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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2004.10.30 일도 없는데 공장 앞에 쭈그리고 1

comics

잡기 2005. 1. 17. 00:18
생활은 조직적이고 연속적인 활동이다.

주말에는 다들 뭘 하며 지낼까? 짜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만화책을 봤다.

'더 파이팅'을 열독했다. 생기가 넘친다. 연초부터 재수가 좋다. 센스있는 대전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이런 포스터라면 권투 경기장에도 가보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극 중 주인공인 일보는 작가와 팬들의 의지력으로 탄생한 인물이지 싶다. 권투에서 진정한 승부를 보고 싶어하는, 포인트로 착실히 점수 따서 승부하는 건전 스포츠가 아닌 진짜 피 튀기는 투쟁을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팬들(은 물론 만화가 본인)의 의지가 땀냄새와 섞여 있다. 그래서 70권이나 하는 만화에서 판정은 극히 드물었다. 호쾌한 KO승이야 말로 육식동물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본질적인 열망이 아닐까? 대등한 지능과 육체적 힘을 갖춘 상대를 합법적으로 때려 눕히는 게임으로써 말이다. 게다가 일보는 트레이너 말도 잘 듣고 끊임없이 성장하는(전형적인) 타잎이며, 심지어 겸손하기 까지 하다. 만화가가 평소 무슨 생각하며 잉크를 흘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각 권당 호흡수가 짜 맞춘 듯이 일정하고 그림체도 역동적이고 생기발랄해서 간만에 쓸만한 만화를 본 기분이 들었다. 음. 좀 더 생기가 넘치고... 암울... 하면 좋겠지만... 복싱계의 구질구질한 뒷모습까지 들추지 않은 것은 작자의 권투선수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런 때문인지 과학도 중요하지만 노력과 근성도 챙기는 이 만화책에서는(일본 만화책에서 왠지 죄송스럽고 감사하게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노력과 근성 빼면 뭐 남는게 있어야지 쩝쩝) 특이하게도 프로선수들이 '파이트머니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류의 먹고 사는 근근 생활사가 없다. 오직 끝없는 격투가 있다. 환자의 몸을 촉진하듯이 상대에게 주먹을 먹이고 그 강도에서 회복될 시간을 측정하여 계산대로 진행하는 엘리트 닥터 박서가 흥미로웠는데, 그래도 투지, 노력, 근성에는 차질없이 무너져 주셨다.

어쨌거나 만화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만만하게 앞 지퍼를 열고 다녔다. 일본 만화의 전형적인 상대방 추겨 세워서 이쪽이 얼마나 더 대단한 놈들인지를 빛내주는 꼴 사나운 모습은 뭐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물론이지! '필살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그걸 누굴 쳐죽이는 기술이라고 하지 않고 '특기'라고 한다. 일본인도 '팔살기'같은 날나리스러운 단어보다 육중하고 투박하지만 사실 그대로인 그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를 희망했다.

아참. 그런데, 그 대사가 살짝 마음에 들었다.

'운도 실력이라고 떠들어대는 자식은 흠씬 두들겨주지'
'권투에는 럭키 펀치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거럼.

그나저나 늙어서 사회보장제도의 그늘 밑에서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것을 조장하는 사회라는 것이 생존을 고도화한 것인지, 아니면 얼간이를 컨베이어 벨트로 찍어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매 주 한 번씩은 꼭 가게 되는 영등포 역사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담배를 빨다보면 형씨, 담배 한대만 주쇼 라며 다가오는 노숙자를 본다. 정신이 나간 친구나 이 나라의 박사 때문에 한국이 망한다는 '애국지사'까지 다양하게 봤다. 그들 중 극히 일부만이 어설픈 쌍욕을 구사했다. 앞뒤도 맞지 않고 논조도 없고 신문에 사설을 쓸 필력도 없다. 그저 지지부진하고 꾀죄죄한 노숙자 뿐이다. 환경단체에 버금가지 않을까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 경찰은 수시로 그렇게 행패 부리는 '시민'을 여기서 저기로 퍼다 날랐다. 알기는 할까? 그들이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역병이 되는 '것'들이라는 점을. 그들은 담배를 꾸거나 무료 급식소가 있는 곳까지 갈 차비를 모으려고 백원을 달라고 한다. 얼마 전 TV에서는 그들 중 7-80%가 전과자라고 했다. tv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때는 왠지 tv에 증오심이 생겼다. 언론과 달리 평범하다는 사람들은 가난뱅이, 병신, 쪼다, 미친놈, 전과자를 푸코 말대로 완벽하게 격리처분했다. 여행자들이 갈만한 곳이 못되는 중미에서 내가 목격한 것은 지랄같은 가난의 악순환이었다. 평생 그 모습을 머리속에서 지우는 것은 불가능할 꺼라고 생각한다. 생존에 대한 이런 식의 구체적이고 살벌한 실감 때문에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하는 것이겠지. 피치못할 궁지에 몰리면 내가 주저하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할 놈이란 것을 안다. 자식이나 가족 핑계를 대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형태를 유지하고 존재하는 이유가 그런 본능을 끝없이 억제하기 때문이었다. 산다는 건 정말 비합리적이고 공포스러운 일이다.

