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에 해당되는 글 569건

  1. 2007.04.24 diminishing marginal utility
  2. 2007.04.15 NASA 2
  3. 2007.03.20 exposure culture 1
  4. 2007.03.10 gravity's prisoner
  5. 2007.03.05 plutoed
  6. 2007.02.27 probable cause
  7. 2007.02.18 swedish privacy 1
  8. 2007.02.06 vino veritas 2
  9. 2007.01.30 push and pull 1
  10. 2007.01.18 my lady's fair
  11. 2007.01.03 porco dio 2
  12. 2006.11.27 low your hair 1
  13. 2006.11.26 live together, die alone 2
  14. 2006.11.18 run in the game 5
  15. 2006.11.04 wed biz 2
  16. 2006.10.29 sight translation of the night 2
  17. 2006.10.26 vin, ciga, gamble, glutton
  18. 2006.10.17 diminishing light, and our showdown 6
  19. 2006.10.05 go fishing 1
  20. 2006.09.28 el mojito 2
  21. 2006.09.24 math me
  22. 2006.09.23 o banana
  23. 2006.08.31 angel in the bedroom, whore in the kitchen 1
  24. 2006.08.19 local optima 1
  25. 2006.08.12 bareborn 12
  26. 2006.08.09 조디악2 중고 판매
  27. 2006.08.06 haunted that famous
  28. 2006.07.30 religious conversion 3
  29. 2006.07.28 magical bleeding 1
  30. 2006.07.18 the rest is silence 1
조승희는 수확체감의 법칙을 알고 있을까? 어린 시절에 별에별 걸 다하고 나면 성인이 되어서는 정작 할만한 게 없어 입맛을 다시며 좀 더 강한 것을 원하게 되는 것이 수확체감이다. 수확체감은 인간적이며 생물학적이다. 버지니아공대에서 어떤 아시아인이 33명을 쏘아 죽였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럴만한 정신병력이 있는 인종이 누굴까, 평소 별 일 없으면 냉소와 결벽을 밥에 비벼 먹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일본인은 기가 약해서 안되고, 중국인은 체면과 계산 빼면 결단하고 행동하는 자아가 부실하고, 그래서 한국인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미친짓은 동아시아에서 한국인이 단연 으뜸이다. 그런데 중국인이란다. 그 다음날 범인은 한국인 영주권자(legal alien)로 밝혀졌다.

빙고.

우울하고 고독한 어린 시절과 맛간 눈동자, 평소 미친 행동 따위로는 33명을 죽인 연쇄살인마를 동정해서는 안된다.

드레스덴 파일, 레인즈, 킬러 본능. 최근 보는 미드. 모두 형사 드라마.

인생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가끔 재밌는 영화를 보기도 한다. Children of Men은 몇 년 만에 보는 제대로 된 SF다. 형태는 오메가맨과 비슷하지만 좀 더 디센트하고 표현방식이 세련되었다 -- 양미간을 찡그리거나,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았다. 디스토피아 분위기(망할 지구)가 수준있다. 심지어 킹 크림슨의 음악도 나온다. 얼마 후면 개봉할 '선샤인'을 기다리는 중. 5월에 스파이더맨 3을 imax로 보는 것은 어떨까? 직원들 데리고 가서.

미증유의 안개 속에 나타난 tommorow호와 쪽배에서 흔들리는 아이, 아이 엄마, 그리고 시체 한 구를 마지막으로 영화를 다 보고 라면을 끓여먹은 다음 우중충한 주말이지만 자전거를 탔다. 50km, 2h30m. 평속 20kmh. 내리막길에서 최고 속력 58kmh. 일반 도로 주행에서 대체로 양호한 결과. 3년째 자전거를 탄다. 총 주행거리가 2000km를 넘은 것 같다.

자전거를 최근에 정비해 보니 볼 베어링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베어링들의 한 면이 닳고 전체적으로 찌그러졌다. 이왕 교체하는 김에 세라믹 베어링으로 갈고 싶어 이리저리 알아보는 중. 일제밖에 없구나. 또, 체인링크도 필요하고. 브레이크 림도 교체해야 할 것 같고. 디스크 브레이크로 교환하는 건 돈이 너무 들겠지만 뒷 브레이크에 말굽은 달고 싶고, 오일과 그리스가 다 떨어져가고. 전조등은 수리가 필요하고. 자전거를 바꿀까? 적어도 80만원 가량 하는 full deore급 자전거 정도는 타줘야 하는 것 아닐까? '블러드 트레일'이란 시시한 자전거 공포 영화를 봤다. 쓰레기같은 영화지만 연쇄살인마와 주인공이 정말 좋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의정부 근처에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여기저기 살펴봤다. 때에 찌든 프레임, 먼지를 먹고 모래에 갈리고 늘어난 체인, 시꺼멓게 기름때가 먹은 흔적들... 수많은 상처들...

처음 구입했을 때보다 자전거가 현저하게 상태가 나빠졌음에도 주행성적은 점점 좋아진다. 이럴때 좋은 자전거를 타면 평속 25~30kmh가 무난히 나올 것 같다. 평지에서 28kmh를 1시간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철제 MTB(MBT라고 한다)가 나를 추월하는 일은 없다.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면 평균 1-150대 가량을 추월했다. 그다지 좋은 성적은 아니다. 자전거 도로에서 나를 추월하는 사람은 평속 30~35kmh 정도 된다. 언덕에서는 힘이 많이 든다. 그럴 때마다 좋은 자전거 생각이 났다. 좋은 자전거와 꾸준한 트레이닝이면 2시간 30분 동안 꾸준히 평속 30kmh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속 상승폭이 대략 4-6kmh 차이지만 하루 8시간을 타는 자전거 여행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새 자전거를 구입하지 않고, 지금 자전거로 1시간 동안 평속 30kmh를 해 보기로 했다. 접속사가 이상하군.

정품 개마초는 기계 탓을 하지 않는다. 이 기계를 속속들이 이해할 때까지, 망가질 때까지 타자. 잘 안나가는 자전거를 타야 비로서 운동이 되는 것이다.

정선행 레포츠 기차여행이란 상품이 있다. MTB를 기차에 싣고 정선에 가서 서너시간 정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기차타고 돌아오는 4만원 가량의 패키지다. 한번 가볼까?

사유 역시 수확체감의 원리를 따른다. 자꾸 생각하다 보면 식상하고 재미 없어지는 것이다. 예전에 온라인 여기저기에 나돌던 프랑스 고졸 시험 문제라는 것. 대부분 간단한 O,X 문제같다. 수확체감을 경험한 순정 개마초는 이런 시시콜콜한 (생활 폐기물 같은) 문제에 구질구질하게 일일이 설명을 달지 않는다.

1장 인간(Human)

질문1-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x
질문2-꿈은 필요한가? x
질문3-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x
질문4-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 x
질문5-관용의 정신에도 비관용이 내포되어 있는가? o
질문6-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o
질문7-행복은 단지 한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인가? x. 희망이나 행복류의 자기만족, 자기기만이 지속되는 이유는 자아가 있기 때문
질문8-타인을 존경한다는 것은 일체의 열정을 배제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x 질문이 이해 안감
질문9-죽음은 인간에게서 일체의 존재 의미를 박탈해 가는가? x
질문10-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o
질문11-행복은 인간에게 도달 불가능한 것인가? x

2장 인문학(Humanities)

질문1-우리가 하고 있는 말에는 우리 자신이 의식하고있는 것만이 담기는가? x
질문2-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o
질문3-철학자는 과학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입 다물고 있어주면 방해는 안될 것이다.
질문4-역사가는 객관적일 수 있는가? x
질문5-역사학자가 기억력만 의존해도 좋은가? o
질문6-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 의해 오는 것인가? 후자
질문7-감각을 믿을 수 있는가? ox
질문8-재화만이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x 서로 주고받는 증오는 그 값어치를 형언하기 어렵다.
질문9-인문학은 인간을 예견 가능한 존재로 파악하는가? x
질문10-인류가 한 가지 언어만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o

3장 예술(Arts)

질문1-예술 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x
질문2-예술없이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가? o 부연: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 에고이스트들은 대개 대칭성과 패턴, 자연에 편재한 (수학적) 아름다움을 접해본 적이 없는 듯.
질문3-예술 작품의 복재는 그 작품에 해를 끼치는 일인가? x
질문4-예술 작품은 모두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가? x
질문5-예술이 인간과 현실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o

4장 과학(Sciences)

질문1-생물학적 지식은 일체의 유기체를 기계로만 여기기를 요구하는가? o
질문2=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x
질문3-계산, 그것은 사유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x
질문4-무의식에 대한 과학은 가능한가? o
질문5-오류는 진리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선배들이 삽질을 정말 많이 했구나 하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질문6-이론의 가치는 실제적 효용가치에 따라 가늠되는가? x
질문7-과학의 용도는 어디에 있는가? 진화사상 우연히 주어진 지능의 활용
질문8-현실이 수학적 법칙에 따른다고 할 수 있는가? o 적어도 눈에 보이는 현실은.
질문9-기술이 인간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 o
질문10-지식은 종교적인 것이든 비종교적인 것이든 일체의 믿음을 배제하는가? x
질문11-자연을 모델로 삼는 것이 어느 분야에서 가장 적합한가? 여러 사이비들

5장 정치와 권리(Politics&Rights)

질문1-권리를 수호한다는 것과 이익을 옹호한다는 것은 같은 뜻인가? 뭔 소리지?
질문2-자유는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 자유는 본질적으로 생득적이라는게 요새 트렌드이므로 '싸워서 지키는' 것임.
질문3-법에 복종하지 않는 행동도 이성적인 행동일 수 있을까? o
질문4-여론이 정권을 이끌 수 있는가? o
질문5-의무를 다하지 않고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o
질문6-노동은 욕구 충족의 수단에 불구한가? x
질문7- 정의의 요구와 자유의 요구는 구별될 수 있는가? o
질문8-노동은 도덕적 가치를 지니는가? xo
질문9-자유를 두려워해야 하나? 댁이 자유로운 개새끼라서 두렵다
질문10-유토피아는 한낱 꿈일 뿐인가? o
질문11-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x
질문12-어디에서 정신의 자유를 알아차릴 수 있나? 착각
질문13-권력 남용은 불가피한 것인가? o
질문14-다름은 곧 불평등을 의미하는 것인가? x
질문15-노동은 종속적일 따름인가? x
질문16-평화와 불의가 함께 갈 수 있나? o

6장 윤리(Ethics)

질문1-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반드시 자신의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뜻하는가? x
질문2-우리는 좋다고 하는 것만을 바라는가? x
질문3-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o
질문4-무엇을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하는가? 그때그때 다르다.
질문5-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것에도 가치가 존재하는가? o 예: 환차, 선물, 옵션, 주가, 사랑.
질문6-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를 말해 주는가? 착각과 이데올로기
질문7-우리는 정념을 찬양할 수 있는가? 왜?
질문8-종교적 믿음을 가지는 것은 이성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는가? x 창조과학 없이도 명랑한 기독교인들 많다.
질문9-정열은 우리의 의무 이행을 방해하는가? x
질문10-진실에 저항할 수 있는가? o 예: 주식시장, 지동설, 사랑.
질문11-진리가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할 때 진리 대신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환상을 좇아도 좋은가?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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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잡기 2007. 4. 15. 01:54
'지구에서 달까지'를 다시 봤다. 여전히 훌륭한 드라마다. '마녀 사냥은 그만하고 어서 달에 보내주쇼', '마누라는 빵을 구워. 난 달에 갔다 올테니' 과거의 나사는 꿈을 현실화시키려는 '의지'가 있던 곳이지 싶다. NASA는 Never Absolutly Sure Anything의 약어다. 누가 이름 지었는지 제대로 지었다.

오랫만에 인도 음식을 먹어본다. 이제는 동호인도 뭐도 아닌 사람들(겉은 멀쩡한데 사회생활에 실패한 오타쿠 분위기도 다소 풍긴다)과 이태원의 뉴델리 식당의 만 몇천원짜리 커리 부페식을 먹었다. 대여섯 종류의 커리, 밥과 난, 치킨 탄두리, 사모사, 짜이 등을 제공했다. 음식의 맛과 질은 평범한 수준. 커리에 사용한 향신료가 약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접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접시를 채 비우지 못한 듯. 밥먹고 자전거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왕복거리는 41.5km.


야밤의 한강 풍경은 여러 나라의 대도시에 비하면 한심스러운 편. 서울시청도 그걸 알아서 몇 년전 다리에 조명을 설치했다. 예전보다 덜 을씨년스러워 졌지만 그렇다고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아니다.


한강 고수부지 및 강변 산책로의 진미는, 세계적인 대도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강변 풍경이 아니라 거친 콘크리트의 노출이 주는 도회적 부조화(피폐함?)와 난개발 이후 적당히 방치된 들쑥날쑥함이다. '괴물'을 찍은 박감독은 그걸 잘 포착했다. 영화는 강변산책로를 포장하지 않고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점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아마 나처럼 그 영화의 로케이션을 속속들이 이해할 것이다.


각도가 조금 바뀌면 서울 같지도 않아서 개발도상중인 어떤 국가의 강기슭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거짓말해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다. 저 멀리 다국적 기업이 세운 고층빌딩 만이 을씨년스러운 도심의 스카이 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던지. 저 흐릿한 실루엣 만으로 짜오프라야와 한강을 구별할 수 있을까?


강변산책로의 음침한 구석구석에는 노숙자가 머물지 않는 것 같다. 돈 없고 갈 데 없는 중삐리, 고삐리들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채 소주 한잔씩 빨면서 회포를 푸는 듯. 한 녀석을 잡고 다구리중. (농담)


yes, yes, yes, yes, oh yes.
베로니카, 빅토리아, 베아트리체, 또는 007 제임스 본드.


괴낚사 회원인 듯. '한강에 괴물이 살지 않는다는 것은 현저한 공간의 낭비다' -- 강 태공.


밤의 강변로는 낮의 강변로와 다르다. 낮에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한강의 진행 방향이나 진행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그늘 한 점 없는 산책로로 햇빛이 작렬하고 온갖 종류의 장애물들이 돌아다닌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뛰어다니는 아이들, 종잡을 수 없는 강아지들 때문에 자전거 속도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밤이 되면, 아홉시가 넘으면 그것들이 거의 사라진다. 피부를 스치는 선선한 공기와 바람의 냄새, 그리고 도심의 불빛이 수면에 현란하게 반사된다. 도로는 텅 비어있다.


불광천과 홍제천 갈림길을 앞에 두고. 노출시간이 1/4초. 이런 사진을 삼각대 없이 부실한 똑딱이 카메라로 거침없이 찍어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수색역.


강변 산책로의 야경은 여러 모로 혐오스러운 서울에서 유일하게 좋아하게 된 것이다. 자전거나 인라인이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아마도 적절한 수단이지 싶다. 자전거를 타면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들었다. Tchaikovsky, Swan Lake, Waltz 중 클라이막스 (2:20)

술을 잘 못 마시게 되었다. 술, 여자, 도박 중 두 가지가 인생에서 멀어졌다. 이제 도박을 할 차례가 된 셈인가? 도박은 할만큼 했다. 더 하고 싶지 않다. 인생에 마누라, 아이, 어둠의 핵심처럼 짙은 고독과 재테크 밖에 남지 않았다. 선배가 말했다; '너나 나나 인생이 관리가 안 되는 놈들이지. 그게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고' 가슴에 징하게 와닿는 말이다.


3월이 다 가기 전에 마누라를 데리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마그리트 전시회에 갔다. 미술관에서 진중권을 보았다. 진중권이 예전에 마그리트에 관한 책을 썼던 것 같은데? 아내는 진중권이 누군지 잘 모른다. 유명인사임에도 저자대로에서 고개 뻣뻣이 세우고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썩 부러운 일이다. 더 좋은 것은 유명해지지 않는 것이다.


결혼한 친구들 중에 나처럼 집에서 애보고 밥하고 빨래 너는 남편은 없는 것 같다. 마누라의 친구, 후배들은 사사건건 트집잡고 간섭하면서 가사를 돕지 않는 남편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다 풀렸다 하는 등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부류가 많은 것 같은데, 마누라는 감사해 할 줄을 모른다. 옛말이 그르지 않다. 마누라한테 잘해줘봤자 개김성만 늘어난다.


마누라의 사진 찍는 솜씨는 전보다 나아졌다. 노출 부족이 태반이지만 소발에 쥐잡기 격으로 가끔 건질만한 사진이 나왔다. 사진은 많이 찍어봐야 는다.


그러는 나도 아이 덕택에 꺼려하던 인물 사진을 다 찍어본다. 이랬던 얘였는데,


헤어스타일을 바꿔줬다. '아빠는 제가 미우신 거죠?'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여러 사람 입에서 좋은 소리 못 들었다. 멀쩡한 애 다 버려놨단다. 언제는 개성이 중요하다더니만. 루머에 따르면 다음 스타트랙 시리즈는 스팍의 어린 시절 얘기란다. 소울이는 영혼을 찾아 고뇌하는 스폭의 어린 시절 모습을 연기하기에 제격이다. 너는 이제부터 스팍이다.

스팍,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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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osure culture

잡기 2007. 3. 20. 01:00
vs 8.0이 dual core에서는 devenv.exe로 여러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빌드할 때 버그가 있다. 그것 때문에 하루종일 삽질했다.

마르케스와 요사가 화해하려나?

블로그 포스팅 논쟁에서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사실 -- 소유권과 저작권 사이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저작권을 워낙 싫어해서 관심이 없었더니만 그동안 모르던 것이다. 저작권에 짜증이 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Creative Commons 뿐이다. 홈페이지에 그 마크를 달까 하다가, 내가 써 놓은 블로그를 보니 워낙 컨텐츠가 없어 그럴 필요가 없다. 그건 그렇고, 선택적 노출을 달성하기는 정말 어렵다. 의지를 표상함.

HappySF 무크지 2호: 고만고만한 수준의 창작과, SF치고는 한심한 편인 부졸드의 소설 등등에서 돋보이는 작가는 김보영 정도. 그리고 악착같이 무크지를 계속 내겠다는 행책 사장님의 본받을만한 자세.

'누군가를 만났어' 라는 단편집을 구경했다. (김씨의 호의에 감사) 무크지와 마찬가지로 김보영이 돋보였다. 다른 한 작가는 줄줄이 (관심 안 가는) 소수자 찌질이 병신들의 판타지를 썼고 다른 한 쪽은 그냥, 재미가 없다. 김보영을 빼면 SF같지도 않았다. 김보영의 미래로 가는 사람들은 3편에서 끝내는게 바람직해 보였다. 우주 끝까지 막나가는 패턴은 아이디어가 없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지 않나? 질량 보전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재능 보전의 법칙이란 것도 있을 법하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이를테면 싹수가 티미하던 작가가 대기만성해 말년에 걸출한 작풍을 휘두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건질만한 김보영이지만 단물을 쪽쪽 빨아먹으면 한 5-6년 후에는 바짝 말라버리지 않을까? 아니다 김보영 반숙을 좀 더 오랫동안 팔팔 끓여내면 하드보일드 에그가 나올 것 같다. 이 양반 책은 나오면 일단 사 보겠다. 기대된다.

어디선가 본 말;

어차피 대중은 동방신기를 원합니다.
모짜르트는 교과서의 인물일 뿐이죠.

북한에서는 디스토피아 소설류를 상당히 안 좋게 씹는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쓸데없이 미래를 부정적으로 그린다. 이제는 상당히 지긋지긋하게 들리는 지구온난화와 그의 단짝인 환경오염, 그리고 괴물 유전자:


고어 전 부통령은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작업이 기본적으로 정확하다면서 "모든 과학자들이 모든 면에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지구 온난화가 현실이고 그것이 인류에 의해 유발된다는 근본적인 문제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 고어 '불편한 진실' 과장 여부 논란



글쎄다. 과학자들이 인정한 건 그 윗부분, '지구가 요즘 덥다' 뿐이다. 왜 그런지는 아직 모른다. '확실치 않다'가 아니라, 모른다 -- 인간활동 때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지구온난화는 날씨 얘기 같은 것이다. '오늘 비 온다고 그랬는데 안 오네? 젠장 우산 괜히 들고 왔잖아?' 하지만 지구 온난화를 사람들이 날씨 얘기처럼 늘어놓을 때 '무슨 근거로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방만한 활동 때문이라고 주장하십니까?' 라고 까칠하게 묻지 않았다. 안그래도 까칠하다는 평을 너무 많이 듣는데 말이야. 아무튼 고어의 '불편한 진실'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재밌는 SF영화였다. 그거면 된거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해독성 -- 품종 개량이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고 우기거나 검증되지 않은 것을 당연히 여겨지는 것이 의아하다. 실용주의나 합리주의를 역병처럼 여기는 유럽인은 미국인보다 약간 더 미개한데, 특히 프랑스인에게 이성이 있기는 한건가 의심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한국인은 의외로 합리적이지만 그만큼 합리적이고 곤조마저 있는 또라이가 많다). 내가 아는/기억하는 프랑스인들은 별일 없으면 늘 파업중인 것 같다. 야만스러운 프랑스인 중에 걸출한 인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보드리야르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얼마 전에 죽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보드리야르는 푸코, 벤야민과 더불어 인문학자가 살아서 공기만 축내고 죽어서 땅만 축내는 벌레같은 것들이란 흡사 수구꼴통의 머리 속에 틀어박힌 것처럼 단한한 고정관념을 다소나마 완화시켜 주었다. 그러고보니 살아서 공기만 축낸 대표적인 인물 중에는 볼테르, 라이프니츠, 발자크, 플로베르 등속의 괜찮은 양반들도 있다. 유전자 조작 유기체를 소화하지 못하는 특이한 유럽인의 소화체계를 비웃다보니 오버했다. 이렇게 즐겁게 욕을 늘어놓다보면 '유전자 변형 식품'의 해독성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시물의 댓글 중, '증거가 보고 싶다'가 내 심정과 일치한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뭘 들이밀든 사실 회의적이다. 인간은 우연히 살아남은 잡종 돌연변이다. 아프리카의 잡종 돌연변이들은 한국인 잡종 돌연변이 추장이 심어준 잡종 돌연변이 옥수수를 키워 나흘에 한끼 먹던 식사가 요즘은 이틀에 두끼로 늘어 행복하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해독성 탓에 그들은 20살이 되기 전에 두개골과 배가 터져 죽을 운명이다. 그래도 그들은 20세까지는 대체로 행복할 것 같다.


아이는 소울이를 무척 귀여워 했다. 아빠보다 낫다.


얘들은 누구지? 마누라 친구의 딸들?


요즘은 닥치는 대로 입에 대본다. 시선과 손발의 조응이 아직 미숙하고 불완전. 앞으로 지능이 나타나기 까지 1년이나 남았음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무척 의식했다. 카메라 렌즈를 눈알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아이는 아내 닮아서 팔딱팔딱 잘 웃었다. 표정이 풍부하고 더럽게 고집 세고 악에 받쳐 울어대고 요새는 눈치까지 본다. 햐... 그놈 참, 마누라를 쏙 빼닮았단 말이야...


