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메인이 언제고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길래 홈페이지 이동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봤다.
yacc/lex, bison/flex를 써본지가 오래되어 새로 공부하다가 영 짜증나서 다른 랭귀지 툴을 찾아 다녔다. simplicity가 유난히 번쩍이는 쓸만한 것을 발견했다. coco/R. 더 좋은 것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어렸을 때 나는 모든 프로그래머가 컴파일러 이론을 학습하는 줄 알았다. 프로그래밍은 패턴을 찾는 일이고 패턴을 찾는 일은 컨텍스트 프리 그래머와 연관이 있고 따라서 패턴을 찾으려면 컴파일러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의 대부분 프로그래머는 lamda가 뭔지 몰랐다. 어떤 때는 리스프를 사용했다는 프로그래머가 람다를 모르는 일도 있었다. 람다를 알아도 그게 뭐하는 것인지, 어디다 쓰는 지 모르기도 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언어 이론을 공부하지 않으며, 나만 영 엉뚱한 곳에서 그동안 삽질한 것이었다. 요즘은 머리까지 굳어 버려 내가 과연 프로그래머일까 하는 의문만 생겼다. 뭔가를 학습하는데 학습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꽤 재미있는 컴파일러를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설계했다. 구현하려고 보니 bison/flex 따위로는... 크흑... 툴을 탓하기 전에 머리가 굳은 것을 탓해야겠지.
술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모바일폰을 흘렸다. 전화기를 잡은 그 누군가가 전화기를 바로 꺼버려서 분실폰 위치 추적이 되지 않았다. 찾을 가망이 없어 보이지만 임대폰 무료 임대 기간인 14일 동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정통부에서
분실한 핸드폰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한다. 등록.
KTF에 이틀 동안 전화질을 했는데 임대폰 물량이 없단다. 여기저기 전화질을 했다. 없다, 없다, 없다고만 했다. 3일 동안 틈틈이 전화질을 했다. 과연 없을까? 임대폰이 없다고 곧 죽어도 '주장'하는 고객센터를 전화를 끊자 마자 직접 방문하니 그 자리에서 내준다. 없는 것은 내부 소통 정보와 클로버 서비스 걸의 권한이었다. LG CX-400K, 충전기, 배터리 두 개, 그런데 가지고 있는 '정통부 표준' 충전/데이타 케이블과 호환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유일한 문화생활이라고는 도서관을 들락거리는 것 밖에 없다. 최근 읽는 책들은 모두 생물학, 특히 진화에 관한 교양과학서 뿐이다. 소설과 달라 하루에 3시간 이상씩 읽으면서도 한 권 떼는데 이틀이나 3일씩 걸렸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별히 재미있는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은 아주 지겹게 들어서 더 듣고 싶지 않지만 생물학 특히 분자생물학 소재의 과학교양서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뿐인가? 인트론, CAG 연쇄고리 마이크로 새틀릿에 얽힌 신비도 마찬가지다. 미토콘트리아 DNA부터 늙어빠진 리보솜에 이르기까지 자동적인 단순반복학습에 의해 이제는 달달 외우다시피 할 지경이 되었다.
인간은 서로 동등하지 않은 피쳐를 가진 선택지 사이에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는 있으나, 여러 독립 변수에 걸친 가중치의 합이 서로 엇비슷하여 논리적으로 여러 선택지가 동등하게 존재할 때 그중 하나를 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이 아닌 호불호 따위의 감성에 의존한다. 인간 두뇌가 지닌 본질적인 구조에 기인했다. 말하자면 메모리가 512메가이고 음질이 약간 떨어지고 디자인이 멋있는 mp3p와 256메가이고 음질이 우수하고 저렴한 mp3p가 있을 때 객관적으로 나열할 수 있는 여러 스펙상의 피쳐에 점수를 메겨 가중치 합계를 비교할 때 서로 엇비슷할 경우 여러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변연계를 건드리는 소뇌의 역할이라는 것. 이런 종류의 knapsack 문제는 지나치게 보편적이다. 인간 사회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들은 사실상 이성을 초월한 것들이니까 굳이 이성을 찾으라고 울부짖을 이유가 없다고... 해야 하나? 나는 감정적으로 메말랐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할 때마다 그 무한한 다양성에 난감해지고는 했다. 하지만 개중 쉬운 것도 있다.
다음중 그나마 나은 행동은?
1. 술집에서 내게 욕설을 하는 사람을 두들겨팼다.
2. 외국계 대형 할인점에서 물건을 훔쳤다.
3. 이웃집 아줌마를 꼬셔서 성교를 했다.
4. 전쟁터에서 나를 죽이려고 총을 쏜 민간인을 사살했다.
문제를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 굳이 '선호'하는 한 가지를 택하라면 1.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고 2. 최소한의 피해를 지니며 3. 나에게 피해가 없는 수준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4. 게다가 타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행동을 우선순위 삼아 지문을 감별하는 것이다. 그 원칙을 지키면 세상의 윤리는 덧없어졌다. 순서대로 3,2,4,1번이다. 그것이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은 그들이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 논리를 이해하면 의외로 '해석'이 쉽다. 농담도 이쯤되면...
음... 문화란 음식과 같아서 편식하다보면 희안한 정신 질환에 걸리기 십상이다. 읽는 책의 범위가 제한되면 사고방식도 그렇게 굳어버린다.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 몇 권의 책을 주문해놨다. 그런데, 은평구립도서관의 월보를 보다가 알게 되었다. 건물 앞에 흉물스럽게 서 있는 허름한 몇 개의 콘크리트 기둥을 그들은 '헤르메스의 기둥'이라고 한다. 쿨럭.
