 친척 아이가 주방에서 알짱대다가 펄펄 끓는 기름을 뒤집어 썼단다. 그래서 아이가 주방에서 어슬렁거리지 못하게 막는다. 

집에서 공주처럼 자란 여자애가 학교 졸업해서 집에서 먹고 자며 직장생활을 하는 탓에 저 혼자 밥 한끼 차려먹지 못하는 안쓰런 꼴을 안 보려면 음식 만들어 먹는 걸 좀 가르쳐야지 싶다. 최소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게 그리 힘든 일이 아니고, 심지어 재미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 아내야 뭐, 음식 만들기를 노동으로, 귀찮게 여겼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음식을 만들지만 언제나 음식 만들기를 즐겼다. 아내와 나는 이념의 차이로 김치찌게를 끓이는 방식이 다르다. 아내는 김치찌게에 설탕을 넣지만 나는 양파로 단맛을 냈다. 아내는 김치를 그냥 볶다가 끓이고 참치 캔을 대충 넣지만 나는 참치액에 김치를 볶다가 나중에 참치 건더기만 넣어 끓였다. 된장찌게를 끓이는 방식이나 콩나물국, 된장국을 끓이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아내는 끼니를 때우고 나는 요리를 즐긴다.  

결혼 전 십여년 자취생활을 했지만 음식은 뭘 해도 꽝이었다. 자포자기한 채 대충 해 먹으며 살다가 작년 어느날부터 내가 하는 음식이 맛있어졌다. 그래서 음식 만드는게 즐거워졌다. 양식은 계량 대로만 하면 거의 실패하는 일이 없지만 한식은 계량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같은 재료를 써도 소위, 손맛이 안난다; 미역국이나 콩나물국에 딱히 레시피라 할 것도 없었다. 내가 얼마나 음식을 잘하게 되었는지 바깥에 나가 음식점에서 사먹는 것이 맛없다.

휴일 하루종일 집에 붙어 있으면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딸애는 갖가지 감정 상태를 오락가락했다. 93.1 FM을 틀어놓고 책을 읽었다. 아이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곡을 흥얼거리며 다시 듣고 싶다며 컴퓨터로 찾아달라고 졸랐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 행진곡과 Mozart Piano Sonata No. 11 A Major, KV 331, Alla Turca (allegretto), 소위 터키 행진곡. 아이가 음악을 찾아달라는게 신기했다. 듣고 싶으면 뭐든 퍼부어줄 수도 있다. 뭐라도 하나 취향이 일치했으면 좋겠다.

127 Hours. 대니 보일의 영화. 좋은 감독이다. 저질 중국제 칼로 바위 틈에 낀 자기 팔을 썰어 살아났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다고 돌아다니는 짓을 다시 안하게 될까? 주인공은 이때의 경험 때문에 어디 갈 땐 가는 곳을 메모로 남긴단다. 주인공과 비슷한(혼자 돌아다니다가 죽을뻔한) 경험들이 있어서인지 싱크로율이 높았다. 

Dead Space Aftermath. 게임을 영화로 만든 거란다. 똥 밟았다. 

Eat, Prey, Love. 책을 안 봐도, 영화만 봐도, 별로 정이 안 가는 드라마.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람 만나기라는 생각에 별로 공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 여행 중에 아쉬람은 일부러 피했다. 아쉬람에 틀어박혀 공염불 한다고 인생이 개선되는 팔자가 아니다 보니까. 아마도 (소위 섹스구루인) 오쇼 라즈니쉬 영향 탓일께다. 난 그 놈이 별로였다. 마찬가지로 라엘도 별로였다. 루머에 따르면 라엘은 라즈니쉬로부터 영향을 받았단다. 그래서 라엘이 젊은 처녀(무슨 엔젤단이라고 하더라)들에 그리 집착하는구나...

Endhiran. 80년대 계몽영화 필이 나지만, 후반부는 기차게 흥겹다. 몇몇 사람들은 이 영화를 심형래의 영화와 비교하기도 했다. 전자는 재밌는데 후자는 왜 재미없을까? 같은.

Lost Girl. 서큐버스가 주연인 미드. 서큐버스 역을 맡은 주인공 뒷조사를 해보니 저 여자가 무려 40대였다. 남자들 기를 빨아먹어서 피부가 저런가? 가끔 보긴 하는데 재미는 별로. 뱀파이어물, 수퍼내추럴류, 이런 것들에 취향이 없는 탓인데, 그런 종류의 미드들이 주로 여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만든 거라고 굳게 믿었다.

Misfits. 십대 찌질이들이 이상현상으로 초능력을 얻게 되었다. No Ordinary Family에서 이미 시사한 것처럼, 착한 사람들은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착하게 살고 악당은 악당답게 살고 찌질이는 찌질이답게 산다. 2기 다운 받아놓고 문맥도 없고 드라마도 없는 이 드라마를 볼까 말까 망설였다. 

Mr. Nobody. 미셀 우엘벡과 비교된다더니 그도 그럴듯 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류에서 보곳하던 접힌 시공간? 불사자 틈에 깨어나 스스로 죽기를 원하는 사나이. 별로 드라마틱한 구석이 없고 소재도 SF 팬이라면 늘 보던 종류라 별 감흥이...  

Dexter Season 5. 시즌 프리미어 때부터 5기가 다 끝날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몰아서 봤다. 쿨한 싱글남 살인마로 살다가, 연애를 하고, 이혼녀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까지가 4기였다. 5기는 아내가 살해되고 자식들을 부양하며 힘겹게 살인마의 길을 걷는 과정을 보여줬다.

Dexter Season 5. 아내를 보내고나서 새로 만난 여자가 말했다 'It's a fucking miracle' 네 말도 맞다. 삶은 기저귀다.

Dexter Season 5. 피날레. make a wish for children. 참 꾸역꾸역 살아간다. 

Outsourced S01E14. 와 노래 잘 부르는데?

Outsourced S01E14. 다른 남녀는 인도인같지 않은데, 이 남자 만큼은 인도에서 만난 무척 철학적인 삐끼들과 많이 닮았다. 하루종일 나불거리는 그 삐끼들이 가끔 그립다. 그들과 있으면 외롭지 않았다. -_-

The Office US. S07E14. 영국판 오피스의 지점장이 등장해 주셨다.

Le Cercle Rouge. 오랫만에 '다시' 보는 느와르. 그것도 알랭 들롱이 주연인... 이루 말할 수 없지. 명작은 세월이 지나도 명작이다.

간츠. 일본 영화의 미래가 이처럼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듯.

King of Thorn. 나무랄데 없는 일본 SF 애니. 그러니까 극의 긴장감의 제일 원인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앓고 있는 유니버셜 정신질환으로부터 유래하는게 당연하다.

The Spirit. 그냥 봤다.

Twilight Saga New Moon. 청소년 뱀파이어물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를 본 여자애들한테서 이런 말 나올만 하다: 복 받은 년! 난 그저 저런 경치좋은 곳에 배낭 메고 놀러가서 캠핑하면 어떨까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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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lianaire

잡기 2011. 2. 14. 00:22

갑갑하게 시간이 흘러간다.

약 일주일에 걸쳐 홈페이지를 정리했다. 텍스트큐브에서 ttxml을 export하니까 xml의 closing tag가 종종 깨지는 문제가 있었다. 왠일인지 tistory로 옮기려고 할 때면 멎어버려 파일 크기를 줄이는 등의 삽질을 하고 나서야 그 문제를 발견했다.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어 ttxml 포맷을 좀 알아보고 간단한 xml parser를 만들어 변환 작업을 진행했다. 

이틀쯤 걸려 tistory로 블로그를 모두 옮겼더니 다른 문제가 있었다. 이미지가 기사의 첨부 파일이 아니라 url link라서 이전 도메인이 셧다운 되면 이미지가 몽땅 엑박이 뜨게 될 것 같다. 기사 수가 700개 가량인데 이걸 일괄적으로 변환할 방법이 뾰족히 없어 일일이 잘못된 링크를 손으로 고쳤다. 2008년 이전 블로그 엔트리들은 다들 그 모양이다. 시간나는 대로 블로그 기사 수정하느라 사흘을 그렇게 보냈다.

블로그 이전을 거의 완료하면서 이번엔 트위터, 페이스북 연동 때문에 기사를 저장하기만 하면 무조건 notify가 날아가는 일이 생겼다. 담벼락이나 타임라인에 줄줄이 블로그 링크가 올라가버려 얼굴이 화끈거렸다.

tistory는 import 과정에서 referer 기록과 hit counter 등은 모두 무시했다. 

혹시나 해서 tistory에서 export한 다음(이미지를 포함해 약 380MB), tistory의 다른 블로그를 임시로 만들어 import했다. 시간이 많이 걸려 내버려 두고 하룻밤을 보냈는데 여전히 import중이다. 아무래도 tistory 역시 ttxml export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textcube나 tistory나 에러 메시지라도 보여주면 어떻게 대책을 세워보겠는데, 이건 뭐... 괜히 블로그 옮긴다고 삽질한 것 같다. 

일 때문에 대용량 텍스트 파일(예컨대 GB 단위)을 편집할 일이 있어 여러 에디터를 벤치마크한 적이 있었다. 많은 에디터를 사용해 보았지만, 결론은 EmEditor 외엔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었다. 이번에 블로그 옮기려고 xml 편집하는데 EmEditor를 사용했다.

개발 과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Subversion 대신 다른 툴을 알아본 것이 작년초였다.  Subversion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branch와 merge였다. 개발자 중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말하는게 그것이다. Subversion을 사용하면서 branch를 안 하게 된 게 언제적 일인지 조차 잊어버렸고 tag나 branch 문제 때문에 development version과 release version 사이의 build가 엉망이 될까봐 개발자들이 커밋을 두려워했다. 

작년 초에 Subversion 다음에 사용할 후보로 git, Bazaar, Mercurial 를 검토하다가 최종적으로 Mercurial을 사용하기로 결정만 했다. 많은 피처를 가지고 있는 git는 리눅스에서나 좋지, win32에서 사용하려면 다소 불편하고 Bazaar는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Mercurial에 비해 딱 한 가지 장점 밖에 없었다. 하여튼 Mercurial은 windows 환경에서 TortoiseHg 하나만 설치하면 그걸로 끝이었던 것으로 기억.

좋은 회사, 좋은 CEO를 만났던 단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두 번 모두 CEO가 제 명을 다 하지 못했다. 저번에는 인생이 바뀌었다.


보잘 것 없는 취향으로 주접 떨지 말고 일단 명작 소개만. 20대 무렵에는 저런 그룹들이 지금의 소녀시대나 아이유와 등가했는데, 지금의 걸그룹보다는 비주얼이 많이 약한 편이다. 가창력은 뭐 옛날이나 지금이나 수준이 비슷하고 주술적인 후렴구나 무대의 열창에 흥분한 나머지 g랄하며 헤드벵잉하는 것은 똑 같았고, 아저씨 팬들이 엄청나게 많을 뿐더러, 물론, 좋아하는 곡은 따라 부르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이란게 시대를 초월해 비슷한 거지.

옵티머스Q를 프로요로 업그레이드 한 후 문제점

1. 배터리 소비량이 늘었다.
2. 나침반 캘리브레이션을 앱 실행때마다 매 번 해줘야 하는 것 같다.
3. GPS 오차가 늘었다.

이것들이 왜 프로요 업그레이드와 관련이 있는지 아직은 모르는 상태.

1/23 광교산에서 청계산으로 가다가 길을 잃고 헤멨다. 그럴만도 한게 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등산로 흔적을 모두 지워버렸고 공교롭게도 가져갔던 GPSr의 액정이 추위 때문에 맛이 가고 휴대폰의 GPS는 쏟아지는 눈 때문에 터치가 마비되었다. 장시간 추위와 눈에 노출되었더니 옷의 표면은 뻣뻣하게 얼어붙고 눈이 달라붙어 눈사람이 따로 없었다.

내려와보니 청계사. 마침 출발하려던 버스가 있어 올라탔다. 덜덜 떨면서 인덕원역에 내려 추위를 물리칠 요량으로 컵라면을 하나 사먹었다. 눈이 많이 와서 산행이 즐거웠다. 

1/30 수원종합운동장 눈썰매장. 어른 9천원, 아이 8천원. 딸애는 나즈막한 곳은 재미가 없다며 무거운 튜브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 슬로프를 선호했다. 덕택에 두 개의 튜브 들고 30여번을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녹초가 되었다. 그렇다고 힘없는 딸애가 튜브를 혼자 들고가지는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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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악당. '저 원래 글 쓸 때 과일만 먹어요', '아저씨, 여기 원 모어', '당신은 내 사파이어, 에메랄드 그리고 크리스탈이에요. 아유 이 사랑스런 비관론자!' 따지자면 굉장히 별 볼 일 없는 영환데 재밌게 봤다. 저 숫자를 김혜수가 쓴 건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캘리그래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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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E. MIB와 비슷한... '기생'이란 컨셉의 웃기는 SF 애니. 그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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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2009. 왜 시즌 1기 1화부터 이런 장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을까? 외계인 혐오증이 흡사 판데믹 수준이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TV 드라마 였지 싶다. 다이아나가 생쥐를 꿀꺽 삼키는 장면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옛날 V의 다이애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배우가 하도 외계인스럽게 생겨서 경력을 조사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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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mind. 권력을 얻으면 권태로워지고, 권력을 얻으면 싸이코가 된다? 인기에 환멸을 느낀 수퍼 히어로는 잠적하고, 악당은 심심한 나머지 수퍼히어로를 만들려 했는데, 문제가 좀 있는 친구라 어쩔 수 없이 폐기 처분한다. 이 애니를 보면 새삼 악당들에게 동정심을 가져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악당이나 병신, 또라이, 사이코패쓰가 되는 걸 환경이나 유전자 탓으로 돌릴 수도 있고 개과천선도 가능하지만, 이 애니의 악당(+병신 +또라이 +소시오패스)은 하고 싶은 일 다하고 평생을 함께 할 친구가 있을 뿐더러 예쁜 여자친구를 만들고 자기가 벌인 일을 자기가 수습하는 과정에서 명망과 평판을 얻는다. 밥맛인 컨셉의 애니였다.

Adrift in Tokyo. 오다기리 죠가 사채 빚을 탕감하기 위해 아내를 죽인 살인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쿄를 산책한다. 소재가 좋은데 진행이 비실거렸다. 한국에서 만들었으면 좀 달라졌을 것 같다. 이게 두 국민간 기질의 차이일까? 라스트 씬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아니다. 기질 차이라기 보단 피식 웃움이 나도록 하는게 이 영화의 의도인 것 같다.

My name is Khan. Kajol은 참 곱게 나이를 먹는다. 샤룩 칸이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NRI(None Resident Indian) 무슬림 자폐증 환자로 등장한다. 이혼녀(까졸)과 결혼했다가 911 이후 무슬림에 대한 인종혐오로 사랑하는 아이를 잃는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일종의 얄팍함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신경에 거슬렸다.

Swades - We the people. 샤룩 칸의 영화를 한 주에 두 편이나 보게 되었다. 인도에서 기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저런 '일상적인 모습'을 자주 본다. 스와데스는 카스트 차별과 가난을 다뤘다. 인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다. 보통은 인도가 보팔과 카길, 코튼 산업의 멸망, 댐 건설, 타밀 반군 정도가 알려져 있는데 식수, 환경난, 대물림 되는 가난, 카스트와 여성 권리, 낙태, 종교 전쟁, 부패 등등 인도답게 사회, 정치, 경제, 종교 문제가도 종합선물셋이다.

Swades-We the People. 성공한 NRI는 카스트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인도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듯. 주인공은 가난이나 카스트를 어떻게 하지는 못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모아 소수력 발전소를 건설한다. 소수력 발전은 일정 정도의 낙차와 수량만 확보되면 산간오지에서 상당히 쓸모있는 발전 방식으로 굳이 복잡한 로켓 사이언스 없이도 만들 수 있다. 그거야 전기기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맥락에서는 그렇지만도 않겠지만.

Swades-We the People. 무대가 되는 찬디푸르라는 곳이 아름다웠다. 보고나서 뭔가 남는게 있으면 좋겠는데, 다른 나라 일에 오히려 우울해졌다. 이런 산간오지의 가난한 주민들을 도와주기 위해 수많은 종교단체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데 기독교인들의 지원 규모가 가장 크고 왕성해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대표적인 오해가 저런 곳에 교회 겸 학교부터 짓고 주민들 교화를 한다는건데 사실 가서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선교활동 안 하고, 자기들끼리 모여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다가 뚝닥뚝닥 건물 다 지으면 공책, 연필 박스 들여놓고 떠난다. 그게 참 무책임해 보이겠지만 조직적인 지원활동이 아닌 한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베트남, 인도 가서 자원봉사자 주제에 부패를 뿌리뽑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투쟁할 수도 없는 거고... 가서 보면 참 심난하고 갑갑하다. 아무튼, 선교단체의 봉사활동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것을 내가 옹호하거나 변명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 더 기분을 안좋게 했다. 기독교 선교단체 중 상당히 많은 수가 욕먹을 짓을 하고 다니는 것도 사실이니까.

Speed Racer. 이제야 본 영화. 환상적인 비주얼. 성이 레이서이고 이름이 스피드라서 별난 집안이라고 생각했지만 있을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

Speed Racer. 환상적인 비주얼도 30분 보면 질리긴 하지만 CG의 색감이 워낙 좋았다. 어 그런데 스토리는 생각이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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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letoe

잡기 2011. 1. 24. 22:52
크리스마스 전후해서 필드 데모가 시작되어 송년회고 뭐고 챙길 여유가 없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이럴텐데... 연말연초인데 겨우살이 아래 지옥 문 앞에서 일과 키스한 기분.

24일 밤 공짜표로 아이 데리고 뮤지컬 애니 관람. 25일에는 공원, 26일에는 경기도 박물관에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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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1. 광교산 백운봉을 지나다가 뒤돌아서서... 신년산행 인파를 피하려고 사람들이 적을 것 같은 길을 찾았다. 효행공원에서 출발, 백운봉을 거쳐, 하오고개를 넘어 청계산에 갔다가 내려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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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청계산이 보인다. 날씨가 별로 안 춥다. 오히려 땀이 뻘뻘 날 지경이라 외투를 벗었다. 언더레이어 한 장 입고 그 위에 폴라폴리스 셔츠를 걸친 상태로 산행. 물론 이러다 멈추면 저체온증으로 바로 골로 갈 수 있다. 라면을 끓여먹으며 잠깐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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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얼어붙은 백운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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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하오 고개에 다다르지 못했다. 하지만 청계산에 오르기엔 너무 늦은 시각.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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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옥수수 스프나 끓여먹고 돌아가기로. 눈밭에 털썩 주저앉아 보온병의 뜨거운 물에 스프를 녹여 호호 불다가 후루룩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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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은 얼어붙었지만 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 들렸다. 돌을 들추면 개구리 몇 마리쯤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어렸을 적에 떼로 산을 돌아다니며 토끼 잡던 생각이 난다. 토끼 고기는 구워 먹던 끓여먹던 맛이 없었다. 질기고 냄새 나서 뛰어다니며 잡은 보람을 못 느꼈다. 그래서 토끼에 대한 인상이 별로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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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고리(왜가리?) 눈썰매장. 이런 걸 뭣하러 찍었지? 논에 물대서 얼린 것. 강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요즘 날씨는 따뜻한 편인데, 뉴스만 보면 춥다고 호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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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암문. 1월 2일 강추위가 시작되어 부러 아이를 데리고 화성에 놀러갔다. 눈이 적당히 있어 썰매를 태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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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팬은 길들이기가 어렵고... 해서 스테이크 구울 땐 이 팬을 사용했다. 그릴에서 구운 자국도 그럴듯하게 생긴다. 요새 유행하는 다이아몬드 코팅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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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통후추를 갈아 뿌리고 월계수 잎을 얹어 한 시간쯤 재웠다. 동네 정육점에서 구입한 손바닥 두 개 넓이의 한우 1등급 등심인데 고기가 별로 였다. 차라리 그보다 싼 호주산을 먹을 껄 그랬다.

대형 마트에 가면 싼 와인을 가끔 샀다. 와인 붐 덕택에 매대에 놓인 품종이 다양해 졌고, 와인 붐이 속절없이 꺼지면서 떨이로 판매되는 제품이 늘어 좋았다. 딱히 와인 매니아는 아닌데다 선호하는 제품도  없다. 맥주 마시자니 배 부르고, 혼자 소주 마시자니 한 병 따면 그걸 다 마시는게 부담스럽고, 와인이라면 저녁에 퇴근해 홀짝홀짝 한두 잔 마실 수 있어 별 부담이 안 되어 좋았다. 그나저나 와인과 궁합이 맞는 한국 음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와인과 삼겹살이 궁합이 좋다지만 소주와 삼겹살에 비할 수 있을까? 와인에는 그저 치즈와 스테이크, 몇 종류의 샐러드, 느끼한 파스타 류가 맞는 것 같다.

1월 3일부터 1월 5일까지 엄청난 속도로 프로그래밍을 했다. 1월 6일 테스트 러닝 성공.  저녁 무렵에 사장님과 통화하면서 일이 잘 되간다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사장님이 퇴근 중 뇌일혈로 쓰러지셨다. 직원들이 도로에 정차된 차에서 사장님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모셨다.

1월 7일 온사이트 일 좀 하다가 병원 방문. 중환자실 내방 시간을 넘겨 얼굴을 못 뵈었지만 별 걱정 안 했다. 1월 8일 아침 사장님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임종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다. 눈이 내렸다.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했다. 다행히 혈압이 다시 올라갔단다. 의식을 찾기만 하시면 된다.

사무실에서 일없이 멍하니 기다리고 있을 때 사모님으로부터 사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직원들과 함께 사장실을 뒤져 연락처를 챙겨 단체 문자를 보내고 당장 영정으로 쓸 사진을 뒤져서 찾았다. 담배를 연신 피웠다.

정신없이 삼일장을 치렀다. 대부분 알만한 거래처 사람들인 조문객들을 맞아 죽음을 매 번 설명했다. 월요일 아침 발인 전에 인사 드렸다. 울컥했다. 운구해서 화장장에 도착. 두 시간 동안 화장하고 납골당에 모시고 나서야 슬픔과 함께 피로가 밀려왔다. 지난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사무실에서 간단히 대책회의를 하고 주주와 만날 회사측 대표자를 선임했다. 장례 기간 동안 연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할 말을 잃고, 집에 돌아와 누웠다.

일주일 동안 감기몸살로 고생했다. 그래도 일은 계속 했고, 밥을 꾸역꾸역 먹으며, 병이 낫길, 슬픔이 가시길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2011-01-16. 여전히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오늘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뉴스를 보고 집을 나왔다.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마실 가는 기분으로 명학역에서 내려 수리산에 올라갔다. 날이 추운 탓인지 등산객이 거의 없어 좋았다. 관모봉-태을봉-병풍바위-칼바위-슬기봉 아래. 머플러로 입을 가렸는데 입김이 금새 얼어붙었다. 캡을 잠깐 벗은 동안에는 머리카락이 얼었다. 등산 기록 두 개:

광교산: 21.08km, 3h02m, 6.9kmh
수리산: 13.65km, 1h37m, 8.4kmh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인데도 어떻게 평균 속도가 저렇게 나올 수 있을까? 조금 있으면 지나가는 토끼를 앞서갈 기세다. 작년에는 등산이나 자전거 주행을 별로 하지 않아서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아니면 신년 들어 반쯤 미친 상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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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그라운드 제로를 배경으로 오토바이 경주하러 터덜터덜 걸어가는 주인공. 버블로 시작해서 버블로 끝났다. 뭘 하자는 영화인지 모르겠다. 자본주의의 잔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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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란 영화. 재미없고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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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traordinary Adventures of Adele Blanc Sec. 나는 이런 걸 왜 보고 있을까? 시간을 때워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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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하루히 시리즈는 뭘 봐도 재미가 없었다. 이유는, 음. 작화가 밥맛이라서?  보다 말고 더 안 봐도 될 것 같아 지워버릴까 몇 번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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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봤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가 SF란다. 그건 아무래도 농담 같다. 책은 국내에도 번역된 댄 시먼즈의 히페리온. 한국판 표지가 모처럼 나쁘진 않았지만 일판하고 표지가 비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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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Wars. 스즈미야 하루히의 똥같은(평범한) 그림을 보다가 이걸  보고 안구정화 했다. 스토리야 뭐... 대충 아구만 맞으면 되지. 최근 들어 일본 드라마/애니에 뭔가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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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만화책의 스타일리시한 그로데스크함은 다 어디로 가고... 200분 짜리 평범한 드라마/추리극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장 캐스팅은 영... 적응이 안된다. 설레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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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화가 재미있었다. 보기 나름이겠지만 영화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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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ndables. 낯익은 액션 스타들이 대거 등장. 단순한 줄거리에 노구를 이끌고 액션을 '거행'했다.  사실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나이 먹어 터미네이터 다시 보면 재밌을 것 같지만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록키나 퍼니셔도 재미가 없었다. 디어 헌터는 다시 봐도 재미 있었고 엔젤 하트나 이지라이더도 재미있었다 -- 감흥이 무뎌졌다기 보다는 자기 취향에 대한 견해가 뚜렷해진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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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ng Theory. S04E12. 빅뱅이론에서 이웃집 처녀를 통해 너드/기크와 일반인 간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부적절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것은 영 재미가 없지만, 카메라 들이대 수식을 인식하고 아마도 울프람 알파같은 엔진으로 해를 구해주는 앱을 작성하는데 열을 올리는 이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저거 만들면 정말 괜찮은 앱이 될꺼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요는 뭐... 그런데 저 앱은  화난 새대가리들로 돼지를 때려잡는 게임보다 쓸모있고 공공의 이익에 큰 기여를 하잖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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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찌질 돋는 잉여물. 소 팔아서 여행이나 하려던 작자가 우여곡절을 겪는 홍상수 스런 이야기(홍상수 보단 궁상이 덜 하지만 오십보 백보 같다). 간혹 그림 좋은 배경이 나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혹할 정도로 멋있지는 않았다. 절 이름이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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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동선이 좀 오락가락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 대신에 돼지나 닭, 말을 데리고 돌아다녀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영화 같았다. 하지만 벚꽃 뜯어먹는 이 장면은 돼지로는 못해 먹겠지? 그러다가 감독이 뭔 생각이 있어서 소가 꽃 뜯어먹는 장면을 찍은게 아니라 소가 어쩌다 꽃을 뜯어먹는 장면을 찍은 것 같았다. 말하자면 돼지가 땅파서 뱀 잡아 먹는 광경이나 멧돼지와 고구마를 두고 다투는 장면을 의도한 연출로 찍을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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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검새와 짭새가 나와 누가 더 썩었나 자웅을 겨루는 영화?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 그러게 말이다. 호의를 계속 퍼 줘서 그게 당연한 권리인 줄 알게 되는 '복지사회'를 만들어야지. 왕개미. 카메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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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핵심장면에는 맥주크림샤워. 오, 이렇게 술마시는 방법이 있었어! 감탄해서 뒤져보니 디겔러들이 벌써 따라 했고, 결론 냈다. 석 잔 정도 따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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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양아치 검새가 백 마디 쳐바르는 것 보다 류승완의 딱 이 각도가 딱 마음에 들었다. 이것하고 검새한테 끌려와 새벽까지 취조받고 검찰 빌딩을 터덜터덜 나오며 흩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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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 et nunc

잡기 2011. 1. 2. 21:17
놀기 바빠 늦었다. 해를 넘기기 전에 이 엔트리를 퍼블리시한다는 걸 잊어버렸다.

푸코 이후로는 어... 프랑스 철학과 견해 차이가 심하던가, 취향에 안 맞았다. 그 후로 오랫동안 지금, 여기서 쓸만한 통찰과 직관을 철학이 건넨 적이 없었다.

아이에게 자이로스코프를 사줄까 해서 한가하게 ebay를 뒤졌다. 우연한 기회에 어린 시절 저것과 똑같은 것을 봤지만 내 소유였던 적은 없다. 수십 년이 흘러도 모양이 전혀 변하지 않아 놀랍다. 소울이가 어린 시절의 나처럼 저걸 바란다면 사 주는데 의미가 있을 테지만, 평생 자이로스코프가 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고, 바라지 않는 걸 선물로 주는 것이 별 의미 없어 보인다. 자이로스코프는 접어 두고(아니면 내 추억을 먹여 살리고 한풀이도 할 겸 구입하던가)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패드를 알아봤다. 앨리스 인 더 원더랜드 아이패드 판을 보고 사줄만 하다고 생각했다. 아내 생각은 달랐다. 아이패드같은 게 왜 필요하냐고 여겼다.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꺼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시대'란  소설을 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아마존의 킨들3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이 밀려 2010년 내에 받기는 글른 것 같다. 사실 원서 보기가 고단하다. B815를 알아보다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ebook 컨텐츠가 많이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ebook reader에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구매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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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미술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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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박물관 요령 고대 유물전에서 본 청동기 주조 틀. 돌을 깎아 만들었다.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그리고 저만한 낚싯바늘에 끼울 미끼는 무엇이고, 어떤 고기를 낚으려고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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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59피자에서 사온 9900원짜리 불새(불고기와 새우) 피자.  도우가 밀가루가 아니란다. 배달을 안 하지만 동네 저질 피자(유사(?) 치즈를 사용하는, 먹고 나면 왠일인지 꼭 설사를 하게 되는...) 보다 나았다. 그러다가, 피자가 흡사 목성같이 생겼구나! 하고 경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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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가장이 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용기' 1시간짜리 60편 짜리 드라마. 자이언트 보다가 얼핏 황석영 소설 강남몽이 떠올랐다. 자이언트는 빈틈이 꽤 많은 수상쩍은 드라마지만 보는 재미가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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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king Dead의 원작 만화책을 우연히 구했다. 약 3시간에 걸쳐 68권을 읽었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더 볼 것 같지는 않았다. 좀비물이란게 거기서 거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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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의외로 비주얼이 시시한 편. 머리아픈 영화라고 해서 긴장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이해하기가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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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에셔(여기선 펜로즈로 언급)의 계단 역시 독창적이라기보단... 솔직히 데이빗 린치의 The Fall이나, TV 드라마인 Warehouse 13의 에셔 볼트 보다는 멋져야 할 비주얼이 겨우 이 모양이라... 좋은 각본과 배우가 빛이 바랜달까? 감독의 연출 솜씨엔 유감이 없다. 그래도 컴퓨터 그래픽스 운영이 그거 밖에 안된다니 이건 상상력의 부재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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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처음 소개받았을 땐 메멘토와 매트릭스를 섞어놓은 것 같다고 했는데 로저 젤라즈니의 dream master(he who shapes)와 디카프리오의 전작,  셔터 아일랜드가 떠올랐다. 주연배우의 저 표정, 시지푸스의 삽질을 연상시키는 저 표정 정도가 나와줬으니 재밌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얼마후 우연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셉션을 제작할 때 CG를 얼마 쓰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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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다시. 이걸 CG가 아닌 세트로 만들었단다. 경탄하거나, 존경스럽지 않았다. 21세기에 타자기로 글 쓰는 걸 선호하는 소설가를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별난 작자군' 하는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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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 "난 애드립 하는 놈들이 제일 싫어." 연애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치하고 재밌는 것인데 성인이 되어서야 그 짓을 하려니 쪽팔리고 우스운 것이다. 하여튼 제대로 연애를 못해 본 녀석들이 가장 불쌍했다. 영화가 의외로 재미있었다. 심지어 별점을 준다면 인셉션과 큰 차이가 안 날 듯. 인셉션 류의 '장르 영화'에는 워낙 익숙해서 뭘 봐도 그저 그랬다. 다만 21세기 hard SF라면 파블로프의 똥개처럼 입안에 침이 고이지만... 현실은, SF영화란 것들이 한 30년은 시대에 뒤쳐진 것 따위나 대량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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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man. 이제 와서야 문득 깨우친 것은 SF와 소위 메카닉 물은 다르다는 것. 바퀴벌레 외계인의 끈질긴 생명력이 주제다.

기동전사 건담 00 극장판. 외계인의 침공에 본의 아니게 단합하는 인류? -- 정치적으로 그렇게 나이브하게 살면서도 욕을 제대로 안 먹는 것은 어쩜 일본 애니메이터에게 주어진 특권인 듯.

건담00 극장판. 뉴턴 사이언스의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장면. 적색거성이 어쩌다 갑자기 백색왜성이 되는 과정인건지, 갑작스러운 초신성의 폭발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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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 a baby in your bally?

잡기 2010. 12. 6. 00:14
리영희씨가 돌아가셨단다. 누군데 난리인가 궁금해서 살펴보니 '전환 시대의 논리'를 쓴 분이다. 허걱. 몰라뵈서 죄송. 어린 시절에 교과서 대신 읽던 책이다. 어렸을 때 책 돌려 읽던 당시 분위기를 살려서 말하자면, 살아있는 레전드가 결국 별이 되셨다!!! 우어어!!

시끄럽게 짹짹거리는 트위터를 읽던가(이렇게 자주 지껄이는 걸 보면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야 말로 수십메가 바이트 분량의 글자를 개인당 몇 달치씩 봤다)  남의 씁쓸한 인생을 보느라 두 달째 책을 전혀 안 읽었다. 그나마 읽고 본전 생각나서 입맛을 안 다시는 건 유행이 지난 블로그 뿐인가?

