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PMP 0.65z2가 나오면서 palm os를 사용하는 동종 기종중 조디악이 최강의 성능을 보였다; TCPMP 벤치마킹 심지어 바닥으로 엔코딩을 새로 안 한 오리지널 비디오가 그냥 플레이된다. 일부 사용자는 PSP보다 성능이 낫다는데, SD 가격은 언제 떨어지려나. (그런데 텝웨이브의 개발자들은 아직도 api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단 말이지?)
갑갑해서 밖으로 나와 길가에 앉았다. 술집에서 처음 만난 누나가 내 곁에 앉았다. 그러고는 '남편하고 헤어졌지만, 남편이 밉지는 않아. 힘 내'라고 말한다. 당황했다. 같은 술집에서 합석한 여자애 둘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줄 담배를 피우는 아이, 삼순이를 진지하게 보는 기껏해야 스물셋 먹은 어린 아이들.
술집에서 탁자에 tv 놓고 '삼순이'라는 드라마 보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난생 처음 해보는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삼순이가 유명하다던데 시시껄렁한 몇 마디 대사가 왜 그리 멋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삼순이는 나처럼 한라산에 올라갔다. 그 거리에서는 대화가 안된다. 한라산의 지랄비바람을 우습게 보는군.
삼순이 드라마 보다가 합석한 두 아이 중 하나는 올 여름에 유럽에 갈 생각이다. 진짜 오리지날 배낭 여행을 하겠다고 해서 나 같은 관광객이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프랑스 같은 나라 보다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깡촌을 가보라고... 권했다. 여자애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하겠다고 주장했다. 결혼해서 애를 펑펑 낳고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재차 다짐하는 그 나이 또래의 낭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티셔츠를 걷어 배를 보여준 후, 손바닥으로 탕탕 두들기며 '나 배 나왔다?' 라고 말했다.
아내는 집을 나간지 사흘 만에 돌아왔다. 남들 눈에는 내가 아내 때문에 맛간 줄 안 것 같다. 아내 걱정 보다는 아내가 머물고 있는 도시 이름의 특이함을 줄곳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국에 그런 이상한 이름을 가진 도시가 있었군. 아내가 나를 특히나 기특하게 여기는 부분은 자기가 없어도 혼자서 밥 잘 해 먹고 팬티도 잘 갈아 입는 것이었다. 그 시골마을의 어느 절간에 짱박혀 있을꺼야. 그랬다.
암자에 들어가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공양하고 하루 종일 풀 뽑고 아홉 시면 피곤해서 쓰러지듯 잠들었다. 3일째 천도복숭아 한 봉지를 사들고 돌아왔다. 아무 생각 없이 노가다만 했더니 행복해진 것 같다. 당시 안방에는 전날 밤 술 마시고 빌빌 거리는 작자들이 팬티 바람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나는 작업실에서 인두를 잡고 일 하는 중이었다. 아내가 집을 나간 이유를 말해 주었다.
1. 남편이 폭언을 했다.
2. 혼자만 제주도에 가서 놀다왔다.
3. 남편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4. 음식 타박이 심하다.
5. 사랑스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는다.
6. 그리고 위의 모든 항을 포함하여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특히 5항.
그랬다. 성인이 된 후 줄곳 이 세상에서 굶어죽는 인간들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저녁에 횟집에서 회를 떠와 넷이서 다시 술을 마셨다. 장마 기간이라 옥상에 올라가 숯불 삼겹살이나 숯불 닭갈비를 해먹겠다는 계획은 무기한 연기했다. 아내는 '달의 잔'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예쁘장한 토기 찻잔에 소주를 부어 연달아 마신 후(찻잔에 소주를 콸콸 부어 마시는 것은 악취미다) 할 말 다하고 술에 취해 잠들었다. 나는 설겆이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한 시간 가량 두부를 사려고 시장 바닥을 돌아다녔다. 아침 일찍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거리에는 파리한 얼굴빛으로 출근하거나 학교 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물안개가 피어올라 산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가까스로 두부를 사갖고 집으로 돌아오니 옆집 중학생 여자애가 우산을 든 채 현관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우편함에 감춰둔 담배를 슬며시 꺼내 한 모금 깊숙이 빨고 하늘을 쳐다보고, 두부를 든 내 얼굴을 쳐다봤다. 빙그레 웃었다. 출근 전 담배 맛을 아는군.
다시 인두를 손에 잡았지만 엊그제 대충 만든 회로는 작동하지 않았다. 비도 오는데 산에나 갈까? 자기 긍정이나 세계 긍정, 자기 부정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행위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바보짓이라고 여겼다.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사실이 매우 좆같을 때에도 최선을 다 해 하던 일을 마저 하는 것 이외의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했다.
아내가 싸준 천도 복숭아 셋을 작은 배낭에 넣고 산에 올라가 안개 속에 있었다. 평소처럼 평창동 방면으로 내려왔다. 3시간 40분.
동네가 잘 보인다. 그런데 너였구나 안정훈. 너는 산을 사랑하지 않아.
안개 속의 문수봉.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아저씨가 문수봉 깔딱재를 간신히 넘고나서 말을 건넸다; 저쪽이에요 이쪽이에요? 저쪽 길은 쉽고 이쪽 길은 어려워요. 바위는 무서워서 못 올라가겠어요. 오늘은 힘들 겁니다. 뭐 인생이 다 그렇지.
옥션에서 19000원 주고 새로 산 트랙스타 샌들의 그립이 훌륭하다. 하도 훌륭해서 50도 가량의 비에 젖은 바위 경사를 내려와 폭포에 섰다. 아찔하다.
