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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1.21 테메레르 2
  5. 2009.01.21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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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2008.10.23 GPS용 한국 지형도 만들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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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2008.10.13 별을 쫓는 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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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2008.09.08 지리산 종주 2/2
  23. 2008.09.08 지리산 종주 1/2
  24. 2008.09.08 지리산 종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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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2008.07.29 마이크로 브류어리 3
  28. 2008.07.17 노트북 재구입 1
  29. 2008.07.09 노트북 구입, A/S
  30. 2008.06.27 노트북 튜닝

독립 GPS의 활용

GPS 2009. 2. 20. 19:51
1. 서론
 
한국에는 전용(독립/단독) GPS 사용자가 많지 않다.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독립 GPS 사용자 대다수는 산악 트래킹 중 경로 파악을 위해 사용하고 최근의 자전거 붐으로 자전거 속도계 대신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 GP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일부는 조깅 중에 활용. 하지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전용 GPS의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PDA나 PMP, 휴대폰 등에 GPS 칩이 탑재되는 일이 점차 일반화 되면서 전용 GPS 사용이 한국에서 쉽게 보편화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자전거에 Garmin Vista HCx를 마운팅한 모습. 사람들이 물으면 GPS라고 말하기 귀찮아서 속도계라고 대답하지만 :)
 
한글판 전용 GPS를 취급하는 Garmin 한국 공식 대리점(http://www.garmin.co.kr)에서 판매하는 기기는 Garmin 60CSx의 경우 100만원, 콜로라도 300의 경우 110만원 가량 한다. 이들은 한국 지형도와 도로 지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 2009년 2월 20일 기준.
 
GPS 내비게이션이 가능한 PDA, PMP류는 20-30만원이면 구할 수 있으니, 굳이 전용 GPS를 구매할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다. 전용 GPS는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AA 전지 2개로 약 12시간에서 18시간 가량 사용할 수 있다. water proof가 되고, 기기 자체가 매우 튼튼하다. 애당초 전용 GPS를 사용하는 목적이 레크레이션 활동, 즉, 트래킹, 바이크 라이딩, 패러 글라이딩 따위에 주로 활용되기에 그런 방면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성능과 특성을 갖추고 제작되었다.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는 길어봤자 4-5시간 사용 가능한 내비게이션 PDA, PMP와 달리 장시간 산악에서(때때로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신뢰성있는 작동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GPS를 사용하면 레크레이션 활동이 좀 더 흥미로워 진다.
 
  • track, trackback: waypoint, route, 기록된 track을 통해 왔던 길을 되돌아 가거나 특정 지점으로 내비게이션. 최근 gps들은 track data를 일자별로 자동 저장한다. 2GB SD 카드 정도면 수 년 이상의 track data를 저장할 수 있다. 즉, 장기간 여행을 할 때 그 궤적 전부가 기록된다. 일 평균 기록량은 300-500kbytes.
  • feedback: GPS의 가장 일반적인 사용 용도. 고도 변화, 구간별 속도 변화, 평균 속도, google earth, google map 따위를 통해 이동 경로 파악 등등. 그래서 조깅 등의 운동에서 bio feedback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 wikiloc.com : 전 세계 도시를 비롯하여, 온갖 산간 오지를 헤메며 그야말로 피땀(?) 흘리며 자전거 끌고 산길을 걸어 만든 온갖 트랙 데이터와 POI(point of interest)가 올라와 있다.
     
  • openstreetmap.org : 사용자 참여로 전세계의 routable map 제작 프로젝트가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을 때 오픈 스트릿 맵의 일본 지도를 다운받아 GPS에 심어넣고 사용할 수 있다. wikiloc과 다른 점은, track이 아니라 routable map이란 점.
     
  • geocaching.com : gps를 이용한 세계적인 보물 찾기 사이트. 주말에 할 일 없을 때 시간 보내기 좋다.
     
  • geocoding: GPS와 카메라의 EXIF 정보를 연결하여 사진을 찍은 위치를 기록하는 것. panoramio.com 과 연결되어 google earth를 통해 보는 대부분의 사진들을 자동화.
내 경우 배낭 여행하다가 GPS 때문에 몇 차례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 한번은 이란 북동부 알리 사드르 동굴에 일본인과 동행 했다가 사막에서 눈보라 맞고 길을 잃어 버렸을 때, 이집트의 사막에 무작정 나갔다가 도무지 끝도 없이 막막한 사막을 걸어서 돌아올 때, 과떼말라 빠까야 화산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비바람이 분화구에서 쏟아져 내려 거대한 수증기 기둥을 만들어 길을 찾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때 gps가 없었더라면... 흠.
 
몇 년 전에는 파타고니아 오지를 오직 GPS와 식량만 들고 탐험한 두 여행자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인디아의 엄청 복잡한 바라나시 골목에서 소떼들에게 쫓기며 헤메는 것이나, 지도에도 없는 파키스탄 북부 산악 지대를 여행하거나, 울란바토르에서 몽골 북서부 러시아 접경 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초원의 길없는 길을 말 타고 돌아다니는 여행자에게 GPS는 상당히 매력적인 가능성을 열어준다. 아니, 실제로 GPS 들고 그렇게들 여행한다.
 
돈 들인 오지 탐험 같은 경우엔(예를 들어 공룡 뼈를 주우러 고비 사막에 간다던지... 요즘 트리케라톱스 뼈다귀가 20억원이나 한다던데... ) GPS는 기본이고, 도요타 랜드로버에 태양전지와 Inmarset BGAN 단말기를 싣고 다니며 오지에서 위성 인터넷을 한다. 분당 14$이란 천문학적인 액수가 문제이긴 하다. 인마세트는 최근에 F3 위성을 런칭하면서 속도는 물론, 커버리지가 넓어진 듯.
 
독립 GPS 활용에 관해서는 http://cafe.daum.net/GPSGIS (다음 GPSGIS 동호회)를 참조하는게 도움이 된다.

삶을 좀 더 편하게 해 주는 게시물의 위치: http://cafe323.daum.net/_c21_/bbs_read?grpid=KSj8&fldid=Lrtt&datanum=396
 
2. 한국 지형도
 
routable map과 topo map이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무려 100만원에 가까운 기기를 장만해서 사용하기엔 손이 떨린다. 한국 가민사에서 판매하는 같은 기계를 ebay에서는 약 300$(환율 1500원/$ 환산 약 45만원) 수준에서 구할 수 있다. 그보다 저렴한 Garmin Vista HCx 같은 것은 약 220$(33만원 가량)에 구입할 수 있다. 작년 환율 오르기 전에 구입해서 무척 흐뭇하다. 뭐 일단은 가민 계열에서는 획기적인 인터페이스의 콜로라도 시리즈가 대세다. 백만원짜리 사기 뭣하다면 적어도 지형도만이라도 갖춰보자.
 
다음의 GPSGIS 동호회를 비롯하여, 이미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져 DEM(digital Elevation Model)을 이용한 한국 지형도를 만드는 방법이 공개되어 있다. 지형도 만드는 방법은 웹을 뒤져 보던가, 아래를 참조.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만들어진 데이터를 windows live 공개 웹 하드에 올려뒀다.
 
 
위 파일은 Garmin GPS용이다. 주의: 이 자료는 NASA의 위성에서 찍은 DEM 파일을 이용해 작업한 것인데, 실제 등고선의 해상도는 10m 급이 아니라 거의 30~50m 급에 가깝다. 따라서 등고선 정밀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 지도로 두 가지 작업을 한다.
 
2.1. Garmin Mapsource에서 보기 위한 지형도
 
PC에 Garmin MapSource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설치 CD로 MapSource를 설치한다. MapSource는 보통 C:/Garmin에 설치된다. 설치가 끝나면 반드시 업그레이드를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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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를 하면 MapSource 뿐만 아니라 Trip & WayPoint Manager v4라는 이름으로 기본 지도(Base Map)가 업데이트 된다. 이 자료는 C:/Garmin/TRIPWPT4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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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 Map은 일반적으로 GPS 디바이스에 설치되어 있는 세계 지도보다 상위 버전이며, 가민에서 드물게 업데이트 한다. 업데이트 될수록 검색 가능한 POI와 도로가 늘어나고 지도 자체가 정밀해 진다.
 
다운로드 받은 KoreaTopo10m.part1.rar를 C:/Garmin/KoreaTopo10m에 압축을 푼다. 만일 디렉토리가 다르다면, Korea Topo 10m.reg 파일의 경로를 수정해 줘야 한다. Korea Topo 10m.reg를 더블 클릭하면 설치가 끝난다.
 
MapSource를 실행하여 메뉴바 아래 툴바의 콤보 박스에서 Trip And Waypoint Manager V4 아래에 Korea Topo 10m가 보이면 설치가 잘 된 것이다.
 
2.2. GPS 디바이스에 올리는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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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dmap20.exe를 실행한 후, 화면을 참조하여 파일을 추가한다. 이때, 같은 디렉토리에 있는 TRIPWPT4.img를 사용하거나, 만일 Trip & Waypoint Manager가 업그레이드 되었다면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를 추가한다.
 
여기까지 하고 나서, 다음 세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다.
 
2.2.1 Upload maps to GPS
 
GPS가 USB에 연결되어 있다면 설정한 이미지를 모두 올린다. 이때 GPS 내부에 있는 원래 지도 이미지에 덮어쓴다(원래 지도 이미지는 지워진다).
 
2.2.2 Create GMAPSUPP.IMG
 
GPS 없이 GMAPSUPP.IMG 파일을 만든다. 이 파일은 Garmin GPS를 외장 USB Storage로 연결하여 외장 USB Strage 드라이브의 /Garmin/GMAPSUPP.IMG를 대체할 수 있다. 2.2.1은 원래 GPS에 있던 이미지를 지워버리지만, 2.2.2는 원래 이미지를 백업받고 만들어진 이미지로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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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Create EXE file
 
sendmap20.exe과 해당 이미지를 합쳐 독립적으로 설치 가능하고 배포 가능한 실행 파일을 만든다. 설치 파일을 실행하면 2.2.1과 마찬가지로 GPS에 있던 이전 이미지를 덮어 쓴다.
 
3. Geocoding
 
디지털 카메라와 GPS를 이용해 사진에 GPS 좌표를 기록해 놓는 것을 geocoding이라 한다. 몇몇 고급카메라는 GPS를 내장하고 있다. 또, Nikon D2X처럼 인터페이스 케이블을 이용해 GPS와 연결하여 사진 찍는 시점에 바로 geocoding 되는 기기들도 있다. 하나 같이 비싸다. 소니 CS1에 딸려오는 SW도 이런 기능을 한다. 하긴 한다. CS1이란 GPS 디바이스가 좀 아니라서 문제지.
 
독립 GPS로도 geocoding 작업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은 많다. google에서 geocoding으로 검색하면 꽤 여러가지가 나온다. 개중 freeware이면서 사용이 간단한 것이 GPicSync이다.
 
goecoding을 하려면, 또는 하기 앞서, 만일을 위해,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전에, gps 시간과 카메라 시간을 맞춰 놓은 다음 GPS 트랙 로그를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 것을 추천한다.
 
3.1 GPicSync의 옵션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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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foler: 사진이 저장된 디렉토리를 선택한다.
GPS file: gpx 파일을 선택한다 (gpx는 gps eXchange format으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지원)
 
Google Earth Icons: 아이콘을 picture thumb로 선택했다면 google maps export url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export url의 thumbs 디렉토리에 그림에 해당하는 섬네일 아이콘들이 저장된다. camera icon을 선택하면 구글이 지원하는 카메라 아이콘을 사용.
 
Google Earth Elevation: Clamp to the ground로 지정. 나머지는 항공사진용 옵션.
 
Google Earth with timestamp checkbox: 체크하면 파일명에 날짜가 따라 붙는다.
 
Google Maps export, folder URL: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진을 저장해 놓았다면 그 홈페이지의 사진이 담긴 디렉토리를 지정한다. 조금있다가 설명할 panoramio에 geocoding할 사진을 올려놓을 용도면 안 써도 그만.
 
Create a log file in picture folder: 변환 과정을 로그 파일로 남긴다.
 
interpolation: 가능한 체크해 둔다. gps tracklog의 시간과 카메라 시간이 언제나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 아니므로 트랙로그 자료를 전후 보간 해서 비슷한 시간에 맞춘다.
 
backup pictures: geocoding 할 때 원본 파일을 backup 디렉토리에 보관한다. 사진이 많을 경우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
 
add geonames and geotagged: 사진에 사진을 찍은 장소의 지정학적 위치명을 함께 기록해 주는데, 외국의 경우 꽤 쓸모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름이 조금 이상하게 나온다(구글 maps의 지명을 생각하면 됨). geocoding 진행 중 좌표에 해당하는 이름을 웹을 통해 가지고 오므로 속도가 느려진다.
 
UTC Offset: 한국의 경우 9를 지정(GMT+9), 만일 외국에서 찍은 사진이면 해당 국가의 UTC offset을 지정해야 한다.
 
geocode picture only if time difference...: 좌표가 일치하지 않을 때 허용 가능한 시간 차이를 지정. dfefault인 300이면 5분 차이인데, 이 정도 시간 차이가 나도록 좌표가 일치하지 않으면 사실상 geocoding이 엉터리로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tracklog가 너무 커서 GPS 도구에서 tracklog reduce 작업을 했다면 300초를 초과할 수도 있다.
 
3.2 Geocoding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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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tions->Local time corrections 버튼을 누른다. 매우 중요하다. 카메라를 켜서 카메라의 시간을 위에 기록하고, GPS를 켜서 GPS의 시간을 아래에 기록하고 Apply correction 버튼을 누른다. GPS 시계는 매우 정밀하지만, 카메라 시계는 내버려두면 내장시계의 정밀도에 따라 drift가 존재한다.
 
사진을 찍기 전에 gps 시계와 카메라 시계를 맞춰 놓았더라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Synchronise! 버튼을 누르기 전에 원본 디렉토리를 통째로 백업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option 설정에서 backup pictures를 체크해 둬도 되나, 전자가 속도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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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chronise! 버튼을 누르면 geocoding을 시작한다. 보시다시피 time difference는 10초 이내이고, 이 정도가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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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이 끝나면 Google Earth button을 눌러 사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단, 이 때 Google Maps export가 체크되어 있고 url이 지정되어 있다면 사진을 참조하는 장소는 홈페이지의 사진이 담긴 디렉토리가 된다. 체크되어 있지 않으면 로컬 HDD 파일을 보여준다. 전자가 blog 따위에 자신의 이동경로와 사진을 함께 올리기에 편하다. 후자는 google earth를 통해 사회에 공여(?)하는 것이다. 용도에 따라 전자, 후자, 전/후자를 선택하면 되겠다.
 
3.3 Panoramio
 
geocoding된 파일을 panoramio에 올리면 google earth 사용자들이 언젠가 그 사진을 볼 수 있게 된다. 사진 링크하기도 편하다. 이미 geocoding된 사진이므로 업로드해서 mapping 안 하고 그냥 등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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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사진은 별표가 표시된다. 별표가 표시되었다는 것은 google earth에서 채택되었다는 뜻이다. 채택이 되더라도 실제로 google earth에 사진이 나타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지도 상의, in Google Earth(KML)'을 클릭하면 구글 어스에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kml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구글 어스로 링크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즉, 구글 어스에 사진이 등록되기 전에도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줄 수 있는 url 인 셈이다.
 
4. Tracklog의 활용
트랙로그는 GPS를 켠 순간부터 GPS를 끌 때까지 GPS 내부에 기록되는 좌표 및 이동 정보다.

트랙로그는 Garmin MapSource, GPS Trackmaker, Google Earth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GPS에서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외에도 GPS 자체적으로 일별로 트랙로그를 SD card에 기록하고 있는데, GPS를 USB Removable Disk로 인식하여 접속하면 이동식 디스크릐 루트 디렉토리에 적재된 gpx 파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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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로그는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가지 포맷으로 저장된다. 이들 포맷 간의 변환은 GPSBabel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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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호환성이 좋은 포맷은 .gpx이나, .gpx 파일은 XML text로 기록되어 파일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다.

4.1 트랙로그의 평가
트랙로그를 평가하는 여러 종류의 툴이 있다. http://utrack.crempa.net/ 이 사이트에서는 .gpx 파일을 입력 받아 온라인으로 트랙로그를 평가해 준다. 그리고 그 결과를 pdf로 다운받을 수 있게도 해 준다. 샘플은 4시간 30분 동안 한강변을 자전거로 주행한 기록 http://www.pyroshot.pe.kr/tt/attachment/1333738485.pdf 로 확인 (m.s.l = meters from sea level)
 
4.2 wikiloc
 
wikiloc은 트랙로그를 공유하는 사이트이다. tracklog 파일을 사이트에 올려두면 다른 사용자가 리뷰 하거나 다운 받아 자신의 GPS에 다운로드하여 trackback할 수 있다. 상당히 유용한 기능으로, 비슷한 경로를 여행할 경우 많은 도움이 된다.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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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Vista HCx

Garmin Colorado Series에 밀려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긴 하지만, 독립 GPS의 샘플 운영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가지고 있는 Garmin Vista HCx의 화면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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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es & Satellite Page: 위성 수신 상황. 실내에서 잡은 거라 리셉션이 별로 좋지 않지만, Sirf III 에 비해 현저하게 빨라진 32채널 칩 사용으로, 산행 중에 주머니나 배낭에 넣어둬도 forest canopy(숲으로 뒤덮인 지역)나 골짜기에서도 위성을 놓치는 일이 거의 없다.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를 찾는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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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 컴퍼스 내장. GPS 컴퍼스는 GPS 수신이 될 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자기 컴퍼스가 꼭 필요하다. 바로 미터는 기압계 역할은 물론 기압에 따른 고도계 역할도 한다. 기압계는 급격한 날씨 변동을 모니터링하여 산악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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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Computer, Map page: Trip Computer는 트래킹이나 바이크 라이딩할 때 가장 자주 보는 페이지. Map page에 Korea Topomap 10m를 적용한 화면. 야간이라 화면이 검게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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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endar Page. 낚시하러 갈 날짜를 잡을 때 유용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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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point Find, Tracks Page: 기록된 waypoint 또는 POI를 검색하거나(가장 근접한 지점을 찾거나), 트랙을 선택해 trackback할 때 사용하는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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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 Moon, USB Mass Storage Connect Page: 해지는 시각, 해 뜨는 시각은 산악 트래킹할 때 아주 유용한 정보. 월령도 때때로 유용하다.

이외에도 Geocaching 관련 page, GPS를 이용한 게임, 계산기 따위 잡동사니를 포함해 많은 페이지가 있지만 생략. Vista HCx에 없는 것은 mp3 player, text viewer, 동영상 플레이어, 카메라, wifi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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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도서관

잡기 2009. 2. 11. 20:21
은평도서관에서 2월부터 도서관 통합 상호 대차 서비스를 시작한다. 여러 도서관이 참여해 이 도서관에 없는 책을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것. 전에 보니 배송료 4500원 중 3000원을 정부가 지원해 주고 1500원을 내면 배송해 주는 것 같다. 아주 마음에 든다. 언제 한 번 이용해 봐야지.

SF 직지 프로젝트 사이트가 클리앙에 알려지는 바람에 1일 트래픽(1GB)을 초과해 다운되었다. 나흘째 그 모양이다. 요즘은 트래픽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이 곤두선다. 어쩌겠나, 잦아들길 기다려야지. 다행히 이 블로그는 트래픽이 줄었다.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 -- 가입하면 상당량의 eText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책은 많은데 볼만한게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오늘의 추천 도서 리스트 -- 왠지 나한테는 크게 쓸모가 없어 보이는 리스트. 오늘의 추천 장르 소설 리스트는 누가 안 만드나? 라고 투덜거렸는데 김씨가 어쩌면...

2009년 2월 8일. 올해 들어 자전거를 처음 탔다. 비교적 짧은 거리를 달렸다. 한강변을 거쳐 행주 산성에 갔다. 주행 거리 35.2km, 주행 시간 2h27m, 쉰 시간 23m45s, 평균속도14.3kmh(행주산성 내부를 걸어 돌아다닌 것을 빼면 18kmh쯤?). 낮 최고 기온 8도, 바람이 불어, 져지만 입고 갔더니 약간 쌀쌀하다. 목적은 행주산성 입구에 있는 원조국수집에서 3천원짜리 국수를 먹는 것. 워낙 맛집으로 유명한데다, 자전거 라이더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소문난 곳. 하지만 바깥은 물론 가게 안까지 이어진 기나긴 줄에 기가 질렸다.

행주산성
그래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입장료 천원 주고 행주 산성에 올라갔다.  2300명의 한국 정규군+비정규군이 3만 왜군을 무찌르고 임진왜란의 흐름을 바꾼 곳. 행주산성은 단순히 흙만 쌓아올린 것은 아니고, 흙을 쌓고 물을 부어 다지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부어 쌓은 것이다. 견고한 토성과 토성 위에 세운 나무 방책으로 이루어진 방어 진지는 지름 약 300m, 둘레 1km 가량 된다. 그중 200m 가량이 한강에 면해 있다쳐도 2300명으로 진지 전체를 커버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일본 '정규군'이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 바위 직벽도 아닌 토성에서 그렇게 작살났을까 싶다.

행주산성
행주산성=행주치마의 발상지. 뭐 사실 한국 아줌마들만 이렇게 기운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치마에 돌 날라 꼭대기에서 표고차 40m의 완만한 비탈에 돌 굴리고 던졌다고 설마 3만 대군을 물리칠 수 있었을까? 행주대첩에 관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기전과 화차를 비롯한 무기 체계 덕분에 일본군 1만을 일방적으로 학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토성 능선을 걸어보니 신기전을 직사하기 위해 나무를 베고 구릉의 장애물을 치우는 등 왜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모종의 토목공사를 벌였을 것 같다. 그런 준비와, 신통치않은 권율 장군의 지휘에서도 화포로 기선을 잡고 그 기세로 밀어붙이는 한국인 특유의 전투적인 영혼 탓에 승리했을지도 모르겠다.

행주산성 관람을 마치고 원조국수집으로 돌아왔지만 3시가 넘은 시각에도 기다리는 줄은 여전했다. 하는 수 없이 마찬가지로 붐비긴 하지만 줄은 안 서 있는, 그 옆의 안동 잔치국수란 곳에 들어가 3천원 짜리 국수를 배불리 먹었다. 국수 맛이 용을 써봤자 그게 그거지, 원조집이라고 특제 황금 멸치 사용했겠나 싶다. 하여튼 양만큼은 엄청 나서 배불리 먹었다.

뭘 찾고 있다가 익숙한 가락을 듣고 여기저기 뒤져서  Charlene, I've Never Been To Me 를 찾았다. 왠 노파가 꿈 많은 유부녀에게 '네 남편과 애 돌보며 사는게 제일 행복한 거다' 라고 기분 나쁘게 충고하는 건지, 아니면 잘난 척 하며 자랑하는 건지... 가사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소름이 끼친달까? 또,  그런다고 꿈많은 유부녀의 벌렁거리는 심장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나? 다행히 아내는 집구석에 틀어박혀 빨래하고 밥하고 애 돌보며 일상의 굴레에 갇혀 인생을 허비(?)하는데 딱히 관심이 없다. 더 구질구질해서 심금을 울리는 남자 버전(오리지날이란다). 위키피디아에 등재된 노래에 얽힌 사연. 위키피디아에는 생략된 이야기.

노랫가사와 견해 차이: 뜻대로 천국에 있을 수 있고, 그때 자유로울 수 있고, 심지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좋은 친구들과 향기로운 약초를 해 보면 안다. 자기 자신인게 뭐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는데... 음... 신채호 말대로 (개개인의 사적을 포함한) 역사가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면, 아가 비아일 경우, 비아와 비아만 우글거리니 싸울 일도 없다. 내가 내가 아닐 때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 애당초 자아가 보잘 것 없으니, 아예 없애서 걱정근심을 날려버리는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날이 갈수록 농담따먹기만 늘어가는군.

하고 싶은 일: 패러글라이딩, 경비행기 운전, 태평양 요트 횡단, 미국 자동차 여행, 블랙록 및 로키 트래킹, 일본/네팔-티벳 자전거 여행, 써핑, 러시아 횡단 열차 여행, 말이나 낙타 타고 실크로드 여행, 저개발국가에서 애들 컴퓨터 교육, 산티아고 길 도보 여행,  그외 당장 생각나지 않는 많은 것들.

어린 시절에 하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 뿐이었다. 열반. 그래서 40되면 승천할 작정이었는데, 낼모레가 40인데 아직 멀쩡히 잘 살아서 이렇게 수다나 떨고 있다. 하여튼 그 때에 비하면 희망 사항이 많이 소박하고 실현가능성이 크지만, 돈 한 푼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열반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

나나 아내가 본딩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뜻대로 살아간다고 행복해질까? 나름 지켜야 할 정언명령이 있으니까, 글쎄다. 내가 결혼한 것이나, 결혼해서 아내와 가끔 부질없는 기싸움을 하며 기구한(?) 팔자로 살아가는 것, 아이를 낳게된 것, 아이를 키우게 된 것 등등은 애당초 내가 너무너무 자유로운 존재임을 워낙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총각 때처럼 훨훨 달아나지 않고 '자유롭게' 개고생하는 거지.

rideback
카사하라 테츠로 원작, 라이드백. 만화책으로 두고두고 못 보고 있다가(만화방에 안 가게 된 것이 몇 년 되었다) 결국은 최근 나온 애니판을 보게 되었다. 내가 메카닉광이었나 싶을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가 정말 멋지다. 오! 와! 우와! 하면서 4화까지 단숨에 봤다.

영상앨범 산
요새 가끔 보는 KBS HD 프로그램. 일요일 아침 7시에 해서 그 시간에 깨어본 적도 없으니 본방사수는 불가능해 보인다. 다운 받은 파일의 해상도가 1920x1080에  크기가 4.5GB. KMP에서 내장 디코더를 사용하여 플레이하면 컴퓨터가 버벅거렸다. 하는 수 없이 MPEG2 코덱을 CoreAVC로 바꿨더니 CPU 점유율이 5%로 떨어졌다.

영상앨범 산: 호주 태즈매니아 Frenchman's Cap
최근에 다운받아 본 것은 호주 남부 태즈매니아 french man's cap(?)에 오르는 길. 하루종일 진창길을 걸어 화이트캡에 다다른다. 풍광은 아름답지만, 가이드비를 지불하고 가서 흥미진진한 개고생이 적어 특별히 재미는 없었다. GPS와 지도 한 장만 들고 가도 될 것 같은데.. 중간에 보니 왠 할머니가 4박 5일 여정의 그 진창길을 딸과 함께 뚜벅뚜벅 가기도 하더라. 나라면 혼자 간다. 혼자 가서 갖은 궁상을 떨다가 오겠다.

Flight of the Conchords
Flight of the Conchords 2기 시작. 여전들 하시다. 이것과 똘아이 패거리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는 It's Always Sunny in Philadelphia를 함께 보고 있노라면 정신세계가 엄청 황폐해진다.

기록만 해놓고 보지 않던 링크들 정리:

7720번 버스가 언제 도착하나? -- 집앞을 경유하는 오직 하나 뿐인 버스인 7720번 버스의 예상 도착 시간을 보여줌. bakion.com에서 Wifi, Wibro 휴대폰 단말기를 통해 해당 버스 도착 시간을 표시해 줄 목적으로 만든 것.

RnD Jobs -- 이공계 전문 취업 사이트

국정원 세계경제 정보 -- 국가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세계 경제 첩보(?) 수집 자료.

Panel Power -- 설문조사에 참여하여 용돈벌이 하는 사이트

최무영의 과학 이야기 -- 언젠가 시간날 때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 프레시안 연재 컬럼.

중고서적 판매 사이트 리스트(아직 안 망한)
http://www.usedbooklove.com/
http://www.book017.co.kr
http://www.obookstore.co.kr
http://www.bybook.co.kr/
http://www.hiseller.com/
http://www.ingbook.co.kr/
http://www.gajagajabook.co.kr/
http://www.gore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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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테스트

잡기 2009. 2. 3. 21:32
천인공노한데다 인기만점인 연쇄살인범 때문에 호기심에서 해 본 사이코패스 테스트(PCL-R). 첫번째 테스트에 11점. 두번째 테스트에서 5개. 사이코패스일 리가 없지.

Mr. Monk
어린 시절의 나는 오히려 미스터 몽크와 비슷했지 싶다.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몽크처럼 온갖 종류의 공포증(phobia)에 시달리다가(더러움, 어둠, 추락, 분리, 고소, 폐소, 광장, 비존재, 절단, 물, 피, 불, 맹, 가스, 냄새, 짐승, 시체 등등), 성장하면서 하나둘씩 공포증이 사라진다. 볼 게 없을 땐 몽크를 짬짬이 봤다.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이젠 짜증이 안 난다.

Windows 7에서 가장 바람직하게 바뀐 것은 Index Service인 것 같다. 예전 인덱스 서비스는 시도 때도 없이 HDD를 긁고 사용자 process 자원을 소비했는데 이번에 깔끔하게 바뀌었다. 변경된 파일만 인덱싱을 하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아웃룩 일정, 연락처를 포함해 200여종의 파일에 대한 내용 검색과 미리보기를 지원한다. XP에서도 돌아가는 버전을 다운받아 작업용 XP에서 한달 째 맛배기로 돌려봤는데, 정말 만족스럽다 -- 역으로 말하자면 왜 진작 이렇게 안 만들었나?

세 번째 geosynchronous 위성인 F3 런칭 후, 위성을 사용한 광대역 인터넷 통신망인 Imartsat BGAN 서비스가 2월부터 시작될 예정. KTInmarsat에서도 장비 임대가 가능한 듯. 외국에서는 분당 14$이라는 어마어마한 패킷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데...

집 컴퓨터를 24시간 켜 놓고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 동안 컴퓨터가 놀고 있어 가용 컴퓨팅 자원을 공공 이익을 위해 사용해 보려고 알아보니 SETI@Home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BOINC 라는 공개 네트웍 컴퓨팅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BOINC로 World Community Grid(댕기열, 에이즈 치료법 발견, 암 정복, 단백질 접힘 연구), Rosetta @home(말라리아, 탄저병, HIV, 알츠하이머 연구), Climateprediction.net (지구온난화로 21세기 닥칠 환경 변화 예측) 등에 subscribe했다. 사무실 컴퓨터에도 boinc를 설치했다. 사무실 직원들에게도 설치를 권유했다.

들고 다니는 가방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알고보니 소재가 cordura plus 500사다. 지퍼가 멀쩡하고 박음질이 튼튼하다면 앞으로도 10년은 버틸 것 같다. 지금까지 2년 사용. 이렇게 마음에 드는 가방은 십여년 전에 산 밀러 배낭 빼고 없다. 여러 종류의 배낭을 사용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무겁고 더러운 그 배낭을 여전히 사용 중.

신년 들어서 일거리가 줄어 격주 휴무에서 5일 근무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노는 날이 늘자, 흡사 인력 사무실에 새벽부터 출근했다가 일이 없어 돌아가기 뭣해 근처 선술집에서 아침부터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기분으로 사무실에 출근. IT 업종은 워낙 부침이 심해서 하는 일에 '언젠가 잘 되겠지,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 하는 믿음같은 것은 없다. 믿음이란 기도할 때나 필요한 것. 과학자의 93%가 무신론자 이거나 불가지론자 라고 한다. 그럼 엔지니어는?

TV 방송에서 30년 동안 가방을 만든 장인이 재료만 가져오면 진품과 똑같은 가방을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PD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3만 5천원어치 재료를 사 왔고, 장인은 12시간에 걸쳐 91만원 짜리 진품과 거의 똑같은 가품을 만들었다. 대다수가 짝퉁과 진품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그의 실력이면 91만원짜리 뿐만 아니라, 587만원 짜리 가방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30년 장인질해서 그는 그만한 실력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SW 엔지니어는 20년 장인질 해봐야 MS Office 짝퉁을 6개월이 걸려도 만들 가능성이 없다.

나란 엔지니어는 믿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실력도 안되는 것이다. 이 김에 값싼 믿음이라도 가져볼까?

내 친구 KLDP보고 왈  -- 하마터면 댓글 달 뻔 했다. 댓글 다는 순간 디겔 폐인 되는 것이다.


신은 없다(Religulous).
신은 없다(Religulous). 코메디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기독교인들을 엿멋이는 다큐멘터리. 신랄한 조크. 상당한 무례함. 그 바닥에서 신성모독으로 명성을 떨친 탓인지 주인공은 취재 중 바티칸에서 쫓겨난다. 바티칸과 로마의 경계 금줄 바깥에서 전직 신부와 농담따먹기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람들이 찾는 여러 성인들의 순위를 메겼더니 예수가 6위 란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저 무슬림 사원은 네덜란드의 어느 축구 경기장 옆에 세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 건축 당시부터 지역 사회로부터 상당한 거부와 반대를 불러 일으켰다(건축 허가는 법대로 난 것일까?). 사원이 멀쩡한 걸 보니 네덜란드인들이나 사원을 출입하는 무슬림이 아직 서로를 해꼬지 하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보니 반갑다.

많은 책에서 인간은 지난 1만년 전에 비해 육신과 정신 상태가 거의 달라지지 않았으며, 인류는 그 동안 그들이 만들어 놓은 훌륭한 이상과 문명에 훨씬 못 미치는 정신 지체 상태로 일생을 마감한다고 말한다. 혹자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종교 현상을 꼽는다.

Outlander
Outlander. 특별히 따지고 볼 것도 없고, 시간 때우기 적합한 SF 액션 영화. 발달된 외계문명인이 바이킹과 손 잡고 외계 괴물(또는 그렌델?)을 물리치는 이 영화가 드라마가 되려면 청자가 알아먹을 수 있는 인간 드라마(증오, 사랑, 투쟁, 용기, 눈물 따위)가 되어야 한다. 나도 인간이라 인간 외의 것에 감정이입할 자신이 없다. 나도 인간이라 타인의 믿음과 소망과 꿈과 사랑을 폄훼할 자신이 없다. 물론 정신 지체와 종교도 마찬가지.

내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여기 안 적고, 내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방법을 10년 후에도 기억하고 있을 지 두고 보자. 그런데 10여년 전에도 이 짓을 한 것 같은데?

번역출간 된 것을 알고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Fritz Leiber Jr.의 '아내가 마법을 쓴다(Conjure Wife)'를 읽었다.

'이것이 마법이다. 마법은 우스꽝스러운 중세의 도구를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하는 손쉬운 속임수도 아닌, 오직 상징만을 조작해서 '소환된 힘'을 조정하는, 매우 힘들고 긴장된 싸움이다' -- 부끄러운 얘기지만 철없던 시절 나도 인터넷 곳곳에서 recipe를 찾아 돌아다녔다.

'문명은 빛으로 된 물건이다. 빛이 사라지면 문명은 꺼져 버린다.' -- 그러게 말이다.

"오, 노먼. 당신이 얼마나 용감하고 영리했는지 알아. 당신이 어떤 위험을 감당했는지 알고, 나 때문에 어떤 희생을 했는지도 알아. 당신은 일주일 동안이나 합리적이지 못한 삶을 살았고, 그 여자의 적나라한 야수성을 견뎌냈어. 당신은 이블린 소텔과 거니슨 부인을 '정당하게' 이겼어. 그 여자들과의 게임에서 이겼어..."

아내의 파우더룸을 훔쳐본 댓가로 무려 일주일이나 합리적으로 살지 못하고, 여자들의 발톱으로 여자들과 싸우는 등,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그건 그렇고 오랫만에 보는 훌륭한 코믹 장르 소설이다. 겉장에는 심지어 이런 문구도 있다; 위대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프리츠 라이버는 직접 물 위를 걸어보였다 -- 할란 엘리슨.

책 다 읽은 후, 리만 브라더스가 아니라, 리만 시스터즈나 리만 브러더스 앤 시스터즈 였다면 금융 위기가 없거나 완화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기사를 보았다. '여성이 주도했다면 금융위기 왔을까?' -- 요즘 여자들은 마법 수련을 게을리 하는 것 같다. 경제위기를 매듭과 부적으로 막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법으로 남편을 보필하는 등 본분을 게을리하였으니 진정 분개할 일이다.

John Updike가 폐암으로 별세했다. 그의 못 다 읽은 토끼 시리즈가 생각난다. 혹시 해서 알라딘과 교보문고를 뒤져 보았는데 토끼 소설은 한 권도 없었다. 뒤져보니 조셉 콘라드, 노먼 메일러, 필립 로드, 리처드 브라우티건, 귄터 그라스, 토머스 핀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예브게니 자먀찐, 가브리엘 마르께스(야 신기하네? 이런 이름들이 마구 생각나는게) 등속은 그들의 썩 괜찮은 작품이 다만 한 권이라도 남아 있다. 괴수 작가가 많았던 근/현대 문학이 요즘은 인기가 없는 듯. 업다이크의 소설이라고 읽은 것이라곤 '달려라 토끼야' 달랑 한 권 뿐인데, 서정적인 묘사가 한 편으로 인상적이었지만,  서가에 마침 있는 옛날 책 표지에 실린(쌍팔년도 범한 출판사 현대 세계문학 전집 중) 그의 사진이 참 토끼 같아 보여서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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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잡기 2009. 1. 21. 09:37
2개월 전에 비해 하루 방문자수가 200% 가량 늘었다. 트래픽의 50%가 검색엔진을 통해 들어왔다. 네이버가 검색엔진 경유 트래픽의 50%를 차지.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홈페이지는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방문자 수가 늘면 검색엔진에서 검색이 안되게 하던가 사이트를 폐쇄할 생각이다. 그런데... 공개 일기장으로 써서 지인에게 안부나 전하자 -> 헛소리는 그만 하고 뭔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기도 하자 -> 방문자가 늘면 사이트 닫자. 라는 것이 말이 안되니까, 손톱을 물어 뜯으며 방문자 수가 저절로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야후 블로그 랭킹은 4351241중 169964위. 즉 상위 4%이내. 와! 놀랍다.

Why Google Employees Quit -- 잡 인터뷰하고 출근하는데 6개월? 그런 때문인지 구글에서 인사담당자들을 짤랐다는 소문을 들었다. 구글도 회사다. 사훈이 don't be evil인 회사니까, 멍청할 가능성이 타사에 비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CAM with me -- ending type c. 딸애가 31세가 되자 손녀를 데리고 나타난다. 캠코더 보다는 여자를 만나는게 시급한 오타쿠들은 딸도 없으면서 이거 보고 감동에 북받쳐 주르륵 한 줄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 같다. 딸 아이가 노트북 위에 올라가 팔짝팔짝 뛰거나 키보드에 물을 붓고 팬타그래프 키캡을 뜯어내고 화초에 물 주듯 노트북에 우유를 뿌리고, 중요한 파일을 있는대로 삭제하고 카메라의 사진을 지우고 카메라를 멋지게 집어 던지며 하이에나처럼 킥킥킥 웃는 꼴을 보면 허약하기 그지없는 소니제 제품군을 살 마음이 때로는 사라지지 않을까? 마누라와 딸애가 처가로 가는 귀하고 짧은 안식을 누리는 기쁨을 알기나 할까? 하여튼 오타쿠 녀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취향을 존중해 주시죠?' 내가? 왜?

City of Ember
City of Ember. 저 혼자 주절거리다가 끝나는 가벼운 판타지. '더 할 말 없으니 문의 사항은 원작을 참조하삼' 하는 듯 했다. 영화를 보면 원작을 더 참조할만한 게 없어 보인다.

갈릴레오
갈릴레오. 재밌다길래 봤는데 별로... 넘버스 짝퉁 같기도 하고(딱 넘버스스럽게), 나오는 트릭들이 그저 그런 밀실 추리물보다 못한 수준이라 금새 추측이 가능하던가 별로 기발하지 않은 억측(어거지로 뜯어다맞춤)으로 밝혀진다. 10화까지 봤는데 감으로 찍고, 과학으로 미스테리를 밝힌다가 컨셉인 모양. 와 닿지 않았다.

짐승의 연주자 에린
짐승의 연주자 에린. '그림'같은 작화. 아직 초반이라... 어떻게 진행될까? 두고 봐야지.