트위터는 공감하기 위한 미디어란다. 나처럼 공감이 잘 안되는 사람은 트위터가 좀 많이 모자라 보인달까. 사람들은 과격하고, 논증은 140글자로는 짧고, 한국인의 위대한 유머감각은 여전하시고, 좌파는 예나 지금이나 심각하게 재미없는 족속들이고. 삶은 부질없이 지속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 앞에 언제고 떳떳하기 위한 내 방법이자 수단은 '이해'에 가까웠다. 이해하려면 수용해야 하고, 그러려면 내게는 없는 겸손함으로는 안 되니까 당신을 알기 위해 당신이 쓴 글, 당신이 한 일 전체를 일단 읽고 알아본다. 그래서 당신 견해가 왜 그리 과격한가를 이해하기 위해 희노애락이 증거물에 핏자국처럼 배인 트위터의 짹짹거림부터 뇌내 잡음 같은 공허한 헛소리들, 당신 영혼과 진심이 서린 언어의 조각들을 전부 열람해야 한다. 참 피곤한 일인데 그러고 알게 된 작자가 그냥 (그저 그런 것도 아니고) 한심해서 그런 거면... 이건 뭐...

불혹의 나이가 미혹에 휘둘리지 않는 건 정력이 시들고 눈이 나빠지고 미각이 둔해진데다 책을 안 읽고 숙고할 시간 없이 남의 생각으로 몸 구석구석을 가득 채우느라 머리에 든 게 없어서가 아닐까? 아무튼, 이러다가 빠가야로 오지상이 될 것 같다. 그렇게나 비웃고 모욕을 줬던 개체가 되었으니 똑같은 욕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했다 --> 예: 세상에 민폐 끼치지 말고 나가 뒤져라! 등신같은 꼰대 새꺄!!

유씨가 이 사이트의 타이틀인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를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불알을 주지 않으셨다'로 읽었단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나는 유씨처럼  불알이 썩 그럴듯해 보였다.

집에 파키스탄을 떠돌 때 구한 꾸란이 있다. 꾸란은 구약 대부분을 거의 베낀 것처럼 비슷하다.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려고 그렉 이건의 단편 제목보다(reason to be cheerful)  좀 나아 보이는 저 문장을 썼다. 시련과 고통과 등딱지에 붙은 귀신의 무게로 축 쳐져 있거나, 용기 없는 자칭 병신이거나, 밥벌레라도 먹고 싸고 기도하며 사는 것에 전혀 부담 갖지 말자고.

원 문장을 가능한 원래 단어로 나열하면 이렇다. 신은 어느 영혼에게나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지 않으셨다. -- 꾸란 2:286 (문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뒷 구절은... 흠... 아무렴, 성경은 멋대로 한 구절씩 뜯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용도로 정말 그만인 '고전'이지)

어디로 굴러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혹의 불알이 달린 갸날픈 영혼의 떨림도 중요했다. 하이쿠;

인생은 한 방.
한 방에 훅 가기도.

뎅.

볶음밥을 잘 만들려면...
식은 밥을 데운다.

뎅.

아내가 집에 배달되어 온 우편물을 보더니 풉! 한다. 하림에서 보내온 주주총회 참석장인데, 얼마나 치킨을 좋아했으면 닭 회사 주식을 샀을까 싶어서 웃은 것이다. 하림 주식으로 번 돈으로 가끔 치킨 시켜 먹고도 아직 수익율이 50%다. '니가 닭 맛을 알어?' 라고 다소 겸면쩍게 말할 수준은 된다. 아내한테 비슷한 액수의 금액으로 한 번 원하는 대로 투자해 보라고 할까? 풉!

영 시간이 안 나서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올 겨울엔 수영을 좀 배워보고 싶다. 스노클 기어나 구명의가 없으면 물에 후련하게 뛰어들지 못해서... 늘씬한 미녀들이 날더러 같이 수영하자는데 수영복이 없다느니, 머리가 아프다느니 궁상스런 변명을 늘어 놓고 자리를 떠날 때, 좌절감을 넘어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 쓸모없는 불알이 달린 빠가야로 오지상이 된 후론 부질없는 얘기지만.

얼굴이나 몸매에 별로 신경을 안 써서 남들처럼 미녀를 사귀는 것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거나, 아름다움을 가까이 두어 더욱 삶이 즐겁다거나, 하다 못해 데리고 다니면서 과시 등의 장식적 기능으로 활용해 본 적도 없다. 아름다운 것들이야 이 우주에 찾아보면 널렸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여자가 잘 생겼다고 잘해 준 적도 없고 쫓아다닌 적도 없다. 한 이십 년 걸려서야 나름 자기 여자 취향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면, 똑똑한 남자처럼 똑똑한 여자가 장땡인 듯. 아울러 보노보처럼 귀찮게 비비적거리지 않아도 되고 술이나 한 잔 하며 농담따먹기나 할 수 있으면 딱이지. -- 적고 보니 더더욱 2차 없는 살롱에서 아가씨들 끼고 브랜디나 홀짝이며 히히덕거리는 빠가야로 오지상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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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8. 추워도 애 데리고 놀러 다녔다. 아내는 아이한테 공부시킬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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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5. 산에도 올라갔다. 밧줄 잡고 형제봉 꼭대기까지 암벽을 오르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줬다. 별로 기대하진 않지만 어쩌면 먼 훗날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함께 밟을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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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le. 미국에선 술집 선전을 저렇게도 하는구나. 다들 다양성 좋아하지. 그나저나 아마존에서 니키 히트 시리즈가 정말로 책으로 나온 걸 우연히 봤다. 작가는 물론 Richard 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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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ng Theory. S04E08. 주변에 저런 걸로 같이 짹짹거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이 에피소드 보다는 9화가 더 재밌었는데 뭐가 재밌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 사정이 이렇다보니 팬들끼리 뭘 얘기하려도 기억이 안나서 그냥 맞장구나 치는 등, 미치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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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야간식당 이후 볼만한 일본 드라마 없을까 뒤적이다가 찾은 것.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TV시리즈로 만들었다. 추리물치고는 거의 긴장감을 느낄 수 없고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나 연출에 몸을 맡기고 보게 된다. (그래 본 적이 없지만) 리모 뒷좌석에서 와인 한 잔 홀짝이며 창 밖을 바라보거나 졸면서 목적지까지 한가하게 달리는 기분이랄까? 하여튼 즐겼으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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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Target. S02E02. TV 드라마에서 이런 액션이 나오는데 눈 뜨고 외면하기는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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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Ordinary Family. 남미 여행 중 물에 빠졌다가 체질 개신을 이룬 '별로 평범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  몸빵 아빠, 수퍼 스피드 엄마, 마음을 듣는 딸, 천재 아들이 몹시 지루하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The Shield를 통해 엄청난 수의 광팬을 얻은 대머리 Michel Chicklis가 주연이라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재미는? 글쎄다 Episode 8까지 봤는데 아직 워밍업이 덜된 듯 해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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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Wife. 이번주 드라마 기행의 백미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2기쯤 되면 막장 드라마가 될꺼라 예상했던) 수퍼 현모양처 변호사의 이야기. 법정 드라마로써도 썩 괜찮은 편인데 각본과 배우가 항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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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Wife. S02E03. 캠페인 매니저 앨리 골드. 섬세하고 세련된 전문가인데 항상 안절부절, 좌불안석인 이 댄디 아저씨를 보면 킥킥 웃음이 나왔다. 굿 와이프의 캐스팅이 워낙 뛰어나고 어떤 에피소드이던 평균 이상의 재미가 보장된다는 점 등의 이유로 누구에가나 자신있게 보라고 권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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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king Dead. S01E04. 항상 언제 봤는지 잊어먹는 좀비물이라 기록 차원에서 언급(인기는 대단히 좋은 것 같지만). 병원에서 눈떴더니 어느새 좀비 세상이 되었더라. 생존을 위해 열심히 날뛰고 있는, '도입 단계'라서 '좀비물로써는' 아직까지 딱히 재밌는 구석이 안 보였다. 이젠 좀 신선한 좀비물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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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오늘 계획은... 음... 어젯밤 술 마시다가 얘기한 대로 두 가족이 함께 돌아다니며 여기저리 오름에 갔다가 우도에 들어가기로 했다. 술김에 뭔 얘기를 했었지? 제주도 와서 오름 안 올라가는 건 말도 안된다 뭐 그런 얘기였던가?

11시쯤 서귀포 외곽에 있는 중국집 아서원에 도착. 군만두, 짜장, 짬뽕을 시켜 먹었다. 각종 해물과 돼지고기에 특이하게도 숙주를 넣고 끓인 4천원짜리 짬뽕인데 느끼하지 않고 뒷끝이 깔끔하다.

차 타고 출발. 며칠 전에 갔던 길이라고 길이 낯익다. 다랑쉬 오름에 도착한 게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다랑쉬 오름 월랑봉
다랑쉬 오름(월랑봉) 382m. 가파른 오르막길은 폐쇄하고 지그재그로 다시 길을 낸 것이란다.  어른들이 뒤쳐져 있는 동안 아이들은 신나게 올라간다. 낮은 봉우리라 내 발걸음도 가벼웠다. 이런 산은 몇 개씩 올라도 별로 힘이 안 든다. 그나저나 우리 애 체력이 꽤 괜찮다. 북한산에서 조기교육을 한 덕택이다.

다랑쉬 오름
클릭=확대. 다랑쉬 오름이 오름의 여왕이란다. 아래에 아끈 다랑쉬 오름이 보인다. 야트막한 동산인데 사방이 확 트여서 뭐라 말할 수 없이 풍광이 장쾌하다.

다랑쉬 오름
다랑쉬 오름 정상. 아내가 걸어오고 있다. 저 뒤로 성산 일출봉이 보였다.

다랑쉬 오름
클릭=확대. 아래쪽은 며칠 전 스쿠터 타고 지그재그로 돌아다녔던 길들. 저 멀리 제주도의 북부해안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다랑쉬 오름 분화구
분화구(클릭=확대). 정상에서 분화구를 빙 에두르는 등산로(산책로?)가 있다. 갈대와 억세가 많고 홀씨만 남은 엉겅퀴가 바람에 흔들렸다. 눈 내리면 눈썰매 타고 분화구 밑바닥까지 내려가고 싶어지는데... 다랑쉬 오름에서 패러 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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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가족 사진을 찍어 본 적이 없다.

아끈 다랑쉬 오름
아끈 다랑쉬 오름에 올랐다(클릭=확대). 아끈이 작다는 뜻이었던가? 앞에 보이는 것이 다랑쉬 오름.

아끈 다랑쉬 오름
아끈 다랑쉬 오름에서 내려오는 길. 2:25pm.

시간이 별로 없어 아부 오름이나 용눈이 오름은 포기했다. 주인장 자가용은 성산 선착장까지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오후 세 시 배를 놓치면 네 시 배편을 기다려야 한다.

제주도 와서 무슨 계획을 가지고 움직인 적이 없었다. 자동차를 내버려두고(열쇠도 꽂아둔 채! 그래도 괜찮단다) 배를 타고 무작정 우도로 들어섰다. 요일에 따라 기착지가 달라진다. 오늘은 하우목동항에 배가 닿았다.

 배를 타기 전에 선착장에서 받은 광고지 한 장 들고 카트를 빌리러 갔다. 마침 항구 앞에 있었다. 첫번째 가게에서는 협상 결렬, 두 번째 가게에서 두 시간에 4만원이라는데 잘 깎아서 대당 2만원에 카트 두 대를 빌려 두 가족이 각각 탔다.

어 근데 한 15년 된 장농 면허증이 있을 뿐, 차를 몰아본 적이 없다. 전동 카트가 자동차와 조작이 비슷하다. 15년 전에 운전 면허 연습장에서 1톤 트럭을 닷새 동안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몰아본 경험이 있어 그거 믿고 몰았다. 핸들이 한 쪽으로 쏠리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카트 몰고 해안가를 돌아다니며 숙소를 알아봤다. 비수기에 일요일 저녁이라 돌아다니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을씨년 스럽다. 아내가 4만원 짜리 팬션을 알아놨다.

우도 카트
카트가 재밌는데? 내가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아내는 비명을 지르며 불안해 했다. 기껏해야 최고 속도가 25kmh 정도 밖에 안 나와 사고가 날 일은 없어 보였지만 박씨 가족 차를 앞으로 보내고 뒤따라 갔다. 그랬더니 길을 잃고 산으로 가더라. 하하.

우도 카트
제주도에 네 번이나 와 보았지만 우도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우도 해안 도로는 줄곳 바다를 끼고 이어졌다. 카트를 몰며 올레 1-1길을 쉽게 쉽게 돌아다니니 참 좋다.


제주해녀
길에서 지나가는 해녀를 봤다. 법환동 숙소 옆에서 해녀들이 자맥질을 하며 소라고둥을 따 오는 모습을 어제 아침에 봤다. 젊은 해녀가 점차 줄어 해산물 가격이 점점 비싸질 것만 같다. 옛날에 JPNEWS에서 젊은 미녀 해녀가 등장해 일본에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 놈에 인기 때문에 물질을 그만뒀다는 기사를 봤다.

내 카트 모는 솜씨가 일취월장해 이제는 안심한(포기한?) 아내가 인어공주가 드라마가 아니고 영화라고 말해줬다. 채취한 소라 한 상자에 50만원 이상 한다던데 아내가 고소득 전문직 노가다인 해녀가 되면 어떨까 싶다. 고사리 채취보다 낫지 싶다. 감귤 채취는 돈이 안 된다.

우도를 한 바퀴 다 돌 때쯤 카트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 박씨 가족 카트에 짐을 몰아 싣고 졸고 있는 아이들을 태워 숙소로 먼저 보냈다. 박씨 남편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해안길을 걸어 팬션에 다다랐다. 팬션에서 자전거를 공짜로 빌려 준단다. 자전거를 카트에 실었다.

카트를 반납하고 나서 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횡단하여 내륙 중심에 있는 마트에서 술과 안주꺼리를 샀다. 한가하게 자전거를 몰아 우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팬션으로 돌아왔다. 주문한 동태탕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치킨 한 마리 시켜 맥주를 마셨다. 아이들은 그새 잠들었다.

달근달근 취해 한밤중에 아내와 해변을 산책했다.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7시에 일어나 씻고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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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러 가는 길. 날이 흐리고 바람이 살살 불지만 춥지 않았다.

서빈백사
서빈백사. 제주도에 와서 스쿠터 타고, 카트 타고, 자전거 타고, 올레길 걷고, 오름을 오르는 등, 참 다양하게 즐기면서 보람차게 휴가를 보내는 것 같다.

법환동으로 돌아와 박씨가 소개해준 식당에서 해물 뚝배기와 갈치국을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다. 문켠에는 손님더러 원하는 대로 가져다 먹으라고 감귤을 박스채 쌓아놓았다. 원하는 만큼 배낭에 쓸어담았다. :)

11시쯤 박씨 가족과 헤어졌다. 저녁에 박씨 남편을 공항에서 만나 짐을 건네 받기로 하고 우리 가족은 올레 10길로 가기 위해 서귀포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화순리에서 내렸다. 김밥과 물을 샀다.

화순 해수욕장
화순 금모래해변.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분다. 바람에 날린 모래가 볼을 따갑게 때렸다. 아이 옷을 입히고 아내와 나도 바람막이를 착용하고 12:00pm 출발했다.

소금막 너덜지대에서 아내가 발을 삐었다. 두고봐야 알겠지만 별다른 고통을 호소하지 않아 신발끈을 묶어주고 계속 걸었다.

소금막
여기가 소금막? (클릭=확대).

소금막
여기도 소금막? (클릭=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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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나쁜 버릇인 역광에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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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기슭에 거의 다 올라왔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닐 땐 이런 길을 본 적이 없었다.

산방연대
산방연대.

용머리 해안
용머리 해안. 입장료를 받아 굳이 가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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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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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인지 셰일인지가 보여 혹시 발자국 화석 따위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표지판에 화석 발견지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아니고...

사계화석 발굴지
클릭=확대. 사계화석 발굴지 부근. 멀리 보이는 것은 형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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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인근. 무슨 드라마 촬영지라는데 모르겠다. 실제로 팬션으로 운영된단다. 이런 곳엔 어김없이 여자애들이 떼로 몰려와 사진을 찍느라 야단 법석을 떨게 마련. 아니나 다를까...

모슬포까지 4km쯤 남았다. 아내는 발목이 아픈지 시간이 얼마 없다며 콜택시 불러 돌아가잔다. 아쉽지만 아내 말을 순순이 들었다. 택시로 모슬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다음, 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향했다. 공항에서 박씨 남편을 만나 짐을 찾아야 하므로 한라병원 앞에서 내려 공항까지 걸었다.

버스에서 까무룩 잠이 든 아이를 깨워 걷게 했더니 아이가 춥고 배고파서 칭얼댔다. 오뎅을 사 먹이러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주인 아저씨가 우리 모습을 보더니 본인이 제주 횡단을 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2박 3일이면 동쪽 끝 성산에서 서쪽 끝 협재 해수욕장까지 갈 수는 있는데 하루에 오름을 10개씩 오르기도 하는 등, 무척 지루하단다. 그럼 잠은 어디서 자요? 캠핑하지요. 캠핑장 아니래도요? 끄덕끄덕. 그러고보니 여늬 국립공원처럼 내륙 산간에서 캠핑한다고 잡으러 다닐 산림감시원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캠핑은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지 싶다 -- 하고 싶다. 다음 제주 여행은 횡단 트래킹으로? 몹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왠지 득템한 기분이다.

아내가 우리 묵을 숙소가 있는 용두암 근처에 맛있는 횟집 있냐고 물으니 김해횟집을 가르쳐주고 자기가 전화해 주겠단다. '깔끔하게' 나온단다.

2010년 11월 22일 저녁 여섯시, 휘영청 보름달이 떴다. 저렇게 큰 보름달은 오랫만에 본다.

4km쯤 걸어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박씨 남편을 만나 짐을 건네 받고 감귤잼을 한 통 얻었다. 비행기 떠나기 전에 잠깐 얘기를 나누고 배웅했다.

택시를 타고 용두암 해수랜드 앞에 내렸다. 아내가 택시가 멀리 돌아가는 것 같단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제주 몇 번 왔더니 제주 지리를 대충 알아 택시가 제대로 최단 코스로 왔다고 말했다. 휴대폰 지도를 보고 김해횟집을 찾아갔다.

작은 가게인데 관광식당 분위기라 왠지 내키지 않았다. 선입견이었다. 오뎅집 아저씨 말대로 정말 깔끔하게 나왔다. 서귀포에 있을 때 그 유명한 쌍둥이 횟집에 가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츠키다시가 나오는데 먹기 부담스러울 뿐더러 괜히 이것 저것 줏어먹다가 본래 먹어야 할 회는 못 먹고 남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런데 쌍둥이 횟집도 예전같지 않아 돗대기 시장에 불친절함으로 악명을 떨치는가 보다.

하여튼 이 집에서는 부담스러운 양의 츠키다시 대신, 젓갈 네 접시, 갈치 회, 고등어 구이, 그리고 초밥용 밥과 김, 두툼한 회 한 접시 가득 나왔고 고추냉이를 직접 갈아 냈다. 뭐 하나 '빠짐없이' 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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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1cm, 길이 15cm 짜리 회 한 점. 무슨 물고기인지 말해줬는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아내는 너무 크다며 가위로 잘라 먹었다. -_-

배불리 먹고 기분좋게 취해 첫날 나 혼자 묵었던 용두암 해수랜드로 향했다. 보통은 제주도에 오면 시내 중심의 밸리스 찜질방에서 묵었지만,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이(관광객 말고...) 일부러 묵으러 용두암 해수랜드에 찾아 간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 처음 와 봤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공항에 늦게 도착하면 여기 묵고 다음 날 용두암 근처에 여기 저기 있는 스쿠터 대여점에서 스쿠터를 빌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도 괜찮지 싶다. 안 그래도 연인 둘이 달짝 달라붙어 20-30kmh 속도로 달달 거리며 달리는 모습을 간혹 봤다. 제주도가 작아 보여 맘 같으면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제주도가 의외로 넓다.

굳이 추천하자면 해안 도로 일주만 고집할게 아니라, 성산에서 1112번 도로를 타고 관광하다가 1136번 국도로 나와 제주시로 돌아가면 완벽할 것 같다. 오르막이 7~800m에 이르는지라 자전거로는 어느 정도 경험이 없으면 돌아다니기 어려울 뿐더러 헉헉 거리며 자전거 몰기 바빠 풍광을 즐길 여유가 별로 없다. 또, 자동차는 폭 1.2m 짜리 돌담길 사이로 돌아다닐 수 없다.

용두암 해수랜드
저 창 안에 사우나와 해수온탕이 있고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아침에 찜질방에서 부시시 일어나서 고개를 돌리면, 그렇다. 바다가 보인다.

아내를 일부러 끌고가 용두암을 지나 용연에 갔다. 첫날 와서 밤에 보던 용연과 분위기가 달랐다. 바위 투성이 개천? 그런데 밤에 오면 조명빨 때문에 좀 괜찮은데. 아내야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왠만한 풍경에 잡스처럼 어썸 따위 연발하지 않는다. 그런 아내는 아구아 아술 같은 걸 본 적이 없다. 난 이과수를 본 적이 없고.

용연에서 택시 잡아 타고 도라지 식당에 갔다. 시청 옆에 있을 때와 달리 으리으리한 건물을 지어놨다. 갈치국과 해물 뚝배기를 주문했는데 음식이 예전만 못해 부러 찾아와 먹은게 아깝다. 맛없는 해물뚝배기 한 그릇이 12000원이나? 공항에서 접근성이 좋으나, 다시 가고 싶지 않다.

공항 면세점에서 25000원 하는 담배를 18000 가량에 두 보루 사고 12시에 이스타항공 비행기를 탔다. 올 때보다 좌석 간격이 더 좁았다. 비행기 내부가 흡사 닭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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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부근 (클릭=확대). 신기하다. 비행기 창 밖으로 우리 집이 보였다 -- 화질이 꽝이라 사진으로는 안 보임.

아내 발목이 부어 지하철 타고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다.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의왕 고천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봤다. 저녁으로 어묵탕을 시원하게 끓여 아내와 아이를 먹였다.

휴가가 끝났다.

여행기 끝내며 정리
  • 스쿠터 여행이 짱이다.
  • 조씨 말 듣고 11월 26일 추가: 주의: 이거 읽고 다섯살 박이 애 데리고 가서 하루도 빠짐없이 8~10km씩 애를 걷게 하는게 가능하다고 여기면 아마 안될 것 같다. 
  • 아내 말로는 항공료 포함해서 일주일 동안 총 경비가 50만원 가량 들었단다(횟집에서 회 먹은 것 빼고). 경비 적게 들어서 좋다.
  • 당신 생각이나 사고 방식에 관심없으니 나불나불 생략하고 사진이나 잔뜩 올리는게 바람직하다는 충고를 예전에 들었고, 그렇게 했다.
  • 휴대폰으로 대충 사진을 찍어도 풍광이 받쳐줘서 안심이다.
  • 하루도 빠짐없이 낮에는 돌아다니고 밤에는 술을 마셨다.
  • 8년 만에 처음으로 GPSr 쳐다보지 않고 여행했다.
  • 제주도 여행은 스마트폰에 여분 배터리와 충전기만 있으면 대충 다 해결될 것 같다. 지도, 웹 검색, 사진, 동영상, 문서 뷰어 등
  • 아내와 박씨가 만든 감귤잼이 꽤 맛있다.
  • 휴대폰에 넣어간 소설 볼 시간은 채 한 시간도 없었다.
  • 딱히 맛집 기행 안 했다. 다만 회를 덜 먹은 것이 아쉽다.
  • 아내와 아이에게 괜찮은 등산화가 필요하다.
  • 제주도가 좋았지만, 다음에는 꼭 인도네시아에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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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아내는 아침 일찍 게스트 하우스 식구들과 함께 나갔다. 어제처럼 늦잠을 잤다. 깨어보니 딸애와 나만 남아 있었다. 아이 밥 먹이고 할 일이 없으니 올레길이나 걷자.

게스트 하우스의 컴퓨터에서 네이버 지도를 열어 쇠소깍 가는 대중교통을 미리 알아두었다.

제주감귤
동네 어귀 돌담 너머 익어가는 감귤. 요새 한창 감귤이 무르익었다. 제주에서 한가하게 돌아다니던 기간 내내 감귤을 원없이 먹어봤다.

마을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5번 버스를 기다렸다. 20분쯤 지나 버스가 도착했는데 아뿔사 지갑에 천원 짜리가 하나도 없다. 버스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근처 가게로 뛰어가 돈을 바꾸려고 했는데 가게에 주인이 없다. 손을 흔들어 버스를 그냥 보냈다.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고 서귀포 시에 도착하니 벌씨 한 시간이 지났다. 8번 버스를 타고 효돈중학교 앞에서 내렸다. 쇠소깍까지 한가하게 걸었다. 날씨 좋고 경치 좋다. 아이 데리고 하루 20킬로씩 걷는 것은 무리여서 10km 정도만 걸을 생각이다.

쇠소깍
제주도 와서(이번이 다섯 번째다!) 번번이 지나치곤 했던 쇠소깍(쇠:소,소:연못,깍:끄트머리). 용연도 마찬가지다. 저번에 제주도 자전거 여행할 땐 하도 비가 퍼부어대서(지난 제주 여행 네 번 중 비가 오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길 그냥 지나쳐버렸다.

쇠소깍 테우
쇠소깍(클릭=확대). 테우라 불리는 저 배는 무척 재미가 없어 보인다.

쇠소깍 카누
딸 애가 타고 싶어해서 바닥이 보이는 투명한 카약을 탔다. 아이 5천원, 성인 7천원, 합쳐서 30분에 12000원. 그러고보니 보트는 주욱 여자하고만 탔다. 다시 생각해보니 보트를 혼자 타거나 남자랑 타는 건 이상해 보일 것 같다. 여러 번 타다 보니 보트 젓는 솜씨가 좋아진 것도 같다. 그러고보니 마누라하고는 보트를 타 본 적이 없다.

쇠소깍
쇠소깍이 바다와 만나는 곳. 검은 모래는 현무암이 풍화된 것. 올레 5길이 끝나고 올레 6길이 시작된다. 여기서 숙소까지 6길, 7길을 줄곳 걸어가면 되는데 거리가 꽤 되어 중간을 건너뛰고 6길 중간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올레길 시작점에 있는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쇠소깍에서 다시 효돈 중학교 앞으로 가서 8번 버스를 타고 서귀포 시내에서 내렸다. 바닷가쪽, 그러니까 남쪽으로 걸어가 정방폭포에서 시작. 뭐 이미 4km는 걸었는데 아이가 아직 멀쩡하다.

천지연 폭포
천지연 폭포 가는 길(클릭=확대).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 밖에 안 보인다. 한국 관광객들 다수는 아마도 올레길을 걷고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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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교를 지나 새섬교 가는 길. 3:50pm 무렵.

새섬교
새섬교에서 시내쪽을 바라본 모습.  

새섬
올레길은 아니지만 새섬의 풍광이 훌륭했다(클릭=확대). 갯바위까지 펜스를 설치해놓았다. 올레6길이 서귀포 시내를 지나가는 것을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다. 정방폭포를 나와 서귀포 방면으로 틀어 천지연 폭포를 지나 새섬을 한 바퀴 돌고 외돌개로 지그재그 올라가는 것이 낫지 않나?

하여튼 올레길은 처음 만들어진 다음부터 조금씩 경로가 조정되었다.

범섬
아이가 지치면 무등을 태웠다. 무등 태우고 1-2km 걸으면 온 몸이 땀범벅이 된다. 무등을 탄 동안만큼 아이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올레길 표지를 찾았다. 올레길 표지는 빨간색, 파란색을 함께 달아놓은 올레 리본, 사람 인자 모양의 올레 화살표, 제주 조랑말을 의미하는 간세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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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섬교를 나와 올레 7길을 걸었다. 멀리 보이는 저 범섬은 전체가 사유지란다.

외돌개
외돌개(클릭=확대). 5:20pm. 오늘 해 지는 시각은 5.1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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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돌개를 지나 돔베낭길을 걸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돔베낭길은 다섯살 짜리 아이도 지치지 않고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아이 때문에 올레 7길을 택했다. 나 혼자 돌아다녔으면 6,7길을 한 번에 주파했을 것 같다. 놀멍 쉬멍 가야 한다는 올레길 소개 책자에는 올레길 중 어느 길이 가장 아름다워요? 라고 물으면 어제 갔던 길이라고 말한단다.

해가 저물었다. 어두컴컴한데 등불 하나 없는 바윗길(일강정 바당올레)을 애 데리고 걷기는 무리라 잠깐 퇴근차량이 휭휭 지나가는 도로로 나와 걷다가 법환동 마을회관 근처에서 해안 올레길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일곱 시가 넘었다. 아이가 피곤한지 밥 먹고 씻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아이를 재우고 아시안 게임 축구와 야구를 보다가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셨다. 별 안주 없이 김치만 먹었는데 김치맛이 워낙 좋아 술이 술술 들어갔다. 아내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도착한 다음날에 9코스를 아이와 걸었단다. 하루에 8km 정도는 충분히 걷는 것 같다.

어제처럼 푹 잤다.

11/20

아침에 일어났다. 어제 마신 막걸리 탓인지 다리가 무겁다. 오늘도 딱히 할 일이 없다. 게스트 하우스에 돌아다니는 강아지 이름은 '하루'였다. 하루만 맡아서 봐 주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주인이 안 데리고 가서 하룻강아지가 되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중문 해수욕장 앞까지 픽업해 준단다. 아내는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과 바삐 떠나고 아이와 나는 시작점인 월평마을이 아니라 중문 해수욕장에서 올레 8길을 계속 걷다가 대평리에서 아내와 만나기로 했다. 좀 이상한 휴가에, 가족여행이지만,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한 번도 티격태격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없었는데, 아내와 여행 스타일이 워낙 달라 이렇게 따로 다니면 덜 싸우지 싶다.

중문 해수욕장
중문 해수욕장. 이렇게 보니 아름다운 걸? 십여 년 전에는 홧김에 소주 한 병 나발 불고 이 바닷가에 내려와 산 밑둥까지 덮쳐오는 폭풍을 향해 별별 욕설을 다 퍼붓고 혼자 발광하다가 다시 기어 올라가 비바람을 맞으며 꾸역꾸역 텐트를 세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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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이와 여기에 다시 올 꺼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모래밭에서 놀다가 바지가 흠뻑 젖었다. 바닷물이 아직은 따뜻한 편. 귤을 까먹으며 햇볕에 바지를 말렸다.

하얏트 호텔
하야트 호텔 앞길이 사유지일텐데... 여기도 올레길인가? 의외다.

해병대길
해병대길 시작(클릭=확대). 아이 데리고 다니기에는 불편한 너덜지대. 아이 발이 작아 맞는 등산화가 없다. 사실, 하체와 발목 힘이 약해 등산화의 접지력만으로는 바위 사면에서 버티기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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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확대. 울퉁불퉁한 해병대길을 별 사고없이 지나고 마지막에 갯깍 주상절리(갯:바다, 깍:끄트머리)를 만났다. 경사가 완만한 동서 해안과 달리 남북해안으로 흐르던 빠른 속도의 현무암 용암류는 급속히 냉각되면서 주상절리를 형성했다. 중문 근처의 주상절리는 육각형 모양이지만 여기는 연필심 모양의 30~40m는 됨직한 수직 기둥을 형성.

해병대길
해병대길이 거의 다 끝나간다.

열리 해안길
열리 해안길.

논짓물 남자 노천 목욕탕
논짓물의 남자 노천 목욕탕. 여탕도 이렇게 생겼을 듯. 흘러내린 민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수영장이나 목욕탕을 만들어 놓았다. 아이가 힘들어 해서 잘 걸으면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꼬셨다. 물 마시고 아이스크림 먹고 준비해간 과자 따위로 허기를 달랬다. 나는 아침에 숙소에서 조금 떠먹은 미역국으로 버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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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년 전 일이 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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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확대. 온도가 낮고 점성이 큰 용암이 느릿느릿 해안으로 흐르면서 외부는 굳고 내부는 계속 흘러 외부 표면이 파쇄되고 밀려드는 바닷물에 펑펑 터지는 지옥같은 장관이 상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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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리에 거의 도착했다. 길이 비교적 단순하고 표시가 잘 되어 있어 GPSr을 켜는 걸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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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만 돌아가면 대평리 마을이다.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를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었다. 팔자 좋다.

박수기정
박수기정 뒤로 산방산이 보인다. 박수기정 위는 사유지라 올레길이 돌아간다.

대평리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밥 먹을 곳을 찾다가 용왕난드르 음식점에서 보말국을 먹었다(보말=고둥). 특별한 감동(?)은 없고 성게미역국처럼 그저 그랬다(미역국이 다 맛있지 뭐).

아내가 숙소 주인장인 박씨와 친구인데(나도 옛날에 인도에서부터 안면이 있는 사람이고...) 대평리에서 집을 구입해 보수공사를 하느라 왔다갔다 하는 중. 옥상에 방수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옥상 바닥을 쇠솔로 긁어 정리하는 작업 중. 아이와 나도 공사를 좀 도와주다가 대평리 마을 구경이나 할 겸 한가하게 동네를 돌아다녔다. 동네가 어느 모로 보나 장기 여행자들이 죽 때리기 좋은 외국의 어느 조그만 촌락을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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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에서 발견한 공사하다 만 집. 위치가 좋다. wuthering heights 같은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뭐 하는 집인지 물어보니 주인이 미국에 가 있어서 거래가 안된단다.

