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더러 전날밤 물과 밥 좀 챙겨 달랬더니 제것만 챙겨서 산행 한다고 나갔다. 도시락 싸려니 밥통 바닥에 찌꺼지만 살짝 남은 밥으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물을 얼리려고 물통을 찾아 보았다. 기껏 모아놓은 물통은 어디 버렸는지 모르겠다. 전날 밤 아내가 만들어 놓은 김밥을 꾸역꾸역 챙겨 먹고 하는 수 없이 그냥 나왔다. 저 나름으로는 내 생각해서 만든 김밥이지만 위장에서 차가운 밥알이 곤두선다. 도시락을 싸 달란 것도 아니고, 제 도시락 챙기려 밥 지을 때 내 먹을 밥이나 좀 남겨 놓았으면 안 섭섭했지.
생각해봤자 기분 상하는 것들은 잊고 오늘은 난이도가 약간 높은 트레져 헌트가 되겠다. 코스가 산속 국도다. 지도로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 이놈에 전자지도는 등고선이 엉터리라서(당연히 자동차만을 고려해서 만든 것이다) 가보기 전에는 표고나 고저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해봤다. 추천 코스다.
웨이포인트만 찍어 갔기에 고양시에서 좀 헤멨다. 뒛박 고개를 넘을 때 숨을 헐떡였다. 보물을 보리밥 식당 뒷편에 숨겨놓아서 마침 배도 고프고, 6천원 짜리 보리밥을 시켜 먹고 한숨 돌렸다. 된장국이 그저 그래서 별 느낌이 없다.
그런데 물김치가 예술이다. 유명한 집인지 손님이 끝없이 들이닥쳤다.
gps를 들고 식당 주위를 둘러보았다. 찾긴 찾았다.
보물은 이 안에 있다. 시시한 장난감 쪼가리를 보려고 자전거를 타는 우아한 손으로 이 '밀림'을 헤쳐야 한단 말인가? 콧방귀를 뀌고 가볍게 포기했다.
강원도였다면 숲과 호수만 달랑 있을 터지만 여긴 경기도다. 경기도 답게 물 좋고 산 좋으면 어김없이 음식점과 호텔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다. 차를 세워놓고 밤나무를 흔드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쪼개놓은 밤껍질 때문에 길바닥이 살벌하다.
지산 저수지. 힘들어서 잠시 쉬다.
급경사의 오르막길이 계속 되었다. 근육이 딱딱하게 굳고 땀이 비오듯이 흘러내린다. gps를 흘낏 보니 해발 260m, 1단으로도 버티지 못해 결국 자전거에서 내렸다. 330m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과거 데이타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머리란 이러라고 있는 것이다. 내가 넘은 가장 높은 고개는 동해-울진간 주행 때 110m, 고저차는 100m, 여기는 330m, 고저차 190m, 거의 두 배 가량이다.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뒛박고개는 어떻게 넘겼지만 이건 도저히...
피크를 넘자마자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1차선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엉덩이를 한껏 뒤로 뺐지만 브레이크 잘못 잡으면 바로 공중제비 아크로바트를 할 판이다. 브레이크에 땀 나도록 브레이크 레버를 당겼다. 으시시하다. 속도계는 50kmh를 가리켰다. 쭉 뻗은 도로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속도지만 코너가 무섭다.
그간 얻은 보잘 것 없는 소득이라면 가건 못 가건 업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힐탑에 오르기까지의 실낫같은 기대감으로 땀 나게 괴로운 현재를 버틴다.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나아가다 정상에 서서 쫙 뻗은 다운힐을 볼 때의 상쾌한 기쁨이란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 뒤에 이어지는 또 다른 업힐에 대한 불안감이 없다. 밑천이 다 떨어져 헉헉 숨을 몰아쉬며 내려서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때는 머리 속이 하야니까 딴 생각 안 난다. 업힐은 그러니까 은색 바퀴와 합체된 바퀴-벌레가 어차피 마주치게 되는 고난이다. 업힐이 있으면 다운힐이 있고 고통이 끝나면 안식이 찾아온다. 안식은 귓가를 고속으로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다. 타이어는 미친듯이 돌아가고 살짝만 건드려도 튀어나갈 것 같은 핸들의 그 불안정한 촉감.
업힐할 때 딱-딱-하는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한적한 도로에서는 장작 쪼개지는 소리처럼 괴괴하다. 집 근처 자전거 가게에 들렀다. 전에도 내 자전거를 싸구려라면서 장황하게 연설을 늘어놓고는 원인을 찾아 보지도 않고 스프라켓을 교체해야 한다며 7만원을 달라더니 이번에도 원인은 찾아보지도 않고 싸구려 자전거를 샀으니 응당의 댓가를 치뤄야 하는 것이라고 주인 아저씨가 말한다.