철완버디 Decode
어느새 2기가 진행 중인 철완버디 Decode. 별 내용 없이 1기를 마감했다. 1기 끝의 로맨틱하고 인상적인 포즈. 어떤 그림에서 저 포즈를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영...  아무튼 이상하게 그림이 쏙쏙 눈에 들어오고 동화가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살면서 저런 키스를 몇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개중 하도 술을 퍼 마셔대서 옛 여자친구들의 이름을 잊어먹고 희안해 하는 바보도 있을 것이다. 그래 내가 그 바보다.

印 빈민들 항의시위.."슬럼독은 모독" -- Slumdog Millionaire에 대한 인디안의 감상평. 이 영화가 그렇게나 많은 상을 휩쓸 줄이야...
Slumdog Millionaire
꼴까타의 빈민굴이 주 무대가 되는 이 영화가 꽤 재밌다. Danny Boyle이 감독했다. 특히 꼬마애가 먹고 살기 위해 아그라의 타즈마할에서 관광객 상대로 삐끼질하고 사기치는 대목은 관광객 입장에서 가슴 뭉클하게 현실적이다.

공룡이 수백만년 동안 살아 남은 이유가 강력한 면역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심스러운 가정을 바탕으로 쓴(독일제 SF라고도 하는) 토마스 티마이어의 '렙틸리아'라는, 쥬라기 공원과 비슷한 스릴러를 읽다가 이 문구를 발견했다: '진짜 터너 그림이라는 것을 5미터 거리에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화려한 하얀 범선이 검은 거룻배에 이끌려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그림이었다'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트라팔가 해전 당시 스페인 프랑스 연합함대를 향해 돌격하던 넬슨의 H.M.S. Victory 후방에서 충실히 보필했던 전함인 Temeraire의 퇴역을 소재로 그린 Joseph Turner, The Fighting Temeraire를 두고 하는 말인 듯. 바로 이 그림이다.
 
멋진 황혼 속에서 범선인 테메레르는 증기로 움직이는 강철 바지선에 이끌려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항구에 들어선 후 완전 분해되어 똥값에 팔려 나간다. 꽤 유명한 이 그림은 범선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항구로 들어올 당시 테메레르는 저렇게 갖출 것 다 갖추고 있지는 않았고, 사실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  안 가는 터너 나름의 환타지스런 그림이야 뭐... 그런데 이 그림이 정말 팔렸나?
 
최근에 안 그래도 '테메레르'라는 환타지를 읽었다. 테메레르는 용 이름인데, 트라팔가 해전의 바로 그 전함 테메레르에서 이름을 따왔다. 작가에게도 저 그림이 몹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소설이 꽤 재미있어서 그 두꺼운 책을 출퇴근 시간에 짬짬이 4권까지 읽었는데, 영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넬슨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멀쩡히 살아남아 아프리카 노예 무역 폐지를 반대한다. 어쩌면 나일 해전 당시 입은 부상에다가 허파에 난 구멍 등등으로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테메레르는 나폴레옹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역사 + 드래곤 판타지 물이다. 정나미 떨어지는 여자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Pern 시리즈 보다는 한결 낫다. 여자애들이 귀여워할 타입의 용들이 등장하는 환타지 물이라서 그런지(이해는 안 가지만) 취향에는 잘 안 맞을 것 같은데 1권의 해전 묘사가 그럴싸 하고, 중국, 터키, 유럽 전역, 아프리카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느라 꽤 바쁘다.

공중전 묘사는 박진감이 떨어지는 편. 공중전이 머리속에 3차원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게임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땅바닥을 벌레처럼 기어다니며 싸우는 해전이나 육전에 익숙한 작가의 어두운 성장 배경 탓일지도 모르겠다. 용가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괴성을 지르는 소설을 쓰기 전에 플라이트 시뮬레이트 게임이나 홈월드 따위로 내공 좀 키우지 않구선...

중국과 유라시아, 아프리카 횡단 때 어쩐지 작가가 잘 모르는 것을 책 몇 권 읽고 짜집기한 티가 나서인지 전 4권에 걸쳐 품질이 고르지 않고 그 대단한 모험을 하는 인물들의 카리스마가 별로 느껴지지 않아 딱히 멋진 소설이란 생각은 안 들지만, 나폴레옹 전쟁이 비틀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이나, 주제가 무겁고 책 읽으며 잔머리 굴리기 괴로울 때 시간 때우는 페이지 터너로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건 휴가때 해변에 누워 읽었어야 하는건데... 5권도 마저 읽을 생각이다.

'노인의 전쟁(Old Man's War)'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게 뻔한 소설이지만 표지가 쉣이다. 배나온 도마뱀들이 날뛰는 테메레르 같은 판타지의 내외를 치장한 아트웍과 나란히 비교해 보면 한국에서 유독 SF만 이렇게 볼품없고 궁상스러운 표지를 달고 출간되는지, 허구헌날 이런 '차별'과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괜히 울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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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극명한 대조라고 한다. 오른쪽을 보자. 시발스러운 배경에 극과 별 상관없는 상판데기에다 갖잖은 타이포로 영문 제목을 더 크게 표출하는 것은 내가 우둔해서 잘 모르는 21세기스러운 싸가지일 것이다. 책이란 송혜교 같은 반반한 표지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법이라고 우기자. 노인과 전쟁 2권, 3권이 별 차질없이 계속 출간되길 바란다.

즐겨보는 EBS 세계 테마 기행의 '사바이디! 라오스' 편에서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 나왔다. 차승민. 여기저기 뒤져보니 옛날에 여행하면서 국악하던 사람들 중 한 명. 웹질해 보니 지금은 인터넷 만화 그리며 애 둘 낳고 잘 살고 있다. 뭐 사실 지금까지 본 EBS 세계 테마 기행 중 가장 여행 잘했던 사람은 '여행생활자 유성용'이란 사람일 것이다. 궁금해서 뒤져보니 '여행생활자'란 책을 썼다. 그 양반 말대로 여행기 사서 보지 말고, 여행이란 그냥 해 보면 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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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loc의 프로필에 올릴 사진 찾다가 2003년에 정글에서 한가하게 마야 유적지에 누워 담배 피우던 사진을 찾았다. 이걸 어떻게 찍었지? 어떤 사진은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부탁하고(외로운 배낭여행자끼리 서로 찍어주기 -_-) 어떤 것은 셀프 타이머 돌린 설정샷이다. 아무래도 설정샷 같다. 6년전이지만 이때는 정말 젊었다.

인도네시아에 언제나 가게될까 한숨만 쉬다가... 구정 연휴에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다가 마지막 날에 관악산에 올랐다.  관악산은 비교적 아기자기한 편이라(떨어지면 죽는 건 마찬가지지만) 우습게 봤다. 관악역-삼성산-팔봉 능선-연주대-사당역 코스를 잡았다. 주행 시간 3h26m, 쉰 시간 1h40m, 거리 13.8km, 평균속도 4.0kmh. GPS의 기압 고도계가 고도를 잘못 출력해 629m짜리 산이 933m로 나타났다.

삼성산 꼭대기에 올라가긴 한 것인지 의문이다. 무너미 고개에서 팔봉 쪽으로 간다는게 오봉 능선 쪽으로 갔다. 오봉 능선 이름이 원래 학바위 능선이었나? 연주대에서 3000원짜리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졸면서 내려왔다. 눈이 덜 녹아 미끄러운 길을 아이젠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려니 생각보다 빡세서 산을 내려오고 나서 다리가 후끈거렸다. 사당역으로 간다는게 낙성대역으로 나왔다. 관악역 쪽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인지 산행 초입에서 아이젠을 사지 못해 고생했다. 북한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관악산이 재미가 없다. 암벽의 살벌함도 그냥 아기자기 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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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에서 모처럼 찍은 사진. 몇 년 새에 많이 삭아서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을 것 같은 교활한 인상. 머리털은 허얘지고 모공은 월면 크레이터처럼 커지고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뭐, 나만 늙은 것은 아니다.

송혜교도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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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남미 어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찍은 사진을 찾았다. 꼴은 말이 아니지만 머리털이 검고 눈빛에 그럭저럭 생기가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남미 아가씨들이 술 한 잔 하자고 먼저 들이대곤 했다. 밤새 술 마셔도 거뜬했던 좋은 시절 얘기는 노후에 마저 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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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연주대 부근에 뜬 헬기. 북한산 벗어나면 구조헬기는 안 보게 되나 싶더만 여기서도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저게 소방 헬기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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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에 올라올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이상하게 정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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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꼭대기에서 막걸리 판다. 한 잔에 3000원은 좀 너무하지 싶다. 그렇다고 맛있어 보이는 막걸리를 두 눈 뜨고 보면서 입맛 다시기는 안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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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설날 소원지 다는 모습을 찍었다. 아내가 내 몫까지 알아서 새해 소원 적어 달았을테니  가족의 안녕이나 뒤숭숭한 국내 사정과는 상관없는 소원을 적었다: salam pale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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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지나니 1월도 다 갔다. 아내 말마따나 술주정만큼 꼴사나운 것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주위에서 토다는 사람들이 적어지니 내버려두면 주정도 점점 심해질 것이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술자리를 가급적 멀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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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바르지만, 바보같은 소리는 하지 말자!

아내가 아이와 함께 처가에 가 있는 동안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산에 올랐다. 주행거리 6.11km, 평속 3.5kmh, 주행 1h45m, 쉰 시간 27m, 

영하 12C, 찬바람에 볼이 얼었고 가방에 넣은 물병 역시 얼어붙었다. 잠깐 마실가는 기분으로 간단히 트레이닝복만 입고 올라갔다가 이왕 올라온 김에 좀 더 가보자, 해서 돌아다녔다. 한 자리에 10초 이상 서  있기 힘들다. 몹시 춥다. 트레이닝 복 호주머니에 껌이 있어 껍질을 벗기고 물으니 툭 부러진다. 껌 역시 얼었다. 껌 씹기가 몹시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 턱이 얼었다.

북한산에 카메라를 들고가 천천히, 여러 사진과 경로를  '체계적으로' 남길 생각이었는데 트래킹 후 집에 돌아와 사진에 geocoding만 해 놓고 바빠서 잊어버렸다. '공익'을 위해 북한산 곳곳 풍경에 관해 코멘트를 달고 트레킹 구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붙이고 전망좋은 곳에서 파노라믹 뷰를 만들려고 했다. 예를 들어, 향로봉의 이 구간은 사고 다발 지역으로 북한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떨어져 죽는 곳이다 같은...  귀찮아졌다.  대충 올리자.

북한산 백운대
향로봉 부근에서 찍은 북한산 백운대.  날이 추워지자 공기가 얼어붙어 시야가 확 트였다. 클릭하면 확대.

아내가 없는 동안 집에서 밥을 해 먹었고, 그동안 볶음밥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아내가 있을 땐 아내와 아이가 먹을만한 밥을 만들고, 아내가 없을 땐 내가 먹고 싶은 밥을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주말에 집에서 밥을 안 하고 하릴없이 자빠져 누워 있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진귀한 해외토픽을 듣는 것 같다.

볶음밥
최근 만든 볶음밥. 그 동안 약 10여차례 만들어 먹었다. 코팅이 좀 아쉽다. 가운데가 움푹한 웍 비슷한 프라이팬을 사용해도 가스렌지의 화력이 약해 중국 요리사처럼 솜씨 있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마늘, 파를 볶은 기름에 계란을 두르고 센 불로 재빨리 볶은 볶음밥은 향긋하고 꽤 맛있다. 기본기가 제대로 몸에 익으면, 어쩌면 여름 쯤엔 남에게 자랑할만한 볶음밥을 만들 수 있을 지도... 희망사항일 뿐.
 
뭣하면 언급하는 아시모프 로봇 3원칙을 최근에 다시 들었다: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로봇은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가전제품 설계할 때도 로봇 3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도 한다. 로봇 또는 전기밥통이 앞에 있는 것이 인간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까? 로봇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조건을 규정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로봇 3원칙이  간단히 허튼 소리가 된다.  전기압력밥솥이 뜨거운 증기를 휙휙 내뿜을 때 6개월된 아기가 조심성없이 엉금엉금 기어오면 증기를 멈춰야 하는데 그 아기하고 비슷한 크기의 강아지와 구분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증기에 데어도 되지만 아기는 데이면 안된다는게 제 1원칙일까? 대체 인간을 현묘하게 감지하는 그 밥솥 가격은 얼마나 할까? 연쇄 살인마가 계단참 가려진 곳에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체인톱으로 잘라 죽이고 있을 때 청소 로봇은 바닥에 고인 핏물과 잘게 썰어진 인간의 시체를 묵묵히 청소해야 할까?

하도 경우의 수가 많아 뭣부터 언급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시모프는 개중 몇 가지 예를 사용해 자기 소설을 새끼쳐 가며 죽죽 썼다. (어린 나이에 그걸 읽을 때도 꽤 시답잖아 보였고 그래서 아시모프 소설을 반쯤은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읽곤 했다. 아참, 난 아시모프를 좋아한 적이 없다) 가까운 시기에도 생각보다 어렵고, 현재의 과학기술로 적정 단가에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신비스러운 양전자두뇌의 성능은 워낙 경이로워, 로봇 3원칙은 인간보다 나은 존재를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봉사케 하는 그야 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예 계약처럼 보인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데이터 검색과 수치 계산과 논리적 연산에 매우 취약할 뿐더러 42도 이상이나 8도 이하에서 맨 몸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극히 연약한 존재다. 인간은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없지만, 성능 좋은 양전자두뇌를 달고 다니는 신통방통한 로봇은(물론 대량 생산도 가능한)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 어려움을 과장하며 이렇게 막나가지 않고도, 인간의 적절한 물리적 특징만을 사용해 인간 임을 판단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든 것들은 오차가 워낙 크다. 생뚱맞게 큰 머리통을 달고 2족 보행을 하는 로봇과 인간은 보통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1항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워낙 까다로워 그런 로봇은 만들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런 로봇이 시판된다면 시민권을 얻기 위해 피눈물나게 투쟁하는 대신 제조되자마자  시민권을 줘야 할 판이다.  1항이 그 지경이라 2항, 3항까지 가면 로봇 3원칙은 공학적으로는 사고실험 축에도 끼지 않는 코메디에 가까워진다. 아, 너무 비관적으로 과장했나?
 
2008/10/24 건강 검진 결과

  • 체위검사: 신장 175cm, 체중 69kg, 허리둘레 79cm, 비만도 정상체중, 혈압 106/68 mmHg
  • 요검사: 요당 음성, 요단백 음성, 요잠혈 +1, 요 pH 5.0pH
  • 혈액검사: 혈색소 15.7 g/dL, 혈당 98mg/dL, 총콜레스테롤 258mg/dL
  • AST(SGOT) 24 U/L (정상A: 40이하, 정상B: 41-50)
  • ALT(SGPT) 25 U/L
  • γ-GTP 19 U/L
  • 판정: 고지혈증, 신장질환 의심. 2차 수검 요망.
2년 전에 비해 체중이 1kg 늘고, 혈액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아졌다(?). 혈뇨가 좀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고지혈증 의심). 콜레스테롤 수치는 2년전에도 높았다. 혈뇨는 아마도 누적된 피로 때문인 듯. 생각보다 건강 검진 결과가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왠만한 싸구려 로봇 한 둘쯤은 때려잡을 수 있을 듯 하다.

"옐로우스톤 주변 160㎞ 내, 모두 떠나라"-과학자들 -- 드디어 올 것이 왔나? 가라앉기 전에 old faithful 따위를 볼 기회가 있을까?

어느날 부터 상판 패널을 열면 노트북이 켜지다 말고 core dump를 내뱉고 리부팅했다. 의아해서 살펴보니 sd card slot에 cr2032 전지가 끼어 있다. 헉. 나름 baby proof한 노트북을 꾸몄다고 좋아했는데, 아이가 그 슬롯에 전지를 끼워넣은 것이다.  요즘은 아이가 마우스를 움직여 레프트 클릭을 하기도.  24시간 별 이유 없이 켜 놓는 컴퓨터에도 암호를 걸어놔야겠다.

드루아가의 탑; 길가메쉬의 탑; the Sword of Uruk
기다리던 드루아가의 탑이 2기를 시작했다. 이번 제목은 길가메쉬의 탑이다. 아울러 '정령의 수호자'를 만들었던 프로덕션 I.G.에서는 '짐승의 연주자 에린'을 최근 내놓았다. 정령의 수호자를 재밌게 봤는데, 어쩌다 평을 들어보니 작화 퀄리티가 극강의 수준에 이른 작품이라더라. 그게 그 정도였나? 어째 좋드만.

시구루이
그럼 '시구루이'는? 이거 꽤 괜찮은데...

시구루이
피가 워낙 많이 튀기는 고어물이나, 시시한 시나리오를 압도하는 비주얼.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
계산주의 마음 이론에 따르면 믿음과 욕구는 '정보'이고, 정보는 기호들의 배열로 구현된다. 기호는 특정한 물리적 상태를 띠고 있는 물질 조각들이다. 그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존재물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기호를 촉발한다. 한 믿음에 해당하는 기호들은 그것과 논리적으로 연결된 다른 믿음의 새 기호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행동에 대한 설명에 믿음과 욕구를 포함시키는 동시에 믿음과 욕구 자체를 물리적 세계에 포한시킨다.
몇 개 문단을 적당히 잘라 짜집기. 기호와 패턴 조작이 지능의 성능을 변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내 평소 생각과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가령 수 헤아림을 비롯한 덧셈, 뺄셈 등의 연산은 기호/패턴 조작이다.  사랑과 연애도 말하자면 호르몬이 개입된 감정 패턴의 조작이다. 나는 전자나 후자나 잘 하는게 없다.
우리의 연산 기관들은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도킨스는 자연선택을 눈먼 시계공이라 불렀다. 마음의 경우, 우리는 자연선택을 '눈먼 프로그래머'라 부를 수 있다. 우리의 마음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로 하여금 돌멩이, 도구, 식물, 동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능숙하게 다뤄 궁극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도록 그 프로그램들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용과 이번 인용을 합친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종합이다. 이 뒤로부터 무려 800여 페이지를 들인 대량의 데이터 폭격을 통해 그것을 입증하는 방대한 실례와 자신의 생각을 나열한다.
"인간의 평균 IQ는 107입니다. 송어의 평균 IQ는 4죠. 그런데 왜 인간은 송어를 못 잡을까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75ms의 시차가 있다. 이 시간이 바로 인식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진화심리학은 교육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특히 수학 교육에서 분명해진다. 미국 어린이들은 산업화된 나라들 중 수학 성취도 시험에서 최하위를 맴돈다. 미국 아이들이 멍청이로 태어나서가 아니다. 문제는 진화를 무시하는 교육 체제에 있다. 미국 아이들은 개념의 의미에 대한 불일치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모험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수학적 지식을 형성해야 한다. 교사는 자료와 사회적 환경을 제공하되 강의를 하거나 토론을 이끌지 않는다. 자동성으로 가는 길인 훈련과 연습은 '기계론적'이고, 이해에 해롭다고 간주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부러워하고 쫓아가는 한국의 '창의력 교육'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기계론적 반복을 통해 학습된 '강압적' 지식이 나중에 패턴을 탐색하고 구조화하고 자동화하는데(인식의 자동적인 자극과 반응의 연쇄) 엄청나게 든든한 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단순 반복 암기를 시키는 것이 그렇게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음... 뭐가 좋을까... 구구단을 암송하지 않았더라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간단한 한 자릿수 곱셈을 못한다.
 
핑커는 미국인이 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인상을 풍기는 문장을 책 뒷편에서 다시 보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인의 25%가 마녀를 믿고, 거의 절반이 유령을 믿고, 절반이 악마를 믿고, 절반이 창세기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고, 69%가 천사를 믿고, 87%가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했다고 믿고, 96%가 신이나 만유의 영을 믿는다고 한다.
저 정도면 중세 미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아래는 행복에 관한 유쾌한 격언들(요전에 본 행동심리학의 개척자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언급되기도 했다).
  • 행복 [명]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 앰브로스 비어스
  • 성공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 고어 비달
  • 곱사등이가 즐거워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다 -- 이디시 속담
도덕주의적 과학은 도덕에도 나쁘고 과학에도 나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공감한다. 그래서 사회윤리(사회적 책임)와 과학을 뒤섞는 것은 뒤끝이 아주 나쁘다. 핑커의 생각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생각하는 좀 더 희망적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신체는 감정이입의 결정적 장벽이다. 당신의 치통은 당신에게 고통스러울 뿐 나에겐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그러나 유전자는 신체에 감금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유전자는 여러 가족 구성원들의 몸속에 동시에 존재한다. 한 유전자의 흩어진 사본들은 신체에 감정을 부여함으로써 서로를 부른다. 사랑, 동정, 감정이입은 서로 다른 몸 속의 유전자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그런 감정들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치통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가 병든 자식을 대신해 수술을 받고 싶다고 말할 때, 그 이타적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것은 종이나 집단이나 부모의 신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이기적 유전자다.
뭐야 이건? 오락가락? '본질적으로 테레사 수녀는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이유는 그녀의 이기적인 유전자 때문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생각하는 희망적인 방법이 이기적인 테레사 수녀와 내 피가 수십만 세대에 걸쳐 희석된 혈연 종이거나, 이기적 유전자가 이타주의를 유발하는 근원이라는 얘기는 '테레사 수녀가 이기적이다'을 희망적으로 만들어주는 종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 왜 이기적 유전자에 관해 핑커는 이렇게 쩔쩔 멜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핑커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니까? 관점을 어떻게 바꾸든, 이기적 유전자는 '어떠한 감정 교류가 없이' '사회윤리와 무관하게' 이기적이다.
 
아까 도덕과 과학을 섞으면 서로에게 안 좋다가 핑커가 말한 바 있다. 빈 서판에서도 이렇게 오해를 살만한 말을 주구장창 늘어놓고 앞뒤로 변명을 적어 놓았다. 도킨스나 윌슨처럼 미친 척하고 강하게 밀어 붙이기에는 훗날이 두려운 것 같다 -- 핑커는 업계(학계)에 적응(fit)해야 하기 때문? 하여튼 핑커는 업계에서 평이 좋다.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가 의식하는 듯한 학계에 만연한 보편적인 투쟁을 묘사하는 부분이 뒤에 나온다.
학회가 열린 자리에서 잭나이프를 휘두른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톡 쏘는 질문, 통렬한 뒤찌르기, 도덕적 모욕, 위압적인 독설, 분노의 항변,  원고 검토 및 연구비 심사 등이 난무한다. ... 원칙상 강제력은 이론 자체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옹호자들은 그 이론을 지지하기 위해 협박("명백히..."), 위협("...라고 한다면 비과학적일 것이다"), 권위("포퍼가 입증한 바에 따르면..."), 모욕("이 연구는 ...을 위한 엄밀함이 부족하다"), 비하("오늘날 진지하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등의 언어적 우위 전술을 동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때문에 H. L. 멩켄은 "대학 풋볼은 학생들 대신 교수들이 뛴다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다"라고 썻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자들이 여성을 객관화하고 억압하기 위해 꾸며낸 공모가 아니다. ... 미를 광신하는 쪽은 정작 여자들이었다. 이것은 간단한 경제학과 정치학으로 설명된다. 정통 페미니즘의 분석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에게 모욕을 줄 수 있다. 여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끔 세뇌당한 얼뜨기가 되기 때문이다. ... 나는 페미니즘 이론을 건드리지 않고 성성의 진화심리학을 논의하고 싶지만, 오늘날의 지적 풍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종종 성에 대한 다윈주의적 접근법은 반페미니즘적이라는 공격을 받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런 비난은 특히 페미니즘 이론을 발전시키고 연구해 온 많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명백히 당혹스럽다. 페미니즘의 핵심에는 성적 차별과 착취를 끝내고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어떤 과학적 이론이나 발견으로도 흔들릴 위험이 없는 윤리적/정치적 입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정신조차도 페미니즘의 이상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 언급 때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에서도 정치적 공정함을 보인다. 패미니스트의 궁극적 목적은(뭐라고 지껄이든) 대다수 정당과 마찬가지로, 권력 확보(확대)다. 패미니스트와 과학은 그래서 별로 상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굳이 그런 걸 설명하다니... 이기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핑커는 여기서도 쩔쩔 메는 걸까? 그런데 마지막 문장은 흡사 놀리는 것 같잖아?
인간의 성성에 대한 다윈주의 이론에 반대하는 많은 이론들 뒤에는 자연은 좋은 것이라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 있다. 무사태평한 섹스는 자연적이고 좋다, 따라서 만일 누군가가 남자는 여자보다 그런 섹스를 더 많이 원한다고 주장하면 남자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여자는 신경과민이고 억압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므로 남자가 여자보다 무사태평한 섹스를 더 좋아한다는 주장은 올바를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성욕은 좋은 것이다, 따라서 만일 남자들이 섹스를 위해 강간을 한다면 강간은 악한 행위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강간은 악한 행위이므로, 남자들이 섹스를 위해 강간을 한다는 주장은 올바를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주장에는 엉터리 생물학(자연은 좋은 것이다), 엉터리 심리학(마음은 사회에 의해 창조된다), 엉터리 윤리학(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이 결합되어 있다. 그것들을 포기해도 페미니즘은 전혀 손해보지 않는다.
놀리는게 맞는 것 같다. 오죽 페미니스트들이 닭대가리 같아 보였으면...

핑커의 저술 마지막 문장: 오랜 세월 인간 의식의 불가사의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좌절감은 ... 인간의 마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조합적 마음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일 것이다.
 
860여 페이지나 공들여서 써 놓고도 마음의 신비에 관해 발견된 사실이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부끄러움은 아니다. 핑커는 '마음'에 관해 책 앞머리에서 주장한 것들을 충분히 설명해줬다. 설명은 충분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하루 평균 200페이지를 읽었으니 대략 5일 걸린 셈인데 실제로는 대출을 일주일 더 연장해 3주간 책을 가지고 있었다. daemon을 악마로 번역해놔서 생뚱맞았고(핑커가 말한 daemon은 컴퓨터 용어다), 번역자 말마따나 여러 학제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용어와 해석 때문에 고생했을 것 같은 책이다. 심리학/인지과학, 생물과학, 컴퓨터 공학 등은 사실 학제간 공동작업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는, 서로 인접한 학문이라 광범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요즘은 믹스견 접붙듯이 활발하게 붙어다녀 사실 이런 류의 과학저술은 꽤 즐겁게 읽히며 다양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책의 앞부분에서 prolog 프로그래밍을 오랫만에 봤다. 십수년 만이다.
 
구조적인 증오와 폭력의 고리:  하마스 펀다멘탈리즘 익스트림리스트 개새끼들은 팔레스타인 시민을 볼모로 삼아 증오심을 부축여 가자 지구 이스라엘 측에 무작위적인 로켓포 테러 공격을 했다. 이스라엘측의 정밀 유도 폭격보다 더 잔인하고 더러운 수작인데 이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무력 시위에 의해 막대한 '계산된 희생'을 치름으로써 이스라엘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것!? 또는 그러한 로켓포 공격을 유도하고 사전에 그것을 감안한 이스라엘 매파의 계산도 떠올릴 수 있다. 오바마가 대선 출마했을 때 유대계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끌어들였고 미 권력 공백의 시기에 시도된 침공은, 흡사 무슨 시나리오라도 돌리고 있는 것처럼 호사가들의 입에서 자연스레 음모론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음모론? 하마스와 이스라엘 매파 집권 때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가 맞겠지.

요르단 측 사해에서 돌아오는 길에 히치하이크했던 트럭의 운전수는 팔레스타인 사람인데 눈물을 글썽이면서 가족이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격언: 정의는 무척 값지고 귀한 것이라서 흔히 발견되지 않으며, 거래되지도 않는다. 정의는 그렇다치고, 난 뭘 해야 할까? 1. 행복하게 잘 산다. 2. 아내와 딸자식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산다. 3.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아내, 딸은 물론 팔레스타인 운전수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이들 항목엔 우선순위가 있다. 살아온 날 동안 선구자들의 연구와 가르침을 통해 그런 결론을 얻었다. 학습할 시간이 앞으로 그리 많지 않으니 부디 내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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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mah

잡기 2009. 1. 6. 00:43

잊기 전에 써 두는 2008년 베스트.

  • 책(비소설) -- 도모노 노리오, 행동경제학. 그외: 주디스 리치 해리스, 개성의 탄생, 션 캐럴, 이보디보.
  • 책(소설) -- Charles Stross, Accelerando, 그외: Charles Stross, Atrocity Archives,  John Scalzi, Old Man's War 1,2,3, 이언 뱅크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 애니메이션 -- 드루아가의 탑, 그외: 전뇌코일, RD 잠뇌조사실, 시구루이
  • 일드 -- 비기너. 그외: 네 개의 거짓말, 라이어 게임, 호타루의 빛.
  • 미드 -- Generation Kill. 그외: Lost Room, Space: Above and Beyond, Office, Burn Notice, Dexter, Life on Mars, Mentalist.
  • 다큐멘터리/리얼리티쇼 -- Man Vs. Wild, Zeitgeist. 그외: 제목을 기억할 수 없는 EDIF 다큐멘터리 상당수.
  • 영화 -- Batman: Dark Knight
책(비소설)중 아쉬운 점: 송년회 등등으로 바빴다. 연말에 빌린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다 읽었으면 2008 베스트는 그 책이 되었을 것이다. 1/4밖에 못 읽었지만 대단한 저술이고, 잘못될 일이 없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후가 '빈 서판'이다. 빈 서판은 책 읽기 전에 그와 유사한 내용을 이래저래 들은 것이 많아 별로 재미가 없었다. 마음은...은 매우 유려한 문장력, 감정과 완급 조절(?)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스티븐 핀커의 저술을 두 권 밖에 안 읽었는데, 스티븐 핀커 완전 짱이다. 2009년 비소설 베스트 1순위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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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matata

잡기 2009. 1. 2. 18:52
이번에 네이버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되는 큐브리드를 언젠가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아키텍쳐가 괜찮은데 속도가 느려서 접었던 기억이 난다.  좋아졌을까?

[취재여록] 아쉬움 남긴 네이버 기술개방 -- 논조는 '오픈소스는 돈벌이가 안된다. 돈을 벌자고 작정한 애플 앱스토어같지 않아서 아쉽다.'

네이버의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돈벌이가 아니다. 사회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회 환원(자선), 이상, 협업, 철학, 기타 등등이다. 그러므로, 어떤 작자가 '돈벌이가 안 되어서 네이버 기술개방이 의미없다'고 악의에 찬 허튼 소리를 늘어놓는건지 그 면상과 근거가 궁금했다. 기자의 얼굴과 견해는 숙지했다.

이렇듯이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가끔 놀라움을 느낀다. 서울에 올라와 기생충처럼 살면서 한, 가장 충격적인 경험을 꼽으라면 초겨울 한강변에서 벌이는 불꽃축제 후 인파가 빠져나간 자리에 아무렇게나 뒹굴던 엄청난 쓰레기 더미였다. 자기 쓰레기를 자기가 가져가는 것은 공중질서와 별 상관없지 싶다. 교감과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몸과 마음에서 나온 쓰레기도 주체하지 못하는 '민주시민' 같은 것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 현상이 세계적이란 점이다.

박씨는 쓰레기나 펑펑 만들어 버리는 놈들에 대한 내 불평을 듣더니 주변에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며 자신을 유지하는 행위는 생물학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더 큰 규모, 이를테면 우주적 차원에서 보자면 인류가 보편적으로 하는 행위는 자신과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과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우주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생각이 짧았다. 인간이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때로 인간은 자신을 쓰레기 더미에 기꺼이 던져넣기도 한다.

자신을 기꺼이 쓰레기 더미로 던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란 영화에서 자칭 길 감식가인 리버 피닉스가 궁시렁거리던 말이 생각난다. 사실 잘 기억이 안나서 WikiQuote를 뒤졌다: "I always know where I am by the way the road looks. Like, I just know that I've been here before, I just know that I've been stuck here like this one fucking time before, you know that? yeah. There's not another road anywhere that looks like this road, I mean exactly like this road. It's one kind of place, one of a kind. Like someone's face. Like a fucked up face." 그리고 그... 대사가 나오던 첫 장면도 찾았다. 심지어 그 대사가 나온 후 주인공이 기면발작증으로 뻗어버린 다음 흘러 나오던 서정적인 카우보이 요들송도 찾았다.  Eddy Arnold, Cattle Call

IMDB를 뒤져보니 아이다호는 1992년 한국에서 처음 개봉했고, 구스 반 산트가 감독했다. 구스 반 산트는, 미비한데다 감정과 유대가 결여된 사회안전망은 물론,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 하루 끼니를 때우고 아무데서나 자빠져 잠들거나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겨 자기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등, 부평초처럼 떠도는 당대 젊은이들(나도 포함해)의 심금을 울렸던 아이다호 이후 뭐 볼만한 영화를 찍은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인생의 개고생과 삽질을 통해 일련의 정신적 여행을 이어가는 와중에 삶이 바뀌던가/바뀌지 않던가, 도(道) 운운하는 주인공 녀석이나, 첫 장면의 도로 감식 행위에서 느끼는 애끓음이나, 영화의 이매저리가 훌륭해서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생각난다. 이런 종류의 로드 무비가 요즘은 왜 별로 안 만들어질까? 촛불시위 나가 두들겨맞는 고삐리만도 못해 길거리에 쓰레기나 버리는 저소득 민주 청년들이 워낙 세속적인 밥통이라서 먹혀들지 않는 것일까? 박씨라면 필경 다른 언어로 말해줄 것이다.

The.Darjeeling.Limited
로드 무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Into the Wild도 있고 저런 The.Darjeeling.Limited도 있다. 도정은 이제 코메디가 되었다. 인디아 방방곡곡에서 찍은듯한, 공작 깃털로 소원을 빌고, 쓰레기를 버리다가 쫓겨나서 떠나는 기차에 화풀이로 돌을 던지는 이 영화는 왜 이런 것까지 찍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케 한다.

Born Into Brothels
Born Into Brothels. 헤네시양이 복사해 줬다. 꼴카타의 사창가에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는 학생들의 인생을 개선해 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성공률은 낮지만 어린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길은 교육, 딱 한 가지 뿐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미친 부모들 때문에 '교육' 하면 일단 짜증부터 났다. 클라이막스까지 인간극장류의 희망극이다가 막판에 속을 뒤집어 놓는다.

Blindness
딱 노벨상 받기 좋은 소설 쓴다고 생각하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Blindness(눈먼 자들의 도시)를 영화화. 영화가 원작의 감동(?)과 다르다는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오래 전에 책을 읽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설과 영화에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뭔 감동? 개중 연꽃도 피겠지만 영화나 소설에서는 쓰레기 더미로 자신을 집어 던지는 똥같은 민주시민들이 세계적인 규모로 등장했다 -- 소설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쓴 것 뿐.

사창가에서 태어나 피치못할 환경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나, 눈이 멀었다는 핸디캡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가 어렵다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자신을 쓰레기로 던져버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 아니다. 하쿠나 마타타. 입 다물고 내 앞가림이나 잘 하자.

http://cafe.daum.net/gangdalf1214 -- 반쥐원정대?

2008/12/28. 불광사 - 향로봉 - 칼바위 능선 - 정릉 코스. 주행시간 2h35m, 쉰 시간 1h9m, 주행거리 9.53km, 평균속도 3.7kmh

12월 28일에는 산자락 곳곳에 인파가 가득했다. 심지어 수학여행 온 듯한 일본 고교생들이 북한산 근처를 까마귀 떼처럼 깍깍거리며 배회하기도 했다. 칼바위 능선에는 절벽을 뛰어서 건너는 코스가 딱 한 군데 있다. 그곳에 눈이 쌓여 있고 신발을 더 이상 믿지 못해 우회했는데 그곳을 지나간 직후 누군가 떨어져 구조헬기가 떴다. 아무래도 내 뒤로 오던 아저씨가 절벽을 뛰다가 떨어진 것 같다.

2008/12/31. 불광사 - 비봉 - 위문 - 숨은벽 - 밤골 코스. 주행시간 3h09m, 쉰 시간 1h37m, 주행거리 13.1km, 평균속도 4.1kmh

12월 31일 트래킹은 기념비적이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웠음에도 13.1km를 4h40m만에 주파했다. 올 초가을 지리산 종주 첫날 주행 거리가 14.8km였고 12시간 걸렸다. 12시 20분에 출발해 5시쯤 내려왔는데 산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산에 사람이 없어서 아주 오랫만에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귀신떼가 몰려다니는 것처럼 계곡의 잔가지를 스치며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칼바람이 쌩쌩 불어 볼기짝이 떨어질 것 같은 추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떨어질 것 같아 몹시 으시시했던 숨은벽을 지나, 2008년의 마지막 해가 지는 모습을 밤골에서 보았다. 산을 내려와 연신시장에서 막걸리에 빈대떡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한 후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었다.

[화제 & 인물] 속보산행의 달인 송병연 교사  -- 평균 6kmh! 6kmh가 되려면 오르막 경사에서 평속 4kmh, 평지나 내리막에서 7-8kmh, 즉, 거의 뛰는 속도가 나와야 한다. 기사를 보다가 대체 내가 왜 산을 오르나 새삼 생각해 보았다. 별 이유는 없다. 땀을 한 바가지 빼고, 아무 생각없이 트래킹 할 뿐이고, 불필요한 상념과 피하지방과 묵은 때 등 여분의 체중을 쓰레기처럼 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인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줄인 후부터 트래킹이 끝나면 고질적으로 찾아오던 두통이 사라졌다. 한참 바빴던 11월에는 예전마냥 하루에 한 갑씩 피워댔지만 일이 없어지자 담배 피우는 일이 다시 시들해졌다.

등산화를 2005년 10월 무렵 구입했는데 이제 새 등산화를 사야할 것 같다. 등산화를 등산할 때만 신은게 아니라 고어텍스가 워낙 훌륭한 탓에 겨울에 늘 신고 다녀 훨씬 빨리 닳은 듯. 고어텍스 멤브레인 뒷꿈치 일부가 찢어지고 밑창의 골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요즘은 암릉에서 좍좍 미끄러지며 스키 타는 듯한, 무척 살벌한 느낌이다.

트렉스타는 딱딱하고 오래 가지만 그립은 좀 떨어지는 비브람 창을 쓰고 캠프라인은 부드럽고 빨리 닳지만 그립이 우수한 릿지엣지 창을 사용한다고 함. 대부분 캠프라인 블랙스톰을 추천하는 듯. 물건 구매할 때는 시장에서 2등 상품을 저렴하게 사는게 금과옥조인데 캠프라인(1위)와 트렉스타(2위) 사이의 가격차가 무려 6만원 가량. 캠프라인 14~15만원, 트렉스타 8~9만원. 6만원이면 좀 더 보태서 중등산화(봄,가을,겨울), 경등산화(여름)를 각각 한 켤레씩 구입할 수도 있을 듯. 좀 더 알아보고.

2008년 12월 31일 보신각에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KBS의 생쑈가 생중계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컬러TV가 끝날 때까지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를 비교 관람하며 한가하게 웹질했다.

2008년 송년회 모임은 7회 였고 그중 6회 참석했다. 2009년 1월 1일에는 아내가 놀러나간 동안 집에서 애를 보았다. 동태전을 부치고 이면수 구이를 했다. 아이가 성장통 때문에 밤에 깨어 울었다. 사람들에게 새해 축하 인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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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잡기 2008. 12. 17. 00:01
연말 송년회 주최 해야 하는데 나흘 동안 참석자들에게 문자 한 통 안 보내고 뭐 하는건지 모르겠다. 올해 계획된 송년회는 여섯 차례.

26일 가족과 함께 영등포에 있는 씨랄라에 갔다왔다. 흡사 욕설처럼 들리는 '씨랄라 워터파크'는 서울 근교 워터파크 중 싸고 접근이 용이한 것을 찾다가 나온 것. 20% 할인해서 성인 주말 요금 2만원, 36개월 미만 아이는 무료. 흡사 2만원짜리 목욕탕 같았다. 영등포 문래역 근처 지하. 싸우나+실내 수영장 형태. 흐르는 물길은 약 130m로 짧은 편, 미끄럼틀은 무료, 온탕이 몇 개 보이고, 물이 따뜻한 편. 미역국 6천원. 음료수는 반입 가능하나 음식물은 반입 불가. 아내나 나 때문에 간 것은 아니지만 4시간 놀고 나니 지루해서 나왔다. 집에 와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현대인이 하루에 하늘을 세 번 이상 쳐다볼 수 있으면 내면이 엄청 아름다운 사람이래." -- '싸우자 귀신아' 중, 하늘을 꽤 자주 보는 날더러 내면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마저도 내 마음이 아름답지 않을꺼라는 편견을 가졌다. 허영만의 '꼴'을 보면 답이 나온다. 내 얼굴은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골통처럼 보이고, 40대쯤 되면 재산을 깡그리 까먹을 관상이다. 그런 것들에 몹시 관조적인 편이다. 되레 나보다 더 '못'생겨서 40살이 되도록 총각으로 살아가는 마법사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내려다볼 수 있는 아래가 있다는 것은, 경쟁의 맥락에서 흐뭇한 일이다. 생각난 김에, 40살이 되도록 총각인 아저씨들, 메리 크리스마스.