빈둥거리며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서귀포 emart에 들러 이것 저것 먹을 것들을 사고 숙소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다가, 숙소 손님과 함께 흑돼지 앞다리 살로 만든 수육과 굉장히 맛있는 돼지 김치찌게에 소주 잔을 기울였다. 마침 박씨 남편이 도착해 내일 두 가족이 함께 놀러가기로 했다. 숙소에 손님이 다 차서 우리는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찜질방으로 이동했다.

제주 첫 여행 때, 지금은 4, 5, 6 코스라 불리는 올레길을 정처없이 걸었던 기억이 난다. 서귀포에서 표선 해수욕장 근처까지 열 댓시간을 아무 생각없이 해안길을 따라 걷고, 걷고, 계속 걸었다.

산티아고 길을 다녀왔던 서명숙이 제주 올레길을 기획했단다. 수도자들이 고생스럽게 장기간 동안 걷던 산티아고 길과 달리(내 취향) 한가하게 어기적거리며 걷자는 취지의 올레 길 사이에 딱히 유사점을 찾을 수 없으니 창조적 모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주도는 올레길에 힘을 쏟는 모양이다. 건강 트렌드와 제주행 저가 항공편까지 가세해 사실상 두 번째 제주 관광의 역사적 부흥기가 도래했다. 제주도를 일주하는 길이 모두 개척(?)되면 대략 300km 쯤 되지 싶다. 하루에 50km씩 물집을 터뜨리며 걷는 강행군을 한다면(12시간 동안 먹고 쉬고 걷는 것) 일주일 가량 걸릴 것 같다.

제주도에 온 첫 날부터 지금까지 줄곳 아무 생각없이 통나무처럼 잘 잤다.
이런게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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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부드르 유적과 화산을 보러 인도네시아에 가야 하는데... 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화산이 터지고, 쓰나미가 몰려오더니 이번에는 화산 폭발/지진/쓰나미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렇게 재수가 없다.

제주도에 가기 전에 윙버스 제주 미니 가이드 pdf 파일과 제주 시외/시내버스 노선 정보 파일을 넣고, 버그 투성이 adobe pdf viewer를 설치했다. google 지도로 제주 맛집과 숙소 정보를 황급히 정리하고 휴대폰의 구글 지도와 연동되는지 확인했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여행 계획을 짠 것이 아니라서 그냥 그 정도만 정리하고 말았다.

김포공항까지 공항 리무진 비용은 편도 6천원에 80분 걸리고 공항 리무진 타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지하철도 80분 걸리고 버스+지하철 환승해서 1500원이다. 후자가 낫다.

이스타 항공기 보잉 737
ESTAR 항공의 제주행 보잉 737 항공기. 터보프롭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트기네? 평일 편도 19900원. 얼마 전 대구에 다녀올 때 새마을-KTX 환승 편도 가격이 25300원이었다. 가격에 맞추느라 항공권을 아내와 따로 끊었다. 별로 제주도에 갈 생각이 없지만 막상 쉰다고 갈 데가 없어 아내가 제주 놀러가는데 꼽사리 끼었다.

아내는 내리자마자 셔틀 버스를 타고 박씨네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할 일이 없어 제주 공항의 관광객 안내 센터에서 올레길 팜플렛을 얻고, 제주 공항 안에 있는 시내버스 키오스크에서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터치 스크린을 누르며 시간을 보냈다.

이스타 항공 제주 공항 내 카운터에서는 올레 패스포트를 15000원에 판다는데, 굳이 사고 싶은 생각이 없다. 국경을 이리저리 건너면서 출입국 스탬프 찍는게 재밌긴 한데, 여기가 무슨 외국이라고 애들 숙제 검사 맡듯이 스탬프 찍으러 동네방네 위치 찾아 돌아다니는게 우스워 보였다.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시를 배회했다. 대부분의 버스 후불 신용카드가 안 먹는단다. 버스로 환승하려면 제주시 전용 T money 카드를 구입해야 하는데 카드 가격이 5천원이던가? 제주 시내/시외 버스를 자주 타는게 아니라서 딱히 쓸모가 없어 보였다.

92번 버스를 타고 돌고돌고 돌아 종착지 부근인 제주항에서 내렸다. 다섯시 반이 넘자 해가 지고 어두어졌다. 컴컴해질 무렵에야 사람들이 없는 을씨년한 길을 걸어 사라봉에 오르기 시작. 인적 없는 곳에서 배낭을 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는 것이 예전에 배낭여행 하던 때를 떠오르게 한다.

제주항
사라봉 중턱에서 휘황한 항구의 불빛을 보았다. 서울/경기와 달리 날씨가 따뜻해 점퍼는 일찌감치 벗었다. 예쁘게 생긴 산지 등대를 지나 내친 김에 별도봉까지 갔다. 야트막한 정상에 서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땀을 식히며 내일 타고 갈 97번 국도의 궤적을 눈으로 쫓아 갔다.

별도봉에서 다시 사라봉 정상에 올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훌륭한 산책 코스다. 휴대폰을 꺼내 구글 지도를 열고 숙소로 정한 '용두암 해수랜드'를 찾아보았다. 약 6km 가량? 내일 스쿠터 빌릴 가게가 용두암 근처에 있고, 제주도에 놀러올 때마다 구경하지 못한 용연도 보고, 가다가 밥도 먹어야 해서 겸사겸사 더 걷기로 했다.

삼성혈 부근의 삼대국수회관에서 5천원짜리 고기국수를 시켰다. 돼지뼈로 육수를 내서인지 순대국에 수육 몇 점 얹고 국수를 말아 놓은 것 같다. 맛도 딱 순대국에 말아먹는 국수 맛이다.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아 배가 든든하다. 계산할 때 아줌마가 잘 가라며 노래를 불러줘서 웃었다.

배낭을 메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가 있으니 길을 헤멜 일이 없어 좋다. GPSr은 귀찮아서 꺼놨다. 아내, 딸 보내놓고 혼자 무슨 궁상이냐 싶겠지만 이 편이 한가해서 좋다.

용연
용연에 도착. 조명 때문인지 이무기 열 마리 쯤은 튀어나와 아웅다웅 다툴 것 같은 분위기다. 용연 부근이 올레길이라서 빨간색/파란색 리본이 보였다. 11월 중순의 늦은 시각이라서인지 관광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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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으로 가는 길. 길바닥에 적힌 제주 방언. 한글은 한글인데 대체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혼저옵서예' 하면, 그래 혼자 왔다 낄낄, 하고 말지. 인적 없는 용두암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관광했다. 갯바위에 걸터앉아 한치 회에 소주 한 잔 하기 딱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어떤 할아버지가 비닐봉투를 들고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아... 맛있겠다. 하지만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야 될 것 같아 소주는 관뒀다.

용두암 해수랜드
오션뷰가 호텔 뺨치는 용두암 해수랜드 찜질방에서 정신없이 자다 깨보니 10시가 넘었다. 어제 배낭 매고 한 12km쯤 걸었더니 피곤했나 보다.  이럴 때 요즘 애들은 '시망'이라고 탄식하던가? 7시엔 일어났어야... 뭐 그렇다고 무슨 변변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시망=시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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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길거리 아이템. 태양전지 LED 조명등.

스쿠터 대여점에 도착. 면허증을 안 가져왔다. 하여튼 면허증 상관없이 빌려주는 것 같지만, 125cc는 무리고, 야마하 줌머를 고르니까 주인 아저씨가 속도가 50kmh 밖에 안 나온다며 다른 걸 권해줬다. 중국제인데 80kmh까지 나온단다. 이틀 쯤 스쿠터를 임대해 타다가 중문에서 반납하면 좋을 것 같아 물어보니 중문에 반납하려면 반납료 2만원을 따로 내야 한단다. 스쿠터 24시간 임대료는 2만원.

옛날에 처음 스쿠터를 타 보다가 울퉁불퉁한 논길에 자빠져서 발등 뼈가 부서졌다. 그리고는 태국의 어떤 섬에서 20여분 타본 것이 경험의 전부다. 속도가 좀 빠른 자전거하고 다를 것이 없어 겁이 나진 않았다.

배낭을 짐받이에 매고 조작 방법을 잠깐 배우고 시험 주행 해보라기에 몰고 나왔다. 나와서 가게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갔다. 속도 좀 내다가 택시와 충돌할 뻔 했다. 아무래도 속도감이 없어 불안하다. 하지만 여자들도 스쿠터 쯤은 탄다. 가다가 시동 거는 연습을  했다. 익숙해지니 자신감이 생긴다.

자전거 타던 버릇 때문에 번번이 도로 가장자리에 붙었다. 시내에서는 차량에 막혀 50kmh 이상 밟기가 쉽지 않지만 시내를 벗어나자 쉽게 70kmh까지 올라간다. 97번 국도에 들어섰다. 오르막에서는 55kmh 이상 나오지 않았다. 아, 이래서 다들 125cc를 타는구나.  

투어에 딱히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같이 간다던 황씨가 오름에 가고 싶어해 그럼 스쿠터 임대해서 돌아다니자, 뭐 그런 막연한 생각을 어젯밤에 했다. 옛날에 자전거 타고 성산에서 1112번 국도 타고 성판악 근처까지 올라간 적이 있는데 꾸준한 오르막길이라 힘은 들었지만 풍광이 멋져 다음에 다시 제주에 오면 꼭 다시 그 길을 가고 싶었다. 사실 그땐 비가 쏟아져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황씨는 갑자기 일이 생겨 비행기표를 환불했다.

배가 고파서 수퍼에 들러 바나나 우유 한 병, 김밥 한 줄, 500ml짜리 물 한 병을 샀다. 목장갑도 하나 샀다. 스쿠터를 좀 타 보니 익숙해져서 속도는 낼 수 있지만 손이 시리다. 목 장갑을 끼고, 마침 가방에 버프가 있어 목에 둘렀다.

변변한 지도가 없어 툭하면 스쿠터를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구글 맵으로 어디쯤인지 확인했다. 장갑을 끼고 있어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건드릴 수 없어 좀 불편하다. 그러고 보니 어떤 업체에서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는 장갑을 판매한다는 걸 며칠 전 기사에서 보았다.

97번, 1118번, 1112번 국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덜덜 떨면서 경치 관람하다가... 목적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바보스러워 휴대폰을 꺼내 거문 오름, 비자림, 만장굴, 다랑쉬 오름, 아부 오름, 용눈이 오름 정도로 코스를 잡았다. 사려니 숲길도 넣었다가,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이 내 정서를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 적이 없어 뺐다(맨날 산에 가서 하던 거잖아?).

웹 브라우저로 검색해 보니 거문 오름은 가기 전에 예약을 필히 해야 한다더라. 전화하니 이틀 전에 예약을 했어야 한단다. 스쿠터 타고 다니는 김에 이번 여행의 테마를 황급히 정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지정 기념 관광이다. 테마 때문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산굼부리, 거문 오름, 만장굴, 성산일출봉, 주상절리를 비롯한 남서부 해안 따위 였는데... 안가본 곳이 거문 오름과 만장굴, 이중 거문 오름은 아쉽지만 제끼고 일단 다른 오름들이 가까운 비자림 부터 가자.

비자나무
비자나무 단일 수종으로 이루어진 숲. 나무들이 피톤치드를 풍성하게 뿜어낸다고 선전하는데 코가 안 좋아서인지 잘 모르겠다. 집 진드기 등으로 아토피가 유발된 아이에게는 피톤치드가 직빵인데, 피톤치드가 잔벌레와 박테리아를 잡아줘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언젠가 TV 다큐로 본 적이 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는 일종의 독소니까... 숲길이 생각보다 비주얼이 훌륭하다.

새천년 비자나무
일가족이 놀러와 '새천년 비자나무'를 한참 쳐다본다. 신선한 숲길을 걸으며 슬쩍 김밥을 꺼내 먹고 물을 마셨다. 사람이 거의 없어 더 좋았다.

비자나무
비자나무(클릭=확대). 분위기가 멋진 나무다. 번개맞은 비자나무가... 작년인가? 1억쯤에 팔렸다는 얘길 나중에 들었다. 번개가 100번 치면 100억이다. 번개 많이 맞길 빌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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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좋은 비자림에서 밥 먹고 흐뭇해서 셀프샷. 어? 근데 스쿠터 열쇠가 어디갔지?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아차 싶었다. 스쿠터에 그냥 꽂아두고 왔다. 주차장에 가보니 잘 서 있다. 휴대폰을 켜고 어디로 갈지 찾아 보았다.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마킹해 놓은 지도 보고 웹질 하며 갈 곳을 정하다니...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방식의 여행이다.

다랑쉬 오름
길 건너편은 390m 짜리 다랑쉬 오름. 다랑쉬 오름 입구까지 갔다가 올라갔다 내려오면 한 시간은 족히 잡아먹을 것 같아 포기.

용눈이 오름
용눈이 오름. 스쿠터를 입구에 파킹해두고 멀거니 쳐다보다가 스쿠터 타는 것도 의외로 지치는데 괜히 올라갔다 내려오면 피곤할 것 같아 포기.

오름을 열댓 개쯤 지나 제주 동부 해안의 지미봉에 다다랐다.

지그재그로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참 가다보니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을 몰랐다. 어쩌다가 올레1길 해안도로를 달리게 되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을 한가하게 걷고 있다. 김밥을 먹은데다 오름에 안 올라서 체력이 남아 있어 '계획상' 전복죽을 먹고 가려던 오조 해녀의 집을 그냥 지나쳤다. 주유소를 찾았다. 성산 일출봉 부근에는 주유소가 없었다. 물어물어 읍내에 나와 기름을 넣었다. 밑바닥에서 꽉 채우니 4200원이다.

오름을 안 오르고 다 지나쳤더니 시간이 남는다. 어쩌다 성산까지 왔는데, 온 김에 올레1길 중간에 있는 멀미알 오름에는 올라가 보자고 마음 먹었다. 시흥초교 옆으로 난 소로를 따라 스크터를 타고 올라갔다. 걸었다.

올레 1길 멀미알 오름
잘못 왔나? 오름에 오르는 길이 막혀(줄로 막아놓아서) 되돌아가는 중 마누라의 전화를 받았다. 딸 애와 잘 지내고 있단다. 가족이 함께 놀러와서 혼자 돌아다녀 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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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스쿠터 타기가 의외로 재밌다. 속도를 70kmh까지 올리면 볼이 얼얼하고 양 눈에 바람을 맞아 따갑고 괴롭지만, 50kmh 정도면 달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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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프와 자전거 탈 때 착용하던 선글래스 때문에 그나마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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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굴 가는 길. 1132번 국도를 타다가 세화 해수욕장 부근에서 좌회전해 1112번 국도, 1136번 국도로 갈아타서 소로를 쫓아갔다. 만장굴에 가는 행로가 왜 이리 복잡하냐면, 순환도로(동회로)인 1132번 국도는 재미가 없어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륙의 소로가 워낙 멋지다.

다만, 사진을 거의 못 찍었다. 일단 춥고, 장갑을 벗어야지 휴대폰을 조작할 수 있어서...

만장굴 입구
만장굴 입구. 유감스럽게도 동굴 내부의 조도가 낮아 굴 안을 찍은 휴대폰 사진은 엉망이다.

만장굴 덕택에 화산섬의 내장을 들여다본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 20~10만년전 점성이 낮고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류가 흐르면서 용암동굴이 생성되었는데 용암유선(용암이 흐르면서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며 바위에 새겨진 수평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곳곳에 표석(천정에서 떨어진 굳은 바위가 용암을 따라 흐르던 것)이 널려 있었다. lava roll(용암이 지나간 후 바닥에 동글동글 말린 자국) 때문에 하이힐 따위를 신고는 걸을 수 없는 곳이다. 내부가 굉장히 넓다. 관람 가능한 만장굴의 마지막 지점에는 끝판왕으로 용암석주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드라마틱하다!!

지식은 물론 경험이 일천해 세상의 많은 것을 보고 배우지 못했지만 만장굴 때문에라도 제주지역이 마땅히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만 했다. 다만 동굴 내부의 조명이 별로 안 좋아 제주관광청에 민원이라도 넣고 싶은 심정이다. 붉은 조명을 썼더라면 눈이 덜 피로하고 용암이 흘렀던 지옥같은 분위기도 제대로 났을텐데... 부글부글 크르릉 텅 철썩 쩌쩍 하는, 용암이 흐르고 표석이 움직이고 천정에서 녹은 광석이 흘러내리는 괴기스러운 소리로 분위기를 북돋아주면 금상첨화다. 이거 정말 민원 넣을까? 세계 최고 수준의 '관광자원'을 이왕이면 제대로 전시해야지.

오후 네 시가 넘었다. 숙소가 많은 성산에서 1박 하고 내일 서귀포로 갈까 하다가 가족이 함께 여행 와서 따로 떨어져 돌아 다니고, 모처럼 휴가인데 아이한테 아빠 노릇 못하는게 미안하기도 하고, 등등 사소한 문제들도 있지만,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게 많이 추운데다 생각보다 피곤하다. 스쿠터는 탈 만큼 탔으니 이쯤 해서 반납하고 편하게 버스를 타고 아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마음 먹었다.

미로공원과 김녕사굴을 지나쳤다.

김녕 해수욕장
김녕 해수욕장 (클릭=확대). 소로만 찾아 달리는 것에 지쳐 1132번 국도로 나왔다.

김녕 해수욕장
김녕 해수욕장. 여름에 제주에 여행 오면 여기 오고 싶었다. 에머랄드 빛 파도와 새하얀 백사장.

제주시에 도착할 때까지 무작정 밟았다. 시내에서 유턴하던 자가용과 충돌할 뻔 했다. 스쿠터 대여점에 도착하니 6시 30분. 약 7시간 동안 탔는데 피곤하고 다리가 후덜덜하다. 스쿠터 대여 때 일일 150km 이상 달리면 안된다는 조건이 있었고 연료도 빌릴 당시보다 많이 부족했지만 일찍 반납해서 점원과 타협하고 잘 넘어갔다. 어 정말 피곤하다.

시내 괜찮은 식당까지 걸어가다가 지도를 안 본 탓에 길을 잘못 들었다. 피곤해서 다시 돌아가기 뭣해 시외버스터미널 까지 걸었다. 빵 두어 봉 사먹고 오뎅으로 차가운 위장을 달랬다. 버스에 올랐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내려 emart에서 술과 안주를 사들고 아내가 묵고 있는 숙소로 터덜터덜 걸었다.

늦은 밤에 아내는 감귤잼 만든다고 장작불을 피워 놓고 커다란 주걱으로 가마솥을 휘적휘적 저으며 올레길을 찾은 게스트하우스 손님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랫만에 본 박씨는 메두사 머리를 하고 있었다. 썩 괜찮아 보였다.

딸애는 아빠가 왔는데 반기지도 않고 박씨 아들과 노느라 바쁘다. 어 젠장 그냥 성산에서 자고 슬슬 스쿠터를 몰고 올 껄 그랬나?

숙소 바깥에서 맥주와 통닭을 먹고 마셨다. 잔디밭 건너편으로 범섬이 보였다. 숙소 분위기가 참 좋았다. 씻고나서 지쳐 정신없이 잤다.

하루 종일 스쿠터 타고 싸돌아다닌 것 밖에 한 일이 없지만 하루를 참 잘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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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Mars?

잡기 2010. 11. 12. 20:57
화성에서 단조롭고 숨막히는 종신형을 살게 될 사람들에게 바이오스피어2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 바이오스피어2는 과학 프로젝트라고 보기엔 좀 그런게, 옛날에 관련 문건을 검색해서 볼 때는 흡사 사식 넣어 일곱 명의 히피를 먹여 살리는 프로젝트 같았다.

화성에 보낼 4명의 이상적인 성비는, 1:3이 좋아 보였다. 성교와 임신을 별개로 생각하고, 정자를 얼려 가끔 화성에 택배로 부치면 그들이 번식에 성공할까? 재원이 바닥나거나 또다른 금융위기로 지구에서 화성으로의 '공급'을 만장일치로 중단하여 그들더러 자력갱생 하라며 죽이는게 빠를까, 피크닉이라고는 자료 조사나, 낙하산 타고 떨어진 '선물'을  찾으러 로버 끌고 황량한 사막을 달리는게 전부인 화성인들이 생애 어느 시기에 서로를 악의적인 독설로 1차 살해하고 원격 감시 체계를 우회하여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거나, 견해와 이데아의 차이로 동료를 잡아먹는게 더 빠를까?

어쩌면 그들은 먹을 것이 떨어진 나머지 지하 깊숙히 숨어있던 고대의 박테리아(또는 스파이스)를 먹고 깨달음을 얻어 예언자의 길을 걸으며 모래충을 몰고 다니는 프레멘이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킴 스탠리 로빈슨의 SF처럼(아니면 우연한 사고로 발생한 나노테크 슬러지의 자발적 진화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데 성공할 지도 모른다. 오버는 그만하고, 화성에서 평생 살겠다고 자원할 사람들이 인류에 대한 숭고한 자기희생을 몸소 실천하는 동안 지구에서는 화성에서 벌어지는 무척 지루한 트루먼쇼를 감상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나, 굳이 말이라도 그렇게 하자면, '희생은 불가피하다'.

오바마가 'to the mars'를 대안으로 들고 나온 때부터 화성 계획에 여러 의구심이 들었다. 지구-달 라그랑지안 점에 전진기지를 배치하고, 중국-인도-EU를 아우르는 범세계적인 협력을 통해 달부터 먼저 가면 안 되나 했는데 IEEE 스펙트럼에서 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자세한 설명을 해 놓았더라. 스페샬 리포트 제목이 Why Mars? Why now? -- 무척 간단히 요약하자면 달 또는 궤도 전진기지를 통한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이 훨씬 더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면서 뽀대가 안 난다. IEEE 스펙트럼에는 추진체계부터 우주복에 이르기까지 볼만한 'write stuff'가 꽤 많았다. 도서관에 가서 뉴턴 과학 잡지라도 몇 권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시류를 틈타 Kim Stanley Robinson의 Mars Trilogy가 한국에 번역되길 기대해 보겠다. 그 삼부작을 다 읽긴 한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 2권은 스토리 보니까 대충은 읽은 기억이 나는데, 3부는 통 모르겠네? 그건 그렇고 올해 초부터 우리 팀이 시작한 프로젝트 명이 ares였고 작년에는 eris 였다. 그게 다 달 건설(?) 계획을 포기한 오바마에 실망해서 그랬다. -_-

오랫만에 GLXP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어느새 참가 팀이 22개로 늘었다. 구글의 공식 지원을 받는다는 루머가 있는 Oddyssey Moon 팀이나 NASA와 천만불 짜리 수주 계약에 성공한 Astrobotic팀의 우승이 유망하다는 소리가 있다.

상관없다. 행성 탐사에 관한 여러 우울한 설문이나 처참하게 가엾은 지구의 현실은 일단 제껴두고, 비열하게 달러 펑펑 찍어 경기부양하고 개도국들 사다리 걷어차면서 grephene으로 궤도 엘리베이터도 만들고, 외계인 살해하고 UFO 뜯어내서 야금야금 배운 기술로 나노테크 물질 컴파일러도 만들고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고 얼른 링 월드도 만들고 다이슨 스피어도 만들고 eon ship의 양자 컴퓨터에 가속된 의식들의 공동체를 담아 이 시골스러운 은하 변두리를 좀 벗어나 보자. 감질나 죽겠다(그렇지만 외계인이 나타나 인류를 uplifting 해주는 건 김 새고 입맛에 안 맞는다).

구글 별지도
이건 요즘 밤거리를 걷다가 가끔 휴대폰으로 띄워보는 구글 별지도. 꽤 좋다. 아이에게 가스지성체가 우글거리는 목성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집 근처는 광공해가 심해 망원경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가끔 쌍안경으로 자원 채취용 SCV가 오락가락하는 보름달이나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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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다 찍었네? 술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와 함께 잠 들었다. 소위, 절전 모드. 아내 말로는 내가 술에 취해 심씨에게 (평소처럼)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단다.

며칠 후, 오픈을 하루이틀 앞둔 인도 식당에서 까졸과 샤룩 칸이 오랫만에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를 보며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쿠치 쿠치 호타 헤를 같이 흥얼거리며 늘 먹던 그런 것(알루 고비 커리, 치킨 커리, 달, 난과 갈릭 난, 탄도리 치킨)을 먹었다. 요리사를 파하르 간즈에서 데려왔단다. 주인장이 우리 집에 술 마시러 온 적이 있는데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맨날 사람들 불러다가 집에서 파티할 때 였던 것 같다. 아아... 그러고보니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사람들 불러놓고 옥상에서 우산 쓰고 숯불 갈비를 구워먹은 적도 있었다. -_-

세계 등 축제
밥 먹고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청계천에서 하는 세계등축제에 가서 아이랑 놀았다. '세계'자 붙은 축제치고 빈약했다.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애가 아이와 내가 노는 꼴을 무척 부럽다는 듯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결혼하고 싶겠지, 애 낳아 오손도손 살고 싶겠지, 인파로 북적이는 이런데 와서 가족이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겠지, 굶주리는 사람도 많은데 화성 계획은 돈 낭비가 아닐까? 생각하겠지, 소원을 적은 등불을 띄우고 있던 옆 남자 친구는 믿을만할까? 생각하겠지. 하고 싶은 대로 하시길. 책/영화 제목처럼 지구 위 미답지를 걸으며 eat pray love. 그런데 애 낳고 키워서 이런데 놀러와 히히덕 거리는게 뭐가 부럽지?

흠... 얼마 전에 GPSr의 트랙로그를 정리해 보니 지난 892일 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포함해 106번의 자전거 주행 또는 짧은 여행을 했다. 자료만 보면 평균 8.4일에 한 번은 돌아다닌 셈인데, GPSr로 안 찍은 것들까지 감안하면 참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 아이를 업고 북한산에 오르락 내리락 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애 키우면 인생 쫑난다고 생각한 것도 엊그제 같다. 결혼을 왜 하냐고 빈정거리던 때가 엊그제 일 같다. 그 동안 아내 인생은 영 시원찮았다. 한국과 같은 저개발국가에서 육아는 리스크가 참 큰 망할 벤쳐 비즈니스다(하지만 번식 성공율은 높았다).

엊그제가 잘 기억 안나서 그런데, 어렸을 적에 '순간을 살라'는 말을 듣고 삶을 미분 하자는 말인가 궁금했다. 그래서 카르마는 적분처럼 쌓이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하루 하루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파동 함수의 끝없는 붕괴가 되고?

진중권은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문자문화를 통해 이성적 마인드셋을 갖춘 서양과 달리 한국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끈끈한 유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합리성과 개인주의 및 개인간 거리를 숭상(?)한다고 믿어지는 서양인들 대개는 나를 막론하고 온갖 사람들에게 집적거리거나 싫어하거나 하여튼 무슨 감정을 가지느라 바빴다. 집적거리는 한국인들 만큼이나 그들을 멀리 했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집적거린다. 그래서 人間이란다. 인간은 서로 집적거리는 걸 무척 즐긴다. 그놈에 합리성과 개인주의와 전혀 상관없이 혼자 있다 보면 서양이고 동양이고 간에 뭐라도 집적거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 같다.

'3 idiots'를 보고 난 후, 나도 가끔 가을을 타거나 의기소침할 때(그럴땐 가을이 왜 이렇게 춥냐고 화가 나지 의기소침해지지 않는 것 같지만) 스스로를 위로할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자신을 위해 이런 걸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건 실패하고 못 생기고 재산도 없고 아내와 딸애는 나 없이도 잘 산다. 따라서 (잃을 것이 없으니) 화성에 가서 눈알이 튀어 나와 죽건, 무슨 시도건 두려워할 것도 없다' 굉장한 실존적 부조리가 느껴지는 이런 취지의 말을 박씨에게 끼얹으며 집적거렸더니, 나를 위로해 줄 생각은 안 하고 그건 인류 중 무려 45억에 대한 더러운 경멸과 모독이자,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올바르지 않다고 대꾸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 중 45억은 가진게 없고 매번 실패하는 병신들이며 45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존재론적 회의와 수치심 때문에 자신의 환경과 삶을 개선하고 인류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하고 행동하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밥벌레들이기도 했다. 오...!!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 신선한데? 놀라서 박씨에게 내가 방금 당신 말을 맞게 컴파일 했냐고 확인하자 그렇게 바보같은 논리로 따지다보면 밑도 끝도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그러길래 내가 농담한 걸로 댁이 농담을 하면 나도 농담을 한다니깐...

그래서 그 다음에는 박씨에게 '잉여'에 관해 말한 것 같다. 술 마시고 절전 상태라 뭔가 또 허튼 소리를  한 것 같은데 아까 사진에 나온 자세로 딱 필름이 끊겨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잉여와 인연과 45억의 밥벌레 사이에 대체 무슨 관계가 있어서 떠들었을까? 나도 그 점이 몹시 궁금한데, 내면의 꿍한 외침을 제대로 되새겨보고 앞으로는 입 닫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술을 줄여야겠다.

Big Bang Theory S04E07
Big Bang Theory S04E07. 'To the metric system!' (미터법을 위해 건배). 왠일로 쉘던이 이런 귀여운 짓을 하나 싶다. 하지만 타이슨에게(찬조 출연한 물리학자로, 한국에 '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 교향곡'이란 저서로 소개된 적 있음) 명왕성 퇴출의 책임을 물었을 땐 평소의 또라이 기크로 돌아왔다. 명왕성이 왜 행성이냐?

Modern Family S02E07
Modern Family S02E07. 에피소드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딸 애가 얼마 전에 거리 캐스팅을 당한 적이 있었다. 연락이 왔고 마누라가 만약 딸 애를 미디어에 노출시켰다면 내가 아마 발광했을 것 같다. 다행히 아내가 잘 처리했다.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편협하고 어두운 미래상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딸 잘 키워서 화성 이주민으로 보내고 싶지만 얘도 자라서 평범한 지구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Black Thunder
Black Thunder. 수식으로 이름을 적은 특이한 타이포가 인상적.

Black Thunder
Black Thunder. 러시아판 SF 영웅물? 나노메틱 엔진을 단 볼가 자동차가 하늘을 누비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모스크바를 한방에 날려 버리려는 악당의 음모를 저지한다. 마블 코믹스 같다.

Magadheera
Magadheera. 기본적인 인간 감정만으로 인디아인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맛살라 영화 보고 지금까지 딱히 실망한 적이 없다.

Magadheera
2시간 40분 짜리 영화인데 화면에 '10분 쉬고 400년 전으로 돌아갑시다' 라고 적혀 있다.   남인도 영화는 (북인도 영화에 비해 인기가 없는 탓인지 몇 편 보지 못했지만 주어진 경험만으로 지극히 어설프게 일반화하자면) 징후와 예언으로 가득찬 심각한(?) 영웅 서사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인디아의 신/고 문화가 보통 뒤죽박죽 섞여 나타나기도 했다 -- 소재나 주재가 인민영웅, 힌두이즘, 윤회, 계급 갈등, 거기에 덧붙여 예언의 실현, 윤리관의 충돌, 선악의 대결, 충성과 신의 등, 이를테면 문자문화와 다른 구술문화에서(생산성이 무지 떨어지고 가족과 혈맹이 그래서 중요했던 봉건사회에서) 중시하는 가치관이 자주 반복되었다. 마치 고대 유럽의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닭대가리 기사들처럼 합리성 보다는 뜨거운 열정과 무대포스런 용맹과 기타 잡것들이 주성분을 이루는데, 그 때문에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고 피비린내 나게 재밌어서 아무 생각없이 주말에 늘어져 보는 오락용으로 딱이다.

Magadheera
물론, 인도영화에 등장하는 주연 여배우는 대부분 '여신'급이다. 흡사 결혼식 들러리처럼 그 주변은 한 떼의 오크로 가득 채워 여신의 아우라를 도드라지게 했다. 그러고보니 데브다스의 그 보석들에 완전히 넋을 잃었던 작자가 기억났다. 사실 그 보석들이 영화용 짝퉁 소품인 줄 알았다. 저것도 진짜일까? 인도인들이 중국인들처럼 금붙이를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Magadheera
춤추고 노래하고... 환타지물인데 남인도에 유우니의 소금사막 같은 저런 지역이 있었나? 설마 미처 못 보고 지나갔나 싶어 구글링을 해봤다. 인도의 몇몇 도시는 영화에 나오는 CG와 도저히 구분이 안 간다. 자연환경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The Other Guy
The Other Guys.  보는 내내 어정쩡하게 웃기는 이 코메디 영화의 감독이 누군지 찾아봤다. 마이클 키튼은 뭐하러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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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라... 온라인 여기저기서 개떼처럼 몰려 다니며 엇비슷한 껀수에 지겹고 매력없는 문구가 리트윗 되는 꼴이 영 못마땅해서 이걸 '매체'나 소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용기(?)있는 사람들이 있을 지 의문이었다. 어쨌거나 십년 전에도 인간 사이의 피어 네트워킹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관계의 일상소사에, 들불처럼 지인 네트웍을 통해 번지는 기사에, 지금처럼 가십 위주의 형태가 될 꺼란 건 꽤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예언한 셈이다. 묘하게도 8년 전 쯤에는 위키나 블로그와 트랙백이 그 역할을 할 꺼라 생각했는데(내 생각이 아니고...), 구성, 관리, 서비스가 어려우니 자연 도태된 것 같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메시업과 스마트폰 보급 덕택에 볼륨이 커진 듯.