마누라는 아이를 보고 실실 웃는 내게, '아이가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지 않아?' 라고 물었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아니' 라고 대꾸했다. '거짓말하지 말어' 라고 말한다.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모른다. 젖 달라고 우는건지 졸립다고 우는건지 모른다. 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물을 안 준 화분의 식물처럼 말라 죽을 것만 같다.

pursuit of happyness의 윌 스미스가 제 자식 손을 잡고 언덕을 걸어 내려가며 정감어린 대화를 주고 받는다 -- 그 모습을 내게 투영해 봤다. '아빠, 담배 피우면 환경이 오염되' '얘야, 환경오염은 페미니즘, 인종차별, 핵, 평화운동, 민주화운동이 약빨이 닳은 후 사회운동가들이 증거도 없이 떠들어대기 시작한 허튼 소리란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저주를 밥먹듯이 늘어놓고, 과학을 빌미로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결함이 널려 있는 자료와 통계로 감상주의를 거들먹거리거든... 배운 것들이 더 심해. 그런 과학을 가르치다니, 학교에 널 왜 보내야 하나 싶어. 그 시간에 사회체험도 할 겸 이렇게 땡땡이를 치면서 기분좋은 봄 햇살을 즐기거나, 인근 지하철에서 앵벌이를 하는게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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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vity's prisoner

잡기 2007. 3. 10. 01:01
작년까지 평균 체중은 66.6kg, 싸우나에 가면 주로 66번 신발장에 신발을 보관했다. 하루 평균 방문자수 15명, 2007/3/6일 현재, 앞으로 이 블로그에 1000번만 더 방문하면 8만회가 된다. 1000/15=66.6666. 일상생활에 뿌리깊게 뻗어있는 6이란 숫자는, 어쩐지 인생의 숫자같다.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즉 내가 아닌 너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생태여행이다. [이 맛에 산다]오지여행 클럽 ‘가자! 오지를 찾아서’ 자연은 그대로 모습이 최고다 -- 글쎄다. 문명에서 챙긴 3일치 식량과 배낭, 최신식 방수방풍의, GPS는 가져가겠지?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있어주고 '우리'는 문명을 장착하고 방문해 주셔야 제맛인 거지? 문명은 정말 좋은 것이다. 오지가 문명의 상대적, 아니 심화된 대척점이 되면 더더욱 좋아진다. 내가 여행사 사장이라면 이 길을 파겠다.

여학생 10.4%만이 "결혼 꼭 해야" -- '정자전쟁'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들은 모두 위선자, 또는 겁장이들이다. 정자전쟁: 생각보다 두꺼운 책.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생존과 번식의 동역학. 시나리오로 설명하면 쉬울 꺼라고 믿은 작가의 견해와는 별도로, 액기스를 원했다. 결론이 빈약한 편. 과도한 대비에 가려(혼외정사, 방사, 강간, 근친상간, 동성애, 매춘 따위를 다루느라) 보편적인 일부일처 정부정실의 '진화적 장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불만족. 그래도 읽고 후회하지 않았다. 정자전쟁의 결론에 하하 웃음이 나왔다. '그리하여 하늘의 뜻'이다. 그야말로 진화의 모습이다.


과거 세대에 그렇치 못했던 여자는 그러했던 여자보다 종족보존의 성공에서 뒤졌다. 오늘날 모든 여자는 분별력이 떨어졌던 여자들이 아니라 더 조심성 있게 행동했던 여자 선조들의 유전적 후손이다.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남자는 저 자기만족적이던 자들이 아니라 더 다급하게 굴었던 남자 선조들의 유전적 후손이다. .. 평균적으로 여성의 방어를 최종적으로 정복하고 사정을 행할 육체적 역량이 되는 남자가 그렇지 못한 남자보다 많은 후손을 남긴다. 따라서 이러한 능력을 갖춘 아들과 손자를 얻은 여자도 역시 종족보존에서 더 큰 성공을 즐길 것이다.


문구는 강간이 종족번식의 성공률을 높인다는 대목이다. 현저하게 높이는 것은 아니고 전략적 선택으로써 강간은 일반적인 성애활동보다 약간 높은 수준. 대다수의 남자는 성공적인 강간범의 후손이고 대다수의 여자는 강간범에 현실적이고 신축성있게 대응한 여자의 후손. 여러 요인에 의한 산아제한은 남아에 대한 선호를 높이는데, 남아는 여아에 비해 자손번식에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자손의 무한 번식 관점에서 보자면.


콘돔이 남자의 종족보존 성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세 가지 근거:

1. 남자가 여자와의 기회를 확보받기 위한 거래로서 콘돔을 사용할 수 있다.
2. 콘돔 사용으로 질병 감염에 대한 강력한 방어력을 얻는다면 사정기회를 놓친 것에 충분한 보상이 된다.
3. 여자에게 속임수를 써서 사정할 때 수태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법으로 콘돔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근거: 만약 100쌍의 부부가 1년간 콘돔을 정확하게 사용했다면 3명 이상의 여자가 임신해서는 안된다. 현실은 20명에서 30명에 달하는 여자가 임신한다. 피임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임신한 경우(75명)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수.


콘돔을 착용하면 느낌이 떨어진다는 기분은 아하, 이런 무의식적인 근거가 있던 것이다. 나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지시대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잠재적 강간범이다. 중력과 마찬가지로 만인류의 사고 및 행동양식의 근본적 동인인 유전자는, 스스로가 나름대로 잘났고 고상하다는 '직관'에 이렇듯이 배치된다.


어떤 국가가 전쟁으로 이득을 보았다는 역사학자의 결론이 전쟁을 권장한다는 비난을 받는가? 역사학자가 전쟁행위가 생물학적 근거를 지녔다고 결론 내린다고 해서 전쟁을 용납한다는 비난을 받는가? 한 국가가 타국의 침략을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역사학자를 침해 명목으로 비난하는가? 아니면 그와는 반대로 신랄한 역사 분석으로 미래의 갈등을 방지했다는 축하를 받는가?


과학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정하기 어려운 견해에 대한 매우 훌륭한 응답이다. 그는 여기서 강간이 종족보존에 이익을 가져온다는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가치중립적(?) 언술을 역사학자의 그것과 비교하는 중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정자전쟁과 그의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현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람의 성생활은 그 색채가 훨씬 단조로웠을 것이다. 정자전쟁이 없었다면 남자는 조그만 생식기로 소량의 정자를 생산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성과 사회, 예술과 문학 -- 사실상 인류의 모든 문화 -- 의 모습이 아주 달라졌을 것이다.


단조롭다는 것은 글쎄... 당신 생각일 따름이다. 정자전쟁이나 할 시간에 인류는 마젤란 성운에서 집게발 외계인들과 업치락뒤치락 하고 있을 수 있다. 종족보존을 위한 정자전쟁보다 그쪽이 더 땡긴다. 땅딸보 작은 자지 남자들과 밋밋한 가슴의 근육질 대머리 여자들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교미는 재빨리 해치우고, 합심해서 꽃게성인들을 체인톱으로 썰어버리고 초광속 로켓을 만들기 위해 제 역할을 다하며 협력하는 모습 말이다.

S3C2410, S3C2440의 ARM920T 코어에 임베디드 리눅스를 얹었을 경우 커널의 인터럽트 응답시간을 계측기로 측정해보니 20-30usec 가량 나왔다. 인터럽트 처리 시간은 1usec, user space의 application의 반응 시간은 2-4msec 가량 되니까 거진 실시간(realtime) 응답성을 가진 셈이 된다. 그런데 이게 느리다. /dev/mem, mmaped direct io, user space kernel memory access등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 봤지만 시간 단축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쪽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포기했다. HW의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인터럽트 응답 목표 시간은 1usec. 요새는 내가 SW 엔지니어인지 HW 엔지니어인지 모르겠다. 편의상 몇 년 동안 자신을 시스템 엔지니어라고 지칭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가끔 시스템 엔지니어가 뭘 하는 부류인지 설명해 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설명이란 것이 '나도 내가 뭘 하는지 잘 모르는 엔지니어다' 가 된다. 말하자면 그게 시스템 엔지니어인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SW 엔지니어들에게 전자공학을 가르친다. 대략 2개월쯤 커리큘럼을 정해 강의했다. 그 전에는 대략 4개월 동안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그리고 한 달 정도는 알고리즘 교육을 했다. 다음 한 달 동안은 공정 테스트에 대한 교육이다. 일주일에 1-2차례, 한번에 3-4시간 정도 했다. 강의를 할 때는 내가 강사인지 시스템 엔지니어인지 모르겠다. 직업의 모호성 때문에 모호한 존재감을 느낀다.

공돌이에게 희망을! 캠페인





전자하고 소프트웨어 쪽이니까 멕스웰 방정식과 hello, world를 선택. 2월 2일을 공돌이의 날로 정하고 하루 쉬자는 것일까? 그러다가, 내가 정말 공돌이일까? 가엾은 공돌이 인생에 대한 자조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언제쯤 존재감에 의문없이 살 수 있을까, 수 년간 삽질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나는 좆도 아니다' 종합 정리하면 나는 '좆도 아닌 시스템 엔지니어'다. <-- 사실 이런 말을 할 때 적절한 페이소스, 후회, 갈등, 긴장과 공포 등, 우려먹을만한 안습과 감상주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체질에 안 맞는다. 하여튼 배너를 달자니 자기규정이 불분명해서 관뒀다.

Q: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뭐에요?
A: 자살이요

3월 1일 오후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근육은 괜찮은데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오르막길에서 빌빌 거렸다. 1시간10분 동안 19km 주행, 평속 15kmh, 최고속 45.5kmh. 성적이 매우 나쁘다. 6개월간 실내에서 운동없이 보냈더니 체중은 3.5kg이 늘고 허파꽈리가 타르에 찌들어 이 모양이다. 체내에 칼슘이 부족한지 툭하면 화가 치밀었다. 운동을 통해 머릿속을 하얗게 해버리고 싶은데, 공교롭게도 주말에 비가 오고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다.

말 나온 김에 정리: Crazy Fearsome Cripple Gambit -- 서방세계에서는 북한을 끔찍하고 정신나간 병신새끼로 보고 있다. 그들의 그런 시각은 게임이론적 세계관이 지닌 한계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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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toed

잡기 2007. 3. 5. 00:49
질이 안 좋은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파키스탄 북부 고원처럼 황량해지는 느낌이다.

pt 중에 문화의 사각지대에서 길을 잃고 헤메며 궁핍하게 살아온 직원들에게 몇몇 애니메이션을 맛배기로 보여줬다. 신카이 마코토의 '빛'나는 몇몇 작품과 다이버스터, 큐티하니, 유키카제와 마크로스 제로 정도 -- 마코토는 얼마전에 초속 5cm란 애니를 만들었다. 그나마 알아먹을 수 있는 작풍을 꾸준히 선보여주셔서(쉬워서) 마음에 든다. 그의 작품은 그런데 같은 레파토리에 온통 궁상 뿐이라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마크로스 제로의 항공전투씬은 언제봐도 멋지다. 준비한 pt는 슈퍼스칼라 파이프라인 CPU 설계에 관한 이론적인 것이라 꽤 재미가 없었다. pt를 만들면서도 지겨웠다.

얼마 전에는 '볼만한' 미국 드라마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이런 추천은 상호적이라, 볼만한 한국 드라마를 추천받기도 했다. 짜장면을 무척 좋아하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처녀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감상했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마누라와 가끔 주말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뉴월드: 저 여자는 혹시, 했는데 역시 미국에서도 명성이 드높은 깡촌 버지니아의 추장 딸인 포카혼타스였다. 미국 역사상 저렇게 미화된 인물이 있을까? 텍사스의 개망신이자 현재 미국 대통령인 조지 워커 부시가 포카혼타스의 자손이란 설을 예전에 들은 바 있다. 그럼 용비어천가? 갑자기 만사가 그 방면으로 이해되어 저절로 고개가 끄떡었다(그럴리는 없겠지만). 감독과 각본가의 '자기만의 세계관'은 그렇다치고, 카메라 시선을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꽤 괜찮았다. 스미스 선장이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포카혼타스를 버리면서 친구에게 부탁한 말; "내가 떠난 다음, 한 3개월쯤 후에 내가 죽었다고 전해줘" 여자들은 스미스 선장같은 사람을 '개새끼'라고 부른다. 그건 그렇고, '당신이 바보 같다고, 바보짓만 일삼고 있다고 훌쩍훌쩍 울어주는 사람은 여자들 밖에 없다' 라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 여자는 이 세계의 필요악이다. 최근에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을 북돋아주는 바람에 느닷없이 최재천 교수가 인기를 끌었다.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이고 '통섭(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이란 그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최재천 교수의 어떤 인터뷰에서 인상에 남는 댓구가 있었는데 정확한 인용은 힘들어 자신없지만(읽은지 꽤 되었으니) 분자생물학 등속으로 분지하기 이전의 생물학에서도 아직 배울 점들이 있다고 했던 것 같다. 글쎄다... '인문학과 과학의 유연한 결합'을 최재천 교수가 했다는 게 대체로 의아하다는 것. 제대로 알려면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다지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인문학도 과학도 이도 저도 아닌 책을 읽어서 뭐하나 싶다. 공교롭게도 최근 읽은 책의 제목이 fragile science('달걀 껍질 속의 과학'이라고 번역한 센스는 다소 유감스럽다)였다. 역시 기분만 우울해지고, 재미가 없었다.

엄청나게 책을 많이 쓴 임석재 교수의 서양건축사 첫권 '땅과 인간'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 읽다가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다음 권을 읽는 것이 망설여진다.

노부타를 프로듀스: 다른 많은 것들과 달리, 인간의 악의와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 보고 기운이 났다. 인간은 변한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 에라곤에 나온 대사; "옛날에 어떤 노인네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용기 있는 일은 조금 밖에 하지 못하고 먹고 사는 일에만 온 힘을 쏟았다고..." 에라곤의 주인공은 왜 출현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약했다.

일본의 (전투적) 애니메이션은 보통 이런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

주인공은 일단, 평범하다. (평범한 엔지니어, 평범한 전투기 조정사, 평범한 학생)
새로운 장난감들이 소개되며 전개된다.
평범하던 주인공은 새 장난감을 다루는 자신의 비범한 재능을 발견한다.
재능을 발견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멋도 모르고 그냥 싸운다.
적이 엄청 강해진다.
대체 왜 싸우는지 의문을 품는다.
동료들이 죽어가기 시작하면 빈정 상해 악에 받쳐 싸운다.
싸우기 싫어진다. 이때쯤 새로운 장난감들이 소개된다.
적에게 밀린다.
대체 왜 싸우는가 엄청 고민하고 현실도피한다.
왜 싸우는지, 존재의미는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아울러 적의 실체는 자기 자신의 극복이라는 희안한 명제가 성립된다.
별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 싸움을 끝내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논리다.
최종전투가 남아있다. 막대한 희생이 뒤따른다.
보잘 것 없는 인간성에 서로 어깨를 기대며 극이 마감된다.

영화 '매트릭스'를 일본 애니식으로 번안하여 몹시 식상해진 '제가페인':

"70억의 생명과 인류가 쌓아온 역사를 댓가로 말인가?"
"그건 별 문제가 안된다. 우리가 새로운 인류가 되어 역사를 쌓을테니까."
"사라진 인간들의 추억은 어떻게 되는데? 당신은 죽은 사람의 고통을 모르는가?"
"아쉽게도 몰랐었어. 내 오리지날은 태생적으로 통각을 갖지 못했거든. 하지만 재생하면서 통각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통각은 우수한 위험신호다. 그래서 너희들은 생존 본능으로 몸부림치는 거지"

새로운 인류가 되어 역사를 쌓아가겠다니, 건전한 사고방식이다.

"당신은 모르고 있어. 우리가 말하는 것은 마음의 고통이다."

마음의 고통?

"내 주먹이, 내 상완이두근이, 내 영혼이 분노하고 있어!"

지구는 여전히 원숭이 제국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생자필멸, 회자정리"
"사령관, 갑자기 무슨 귀신싸나락 까먹는 소립니까?"

그러게 말이다.

"어서 태어나... 세상의 빛이 얼마나 눈부신데"

그다지.

유레카7: 일본 애니 안 본지 꽤 되었는데, 그새 컴퓨터 그래픽이 안 들어간 것이 없는 듯. 그렉 위건이 나온다. 외골수 뚱뎅이 엔지니어로. -_- 도식을 충실히 따라갔지만 최근 애니는 별스러운 캐릭터에도 정성을 기울이는 듯. 딱 애들 보기 적당한 애니 수준. 주제는, 두 외계인의 사랑 타령. 나머지는 정말 부질없어서, 코드기아스 반역의 를루슈처럼 온갖 것들을 갖다붙여 금새 질린다. 만화책 '데스노트' 보다가 짜증이 나서 던져버리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건 그렇고, 오다기리 조가 '충사'의 주인공이라니... 그건 좀 아니잖어 -_-

'개판 오분전'의 개판이 똥개의 그 개가 아니고 open place의 그 개판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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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able cause

잡기 2007. 2. 27. 12:02
요새 가장 듣기 싫은 말은 singularity다.
가장 자주 듣는 단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싱귤라리티라고 알어?'
'알아'
'특이점이란 말이야...'
'안다고...'
'그래서.. 이러쿵..저러쿵..'
'닥치라고...'
'그리하여.. 이래..저래..'

특이점 신앙은 그 나름대로 병신같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진지하게 생각하질 않으니까 더더욱 병신같아 보였다. 어쩌면 좋아...

휴대폰을 주웠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양파껍질 벗기듯 까보았다. 20대의 여성, 기독교인, 춤을 추고, 기계치다. 이러저런 이유로 흥미를 잃었다. 전화벨이 울려 전화기 배터리를 뺐다. 다시 끼우고 기계를 테스트했다. mp3, fm radio, 3.2mpixel camera등 유용한 기능이 많아 안 돌려줄까 하다가 카메라, mp3p등 모두 가지고 있어 별 쓸모가 없어보여 우체국에 갖다줬다. 저번에 휴대폰을 줏어 우체국에 돌려주고 5천원짜리 상품권을 받았는데, 휴대폰이 최신형이면 2만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것 같다. 주운 휴대폰은 최신형이다.

커리키 -- 썬의 CEO가 (맞을거야 아마...) 이 광활한 쓰레기밭인 웹에 애들 교과서 조차 없다며 분개해서 만든 애들 교과서 사이트. 시작이 보잘 것 없고, 장래도 캄캄하지만 어쩌면 세컨드 라이프만큼 인기를 끌게 될지도.

전설적인 동굴 탐험가 Bill Stone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수상쩍은 사이트. 소문을 듣자하니, 그와 모험을 떠난 사람 중 7명이 죽었다. 그의 목표는 원래 우주였다. 우주에 가기 위한 갖가지 실험과 준비를 하면서 벌써 일곱 명이나 장사지낸 것이다. 그의 주장처럼, 나도 요즘 NASA가 하는 짓 보면 짜증이 난다. 나사처럼 해서는 2024년이 되도 달에 못 간다.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빌 스톤의 최근 성공을 축하한다; Robot Explores 300 ft-deep Underwater Cave

샤바랭의 책이 번역되었던가?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했다 -- Jean Anthelme Brillat-Savarin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 쟝 앙텔므 브리야 샤바린, 즉, 같은 양반이 말했다. --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영국인은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족속이다. 당신이 읽는 책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라는 말을 나름 응용한 것으로 보임. 도서관에서 가끔 책을 신청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인이 책을 잘 안 읽는 종족이란 것이 잘 믿기지 않는다. 대부분의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은 이미 구매 신청이 되어 있거나, 소장 되가는 중이다. 가끔은 사람들이 이런 책도 읽나 싶을 정도로 경악스러운 책도 눈에 띄었다.

몇 주 전 도서관에서 책을 세 권 빌렸는데, 약 3년전에 읽은 책들이다. 이쯤되면 두뇌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_-

내가 이번 주에 읽게 될 책은 '땅과 인간', '정자전쟁', '달걀껍질 속의 과학'이다. 이번 주에 보게 될 애니는 '교향시편 에우레카7', '제가페인', '코드기아스: 반역의 를루슈', 보게 될 드라마는 '몽크', '앨리 맥빌', '로마2', '지구에서 달까지(재감상)' 등이다. 이번 주에 회사에서 할 일은 프로그래밍 관련 7가지, 연구작업 3가지, 문서작업 5가지, 합해서 15가지다. 출장은 세차례 예정이다. 이런 것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까? 십여년을 넘게 지내온 친구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심지어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마저도 내가 그들의 바로 옆 자리에서 하루종일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알아서 뭐하나 싶긴 하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를 만나, 그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 결혼의 묘미지." -- 앨리 맥빌의 대사중. 엘리 맥빌은 전문직 암컷이 알맞은 수컷을 찾아 애처럽게 비 맞으며 돌아다니는 얘기다. 앨리 맥빌이란 여자,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재수없다. 머리 속에서 automatic hypocrisy detection algorithm이 작동한 탓일까?

회사 사람들에게 IQ 테스트를 해 보라고 했다. 열댓명이 대충 100-110 안팎 나왔다. 나는 157이 나와서 입을 다물었다. 개중에는 두세번씩 반복해서 시험을 본 친구도 있었다. 프로그래머들은 대체로 IQ가 높게 나온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패턴을 발견하고 패턴을 재구성하는게 프로그래머들의 일상적인 작업이니까. 하지만 날더러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IQ에 비례하는 연봉을 주는 살맛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드 기아스: 반역의 를루슈' 라는 애니에서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차별된다' 라고 주장했다. 당근이다. 애니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차별화된다. 일본 애니인 를루슈가 한국의 식민지사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 이것저것 베껴 만든듯한 잡탕 혼성모방 CLAMP제 쓰레기인데 요즘 애들한테 인기가 좋은 모양. 2ch에서는 춍 좋아한다고 까대지는 않을까? 를루슈나 배틀스타 갤럭티카가 인기인데 그게 왜 인기인지, 인기를 끌만한 요소가 무엇인지,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다. 인기가 있으려면 그를 뒷받침할 상당한 근거(probable cause)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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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dish privacy

잡기 2007. 2. 18. 11:52
신문기사를 읽어보니 스웨덴의 프라이버시는 점점 신경질적이 되어가는 미국이나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자동차 번호를 컴퓨터로 검색하면 어디 사는지, 직업이 뭔지 다 나온단다. (달리 말해 스웨덴 사회는 편안한 익명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공포스러운 구석이 있다) 보험아줌마들이 다 알고 있는 신상정보에 흠결이 있다고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못봐주겠다는 것이 한국, 미국식 프라이버시인 것 같다. 이력서에 사진을 못붙이게 하거나 성별, 생년월일, 피부색을 기입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던가? 그걸 기입해도 차별과 불이익이 없어야 까칠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게 아니고? 동키호테에서 쉽게 입수가 가능한 이력서나 개인 정보를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칠 수 있는데, 잠재적인 범죄자들은 훨씬 더 수준높은 상상력을 발휘해 그것을 이해관계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인지도... '사이보그라서 괜찮아'에 나온 말; '희망을 버려. 그럼 편해져. 대신, 밥 먹고 힘 내'. 프라이버시 침해로 피해를 당해본 적이 없어서인지(이건 그냥 삶의 조건이자 양육생장환경인 것이다) 프라이버시 문제에 딱히 상상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Michael Schenker Group, Lost Horizons (7:07) -- 워낙 게을러서 이제야 올리게 되었군.