목욕탕에서 아버지가 아이에게 말했다. "수건으로 머리부터 닦고 그 다음에 발을 닦어." "왜요?" "머리부터 닦는 거야. 발은 아래에 있는 거니까" 아버지가 아이에게 발이나 머리나 자지나 민주적이고 평등하다고 가르쳐 주지 않는 건가? 지저분한 발 아래 있는 물건을 던짐으로써 부시를 모욕하겠다는 문화도 있지만, 그런 문화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부시는 신발을 피한 후 낄낄낄 웃고 있었다. 말 잘하는 사람을 대하는 대중의 이중적인 태도, 똑똑한 여성에 대한 지나친 편견. 여성의 가슴과 힙 라인, S라인인지 하는 것들의 가치를 과하게 높게 평가하는 희안한 원시문화권에 살고 있어서인지 목욕하고 나와서 발 닦은 수건으로는 머리를 닦지 않는 비합리적인 아버지의 조언도 이상하게 들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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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발의 지위가 다르다는 이상한 말을 아이에게 할 생각이 없지만 음식을 오른손으로 먹는 곳에 가서는 바보같은 짓을 못하게 해야겠지? 동네의 국립 보육원 순번 108번째 아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립 유아원/유치원 보내야 하는데 기본요금이 27만원이란다. 아이한테 뭘 배우길 기대하진 않지만(그림책 한 권 사준 적도 없고), 아내만큼은  전기톱, 망치질 하는 기술이라도 익혔으면 좋겠다. 아내가 일년 내내 DIY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뭔가 보긴 하는데, 실제로 뭔가 만드는 모습은 한 번도 못봤다.

올해의 사진
. 얼핏 봐서... 이 사진들 중 그리스에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청년들이 데모 중 레이저 빔으로 경찰을 사격하는 것은 못 본 것 같다. 뉴스 사이트에서 처음 그 사진 보고 진짜 레이저인 줄 알고 놀랐다.

올해 읽어야 했을 책 목록 중 무려 47권을 읽지 못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경제학 콘서트'를 읽는 것을 보고(도서관에서 2년 내내 항상 대출 중인 이상한 책) 최근에 '행동 경제학'을 읽었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저술이다. 간결명료, 유연한 연결. 매 찹터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적절한 구성, 애당초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인간과 사회의 상호작용, 사회적 행동의 학문적 재구성.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재미없는 책들 때문에 욕지기가 올라왔는데 '행동경제학'을 읽으니 본래의 착한 심성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 파트에서는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전통적 경제학의 모순,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 받았다는 프로스펙트 이론을 설명, 세 번째로 행동경제학의 커버리지 및 최근의 빛나는 연구 성과를 나열한다. 꽤 재밌어서 책을 사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그 책에서 Monty Hall dilemma을 또 봤다. 벌써 몇 번째 보는 걸까? 무수한 논쟁, 그리고 두번째 문을 선택하는 것이 왜 확률을 증가시키는가(1/2이 아니라 2/3이 되는가)에 관한 여러 친절할 설명과 식을 보고도, 실제 확률이 1/2로 수렴하지 2/3가 되지 않겠냐고 어린 시절 프로그래밍을 해서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 -- 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행동 경제학'의 첫 파트에는 아마도 마틴 가드너가 쓰던 종류의 책에서 보았던 재밌는 퍼즐이 여럿  나왔다. 예: 노트와 연필을 샀는데 합계 1100원으로 노트가 연필보다 1000원 비쌌다. 연필이 얼마인지 5초 이내에 답하라.
 
코스의 정리(Coase's Theorem)같은 흥미로운 주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주의깊게 언급된다. 요약 및 정리:
코스의 정리는 두 명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해가 대립함으로써 발생하는 거래관계에 관한 정리다. 공장주 a와 강을 소유한 주민 b가 있다고 가정하자.

a가 소유한 기업은 공해를 발생시키는 재화를 생산하고, 이로 인해 강의 주인인 b에게 피해를 끼치게 됨으로써 a와 b의 이해가 대립하게 되었다. a는 공장주 입장에서 생산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강에 오염된 물을 방출할 권리를, b를 강 주인으로서 오염된 물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권리를 갖고 있다. 결국 b는 a를 만나 협상을 할 것이고, 누가 자신의 권리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거래가 형성될 것이다. 예컨대 b는 돈을 주고 폐수 방출권을 살 수 있다.

코스의 정리는 당연히 wta(willingness to accept)와 wtp(willingness to pay)가 일치한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코스의 정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즉 기업a가 공해를 발생시켰더라도 a가 그 재산을 생산할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지, 또는 주민b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지, 그 출발점의 차이가 보유효과에 따라 결정적으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 wta는 wtp의 약 7배에 달한다.

보유효과에 의해 발생하는 wta와 wtp의 괴리는 공공정책의 이론적 기초인 비용편익분석(cost benefit analysis)에 중대한 의문을 던진다.
상호 이해의 충돌과 경쟁 뿐만이 아니라, 호혜적 인간(Homo Reciprocans)과 경제적 인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것도 있다.
최종제안 게임. 2명의 참가자가 있다. 제안자는 초기금액 중 임의의 금액을 응답자에게 건네준다는 제안을 한다. 그 다음 응답자는 그 제안을 수락할지 거부할지를 결정한다. 수락한다면 제언대로 분배되고, 이익은 제인자가 700원이고 응답자는 300원으로 게임은 종료된다. 응답자가 제안을 거부했을 경우에는 양쪽 모두 이익은 제로인 채 게임이 종료된다. 양쪽 모두 경제적 인간이었다면 응답자는 1원의 제안이라도 0보다는 낫기 때문에 수락해야 한다. 제안자는 이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1원을 준다는 제안을 한다. 따라서 이익은 제안자가 999원, 응답자는 1원을 가질 것이다. 제안자의 평균제안액은 45% 전후, 최대치는 50%, 또한 30% 이하의 제안중 반 정도는 응답자에게 거부되었다.

제안자중 자폐증 환자의 1/3은 0을 제안했다. 자폐증 환자는 타인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특징이 있어서, 응답자가 거부할지 말지를 대부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얄궂게도 이것이 경제적 인간의 행동 예측에 가장 잘 합치되는 예이다. 또, 경제학을 배우면 이기적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죄수의 딜레마 실험 결과, 배신을 선택한 비율은 경제학 전공 학생이 60.4%, 기타 전공 학생이 38.8%.
 
'몰입(commitment)수단으로서의 감정' 절에서는 알아두면 유용한 생활의 지혜가 소개된다.
 
궁지에 몰린 유괴범 이야기: 유괴범이 겁이 나서 인질을 풀어주고 싶지만, 인질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쉽게 풀어줄 수 없다. 인질은 신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인질범이 믿을까? 유괴범은 어쩔 수 없이 인질을 죽일 지도 모른다. 인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셰링의 제안은 이렇다: 숨겨야 할 정도의 비밀을 유괴범에게 고백한다. 없다면 유괴범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 그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설혹 인질이 경찰에 고발하여 유괴범이 잡히더라도 자기 자신의 비밀이나 부끄러운 행동이 밝혀지기 때문에 '경찰에 고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신뢰성이 높아지게 된다.
400회 100분 토론
400회 100분 토론. "글쎄, 이 사람더러 좌익이래요!" 오랫만에 진중권과 유시민이 박터지게 싸우는 광경을 보나 싶었는데 보수 진영의 자중지난으로 쓸만한 이벤트 없이 무산되고, 개그콘서트보다 웃기는 방송 프로그램이 되었다.

Need cash for alcohol research
웹에 떠도는,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된 사진. 내년 전망이 너무 암울해서.

Dexter
Dexter. 얼마 전에 3기 종영. 이 드라마 만큼은 몰아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종영을 기다렸다. 전반부에서 저 양반이 죽을 줄 알았다.
Dexter
Dexter. 어쩐지 남 얘기 같지 않은 연쇄살인범의 성장 드라마. 심지어 마지막에는 결혼도 한다. 3기의 주제는 everybody has little secret쯤 되려나? 2기의 말도 안되는(억지로 뜯어다 맞춘 듯한) 결말과 달리 덱스터는 제 할 일 잘해 가면서 사회인으로 거듭난다. 이쯤에서 막을 내렸으면 좋겠는데, 내년에 4기가 나올 모양.
007, Quantum of Solace
007, Quantum of Solace. 전통 마초 스피릿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007처럼 잘 보여주는 시리즈가 있을까? 짝퉁 제이슨 본으로부터 역류했다고 하지만, 그게 원래 시대 흐름이다. 양복 입고 벌이는 첫 격투 장면은 흡사 자신의 나와바리에서 생사를 걸고 격투하는 사무종합기 상사의 두 샐러리맨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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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먼데이: 항상 울먹울먹한 표정을 짓는 꽃미남 해커가 몹시 신경에 거슬리지만(너무 비현실적이라!) 그래도 얼핏 얼핏 보이는 해킹씬은 자문을 받아서 한 것 같다. 매가 날아다니는 CG가 나올 때마다 그 바보스러움에 온 몸이 뒤틀렸다. CG를 포함한 한심한 연출과 기복이 심한 갈등구조 때문에 재미 없는 드라마지만, 해커가 주연인 드라마라는, 정이 가는 소재 때문에, 끝까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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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ght Of The Conchords. 두 명의 loser가 나와 눈물나게 거지같은 생쑈(뮤지컬)을 하는 드라마. 별 내용은 없고, 이유없이 처절하기만 한데 이 친구들(실제 뮤지션이라 함) 음악이 이상하게 쫀득쫀득 해서 계속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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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ght Of The Conchords. 어떻게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상식있는 일반 시민으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실패자가 주인공이다. '뭐 이런 것까지' 볼리우드 스타일 뮤지컬 드라마로 만드는 흔치 않은 용기와, 열연을 펼치는 두 뮤지션의 열정에 탄복했다기 보다는... 뭐랄까, 음악은 rap이 바탕인데 이건 뭐, 하고 싶은대로 그냥 막 해 내는 프로그래시브다. 작사, 작곡도 이 두 주인공이 하는 것 같다. 웃기려고 웃기는게 아니라, 그냥 웃긴다. 안 보면 생각난다. 실존 인물들이 실재하는 자기 역할을 모델 삼아 시키면 안 하는 것 없이 하나도 안 쪽 팔려하고 다 해내는 이런 작자들이야말로 종합 예술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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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earch of Stupidity

잡기 2008. 12. 16. 16:45
신들림도 한 사회 문화의 일부라서인지, 가톨릭 귀신을 잡으려면 엑소시스트를, 토종 귀신에 씌이면 무당을 불러야 하고, 기독교에도 귀신 쫓는 역할을 하는 작자가 있단다. 조씨 친척이 얼마 전에 귀신에 씌어서 시름시름 앓다가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돌아가셨다는데? 퇴마의식을 할 수 있는 사제를 짧은 시간에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기독교나 토종 귀신이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지만!?... 이건 뭐...

2009년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불황형 소비' -- BIG CASH COW에 뜯어다 맞춘 말들, 불황 속에서 실존적 자아를 찾아가는 소비형태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업체 입장에서는 훌륭한 캐시 카우가 된다는 뜻인 것 같다. PDA로 읽다가 뿜을 정도로 웃었다.

이씨가 최근 본 달이 엄청 커보인다고 말해서 이것저것 기억에 의존해 뒤져 보았다. 달의 위치(크기 변화)는 달과 지구, 태양의 공전, 자전, 중력에 따라 달라진다. 계측장비 없이 맨 눈으로 보는 달의 크기가 실감날 정도로 차이가 나려면... 눈썰미가 좋던가, 달에 관심이 많아야지... 최근이라고 했다. 최근 보름달이 뜬 날은 12월 12일로, 근점에 도달했을 때 지구 중심과 달 사이의 거리는 356567km로 원점인 406600km와 비교해 약 1.14배 차이난다.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는 보통 384401km 정도니까 근점과 비교했을 때 약 1.07배. 7% 크기 변화에다가 광량은 1.07^2 = 1.1449 = 14% 정도 증가하니 눈으로 구분이 잘 안 간다(우리 눈은 광량 변화를 지수적으로 파악한다).

이씨는 아마 우연히 남산을 통과하며 근점에 도달한 보름달을 본 것 같다. 가장 현저한 차이가 날 때, 그러니까 근점, 원점에 다다른 달과 비교해 광량은 1.14^2 = 1.2996 = 30% 가량 증가하고 달의 크기는 14% 이상 커 보이니까. 사실 그날 그 커다란 보름달이 북한산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야간 산행하고 싶어했다. -- 38분만 올라가면 족두리봉에 다다를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직장인 중에 퇴근길에 보는 달 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수수께끼를 풀었다' -- '의식의 소실은 뇌파의 시간적·공간적 자기조직화가 깨지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뇌파 실조 순간, 무의식과 의식을 구분하는 경계지점을 측정할 수 있다는 거잖아? 술 먹다가 필름이 끊기는 순간 찰싹 뺨을 때려주는 로봇 개발도 멀지 않았군. ?일본 연구팀, 꿈·생각 그려내는 데 성공? -- 어디서 많이 본 기사 같아 부패한 생선처럼 기분나쁜... 이를테면 한 20년 이상 저런 얘길 계속 들어왔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시피 지지부진하달까. 1차 시각 피질에 재구성된 신경 집합의 신호와 망막에 맺힌 상과 1대1로 연결했다는 의미인 건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v2,v3,v4는 어떻게 하려고?

[겨울의 과학 이야기] 2. 수식은 과학이 아니다.(http://insaint.egloos.com/2168018) -- 수식이 과학이 아니라는 설명은 맞겠지만, 과학을 가장 잘 기술하는 것은 수학. F=ma가 책상=의자*맥주가 될 수도 있다. 과학이나 수학을 비롯한 대다수의 이학 연구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은 패턴이고 방법론적 접근은 패턴의 탐구에 가까우며 그것을 정식화한 것은 다시 패턴이 된다.

어쩌다 말이 나와 몇 주 전에 술주정했다. 그렇게 많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이 패턴에 능하다. 패턴에 능하다는 것은 광범위한 상징 조작과 의미 개연에 능하다는 것이기도 한데, 정량화나 방법론에서 과학이냐 아니냐가 갈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다들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 IQ가 높은 사람들이 패턴을 다룰 수 있는 포텐셜이 크다. 그리고 적절한 훈련과 자극을 받으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패턴 패브리케이션: 아라크네처럼 찌질한 인격신의 질투심을 자아낼 정도로 씨줄날줄 엮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패턴을 다루는 비범한 재능이 특별히 언어로 꽃피면 소설가나 뛰어난 시인이 된다. 예술가 중에, (병아리 죽여 관중석에 던지는 앨리스 쿠퍼나, 무대에서 박쥐를 우걱우걱 뜯어먹던 오지 오스번같은 '행위 예술가들' 빼고) 작곡을 하는 사람이나 ?그림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 심미안은 ?미세한 패턴의 변화를 파악하는 재능이다. 알고리즘은 대개 패턴의 전개다. 오죽하면 프로그래밍 업계에서는 디자인 패턴이란 것이 몇년 전까지 유행했다.

이상, 과학과는 무관한 뉴에이지적 유연 관계 설정은 단지 내 주장일 따름이다.

하지만 나는 시를 읽지 않았다. 고은이 지은 짧고 무의미한 싯귀 정도는 외웠지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이따위 글이 그 바닥에 횡행하기 때문: 어린 물살들이 먼바다에 나가 해종일 숭어 새끼들과 놀다 돌아올 시간이 되자 마을 불빛들은 모두 앞다퉈 몰려나와 물길을 환히 비춰주었다. 읽기만 해도 저것처럼 그냥 밥맛이 떨어지는 싯귀도 있고, 아무 생각없고 뜬금없기는 고은과 마찬가지라서 읽고 잊어버리는 것들도 많다: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대체로 싯귀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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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에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 실천 동력이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좋은 심미안을 가졌다고 삶이 다채롭고 풍성해지지 않을 뿐더러,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거의 99%의 경우, 사람은 사람을 만나 바다와 하늘을 경험하고 행복을 느낀다.

맛없는 횟집, 맛없는 삼합, 비싸기만 한 씨푸드 레스토랑 따위를 돌아다니다가 언젠가 VJ특공대 류의 맛집 소개하는 코너에서 자주 언급하는 '착한 고기'라는 곳에 갔다. 600g에 34000원 하는 특상등심을 배불리 먹었다. 2차는 입가심으로 가짜 흑생맥주를 마셨다. 어제는 용산의 홍돈에 들렀다가 기륭주점에서 입가심 했다. 애니 붉은 돼지에서 '날지 못하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다' 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최근 몇 년 술을 잘 안 마셨더니 술 주정만 늘어나는 것 같다. 요즘은 김이 많이 샌다.

그러고 보니 '전복라면'이란 것도 먹어봤다. '굴국밥'이 아닌 '굴밥'이란 것도 먹어봤다. 마누라는 굴밥 먹고 행복해 했다.

경기 침체 이후 지하철 승객이 늘었다. 신도림역에서 전철을 갈아탈 때는 급류에 휘말려 강바닥을 닥닥 굴러가는 조약돌이 된 기분이다. GM 대우 자동차 판매 연신내영업소의 문대리는 '만남은 맛남이다'란 영업맨 특유의 어설픈 말장난이 새겨진 명함을 건네주었다. 길거리 자동차 영업이라니... 길거리에서 구걸하듯 차 영업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사고로 병실에 누워서조차 자동차를 8대나 판 사람도 있다. 자동차를 8대나 팔아 심지어는 교수가 된 대경대 자동차딜러과 최진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네 가지 힘이 있어요. 매력, 정력, 박력, 노력이죠." 보시다시피 8대를 팔거나, 못 팔거나 영업사원들 말투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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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김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아이를 데리고 갔다. 작은 동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 처음 갔다가 엄청나게 많은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감동했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 국어가 두서없고 난해한 것이 내가 다시 난독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언 뱅크스의 글 중 player of the game이나 플레바스가 번역되리라는 얘기를 몇 년 전에 듣고 뱅크스 글을 안 읽고 놔뒀다. 플레바스는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끝까지 삽질하다가 개죽음 당한다. 뱅크스의 워낙 뛰어난 글솜씨(유별나게도 그로데스크하고 변칙적이란 점에서) 덕택에 발베다를 죽이지 않고 이디란 편을 든 호르자가 심지어 이해되기도 했다. 에픽이 갖추어야 할 모범적인 수칙을 잘 지켰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근데 잘 알려져 있나?) 작가가 몹시 냉정해야 한다. 호르자의 뻘짓이나 서로서로 적과 닮아가던 발베다의 헛된 죽음으로 이언 뱅크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이 우주는 벌레같은 생명들이 꼼지락거리며 꾸역구역 살아간다'. 후기에도 그렇게 써 놨다. 개개인은 너무 하찮아서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이고 인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역사는 역사대로 간다. 내 관점도 그렇다 -- 알라께서는 이 세계를 소수의 유능한 미친놈들에게 맡기지 않으셨다. 알라께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셨지만 이 세계는 무식하고 포악하며 탐욕스러운 일반인들이 경영한다.

75년 동안의 전쟁에서 이디란측은 8500억이 죽었다. 나는 컬쳐가 그저 재수없다는 이유로 주인공 호르자처럼 컬쳐의 적이 될 타잎이다. 읽는데 일주일 걸렸다. 감정이입이 잘되어 인물들의 처절한 삽질 때문에 아무런 흡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젠장. 젠장맞을. 망할. 빌어먹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몹시 엿같은 상황 때문에 인물들은 욕설을 입에 달고 다녔다.

워낙 인기가 좋아 도서관에 가면 1년 내내 대출중이던 '인간 없는 세상'을 드디어 읽었다. 내가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나?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 책. 몰입은 글렀다. 사실 책도 재미가 없었다. 이 책은 그냥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저널리스트가 노인네가 젊은 시절 얘기해 주듯이 건조하고 친절하게 주절거린 것 정도였고, 상상력이 시시한 수준이라 이미 알고 있는, 알만한 얘기에서 그다지 진전이 없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타오를 플랜테이션, 폭발할 핵 발전소, 다시 막힐 파나마 운하, 환류에 갇힌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우주로 날아가는 히틀러 방송, 땅밑 땅속에 얕게 묻힌 잔류 중금속과 GMO의 궤멸, 지구 온난화, 뭐 새로운 게 없잖아?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엄한 과정을 시적으로 묘사하길 내심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는 조잡하고 보잘 것 없었다. 전문가도 아니고, 자기 입으로 뭘 주장한 것도 아닌, 누구 그랬더라 수준의 글로 쓸데없이? 중언부언 주절주절 맥 빠지게 늘어놓는,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저술.

초난감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Stupidity; 베스트셀러였던 In Search of Excellence를 패러디함). 조엘이 추천한(왜 했지?) 최근 보기 드문 싸이코 스릴러물. 지난 40년간 첨단 IT기업들이 벌인 온갖 이상하고 바보같은 실수와 오만함에 대한 바다같은 사르카즘. 아쉽지만 이런 글 번역하려면(악의, ?냉소를 맛있게 풀어내려면) 역자에게도 내공이 좀 있어야 하는데, Joel on Software 같은 책 번역하는 딱 그 정도 수준. 옛날에 OS/2 warp를 좋아했다. IBM이 그런 뻘짓을 한 덕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볼랜드 터보 파스칼이나 터보 씨 역시 마찬가지. 작가가 근무하기도 했으며, 많은 애정을 쏟아부어 온갖 저주와 독설을 늘어놓은 회사인 애시톤 테이트는 당시나 지금이나 망하든 말든 관심 없었다. 애시턴 테이트를 내심 신이 저지른 두번째 실수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달까?

이 책을 통해 마케팅 팀에 살해 욕구를 느끼는 것은 적절하고 건강한 감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팀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 순으로 나열하자면: 신뢰의 결핍, 충돌의 두려움, 헌신의 결핍, 책임회피, 결과에 대한 무관심.? 크기 순일 뿐만 아니라 인과 관계가 될 것도 같다. 신뢰의 결핍이 원인이 되어 충돌을 피하게 되니까.

이런 책 부류에 대한 낮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은 회사 생활이 이성과 노력, 단합, 공동의 목표, 그리고 능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게 많은 부분 공감한다. 적어도 현상 파악과 원인 제시에 설령 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안구에 습기가 차서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재삼 숙고하게 해준다.

팀이란 것이 매니저가 일방적으로 노력한다고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 책에서처럼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단점과 결점을 깨닫고 개과천선해서(?) 적극 참여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불감청 고소원이다. 내심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지만 원한다고 좋은 팀원을 만나게 되는 것도 아니고, 팀원을 뽑을 때 회사 사정과 단가, 궁합이 맞기란... 그야말로 2008년 12월 2일처럼 금성과 목성과 초승달이? 하늘에서 우연히 웃는 얼굴로 배치되는 것처럼 어렵다.? 남들 다 봤다는 웃는 얼굴 대신 나는 며칠 전 하늘에서 우는 얼굴을 보았다. 딱 이 모양이었다 -> :(

이런 낯익은 말: 기업에서 사람은 비용이고, 스테이플러는 자산이다. 노동자가 착취의 대상이란 증오심에 가득찬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자가 악의를 품고 퍼트린 말일까? 대다수의 착취당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이런 (처절하게 가슴을 후비는?) 냉정한 실용주의를, 절대로 버려서는 안될 휴머니즘의 뜨거운 가슴으로 돌파해서 말살해야 할 공공의 적쯤으로 여길 때가 있다 -- 배운게 없고 알아주지 않아 간신히 입에 풀칠하며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거둘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저질 사회 개선에 공감할 따름.

팀 운영은 그래서 대단히 큰 비용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으르고 감상적이고 이해타산이나 따지는 밥맛 떨어지는 인간은 어디 베짱이들처럼 해변에서 일년 내내 놀게 하고(마치 컬쳐의 시민들처럼) 나는 마인드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 우주선 타고 안드로메다까지 언제가 될지 기약없는 순례 여행을 하며 도 닦자. 나는 사람을 통해 바다와 우주를 보는 타잎은 아니다.

그런데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이 읽기 좋은데 왜 '5가지'로 표기했을까? 그러고 보니 최근 읽은 책들에서는 연도를 1984년 대신 일천구백팔십사년으로 표기한다. 사과 삼십개는 사과 30개가 읽기 편한데, 그건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다.

간혹 주목할만한 SF&F 작가인 김보영의 '땅밑에서'를 읽다가, '극지방이 중력이 낮은 이유는 세상이 극점을 축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는 가벼운 기체라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밀도가 낮아졌다' 같은 문장을 보다가 해괴해서 읽기를 중단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무감에 마저 '땅밑에서'를 읽고 섣부른 예단에 반성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설마 환타지스런 니븐을 기대했던건 아니겠지?

HBO에서 얼음과 불의 노래 파일럿을 만든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트루 블러드 1기를 마무리했다. 거위떼 몰고 하늘로 날아가던 소녀로 밖에 기억에 없는 안나 파퀸이 얻어 터지면서 시작해서, 두들겨 맞는 것으로 끝난다. 피아노 때나 xmen 때나 어떻게 보면 변변한 남자 친구 하나 안 생기는 기구한 팔자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흡사 원작이 국산 순정만화 스토리 처럼 허름해 보였다. 남부 사투리만큼은 징하게 들었다. 계속 보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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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enth Hour
Eleventh Hour. 영국판 원작을 미국에서 개작한 듯.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넘치는 천재적인 주인공(말하고 나니 거진 보살이잖아?) 미궁에 빠진 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한다.

Fringe
Fringe. 안해 본 것이 없는 레오날도 다빈치 같은 과학자와 그 과학자가 온갖 야매스러운 실험 끝에 살린 사기꾼 아들, 죽은 자기 애인과 의식이 합쳐진 FBI가 합심해서 '패턴'을 쫓기도 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독특한 기크 마인드로 해결한다. 하도 야매스러워 미국인의 48%가 창조론을 옳다고 주장하는 최근 여론 조사 결과가 수긍이 간다. 물질은 왜 단단한가? 실제로 원자 주위에 확률 분포하는 전자운을 빼면 대부분의 물질은 속이 텅텅 비었다. 그래서 물질의 속이 비었으므로 거기에 적당한 주파수 스펙트럼의 파동 에너지를 가하면 사람이 벽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며, 스크린샷 좌측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 은행을 털다가 벽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Leverage
Leverage: 전직 보험사기조사관(보험수사관?)이 도둑, 사기꾼, 해커, 용병과 힘을 합쳐 갑부 악당들의 등을 쳐서 선량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훈훈한 미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다.

Survivor 2008
Survivor 2008: 평균적인 영국 SF 드라마 답게 재미가 없다. 바이러스로 전세계 인류의 90% 이상이 사라지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게 될 것인가, 를 그려보고 싶은 것 같았다. 시즌 프리미에르부터 신통치 않아서 계속 볼 생각은 그닥 없다.

IT Crowd
IT Crowd: 웃겨서 시즌3이 언제 나오나 싶더만 최근에 3화까지 나왔다. Big Bang Theory가 샐던 캐릭터와 나머지 떨거지들의 우울한 일상사를 다루고 있어 Dr. House처럼 차츰 식상해져 가지만, IT Crowd에는 다들 정신이 어떻게 된 캐릭터만 나와서 안심하고 웃을 수 있다.

Mentalist
Mentalist(A master manipulator of thoughts and behavior): 대박날 것 같은 드라마. 호기심이 생겨서 웹질해 보니 역시나 대박 드라마였다. 3화까지 보면서 밑바닥이 뻔히 보이는 소재꺼리로 어떻게 끌고나갈 것인가 의아한데, 캐릭터가 워낙 좋아 3기까지는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 것 같은 이 매력적인 배우 덕에 (그리 잘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드라마가 유지될 것 같다. 이런 캐시 카우 한테는 뒷머리에 후광을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일단 근거없는 소리라고 미리 밝혀 두고 얘기; 삼성에서는 5%가 가능하면 30%도 가능하다는 신개념 경영기법을 가르친다. 거래처 통해 납품건을 받을 때 네고 폭이 5%가 가능하다면 30%도 가능하다는 마인드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대부분 대기업들은 투 벤더 체계를 통해 독점적 공급의 폐해를 사전에 막고 중소 벤더 끼리 치열하게 경쟁시켜(경쟁을 유도해) 중소업체를 통제한다. 기업활동에는 매우 유용한 전략일지 모르나, 삼성이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얘기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다. 예를 들면 오늘, 내일 하는 키몬다에 납품하는 장비가는 6억5천 정도 되는데, 삼성에 납품하는 장비가는 1억 6천 정도한다. 전자는 '적정 가격'이고 후자는 삼성이 중소업체를 궁지에 빠진 토끼를 몰 듯 이리저리 몰면서 후려친 가격이다.

삼성이 국산화 지원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데, 외국 업체 기계 들여오면 메인티넌스 비용과 엔지니어링 비용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지만 국내업체라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안심하고 최후의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발라 먹을 수 있다. 삼성 납품해서 메인트 비용 따로 잘 받고 있는 장비업체가 몇 개나 되는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업체가 썩 괜찮은 기계를 '발명'하면 JDP, JEP 따위 계약을 통해 공동소유권으로 만들던가, 특허를 가로채던가, 장비 사 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스펙만 빼내 다른 경쟁 업체에 넘기고 더 싸게 만드는 비열한 짓을 한다. 하여튼 삼성 하는 짓꺼리 보면 기업경영을 너무들 잘 하신다. 삼성과 키몬다, 엘피다, 르네사스 등등 반도체 회사는 지난 2년여간 피튀기는 DRAM 가격 인하 경쟁을 펼쳤고, 삼성은 국내 중소업체들과 그렇게 잘 협력해서 살아 남았다.

그런데, 요점은 삼성의 비열한 행동이나 거기에 느끼는 분개가 아니다. 사실 나는 그런 것에 진심으로 분개하지 않는다(아마 내가 뼛속은 실은 악당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성장해 온 방식은 위험해서 장래가 없어야 하는데, 요즘의 삼성은 정말로 장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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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

잡기 2008. 12. 2. 16:17
이런 저런 신문 기사에서 탁신'만' 부패한 정치가인 것처럼 언급하는 글을 보다가 좀 아닌 것 같아서;  탁신을 반대하는 PAD는 국민 대다수가 너무 멍청해서 투표로 국사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던 왕당파다.

빨간 옷 입고 거리에 나선 탁신의 추종 세력이나 노란 옷 입고 공항을 점거한 귀족 취향 왕당파나 학살과 살인을 묵인했던 전력이 있고 부패의 정도 면에서는 발톱을 다투는, 그야말로 피차 똥 묻은 개들이다. 태국 지도층의 만성적인 부패는 명망높은 국왕의 힘이 십수년에 걸쳐 차츰 쇠잔해져 가기 때문일 것이다. 국왕은 사재 털어서 어려운 국민을 물심양면 도왔겠지만 그가 했어야 할 일은 '멍청하다는 국민을 깨우쳐' 입헌군주국가의 점진적인 정치적 근대화를 지지하는 일이었을 것이다(희망사항일테고, 그 방향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민층은 일견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탁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AD는 국왕을 등에 업고 군부가 재차 쿠데타를 일으키길 바라고 있어 유혈을 조장한다는 평가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이걸 심각하게 들으면 나도 심각하다). 몇 년전 난데없이 튀어나온 PAD가 왜 저렇게 기가 살아서 설치는 지 자세한 사정을 알지는 못 하지만(PAD를 이끄는 다섯 지도자 중 몇 명은 옛날에 탁신과 결탁해서 사이좋게 떡고물을 나눠먹던 인간들이다) 아마도 푸미폰 국왕의 병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오늘, 내일 하는 국왕이 죽으면 태국의 권력을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 때문에 세력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 모르고 섣불리 추측할 수는 없지만 제 3자 입장에서는 그런 의구심이 든달까.

그런데 타이 국민들은 생각보다 그리 멍청하지 않다. 대다수 국민은(내가 며칠 전에 방콕신문에서 본 데이터로는) 58% 이상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혈 사태를 (독실한 불교도들답게?) 타이 얼굴에 똥칠을 하는 수치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PAD가 부러워한다는 한국 민주주의는 피비린내나는 50년을 보내고 나서 독재자의 목을 사시미 칼로 긋는 것이 법치국가가 할 짓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러므로, PAD가 빌미로 삼던 왕을 포기하고, 탁신파도 겁나서 안해 본, 국왕이 없어도 민주주의의 가치와 신념을 위해 일생 내지는 목숨을 바칠 자신이 있는지, 국왕과 국민과 군바리들 상대로 입바른 개소리를 하는 건지, 기사를 볼 때마다 (흡사 태국 시민들처럼) 의문이 드는 것이다.

본론은, 직원들과 펀드계를 들었던 것이 -19%의 손실을 기록하고(선방하고) 이번 12월에 끝나는데, 남은 잔액을 한 사람에게 몰아 태국 관광 보내주자고 했었다. PAD의 태국 공항 검거 농성 때문에 한동안 지켜보다가... 무산되었다.

택시를 거의 안 타기 때문에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최근 드물다. 어쩌다 하게 되는 얘기도 경기 침체 이전의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던 탓에 흔히 택시기사 상당수인 이명박빠들에 대한 전반적인 교화(내지는 옥신각신)로 귀착되기 마련.  태국인이 멍청하지 않듯이 이명박을 선택한 한국인도 멍청하지 않겠지만 이 나라 시민은 탐욕과 허영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 이 문장이 너무나 엉성하기 때문에 아이러니인 것이다.

엊그제 만난 만난 택시기사하고 나눈 대화는 사시미를 쑤실 때 어떻게 하면 그 분을 고통없이 보내드릴 수 있는가, 가 주제였다. '리만 브라더스' 얘기하다가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출소한지 얼마 안된 분인 것 같다. 갈비뼈 어디쯤 부터(일러줬는데 잊어버렸다)  사시미를 상방 25도쯤 기울여 오른쪽 가슴을 쑤시면 폐에 예쁜 구멍을 낼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곧 멀리 가실 분을 유언 한 마디 없이 조용히 보내 드릴 수 있다고 한다.

그 세계에서 널리 알려진 신장 쑤시기의 단점은 곧 가실 분께서 여남은 인생에 회한을 느낄 만큼의 여지를 남길 수 있어 비추란다. 하여튼 한 시간 반 동안 여러 가지 조언과 충고를 들었다. 전문 분야의 기술자를 만나는 것은 인생의 기쁨이다. 택시에서 내릴 때 '대화가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고 인사했다.

요즘은 많이 적어진 것 같은 '기술자'(전문가)를 만나면 존경심을 표한다.  A 차장이 그 케이스다. 그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기술자다. 그가 회사에서 욕을 먹고 있는 이유는 일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그가 없으면 심지어 회사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한다. 말하자면 핵심인재다.

이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독보적 기술력과 일년에 70일이 넘는 밤샘 작업,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20년차 베테랑, 꾸준한 학습과 자기개발, 두터운 부하직원 및 거래처의 신뢰와 동종업계에서 쌓은 높은 수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마저, 기술자로서  능력을 인정받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바닥의 일상다반사이기도 한,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회사가 망하면,  기술자들은 회사에서 나와 치킨집을 차리거나, 택시기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과장이다.

사교 자리에 가면 박쥐 같이 오락가락하는 유연한 언변 때문에 호시탐탐 씹어 먹을 기회가 생기길 바래왔던 김씨가 어느 날 뜬금없이 계산이 맞는지 물은 적이 있다.

아는 친구에게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을 빌려줬는데(요새 애들 말로 '토나올 정도로' 거지같은 표지로 행복한 책읽기에서 타임패트롤이 복간되었다.) 며칠 전 그 친구가 특정 단편을 꼽아 구체적인 수치 얘기를 하길래 살펴보니, 그때 김씨가 돌다리도 두들겨가자는 심정으로 묻던 산법이었다.

타임패트롤 중 유독 재미가 없었던(오래 전에 읽었고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지브롤터 해협 관련 단편이었다. 그것 때문에 단편을 다시 읽었다. 물론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지각 변동에 의해 육선이 붕괴되면서 대서양의 바닷물이 마침 메마른 지중해 저지대로 쏟아져 들어갈 때의 유량을 번역하는데, 그 계산이 맞는지 재판 간행 겸 확인한 것이다. 

막말로,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숫자 대충 끄적여놔도 문제 될 소지가 없었다. 그냥 막대한 양의 바닷물이 지금의 지중해로 쏟아져 내렸다. 이 정도만 해도 그만인 것이다. 어차피 주목할만한 글도 아니었다. 누가 원문 대조해서 따질 것도 아니고,  전문가라도 수억 년 전의 정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지질학적 이벤트의 규모를 구체적인 수치로 가늠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바닷물의 비중을 생각않고 단위계가 등가하다고 알려줬는데 다행히 그건 안 적혀서 안도했다.

하지만 아까 A차장 예로 익히 알겠지만 '제대로' 일하면 병신 소리 듣는다. 실제로 번역자는 인터넷에서 '젤라즈니로 여태 입에 풀칠하면서 살았겠지만 젤라즈니 빼고는 번역도 제대로 못하는 등신'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 말을 여흥 삼아 김씨와 함께 낄낄거리고 이죽이긴 했지만 제 새끼같은 번역본을 씹는 그 양반에게 별 일 없으면 제대로 일하는 김씨가 내심 살해 욕구를 느끼진 않았을까? 또는, 김씨가 번역을 때려치우고 치킨집을 운영하거나 택시기사가 될 수 있을까? 사시미 쑤시는 각도나 연구하면서?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

얼마 전에 판타스틱이 폐간될 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하는 말: 한 줌 밖에 안되는 기사들 외에 볼꺼리가 없는 희안한 잡지라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블로그나 슬래시닷 읽는게 낫다. 아무리 골수(?) 장르(?)독자라지만 서점에서 기사 제목을 열람하고, 꼭지 첫 몇 문단 읽어보면 거의 매번 사고 싶은 생각이 증발했다. 서점에서 언제 들춰보더라도 일러스트부터 정이 뚝 떨어졌으니까. 그 빌어먹게 귀엽고 앙증 맞고 아스트랄해서 살해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일러스트 스타일은 죽어도 안 바꾸던데? 취향에 안 맞아...

첨엔 SF&F&무협 잡지인 줄 알았는데 편집기획자가 바뀐건지, 기사 뭘 봐도 비장한 장르정신(?)이 부족한건지, 전문성을 겸비한 토실토실 말빨 오른 쓸만한 원고의 만성적인 기근 때문인지, 기사를 보면 어쩐지 약해 보이는데다, 요즘 들어 죽은 고양이 경련하듯 파르르 떠는 현상에 특별한 애증이나 감상은 없다. 개념 탑재된, 장르에 미친 싸이코 오타쿠 기자단과 기고자들의 기버리시 같은 셀프 판타지와 격정의 오르가즘 속에서 메아리치는 울부짖음을 편집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뜯어 말리고 싹둑싹둑 가위질해야 정상인 것 같은 이 바닥 잡지가 메인스트림에 키치 취향을 MSG처럼 듬뿍 쳐바른 리더스 다이제스트나 코스모폴리탄 읽는 느낌이었달까? 폐간 직전 다음호 특집 예고:

지금, 가장 뜨거운  SF 드라마의 세계. 많이 나아지고 있긴 해도 아직 장르의 침투가 취약한 한국 드라마계와 달리 해외 드라마들에서는 장르물 아닌 것을 솎아내기가 더 쉽다. 우리에게는 낯선 SF 역시 영미권 TV 드라마계의 큰 주춧돌이자 인기 효자 종목.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히어로즈'를 비롯, '새라 코너 연대기' 등 SF 드라마의 최신 조류를 점검한다. 아울러 '닥터 후', '라이프 온 마스' 등 영국 SF 드라마의 독자적인 발자취 또한 살펴보고자 한다.