트위터가 살아남을까? 아니... 지금은 SNS라 불리는 것들이 대세지만 피어 네트워킹은 그보다 더 나아질 것 같은데? 아직 SF가 현실이 되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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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서울 신포니에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e 마이너. 다행히 아는 곡들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한 어린 소녀의 솜씨가 좋았다. 젊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많이 찾는 것이 놀랍다. 옆 콘서트 홀에서는 금난새가 차이코프스키를 지휘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휴대폰으로 차이코프스키를 들었다. 그 편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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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찰코아툴루스가 프테라노돈을 사냥하고 있다. 알로 사우루스, 하나는 이름을 모르겠고, 파라사우롤로프스, 이구아노돈,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등 이 그림에서 주목할 부분은, 종 다양성이다. 적절한 특징을 빼놓지 않고 묘사해서 아이가 그린 이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자전거 박람회에 가서 3천만원짜리, 많이 구려 보이는 자전거 따위를 구경했는데, 고생스럽게 KINTEX에 가서 박람회를 보고 별 소득이나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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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역할; 자전거 박람회장 야외에서 한시간 좀 넘게 줄 서서 기다려 간신히 딸 애의 캐리커쳐 한 장 그렸다. 캐리커쳐를 그리는 작자는 내키는 대로 몇 가지 소품을 그림 마다 첨가했는데(꽃이나 잎사귀 따위), 저 하트는 아이와 내가 꽤 다정한 꼴을 보고, 풍선 두 개는 우리 부녀가 한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던 하늘 높이 올라가는 헬륨 풍선을 잊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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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과 턱을 제외하고는 제 엄마를 거의 빼다 박다시피 닮았다. 아빠 및 엄마와 마찬가지로 외모로 가외 편익을 얻을 팔자는 아닌 것 같다. :) 아이에게 '공주님' 같은 뭔가 애지중지하는 호칭을 붙인 적도 없고 뽀뽀 해 달라고 말한 적도 없다(한두 번은 해 봤다). 워낙 정나미 떨어지는 인간성 탓이지 싶지만 애비가 자기 좋아하는 줄 잘 알고 있으면 되었다.

자전거 박람회에서 뭐 하나 건지지 못해 실망하고, 다음 날은 혹시 단풍이 내려왔을까 싶어 도시락 싸 들고 물향기 수목원에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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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향기 수목원의 늪지. 이젠 이런 늪지가 흔해져 늪지가 똥물은 아니라는 정서가 보편적으로 형성되었을 것 같다. 푹푹 잠기고 물컹거리며 발을 잡아 끌어 당기는 늪지에서 고꾸라지거나 자빠지길 서너 차례 반복하다 보면 갖은 욕설과 함께 늪지가 똥물과 다름없다는 것을 재삼 깨닫게 되지 싶다. 정부 만큼이나 환경주의자들은 인민을 마인드 컨트롤 하여 자연을 자연이 아닌 환상으로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것 같다. 도시 및 도시 근교의 '자연 및 생태계'는 지극히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이란 점만 잊지 않으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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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향기 수목원. 타조와의 거리가... 바로 눈 앞이다. 내가 본 대부분의 타조는 미쳤던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포식자는 아니지만 사냥당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인지 아니면 멍청한건지? 멍청해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미니벨로 (하운드 MV20)을 타고 나갔다. 별 계획이 없어서 안양천에서 시작해 하트 코스나 돌아다니기로. 만만한 게 하트코스니까. MTB는 슬슬 패달을 밟아 부드럽게 추월했다. 눈에 띄는 대로 메리디안, 티티카카, 브롬톤 따위 자전거를 추월했다.

안양천변, 한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30kmh 이상 밟기는 힘들다. 붐벼서 속도 내기에 적합한 도로가 아닌데다 대다수 인근 주민이 샤방 모드로 대충 마실 가듯 달리는 코스라 30kmh 언저리면 적당히 외롭게 달릴 수 있다. 순위권은 외로우니까. 그렇다고 잘 달리는 짐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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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샛강 생태공원과 뒷편의 트럼프월드 빌딩. 샛강 생태공원은 익히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자전거로 달리다가 우연히 빠졌다. 북적이는 한강변과 달리 호젓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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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대교 건너편의 저 물방울 모양 구조물은 말 많은 오세훈 시장의 작품, 플로팅 아일랜드. 거의다 지은 것 같다. 담배 한 대 피울까 하다가 관뒀다. 이왕 주말에 담배 안 피우기로 한 거, 그대로 유지해 보자. 반포대교 횡단 중 자전거의 체인이 잠깐 풀렸다. 자전거를 살펴볼 겸 잠시 여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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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하나 먹고 계속 달려 잠실에서 양재천으로 들어섰다. 지나가다보니 잠실 합수부 공사가 거의 끝난 모양이다. 2주 전에도 여기서 쉬었다. 아내에게 자전거를 맞추느라 안장을 약간 숙여 놓았더니 안장이 앞으로 쏠려 불편하다. 핸들이 평균 보다 약간 낮아 이 자전거는 180cm 넘어가는 사람이 타기에 불편할 것 같다. 핸들 스템의 길이가 고정되어 있고 개조할래도 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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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타이어 공기압을 적정 공기압 범위 상한까지 바람을 넣었다 -- 아마 65psi 정도 될 것 같다. 타이어가 얇고 바람을 꽉 채워놔서 타이어 접지면이 작아 마찰이 적기 때문에 꽤 잘나가긴 하는데 케이던스를 90-100 가량 유지할 때 최고단(앞 2단, 뒷 7단)에서 약 31kmh 가량 나왔다.  기어비 때문에 그 이상 속도를 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뒤쪽 기어는 MTB와 달리 각 단의 톱니수가 별 차이가 나지 않아 뒷단 기어가 7단이긴 하지만 실효 범위로는 2-3단 정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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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과천국립과학관에 들렀다. 사진은 UFO 추락씬으로 센스있게 만든 과천국제SF영화제의 매표소.

국제SF영화제에서 러시아 영화 두 편 정도 빼고 행사 기간 중 별로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대부분 본 것들이기도 하고). 플라네타리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아침에 준비하다가 아이가 변심해 나 혼자 맨날 지겹게 도는 하트 코스나 자전거 타고 빙빙 돌러 나왔다가 들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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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으로 돌아왔다. 기어 구성 때문에 패달 밟는 힘이 적게 든다. 더불어 바퀴가 작기 때문에 평지에서 가속은 MTB보다 나아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지만  역시 기어 때문에 각도가 높은 업힐은 등판할 때 힘이 들 것 같다(한강변은 딱히 각도가 높은 업힐이 없어 실험하지 못했지만 이전에 타던 미니벨로와 거의 비슷한 기어 구성이나 바퀴 크기로 미루어 짐작). 다운힐에서 최속이 45kmh를 넘지 못해 의외다.

1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거의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 13만원짜리 자전거가 한강변에서는(한강변에서만) 200여만원하는 자전거와 거의 동급 성능이거나 낫다는 뜻이다. 싼 값이라 부품이 별로 믿음이 가지 않지만 1000km 쯤 달리고 다시 한 번 리뷰 해야겠다.

10월 31일, 10월 마지막날 일요일엔 아이가 딱히 일정이 없어 전날 가지 못했던 과학관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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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어제 자전거를 타서 피곤했는데 늦게까지 안 일어났다. 애 깨워서 밥해 먹이고 집을 나섰다. 실험을 좋아하고, 설령 그 실험이 실패하더라도 과정에서 뭔가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매우 안 좋은 아빠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지. 설령 네가 못 생기고 머리가 나쁘고, 평발에, 남자같은 성격과, 재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례가 있어 걱정할 것 없다. 제 애비 닮았으면 자연과 예술과 과학기술을 골고루 좋아할 것 같은데, 그냥 애비의 까칠한 성격만 닮았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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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과학관. 과천국제SF 영화제 때문인지 과학관 전체가 몹시 붐볐다. 30분쯤 줄서서 표를 사서 입장하자마자 서둘러 플라네타리움으로 향했다. 줄의 바로 내 앞앞에서 오늘 오후 6시까지 전 좌석이 매진되어 김이 샜다. 아내더러 평일에 애 데리고 이거 보러 오라고 해야겠다. 천체투영관은 과천과학관에서 볼꺼리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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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네타리움은 글렀고, 무궁화 위성을 보낸 델타 로켓과 KSLV-I 로켓부터 보러 갔다. 나중에 아이한테 화약(고체) 로켓이나 만들어 줄까? 아빠는 애들 과학시간에나 하는 시시한 물로켓 따윈 거들떠 보지 않고 흑색 화약을 직접 제조하고 성능 개선에 열을 올리면서 로켓과 폭약을 만들어 어린 시절을 보람있게 보냈다. 아이가 그런 짓을 벌이겠다면 적극적으로 반대해(필요하다면 두들겨 패서라도) 부모의 반대 같은 시련을 통해 얻는 성공이 그 어느 것보다 보람차다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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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과천과학관에 처음 와봤다. 고장난 것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전시 및 체험이 잘 구성되어 있어 보통 박물관이나 미술관 방문할 때보다 편안하다 -- 뭘 해도 체계가 잡혀있는 과학자/기술자 집단이 과학관 전시 배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테니까. 그 중에도 명예의 전당이 꽤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볼꺼리가 많고, 놀기 좋아 과천과학관 첫인상이 좋았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뭘 찬찬히 살펴보며 다니긴 어려웠다. 평일이면 괜찮겠지 싶다. 돗데기 시장 같은 과천과학관을 빠져 나와 만원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가 즐거워해서 다행이다. 가끔 데려가고 싶지만 뜻대로 될 지 모르겠다. 아빠는 전시물 대부분에 잘난 척하며 한 마디씩은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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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할 껀 다하고 대안 제시까지 해주는 애니. 모처럼 작품 자체가 괜찮은 SF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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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저 여자의 인생을 제멋대로 꽃칠한다. 제목 대로라면 '혐오스런' 부분도 충분히 보여줬어야 했다. 일본 영화, 드라마는 대체로 정 붙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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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sourced. 인도의 아웃소싱 외주 업체에 파견 나온 미국인들.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 가보기는 한 작자들이 각본을 쓴 것 같았다. 아무래도 1기로 쫑날 것 같지만 즐겁고 웃기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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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 Who. 극장판. 극장판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영화판도 재미가 없었다. 이 영화는 심지어... 요새 애들 말로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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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hould buy a bar

잡기 2010. 10. 21. 17:58
9/28 10:56 컵라면 사러 잠시 가게에 들어갔다가 3분도 채 안되 나와 보니 누가 자전거를 훔쳐갔다. 상가 근처의 CCTV를 뒤져봤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의외로 별로 속이 안 쓰렸다. 자전거 구입 후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깨끗이 잊어버리기로 하고, 새 자전거를 알아 봤다. 아내의 폼팩터(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티티카카 라이프 M2가 마음에 들었다. 몇 개 후보를 압축해 아내더러 고르라고 보여줬더니 그게 그거 같단다. 아내가 탈 자전거인데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선택이 자유로울 땐 미니멀리즘 쌈마이 스피릿으로 늘 싼 것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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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구입한 자전거: 삼천리 하운드 MV20. 12만 8천원+배송비 5천원. 1.375 인치 타이어에 무게 11kg짜리 미니벨로. 하지만 저렴한 자전거는 싼 이유가 있다... 집에 놀러온 애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주위에서 활기차고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며 자전거 조립을 돕겠다고 손을 벌리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조립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손 볼 것들이 많다. 가지고 있던 부품으로 핸들 그립 교체, 안장 교체, 그리고 뒷짐받이를 달았다.

구입하고 일주일 동안 주행 실험을 못 하다가 10/16이 되어서야 아이를 뒤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 돌았다. 가볍고 잘 나간다. 드롭바를 달면 평속 28~30kmh도 문제 없겠다. 이래서 요새 미니벨로 스프린터가 인기구나. 예쁘고, 가볍고, 잘 나가고... 고압 타이어, 소라 앞/뒤 디레일러, 뒷 바퀴 QR 레버, 페달, 핸들 바 등을 교체하고 싶지만... 여러 자전거 중고 시장에서 며칠쯤 잠복하다가 관뒀다. 매물이 별로 없을 뿐더러 좋은 물건은 귀신같이 빨리들 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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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행거의 베이직 폴 행거 두 개(개당 7500원)와 선인장이라 불리는 가지 중 아래에 달 수 있는 것을 추가 4개(개당 천원) 구입해서 베란다 아이 장난감 쓰레기장 옆에 설치했다 -- 왕자 행거로 저렴한 자전거 행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숙원 사업을 하고 나니 만족스러웠다.

10/16 오랫만에 자전거를 손보려고 미니벨로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체인 청소를 하려고 주유소에서 등유를 사려고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세 주유소에서는 판매를 안 했다. 한 곳은 깔데기가 없어 1.5리터 PET 물병에 등유를 담을 수 없었다. 천원샵에서 2리터짜리 뚜껑 달린 물통을 부러 사서 다시 주유소로 찾아가 간신히 등유를 구했다. 내친 김에 천원샵에 들렀을 때 PB-1도 구입했다.

체인링크를 풀고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등유를 덜어낸 후 체인을 넣고 병 뚜껑을 닫고 열심히 흔든 다음 체인을 꺼내 창 밖에 널어 말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체인을 청소하는데, 이렇게 해도 체인이 속까지 깔끔해지지 않았다. 말린 체인을 바닥에 놓고 PB-1을 살살 뿌리며 못 쓰는 칫솔로 체인을 청소했다. PB-1으로 등유를 벗겨 내면서 2차 세정을 하는, 나름대로 머리 굴린 작전인데 결과가 괜찮았다. 다시 체인을 창 밖에 널어 말렸다.

디레일러를 뜯어내 흙먼지를 벗겨내고 기름걸레로 닦고 PB-1과 칫솔로 세척하고 말린 다음 구동부에 그리스를 발라 다시 조립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통째로 물청소했다. 바퀴의 허브 축 볼 베어링 청소와 그리스 칠은 생략했다. 체인을 자전거에 장착하고 건식 오일을 뿌렸다. 요즘은 습식 오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 습식 오일은 기름/먼지/때가 많이 달라붙는 편이라 체인이 쉽게 더러워져 그만큼 체인 청소도 자주 하게 된다.

말로 하면 간단한 작업인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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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점심 먹으러 자전거 타고 행주산성으로 가는 길에 찍은 안양천변 코스모스 밭.

자전거를 모처럼 정비해서인지 동력 전달이 잘 되었다. 하지만 내리막인데도 맞바람이라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심심해서 석수역에서 한강에 다다를 때까지 몇 대를 추월할 수 있나 세어봤다. 68대, 한강변에서 행주대교까지 추가로 20대 정도 더 추월했다.

집 나오기 전에 얼마 전에 구입한 기모 언더레이어를 져지 안에 입었다. 언더레이어가 생각보다 보온이 잘 되고 투습성이 좋은 것 같다. 거의 입은 것 같지 않고 섬유 자체가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니 봄/가을 살근살근한 추위에 입고 겨울에는 내복처럼 받쳐 입고 다니면 되겠다. 산행할 때도 괜찮을 것 같다. 구입하고 나서 모처럼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디자인만 받쳐 준다면야, 기능성 의류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자전거쟁이들의 성지인 행주산성 국수집에 오후 한 시쯤 도착했다. 의외로 손님들이 적었다. 옆에 있던 또다른 국수집(안동회관?)은 전업해서 3900원 짜리 콩나물 해장국을 팔았다. 3천원 짜리  국수를 거의 마시다시피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만에 먹으니 맛있다. 그러고보니 국수가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 집 국수처럼 푸짐하고 맛있는 국수를 최근에 먹어본 적이 없다.

다리를 건너 성산대교 까지 가서 안양천으로 올라가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면 배 채우고 겨우 60km 달리는 셈이다. 여의도를 거쳐 잠실로 무작정 달렸다. 드롭바를 단 미니벨로가 내 자전거를 슬슬 추월했다. 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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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다가 지쳐 양재천에 앉아 계단식 보에서 떨어지는 물살을 바라보았다. 엔도몬도에 찍힌 odometer에는 66.6km.

4시간 넘게 98km 쯤 달렸다. 평속 21kmh. 쉰 시간까지 합하면 5시간 30분 가량. 엔도몬도 주행기록에 표시된 칼로리 소비량은 3200kcal 가량. 기초대사량 때문에 가만히 있을 때라도 보통은 1시간당, 체중 1kg 당 소비되는 칼로리가 1kcal 정도. 몸무게 70kg x 5 시간 x 1kcal = 350kcal 니까 3240-350 하면 약 2900kcal를 달리는데 썼다는 얘기로군.

뱃속의 국수는 애저녁에 소화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하니 지쳤다. 맥주에 치킨을 먹고도 배가 고파 냉장고를 뒤져 사과와 아이스크림 따위를 찾아 먹었다. 겨우 100km 달리고 이렇게 힘들었나? 싶어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100km 가량 거리를 주행할 때 평속 개인기록을 넘었다. 그 전 기록은 20.4kmh 였고 보통은 20kmh 이내였다.

타이어를 1.95 짜리로 갈면 속도가 조금 더 올라갈 것 같다. 돈 드니까 나중에 여행갈 때나 해야지.

요새는 케이던스에 연연하지 않고 고단 기어에서 근육을 펌프질 하는 무식한 주행을 하는데, 근육을 좀 키워보려고 했지만, 주행을 자주 하지 못해(운동이 안되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때문에 허벅지만 살짝 두꺼워져 예전 바지가 꼭 끼게 되어 귀찮았다. 예전처럼 분당 70~90회 정도의 케이던스 위주로 주행 스타일을 바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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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만. 별로 안 좋아하는 그림체. 만화가가 어떻게 성장하는가... 대뜸 꿈이 이루어지면 결혼해 달라는게 웃겼다. 꿈이 안 이루어지거나, 꿈이 너무 일찍 이루어지거나 뒷끝이 별로 안 좋은 것으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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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모처럼 재밌게 본 일본 드라마. 오래전부터 만화책을 보고 싶었지만 결국 드라마로 보게 되었다. 도시를 멍하니 달리는 타이틀 씬과 왠지 멍한 타이틀 송 모두 좋았다. 너무 '잔잔해서' 보고 나면 통 기억나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다. 그리고 까메오처럼 가끔 등장하며 '세상은 신 것도 단 것도 좋다'고 말하는 친구는 오다기리 조 맞지? 대세에 지장을 끼치지 않았다, 존재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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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4화. 일본 식당이 무대가 되므로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 보통 음식 만화/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요리와 거리가 멀고 만들어 먹기 쉬운 무등급판(?) 단품 음식들이 나왔다는 정도? 만들어 먹기가 쉬워 보여 고양이밥이나 버터밥 따위는 한 번쯤 시도해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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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식당 10화. '이게 진정한 silent night 지'. 구운 게 요리를 게걸스럽게 먹느라 말을 잊은 손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주인장이 말했다. 이렇게도 말했다 '유랑하고 헤메이고 돌아온다. 인생 얕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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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

잡기 2010. 10. 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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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트윗덱과 구글 리더, 북마크 중 뉴스 클립 사이트를 띄워 3G로 기사를 업데이트하고  그걸 읽으며 버스 오기를 기다렸다.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4~5개 신문의 기사를 훌터보고 120개 가량의 RSS를 모니터링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짧은 글들을 스크롤했다.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고 1GB라는 부담없는 패킷 사용량 때문에 전에는 하지 않던 잉여질을 했다 -- 팔자에 없는 SNS질에, 지저귀기(twit) 시작했다, 열댓명의 시간선을 따라갔다(following). 아직까지는 꽤 재미가 없다. 타임라인에 스쳐 지나가는 남들의 일상, 또는 인생일 뿐이다. 굴에 틀어박혀 그림자 놀이나 하며 산 지 꽤 오래된 탓인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덧없다. 나하고 관계없어 보였다. 나하고 관계없어 보인다라?

페이스북을 잠시 사용해 보고, 사람들이 이렇게 관계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새삼스레 감탄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안 해 본지 꽤 오래지만 뉴스와 온라인을 잘 챙겨보고 있어 별로 거리감을 느끼지 못했다.  새삼스레 되뇌이자면... 최근 십여 년 동안 사람들이 기를 쓰고 온라인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동안 나는 반대로 갔다 -- 모로 가도 후회할 인생이다.

아무래도 사람들고 함께 짹, 짹, 지저귀는 것보다는 블로그 엔트리에 하세월 심심한 모놀로그를 올리는게 취향에 맞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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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하다보니 거의 한 달 동안 책을 안 읽었다. 약 한  시간 반 동안 주어진 출퇴근 시간이 유일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별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시간을 보내던가, 그 시간에 책을 읽던가.

SNS 셋업
  • 페이스 북 -- 트위터에 내가 쓴 글을 페이스북에 자동으로 등록하도록 셋업. 페이스북의 검색창에서 twitter 치고 나머지는 시키는대로 했다.
  • http://www.endomondo.com -- 휴대폰에서 endomondo를 실행하면 트랙로그가 이 사이트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트위터 또는 페이스북과 연동할 수 있다. 트위터가 페이스북과 이미 연동되어 있다면 트위터 계정만 연동하면 페이스북에도 같이 기록된다.
  • http://twitterfeed.com/ -- 블로그와 연동하기. 엔도몬도와 마찬가지로 트위터 계정만 연동하면 페이스북에도 같이 기록된다.
건강검진 결과: 신장: 175.7cm, 체중: 70.6kg, 허리둘레: 86cm, 체질량지수: 22.8 kg/m^2 (18~24.9), 혈압 116 / 81 mmHg (120/80 미만), 요단백: 음성, 혈색소: 15.5 g/dL (13~16.5), 공복혈당 97 mg/dL (100미만), 총 콜레스테롤: 232 mg/dL (200 미만), HDL 콜레스테롤 55 mg/dL (60미만), 트리글리세라이드 183 mg/DL (100-150미만), LDL 콜레스테롤 140 mg/dL (130미만), 혈청크레아티니 1.0 mg/dL (1.5 이하), AST (SGOT) 18 U/L (40 이하), ALT (SGPT) 21 U/L (35 이하), r-GTP 16 U/L (11~63), B형 간염: 음성, 대장 내시경: 미란성 위염. 평가: 약간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칠보산
칠보산. 여덟가지 보물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를 잃어버린 산.  남북으로 약 7km 길이의 등산로(산책로)가 있다. 점심을 싸들고 아이와 산책하러 갔다.  아이는 5.5km를 걸었다. 목마를 태워 1km 쯤 오르막을 땀 흘리며 올랐다. 그리고 공동묘지를 거쳐 버스 타는 곳까지 걸었다. 읍내에서 교회 사람들이 공짜 팝콘을 나눠줬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설령 무슬림 형제들에게 바보같은 설교를 하러 다녀도 교회를 진심으로 싫어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는 잠발라야 치킨과 드라이 피니쉬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먹었다. 오늘 피크닉의 하이라이트는 치킨과 맥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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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등산할 때나 자출할 때 입을 값싼 언더레이어 상하의를 구입했다. 몸에 꼭 맞는 쫄바지와 쫄티인데 입은 줄 모르겠다.

구글 `스마트폰에 말하면 한글이 써진다` -- 구글에서 얼마 전에 argumented humanity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다. universal translator를 만든다던데, 갑자기 구글이 좋아졌다.

동쪽의 에덴
동쪽의 에덴 극장판. 잉여들을 위한 로맨티즘이라 보기도 뭣하고... 대체 이게 뭐야? 그냥 잉여?

Machete
마체떼(Machete) 로드리게스의 또다른 끝내주는 영화.

Machete
Machete. B급 영화라고 하는데, 출연진이 눈부셨다. 이름이 익은 셀러브리티들이 벗고 돌아다니고 심지어 시걸 형님도 모처럼 나와 주셨다. 악당으로 살다 가시는 길 마지막은 정말 큰 웃음과 감동과 즐거움을 주셨다. 최근 본 영화중 가장 영화같은 영화였다. 로드리게스는 제대로 영화를 만드는 작자다!

Big Bang Theory
Big Bang Theory S04E02. 흥미진진한 칠판. 인류가 싱귤라리티에 도달하는 시기를 2050년 이전으로 잡았다. 대통일 이론도 2100년 전, 싱귤러리티 때 기계몸으로 교체해 두고 한 50년만 한가하게 우주 관광하다 보면 살아 생전에 만물의 이론을 두 눈 뜨고 볼 수 있게 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걸? 장수하자.

팬티 & 스타킹 with 가터벨트
팬티 & 스타킹 with 가터벨트 1화. 가이낙스의 불완전 19금 애니. 비주얼이 오마주 짝퉁 같아서 많이 안쓰럽다. 내용은 물론 없고 음악, 연출 뭐 하나 잘된 구석이 없이 '토탈리 글러 먹었음'으로 보이는데... 최근 십여년간의 오덕 트랜드가 미소녀 옷 벗기기 란 점에서 과거의 회사 전통과 현재의 트랜드를 잘 융합한 병신같은 오타쿠 애니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작화야 뭐, 좋지.

플랜 제트
플랜 제트. 올 3D 애니. 정말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영화. 또는 실험용 샘플인가? 일본의 3d 애니 기술이 아직 실사를 쫓아가기엔 부족해 보인다는 것만 느꼈다. 이런 건 왜 만들었을까?

이브의 시간
이브의 시간 극장판. 주인님을 기다리는 노예 로봇들. 이브의 시간 TV 시리즈 1화를 보고 재밌을 것 같아 기다렸지만 끝끝내 TV판 1화 이후는 보지 못하고  지금에서야 극장판만 따로 보았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를 감상적으로 그린 애니. 서사 쪽은 밑도 끝도 없지만(as life goes on), 인간의 공적이랍시고 사랑스런 로봇을 때려 부수는 영화류는 사실 이것보다 품위가 많이 떨어졌다.

이브의 시간
이브의 시간. 밑그림은 괜찮은데 채색과 CG가 어쩐지 요즘 일본 애니 답지 않아 영 마음에 안 든다. '로봇 3원칙에는 로봇더러 거짓말 하지 말라는 것은 없다' 라고 말했다. 뭐 그렇게 당연한 말씀을...

이브의 시간
이브의 시간. 지금은 애들이 하나씩 갖고 놀 로봇 조차 변변히 안 갖춰진 저질 21세기다. 21.5세기가 되기 전까지 인류가 싱귤라리티에 도달하지 못하고, 딸아이와 대화가 통하는 로봇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가짜 기획서로 국책 연구비나 타먹고 성과라곤 쥐꼬리 만큼도 없는 이학 교수들을 사형에 처하자. 가까운 본보기로 과학자, 기술자들이 대통령 명을 받들어 대통령 임기 중에 4대강의 수호천사가 될 로봇 물고기 개발에 실패하면 낙동강 줄기에 익사체로 둥둥 떠내려가게 하던가.

 
Monsters
Monsters. SF 로드무비. 멕시코에 떨어진 외계 생물이 무럭무럭 자라 대지를 걷는 거대 오징어가 되었고( 트리피드를 벤치마크했나?), 인간과 오징어 외계인이 만들어 놓은 쑥대밭 사이를 지나치며 멍하니 미국으로 돌아가는 두 그링고의 여정을 담고 있다. 각본이고 뭐고 설정 A만 있는 영화다. 미술은 똥, 편집은 가난하게 찍은 필름으로 대충 한 것 같고(이거 돈 안 든 영화같은데?), 뭣보다 카메라 굴리는 꼴이 영 거지 같았지만 그래도 쿨하고 재미있어서 FF 거의 안 하고 봤다. 마치 중앙 아메리카의 어떤 시골에서 함께 히치하이킹하게 된 여행자를 만난 것처럼 캐릭터가 싱싱해서 좋았다. 다 보고 나서 '뭐야 이거? 내가 또 속은 거야?' 라고 말할 사람들이 시중에 많을 것 같지만, 그래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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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 속의 밤 줍기

잡기 2010. 10. 6. 02:09
옛날 옛적에 무슨 무슨 과정을 어찌어찌 거치다보니까 한국이 먹고 살 길은 국제 사회에서 외교 역량을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는 몹시 지당한 결론에 이르렀다. 아마도 그 무렵 외교관 자제가 다시 외교관이 되는 세습에 관한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 전근대적인 음서제로 보이는 이런 전횡은 여러 국가에서 보편적이란다. 자주 나라를 옮기는 외교관들은 공식적인 자리 뿐만 아니라 사적인 파티같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도 광범위한 사람들과 다양한 외교활동을 하는데, 외교관들의 아들딸들이 친분을 쌓아 후사를 도모할 클루가 생긴단다.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면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매끄럽게 조율하는게 외교의 의미이자 목적이라면 이렇게 서로 친분을 쌓은 자제들이 아는 처지에 서로 뒤를 봐주는 것이 외시 붙어서 깐깐하게 구는 앨리트 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외교 분야에서 만큼은 어쩔 수 없이 음서제를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는 이야기였다.

그때는 별 의문을 품지 않았지만(자명한 결론 탓에 국제 사회에서 외교 역량 강화를 위해 별별 짓이라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지금은 이런 의문이 들었다; 매우 실용적인 입장에서 우리나라 외교관 자제들이 여러 나라의 자제들과 친분을 쌓으며 성장해 부모의 후광으로 외교관이 되어 국제외교에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러 외교 현안에 관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할 지언정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는가? 이를테면 신문에 아주 가끔 기사로 실리는 국제적 병신짓이나  현지어는 영어 빼고 한 마디도 못하는 한심한 외교부의 대사관 직원 선발이나, 외국에 여행/거류 중인 자국민 만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굳게 문을 닫고 귀를 막고 있는 대사관 말고, 공식화할 수 없는 알려지지 않은 007 작전 같은 사정들이 훨씬 많을까?

이번 추석에는 송편이 없었고 술은 안 마셨고 담배는 7일 동안 다섯 가치 피웠다. KTX 타고 가는 길에 무선랜을 검색하니 GMarket 아이디로 KTX 차량 무선랜을 무료로 사용 가능했다. 역마다 KT 무선랜이 검색되기도 했다. 공짜 와이파이 같은 거 안 기쁘다. 별로 성능이 좋지도 않은데, 온 사방에 와이파이 깔아서 충돌 회피 메카니즘 때문에 망을 오염시키는 짓 좀 하지 말고 Wibro든 LTE든  그런 거나 좀 싸게 공급할 생각을 하던가, 하려면 super wifi를 설치하시던가... 국가 기간망과 사업자 망을 중복투자없이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반강제적인 국가 정책을 수립하시던가. 아참 정통부를 없애버리고 이상한 걸 만들어 놨지.

차세대 스마트폰 씨버드 --  3차원 마우스로 사용하는 블투/ir 동글은 손가락에 끼는 반지처럼 만드는게 좋을 것 같다. 아예 반지로 만드는게 낫겠다. 프로젝션 키보드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진 않다. 무선 충전은 곧 도입될 것이다 -- 시제품 단계가 지났다.

10인치 아이패드에는 관심 없었는데, 주머니에 들어간다고 우기는 7인치 타블렛에는 관심이 동했다. 아이패드가 10인치 디스플레이에 무게가 300g 정도였다면 아예 무관심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패드가 꽤 많이 팔린 것 같아 의아했다 -- 아이패드 산다고 인간의 격이 올라가거나, 레어해지거나, 패셔너블 해지거나, 리딩엣지를 경험하는 얼리어댑터가 된다거나, 기타등등(생활 편리?)과는 거리가 영 멀어 보이는  좀 바보같은 기계로 취급하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패드 보고 호들갑 떠는게 영 이해가 안 갔다. 애플TV가 나올 꺼라 다들 예상했다. 한국에서 IPTV로 VOD 감상하는 것 빼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월 5~8달러 수준이다.  그러니 애당초 애플 TV는 미국에서는 생태계 재편성이라고 지껄일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 사정과는 꽤 달라 보인다.

http://www.youtube.com/watch?v=IndLsjrb1X0 -- 우크라이나 뉴웨이브 여성 그룹, '노래하는 팬티'.  곡이 좋은데?

http://skyhookwireless.com/ -- 굳이 등록할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등록했다. 안드로이드나 iOS에 WPS가 이미 설치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작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핫요가: 요가의 탄생지인 인도처럼 온도를 38도로 올려 요가 하면서 살을 쫙 뺀단다. 인도가 그랬나? 라자스탄 쪽이 한낮에 40도까지 올라가긴 한다. 사막이니까. 날씨에 따라 요기들이 중부 바라나시와 북부 리쉬케쉬를 오락가락 하는데(더워서), 정상인은 밤낮으로 실내 기온이 늘 38도 정도 되는 곳에선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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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생각난 김에 본 3 Idiots. 재밌다. 식민지 시절부터 유명한 관광지, 심라(Simla) "그 날, 난 깨달았어. 이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다는 것을. 그래서 속여줄 필요가 있지. 큰 문제가 생기면 가슴에 대고 얘기하는 거야. '알 이즈 웰'" "그래서 그게 문제를 해결해줬어?" "아니. 근데 문제를 해결해나갈 용기를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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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라에서 Manali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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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날리에서 Ladakh으로 가는 길.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 나오는 세 곳은 인도 여행 중 가보지 못한 곳들이다. 젠장 유명한 곳은 못가보고 어디 시골깡촌같은 곳만 돌아다녀서 인도 여행자들하고 대화가 통해야 말이지. 조드푸르 등 라자스탄은 아예 근처에도 못 가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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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 보니 '세 멍청이'가 인도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모양.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심지어 꿈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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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테마기행. 2010-09-24 소우주 인도기행. 저잣거리. 최근 상황을 알고 싶어 무작정 찾은 다큐멘터리. 그런데 인도가 아직도 이 모양이란 말인가? 젠장 또 가고 싶어지잖아!