세수하고 발 담그고 놀았다. 북한산은 워낙 메마른 산이라서 장마 때가 아니면 수량이 적어 계곡에 발담그고 노는 재미는 느끼지 못할 듯. 책을 꺼내들고 좀 읽다가 발이 시려서 일어섰다.
등산로에서 시계를 줏었다. 산이 좋다.
갑갑해서 밖으로 나와 길가에 앉았다. 술집에서 처음 만난 누나가 내 곁에 앉았다. 그러고는 '남편하고 헤어졌지만, 남편이 밉지는 않아. 힘 내'라고 말한다. 당황했다. 같은 술집에서 합석한 여자애 둘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줄 담배를 피우는 아이, 삼순이를 진지하게 보는 기껏해야 스물셋 먹은 어린 아이들.
술집에서 탁자에 tv 놓고 '삼순이'라는 드라마 보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난생 처음 해보는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삼순이가 유명하다던데 시시껄렁한 몇 마디 대사가 왜 그리 멋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삼순이는 나처럼 한라산에 올라갔다. 그 거리에서는 대화가 안된다. 한라산의 지랄비바람을 우습게 보는군.
삼순이 드라마 보다가 합석한 두 아이 중 하나는 올 여름에 유럽에 갈 생각이다. 진짜 오리지날 배낭 여행을 하겠다고 해서 나 같은 관광객이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프랑스 같은 나라 보다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깡촌을 가보라고... 권했다. 여자애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하겠다고 주장했다. 결혼해서 애를 펑펑 낳고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재차 다짐하는 그 나이 또래의 낭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티셔츠를 걷어 배를 보여준 후, 손바닥으로 탕탕 두들기며 '나 배 나왔다?' 라고 말했다.
아내는 집을 나간지 사흘 만에 돌아왔다. 남들 눈에는 내가 아내 때문에 맛간 줄 안 것 같다. 아내 걱정 보다는 아내가 머물고 있는 도시 이름의 특이함을 줄곳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국에 그런 이상한 이름을 가진 도시가 있었군. 아내가 나를 특히나 기특하게 여기는 부분은 자기가 없어도 혼자서 밥 잘 해 먹고 팬티도 잘 갈아 입는 것이었다. 그 시골마을의 어느 절간에 짱박혀 있을꺼야. 그랬다.
암자에 들어가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공양하고 하루 종일 풀 뽑고 아홉 시면 피곤해서 쓰러지듯 잠들었다. 3일째 천도복숭아 한 봉지를 사들고 돌아왔다. 아무 생각 없이 노가다만 했더니 행복해진 것 같다. 당시 안방에는 전날 밤 술 마시고 빌빌 거리는 작자들이 팬티 바람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나는 작업실에서 인두를 잡고 일 하는 중이었다. 아내가 집을 나간 이유를 말해 주었다.
1. 남편이 폭언을 했다.
2. 혼자만 제주도에 가서 놀다왔다.
3. 남편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4. 음식 타박이 심하다.
5. 사랑스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는다.
6. 그리고 위의 모든 항을 포함하여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특히 5항.
그랬다. 성인이 된 후 줄곳 이 세상에서 굶어죽는 인간들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저녁에 횟집에서 회를 떠와 넷이서 다시 술을 마셨다. 장마 기간이라 옥상에 올라가 숯불 삼겹살이나 숯불 닭갈비를 해먹겠다는 계획은 무기한 연기했다. 아내는 '달의 잔'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예쁘장한 토기 찻잔에 소주를 부어 연달아 마신 후(찻잔에 소주를 콸콸 부어 마시는 것은 악취미다) 할 말 다하고 술에 취해 잠들었다. 나는 설겆이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한 시간 가량 두부를 사려고 시장 바닥을 돌아다녔다. 아침 일찍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거리에는 파리한 얼굴빛으로 출근하거나 학교 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물안개가 피어올라 산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가까스로 두부를 사갖고 집으로 돌아오니 옆집 중학생 여자애가 우산을 든 채 현관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우편함에 감춰둔 담배를 슬며시 꺼내 한 모금 깊숙이 빨고 하늘을 쳐다보고, 두부를 든 내 얼굴을 쳐다봤다. 빙그레 웃었다. 출근 전 담배 맛을 아는군.
다시 인두를 손에 잡았지만 엊그제 대충 만든 회로는 작동하지 않았다. 비도 오는데 산에나 갈까? 자기 긍정이나 세계 긍정, 자기 부정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행위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바보짓이라고 여겼다.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사실이 매우 좆같을 때에도 최선을 다 해 하던 일을 마저 하는 것 이외의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했다.
아내가 싸준 천도 복숭아 셋을 작은 배낭에 넣고 산에 올라가 안개 속에 있었다. 평소처럼 평창동 방면으로 내려왔다. 3시간 40분.
동네가 잘 보인다. 그런데 너였구나 안정훈. 너는 산을 사랑하지 않아.
안개 속의 문수봉.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아저씨가 문수봉 깔딱재를 간신히 넘고나서 말을 건넸다; 저쪽이에요 이쪽이에요? 저쪽 길은 쉽고 이쪽 길은 어려워요. 바위는 무서워서 못 올라가겠어요. 오늘은 힘들 겁니다. 뭐 인생이 다 그렇지.
옥션에서 19000원 주고 새로 산 트랙스타 샌들의 그립이 훌륭하다. 하도 훌륭해서 50도 가량의 비에 젖은 바위 경사를 내려와 폭포에 섰다. 아찔하다.
세수하고 발 담그고 놀았다. 북한산은 워낙 메마른 산이라서 장마 때가 아니면 수량이 적어 계곡에 발담그고 노는 재미는 느끼지 못할 듯. 책을 꺼내들고 좀 읽다가 발이 시려서 일어섰다.
등산로에서 시계를 줏었다. 산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