생후 6개월이 지나서야 라자스탄 바보 공주 복장을 한 애가 뒤집기를 했다. 그 동안 뒤집기를 안하려고... 개겼다. 이 아이는 아빠,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그다지 관심이 없어보인다. 사실 뒤집기를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게다가 나는 행복을 추구해야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성질상 로또같은 것이라서). 손가락이 다섯개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평범하다는 것이 축복이겠지만(다르지 않음으로 인해 어딘가에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고 안도함으로써) 그런 안도감이 공허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마찬가지로 그런 안도감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것도) 잦은 변화를 겪는 제 정신 상태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평범한' 인간에게 별달리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 그리고 당신에게 삶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 안달하거나 관조하게 되는 어떤 대상이 된 점. 삶이 죽음을 비롯한 몇 안 되는 축약 가능한 존재론적 상태보다 굳이 나은 점을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 점. 나나 당신의 하찮은 삶에 흥미를 잃어, 같은 이유로 친구를 여럿 잃게 된 점. 심지어 내가 염세주의자가 아니라는 점. 라 로시푸코가 주장했다 '태양과 죽음은 똑바로 응시할 수 없다'. 아이 머리의 챠크라(대천문)는 한참이 지나야 닫힐 것이다.

소주 한 병 먹고 다음날 아침 구토가 치밀고 식은땀이 흘러 병원에 가보니 급성 알콜성 위염이라며 일주일치의 약을 처방했다. 집에 돌아가서 종합검진을 제대로 받아보란다. 상태가 매우 안 좋았지만 그날은 독기로 일했다. 같은 날 약한 감기에 걸렸다. 작년 9월부터 매우 힘차게 일해왔다. cause and effect로 볼 때, 위염은 당연하다. 마누라를 친정에 보낸 후 며칠 동안 술을 마셨다. 어제는 9시간을 잤다.

영화,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소설 원작. 즐겁게 보았다. 테슬러는 여전히 비범한 변태 싸이코처럼 보였다. 흡사한 변태 싸이코였던 에디슨이 테슬라의 연구시설을 불태워 버렸다. 그런데 에디슨은 여전히 존경받고 있다. PR의 승리다.

아포칼립토: '모든 위대한 문명은 망하기 전에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된다' 라고 시작한다. 멜 깁슨의 이 변태 사상은 영화 개봉 당시 많은 사람들을 열받게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나도 메소아메리카 여행 중 이 따위 문명은 일찌감치 멸망해 버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한심하고 미래가 없는 문명이라고 느꼈다(그 이유에서, 하던 역사(?) 공부를 접었는데, 어쩐지 뒤가 캥기긴 했다). 인신공양을 얘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대체 어떤 시대일까 궁금했다. 마얀 전고전기? 후고전기? 떼오티후아깐? 올맥? 아즈텍? 대체 저긴 어디야? 단서는 두 번 주어졌다. 제사장이 꾸꿀깐이라고 소리친다. 꾸꿀칸은 남미판 용인 털달린 뱀인데, 께찰코아틀이 신인격화되기 시작한 시대가 있었다. 태양이 뜨거운 동네다보니 께찰꼬아뜰같은 물의 신은 매우 중요해서 사람들 목을 잘라 신에게 생명수를 줘야지만 신이 생기를 얻어 부활한다. 제사장들 없으면 신들은 쉽게 말라 죽어버리는, 말하자면 무능한 신들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두번째로, 버려진 아이들을 떠나는 엄마는 익스첼에게 기도한다. 아, 유카탄이었구나...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 욕지기가 치밀었다. 코르테스로 보이는 작자가 접안중이다. 망하기 전에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된 것은 좋은데, 저건 정말 멜 깁슨이 욕을 바가지로 먹을만했다. 디테일이 워낙 훌륭해서 영화 자체는 흠잡을 곳이 없다. 언제나 그렇지만, 철학이 문제인거다...

샤크가 대체로 기준 미달이라면(대두 변호사가 개과천선?해서 검사가 되어 범죄자들을 때려잡는다는 얘긴데 여러가지로 궁끼가 낀 드라마), 어쩌다가 우연히 다운 받아 1화를 보게 된 dexter는 남 얘기 같지 않아 재미있었다. 흠잡을 데 없는 캐스팅, 멋진 대사, 드라마 내내 적절한 자극을 적절한 장소에서 구사하는 능력 등, 프로파일을 교과서적으로 베낀 듯한 시나리오는 대체로 좀 밋밋한 편이다. 독특한 소재와 더블어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사랑스러운 연쇄살인마는 4화쯤 드디어 어린아이 티를 벗어나 제대로 된(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살인마의 길을 걷게 된다. 덱스터는 연쇄살인마의 성장통에 관한 드라마다. 타이틀롤이 훌륭. 회를 거듭할수록 좀 더 많은 피가 튀겨 극에 감칠맛을 더했다. 그런데 경정맥을 절단해 피를 뽑는 건 멧돼지 잡을 때 하는 짓 아닌가? 시즌 1기의 마지막 남은 몇 편을 보기 전까지 나는 경쟁자(?)인 다른 연쇄살인마가 사냥꾼 출신이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이.

잔잔한 피아노곡이 흐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생각에 잠긴 덱스터 모건; '나는 내가 혼자인 척 하는 것이 좋다. 완전히 혼자. 흑사병 대참사 후이거나... 어쨌든. 정상적인 척 보여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내가 진짜 누구인지 숨길 필요가 없다면, 그건 해방일 것이다"
"병신 싸이코처럼 히죽대지 말고 일이나 해!"

블로그에다가 병신 싸이코처럼 잡담이나 이죽거리지 말고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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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o veritas

잡기 2007. 2. 6. 02:10
weeds -- 어떻게 드라마 제목이 '마리화나'인지 싶어 관람한 매편 26분짜리 미국 드라마. 개성 없는 중산층이 주로 사는 suburb에서 두 자식을 키우기 위해 대마초를 재배해 판매하는 과부의 뼈빠지는 고생담이다. 첫편 타이틀곡이 러블리해서 2부까지 다 보게 된 경우가 되겠다. (사실 그렇게까지 재미는 없었다. 그 엿같은 family value만 아니라면 차도가 있을텐데) 요즘은 shark를 보고 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

1.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
2. 컵에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다.
3. 어떤 자식이 내 컵에 든 물을 반이나 먹어치웠다.

한국의 서민들 기분은 3항에 해당하는 듯 하다.

3개월만에 1억이 오른 지역의 아파트를 사려고 했었다. 대략, 3개월 전에. 지금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작년 펀드로 죽을 쒔지만 사실 펀드 투자 아이템에 대한 내 생각이 틀리진 않았다. 틀리진 않은데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을 동시에 해내 인생을 무의미하게 복잡하게 만드는데 상당한 재능을 지닌 내 자그마한 두뇌로 예측하길, 아파트 값은 지금에서 10% 이내로 조정기를 맞아 가격이 떨어졌다가 물가수준의 연 평균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임대아파트는 그다지 쓸모없는 계획이고, 분양원가 공개가 이미 오를대로 다 오른 분양가를 낮추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 정부가 부동산으로 돈벌 생각은 꿈에도 꾸지 못하게 하겠다고 주장하던데, 당신들은 정말 무슨 대책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건가? 하여튼 지금 아파트를 사는 것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이므로 관망하고 있다가 떨어지면 사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그러고 싶어도 시장에서 매물이 실종되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 -- 중국의 요새 속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지만, 경쟁도 없고 자본주의도 없는 그런 세상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한국에 꽤 많은 것 같다. 90% 이상인 것 같다. 자본주의를 욕하는 것을 멈춘 것은 내가 지혜로워 졌다는 증거일 꺼라고 생각했다. 그 90%의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아니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일종의, 말하자면, 장애인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그렇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정신 상태가 약간 병신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게다가 심하게 말해 인류의 90%가 그렇다는 것은 '경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나머지 10%가 장애인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있긴 하다. 아까 예에서 보듯이.

'보랏'이라는 영화에도 나오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되는 것 중에 중요한 자원이 성이다. 김기덕 감독은 자기가 만드는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들과 자는 것이 관행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돈은 많이 못벌어도 그에게는 다양한 여자들이 있는 셈이다. 페렝기는 사물과 교환가치들 사이의 끊임없는 우주적 순환을 The Great Material Continuam이라고 불렀다. 최근 개장한 후터스의 구호는 이랬다; '맛있는 음식, 차가운 맥주 그리고 미녀' -- 후터스가 밥맛 떨어졌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에 비해 과대 평가되어 판매되는 여성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시니컬한 노랫가사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것에는 그에 걸맞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어딘가에서 읽고 유사장님에게 들려준 농담이다; 옛날 옛날 어느 나라에 지적 욕구가 왕성한 왕이 있었는데, 그는 어느날 신하들에게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책을 만들어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신하들은 수년에 걸쳐 온갖 고생을 다해 세상의 진리를 스무 권의 책으로 만들어 왕에게 진상했다. 왕은 책의 양에 질려 신하들에게 그것들의 내용을 좀 더 압축해 보라고 지시했다. 다시 몇 년이 흘러 신하들은 책들의 내용을 한 권으로 압축하여 왕에게 바쳤다. 왕은 업무에 시달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그것을 단 한 마디로 표현해서 알려달라고 말했다. 신하들은 또다시 수 년동안 개고생해서 왕의 앞에 나가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진리를 털어놓았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렇다. 이 세상에는 단 하나의 진리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에너지 보전 법칙'(conservation laws of physics)이다.

위의 예에서 주지하다시피, 어떤 중국 노랫 가사처럼, '살아서는 공기만 낭비하고, 죽어서는 땅만 낭비하는'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단가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비노 베리타스가 '취중진담'이란 뜻이란다. '진실한 와인'이 아니고? 맨정신에 진실을 늘어놓으면 자기를 죽이려 든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오해를 논리적으로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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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sh and pull

잡기 2007. 1. 30. 02:11

넌 그 자력갱생 분위기로 주욱 나가줬으면 좋겠어. 엄마, 아빠의 작은 소망이야.

경제 얘기가 전부인 것 같은 한국에서 동양종금의 CMA 계좌를 개설하는 센스도 있었다. 작년 한해 죽을 쑤었던 펀드 투자보다 CMA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가 더 컸다. 투자란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충분히 심사숙고했다고 생각했건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욱 손해다. 아니 이득은 있었지만 달러화 약세,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이 이익을 상쇄하고, 또 까먹었다.

신년에 북한산에 올라갔다. 1월 1일 오후 1시 무렵,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첫날, 옥상에 앉아 바라보던 그 지점에서 무장공비처럼 어슬렁거렸다. 산에 가면 힘들다. 그래서 산에 간다.

Baby to Brain -- 사회생물학인지 진화생물학인지 에서 들어본 얘기다. 어떤 박테리아인지 선충인지가 개미 두뇌 속에 들어가 개미가 양에게 잡아먹히기 쉽도록 높은 풀끝에서 기다리게 만든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예전에 본 기억이 난다. 뭐가 다른가?

간만에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구경했다. 대략 6개월만이지 싶다. 연애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상대한테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나 짐승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무엇보다 좋아한다. 잘 알고는 있는데, 실천하긴 어려운건가? 실천하기 귀찮은건가?

라디오 스타: '형. 형이 말했지. 별은 저 혼자 빛나는게 아니라고. 누군가가 비춰주지 않으면 별은 빛날 수 없다고.' <-- 영월의 별마로 천문대에서 그런 말을 했더라. 별(항성)들은 핵융합 자가발전으로 저 스스로 빛난다. 중학생 정도면 아는 상식이다.

별 중에는 빛이 안나는 별도 있다. 그런 별들이 한번 빛을 발하면 감마선 버스트로 은하계 하나쯤 통째로 날려버린다. 유구한 5천년 역사 등속은 순식간에 증발하는 것이다. 무게감이 대단한 스타가 아닐 수 없다.

노브레인이던가? 스타 박중훈에게 이렇게 말한다 '형님, 존경합니다, 술 마시고 마약 빨고 행패 부리는 그 멋진 카리스마!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어린 시절에 나도 후까시 잡는 음악을 들었다. 물론 요즘도 가끔 들었다. Michel Shanker Group, 일명 MSG의... 노래는 mp3p에 있는데 꺼내기 귀찮으니 내일 추가하자.

'크랭크'라는 영화에서 악당은 마지막 장면에서 자기 여자친구더러 사랑한다고 말하고 비행기에서 떨어져 그대로 죽는다. 착하지 못한 것들은 제거되어야 한다. 그게 순리다.

쏘우 3는 안만드니만 못한 영화였다. 뭘 그리 주저리 주저리 궁상스럽게 늘어놓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동해를 '평화의 해'로 부르자고 제안했다는데, 어느 커뮤니티에 가나 노대통령 욕하는 얘기가 과반을 넘는 듯. 동해나 일본해보다 평화의 해가 조금 나아보이지만 독창성 면에서는 떨어졌다. 원숭이해는 어떨까? 반도와 섬에 혈통이 같아 툭하면 깩깩대는 원숭이들이 우글거리니... 건 그렇고, 지리명칭에 대한 비공식적인 제안과 노무현 대통령이 또라이라는 것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어떤 작자가 어떤 롤을 맡고 있으면 그 롤이 요구하는 인성과 성격이 규정하는 대로 정확히 살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기술자이고 과장이고 남편이고 아빠이므로 아빠 역할, 남편 역할, 과장 역할, 기술자질 등등을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대로 수행해야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준수하지 못하면 한국의 사회적 통념과 전통과 문화에 비추어 볼 때 개새끼로 불러줘야 한다. 그래서 사회에 적응할 생각이 날이 갈수록 시들어갔다. 이런 사회에 적응해서 뭐하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노력하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미취업자의 대안 직업이 아니다 -- 일부분 공감. 대안이 빈약해서. 달리 말해, 한국에는 어떤 초보 기술자가 대략 30년에 걸쳐 적절한 지위와 기술력, 정치력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는 원래 없었으니 각자 알아서 노력하라는 얘기 밖에 안 된다. 내 지론은 매니저급의 중간 관리자의 부재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가장 골치아픈 문제이고, 그 문제가 발생한 가장 심각한 이유는, 개개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이 한심해서인데,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이 없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기초 교육의 부실 내지는 괜히 관심 없으면서 돈이나 벌자고 프로그래머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 탓이라고 생각했다(기사 쓴 양반과 같은 얘기). 어쨌거나 그렇게 별볼일 없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컨트라스트가 확실해진 사람들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말 몇마디로 때울만한 성질의 얘기도 아니지만 축약해서 말하자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몇몇 고도 전문직은 특히나 날로 먹을 수 없다. 내 관심사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프로그래밍 매니지먼트다. 매니지먼트에는 30년 동안 소나무를 키워 제 아들 세대가 되어야 그럴듯한 놈들을 골라 팔아먹듯이 장기적인 실행계획을 필요로 한다. 수년전 봉당 아저씨와 농담따먹기 식으로 주고 받던 얘기를 작년부터 실천해 보고 있다. 되든 안되든 부채경감 차원에서 이 세상에 빚진 것은 갚아 나가야 하니까.

아아아
나는 참 못났다...” 남녀 모두 경쟁자보다 자기 매력 과소평가 -- 이런 기사가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사기 진작을 위해?) 대개의 사람들은 못났다. 과소평가는 아닌 것 같다. 당신이나 나나 적당히 해먹고 산다. 주식시장은 최대의 효율로 움직인다고 한다. 주식을 비롯한 여러 분야는 두려움과 욕심으로 움직이는데, 주식시장은 그것이 참 진실되게 반영된다. 는 정도의 얘기같다.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확실한 힘은 두려움과 욕심이다. 두려움과 욕심이 있으면서도 잘났다고 하긴 어렵지 싶다. 잘났다는 것의 기준이 되곤하는 재산, 지위, 명성, 행복은 갈라파고스를 지은 커트 보네것의 말에 의하면 진화가 방향을 잘못 틀어 생뚱맞게 거대해진 두뇌가 빚어낸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대개의 사람들의 두려움과 욕심은 재산, 지위, 명성, 행복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자기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두려움과 욕심, 그리고 행복을 죽어라고 추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거듭 말하자면, 재산, 지위, 명성이야 일상적으로 언급되는 것들이라 치고, 인생사의 보잘것 없는 자기만족이 거의 전부인 것 처럼 보이는 '행복'이 갑자기 추구할 대상이 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어떤 편협한 측면에서 굳이 말하자면; 사람들이 못나서 세상이 이 꼬라지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이 세계가 살만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이 더더욱 이 꼬라지다.

자연과학자의 인문학적 이성 죽이기(The Splendid Feast of Reason) 인용:

우리 사회는 합리성을 적용하여 얻어진 실용적 열매는 열성적으로 받아들이지만 합리주의자 자체에 대해서는 감사할 줄 모르고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회는 합리주의자를 조롱하지 않으면 그들을 부적응자로 규정하고 딱하게 여긴다. 마치 우화에 나오는, 화려한 꼬리를 가진 공작에게 거추장스러워서 안됐다고 말하는 참새처럼 말이다.

-- 부적응자? 화려한 꼬리를 가진 공작? 참새?

뛰어난 학식을 가진 천문학자의 강의를 들었을 때,
내 눈앞에 숫자와 증명이 열을 지어 펼쳐졌을 때,
그가 도표와 도형을 제시하고 더하고 나누고 측정했을 때,
갈채 속에 강연을 진행하는 천문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을 때,
아, 나는 얼마나 순식간에 지치고 지루해졌는지...
마침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밖으로 나가 혼자 거닐었다.
신비롭고 촉촉한 밤공기 속에서
이따금씩 눈을 들어 별들을 바라보았다.
완전한 고요 속에서.

1865, 월트 휘트먼

-- 말하자면, 월트 휘트먼은 바보였다. 라고 말하게 되면 천문, 천체현상을 이해할 생각이 별로 없는 일반인들 모두를 싸잡아 모욕하게 된다. 월트 휘트먼은 비좁아터진 자기세계를 확장하여 인식의 지평을 넓혀볼 생각은 없어 보인다. 남들처럼. 온갖 종류의 예술을 섭렵하고 온갖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아왔지만 패턴이 주는 아름다움에는 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래저래 주접할 것 없이 월트 휘트먼의 시를 읽느니 머리도 식힐 겸, 눈을 감고 떠오르는 아름다운 항성계의 진화를 상상하는 편이 낫다. 항성의 후광처럼 번지는 환한 대폭발이 5천년 동안 뭐 하나 제대로 배운 것이 없는 한심한 문명을 날려버리는 상상.

인문학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들이 그럴 능력이 되지 못해서인지 그럴 용의가 없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과학과 기술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 그러면서 기술은 인간의 온갖 욕망이 투사되어 있는 관계로 때로 쌍욕을 먹어도 싸지만 과학은 워낙 순수하기 때문에 욕먹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인문학자들이야 과학과 기술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흠이 되지 않았다. 또한 그리하여 그들을 등신이라고 희롱하는 것도 인격에 흠결이 되지 않는다.

불행한 조건이 개선되면 그들도 좀더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타주의적 합리주의자는 "다른 이들이 나에게 해주기 바라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행하라." 라는 격언이 말로만 떠들고 지켜지지 않는 고상한 윤리적 원칙이라기보다 평범한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세계에서 사람들이 그보다는 "상대에게 당하기 전에 선수를 쳐라." 라는 조언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많은 합리주의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 한동안은 이타주의적 합리주의자였지만 지금은 이기적이고 욕심많고 기회주의적인 합리주의자가 되었다. 충고 고맙소 할아범. 냉소적이거나 회의적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겠다.

노땅류의 훈계조 글이라 별 내용은 없다. 책 제목을 저 모양으로 지으면 잘 팔릴 꺼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몹시 한심한 제목이라 읽을 마음이 없었는데 볼 책도 없어서 집어봤더니 평소 몹시 우울하게 생각하던 얘기들만 줄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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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ady's fair

잡기 2007. 1. 18. 00:37

얘가 여자애일까? 늘 의심이 들지만 기저귀 갈아줄 때면 여자애가 맞다. 책상 앞에 앉아 아이를 앞에 앉혀두고 키보드를 두드릴 때, 아이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기호와 상징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몇몇 닭대가리들의 주장에 따르면 성은 사회적으로 결정되기도 하는가 보다(세기 전 보봐르가 주장한 걸 여지껏 울궈먹는 걸 보면 이뭐병이 생각난다.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여자애를 원한다면 머리에 꽃무늬 리본을 달아주고 '너는 여자야' 라고 우기거나, 머리에 꽃무늬 리본을 달고 '나는 여자야' 라고 주장하면 된다. 그 신념과 믿음의 강도가 여자, 남자를 결정하는 듯 싶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 같은(죽도 밥도 아닌 것 같은) 유전적/생물학적 존재들이 특별한 예외가 아닌 다양성의 여러 모습중 하나라면... 로봇처럼 생식이 불가능한 존재이므로 나중에 권리 찾기 운동은 휴머노이드,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이주 외계인, 기타 등등과 함께 하면 알맞을 것 같다.

연합세력이 다수가 되거나 용인되기 전에 그들은 소위 소수자가 응분 당하는 핍박과 설움, 그리고 럭셔리한 고독을 함께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난 어린 시절, 병신도, 등신도, 트랜스젠더도 아닌 지극한 정상인이란 이유로 남과 같아지거나 최소한 같아 보여야 한다는 핍박과 구속을 당했다. 강도가 상당히 쎘다. 그런 처지라서 그들을 동정하거나 경멸하지 않았다. 사실 '나의 투쟁'에 바빠서 그들 신경쓸 시간이 없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여자가 되고 싶어 씨름을 하던 녀석은 제 친구에게 상기한 이뭐병 이데올로기나 '다양성으로 대충 감싸면 만사 오케이 되는 기가 막힌 정치적 공정함 테크닉' 따위에 관심이 없었고 제 비루한 현실에 눈물을 흘리며 'i don't have any luxury on that. i just want to live'라고 말한다. 이순신 장군은 살기를 바라면 죽음을 각오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죽기를 각오하고, 정말로 죽기를 각오하고 팔딱팔딱 생생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시다. 옳지 않은가?


엄마가 아이에게 여자애같은 머리띠를 해주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 옷, 저 옷 입혀보는 코스프레를 하며 즐거워 하자는 생각 같은 것도 없다. 애가 사이보그가 되거나, 또는 이주 외계인으로 여생을 마감하게 되더라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다. 이뭐병 생각나게 이상한 주장과 구호를 스스로의 정체성에 부여한다면...

그땐 장엄하게 매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엊그제 읽은 이성의 황홀한 향연(splendid feast of reason)이란 책에서 한동안 얍삽한 생쥐처럼 대충 사회 적응해 살려고 하는 나 같은 xx주의자에게 늘어놓는 훈계를 잔뜩 들었다. 아니 부탁이었다. 이 괴상하기 그지 없는 세계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경멸하거나 냉소적이 되지 말아달라는...