드라이피니시를 마셔보고 싶은데 동네 근처에선 팔지 않았다. 맥스의 뒷맛이 전보다 쓰디쓰게 느껴져 첫 몇 잔은 먹을만 하지만 그 후로는 입맛에 안 맞았다. 동네 수퍼에서 우연히 발견한 max special hop 2010 식스팩을 사고 640ml짜리 맥스 병을 잡았다. 640ml를 먼저 마시고 스페셜 홉을 마시니까 뒷끝이 깔끔하다. 올해 스페셜 홉은 싱하나 하이네켄보다 약간 더 무겁고 향미가 좋았다.  테카테하고 비슷해서 얼음 띄워 한여름에 먹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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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바뀐 다음 비망록처럼 사용하는 일정을 뒤적여 광형을 대체 몇 번이나 만났나 살피다가  지금과는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구나 하고 느꼈다. 연초에도 십여년짜리 일정 중 특정 부분을 보고 비슷한 기분을 느낀 기억이 난다. 변하지 않은 것은 내 골방의 미니멀리즘 뿐.

골방과 사무실 사이를 오락가락하다보면 기분이 어느새 연쇄살인마 같아지곤 해서 주말이면 뭐라도 핑계거리를 만들어 바깥으로 나갔다.

관모봉, 태을봉
수암봉에서 찍은 사진. 능선 왼쪽이 관모봉, 가장 높은 봉우리가 태을봉. 태을봉 아래 도로는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작은 사진으로 보면 상이 많이 왜곡되는 것 같아 그런 사진은 큰 사진으로 올리기로 했다(클릭하면 확대). 옵티머스Q의 카메라 화질이 그럭저럭 괜찮아서 만족한다.

수리산 슬기봉
칼바위 능선을 거쳐 슬기봉에 오르고 레이다 기지를 우회하는 도로로 내려오다가 수암봉을 탔다.

슬기봉
슬기봉 구름다리. 초가을이다. 더위가 한풀 꺾여 정말 움직이기 좋다.

매번 수리산을 탈 때마다 같은 지점에서 헤멨다. 안양에서 올라 안산으로 내려오는 길의 중간 쯤, 슬기봉과 레이다 기지 사이 등산로는 군부대로 막혀 있다. 우회로를 타고 수암봉에 올랐다가 왼쪽으로 틀어 안산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거꾸러 오른쪽으로 내려가 안양으로 떨어졌다. 수리산을 여러 번 올랐지만 이번에도 안산에는 가지 못했다. 길을 잃고 헤메서 기분 나쁘거나 자책하지 않았다. 오랫만에 이 말을 해 보는군:Errare est humanum. 인간 노릇은 오래 해먹어 봐서 재미가 없으니  그보다 다음에는 꼭 안산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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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과 수리산 산행 중 찍은 동영상. 유튜브 동영상을 올리는 색다른 방법: QRCode로 url을 인코딩해 두면 그걸 읽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바코드 리더로 긁어 유튜브에 바로 접속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Quick Response Code는 특허권자가 권리를 포기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간단하면서도 정보 밀도가 적당한 효과적인 코딩 방식인데  에러 교정은 RS 체크섬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wired의 편집장이 전 세계 웹 트래픽의 지속적인 감소를 그래프로 보여주며 '웹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죽은 웹 때문에 슬퍼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일부 공공정보(이미 서비스로 전환)와 사적 정보(사적 신용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SNS 역시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가 상업적 서비스가 된 것이 어제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고 인터넷의 상업적 가능성은 애저녁에 포르노그래피가 이미 모범(?)을 보였다.

아무튼, 그와 관련해, 컨셉이 후져서 ebook류나, 10인치 애플 아이패드에는 별 관심이 안 생겼는데 7인치 패드가 나온다니 관심이 생겼다. 컨텐츠는 예나 지금이나 추적이 안되는 '무료'만 사용할 것이다. 아이덴티티가 정보가 되는(돈이 되는) 사회다. 사람들의 웰빙 실존을 감사해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겼다. 소셜웹이란 건 애당초 없다. 뉴럴 네트웍 닮은 네트웍을 만들어 평소처럼 하는 '비즈니스'다. 그런 비즈니스가 증오스러우면 이 시대에서는 존재하길 멈추는게 바람직했다. 웹에서나 SNS에서 사라지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그보다 어려운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뿅~ 하고.

무수한 종류의 아이디어가 담긴 저작들을 통해 저장된 인간성의 재현이나 대리된 인간성(성격과 감수성과 감성과 분리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 생존기술로써의 지성을 포괄하여) 따위를 기술의 발달과 상관없이 시뮬레이팅 하고 숙고하는 기회를 가져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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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 갔다가 오는 길에 수원역에서 본 퍼포먼스. 마리아치라기 보단 그냥 밴드잖아? 내가 메히꼬에서 본 마리아치는 기타 하나 매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음악으로 구걸했다. 물론 카페나 바를 전전하며 남녀가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꽤 괜찮은 벌이를 하는 '밴드'가 꽤 많지만 출발 까지 시간이 있는 버스에 무작정 오르거나 골목 어귀에 우두커니 서서 넉살좋게 노래 한 곡 뽑고 몇 뻬소 되지 않는 돈을 모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마리아치를 잊을 수가 없었다. 인도에서 본 자이나교도나... 수행자/사두 같았달까.

블로그에 email을 적어놓을 수 없었는데 QRCode가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공개하면 스팸이 날아오고 안 하자니 글 쓰고 나서는 거의 돌아보지 않는 이 블로그에 댓글이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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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안바 아나바 아라베스크 따위 동작을 난생 처음 배우러 간 동안 나는 일과 세상에 찌들어 몸에 누적된 독소 수준을 낮추기 위해 나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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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 십이지장 입구에 난 염증으로 약을 받아 먹으며, 평소처럼 산에 가서 헤멨다. 9/28은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거울을 잘 안 보게되니 일 년에 한두 번은 셀카 찍어놓고 일부러라도 얼굴을 살폈다. 모든 인간은 16세 이후에는 늙기 시작한다, 늦던 빠르던 늙고 보잘것 없어진다. 내 외모에 특별한 감흥은 없지만... 못 생겼다. 머리를 중처럼 밀어버릴까?

바람이 선선해서 산에 다닐만 했다. 아침으로 김치찌게를 끓여 먹고 주먹밥을 점심으로 싸가고 집에 돌아와서 치맥을 먹었다. 아내 친구가 남편과 자식을 놔두고 KOICA 봉사활동을 간다는 얘길 들었다.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14년 남았다. 아내는 언젠가 날더러 당신은 어떤 여자에게나 썩 괜찮은 남편일꺼라고 말했다. 수긍이 간다. 좋은 남편은 많이 식상해서,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아이 낳아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다가 저 세상에 가는 것이 세속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화다.

애가 좀 더 자라면 애를 데리고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고 보르네오 섬을 돌아다니고 오스트레일리아 아웃백에서 별 구경을 하고 눈 내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대륙횡단 기차를 타고 싶다. 아내는 제주도에서 고사리를 캐거나 정선 인근 산골에서 장뇌삼을 채취하며 경비를 보태는 등 남편과 아이를 경제적으로 보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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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일왕저수지 또는 만석거. 비가 와도 아이를 데리고 만석거를 빙글빙글 돌며 자전거 타는 연습을 시켰다. 때문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적절한 복장을 갖추면 언제라도 아빠와 밖에 나가 놀 수 있다고 아이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야 뭐 애가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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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집 옥상에서 찍은 석양.  
추석 연휴에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 5일 동안 담배는 다섯 가치만 피웠다. 그런다고 젊은 시절의 예민했던 감각이 되돌아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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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 아내와 딸이 처가에 남아 혼자 있으니 밥해 먹기도 귀찮고 웹을 하릴없이 뒤지다가 미사리의 국수집을 발견했다. 안양까지 자전거를 지하철에 실어 이동하고 안양천 자전거도로를 거쳐 과천을 지나 양재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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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대교 부근.
다음 지도 앱은 현재 위치를 두번 클릭하면 나침반의 자북에 따라 지도를 회전한다. GPSr 지도가 날로 좋아지면서 복잡하고 정신사나운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차라리 휴대폰을 꺼내 다음 지도를 보는 편이 훨씬 보기가 좋았다.  날씨가 무척 좋아 그림같은 사진이 나왔다(클릭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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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에서 아점으로 먹은 5천원짜리 초계국수. 닭육수에(사과, 배, 배추를 넣은 물김치 국물을 섞은 듯) 면을 말고 뻑뻑한 가슴살을 올렸다. 뻑뻑한 가슴살? 초계면 야들야들 해야지! 국물은 시원하지만 고기맛이 시원찮아 왕복 100km를 달려서 부러 먹을만한 품질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밀면을 싸게 팔면 장사가 될텐데... 그러고보니 밀면 가게가 참 드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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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 자전거 도로. 흡사 초신성이 폭발한 듯한 사진. 하남, 탄천 자전거 도로, 수지를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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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홍문에 들렀다. 가을에 보니 무척 운치있다(클릭하면 확대).

98km 주행에 평속은 20.2km 나왔다.
피곤하지 않았다.
시원찮은 초계국수를 먹으러
100km 안팎 주행하면서 적어도 6개 도시를 지나갔다.
문득 '일망타진'이란 사자성어가 떠올라 흐뭇했다.

돌아오면서 집 인근에 새로 생긴 통닭집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샀다. 주문에서 포장까지 제과정을 지켜보면서 어쩐지 이 가게 망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샤워하고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킨 후 맛 본 치킨이 역시나 별로였다. 이것으로 당분간 동네에서 프라이드 치킨은 맛데이에서만 시켜먹을 것이다.

파닭은 가끔 먹는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파가 치킨의 적당한 기름기를 중화시키는데다 파향이 강해 맥주맛을 죽인다. 적당히 기름진 프라이드 치킨을 뜯어 먹은 후 목구멍을 청소하는 기분으로 맥주를 들이켜야 개운했다.

팔로우 중인 김규항은 꽤 고리타분한 선생님같았다. 조선일보도 보는데 제 몫 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옛날 좌파 아저씨 글이라고 못 볼 것도 없다.
김규항에 따르면, 나는 늘 이렇게 잘 먹고 잘 살아도 되는가, 미안해 하기 때문에 좌파의 출발선상에 서 있다고 한다. 나는, 아주 나쁜 놈은 아니라서 저울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저울이 유달리 왼쪽으로 기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김규항이 진중권에게 시비 건 글들이 있는데, 각 편의 감상 소감은 이랬다:

이상한 나라의 진중권 02 -- 지배적 정체성이 정당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이상한 나라의 진중권 04 -- 예절 교육에...
이상한 나라의 진중권 05 -- 꼰대 고집에...
이상한 나라의 진중권 06 --  인간성 트집에... 할 말 다하신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진중권 07 -- 아니, 한 마디 더 남으셨다. 무릅이 저려도 쎈세 말씀, 센스있게 끝까지 들어주자. 이건 신세 한탄...? 하여튼 재수없는 '자유주의자' 진중권에게 할 말 다했다. 살날이 얼마 안 남은 늙다리 꼰대 아저씨 답게 비전도, 미래도, 유머센스도, 영양가도, 책임감도 없는 지나가는 얘기 같다.
반면 쿨한 진중권은 딱히 김규항 쪽을 향한 것 같지는 않지만 평소처럼 날라리 양아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1. 당신들이 말하는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2. 오늘날 대중이 사회주의를 원하는가?
3. 원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들이 무지하기 때문인가?
낄낄 웃었다.
사민주의가 유럽에서 성공했다고 한국에서 성공할 것 같지 않았다. 유럽 어느 나라의 잘 돌아간다는 시스템을 부러워 한 적이 없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현재로썬 인류가 밝혀낸 유일무이한 진리인(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디에나 통용되는 확고한 진실이란 점에서) 에너지 보존 법칙도 있다. 화로 속의 밤을 주우려면 정치세력화에 매진해야 되는건가?
진중권을 팔로윙 하다 보니까 이런 흥미진진한 짹짹임도 눈에 띄었다:

우익엔 도덕깡패, 좌익엔 이념깡패. '진보'니 '좌파'니, 지들 맘대로 규정해놓고, A급이니 B급이니 등급분류해가며 육갑을 떱니다. 내가 무슨 소고긴가요? 대관령 방목 한우 목살 좌파....그 놈의 '진보' 딱지 떼고 나니 해방감에 날아갈 것 같네요.
이해가 간다. 아까 좌파의 출발선 운운하는 김규항처럼 좌파, 진보 같은 개족같은 딱지를 자기들 맘대로 갖다 붙여놓고 하지만 자긴 똘레랑스라고 우기는 노땅 아저씨들과 수구골통하고 별 차이가 없다고 여겼다. 음. 좌측 골통과 우측 골통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김규항을 꺼려하지 않았다.

척 팔라닉, 랜트

에코 로렌스: 이것 좀 들어봐요. 랜트는 정말 로맨티스트였어요. 여자들에게 시들거나 썩어가는 걸 지켜볼 수 있는 장미꽃을 사주는 건 또 다른 얘기죠. 그보다는 여자에게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장차할게 다 장착된 스카이라크 승용차를 사주는 게 훨씬 더 멋진 생각이에요.

그린 테일러 심스의 현장노트에서: 미들턴에서는 잠자는 개들이 항상 길에 대해 우선권을 갖는다... 은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오랫만에 작품 하나 건졌다. 여태까지 읽었던 척 팔라닉 중 가장 좋았다. 이건 뭐 거진 현대문학선 읽는 기분이랄까, 척 팔라닉의 집대성 판이랄까. 토머스 핀천의 브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정말 끝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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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le.
PsychoTheRapist 라는 말 장난.
 '시장의 지시'라는 무리한 설정으로 현직 베스트셀러 작가가 범죄 현장에서 조언자 역할을 한다.  파이어플라이에서 마초 선장 역을 맡았던 배우가 징그럽고 돈 많은 작가 역을 맡았다. 개똥벌레에서 전쟁에 패한 편에 붙어 전쟁이 끝나 비루먹고 사는 선장 역을 꽤 잘 해 줬는데, 여기서도 딸애와 제 엄마 빼고는 4가지를 배울  구석이 없는 자만에 빠진 재수없는 작가 역을 잘하고 있다(다만 첫 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여주인공이 날이 갈수록 예뻐져서 그 여자에게 정이 안 갔다). 그래도 2기까지 볼 정성인 것은 아무래도 주인공 캐릭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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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파이어플라이 운운했더니만 2기 6화에서 이런 서비스샷을 넣어줬다. 파이어플라이를 두 번 봤다. 몇 년이 지난 아직까지 그에 필적하는 SF 드라마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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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거지같이 Detroit Metal City 실사판. 안보느니만 못한 불법복제판 같았다. 다만 이 장면만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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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ehouse 13. 시즌 2.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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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t Locker. 마지막 장면. 이라크에 평화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정쟁으로 불안에 떠는 시민을 내팽개친 채 비전투원을 포함한 모든 미군이 내년까지 떠나는 상황을 생각하면 기분이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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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Q 셋업

잡기 2010. 9. 21. 19:09
이 기사는 내용에 변경이 생길 때마다 업데이트 됨. 마지막 업데이트: 2010/11/09

거개의 안드로이드폰은 커스터마이즈의 자유도가 매우 높고 제대로 사용하려면 WM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설정이 번거로워 사람들에게 권해주진 못하겠다. 그냥 아이폰이나 쓰라고 하지. 내가 생각하는 LGE LU2300 옵티머스Q의 장단점:

장점
  • 옵티머스Q의 첫번째 장점은 말마따나 '진리의 쿼티 자판'이다. 옵티머스Q의 위대한 쿼티 키보드 때문에 대체 LGE가 옵티머스Z 같은 걸 왜 만드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안그래도 다음 출시된다는 안드로이드 폰 스펙을 보니 LGE가 정신이 제대로 나간 것 같다. --> 2010.11.02 현재 LGE에서 출시되는 어떤 안드로이드 휴대폰도 옵티머스Q를 능가하는 스펙은 나오지 않음.
  • 싼 가격. 9월 들어 옵티머스Q가 왕창 풀렸다. 한달 3만 5천원에 1G 데이터, 150분 통화, 100통의 문자. 이중 1G 데이터는 스트리밍 동영상 감상만 아니면 굳이 무선 사용할 필요가 없는 넉넉한 양.
  • 고릴라 글래스 때문에 액정 보호지 안 붙여도 된다. 나중에 중고로 팔려면 그래도 액보는 붙이지만. --> 아스팔트에 떨어지면 고릴라 글래스라도 긁힌다.
단점
  •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은 편. 전력관리 안하면 하루 버티기 힘들다.
  • 치면 바스러지고 떨구면 아작날 것 같은 약한 인상. 특히 프레임은 쉽게 손상될 것 같다.
  • 파워 버튼을 누르기 어렵다. 노키아나 스카이의 휴대폰처럼 락/파워를 슬라이드로 만들어 놓으면 화면에 스크린 락을 안 걸어도 되는데... 참 애매한 파워 버튼이다.
    • 걸 해결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안드로이드폰 동호회에 올라온 적이 있다. 유아용 글자 스티커 중에 'ㅣ'나 영문 아이(I)를 파워 버튼에 붙여놓는 것. 그렇게 했더니 이제는 주머니에서 멋대로 눌려 버린다 -_-
    • 루팅 후 검색 버튼을 리맵하여 파워 버튼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통화 품질

아이폰 4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데스그립 테스트를 옵큐에서 해봤다:
  • 공중에 띄운 상태(비현실적인 상황): -65dbm
  •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 -74dbm
  • 일반적인 파지: -74dbm
  • 일반적인 파지 상태에서 귀에 휴대폰을 대고 있을 때: -74dbm
  • 액정을 제외하고 손으로 휴대폰 프레임을 모두 감싼 상태: -85dbm
  • 앉은 자리에서 주머니에 넣었을 때: -78dbm
옵티머스Q는 데스 그립으로 -74dbm - -85dbm = 10db 가량 차이가 났다. 따라서 20db 이상 차이가 나는 아이폰4보다 열 배쯤 두 배쯤 신호 감도 면에서 낫다. 옵티머스Q를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것으로도 해 봤는데 같은 장소에서 결과가 비슷하게 나왔다. 아이폰4와 아이폰3GS, 옵티머스Q를 모두 동원해 테스트하기도 했지만 이런 테스트는 객관적인 자료라기 보다는 그냥 데스 그립 테스트 놀이로 이해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점검 항목 (2010.11.02 추가됨)

USB, 배터리, 내장 SD 카드
  • 패키지에 포함된 USB 연결 케이블을 PC에 꽂고 20핀 단자를 휴대폰에 연결하면 충전되기 시작한다. USB 포트로 출력되는 전원은 5V, 500mA 가량인데, USB 포트로 충전할 경우 옵티머스Q의 배터리 용량이 1350mAh이므로, 계산상으로는 1350mAH / 500mA = 2.7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옵티머스 Q가 켜진 상태로 소비하는 전력이 있으므로 실제로는 완전 충전에 3.5시간 정도 걸린다고 봐야 한다.
  • USB를 통해 배터리가 충전되는 중에는 휴대폰의 뒷 패널 부근이 따뜻해지는데 정상적인 현상이다.
  • 상단의 상태바에 충전 상황이 나오지만 수치로 확인하고 싶을 때는 홈->메뉴->설정->휴대전화 정보->상태->배터리 상태를 점검한다.
  • Asus, Gigabyte, Asrock등의 PC 메인보드에서는 iPhone등의 USB 충전을 지원하기 위해 USB 출력 전류를 늘려 놓기도 했다. 이 경우 USB 포트를 통해 많게는 1.5A 가량의 전류가 출력되므로 배터리 충전 시간이 더 빨라진다. 기존 보드에도 BIOS만 업데이트하면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 그런 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장 좋은 방법이 유전원 USB 허브를 사용하는 것이다. PC 메인보드가 좋지 않거나, 운이 나쁘면 충전 중 사고로 PC 메인 보드의 USB 포트가 맛이 갈수도 있다. 14000원 가량의 유전원 USB 허브는 USB로 충전하는 여러 휴대기기를 동시에 충전하는데 편리하다. 물론 이때 유전원 USB 허브의 전원으로 사용하는 어댑터의 용량이 중요하다.
  • USB 유전원 허브의 또다른 장점: 충전 기기가 많을 때 허브와 어댑터를 들고 다니면 이동식 멀티 USB 충전기가 됨 -_-
  • USB가 연결된 상태에서 상태바를 끌어 내려 'USB 연결됨'을 터치해서 마운트를 누르면 마치 USB 메모리처럼 PC에서 이동식 디스크로 잡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장 SD 카드에 mp3 파일등을 복사해서 제대로 저장되는지 확인. 동호회 등에서 apk 파일을 다운받아 이렇게 이동식 디스크로 잡아 사한 후 설치하기도 한다.
3G
  • 홈->메뉴->설정->휴대전화 정보->상태->배터리 상태 화면 에서 수신 감도를 확인한다. 같은 통신사의 다른 휴대폰과 비교해 수신 감도가 현저하게 낮다면 문제.
무선랜
  • 홈->메뉴->설정->무선 및 네트워크-> Wifi 켜기 클릭 후,
  • 홈->메뉴->설정->무선 및 네트워크-> Wifi 설정에서 무선 AP 잡아본다.
  • 인터넷 앱 등을 이용해 인터넷이 되는지 확인
나침반, GPS, 피치/기울기 센서, 가속도 센서, 접근 센서
  • GPS 세팅: 홈->메뉴->설정->장소 및 보안->'GPS 도우미 서버 접속 허용' 체크 : A-GPS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도우미 서버 접속을 허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GPS 위치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A-GPS 용 패킷 사용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무조건 켜 놓는 것이 좋다.
  • GPS를 켠 상태로 하늘이 열린 곳이나 창가에서 GPS Status 앱을 구해 실행하여 위성이 잡히는 갯수를 세어본다. 하늘이 완전히 열린 곳에서는 GPS 보조 데이터 전송 후 늦어도 몇십 초 이내에 10~12개 가량의 위성을 잡는데, 주변 지형 상황에 따라 위성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
  • GPS Status 앱에서는 다른 센서들을 테스트해 볼 수도 있다.
    • 가속도 센서: 휴대폰을 급히 휘두르면 수치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음.
    • 피치/기울기 센서: DxxLxxx 형태로 출력. D=down, U=up, L=left, R=Right. 휴대폰을 이리저리 기울여 D,U,L,R이 변화하는지 점검
    • 나침반: 자북(지자기 북쪽)을 기준으로 올바른 방향을 가르키는지 확인하고 휴대폰을 360도 회전하면서 일정하게 자북을 가르키는지 점검.
    • 나침반의 캘리브레이션은 catch.com의 compass란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menu->calibrate를 선택해 팔자 모양으로 휴대폰을 이동시켜 한다. 이게 실제로 캘리브레이션을 제대로 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손목 스냅을 이용해도 8자 돌리기가 잘 될리 없다. 휴대폰을 들고 제자리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360도 돌았다가 왼쪽으로 천천히 360도 돈다. 좀 정신이 없지만 보통 전자 나침반의 캘리브레이션을 그렇게 한다.  -_-
  • 접근 센서: 전화를 걸고 휴대폰을 귀에 대었다가 떼었을 때 화면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면 정상.
버튼, 트랙볼, 키보드
  • 버튼 등의 사용법은 매뉴얼을 숙지하는게 좋지만 다들 귀찮아서 매뉴얼을 안 읽는 듯. 지겨워도 꼭 읽도록 하자.
  • 홈에서 드로워를 열어 앱들이 줄줄이 보이는 상태에서 트랙볼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면 포커스가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클릭하면 앱 실행.
  • 펑션키: 키보드 왼쪽 최하단 버튼은 키보드의 파란색으로 인쇄된 문자(숫자와 기호)를 입력할 때 사용한다.
    • 펑션키를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연속 입력할 수도 있고,
    • 펑션 키를 한 번 누르고 다른 키를 눌러 한 글자를 입력할 수도 있고,
    • 펑션 키를 두 번 연속 누른 다음에는 펑션 상태로 전환되므로 그 이후에 누르는 키는 모두 특수문자나 숫자가 된다.
    • 해제는 펑션 키를 한 번 더 누르는 것.
  • 시프트 키 역시 펑션 키와 작동하는 방식이 같다.
  • 키보드: 일부 키의 키캡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소리가 나서 키보드를 수리하러 A/S 센터를 방문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 같다. 키보드 불량이나 이물질, 또는 케이스와의 이격 때문은 아닌 것 같고, 보통은 키캡으로 쓰인 금속의 장력이 키캡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 이 경우, A/S 센터에서 교체해 달라면 무료로 교체해 주지만, 옵티머스 Q의 A/S를 기사들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 뜯는 과정을 보면 이해가 간다. 내부 회로가 무척 복잡해서 뜯어 수리하고 조립하는데 적어도 30분 이상이 걸리는데, 그렇게 수리해도 사용자가 완전히 만족하기는 힘들다는 기사님 말씀.
  • 홈 버튼과 검색 버튼 사이에 있는 틈으로 먼지 등이 유입되면 버튼 감이 둔해질 수 있다. 이 경우는 분해 후 소제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데 일반인이 휴대폰을 뜯는 것은 대충 포기하고 A/S 센터에 맡기는게 낫다.
카메라
  • 버튼 중 카메라 버튼은 짧게 누르면 화면 캡쳐로 작동. 길게 누르면 카메라 앱이 실행된다. 카메라 앱이 실행된 상태에서 살짝 누르면 보통 카메라의 반 셔터처럼 AF가 작동하고 완전히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 캡쳐된 파일은 /sdcard/DCIM/Capture 디렉토리에 저장된다.
  •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 및 사진은 /sdcard/DCIM/Camera 디렉토리에 저장된다.
  • 갤러리/카메라 등에서 동영상을 youtube로 올리려면 일단 youtube 계정이 있어야 하고, 설정에서 언어 정보를 바꿔야 한다. 홈->설정->언어 및 키보드->언어 선택->English 를 클릭. 한국의 정책 때문에 한국 로케일로는 youtube에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없다.
  • 갤러리/카메라 등에서 사진을 picassa로 올리는 것은 구글 계정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DMB
  • DMB 안테나를 꽂고 DMB 앱을 실행. 이어폰 잭에 이어폰을 꽂고 DMB 앱 실행. 이 때 이어폰이 DMB 안테나 역할을 한다.
  • DMB 안테나를 키고리에 엮어 가지고 다니면 액정이나 프레임에 부딫혀 실금이 날 수 있다. DMB 안테나는 어디 적당히 짱 박아두고 3.5 파이 이어폰을 들고 다니는게 낫겠다.
일정 및 동기화

십몇 년치 일정 데이터를 계속 지고 가야 할 팔자다.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데이터이고. 그래서 동기화가 매우 중요한데 안드로이드폰을 쓰기 전부터 동기화는 걱정한 적이 없다.
  • 컨택트 및 캘린더는 각각 구글 메일 계정의 컨택트와 구글 캘린더로 해결. 컨택트의 그룹을 모두 디스플레이하려면 주소록->보기설정->Google에 나오는 항목을 모두 체크해야 일단 다 보인다.
  • 구글 Docs는 GDocs로 동기화. WM 등에서 사용하던 메모는 Google Docs로 옮겨야 했다.
  • Google Reader의 RSS는  newsrob으로 동기화. --> newsrob 대신 gReader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newsrob이 동기화 때문에 배터리를 꽤 많이 소비한다.
  • 데스크탑의 아웃룩과 구글 캘린더, 컨택과 동기화하기 위해 Go Contact Sync, Google Calendar Sync, gSyncIt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 안드로이드폰은 기본적으로 2개월 전까지만 구글 캘린더와 일정을 동기화한다. 전체 일정을 동기화하려면 구글 캘린더의 설정에서 '캘린더 내보내기'를 해서 압축 파일을 받은 후 그 파일을 풀어 다시  '캘린더 가져오기'를 한 다음, 안드로이드 폰에서 동기화를 실행한다. 내 경우 10년치 데이터의 동기화가 이 방식으로 가능했다.
  • 무척 황당한 일이지만, 대다수의 안드로이드 폰은 일정 검색이 기본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마켓에서 power search나 serchify 등을 찾아 설치. http://http://olilan.co.uk/searchify 
휴대폰에서 일정을 입력하는 것은 노키아에 비해 백배는 낫다. 쿼티 키보드 때문만은 아니다. 노키아 휴대폰을 사용하는 동안 일정을 입력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포기했다. 안드로이드폰 대개 gmail 계정이 있으면 연락처와 일정은 와이파이든 3G 든 망이 연동되어 있는 한 항상 동기화가 되므로 더이상 usb 케이블로 pc와 연결할 일이 없다.

시스템

Universal Androot 1.6.2.beta5 를 설치하면 클릭 한 번으로 루팅이 가능했다. 그 다음에 root explorer를 사용해 read only 파일 시스템을 리마운팅해서 read/write가 가능하도록 변경한 다음 몇 안 되는 설정을 수정했다.

펌웨어 업데이트 후(2010-10-26 무렵?) Universal Androot로는 루팅이 되지 않는다. 이 때는 PC에서 실행하는 superoneclick을 구해 사용한다. 프로그램 실행 전에 휴대폰에서 홈->메뉴->설정->응용프로그램->개발->USB 디버깅을 체크해 둔다. superoneclick 실행 후 root 버튼 클릭하고 기다리면 루팅이 완료된다.

카메라 무음 설정:
  • /system/sounds/camerashutter/ 디렉토리에서, shutter1.ogg 파일명을 sutter1.ogg_ 로 변경.
  • /system/sounds/effects/ 디렉토리에서, AutoFocus.ogg 파일명을 AutoFocus.ogg_ 로 변경.
불필요한 상주 app 제거: /system/app/ 디렉토리에서,
  • MobileVoIP.apk 파일명을 MobileVoIP.apk_ 로 변경
  • OZMessenger.apk 를  OZMessenger.apk_로 변경.
하드웨어적인 2D 그래픽스 처리 및 홈스크린 속도 향상: /system/build.prop 파일을 root explorer의 텍스트 에디터로 수정:
  • debug.sf.hw=1 # 기본값 0 , 1이면 GPU로 UI 렌더링
  • windowsmgr.max_events_per_sec=60 # 기본값 55. 초당 최대 이벤트수. 부드러워짐.
  • ro.telephony.call_ring.delay=1000 # default=3000. 링 빨리 울리게
  • wifi.supplicant_scan_interval = 90 # default=60: 와이파이 검색 빈도 낮춰 베터리 아끼기(S)
  • ro.mot.buttonlight.timeout=0 # default=1. 화면이 켜져 있을 때 버튼 불 계속 들어와 있게 하기
  • mot.proximity.delay=150 # default=450. 통화중 "검은 화면" 근접 센서 반응 빠르게 하기(ms)
build.prop에서 maxcpukhz 변경은 소용이 없었다. 위의 내용은 http://elkin.tistory.com/17 에서 복사한 것. 이중 debug.sf.hw는 카메라에서 간헐적으로 흑백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elkin님의 제언이 있었다.

옵티머스Q의 안드로이드 os가 2.1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CPU 스케쥴링은 기본적으로 ondemand(필요할 때 CPU 클럭을 올렸다가 놀고 있을 때는 CPU 클럭을 낮추는 것) 라서 build.prop의 해당 항목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Set CPU 앱으로 적당한 프로파일을 만들어 배터리 소비량을 약간이나마 줄였다. SetCPU는 배터리 소비량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폰은 게임폰이 아니라 1Ghz나 하는 고사양이 필요없는데 CPU 클럭을 낮추면 뒷판 발열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래는 Quadrant로 벤치마크한 결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번째 화면은 충전중(CPU 최대 속도=998Mhz)일 때 종합 평가에서 갤럭시S를 살짝  추월하는 모습, 두번째 화면은 충전중이 아닐 때(CPU 최대 속도=768Mhz) 갤럭시S보다 살짝 떨어지는 모습.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실 사용시 충전 중이 아닐 때도 갤럭시S보다 체감속도가 빨랐다.