잉글리시스펙트럼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시끄럽다. 거기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여자들이 젖을 드러내고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사진을 뭔가로 처리하기 전에 우연히 봤다. 약 먹고 물쑈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잘 논다. 열받거나 충격을 먹거나 뭔가 욕설을 퍼붓거나, 단순히 무지에서 비롯된 비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관계에 관해 모험심이 대단하고(어느나라 여자나 마찬가지다. 장담한다), 남들이 탐내는 자신이 가진 것(몸뚱이)을 잘 활용했다. 어이 당신, 그 여자들더러 몸 파는 년이라고 비웃을 처지는 되나? 올해 댁의 연봉, 그러니까 몸 값이 얼마였지? 혹시 나처럼 때때로 영혼까지 팔아먹고 있는 것 아냐? 처자식 먹여 살린다고, 또는 돈이 몹시 좋다고 비굴하게 군 적은 없었나? (그나마 친구들은 내가 자존심이 너무 쎄서 사회생활하기 영 글러먹은 타잎이라고들 하는데도 그 모양이다)

남녀 관계는 그런데, 어느 나라나 '처절하게' 궁상스럽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실례를 들어, 이탈리아 애들하고 프랑스 애들하고 술 퍼 마시다가 서로 자기 나라 여자들이 얼마나 못났는지 신나게 떠들다가도(술자리 주제에서 여자 얘기가 빠진 적은 내 기억에... 음. 별로 없다) 분위기가 달아올라 상대방 나라 여자들이 얼마나 가랑이를 힘차게 벌리는지 덕담을 주고받다 보면 그 동안 좋았던 분위기가 상당히 살벌해지기도 했다. (마음에 걸리는 여러 팩터가 있긴 하지만) 그래서 잉글리시 스펙트럼에 얽힌 한국인 남성의 반응이 '국제표준'으로 보아 유난히 신경질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어느 나라나 내 어머니, 내 딸들이 관계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국가를 자부심을 갖고 모국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아무튼 어느 나라 여자가 가랑이를 잘 벌리느냐 경합하다가 피치못하게 실내 기온이 빙점 부근에서 오락가락 할 때면 멕시코 여자들이 술자리 분위기를 살렸다. 그들은 정말, 단순히 말해, 훌륭했다. 아내를 꼭 멕시코에 보내고 싶다. 해거름 무렵 노상 까페에 혼자 앉아 맥주 한 잔 놓고 마리아치의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꽃다발과 와인이 자기 탁자로 날아오고 매너 좋은 어떤 아저씨가 흔쾌히 저녁과 술을 사주는 그런 기분좋은 저녁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 아내는 늘 제정신이고 오직 남편 뿐이라 그런 똥파리 같은 녀석들의 유혹을 활용하고(뜯어먹고)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것이라는 점에는 일말의 확신이 있다. 그러다 바람나면? 애당초 내가 아내를 믿고, 아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말하자면 제대로 된 본디지가 아니라면 일찌감치 접는 것이 낫다. 우리는 서로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본다.