BB 교체하는데 그것도 중고를 6만원 달란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정쩡하게 서 있자 새 손님을 받아 팔 자전거를 설명하는데, 처음으로 자전거를 장만하는 손님인지, 처음 장만하는 자전거는 싸구려 사면 고생한다느니 하는 말을 내 쪽을 흘낏 보며 줄줄이 늘어놓는다.
뭐 싸구려 자전거 맞으니까 속으로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다. 아저씨는 내 자전거는 손 볼 생각이 없는지 여기 저기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다. 주인 아저씨 왼편에 늘어선 싸구려 새 자전거들에 주목했다. 그는 값비싼 자전거도 팔지만, 인근 동네 주민들이 원하는 5만원짜리 중국제 자전거도 함께 취급한다. 자전거를 보는 그의 싸구려 관점은 주목할만 하다. 피식 웃고 가게를 나왔다. 아저씨 말고도 이걸 봐 줄 사람을 못 찾아서 여기 온 건 아니야.
동네 한 바퀴 돌아 다른 자전거 가게에 들렀다. 딱-딱- 하는 소리의 원인이 BB쪽에서 난 것으로 결론이 나서 그때 BB 축이 풀린 것을 조였다는 내 말을 묵묵히 듣더니 BB를 분해한다. BB를 갈아야 하냐고 물었다. 글쎄요. 내 자전거를 아마도 처음으로 싸구려 취급하지 않은 그 아저씨는 BB는 멀쩡하다고 말한다. 에? 멀쩡해요? 원인을 알 것 같다며 BB에 그리스를 다시 바르고 조립한다. 그리고 패들을 크랭크 암에 연결하는 조임쇠를 스패너로 힘차게 조인다. 조치는 그게 다였다. 타 봐요. 타 봤다. 소리가 안 난다. BB쪽 문제가 아니요. 음, 그럼 저번 자전거 가게의 젊은 친구가 잘못 판단했군. 의사와 마찬가지로 전문직 종사자들은 그들이 가진 모든 독점적 지식으로부터 발생하는 양도불가능한 권위의 후광에 검은 줄을 죽죽 긋는 남사스런 실수를 한다. 이해한다.
BB를 분해하고 조립한 비용으로 만 원 줬다. 소리가 나는 원인은 내가 처음에 추측했던 대로 패달 때문이다. 천 원 짜리 15mm 스패너 하나 사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속 쓰리지만 지식의 댓가로 그 동안 총합 2만 5천원을 지급했다. 의사나 자전거 수리하는 아저씨들은 그걸로 먹고 산다. 이해한다. 나도 내가 가진 전부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창녀처럼 팔아 먹고 산다.
괴로운 것은 내 대가리에는(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대가리는 생선에나 쓰는 말이라고 한다) 의사 성분은 없어도 그들과 같은 종류의 메카닉 성분이 일정량 존재한다는 점이다. 구동부는 점성이 높고 고온에서도 성분이 변하지 않는 그리스를 바르고 15mm 스패너는 15mm 두꺼운 너트에 끼워 돌리고 BB에 돌리는 나사는 진행 벡터의 반대 방향으로 조인다는 것도, WD-40과 테프론 오일 스프레이의 정확한 용도 쯤은 알고 있다. 공구만 주어진다면 뭐 하나 복잡한 구석이 없는 이놈에 자전거 따위는 완전 분해 했다가 다시 조립할 수도 있다!
공구 하나 사기 귀찮아 현실에 타협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 낭비한 시간과 정력 때문에 속이 쓰리고 낯을 붉혔다. 알라께서는 내게 능력 이상의 부담을 준 적이 없다. 슬기로운 무슬림은 이 말을 그들의 유일하고 개망나니 같은 신을, 또는 불규칙한 인생을 아이러니컬하게 비아냥거리는데 사용할 줄 안다. 또한 자기완결적인 고유의 한계 시스템을 정량적으로 취급하는 기술자로서 시스템의 작동 메카니즘에 대해 알만큼 아는 새끼가 같은 실수를 연달아 세 번씩이나 하는 것은... 앞으로 잘 할테니 용서하자. 인생 별거 있나?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오는 업힐과 에발란치에 겁먹지 말고 존내 배우는 거지.