앱 설치
  • 안드로이드 마켓 앱으로 대부분의 앱을 설치할 수 있지만 한국의 특수한 사정으로 게임 카테고리가 차단되어 있다(차단은 풀렸으나 게임 검색이 잘 안된다). my market을 사용하던가 루트 익스플로러에서 build.prop을 고쳐 해결(단, 루팅되어 있어야 한다).
  • market enabler는 기본 마켓 프로그램의 build.prop을 쉽게 고칠 수 있도록 해 주는 앱이다. 단, 루팅된 폰이어야 한다.
  • applanet 앱(소위 블랙마켓)은 유로앱을 무료로 다운받게 해준다.
  •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앱 설치에 도움이 되는 freeware로 QRcode 스캔이 가능한 barcode scanner를 다운받아 설치.
  • *.apk 파일을 pc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려면 usb 케이블을 연결하고 파일 시스템을 마운트하여 pc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 앱 설치를 쉽게 하려고 ES 파일 탐색기(freeware)를 앱 마켓에서 구해 설치했다.  ES 파일 탐색기는 LAN 모드에서 windows 가 설치된 PC의 공유 디렉토리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ES 파일 탐색기는 apk 파일을 일단 SD card에 복사하고 나서 로컬에서 실행하여 앱을 설치한다.
  •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swiFTP를 구해 설치하면 안드로이드폰을 FTP 서버로 만들 수 있다. 즉, PC에서 아무 설정하지 않고 FTP client만 있으면 파일 전송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사진 전송 정도는 FTP 전용 클라이언트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해도 된다.
  •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Bluetooth File Transfer를 구해 설치하면 안드로이드폰끼리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의외로 편하다. apk 파일이 없고 설치만 되어 있는 것을 apk로 만들어 전송해 주는 것 같다. 주의: 페어링을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전송된 파일은 /sdcard에 복사된다.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앱들
  • Launcher Pro Plus -- 홈 화면 변경. 주로 속도 위주로 셋업. 의미: 애니메이션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불필요한 화면 전환을 없앰. 잘만 셋업하면 아이폰4와 비교해서 사람들을 놀래켜줄 수도 있다 :)
  • Fast Camera -- 기본 카메라 앱의 반응속도가 매우 느려, 급하게 사진 찍을 일이 있을 때 사용. 화질은 800 x 480로 구림. 런처 프로 플러스의 아래 타스크바에 등록해 두고 정말 급할 때 사용.
  • Astro --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must have item? 하지만 실제로는 ES 파일 탐색기로 거의 대부분 작업을 다 할 수 있어 비슷. --> Astro가 ES 파일 탐색기 처럼 PC 공유 기능을 플러그인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 Documents To Go -- 엑셀, 워드 등의 문서 편집, PDF 보기.
  • Adobe Viewer -- Documents To Go에서는 원본 그대로의 페이지 레이아웃 대로 보여준다. 작은 화면에서 원본 레이아웃 대로 보려면 팬과 줌을 정신없이 반복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Adobe Viewer 에는 reflow 기능이 있어 화면 폭에 맞춰 텍스트를 재정렬해서 보여주는데 일부 문서에서는 이 기능이 아주 편리하다.
  • Handcent SMS -- SMS 메시지를 관리해주는 프로그램. 기본 메시지 앱에는 없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준다. 기본 메시지의 알림을 언체크해야 이중으로 메시지 수신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메시지 앱 실행 -> 환경설정 -> 수신 알림/보기 설정 -> 알림 uncheck
  • Google 별지도 -- 밤에 별자리 찾을 때 유용한 프로그램. 멋지다.
  • Remote VNC Pro -- 회사, 집 컴퓨터 원격 로긴해서 작업.  PocketCloud 라는 앱은 VNC 뿐만 아니라 RDP (터미널 서비스)에도 접속할 수 있지만 속도가 좀 느린 편.
  • MSN 톡, 네이트온 UC -- 채팅에 취향이 없지만 업무 연락을 위해.
  • TwitterDeck, Foursquare, Twitter, FaceBook, 카카오톡 -- Social Network Service 접근용 프로그램. 요금제 덕택에 무선랜 안 되도 심심치 않게 남들 궁상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 GDocs -- Google Docs와 연동해 문서 편집이 가능한 프로그램
  • gReader -- Google Reader의 subscribe 된 RSS를 읽어온다. newsrob에 비해서는 낫지만 UI가 아직 덜 정리된 듯한 인상을 준다.
  • N 드라이브 -- 네이버의 10GB 짜리 대용량 네트웍 드라이브. 꽤 쓸모가 있다.
  • Vignette -- 기본 카메라를 대체하여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속도가 느린 것이 흠.
  • 컬러노트 -- 메모나 할일 목록을 만들 때 사용.
  • RealCalc -- 공학용 계산기.
Widget 및 상주 프로그램

여러 종류의 위젯을 멋도 모르고 사용하다가 박대리 조기 퇴근을 경험했다. 구입한지 꽤 시일이 지나서야 위젯을 최적화했다 -- 모양은 별로라도 배터리 소비량이 적으면서 적당히 실용적인 위젯만 골라냈다. System Panel을 사용하여 각 application별 배터리 소비량을 하루 동안 측정해서 선별했다.
  • System Panel -- task kill 위젯을 제공하고 있고 기능 면에서도 Advanced Task Killer와 다를 것이 없어 advanced task killer를 지웠다. Advanced Task Killer의 장점은 일정 시간마다 불필요한 앱을 자동으로 죽여주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System Panel에서는 현재 실행되는 앱의 시스템 점유율(및 사용율)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어떤 앱이 cpu 및 배터리를 많이 먹는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 Battery Indicator Pro -- 기본 배터리 잔량 표시기에 숫자 표시를 해놓았고 배터리 방전 로그를 기록할 수 있다. --> 루팅 후 배터리 잔량을 수치로 표시해주는 Status Bar로 교체하면서 사용하지 않게 됨.
  • PowerAMP -- 기본 음악 플레이어를 대체. 폴더 플레이, 앨범 아트 다운 등이 가능하고 위젯이 지원된다.
  • No Lock -- 파워를 켤 때마다 슬라이드 락을 해제해야 하는게 여간 귀찮아 설치. --> 삭제. 슬라이드 락이 해제된 상태에서 홈이나 검색 버튼이 주머니에서 눌려지면 이런 저런 앱들이 마구 실행된다. 심지어 전화도 걸고. 그래서 슬라이드락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 Pure Grid calendar -- 런처에서 별도의 화면에 한 화면 가득 띄워놓고 본다. 캘린더 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 Jorte가 Pure Grid calendar보다 쓰기가 편해 교체.
  • SetCPU -- 어느 포터블 장치던 배터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LCD이므로 조도를 낮추는 것이 장시간 사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LCD는 발열과는 무관하다. CPU 속도를 떨구면 발열을 줄일 수 있고 배터리 소비량을 조금은 줄일 수 있어 사용.
  • 도돌 폰 사용량 -- 인기있는 프로그램. default 업데이트 주기가 1분인데 CPU 사용량이 2-3% 가량 나온다. 꽤 많이 먹는 편이라 업데이트 주기를 30분으로 늦췄다.
  • 하늘이 -- 기상청 자료를 사용하는 날씨/시계 위젯. beautiful widget류의 단점은 영 엉망인 날씨 정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멋진 뽀대만큼 cpu 사용량도 컸다. 사실 수 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해 오면서 날씨 위젯만큼 쓸데없는 것도 없었다. 차라리 웹 바로가기를 터치 해 날씨 보는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서 실시간으로 보는게 낫지.
Bluetooth
  • 이전 노키아폰과 상대적인 비교만 가능한데, 통달거리는 20m 이내로 노키아폰보다 짧다.
  • 옵티머스Q는 블루투스 스택 및 프로파일은 하나도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obex push profile정도는 지원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없다(정정: 사실 휴대폰이 부팅할 때 OPP가 뜬다). pc와 연결해도 할 것이 없다. 그래서 스마트폰간 파일 전송이라도 하려면 Bluetooth File Transfer 같은 프로그램(FTP, OPP 지원)을 사용해야 한다.
  • 옵티머스 Q에서 Bluetooth File Transfer를 띄운 상태에서  시스템 트레이의 블투 아이콘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파일 전송, 파일 수신 메뉴를 통해 파일 전송을 처리할 수 있다. Windows 7의 Microsoft bluetooth profile이 OPP를 지원한다. Windows XP는 안 된다.
  • 옵티머스Q에서 PC로 파일을 전송하려면 일단 PC의 블투와 옵티머스Q의 블루투스가 페어링 되어 있어야 하며, 갤러리에서는 공유에서 bluetooth를 선택하거나, Astro 같은 파일 관리자에서 해당 파일을 send via bluetooth로 선택하고 나서 전송할 대상을  고른다.  그러나 아마도 디렉토리 퍼미션 문제 때문인지 전송이 실패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Bluesoleil 이나 Toshiba Bluetooth stack 등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 이들 프로그램은 PAN, OPP, FTP, Handset 제어 등 대부분의 블투투스 프로파일을 지원한다. HP 노트북의 경우 HP의 블루투스 드라이버만 설치해도 파일 받기가 가능하다.  
  • Bluesoleil 등의 프로그램이 워낙 무거운 관계로 단지 파일 전송만 할 목적이라면 Bluetooth File Transfer 라는 안드로이드 앱을 만든 medieval의 windows용 동명 프로그램인 Bluetooth File Transfer를 PC에 설치해서 사용.
  • 노키아폰에서는 없던 현상인데, 옵티머스Q를 헤드셋(SCS770)과 페어링할 때 미디어에만 연결되고 핸드셋에 연결되지 않는다(그 반대던가?). SCS770 헤드셋을 쿡 눌러 접속을 끊었다가 다시 접속하면 둘 다 붙는다.
카메라
  • 500만 화소의 AF 카메라는 이제 흔한 스펙이 되었다. 대낮에 찍는 사진의 품질은 볼만한 정도다. 단점: 기본 카메라 앱은 셔터 랙이 1-2초 가량 있다. JPEG 압축율이 높은 탓인지 단색계조에 노이즈가 지글지글 끓는 걸 볼 수 있다(파란 하늘을 찍을 때). 아이폰4보단 다이나믹 레인지가 떨어지지만 충분한 광량에서 밝은 피사체를 찍을 때는 별 차이 없다.
  • 동영상은 mp4s, aac 포맷으로 녹화한다. 파일 확장자는 .k3g로 PC의 왠만한 동영상 플레이어로 재생 가능하며 Youtube 업로드도 잘 된다.
GPS application

Garmin Mobile XT나, SportsTracker 같은 앱을 찾기가 어렵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이런 저런 앱을 보이는 대로 설치하고 사용해 봤지만 마땅히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었다. 대부분 구글 맵에 적당히 트랙이나 만들고 GPSr의 트립컴퓨터 같은 역할이나 하는(그것도 엉성하게 모사한) 앱이라 대부분은 설치하자 마자 화면 몇 번 보고 지워버렸다.

GPS 어플리케이션이 가졌으면 하는 기능을 열거해 보면(아니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능을 열거해 보면),
  • Tracklog  -- 단순 트랙로그야 어느 앱에서나 볼 수 있지만 speed averaging, track smoothing, log pause(일정 속도 이하에서 로그 기록을 정지), splitting(속도를 구간별로 정리해 자동으로 waypoint 를 만들어 줌), log predicting (터널 지나갈 때 등 GPS 신호가 단기간 소실될 때 중간 지점 waypoint가 튀지 않도록 트랙 중간점의 속도를 추측해서 만들어줌), auto log (앱을 가동하면 자동으로 날짜별로 log를 기록하는 것) 등이 가능한 것은 드물던가 없는 것 같다.
  • Trackback -- 시작점, 끝점을 향해 이미 기록된 로그를 따라 이동하는 것. trackback일 수도 있고 track replay일 수도 있다. 트랙백 중 내비게이션 가이드 음성이 나와 줘야 굳이 지도나 경로 안 보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겠다.
  • Sight and go -- 대부분의 GPSr에 있는 기능이고 나침반과 지도로 탐사하는 것을 GPSr로 하는 것.  터치 스크린의 장점을 십분 살려 아예 경로 설계(routing)를 화면에서 직접 하는 것도 좋겠다. 이왕 하는 김에 난이도를 지정하면 능선 연결길이나 골짜기길 등 특화된 아이템을 자동 라우팅해 주면 끝내주겠다.
  • Trip Computer -- 트랙로그와 연동되는 ETA(Estimate Time to Arrival), Moving Average Speed, Elevation Change 정도가 필요, 스마트폰의 장점을 살린다면 풍향, 풍속, 습도, 기온 따위의 정보도 충분히 수집 가능.
사용중인 앱들
  • My Tracks -- 구글에서 만든 것 치고는 허접한 앱. 셋업에서 몇몇 세부 설정을 건드릴 수 있고 트랙을 저장하거나 업로드하는 기능이 있어 일단 이걸 사용.
  • Journey Tracker -- My Tracks를 알기 전에 사용하던 프로그램. 별로.
  • Endomondo -- 앱 자체가 GPS를 다루는 것은 다른 앱들처럼 그저 그렇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연동과 트랙로그가 온라인으로 자동 전송되고 소셜 네트웍을 통한 응용(예를 들면 챌린지 같은) 설정을 잘 해 놓았다. 엔도몬도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포팅되어 있다.
  • Naver Map -- 실시간 교통 상황을 보여주고, 길찾기가 가능해 내비로 사용할만 하지만 heading에 따른 지도 회전이 구현되어 있지 않고 음성 코멘트가 없다. 트랙로그를 기록 안한다.  자전거 지도, 등고선도 및 산행도 등은 다른 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좋은 기능이다 뭐 웹에 있는 맵과 같은 거지만. --> 헤딩에 따른 지도 회전이 구현되었다. 하지만 나침반이 아주 묘하게 작동하는 현상이 있다.  
  • Daum Map -- 실시간 교통 상황, 길찾기, 나침반으로 지도 회전, 스트릿 뷰 등을 갖췄다. 역시 음성 코멘트는 없다. 뚜벅이 모드에서 나침반 지도 회전 및 스트릿 뷰를 써먹을 수 있다. 네이버맵과 마찬가지로 트랙로그를 기록하지 않는다.
GPS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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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Status로 실내에서 수신율을 본 것. 실내에서 무려 아홉 개의 위성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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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Garmin Vista HCx, Nokia N5800을 테스트했던 자료에 옵티머스Q(보라색 라인)을 GPS Trackmaker에서 겹쳐 놓았다. Vista HCx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신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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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x(붉은 색)와 옵티머스Q(보라색)의 고도 비교. 수신율이 좋으니 튀는 현상이 현저하게 적었다. 이 정도면 실 사용에 GPS를 믿고 쓸만 하다. 다만, 배터리 문제 때문에 가벼운 산행 정도나 가능할 것 같다.

GPS의 배터리 사용량 측정
  • Battery Indicator Pro에서 Log를 체크해두면 배터리 소비량 측정이 가능하다.
  • My Tracks 또는 Endomondo를 단독 사용했을 때 1시간 당 배터리 게이지가 13% 가량 떨어졌다. 배터리의 특성상, LCD off 상태로 약 5~6시간 사용 가능할 듯.
  • My Tracks를 켜고(GPS on) 블루투스 켜고 기본 내장 음악 app으로 4시간 산행하면서 1시간 동안 음악을 듣고 3개의 30초 가량 동영상과 열댓장의 사진을 찍었더니 배터리 게이지가 100% -> 25%로 떨어졌다.
GPS의 이용 방법

산에서는 네이버 맵이 진리다. 거리에서 약속 장소를 찾아갈 때나 자동차 내비가 필요할 때는 빈약하나마 다음 맵을 사용한다. 자전거, 트래킹, 조깅 등의 스포츠 활동을 할 때는 엔도몬도를 사용했다.

기본 사진기 앱은 지오태그를 지원한다(카메라 설정 아이콘 -> 위치정보 표기 -> 설정 체크). GPS를 켜 놓고 돌아다니다가 사진을 찍으면, 찍은 위치의 경위도가 사진 파일에 기록된다. 이것을 panoramio난 플리커(지원하던가? 가물가물) 등의 웹 앨범에 올리거나 piccasa 등의 pc용 프로그램에서 사진을 불러오면 사진 찍은 위치를 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  

사용 소감

일주일: 옵티머스Q가 배터리를 좀 더 신경썼더라면(예: 1350mAH 대신 2200mAH 짜리 배터리를 사용한다던가) 그야말로 경쟁자가 없는 괴물폰이 되었을 것 같다.

2주일: 배터리 최적화를 잘 해 놓으니 한 시간에 배터리 게이지가 1~2% 정도 밖에 닳지 않았다. 출퇴근, 대략 1시간 40분 동안 블투 헤드셋으로 음악 들으며 웹질 하고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웹질 하고 전화 몇 통 하거나 받으면 저녁 퇴근 후 집에 도착할 때 즈음 약 50% 가량 배터리가 남았다. 반면 여러 종류의 게임을 돌리고 아내 휴대폰으로 블투로 프로그램 전송하고 나도 나름 웹질 따위를 했더니 세 시간 만에 100% -> 20% 로 금새 닳아 버렸다. 게임이 특히 쥐약.

SNS를 사용할 때 쿼티 자판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주변에서 옵티머스Q를 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2개월:  (2010-11-02 추가)
  • 약해보이던 베젤은 결국 어느 틈엔가 흠집이 났다. 휴대폰에 포함되어 있던 액정 보호지는 내구성이 약해 실금이 여럿 생겼다. 홈버튼과 LCD 사이의 틈으로 먼지가 들어가 홈 버튼의 클릭 감촉이 안 좋아 AS 센터에 한 번 갔다.
  • 주변 사람들에게 옵티머스Q를 사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다.
  • 한 달 내내 거의 무선랜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데이터 사용량이 첫 달 300MB, 둘째 달 600MB를 넘지 못했다.
  • 약 30개의 게임을 설치했지만 게임을 직접 한 적은 없고 아이에게 넘겨주면 혼자서 잘 논다.
  • GPS의 실측 사용시간은 대략 4~5시간 정도 되었다. 엔도몬도를 켜고 자전거 타고 약 100km 정도 돌아다니면 집에 도착했을 때 10% 가량 베터리가 남는다. 배터리는 여전히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 수백 개의 어플을 거의 마구잡이 식으로 설치했다 지웠다를 반복했지만 메모리가 딱히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

배터리 최적화 (2010-09-29 추가)

설정->디스플레이 설정
      방향: 체크 안함
      애니메이션: 체크 안함
      조도 센서: 체크 안함
      밝기: 최저값(태양 아래에서는 아예 안보이는 지경)
설정->계정 및 동기화
      배경 데이터: 체크
      자동 동기화: 체크 안함

시스템 패널 앱에서 다음 앱 들은 kill할 때 exclude:
      LG 전자 입력기
      SetCPU
      도돌폰 사용량
      Endomondo
      Power Amp

사용자 삽입 이미지
System Panel의 배터리 로그 보기 화면: 0시부터 아침까지 배터리가 충전되는 동안 Device Usage=0이고, CPU Activity=3% 내외가 되는 것을 불 수 있다. 오후 2시부터 8시 무렵까지 CPU Activity가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SetCPU에서 배터리 프로파일을 충전중이 아니고 LCD off일 때 CPU clock=235Mhz로 최대한 낮춰 놓았기 때문이다. 이때 배터리 소비량 역시 현저하게 줄어든다. --> 아무 것도 안 할 때는 적어도 50~200시간 가량 대기가 가능할 것으로 짐작된다.

유감스럽게도 시스템 패널이나 배터리 인디케이터 프로 등의 프로그램으로는 배터리 소비량과 앱, 센서 인터페이스의 전력 소비량의 상관 관계를 알아내기 어렵다. 이를테면 노키아 N5800의 Energy Profiler 같은 프로그램이 아직 없는 것 같다.

2010-10-26 펌웨어 업데이트 후 배터리 사용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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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았다. 작년에 직원들의 상당수가 재검을 받았다. 그래서 연달아 나흘 동안 술을 안 마시고나서 그 다음날 '깨끗한 몸'으로 건강검진을 받겠다고 연초에 마음 먹었는데, 그러다보니 거의 6개월이 밀렸다. 달리 말하자면 나흘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술을 마셨던 셈. 주변의 술 좋아하는 40살 먹은 아저씨 아줌마들은 대부분 자기가 40살 먹었다는 자각이 별로 없다. 시간의 흐름에 무관심하다.

30언저리 어딘가에서 시간이 멎은 만 40 먹은 시한폭탄 같은 작자들에게 생애 전환기라고 위장 내시경 검진을 무료로 해준다. 내시경이 목구멍과 위장을 헤집고 들락거리니 기분이 이상하게 더러웠다. 3만원 더 내고 수면 내시경으로 신청하고 잠이나 잘 껄 그랬다. 그런데 옆 침상에서 수면내시경 하는 사람은 으웩 악 어억 커컥 크킥 등등  별별 이상한 소음을 다 내고 있었다. 수면내시경이 더 안 좋은 걸까?

의사가 뭔가 문제를 발견했는지 십이지장 입구에서 조직 샘플을 채취했다. 1주일치 염증치료용 약을 받았다. 나흘은 좀 적고 한 일주일은 술을 참고 갔어야 했다. 하지만 의사는 술은 펑펑 마셔도 괜찮은데, 담배는 피우지 말란다. 좋은 의사다.

란타나
문병 가던 길에 찍은 꽃. 애용하던 노키아 휴대폰으로 찍은 마지막 사진. 사진 찍으면 알아서 꽃 이름을 알려주는 앱이 있을까? 깻잎 꽃이 이렇게 예뻤나? 하고 깻잎에 관한 내 기억이 의심스러워 구글질해서 알아낸 이름은 '란타나'였다. 그건 그렇고 구글의 이미지 검색이 최근 들어 전보다 좋아졌지만, 아직 bing.com 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다.

인테크: 작년 LG 파워컴 가입 해서 1년 하고 나흘 넘게 사용했다. 당시 인터넷+070+IPTV 해서 부가세 포함 36520원, 여기에 2대의 휴대폰을 파워 투게더로 엮어 4000원 가량의 기본료를 할인받았다. SK 브로드& 광랜은 아파트에 설치가 안 되어 KT Qook으로 시도. 사은현금 26만원, 인터넷 + 070 + IPTV=35690원. 이전 파워컴 위약금이 약 11만원. 따라서 26-11-(35690-36520-4000)*12=10만원 차익.

사용하던 노키아 N5800은 중고로 팔았다. 세티즌 중고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딱 1분 만에 팔려 나갔다. IT 기기 중고 직거래 개인사상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팔았다. mp3p로 쓰신단다. 네고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5천원을 빼가셨다. 하여튼 이렇게 해서 19만원을 손에 쥐었다.

LG LU2300, 이상철폰 또는 옵티머스Q 오즈스마트 35요금, 할부원금 312000원, 가유, 채무, 부무 조건으로 1년 동안 매달 35000(부가세 포함 38500원)을 사용한다고 하고, 노키아 폰으로 사용하던 요금이 23000원(부가세 포함 25300원)이니까 (38500-25300)*12=158400원+새 휴대폰 분납 가입비 3만원 = 188400원 < 19만원이 되므로, 인테크로 통신업체 바꾸면서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다.

1년 후에 다시 인터넷을 교체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분위기를 통신 사업자들이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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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매복 7개월 만에 기다리던 안드로이드 폰을 산 셈이다. 9월 2일 주문해서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9월 3일 오후 늦게 도착했다. 주말에 놀기 바빠서 셋업할 시간이 없었다. 속도를 늦춰서 사용하려면 루팅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뭘 잘못 본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폰 3GS보다 속도가 약간 더 빠른 것 같다. 옵티머스Q가 오타쿠폰이란 기사가 있다: 옵티머스 큐, '마니아폰'으로 뜨나 

이왕 하는 김에 아내 휴대폰을 스카이 이자르로 갈았다. 아내야 스마트폰에 관심없지만 5백만 화소에 DMB가 되고 가끔 인터넷과 지도를 보는 정도로 사용한다면 피처폰보다는 그래도 스마트폰이 낫다고 생각. 이자르를 만지작거리다보니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은 것과 DMB가 구린 것 빼곤 의외로 괜찮았다. 휴대폰 이름이 멋져서 혹시 파르시일까 해서 뒤져보니 아랍어다.

이자르의 무선랜 접속이 잘 안되어 최신 펌웨어로 업그레이드 했다. 900mAH 짜리 배터리로 하루 간신히 버틴다는 것이 결정적인 단점. 왜 이따위로 만들었는지는 의문.

인터넷+IPTV+070 비교:
* 인터넷: LG 100Mbps, KT 40~50MBps. 체감면에서도 LG쪽의 인터넷 품질이 낫다.
* IPTV: LG에는 PC 공유 디렉토리 연결해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지만 KT에는 오직 VOD만 된다. VOD는 KT쪽이 더 많은 것 같다. 리모컨은 LG 것보다 KT 것이 사용하기 편하다.
* 070: 전화기는 대동소이

이전 작업:
내 휴대폰: Google Calendar Sync로 아웃룩 일정을 Google Calendar로 옮겼다. 컨택트는 마땅히 옮길 방법이 없어 gSyncIt을 사용하여 구글 이메일 컨택트로 옮겼다. 더 이상 귀찮아서 작업하지 않았지만 작업(todo)은 안 옮겨도 그만이다. 아쉬운 것은 메모인데, 구글 docs가 그 비슷한 역할을 하니까 GDocs로 때웠다.

아내 휴대폰: 이전 휴대폰용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주소록을 vcf 파일로 백업하고, 그것을 구글 email 계정의 contact로 옮겼다. 주소록 포맷을 KT 인터넷 전화기에 맞춰 편집한 엑셀 파일을 KT 인터넷폰 주소록에 올렸다. 인터넷폰에서 주소록 내려받기를 했다. 이자르와 인터넷 폰의 전화번호부는 이렇게 완료.

곤파스란 태풍이 불어닥친 날 새벽에 잠에서 깨었다. 창문이 심하게 웅웅 거린다. 먼저 깬 아내가 걱정스레 눈을 부비며 TV를 보고 있었다. 소음이 심하게 나는 창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다. 바람에 나무 허리가 이리저리 휘어지고 잎새를 통과하는 바람 소리가 마치 신음, 비명소리 처럼 들렸다.

9월 3일 술을 너무 마셔 다음 날 아침에 변기에 업드려 속을 비웠다. 어질어질 했지만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산행을 하려고 버스를 탔다. 아직 술이 덜 깬 탓인지 버스를 타니 속에서 올라올 것 같아 중간에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참을만 했다. 수리산에 가려던 생각을 바꿔 인근 광교산으로 코스를 바꿨다. 날이 무척 더웠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지만 한낮 최고 기온은 31도 무렵이란다. 수리산은 능선코스라 직사광선을 피하기 어렵지만 광교산 코스는 대부분 산그늘이라서 쉽다. 사실상 산책 코스나 다름없다.

광교산, 곤파스
산길에서 죽은 나무와 풀 냄새가 났다. 이 정도는 약과다. 특히 동쪽 사면에 서 있던 무척 많은 수의 나무들이 두동강나거나 뿌리가 뽑혔다.

주먹밥
주먹밥 만들기 참 쉽다. 온기가 남아있는 밥에 냉장고에 있던 후리가케와 깨소금과 참기름 살짝 넣고 주물럭거려 어른 주먹만한 주먹밥을 만들었다. 놀러가는 아이들 것은 아이들 주먹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들었다. 샌드위치는 햄, 치즈, 오이 저민 것, 양파 약간을 마요네즈와 캐첩만 발라 속으로 채워 넣었다. 그런데 이런 걸 과하게 술먹은 다음 날 먹으려니 무척 힘들었다. 생각없는 아내는 여전히 쌀에 현미를  섞어 밥을 지었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갑갑하다 -- 현미건 보리밥이건 소화가 안되면 말짱 황이라니까!

600ml 가량의 물을 홀짝홀짝 마시면서 가다 쉬다를 반복했다. 3km쯤 걸으며 쉴 때마다 준비한 주먹밥을 야금야금 오래오래 씹어 삼켰다. 위속에서 소화되어 대사되는데 30분쯤 걸릴 것이다.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지만, 몸 상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아졌다. 6km 정도만 걷고 집에 가서 자려던 생각을 바꿔 10 km 짜리 코스로 변경했다. 주먹밥이 다 떨어져 샌드위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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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아직 다리 힘이 약해서 평지만 달렸다. 곧잘 속력을 냈다.

7월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관이 개관했다. 어린이 미술관 핑계로 애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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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엔 데이트할 때나 와봤다. 적어도 8년 전 얘기다. 이곳을 아이와 함께 오게 되다니! 현대 미술관 어린이미술관은 별 볼 일 없었다. 전시품은 애들이 만질 수 없게 가둬놨고 체험 활동은 동네 어린이집 수준이었다. 백남준의 달토끼를 기획의도로 삼았단다. 입구에 들어서 출구로 나갈 때까지, 큐레이터가 예산이 부족해서 이런 멍청한 기획을 한 건지, 애들과 인연이 없는 밋밋하고 한심한 삶에 환멸과 회의를 느낀 나머지 기획 끝내고 낼 모레 자가용에 연탄 피워 자살할 예정이라 대충 한 건지 잘 모르겠다. 궁시렁거리는 아빠와 달리 아이는 잘 놀았다.

어린이 미술관은 글렀고, 본격적으로 여섯 개의 전시실을 돌았다. 생각보다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6천원짜리 특별전도 마저 구경했다. 미술관 뒷길을 아이와 한가하게 거닐었다. 아내에게 줄 문진을 샀다. 즐거운 하루였다.

애가 그림을 언제 그리기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지만('돼지는 농부가 키우고 아이는 아내가 키운다'는 말을 언젠가 들었다) 그 동안 찍은 사진을 뒤적여 발달 과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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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18 (30개월) 물 속에 사는 고래. 신경계가 미발달해서 직선이나 곡선을 그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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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7 (45개월) 언젠가 도화지에서 화이트보드로 변경. 문어인지 인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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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27 (45개월) 원, 삼각형 등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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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5/8 (46개월) 집, 나무, 아파트, 식물 따위를 그림. 이때쯤 되면 그림이 있는 사진들을 도화지에 오려 붙여 스토리를 구성해서 설명해 보라고 교육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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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7 (48개월) 아빠. 팔을 머리에 갖다 붙였다는 것을 본인이 스스로 자각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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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5 (48개월) 빠르게 발전. 주제는 여전히 가족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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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48개월) 유아에게 색칠을 시키면 어김없이 무지개색 평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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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28 (49개월) 한 달 새에 다시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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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8 (49개월) - 그림에 스토리가 생겼다. '아빠가 가방 들고 산에 가서 그곳에 사는 뱀을 만났다.' 아빠는 그날 산에 가서 몹시 고생 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한테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킨다며 아내가 9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겠단다.

제 애비가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 아이가 원치 않는데도 애비처럼 독고다이가 될까 봐 골똘이 생각했다. 그래서 여태 어린이집에 부러 보냈는데...  곰곰히 내 다섯살 때를 생각해보니 애들 틈에 거치해둔다고 사회적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당시에 나는 무척 사교적이고 비민주적이고 사회적이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사회질이 금방 시들해졌고  대신  재테크에 도움이 안되는 시시한 관심꺼리에 심취했다.  게다가 네 아빠는 사춘기 때 물론 부모말 안 듣고 집 나가길 밥먹듯이 하고 학교에 잘 안 갔고 학교 공부'만' 등한시 했으니 아이가 자라서 평범한 또라이 십대가 된다 해도 뭐라 말할 건덕지가 없다. 게다가 몹시 행복했다.

아내 말대로 했다. 돼지는 농부가 키우고 아이는 아내가 키운다.

찰리 휴스턴, 통제불능: 주인공이 바보같아서인지 전편보다 재미가 덜 하다. 그러고보니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첫 권 번역판 역자 해설에 뱀파이어물에 관한 분류가 적혀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를 먼저 본 탓인지 그 책은 재미가 없었다. 휴스턴의 소설은 뱀파이어, 좀비, 늑대인간, 초능력자, 미친 과학자를 다루는 장르소설이다보니 늘 끼니를 때우듯이 기계적으로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개그물. 읽으면서 낄낄거렸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한 말:
"그래, 리지. 네 언니가 실연을 당했다지. 축하해야겠구나. 아가씨들이 결혼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이따끔 실연 당하는 거니까. 생각할 꺼리도 되고 친구들 사이에서 좀 튀어 보일 수도 있고 말이야."
실연도 안 당해 본 여자를 여자라고 할 수 있을까?

Planet 51
Planet 51. 이렇게 재미없는 애니가 다 있었나 싶었다.

Salt
Salt. 여배우 빼고 볼 게 없는 짝퉁 본 시리즈. 감독이나 등장인물들이 정말 이야기를 싫어하는 눈치였다.

Shutter Island. 대사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괴물로 장수하기 보단 착하게 죽고 싶다'고 말한 것 같다. 멍청하고 행복하게 사느니 알 것 다 알고 괴롭게 자살하겠다는 말도 있다. 음악이 하나도 안 들렸다. 화면이 좋았다. 배우가 괜찮았다.

Hurt Locker
Hurt Locker. 한 달여에 걸쳐 한 번에 10분씩 봤다.  오늘 새벽에는 이 장면이 나오는 부분부터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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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2010. 9. 3. 00:44
며칠 전부터 '두샨베'란 단어가 머리에 맴돌았다. 찾아보니 타지키스탄의 수도였다. 하루 정도면 더 볼 것도 없는 조그만 도시 이름이 착착 입에 감긴다. 무의식은 웹 크롤러처럼 이상한 단어들을 긁어모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녀 왔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 지도 모르겠다. 덕택에 타지키스탄의 경제 사정도 알게 되었고 초거대 항성도 알았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왔지만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Textcube의 버전업이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텍스트큐브 소갯글에서 이 문구를 보았다;  Omnis mundi creatura quasi liber et pictura nobis est, et speculum -- 세상의 모든 창조물은 우리에게 책이자 그림이자 거울이다. -- 세상의 모든 창조물 거의 대부분이 지저분한 패치워크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드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못했다, 잘했다, 되게 잘했다 정도의 rating만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고 평소의 시시한 삶로 돌아갔던 것 같은데?

자비심 부족한 문화예술 애호가, 범고래 영화 취향 -- 테스트 결과:  '좋다는 영화보다 싫다는 영화가 더 많은 편으로, 거장의 작품이라도 자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욕을 하는 오만방자한 취향'. 질문 몇 가지로 뭘 아는 척하는 바보스런 설문이지만, 과한 자신감에 행성만한 자아를 지니고 있어 세상의 온갖 창조물 중 다수가 구미에 맞지 않아 히치하이커에 등장하는 녹색 외계인처럼 평소 입에 욕을 달고 사는 것은 맞다.