늘 마음 한구석이 어두웠다.
인류에게 희망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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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co dio

잡기 2007. 1. 3. 12:36
오덕후 찌질이들의 스스로를 억제할 수 없는 불수의적인 악플이 상식의 세계를 넓힌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십분 이해하나, SF 나와바리 논쟁에는 관심없는데(공상과학소설인지 과학소설인지 정의에 관한 포괄적 논란을 포함하여), 부졸드 번역에 달린 리플 관람 중, 앞으로 나올 책에 고장원님이 뭔가 한 마디 하자 21세기적이지 못한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고장원님이 어떻게 해서 한국에서 상금 액수가 가장 높은 SF 시상제의 심사위원 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꽤 웃기는) 말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SF 꼬라지는 갖춰야 SF라고 믿는 고장원님이 심사위원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금돼지 해를 곧 앞두고: 포르코 디오는 이탈리아 애들이 주로 하는 욕설이었던 것 같은데.. 가톨릭이던가.. 기억이 잘...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거 에스파뇰 아닌가? '돼지같은 신'이라는... 돌이켜 생각해보니 goddamn, 인샬라 등 안 그럴 것 같은 기독교도와 무슬림도 그에 상응하는 일상의 욕설을 갖추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는 신을 모욕하는 욕이 일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 변변한 신조차 갖추지 못했고, 변변치못한 신을 욕하는 변변한 언어도 없이, 시시콜콜하게 가지가지로 부족한 나라다.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없고 여성부 -> 여성가족부 -> 여성청소년가족부(내년) 같은 아카데믹한 사설 단체는 있다. 여성부가 갈수록 나와바리를 넓혀가고 있던데, 의문은, '여성, 청소년, 가족'에 왠지 포함되지 않을 것 같은 성인 남성은 여성청소년가족부가 하는 일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대한 역할분담, 그러니까 정치, 경제, 사회의 제반 분야를 도맡아서 해야 하는 것일까? 살림은 마누라가 하고 돈벌이는 남편이 하듯이? 후자가 손해다. 여성가족부의 이번 연말 성매매 방지 이벤트는 대박이었다. 한국에서 이제 아무도 여성가족부의 존재감을 무시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 그 이전에는 파리처럼 귀찮은 존재였다면 지금은 없애버려야 할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셈. 여성청소년가족부는 내년쯤에는 여성청소년가족교육과학기술부가 될 것 같다. 그래, 다 해 먹어라.

아줌마가 아줌마한테 시대착오적이거나 유행에 뒤쳐진다는 투로 묻는 말; '그런 말을 다하게, 너 혹시 페미니?'

워프 오브 더 모그와 자지아 댁스의 결혼식을 위한 예비모임에서 클링곤 전통 혼전 준비를 위해 파티를 기대하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 나눈 대화

what are the other five trials?
blood, pain, sacrifice, anguish, and death
sounds like marriage, all right.
how would you know?

송년회에 앞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가 온 길, 그리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로드맵을 pt질 했다. 거진 SF같은 거창한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막간에 영화를 틀어줬다 -- pt 준비중에 영화를 틀어주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지는 것 같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마땅히 보여줄 영화가 없어 노트북에 있던 스타트렉 DS9 찌꺼지를 틀어줬는데, 놀랍게도 직원들 중에 스타트렉 시리즈를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묻는 '정상인'이 있었다. 그날 송년회는 5차 까지 갔고 다음날 오후 네시까지 잤다. 다음날 있었던 송년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이들 천지인데 출산율이 감소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가 알고보니 해양모험소설의 거두 patrick o'brien 원작이다. 그덕에 한국에 오브라이언의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다. 명성만 익히 들었던 작가의 작품은, 비록 영화로 처음 접했지만 대단히 훌륭했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가 히트치지 못했다니 안타깝다. 나만 잘 즐기면 될 것 같다. 애니 스타십 트루퍼즈에 이어 최근 1년여 동안 드물게도 보전하기 위해 cd와 hdd로 백업받은 영화가 되겠다.

앨 고어의 'Inconvenient truth'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불편한 진실과 그의 정치적 실패(?)를 다루고 있다. 이런 비디오를 왜 만들었는가 싶을 정도로 고어가 불행해 보였다. 소중한 지구를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다큐멘터리가 끝날 때쯤 고어는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찍은 지구 사진을 보여줬다. 강연장의 커다란 스크린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오른쪽에는 콩알만한 크기의 지구가 보였다. 고어가 뭐라고 주장했건 간에 그가 농담을 했다고 믿고 싶다. 그가 무슨 말을 지껄이건, 내가 '느낀' 메시지는 이랬다 '저렇게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지구를 뭣하러 노력을 기울여 지키려 하는가?'

밴디다스에서는 영 바보스럽게 나오던 페넬로페 크루즈는 Volver(returning)에서 기구한 팔자와 사연을 안고 사는 여자역을 잘 소화했다. 그녀의 바람 부는 고향에서는 죽기 전에 묘터를 사서 묘터를 잘 닦고 손질하는 풍습이 있다. 딸아이가 죽인 양 아버지를 식당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동네 아줌마와 합심해서 파묻고 어린 시절 엄마가 가르쳐준 노래를 구슬프게 부른다. 그녀의 엄마는 차 안에서 딸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훌쩍였다. 그녀는 옆집 여자와 바람난 남편을 태워 죽이고 수십년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다. 노랫가사는 알 턱이 없지만 노래가 그럴듯 했다. 제목, 내용을 알 수 없는 좋은 곡

007 카지노 로얄: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 한동안 기생 오래비들이 설치던 007이 원래의 개마초 느와르물로 돌아왔다. 시작하자 마자 벌어지는 추격씬은 그간의 007 시리즈에 느끼던 환멸감, 느끼함, 메스꺼움 등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잘했다.

Borat: 간만에 낄낄 웃어본 영화. 정치적 공정함에 가볍게 엿 먹이는 영화.

내 안부야 아무도 관심없을테고... 애 사진이나 몇장 올리고 마무리하자. 귀찮기도 하고 바빠서 블로그질을 그 동안 안 했다.


닭똥같은 눈물. 애가 아파서 울고 있을 때, 제 부모는 희희덕거리며 이런 사진을 남겼다. 레어 아이템이니까.


요새 자주 짓는 표정인데,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웅얼웅얼 중얼거린다. 어디 민담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은 귀신을 보고 귀신과 논다고 하더라. 백귀야행을 보다가 지겨워서 관뒀는데 다시 볼까?


울 때는 테란 아이 표정이 로뮬란처럼 변했다. 카다시안, 안도리안, 불칸 또는 클링곤 같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능이 여전히 당나귀 새끼 수준이라 '손을 빨지 말라'고 갖은 채널을 통해 영적으로 타일러 봤자 소용이 없다. 때때로 공포심을 느끼곤 했다. 마누라의 고집스런 아인식과 나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이 유전적으로 결합된 이 아이는 이미 괴물이지 않을까? 이 사회가 무슨 짓을 해도, 변형할 수 없는 유전자의 강력하고 영속적인 몇몇 속성에 두려움을 느껴왔다 -- 아이 얼굴이 호전적인 로뮬란처럼 되는 것은 전혀 상관없지만 정신세계가 어글리해지면 본인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지만 세상을 더욱 엿같이 만들어놓게 되니까.


자다깬 아이의 이 표정이 마음에 든다. 나는 대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렇게 처절하게 불쌍하고 의존적인 가운데...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가급적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나는 왜 당분간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과 회의를 품게 될 것만 같다.


아이와 채널링이 전혀 이루어지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마누라의 번역에 따르면 젖을 빨고 있는 아이는 방금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좋은 질문이다. 나도 그것이 늘 궁금했다. 난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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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your hair

잡기 2006. 11. 27. 19:25
지하철 타고 출퇴근 하면서(왕복 3.5hrs) 책 보는 것이 어느 정도 지겨워져 한 동안은 휴대폰에 영화를 담아놓고 드라마, 시리즈물, 애니메이션 등등 영양가가 다소 떨어지는 것들을 보았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노트북 펼쳐놓고 일하는 것도 익숙해져 가는 길에 pt 자료 하나 만들고 오는 길에는 프로그래밍을 했다.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별 짓 다하다 보니 많이 뻔뻔해진 것 같다.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면서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춤선생으로 나와 불량학생들을 교화하는 영화를 노트북으로 봤는데, 왼편의 할아버지와 오른편의 아가씨 둘과 함께 봤다. 정말 함께 봤다. 내릴 때 무척 아쉬워들 하더라.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있긴 한데,많이 못사” -- 돈, 여자, 명성 등과 하등 상관없는 인생을 너무 오래 살아서 판단이 안 된다. 행복할 때라고는 뭔가 즐거운 자극을 받아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 뿐이었던 것 같다. 어제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긍정적인 상상을 했다.

ISO 9001 인증 때문에 회사에서 문서 정리 요청이 들어왔다. 한주간 문서를 정리했다. 지난 3년 동안 개발, 미팅 자료, 개발 제안서, 설계서, 매뉴얼 따위를 모아보니 대략 230MB 가량의 순수한 문서가 나왔다. 소스, 소스 버전 컨트롤 데이터, 버그 트래킹 로그, 메인티넌스 리포트 따위를 다 합치면 기가 분량이 될 것 같다. 사실 나 자신이 이렇게나 많은 문서를 만들었을 줄 상상 하지 못했다.

ISO 교육하는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문서는 형식을, 기록은 문서에 뭔가를 끄적여놓은 것을 말했다. 따라서 나는 문서를 만든 것이 아니라 기록을 만든 것이다.

아저씨 말은 무시하고, 가장 오래된 '문서'가 2003년 7월 것인데 그때 3개월에 걸쳐 설계 작업만 한 것이 있다. 이번에 개정하려고 살펴보니 거의 고칠 것이 없어서 황당했다. 어찌나 설계를 잘해 놨던지... 다시 생각해 보니 설계에 많은 시간을 들이면 나중에 가서 이리저리 고칠 것이 없다. 그 설계서를 바탕으로 여덟 대의 장비가 설계되는 동안 수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서 정리가 끝나서 3년 동안의 프로젝트를 정리했다. 3년 동안 소프트웨어 팀은 다섯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모두 성공했다. 성공->이익 창출 및 다음 장비 수주에 기여. 2006년 11월의 마지막 날 전략 미팅에서 다섯 가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3시간 분량의 자료인데 시간 관계상(미팅은 무슨 얼어죽을 미팅, 밥이나 거하게 먹자 회식이 있었으므로) 1시간 30분 동안 분당 600단어를 말하는 기염을 토했다. 호응도가 좋고 질문 안 받아도 되고 데모할 때 항상 발생하는 희안한 에러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서 요즘은 pt로 데모 할 때 동영상을 일부분 사용했다.

미팅의 호응도가 좋아 SW 팀 전 직원에게 LCD 모니터를 사주기로 회식자리에서 사장님의 약속을 받아냈다. 아무래도 소스를 봐야 하는 관계로 명암비가 훌륭한 2000:1 짜리를 골랐다. 개발로 심신이 피곤해지면 다운받은 '환상의 커플'를 보며 안구 경직을 풀어줘야 하므로 반드시 응답속도 5ms 짜리 와이드 모니터가 되었다. 사무실에 가습기도 하나 필요했다.

내년 장비 납품 성사를 대비해(90%의 확률) 팀원들에게 이 셋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 유급 휴가 (말레이지아의 내가 가고 싶었던 한 섬으로. 경비는 회사에서 지급)
* 장비 업그레이드 (코어2 듀오로 컴퓨터 교체)
* 보너스 지급

팀원들은 긴가민가 하면서 유급 휴가와 보너스 사이에서 고민했다. 한 친구는 계산상 보너스(현금지급)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납득할 수 없다. 나 같으면 좀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뻥을 치고 3개를 모두 해 달라고 할 것이다. 사지선다형 세대인지라 그중 하나만 골라야 되는 줄 알고 있었다.

납득이 안가는 이상한 이유에서 과장인 주제에 바란 적도 없는 임원(?)인 관계로 내게는 보너스도 없고 새 장비도 없다. 임원이라는 이상한 이유 때문에(아무도 내가 임원인지도 모른다) 가을에 지급된 꽤 상당한 양의 보너스 역시 받지 못해 입맛을 다셨다. 심지어 직원도 아닌데 그 회사 과장이다. 회사 사람들은 내가 블로그질을 하고 한가한 시간에 스타트랙이나 SF 등을 보거나, 논쟁꺼리를 찾아 여기저기 악풀을 달며 돌아다니는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리플은 삼천포로!) 2ch 찌질이 비슷한 족속이라는 것도 모른다. 내 신분과 본질을 감춘 채, 회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3년 넘게 지속되었다.

신규 사업을 진행하려면 최소한 3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고 그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힘들어서 별로 내키지 않는다. 어제 술을 많이 먹고 사장님 댁에서 잤다. 하루 종일 골골 거렸다. 마누라가 처가에 갔다가 올라오는 날이라 오늘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역으로 마중나갔다. 회사라니...

스스로 시시하게 살기로 맘 먹은 이상 불평하지 말자.
쪼다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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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together, die alone

잡기 2006. 11. 26. 11:05
마누라가 변심해서 최근에는 상당히 협조적이다. '로맨스는 잠깐, 생활은 영원히'라는 우체국인지 어딘지 하는 광고에 공감했다. 제대로 하자면 로맨스는 잠깐, 생활은 부질없고, 남는 것은 결국 그... 맘 상하는 수론뿐인가? 라고 생각했다.

'아치와 씨팍'은 비록 식상한 양아치물이지만 여러 면에서 썩 괜찮았다. 이런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글재주가 없어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겠다(뭐 보면 알겠지). SF에 지긋지긋하게 등장하는 병신스러운 개후까시 안 잡고 재밌으면 그게 다지, 드디어 박수칠만한 한국 애니메이션이 나왔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 이라고 생각했다.

이외수가 똥 싸듯이 악풀을 일삼는 몰지각한 네티즌과 허우대 멀쩡하면서 싸가지 없는 것들에 관해 매너를 호소하던 어떤 신문 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쁜놈'은 '나 뿐인 놈'이다.

그럴듯하다. 나쁜놈은 얼마 못 살고 죽게 마련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live together, die alone)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뭉치는 일에 별 관심이 없어서 내가 나쁜놈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롯데 엄마손 파이: '384겹!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부드러운 파이' 라고 껍데기에 적혀 있다. 보자마자 의구심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384겹이 나오지? 한겹짜리 종이를 한번 접으면 2겹, 그걸 다시 접으면 4겹이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2^8 = 256겹, 2^9=512겹이 나오지 384겹이 나올 수가 없다. 궁리해봤지만 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롯데는 외계 테크널로지를 사용하여 공간을 왜곡하고 차원을 압축하여 쿠키를 만드는 것이 틀림없다. 맛이나 품질이나 그저그런 과자에도 이런 정성을 기울이다니, 정말 가공할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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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in the game

잡기 2006. 11. 18. 22:10
GStar(GSpot?) 행사서 도우미 가슴 노출 사고 -- 불과 2회 밖에 안되었지만 제대로 된 전시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이 돌아다녔다.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 중국에서는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백화점 개점, 시골 장터, 상갓집을 막론하고 나체쇼가 횡행한다더라. 한 중국인의 주장에 따르면, '화끈하지 않으면 문상하러 오지 않는다'

고생해서 씨티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었는데, 올말을 끝으로 마일리지 적립 혜택이 축소된단다. 1000원에 2마일 적립 -> 1500원에 2마일 적립. 그렇게 바뀌면 교통카드가 안되고, 은행 연계 ATM인출이 안되고 거의 아무 혜택 없이 2만원의 연회비를 받는 이 카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씨티은행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의 유일한 장점은 상당량의 마일리지를 손쉽게 적립할 수 있다는데 있었다. 지금까지 모은 마일리지는 12000점. 동남아 왕복이 목적이었는데, 이제 겨우 제주도 왕복이다.

'아줌마'는 성차별적 표현일까? -- 아줌마->여성은 좀 이상하지만, '아줌마'라는 호칭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는데 왜 법석들이지? 반대는 안 하지만 아줌마, 아가씨라고 계속 부를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 언어의 의미를 바꾸었건 말이야 생각은 누구를 어떻게 호칭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품질이나 품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할 수 없고, 언어의 시대적 변천에 따라 사용법에 따라 품위나 품격을 따지는 것은 당신 생각이다. 수십년 동안 남의 기분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자기만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과 개성 그리고 세계관'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되어 왔다. 한번은 짧은 군생활중 고참(사회에서 그는 양아치였다)의 여자를 계집이라고 불렀다가 흠씬 두들겨 맞았다. 계집이 나쁜 뜻이 아닌데, 시대의 굴곡을 거치다보니 인격체를 비하하는 단어가 되어 있었고 세상사가 하찮고 부질없어서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내게 사회가 피의 응징을 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다음 날도 계집이라 불렀다. 곧 응징이 이어졌다. 개개의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뭔가였고 개개의 삶은 품위를 가지고 있는 또 뭔가였다. 생명을 경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존중하지도 않았다. 얼마전 식사중 날아든 말벌을 젓가락으로 뭉개 죽이는 맞은편 친구를 보고 왜 불필요하게 한 생명을 끝장내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내 삶에 무슨 의미같은 것은 없다. 어쩌다가 존재하게 되었다. 최초의 이브로부터 블러드라인을 이어가는 영속적인 존재가 아닌 단편적이고 변덕스럽고 목적도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 우연한 생명체에 불과하다. 그게 옳다고 강하게 주장한 적은 없지만, 당신의 존재의의 때문에 늘 얻어터졌다. 당신의 존재의의를 이해하고 나니까 삶이 훨씬 편해졌고 맞는 횟수도 줄었다. 그런다고 생각이 바뀌냐? 날로 위선자가 되어갈 뿐이지.

부러우면 지는거다 <-- 요새 유행한다는 말.

바로크 사이클에서 인용한 귀절로 각 분께 접대해 드리자;

옹졸한 마음만이 항상 정당하기를 바란다. -- 루이 14세

바로크 사이클에 뉴턴과 라이프니츠 얘기가 나왔다. 크립토노미콘의 조상들 역시 대거 출연했다. 그런데 일라이저가 주식 놀음을 하고 있을 때 -- 당시 유럽에는 주식 광풍이 불었다 -- 뉴턴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말아먹은 사연이 바로크 사이클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 3권 1/3쯤까지 읽었는데 그 이후에 나오려나?


후지필름 파인픽스 F11 카메라를 10/26에 사서 충전했다. 11/18에 배터리가 거의 방전되었다. 그 동안 580여장의 사진과 20개의 동영상을 촬영했다. 24일 동안 딱 한번 충전했다. 대단하지 않은가? 사진은 완전방전된 소울이.


사진 보고 한참 웃었다. 새삼스럽지만 아가들에게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출생한 이 아이들은 오른쪽부터 남아, 소울이, 남아, 여아.

"어린이들. 지나간 짜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후회스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려면 후회스러운 삶을 살아보던가, 바보처럼 사는 길이 있다. 소울이 장래에 관해 상상하지 않았다. 상상하면 그 아이는 지금 저 아이와는 다른 아이의 이미지로 머리 속에 남게 될테니. 나처럼 (아직 다 살아보지 않았지만) 평생을 '이미지 프라블럼'으로 고생해 본 사람이 있을까? 그런 까닭에 나는 인간에 대해 쓸데없는 상상을 품거나, 선입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소울아.


파인픽스 F11의 변강쇠 배터리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지만 똑딱이는 똑딱이일 뿐, DSLR에 견줄만한 성능은 아니다. 그건 그렇고 아이 백일을 맞아 아내 친구들에게 축하턱을 내고 집에 돌아와 한국의 마귀 할멈인 삼신 할멈에게 상을 차려줬다.


일래 아가씨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나와 다른 구도와 관점을 가지고 있다.


역시 DSLR. ISO 1600으로 번쩍인다. 난 인물 사진을 찍어본 경험이 적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결핍되어 인물을 잘 찍어내지 못하는 편이다.


찍은 사진을 여러 차례 살펴 보았다. 아내가 찍은 사진과 일레 아가씨가 찍은 사진, 내가 찍은 사진에서 얼굴 형태와 표정이 모두 달랐다.


내 관점과 구도는 저랬다.

하도 아이가 내 얼굴 닮았다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주장들 하셔서, 포토샵과 morphing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여 비교해 보았다. 엄밀하게 따져보니 아이는 내 얼굴을 별로 안 닮았다. 날 닮지 않았다고 내가 섭섭하기라도 할 것 같은가? 또는, 발가락이 닮았다고 벙글벙글 기뻐할 것 같아서 해주는 말일까? 예전 속담도 그랬고 맨델도 그랬지만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비교에 사용된, 얼마전에 찍은 여권 사진.


뭐가 붕어빵처럼 닮았나? 늦지 않았으니 오늘부터라도 과학적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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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biz

잡기 2006. 11. 4. 22:23

영어를 잘 못해서 별 대화는 나눠보지 못했지만, 시장통 오뎅을 좋아하는 서른살의 터키시 엔지니어와 함께 비단 결혼식에 갔다. 근데 이름이 뭐였지?


늦장가질에 왠지 아내에게 설설 기면서 살 것 같아 안타까움이 앞섰다. 신부인 야옹 아가씨는 볼 때마다 표정이 부루퉁하고 말투가 매서워서 아줌마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생을 색다른 컨셉으로 살아간다고들 한다. 내가 결혼할 때도 다들 그랬다. 저놈의 본색을 알면 절대 결혼 못할꺼야, 암 그렇고 말고, 쯧쯔 신부가 안 되었지 뭔가? 운운. 야옹이 스토리도 그럴 꺼라고 짐작했다. 결혼식장에서 먹는 뷔페 식단에 정이 안 가서 소고기 무국에 맨밥을 말아먹었더니 흡족했다. 신혼여행은 아프리카로 간단다. 조금 있으면 역사에서 사라질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보러간다니 부럽다.


상당히 놀라운 영양성분의 보고인 분유 먹고 웃는 얘도 데리고 갔다. 5kg짜리 배낭 같았달까?


얼짱 각도로 찍고 얍삽한 후보정 작업을 거치면 아가도 배낭 이상의 의미를 지닐 때가 있는데, 분유를 질질 흘리며 히죽 웃고 있는 윗 사진과 비교하면 리얼리티가 훨씬 떨어져서(30분 동안 갖은 악을 쓰며 울어대는 리얼리티도 있다) 이런 종류 사진은 내키지 않았다. 하여튼 마누라 서비스 차원에서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깔아놓았다.


흠... 사진은 아랫것들이 제대로 된 것들이지.


화났냐?


어이, 그만 울고 우리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눠보자.

아이 얘기에 정신이 팔려서 결혼 사업에 관한 중요한 얘기를 못했군. 바쁘니까 관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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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이 사진 찍으면 2/3는 흔들려 사진을 버렸다. 막 찍어도 잘나오는 값싼 카메라를 찾다보니 FinePix F11이 물망에 올랐다. 실내와 어두운 곳에서 FinePix F11이 두각을 나타낸다. 예전에 쓰던 캐논 A60, 얼마 전에 새로 나온 삼성 NV3 등 구닥다리 카메라와 화질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런 사진은 별 차이를 기대하기 힘들고... 색상이 강조된 크로매틱 모드.


색수차가 좀 심한 편.


ISO 400 에서는 셔터만 누르면 나머지는 카메라가 알아서. 진정한 똑딱이.


똑딱이로 암부 디테일이 무너지지 않은 야경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니...


ISO를 일부러 줄였는데 흔들리지 않았고 노이즈가 없다.



ISO를 800으로. 사진을 축소한 탓에 노이즈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전의 캐논 A60으로는 상상도 못해본 사진.


수동 모드에서 약간의 노력으로 눈이 보는 정도로.