보시다시피 인트로만 봐도 흥미가 안 생긴다. 저런 글 자주 읽다 보면 발기 부전으로 평생 불구자로 살아갈 것 같다. 그래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언제 발행될지도 모를 다음 호도 안 산다. 요샛말로 '포지셔닝'이 이상한 특집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SF뉴비가 기획한 것처럼 보인다. SF드라마의 역사적 지점을 상징하는 마일스톤이라고 찍어놓은 것도 없고 주목할만한 컬트도 없고, 장르의 내재적 특징을 대표하거나, 돋보이는 작품 선정과도 거리가 멀다. SF 드라마라고 제대로 본 것 없는 불행과 없는 집안의 가난함이 돋보일 따름이랄까. 흡사 장르문화를 수요일 외출복 악세사리처럼 달고 다니려는 사람에게나 먹힐 것 같은 특집이랄까 -- 어쩌면 그 것이 왠지 방향 못잡고 횡설수설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이 잡지의 목적일 지도 모르겠다.

'본격 장르 잡지'란 것이 거의 폐간 직전까지 가서야 '악담'을 늘어놓는 이유는, 그래도 그런 프랑켄슈타인  출판물이나마 한 줌 밖에 안되는 업계 관계자들의 용돈 벌이 겸 대동단결로 쏠쏠했으니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잘 망했다고 씹는게 아니라, 이제 '거의' 완간 되었으니 그럴 때가 되어 재미 없었노라고 짤막한 감상평을 적어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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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D 제어

잡기 2008. 11. 28. 16:45
갑자기 온도 제어계를 구성해야 하는데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 미적분만 사용했다. 무식해서, 백여 년 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는 PID(비례적분미분) 제어 방식을 모르고 있었다. 제어공학과는 인연이 멀고 그저 기억나는 건 라플라시안? PID에 관해 죽 읽어보니 내가 짠 제어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펌핑 업에서는 반은 PI를 사용했고 안정 구간에서는 게인 스케쥴링을 해서 배율이 약한 PI를 사용했다. 센서 AD 오차를 줄이기 위해(AD 오차 1.25 LSB + 망할 노이즈 24mv) LPF를 사용했다. 우연찮게도 미분 제어는 온도 제어에 알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PID 논문 따위를 읽어보니 그간 내가 한 삽질에 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혹시 난 천재일까?).

오버슛 0, 언더슛 0, Tr <2m, Tf<3m, 20-100도 제어, 편차 0.2도라는 그저 어처구니 없는 조건에, 첫 설계서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딱 한 달 전이다. PID 제어기의 구현은 비교적 쉽지만 올바른 제어 파라미터 설정이 어려워 '개고생'이 보인다. 일단 만들고 PID 제어기의 과적분 방지를 위한 wind up을 간단히 구현했다.

첫 PI 구간에서는 적분 시간이 30초로 거의 고정되므로 Kp, Kd만 구하면 되는데 Kp는 비례구간의 상방 경직성 에너지 레벨이 변수이고 Ki는 진동을 흡수하기 위한 파라미터.  이렇게 해서 설계하고 테스트 후 현장에서 다시 테스트하자 결과가 엉망으로 나왔다. 아침에 캘리브레이션 해 놓은 다음, 점심 때 테스트한 것과 저녁 때 테스트한 결과가 달랐다.

챔버 내부의 온도가 교란에 민감한 것은 챔버와 외부의 단열이 잘 안된 탓이다. 조그만 챔버의 열 특성을 계산하는 모델 따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챔버 내외부의 온도 차이가 챔버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작동 중 동작은 상관없으나 캘리브레이션에서 산출한 최적 제어 파라미터가 매번 조금씩 다르게 나왔다. 이것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그 바닥 기술자들 열에 아홉은 PID 제어를 하지 말란다. SP 별로 온도 프로파일을 떠서 최적 제어 파라미터를 표로 정리해 찾는게 장땡이란다.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 작업이고 그런 챔버가 1000개 라면 미친 짓이 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수학 아무리 해봤자 소용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수학을 어설프게 하면 그렇게 된다.  실세계는 카오스다. 그리고 튜닝은 수학이나 알고리즘과는 또 다른 문제다. 온도별 에너지 소비량이 다른 데다가 PID 제어계의 여러 자동 튜닝 알고리즘이 찾는 비례상수나 적분상수 따위가 최적값이 아닌, 적당한 값이기 때문에 어차피 자동 튜닝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Cohen-Coon의 알고리즘은 너무 어그레시브한데다 적용하니 오버슛이 강하게 발생해서 포기. PID 튜닝 관련 논문 중 개중 재미있었던 것은 Sigurd Skogestad가 쓴 Probably the best simple PID tuning rules in the world였다. 물론 그의 룰 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Ziegler?Nichols Method가 낫다. PID는 사실상 퍼지 로직과 거의 유사하다. 가만있자.. 퍼지 로직을 알고리즘 구현에서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그때 무척 유행했다. -_-
단순화한 PID code
[code] class CPIDControl { var pv; // previous error var iv; // Integral Value var iMax; // integral Maximum var iMin; // integral Minimum var Kp; // Proportional Konstant (Gain) var Ki; // Integral Konstant (Gain) var Kd; // Derivative Konstant (Gain) var Ti; var Td; function CPIDControl(p, i, d, ix, im) { Kp = 1.0; Ki = 0.0; Kd = 0.0; pv = 0.0; iv = 0.0; Ti = 1; iMax = 10000.0; iMin = 0.0; } function setupConst(p, i, d) { Kp = p; Ki = i; Kd = d; tWait = util::tick(); } function resetInt() { pv = 0.0; iv = 0.0; } function setupInt(im, ix) { iMax = ix; iMin = im; } // e : tempSet - tempRead // v : tempRead function update(v, e) { var p = Kp * e; iv += e; if (iv > iMax) iv = iMax; if (iv < iMin) iv = iMin; var i = Ki * (iv / Ti); var d = Kd * (v - pv); pv = v; return p + i + d; } } // read temperature from AD converter function getADTemp() { } // set PWM control value to output function setPWM(v) { } function main() { var cPID = new CPIDControl; var tempSet = 200.0; // set SV while (1) { var tempRead = getADTemp(); // get PV var e = tempSet - tempRead; // get error var cv = cPID.update(tempRead, e); // get control value cv = cv / 100.0; // control value scaling setPWM(cv); } } [/code]
한 달 내내 온도 제어하는 임베디드 어플리케이션 작성하다 보니 온도가 오락가락하고 머리가 어떻게 되서 현재 경제 상황을 잊어버렸다(온도 제어는 어떻게 잘 되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딱히 한 마디로 묘사하자면, fear left no room for other emotion쯤? (나야, 그다지 공포스럽게 긴장한 것은 아니지만, 뜻대로 안되서 짜증스럽다) 그래서 '경기침체기 글로벌 투자 전력(Conquer The Crash)'란 책을 읽었다. 2001년 엘리엇 파동 이론으로 곧 도래할 엄청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예측한 작자의 글이다.  작금 경제 상황은 한 마디로 신용의 붕괴다. 

작자가 추천해주는 경제 공황 생존법을 요약하자면, 미국 재무부 채권 구입, 공매도 활용, 현금 보유, 금/은 실물 보유, 스위스/싱가폴 은행 계좌 개설 및 스위스/싱가폴 국채 구입이다. 이들 규칙대로 하고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고 세계 금융 시장의 혼돈과 몰락을 즐긴다''.

Donnie Darko
Donnie Darko. SF라고 해야 하나? 양심상 그럴 수는 없지. 왠 토끼가 나타나 지구가 며칠 후 멸망할 꺼라고 알려준다. 그후 도니 다코의 신상 변화. 근간에 본 영화 중, 대단히 감상적이고, 과정이 악몽같고, 끝이 웃기면서도 괴상하고, 여러 장르가 섞여있고, 각기 다른 결말에 대한 해석이 가능한 복합적인 틴에이지물이다. 달리 말해 두 번은 봐야 할 훌륭한 영화다.

테리 프라쳇의 Disc World 시리즈중 호그파더(Hog father)를 EBS에서 자막 입혀 틀어준 적이 있다. 어쩌다 구해서 봤는데, 얼마 전에 보았던 The Colour of Magic보다 상태가 양호해 보인다. 어 영화에 나온 저 양반 테리 프라쳇 아닌가?  호그파더를 책으로 읽은 것 같은데, 언제 읽었고 스토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아, 그때 그랬었지! 하는 꼴이다.

Life

Life
드라마 Life의 별난 검거 장면.

True Blood 1화를 봤다. 뱀파이어가 인간과 어울려 사는 얘기. 뱀파이어 피가 건강에 좋다고, 뱀파이어를 사로 잡아 피를 뽑는 장면이 첫 화에 나온다. 여자애를 심하게 두들겨 패는 장면도 나왔다. 개념 HBO답게 뱀파이어는 물론, 인간 여성도 폭력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True Blood와 함께 Black Books라는 영국 드라마를 봤다. 첫화를 보고 정신없이 웃었다. 생각해 보니 비슷한 코메디물이었던 IT Crowd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최근 들어 가장 기대되는 문화적(?) 성과인 Europeana Digital Library & Archive, Museum이  시간당 천만회 접근 시도로 사이트가 꾸준히~ 다운되어 12월 중순에 재개장한다는 공지를 내고 열심히 작업 중이다.  무슨 블랙 프라이데이 연말 쇼핑몰에 쳐들어간 게걸스러운 인파도 아니고...

아이를 업고 족두리봉을 거쳐 불광동으로 내려왔다. 마침 아이가 자고 있어서, '오죽 산에 오고 싶었으면 아이를 등에 업고 올까, 아이가 얼마나 고생일까?' 하는 표정으로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아빠는 안중에 없는 듯. 애 업고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할 때는 신경이 곤두선다.  어떤 코메디 프로그램 격언대로, 해보지 않았으면 얘기도 하지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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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 lives are like that

잡기 2008. 11. 16. 22:51
갑자기 바빠져서 블로그를 장기간 방치했는데도 방문자수는 전보다 늘었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더니, 요즘은 또 다시 옴므 파탈이 주목을 받는다나? 꽃미남, 훈남이란 한철 사쿠라같은 잡것들 때문에 소위 나쁜 남자인 내가 한 동안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신 유행과 거리가 먼 탓에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이상 나쁜 남자도 아니고 심지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아저씨일 따름이다.

네이버의 지도가 개편되었다. 구글도 한국 지도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다음의 지도 서비스는 네이버보다 facility 면에서 한 수 위가 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오픈스트릿맵 같은 걸 거들떠 보는 사람이 있으랴마는, 오픈스트릿맵은 마치 위키처럼 사용자의 참여로 전세계의 거리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http://www.openstreetmap.com

가끔 시간날 때 지도 첨삭을 하곤 있지만 서울시 지역만 거드는 정도고 나머지 지역은 손대기가 어렵다. 이 나라 저 나라 거리 지도를 볼 때마다 부러웠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상당한 양의 도로 지도가 만들어져 있는데 한국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나날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도로 지도 보기: http://www.informationfreeway.org/
 
Allies and Aliens, Roger MacBride Allen, Torch of Honor + Rogue Powers의 합본. 낙후된 기술을 조합한 밀리물치고 꽤 재밌다. 시간 때우기에 정말 훌륭했다. 두께가 하도 두껍고 표지가 80년대 스럽게 촌스러워 걸어다니면서 읽을 땐 쪽팔렸다. 워낙 안 팔리는 소설이라 그런지 웹질해봐도 도통 쓸만한 문건을 찾기가 힘들다.

아하에너지가 지하철공사에 데모기를 납품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미 온라인에 명성이 자자하다. 아하에너지 같은 업체야 전 세계에 널려 있으니 그렇다치고 그런 회사에 속아 넘어가는 지하철공사의 멍청함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게 비극적 희극인지, 희극적 비극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러고 보니 예수 출생의 비밀과 세계 통화 지배에 얽힌 음모론을 주장하는 자이트가이스트에 이어 What the hell do we know(what the bleep do we know?)라는 나름 인기 있다는 다큐멘터리도 보았다. 전자야 그렇다치고 what the hell...은 처음엔 그럴듯 하게 나아가는 듯 하다가 무한한 진공 에너지나, 양자역학과 정신세계의 가능성을 엮어내는 얘기로 진행하면서, 헛소리가 눈덩이처럼 점점 부풀어 감당이 안 된다. 절반쯤 보고 나서야 정신나간 뉴에이지물임을 뒤늦게 깨닫고 지저분한 사상에 더 오염되기 전에 즉시 지워버렸다.  뉴에이지류는 주어진 사실을 주섬주섬 갖다붙여 본래 의미를 호도하고 곡해하는 메스꺼운 수법을 통해 진실과 본질에 이르는 몇 안 되는 오솔길을 그나마 가로막는다. (누가 나더러 진리의 오솔길이 개개의 사람수만큼이라고 말하면 엿이나 처드시라고 자신있게 말하겠다) 그래서 워낙 그럴싸하게 들리는 뉴에이지 사상에 설령 사랑의 실천과 개개인의 자유, 그리고 요가나 하며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무수히 많은 착한 사람들이 빠져 있다하더라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뉴에이지 자체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단지 눈을 가린 채 세상을 보는 척 하면서 세계를 보고 있다는 믿음이란 점에서 종교와 유사할 따름.

MR73
뱁새가 황새 쫓아가듯이 헐리웃 영화를 쫓다가 거의 망해버린 프랑스 영화 업계에서 오르페브르 36번가 이후 통 쓸만한 것이 없다 싶더만, 간만에 괜찮은 물건을 건졌다. MR73이란 느와르.  이렇듯이 한 장면만 봐도 느낌이 온다.

MR73
이런 대사가 나왔다. "Wanna remain a Lt all your life? You tinker in your garage, your wife's an eyesore, your kid despises you, your home's a dump, you can't park your ass in." 그러자 이렇게 대꾸한다. "Most lives are like that."

MR73
느와르 답게 '다들 그렇게 살다가' 구리게 끝난다.

어렸을 때부터 나르니아 연대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영화로 보는 것들이 통 재미가 없다. 그러고보면 일루미나티, 오컬트,  마니, 조로아스터, 수메르 문화, 이집톨로지, 템플러 기사단, 성배 전설, 예수 부활, 베다, 부두교 따위 이것저것 보통 이상으로 줏어듣고 아는 건 많아도 뭐 하나 사랑한 것이 없다. 반면, 무신론자의 유물론적 실재라는 지옥 또는 현상계를 단 몇 줄의 수식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커다란 경이감을 느꼈던 것 같다. -_-

전뇌코일
전뇌코일을 마지막화까지 봤다.

Amazing Race Asia에 한국인 형제가 나오긴 하는데, 중간에 탈락한다. 우승하는 줄 알았는데 잘못 알고 있었다. 여섯 편쯤 보다가 어린 녀석들이 별 것 아닌 상황에 처했음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설을 입에 달고 돌아다니는 것이 꼴사나워 보기를 중단했다.  

Heroes는 대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덱스터와 더불어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악어와 악어새가 등장하는 Burn Notice는 한 동안 소식이 없다. The Office는 영국판에 적응이 안되서 미국판을 계속 보고 있다. 오피스에 등장하는 상사는 그야말로 모든 상사의 금형이자 프로토타입이지 싶다. 아마도 life sentence를 줄인 제목인 것 같은 life는 초반의 역겨움에도 불구하고 차차 나아져서 주인공이 닥터 하우스같은 미친 또라이가 아니란 걸 입증했다. 새로 시작한 크루소(로빈슨 크루소)는 볼만했다.  외딴 섬에서 프라이데이와 함께 무척 럭셔리하게 산다.  크루소같은 드라마는 초딩들 보게 3대 방송에서 자막 입혀 틀어줘야 한다. (EBS에서는 은하철도 999도 틀어준다. EBS를 제외하고 방송이 하도 거지 같아서 요즘 애들은 포르노 외에는 정말 볼 게 없다) \

Eureka
Eureka S03E07. 초딩이 만든 인공태양의 백색왜성화가 진행되기 전에 성공적으로 없앤 후.

분위기상 SF로 분류되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Fringe나 Eleventh Hour, Oddyssey 5는 아직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고 Stargate Atlantis와 Eureka는 여전히 잔잔하게(?) 스토리를 이어간다. Eureka는 안 보면 생각나는 타잎의 드라마다. The Unit는 시즌 4 들어서 (아마도 나같은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질타를 받아) 마누라들을 몽땅 집에 가두고 임무 수행에 열중한다. 점점 좋아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닛 시즌4 7화. 딸이 납치당해 평소답지 않게 냉정을 잃고 울화가 치민 나머지 심하게 M240을 갈기는 Snake Doc. 드라마 24시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출연해서 낯이 익은 듯. 근데 흑인 대통령역 맞나?. 개마초물인데 드라마가 꽤 재미있고 독특해서(델타포스 부대를 다룸) 많은 사람들이 볼 꺼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보는 사람들이 적다.

스네이크닥이 들고 있는 저 M240B가 이라크전에서 흔히 쓰이던 것과 좀 다른 것 같지 않냐고 조용히 중얼거릴 수는 있겠지만, 소수에게만 알려진 Generation Kill이나 Unit 보는 층이 밀리 오타쿠 뿐이라고  단정해선 곤란하지 싶다. 근묵자흑이라고 밀리 오타쿠는 야오이(BL) 보는 오덕녀나  백합물이나 마법소녀에 환장한 오타쿠들과 그다지 거리가 멀지도 않다. 겸업하기도 하고 오타쿠 친구 오타쿠 중에 한 명은 반드시 밀리 오타쿠가 낀다. 심지어 승부사, 꾼, 더 챌린저, 홀리피셔맨 같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FTV를 보는 낚싯꾼들이나 소위 대간꾼이라 불리는 산 타는 작자들도 일단은 오타쿠로 분류할 수 있다. 라면 먹으러 일본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오타쿠를 출연시키는 방송도 있다. 그런데 소위 미식가라거나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오타쿠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식탐정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닭꼬치에 프리미엄 같은 게 어딨어?
닭꼬치가 붐을 일으키는 거 봤어?
닭꼬치로 투기하는 사람 봤냐고?
닭꼬치는 닭꼬치인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나는 이것을 닭꼬치 지상주의라고 부르리라!
그리고 닭꼬치라는 빛나는 별 옆에는...
맥주라는 황금의 반려자가 있으니!!
사람들은 아무 허영심도 명예욕도 없이,
고저 먹고 마실 뿐!
뜨거운 기름이 뚝뚝 흐르는 닭꼬치를 한 입 물고,
구운 파를 먹으면 목이 후끈 달아올라!
그때 차가운 맥주를 쭈욱 들이키면!
목 안이 탁 트인다!
닭꼬치와 맥주가 자아내는 아름다운 우주!
그 멋을 표현하는 진리의 한마디!!
카아--!!

흠.... 이런 귀절 때문에 비록 광적이라 할지라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술 좋아하는 사람을 오타쿠로 분류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완전체오타쿠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려면 백괴사전을 봐야 할지도.

시간날 때마다 조선일보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뜻대로 잘 안될 때가 많았다. 최근 뒤숭숭한 경제 상황에 대한 코멘트 중 이런 글귀를 보고 나도 좀 더 조선일보를 보려고 노력해야지 생각했다; '다른 신문을 보면 가슴이 답답한데, 조/중/동을 보면 왠지 희망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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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셔틀 서베이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는 지형도 타일 파일(.hgt)은 여러 개로 흩어져 있고 작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았다.

US Geological Survey 1 Km GTOPO30 Digital Elevation Models에서 일단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타일 DEM 파일을 구했다(e100n40.tar.gz). 여기서 얻은 파일은 Dem2Topo에서 인식이 안되므로 3DEM 프로그램(freeware)으로 읽어 들인 후 Geo Tiff DEM 파일로 변환해야 한다.

3DEM
3DEM에서 File->Load 메뉴를 선택하고 GTOPO30 타잎으로 파일을 선택한다.

3DEM
Width(Degree)를 적당히 조절한 다음, 지도상의 흰 사각박스를 움직여 한국 부근에 갖다 놓는다. Projection은 Lon/Lat을 선택한다. 위치가 맞으면 e100n40.tar.gz 파일을 선택한다. 위치가 어긋나면 로드에 실패한다.

3DEM
메뉴의 Operation->Set Smaller Area를 클릭하여 마우스로 한반도를 선택한 후 Enter를 누른다. File->Save GeoTiff DEM을 선택하여 파일을 저장한다.

Dem2Topo를 실행해서 저장해 둔 GeoTiff DEM 파일을 로드한다. Dem2Topo 작업이 끝난 후 생성된 polish file(.mp)을 gpsMapEdit에서 로드하여 불필요한 부분(예를 들어 일본 큐슈 지역)을 선택한 후 삭제한다.

나머지 작업은 GPS용 한국 지형도 만들기와 같다.

Vista HCx Screen Capture Vista HCx Screen Capture
최종 생산된 .img 파일 크기가 10MB에 불과하지만, 아쉽게도 등고선의 정밀도가 많이 떨어진다.

GPS용 한국 지형도 만들기에 사용된 SRTM 데이터는 NASA 및 NGA(National Imagery and Mapping Agency)가 독일과 이탈리아와 협력하여 만든 전 지구적인 규모의 Digital Elevation Model이다. 2000년 2월 11일 발사된 스페이스 셔틀 Endeavour에 SIR-C(Spaceborne Imaging Radar-C)를 싣고 약 11일 동안 레이다 간섭측량법을 이용하여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했다. 남위 56도에서 북위 60도에 이르는 지표중 80%의 영역을 이미징했는데, 그중 99.96%가 한 번 이상 측정되었고, 94.59%가 최소한 두 번 이상, 50%가 세 번 이상 측정되었다.
 
이렇게 생성된 SRTM 데이터는 세 가지 포맷이 존재한다. SRTM1은 평탄화 작업을 하지 않은 것(노이즈가 많음), SRTM3는 인접 셀을 평탄화하여(3x3) 정밀도를 향상시킨 것, SRTM30은 30x30셀을 평탄화 한 것이다. 이들 데이터는 수퍼컴퓨터로 가공 처리 되어 EROS Data Center(EDC) 또는 SDDS(Seamless Data Distribution System)를 통해 배포했는데, 이 아티클에서 설명한 데이터는 SDDS에서 배포하는 GTOP30이며, 이것은 SRTM30의 데이터를 가공한 것이다. 포맷만 다른 같은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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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Digital Elevation Model) 파일을 Garmin GPS에서 사용가능한 맵 파일(.img)로 만드는 절차. 구글에서 한국어 웹을 뒤져보면 여러 종류의 문서를 찾을 수 있다. 키워드: gps hgt img

이 과정이 정말 눈물겹다. 올해 2월에 컴퓨터를 처음 구입한 이유가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때는 변환이 잘 안 되었다. full map을 한 번 만드는데 12시간 이상 걸리니까 옵션 몇 개 바꾸고 테스트 하면서 작업하면 계산상 일주일이 우습게 간다. 그래서 그 동안 죽 시간이 안 나서 미뤘다. 조씨가 자전거에 마운팅해서 쓸 GPS를 구입하면서 쓸만한 지형도를 찾길래 그런 건 없으니 스스로 만들라고 했다. 고생하길래 절차를 알려주는 김에 나도 만들었다. 이 작업으로 이틀을 보냈다. 나도 울고 컴퓨터도 울고 GPS도 울었다.

흠... 다음은 open street map에 관해 써봐야지...

DEM 파일을 ftp://e0srp01u.ecs.nasa.gov/srtm/version2/SRTM3/Eurasia/ 에서 다운로드 한다. 또는, http://cafe.daum.net/GPSGIS에 가입하여 외부 자료실을 뒤져보면 된다. 아래는 남한 관련 다운 받을 파일 리스트.
N33E126.hgt.zip
N34E125.hgt.zip
N34E126.hgt.zip
N34E127.hgt.zip
N34E128.hgt.zip
N35E126.hgt.zip
N35E127.hgt.zip
N35E128.hgt.zip
N35E129.hgt.zip
N36E126.hgt.zip
N36E127.hgt.zip
N36E128.hgt.zip
N36E129.hgt.zip
N37E124.hgt.zip
N37E125.hgt.zip
N37E126.hgt.zip
N37E127.hgt.zip
N37E128.hgt.zip
N37E129.hgt.zip
N37E130.hgt.zip
N38E124.hgt.zip
N38E125.hgt.zip
N38E126.hgt.zip
N38E127.hgt.zip
N38E128.hgt.zip
변환에 사용한 소프트웨어
IDL 7.0을 설치하고(가입해야 다운 받을 수 있으며 license가 없어도 사용가능하다) Dem2Topo를 다운 받아 압축을 풀고 dem2topo.sav 파일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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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해서 볼 수 있음
  • Select DEM File(s)을 눌러 여러 .hgt 파일을 한꺼번에 선택한다.
  • Minor 를 10m로 해야 GPS에서 해안선이 그나마 덜 뭉개지고 보인다. 아쉽게도 dem2topo는 해안선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Sea Level Threshold를 0m로 해두어도 해안선이 안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 Contour Simplify Factor를 크게 하면 윤곽선(contour)이 볼품 없어진다. 파일 크기는 줄어들고 처리시간은 늘어난다. 반대로 factor를 0으로 설정하면 윤곽선 정보를 건드리지 않아 처리시간은 많이 줄지만 파일 크기는 늘어난다. 10이 추천하는 값이다.
  • Plot Setting의 Enable Plot와 Enable bitmap을 꺼두면 화면 업데이트가 없어지므로 속도가 향상된다.
  • Create .mp file(s) 버튼을 눌러 polished file을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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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pEdit를 실행하여(별도 설치과정 없음), .mp 파일을 여러개 읽어 들인다.
  • 읽어들인 파일을 묶어 단일 파일로 저장하면 변환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 단, 묶어서 저장하는 파일 크기가 지나치게 크면 cGPSMapper에서 변환에 실패할 수 있다.
  • 경험치: 150MB 크기의 .mp 파일을 변환할 때 cGPSMapper가 메모리를 2GB쯤 사용. 250MB의 .mp 파일은 메모리 오류가 나며 변환 실패. 따라서, 개개의 .mp 파일 크기가 클 때는 파일을 merge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MapEdit에서 파일을 로드한 후 File->Properties메뉴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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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er Tab에서 unique id(자릿수 맞춰 적당한 숫자)와 Friendly Name을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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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s Tab에서 Bits 및 Map Source zoom 레벨을 선택한다. 이 값은 Dem2Topo 프로그램의 help를 보면 기정의되어 있다(사용자가 변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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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GPSMapper Tab을 세팅한다.
  • TRE Size: 값이 크면 GPS에서 지도를 그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default=500
  • RGN Limit: 한 TRE에서 그릴 Region의 갯수를 지정. GPS가 지도를 그리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며 1024를 추천된다. 나는 500으로 선택.
  • Map is Transparent: Y 또는 S를 선택해야 한다. N이면 지도가 GPS에 표시되지 않는다. S는 cGPSMapper 095 이전 버전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
  • Preprocessing: Generalization만 선택하면 작업 시간을 30% 줄일 수 있다. topo map인 관계로 intersection을 굳이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 아울러, Tools->Generalize->Nodes of All Polylines & Polygons 가 cGPSMapper의 generalization과 같은 역할을 하는 듯.
MapEdit의 File->Export 메뉴로 cGPSMapper를 실행하거나, 도스 커맨드 라인에서 실행한다. 전자는 변환이 간편한 대신 여러 개의 파일을 변환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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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까닭에, 커맨드 라인에서 여러 개의 .mp 파일을 변환하기 위한 .bat 파일을 아래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밤에 걸어 두고 푹 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run.bat의 예제:
cgpsmapper N33-34.mp
cgpsmapper N35.mp
cgpsmapper N36.mp
cgpsmapper N37.mp
cgpsmapper N38.mp
  • 배치 파일을 실행할 때는 cgpsmapper.exe와 sendg.dll 파일이 같은 디렉토리에 있어야 한다.
  • cGPSMapper를 실행하기 전에 Windows에서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종료해 둔다.
  • cGPSMapper는 엄청난 양의 메모리를 사용하고 변환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메모리가 적은 시스템에서는 가상 메모리의 크기를 늘려주어야 할 수도 있다. 
  • AND 브리즈번 4200 2.4GHz, 2GB(가상 메모리는 4GB)에서 한반도 전체를 변환 했을 때 6시간 가량 걸렸다. 097c 버전은 094 버전에 비해 2배 이상 속도가 향상되고 중간에 뻑나던 것들이 사라졌다 -- 예전에는 변환 안되던 것이 지금은 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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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환이 끝나면 .img 파일이 생성된다. 변환된 파일들은 sendmap20.exe에서 불러들여 gps에 넣을 수 있다. gps에 기존에 있던 파일은 지워진다.
  • Garmin MapSource 최신 버전에는 원래 GPS 장치에 있는 세계 지도보다 좀 더 정밀한 세계지도(basemap)가 포함되어 있다. img를 생성할 때 이 파일을 함께 합치면 해안선과 고속도로, 주요 도로 및 도시명(POI) 검색이 가능하다. 보통 c:\garmin\TRIPWPT4\TRIPWPT4.img 파일이다.
  • 버튼 중 'Create GMAPSUPP.IMG'을 선택하면 GPS 없이 GMAPSUPP.IMG 파일을 생성한다. GPS를 USB Storage Mode로 전환하고 GMAPSUPP.IMG 파일을 GPS의 \garmin 디렉토리에 복사할 수도 있다.
  • 기존에 있는 파일을 그대로 놔두고 추가하려면 MapWel 프로그램(http://www.mapwel.biz/)의 Mapwel uploader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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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환된 파일을 Garmin MapSource에서 보려면 MapsetToolkit을 실행하여,
  • .img 파일이 있는 디렉토리를 선택하여 add한다. 이때 .img 파일들은 파일이름이 숫자 8자리로 지정되어 있어야 한다. (예: 34000000.img)
  • Mapset Directory는 img 파일을 정리하여 저장할 디렉토리를 선택한다(Garmin 디렉토리 아래가 좋고, 하나 생성)
  • Family ID는 Mapset Installed에서 겹치지 않는 id를 선택하거나 기존 것을 삭제하고 지정한다.
  • TYP Files는 공란으로 남겨둔다. 그외 나머지는 알아서 적당히 세팅한다.
  • Options에서 Install in Mapsource와 Balnk overview maps를 선택한다.
  • Start 버튼을 누르면 해당 디렉토리에 여러 파일들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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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setToolkit을 실행하여 생성된 파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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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min MapSource에서 본 지도의 모습 (지형도에 나타난 덕유산 종주 코스)
 
작업에 걸린 시간: (AMD 브리즈번 4200 2.4Ghz, 2GB)

  • .hgt -> .mp 변환: 30분 가량 (CSF Contour Simplification Factor에 영향을 받는다)
  • gpsMapEdit로 .mp 파일 수정: 40분 가량.
  • .mp -> .img 변환: 1시간 20분 가량
생성하여 합성한 전체 지형도 파일 크기: 100~110MB

Dem2Topo의 Contour Simplification Factor에 따른 영향 평가

CSF=20: 817MB (한반도 전체 .mp 파일 크기), 112MB (생성된 .img 크기)
CSF=0: 873MB, 120MB
Vista HCx Screen Capture Vista HCx Screen Capture

GPS에서 본 화면. 왼쪽이 CSF=20, 오른쪽이 CSF=0. 차이가 미미하다.
Vista HCx Screen Capture Vista HCx Screen Capture

CSF=0일 때 외곽선 각이 약간 더 부드럽지만 그렇다고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Vista HCx Screen Capture Vista HCx Screen Capture Vista HCx Screen Capture
왼쪽부터 CSF가 10,20,0. Dem2Topo가 추천하는 값은 10인데 그 값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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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Wild

잡기 2008. 10. 21. 17:48
30rock이 재미있다고 소개해 줘서 봤다. girlish한 수다라서 취향에 안 맞는다. 스마트폰에 넣어 두고 볼 게 없을 때 꾸역꾸역 보고 있다. 써티락을 기획하고 주인공을 해 먹고 있는 Tina Fey가 어째 낯이 익다 싶더만, 한 동안 메케인 진영에서 바보짓을 일삼던 페일린 흉내로 인기를 끌었다. 실은, 티나 페이가 페일린인 줄 알았다. 좀 뒤져보니 티나 페이가 꽤 유명한 코메디언이다. 얼마전에 30rock으로 에미상도 받았다. 허걱이군.

Sun Techday 세미나 무료 초대장 받고 점심이나 먹으러 갔다가 돗대기 시장 같은 분위기에 기가 질렸다. 잠실롯데호텔의 부페는 해산물 선도가 훌륭한 편인데 접시 한 번 담고 뒤를 돌아보니 흡사 메뚜기떼라도 지나간 것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세미나홀은 미어터져서 뒤에 서서 발돋움질 하고 렉쳐를 들어야 할 판. 관심꺼리는 zfs 정도 밖에 없었다. zfs는 GPL이 아니라서 리눅스 커널에 포함되지 '못'했다. 리눅스 2.6.28에 ext를 대체할 차세대 FS로 btrfs를 사용할꺼란 루머가 돌았다. 이름이 이상해서 슬래시닷에서는 butter face나 but here face is...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여튼 세미나가 정이 떨어져 점심 먹고 옥션이 뿌린 1000원 티켓으로 메가박스에서 영화나 보자고 직원들과 삼성역으로 갔다. 옥션이 휴대폰으로 바코드 이미지를 보내주지 않아 제 돈 내고 영화를 봤다. 제목은 'Eagle Eye'. 주인공이 트랜스포머의 그 주인공이란다. 10분마다 뭔가 쉴틈없이 터지는 액션활극이다. 앞뒤가 이상하게 꼬이고 하이테크를 얼토당토않게 과대포장한  영화지만 모든 걸 잊고, 미친 인공지능인 아리아가 하는 귀여운 짓이 한국에서 정말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23일 한국물리학회 대중강연 -- 미국의 크리스마스 강연 같은 건가?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내친 김에 같은 블로그에서 소개한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 복사를 관측하는 NASA의 Glory Project에서 딸아이 이름으로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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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Duke를 들고 있다. 프로그래밍하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자괴심과 그 억제할 수 없는 폭력성을 해소하는 용도로 쓰이는 인형이 외계 생물 듀크다.

하여튼 가끔 아이 이름을 나사 미션에 올려주마. 나사는... 날이 갈수록 불쌍해진다. 오바마가 당선되면 세입 올리고 경기 부양하면서 사회안전망 확충 한다며(전통적인 민주당 프로파겐다) 그나마 쥐꼬리만해진 다수의 나사 미션을 대폭 축소할 것만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살린다고 IT 신규사업 중단하듯이?

벤 에플렉, 맷 대이먼, 크리스 무어, 웨스 크레이븐이 executive producer로 참여한(그러니까 얼굴 마담으로 투자를 끌어 모은) 공포영화, Feast. 누군가 이 영화의 감상평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친구가 개를 샀다기에 놀러갔다. 아직 어린 강아지였다. 그런데 암컷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수컷은 싸잖아, 왜 수컷으로 안 샀어?" 친구는 말했다. "개라도 암컷으로 갖고 싶었어." 친구도 울고 나도 울고 개도 울었다. 낄낄 웃다가, 그래서 Feast를 보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영화가 유행인가 보다.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 덤비는 좀비떼에 생살 그대로 노출된 인간군상의 살점이 뚝뚝 떨어지는 고어물이다. 영화 초반에서 술집으로 뛰어든 Hero가 바로 죽어 나간다. 곧 Heroine도 히로의 뒤를 따라 저 세상으로 가고 괴물에게 아이가 잡아 먹혀 돌아버린 Heroine 2가 역할을 물려받는다. 기십명의 피갑칠 난도질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비교적 친절해서 플롯을 따라가기(떨어진 머리와 다리를 적절히 갖다 붙이기)가 수월하다.

흥미롭게 보고 나서 내친 김에 Feast 2도 찾아 봤는데, 다 보고나니 B급 무비니 뭐니를 떠나, 감독이 무척 변태 같아 보였다.  이런 오타쿠 변태는 정말 오랫만에 접해 본다. 1편과 달리 이건 뭐... 맛이 갔다고 밖에... 유아 살해가 나오는데, 그건 보통 공포물에서 금기시되는 것 아니던가? 요즘 공포영화를 거의 보지 않아 트랜드를 잘 모르겠다.

전뇌코일:방화벽
전뇌코일: 해커할멈
전뇌코일. 어쩌다 '발굴'한 사이버펑크물. 워낙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게, 아내 말로는 내 성격이 까칠하고 모가 나서란다. 그렇지는 않다. 내가 까칠한게 아니라 아내를 포함한 다수의 인간이 사회 적응에 쓸데없이 유연한 것이다.

하여튼 컬쳐 벌쳐도 아니고, 뭔가 재밌는 것을 보려면 이 노쇠한 몸을 몸소 똥밭과 쓰레기밭에서 한참 뒹굴려야 한달까?  전뇌코일은 그 와중에 발견한 예상 외의 수확이다. 다음 세대가 살았으면 싶은, 구체적으로 내 딸이 살았으면 싶은 바로 그 세계다. 2025년 무렵의 현실감이 팍팍 넘치는 이런 세계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할 일이 많아 행복하지 않을까?

Into the Wild
영화 Into the wild. Art of Travel과 유사한 영화다. 주인공은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타잎이다. 고교를 졸업하자 마자, 타고 가던 차를 버리고 모은 돈은 모두 기부하고 손에 있던 돈은 태워 없애고 미국 유랑을 시작한다. 음악이 그럴싸하고 영화가 심상치 않아 뒤져보니 숀 펜이 만들었다.

Into the Wild
김씨가 칼을 선물로 줬다. bucks 110. 주인공이 들고 있는 칼과 유사한데 날끝이 좀더 치켜 올라가 사냥용으로 쓸만한 것.


Into the Wild
보는 내내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소로우와 잭 런던을 존경하던 그는 인간을 등지고 야생의 알래스카에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정착하기를 바랬다.

Into the Wild
주인공은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2년 동안 미국 각지를 방랑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잔정을 남기지 않았다. 카누를 타고 콜로라도 협곡을 지나 멕시코까지 가기도 했다.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쇼핑카트에 카누를 싣고 가는 주인공. 사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lake mead로부터  콜로라도 협곡, 그랜드 캐년 아래를 여행하고 싶어했다( 최근에 별을 쫓는 자, Men Vs. Wild, Amazing Race, 낚시에 미친 청년 등의 TV 프로그램 때문에 그야말로 융단 폭격을 당했다).

Into the Wild
영화를 보는 내내 주옥같은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그가 야생보다 더 야생같은 인디아를 여행했더라면 자신의 똥고집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을텐데 하고 아쉬워 했다.  그랬더라면, 어쩌면 주인공과 내가 인도나 볼리비아의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났을 지도 모르겠다.

Into the Wild
이 바보는... 고기 훈제에 실패한다. 야영과 방랑과 고독이 뜬금없는 로망이 되는 월든 류의 글줄은 살벌하고 척박한 자연에서의 삶에 관한 조그마한 힌트나 지혜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 혼자 야생에 정착하는 건 거의 미친짓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진 않지만.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

Into the World
그림처럼 아름다운 야생에서 주인공은 울부짖었다. "x같은 동물들은 다 어디 간 거야? 배고파 죽겠는데! 암 뻐킹 헝그리! 암 뻐킹 헝그리! 엉엉"

Into the World Final Chapter Getting of wisdom
Into the Wild의 Final Chapter: Getting of wisdom. '하지만 인생의 기쁨이 인간 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그건 틀린 생각이에요.' 영화는 실화였다. 마법의 버스를 배경으로 찍은 저 사진은 실제 그의 사진이다.  주인공과 나는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그가 사람들과 주고 받는 대화는 그래서 내가 어린 시절 주위 사람들과 주고받은 대화와 많이 유사하다. 그가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더라면... 자신할 수 없지만...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만 같다. 석 달 동안 눈덮인 산 속에서 굶주림에 시달리고 정신이 나갈 무렵, 그는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겼다. Happyness only real when shared. <-- 감독(숀 펜)은 자신의 관점을 이 한 문장에 투사한다.  하여튼 안타까웠다.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만났더라면... 연출이 괜찮고 풍광이 훌륭한데다 나같은 주인공이 나오니, 그야 말로 볼만한 영화였다.