진화의 미래 children of promeheus, christopher wills -- 이 양반은 미토콘트리아 이브 논쟁에 낀 적이 있던 것 같다. 언제 읽었더라? 책에다가 워낙 썰렁한 농담들을 써 놓아서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종류의...
"마라케시에서 할리데이 인에 투숙한다든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빅 맥을 사먹는 것과 같은 세계 문화의 미국화 현상을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렇지만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두 가지 활동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환경은 오히려 다양성이 늘어났다." -- 옳거니! 바로 그거다.
"섬나라 영국은 세계적인 조롱의 대상이 돼어온 조리법을 아직까지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영국 음식을 먹고 자란 필자로서는 그 때문에 내 지능에 약간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주장을 적극 반기고 싶은 실정이다."
"1930년에 진화유전학 이론의 위대한 창시자들 중 한 사람인 피셔(R. A. Fisher)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진화적 변화의 최대 속도는 집단 속에 존재하는 유전적 변이의 양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입장에서 돌아볼 때 이 사실은 명백해 보이며, 그리고 실제로 피셔는 자신의 직관이 수학적 공리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에 찬 나머지, 거기에다 '자연 선택의 기본 정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 진화의 속도 논쟁은 여러 생물학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진행중이다.. 대체 언제쯤 결론나는지 기다리기도 지친다.
"스마트 약이 우리 종에게 마구 사용될 때, 그 결과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스마트 약에 대한 반응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며, 숨겨져 있던 온갖 종류의 유전적 변이들을 노출시키는 또 하나의 와딩턴 실험을 초래할 것이다. 이 새로운 생화학적 학살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또는 우리의 유전자 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지만, 아무리 줄여 말하더라도
그 결과는 틀림없이 흥미로운 것이 될 것이다." -- 흥미롭고 말고.
"기계 문명에 반감을 가진 내 추측으로는 미래에는 오디세우스의 배에 탄 승무원들처럼 귀를 막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사이렌의 노래에 희생될 것 같다. 물론 음모론이 횡행하는 미친 우주에 무절제하게 접속하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편집증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유전자 풀에서 효과적으로 제거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귀를 틀어막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아기를 낳는 진화상 중요한 역할을 계속 수행해나갈 것이다." -- 윌스의 견해와 반대, 신생인류에게는 인터넷 노이즈 이뮤니티 또는 스팸 이뮤니티라는 사회적 적응이 생길 것 같다. 스팸을 견디지 못하는 유전자는 장차 서서히 제거될지도 모를 일이고.
mean genes 비열한 유전자, Terry Burnham, Jay Phelan -- 매우 재미없는 책. 유전자, 진화론을 가미한 '처세술'. 사회생물학적 태제를 대체로 마뜩찮게 보는 편이라...
"신선함을 추구하는 유전자는 한 집단의 사람들이 해외로 얼마나 멀리까지 이주하는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남아메리카 원주민은 수천년 간 이주를 거듭해온 사람들의 후손으로 원주민의 2/3 이상이 신선함을 추구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세계 어느 민족과 비교해봐도 높은 수치다." -- 그게 말이나 되냐?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기를 화나게한 축구선수를 쏴죽이고 '신선함을 추구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부족한 나는 허구헌날 과거창산 문제로 싸우는 정치인들을 비웃으며 우주를 꿈꾸는 것인가. 게다가 내 주변 사람들은 전부 그렇다. 일부는 우주에서의 부동산 투기까지 꿈꾸고 있다. 아파트는 글렀다. 토지도 약빨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남은 것은 바다와, 우주 뿐이다.
"친구들과 외박을 할 때, 신용카드 룰렛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식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신용카드를 모자나 냅킨에 놓아두고 웨이터를 불러서 그중 한 개를 뽑도록 하면 된다. 신용카드가 뽑인 사람은 식사 전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것도 도박의 일종이지만, 복권이나 카지노 게임과는 달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하면, 결국에는 참가한 사람들이 번갈아 가면서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도박은 공짜임에도 불구하고 해보면 놀랄 정도로 사람을 흥분시킨다." -- 하나도 재미없다.
"어떤 사람이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고 싶다면, 그들의 직업이나, 수입이나, 연애문제나, 혹은 걸을 수 있는지 어떤지도 확인할 필요가 없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행복도를 알기 위해서 가장 유용한 데이터는 그 사람이 20살이었을 때(혹은 6살이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그 사람의 답변이다." -- 20세때 나는 행복했다. 그때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프로그래밍만 하면 됐으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와 전혀 다른 면역체계항원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MHC 또는 HLA라고 불리는 이 생물학적 특성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지리적으로 다른 지역 출신의 사람일수록 많은 차이를 보인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이 모이게 되면, 이 둘은 합해져서 더 건강하고 활기찬 자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 활기찬... 자녀?
"가시머리충(thorny headed worm)은 '시멘트 분비선'을 가지고 있는데 교미가 끝난 뒤에 그들은 암컷의 질을 시멘트 마개로 봉합해 버린다. 더 지독한 공충의 경우에는, 수컷이 자신의 정자를 다른 수컷의 몸 안으로 주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수컷이 나중에 암컷과 교미를 하게 되더라도 다른 수컷의 정자로 암컷이 임신하게 된다." -- 놀랍기 그지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