전원 켜고 아무렇게나 막 찍어도 이런 사진이 나오다니... 괴물 똑딱이라더니 명불허전, 엑박 팔고 카메라 사길 잘했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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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 ciga, gamble, glutton

잡기 2006. 10. 26. 00:02

추석때 남들처럼 극장에 가서 조조할인으로 '타짜'를 봤다. 주인공 남자애가 징글징글해서 영 입맛이 개운하지 않아 여기저기 뒤져 '올인'을 찾아냈다. 잘 나가다가 신파가 되어 버린다. 뭐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이병헌 머리가 참으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박쥐(Black Bat)라는 담배를 선물 받았다. 초콜렛 맛이 난다. 조잡한 인쇄상태로 보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제작된 짝퉁이 틀림없지만 맛은 괜찮았다. 미국에서 로드 라이프를 살아가는 흑인들은 '짝퉁은 한국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암. 짝퉁 하나를 만들어도 장인정신을 담아 제대로 만들어야지.

블로그 제목을 Cosmic Background Noise로 할까, Cosmic Noise로 할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해 봤다. '유한 상태 기작으로서의 삶'(또는, 안간힘을 써봤자 그게 그거인 부처님 손바닥)을 너무 오래 울궈 먹었다.

야동계의 거물급 인사인 김본좌(kimcc)가 경찰에 잡혔다. 한국에 퍼진 일본 포르노물의 70%를 유통시킨 사람이란다. 어떤 평에 따르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김본좌가 막았단다. 사회의 큰 별이 졌다고 애통해한다. '당신이야 말로 음지의 슈바이쳐였습니다.' '이 분께서는 8.15에는 업로드하지 않으셨어.' '우리 삼보일딸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주에는 책을 다섯권 읽고 27시간 분량의 드라마를 해치웠다. 이름만 들었던 '문라잇 마일'도 간신히 구해봤다. 일하고 자는 시간 빼고는... 이건 아니지 싶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많이 섭취했다.

"(저 달을 상대로) 뭘 걸텐가?"
"마이 라이프~"

"밥, 우린 어떻게 될까?"
"울지마. 눈물이 어니까."

-- 문라잇 마일 중


뱅 드 빠이스(VDP)를 하나 집어 들다가 만오천원씩이나 해서 내려놨다. 집에 돌아오면 하루에 한잔씩, 이름모를 포도주를 마셨다. 포도주는 물을 타지 않기 때문에 보통 750ml짜리 포도주 한 병은 대략 1kg의 포도에서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남은 용량과 같다. 과일을 잘 먹지 않는 나로서는 하루 100여그램의 포도 엑기스를 몸에 좋은 알콜과 함께 섭취하는 것과 같다. 왜 전에는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누구도 안 다치고 여자들에게도 껄덕거리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마초가 되는 길: 아무도 없는 산, 바다, 들판에서 자신을 채찍질하며 하등 쓸모없는 도전을 한다. 삽질인데, 유래가 깊어서 시지푸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지푸스는 삽질의 신화적 원형을 제시했다.

터키의 아라랏 산 꼭대기에는 대홍수 시절 떠돌아다니던 노아의 방주가 있다고 한다. 뒤져봤더니 없었다. 방주에 미친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비지땀을 흘리며 그것을 찾아다니고 있다. 하나님께서 방종한 지상의 잡것들을 제거하겠다고 결심하시고 손수 실행에 옮기셨을 때 (그러니까 성서에 따르면) 노아는 종자와 동물 한쌍씩을 배에 태웠다고 하던데, 노아가 챙기지 않은 것들은, 말하자면 하나님의 별도 지시가 없었거나 노아로서는 불가항력이었던, 물고기들은 어땠을까? 사실 하나님이 역사하신 대홍수에도 불구하고 20미터 밑바닥 모래에서 한가하게 뻐끔거리고 있던 광어는 대홍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지질학적 증거로 유프라테스 강의 범람에 의한 홍수는 정말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인 것 같다. 홍수보다 더 심각한 환경오염이 극심해지면(환경오염은 방종한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처벌로 보이지 않는다) 저 혼자 먹고 살려고 종자를 챙기고 스스로를 얼려서 우주로 토낄 노아같은 놈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문라잇 마일은 이래저래 마초 만화다.

지난 달 30일 동안 서버가 7번 다운되고 4번 네트웍이 단절되었다. 원인이 대충 밝혀져 원래 있던 1kwh짜리 UPS를 어디서 얻어온 10kwh짜리 UPS로 교체했다. 10월 1일부터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여차하면 사무실로 서버를 들고 오고 vdsl 고정 ip를 받으려고 했는데, 고정 ip를 서비스하지 않는다는 말을 kt로부터 들었다. 회사에서는 그 중요성에 비해 네트웍과 서버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2 대의 서버는 굴러다니는 부속을 그러모아 조립한 것인데 하는 일이 꽤 여러가지인 굉장히 중요한 서버다. 원격지의 서버가 다운되면 업무를 중단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데 공장 한 구석에 쳐박힌 채 먼지를 먹어가며 열악한 네트웍 상황과 열악한 파워 컨디션에도 1년 6개월 동안 가동중이다. 서버가 다운되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 물론 나도 신경쓰지 않았다. 서버가 다운되면 다운되었다고 그 서버가 내 휴대폰으로 문자라도 날려주는게 예의지만, 그렇게 되면 주말이나 휴가 중에 김이 새버리니까.


XBOX 360을 일주일 내내 집안 구석에 팽개쳐 둔 채 잠시 짬이 나서 써먹을 용도를 궁리해 보았으나, 애물단지라는 생각이 들어 팔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20만원에 팔려니 사는 사람이 없다. 하긴 엑박이 별로 좋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게임기는 Wii다. 매물을 올리자마자 입질이 왔다. 직거래하러 가보니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놓은 부분을 트집잡혔다. 새거지만 새것 같아 보이지 않는 포장 때문에 결국 판매하지 못해 낑낑 매고 사무실로 들고 갔다. 엑박을 팔아서 카메라를 장만하려다가 카메라를 먼저 장만하고(28만원, 추가 배터리, 1GB, 작은 삼각대 등등 기타 한보따리 분량의 잡것들 포함) 그 카메라로 엑박 사진을 찍어 올리고 다시 팔았다(판매가 27만원). 이번 디카 구매의 컨셉은 '막 찍어도 잘 나오는 똑딱이' 였다. 너무 잘 찍혀서 당황스럽다. 이렇게 성능 좋고 가볍고 한번 충전에 무려 500장이나 찍히는 값싼 디카가 있었다니... 만 원 주고 산 셈이라 해피하다. 후지필름 파인픽스 F11, ISO가 무려 1600. 1GB xD 픽쳐카드로 600만화소짜리 사진을 371장 담을 수 있고 전원켜고 바로 찍을 수 있다. 배터리는 그보다 훨씬 오래간다. 잘 샀다.

"야!"
"아앙!"
"얌마."
"아앙!"
"암 유어 파더"
"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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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셀룰리안(이던가?) 색에 관해 얘기하던 부분 외에는 내용은 거의 볼 것 없는 쓰레기(패션이란게 일부 유사-유산계급 여자들의 자위행위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 각본 탓인지 원작탓인지 모르겠지만 뒷끝이 몹시 구리다. 그런데 보는 동안은 주인공이 입고 다니는 눈이 휘뚱그레지는 옷과 장신구 때문에 정신없었다. 심지어 저런 괜찮은 옷들을 포기할 정도로 저 여자가 정신이 나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비현실적이었다.현란한 옷가지들 때문에 옷걸이가 안 보이는(얼굴이나 몸매가 '안' 보였다) 특이한 영화다.

'마구로와 일본인' 아사히 TV 특별기획으로 만든 다큐멘타리. 암으로 죽은 아내의 유품인 머플러를 뒤집어 쓰고 차가운 겨울 북해에서 낚시줄을 드리운 채 마구로(참치)를 낚는 65세의 늙은 어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몇 차례인가 실패를 거듭하다가 그는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홀로 쪽배를 타고 나가 비장의 꽁치 미끼를 사용하여 137kg의 참치를 가까스로 잡았다. 노인은 남들 다 사용하는 어군탐지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인의 투쟁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지 그후 꼭 일 년만에 그의 4톤 짜리 낚싯배에 다시 취재진이 올랐다. 일년에 한 배에서 몇 마리 잡지도 못하는 참치 잡이에 왜 그리들 혈안이 되었는가? 2001년 연초 경매에서는 참치 한 마리에 2020만엔을 받았다는 전설적인 기록이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참치만 보면 환장하는 일본인들 얘기지만, 꽤 흥미를 끌어서 내리 여덟편을 다 보았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연재는 장장 4년 동안 이어진다. 화면을 채운 표제어들;

동생이 병으로 쓰러졌다.
천국의 아내에게 바치는 참치 외줄낚시!
남자의 눈물. 인내하는 아내...
희비가 교차하는 인간교차로
운명을 쥐고 있는 외가닥 줄.
목숨을 건다! 혹한의 오오마 부자선의 진실.
혹한의 쓰가루 해협! 목숨을 걸고 바다로 향한다!


원제는 '참치에 인생을 건 사나이들' 상당히 오바하는 나레이션이 꽤 마음에 들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니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뉴스 특보가 방영되는 중이다. 테이블마다 이어지는 한숨 소리; '또 주가 떨어지겠군' '이 김에 주식이나 살까?' 아무렴.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올 말이지. 그런데 식당 주인 아줌마가 탁자에 팔을 괘고 앉아 한가하게 진짜도 아닌 자료 화면으로 나오는 핵폭발 광경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와... 정말 멋있다!'

며칠 전에는 '아담의 종말'이란 책을 읽었다. 점점 짜부러져 가는 Y염색체의 운명은(그리고 현저히 감소한 정자수도 한몫하여) 50만년 밖에 남지 않았다. 즉, 남자는 별 일 없으면 50만년 후 멸종하고 X 염색체들 끼리 알아서 번식한다. 아담의 종말은 이브의 일곱 딸들을 지은 과학자가 쓴 것인데, 시종일관 남성의 호전성 등등을 비아냥거리다가 말미에 이런 주장을 했다; '이왕 멸종하는 거 Y염색체 살리자고 괜히 공 들이지 말자.' 그 결론이 꽤 마음에 든다.

남자 없이 여자들이 어떻게 잘 사냐고? 글쎄다. 굳이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험하고 실험하고 대륙을 발견하고 남자가 50만년 후 멸종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 남성이 지닌 보편성이자, 그 동안의 역할이었다. 인류가 이정도로 잘 나가는 문명을 만들어놓은 것은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의 지적 역량과 모험심과 다른 남자의 두개골을 박살내고 수억의 인류를 죽이는 근육을 공작새처럼 뽐내던 남자들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여자애들 꼬시려고 백년 동안 목숨을 하릴없이 바치면 이루어 놓을 것을 여자들 끼리면 아무도 안 죽고 행복하게 살면서 천오백년이 걸리겠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작가가 겉멋이 들고 성의가 없어 책의 내용은 중언부언 읽으나 마나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재밌는 책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이 말이 오래오래 인상에 남을 뿐이었다. '와, 정말 멋있다!'

추석 때는 토실토실 볼에 살이 오른 딸아이 구경하고(와, 멋있다!) 8시간 동안 길에서 시간을 보냈다. 처가집 근처의 어떤 다리에 아름답게 떠오른 둥근 달을 보았다. 주말에는 가끔 뒷산에 오르거나 밀린 드라마를 구경했다. 별 일 없으면 하루 7-9시간 정도 잤다. 주말 외에는 두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음주는 가능한 자제하며 가끔 수퍼에서 맥주를 사다 마신다.

바쁘다고 거짓말 하지 않는다. 그냥 바쁘다.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었다. 엊그제 읽은 것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떼의 항해지도(La Carta Esferica)였다. 도서관에서 책 제목이 멋있어 암 생각없이 뽑아들었다. 글쓴이가 얼마나 책을 읽어댄건지 이게 그의 소설 같지 않다는 문제가 좀 있을 뿐(혼성모방? 기시감? 지식의 타피스트리? 알고보니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 근세 이후의 항해 소설로서 품질은 아주 훌륭했다.

보라, 그 동안 기가 허해져 읽기를 바라마지 않던 바로 그 개마초물이 아니던가?


코이는 보기와는 달리 염세주의자가 아니다. 염세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모든 믿음을 버려야 하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그런 믿음 같은 건 지니고 있지 않았다. 세상이 불완전하고, 슬프고, 피할 수 없는 광경이라고만 생각했다.

술집에서 어떤 여자가 그에게 왜 변호사나 치과의사가 되지 않고 선원이 되었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 여자가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 때 말했다. '바다는 깨끗하죠.'

육지에는 문젯거리 밖에 없다 -- 디트리히 폰 헤프텐, 폭풍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바다에서는 규칙만 잘 지키면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다. 때로 바다는 당신을 죽일 수 있지만 당신이 좋은 선원이라면 최소한 죽는 순간 어디에 있을지 정도는 알 수 있다. -- 저스틴 스콧, 배 사냥꾼

"내 말을 믿어요. 여자들 세상에는 공짜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아요."
"속담도 있잖은가. 여자와 바람은 각별히 주의하라고."

"내가 수영대회에서 우승했을 무렵 당신은 어디에 있었죠?"
"살아가고 있었소. 당신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소."

"그녀와 자고 싶소" 그가 종업원에게 말했다.
"우리 모두 그걸 원하죠." 종업원은 비질을 멈추지 않은 채 대꾸했다.
"문제는 그녀가 페어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거요"
"그렇게 하는 여잔 하나도 없어요."
"그 여자는 엄청난 미인이지만 대단한 암캐요."
"여자는 다 그렇죠."
"난 지금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어 있소."
"골치 아프게 할 만한 여자인가 보죠"
"아직은 잘 모르겠소.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침몰된 배 한 척이 있소... 그리고 나쁜 인간들까지 몇 개입되어 있소."
"위험한 사람들인가요?"
"그런 건 전혀 모르오. ... 그런데 내가 그 일을 할 것 같소."
종업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바다에 왜 가요? 바다는 깨끗하니까. 사막은 왜 가요? 사막은 깨끗하니까. 그만 놀리자.

유감스럽게도 그는 평생 바다소설을 썼던 조셉 콘라드는 아니다. 레베르떼가 지은 항해소설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할인마트에서 산 싸구려 포도주를 한 잔씩 홀짝이며 읽었다.

무통 로실드나 마르고, 로마네 꽁띠 같은 값비싼 포도주를 마셔본 적이 없다. 프르미에 크뤼 정도는 덜덜 떨면서 마셔봤지만 그랑 크뤼는 평생 구경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 인생에 걸쳐 디캔팅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좋은 포도주를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좋은 포도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레스토랑에 가면 커다란 로제 와인 잔에 따라놓은 술을 살살 흔들어 향을 음미하고 혓바닥을 굴리며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고, 대체로 그런 꼴을 우습다고 여겼기 때문에 '완샷'을 즐겼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업소에서 파는 와인의 질인데...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뉴판을 다시 쳐다보기도 했다. 메뉴판에서 4만 5천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맛은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5천원짜리 싸구려와 그닥 차이가 없었을 뿐더러 어떤 때는 값싼 싸구려 와인이 매실쥬스처럼 느껴져 '인생을 살다보면 별에별 수상쩍은 경험을 다 하게 되는거지'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별 개성도 특색도 없는 무난한 와인들이 왜 4만 5천원씩이나 하는걸까?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 곁들이면 참 좋겠다. 쫄깃쫄깃한 고기와 달콤한 육즙, 그리고 약간 드라이한 포도주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매년 주최하는 데브데이는 올해도 열렸다. 정말 유래가 없을 정도로 한심한 행사였다. 행사내용은 그렇다치고 담배연기 자욱한게 개발자들이 개떼처럼 모여 웅성이는 분위기는 제대로 나왔다. 지난 3년간 무선 키보드/마우스 셋을 받아왔고 슬슬 짜증이 나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XBOX 360을 경품으로 건졌다. 대략 30만원 가량하는데, 엑박을 탄 두 명은 인터뷰를 해야 한다길래 카메라 앞에 멍하니 섰다. 나와 같이 엑박을 받은 아저씨는 할 말이 없어 수줍어 해서 내 입가에 마이크가 어른 거렸고 나야 그런 일 있으면 유창하게 떠들어대는 타잎이라 청산유수처럼 말을 '아낌없이' 내뱉었다. 그래서 인터뷰어는 똥 밟은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잊지 않고 염장 SMS를 날렸다. 우리 직원들은 올해 열린 모든 세미나에서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경품을 휩쓸었다. 이 여세를 몰아 로또로? 3 17 6 24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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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fishing

잡기 2006. 10. 5. 21:54
피곤에 지쳐 맛이 간 윤과장이 뜬금없이 산에 가자고 말한다. 산에는 왜? 머리 식히러. 안 가. 라고 말했더니 이상한 얘기를 해 준다. 15년전, 인삼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한반도의 여기저기에 인삼밭이 늘어났는데 들새, 산새들이 농부들이 심어놓은 인삼 열매를 따먹고 훨훨 날아다니다가 무심히 배설물을 산자락 여기저기 떨구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한반도의 여러 산에는 그때 뿌리를 내린 인삼이 산삼이 되어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며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단다. 특히 10~20년 근이 많다나? 그 동안 아무 생각없이 주말마다 뒷산에 올랐는데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산에 오르자!

정말 할 일 없고 심심한 주말에는 옥상에 올라가 주저앉아 망원경으로 산자락을 살폈다. 수상쩍게 혼자 올라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오줌을 눗는 아저씨들이 자세히도 보인다. 주말에는 어김없이 소방헬기가 능선을 빙글빙글 돌았다. 누군가 떨어지거나 다치거나 한 것이다. 인구 천만이 넘는 도심 바로 외곽에 이런 암궤로 가득한 험한 산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막걸리 한 잔 걸치고 휘적휘적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져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이 매 주말 어김없이 나와 이제는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는 점이 놀랍다. 한번은 나도 핸즈프리 이어폰을 꽂고 한가하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며 암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거진 수직벽을 기어올라간 적도 있었다. 핸즈프리는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으아아악 하는 현장감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진의 1:x-1 = x:1 지점에 있는 우리 집 옥상에서는 이곳이 정면이다. 나중에 gps로 찍어둬야겠군. 인간의 감각은 믿을게 못되니까.

vmware에 ubuntu server 버전을 시험삼아 설치했다. 그동안 페도라 코어를 사용했는데 워낙 떡대가 크고 무거워서 여러 모로 좀 부담스러웠다. 우분투 홈페이지에는 우분투가 아프리카어로 i am what i am because of who we are. 라는, 천진하면서 철학적인 해석을 달아 놓았다. 다큐먼테이션이 잘되어 있고 작고 가벼워 설치는 놀랍도록 쉽게 끝났다. 왜 진작 우분투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컨셉도 마음에 들고 원래 os가 이래야지 싶은 생각도 들고. 시간 나는 대로 서버를 모두 우분투로 교체해야겠다.

그리고 누가 뭔가가 좋다고 충고하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새겨 듣고 실천하자.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 책을 자주 읽었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빌린 코엘료의 '악마와 미스 프랭', '피에트르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읽었다. 하도 많이 빌려서 책장이 너덜너덜하고 온 사방에 낙서 투성이인 그야말로 아낌없이 공분을 쏟아붓게 만드는 걸레가 다 된 책인데, 빌리려고 마음먹은지 1년이 지나서야 우연히 서가에서 발견하고 빌린 것이다.


'공주가 개구리에게 키스해서 개구리가 멋진 왕자로 변하는 것은 동화 속 얘기일 뿐이야. 현실에서는 공주가 키스하는 순간 왕자는 개구리로 변해버리고 말아.' -- 그렇기도 하고, 키스하자 마자 개구리로 변한 공주도 꽤 여럿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래서 개구리를 함부로 잡으면 징역 2년 이하,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법이 그렇다.


날씨는 맑다 흐렸다 개떡같았다. 전날 천안에 도착해서 정말 열심히 땀흘려 일하다가 하룻밤 사장님 댁에서 신세지고 아침 일찍 작년에 한 번 간 적이 있는 장고(장구?)항으로 갔다. 거래처 사람들을 포함해 이번에는 열 다섯명의 인원이 배를 빌려 우럭 낚시를 간다. 회사에서 '협찬' 받으려 로비하느라 며칠 애먹었다. 15인용 낚싯배는 50만원을 들여 빌렸고 타래와 미꾸라지 미끼, 기타 음식들을 구입하려고 두당 3만원씩 추가로 걷었다. 날로 먹었어야 하는데, 재정적인 면에서는 실패한 셈.

쌀쌀한 날씨 속에서 배가 출항했다. 파도가 일어 다소 배가 흔들렸다. 처음 하는 친구들이 많아 전날 모두 키미테를 붙여오라고 일렀다. 키미테의 겉딱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원리'가 적혀 있다. 평형기관인 귓속의 세반고리관의 수용기를 마비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배에 오르자마자 키미테를 떼었다. 생각해보니 여행할 때 거친 파도의 가랑잎처럼 운행하는 쪽배를 많이 타봐서인지 배멀미를 한 적이 없다.

어군탐지기의 도움을 받아 낚싯줄을 내렸지만 오전 내내 수확이 신통치 않다. 우럭은 대략 15-20m 되는 바닷속에서 서식하는 것 같다. 추가 바닥에 닿는 느낌이 오면 줄을 약간 당겨 바닥에서 띄운 채 줄을 슬슬 당기거나 밀어 미끼로 쓰는 미꾸라지들이 먹음직스럽게 오르락내리락 흔들리게 하면 되는데, 줄을 당기는 느낌이 나면 좀 더 흔들었다가 잡아당기면 된다. 잡아당길 때는 약간의 중량감만 느낄 뿐 별다른 느낌이 없는데, 20미터 깊이에서 갑작스럽게 끌어올려지는 우럭은 기압차에 의해 기절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기분, 어떤지 알 것 같다.

배에서 하는 우럭낚시는 처음 해 보는 사람도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우럭낚시질 경험이 없는 사람이 열 명쯤. 그래도 무난히들 꾸준히 낚는다. 열다섯명이서 두당 평균 다섯마리 정도를 잡았다. 한 친구는 배멀미로 고생했다. 그는 흔들리는 뱃전에서 쉴새없이 토악질을 하다가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더니, 토사물에서 아침에 먹은 초콜렛 우유맛이 난다고 주장했다. 신선했다.

쭈구미, 낙지 따위들이 줄을 타고 기어 올라와 소주 댓병에 바로 토막내서 먹어 치웠다. 빨판이 혓바닥과 입천정에 달라붙어 꿈틀거렸다. 생물의 쫄깃한 감촉이 몹시 입맛을 당긴다.

해가 떠올라 나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낚시질은 제끼고 본격적으로 회를 뜨기 시작했다. 씨알이 예년보다 작아 우럭 한 마리를 두껍게 회를 치면 예닐곱 점 밖에 안 나왔지만 접시에 담자마자 이 손 저 손 사이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12시가 조금 넘어 매운탕을 끓여 먹었다. 잡은 고기는 얼추 60마리를 넘겼고, 그 중 20마리를 회떠먹고 남은 찌꺼지로 매운탕을 끓였다. 식욕들이 왕성해서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오후에는 영 입질이 없었다.

그래도 40여마리가 남아 오후 4시쯤 파장하면서 뭍으로 올라와 인근 횟집을 잡아 남은 우럭을 회쳐달라고 하고 그것으로 저녁을 때웠다. 하루종일 회와 매운탕을 배불리 먹어서인지 소주를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하니 밤 열한시가 넘었다.


첫 수확. 우럭들의 멋진 드롭킥.