그런데 일본여자애들은 한국 남자애들을 꽤 좋아한다. 외국에 나가서 일본 여자 여행자와 한번 대화해 봐라. 미끼를 제대로 문 돔처럼(아니면 잘못 걸린 운동화처럼) 놔주지 않는다. 이 얘길 일본 남자애들한테 할 땐 얼마나 즐겁고 분위기가 좋던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대화에는 항상 피치못할 오해와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동양 여자들 꼬시러 한국이나 일본에 영어강사로 왔다는 얘기를 늘어놓는 녀석들과 비슷한 수준에서(그래 저질이다) 한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동양인이 서양 여자애를 농락하는 애기를 들려줄 때 우리들은 '세계시민' 사이에서 흐르는 강렬한 유대감과 더불어 경쟁상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서양 여자애들은 동양 남자애들을 대체로 외계 원숭이 취급한다. 사실이다. 그들이 그런 생각에 저항하며 외계 원숭이와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하기 싫은 대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처음에는 괴롭고 자존심 상했는데 나중에는 즐기니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그 듣도 보도 못한 깡촌 오지에 살고 있는 외계 원숭이가 심지어 지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그들에게는 미스테리이자 흥미요소 일지도 모르겠다. 한국 남자애들의 특징이 뭔줄 아나? 한국 남자애들은 그 많은 동양인 중에서 '상대적으로' 역사에 해박하고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댁이 외운 유럽사를 지껄일 때의 유럽애들 표정은 재밌기만 하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에서는 평균적인 상식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아참, 과학기술은 빼자. 다들 흥미없어 하니까. 이게 다 강력한 주입식 교육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그들이 동양 여자 후리는 솜씨만큼이나 나도 서양 여자 후리는 솜씨가 어디 가서 빠지는 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남자의 매너는 좀... 그들이 언어와 매너만 개선한다면 서양여자들이 동양의 제대로 숙성된 주입식 지성은 물론이고, 동양 자지의 근성과 우수한 압축율(동서양의 그것들을 한데 모아 모스 경도계로 제대로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단단한 그것이 피치못하게 발달시킨 엑조틱한 기술성에 끊임없이 경탄사를 내뱉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이 나라에서 여자들에게 무능력한 병신 주제에 오만하고 할 말은 참 많다는 따위의 괴상한 투정과 희망사항과 비웃음을 듣기보다는 외국에 나가 '서양문화'도 제대로 삽입하고 활극도 좀 하지... 시간이 없어서 못다한 자기 정체성에 관한 고민 등의 딸딸이를 더 빡세게 쳐보라거나(고독, 자기탐구, 내면의 관조라고들 하는 무리도 있다. 과연, 그러려면 자기 집에 콕 박혀 있기만 해도 될 성 싶긴 하나, 어쨌건 국면 전환은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씨앗을 펑펑 뿌리며 저 나름의 애국정신으로 자폭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시선에 부드러운 인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인간성을 바깥에서 바라보았으면 싶지만... 왠지 말투가 계몽틱해지는 것 같아 속이 메스꺼워 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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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기운

잡기 2005. 1. 14. 10:11
저작권법은 바뀐 것이 없는 것 같고, 온갖 종류의 지적 자산과 예술문화를 인류 공영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므로 적당히 먹고 배를 채웠으면, 이제 그만 그 돼지같은 입을 닦았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술자리에서 본 앤디라는 친구는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 불렀다. 중국집에서 마시다가, 여행자 팀에 합류해 술 마시면서 중남미 여행에서 돌아온 심바를 만났다. 그 역시 나처럼, 아니면 다른 여행자들 처럼 볼리비아가 최고였다고 말했다.

15년 전에 나돌아 다니던 평범한 CPU, 그러니까 6502나 6800, 8080, 8051, z80 따위에 관한 얘기를 술자리에서 했다. 나보다 15살은 나이가 많은 조사장 역시 그놈들의 사이클 타이밍과 외부 인터페이스를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에 pc가 보급되면서 시작된 그 라인의 현재가 조사장이나 나같은 실러칸트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조사장은 즐거워했지만 얘기는 별로 즐겁지 않았고,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150만년 묵은 거북이처럼 왠지 갑갑했다.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이 술 저 술 마시고 찬 바람에 나돌아다니다보니 악화되었다. 하루 종일 골골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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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잡기 2005. 1. 10. 19:05
유무선 공유기를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매 희망 의사를 밝히는 전화를 여러 번 몰아서 받았다. 장사 참 잘 된다. 1.2년 전에 13만원 주고 구매한 것을 4만원 주고 팔았지만 그동안 얻은 편리와 최근 시세를 생각하면 구매자나 판매자 양자에게 모두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새로운 공유기를 7만원에 샀으니 차액 3만원으로 .11g로 업그레이드 한 셈이다. 게다가 직선 통달 거리가 200m로 연장되었다. 옥상에 올라가서도 무선랜이 잡히고 수신 감도가 좋아졌다.