그러고 보면 저번 주말엔 건진 작품들이 평소의 300배 이상이네?

시간날 때 USN을 만들어 볼까 해서 뒤지다가 발견한 The Contiki OS 에서 얼마전 12KB의 code와 2KB의 RAM 만을 사용하여 IPv6 를 구현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IPv4의 어드레스 공간은 2^32 = 10^10가량인데, IPv6는 2^128=10^38이 된다. 아주 작은 센서라도 전 세계에 걸쳐 겹치지 않는 ip address를 가질 수 있으니까 꽤 쓸만한 것이다. 콘티키 os 덕택에 새로운 mcu로 견문을 넓히기도 했다. TI의 MCU 샘플 오더를 했다. MCU 가격이 싼 편이다. 언제 한 번 써먹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뭐든 개떼같이 군중이 모이면 밥맛 떨어지기 일쑤였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저그떼처럼 길 막고 몰려다니며 떼잔차질하는 사람들 보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관악산 자운암 능선길
단풍이 흡사 설악산처럼 곱게 들었는데 카메라폰이 색상은 물론 계조, 선까지 뭉개 버렸다. 단풍이 고운데, 학교 입구에서 정부가 황우석 호주 특허를 고의로 취하시켰다고 확성기 차가 크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산꼭대기까지 왕왕 울려서... 풍경의 격조를 떨궜다.

2주 전에는 집에서 애 보느라 관악산행을 취소했다. 저번주 일요일에 갈 수 있었다. 자전거로 1h30m 걸려 서울대 신공학관 입구에 도착. 연주대에서 팔봉을 거쳐 다시 서울대 입구로 돌아오는 계획이다. 집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편도 거리가 29km 밖에 안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게  무척 힘들었다. 특히 학교 입구에서 신공학관까지 올라가는 길은 내내 오르막.

자전거에서 내려 쉬지 않고 자운암 능선길을 따라 올라갔다. 연주대를 눈 앞에 두고 오를까 말까 망설였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배가 몹시 고파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마침 명당 자리가 보여 주저 앉았다. 서울대 입구의 '한솥밥'에서 산 '도련님 도시락 스페셜(3900원)'을 까 먹었다. 밥 먹고 쉬면서 단풍 감상하다가 기운 차리고 내려왔다. 이상하게 힘든 하루였다. 등산화의 바닥을 갈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조만간 관악산에 다시 와야겠다.
61.5km 주행. 이중 2.5km 가량이 산길 올라간 것. 평속 13.2kmh, 주행시간 4h40m(이중 1h30m은 산을 오르내린 시간), 쉰 시간  2h8m. 총 6h4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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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저저번주에 한강 일주할 때 찍은 사진이다. 반포대교에 한창 뭔가를 설치하고 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낙하분수라는 것이다. 설령 돈지랄이라고 원성이 자자해도 우중충하고 삭막한 한강변에 뭔가 볼꺼리를 하나 하나 만들어 가는 것만큼은 긍정적이다.

David Weber, Mutineers' Moon : 설명은 위키피디아에서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온라인에서 Mutineer's Moon이 첫 권인 Heirs of Empire series볼 수도 있다. 콜린 맥킨타이어는 과연 뭐하는 놈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그다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대사도 없는 주인공과 18세기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언청이 같아 보이는 질타니쓰 때문인지 재미가 없다.

가슴을 뛰게 하는 우주전은 커녕, 인류의 시조인 우주인들이 패가 갈려(Anu와 Horus) 지구에서 싸워대는 전형적으로 꼴사나운 (요새 헐리웃 영화 같은) 줄거리는 소설이 출간된 20년 전에는 참신했겠지 싶다. 2권쯤 가면 차도가 있을까? 별로 더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우주전쟁류를 쓰는 작가들 중에는 기초 물리학 상식도 없는 작자들이 많다. 예전에는 그냥 대충 무시하고 읽었는데, 이젠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인지 그런 글은 읽기가 힘이 든다. 작가와 기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Michael McCollum, Antares Dawn. 흡사 스타 트랙을 읽는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2권인 Antares Passage의 1/3 정도까지 읽었다. 작가가 워낙 친절하고 쉽게 글을 쓰고 캐릭터가 안정적인데다 서사도 무난. 다시 말해 평이한 글이라 쉽게 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전형적인 80년대 SF. Mutineer's Moon과 마찬가지로 20년 전 소설임에도 두 소설이 차이가 나는 것은 비교적 정확한 기술적 묘사를 구사하는 저자가 나사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인 듯.  읽기가 쉽다는 것이지 흥미진진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foldpoint 입구에 기뢰를 잔뜩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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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초 스마트폰

잡기 2008. 10. 15. 09:57
네이버에서 배포한 서체 벤치마크.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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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사용하는 맑은 고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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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고딕. 그럴싸 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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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하니, 역시 맑은 고딕이 낫다. 나눔고딕은 웹 페이지 렌더링 중 줄간격이 약간 벌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자간 간격이 다소 답답하다.  하지만 나눔고딕과 나눔명조 폰트는 인쇄했을 때 썩 그럴듯 하다. 공짜 폰트에 감사한다.

칼라일이 경제학을 dismal science라고 말했었지. 요즘은 경제 분위기가 그로데스크하기까지 하다. 신용경색, 위기, 공황, 패닉, 리세션. 뉴욕 타임즈 에세이로 종종 심금을 울려주던 폴 크루그만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진중권 같은 쌈닭이라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 뭐 하나 배운 것 같아 항상 기분이 업되었다(물론 그의 주장 대부분은 주로 부시에 관한 욕설과 장기경기침체를 이끌어낸 돼지같은 공화당 정책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이었지만). 그가 썼다는 The Theory of Interstellar Trade를 읽었다. Economy 2.0이면 타임 딜레이션에 따른 이율 산정은 말끔히 해결될 것도 같은데, 크루그먼이 스트로스를 진작 만났더라면 그의 항성간 무역 이론이 한 층 더 아스트랄해졌을 것 같다.

서비스 센터에 거듭 불평을 늘어놓자, 집의 인터넷 속도가 드디어 100MBps에 이르렀다. 광랜 쓰는 기분을 누려야 하지만, 공유기가 안 따라주어 실제 속도는 30Mbps 언저리를 맴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 (새 공유기를 사는 대신) 기존 LinkSys WRT54V v4 공유기의 펌웨어를 핵펌으로 교체했다. DD-WRT, Tomato가 물망에 올랐다. Tomato에서는 43Mbps, DD-WRT에서는 216Mhz로 CPU를 오버클로킹한 상태에서 34MBps 가량 나왔다. Tomato의 설정 몇 가지를 건드리자 속도가 6~24Mbps로 중구난방이 되어 하는 수 없이 핵펌을 DD-WRT로 되돌렸다. http://speed.nia.or.kr이 오랜 보수 공사 끝에 재개장.
스마트폰, 과연 필요한가? -- 예스. 댁한테는 개 목에 진주 목걸이일테지만.
 
스마트폰=휴대폰+PDA. PDA를 10년 이상 써 온 나같은 사람은 조그만 가방에 읽을 책 한두 권 넣고, PDA에 읽을 꺼리를 잔뜩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출근길에 PDA로 책을 읽고, 퇴근길에도 책을 읽는다. 남는 거의 모든 시간에 코를 쳐박고 뭔가를 읽는다. 안타깝게도 지하철에는 볼 게 없으니까(흔해빠진 미녀에게도 관심 잃은지 오래고). 종이책 말고 PDA로 책을 읽으면 그건 '아날로그'가 아니기 때문에 한심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저 글을 쓴 양반은 지하철에서 책 대신 스마트폰이나 PMP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한심해 했다. 노트북으로 email 보내는 것이 편하다나? 난 그 거지같다는 pda로 여차하면 a4 2-3장 분량 에세이 따위를(이를테면 이런 블로그 엔트리를) 느긋하게 쓰기도 한다. 말 그대로 느긋하게. 하여튼 저 양반의 글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보이는 이상한 열정이, 결국은 효율이나 비용을 생각지 않는 일시적인 유행과 허영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워낙 견해가 과감하고 병세가 심해, 얼핏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는 이뭐병이었다.
 
공유기의 무선 네트웍의 취약성은 WEP에만 국한된다. 얼마전에 nVidia GPU를 사용하여 brute force로 DES나 WPA 암호를 깨기 위한 계산의 수행 속도를 100배 향상시켰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걸 기사라고 쓴 건가? 요즘 암호는 10^53 이상인데, 100배 빨라졌다는 GPU 1조개를 모아 병렬 연산하면 1/10^40으로 암호를 깰 확률을 비약적으로 낮췄다는, 말 그대로 가엾은 헛소리다. 암호학의 권위자인(어플라이드 크립토그래피의 저자인) 브루스 슈나이어는 비교적 깨기 쉬울 것으로 예측되는 패스워드(word), 패스 프레이즈(phrase) 대신 패스포엠(pass poem)이란 걸 사용한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패스포엠은, 흠... 일곱 북구 영웅 신화 서사시다. 슈나이어 형님은 그래서 늘 존경스럽다. 전자상거래할 때는 오딘을, 게시판에 들어갈 때는 300단어 짜리 프레야 찬가를 암호로 직접 타이핑 하신다!

마초(마초물이 아닌)에 대한 혐오감을 감수하는 것 역시 생활의 일부다. 마초/마초물에 대한 접근이 달랐다. 개념이 달랐다. 내것은 무수한 모험소설에 적용하는 포괄적인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마초물을 마초물!이라고 욕설처럼 늘어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마초물을 좋아하니까). 그저 사물의 형질을 설명하는 감탄사였달까? 그래서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 상황이 영... 짜증나는데...
 
이건과 스트로스와 닥터로우 소설의 주인공들이 그저 그런 남자로 남아있는 동안, 피터 해밀턴은 무기와 기술로 기운을 북돋아주는 남정네 소설을 쓰고 데이빗 웨버는 영악한 전략과 생존술에서 지적 근육을 과시한다. 그런 예는 과거로부터 얼마든지 있다. 소설가의 80%는 남자이고 베토벤이 귀가 먹어도 작곡을 계속한 것인 예술적 열정을 드라이브한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아무튼 지천에 널린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남자들은, 상황이 엉망이고 줄곳 만신창이가 되어도 입만 살아 낄낄 거리며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매를 벌고 목숨을 버린다. 젤라즈니의 빌리는 똥고집을 피우며 정신이 나갈 때까지 길을 걷는다. 남자들의 뻣뻣한 척추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들에게서 마초성은 공통적이고 원형적이다. 쟁투의 심볼리즘 또는 클링곤 잠꼬대 같은 마초류는 관심 밖이니 제하자면, 최근 들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신마초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시대가 변하면서 계산본능(?)이 개제되고 전전두엽이 활발하게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법(지적, 경제적으로 세련되었지만 강도면에서는 전혀 손색없는 유창한 언어 폭력과 유혈 불사)과 취향(작동범위를 사전 인지하는 메니퓰레이티브 컨트롤 프릭 및 각기 다른 매너리즘과 예술적 성향, 섹스 취향을 가진 너드, 더드, 오드)과 경향(다양한 의지와 실천의 벡터)이 세기가 넘어가면서  점차 변화했으니(보통은 근대화라고도 표현) 시대상에 부합되지 않아 오작동하기 일쑤인 마초의 사전적 정의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보잘것 없는 예로, 아르헨티나에서 마초는 여전히 말떼를 몰지만, 여자들이 심하게 날뛰는 멕시코에서는 과거 힘세고 섹시했던 마치스모가 지금은 '사내놈이... 남자 구실은 해야...' 정도의, 앙상하고 자조적인 의미로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열혈남아와 쿨가이가 메이팅 파티 전면에서 환영받지 않는다.

'모험하는 성격과 유전자, 개기고, 갈구고, 적게 얻으면서도 리스크는 엄청 떠 안는, 단지 테스토스테론의 지랄'이 마초성의 리트머스가 되는 공통점이지만, 최근에 벡터가 바뀌었으니, 마초 확장 컨셉으로 정의하고 단어를 재발명해야 할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난 그러지 않았어.

젤라즈니가 영원히 단초를 제공할테고, 그래서 제대로 하려면 젤라즈니 소설을 관통하는 마초성의 질과 특소성에 관한 조명(왜 그 아저씨 꺼를  마초소설이라고 하나?), 마초에 대한 지루한 나열, 그 다음에 그 둘을 연결, 마초의 현재와 미래, 결론 및 요약 등등을 열나게 써갈겨야 하지만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쥐좆만해서 관두기로 하자. 난 친우들과 우애를 나누거나 자기만족을 위해 글 쓰는 부류도 아니고 마초류를 계몽하려는 사명감이 아주 희박하다.
  • 젤라즈니는 전 시대에서 남정네의 묘사에 '반 발 앞선 세련미'를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그걸 서술하는 기름끼엔 메스꺼움이 올라오고? 의도적인 심리묘사의 생략을 통해 별볼일 없는 놈을 남자답게 만드는 것도 작법의 팁과 테크닉이다. 결과는 같다. 하여튼 지금은 그게 구닥다리로 보인다. 아님 내가 엄청 세련된 것이던가.
  • 한국을 비롯한 몇몇 문명 세계에서 마초 또는 남성우월주의자는 멸종 직전에 몰린 해충으로 박멸 1순위감이다.
  • 한국의 산업 비중은 1차,2차 생산 및 가공업이 꾸준히 감소해서 30% 미만으로 떨어졌고 서비스업은 50% 이상으로 신장했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진짜 근육은 그 장식성과 심미성으로 평가되며, 실용적으로는 소위 '지적 근육'을 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써 놓고 보니 덜 인문적이라 뜬금없어 보이네?
  • 아까도 말했지만 마초는 실세계와 분리되었다. 실세계에는 마초라 불릴만한 병신들이 지극히 드물어졌다. 생존과 교미의 성공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마초성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이상화된 남성성, 즉 소설 속에서나 양식과 관념으로 잘 살고 있다. 
  • 따라서 마초가 attitude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입을 닫게 된다. 그런 질문은 뭔 소리를 해도 이미 설명하긴 글른 단계를 반증한다. 그런 의문은 셀 수 없이 들어봤다. 마초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놈들이 설마 중학생 양아치에게 두둘겨 맞을 것 같은 남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초가 무슨 전염병이나 PC나 되는 것처럼 벌벌 떠는.
한마디로 요약해서, 20세기 끝 무렵부터 마초는 변질되고 '야사시'해졌다. 열공했지만 보고도 인지 못하면서 마초가 뭔지 안다고 생각하는 작자들과의 피차 술주정은 그래서 사양이다. 아, 그나저나 스트로스의 영향이 꽤 오래간다. 요즘은 무슨 생각이 떠올라도 스트로스의 소설이 수입산 미친소처럼 각 부위 별로 연상된다.
 
마초의 그런 비단결처럼 고운 심성이 요즘은 여자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요즘은 굳이 '여자마초물'이라고 별정할 것이 없다. 알려진 위험을 감수하고 이 짓 해도 죽고 저 짓 해도 죽는데 저 짓하면 0.5초 더 사는, 말하자면 없는 것보다 나은 기회를 순식간에 계산해서 기꺼이 불 속에 뛰어드는 여자들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아무 생각없이 상대에게 펄쩍 안기는 미친년 얘기가 아니고 calculated risk를 베로니케 영역 보다 살짝 앞 쪽에서 떠올릴 수도 있는 부류 말이다. 그래서 개막장마초를 의미하는 '개마초'라거나, 남성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마초'가 아닌, 전시대적 정의에서는 발전(?)했다는 뜻으로 개마초(열린 마초; open macho)라는 조어를 즐겨 사용했다. 내 보잘것 없는 주장이지만, 개마초는 남녀 성 구분 없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흐뭇...
 
거듭, 마초의 정의에 관해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은) 스노비즘 엉덩이 사이에 끼어 PC를 부르짓는 남색가같은 것들과 논쟁을 번복할 이유는 없고(영업하나?), 그렇다고 젤라즈니가 왜 마초물을 쓴다고 우기냐?에 관해 명백하게 그 반대편을 설득하려는 노력에 관심이 없어 야사시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시대가 변해 마초도 변했는데, 공교럽게도 젤라즈니의 이전 소설에서 보이던 그나마 세련된 개마초 캐릭터가, 별을 쫓는 자에서 눈에 띄게 퇴화해서 가히 전형성의 교과서적 이행이라고 할만큼 뻔했고, 한심해서, 김 새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는 재미를 봤다' 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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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자

잡기 2008. 10. 13. 18:51
이것도 써놓고 안 올렸던 떨거지: 아마도 책 읽고 평가를 한 줄 밖에 안 올린다는 것에 자극받아 쓴 듯. (근데 써서 뭐하나... 재밌는 건 그냥 재밌으면 된거지)

별을 쫓는 자(Eye of Cat) -- '고양이 눈깔'이라고 하긴 좀 어색하니까, '삵의 눈'이나 '미친 나바호의 노래' 정도? 번역한 제명이 '별을 쫓는 자'인 까닭은 종반의 한 싯귀에서 따온 걸까?

내가 가는 길, 내 마음 속에 가득 찬 별들.
회전하는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봄을 향해 가는 별들이여

문구만 봐도 구색이 어떨지, 확 삘이 오는 젤라즈니의 글들은 대체로 비평가 프렌들리해서 썰었다가 붙이기도 편하다. 게다가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그너티즘도 강하고. 
"베고치디 여자와 베고치디와 '말하는 신'과 '검은 신'이 사녕감을 창조했기 때문에 그들이 사냥을 지배한다는 얘기가 맞습니까?"
"그럼. 마음이 내킨다면 그들은 사냥꾼을 도울 수 있지."
"하지만 당신은 예전과는 달리 거의 사냥을 안 하던데요?"
"사실이야."
"그럼 그들도 최근엔 별로 할 일이 없겠군요."
"아마 뭔가 다른 일을 찾아내서 열중하고 있겠지."
"그런데요, 당신이 속한 부족의 구조적 맥락에서 볼 때, 그런 행동은 토템적 존재의 규정을 벗어나는 일 아닐까요?"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다들 원래 맡은 역할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우리에 관해서 헛소리만 늘어놓는 인류학자 놈들에게 대신 복수를 해 주기도 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겠지만, 젤라즈니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별을 쫓는 자'는 모험 소설 또는 하드보일드 마초 소설의 표준 모델을 준수한다. 자학적이고 운명론에 심취한 주인공이 극중 전개를 통해 자기 본성과 운명론으로 수렴회귀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가 구축한 세계의 정당성을 편의에 걸맞게 리믹스한다.

잃어버린 여자가 있고, 잃어버린 여자의 대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이 헛소리를 늘어놓기 일쑤다. 교미는 하지만 번식이 안되는 멸종 직전의 별난 짐승과 마찬가지랄까? 메이팅이 없으니 자손이 없어서 사회 일반과의 공감각이 의도적으로 차단된다-차단시킨다. 제임스 본드는 그래서 아이가 없다. 인디애나 존스도 마찬가지다. 유사 대용품이 있긴 한데, 이들(주로 아이들, 맞고 모욕당하는 힘없는 여자들)의 출연과 역할은 어쩐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이를테면 아이를 좋아하는 한 개마초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다른 개마초보다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진다 -- 아이를 좋아하는 개마초는 여자들의 호감을 쉽게 얻어 교미에도 유리하다. (사실 문화인류학은 그놈에 시적이고 자의적인 부분을 거세하고 단층처럼 존재하는 사실을 건조하게 추렴함으로써 '사회생물학'에서도 똑같이 느끼는 그런 시적인 메스꺼움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인디언이 인류학자를 희롱하듯이)

또한,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부평초 같은 삶을 살아간다, 단발성 인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주저하지 않게 한다. 소설 전후반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찌질스런 숙명론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마초인) 주인공의 극단적인 선택과 세계에서 벌어지는 자기 통제를 벗어난 우연한 사건(의 연속)이다. 젤라즈니 소설은 늘 그랬지만. 주인공은 샤먼의 길을 걸음으로써, 완곡하게 말해, 시대를 초월해서 퇴행한다.
 
별을 쫓는 자는, 이상과 같은 이유로 마초물이다(내가 왜 젤라즈니 소설군이 마초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꿀릴까? 하지만 사실 타협하고 그들 견해를 존중한다). 이 소설에는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하는 여자는 이미 죽은 애인 하나 뿐이다(얼마나 편리한가? 불가능한 정조를 통한 여성 일반에 대한 호감과 신뢰의 구축 면에서는 아이를 좋아하는 개마초와 경우가 같다). 마초 표준 모델에 부합하는 또 다른 측면을 들라면; 깡촌오지에서 자기만의 세계관에 시달리며 삽질하다 소득없이 쫑나거나 자기 만족에 집착한다.

그럼, 교미 유희 없이 외계 깡촌 오지에서 고립되어 개고생하는 소설을 종종 쓰는 우르술라 르귄 같은 여작가의 글은 마초물일까? 그렇진 않다. 그의 여러 작품을 보면 여성의 목소리로 글을 쓰는 법이 별로 없고, 여성의 목소리로 쓰여진 소설은 영 꽝이다(할멈 스스로가 더 잘 알지 싶다). -- 젤라즈니와 르귄은 스타일과 벡터가 영 딴판이라고 느끼곤 했다.
 
시대를 리믹스한 마초 활극 신화물이란 유사성에서 비교로 사용할만한 젤라즈니의 전작들로는 '신들의 사회'와 '내 이름은 콘라드' 정도. 엇비슷한 신화적 맥락을 따라가지만 별을 쫓는 자에서는 영웅의 길이 내재화되었고(실은 없고) 트릭스터의 역할이 크지 않으며(심지어 자기자신을 기만하는 자기자신이라고 텍스트에서 노골적으로 떠들어댄다), 작가가 주인공과의 감정이입을 의도적으로 차단한다. 젤라즈니 소설이 언제 안 그랬냐고 마지막 항목에 반박할 수 있겠지만, 전작들처럼 작가가 독자를 희롱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길을 막아 버렸다. 멸종을 눈 앞에 둔  주인공은 그걸 반복해서 언급할 정도로 처량하고 감상적이다. 숲에 취해 아름다움에 휩싸여 걷는 미친 인디언이 툭하면 헛소리를 늘어놓는 대목에서 감정이입은 커녕 뭔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캣의 추격과 친니의 추격이 심화될수록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은 갈수록 (적응 안 되는 현대에서 소외되어 뽕 맞고 술병에 주둥이를 아예 갖다붙인) 인디언식 횡설수설로 빠져든다. 거진 마스터베이션 수준. 주인공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스스로 자인하면서도 그 모양이다. 젤라즈니가 즐기는 독자 상대 희롱이 아니라 갖은 인디언 키취로 간을 본 의도적인 독자 개무시인 것 같다.
 
별을 쫓는 자의 스토리 요약은 한 줄로 충분하지 싶다. 한물간 인디언이 암살자를 제거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예전에 자기가 힘겹게 잡아들인 외계인 짐승을 풀어 암살자를 사냥하지만, 그 짐승이 투사한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미쳐 버린다.
 
어느 신화나 마찬가지로 나바호 신화에서도 항상 선의 뒤를 잇는 악이 쫓아오고 도깨비처럼 간교한 트릭스터가 존재한다. 특별히 티나는 점은 베스터의 스타일을 계승했다는 것. 어린 시절에 어설픈 자유연상에 시달리고, 글자가 알록달록 색깔로 보이는 공감각 때문에 미치겠던 나같은 꼬마나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횡설수설과 텔레파시 묘사로 글자들이 행과 열을 채우고 있다는 점 -- 미친 인디언을 다루기 적합한 구조? 그리고 콜로라도 협곡 여정과 툭하면 겹치는 친니를 잡는 내적 탐사. 이 둘은 외연->캣을 통한 소통->거울상인 자기 자신의 소멸(또는 적멸)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젤라즈니는 이런 글을 쓰는데 타고난 사람이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독자 신경 안 쓰고(개무시하고) 그걸 전개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신들의 사회나, 콘라드와 완전 딴판인 신세계로 독자를 낚시질한다. 그 낚시질이 워낙 심오한 탓에 오의를 깨닫고 기꺼이 낚여주는 이가 적은 건 아닌지, 노파심이 생긴다.
 
재밌는 소설은 형식과 스타일에 상관없이 웃겨야 한다(훈계 모드. 그걸 아는 사람이 말야!). 웃을 일이라곤 없는 실세계의 불완전한 동태를 잠시 잊어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뭣하면 내가 모르던 신기한 것들이나 영악한 아이디어가 무성한 잎사귀 처럼 그 매력적인 설정과 세계관을 풍요롭게 팔딱팔딱 손짓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감정이입이 이루어지는 캐릭터 구현을 통해서. 이 셋과는 동떨어졌지만 이 소설은 다른 이유에서 심금을 울렸다.

물론 종종 그 세 가지 이유가 아니어도 소설에 애착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한 인간이 이토록 많은 변화를 목격하면 영혼이 상처입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남자는(또는 인간은) 유체이탈을 해봐야 한다. 세계와의, 타인과의 간섭이 최소화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봐야 한다. 자신이 지각하는 현재와 세계가 불완전하게 틀어져 있고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세계에서 유리되고, 존재가 연속성과 항상성을 지니지 않다는 '유체이탈'적 경험의 대표적인 과정이 가상이든, 실제든, 방랑-여행이다.

그래서 하시시 빨고 뿅가는 것도 여행이고 빌리가 콜로라도 협곡을 헤메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이 방랑이 되고, 삽질이 되면 여행에서 만나는 또다른 찌질한 자아 / 거울상 / 생존을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악마와 대면하게 된다. 마치 빌리가 트립박스를 통해 무수한 점프를 거듭했음에도 언제나 그를 죽이려는 적인 캣을 만났던 것처럼, 자기가 대면하고 싶어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허약한 빈 틈을 후비고 들어오는, 자기 존재에 위협적인 네메시스를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방랑-여행은 삶의 연속성을 파괴하는 인간의 여러 자발적인 행위중 하나다. 생존과 존재를 위한 여행은 그래서 종종 내면화된다. 비록 빌리가 미쳤지만, 그점에서는 개개의 타자들이 다 그런 셈 아닐까? 어쩔 수 없이 지각하는 그런 광막한 절곡심상 만화경같은 여행을 통해 (심지어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이란 걸 알아차리기도 했으며) 자기가 몰랐던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하고(제2자) 이도저도 아닌 세 번째 사람(제 3자)이 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를 잡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중독증을 합리화하려는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제2자와 제3자에 취해 여정은 끝이 없어진다. 그리고 결절마다 또다른 여정을 갈망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죽은 인디언들의 영혼이 떠도는 계곡에서 헤메며 죽을 고생을 하는 Man Vs. Wild의 쿠퍼 캐년 편이 떠올랐다. 빌리가 떠도는 그.. 사막과 유사한 협곡,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살다보면 어쩌다 처하게 되는 물리적이기도 하고 정서적이기도 한 그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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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tu?

잡기 2008. 10. 13. 18:51
블로그 엔트리 써놓고 안 올리는 것은 게으름 탓일까 아님 바빠서 일까?

자전거 주행: 한강변 76km 가량을 일주. 예전에 한강변 일주할 때는 집에 돌아와서 파김치가 되었는데 지금은 안 그런걸 보면 담배를 덜 피워 건강해진 탓일까 아니면 체력이 좋아진 것일까? 때마침 바람이 거의 안 불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평속 20.2kmh, ?주행시간 3h45m, 쉰 시간 55m 나왔다.



eBaco라는 전자 담배를 카트리지 6개 포함해서 약 16만원 주고 사서 한 달쯤 피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원래 담배를 네 갑 사서 피웠고(The One 0.1mg), 전자담배용 6mg 카트리지를 2개 사용했다. 이러다가 담배를 끊게 될 지도? 장점:

담배 피우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폐포의 타르 오염이 정화될 전망이다.
언제 어디서나 피울 수 있다.

단점:

담배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배터리 충전이 귀찮다.

최재천ㆍ장회익 교수에 묻는다 -- '통섭'이 개념 없어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만 왠 뚱딴지 같은 방향에서도 두들겨 맞는군.? 저자가 누군지 궁금해서 보니 김.지.하.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상목 교수가 시사2580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 양반이 한국 과학기술 교육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탐욕과 공포. 주식시장에서 흔히 떠도는 말이고, 그렇게 말하니까 흡사 요즘 세계 금융 위기 상황 같았다.

번번이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경악스럽다. 우연히 카와시마 히로유키의? Market(주식시장)이란 만화책을 보았는데, 탐욕과 공포 때문에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주옥같은 문구들이 줄줄이 나왔다;

"왜 내가 요트에서 생활하는지 아십니까?"
"관심없어!"
"대자연 속의 인간은 하잘것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죠."

어안이 벙벙.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말씀하셨지. 실의에 빠졌을 때는 아침 해를 보라고. 대답은 없어도 기운을 차리게 된다고.

엔지니어라면 잊지 마라. 우리들의 차는 꿈을 연료로 달린다!

주식에 있어 제일의 상승 재료는 바로 꿈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회사는 꿈을 팔고 주주는 꿈을 사라. <-- 이걸 자꾸 잊어버린다. 이걸 잊으니까 투기가 되는 것이다.

돈을 버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일해서 버는 것. 절약하는 것. 이익을 내는 것(돈을 불리는 것)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 솔직하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 놈들이 두 부류 있지. 선생이라 불리는 인간과 경찰관.

진정한 주식 투자라는 건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서 리스크를 잡는다는 의미와 용기를 배우는 장이라는 겁니다. -- 재차 요점 정리, 인생에서 스스로 생각해 리스크를 잡는다. 용기를 갖고 도전한다. 이것이 '리스크'라는 말의 본래 의미다. 그나저나 대머리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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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terTools 1.1.3을 2007/08/05에 설치. 대략 1년이 지났다. 블로그를 TextCube 1.7.5 Risoluto로 업그레이드. '누구나 탄압받지 않고 주장할 수 있는 웹을 결연하게 (Risoluto) 계속 지켜나가길 기원하는 버전'이란다. 어설퍼 보이는 작명이랄까. 1.8 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 했으나, 1.8은 php 5.2 이상을 지원하기 때문에 설치하려니 좀 귀찮다.

하여튼, 1.8 차기 버전인 2.0 버전은 그럼, 싱귤라리티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 환경의 본질적인 변화를 선언한다는 의미에서 코드명을 Accelerando 쯤으로 지어야 하지 않을까?

이 사이트는 Movable Type 때부터 외양에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이 UI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덕지덕지 지저분한 남들 웹페이지에 대한 태생적인 거부감과 삶에서 유일하게 '내키는 대로' 잡담을 늘어놓을 수 있는 블로그가 '조직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눈부신 몸부림 -_-) 사실 업그레이드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업그레이드 하면서 달라지게 할 생각도 없다.

업그레이드하면서 좋아지거나, 바뀐 점: 맞춤법 검사기[각주:1], 주석[각주:2], 플리커&유튜브[각주:3], Thumbnail Viewer + Cooliris PicLens[각주:4], LightBox[각주:5], Woopa[각주:6], Google Analytics[각주:7], Source code Syntax Highlight, 웹 표준을 준수하게 된 텍스트 에디터 인터페이스.

마지막으로, 내가 불편하지 않아 고치지 않았던 블로그 내비게이션(page 이동) 버그를 고쳤다.

[code]
void string::set_length ( int length, bool preserve_content )
{
? ? if ( ( length <= my_data->allocated ) && ( my_data->ref_count <= 1 ) )
? ? {
? ? ? ? my_data->length = length;
? ? ? ? my_data->chars [ length ] = '\0';
? ? ? ? return;
? ? }
? ?
? ? data *dt = new_data ( length, 1 );
? ?
? ? if ( preserve_content )
? ? ? ? ::memcpy ( dt->chars, my_data->chars, my_data->length );
? ?
? ? release_data();
? ? my_data = dt;
}
[/code]
?

Youtube 임베딩

?
Cooliris PicLens Demo: flash로 picture wall을 만들어 주는 때깔 중심 application. 로딩에 시간이 걸린다(3MB 네트웍 부하). 마우스를 이리저리 굴리다보면 뭔지 알 수 있음. 트래픽 때문에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걸 뭣하러 하나 싶어진다.

블로그 사이트의 모든 그림을 섬네일로 만들어 검색이나 열람 화면에서 섬네일로 아티클을 출력해주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off site link image인 경우 섬네일이 생성되지 않는 것. 사실 동일 도메인에 속하는 이미지이므로 off site link라고도 볼 수가 없는데 말이야!

시구루이
시구루이: 매우 늘어질 법하고 찌질한 스토리를 잘 커버하는 비주얼 아트로 오리지널 코믹스를 200% 구현한 애니메이션. 잔혹, 고어물 어쩌구 하는데 목 잘리고 내장 후벼내는 건 요즘 추세 아닌가?

강철의 라인배럴
최근 새로 시작한 강철의 라인배럴. 주인공이 병맛 찌질이인 특이한 애니. 표정부터 범상치 않다.
  1. 블로그 텍스트 편집기에서 짜증나는 맞춤법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본문으로]
  2. 어깨글자로 각주를 달아줌 [본문으로]
  3. 텍스트 편집기에서 플리커나 유튜브 동영상의 임베딩을 쉽게 해줌 [본문으로]
  4. 블로그에 등재된 사진을 섬네일로 만들어 보여주거나, Picture Wall을 만들어 보여주는 플러그인. 블로그 상단의 Start Slideshow를 누르면 PicLensLite가 실행 [본문으로]
  5. 아티클의 그림을 클릭하면 예쁘게 보여주면서 내비게이션을 가능케함 [본문으로]
  6. 웹 사이트의 실시간 추적을 가능케 해주는 소프트웨어 및 인프라(?) [본문으로]
  7. 구글에서 만든 웹사이트 통계 사이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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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Memory setup

잡기 2008. 10. 2. 18:01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 두자.

'민주주의 2.0' 이라니까, Charles Stross의 소설에 나왔던 Economy 2.0이 생각났다. 경제 2.0은 인공지능인데, 비효율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인간 대신 최적 자원 분배 알고리즘으로 세계 경제를 파탄내고 화폐를 무효화시켜서 경제활동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아울러 그 소설의 주인공은 저작권을 무효화시킨다. 속 사정은 흥미진진한 소설을 보면 되고, 하여튼 그것이 인류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Democracy 2.0도 비슷한 일을 해줄 것만 같은 이름이다.

한 번 울리고 끊기는 전화 -- 뭐야 이건? Business 2.0?

EBS에서는 아침 10시 무렵 '부모 2.0'이란 프로그램을 한다.

제품 발표회 초청장을 받았다. 내가 하는 일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기계 설계 분야라서 참석했다. 모사의 웍스테이션 설명할 때 좀 우스웠다. ECC Memory를 사용하기 때문에 웍스테이션이 뻑나도 자동으로 복구가 된다거나(Error Correction Code를 말 뜻 그대로 해석) 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95Khour 동안 테스트를 한단다.

95khour = 10년인데, 설마 제품 설계 및 개발을 10년 해서 간신히 모델 하나 시장에 내놓지는 않을 테고, bath curve 그리려고 burn in test를 그렇게 한다는 뜻일께다.

뜬금없는 그래픽 카드 선전과 웍 스테이션 선전도 따지고 보면 기계 설계 캐드 프로그램 선전하는 것과 다를 것 없고(CAD가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했다니, 놀랍다) 영업 차원에서 윈윈 전략한다고 SW 신버전 발표회에 최신 HW도 곁다리로 끼워 넣은 것이고 나야 호텔 부페 점심 잘 얻어먹고 경품으로 4GB짜리 USB 메모리도 받았으니, 유창하게 헛소리를 늘어놓는 영업사원을 비웃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LCD의 color space를 늘리려고 LED backlite 달고 컬러 관리 좀 신경 쓴 30bit-RGB 24인치 모니터를 아티스트/엔지니어용이라며 290만원에 팔아먹는 것은 좀 심해 보인다.
 
이전에 사용하던 1GB 메모리의 열쇠고리 연결부위가 부러져 안 그래도 USB 메모리를 하나 사야지 했는데, 4GB USB 메모리를 공짜로 받았으니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Windows XP 설치용 CD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왕 하는 김에 NTLDR에 GRLDR 얹어서 linux live cd도 얹고 WinXP PE도 얹고, Portable S/W를 잔뜩 담아 가지고 다니면 좋겠다.
 
CD 만들다가 USB 메모리가 맛이 갔다. 파티션이 날아가고 드라이브가 잡히지 않는다. PnP 디바이스는 USB Host가 USB Device에 request를 하면 그에 해당하는 configuration 정보를 리턴해 주는데 그때 VID, PID, usb device class 및 sub class를 알게 된다. usb device가 host에 삽입되면 os는 그걸 검출해서 그에 해당하는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로드하는데, usb mass storage까지 잡히고 volume manager에 디바이스가 추가되지 않았다. 파티션이 날아가면서 컨트롤러 칩 어딘가 꼬인 것이다.
 
요즘 USB 메모리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4GB가 1만원 수준이다. 만 원 짜리 장치를 A/S하려고 용산 가기도 뭣하고 뭐 어떻게 해결할 방법 없을까 대원 컴퓨터 사이트에 들어가서 뒤지다가(제품명 i-Clip RT Black) 펌웨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보니, 생산라인에서 쓰이는 QC용 툴 같다. 디렉토리를 뒤져 USB Mass storage device driver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Factory Driver라는 것을 찾았다. 드라이버 교체하니까 SMI Mass Production Tool 프로그램에서 장치가 인식된다. 싱글벙글.

SMI 프로그램을 찬찬히 살펴보니 생산후 기본적인 테스트와, 포맷, 프로그램 설치, CD 파티션 설치 따위를 지원한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컨트롤러 칩이 동일하다면 비슷한 종류의 뻑난 USB Memory를 복구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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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작업 시작. 웹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일을 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꽤 복잡하게 작업한다는 것. 일단 Windows XP SP3 Snoopy 버전을 SMI Mass Production Tool로 별도 파티션을 잡아 설치한 다음, 다음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 목표

  • USB-CDROM: Windows Install용 CD 이미지를 넣어둔다
  • USB-HDD로 부팅할 때 응급 복구 및, Windows PE, Linux 이미지 셋 중 하나에서 부팅이 가능하도록 한다
  • Windows에서는 Portable Application Package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 나머지 짜투리 공간은 파일 교환등의 목적으로 사용.
준비물
설치

  • Windows XP PE Image를 daemon tool등의 virtual cd image 프로그램으로 마운팅
  • PE to USB 프로그램으로 USB를 포맷하고 설치
  • PC의 C:\NTLDR, C:\BOOT.INI 파일을 USB Memory의 root 디렉토리에 복사
  • USB Memory에 복사한 boot.ini 파일 수정
    [boot loader]
    timeout=0
    default=c:\grldr
    [operating systems]
    c:\grldr="GRUB"
  • Xubuntu 설치: iso의 디렉토리 .disk와 casper를 USB Memory의 root 디렉토리에 복사.
  • USB Memory 루트 디렉토리에 있는 MENU.LST 파일 수정(Win PE 패키지 안에 Hiren CD Image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아주 간단하게 작업이 끝남)
    splashimage /SPLASH.XPM.GZ

    title Boot from HardDisk
    rootnoverify (hd0,0)
    makeactive
    chainloader +1

    title Microsoft Windows PE(Uniprocessor)
    find --set-root /minint/SETUPLDR.BIN
    chainloader /minint/SETUPLDR.BIN

    title Microsoft Windows PE(Multiprocessor)
    find --set-root /minint/SETUPLD2.BIN
    chainloader /minint/SETUPLD2.BIN

    title Xubuntu 8.04.1 I3
    find --set-root /casper/vmlinuz
    kernel /casper/vmlinuz file=preseed/xubuntu.seed boot=casper persistent quiet splash --
    initrd /casper/initrd.gz

    title Hiren's BootCD
    map --memdisk-raw=1
    map --mem /HIRENS.IMG (fd0)
    map --hook
    chainloader (fd0)+1
    rootnoverify (fd0)

    title ---------------------------------------------------------------------------
    default 0

    title Restart the Computer
    reboot
  • Uopack 프로그램 실행하여 USB Memory에 포터블 어플리케이션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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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니까 이렇게 쉬울까 싶을 정도로 간단해서, 거진 4시간 이상을 인터넷 뒤지고 찾은게 무색해진다. 아울러, Grub이 몹시 쓸모있는 부트 로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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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rub으로 USB Memory 루트 디렉토리에 있는 menu.lst 파일 편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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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ub을 부트로더로 사용하기 위해 USB Memory의 MBR(Master Boot Record)에 Boot Record를 기록. Install 버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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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USB Partition을 헷갈리지 않기 위해 Tools->Partition List를 확인해 둔다. 이 경우 (hd1,0)

 설치가 끝난 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USB Memory의 root directory에 위치한 파일들을 read only, hidden으로 숨겨두었다.