예: 교통사고 사망자는 하루 16명인데, 자살자 수는 하루에 35명이란다. 어떤 시인은 '죽음은 시공으로부터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라고 말했다. 내 오만방자한 견해 및 감정: @#$%$!!

이론의 여지없이 인간의 감정과 지능은 전적으로 생존을 위해 프로그램된 것이다. 사랑할 수 없는 자,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자는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었어야 하지만 적은 수라도 쏘시오패스와 싸이코패스는 의외로 잘 먹고 또 열심히 잘 살았다. 인간 사회가 병들었다는 증거일까? 그들의 삶은 눈에 띄는 확률, 가능성 높은 우연일 뿐이다.

담배 피우다가 제일 캥기는게 아이가 지나가는 것이다. 그럴 때는 옆으로 슥 비켜 갔다. 담배를 빨지 않았다 -- 입으로 담배를 빨아서 내뱉어야 풍부한 유독가스가 나온다. 며칠 전 퇴근길에서 담배로 적자생존 생태계는 구성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진화가 확률적으로(또는 관찰되기에) 적자가 생존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100중 20은 적자가 아닌 운에 의해 생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진화가 그렇고 사는게 그렇지 뭐.

담배값을 8천원으로 올린다던가, 통일세를 걷는다던가, 나라가 궁상스러워지니 국민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괴롭힌다'. 정부 및 정부 수반이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담배값이 올라 담배를 적게 피우면 -> 국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므로 -> 노인 요양 비용이 증가하고 ->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담과 국민연금 부담액이 늘어날 수 있다 . 농담.

옛날에 김부선은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라 한약재라고 말했다. 무척 참신했다. 그럼 담배는? 세금 수거용 공인 독극물? 언젠가 종교인 여자와 사귀다가 헤어진 조씨가 이렇게 말했다; 독 중에 가장 지독한 독은 기독이래요. 기독교의 기독이요. 담배만 아니면 되지 싶다.

9월 첫 포스팅.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조건이 변할 뿐' -- 드문 경우겠지만 조건이 갖잖아 보일 수도 있겠다. 5개월 전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늬 평범한 쏘시오패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설명에서 문득 '바탕화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란 문구를  보고 301장의 풍경사진을 모아 450MB 짜리 바탕화면 테마를 만들어서 집과 사무실 컴퓨터에 설치했다.  음... 테이트나 구겐하임, 루부르의 작품들을 모아 통째로 테마로 만들어 돌릴까? 나라면 가능하다. 삽질의 대가인데다 비상식적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상태라서.

인간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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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비오는 날 놀러가서 팬션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건너편에 덕유산이 보이고, 그 건너편 저 멀리 지리산이 있다. 그 시각에 지리산 종주한다고 비를 맞으며 고생 중인 친구가 문득 생각나 전화했다. 잘 살아있다.  전북, 전남, 제주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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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다가 맛이 갔고 아침에는 비가 내린 개울가에 발 담그고 세수했다.
딸애가 나보다 잠자리를 잘 잡았다. 그것도 맨 손으로. 무주구천동엔 세 번째 왔다. 한 번도 '관광'이란 걸 못했다. 술 먹다가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그러고 다음 날 덜 깬 정신으로 버스를 기다리며 잠자리나 잡고. 이게 팔자인가?

낙원의 이방인
딸애와 미술관에 들렀다. '낙원의 이방인'이란 전시회였다. 어디든 지금과 다른 곳에서 평안을 느낀다면... 고향을 떠나 행복해진 이방인이겠지.

낙원의 이방인
재밌고 웃기는 작품들이 많았다. 딸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예쁜 짓이라며 자기 얼굴에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었다. 그래봤자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게 내 딴엔 흡족하다. 취향의 탄생이다.

낙원의 이방인
산차이 짝퉁 같은 낸시 랭처럼 강아지 인형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아빠의 얼굴은 이렇게 반사경에만 비치는 것 같은데? -- 아이는 늘 엄마, 아빠가 빠진 독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네 아빠는 뼈 빠지게 돈 버는 취향은 아니야, 아참. 사내는 핑크다.

낙원의 이방인
이 작품을 어디서 본 기억이 나는데? 화살 맞고도 부조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곰돌이. 곰돌이는 귀여워야 하니까 늘 그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죽음 따위야 뭐 영생을 누리는 이마고보다 덜 중요하고.

8/21, 서울/경기도 지역에 폭염경보,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몇 주전 비슷한 폭염 속에서 자전거를 타던 날, 내가 더위에 약해 빌빌댄 것인지 아니면 체력이 떨어져 힘을 못 쓴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이번에는 비슷한 조건에서 산행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루중 가장 더운 때에 8봉 능선을 거쳐 6봉 능선쪽으로 내려오기로. 기온은 34도, 햇볕은 살인적으로 번쩍였다.

8봉 능선을 지나 육봉 능선으로 들어가는 갈림길 역할을 하는 국기봉에서 더위에 퍼졌다. 능선 그늘에 앉아 쉴 때 불어오는 바람의 기온이 30도였다. 국기봉 꼭대기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할머니한테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GPSr 화면을 보며 고민 좀 하다가 6봉 코스의 중간 지점부터 능선을 내려 가기로 했다. 체력이 다해 다리가 후들거려 3봉의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바보짓을 한 것 같다. 봉우리마다 있을 우회로를 타고 그냥 편하게 내려올껄 괜히 중간에 내려온답시고 옆으로 새서 길을 잃고 헤멨다. GPSr을 보았더라면 쉽게 찾았을텐데, 맞는 길인줄 모르고 오르락 내리락 반복했다. 그러다가 갑갑해서 등고선만 보고 등산로를 벗어나 내려갔다. 지칠대로 지쳐 시냇물에서 좀 쉬어가자는 심산이었다. 다행히 멀리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길이 없고 인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훌훌 옷을 벗고 발가벗은 채 물웅덩이에 들어가 15분쯤 냉탕을 하니 살 것 같다. 천국이 따로 없다. 옷에서 물기를 짜내어 다시 입었다. 갑자기 기운이 나서 과천역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10.8km  걸었다. 시장에 들러 맥주와 과일을 샀다. 집에 와서 맥주에 파닭을 시켜먹고 퍼졌다. 땡볕 아래서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따가운 암벽을 기어 오르내리느라 사지를 다 썼더니  그간 녹슬었던 온 몸의 근육이 신음했다. 그 때문에 잠을 설쳤다. 더위 먹어 빌빌거리고 필요한 때 필요한 근육은 없으면서 1년 전보다 체중이 2kg나 늘었다. 그야말로 저질체력이다. -_-

Merida Dakar 616
딸애 자전거를 샀다. 이번에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멋있는 포즈'란다. 코스터 브레이크가 달린 자전거를 사려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그냥 이베이에서 살 껄 그랬나?). Merida의 Dakar 616을 이십만 백원 주고 샀다. 핸들에 꽃술도 안 달렸고, 짐칸도 없고 핸들바에 장착하는 바구니도 없는 밋밋한  9.6kg짜리 유아용 알루미늄 프레임 MTB다. 다리 힘이 없어 평지에서 꾸역꾸역 지렁이처럼 기어가는 수준이다.  밥 많이 먹고 힘쎄져야 자전거를 잘 몰 수 있다는 핑계로 밥을 먹일 수 있을 것 같다. 자전거는 친지들의 각종 찬조금과 아이가 꾸준히 돼지저금통에 모아놓은 상당량의 동전으로 샀다.

빈 저금통을 다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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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흐리고 간간히 비. 관악산에 다시 올라갔다. 저번 주와 같은 코스.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괜히 없는 길 만들면서 다니지 말라'고 말해 캥겼다. 안 그래도 산을 타면 상처가 많이 생겼다.

넋 놓고 걷다가 무너미 고개 부근에서 길을 잘못 들어 8봉 능선 왕관바위로 오르는 길을 놓쳤다. 되돌아가긴 귀찮고 등고선을 보고 그냥 등산로를 개척했다. 비가 온 탓에 바스라진 나뭇검댕이 옷 여기 저기 묻고 잔가지가 드러난 살갗을 사정없이 할켰다.

버섯이 듬성듬성 돋아난 나뭇그늘을 지나 푹푹 빠지는 낙엽을 밟고 가시나무와 거미줄을 헤치고 손가락, 발가락 끝으로 바위에 매달리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간신히 200여 미터를 기어 올라 능선에 오르니 시원한 비바람이 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젖은 바위에 앉아 아침에 만든 점심을 먹었다 -- 아내와 아이 아침밥을 차려주고 둘의 점심을 만들어주고 내 점심도 챙겼다. 계곡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다 흩어졌다. 비가 내려 허겁지겁 밥을 먹어 치웠다.

문원 폭포
문원 폭포. 오후 다섯시 무렵. 비가 와서인지 이 코스로 산행하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틈에 폭포에 몸을 담그고 씻었다. 더러워진 옷을 빨았다. 저번 주에는 더위에 지쳐 개고생 했는데 이번에는 룰루랄라 편하게 산행을 즐겼다.

가는 길 내내 귓가에는 베토벤의 여러 교향곡이 줄기차게 흘러 나왔다. 마지막으로  Adiemus의 앨범 Vocalize를 들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편곡한 것과 7번 교향곡을 편곡한 것도 있어 이번 산행은 거의 100% 베토벤과 함께 오른 셈이다. 베토벤의, 9번을 제외한 여러 교향곡을 벤치마크한 결과, 노다메 칸타빌레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7번 교향곡이 산행할 때 가장 적합한 것 같다. 하이킹할 때는 6번 교향곡이 발걸음에 딱딱 들어 맞지만, 능선에서 하늘과 땅을 보며 걸을 때나 비에 젖은 바위에 지이익 미끄러질 때는 경쾌한 임펙트와 스윙감 있는 7번이 알맞았다.

과천은 복받은 도시다. 청계산과 관악산,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무수한 계곡들은 접근성이 매우 좋아 언제고 찾아가 놀고 즐기기 편해 보였다. 과천 시내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비를 맞고 있는 너덜너덜한 플랭카드가 보였다 --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빠져 나가면 과천이 삼류 도시가 되는 걸까? 집값 비싸고 여전히 생활 여건은 좋아 보이는데? 비 맞고, 푹 젖은 옷을 입은 채 돌아오는 버스에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쐬니 몸이 덜덜 떨렸다.

하늘의 물레, 우르술라 르귄:  딱히 재미는 없었던 그냥 '르귄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같은 소재를 다룬 적이 있는 젤라즈니와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된다. 이 글은 공감각 뿐만 아니라 비주얼이 너무 약하다. 인용:
역병이 누구러든 지 겨우 10년 만에, 결딴났던 인류문명은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서 지구 궤도로, 달로, 화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들을 만났다. 형태 없고 말 없고 분별없는 만행을, 우주의 어리석은 증오를.

그는 차로 돌아가는 그녀의 뒤쪽에 손전등을 비추어 주었다. 개천이 소리쳐 대고, 나무들은 말없이 늘어져 있고, 하늘에서는 달이 노려 보고 있었다. 외계인의 달이.
불가능은 없다 Physics of the Impossible, 미치오 가쿠: 오랫만에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은 책. 저자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SF를 좋아하는 작가가 SF 소재로써 자주 등장하는 불가능을 3단계로 분류한 솜씨가 몹시 좋았다. 인용:
새로 발견된 과학적 진실은 반대론자들을 설득하여 깨닫게 함으로써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반대론자들이 모두 죽은 후  새로운 진실에 익숙한 신세대가 과학을 이어받았을 때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수구꼴통이 다 죽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뜻이다.
물체복사기가 기적의 도구 임에는 틀림없지만, 사실 자연에는 이와 같은 기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고기와 야채를 9개월 동안 꾸준하게 공급하면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지지 않는가! 생명이란 원자 규모에서 물질을 생체조직으로 변환시키는 천연 나노공장의 산물이다.
이렇듯이 미치오 가쿠는 고기와 야채같은 열정과 지성은 물론, 여제자들에게 사랑받을 귀여움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앞으로 생명체는 은하 전체, 또는 그 이상의 영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오늘날 생명체는 우주를 오염시키는 사소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영원히 그런 존재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 Astronomer Royal Sir Martin Rees
그거 참 위안이 된다.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사람은 남의 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훔치고, 개인적인 원한으로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풀어주는 등 방종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투명인간이 되었는데도 이런 짓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불쌍한 얼간이라며 놀릴 것이다.
토리그비 에밀슨은 불확정성 원리를 놓고 다음과 같은 농담을 떠올렸다. "역사학자들은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의 삶을 반추하다가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도 일리있는 주장이다. 어쩌다가 놀 시간이 나면 에너지가 부족하고, 시기가 적절하면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웃기는 과학교양서가 정말 좋다.

라이어, 존 하트: 해피엔드로 끝나는 시골 스릴러. 맹점에 속아 넘어가 범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해 약이 올랐다. 나중에 같은 저자의 글을 읽어도 재미있을까? 한 권쯤 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뒤져봤더니 달랑 한 권 번역되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한 가지 더, 이오인 콜퍼: HHGTG 팬픽인데 원작삘이 잘 살아(심지어 더글라스 아담스를 능가하는 광기어린 오버질까지) 그럭저럭 즐겁게 읽었다. 더글라스 아담스는 죽어서 가죽을 남겼다. 많은 팬들과 함께...

제빵왕 김탁구: 시청율이 무려 40%나 되는 시리즈. 일본 드라마인 줄 알았다. 20개의 에피소드를 이틀에 걸쳐 봤다. 앞 몇 에피소드가 막장스런 아침 드라마 분위기지만 맥락은 일본 드라마처럼 진행되고, 일본인 캐릭터에 비하면 훨씬 감칠맛나고 매운 한국형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배역 이름은 김탁구 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회장님과 사모님의 패션은 썩 좋은 눈요기꺼리였다. 드라마 탓에 빵 만들기가 만만해 보였다. 오븐을 구입할까? 저녁에 반죽을 만들어 놓고 아침까지 숙성시켰다가 오븐에 굽고 그 빵을 딸애한테 먹이는 것이다. 아이는 울면서 빵을 먹으며 '맛있어요'라고 말하고.

How I Met Your Mother:  코메디 맞지?
"You have to choose right now."
"I choose bimbos."
 "What?!"
"Hey, Lily, bimbos make me happy. Bimbos make me feel alive. Bimbos make me want to pretend to be a better man."
"No, no, this is just a defense mechanism. because you're afraid of getting hurt. You're just confused."
"Oh, I'm not confused, Lily. You know who is confused? Bimbos. They're easily confused. It's one of the thousand little things I love about them. I love their vacant, trusting stares; their sluggish, unencumbered minds; their unresolved daddy issues. I love them, Lily, and they love me. Bimbos have always been there for me, through thick and thin. Mostly thin."

EIDF가 시작되었다. 바빠서 한 편 제대로 감상할 새가 없었다. 일주일 만에 페스티벌이 속절 없이 끝나버렸다. 하지만  torrent가 있다.

스페이스 투어리스트
스페이스 투어리스트. 국민 세금을 탕진해 뽑기 이벤트를 해서 최종 선발한 어떤 한국인 행운아의 시시한 얘기에 관심이 없어 언론 기사를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신문 연예면 가십 같달까?) , 이 다큐는 꽤 재밌다. 한국 정부 관료의 머리에 꽉 찬 똥이 우주개발사업을 뽑기운, 날림공사, 영성체험 또는 대국민 홍보사기극 따위로 만들어 버렸는데, 정부란게 하는 짓이 생각없고 병신같아야 진정 정부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민간 우주여행을 다녀온 안사리는 그 유명한 안사리 엑스프라이즈를 만들었고, 그게 훗날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GLXP)로 발전했다. 다큐멘터리가 의외의 방향으로 진전되었다. 후반 40분은 그야말로... 아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찰스 시모니는 돈지랄로 우주관광하는 백만장자로 나와 늘그막에 훈련받느라 고생했다. 천칭의 무게 중심이 잘 맞았던 다큐였고, 러시아가 우주관광산업으로 살림이 나아졌는지 도표를 곁들여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Sherlock
Sherlock. 셜록 홈즈의 현대판. 셜록홈즈의 미친 광팬들에 대한 예우도 갖췄고 현대적인 연출 솜씨도 그렇고 인물 조형도 흠 잡을 데가 없다. 영화판의 느끼한 BL물스런 분위기도 없었다. 왓슨이 좀 찌질해 보여서 안 쓰럽긴 한데, 그나저나 어디서 저런 매력적인 주연 배우를 구했지?

Warehouse 13
Warehouse 13 Season 2. 시리즈가 재개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등장하는 가젯 대부분에 고풍스런 역사가 스며 오덕향을 제대로 풍겨줘야 하는데 그렇질 못한데다 소재가 빈약하니까 수퍼내추럴같은 등신 콤비물로 만들 기미가 보여 2기 나오면 망할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SF 개그물은 우울한 인생에 빛이 되주는 관계로 뭐든 환영한다.

Warehouse 13
Warehouse 13. 빅토리안 스팀펑크스러운 안틱 통신기를 제대로 활용해 보라고. 디자인만 있지 그걸 받쳐주는 잘 연결된 고증과 스토리(덕후담)가 없잖아?

Warehouse 13
Warehouse 13. 에셔 볼트를 거니는 두 사람. Syfy 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라 그런가? 요즘 SF 추세일지도 모르겠는데, SF라는 어깨뽕을 빼고 아이디어나 소재, 주재가 생활밀착형 편재를 지향하며 대중에게 먹히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 꾸준히 형변환을 해 온 몇몇 드라마가 있어왔다. Warehouse 13 뿐만 아니라 Eureka, Kyle, Fringe 등은 SF같지 않은 SF였다. 심지어 유레카의 컴퓨터 기크와 웨어하우스의 컴퓨터 기크는 기탄없이 서로의 세계를 방문하는 사이다. 없는 살림에 엔터테인먼트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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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M v3.5

GPS 2010. 8. 18. 22:10
약 1년여 동안 수집한 POI와 개선된 등고선 지도를 포함한 새 버전의 KOTM을 만들었다. 버전은 3.5. 동호회에만 올리고 깜빡, 바빠서 작업 노트 올리는 걸 잊고 있었다. 누구 보라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나중에 내가 한 작업을 정리해 두지 않으면 어김없이 길을 잃을 것이다.

올초에 OSM 사이트에서 massive upload top 10에 뽑혔다(아마 3위던가?) . 덕택에 POI의 소재, 특히 저작권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생겼고(적절한 지적이다) OSM에 업로드한 POI를 전면 재개정하기로 약속했다. 4월 쯤에 시간나는 대로 올리겠다고 뉴스그룹에 공지했다가 (POI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서) 그동안 바빠서 작업이 정체되었다.

이러저러한 귀찮은 작업을 거쳐 POI를 정리하고(근접 지역의 같은 이름과 같은 tag를 가진 POI를 합쳐주거나 태그가 없는 POI를 제거하는 등) 상당히 많은 양의 자료를 추가, 삭제, 수정하는 작업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어차피 취미 생활인데 목숨 걸고 할 것도 아니라서 대충 시간을 흘려보냈더니, 어느새 6개월이 흘렀고, 지금은 만사가 귀찮아져(POI 검증이 무지 신경 쓰이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면서 소득이라고는  잘해봤자 본전이라) 그보다는 늦기 전에 그냥 손쉽게 해치울 수 있는 KOTM 새 버전이나 만들기로 했다. 사실 4월 이후부터 주욱 KOTM v3.5를 사용하고 있지만 남들에게 공개할 수준이 아닌데다, 설치 방법이나 설치 중 오류에 관해, 배포  전에 여러 종류의 각기 다른 시스템에서 무수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등, POI 작업처럼 검증이 필요해 미루던 것이다.

테스트: 삼성 M4650과 노키아 N5800의 각기 다른 os에서 작동하는 Garmin Mobile XT 두 버전, 버전이 다른 두 종류의 MapSource, XP SP3, Windows 2008, Windows 7 등의 요새 많이들 사용하는 os , Garmin Vista HCx 등등 여러 조건에서 설치를 다양하게 해봤다. 그래도 안 되요, 에러 나요, 다운 되요 등등 별별 일이 다 생길 것이다.

일단 설치본에서 배포본만 남기고 제작본은 제거했다. 제작본 제작 방법에 관해 문의해 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사람들이 제작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인스톨러는 WinRAR 대신 Nullsoft NSIS를 사용했다. NSIS 사용법을 배우고 비교적 쉽게 만들었다.

transparent 문제 때문에 GMAPSUPP.IMG를 만들 때 영문, 한글 TYP 파일을 각기 다른 것을 사용했다.

OSM 외에 별도로 수집한 12만개의 POI를 거르고 걸러 만들어 놓은 59000개의 비교적 오류가 없는 POI 리스트를 포함했다.

OSM의 bus_stop과 hospital tag는 4월 무렵 대부분 정리가 끝났다.

OSM의 orphan node와 name tag를 며칠에 걸쳐 여러 차례 개정했다. 지난 수 개월 동안 한국 지도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mkgmap r1667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style이 많이 바뀌었고 그에 따른 불가피한 수정을 하고 TYP 파일도 여러 차례 손보았다.

드디어 routable map을 만들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테스트 결과는 처참했다. OSM의 도로 연결이 아직 제대로 안 되어 있는 탓이 크다. 하지만 라우터블 맵을 만들어봤자 뭘하나? 여전히 POI의 한글 검색이 안 되는데.

Topo Map은 DEM 파일을 추출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세선화 단계를 줄였다. 등고선의 정밀도는 향상되었지만 등고선 데이터 크기가 엄청나게 커져서 등고선을 줄이느라 등고선 사이의 간격이 일정치 않았다. 용량 때문에 어쩔 수 없다. GPSr에서 랜더링하는 속도 부터 저장공간을 차지하는 문제까지, 가능한 맵 크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4월 이후 별 진전없이 찔끔찔끔 진행되던 KOTM v3.5 제작을 약 일주일 동안 결론을 짓고 완결했다. KOTM v3.1이 작년 10월에 만든 것이니 v3.5는 사실상 10개월만에 업그레이드 되는 셈이다. 10개월 동안 꽤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뭘 했는지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 작업노트라고 적을 만한 것이 없다.

8월 15일 광복절 기념판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공교롭게 주말에 가족여행이 있어 하루 늦게 설치본 제작과 테스트를 끝마쳤다.

소개 문서를 영문으로 작성하고 유명 사이트에 한국 지도라고 올려놓을까 하다가, 지도 설치와 운용 에 관한 귀찮은 문의를 '국제적으로' 받을 것 같아 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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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있던 M4650에 KOTMv3.5를 설치했다. Nokia N5800을 Bluetooth GPS로 만들어주는 ExtGPS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M4650으로 N5800에 연결하면 M4650의 Garmin Mobile XT에서 사용이 가능한데, 사실 Mappy를 사용하는게 더 나을 듯.

KOTM v3.5 소개, 다운로드, 설치: http://cafe.daum.net/GPSGIS/BSrL/1572

KOTM 다음 버전은 3.6이 되던가 4.0이 되던가 아직 모르겠다. 아직 등고선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아쉽게도 dem이나 topo map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상대적 비교조차 해 본 적이 없다. OSM의 POI는 언젠가는 정리해야 한다.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OSM 한국 지도 제작자가 작년에 비해서 많이 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한국 지도 전반이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주소체계 정비가 본격화되면서 사실상 도로명 대부분을 개정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도 그 사람들 덕에 무료 지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작업자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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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nomenology

잡기 2010. 8. 12. 23:56
김씨가 인터넷에서 하는 반달 행위를 트롤링이라고 하길래 한참 못 알아듣다가 뒤져보니, 제물낚시를 말하는 거였고 '순수' 한국어로는 낚시질이었다.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곳에 제목과 다른 글을 올려놓거나 기사 제목과 따로 노는 헛소리를 본문으로 적는 신문 기사에 속아 넘어가는 것을 '낚였다'고 말할 때의 그 낚시질이었다.

제목을 잘 쓰면 블로그가 온 사방에 노출된다. 역으로 말해 남들 관심 없어하는 주제와 소재를 이용한 일반 명사만을 사용하는 제목을 적어야 불필요한 환경 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설령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더라도 내 라이프타임 스토리는 쪽팔리고 찌질한 비망록 같은 것이라 사람들의 시선에 평가받는 걸 즐기지도 않을 뿐더러 블로그질을 사회화된 동물로써 당연히 치러야 할 업보(?)로 생각지 않았다. 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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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0원짜리 신발. 막 신는 싸구려 신발을 샀더니 바닥판이 잘 고정되지 않아 뛰거나 산을 탈 때는 쓸 수 없을 듯. 매시 소재라더니 겉감만 매시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상생황에서 사용할 신발 역시 등산화가 최고 같다.

김씨가 SF&F pdf가 잔뜩 널려 있는 보물단지 같은 사이트를 알려줬다. 웹 스파이더로 긁을 수 없는 형태라서 pdf 다운로드용 python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500여편 다운받는데 4시간 넘게 걸렸다. 스크립트를 그대로 걸어둔 채 퇴근. 700여편 정도 다운 받다가 웹 사이트가 다운되었는지 응답이 없어 다운로드에 실패. 집에서 스크립트를 일부 수정해 일단 목록만이라도 다운받도록 해서 돌리고 아침에 확인해 보니 2800여개 목록만 얻어오고 역시 실패.

목록을 바탕으로 2800여개의 pdf를 수집하는 한 편, 에러가 나도 가능한 거머리처럼 악착같이 목록을 받아오도록 스크립트를 수정해서 실행하고 목록이 만들어지는 대로 pdf를 다운로드 했다. 에러 안 나고 목록을 모두 다운 받았다. 그래도 사이트가 느려 주말 내내 스크립트가 돌아갈 것 같다. 토요일 오후 완료. 1453명의 작가, 9645편의 작품, 4GB의 용량 -- 이 정도면 그 웹사이트가 불법복제계의 끝판왕은 되지 싶은데?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파이썬은 적은 줄수와 적은 노력으로 우아하고 잘 작동하는 스크립트를 작성할 수 있어 쓸 때마다 마음에 든다. 제대로 배울 틈은 없지만 필요할 때마다 익혀서 사용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code]#!/usr/bin/python# -*- coding: utf-8 -*-import timeimport osimport sysimport socketfrom HTMLParser import HTMLParserfrom urllib2 import urlopensocket.setdefaulttimeout(1000.0)base_url = "http://..."class Spider(HTMLParser): def __init__(self): HTMLParser.__init__(self) def collect(self, url, cond): self.data = "" self.xref = "" self.cond = cond self.lst = {} fc = 0; failed = True while failed: try: req = urlopen(base_url + url) self.feed(req.read()) return self.lst except socket.error, msg: fc +=1 if fc > 100: raise print 'Request Error:', msg time.sleep(2) def handle_starttag(self, tag, attrs): self.xref = "" self.data = "" if tag == 'a' and attrs: self.xref = attrs[0][1] def handle_data(self, data): self.data = self.data + data def handle_endtag(self, tag): if tag == 'a' and self.xref[:len(self.cond)] == self.cond: self.lst[self.xref] = self.data self.data = "" st = time.time()f = open("list.bat", "w")sp = Spider()mainpage = sp.collect("...", "...")for aurl, author in mainpage.iteritems(): # author's book list print author books = sp.collect(aurl, "...") for burl, title in books.iteritems(): # get pdf url from each book pdfpage = sp.collect(burl, "...") for purl, fulltitle in pdfpage.iteritems(): # only one # save pdf url print "\t", fulltitle s = "wget -c -O \"" + fulltitle + "\" " + base_url + purl; # os.system(s) f.write(s) f.write("\n") f.flush()f.close()print "\nJob done. %.0f" %(time.time() - st), "secs ellapsed"[/code]

Free PDF to Word Doc Converter를 사용하면 PDF 파일을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포맷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다른 것들도 시험해 봤는데 저 프로그램이 개중 나은 듯. 배치 변환이 안된다.

날이 더워서 쉬 지친다. 자전거 타고 장거리 여행은 여건상 힘들다. 여건: 체력.
 
운동삼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집에서 사무실까지 약 40분 거리를 시간 되는 대로 자전거 타고 출퇴근 했다. 사무실에 갈 때는 15km, 올 때는 의왕의 왕송 저수지를 에두르는 코스로 약 20km 정도인데, 이런 정도로는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없다. 주말에는 아이와 놀아줘야 하므로 오히려 자전거를 탈 시간이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전거 여행을 하려면 일주일은 돌아다녀야 여행이 여행같아진다.

주말에 아내가 아이 데리고 놀러간다고 해서 모처럼 시간이 나 자전거를 몰고 85km쯤 달렸다. 오랫만에 여러 시간 자전거에 앉았더니 엉덩이가 아프다. 석수역까지 자전거를 끌고가 바로 이어지는 안양천 자전거 도로를 타고, 한강 자전거 도로를 지나 탄천변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죽전 근처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수원으로 돌아왔다.

여의도 물빛 광장
여의도 물빛 광장. 야트막한 케스케이드 폭포.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사이. 맞은편은 빛의 카페, 이 근처 어딘가 플로팅 스테이지, 한강 100:1 축소한 피아노 물길 등. 물빛 광장에 발 담그고 점심 도시락으로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물때가 많이 낄 것 같은데 전반적인 '느낌'은 청계천 짝퉁 같았다.

탄천변 노천 수영장
자전거 타고 탄천에 처음 와 봤다. 탄천 변 수영장. 지나가다가 이런 수영장을 몇 개 보았다. 샤워장 이용료 별도에, 무료로 운영되는 것 같은데?  애들 부모한테는 엄청 매력적이겠다. 작년에 자전거 여행 중 삼척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놀다간 곳이 생각났다. 흐르는 개울 바닥을 조금 더 파내 친환경 천연 실외 수영장을 만들어 놓았다. 실로 감탄했다. 수도권 인근에서는 물가에 인공 구조물로 물놀이터를 만드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냄새나는 2급수 하천 옆에 수돗물로 관리 잘 되는 수영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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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수내역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아마도 황새울 다리로 짐작되는 곳을 건너며 찍은 사진. 분당, 판교 지역에는 늘 한밤중에 술먹으러만 와 봤다.  지리고 뭐고, 한때 로또 동네로 소문났던 이 곳에 관해 아는 게 없다. 하여튼 수원 영통 지구나 이곳을 보다가 집 근처를 돌아보면 낙후된 촌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글쎄, 잘 모르겠다. 쿄님 말로는 수원이 교육열이 지랄같이 높은 동네라던데. 옆에 있던 고님도 맞장구를 치고. 다들 낙후된 환경에서 살다보니 공부해서 신분상승에 열을 올리는건가?

주말에 혼자서 맥주 1000cc에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 먹는다니까 그런 말을 듣는 사람마다 놀랬다. 닭 한 마리라고 기껏 해봤자 큰 것이 1.2kg 정도인데 뼈를 발라내면 많아도 800~900g 내외다(밥 한 공기가 200g 가량 되고, 국과 반찬을 다 합치면 한끼에 먹는 양은 400~500g 가량, 식사 한 끼로 섭취하는 칼로리는 1500~2500kcal 정도 되지 싶다). 4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서 82km를 움직였다면 약 4200kcal를 소비한다. 맥주 1000cc 는 450kcal 정도,  프라이드 치킨 800g은 2500kcal 정도 된다. Q.E.D.

프라이드 치킨을 주로 먹고 양념 치킨은 왠간해선 먹지 않았다. 양념치킨은 그냥 이단이다. 마늘, 간장, 매운맛, 오븐구이, 그외 기억나지도 않는 여러 종류의 슬립스트림을 다년간 시도했지만 언제나 프라이드로 복귀했다.

그렇게 정도를 지키는 치맥을 추구하다가 저번 주에는 파닭을 처음 먹어봤다, 이건 또 새로운 세계. 닭튀김에 단순히 파를 얹어 먹는 것인데 전혀 맛이 다르다. 집에서 한 번 시켜 먹었는데 느끼하지 않아 좋았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을 연달아 가는 계획을 세워놓은 황씨를 만날 때도 파닭을 먹었다.  그때는 마늘 치킨에 파를 얹었는데, 배달치킨과 달랐다. 배달 치킨은 덮어놓은 케이스 안에서 파가 대충 익어 파의 숨이 대충 죽고 매운 맛이 사그라 드는데 매장에서 시켜 먹은 파닭은 닭 위에 단순히 파를 얹어 놓은 것이라 매운 파 맛이 오랫동안 입 안에 맴돌았다.

다음 주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친구와 대천 해수욕장에 놀러 간단다. 댕큐. 워낙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내 저주받을 성격 탓에 같이 가지 않고 샌드위치나 만들어 챙겨주고 떠나 보냈다. 그리고 웹으로 날씨를 훌터본 다음 자전거를 몰고 바로 집을 나왔다.

평택호
아산 방조제길. 평택호. 8월 8일. 온양온천역까지 전철을 타고 갔다. 거기서 서해안을 두루 돌다가 수원까지 돌아오는 코스를 잡았다. 대략 120km 정도. 오후 한 시 출발. 그런데 날씨가 안 도와줬다. 일기예보의 현재 기상 상태라면 평택, 아산 인근에는 비가 오고 있어야 했다. 비가 오던가 날이 흐려야 달릴만 하다. 그런데 왠걸. 섭씨 33도에 이렇게 해가 쨍쨍하다. 이런 도로를 30분 달리니까 금방 지친다.