예상보다 조류가 거세 수확이 적었다. 평균 두당 열 마리는 잡아야 하는데...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낚는 신공을 펼치려 했으나 갈매기들이 배가 덜 고팠는지, 영악해진건지 쉽게 달려들지 않는다.


회치면서 야금야금 술잔을 비우던 두 과장님께서는 과음으로 일찌감치 뻗었다. 다들 낚시질에 정신이 팔려 회칠 사람이 없어서 잠시 즐거운 주사는 소강상태. 아, 흔들리는 뱃전에 쭈그리고 앉아 소주 한 잔 목구멍에 털어놓고 두껍고 쫄깃쫄깃한 우럭회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게 정말 끝내준다.


삼치를 잡고 기뻐하는 젊은이. 나는 다섯 마리를 잡았다. 한 마리도 못 잡은 사람도 있었다. 그는 주로 장갑이나 옷가지 등을 낚아 OTL하고 말았다.


낚시질 끝. 장어 한 마리, 장대 다섯 마리를 포함, 대략 40여마리쯤 남은 고기들. 장대는 횟감으로는 먹을 수가 없어 저녁으로 먹은 매운탕에 퐁당. 면밀히 계산해 본 결과 15명이 80여만원을 들여 간 이번 낚시는 손해는 안 났지만 거의 본전치기라서 입맛을 다셨다. 다음 번에는 괜찮은 낚싯배가 걸리길 기대해본다. 집으로 돌아갈 때 우럭 서너 마리쯤은 손에 쥐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상, 독기와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고 노련하며 경험도 댓따 많은 프로페셔널 중견간부들의 강력한 주장 대로 '회나 먹고 하루종일 즐겁게 놀면 장땡이지 워크샵은 무슨 워크샵' 이란 주제로 회사 가을 워크샵을 약간 아쉬운듯이 마감했다.

분실 휴대폰 주워 갖다 주면 2만원 준다던 우체국은 5천원짜리 상품권을 보내주셨다. 화이트보드에 간단한 문제를 휘갈겨 썼다. 사원들에게 알고리즘 문제를 내주고 제한 시간 30분 동안 코딩해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코딩에 상품권을 건다고 말했다. 별반 독창성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빨리 프로그램을 짜서 버그 없이 실행한 친구에게 상품권을 줬다. 문제에 관해 너무나 많은 철학적 의문을 품었던 5년차 프로그래머를 제치고 회사에 마지막으로 입사한 막내가 상품권을 챙겼다.

가끔 머리도 식힐 겸 이런 이벤트를 자주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초롱초롱한 눈빛)을 받았다. 다음 문제는 뭐가 좋을까? 옛날에 어린 친구에게 스트링 검색 문제를 냈더니 누쓰의 책에서나 구경하던 알고리즘을 입도 안 닦고 짠 녀석이 있었다. 그런데 자기가 뭘 짰는지 모른다. 자기가 뭘 짜는지도 모르면서 래딕스 소팅이나 더블 해싱 알고리즘을 밥먹듯이 구현하는 친구였다. 확실히 이 바닥이 재밌고 요지경인 것은 상상력이 번뜩이는 어린 고수들 때문이다. 그 녀석은 그런 천재적인 머리로도 여자 문제는 마땅한 알고리즘이 없어 골치를 썩이더니 결국 3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어학연수를 가버리더니 연락을 끊었다.

그런 친구들은 용을 써도 60마리씩 낚이지 않는다.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잡는 어부에게~
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사랑의 예수님이 부르셨다네~

-- 어린 시절 사탕 챙기러 종종 가던 교회에서 들은 찬송가.

'사랑밖에 모르는 과장님'도 애타게 부르는데 좀 낚여줘야 예의가 아닐까?
응?
낚여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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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mojito

잡기 2006. 9. 28. 11:53
중남미 여행중 맥주에 질려 가끔 저녁때마다 마시던 칵테일이 있었는데 이름을 잊고 있었다. 건다운님 홈피 보다가 그게 모히또란 걸 알았다. 민트를 푹 담가놓은 어쩌구저쩌구... 컵에다 풀을 하나 꽂아주길래 호기심에서 마셔봤는데 입안이 정말 깔끔했다. 얼마 전에 어떤 미국 드라마에서 모히또가 나왔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것이구나 싶어 궁금하던 차였다. 아... 모히또 마시고 싶다.

날더러 클래식과 재즈를 즐겨듣냐고 묻는다. 글쎄... 내가 하루종일 클래식과 재즈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사무실에서 일하던 일주일 내내.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이 소음을 말하는 건가? 재즈는 작업할 때 듣기 좋았다. 재즈는 음악 자체가 '난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되요'라고 말해 주신다. 재즈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재즈를 들을 때면 맥도널드의 저질 햄버거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달리 말해 가끔 먹고 싶고, 그리워진다. 클래식은... 어린 시절에 워낙 듣고 자라 뭘 들어도 지긋지긋해서 집중이 안 된다. 그러니까 그 두 종류의 음악은 일종의 편안한 생활 소음 또는, 배경 잡음으로 작업할 때 즐겨 듣게 되는 것이다. 본인은 남들 듣는 가요처럼 생각하거나 이미 한물간 뒈진 장르물 정도로 여기는데, 듣기엔 고상한 척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그리운 옛날 총각시절 생각하며, 루이스 암스트롱의 징그런 썩소를 떠올리며 한 곡 땡기자. Louis Armstrong, Kiss of Fire (3:07)

'오르페브르 36번가(36 Quai Des Orfevres)'는 향수를 자극하는 느와르물이다. 최근 줄줄이 쓰레기같은 영화를 만들어대는 프랑스에서 간만에 '프랑스 정통 느와르'가 '드디어' 나와 주셨다. 감사하다. 장면 하나하나가 개념 지대로 탑재되 있고 마른 콘크리트처럼 기초 튼튼하고, 캐릭터 완강하고 장면 각본 너나할 것 없이 주옥같다. 테스토스테론이 솟아나지 않는 것들이 이해할 장르는 아닌 것 같다. 정서적으로 요즘 십대 애들과는 안맞는 관계로 곧 폐업할 극장 아니면 내걸릴 영화도 아닌 것 같다.


테스토스테론이 안 나와 일부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잠만 자는 불행한 족속들

'The Unit'는 마누라 어패어와 군바리 허즈밴드 써포트가 빠지면 서사가 빵꾸날지도 모른다고 조바심내는 바보같은 각본가들만 아니면 볼만하다. 영희야 철수야 놀러가자 수준의 한심한 아랍어 구사면 머리가 날아간다는 리얼리티나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사바나, 남미 파타고니아 배경이 어쩜 저렇게 똑같을까 하는 저비용구조도 대충 무시해주자.

요즘 읽은 책은 빌 브라이슨이 지은 '나를 부르는 숲(a walk in the wood)'. 여행자들 사이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전설적인 애팔래치아 트래킹을 왠 샌님이 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내용. 우연히 발견. 꽤 웃겨서 낄낄거리며 읽기 좋은 책. 중남미 여행중 애팔래치아를 종주했다는 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밤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촉촉한 눈빛으로 자신의 개고생을 예의바르게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셔서 내 가슴에 꺼지지 않는 소망의 불씨를 하나 남겼다.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은데 3300km를 걸어 가려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릴 것 같다. 그래서 해법이 좀 난해한 코스다. 숲의 공포를 모르는 것 같았던(적어도 저서를 보면 희안한 개소리만 줄줄이 이어지는) 소로우도 치를 떨었다더라. 문명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 내겐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둘두둘하고 딱딱한 숲속의 텐트 생활을 하다가 난방 잘되는 침대로 돌아오면 그것보다 기분이 좋은 건 없다. 젠장, 백두대간 종주라도 하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일요일에 산을 올랐다. 며칠 전 먹다 남은 치킨 조각과, 전날 먹다 남은 피자, 그리고 아침에 라면 등을 조합해서 먹었더니 뱃속이 희안하다. 마치 위장이 fusion reactor가 된 것 같달까. fusion 음식들은 대부분 이해가 안 가서 예의없이 화가 났다. 음식을 만드는 장본인들은 그게 '의외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음 날은 아킬레스건 바로 위에 알이 배긴 채로 힘겹게 힘겹게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김씨 아저씨가 홍합 먹자고 한다. 입가에 군침이 돌았다. 토마토를 버무린 이탈리아 홍합 음식 때문이 아니라 한겨울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털어놓고 먹는 사이드디시로 나오는 맑은 홍합탕 때문이다. 껍데기로 맨 국물을 퍼먹을 때 그 시원하고 짭짤한 느낌.


디지탈 10배 줌으로 땡긴, 뒷산에서 바라본 집 근처. 불광 중학교.



족두리봉. 멀리 성산대교 부근에서 솟아오른 생뚱맞는 분수가 보인다.

vista rc1을 설치해봤다. UI 면에서 상당한 진보가 이루어진 것 같다. windows-tab키를 눌러 윈도우를 3d로 선택하는 '장면'에는 감동 먹었다. 조금 둘러보다가 많이 시시해져서 windows xp로 돌아와 일했다.


비스타 화면빨에 완전 감동 못했던 출근길의 상당히 시골스러운 집 근처. 이 동네는 버스가 딱 한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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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 me

잡기 2006. 9. 24. 10:58
이거 보고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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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banana

잡기 2006. 9. 23. 23:20
자다 깨서 치킨 한 마리와 생맥주를 배달해서 먹고 마시며 이 글을 쓴다. The Unit라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얼마 전에 고씨를 만나 그쪽 파티의 근황을 물었더니 미드 얘기를 하면서 Carnivale에 모두 엄지를 치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과 시공간이 분리된지 오래되었지만 정서적 반응은 아직 서로 비슷한 것 같다. 종이를 먹고 사는 송충이 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결혼식 때 그쪽 사람들을 아무도 부르지 않아 상종못할 개자식이라고 불린단다. 사소한 감탄사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이 엄마가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모유를 먹던 아이가 설사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그런가? 인도애들은 맵게 자라겠군.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인도 성인 자지는 크지도, 단단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마누라에게 먹이려고 바나나를 샀다. 바나나를 먹이면 바나나 모유가 나올 것이다. 아내더러 애가 심심할텐데 하나 더 낳을 생각 없냐고 물으니, 없단다. 아내는 마오쩌뚱이 사랑받던 시절 중국에 떠돌던 경구를 알고 있을까?

돼지와 개들만 새끼를 둘 이상 낳는다.

개돼지처럼 변방에서 애들을 낳았던 소수 민족 통합에 올인하다시피 한 현대 베이징의 고심을 내심 약간은 웃음 반, 기대 반으로 쳐다봤다. 그들이 50년 후 마침내 성공한다 해도 박수치지 않을 것 같다.

FTA 문제는 수면에 떠오른 다음 의외로 걱정할 것 없이 잘 흘러갔다. 조선일보는 미친개처럼 이유없이 짖었고(우리 소울이도 이유없이 울 때가 있다), 농민들은 농사도 짓고 시민단체와 함께 데모도 했다. 강풀이란 만화가는 FTA 공포증에 관한 좀 바보스러운 코메디 만화를 그렸다. 정치가들은 언제나처럼 자중지난에 여념없이 땀을 뻘뻘 흘리고, 사람들은 어김없이 정부의 무능에 진저리를 치면서 소줏잔을 기울였다. 얘들은 어디서 줏어들은 얘기를 한두마디 늘어놓는 쿨한 멍청이로 남아 있다(요즘 애들은 왠지 일본애들같이 국제 미아처럼 보였다). 신선하고 엉뚱해서 어이없이 진행되는 결정적인 사건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술 마시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너무 지났다. 서울행 버스를 타려고 버스 터미널로 정신없이 뛰었다. 가는 길에 코스모스를 한웅큼 뜯었다. 누군가 흔들기에 깨어보니 버스 청소 하는 아줌마가 여기서 자면 안된단다. 차는 세차장에 있었다. 아, 예, 잠이 깰 때까지 멍하니 다른 취객들과 호객하는 택시 운전수 틈에 앉아 담배를 빨았다. 이건 왠 코스모스지? 지하철을 탔다. 자다 깨보니 지축역이다. 집을 지나친 것이다. 간신히 막차를 타고 되돌아 올 수 있었지만 지하철은 가다가 멎었다. 집까지 비틀비틀 걸어왔다. 마누라에게 저녁 때 딴 코스모스를 건네 주었다. 평소 즐겨하지 않는 짓을 한 그의 남편더러 그거 들고 오느라고 낯 뜨겁지 않았냐고 묻는다. 취해서 모르고 있었다. 술을 줄여야겠다.

프리스트의 글래머가 잘 팔리냐고 물으니 잘 팔린단다. 그거보고 지겨워 하는 사람들 없냐고 물으니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류의 이야기를 들었다. 좀 더 섹시하게 얘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글로 이루어진 예술의 진정성은 기억과 환상에 있다. 그럼 서사구조나 환타지는? 서사나 환타지는 비아그라같은 것이다. 좋아하는 놈들만 환장한다. 최근의 과학적 성과는 뇌의 어떤 부분이 감정이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는데(그걸 굳이 밝혀내야 알 수 있는 과학자들이 불쌍했다) 그 부분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매장 당할 수가 있다고 한다. 콧방귀를 뀌었다. 과학자들은 언젠가 여성이 남성보다 정서적으로 감응이 잘된다는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를 뒤집을 물리적 증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회사나 집에서 웹질로 뉴스 볼 시간이 없다. 이래저래 일이 많아 녹신하다. a과장에게 물으니 과업을 할당하고 기간을 정했으면 자기는 팀원들에게 신경쓰지 않는단다. 그러다가 도태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그 사람 팔자니까 어쩔 수 없고.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쁘단다. 따라서 나는 내 멋진 고집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사서 고생하는 바보천치로 보이는 것 같다. 고개를 끄떡였다. 저들 팀장이 바보천치로 보이면 일이 잘 안 돌아가니까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런데 개나소나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조엘 온 소프트웨어'가 왜 괜찮은 책인지 의문이다. 심지어 그 책은 '리팩터링'같은 입닥치고 일이나 잘해보자는 구체적인 책보다도 더 잘팔리는 책이 되었다. 그는 훌륭한 멘터질을 한 적도 없고 눈에 띄게 뛰어난 성과를 거둔 적도 없고 프로그래밍 방법론에 관한 어떤 궤적을 논한 적도 없고 이렇다 할 철학같은 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다수의 창백하고 불행한 프로그래머가 경험하거나, 심하게 말해서 남들 다 아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내부 작동 원리와 가십과 해석을 덧붙여 블로그에 올렸다가 출판한 것 뿐인데? 연봉 8만에서 13만불 짜리 프로그래머와 연봉 3-6만불 짜리 프로그래머는 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현저하게 다르다. 기작이 다르다. 조엘이 동종의 프로그래머이니까 하게 되는 독자들의 감정이입은 앵무새나 원숭이도 잘 하는 짓이다. 인간이 원숭이보다 약간 나아보이는 것은 머리를 굴릴 줄 알고 자기가 머리를 굴릴줄 안다는데 있다. 그의 글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과대평가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그가 관리자들에 관해 쓴 것들은 그저 미소가 나올 뿐이었다. 합리성이나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카오틱한 근무 여건에서 그래도 희안하게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아시아라는 원더랜드에서는 조엘이 그저그런 말많은 쪼다 중에 하나처럼 보일 것 같기도 했다. 조엘과는 한 가지 공감하는 것이 있다. craftmanship(장인정신)과 슈퍼히로만 가지고는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짜기 힘들다. 소프트웨어 퍼블리싱은 SF의 세계창조와 버금가는 제너시스 내지는 생태계 형성에 비견할 수 있다. -- 따라서 아키텍트는 클럭메이커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온릉 어느 부근에서 휴대폰을 주웠다. 잊거나 버려진 물건은 잊거나 버려진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언젠가 휴대폰을 우체국에 갖다주고 주인이 찾아가면 2만원 준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생각났다. 어쩔 수 없이 훈훈한 정이 오가는 이웃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는 제도같다. 9월 4일 우체국에 갖다 줬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진짜로 아무 보상을 바라지 않고 이웃을 돕고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는 문화시민이 되었다. 2만원이면 돼지갈비 세 근에 소주 두 병으로 문화시민이 기분좋은 저녁을 보낼 수 있다.

팀원들 데리고 회식하겠다 하니까 at your own risk라고 말한다. 회사에서 최근 발행해 준 내 법인카드의 한도액은 천만원이다. 우리 마누라도 알고 있는 뻔한 사실은 내가 굉장히 도덕적이지만 risk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팀원들이 프로그래밍을 제대로만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리스크라도 안을 각오가 되 있다. a과장이 나를 바보천치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 관점이고 조엘이 관리자에 관해 별로 아는게 없어 농담 따먹기로 대충 넘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애들을 처음 데리고 간 어떤 횟집은 평가가 성공적이었다. 다음에는 중국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것이다. 술 처먹고 오입이나 시키는 느끼하고 별로 신선하지 않은 회식도 언젠가는 통과의례처럼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나흘치 식량과 칼, 라이터, 지도 를 챙기고 치앙라이에서 배낭하나 메고 메홍손까지 트래킹하는 것이 더 재밌을 것 같다. 평생 기억에 남을 개고생을 시켜주고 그에 비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껌이지, 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키워주고 싶다. 아울러 탈진해서 쓰러진 동료를 버려두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진지한 토론도 해 보고. -- 프로그래머들이 대부분 판단 부족으로 일을 그르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더 나쁜 것은 기술자들은 보통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관리자에게 전해야 할 정보를 조직적으로 차단하는 일을 거리낌없이 한다는 점. 건 그렇고, 전문직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응당 가져야 할 평균보다 높아야 할 수준의 직업윤리를 상식 선으로 낮춘다. 말하자면 전문직 종사자 중에 개새끼가 유난히 많다. 관리자 대부분이 개새끼인 것에 비하면 좀 나은 편이지만.

자전거 사고가 많이 나는 편이다. 특히나 지루하게 이어지는 평평한 자전거 도로에서는 잠시 딴 생각을 하거나 한눈 팔다가 맞은 편에서 오는 자전거를 박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까지 사고가 안 난 것이 무척 신기하기만 하다. 늦은 밤 퇴근길에 성산대교 앞의 공터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람 쐬면서 멍하니 앉아 담배 한 대 빨 때가 행복하다. 바나나 모유를 먹이는 애도 있는데 '출퇴근길에 개값 치르지 말자' 라는 자세로 자전거 타고 출퇴근을 한다. 바빠서 자전거를 자주 타지 못해 그런 결의를 자주 다지는 편은 아니다.

충전용 건전지 대부분 성능 미달 -- 2700mAH 전지가 이상하게 방전이 잘 된다싶더만 불량품이라고 수입사측에서 리콜해준단다. 같은 타잎의 전지 대신 대기시간 동안 방전량이 적은 에네루프 충전지로 바꿨다. 용량은 이전보다 적은 2000mAH지만, GPS에 사용해보니 한번 충전해서 하루 4-5시간 사용할 때 나흘 가량 사용이 가능했다. 방전특성이 기존 충전지에 비해 상당히 좋은 것이다. 다소 비싼 편이지만 앞으로 살 충전지는 무조건 에네루프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시판 체온계 절반 부적합 판정 -- 뉴스 보고 생각나서 체온계를 구매했다. 이마에 대고 찍는 적외선 체온계인데 귀에 넣고 찍는 체온계는 애들이 짜증을 잘 내고 나라도 남의 귀 후비적 거리는 것이 짜증나서 체온이 틀리게 나오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이마형 체온계는 이마에 대고 적외선 센서로 체온을 읽는 것인데 겨드랑이에 끼고 체온을 재는 것보다 당연히 오차가 클 줄 알았지만... 사용이 편하고 비교적 정확하게 온도를 표시하는 것 같다. 멀쩡할 때 내 체온은 냉혈한 답지 않게 대략 36.4 ~ 36.6 정도 나오는데 새로산 도토리 플러스만 그렇게 출력했다. 물론 이마에서 재는 체온이 항상 맞을 리가 없다. 이마는 열받으면 쉽게 달아오른다.

프로젝트 명칭의 유래를 알려 달란다. hades는 거래처가 하도 지랄같아서 '이젠 죽었다 시팔' 하는 심정으로 만든 9개월짜리 프로젝트이고(내가 하는 프로젝트가 늘 그렇듯이 기간 예측은 정밀폭격에 비견된다. 그러니까 고문과 비명은 정확하게 9개월에 딱 맞춰 끝났다) kronos는 시간 없는데 또 일꺼리를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프로젝트이고(프로젝트 시작할 때 이건 1개월에 끝나요, 하지만 적어도 6개월 동안 발목을 잡고 지긋지긋하게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medusa는 처음으로 종속성을 없애고 엿같은 거래처에서 해방된 기쁨으로 만든 프로젝트이다. 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거짓말은 잘 못하지만 이야기는 잘 지어냈다. 우리 프로젝트는 그래서 기품있고 아무도 상처입지 않는 과거를 가지게 되었다.

데니 크레인처럼 광우병 환자가 아닐까 의심스럽지만, 좋은 관리자가 되겠다는 프로젝트는 2년 짜리다. 4개월이 지났다. 4개월 동안 한 일은 고작 함께 일할 사람을 한 자리로 모으고 사무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The Unit의 대원들처럼 아내한테 하는 일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남자들 역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말하자면, 지금 하는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들이 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아내를 데리고 몰디브에 가서 물고기 떼와 함께 수영하고 싶다. 3주 동안 안나푸르나 서킷 트래킹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려면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프로그램을 잘 짜려면 다음주에는 팀원들을 데리고 작은 배를 빌려 낚시하러 가야 한다. 비용은 회사에서 처리하고. 이런 일을 하려면 관리자가 되면 된다. 간단하다.

그럼 프로그래밍은? 그 좋아하던 프로그래밍은 안 하나? 매니징은 현대예술과 비슷한 점이 워낙 많아서(독단적이고 무례하며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해석하며 해석해봤자 본전도 못건지는 등) 사람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보다 덜 예술적인 프로그래밍은 짬짬이 여가활동으로 하면 될 것 같다. 에스타블리싱 폴리시, 디벨롭먼트 서포팅, 멘터링, 코드 작성, 인터널 커뮤니케이션, 컨서머 릴레이션, 아웃소싱, 컨셉 디자인 및 설계스펙, 코스트/마켓 애널리시스 등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이해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은 거론할만한 가치가 별로 없다. 관리자와 프로그래머가 공감하며 늘상 중요하게 토론되는 것들은, 믿음, 소망, 사건 사고 소식, 재테크, 낚시, 여행, 4주 휴가, 급여 왕창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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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갔다. 자전거를 타고 즐겁게 가다보면 몇 가지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렸다. 예를 들면 해남-강진 코스를 주행할 때 길가에 거꾸로 박힌 자동차를 보거나 자동차 사고로 길섶에 피가 웅덩이져 있었는데, 잊어먹고 있었다. 즐거운 인생.

"도박 해킹프로그램 개발" 父子사기 -- vnc를 이런 건설적인 용도에 사용하는데 나는 왜 게을렀을까?

노트북PC 어댑터 표준화 왜 안되나 -- 그러게 말이다.