지금 쓴 이 아티클은 USB Memory에 OS 2개를 담고 부팅 CDROM을 제작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다룬 것이다. 장담한다.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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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a vista

잡기 2008. 9. 29. 16:13
약 두 달 전쯤 컴퓨터에 비스타를 설치했다 -- XP가 단종되고 앞으로 개발할 SW의 호환성 여부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가상머신에 vista를 설치해서 작동 여부만 체크하는 정도로는 안될 것 같았다.

설치하고 나서 주욱 써 본 결과, 이 놈에 OS에 처음 가졌던 인상, 어쩐지 기분나쁘다, 은 바뀌지 않았다. 유려한 UI 빼고는, 줄이고 줄여도 늘 1GB의 주 메모리를 잡아먹는다 -- 2GB 밖에 없는 주 컴퓨터 메모리 보다 종종 더 많은 메모리가 사용한다. 그래서 평소처럼 열댓 개의 창을 띄워 쓰는게 불가능하다. 1. 내가 모르는 뭔가가 배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기분 나쁜 것이고, 2. 모르기 때문에 알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한데다, 3. 그 모르는 것을 지워 나가다가 맛가서 세 번째로 vista를 설치했다.
 
정품 인증 메시지가 나와서 지웠다. 비스타 쓰다가 XP 사용하니까 컴퓨터가 두 배는 빨라진 것 같다. 흡사 새 하드웨어를 구입한 효과를 맛보았다. Windows 7이 내년 중에 출시된다면 Windows Vista는 아마도 사라지겠지.

9/3, Google이 Chrome 베타 버전을 런칭했다. 사용해보니 Firefox보다 낫다. sandbox와 secret 모드가 바로 내가 필요했던 것. multi processing이 뭔 대단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 javascript 가상 머신인 v8의 성능은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그 때문에 구글 아이, 구글 리더, 지메일 등등 크롬과 궁합이 잘맞는 사이트에 자주 들락거렸다.

8살엔 '칭찬', 12살 이후엔 '꾸중'이 효과적
-- -- 실험을 위해 그런 불편한 모델을 만들어 놓고 '아직 알 수 없다'느니, '아마도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느니 말하는게, 참, 여러 모로 성의가 없어 보인다.

中, 우유 1톤으로 50톤까지 불려 -- 오, 천잰데?

Macross Frontier 마지막 장면. 이건 뭐... 툭하면 튀어나오는 삼각형부터... 막장에는 민메이 로켓까지 등장하시고... 이전 마크로스 시리즈를 이것 저것 갖다 붙여 총정리한 느낌이랄까? 음악이 워낙 칸노 요코 스타일이라 (이젠) 물린다. 감상평: 잼없다.

Art of Travel
Art of Travel이란 영화를 보았다. 'Do not go where the path might lead, go instead where there is no path and leave a trail' 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 형님의 한 말씀으로 시작한다(나같은 Mr. Plan에게도 계획대로 여행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하, 저 곳은 내가 라파즈에서 하루에도 몇차례 오르락 내리락 하던 곳, 볼리비아 최대의 번화가. 저 위 언덕으로 시장과 여행사 골목과 게스트하우스 촌이 있다.

그건 그렇고,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서점에서 읽는 내내 what a waste, what a sucks를 연발했다 -- 내 보기엔 갖가지 눈꼴사나운 지랄을 떤다.

별 기대하지 않고 보기 시작한 영화, 여행의 기술은 신선했다. 예전 자극과 영감에 관한 추억이 떠올랐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결혼 하게 된 친구가 결혼을 취소하고 식장을 뛰쳐나와 캐리어 하나 달랑 들고 공항에서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니카라구아의 마나구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스빠뇰 한 마디 모른 채, 전형적인 바보 그링고처럼 게스트 하우스에서 숨겨둔 돈을 털리고 강도를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럭저럭 여행에 적응할 때쯤, 파나마시티에서 우연히 만난 한 부부와 콜럼비아의 다리엔 갭 최단 기간 통과에 도전한다. 그리고 정말로 마체테 한 자루 들고 정글을 336일만에 뚫고 나온다. 오오!!

중남미를 돌아다니는 병신같은 그링고에 대한 욕설을 포함해 이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이렇게 배낭여행자와 여행을 다루는 영화는 레오날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The Beach 이후 아주 오랫만인 셈이다. 63년 마다 한 번씩 용출한다는 전설의 ulti geyser를 찾아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좋은 여자를 버리고 어렵게 볼리비아의 살라 데 유우니를 찾아 가지만, 가보니 친구들한테 사기당한 것이다.

여행자들의 개뻥이 가득 섞인 이바구를 믿고 자기 삶을 바꾸어 찾아간 비스타는 흔히 그 모양이다. 정말 엄청 공감 가는 대목이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이렇게 말했다; mastering the art of travel. ... It's way of life(그렇다. 삶의 방식이다). unknown to the majority. it's almost impossible to convey to your friends back home over the course of a single conversation(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여행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않았다/안할 것이다). The art of travel is to deviate from one's plan. 여행은 길을 벗어나면서 시작한다. 자의든 타의든. 난 길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지금 아내와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게 되었으며, 길에서 벗어나지 않은 예측가능한 삶에 천착한다. 그것이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부에나 비스타가 된 셈이다.

Amazing Race
Amazing Race Season 12. 두 친구가 우승하길 바랬다. 우승했다. 이들만 유일하게 '배낭여행자' 같이 생겨서랄까? 이 재밌는 프로그램은 11개 팀에게 목적지와 경비를 주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미션을 수행하다가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팀에게 상금 백만불을 준다. 참 아쉬운 것은 여기 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여행을 제대로 즐길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 아내와 내가 팀으로 출전하면 꽤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잘하는 것은 둘째치고, 아내나 나는 피차 같이 여행하고 싶은 생각들이 없지만, 프로그램이 몹시 매력적이다. 어메이징 레이스 아시아판에 한국인 형제가 출연해 우승했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보고 찾아본 것이다.

Man Vs. Wild: Cooper Canyon. 이전 편까지는 부싯돌, 칼 따위를 들고가는 것을 야유했지만,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의 악어 투성이 늪지대를 통과하는 편과, 얼음과 불의 나라인 아이슬랜드 편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주인공이 고생하거나, 제작진이 주인공을 학대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설정이라느니 어쩌구 얘기들이 많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간대 야생이란 프로그램의 목적은 애당초 주인공이 꽃미남 서바이버 먼치킨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 그러기에는 주인공이 너무 못 생겼다. 마누라와 자식도 있다. 게다가 매 회 마다 기어다니는 온갖 벌레를 목구멍으로 삼키고(살기 위해) 똥구덩이를 굴러다니고 짐승이 덮칠까봐 늘 밤잠을 설치는데 그런 것 때문에 주인공을 부러워하고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따뜻한 집에 누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이렇게 한가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에 늘 감사한다.

당장 써먹을만한 것으로, 인간 대 야생을 통해 냇가에서 티셔츠를 이용해 물고기 잡는 것이나, 신발끈을 묶어서 나무 타는 것을 배웠다. 눈을 파서 쉘터를 만들 때 차가운 공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구멍을 파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정말 뼈저리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에는 아내가 놀러 나가서 혼자 애 보며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발(EIDF) 참가작들을 하루 종일 보았다.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볶음밥을 잘하는 비결을 깨달았다. 저녁으로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양파로 단맛을 조절. 당근과 양파를 잘게 썬다. 햄, 피망, 오징어, 새우 따위 부재료가 있다면 그런 것들도 썰어 넣던가. 기름에 마늘향이 배이게 하고 계란을 까 넣어 스크램블 하듯 섞다가 식은 밥을 넣고 센 불에 볶는다. 밥에 코팅이 적당히 되면 당근과 양파를 투입. 부재료에 따라 30초~2분 정도 익히다가 불 끄고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를 투입해 한 두 번 뒤섞는다. 여기에 생선 간장 뿌리고 오이를 얹으면 태국식 볶음밥이 된다. 그 동안 볶음밥을 하면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황금 볶음밥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볶음밥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었다(볶음밥에는 무조건 계란이 들어가야 한다). 라면 끓여먹는 시간이나 볶음밥 해 먹는 시간이나 그게 그거라서 조금씩 변주해가며 자주 해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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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less talk cost lives

잡기 2008. 9. 25. 14:05
블로그에 하루에 수십 개씩 스팸이 꾸준히 올라온다. Eolin Anti Spammer를 설치했더니 67% 정도 차단한다. 100개중 33개는 수동으로 삭제. 하는 수 없이 몇몇 정규(?) 스패머의 이름은 무조건 차단했다.

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를 합친 말이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때문에 발생한 위험한 상황이 달갑지 않고, 돈이 없으니 기회도 없다.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두 번이나 펀드 환매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망한 케이스랄까? 경우에는 안 맞지만 옛 격언이 있다; 악이 승리하기 위한 단 한 가지 필요 조건은 좋은 사람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못하는) 것이다.

트랙로그를 분석하려면 여러가지로 귀찮다. GPS Trackmaker는 쪼개진 유관 track log를 merge하는 기능이 없어 Garmin Map Source에서 트랙 로그를 합쳐야 한다.
 
GPS 관련 프로그램이 워낙 많고 다양하다보니 뭐 하나 하려고 해도 과정이 참 복잡다단하다. 어디서 줏어온 *.img map 파일을 gps에 올리려면 mapwel을 사용 하고(또는 sendmap) shp 파일이나 dxf 파일을 img로 변환하려면 mapedit와 cpgsmapper, dem2topo, wintopo, idl 따위의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포맷 변환은 gpsbabel을 많이들 사용. GPS Trackmaker는 Google Earth와 함께 사용하면서 route를 잡을 때 주로 사용. google earth에 naver 지도나 콩나물 지도를 overlay 해야 구글 어쓰에서 라우팅이 편해지는데 오버레이 맵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어느 착한 분이 사이트로 만들어놓았던 예전 것은 사라졌고, 어떤 블로그에서 그 비슷한 것을 만들어 놨는데 구글 어스 용으로 변환하려면 스크립트를 짜야 하는게 귀찮아서 개기는 중. 기다리다 보면 누군가는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전에 홍씨가 지리학과 출신이라 이런저런 그쪽 방면 얘기를 한 기억이 난다.

스크립트 짜기: (얼마 전에 업그레이드된) 네이버 맵의 open API를 사용.  네이버 맵만을 가지고 GPS용 트랙 로그를 작성해 gpx나 kml로 저장하면 써먹을 데가 많다.
 
더더욱 좋은 케이스는 구글 코리아에서 제대로 된 지도를 구글 맵에 올리고 구글 맵을 구글 어스에 오버레이하는 것이다. 구글맵 오버레이는 이미 나와 있으니 구글 코리아가 한국 지도를 확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자주 사용하는 Garmin Map Source나 GPS Trackmaker에서는 altitude profile이나 cartographical length 정도 외에 track에 관한 유의미한 통계를 뽑을 수 없어서 gpx를 파싱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짤까 하다가 google 부터 뒤져봤더니 좋은 사이트가 이미 있다. uTrack - online GPX track report generator 여기서 2008/09/21 의정부를 거쳐 강북쪽 시가지를 지나는 56km 주행 궤적을 넣어봤다. 최고속도, 최저속도, 무엇보다도 평지 평균 속도와 구간별 속도 변화가 계산되어 나오는 것이 인상적. pdf 파일 출력을 지원한다(Garmin Map Source에서 gpx로 파일을 저장할 때 UTC offset이 적용되지 않는 버그를 발견했다.):
  • 고도 프로파일과 속도 변화 그래프를 겹쳐서 보여주면 더 좋겠고,
  • 웹 사이트이다 보니 작은 그래프 하나로는 자세한 정보를 얻기가 불편하다.
  • 주행 시간과 쉰 시간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gps에 찍힌 평균 속도는 19.3kmh 이나 사이트에서 계산한 평균 속도는 19.6kmh로 나왔다. 계산에서는 주행시간과 쉰 시간을 분리해 놓은 것이다.
  • 최고 속도 출력할 때는 gps의 글리치 때문에 생긴 오류를 걸러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상 여러가지 개선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짤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른 프로그램을 찾던가 저 사이트를 그냥 계속 사용할 것 같다.

1-2시간 자전거를 탈 때는 티가 안 났지만, 오랫만에 4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 보니 지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알았다. 뭐, 제작년에 5시간 20분 걸린 코스를 4시간에 왔으면 잘한거지 싶기도 하지만...

Google Earth에 Wikiloc이란 것이 보여 한국 지도에서 찾아봤으나 별로 없다. 자기가 돌아다닌 GPS 트랙을 등록/공개하는 사이트다. 가지고 있던 GPS의 트레일을 몇 개 등록했다.  Wikiloc에 donation한 것처럼 흐뭇하다. -- 그러고보니 위키록을 비롯해 지난 몇 년 동안 파노라미오, 구글 어스, 지오캐싱 등에 올려 놓은 것들이 이것저것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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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긴 사무실에서 바라본 음산한 바깥 풍경. 이전 사무실보다 환경이 열악해져서, 왜 사무실을 옮겼나 싶을 정도. 한 주 동안은 일이 거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더워서.

28도가 넘어야지만 중앙냉난방실에서 에어컨을 틀어주는데 천정이 높아 공기 순환이 안되는 탓에 사무실 내부의 체감온도는 29~30도 가량. 오후 6시가 넘으면 에어컨을 껐다. 사무실 옮긴 후 팀원들이 더위 때문에 다들 맛이 갔다. 사무실이나, 새로 옮긴 건물에는 샤워 시설이 없어 자전거 출퇴근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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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생장 과정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어 올려두는, 그나마 잘 나온 사진. 아내와 내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은, '애가 인물은 좀 아니다' 였다 -- 날이 갈수록 아내를 닮아간다.

아내는 내가 가끔 버럭 화를 내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 이전에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물어본 적도 없고, 알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1. 한 말 또하게 하는 것, 2. 같은 실수를 무한히 반복하는 것, 3.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카운터(무의미한 대들기). 1, 2 번은 내가 조심하고 있지만 3번은 많은 날이 지나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 아내는 대다수의 여자가 지닌 논리적 오류를 반복했다. 범주화,  흑백논리, 순환논증, 부적절한 일반화, 논점이탈, 감정 및 권위에의 호소...

적어놓고 보니... 평소 내 관점과 일치했다; 여자는 별로 논리적이지 않다. 아울러 뚜렷한 인식과 비전을 지닌 여자는 인류 역사상 극히 드물었고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 이런 견해들을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고 말한다. 나도 하루 빨리 편견을 깨고 싶다 -- 여성과 한 세상을 같이 사는 건, 칼 세이건의 책 제목처럼, 요술과 악령이 지배하는 세상에 사는 것 같으니까.

행복을 바란 사람은 행복해지고, 불행을 원했던 사람은 불행해진다. <-- 맞는 말이다. 전적으로 물리적인 측면을 배제한 채; 행복해지려면 삶에 대한 기대를 낮추면 된다. 또는, 재수없는 기억을 지우고 닭대가리가 되면 된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스스로의 지능을 낮추는 일 없이 삶에 관해 '착각'하지 않음으로써 최저 에너지 준위를 자기도 모르게(어느새) 유지한다. 사실 자기에게 관심없는 우주와 꽃들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아야 상태가 나아진다 -- 대다수의 사람/사물/외계인/인공지능은 내 행복에 관심이 없다. 나도 내 행복에 (특별히) 관심이 없을 뿐더러, 뚜렷한 우주애나 자기 인식을 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물론 어쩌다가 나한테 관심없는 우주나 꽃들을 사랑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울러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댓가로서, 비록 그 영향이 비록 미미하다 할 지언정, 엔트로피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과 비가역적, 비대칭적 시간의 흐름, 깨달음을 포함한 귀납추리, 엔트로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나는 내가 왜 복스럽게 존재해야 하는지 다분히 회의적이다. 당신의 (행복한?) 존재도 마찬가지고.

주씨가 날더러, 애 키우면서 딸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지 않느냐? 고 물으면 명색이 깨달음을 취미로 추구했던 땅거지 입장에서 이상과 같은 저간의 배경을 설명하기가 난처해진다. 간신히 변명처럼 얼버부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양육은 자식의 행복이나 부모의 행복과 상관없지 싶다.  내가 바란다고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끝-

아이와  내가 느끼는 서로의 행복은 n초 짜리 현재에서 상호의존적 감정 교류의 환시와 지속에 바탕을 두고 있고, 굳이 아이와 나 사이가 아니라도 다수의 인류가 느끼는 행복의 상당 부분은 스스로의 편의에 따른 기억의 조작, 노스텔지어, 자아/존재(감)의 영속성 따위를 주성분으로 한다. 드물게 학습한 자가  억수로 행복해지는 또 다른 길이 있긴 한데... 이 세계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이해를 얻는 것이다.  깨달은 자는 그래서 행복할 가능성이 있으나,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남이 그걸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은 없다.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녹아내리고 아이가 블랙홀 한 가운데 혼자 내팽개쳐져도 꾸준히 행복해지려면 그래도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굳이 생각했다. 그 깨달음이란게 누가 가르쳐 준다거나, 보리수 그늘 아래 한 30일 앉아 있다가 날로 먹는 건 아닌 것 같고. 쉬운 세 가지를 다시금 반복하자면, 1. 닭대가리가 되거나, 2. 기대 수준을 낮추거나, 3. 최면과 암시 등의 정신승리법, 존재감의 획득, 노스텔지어와 자기환시의 꾸준한 반복을 통해 행복감(고양감)을 얻는 것이 훨 쉽다 -- 함께 하면 좋은 사람이 있거나, 쉬려고 앉은 나뭇그늘 아래 들꽃을 바라보며 마침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땀을 식힐 때, 좋은 책을 읽거나 괜찮은 그림을 보거나 마누라나 강아지가 기특하게 굴 때 '행복해 한다'.

물론 자연계에 존재하는 여러 힘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설명하는 이론이 완성되면 엄청나게 행복해질 수도 있다. 또, 세계 증시 상황이 좋아지면 조금쯤 행복해질 것도 같다.

최근 Accelerando, Atrocity Archives, Jennifer Morgue, Glass House 등 Charles Stross의 책만 네 권을 읽었다. 말이 350p 짜리 소설이지 글자 크기가 워낙 작아서 이건 뭐 500p가량은 되어 보이는 정말 수다스러운 책들이라 네 권 읽는데 거진 한 달이나 걸렸다.

Atrocity Archives와 Jennifer Morgue는 컴퓨팅과 흑마술을 흥미진진하게 뒤섞어 놓았다. 튜링이 유니버셜 튜링 머신을 만들면서 동시에 프랙탈 차원 또는 플랑크 차원과의 수리적인 연결을 입증, 어떤 수식이나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어스(geas)를 사용하면 접혀 있는 플랑크 시공간의 악마를 소환할 수 있다는 기괴하고 별난 설정을 만들었다. 하나 더: observers are required to collapse the wave function. 그래서 아우슈비츠 학살은 나치가 아차원과 이 세계를 연결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파동함수를 붕괴시켰던 것이다 -_- 희대의 과학자들로부터(Today we performed Young's double-slit experiment upon Subject C, our medusa. The results are unequivocal; the Medusa effect is both a particle and a wave...) 온갖 종류의 별난 사람들이 수리적 한계를 논증하다가 발견하는 이러한 아차원 지옥을 막는 것이 주인공과 주인공이 소속된 첩보기관의 임무다 -- 간단히 말해 세계를 구하는 것.

워낙 배경이 별난 소설이기도 하지만, 소설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튀어 나오는 양아치 geek의 농담따먹기(didn't they know that the only unhackable computer is one that's running a secure operationg system, welded inside a steel safe, buried under a ton of concrete at the bottom of a coal mine guarded by the SAS and a couple of armoured divisions, and switched off?)가 꽤 골 때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설정은 그렇다치고 정보기관의 관료주의와 부서간 알력, 정보기관에 고용되어 일하는 샐러리맨의 애환이 심금을 울린다.

엑셀러란도(김씨 말로는 아첼레란도라고 읽는게 맞단다. 아첼레란도든 엑셀러란도든 제목의 함의가 싱귤라리티를 향한 지수적 가속(?)이란 것에는 변함없음)와 글래스 하우스는 책 뒷편에 적힌 가드너 도조와 말대로 'where charlse stross goes today, the rest of science fiction follows tomorrow'에 걸맞는 훌륭한(읽으면서 지난한 SF 독자 인생에서 항상 부족했던 2%를 채워주는) 포스트 사이버 펑크물이다. 본격 싱귤라리티 시대의 태동과 싱귤라리티 이후 Urth(earth)를 떠난 인간의 이야기(Glasshouse)를 다룬다 -- 글래스하우스는 그닥 취향에 맞지 않았다.

책 두께와 분량이 점점 늘어나고 배경과 묘사가 복잡하게 얽혀버린(?) 요새 SF를 읽으려면 독자는 보다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안 그럼 지루할 수도?). 스트로스가 스크립트 키드 세대이고(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영유아시절부터 독실한 SF 신자였기 때문에 컴퓨터 공학과 양자역학, 그리고 현대 물리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읽다가 머리에 쥐가 날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썼다. 하다 못해 업계용어로 농담 따먹기하는 거 제대로 알아먹기도 힘들 것 같다.

SF를 읽는 평균적인 한국 독자에게 그렉 이건의 소설에 등장하는 코펜하겐 학설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얘길 몇 차례 들었다. 그 따위로 일반화하긴 곤란하지만, 최근에는 LHC 때문에 (정작 호킹은 그 발견에 부정적인) 발생할 수 있는 호킹 블랙홀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의 글이나 지구가 멸망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살충제를 먹고 자살한 인도 소녀, cern의 과학자들을 협박하는 작자들의 얘기를 보고 들었다. 이건 뭐...

하여튼 상황이 그렇다보니 스트로스의 아트로시티 아카이브 같은 소설은 나같은 사람에겐 웃기자고 마음 먹고 쓴 흥미진진한 본격 개그소설이지만(스트로스가 설마 SF계의 테리 프라쳇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종종 어떤 사람들에겐 그럴듯한 설득력(있을 수 있는 일이야!)과 미래와 현생 인류에 관한 멋진 인사이트를 갖춘 훌륭한 픽션이 될 수도 있다.

비근한 예로, 술자리에서 가볍고 로맨틱한 농담따먹기로나 할만한 얘기인 칼 세이건의 말, '이 우주에 오직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공간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를 정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변수가 어설퍼서 확률 자체가 성립될 지가 의심스러운 숫자놀음이라는 생각이 드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들먹이며 외계인의 실재에 나름의 확신과 믿음을 갖는 사람들을 꽤 보았다.

안 그래도 인생 복잡한데, 다른 사람 이야기로 이 블로그를 오염시키는 것은 좀...
Initial D와 원작자가 같을 것으로 추측되는 완간 미드나잇, 애니판을 24편까지 봤다. 자막으로  '법 원리를 무시한 도로교통법 제 63조를 개정하라!'는 메시지가 가끔 떴다.  도로교통법 제63조가 뭔가 싶어 뒤져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도쿄 근처의 도로를 실제로 매핑한 것 같다. 완간 익스프레스(한국으로 치자면 강변북로, 올림픽 대로, 서울 외곽 순환 도로 및 자유로쯤 되려나?) 에서 새벽에 돈을 쏟아부은 튜닝카를 몰고 나와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폭주질을 하며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사실 왜 그렇게 달려대는지 정확히 이유를 모르겠는데, 달리는 작자들도 자기들이 왜 달리는 지 모른다. 자기가 왜 사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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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거짓말'. 첫 두 편을 볼 때는 desperate house wives의 짝퉁인 줄 알았다. 40대 아줌마들의 사쿠라 연애 얘기. 전남편의 시어머니에게 딸을 양자로 보내고, 치매 걸린 아버지를 끌고 건널목을 건너며 자기를 기다리던 전 애인을 뒤돌아보는, 이 위험한 여자의 하루살이같은 인생의 소망은 자기와 같은 꿈을 꾸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 찰스 스트로스의 이야기 때문에 생각했다 -- 이 세계에서 배역을 맡은 좀비와 진짜 인간을 구분하기 점점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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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념의 잠드. 어째서인지 미래소년 코난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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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ekicker 2화. 한 고고학자가 고증을 맡고 있지만 이뭐병 내지는 여병추 같은 주요 출연진의 오버액션에 정이 안가서 보는 맛이 점점 떨어진다. 뒤져보니 BBC에서 본키커가 시작될 당시의 높은 시청율은 회가 거듭될수록 떨어졌단다. 1화에서 기독교 순수주의자가 영국에 정착한 이슬람 이민자의 목을 자르는 장면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입이 쩍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2화에서는 독립전쟁 당시 워싱턴과 함께 영국군과 싸웠던 자유 흑인 집단이 밀항해서 영국의 어느 섬에 정착해 살았다는 얘기와 그들의 후손인 미국의 흑인 대통령 후보가 등장. 그건 그렇고 오바마 연설하는 거 들어보면 왠지 시장통 약장수 같아 보였다. 미국은 과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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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Vs. Wild.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다큐멘터리. 스위스 아미 나이프와 부싯돌 정도만 주어진 채 낙하산 타고 오지에 떨어진 전직 SAS 출신의 아저씨가 쌩야생을 통과하여  문명으로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

모하브 사막의 45도 넘는 더위를 견디기 위해 티셔츠를 찢어 자기 오줌을 적신 후 머리에 뒤집어 쓰는 장면이 퍽 쓸모 있어 보였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감탄하면서 무릅을 쳤다. 근데 이왕이면 수통, 칼, 부싯돌 없이 던져 버리지. 야생에서 생존법을 가르치면서 사람들이 평소에는 들고다니지 않는 것들을 가지고 다니면 불공평하지 않나? 아쉬운 것은 주인공이 운이 너무 좋아 계속 살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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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깼다. 황씨가 피곤해 보여 6시에 깨웠다. 날은 흐리고 쌀쌀하다. 아침은 누룽지 탕과 어제 먹다 남은 스팸 반 통. 구수한 누룽지탕을 먹고 핫초코를 끓여 마시니 속이 따뜻하다. -- 이런 음식으로 배가 찬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원래는 2박 3일 동안 종주하려고 했으나, 어제 저녁에 종주 일정을 하루 단축해서 1박 2일로 수정했다. 그야 오늘 상태를 봐가면서 하기로. 황씨가 의외로 기운이 넘쳐 가능하지 싶다.


아침 먹고 출발 준비 중. 배낭에 마누라가 준 종을 매달고 딸랑거리며 다녔다. 곰의 습격을 방지해 준다나?

어제, 오늘 외국인을 네 명 보았다. 지리산 종주 코스가 외국인들에게도 알려졌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진 뒷편의 두 노인네는 트레일중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꾸준히 만났던 사람들이고 벽소령에서 함께 잤다. 악센트로 봐선 한 명은 독일인이고(독일인들은 산을 잘 탄다. 외국여행할 때 산길에서 늘 독일인들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인상들이 좋았다) 그리고  한 명은 영국계같다. 두 노인네가 힘이 참 좋다. 동행하는 젊은 친구에게 짐 다 맡기긴 했지만 노인네들이 힘이 참 좋다고 말하는데 앞서가던 젊은 외국인 친구가 '먼저 가세요'라고 한국어로 말한다. 말조심하자. -_- 하여튼 저 양반들에게 영어 한 마디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만나도 왠지 영어 쓰고 싶지 않다.


7:20 짐을 싸들고 선비샘을 향해 출발. 날은 흐리지만 시원한 바람 덕택에 땀이 덜 난다. 황씨는 자기 때문에 뒤쳐진다고 생각해서 미안한지 날더러 앞서 가란다. 황씨 때문에 속도가 안 난다는 생각은 안 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그의 체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내가 앞서가봤자 기껏해야 한 두 시간 정도 빠를 뿐. 길이 워낙 좋아서 점심을 먹기로 한 장터목 대피소까지 완샷에 가서 황씨를 기다릴까 하다가 그건 좀 너무하지 싶어 쉬엄쉬엄 황씨 걸음에 보조를 맞추기로. 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좋은 풍광을 즐기러 왔다. 이렇게 한가하게 사진이나 찍으면서.
 
벽소령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5시간 거리라고 게시판에 적혀 있다. 내 걸음걸이로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셈(게시판에 기록된 평균 주행시간 곱하기 2/3하면 대략 맞는다).

시계의 기압계를 보니 기압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벽소령부터 장터목 대피소까지 꾸준히 오르막길이라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압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도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기압계의 기압 trend를 본 것이다.

해발 1500m에서 지오 포텐셜 고도는 850gpm인데 현재 GPS로 측정된 비교적 정확한 고도는 1620m(오차범위는 +-2m), 기압계에는 대략 820~830gpm쯤 나와야지 싶은데 현재 기압은 830hPa에서 815hPa로 팍 떨어졌다. 딱 비올 날씨 같다.  

지구과학은 상식 정도로만 알고 있어 정확하진 않다. 기압계는 기압차의 변화만으로 날씨 변화를 어설프게 예측할 때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 17만원이나 주고 산 비싼 시계는 조난 상황의 예보 이외의 고도계로는 그렇게 쓸모가 없다. GPS의 altimeter 역시 기압 변화에 따른 고도 변화를 출력해 주는데, 시계의 기압계로 계산된 고도와 GPS 기압계로 계산된 altimeter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고 GPS쪽이 훨씬 정밀하다. 뭐야 이 시계는?

카시오 솔라파워 나침반+기압계+고도계+온도계는 지금까지의 사용 경험상, 장난감 이상은 아닌 듯. 온도계는 체온의 영향으로 적어도 4-5도의 편차가 생긴다. 고도를 감안해서 현재 기온은 지상이 29C일 때 29-16x0.6 = 19.4C 정도가 나와야 하는데 24C가 나온다. 이 시계의 1년 누적 오차는 무려 5분 가까이나 된다. 50m 짜리 생활방수는 거진 헛소리에 가까웠다. 뭐 상당히 고가인 순토 시계도 그 지경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니 딱히 할 말 없다.

장터목까지 봉우리 다섯개를 넘어야 한다. 하여튼 쉬엄 쉬엄 사진 찍어가면서 천천히 걸었다. 어제 오늘 GPS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그러다가 버튼이 눌려 두 번이나 꺼졌다. 바지 주머니 말고 배낭 멜빵에 달아둬야 하지 싶다.
 
산길 사이로 살살 빗물이 떨어진다. 장터목까지 얼른 가야겠다.

능선 코스라고는 하지만 울창한 숲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 특별히 '전망좋은 곳(vista point)'라고 할만한 곳이 나타나지 않는 한 장쾌한 전망을 내내 즐기며 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리산길이 재밌지는 않다. 암릉이 적고 너덜 지대가 많아 발 밑을 조심해야 한다.
 

여행중 트래킹을 수십차례 하면서 1600m의 광경이 그게 그거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치 말레이지아 정글처럼 습하고(상대습도가 거의 87%) 소똥 냄새 비슷한 것이 난다. 말라죽은 주목과 바윗결에 낀 초록 이끼, 그리고 어두컴컴한 날씨에 간간이 비바람이 숲 사이로 불어와 등산객이 없는 길을 홀로 걸을 때는 괴괴한 기분까지 났다. 사실 나는 그런 귀신나올 것 같은 한적함을 몹시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종주 코스 트레일에서 내내 보게 되는 무성한 조릿대.


두번째 온 지리산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축축했다. 축축하고 울창하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다양한 식물군락으로 정신없이 복잡하다.

하늘에서는 끊임없이 헬기가 오락가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헬기는 바위 푸대를 나르고 있다. 비 때문에 산길이 자주 유실되어 암석으로 길을 다지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암석 길은 다 좋은데 오래 걸으면 무릎이 아프다. 저간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리산이나 북한산이나 폭신폭신한 흙길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섭섭하다.

남성적인 북한산과 달리 지리산은 비교적 여성적이다. 암릉도 적다. 하늘을 캐노피처럼 덮은 높다란 나무와 풀로 이루어진 다양한 식생대. 지리산이 백두대간의 마지막 결절로 기억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전망 좋은 곳에서 땀을 식히며 황씨가 오기를 기다렸다. 배낭 패킹이 엉망이지만 굳이 건드리지 않았다. 배낭을 자주 싸다보면 요령이 생길 것이다.

길이 비교적 평탄한데다 스틱의 도움으로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어 좋다. 이 좋은 스틱을 그 동안 왜 사용 안 했는지 모르겠다. 발이 둘 더 생겨 네 발 짐승처럼 걷는 것이 가능하다. 싸구려 스틱인지라(옥션에서 개당 6900원 주고 구입) 마무리가 좀 어설퍼서 카바이트 팁이 바위에 닿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나고 몸체가 부들부들 떨리는 단점이 있다. 좀 사용하니까 굳이 스틱의 사용법을 배우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스틱은 하중의 1/3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스틱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어제 본 풍경에서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하다. 외계인 엑소스켈리톤 갈빗대처럼 켜켜이 이어진 산과 골. 골짜기 마다 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 수백년, 수천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세석 산장을 지나치니 슬슬 천왕봉이 시야에 드러난다. 천왕봉 앞에는 널다란 고지 평원, 제석평전이 펼쳐져 있다. 십수년 전에 이것과 똑같은 광경을 빗속에서 우울하게 쳐다보았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심지어 비옷까지 입고 간간히 내리는 빗 속에서 GPS로 앞으로 가야할 길의 궤적을 평가하고 이 광경을 디지탈 카메라에 담으며 즐기고 있다, 는 것일께다. 피로하지도 않고, 다리 양쪽에 생채기 하나 없이 말끔하다.

1600~1700 고지 부근이라 간간이 평지가 드러났다. 드러난 평지엔 어김없이 꽃이 피어있고, 날씨가 맑으면 어김없이 벌떼가 앵앵거린다.


천왕봉이 조금씩, 꾸준히 가까워진다. 오른쪽에 나타났다가 왼쪽에 나타났다가 오락가락하면서.


마녀의 산발머리를 닮은... 남미에서 보던 세이버 나무처럼 생겼다. 죽었다.


이제 고개 하나만 넘으면 장터목 대피소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  사진 중앙에 등산객 둘이 앉아 식사 중인데 잘 안 보인다. 삼도봉에서 본 연인들 같다. 천왕봉에는 구름이 드리워져 비가 내리고 있는 듯 하다.

오후 12:00, 느적느적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 황씨는 20분 후에 도착. 빗발이 거세져서 김치국밥을 끓이다 말고 취사장으로 철수했다. 비를 피해 몰려온 사람들 때문에 금새 취사장이 꽉 찼다. 황씨는 천왕봉 생략하고 바로 내려갈지 묻는다. 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정상에 굳이 올라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리산 와서 천왕봉 안 올라가는 것만큼은 바보짓이다. 더더군다나 황씨는 지리산에 볼거리가 없다고 내내 투덜거렸다. 비가 내리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꼭대기에 가야겠다.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점심으로 김치국밥과 미트볼을 끓여먹고 남은 라면도 마저 끓여 먹었다.  짜다. 천왕봉에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로 마음 먹은 이상 식량을 남길 이유가 없다. 비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내려가는 길이 피곤하고 힘들어진다) 소주 반 병쯤 마셨다. 비가 잦아들었다. 기압 동향을 살펴보니 한 시간쯤 후에는 비가 그칠 것 같다. 배낭을 싸고 비옷을 입었다. 출발.


운무가 낮짝을 간지럽히는 제석평전을 지나친다. 난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찍어대며 룰루랄라 놀고 있지만(술도 한 잔 했겠다) 꾸역꾸역 따라오는 황씨는 힘겹고 피곤해 보인다. 어이 황씨 힘내라고.

 
제석평전의 늪지대? 언제 이런게 생겼지?


제석평전. 말은 룰루랄라 라지만 장터목 산장에서 천왕봉까지 300m를 꾸역꾸역 기어 올라가야 한다. 아침부터 다섯 시간을 걸어와서 밥 먹고 다시 한 시간을 걸어가려니 힘든 것은 당연하지.


제석평전을 지나 통천문으로 가는 길. 천왕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어떤 사람은 비옷을 입고, 어떤 사람은 고어텍스 오버 트라우저를 입고 있다. 고어 텍스 할아버지라도 하루 종일 폭우를 맞으면 방수성이 현저하게 저하된다. 그 때는 차라리 천 원짜리 얇은 비닐로 된 비옷이 더 낫다. 그러다보니 트래킹할 때 무거운 오버 트라우저 대신에 가벼운 비닐 비옷을 챙겼다. 몹시 폼이 안 난다는 문제가 있지만.


천왕봉 정상 부근에 이르자 비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


운무가 '춤추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었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네팔 같아 보이기도. 중간에 5000m 급 허연 영봉 하나만 버티고 있으면 이 광경은 네팔이 된다.


천왕봉 꼭대기. 1915m. 저 멀리 진주행 도로가 슬며시 보인다. 맑은 날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을까? 부산에서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시끌벅적하게 점심을 먹고 있다. 무척 맛있어 보인다.


장엄한 운무와 코딱지만한 인간. 동영상으로 찍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마음에만 담아두자. 바람이 휘휘 불고 온 천지가 안개와 구름에 휩싸여 있다.


인증샷. 육포를 안주 삼아 정상에서 소주 한 잔 해서 대략 알딸딸. 비도 그치고 끝까지 다와서 기쁘다. 황씨도 정상에 오른 보람을 느끼는 듯.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15:00가 다 되어서야 천왕봉에서 하산 시작. 증산리로 내려오는 길은 지루하다. 끝없는 돌계단과 미끄러운 바위 때문에 법제사를 지나 칼바위 부근에 다다랐을 때는 무릎이 슬슬 아파왔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열을 식혔다. 3일 동안 못했던 세수도 했다.

증산리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 막차 시간이 19:40이기 때문에 18:00까지는 하산해야 한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황씨에게 타이레놀 두 알을 주고 먹으라고 했다. 하산길에 무릎이 들쑤셔도 한 동안은 진통제 약빨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17:40에 증산리 안내소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앞으로 30분 거리. 증산리 안내소에서 15분쯤 걷자 막걸리 파는 집들이 나타났다. 황씨와 19:00까지 하산주를 마시다가 증산리 버스 정류장에서 19:40 진주행 막차를 타기로 했다.

딱히 고생한 것이 없는, 기분좋은 산행이다. 막걸리 두 항아리에 파전과 도토리묵으로 뱃속을 채우니 기분이 많이 묘하다. 술 마시면서 북알프스와 안나푸르나 서킷에 관해 얘기했다.

버스 타러 내려가는 길에 지나가던 택시가 두당 만 오천원에 진주까지 간다고 손짓했다. 무시했다. 그 차가 손님을 하나 태우더니 내려가는 길에 두당 만 원에 진주에서 원하는 곳 어디에든 모셔준다고 말했다. 버스로 1시간 30분 길이면 차비가 4-5천원은 될터이니, 괜찮은 조건이라 두 말 없이 택시에 탔다.

기사에게 괜찮은 횟집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본인도 처음 가 보는 식당에 데려다 주고 소개비 조로 식당으로부터 회밥을 얻어 먹는다. 식당 입구에 '모범음식점' 푯말이 붙어 있어 잔소리 안 하고 들어갔지만 황씨는 삐끼에게 당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열 아들딸 보다 잘 키운 삐끼 한 마리가 낫다는 속담이 있다. 회밥 얻어먹는 거야 우리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제값에 맛있고 싱싱하고 푸짐한 회를(스끼다시로 전복이 나오더라) 먹었으면 된거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진주 맛집'을 키워드로 찾아봤더니 '안타깝지만 진주에는 맛집이란 것이 없습니다'는 답글을 보고 황당했다.  맛집이라... 횟집은 강남의 망경식당, 중앙시장 인근의 천황식당에서는 육회 비빔밥을 팔고, 촉석루 부근에는 장어구이집들이 몰려있다는 정도만 알고 왔다. 사실 시간 여유가 좀 있으면 아예 부산이나 여수에 가서 진짜 회다운 회를 먹어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쨌든 회를 먹고 바에서 맥주 한 잔 했다. 황씨는 전화기를 꺼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술이 상당히 취한 상태라 걱정스러워 주변을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싶어 바에서 NGO 활동에 관심많은 젊은 처자와 노닥거리다가 소개받은 찜질방으로 향했다.