그런데 근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업힐에 낑낑대면서 흘낏 쳐다본 오늘 하늘과 구름은 아주 멋졌다. 기름칠하고 손 본 자전거는 얼음 위를 굴러가는 아이스퍽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한적한 도로에서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다. 자아유, 자아유, 자아아유, 그를 만난 뒤 나는 알았네 내가 애타게 찾던 게 무언지. 하덕규, 자유 (5:05)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자전거님이시다.
고딕풍 주행 흔적. clickable.
생각해봤자 기분 상하는 것들은 잊고 오늘은 난이도가 약간 높은 트레져 헌트가 되겠다. 코스가 산속 국도다. 지도로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 이놈에 전자지도는 등고선이 엉터리라서(당연히 자동차만을 고려해서 만든 것이다) 가보기 전에는 표고나 고저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해봤다. 추천 코스다.
웨이포인트만 찍어 갔기에 고양시에서 좀 헤멨다. 뒛박 고개를 넘을 때 숨을 헐떡였다. 보물을 보리밥 식당 뒷편에 숨겨놓아서 마침 배도 고프고, 6천원 짜리 보리밥을 시켜 먹고 한숨 돌렸다. 된장국이 그저 그래서 별 느낌이 없다.
그런데 물김치가 예술이다. 유명한 집인지 손님이 끝없이 들이닥쳤다.
gps를 들고 식당 주위를 둘러보았다. 찾긴 찾았다.
보물은 이 안에 있다. 시시한 장난감 쪼가리를 보려고 자전거를 타는 우아한 손으로 이 '밀림'을 헤쳐야 한단 말인가? 콧방귀를 뀌고 가볍게 포기했다.
강원도였다면 숲과 호수만 달랑 있을 터지만 여긴 경기도다. 경기도 답게 물 좋고 산 좋으면 어김없이 음식점과 호텔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다. 차를 세워놓고 밤나무를 흔드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쪼개놓은 밤껍질 때문에 길바닥이 살벌하다.
지산 저수지. 힘들어서 잠시 쉬다.
급경사의 오르막길이 계속 되었다. 근육이 딱딱하게 굳고 땀이 비오듯이 흘러내린다. gps를 흘낏 보니 해발 260m, 1단으로도 버티지 못해 결국 자전거에서 내렸다. 330m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과거 데이타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머리란 이러라고 있는 것이다. 내가 넘은 가장 높은 고개는 동해-울진간 주행 때 110m, 고저차는 100m, 여기는 330m, 고저차 190m, 거의 두 배 가량이다.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뒛박고개는 어떻게 넘겼지만 이건 도저히...
피크를 넘자마자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1차선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엉덩이를 한껏 뒤로 뺐지만 브레이크 잘못 잡으면 바로 공중제비 아크로바트를 할 판이다. 브레이크에 땀 나도록 브레이크 레버를 당겼다. 으시시하다. 속도계는 50kmh를 가리켰다. 쭉 뻗은 도로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속도지만 코너가 무섭다.
그간 얻은 보잘 것 없는 소득이라면 가건 못 가건 업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힐탑에 오르기까지의 실낫같은 기대감으로 땀 나게 괴로운 현재를 버틴다.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나아가다 정상에 서서 쫙 뻗은 다운힐을 볼 때의 상쾌한 기쁨이란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 뒤에 이어지는 또 다른 업힐에 대한 불안감이 없다. 밑천이 다 떨어져 헉헉 숨을 몰아쉬며 내려서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때는 머리 속이 하야니까 딴 생각 안 난다. 업힐은 그러니까 은색 바퀴와 합체된 바퀴-벌레가 어차피 마주치게 되는 고난이다. 업힐이 있으면 다운힐이 있고 고통이 끝나면 안식이 찾아온다. 안식은 귓가를 고속으로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다. 타이어는 미친듯이 돌아가고 살짝만 건드려도 튀어나갈 것 같은 핸들의 그 불안정한 촉감.
업힐할 때 딱-딱-하는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한적한 도로에서는 장작 쪼개지는 소리처럼 괴괴하다. 집 근처 자전거 가게에 들렀다. 전에도 내 자전거를 싸구려라면서 장황하게 연설을 늘어놓고는 원인을 찾아 보지도 않고 스프라켓을 교체해야 한다며 7만원을 달라더니 이번에도 원인은 찾아보지도 않고 싸구려 자전거를 샀으니 응당의 댓가를 치뤄야 하는 것이라고 주인 아저씨가 말한다.