조디악을 팔았다. 15만원에 팔았는데 그 가격에 팔긴 힘들꺼란 얘기가 대세였다. 지금껏 써본 기기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고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주저없이 중고물품을 15만원에 내걸었다. 첫 주에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내 생각이 틀렸나 보다 했다. 다음 주부터 전화가 여러차례(12통) 걸려왔지만 조디악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별로 판매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예약되었습니다' 라고 정중히 말했다. 그저, '조디악을 사겠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원했다. '조디악 상태가 괜찮아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판매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공지를 낸지 14일 후에야 기계를 팔았고 마누라가 들어가려는 산후조리원 비용에 보탰다.

사무실을 옮긴 후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할까 궁금했다. 알맵을 띄우고 라우트를 살펴보니 한강의 강변도로에서 안양천을 따라 안양까지 진행한 후 대략 10여킬로미터를 일반도로를 주행하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알맵 가지고는 부족해서 구글 어쓰로 도로 상태를 살폈다. 충분히 가능하다. 편도 40km, 왕복 80km였고 가는데만 2시간 가량 걸릴 것이다.

출근 둘쨋날 대충 라우트를 잡고 자전거를 몰고 나갔는데, 갑자기 비포장 도로가 나와서 당황했다. 비포장 도로를 열심히 달려 사무실에 도착했다. 의외로 추억거리가 되었다. 이틀쯤 자전거로 사무실을 출퇴근했다. 평균속력 25kmh라는, 빠르다면 빠르고, 일년 자전거를 탄 것 치고 느리다면 느린 속도로 주행했다.

'자출사'라는 모임이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란 온라인 동호회다. 가입하고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굳이 활동할 생각은 없다. 일주일에 이틀에서 사흘 정도는 자전거로 출퇴근할 생각이다. 마누라는 왕복 80km를 달리는 내가 정신이 나간 줄 알았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려는 이유는 마누라와 새로 태어난 아기를 먹여 살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후로 나 역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생활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건강하지 않으면 십년쯤 먹여살릴 수 있는데, 건강하면 15년까지 가능하다.

드디어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글래머)'이 번역되었다. 이 글은 순문학이나 SF 양면에서 보더라도 뛰어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번역한 번역자는 그다지 생각이 없었겠지만(한국의 번역출판계가 그렇고 그렇다보니) 이런 작품이 황당하게 번역될 수 있는 한국 번역문학계를 상당히 좋게 보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책을 출판할 생각을 한 '열린책들'이란 출판사에 설마 기획이란게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모쪼록 책이 많이 팔려서 프리스트의 다른 작품들이 번역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읽은 글을 한글로 다시 읽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번역은 잘 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믿을만했다. 한국의 번역출판계에서 제대로 된 감수를 할만한 연쇄살인범이나 오타쿠 스러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좀 아쉽달까. 번역이 끝나면, 번역문의 완성도를 떠나서 그래도 좀 다듬어야 하지 않나? 적당히 후려쳐서 돈주고 팔기는 좀 쪽팔리지 않을까? 그건 그저 이렇게 좋은 작품이 제대로 된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 싶은 내 마음일테지.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the fabric of the cosmos)'를 보기 시작. 그의 전작 때문에 생긴 기대 탓인데, 680p라는 하드 커버의 책 두께를 보자면 전작에 비해 성의가 좀 떨어지는 편. 제목의 거창함에 비해서도. 그린씨, 그만 좀 울궈먹고 당신이 생각하는 베스트셀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대중 생각도 좀 적당히 해줬으면 싶거든? 읽을만한 부분을 전체의 2/5로 유지하는 대신.


지정사(지구를 정복하려는 사람들)란 모임이다. 불건전하고 데까당해서 계란말이를 안주 삼아 J&B 15년산을 먹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다. 데니 크레인 식으로 말하자면 순 빨갱이 모임. 내 카메라폰은 저해상도 모자이크 처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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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optima

잡기 2006. 8. 19. 23:58
리모콘이 고장나서 호환이 되는 리모콘을 찾아보았다. TV가 현우맥플러스라는 회사의 것인데 2002년까지 잘 나가다가 회사의 홈페이지가 사라졌다. 만능 리모콘 중에 현우TV를 지원하는 것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오성전자의 AS7942와 AS9007이 가능한 것 같다. 한 시간쯤 웹사이트를 뒤지다가 지쳐서, 그러지말고 고장난 리모콘을 고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랬더니 쉽게 고쳤다. -_-

휴대폰의 배터리가 이해할 수 없이 빨리 닳아 원인을 찾아보니 alarm manager라는 프로그램이 프로세스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성차별과 성구별 -- 참 알아듣기 쉬운 강의. 그래서 이스라엘은 없어져야 하는 나라인 것이다. 여성이 조직적인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는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성차별 국가니까. 그나저나 늘 민심을 살펴 공감이 가는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나라의 여성가족부(?)는 레바논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내에게 노현정이 뭐하는 여자인지 물어보았다. 얼음공주라고 대답한다. 뉴스 사이트 마다 평범한 여자애의 결혼 소식과 가십을 앞다투어 도배하듯이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비극적인 레바논 사태나 북한의 핵실험에 관한 견해를 밝힌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유명하지?

아프간 선교 얘길 듣다가; 성자랄 수 있는 마호멧, 부처, 예수 중에서 예수만큼 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딨겠냐고 주장했다. 그렇게 말해 주위에서 좋은 소리는 못 들었지만 개신교 사람들이 그 얘길 들으면 버럭 성을 낼 꺼라고 오버할 이유는 없다. 마호멧은 고아로 태어나 사회적 지위와 신변의 안전 때문에 과부와 결혼하고 친척들에게 평생 쫓겨다니다가 결국 친척들과 싸워서 그들을 죽여야 했다. 그는 자신이 원치않던 가브리엘이란 천사의 집요하고 짜증나는 목소리(계시)에 시달려서 평생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부처? 부처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낀 나머지 쫄쫄 굶으며 먹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기 몸을 학대하며 심하게 고생했다. 뭔가 깨달았지만 그의 굶주린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본인은 그걸 고생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지역 토후의 눈 밖에 나서 제 가족과 국민이 몰살 당하는 꼴을 피눈물을 흘리며 쳐다보았다. 예수는 그에 비하면 별 고생을 안 한 셈이다. 결론: 예수는 신의 아들이라서 하나님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았던 것이 틀림없다.

일부 개신교도는 예수를 모르고 지옥에 떨어질 야만스러운 이슬람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렬한 동기와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소명의식인지 강박관념인지. 어떤 개신교도는 예수 믿는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지 못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할 뿐더러 그 생각이 심하면 보통은 피가 철철 흐르는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고는 했다.

개신교의 전통적인 고행방식 중에는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고 시험하고 그걸 부끄러워하고 그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믿음이 강화될 때까지 이 모든 것을 죽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있다. 고행 뒤에는 부드러운 햇살처럼 짧지만 감미로운 확신 속에서 기쁨과 안정, 평화가 따르는 것 같다. 인본주의자가 아닌 관계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신념과 종교의 문제로 싸우다 죽는 것을 바보같다고 여긴 적이 최근에는 없고, 본래 짐승같은 삶을 살아가는 족속이니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보스럽게 보여도 타인의 신념과 믿음을 존중했다.

부시는 몇 년 전에 이슬람 세계에 자유 민주주의를 확산하고 석유를 공짜로 얻어오자는 기똥찬 생각을 해냈다. <-- 이런 부시 마저도 존중했다. 내가 부시를 존중하면 부시가 과연 나를 존중해줄까? 사실 내 생각은 무시당해도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개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이기적이거나 자기 중심적이라는 말을 했다. 으쓱. 맞는 말일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자신의 신념과 이데아를 강요하는 시간을 반으로만 줄여도 인류가 훨씬 덜 짐승같아 보일 것이다.

구원과 깨달음을 주 골자로 하는 탐색에서 지역최적해가 나오면 솔루션이 없는 것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다. 인류는 암컷인지 수컷인지 알 수 없는 우주거북이가 떠받치고 있는 이 디스크 유니버스를 단 한 번도 이해하거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한 적이 없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알 수 없고, 어디로 날아가는지조차 알 수 없는 거북이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꿈속에서 연두색 단어 olibey 가 떠돌았다. 구글을 검색해보니 터키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로 부동산 업체처럼 보이는 것들이 검색되었다. 근 몇달간 이상한 단어들이 머리 속에 맴돌아 목덜미가 가끔씩 스산했다.


돼지갈비를 먹었다


최근 뭔가를 빼먹은듯한 뒤숭숭한 기분. 네일건 발사구


가방, 어깨선, 무릅 위치, 그리고 머리 크기. 카메라의 셔터음을 없앴다.


뭘 빼먹었을까? 올갱이 해장국을 먹었고, 포동포동 살이 찌는 아이 얼굴을 보았고, 하늘은 푸른데.

깨달음이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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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eborn

잡기 2006. 8. 12. 17:11
대낮에 잘 돌아다니던 아내가(심하게 잘 돌아다녔다. 우린 '괴물'을 보러 갔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 전화기를 붙들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 속닥이더니 양수가 터졌단다. 경과를 지켜보다가 병원에 가니 애가 나오려고 한단다. 여러 가지로 알아봤지만 작년에 자궁근종 수술을 했고 나이가 적지 않은데다, 평소 고통을 두려워하는 아내가 자연분만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수술동의서에 사인했다. 수술실 바깥에서 휴대폰으로 Tangram puzzle을 풀고 있었지만 이 쉬운게 잘 되지 않는다.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 마취후 채 20분도 안되어 애가 나왔지만 아내는 그 후로 한 시간 후에야 나왔다. 탱그램 퍼즐은 글렀고 디스크 월드 2권을 마저 봤다. 병원에 오기 전부터 출산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내가 느긋한 것이 아무 생각 없어 보였나 보다. 3주 일찍 아이가 나와 그동안 준비를 못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딸아이. 2.6kg


파김치가 되어 집에 와서 뻗었다. 깨보니 아홉시가 넘었다.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고 집안 청소를 하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점심을 먹었다. 이 벌레가 늘 노린재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소 중에도 저렇게 생긴 녀석들이 있다. 지구가 왜 둥글어야 하지? 라는 의문에 무려 22년이나 걸려서야 답을 알게 되었다. 태어난 아이는 몇 년이나 걸릴까, 아니면 자기가 무슨 의문을 품었는지조차 모르고 죽을 수도 있겠지. 제가 밟고 있는 땅이 헤르메스의 다섯 기둥인 줄 모르는 하늘소처럼. 그게 행복한 삶이라고들 하더라. 그럴 것이다. 머리를 비우면 인생이 쉽고, 행복해진다.


몽고반점. 아이가 몹시 조용한 편. 눈가위가 아빠를 닮아서 인상이 대락 난감. i am hngry. i wanna eat a dream 이란 푯말을 목에 걸고 있는 거대한 개인형을 쳐다보며 걷고 있을 때 지나가던 신도가 이렇게 물었다. 천당에 가고 싶지 않아요? 인상 좀 펴라 얘야. 세상이 그렇게까지 끔찍한 곳은 아니다.


아내는 아이 코가 자길 닮았을까봐 걱정했다. 공부와 성형은 자기가 벌어서 해결하자.


그런데 엄마 아빠를 닮아 조금 못생긴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들로부터 쓸데없는 관심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인생의 12%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고민하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될테니.


그나저나 나이가 들면 똑똑하던 여자애들마저 바보가 된다.


요새는 그게 불가피한 자연현상일꺼라고 생각했다. 산모와 아이, 두 여자는 모두 건강하다. 사람들은 아이가 나 같지 않기를 바랬다.

애를 안고 한 손으로 이 글을 작성한다. 아이가 나처럼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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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2 중고 판매

잡기 2006. 8. 9. 17:36
손오공 정식발매 조디악2를 판매합니다. 구입은 2005년 5월 20일에 했고 25만원+케이스(3만 얼마) 가량 주고 구입했습니다. 판매가는 15만원이고 네고는 없습니다. 서울이고 직거래 우선입니다. 전번은 010,4571,4096.

구성품은 원본 그대로에:

* 조디악2 본체
* 어댑터 + travel kit (거의 사용 안 함) + 캐링 케이스
* USB Sync Cable (USB로 전원 충전이 되도록 개조)
* 이어폰 (한번도 사용 안함)
* 매뉴얼 및 정품 CD

* 피데즐 가죽케이스(검정)


주요 활용 용도

* 일정 관리 (iSilo 뉴스 스크랩 및 뉴스 리더)
* Palm계열의 방대한 S/W 사용
* 게임 에뮬레이터 및 조디악 전용 게임 플레이
* 동영상 플레이어
* 음악 재생

배터리 사용시간 (1800mA 배터리 치고는 사용시간이 좀 짧은 편)

* 음악 청취: 5~6시간. LCD off 상태로 MP3, WMA등을 80% 볼륨으로 청취.
* 동영상 플레이: 2시간 30분 가량(480x320 29fps, 55min 120MB 동영상 파일)
* 기타 일정관리: 7일 가량. (하루에 10-20번 전원 on/off, 일정기록, 참조 등의 단순 작업시.
* 게임: 4시간 가량. 80% 볼륨, 진동 off, 이어폰 없이 내장 스피커를 사용한 상태로 화면 업데이트가 잦은 아케이드 게임을 할 때.

사진


남도시스템의 액정 보호 필름을 부착한 것이라 액정에는 기스가 없습니다.


USB 싱크 케이블을 충전 가능하도록 개조하여 어댑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개조한 USB 싱크 케이블로 충전하는 것이 어댑터로 충전하는 것보다 충전 시간이 더 걸립니다. 배터리 경고 날 때부터 만충전까지 6시간 이상 걸립니다.


전용 이어폰은 테스트만 해보고 다른 이어폰을 사용하였습니다. 아껴 써서 고장 수리 한 적 없습니다. ^^


조디악 구입시부터 피데즐에서 조디악 용으로 만든 가죽 케이스를 사용하여 표면에 기스가 없습니다. 게임을 거의 안해 조그 다이얼과 버튼들 역시 보전 상태가 양호합니다.


뒷면에는 'FC' 인증마크 밑에 긁힌 자국 3개가 있습니다.


케이스 입니다.


피데즐에서 제작한 케이스입니다. 케이스가 두꺼운 편입니다. 케이스만 없으면 주머니에 들어가는데, 케이스 끼우면 주머니에 넣었을 때 심하게 묵직하지요



피데즐 가죽 케이스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지나치게 자석이 쎄서 자석 부분이 뜯어져나간 것을 순간 접착제로 붙인 것입니다. 튼튼하게 붙긴 했는데 덜 말랐을 때 비벼서 모양이 좀...


케이스에 넣은 사진입니다. 판매를 위해 넣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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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nted that famous

잡기 2006. 8. 6. 16:58
64K DRAM을 만든 사람과 저녁에 맥주를 마신 적이 있다. 말하자면 신화 속의 미노타우르스와 만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일은 일이다.

델이 PDA 사업을 접는다? 하긴 포켓피씨에는 장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터치 패드의 장래는 깜깜해 보였다. 반면,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는 기본이 한 손 조작이다. 여덟개의 키패드를 이용해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미니멀리즘적인 이 인터페이스는 사용해 볼수록 어쩔 수 없이 양손 조작을 해야 하는 터치패드보다 낫다고 여겼다. 심지어 팜 계열보다도.

더위에 지쳐 아무 생각이 안드는데, 주말 동안 해남->강진 자전거 여행을 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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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us conversion

잡기 2006. 7. 30. 18:20
휴대폰은 금요일 오후에 도착했다. 동봉한 설명서를 읽어보니 가입비 5만5천원을 5개월에 걸쳐 분납해야 한다. 휴대폰 업계에 널리퍼진 조삼모사 가격제라니 젠장, 좋다 말았군. 다 합치면 10여만원이나 하잖아? 조디악을 팔아서 보태야 할 것 같은데? 아무튼 철저하게 활용해주지.


전혀 신선할게 없는 시시한 디자인

스마트폰은 처음 사용해 보는 지라(주변에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고) 10분쯤 이것저것 사용해 봤다. 설치된 프로그램이 아무 것도 없다. SK Telecomm이 간섭해서 성불구로 만들어 놓은 스마트폰은 정말 지루하다. 롬을 업그레이드 하자. 프로그램을 깔아야 뭐라도 해볼 것 아닌가. 130MB쯤 되는 롬 파일을 업그레이드하는데 20분 가량 걸렸다. 업그레이드가 끝나자 마자 SK Telecomm의 무의미한 UI는 당장 지워버렸다. 셋업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뭐 아는게 있어야지. pocketpc 계열은 그동안 쳐다보지도 않았고.

2개의 소프트 버튼과 4방향 내비게이션 버튼, 액션과 캔슬 버튼이 전부다. 핸드폰 옆의 두 버튼을 조그나 pgup, pgdn으로 사용하면 정말 좋을텐데. 터치 패널이 아니니까 가끔 손가락이 근질 거린다. 특히 한/영/숫자 입력하는 것이 고역이다.

프로그램은 내장 플래시 메모리에 설치된다. 휴대폰의 전원이 나가도 프로그램은 날아가지 않는다. 약 32MB의 작업용 스크래치 DRAM에 OS나 프로그램 실행시 동적으로 할당되는 데이터가 담기는 듯. 내장 플래시의 용량이 적어 SD 메모리는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사용자들 말을 들어보니 1GB 이상은 인식이 안 되는 것 같다. 1G SD 카드도 사야 한단 말인가? 조디악을 팔까? 한 달만 더 써 보고.


오전 2시쯤 셋업을 끝냈다. 이제 폴더를 열면 윈도우즈 모바일 스마트폰 2003 블루 스크린의 세계가 펼쳐진다. pc의 블루 스크린과 달리 프로그램이 오작동할 때 화면에 아무런 덤프도 뜨지 않고 버튼은 하나같이 먹지 않으므로 휴대폰을 뒤집어 배터리를 뺐다 껴고 전원 스위치를 다시 눌러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Home화면. Fizz Traveller, SBSH Facade, Smart Monitor 등을 설치한 후 Clarity라는 Home 화면 설치. 맨 윗줄은 가장 최근에 사용한 파일 리스트(MRU = Most Recently Used) xml을 고쳐서 레인보우 안테나 바와 배터리 바는 원래 SK Telecomm에서 제공하는 것을 썼다. Smartphone의 기본 아이콘바보다 보기 좋던데? 아, 물론 transparent가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약 17픽셀이 보기 흉해진 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줏어온 홈 스크린. 상단의 아이콘바는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기본을 사용한 것. missed call이 생기면 요정 아가씨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놓친 전화가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Clarity 홈을 만든 사람의 홈피에서 가져온 홈 스크린. Fizz Traveller, SBSH Facade 만 사용. 홈 스크린은 xml 형식으로 마치 html에 active x를 임베딩해서 사용하는 것처럼(위젯처럼) 사용자가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다.


역시 Clarity 홈을 만든 사람의 홈피에서 가져온 홈 스크린. 솜씨를 뽐내기 위해 누군가 미리 만들어놓은 것을 가져다 쓰는 편이 내 보잘 것 없는 취향에 맞춰 만드는 것보다 시간이 절약되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우 하단의 온도계는 폰 내부의 ambient temperature를 출력해 주는 것 같은데 안 맞는 듯. 배터리 팩 프로를 설치해서 배터리의 잔량으로 휴대폰을 사용 가능한 시간을 출력해 보았으나... 대신 동영상 출력을 몇 시간 동안 할 수 있는지 직접 측정해 봤다. 대략 2시간 가량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폰 내부의 플래시에 설치한 '즐비한' 프로그램들. ppc 계열은 처음 써보는 지라 프로그램을 구하고 과자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포켓 스타는 sunrise, sunset, phase of the moon이 출력되지 않았다. 아쉽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QVGA(320x240) 스크린을 지원하지 않아 생각보다 볼품없어 지운 것들도 꽤 된다.


피즈 트래블러를 설치하고 휴대폰을 PC 케이블에 연결해 두면(어차피 충전을 위해서는 밤에는 pc에 연결해 두어야 한다) 날씨, 환율, 비행기 연착 등의 정보를 그날 그날 자동으로 다운 받는다. 그래서 홈 스크린에 서울의 5일 간의 기상 예보가 나타나는 것이다. 매 4시간마다 정보를 다운받도록 해 놓았다. 외산 프로그램이지만 국내의 몇몇 도시들에 관한 정보가 나온다.


Resco Photo Viewer. 조디악에서 감사하게 사용하던 프로그램.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이 서린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놓고 틈틈이 쳐다 보면서 기운을 얻는 감성적인 용도보다는 음식점 지도나 인터넷, 지도 프로그램 따위에서 뜯어온 약도 따위를 넣어두고 '길찾기'에 쓰고는 했다. 조디악의 SD 카드를 그대로 꼽아 본 것인데 이런 사진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사진의 발견이다.


Papyrus. 스마트폰의 일정 관리 프로그램은 한심한 수준인데 그렇게 좋다는 파피루스는 조디악의 기본 프로그램 정도의 수준. 언제부터인가 일정 관리를 하지 않았다. 일정을 기록해 두고, 일정대로 하루를 노예처럼 사느니, 일정관리를 없애버리고 껀껀이 닥치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오류와 실수로 점철된 자유인으로 살아보자...는... 따라서 일정 관리란 의미가 없고 하루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일기처럼 기록했는데, 블로그를 쓰다보니 그것 마저 안하게 되었고, 이제는 블로그마저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이 없는 망각의 삶은 그야말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발굴해야 할 고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MDict + 영한/한영 사전. 조이풀 핑거링 에이지 사람이 아닌 관계로 휴대폰의 ABC 키패드로 입력하기가 영 익숙하지 않지만 영한/한영 사전은 매우 훌륭하다. 무려 18MB의 용량이나 하니까.


iSilo 4.32. 아침 9시면 pc는 인터넷에서 각종 뉴스를 수집한다. iSilo로 싱크해서 어디 돌아다닐 때 뉴스를 본 것이 꽤 오래된 셈인데, 스마트폰 버전이 있다. 충전을 위해 휴대폰을 pc에 연결해 놓으면 굳이 싱크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싱크가 이루어진다.


MetrO. 야... 이것도 있구나.


테잎 타잎의 계산기 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마음에 들었다. 어 그런데 결과 값이 740.00이 나올 수가 없잖아? 0.07 * 0.8이면 0.056이니까. 허걱 해서 검증해 보았다. 126.07 * 5.87 = 740.0309, 어 다른데? 다시 내가 애용하는 PowerToy Calc로, (23 + exp(5) / 3.14 + 55.8) * 5.87 = 740.00352991468938282864600472549. 작고 가벼우면서 변수를 사용하고 함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파워토이 칼크의 초정밀 분해능(extreme precision)을 사용하면 740.0035299146 8938282 86460047 25491045 02862184 99286846 069122417 8369460 312754746 07775757 2323679 28685522 60951842 2129972 40105280 6582851 1687829 073924722 61133577 84172963 86094406 534933631 01163211 0970930 8875303 90225030 26311685 38072639 57559541 80039522 4162593 66308082 08090728 353095636721027 115356370542461729001 02852282046673460172 8178890914802520385 1122834242 39633923 515384223 62747867 2021709 7091334 87907463 81978506 44236150 4676634660 80458700 8379048246 15193135 280821152 15755815 322742133 01483309 90154044420 645868801 0976697234 가 나온다. SCalc는 740.003529914689까지 찍어주셨다.