아침에 깨어 보니 골이 아프다. 어제 이것저것 술을 섞어 마셨더니 송곳으로 머리속을 들쑤시는 것 같다. 황씨와 연락이 닿아 육회비빔밥 먹으러 가다가 귀찮아서 포기하고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GPS가 있으니 느적느적 걸어 다리를 건넜다.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시켜먹었다. 경주에서 돼지국밥 먹었던 것만큼이나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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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식당에 배낭을 맡긴 다음 터미널에서 촉석루까지 강변도로를 따라 슬슬 걸어갔다. 카메라를 배낭에 놔두고 와, 항상 사진 찍으면 거지같은 기분이 드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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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마루에 앉아 있으니 시원하고 삼삼하다. 누워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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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강이 도시를 휘감아 도는 형태가 춘천과 비슷해서 언젠가는 한 번 들러보겠노라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도시가 예쁘다. 진주에서 30년 살았다는 택시 기사 말에 따르면 인구 33만인 진주에는 일제 시대에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재산을 챙긴 갑부들이 많단다. 논개가 왜구 수장을 죽인 애국충절의 고장에 친일파 갑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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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대상에 맞춰 2008년 다시 그렸다는 논개의 영정. 젊은 시절의  신사임당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신사임당이 멋내고 뽐내기 좋아했다면 논개와 달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촉석루 인근 어디를 둘러봐도 왜장을 껴안고 강에 뛰어들었을 때 왜장이 죽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런 의문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 누구나가 한 번씩은 품어 보지 않았을까? 왜장은 물에 빠져 죽은 것이 아니라 머리가 깨져서 죽었다... 또는 사시미로 밀었다...

9월 7일 진주의 한낮 기온은 32.7도. 아침 나절부터 푹푹 쪄대서 뙤약볕 아래 관광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 같아 11시 서울행 버스를 탔다.

황씨 덕택에 매우 만족스러운 산행이 되었다. 나 혼자 였다면, 지리산에 안 왔을 것이다. 다음에 또 오겠냐면, 글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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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갔던 지리산 종주 코스가 알고보니 화대종주였다. 화대종주=화엄사->대원사 종주. 무척 힘들고 엿같고, 추운데다 빗물이 넘쳐 계곡길이 물에 잠겨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트레킹을 했기 때문에 지리산 종주는 생각이 깊은 사나이들이나 즐기는 레포츠라고 생각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해야지 싶어 구글에서 '지리산 종주'로 검색해보니 71만개의 문서가 나왔다. 지금은 7살 먹은 아이도 다닌다. 사실 구글 검색하고 나서야 내가 갔던 길이 보였다. 당시에는 반야봉에 오르지 않았다. 반야봉이란게 있는 줄도 몰랐다. -_-
 
이번 지리산 산행은 십수 년 전 종주와 여러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  등산 스틱도 한 쌍 구입했다. 몇 주에 걸쳐 북한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부족한 체력을 보충했다. 35리터짜리 배낭도 샀다. 그때 산장 처마에서 간신히 비를 피하며  새벽이 오길 뜬 눈으로 기다리며 서성이던 것이 생각나 침낭 커버도 구입했다.

9월 5일 새벽 3:30 기차가 구례구역에 도착. 지리산행을 계획하는 많은 사람들이 구례구역에 내린다. 역 건너편에 성삼재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배낭을 버스 짐칸에 부리고 재빨리 올라탔다. 구례공영터미널에 일단 들렀다가 4:00에 성삼재로 출발한단다. 미처 구하지 못했던 헤드랜턴을 터미널에서 구입했다. 준비하지 못한 것들은 터미널에서 거의 모두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 상인들이 새벽부터 가게를 열어 놓았는데 없는게 없다.

담배 한 대 피우고 버스에 올랐다. 구례구역에서 구례공영터미널까지 버스 운임은 1000원. 10분 쯤 버스가 달려 3:40에 도착. 4:00에 터미널을 출발해서 화엄사를 거쳐 성삼재에 도착하니 4:30. 중간에 무슨 절에서 입장료 라고 몇 천원을 받는 것으로 아는데, 새벽이라서인지 매표소(?)를 그냥 통과한다. 버스는 성삼재까지 헤어핀을 포함한 구불구불한 길을 잘도 달린다. 듣자하니 두당 만원이면 1100m에 이르는 성삼재까지 곡예주행을 하는 롤러코스터 택시를 탈 수 있다나?


성삼재. 출발 직전. 날이 쌀쌀해서 오버 트라우저 대신 옥션에서 9900원 주고 산 바람막이 옷(단체 주문용?)을 입었다. 많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어시간 후면 빗물이 질질 새는 16만원짜리 고어텍스 오버 트라우저는 아까워서 안 산다)

오리온 별자리가 하늘에서 찬란하게 반짝인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별이 쏟아지는 새벽'이다. 짐 무게가 의외로 가볍다. 며칠 전 옥션에서 구입한 35리터 배낭에 짐을 담다가 동행하기로 한 황씨에게 짐 무게를 물어보니 14kg가 넘는단다. 황씨와 식량을 나눠 가져 가려고 했지만 무게가 그렇다니 하는 수 없이 새로 산 작은 배낭을 포기하고 오랫동안 배낭 여행을 할 때마다 들고 다니던 45리터 배낭을 꺼내 짐을 다시 쌌다. 오랫만에 그 배낭을 짊어지니 옛날 생각이 났다. 짐 무게는 약 14kg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짐이 가볍게 여겨진다.

여명 무렵 성삼재에 도착. 노고단 대피소까지 올라가는데 황씨가 배낭 무게가 부담스러워 헉헉 거린다. 짐을 좀 잘못 싼 것 같지만 본인이 알아서 하겠거니 싶어 내버려 뒀다.

노고단 도착. 황씨더러 수퍼에서 '씻어나온 쌀'을 사오랬더니 집에서 쌀을 씻어왔다. 12시간이 지난 쌀에서 쉰내가 난다. 이틀 동안 먹을 쌀인데 몇 시간 더 들고 다니면 다 쉴 것 같아 가지고 온 쌀 전부 미리 밥을 지었다. 한 끼는 아침으로 먹고 코펠 두 개에 나눠 두 차례에 걸쳐 밥을 지은 다음 내 배낭에 넣었다. 그러고보니 황씨는 산에서 캠핑 경험이 없다.

6:20. 산안개가 피어올라 여러 산을 포근히 감싼다. 지리산, 하면 항상 떠오르는 이런 류의 이미지는 대체로 신물나게 본 것이지만. 돼지령과 임걸령을 그냥 지나치고 임걸령 샘가에서 잠시 쉬며 간식꺼리로 가져온 건빵과 땅콩 캐러맬을 먹었다.

건빵의 열량은 100g당 125kcal, 땅콩 캐러맬은 100g당 400kcal, 스니커즈는 36g당 140kcal. 150g짜리 라면 하나가 520kcal니까 4개에 천원 주고 사 온 땅콩 캐러맬 한 봉지의 열량이나 3개에 천원하는 스니커즈 100g의 열량은 대단한 것이다. 지구력이 필요한 장기 산행에서 에너지 전환이 쉬운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아침밥을 챙겨 먹어도 격렬한 운동을 하면 약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이 지나면 절반 이상이 열량으로 소비되므로 중간중간 잊지 말고 꾸준히 먹어야 체력 손실과 저혈당에 따른 무력감을 방지할 수 있다. 해바라기씨, 육포 등 비상식과 행동식은 이것저것 준비해 두었지만 무게를 감안해 과일이나 오이 따위는 가져오지 않았다.


짐을 합쳐 14kg 짜리 배낭.  매트나 침낭커버, 스틱, 3일치 2인분 식량 따위 이번 산행을 위해 이것저것 산 것만 16만원 어치. 짐이란 자고로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은 거다. 매트는 폭이 워낙 커서 어깨 넓이 까지만 바닥을 커버할 수 있도록 잘라냈다. 의외로 짐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예전에 시간 관계상 그냥 지나쳐갔던 반야봉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나도 산에 오르는 아저씨들처럼 상하 등산복을 사서 갖춰 입었다. 색깔이 영 꽝이라 몰골이 동네 아저씨 같다. 그래도 속건성 섬유 재질이라 발수와 통풍이 우수하다. 진작부터 입을 껄. 이리 좋은 줄 몰랐네. 색깔이나 모양이 좀 개선된 것들이 있으면 여름에 면 티셔츠 대신에 입고다니면 좋을 것 같다.

반야봉 꼭대기 부근에서 수많은 벌들을 보았다. 그래서 지리산 꿀이 유명한가 보다. 벌들과 하는 짓이 비슷한 개미도 구경했다 -- 여왕 개미의 처녀 비행을 보았다. 오뉴월 다 지나고 갑자기 개미떼들이 새까맣게 대기를 뒤덮고 있어 얘들이 철 모르고 날뛰나 싶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무성한 조릿대와 잡목림 때문에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저 골짜기를 뚫고 지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멀리 보이는 저 마을까지 대략 15~20km는 될 것 같다. 족히 하루 이상 거리로, 그런 시도 자체가 엄두가 안 난다.

내년 여름엔 강원도 오지 탐방을 한 번 해볼까? 캠핑 기어를 갖추고 지도와 나침반에 의지해 오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이야 GPS가 보편화되었으니까(오늘 산행 중에 Garmin 60CSX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봤다) 오지 탐험이 예전처럼 궁상스럽고 처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그런 오지 탐험을 고생이 아닌 즐거움으로 바꾸려면 지형도가 있어야 한다. 어차피 길 따위는 없으니까.
 

저 멀리 천왕봉이 어렴풋이 보인다. 24km 남았다. 평지와 달라서, 정말 징하게 멀어 보인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지리산 능선길이 교묘하게 북쪽 사면을 따라 나 있어 햇볕이 많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모자 쓸 일이 별로 없다.


삼도봉 도착. 우연찮게 다람쥐가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올라가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하여 '지리'산이란다. 그래서인지 다람쥐 마저 똘똘해 보인다.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지만 지상과 달리 이곳 기온은 24도 안팎. 꽉 끼는 신발에 두꺼운 등산 양말을 신고 있으니 새끼 발가락이 끼어서 살살 아파온다. 이대로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짐 무게 때문에 황씨 표정이 좋지 않다.

오후 2시가 다 되어 간신히 연하천 대피소에서 도착했다. 아침에 한 밥을 인스탄트 육개장 국물에 말고 반찬으로 김치 꽁치 조림을 곁들였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지친 몸에 허겁지겁 탄수화물과 소금을 채워 넣었다. 캠핑은 꽤 오랫만이지만 해 보니 옛날에 혼자 돌아다니며 밥해 먹던 기억이 나서 잠시 목이 메였다. -_-

황씨가 많이 지쳐서 대피소 인근 숲 속에 짱박혀 매트 깔고 세속에 찌든 어리석은 몸을 뉘였다. 산새들이 짹짹 울고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맑은 햇살이 흘렀다. 시원한 바람이 지친 몸을 위무한다. 황씨는 금새 코를 골고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쉬다가 일어났다. 잠을 거의 못 잤지만 공기가 맑아서 인지 덜 피로하다. 새끼 발가락이 아파서 두꺼운 등산양말을 벗고 면으로 된 얇은 목양말을 신었다.

총각샘과 이름 없는 샘을 gps에 입력해 두었는데, 두 샘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기로 했다. 총각샘은 수량이 워낙 적은데다 주위 환경이 열악해 식수로 쓰기 부적합해 보인다. 아무튼 병목으로 물을 넣을 방법이 없다. 총각샘 찾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하마터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 했다. 두번째 샘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메다가 절벽을 만나 포기했다.  이래저래 쓸데없이 죽을 뻔하며 시간을 보낸 셈.


17:20 미리 숙박을 예약해 둔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오는데, 샘을 찾는다는 둥 쓸데없는 짓을 하고도 1시간 30분 만에 도착. 이 속도라면 지리산 종주를 20시간 이내에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25킬로미터 종주 코스 중 첫날 10.5km 가량 걸었다.

대피소에 워낙 사람들이 많아 탁자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배수로 부근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준비했다. 라면 두개에 남은 밥을 말아 먹었다. 스팸을 고추장 푼 물에 볶아 황씨가 준비해온 소주에 안주 삼아 먹었다. 점심과 마찬가지로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테이블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사람들을 부럽게 쳐다보았다. 우린 그냥 거지 같았다 -- 그 이유의 대부분이 내가 옛날 캠핑하고 돌아다닐 때 워낙 거지꼴로 다녀서 그런 것 같다.

18:00 예약 체크를 한다. 구석 자리를 배정받았다. 예약한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오지 않았거나, 벽소령을 통과하여 지나간 때문인지 자리가 많이 남아 대기자들이나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도 잠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18:30 좀 넘자 제법 공기가 쌀쌀해졌다. 19시 무렵에는 바깥 기온이 14도로 떨어졌다. 날이 흐려 침낭에 누운 채 별을 보며 잠들긴 글렀다. 비박하지 않고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20시부터 잠을 청했다. 황씨는 눕자 마자 곯아 떨어졌다. 그가 워낙 심하게 코를 골아서 귀마개를 빌려 귀를 틀어 막았음에도 0시 무렵까지 뒤척이다가 견디지 못해 침낭을 싸들고 침실을 빠져나와 휴게실에 자리를 피고 잠을 청했다.

어제 저녁 늦게 출발해 새벽 4시까지 기차 안에서 거의 못 자고 12시간을 내리 걸었으면 꽤 피곤할텐데 선잠이 잠깐 들다 말다를 반복했다.

지리산에서 찍은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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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일정 정리
  출발 도착 소요 목적지
2008-09-04 22:57 03:20   영등포->구례구역
2008-09-05 03:30 03:40 00:10 구례공영터미널
04:00 04:30 00:30 성삼재
04:35 05:35 01:00 노고단
07:00 07:34 00:34 돼지평전
07:34 08:19 00:45 임걸령 1320
08:28 08:42 00:14 임걸령 샘
08:42 09:21 00:39 노루목 1498
09:21 10:18 00:57 반야봉 왕복
10:33 10:50 00:17 삼도봉 1550
10:50 11:25 00:35 화개재
11:29 12:19 00:50 토끼봉 1534
12:24 13:46 01:22 명선봉
13:46 14:02 00:16 연하천 대피소
14:55 15:49 00:54 오침
15:49 17:21 01:32 벽소령
주행시간     09:55  
총 소여시간   12:46  
2008-09-06 06:00     기상
07:20 08:10 00:50 선비샘 1456
08:13 08:52 00:39 칠선봉 1563
08:52 09:58 01:06 영신봉 1651
09:58 10:11 00:13 세석산장
10:30 10:45 00:15 촛대봉 1703
10:45 11:40 00:55 연하봉 1730
11:40 11:58 00:18 장터목산장
13:34 13:54 00:20 제석봉 1806
13:54 14:11 00:17 통천문 1814
14:11 14:28 00:17 천왕봉 1915
14:54 15:19 00:25 개선문
15:19 15:51 00:32 법제사
15:51 16:44 00:53 개울가 쉼터
17:14 17:39 00:25 증산리 입산통제소
17:39 18:00 00:21 막걸리집
주행시간     07:46  
총 소여시간   10:40  
19:16 20:09 00:53 증산리->진주 택시
11:00 14:30 03:30 진주터미널->남부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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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코스 (12h4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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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코스(10h40m)

교통비: 54250원

  • 영등포->구례구역: 무궁화호 기차 20150원
  • 구례구역->구례공영터미널: 버스 1000원
  • 구례공영터미널->성삼재: 버스 3200원
  • 중산리->진주: 택시 두당 10000원
  • 진주->남서울 터미널: 우등버스 19900원

지리산 종주 코스 gtm file:



Google Earth용 사진 첨부 KML 파일:
 


블로그에 올린 올린 사진은 geo coding이 되어 있으므로 EXIF 정보에 GPS 좌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준비물

  • 기본 준비물: 배낭, 등산복, 바람막이옷(오버트라우저), 캠핑매트(발포 스트리폼), 침낭, 침낭커버, 스틱, 헤드랜턴, GPS, 코펠, 버너, 가스, 우비, 반장갑, 스포츠타월, 모자, 버프, 500ml 물병 2개, 칼
  • 식량: 즉석북어국, 즉석육개장, 스팸, 3분미트볼, 김치조림꽁치 통조림, 캔 김치 2개, 핫초코 8팩, 씻은 쌀(씻어나온 쌀), 라면 4개, 볶음 고추장 20g, 인스탄트 김치국밥 4개
  • 행동식&비상식: 보리건빵, 해바라기씨, 땅콩캐러맬, 스니커즈 3개, 육포
  • 기타: 3M 귀마개, 수면안대, 두루마리 화장지, 김장용 비닐 2m, wrap 비닐봉투(쓰레기 및 물건 수납용) 5장, 여벌 긴바지+상의, 양말, 타이레놀
지리산 탐방로 정보

화엄사 --7km(4h) --> 노고단(061-783-1507)
성삼재 -- 4.7km(1h) --> 노고단 -- 2.8km(1h15m) --> 피아골삼거리 -- 0.4km(5m) --> 임걸령 -- 1.3km(1h) --> 노루목[4.5km]
 
노루목 -- 1km, 1h --> 반야봉
노루목(4.5km) --1km, 20m --> 삼도봉[5.5km] -- 0.8km, 10m --> 화개재[6.3km]
 
화개재 -- 9.2km(4h) --> 반선
화개재 -- 1.2km(40m) --> 토끼봉[7.5km] -- 2.1km(1h) --> 연하천[10.5km](063-625-1586)
 
연하천  -- 2.1km(1h) --> 형제봉[12.6km] -- 1.5km(30m) --> 벽소령[14.1km](070-7506-7771)
 
벽소령 -- 6.7km(3h) --> 음정
벽소령 -- 6.8km(4h30m) --> 대성
벽소령 -- 6.3km(3h) --> 세석[20.4km](010-3346-1601)
 
세석 -- 6.5km(4h30m) --> 백무동
세석 -- 10km(6h) --> 청학동
세석 -- 3.4km(2h) --> 장터목[23.8km](010-2833-1915)
 
장터목 -- 5.8km(4h) --> 백무동
장터목 -- 1.7km(1h) --> 천왕봉[25.5km]
 
천왕봉 -- 2km(2h) --> 로타리 대피소(010-2851-1401) -- 3.4km(2h30m) -->중산리
천왕봉 -- 4km(3h) --> 치밭목[29.5km] -- 1.8km(40m) --> 삼거리 -- 4.4km(3h) --> 유평[35.7km] -- 1.5km(40m) --> 대원사[37.2km] -- 2km(50m) --> 유평탐방지원센터[39.2km]
 
* []안의 거리는 노고단 기점으로 누적거리
* 거리 및 ()안의 시간은 예상 소요 시간 (탐방로 구간 소요시간은 일반적인 평균치로 개인별, 기상별 여건에 따라 가감될 수 있음)
* ()안의 전화번호는 대피소(shelter)의 연락 전화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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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us operandi

잡기 2008. 8. 28. 19:33
2년 6개월을 사용한 예전 노트북을  들고 용산의 중고 매입상을 찾아가니 상태가 A+에 가까운 최상품이라고 칭찬하고 30만원을 결제해 주려고 했는데,  매장 직원이 LCD 표면의 실금을 발견했다. 도트가 망가진 것은 아니지만, 일전에 아이가 노트북 밟고 지나가다가 생긴 흠이다. 그 덕에 5만원 깎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25만원에 판매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치뤄야 할 댓가다.

보유 펀드의 대부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돈이 없고 해서 추불 기회를 번번이 놓쳤지만, 러시아 펀드 같은 경우에는 그저 '바빠서' 환매 타이밍을 놓쳤다. 매우 이상하게 바빠서 사무실에 진득히 앉아 일할 시간이 별로 없다.

이번주 금/토요일에는 사무실 이사, 그래서 지리산 트래킹은 9월 4일로 미뤘다. 근육을 풀어둬야 고생 안 할 것 같은데, 요즘 거의 운동할 시간이 없어 근육 상태가 많이 안 좋다. 정신 상태는 약 먹은 것처럼 약간 뿅 가 있고.

북한산 향로봉
8월 16일 뒷산에 마실 갔다. 약 2시간 트래킹. 향로봉에서 바라본 서울시 행정의 여러 실패작 중 하나인 은평 뉴타운 공사 현장.

8월 23일에는 애를 업고 잠깐 산에 올라갔다 왔다. 고지까지 대략 1km의 거리, 고저차는 300m 가량 / 평균 경사각은 17.5도.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애를 업고 올라가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다. 집에서 족두리봉까지 오르는 트래킹 코스는 경사가 좀 있는 구간에 속한다. 그보다 심한 트래킹 코스는 숨은벽에서 백운대까지 오르는 길로 평균 경사각 23.6도 -- 땀 한 바가지 분량.

24일에는 오랫만에 맛 좋고, 싸고, 영양가 풍부한 코다리찜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들고 산에 올랐다. 얼마나 빠른 시간 동안 익숙한 코스를 주파할 수 있을지 테스트해 볼 겸, 불광사에서 출발해 위문을 거쳐 숨은벽 능선까지 대략 26km를 가 보기로. 하지만 너무 늦게 출발한 탓에 위문에 다다를 무렵에는 어느덧 18시 가까이 되었다. GPS를 보니 해지는 시각이 19시 14분.  그래 벌써 가을이다.

위문에서 숨은벽 능선을 타고 밤골까지는 13km 정도로, 아무리 빨리 걸어도 3시간 이상 걸린다. 한밤중에 랜턴 하나 없이 그 아슬아슬한 능선을 타는 것은 정신나간 짓 같아, 아쉽지만 위문에서 북한산성 방면으로 내려왔다.

며칠 비가 와서 수량이 늘어난 계곡에 발 담그고 있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간혹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적없는 계곡에서 바라본 노을이 멋지다.

걸은 시간 3h22m + 식사 및 휴식시간 1h43m  = 5h. 13.1km를 걸었고 순 이동 평속 3.9kmh.  쉰 시간까지 합해 계산하면 13km/5h = 2.6kmh, 12시간 트래킹 한다고 가졍하면, 2.6kmh x 12h = 대략 31km를 걸을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늙고 다 썩어가는 근육으로도 하루면 노고단에서 천왕봉 종주(34km)가 가능하다. 그럴 리가 없지. 산지를 하루에 25km이상 가면 꽤 잘 돌아다니는 축에 낀다. 

지리산에 함께 가기로 한 황씨는 1박 2일이면 노고단-천왕봉 정도는 가능하다는데도, 수 개월간 산악 트래킹을 해 온 자기 몸이 미덥지 못한지 굳이 2박 3일로 가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극기훈련하러 산에 올라가는게 아니라 놀러가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노고단(1507m)에서 천왕봉(1914m)까지는 꾸준한 오르막길이다.  그 중 힘든 구간은 노고단에서 반야봉(1750m) 까지의 2.8km 구간. 그래봤자 평균 경사각 10도 내외이고, 구간 마지막 8km는 순전히 내리막길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다 고저차가 무려 700m에 이르는 북한산보다 고저차 400m 가량하는 지리산이 덜 빡세다. 어디까지나 노고단 출발일 때 얘기지만.

RD 잠뇌 조사실 2화 -- 주변 오타쿠들은 꼭 봐야할 훌륭한 애니의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주제가. 가사:

보이지 않는 라인으로 구분된 누더기투성이인 세계 지도
국경은 역사의 상처라서 낫게 할 약을 찾고 있어
머나먼 과거로부터 말없이 전해진 메시지
아아, 이 별을 계속 걸어 나가며 발자국조차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발자국조차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바람이 될 때까지

증세가 심할 때는 발자국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하루 평균 50km를 걸었다. 걷는 일은 괴롭고 고독하다. 나는 어쩌다 고통과 고독을 삶의 정수로 받아 들이게 되었을까? 다음에 걸을 때 무덤 파둣이 두개골을 파보자.

옛날 옛날에 불린쌀 한 봉지 들고 지리산 종주할 땐 구례역에서 천은사를 거쳐 성삼재까지  걷고 또 걸은 후 노고단까지 올라갔다. 구글 어스로 직선거리를 재보니 그것만 16km다. 밤마다 비 맞고 잠도 못 자고 덜덜 떨다가 근육이 뻑뻑하게 굳은 탓에, 혼자서 낙오된 빨지산처럼 매우 지랄같은 2박 3일을 보낸 기억이 난다. modus operandi: 그때는 루신의 소설에 나오는,  정신승리법으로 버틴 것 같다.

앞으로 1년 동안 머리칼에 잔뜩 섞인 흰머리들의 숫자를 오로지 의지만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자연스러운 세월의 과정에 굳이 개입하려 들지 않았다. 1년 후 흰머리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사실 그것들은 진정한 흰머리가 아니며, 여전히 검은 머리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자부하면 된다. 이렇듯이 정신승리법을 잘 활용하면 젊음의 끝없는 패퇴를 지연할 수 있다.

오랫만에 근육을 혹사했더니 미오신과 액틴이 타들어가 다리근육이 후끈거린다. 연서 시장에 들러 막걸리와 빈대떡을 시켜 먹었다. 4500원. 알딸딸하게 취하니 기분도 좋고 초가을 저녁 바람이 신선하다.

TEM을 이용한 냉각장치

펠티어-제백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15000원짜리 Thermoelectric module을 구입했다. P,N 접합 텔루오르화 금속 계열에 전압을 가하면 한 쪽은 뜨거워지고 한 쪽은 차가워진다. 온도차는 대략 70캘빈 정도 되는데 구입한 제품 규격을 살펴보니 12V, 4.6A의 전력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소비한다. 이론적으로 -20도 까지 온도를 떨굴 수 있을 것 같지만 열이 나는 쪽의 방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좌우되는 듯. 대략 -2도 정도까지 표면 온도를 낮추니 떨구어놓은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한다. 직원들이 그걸 보더니 신기해 하던데, 펠티어 소자는 실험실에서 쓰이는 소형 냉장고 따위에서 흔히 보던 것 아닐까 싶은데,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이어서인 듯.

CPU 냉각팬 대신에 TEM(주로 Thermoelectric cooler로 소개된다)을 끼우고 냉각효과를 측정해 보았다. 평소 idle시 CPU 온도가 35C 가량 나오는데, TEC를 장착하니 16도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프라임 테스트를 돌리자마자 60도 가까이 치솟았다 -- 원래 AMD 정품 쿨러와 같은 정도의 냉각효율을 보인다. 방열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CPU 냉각에 큰 효과가 없으면서 60W 이상의 전력을 먹는 듯. 뭐 CPU 냉각을 목적으로 실험한 것은 아니다. 15000원짜리 장난감일 뿐.

올봄에 1300원짜리 AVR을 사용하여 프로그래머들 상대로 몇 가지 제어 회로 실험을 하다가 일이 바빠서 중단했는데 내일쯤은 LCD 제어와 PWM 팬 컨트롤러를 만들어 보고 PWM으로 TEM을 제어하는 것과 온도 측정하는 것을 만들어볼 생각. 이들 실험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지만, 실은 순수한 호기심 충족과 취미활동이다.  매일 출장이라 사무실에 붙어 작업을 연속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짜투리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다가 이렇게 된 것.

16x2 Character LCD 실험

Character LCD 제어는 비교적 쉬워서 브레드보드에 회로 대충 꾸며서 2시간 정도 걸려 결과를 만들었다. 8비트 제어는 쉬웠고 4비트 제어에서 헤멨는데, 프로그램 코드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배선에서 실수가 있었다. 이걸로 뭘 하지? 특별히 응용해서 써 먹을 데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나면 zigbee로 Ubiquitos Sensor Network나 만들어볼까? 하루에 한두 시간씩 취미생활한다고 연구활동(?)을 하다 보면 언젠가 활로가 갑자기 확 나타나겠지. 내 직업도 내 취미생활 때문이고, 특정 방면에서만 집요한 호기심 때문이다. modus operandi: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정신승리법의 활용을 찾고 있는, micro management를 일삼는 control freak.


Generation Kill
Generation Kill.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Evan Wright의 이라크 참전 수기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이 장면의 상황에 해당하는 이라크 침공에 관한 기사를 운 좋게 찾아냈지만 다시 찾으려니 못 찾겠다. 보는 내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이 쩍 벌어지는 해병대의 삽질을 다룬다. Band of Brothers 이후 오랫만에 보는 흥미로운 전쟁 드라마.

Terry Pratchetts 원작. 영화 The Colour of Magic.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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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악

잡기 2008. 7. 31. 00:57
휴대폰 수리하러 A/S 센터에 찾아갔을 때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안내양 앞에서 당황했다.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휴대폰, 집과 사무실 컴퓨터의 아웃룩에 중복 저장되어 있어 안심이다. 만일에 대비해 인터넷에도 저장해 둬야겠다.

“주머니가 팍팍하다” 美 경기침체로 베니건스 파산신청 -- 나까지 거들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여자 친구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찾아가서 비싼 돈 들여 먹고는 얄팍한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왜 안 망하는 것일까? 그런 맛 없는 식당은 망하는게 자연의 섭리   아닐까? 혹시 그런 식당은 사회악이 아닐까? 아니면, 필요악일까?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부러 나가 주경복을 찍었으나 공정택이 되었다. 실은 그나마 공약같은 걸 내놓은 5번을 찍으려고 했다. 뭐 애 키우는데 비용 드는건 여전히 안 좋게 생각한다. 애가 바르게(?) 자라기 위해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량한 위선자들과 견해가 일부 다를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강남구의 부모들이 '솔직해서' 낫다. 솔직한 사람들을 북어처럼 두들겨 패서 그 신념을 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고, 교육 역시 정치 문제다 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6번을 찍었다. 논리가 매우 기괴하군 -_-

오이도
사진 찍으면 24개월 밖에 안 된 애가 다 자란 것처럼 보인다. 신묘하다. 아빠는 늘 도깨비처럼 나오고. 문맥을 통해 문형을 뉴런에 고착시키는 단계. 대사가 많지 않은 집안 분위기상 교육은 글렀다. 여자애들은 아주 일찍부터 고속 사회화되므로 언어능력은 그리 걱정할 것 없지만.  언어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아듣는 것'이지 싶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은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공평하게도, 나 역시 사람들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글일 때는 좀 형편이 낫지만.

오이도
지지난주엔 오이도에서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아내, 아이를 데리고 놀러가 본 적이 거의 없다. 바쁘기도 하지만 감당 안되는 애 때문에 어디 나가기가 겁난다. 

지난 주 토요일에 홍천 서면에 놀러 갔다. 전날 비로 그나마 맑아진 홍천강에서 죽은 물고기처럼 둥둥 떠내려가면서 새파란 하늘과 황금빛으로 물든 노을을 보았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하도 할 일이 없어 석회 동굴을 둘러보고 돌아와 튜브를 대여해 강을 하릴없이 둥둥 떠다니던 생각이 난다.  그 후, 몇 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강가에서 튜브를 빌려 떠내려가는 투어가 여러 지역에서 보편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tubing이라 부른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바베큐 파티를 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 진 다음 술기운으로 알딸딸해 진 상태로 다시 강에 들어가 둥둥 떠내려가며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물살 따라 잔자갈이 강바닥을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피라미들 지느러미가 물결에 스치는 소리마저 들린다. 술이 확 깼다. 도깨비꿈 꾸면서 덧없이 떠내려 가다가 보통은 죽는다.

어디 가서 소주를 네 병쯤 마시고 생뚱해진 심씨는 날더러 리스크 없는 평범한 삶을 집어치우기 위해 머리 염색하고 바람을 피우란다. 돌이켜보니 심씨는 인생을 뜻한 대로 살았다.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은 한, 뜻대로 살면 비용이 드는데, 심씨는 그리 큰 댓가를 치루지 않았다. 나는 갖은 악다구니(필요악과 불가피한 희생) 끝에 단조롭고 시시한 삶을 얻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천둥 번개와 비바람 속에서 흠뻑 젖은 채 좋아라 낄낄거리는, 여전히 그 본성이 반쯤은 미친 옛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내가 참 생각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구나 싶다. 나 역시 비바람을 좋아한다.

구질구질한 사이버펑크물에 대한 원시적인 혐오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였던(보면 볼수록 공각기동대와 비교 된다고 여겼던) RD잠뇌조사실을 공각기동대 팀이 만들었다길래 아연실색했다.

그래, 원하던게 RD 잠뇌 조사실의 그 방향이다. 디지타이즈된 미래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게 정상이니까. 또는, 메탈 속에서 의체가 떠돌아다닌다고 기계혐오주의자들의 어둡고 음산한 디스토피아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그들은 인간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고교생 자원 봉사자와 반신불수의 메탈 다이버, 그리고 무술로 사이보그를 이겨 보겠다고 안달하는 젊은 친구의 이야기는 참 현실적이다. 기분 나쁜 콧소리 내는 여고생 성우와 늘어지는 휴머니타리안 사이버펑크란 점을  빼고 아직까지 딱히 택 잡을 것 없이 그냥 즐겼다.

오시이 마모루가 만든, 현란한 공중전을 소재로 한 'The Sky Crawlers'가 8월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양반이 평소 밥벌이하던 사이버펑크를 때려치운 건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Jack Campbell의 Valiant를 읽었다. 초장부터 박력넘치는 우주전이 벌어진다. 캠벨의 전작과 달리 '내면의 고뇌'가 현저하게 줄었다. 무려 200여 페이지에 걸쳐 줄기차게 우주전만 나온다. 아쉽게도 앨리언스와 신디케이츠 사이의 백년 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외계인의 활약은 다음 권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 듯. 다음 권도 아니고 그 다음 권까지 밀릴 것 같다.

발리언트 다음 권에서는 하이퍼게이트를 제외한(응용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함대전의 타임랙 서술을 줄여 발리언트 전작의 지루함을 많이 제거했지만, 그래도 함대전 자체가 슬슬 지루해져 가고 적용가능한 전략/전술도 대충 다 나왔지 싶다. 그래서인지 발리언트의 마지막 전투는 기만과 트릭이 제거되어 나름 희생을 치른다. 캠벨이 용두사미 격으로 다음 권에서 캡틴 기어리 시리즈를 황급히 마감하지만 않았음 좋겠다. 여유가 생긴 건지, 자기 뜻대로 꾸준히 글 쓰는 캠벨이 기어리 함장의 입을 빌어 이런 농담도 한다; i will hit that station of yours so hard that the quarks making up its component atomic particles will never find their way back together.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지... 암.

발리언트 때문에 마일즈 보르코시건 2권 '보르 게임'의 우주전은 상대적으로 지루해 보인다. 이 개그물은 랜스를 끌어넣기 위해 근접 함대전을 무리하게 설명하고, 그 설명이란 것도 고작 단 한 페이지 분량, 나머지는 마일즈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운이 좋고 주둥이를 잘 놀리며 신밧드처럼 갖은 모험을 하는지 잡다한 설명을 늘어 놓기 바쁘다.

발리언트의 잭 기어리같은 한심한 캐릭터라이제이션과 비교해 그래도 혈관에 폐윤활유 비슷한 것이 흐르는 인물이 등장하는 보르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 속 인물에 대한 내 건조하고 무감동한 취향에 비추어볼 때 크게 흥미가 안 생긴다. 무엇 보다도 Alastair Reynolds를 비롯한 몇몇 현대작가들 덕분에 현대(?) 우주전에 관한 상상의 지평이 확 트이면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서브장르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다. 우주전이 스타워즈류의 날파리들 싸움과 전혀 다른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고, 반드시 감안해야 할 물리적 한계에 대한 고찰과 사고 실험의 융합이란 측면에서. 달리 말해, 몇몇 고어틱한 맛집에 길들여지다 보니 입맛이 아예 바뀐 것 같다.

다이디타운. 챈들러에 대한 오마쥬(또는 이 세상에 널린 그런 류의 온갖 잡동사니들)로 끝날 뻔한 하드보일드물이 무수한 SF 가젯으로 리뉴얼 색동 단장. 분위기 어둡고 오직 '인간이 희망'이라는 듯한 플롯에 마지막에는 대규모 몹씬 마저 등장하는 것이 한 시간 반 짜리 시간 때우기 적합한 영화로 만들만 하다. 또는 시나리오를 찾는 영화업자들에게 바칠 미끼였던가? 첫장부터 글빨이 불안해서 몰입이 안 되었지만 나머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잘 아는 세계 같다. 김씨 말로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었단다. 찾아본다는게 깜빡했군.

계집애들처럼 나 역시 연애와 로맨스를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퀸은 밥맛이지만
) 하드보일드를 좋아했다. 그것들은 소년 시절의 불가능한 연애를 나이든 늙은 놈에게 인간미로 치장해 연장하는 찌질스러움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하드보일드에 심취한 '우리'는 그래서 마초처럼 여자를 개무시하고, 떠난 아내의 대용품으로 또다른 아내를 만들지 않았으며, 수줍움을 감추기 위해 팜므파탈을 즐겨 찾는다. 사실 악녀처럼 부담이 적은 여자가 어디 있겠나? 그 반대편에는 악녀에게 성적 희열을 느끼는 변태의 드넓은 바다가 위험스럽게 넘실대긴 하지만. 하드보일드가 조금 더 진전되면 여성은 상징이 되고, 때로 페티시즘의 불명확한 표의가 되고, 양식화된 시니시즘이 된다(스타일과 취향이 된다). 생물로서의 여자는 진작에 사라진다. 사실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물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여자같은 거 필요 없어진다. 극중 이해를 돕기 위한 양념이지, 사건의 주요 배역 내지는 참고인이 되기에는 모자란 피와 살로 이루어진 홀론.

Pushing Daisies
Pushing Daisies.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훌륭. '척을 바라보는 파이 장수의 심정은 오직 백마 탄 왕자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Pushing Daisies
'지금 척의 심정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애교 있는 시니컬함이 곁들여진... 대사의 쫀득함과 주섬주섬 갖다 붙이기, 이거 어디서 많이 봤다 싶어 imdb를 검색해 보니 Dead like me 팀이다. 죽음에 대한 농담따먹기가 데드 라이크 미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Pushing Daisies
Pushing Daisies는 그래서 죽은 소녀가 자신을 연모하던 옆집 소년을 만나 결코 시들지 않는 조화(또는 산송장)처럼 살아가는 희극이다. 그런데 죽음과 여성 따위가 대상화 되는 것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것일까?

Survival: Fans vs Favorites
Survival Fans vs Favorites. 서바이버 전작에 등장한 유명한 악당들, 또는 팬들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을 끌어모아 서바이버 팬들과 한 판 붙는 리얼리티쇼. 서바이벌 1기에선 처음 쥐를 먹는 얘기가 나왔다. 오지를 접한 미국인들의 호들갑이 눈꼴 시려웠다면, 서바이버 시즌이 거듭 되면서 출연자들은 점점 강해졌다. 이 작자는 자기 팀을 배신하고 다른 팀에 붙었다가 쫓겨난다. Fans vs FAvorites 편에서는 게임 중 부상을 입고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퇴장.

Survival: Fans vs Favorites
적응과 꼼수의 달인. 난 이 여자가 아주 밥맛 떨어짐.

Survival: Fans vs Favorites
서바이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자' 타잎이 아닐까 싶다. 멕시칸 포토그래퍼. 그저 '너무 쎄다'는 이유로 여자들에게 배신당해 비참한 운명을 맞이 한다.

Survival: Fans vs Favorites
온갖 협잡으로 출중한 남자 넷을 골로 보내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Fans vs Favorites 편의 악녀들. 이중 한 여자가 백만달러를 손에 거머쥔다. 하나같이 정 떨어지지만 그 악착같은 생명력에는 박수를 쳐준다.

Bonekickers
고고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다길래 보게 된 Bonekickers. 시즌 첫 편에서 템플러 기사단의 유물을 다룬다. 하여튼 몇 편 볼 때까지 이렇다한 감흥을 남기기 어려움. 이건 왠 삽질이람?

Fringe Pilot
올해 가을에 나올 Fringe의 파일럿. 70년대 필링의 Pseudo Science를 소재로 한 듯. 많이 약함...