진위천
찌는듯이 더운 가운데 어느 조그만 휴게소에서 싸온 김밥 두 줄과 우유를 먹고 마셨다. 너무 더워 120km 코스는 포기했다. 하여튼 달리긴 달려야 했다. 진위천을 따라가면 오산에 이를 수 있을꺼라 막연히 믿고 갔다가 엄한 비포장 길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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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못 차리겠다. 대기 기온이 33도지, 달아오른 아스팔트 탓에 후끈거리는 종아리에 느껴지는 기온은 36도 이상이다. 2005년 8월 13일 자전거를 타던 날 날씨가 지금 같았다. 햇살과 더위 속에서 달랑 500cc 짜리 물 한 병으로 간신히 버텼다.  

숙성교와 숙성라멘교 사이 어느 지점에서 잘린 엄지 손가락이 버려진 것을 보았다. 더위에 헛 것을 본 것일까? 아차 하는 사이에 잠자리를 밟아 죽였다. 로드킬 중에 너구리가 있었다. 비포장길을 가로지르는 뱀을 보았다.  

오산 공군 기지 옆 비포장길을 달리다가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자전거나 다리가 흙탕물 범벅이다. GPSr을 살펴보니 가장 가까운 역까지 11km 가량 남았다. 2km쯤 자전거를 몰았다. 펑크났을 때는 자전거를 타면 휠이 망가진다. 하지만 이 더위에 인적없는 이곳에서 11km를 걸을 수는 없었다. 삼거리 도로변 나무에 앉아 쉬었다. 물은 다 떨어졌다. 기운을 내서 자전거를 끌고 걸으면서 보이는 트럭을 잡아 근처 지하철 역까지 가려 했지만 아무도 차를 세워주지 않는다. 사내처럼 욕하고 사내처럼 걸었다.

증오스러운 뙤약볕 아래에서 씩씩하게 걷고 있는데 건너편 길가 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빵구 났냐고 소리쳤다. 네, 혹시 자전거 펌프 있어요? 있단다. 펌프에, 대야도 하나 빌려 물을 받아 놓고 그늘에 철퍼덕 주저앉아 타이어 구멍을 때우며 그 동네의 두 아저씨와 값비싼 자전거 얘기를 두런두런 나눴다. 아저씨 친척은 천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끌고 다닌단다. 그 동네에서 오산으로 출퇴근하는 어떤 아저씨는 250만원 짜리를 끌고 다녔다. 나는 오늘 지하철 타고 오는 길에 견적이 3-400은 나올 것 같은 자전거를 봤다.

이렇게 좋은 자전거 펌프가 있다니 놀랍군요 라고 말하니, 요새 시골 농가에 자전거 펌프 없는 집 없단다. 자전거 공기 주입 밸브가 꼴에 프레스타 타잎인데, 다행히 늘 컨버터 플러그를 가지고 다녀 던롭 펌프로 공기를 넣을 수 있었다. 안쪽 튜브를 꺼내 물 속에 담그고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를 보았다. 펑크는 비교적 쉽게 찾았다. 찢어지지 않았고, 압정에 찔린 듯 동그란 구멍이 나 있었다.

고맙습니다, 펑크를 때우고 물 한 잔 얻어 먹고 출발했다. 전혀 모르는 이상한 길을 따라 오산역으로 향했다. 어느새 다섯 시가 넘었다. 시내를 두리번 거리며 돌아 다니다 롯데마트를 발견했다. 롯데리아에서 4500원짜리 값 비싸고 맛있는 팥빙수(베리빙수?)를 먹고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물을 연거푸 들이켰다. 지쳤다. 역으로 향했다. 무수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베트남어, 태국어가 들려온다. 이국에서 심심하고 외로워 보인다.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아 마셨다.

집에 돌아와 GPSr을 살펴보았다. 주행거리는 겨우 62km, 3시간 달리고 1시간 30분 가량 쉬었다.  뭐 이런 깡패같은 날씨가 다 있나 싶었다. 날 더울 때 한 번 더 실험해 보자 -- 물이 충분하다면 버틸만한가 아니면 이런 더위는 버틸 수 없는 종류의 장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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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단 한 번의 땡볕 주행으로 어엿한 '미녀와 야수' 다리를 만들었다. 어 생각보다 징그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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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난 채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보니 휠이 휘어진 것 같아 자전거를 손봤다. 자전거를 뒤집어 놓고 케이블 타이를 프레임에 묶어  림에 아슬아슬 닿게 만들고(휠 조정용 캘리퍼스 대용) 바퀴를 살살 돌리다가 케이블 타이에 걸리면 그 위치 부근에 있는 스포크의 장력을 스포크 렌치로 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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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광채, 댄 로이드. 모처럼 재미있게 본 소설 형식의 뇌과학 교양서. 현상학과 fMRI의 다변량 해석이 만났다. 책에는 삽화가 여러 장 있었고, 소설이 꽤 재밌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질리지 않았으며 위트가 넘쳤다. 꽤 다양한 견해를 소설화했다. 아무래도 자기와 견해가 다른 인지과학자들을 대놓고 까대긴 그렇고, 엄청나게 복잡하고 다양하고 말도 많고 성과는 쥐꼬리 같은 인지과학을 포괄적으로 해설하자니 시간낭비고 해서 소설로 가볍게 풀어놓은 것 같다. 아무튼 글솜씨가 있으니 좋은 작가다.
1리터 정도의 부피에 불과한 인간의 뇌가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개념적이고 인지적인 가능성의 공간은 천문학적 우주 전체보다도 더 크다. 뇌의 이러한 놀라운 속성은 1000억개의 뉴런과 그들을 연결하는 100조개의 시냅스의 조합 때문이다. ... 뇌가 고유하게 가질 수 있는 시냅스 연결의 가능한 배열은 대략 계산해서 10의 100조승이다. ... 세스는 이 값에다가 '마음 Mind'이라고 이름붙였다. ... 전시실 한 가운데엔 윤기 나는 까만 받침돌 위에 물이 채워진 유리잔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옆엔 '이 유리잔 안에 있는 분자들의 가능한 배열의 수, 10^1,000,000,000,000,000,000,000,000'이란 문구와 함께 '당신이 있는 곳 You are here'이란 제목이 붙여졌다.

...

맥스는 이 전시를 좋아했다. 개막 전시회에서 그는 낄낄 웃으며 몇 작품엔 사인을 했고, 유리잔 앞에서는 넋이 빠져 황홀한 표정으로 서 있어서 그가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는 착각을 줄 정도였다. ... 맥스가 유리잔 받침돌을 형해 몸을 돌리더니 잔을 들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
"다다이즘은 죽었다고들 하더군요.' 세스가 이쪽으로 걸어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으며 맥스에게 말했다. 그가 잔을 집어 건배하는 포즈를 취하더니, 잔을 가지고 화장실로 걸어갔다. 예술은 영원하다. 영감의 샘물은 다시 채워질 것이므로.
시냅스 연결이 우주보다 복잡하다느니 하면서 경외감을 억지로 뽑아내는 헛소리를 쿨하게 날려버리는 이런 걸 예술적 균형감각이라고 한다.
"맞아요, 우린 얽혀 살고 있어요. 특히 사랑에 있어 가장 심하게 얽혀 있죠. 사랑하는 사람은 우주도 감싸죠. 마침내 사랑은 층층이 의미로 겹쳐 쌓여 있는 모든 것을 적셔요. 그것이 의식의 핵심 전부예요. 그리고 사랑은 궁극적으로는 현상학이죠."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대의 혀가 지칠 때까지 말해 봐요."
내가 기억하는 현상학은 인식되는 실재의 진실성, 그리고 객관성에 대한 편집증적인 탐구였다. 따라서 사랑은 '궁극적으로' 현상학이 맞다. 삶이 살아지기에, 존재가 존재하기에, 그대가 없으면 세상은 무의미하기에. 웃음.
철학은 보통 위험한 직업이 아니다. 소크라테스 사건 이후 철학자들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자신들의 최고 사상을 조심스레 감췄다. ... '새로운 것'은 철학자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직면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가 죽고 나서 우리 철학자들은 플라톤에게 칼을 들이대며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사형당하지 않은 몇몇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우리가 익히 배운 것은, 아주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은 재빨리 '옛 것과 같은 것'이거나 '거짓'이거나 아니면 잘해 봐야 둘 모두인 것으로 판명난다는 점을 확실히 해 두는 것이다. '진실'은 무엇인가? 철학 대학원생이면 누구나 우리의 신념의 내적 일관성과 신념과 세계의 일치에 대해 재빨리 대답할 것이다. '진실'을 고집하기만 하면 영원히 바쁘게 뛰어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은퇴해서 연금을 받는 것보다 낫다.
한 번도 '진실'을 고집해 보지 않은 인생은 재미가 없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세상 대다수의 견해는 그와 다르지만.
"그런데 우리는 왜 죽음의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야 비로소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을까요?" 그가 물었다.
"현상학의 전율의 또 다른 경우군요." 그가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내 학위논문 제목이에요. 나는 진정한 현상학적 존재론은 실재하는 무엇을 바로 직면하고 있을 때만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합리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황폐해져 봐야 하고, 사랑의 밑바닥까지 가 보려면 바보처럼 곤두박질쳐 봐야 하고, 세상이 뭔지 알려면 죽어봐야 하는 것이죠."
원숭이 종족 같은 철학과 대학원생이 이런 얘길 한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데? 굉장히 늙고 지혜로운 원숭이 같잖아? 합리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황폐해져 봐야 한다니, 달리 말해 인도 촌구석을 여행하면 합리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싯달타처럼 깨닫게 된다는 거잖아?
"모든 것이 어떤가, 그것이 정말 문제이지 않습니까? 그 어떤 것도 어떻게 그것이 될 수 있나요?"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경험과 세계는 하나란 겁니다. 하나. ... 각각 하나의 패턴이 하나의 경험입니다. 그 패턴들이 뇌에 있죠. 각 패턴은 주체와 객체가 함께 하는 완전한 패키지입니다. 그 패턴은 모든 사물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관계를 이미지화한 것이죠. 그것은 우리 앞에 놓인 세계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도 포함합니다. 그 모든 것은 그 어느 것보다 더 실재적이죠. 결국 미로는 현실이고 패턴들은 세계입니다. 그 패턴들은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는 세계입니다. 세계는 자기 스스로를 보일 때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세계'가 뜻하는 것이자 '세계'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삶과 우주와 예술과 사랑에 대한 천착은 모두 패턴을 살피는 일이다.
"당신 학과에 누가 있더라? 칸트? 그가 아직 거기 있나?"
"아뇨, 죽었습니다."
"아, 명예 교수로군 강의가 줄었겠군, 응?"
"그렇죠."
"결국 우리는 모두 분해되지, 어? 재는 재로, 텍스트는 텍스트로. 만나서 반가웠어."
21세기 들어 고대 거인들의 잠언은 대부분 불필요해졌다. 설령 빛바랜 권위가 보전된다 해도 이제는 난장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과거의 거인 어깨에 올라가 세상을 조망하는 것을 영광스러워 하는 것은 촌티난달까? 재는 재로, 텍스트는 텍스트로.
누군가 연구를 시작하면, 하나의 산이 산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구가 좀 이루어지고 나면, 그 산은 더 이상 산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후 연구를 완수하고 나면 그 산은 다시 하나의 산이 된다.
산은 산이다. 산도 산이고.
그런데 그 산은 무슨 산일까? 가 개중 쓸모있다고 판단되는 문장.
세 지표, t, tr, s가 모두 공유하는 것은 뇌가 분산처리 장치란 가정이다. 그 가정 아래에서는 뇌의 어떠한 영역도 많은 기능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다변수 유사성 측정은 뇌의 모든 부분은 잠재적으로 모든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진보적인 가정을 받아들인다.
시대가 흘러 이제는 자명해 졌다고 생각했는데(분산처리, 전일적 뇌), 그게 진보적인 가정일 줄이야... 2부 실재하는 반딧불이는 1부 현상학의 전율에서 이미 설명한 것들에 철학자다운 지겨운 문장으로 가필한 것 같았다. fMRI로 지금까지 연구해서 얻은 결과가 생각보다 진전이 많지 않음에도.

총몽
총몽 2부. 총몽 첫 시리즈를 대체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평균 이상의 품질과 컨텐츠를 지닌 SF. 살아야 할 이유를 무척 현상학스럽게 설명하기도.

호타루의 빛
호타루의 빛. 고야를 먹고 있는 호타루. 고야가 뭔가 싶어 뒤져보니 시장에서 가끔 봤던 것이다. 왠지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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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20 정식 펌웨어가 7월 22일 한국 노키아에서 발표되었다. 정식 펌웨어를 사용하면 HelloOX가 작동하지 않아 unsigned apps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V20 정식 펌웨어를 수정한 커스텀 펌웨어(소위 '커펌')을 사용하던가 사이닝이 되지 않은 앱을 모두 사이닝해서 설치하는 수 밖에 없다. 전자가 후자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단지 사이닝 문제 뿐만 아니라, 커펌에는 여러 가지 편리한 mod가 꽤 많이 적용되어 있다는 것 때문. 22일 정식 펌웨어가 올라오고 일주일 정도 기다리니 노키아 사용자 모임에 쓸만한 커스텀 펌웨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V20 펌웨어를 설치하면 좋아지는 것:

  • 키네틱 스크롤링 -- 별반 매력이 느껴지지 않음
  • mp3p UI 개선 -- 역시 별로...
  • 웹 브라우저 개선 -- 좋다.
  • ovimap 3.x 설치 가능 -- 한국을 제외한 약 70여개국 routable map이 무료! 한국 지도가 들어가면 값싼 노키아폰이 상당한 매력이 생기지만 한국 노키아의 마케팅 포인트가 그런 돈벌이와는 무관해 보였다.

V10 펌웨어에서 V20 펌웨어 또는 커스텀 펌웨어로 업그레이드할 때 PC Suite의 backup으로 백업본을 만든 후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면 복구가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냥 app 재설치하는 것이 가장 나은 듯.

작업 절차

휴대폰을 PC와 대용량 저장소로 연결 후:

  • microSD 카드에서 필요한 파일들 백업
  • microSD 포맷 (빠른 포맷)

휴대폰 c 드라이브 초기화 *#7370#

커스텀 펌웨어로 업그레이드

  • 노키아 사용자 모임의 펌웨어 업그레이드 하는 법  참조.
  • 필수유틸모음 다운로드 후 적당한 디렉토리에 푼다.
  • JAFSetup_1.98.62.exe 설치 ( windows 7 64bit에서는 실행되지 않는다.  windows 7 및 windows xp에서 실행 확인.)
  • jaf_nok4models.ini 파일을 c:/program files/odeon/JAF에 복사
  • 순정 V20 firamware 다운로드 (navifirm으로 다운받아도 됨). 다운 받은 순정 v20 firmware 파일을 풀어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 에 모두 복사
  • 적당한 custom firmware를 노키아 사용자 모임에서 다운로드. 다운받은 RM-356_20.7.006_KT_8000_GRAY_prd.rofs3 파일을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 디렉토리에 덮어씀
  • OGM_JAF_PKEY_Emulator_v 5.exe 파일 실행 후 '펌웨어 업그레이드 하는 법' 대로 실행.  
  • 경고 다이얼로그 클릭 후 파워 온 해서 휴대폰이 인식되면 업그레이드를 시작한다.  업그레이드에는 1분 가량 걸림.
  • 커스텀 펌웨어 원리: rofs는 아마도 read only file system의 약어로 추측됨. 원래 rom 파일에  업체별 커스터마이즈를 rofs2 또는 rofs3 파일에 저장해 두면 파일을 찾을 때 우선 순위가  rofs3, rofs2, 오리지널 롬 순으로 되는 것 같다. 휴대폰의 OS 및 파일 시스템 원본 파일(*.C00)은 수정 할 필요없이 rofs2 또는 rofs3 파일 시스템의 파일을 변경한 것이 커스텀 펌웨어이다.  rofs3 파일 시스템의 변경은 무슨 중국 에디터로 하면 되는 것 같은데,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았다.

JAF version 1.98.62
Detected PKEY: 90009699
Card life counter: 99.99%
P-key nokia module version 01.02
FBUS INTERFACE NOT CONNECTED!!!
USB Cable Driver version: 7.1.29.0
Changing mode...Done!
FILES SET FOR FLASHING:
MCU Flash file: NONE
PPM Flash file: NONE
CNT Flash file: NONE
APE Variant file: NONE
Searching for JAF saved location of ini...
Checking path: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

Searching for default location of ini...
Checking path: \Products\RM-356\
Searching for JAF saved location of ini...
Checking path: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
Scanning ini files...
Searching for default location of ini...
Checking path: \Products\RM-356\
Checking path: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
FILES SET FOR FLASHING:
MCU Flash file: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prd.core.C00
PPM Flash file: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prd.rofs2.V32
CNT Flash file: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KT_8000_GRAY_prd.rofs3.fpsx
APE Variant file: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001_000_U01.uda.fpsx
Languages in ppm: English,Korean
Detected P-KEY: 90009699
P-key nokia module version 01.02
Init usb communication...
PRESS POWER ON NOW!

Searching for phone...Found
Sending RAW loader...
Using 009.012.005
    Elf2flash 09.11.000
    CMT RAW loader...
Patching RAW boot step1...
Patching RAW boot step2...
Patching RAW boot step3...
Sending RAW Loader...
....................Loader Sent!
Stage 2 starting..................PUBKEYS already sent...
PUBKEYS already sent...
PUBKEYS already sent...
PUBKEYS already sent...
PUBKEYS already sent...
...........Phone prepared OK!
Waiting for the phone to boot...
Searching for phone...
Status byte: 8000
Selecting CMT flash...
Result: 0000
Phone is in flash mode...
CMT blocks: 567, APE blocks: 0
Erasing cmt...
Processing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prd.core.C00...
Erasing cmt zone 00040000 - 00082FFF ... Erase result: 0000
Erasing cmt zone 00083400 - 003FFFFF ... Erase result: 0000
Erasing cmt zone 00400000 - 007FFFFF ... Erase result: 0000
Erasing cmt zone 00800000 - 00D5FFFF ... Erase result: 0000
Erasing cmt zone 00D60000 - 09E5FFFF ... Erase result: 0000
Partition result: 0014
Processing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prd.rofs2.V32...
Erasing cmt zone 07180000 - 0915FFFF ... Erase result: 0000
Processing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KT_8000_GRAY_prd.rofs3.fpsx...
Erasing cmt zone 09160000 - 09E5FFFF ... Erase result: 0000
Processing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001_000_U01.uda.fpsx...
Erasing cmt zone 09E60000 - 0F71FFFF ... Erase result: 0000
Send CMT CFG...

Writing cmt...
Processing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prd.core.C00...
Sending CMT HASH for ADA
Sending CMT HASH for KEYS
Sending CMT HASH for PRIMAPP
Sending CMT HASH for RAP3NAND
Sending CMT HASH for PASUBTOC
cmt->PAPUB_CERTIFICATE_DATA_BB5 block detected
cmt->PAPUB_CERTIFICATE_DATA_BB5 block detected
cmt->PAPUB_CERTIFICATE_DATA_BB5 block detected
cmt->PAPUB_CERTIFICATE_DATA_BB5 block detected
cmt->PAPUB_CERTIFICATE_DATA_BB5 block detected, sending...
cmt->PAPUB keys already sent...
Sending CMT HASH for SOS*UPDAPP
Sending CMT HASH for SOS*ENO
Sending CMT HASH for SOS*DSP0
Sending CMT HASH for SOS*ISASW
Sending CMT HASH for SOS+CORE
Sending CMT HASH for SOS+ROFS1
Processing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prd.rofs2.V32...
Sending CMT HASH for SOS+ROFS2
Write result 27: 1701
Processing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KT_8000_GRAY_prd.rofs3.fpsx...
Sending CMT HASH for SOS+ROFS3
Write result 27: 1701
Processing C:\Program Files\Nokia\Phoenix\Products\RM-356\RM356_20.7.006_001_000_U01.uda.fpsx...
Rebooting...
Finishing CMT session...
Restarting CMT...
Pooling phone...
MCUSW: V ICPR72_09w20.18
12-05-10
RM-356
(c) Nokia
APESW: V 20.7.006
VariantSW: V 20.7.006
Prodcode: 0588615
Setting test mode...
Setting FULL FACTORY...
Operation took 0 minutes 7 seconds...
Done!
Done!

ROMPatcher Plus 실행: Install Server RP+를 녹색으로 바꾸고 Options에서 'Add to Auto' 설정. 이래야 리부팅해서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auto installer가 포함되어 있는 커스텀 펌웨어면 휴대폰을 pc와 대용량 저장소로 연결 후 microSD의 다음 디렉토리에 파일을 복사해 놓는다:

  •  /thinkchange/c 에는 휴대폰의 c에 설치할 .sis 파일 복사
  •  /thinkchange/e 에는 휴대폰의 e에 설치할 .sis 파일 복사
  • 커펌에 포함되어 있는 autoinstaller를 실행해 약 43개의 sis app를 설치. 3개 정도는 설치가 되지 않았다.

(내 경우) microSD 포맷 전에 복사해 둔 디렉토리중 아래 디렉토리를 microSD에 다시 복사.

  • Garmin -- 지도 .img 파일들 및 sw.unl 파일(라이센스 파일)
  • Images -- 바탕화면 이미지
  • Resource/Fonts/ -- 맑은 고딕 폰트를 아래 이름으로 변경해서 넣어둠. 부팅후 적용됨.
    • S60ZDIGI.ttf
    • Series60Korean.ttf
  • s60dict/ -- 영어사전,영한사전, 한글위키(2010-2월 버젼)
  • SportsTracker2

PC Suite로 휴대폰과 연결 후 outlook과 데이터 동기화


하고 나서 달라진 점:
딱히 감동스러운 것은 없다. ovi map으로 태국 여기 저기 둘러보았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줄어들었다. 커펌 처음할 때는 microSD를 지우지 않았는데, 그 때문인 것 같아 microSD를 제대로 포맷했다. 이틀 쯤 지켜보았는데 배터리 시간이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커펌을 하고 나서 테마 정도만 변경되고 새로운 앱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서인지 특별히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안드로이드 폰이 버스폰이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한다는 목적으로 5800을 사용했다. 아이폰4가 얼른 출시되어야 다른 안드로이드폰의 가격이 떨어질텐데, 9월까지 커펌으로 근근이 버티면서 느긋하게 기다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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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학자

잡기 2010. 8. 2. 00:54
그냥 걷기 -- 아내에게도 있고 내게도 있고 앞으로 소울이에게도 생기길 희망하는 모종의 정신질환. 그냥 걷기를 쓴 청년에게 굳이 해주고 싶은 말은; 실망할 것 없어요. 무슨 짓을 해도 삶은 무의미해요. 게다가 거기엔 으례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붙이는 '다만'도 안 붙어요.

리비아 간첩 사건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은 글로발 호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말했다가 나라 팔아먹을 정신나간 놈 소릴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한국의 동쪽에 있으니까 동해, 서쪽에 있으니까 서해라... 우물안 개구리 같은 소리는 이제 그만해야지 싶다. '동해'는 돌고래의 파바다로 하고 서해는 기름진 바다(oily sea)라고 부르면 좋겠다. 동해의 경우 솔까말,  sea of japan만 아니면 만족하잖아?

본의 아니게 나처럼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박씨(진보신당빠)와 술도 안 먹고 열을 내며 6.2지방선거에 관해 서로의 아름다운 견해를 격렬하게 교환했다.

정서적 가난을 달랠 물질적 풍요가 부족한데, 요즘 시쳇말로 그걸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박씨가 말했다. 3년 동안 홍콩에서 일하다가 통장 잔고를 47엔 남기고 돌아온 드라마 속의 호타루는 여전히 그렇게 살았다. 심지어 합리적 이성이나 원리주의적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기술자면서도 굉장히 진보적이고 가난하여(가난하고 진보적인? 순서야 어떻든...) 본의 아니게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을 좇게 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가끔은 그저 나처럼 심지가 굳어서(문명화된 삶의 불필요한 럭셔리를 차례차례 제거하다 보면 끝까지 남을 것은 칫솔과 비누 정도 뿐이다. 그 마저도 줄이면 칫솔이고, 그 마저도 줄이면 비닐봉투와 일회용 라이터와 사냥용 칼이 난데없이 튀어나온다) 집안에 그림 한 점 없고 어디서나 흔하게 굴러다니는 이케아 소파도 침대도 장농도 LCD TV도 없는 그야말로 정신적인 간단주의(미니멀리즘)을 웅변하듯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는 '가난해서...' 라고 리얼리스틱한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었다.
 
이사온 지 1년여 지났지만 횡뎅그레한 집안은 의외로 널찍해서 좋았다. 아내나 나나 이렇게 사는게 편하다. 가끔 아내는 길거리에서 사과상자나 남들이 버린 가구를 줏어오기도 했다. 그럼 우아한 미니멀리즘이 조금 손상된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볼 때마다 치우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거실의 저... 흉물스럽게 대충 액자를 짜 맞춘  보살상이 석굴암에서 뜬 탁본이라고 아내가 놀러온 스님한테 자랑했다. 그때 든 생각은 '시대에 걸맞지 않는 문화재 훼손' 이었다. 차근차근 제거해 가자.

아내는 요즘 현미를 먹었다. 어디서 책 한두 권 보고 혹했지 싶다. 현미는 그야말로 온갖 성인병에 즉효한 건강식이라고 극찬을 받는 것 같다. 현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가 이미 쌀독에 현미를 붓고 섞어 버렸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아시아 국가 대부분에서 양과 질을 포기하면서 까지 왜 쌀 도정을  해 왔는가, 풍부한 섬유소에 영양만빵인 현미라지만 소화가 안 되면 말짱 황이다, 내가 소인가? 입에서 백 번씩 씹어 목으러 넘긴다니 라고  궁시렁거리며 그걸 먹어야 했다. plain rice가 먹고 싶다... 주말에나 집에서 간혹 먹게 되는 소위 '집밥'인데,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 기분이 별로다. 집에 놀러온 손씨는 아내 하는 짓이 내심 부러웠던지 날더러 대체 왜 결혼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그러게 말이다. 세상에 대한 보은심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을 것 같다.

주말에 소화가 안되는 현미 밥을 먹고, 딸애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딸애에게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주니 좋아했다. 책은 별로 안 좋아했지만 아빠와 같은 모양의 도서관증은 엄마나 자기 친구인 장난감 멍멍이한테는 없는 것이다.

아이 이름이 특이한데다 툭하면 온갖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바람에 동네 여기저기서 아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히키코마리 처럼 소심하고 비사회적인 아버지와 귀염성 있는 딸 애가 거리에서 함께 마주치는 떨떠름한 상황들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대충 예상을 했지만 딸애가 만 네 살 넘으면서 슬슬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제제하지는 않았다. 가끔 일찍 퇴근하는 밤이면 아이를 재우면서 금방 머릿 속에 떠오른 지어낸 얘기를 들려주었다.  감정이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6세 아이들 육성 게임(?)에서 중요한 팩터는 소위 인성 교육으로, 사건 연쇄의 인과를 통해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댓가를 치르는 것이 삶이란 교훈을 심어주는 것이다. 편의에 따라 여러 방법을 택할 수 있으며, 상황이 맞다면 때려줘도 무방하지만 내가 아이를 때릴 일은 없을 것 같다. 반면 마누라가 구해 직접 시전하던 허접한 회초리는 '적시 운용' 도중 부러졌다.

아이가 전후좌우 앞뒤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댓가를 제대로 치루게 하는게 중요하다는 흔한 조언이 있는데, 대부분 성인의 인생의 그렇게 합리적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하겠지만, 본인도 자기가 왜 때로 가혹한 운명에 휘말리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아이가 이해 못하는 상황을 억지로 합리적으로 화 안내며 이해시키려고 부모와 아이가 다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이를테면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 스럽게 간단히 두들겨 패는게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대부분의 육아서적들이 권하는 방식은 그와 달리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격자 내지는 어설픈 위선자가 되는 길을 걷길 권하는 것 같았다. 약한 의지 때문에 비겁하게 타협하는  자기 삶에 관해서는 성인들 본인이 더 잘 알지 않을까?

불장난을 즐겁게 하던 중인 아이는 아빠가 동참하면 재미가 두 배가 되는 불장난이 왜 해서는 안 될 짓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되고 어떤 경우에는 안되는 맥락이 파악되지 않아서인데, 닭대가리보다 지능이 조금 나은 수준인 아이에게 그런 상황을 매 번, 일일히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해시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나, 구타가 뚜렷하고 효과적인 상벌체계의 한 축이이며 그런 상벌체계의 대안으로써 '칭찬하는 것:칭찬하지 않는 것'은 이성이 깃드는 아이에게(거짓말을 하는 시점이다)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익히 예전 학습 결과가 떠올랐을 뿐.

여자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원하는게 뭔지 갈수록 알 턱이 없게 되겠지만(아내는 현 상태 유지를 가장 선호했다. 행복하다는 증거다)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제재 방법으로 분리불안을 가중시키는 수단 만큼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로 보긴 무리고 소시오패스보단 한 술 더 정신나간 것 같은 나같은 아빠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아내가 불합리하고 가혹한 운명의 장난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 내키진 않겠지만 즉시 재혼해야 할 것 같다. 더럽게 까탈스러운 딸애 입맛에 맞는 먹이감을 구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지만.

팀 파워즈, 라미아가 보고 있다 -- 오랫만에 보는 활기찬 고딕풍 소설. 바이런, 셀리, 키츠가 고대의 뮤즈에 얽혀 운명에 농락당하며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의지박약아로 나왔다.  기억하기론 번역서의 가제가 '시인의 피'였다. 역자는 김씨나 최씨가 될 줄 알았지만 김씨가 번역하고 제목도 바뀌었다(팬덤과 상관없어지다 보니 몇 년째 그걸 모르고 있었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나 시인의 피나 메두사의 눈길이나 다 좋은 제목이다.

아누비스의 문 을 몇 년 전 읽었을 때 팀 파워즈가 내 취향이 아니라고 막연하게 느꼈다. 하지만 '라미아가 보고 있다'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작자가 재현하고 해석하는 컨텍스트의 풍성함, 유머의 강도, 내러티브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감탄스러운 파노라마가 펼쳐졌으며 오랫만에 눈길을 다른데 돌리지 못하고 본 판타지 소설이 되었다. 알프스 산행과 페르세우스와 지쟈스와 카르보나리 패러디는 이 바닥 오덕용 서비스일지도 모르겠다. 낄낄 웃으면서 읽었다.

찰리 휴스턴, 이미 죽다 -- 라미아 때문에 피맛이 당겨 뱀파이어 느와르물을 하나 더 찾아 읽었다. 비행기 기다리다가 가볍게 읽으며 시간 때우기 적합했다. 인용:
"시간 좀 있어 조?"
"시간이 엄청 많으 지도 모르지. 그동안 조금씩 모아온 시간이 꽤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나 혼자 쓰고 싶은데,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내 삶을 들여다본다.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이다. 매일 조금씩 벼랑 끝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발밑의 땅이 꺼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상관없다.
내 인생이라고 남들과 달라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파도는 우르르 큰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마치 맹목성과 완고함을 액체 형태로 바리바리 꾸려 놓은 것 같았다. -- 이언 M. 뱅크스, 대수학자. 뱅크스 소설은 뭐가 나왔던 다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 먹은 적이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심지어 개그물이었다. 인용:
- 아, 그럴 때는 절대로 논란이 없습니다. 드웰러는 그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요.
- 문제 해결 방법요?
- 우아함이 그 방법입니다.
 
'뭐 당신은 그걸 뭐라 부르든 객관적 진실이라는 저속하고 절박한 필요성에 지나치게 얽매이려 하지 않는다면 말이오. 어떻게 생각하시오?'
'제 기억은 왠지 흐릿해서요. 아무래도 당신이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데가 없다고 증언하게 될 것 같네요.' 파신이 말했다.
재삼 깨닫지만 판타지 없어도 먹고 살만 하다. 판타지 같은 SF를 아우르는 대집합에서, 순혈주의가 얼어죽을 운명에 침식당한 영혼의 몸부림 덕택에 충분히 웃기지가 않은 반면, 많은 수의 SF는 즐겁고 웃겼다.

호타루의 빛
호타루의 빛. '선배'소리 듣고 몹시 기쁘나, 믿기지 않아 하는  표정을 짓는 아메미야. 2화에서는 말로만 듣던 전설의 '하몽 이베리코'가 나왔다.

How I Met Your Mother
How I Met Your Mother. 천재소년 두기가 이렇게 음탕하게 자랐다.

How I Met Your Mother
천재소년 두기가 없었으면 이 드라마는 그저그런 쓰레기, 웃기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은 청춘연예 시트콤에 불과했을 것이다 Suit up!  legendary!

How To Train Your Dragon
How To Train Your Dragon. Iron Man 2 보다 재밌다길래 부러 구해봤는데 생각보다 별로? 신데렐라, 라푼젤 따위를 개작하는 엘라의 모험 류는 즐기지 않지만 괴물 따위를 좋아하는 딸애는 당연히 좋아했다.

I Love You Phillip Morris
I Love You Phillip Morris. 짐 캐리가 살 빼느라 고생한 영화 같다. 재미 없다.

The Crazies
The Crazies. 밑도 끝도 없는 공포영화? 핵 뜨는 새벽이 왔다.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좋으 솔루션은 만장일치로 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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