BB 교체하는데 그것도 중고를 6만원 달란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정쩡하게 서 있자 새 손님을 받아 팔 자전거를 설명하는데, 처음으로 자전거를 장만하는 손님인지, 처음 장만하는 자전거는 싸구려 사면 고생한다느니 하는 말을 내 쪽을 흘낏 보며 줄줄이 늘어놓는다.
뭐 싸구려 자전거 맞으니까 속으로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다. 아저씨는 내 자전거는 손 볼 생각이 없는지 여기 저기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다. 주인 아저씨 왼편에 늘어선 싸구려 새 자전거들에 주목했다. 그는 값비싼 자전거도 팔지만, 인근 동네 주민들이 원하는 5만원짜리 중국제 자전거도 함께 취급한다. 자전거를 보는 그의 싸구려 관점은 주목할만 하다. 피식 웃고 가게를 나왔다. 아저씨 말고도 이걸 봐 줄 사람을 못 찾아서 여기 온 건 아니야.
동네 한 바퀴 돌아 다른 자전거 가게에 들렀다. 딱-딱- 하는 소리의 원인이 BB쪽에서 난 것으로 결론이 나서 그때 BB 축이 풀린 것을 조였다는 내 말을 묵묵히 듣더니 BB를 분해한다. BB를 갈아야 하냐고 물었다. 글쎄요. 내 자전거를 아마도 처음으로 싸구려 취급하지 않은 그 아저씨는 BB는 멀쩡하다고 말한다. 에? 멀쩡해요? 원인을 알 것 같다며 BB에 그리스를 다시 바르고 조립한다. 그리고 패들을 크랭크 암에 연결하는 조임쇠를 스패너로 힘차게 조인다. 조치는 그게 다였다. 타 봐요. 타 봤다. 소리가 안 난다. BB쪽 문제가 아니요. 음, 그럼 저번 자전거 가게의 젊은 친구가 잘못 판단했군. 의사와 마찬가지로 전문직 종사자들은 그들이 가진 모든 독점적 지식으로부터 발생하는 양도불가능한 권위의 후광에 검은 줄을 죽죽 긋는 남사스런 실수를 한다. 이해한다.
BB를 분해하고 조립한 비용으로 만 원 줬다. 소리가 나는 원인은 내가 처음에 추측했던 대로 패달 때문이다. 천 원 짜리 15mm 스패너 하나 사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속 쓰리지만 지식의 댓가로 그 동안 총합 2만 5천원을 지급했다. 의사나 자전거 수리하는 아저씨들은 그걸로 먹고 산다. 이해한다. 나도 내가 가진 전부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창녀처럼 팔아 먹고 산다.
괴로운 것은 내 대가리에는(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대가리는 생선에나 쓰는 말이라고 한다) 의사 성분은 없어도 그들과 같은 종류의 메카닉 성분이 일정량 존재한다는 점이다. 구동부는 점성이 높고 고온에서도 성분이 변하지 않는 그리스를 바르고 15mm 스패너는 15mm 두꺼운 너트에 끼워 돌리고 BB에 돌리는 나사는 진행 벡터의 반대 방향으로 조인다는 것도, WD-40과 테프론 오일 스프레이의 정확한 용도 쯤은 알고 있다. 공구만 주어진다면 뭐 하나 복잡한 구석이 없는 이놈에 자전거 따위는 완전 분해 했다가 다시 조립할 수도 있다!
공구 하나 사기 귀찮아 현실에 타협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 낭비한 시간과 정력 때문에 속이 쓰리고 낯을 붉혔다. 알라께서는 내게 능력 이상의 부담을 준 적이 없다. 슬기로운 무슬림은 이 말을 그들의 유일하고 개망나니 같은 신을, 또는 불규칙한 인생을 아이러니컬하게 비아냥거리는데 사용할 줄 안다. 또한 자기완결적인 고유의 한계 시스템을 정량적으로 취급하는 기술자로서 시스템의 작동 메카니즘에 대해 알만큼 아는 새끼가 같은 실수를 연달아 세 번씩이나 하는 것은... 앞으로 잘 할테니 용서하자. 인생 별거 있나?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오는 업힐과 에발란치에 겁먹지 말고 존내 배우는 거지.
그런데 근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업힐에 낑낑대면서 흘낏 쳐다본 오늘 하늘과 구름은 아주 멋졌다. 기름칠하고 손 본 자전거는 얼음 위를 굴러가는 아이스퍽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한적한 도로에서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다. 자아유, 자아유, 자아아유, 그를 만난 뒤 나는 알았네 내가 애타게 찾던 게 무언지. 하덕규, 자유 (5:05)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자전거님이시다.
고딕풍 주행 흔적. click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