Fringe Pilot
Fringe의 분위기가 대충 이런데.. 미친 과학자(가운데)와 미친 과학자의 아들인 사기꾼. 시즌 프리미어부터 망가졌으니 super natural 꼴나지 싶다.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전투씬이 정신없음. 황제의 명을 받고 불사약 구하러 온 파란눈의 서양 로닌들이 활개치는 이야기.

스트레인저: 무황인담. 내용은 여늬 사무라이물처럼 재미없지만, 색깔이 예쁘다.

오센
오센. 영 작중 캐릭터와 안 맞는 것 같은 아오이 유우. 음식 잘하는 부잣집 딸내미가 태생적으로 지닐법한 프레스티지 오라빨이 약해 보임. 오히려 궁끼가 줄줄 흐른달까. 아오이 유우 때문에 드라마가 재미가 없었는데, 10편에서 흐지부지 끝내버리고 만 것 같다. 잘 했다. 더 볼 생각이 안 들었다.

정의의 아군
정의의 아군. 각본 쓴 작자가 한국인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인들 정서가 물씬 풍기는 느낌. 9월 중순쯤 미드가 쏟아져 나올 때까지 이런 드라마로 근근이 연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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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브류어리

잡기 2008. 7. 29. 20:38
매번 맥주 사먹기가 귀찮아 맥주 제조기를 알아봤다. 국내에서 수입/판매하는 것이 18만원 가량. beer mix 10리터 짜리가 2만6천원. 시중 유통되는 맥주의 단가는 2.15원/ml 정도. 즉 시중 유통맥주 10리터는 21500원 인데, 신선한 맥주를 자기가 부러 만들어(약 10일 걸림) 먹는데 드는 비용이 비싸고 귀찮고 손이 간다. 게다가 왠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제품이 야매스럽다. 그냥 맥주나 사다 먹자.

EBS 세계 테마 기행(EBS의 여럿 되는 개념 프로그램 중 하나)에서 인도네시아 얘기가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가겠다고(또는 가야만 한다고) 계획을 잡았던 생각이 났다. 또 7~8년(?) 전에 말레이지아 말라카에서 그놈에 벼룩에 물려 며칠 동안 고생하는 바람에 인도네시아행 배를 타지 못한 기억도 난다.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인도네시아 여행 루트는 이랬다; 자카르타->족자카르타->솔로->화산대->발리 섬. 보르네오, 수마트라를 아우르기엔 무리고 그래서 자바섬만이지만 상당히 재밌을 것 같은 코스.

세계 테마 기행에서는 보르부르드 유적지가 불교 유적이라고 나왔다. 인디아, 캄보디아, 미얀마, 타일랜드 등 모두 가봤으니(말이 불교 유적이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그냥 힌두사원이다) 이제 남은 곳은 거기 뿐이다. 무거운 역사 때문에 기분 상하는 돌무더기 유적지와 화산을 돌아다니다가 발리에서 푹 쉬는 썩 괜찮은 코스.

자전거가 맛이 가서 망연자실하다가 옥션 등지를 돌아다니며 자전거 가격을 알아보니 대략 34만원이면 27단 디스크 브레이크 달린 12.7kg짜리 자전거 구입이 가능하다. 올해는 휴가 때 인도네시아나 후쿠오카 자전거 일주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휴가갈 짬이 있으면 그렇다는 얘기다.

올초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약 7개월쯤? 새벽 2~3시에 잠들어 9시쯤 일어나니 머리가 텅 비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정상인의 수면시간은 보통 5~6시간 정도로 알고 있는데, 나는 잠을 덜 자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

그런데 지병인 두통이 사라진 것이 신기하달까? 그간의 생활을 반추해 보니 그 동안 책을 읽지 않았고 체스로 치자면 세 수 앞 정도를 보는 복잡한 생각을 거의 안 한 탓인 듯. 하여튼 잠을 못 자니 술 먹다가 졸기도 하고 자전거 4-5시간 타면 피곤해서 눈꺼풀이 떨린다.

이제는 뭘 봤는지 기억이 가물거려서 엑셀 시트로 지금까지 몇 기 몇 편까지 봤는지를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를 정도로 미국 드라마/일본 드라마를 많이 봤다. 대략 100여편이 넘었다. 드라마는 식상해져 hell's kitchen과 survivor를 보기 시작.

우연히 survivor china편과 cook island편 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쿡 아일랜드에서 권율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우승을 한다. 한국계가 우승 후보로 두 명이나 올라갔다. 권율은 무슨 경영 컨설턴트 였고 다른 한국 여자는 변호사였다. 둘은 만나자 마자 동생, 오빠로 끝장을 볼 때까지 같이 가기로 한다. 여자는 무능하지만 권율이 워낙 유능해서 최종 경쟁자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들의 최종 경쟁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멕시칸 친구였다. 권율이 우승한 것은 그의 정치적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 비단 미국계 한국인이 우승한 것만이 아니라 쿡 아일랜드 편이 워낙 드라마틱해서 재밌게 봤다.

서바이버에서 최종 우승자가 되는 것은 단순히 실력과 재능, 사회 적응력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출연자들은 tribe merge 이후 대단히 야비해져서 약자 연대와 박쥐같은 casting vote, 그리고 자기가 밟고 올라가서 judge가 되는 사람들의 평가 따위가 합쳐져서 혼란스러운 평가가 이루어진다. 연대를 이루지 않으면 개개인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찌질이 연대가 합심해서 떨구기 일쑤다.

헬스 키친: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전설적인 영국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미국에 건너와 TV 쇼를 할 목적으로 요리사 열댓 명을 모아놓고 평균 30초마다 그들의 무능에 욕설을 퍼부어 끝까지 살아남는 요리사 한 명에게 음식점을 주는 프로그램. 요리사에게만 욕하고 음식을 그들의 얼굴에 집어던지는게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욕한다. 일관성이 있다. 보다가 좀 질리긴 하지만 정 볼게 없을 때 마져 봐야겠다.

The Man From Earth -- 참 싸게 만든 SF... 랄 것도 없는 드라마. 자신이 1만4천년 전부터 생존해 온 크로마뇽인이라고 주장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라기 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드라마. 고흐와 친구, 부처와 잘 아는 사이. 내키지 않는 듯 자신이 이에수스임을 밝히는 대목에서 킥킥 거렸다. 종말전 십억년이 딱 이 분위기였다. 불필요한 마지막 반전을 없애고(그래서 뭘 어쨌다는 거야?) 좀 더 현학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사가 많았더라면 '볼만한 SF'라고 했을 것이다. 1만 4천년 동안 살면서 폐렴과 흑사병, 뉴턴과 마녀 사냥과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온 친구가 지적 열정을 잃어버린, 남은게 건조한 노스텔지아 밖에 없는 수준 이하의 닭대가리라서 실망스럽다.

어딘가 면접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는단다. 저 혼자 잘나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운 것만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을 통해 이룬 성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고,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탓할 핑계꺼리를 찾기 때문이라나? 작년 까지만 해도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각종 경품 당첨) 올해 들어서는 그렇지 않았다. 올해 들어 뜯어진 신발 두 켤레와 망가진 노트북, 망가진 자전거, 엊그제는 소울이가 안경 다리를 부러뜨렸고, 그리고 어제는 심지어 휴대폰까지 망가졌다.

하여튼 운이 나쁜 건 내 탓이 아니다. 서바이버로 치자면 각종 찌질이들의 연대 투쟁에 하루 평균 5-6시간 밖에 못자서 두어수 앞을 대비할 정신적 여유 없이 사정없이 깨지는 상황인 것이다.

휴대폰 SPH-M4650에서 어떤 파일을 지운 후 active sync가 되지 않았다. 하드 리셋을 하고 백업받은 것을 덮어씌우자 액티브싱크가 된다. 이 김에 오랫 동안 미루었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삼성 사이트에서 MITs Upgrade software를 다운받아 설치하려니 winusb.dll 파일이 없다거나, 모델 이름을 읽지 못한다는 에러나 나왔다.

웹을 뒤져보니 M480용 MITs upgrade는 그런 문제가 없다길래 그걸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다가(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휴대폰이 맛이 갔다.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 30분 정도 A/S를 받았다. 다시 백업받은 파일을 덮어 씌워 정상 복귀했다.

업그레이드 이후 배터리 사용시간이 줄었네, 늘었네, 이전과 같아졌네 하는 말들이 많은데, 그렇듯이, LG 냉장고가 좋다는 입소문으로 LG 냉장고를 사는 아줌마들과 차이가 없는 사용자 평가를 보면 데이터가 없어서 항상 짜증이 난다. '배터리가 한 3일쯤 가는 것 같아요' 같은... 무의미한 내용.

보르 게임을 3/5쯤 읽었다. 개그SF에 차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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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재구입

잡기 2008. 7. 17. 20:14
Stargate Continuam: 언제 봐도 내용 없고 생각 없고 재미도 없는 SF 드라마인데 이런 것도 영화로 만든다. 영화를 참 거지 같이 만들어 놓았다.

수 개월간 책에서 손을 떼고 지냈더니 머리에 세상의 온갖 똥이 차고 넘친다.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불합리한 세상에서 대다수의 남자는 불합리함을 참고 견딜 줄 안다. 숙고할 가치가 있는 데이터는 극히 적고, 그 대부분은 땀과 눈물 없이 얻기 힘든 탓도 있다. 그리고 각자의 담력에 따라 그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제한적 합리성이 적용되는 엉성한 시스템으로 개선하거나,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그저 짜증이 나서 펀치를 날리기도 한다. 대부분은 쥐새끼처럼 비겁하게 산다.

대다수의 어른은 (어른인 척 하는 것들은) 죽을 때까지 아이로 남는다. 그러고 싶어한다. 아이는 아이와 만나고, 패거리를 만들어낸다. 아이 패거리 내부와 외부에서 인과와 역학이 발생한다. 바퀴벌레처럼 떼를 지어 사는 인간이 여기저기 똥을 싸며 질병을 옮는 도시 바퀴벌레보다 나은 점이 그래서 별로 없다. 비관적으로 봐서 그런가? 하여튼 떼를 지어 사는 인간 사이의 역학 관계가 지닌 예술, 내지는 최고의 정치적 역량은 맹렬한 투쟁과 희생 끝에 얻어지는 화유의 기술이다. 방법이나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같지만, 강퍅하게 살아온 탓인지 애들이 싸움을 일체 모르고 자라면서 주접처럼 떠들어대는 평화 어쩌구 하는 꼴사나움을 별로 즐기지 않았다.

비오는 저번주 토요일 저녁,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엘리를 만났다. 내가 술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한적한 섬에서 레게 바를 만들게 되면 막걸리 칵테일을 만들어서 팔 꺼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제조방법이 간단하면서 적당히 이것 저것 섞으면 막걸리같지 않은 칵테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엘리는 블루 그라스가 합법이라고 말한다. 법 자체가 없으니 불법이고 나발이고 없단다. 난 레게바에서 죈종일 밥 말리 틀어 놓고 막걸리 칵테일에 파전을 팔고 싶을 뿐이다.

대다수의 성질 더러운 예술가들처럼 엘리도 괜찮은 여자가 아예 없을까? 내가 옛날 옛적 성질 더러운 예술가처럼 꼴사나운 몰골로 돌아다닐 때 여자들이 꼬이긴 했지만, 그 여자들에게 나는 스바로프스키의 새 크리스털 컬렉션처럼 별나고 신기한 아이템에 불과했다. 반짝이는 돌덩이도 되지 못해 궁상을 떠는 작자들보다 사정이 다소 나았겠지만 잘 배운 원숭이가 재주넘길 기대하며 눈알을 반짝이는 여자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아마 엘리도 나처럼 정나미가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처럼 사랑과 섹스에 관심이 없는 나머지 어린 나이에 여자에게 흥미를 잃어) 수도승처럼 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썩 괜찮은 여자는 없어 보이지만 엘리는 요가하고 피리 불고 풍등 띄우고 UFO를 기다리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잘 지냈다. 내 착각인지, 난 많이 변했는데 엘리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A/S 때문에 용산으로 아침마다 출근한 지 사흘 만에 Anynote PAQ4500 T83K를 반품했다. 뭐, 몹시 안 좋은 키보드와 심한 발열, 그리고 낮은 해상도 때문에 반품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A/S 기사가 두 말없이 기계를 받아준다. 그러면서 중국제에 뭘 바라겠어요 하는 투의 말을 한다.
 
HDD만 교체한 예전 노트북을 그대로 쓰기도 뭣해서 다른 노트북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숨 한 번 쉬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노트북이 14인치 짜리인 줄 알았는데, 15인치 짜리였다. 게다가 무게가 무려 2.64kg나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2.2kg짜리 Anynote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1280x800이란 애들 장난감 같은 낯간지러운 해상도는 접어버리고 15인치 노트북 중에 광활한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노트북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울러 무게는 3kg 미만이면 아무 거나 괜찮다. 내 HP 노트북에 GPS 리시버(220g)을 더하면 보통 2.9kg 가량의 노트북 무게와 같아진다. 2.64kg짜리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이나 2.9kg짜리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에 별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늘 그렇고 들고 다녔다. 하여튼 무게는 신경 안 쓰기로.
 
다음은 CPU, 45nm High-K 공정으로 발열을 줄이고 성능을 높였다는 인텔의 Penryn 프로세서군은 어쩐지 특징이 없어 보이는 CPU다. 같은 2.4GHz 클럭인 T8300과 T7700 사이에 속도 차이가 별로 없다. 실수 연산 유닛의 속도가 좀 더 빨라졌고 펜린 프로세서 쪽이 좀 더 저전압을 사용하나, 실제 노트북에서 CPU보다는 LCD 쪽이 전력 사용량에 영향을 더 많이 끼친다. 정확치는 않지만 간단히 계산해 보면 Merom CPU와 Penryn CPU의 전력량 차이는 3~4w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시간으로 따지면 10~20분 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런데 high-K를 사용하여 게이트 누설 전류를 줄이면서 열로 손실되는 전력을 줄였다는 펜린 프로세서 노트북들이 전반적으로 뜨겁다. 용산 매장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노트북들을 만져보면서 느낀 점이다. 어쩌면 펜린 프로세서의 저전력 저발열 특성 때문에 노트북 메이커 측에서 발열 대책을 덜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적절한 기술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지만, 펜린 프로세서에 별다른 장점을 느끼지 못했다.
 
펜린의 2.5GHz CPU는 45nm 공정 덕에 칩 공간이 널널해지면서 2차 cache memory를 6MB까지 올려놓았다. 고용량 2차 cache memory가 실제 application 환경에서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글쎄... 별로 없다. application의 크기가 늘어나면서 캐시 히트율이 많이 감소했고, Super PI 등의 캐시 히트율이 유난히 높은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뿐.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센트리노2 몬테비나 플랫폼 기반의 노트북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왔다. 제대로 막말 하자면 펜린 프로세서군은 별 특징 없는(개떡같은) 제품이다. 메롬과 몬테비나 플랫폼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단계에서 인텔이 마케팅 수단 또는 테스트베드 또는 갭 필러로 내보낸 CPU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 걔들 자주 그랬다.
 
하여 Penryn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구매할 노트북을 Merom까지 확장하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15인치, 무게는 신경 안 쓰기로 하자 쓸만한 노트북이 몇몇 눈에 띄었다. 그중 Lenovo의 노트북이 유난히 마음에 들었다. 일단 노트북 전체를 감싸는 케이지 시스템으로 내충격성을 강화했고 키보드야 IBM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으며, 아울러 키보드에 물을 흘려도 그것을 발수하는 희안한 설계다. 용산 매장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노트북 후보들을 검토해 본 결과 레노보의 노트북이 발열이 가장 적었는데, 레노보의 R61 시리즈가 이중 냉각핀을 도입한 훌륭한 냉각팬 시스템 덕택에 저발열과 정숙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HDD 용량은 어차피 신경쓰지 않았다. 2-3일간 조사 및 실사를 마치고 2.9kg짜리 15인치 Lenovo Thinkpad R61 8918-A17을 골랐다.
 
* 지문 인식 시스템은 아이가 컴퓨터를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저번 노트북 HDD가 날아간 이유는 아이가 노트북의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걸 즐겨서 인 듯)
* 발수 시스템은 아이가 컴퓨터 키보드에 물을 흘려도 안전하다. (우유 쏟은 적 있음)
* 튼튼한 케이지는 아이의 몸무게가 늘어도 안전하다 (저번 노트북을 바닥에 내려 놓으면 아이가 발로 밟고 올라서곤 했다)

적어놓고 보니 어째 아이가 적이 된 것 같다.

 
스펙:
 
CPU: Intel Core 2 Duo T7700, 2400 MHz (12 x 200) 
Chipset: Intel Crestline-PM PM965 
Memory: 2048 MB (DDR2 SDRAM 667Mhz PC5300 1GB x 2) 
Video: NVIDIA Quadro NVS 140M
LCD: LG Philips LP154W02-TL06 [15.4" LCD]  1680x1050
Battery: 10.8V, 4800mAH
Audio: Analog Devices AD1984 @ Intel 82801HBM ICH8M - HD Audio Controller 
Modem: ThinkPad Modem 
LAN: Intel(R) 82566MC Gigabit Network Connection 
Wireless LAN: Intel(R) WiFi Link 4965AGN
CD/DVD: MATSHITA DVD-RAM UJ-850 z 
기타: Bluetooth 2.0 EDR, 지문인식기, 웹캠, USB 3 port, S-VHS, SD/Memory Stick Reader, IEEE1394
 
노트북에는 Vista Home이 미리 설치되어 있었다. Windows XP SP3 (snoopy) 버전으로 미련없이 밀어버렸다. 설치 후 드라이버 셋업하는데 좀 헤멨다. 레노버의 System Update 는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드라이버를 인터넷으로 모두 다운받아야 한다. 심지어 드라이버 CD도 제공하지 않았다. 택배로 온 노트북에는 배터리, 어댑터, 노트북 본체, 간단한 매뉴얼이 전부. 제대로 된 매뉴얼을 보려면 Access Help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키보드를 두들겨보니 이게 몇 년만인가 싶을 정도로 키감에 감동. 용산의 노트북 매장에서 키보드를 안 두들겨 본 노트북이 없는데, 역시 IBM 아니, 레노보다.
Lenovo 8918-A17
나사 다섯 개만 돌리면 아주 쉽게 상판을 들어내 마그네슘 케이지를 볼 수 있다.
 
Lenovo 8918-A17
CPU 및 GPU 냉각팬 시스템.  중앙 윗쪽에 4965AGN 무선랜 카드, 그 왼쪽이 블루투스, 아래가 백업 배터리, 백어 배터리 아래 2GB DDR2 SDRAM 2개. 4965 AGN 무선랜은 기존의 801.11g만 지원하던 HP 노트북에 비해 수신율이 2배 이상 높아졌다. 레노버 노트북은 안테나를 제대로 달아놓아 동종 펜린 노트북 중 같은 무선랜 카드를 사용하는 노트북보다 수신율이 높은 편이다. -- 사무실에서 여러 노트북으로 수신율 비교해 봤다.

Lenovo 8918-A17
1680x1050의 방대한 스크린. nVidia Quadro NVS140이 AMD HD2400보다는 3DMark06 점수가 떨어지지만 Intel GMA X3100보다는 2배 이상 낫고, 왠만큼은 3D 게임은 돌아간다.
 
설치하면서 이것 저것 뜯어서 살펴보고 113만5천원 주고 산 노트북에 상당히 만족했다:

튼튼하다.
조용하다.
발열이 적다.
키보드가 좋다.
해상도가 높다.
CPU나 3D, DVD, HDD등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보기 드물게, 내가 원하던 사항들 모두 충족. 이래서 노트북 살때는 신중하게 알아보고 사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트북 산지 3일도 안되어 몬테비노 플랫폼이 출시된 걸 보면 나도 참 운이 없다. 나보다 더 운이 없는 사람은 사무실 동료 중 어제 펜린 노트북을 산 사람이다.

모니터 상단에 웹캠이 달려 있어 여기저기 동료들과 NateOn으로 화상대화를 시도해 봤다. 흥미롭게도 네이트온 화상대화 플러그인은 H.264 포맷으로 화상을 전송하면서 4명까지 동시에 대화가 가능하다. 언제 이런 걸 지원했지?

일단 설치를 어떻게 끝내고 나서 원래 있던 HDD를 빼고 16GB 짜리 SSD를 달았다. 남들 말로는 16GB가지고 윈도우즈 깔아 뭘 할 수 있겠냐고 하지만 나는 MS Office와 Visual Studio .net 2005 따위 무거운 것들을 비롯한 여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그러고도 6GB 가량을 남겨 잘만 쓸 수 있다. 최근 작업 소스는 다 합쳐봤자 1.7GB 분량, 컴파일해서 바이너리 만들어 봤자 5GB가 안되고 그나마 그것들 모두 NTFS 압축 디렉토리로 사용하니까.
 
다음은 하면 할수록 피곤하고 밥맛 떨어지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전력 제어에 착수. 일단 레노버에서 제공하는 Power Manager를 사용해 봤다. 그럭저럭. CPU 전압 및 배속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없다. Notebook Hardware Control(일명 NHC)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RMClock 2.3.5 버전을 다운받아 셋업. 최대 사용시간 예상:
 
LCD Brightness: 최고 밝기에서 2단계 다운
Core Clock: 200Mhz x 6 = 1.2GHz
Core Voltage: 0.962v
Discharge Rate: 16878mW (3h5m) -> 따라서, 대략 2h30m 정도의 일반적인 사용
 
프라임 테스트에서 안 뒈지며 작동하는 최저 전압을 찾아 RMClock 2.3.5를 셋업했다.
 
AC Power: performance on demand (6x,8x,10x)
Battry: performance on demand (6x,7x,9x)
 
Clock / Voltage Setup:
 
6x 0.9625v
7x 0.9875v
8x 1.0125v
9x 1.0375v
10x 1.075v
11x 1.1v
12x 1.125v
 
다음 셋업할 때 기억날 리 없으니, RMClock 2.3.5 세팅을 기록해 둔다.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만, RMClock을 사용한 후로 CPU 온도가 40도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배속이나 전압 세팅은 제대로 되었는데 왜 이러지? 어떻게 공회전하는 시스템의 온도가 48도씩이나 나올까? RMClock이 가끔 다운되는 현상도 벌어진다. 다시 레노버의 Power Manager로 복귀. 괜한 짓으로 시간 낭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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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구입, A/S

잡기 2008. 7. 9. 01:20
이유 모를 이임식... "자립도 1위로 키웠는데...", ‘핵융합’도 이명박정권 ‘코드인사’로 무너지나 -- '조금 잘못 생각하시는 분들' 때문에 KSTAR 기관장이 잘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펼쳐진 장대한 시산혈해야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 가고 있지만, '조금 잘못 생각하시는' 골 빈 아저씨가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여전히 두렵다.

뛰어난 정치가가 없었던 한국이 이만큼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은 국민 개개인의 수준이 생각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치적 수준은 낮지 않지 않지만, 뭐, 높지도 않다.

회사 직원의 노트북 배터리가 어댑터를 빼면 5분도 안 간다는 소리를 듣고 알려준 것:

배터리 캘리브레이션 -- 배터리 충전량 인식 잘못하는 것을 바로잡음.

1. 완전 충전
2. 2시간 이상 어댑터 연결
3. 어댑터 빼고 배터리 모드로 계속 사용 (저절로 셧 다운될 때까지)
4. 그 상태로 5시간 이상 방치
5. 어댑터 연결 후 완전 충전.

리튬 이온 배터리는 중간 정도의 충전 영역에서 자주 충방전 시키는 것이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는 비결.

훈훈한 사이버펑크물인 RD 잠뇌 조사실의 배경은 사이판 마나가하섬이란다.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사이판에서도 한인 업소를 통한 투어는 80-90$ 가량 하는데 알아서 하는 투어는 $20. 아... 열대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고 싶다.

Battlestar Galatica Season 4 Final
BSG는 드디어 지구에 도착. 참나원...

Odyssey 5
최근 시작한 Odyssey 5는 첫 화부터 지구가 작살난다. 재미 없어 보임.

철완버디 Decode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철완버디 Decode' 제 1화. 간만에 즐겨볼만한 애니가 나타난 것일까? 스토리는 어째 아닌 것 같지만 작화빨로 즐겼다.

Soul Eater도 최근 보기 시작.

20면상의 딸. 나름 지루해서 소개는 생략. 그외 안봐도 괜찮은 다수의 애니는 개무시.

노트북 HDD가 지난 주 금요일 아침 갑자기 맛이 갔다. 지하철 타고 가면서 코딩 중이었는데 HDD가 날아가는 바람에 2일분의 소스를 날렸다. 복구하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으나 HDD의 물리적 에러. 이 김에 노트북을 새로 사자고 마음 먹고 금요일 저녁에 노트북을 주문했다.

월요일 출장 가기 때문에 노트북이 필요하다. 토요일 아침에 노트북 구매한 업체에 연락해서 용산에서 물건을 찾아갈 수 없겠냐고 물으니 자기네는 택배만 한단다. 월요일 오후에 배달된단다. 나름대로 우습군.

사무실로 돌아와 원래 노트북의 HDD 복구는 포기하고 Low Level Format 시도했으나 그것도 실패. 오후 3시. 황급히 용산 상점에 전화해 2.5인치 HDD를 결제해 놓고 오후 4시 부슬비를 맞으며 용산에 도착해 HDD를 찾아왔다. 삼성 2.5인치 EIDE 80GB 47500원. 속은 쓰리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노트북을 뜯어 새로 산 HDD를 장착하고 windows XP SP3 설치를 시작했다. 집에 도찰할 무렵 설치가 대충 마무리 되었다. 몇 년 전에는 정말 이런 식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길에서 셋업하고 길에서 코딩하고 길에서 PT를 작성해서 10분 전에 준비하는 것. 늙으니까 그게 하나도 재미가 없다. 토요일 저녁 내내 여러 가지 툴들을 설치하고 일단 작업은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한숨 푹.

월요일 출장 갔다가 밤 늦게 집에 돌아오니 구입한 노트북이 도착해 있다. 금요일 저녁에 한 시간 동안 쇼핑하고 별 생각없이 구입한 것이다. 일단 CPU는 Penryn이어야 하고 4965AGN을 사용하므로 소위 Santa Rosa RF를 만족하는 규격을 추려보니 시장에 의외로 많은 제품이 나와 있었다.

해상도는 적당히 포기하고 무조건 저가에 고성능을 고르니 한성 컴퓨터의 Hasee Anynote PAQ4500 T83K로 결정. 81만원 짜리 2.4GHz 펜린 노트북. 리뷰, 평가 따위를 뒤져봤으나 거의 악평 일색. 특히 키보드 이격 문제가 심각하다나? 하여튼 새벽 3시까지 셋업.

PAQ4500 T83K의 키보드는 최악이다. 양쪽 손을 얹은 키보드 양단이 살짝 들려 있어 출렁거리는데다 싸구려 맴브레인 키캡을 사용해서인지 타격감이 형편없다. 터치패드의 마우스 버튼은 1mm쯤 들어가 있어 타이핑 중 클릭이 좀 힘들고, 터치 패드 위치도 왼쪽으로 1cm쯤 쏠려 있어 툭하면 터치패드 스크롤 영역을 건드리게 된다. 터치 패드 자체도 이상한 문제가 있어 마우스 커서가 갑자기 건너 뛰는 현상이 발생.

화요일 아침 출근길에 용산에 들렀다. 구입 하루 만에 A/S를 받는 제품이 되겠다. 직원에게 설명을 해 주니 이 모델군의 키보드가 모두 그 문제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중국에서 만든 게 어디가겠냐고 말한다(당신도 싼 맛에 이거 산거 아니오? 라는...). 터치패드는 분해 교체가 불가능해서 노트북을 교환했다. 터치 패드 버튼은 도저히 답이 안 나오고, 키보드는 하판에 양면 테잎을 발라 고정시켰다(아주 익숙한 듯). 직원 말로는 외장 마우스/키보드를 사용하는게 속 편하단다.  -_- 터치 패드의 스크롤 영역을 비활성화시키니 그나마 좀 나아졌다.

사무실 출근길에 새 노트북으로 코딩을 해 보았으나 타이핑 실수가 엄청나다. 이 거지같은 키보드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듯. 그러다가 살짝 노트북을 당겼는데 갑자기 전원이 꺼졌다. 뒷판을 살펴보니 배터리 고정쇠가 헐겁다. 얼씨구?  배터리와 본체 사이가 1mm쯤 이격이 있어 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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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테스트 해 보고 싶은게 있어 HDD를 떼고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SSD 16GB를 장착하느라 뒷판을 뜯다가 쿨러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뒷판을 모두 들어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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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팜 레스트가 뜨끈뜨끈하다 싶더만... 이렇게 허접하게 생긴 쿨러는 처음 본다. 저게 쿨링이 제대로 되긴 하는 걸까? 아울러 보드 자체가 참 싸구려틱해 보인다.

SSD에 Windows XP를 새로 설치하고 서너시간 삽질한 다음, 정체불명의 고주파음이 나는지 다시 점검. HDD 였을 때는 HDD 탓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알 수 없었다. SSD를 달자 고주파음이 확연히 들렸다. CPU 전원 레귤레이션 부분에서 나는 소리로 짐작된다. 싸구려 부속을 사용했던가 코일 접착이 덜 되었던가 싶다. 노트북에 가동 부위라고는 팬 소음 뿐인데, 일단 RMClock으로 속도를 현저하게 낮춰놔 팬을 끈 상태고 LCD도 off 했으니 CCFL 발진음은 아니다. (그래서 SSD를 달아 본 것)

또 다른 문제는 배터리 모니터링 중에 주기적으로(10초 마다) 배터리 잔량 검출에 실패한다(18초 동안). 배터리나 메인보드 어딘가에서 뭔가 잘못된 듯 싶은데, 교환 받은 것도 이 모양인가?

환장하겠다. 이걸 다시 들고 가서 A/S(그래봤자 교품)를 받아야 하나?  아니면 환불하고 130만원씩이나 하는 제대로 된 노트북을 사야 하나? 싸게 사서 막 굴리다가 2년 정도면 버릴 생각으로 80만원짜리를 구입했건만, 이건 모두 뽑기운이지 생각했건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작년에 대형 LCD TV 시장에서 철수했다. 워낙 A/S가 많이 발생해서. 노트북을 구입할 때 믿었던 것은 콴타에서 OEM 생산한 제품이란 것.

못해도 삼세번이니까 오늘 다시 A/S 받아 보기로.

PAQ4500 T83K 하루 사용 소감:

Pros: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성능 및 스펙(동급 최강).

Cons:

마무리가 개떡.
키보드가 많이 안 좋음.
발열 심함 (및 팬 컨트롤 엉망 -- 아무래도 HP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이런 종류의 소음에 비교적 예민한 편이라 고주파음이 신경에 거슬림.
산타로사/펜린에 사용된 48nm과 하이K 때문에 상당한 사용 시간과 저발열을 기대했으나 생각보다는 별로.

LOT: B471H0118240026, S/N: SW7TFCCCC8090C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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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튜닝

잡기 2008. 6. 27. 12:56
촛불 시위하는 시민들, 소고기로 심하게 생떼 부리는 것은 이제 적당히들 좀 하시지. 원래 소고기 문제가 아니었잖아?

노트북 들고 출장 나갈 때 먼 거리를 이동하면 30분이 아쉬워서 노트북을 닫아야 할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노트북 사용 전력을 줄일 궁리를 하게 되었다. Notebook Hardware Control 2.0으로 일단 전력량을 모니터링해서 얻은 데이타;
 
CPU 6x배속, 코어 전압 0.972v 일 때, 풀로드 사용 전력 25w, 예상 사용시간 1h30m
CPU 13x배속, 코어 전압 1.148v 일 때, 풀로드 사용 전력 35w, 예상 사용시간 1h5m
배터리 만충전시 실제 사용 시간: 2h20m 가량.
노트북의 리튬이온 전지 규격: 12V, 3200mA = 38400mWh = 38.4wh
 
전력 사용량을 계산하기 위한 식: p = vi, i = v/r, p = v^2 * (1/r)
사용전력으로부터 1/r 결정. 1/r = p/v^2 = 35w/1.148^2 = 26.50911
여러번 측정하여 1/r 평균값을 취함.
부하(r)가 일정하다고 볼 때, CPU 전압을 낮추면 사용전력을 감소 시킬 수 있다. 6x, 13x일 때의 전압을 낮추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계산치와 실측치 비교;
 
배속, 전압, 계산, 실측 (풀로드 사용 예상 시간)
6x, 0.716v, 13w, 17.627w (2h10m)
13x, 0.988v, 26w, 28.172w (1h21m)
 
CPU 전압만 낮춘다고 전력 사용량이 줄지는 않는다. 노트북의 전력 먹는 귀신은 LCD니까, LCD 백라이트 밝기를 조절했을 때 전력량 변화를 살펴보면(6x, 0.716v에서 LCD 밝기만 조절했을 때);
 
17.63w (2h10m) 최대 밝기, CPU 100%
14.95w (2h34m) 최대 밝기, 워드 작업
12.85w (2h59m) 1단계 낮춤, 워드 작업
12.21w (3h8m) 2단계 낮춤, 워드 작업
 
하여튼 만충전된 상태에서 전압을 0.972v->0.716v로 낮춰봤자 실질 사용시간 단축 효과는 10-20분 차이 밖에 없고, LCD 밝기를 한 단계 낮추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크다는 결론에 도달 -> 다 아는 사실을 쓰잘데기 없이 재확인한 것에 불과. 김 샜다. 괴테가 오류는 오로지 방황을 통해서만 치료된다고 했던가? 피곤한 인생.

LCD가 흐리다는 것으로 HP가 악명을 떨칠 때 샀던 비즈니스 노트북이라 액정 밝기를 줄이면 대낮에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다. 그나저나 (노트북 관리를 상당히 잘 해서인지) 구매한지 3년이 지났건만 배터리 사용 시간은 예전에 비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산에 갈까 하다가, 산타기는 똥배를 없애는데 그다지 도움이 안되고 운동량이 자전거 타기보다 적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8월쯤 지리산 종주하기로 황씨와 약속해놓고 멍하니 손놓고 있다가 2-3일간 산속에서 무릎 나가고 근육 굳어 고생할 수야 없겠고. 아무튼 지난 주 토요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후 한때 비가 올 확률이 60% 였는데, 아침에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활발한 야외 활동을 결심했다. 비가 오는(올) 날에는 참새들이 저토록 기고만장하게 지저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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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잡수실 세월이여, 그대도 혼자인가?' -- 지하철에서 물끄러미 바라본 '비빔밥'이란 제목의 싯귀. 아빠, 엄마와 무관하게 겁대가리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이는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너도 그렇게 혼자 싸돌아다니는 것 좋아하다가 애비처럼 외롭게 살 것 같다 -- 단점은 극히 적고 장점이 많은데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담백한 삶이랄 수 있지. 야, 근데 사진 잘 나왔다. 저 코는 어떻게 성형수술 하고 싶어지는데.
 
마누라는 옛날에 노르웨이에 갔다 왔다. 나는 EBS의 유명한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통해 오슬로를 보았고, 생수 500ml를 5천원에 팔고 햄버거를 2만원에 파는 목조건물로 유명한 관광도시(이름은 모름)를 알고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닌 후로는 가 보지 않은 도시를 굳이 상상하지 않았다. 편견과 환상을 가지느니 직접 가 보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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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한강변 일주를 할 생각이었으나, 마음이 바뀌어 서울숲에 들렀다. 나무들이 예전보다 많이 자라 1-2년 전에 비해 황량함은 많이 사라졌다. 날이 후덥지근하여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고, 피부를 핥으면 소금끼가 까끌하다. 작년에 점심 먹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올해에도 점심을 먹었다.

서울숲에서 서울광장으로 가는 길에 티타늄으로 된 바디와 클립 패달, XTR급 기어셋을 달고 있는 대단히 값비싼 자전거와 어쩌다가 나란히 진행하게 되었다. 체격마저도 XTR급으로 보이는 험로 다운힐 전문가 다운 그의 라이딩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그와 거의 같은 속도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는 점이 흐뭇하지만, 차없는 거리에서 그를 추월하겠다고 다리를 저으면 뱁새가 황새 쫓는 격이지. 한강변에서 자전거 동호회 사람의 자전거를 만져보고 몰아봤는데, 한 손으로 번쩍 들리는 자전거에, 내 부실한 다리로도 평지에서 35kmh 주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35kmh로 2시간을 계속 주행할 수 있을까? 결국은 하루 10여 시간씩 타고 돌아다닐 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근지구력이지 싶다.

2주전 자전거 정비 중 쇽 앱저버가 맛이 갔고 앞 바퀴의 베어링 케이지 일부가 손상되었고 뒷바퀴 베어링도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리휠과 뒷 바퀴의 케스케이드 기어(이름이 뭐였더라? 오래되니 기억 안 나는군) 역시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엔진(몸)의 성능이 중요하다지만 자전거가 이 꼴이면 몸에도 무리가 가게 된다.

구동계 전반이 그 모양이 된 후로 다운힐에서 최속이 40kmh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55kmh까지 나오던 것. 정비를 잘 했지만 이제는 평속 25kmh 주행도 슬슬 버거워진다. 잦은 야근과 늦은 취침으로 내 몸이 말이 아니라 올해 평균 속도는 18kmh에 불과하다. 올해 아홉 번 자전거를 탔고 350km를 주행했다. 올해는 다른 해 보다 자전거 타는 횟수나 거리가 현저하게 줄었다.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자전거 가격은 작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 것 같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대공황을 연상시키기 때문일까? 이명박 정권은 747 정책을 7% 물가성장율, 4% 경제 성장율, 7% 실업율로 계산하게 될 것 같다.

민감한 정서 탓에 한미FTA 같은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걸까?  IMF때 카길에 종묘까지 팔아 먹은 한국이 미국 농축산물에 대항할 수 없고, 다국적 금융/보험 회사의 물량 공세와 사업 영역 차별 완화 및 법제도 정비를 비롯한 전방위적 압박에 한국 기업이 무너지고 흡수되거나 종속화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한 10년은 한국의 1차 산업과 3차 산업 전반이 작살 나고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인 찌질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학교 교육 수준이 하도 질이 떨어져 학교를 나온 저능아들은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물건 파는 정도 이상의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 강기갑인지 강달프인지 하는 수염난 작자는 바로 그 관점에서 한미 FTA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경제는 보살피고 보호하지 않으면 뒈지는 허약한 찌질이이자... 음,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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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산을 탔다. 독바위에서 출발해 비봉을 거쳐 칼바위능선을 타고 정릉으로 내려왔다. 여기가 어디 였더라? gpicsync 사용하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는데, 무슨무슨대 였던 듯. 광화문과 서울타워가 횅하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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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야가 훤했다. 웹을 뒤져보니 오츠카 해협에서 밀려온 고기압이 대기중 미세 먼지를 싹쓸이한 덕분이란다. 옛날에 한겨울에 칼바위 능선을 지나갈 때는 발 잘못 내디뎠다가 떨어져 죽을까봐 등골이 오싹했는데 한 여름에 와보니 별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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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위 능선에서 바라본 백운대 방면. 분위기가 흡사... 죽음과의 7년 동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연상시킴. 산에서 내려오라. 내려와서 삶을 살라. 칼바위 능선 코스는 북한산 처음 오르는 사람들에게 꽤 도움이 되지 싶다. 북한산 주봉 및 능선 어디에나 닿을 수 있을 뿐더러, 앞으로 북한산에 다시 오게 되면 가 봐야 할 곳들에 관해 스펙타클한 전망을 보여주니까. 오른쪽으로 오봉이 보인다. 언젠가 북한산-도봉산 종주 코스를 한 번  가봐야지 싶은데 피곤하고 시간 많이 걸려서 벌써 몇 년을 미뤘다.

아프로 사무라이. 오려붙인 3류 색종이치고는 그래도 나름 품위가 남아 있는 마초 애니. 하지만 보는 내내 딴 생각을 했다. 샘 페킨파 같은 감독은 내 평생 다시 보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 궂으면 쑤시는 관절염 같은 삶이지 싶다.

책은 한 권도 안 읽고, '절망적인 가정주부들'이란 사고뭉치 아줌마들의 드라마를 출퇴근 길에 보고, 자전거 타고, 산 타고 주말을 보람있게 보냈다. 주중에는 죽어라고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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