작업 관리자. 이런 프로그램이 없어서 돈 주고 사서 사용해야 한다니, 멀티태스킹 가능한 스마트폰 os, ppc os를 만든 녀석들의 한심함이랄까.. 그렇지 않아도 pocketpc, windows ce, windows xp embeded, windows pocket pc smartphone edition이 각각 바이너리 레벨에서 호환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microsoft는 확실히 머저리같아 보였다.


Media player. 휴대폰 USB 충전/싱크 케이블을 pc에 연결해 놓고 activesync가 연결된 상태에서 네트웍을 path trough로 설정하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미디어 플레이어로 오디오/비디오 스트림 방송을 보거나 들을 수도 있고. SBS의 Power FM을 핸드폰으로 들어봤다. 아쉽게도, MBC와 KBS는 스트리밍을 막아버렸다. 네트웍 세팅이 매번 지워져서 프로그램 띄울 때마다 해줘야 하는게 불편하네...


Total Commander.


Word Pad. euc-kr로 인코딩된 text 문서를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 mobipocket을 설치했지만 아직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다. 블로그라인즈에 등록해 놓은 개인 블로거들의 글을 자동으로 싱크해서 보여주는지나 테스트해 봐야겠지.


게임은 몇개 설치하지 않았다. 조디악의 조그에 철저하게 적응해 있다가 키패드로 조작하려니 영 불편해서.


휴대폰에서 TCPMP를 돌려보았다. The O.C. 라는 드라마. 이 남자가 이 여자, 저 여자랑 자고 저 여자는 이 남자, 저 남자와 자는 등, 미국의 가정 드라마의 중심 소제는 변함없이 n명의 남자와 n명의 여자가 출연하여 허용 가능한, 말하자면 조합 가능한 거의 모든 가능성을 바탕으로 섹스 매치를 벌이는 것인 듯.


스위브 액정이라 180도 돌려서 덮으면 훌륭한 PMP가 된다. 내장 스피커는 조용한 방에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신음소리를 들려줬다. 액정을 어떻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아마도 SMS 전송할 때 옆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시야각을 일부러 제한한 것 같은데) 조금만 위치가 틀어져도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동영상 볼 때 정사씬이 나와도 민망해서 스킵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10도만 각이 틀어져도 전혀 안 보인다. 아, 센스쟁이 휴대폰 제조업체. mp3나 동영상을 볼 때 전화가 걸려오면? 멈췄다가 전화 끝나면 계속 볼 수 있다. 열심히 동영상 보는데 전화받아야 하나? 통화 거부하면 나중에 다시 걸겠지.


480x320 original (Zodiac)


480x320 -> 320x240 squeezed (PH-S8000T)

조디악의 SD 메모리를 그냥 넣었으므로 이전에 있던 동영상을 그냥 재생해 보았다. TCPMP로 벤치마크 해보니 145%가 나온다(Intel PXA27x, 418Mhz). 참고로 조디악(ARM CPU 202Mhz + ATI Radeon)은 223%. TCPMP 0.71 MPEG-4 DivX 비디오 480x320, 23.976fps, MP3 68kbps. 포켓pc/스마트폰용 TCPMP에 사용할 수 있는 자막 플러그인을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깔까? 동영상 인코딩은 어차피 해야 하고 자막이 포함된 것이 단 0.1%라도 cpu 부하를 덜 차지하겠군.

설치 프로그램 리스트

* 어딘지 어설프고 보기 흉한 타스크바를 바꾸면 화면이 좀 더 넓어질 것 같다.
* 키매핑하는 프로그램이 필요.
* 시작 프로그램 리스트를 좀 더 보기좋게 디스플레이 해 주면 좋겠네.

이틀 동안 셋업해서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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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al bleeding

잡기 2006. 7. 28. 14:58
직장내 성희롱 방지를 위한 교육용 비디오 -- 교훈적.

씨티은행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를 신청했으나 직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카드 발급 신청이 취소되었다. 막무가내다. 안 된단다.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는 사용금액 천원 당 제휴 항공사 마일리지 2마일을 적립해주는, 국내 유일무이의 아주 훌륭한 카드라서 약이 오른 나머지 어떻게든 신청하고 싶어졌다. 본사에 email을 보내 자격요건과 심사기준을 물어봤는데 역시 직장인이 아니면 카드 발급을 해 줄 수 없으며 심사기준은 공개할 수 없단다. email과 전화 통화를 수차례 해 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다.

그 동안 오케이 캐시백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열심히 사용한 카드 사용액에 비해 캐시백 적립금이 쥐꼬리 같다. 모아둔 적립금 3만7천점으로 물냉면 10봉지 세트와 작업용 스탠드를 하나 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를 꼭 발급해야 겠다. 아내보다 내 JQ가 떨어지지만(JQ=Jandaegari Quotient) 머리를 굴렸다. 서류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직을 증명하는 서류와 그 동안의 소득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다.

수 차례에 걸쳐 씨티은행의 상담원에게 끈질기게 물어 재직증명서와 갑근세 납입 증명서를 떼지 않고 급여통장에 3개월간의 급여 납입 사실만을 증명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굳이 재직증명서를 위조하지 않아도 되는게, 일해주는 회사에서는 내가 다른 업체와 자주 만나는 업무 성격상 명함을 만들어주었다. 재직증명서 대신 그 명함을 제출하면 된다.

급여통장의 3개월 급여 이체는 통장 사본을 뜨면 될 것 같다. 은행을 방문해 창구 직원에게 주민등록증과 명함을 내밀고, 곧 외국 출장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다른 도시에 있는 회사로부터 관련 서류를 번거롭게 입수할 형편이 못되므로 통장 내역을 뽑아 급여 이체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창구 직원은 내가 내민 통장이 직장의 급여 통장이 아니란 것을 알고 고개를 갸웃했다. 위기의 순간 마침 지나가던 은행 직원이 내 얼굴을 보고 아는 척 한다. 나한테 카드 하나 만들어달라고 애걸한 적이 있는 투자상담사 아가씨다. 창구 직원은 히죽 웃으면서 서류를 구씨티은행으로 보냈다. 3일 후 전화 면접이 있었고 성실한 직장인인 양 구라를 쳤다. 카드는 2주 이내에 내 손에 들어온다. 체제의 빈틈을 공략한 소셜 엔지니어링의 개가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북한산에 올라가 점심을 먹을 때 주변에 떡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나 어정거리던 눈 처럼 새하얀 비둘기야, 네게는 색수차가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는구나.


닥터 후. 2005년에 닥터질 하던 친구보다 비호감.


마크로스 제로. 지저분한 외계인들이 굳이 씨를 퍼뜨리지 않아도 지구상에서 지지고 볶는 것만으로 현생인류처럼 어글리한 종족이 충분히 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전투요정 유키카제. 언제 끝날까 싶더만 작년에 끝났더라. 4편과 5편을 본 후, 1편부터 5편까지 다시 봤다. 역주행은 언제봐도 당황스럽다. 마크로스 제로와 더불어 전투씬이 시원스럽다. 구질구질한 각본은 여전하지만 애니메이션 기술, 특히 키네틱스는 무척 발전을 하는구나, 라고 느꼈던 작품들.

라디오가 필요하다. 라디오를 따로 들고다니기 번거로워 FM 라디오가 되는 핸드폰을 알아보려고 종로 근처의 여러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했지만 소득이 없다. 용산을 뒤져봤다. 최저가는 5만 9천원. 별다른 매릿을 못 느꼈다. 인터넷을 뒤져 휴대용 라디오를 찾아봤지만 조금 쓸만하다 싶으면 2-3만원을 넘었다. 모아놓은 음악 파일을 모두 날린 후 얼마 안 남은 찌꺼지를 반복해서 들으니 지긋지긋하다 -- 업힐 구간에서 힘겹게 자전거를 몰며 느릿느릿한 마우로 펠로시를 들을 때는, 가뜩이나 힘든데 인생에 환멸마저 느껴진다. Mauro Pelosi, La Stagione Per Morire, Paura (4:31)

고민 끝에 MP3P를 구입하기로 했다. MP3P 가격이 많이 떨어져 인터넷에서 3만8천원에 25g짜리 MP3P를 구입했다. I-MUZ MU-130, 512MB, FM 녹음 되고 AAA 사이즈 전지 하나로 MP3를 10시간 가량 재생할 수 있다. 라디오는 그럼 15~20시간 가량? MP3는 관심없다. USB Memory도 하나 필요하던 참이라 USB Memory 대용으로 사용하고 라디오를 주로 들으면 알맞아 보인다. 테스트 결과 새 전지로 라디오 재생 10시간 가량. USB 2.0 인터페이스 라더니 전송속도가 기어간다. 생각보다 안 좋네? 싸구려가 그렇지 뭐. 젠장.

옥션에서 3만 9천원짜리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제품명: PH-S8000T, 현금 완납, 의무사용 부가 서비스 없음.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락 풀린 롬을 구하느라 이리저리 메일을 보냈다. SK는 스마트폰에 사용자 임의의 프로그램 설치를 막아 잘하면 뜰뻔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망쳐놓았다. SK의 모토는 '고객이 KO할 때까지'란다.

마이미츠 동호회에서 한동안 락 풀린 롬이 돌아다녔으나 7월 중순 무렵 어떤 사건이 생겨 자료가 모두 삭제되었다. 이틀 동안 수소문한 결과 락 풀린 롬을 간신히 구했다. 락을 풀면 여러 프로그램을 돌려볼 수 있다. 오늘 핸드폰이 와봐야 알겠지만 3만 9천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320x240 스크린에서 TCPMP로 동영상 재생을 하고 에뮬레이터 게임을 돌리고 e-text를 보고, iSilo로 뉴스를 보고 아웃룩과 싱크가 가능하다(PDA로 내가 주로 하는 일들). 매력적이다.

2개의 배터리를 주는데 악세사리 가격을 보니 배터리 하나를 따로 구입하면 2만 6천원이다. 휴대폰 가격이 배터리 2개 가격도 안 되나, 이렇게 똥값일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어제 주문했고 몇 시간 후 물건이 도착한다. 기대된다.

보건소에서 얻은 팜플렛: 금연의 신체적 이득

1. 금연 20분 - 혈압,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옴. 손과 발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옴
2. 금연 시간 - 혈중 일산화탄소량과 산소량이 정상으로 되돌아옴
3. 금연12시간 - 심장마비의 위험이 감소한다
4. 금연4시간 - 말초신경이 되살아나기 시작하고, 후각과 미각능력이 증가
5. 금연2-3주 -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걷는 것이 쉬워지며 폐기능 30% 증가
6. 금연1-개월 - 기침, 코막힘, 피로, 호흡곤란 등이 모두 감소
7. 금연 1년 - 심장마비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줄어듬
8. 금연 5년 - 폐암으로 발병 확률이 흡연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9. 금연 10년 - 폐암으로 죽을 확률이 비흡연자와 같아진다.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방광암, 신장암, 췌장암 위험이 사라진다.

이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금연2-3주차. 30% 증가하면 산에서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지하철 입구에서 나눠준 찌라시: 문명의 모순

개발이 자연을 훼손하고 그 훼손은 홍수처럼 재앙이 되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개발에서 얻어지는 잉여가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독점되고 이로 인한 갈등에서 문명의 충돌이 일어난다. 이 비극의 원인은 균형감각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균형감각을 발전시켜 정의구현을 할 것이가. 먼저 균형감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형태학적 존재는 무기물과 유기물로 구분한다. 무기물은 돌과 같은 무생물을 말하고 유기물은 생명이 있는 존재를 말한다. 구분의 이유는 본질적 가치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 존재의 특징을 경제학적으로 비유하면 무기물은 단순자본을 말하고 유기물은 그 자본을 활용해서 부를 축적하는 경영원리와 같다. 이 말은 무기물은 자체의 진화가 불가능하나 유기물은 한없이 진화해 자신의 번영을 추구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인간을 무기물처럼 단순 형태의 수학적 균등으로 비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왜냐, 개체의 잠재능령은 원소와 원자처럼 질과 양에서 다양하기 때문이다. 질은 적성을 말하고 양은 지능적 역량을 말한다. 바로 여기에서 분배의 차등이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분배가 구조적으로 어느 한편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구조적 편중이란 힘은 질량에 비례한다는 중력의 원리와 같다. 질량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힘도 배가한다는 뜻이다. 만약 중력에 대한 견제의 척력이 없다면 결국 별이 무너져 내려 전체를 삼켜버리는 공멸의 블랙홀 원리와 같다. 로마의 멸망이 그렇고, 공룡의 퇴화가 그렇다. 정치도 견제력이 없다면 자만에 빠지고 결국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해서 음식에 비유하면 너무 짜다든가 너무 싱겁다는 혼합비율의 화학적 반응을 말한다. 그렇다면 어느 선에서 균형논리가 성립되어야 하는가. 자동차를 비유로 말하면 공동체란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개인이라는 수백개의 부품 하나하나가 튼튼하고 결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적 지원이란 교육을 말하고 재정적 지원이란 국민복지를 말한다. 이같은 제도의 확충을 사회안전망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안전망은 역학구도의 협력을 말하고 기회균등이란 인류의 기본권으로서 마라톤 출발선이 된다. 지금까지 말한 결론의 목적은 비정규직과 같은 지나친 임금삭감은 이념적 정치 논쟁으로 비화되고 소비부진으로 경제침체로 인한 손실과 더 나아가 사회불안 요소로서 공동체는 분열되고 제3의 이념을 지향한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장미꽃도 아카시아 꽃도 호박꽃도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기본 목표다.

균형논리란 존경을 받으려면 먼저 남을 존경하라는 말과 같다. 좋은 말 할 때 독극물 테러 증지해라. 독극물 뿌리면 코와 눈에서 피가 난다고 했더니 독극물 종류를 바꾸어 이부자리에 살포하는데 내 몸은 미량의 독극물에도 반응한다. 자꾸 나를 건들면 치명적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 한국의 디오게네스 이 x x 씀

관람평: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상한 논쟁들처럼 종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 후 결론 없음.

이것저것 사고 여기저기 시간을 허비하느라 이번 달에는 피같은 돈을 줄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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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st is silence

잡기 2006. 7. 18. 23:02
월급을 올려준다길래 햄릿처럼 고민하며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햄릿 그 놈은 일을 전혀 안 했지. 흥부전의 흥부가 일을 안 한 것처럼. 재주가 하나도 없는 흥부는 가난해서 매번 끼니 때우기도 힘들었다. 마누라는 강남 제비와 바람이 나서 십개월마다 지붕 위의 박처럼 배가 불렀다. 춘향이는 동네 한량과 놀아나던 창부의 자식이었고 수절을 지킨답시고 동사무소 7급 공무원 보다 한끗발 높은 중앙정부의 차관급 공무원에게 들러 붙어 먹었다. 심청이는 뙈놈에게 몸 팔아서 홀아비를 부양했다. 한석봉의 어머니는 떡을 쳐서 아들을 공부시켰다. 산에는 호랑이같은 산적들이 고개를 넘는 행상들로부터 엽전을 삥뜯고 돈 없는 처녀들을 희롱했다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여자들이 몸을 팔며 연명하는 처절하고 서글픈 사연들이다.

자전거 갖고 지하철 탈 수 있다 -- 비가 와서 자전거를 주욱 못 탔다. 1년여를 타는 동안 정강이에 근육이 붙었으나 근력은 그다지 늘지 않았고 건강해진 만큼 밥을 많이 먹어 체중만 900g 늘어났다. (175cm-100) * 0.9 = 67.5kg. 나는 정확히 표준 체중이 되었다. 아내의 권고로 보건소에서 3400원짜리 B형 간염 접종을 맞고 하루종일 몸 상태가 안 좋았다. 앞으로 두 번 더 맞아야 한다.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에 큰 비가 내렸고 인근의 오지 마을은 쓸려가거나 고립되었다. 인도네시아는 화산 폭발에 이어 또다시 강진이 들이닥쳤다. 기꺼이 자전거를 들쳐메고 산을 탈 각오로 7/14-7/17 황금연휴 동안 동강변을 따라 영월까지 가는 자전거 여행을 할 계획이었으나, 적어도 1년 동안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운이라고 해 두자.

그대신 사흘 동안 집에 틀어박혀 창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닥터 후와 베로니카 마스 시리즈를 봤다. 마스는 귀여운 고등학생 탐정 얘긴데 스토리를 어거지로 뜯어맞춰 시리즈를 말 그대로 근근이 이어갔다. 보는 내내 이런 걸 꾸역꾸역 보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전에 구입한 노트북의 액정 한 구석이 누렇게 색깔이 떠 있었다. 구입 후 액정을 교체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동안 미뤄두고 있었다. HP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설명했더니 사무실로 찾아와 액정을 교체해 준다. 액정을 교체하면 pure plate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마침 행사중이라 15인치 퓨어 플레이트 + 퓨어 가드(노트북 액정 상판 보호용 필름)을 3만 2천 8백원에 구입했다. 용산 매장에 찾아가 직접 붙여달라고 했다. 용산에 간 김에 gigabyte neon cooler 8 pro를 16000원에 구입했다. 집 컴퓨터에서 소리가 심하게 나는데 아내는 아무 느낌이 없나보다. 노트북 액정이 누렇게 떠있다가 교체후 맑아졌는데 그걸 봐도 아무 느낌이 없는 모양이다. 퓨어 플레이트 달아도 아무 느낌이 없을 것이 틀림없다. 아내는 일단 하늘이 내리는 천업이랄 수 있는 예술가, 기술자, 과학자가 될 타잎은 아니다. 3년 이상 꾸준히 관찰해 본 바에 따르면 상업이나 언어, 협상, 관리, 정치, 계산, 운동, 어느 쪽에도 소질이 없다. 믿어지지 않지만 타고난 housewife 팔자란 것도 있는 모양이다.

마사 스튜어트 정도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론에 따르면 housewife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듯.

비스타에 기본 폰트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맑은 고딕' 폰트를 컴퓨터 마다 설치했다. 윈도우즈 최초의 완전한 한글 트루타잎 폰트라는데(맥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던 것이지만), 여러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많이 퍼진 모양이다. 가독성이 높고 글자 모양이 예쁘다. 한 동안 써보고 그래도 질리지 않으면 그대로 사용할 것이다.


여러 차례 반복해 보았지만 아무 소득이 없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그래도 해야 한다고 말하자 유사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날더러 별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을 가차없이 잘라야 한다고 눈 한번 깜짝이지 않고 말하면서 정작 도움이 되지도 않는 생초짜 인턴 사원들을 받아들이고 시간낭비에 불과한 산학협력을 그래도 해야 한다고 말하니까. 사장님은 마누라처럼 내게 일관성이 없어서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다고 여겼다. 논리적 수미 일관성이라...

내가 일관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나중에 떠들고, 요점은, 인간에게 기회를 주고 주어진 기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제거한다. 쯤 된다. 그리고 기회는 질릴 때까지 여러 번 줘봐야 한다. '제거'라니까 몹시 살벌하게 들릴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가 '함께' 기회를 나누는 일만 없을 따름이다. 그리고 나를 제외하고도 그가 다른 사람들과 여전히 기회를 나눠 가질 수 있다.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산학을 하던, 인턴 사원을 뽑던 평균적으로 일년 내내 프로젝트를 3개 진행하는 엄청난 내 업무량은 변함이 없다). 그거라도 안하면 그 아이들이 10여년 이상 프로그래밍을 한 사람들과 소위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나 같은 사람은 거의 20년 동안 프로그래밍을 했고 그 20년 동안 뭔가를 조건반사적으로 학습했다. 10년 전에는 프로그래머가 특수한 직업군이라 개나 소나 무엇을 하든 최소한 기회 또는 특권이 주어졌다. 지금은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스스로 어렵게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애당초 상대가 안되는 게임이다.

독일에서는 회사에서 야근하는 사람들의 연봉을 깎는다고 한다. 그들이 야근을 함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그 잡을 가질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니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공평하게 들린다. 균등한 기회 부여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떠들어 대면서도 정작 특정 사안에 대한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구체적으로 쐐기날처럼 콕 찝어서 거론될 때는 어김없이 개수작을 하는 것을 뭐라고 이해해야 할까? 그럴 때, 논리적 수미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할켜줘야 하나?

엊그제는 갑자기 논쟁이 붙었다. STL이 속도가 느리고 학교에서 애들 공부할 때나 쓰는 거지 실무에 적용하긴 좀 그래서 안 쓴다고 말했는데, .net 2005에서 stl 속도가 빨라졌다며 표준 라이브러리인 stl을 안 쓰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말을 하길래, 어 정말 빨라졌나? 하는 생각에 간단한 벤치마크를 했다.



void test_stl()
{
map channels;
...
for (int i = 0; i < MAX_ITER; i++) {
sprintf(s, "Item%d", rand() % MAX_CHANNELS);
ChanndelDef* p = channels[s];
...
}
}

ChannelDef* find(const char* key)
{
for (int ch = 0; ch < MAX_CHANNELS; ch++)
if (strcmp(channels[ch].key, s) == 0)
return &channels[ch];
return NULL;
}

void test_loop()
{
...
for (int i = 0; i < MAX_ITER; i++) {
sprintf(s, "Item%d", rand() % MAX_CHANNELS);
ChannelDef* p = find(s);
...
}
}


test_stl()이 소스 코드가 작고 직관적으로 알기 쉽다. 게다가 test_loop() 보다 빠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얼마나 빠를까? MAX_CHANNELS (n)이 작으면 test_stl()이 test_loop()보다 얼마 안 빠르다. 128일 때 test_stl()이 test_loop()에 비해 약 2배 정도 빠르다. 10억번 테스트 해 봤다.

두번째로, 만약

1. channels 어레이가 작고
2. 입출이 거의 없으며
3. 어레이가 소팅되어 있으며
4. find() 대신 bsearch를 사용하도록 test_loop()를 바꾸면

굳이 벤치마크를 안 돌려 봐도 계산상 test_loop()가 '최악의 경우' test_stl()보다 n / (ln(n) / ln(2)) * 1/2 배 빠르다. 최악의 경우다. 대략 3.5배~5배 정도 더 빠르다. 저건 실제로 컴파일러에서 심볼 테이블을 참조할 때 쓰이는 루틴이다. 소스가 2백만 statement이고(텍스트 파일로 무려 200MB) 한 statement에서 참조되는 심볼 수가 많으면 128개인데 심볼 테이블의 추가/삭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간단히 말해 그럴 때 stl map이나 mfc의 CMap 따위를 쓰면 좆된다. 컴퓨터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지고 툴들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발전했으며 프로그래밍 방법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논의되지만 프로그래밍의 근본은 바뀌지 않았다. 문제의 패턴을 분석하고 패턴에 알맞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구조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 '무조건 stl이 좋다'는 식이 아니라.

굳이 벤치마크를 짤만한 케이스가 못되는 것이지만 hash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알고리즘을 직접 프로그래밍해 본 적이 없고 앉아서 빅 오를 스스로 계산해 본 적이 없는 비전산과 출신의(전산 출신도 요즘은 마찬가지지만) '근거가 없는' 논리를 잠재우려면 어쩔 수 없었다. 저 계산식이 어째서 저 모양이냐고 물으면 그것도 설명해 줘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또 잘난 척 한다는 말이나 듣는다.

하여튼 증거를 댔으니, 회사 내부에서 프로그래밍시 stl 사용을 다시 보류했다 --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하는데, 그래도 속도는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기계가 충분히 빨라져서 stl을 쓰나 안 쓰나 가시적인 속도 차이가 더 이상 나지 않는다면 뭐, 언젠가는 나도 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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