최근 서울 시내 어디에서나 아파트 부근에서 무선랜이 잡혔다. 셋업할 때 WEP 설정을 해 놓지 않은 것들이 많아 굳이 넷스팟에 가입하지 않아도 노트북을 펼쳐놓고 사이트 서베이를 하다가 SSID가 보이는 아무 AP나 잡아 접속을 시도하면 접속이 된다. WEP 설정을 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 집에서 사용하는 2대 이상의 컴퓨터의 디렉토리를 역시 암호없이 공유해 놓았다면 그 집에서 아이들이 최근 즐겨보는 야동이 무엇인지 마저 알 수 있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최근 쇼핑 품목 중에서 가격 대 성능비가 유난히 만족스러웠던 것은 COOKPER 미니 스토브 HM-608 -- 9천원 짜리 무료배송 제품으로 썰렁하던 작은방이 훈훈해졌는데, 보일러를 안 켜놓아도 되서 한달 8-9만원씩 하던 작년의 가스비에 비해 난방비를 현저하게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하 1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지만 아내는 덥다면서 매일밤 보일러를 껐다. 한창 더운 여름철에는 해변에 떠밀려온 해파리처럼 축 늘어져 있지만 '지방층이 두터운' 다른 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겨울을 잘 견뎠다. 그들은 앞으로도 주욱 잘 견딜 것 같다.

자동이체가 저절로 해제되는 바람에 월세가 지난 3개월 동안 빠져 나가지 않았는데 주인집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월세 계약은 올 2월에 마감된다.

오늘 전세 계약을 하고 돌아왔다. 작년 여름부터 틈틈이 전세방을 알아보러 서울 시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 동안 둘러본 집만 해도 수십 채는 될 것이다. 그렇게 돌아다녀 본 결과, 4천만원 미만으로 구질구질하지 않은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불광동 뿐이었다. 부처의 자비로운 후광 탓인지 불광동은 지난 십 년 동안 집 값이 거의 오르지 조차 않았다. 재개발 마저 곳곳에서 취소되는 등, 대단히 끝내주는 동네다. 그래서 그렇게나 돌아다니며 고생해서 구한 집이, 50m 떨어진 바로 옆 집이다.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는 집을 전세로 얻는 이상한 짓을 했지만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도 않았고 인터넷으로 등기부 등본 열람해보고 주인 얼굴 뵙고 계약상의 특약 조차 걸어놓지 않고 계약했다. 심지어 근저당이 2001년 이전에 설정되어 있어 일이 터졌을 경우 전세금을 구제받을 수 없을 수도 있고, 경매에 넘어가면 순위도 한참은 뒤가 되었다.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전후 임차인의 부담으로 스스로 이주한다'는 특약마저 적어 놓았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알아서 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구질구질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해 보는, 주인집을 믿고 하는 배팅이다.

건물은 11년 먹은 것이지만 전망이 좋고 실평수가 17평 가량 되고 방이 셋, 적당한 거실 크기, 그리고 창고가 하나 있고 옥상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옥상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전경이 매우 쓸만하다.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돗자리 깔고 누워 노트북과 무선랜으로 한가하게 프로그래밍 사이트를 뒤적이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도시 빈민의 마지막 낭만이지.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내가 고소득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고소득자 주제에 온갖 궁상을 다 떨어댄다고. 아내는 나한테 재산이 지지리도 없음을 어제쯤 실감나게 깨달은 듯 싶다. 맨날 구질구질한 싸구려 집들만, 특히 걸어서, 돌아다녀서 그런가? 아내와 주먹고기에 소주 한 잔 하다가 그동안 뭘 했길래 돈이 하나도 없냐고 핀잔을 주고는, 또, 자기가 그런 말 해서 섭섭하지 않냐고 말했다. 전혀. 그대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는 것이 꿈이라면 돈을 벌어오라고 말했다. 앵벌이도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풍족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우울증이나 여러 종류의 지랄병(예: 컴플렉스, 망상증)에 걸린 적은 없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실용주의자다.

이리저리 바삐 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했지만 대충 끝내고...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낙지 녹이고 콩나물 정리 해야겠다. 오늘은 낙지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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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조건: 4만원. 에누리 없습니다. 12/29 이후 구매 희망자와 거리상 중간 지점에서 접선 후 직거래. 저는 3호선 불광역 근처에 삽니다.

연락처: 016,398,4096. paedros at gmail dot com

판매하려는 공유기의 물리적 사양은 유니콘 회사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링크를 올립니다. http://www.eunicorn.co.kr/goods/mainsub.php?main_file=air400k.html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위주로 정리합니다.

* pc to pc 복사 속도: 평균 30Mib. 집 컴퓨터의 사정상(P-3 600Mhz, Duron 800Mhz, RTL8139D) 그 이상의 속도가 나오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습니다 -_-

* 무선랜의 SSID broadcast off 기능이 없습니다.

* 지금까지 무선랜을 사용하면서 접속이 끊기는 현상은 없었습니다. 지역 케이블망.

* 안테나가 두 개 달려 있어 빵빵하게 잘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고 속도 손실 없이 최대 통달 거리는 직선 30m, 실내에서 나무문 2개 통과해 10m 정도에서 -40 ~ -53dbm 정도의 감도 입니다. 사용하는 랜 카드에 따라 수신율 변화가 있는데, 수신 감도 및 통달 거리는 2 종의 랜 카드에서 평균한 값입니다.

* 저는 보안 등의 이유로 WEP 128bit로 사용하는데 WEP을 사용하지 않을 때와 속도 차이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습니다.

* 최근의 5.1ch 짜리 xvid 3cd로 된 영화는 무선랜을 통해 원격지의 파일을 직접 재생할 때 동작이 크고 화면 전환이 빠르면 화면이 끊깁니다. 그런 기능이 필요하다면 801.11g(54Mbps) 공유기를 구매하시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 따라서, 무선랜을 통한 대량의 파일 복사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 리눅스, windows 2003 서버, xp, 2000 등에서 사용했는데 dhcp가 아무 이상 없이 잘 작동합니다. 집 pc를 항상 켜놓아 두고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terminal service, ssh, passive ftp 등은 일단 잘 작동합니다.

* 아쉬운 점이라면, wake on lan 기능이 없습니다. 공유기들을 비교해서 이 기능이 있는지 여부를 검색해 봤는데 일부 기종들이 지원하는 것 같군요. 따라서 굳이 이 공유기 만의 단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pc를 필요할 때만 원격으로 켜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켜놓는 것이 좀 불편하긴 하네요.

* MSN messenger, StarCraft 잘 되고 푸르나, overnet 등은 줄곳 사용하던 프로그램이니 굳이..

* 한통 ADSL, 지역 케이블망, 하나로 까지는 테스트 해서 ok 였습니다. 마지막 하나로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친구에게 빌려주고 테스트한 것이라 신뢰성은 없지만 유니콘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다른 isp에서도 잘 되는 것 같군요.

* 공유기는 수리를 한 번 맡겼었고 다음 번에 클레임을 걸어 공유기 자체를 교체했습니다. 전자는 192.168.1.0 서브넷을 10.0 서브넷으로 생겨서 생긴, AS기사 말로는 사용자 실수 였고 (서브넷을 바꾸면 어드민 메뉴가 간혹 작동하지 않는 버그가 있는데 보통 가정에서 사용할 때는 사용자가 저처럼 서브넷을 바꾸는 등의 특이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 같군요) 두 번째는 첫 번째 것의 고장을 고친 후 속도가 떨어진 것 같아 테스트를 요청하고 신품으로 교체했습니다. 유니콘 본사의 AS 기사는 뽑기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속도가 전보다 빨라졌지요 ^^;

* 주의: dyndns.org에서 dynamic dns 세팅을 하면 간혹 host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일 집 pc의 ftp를 외부에 열어놓으려 한다면 dynamic dns를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천하는 프로그램은
DynDNS Updater 입니다.



오른쪽 위부터

* 110/220V - 5V 1A 어댑터
* 모뎀과 공유기를 연결하기 위핸 랜 케이블 -- 1m 짜리. 새 것.
* 매뉴얼
* 설치용 CD -- firmware가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어 있어 별 필요는 없음.
* 공유기
* 공유기 벽면 고정 나사 -- 새 것.



먼지나 햇볕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해 두어서 외관 상태는 양호합니다. 제품 개봉 후 앞단 디스플레이 열의 보호용 비닐을 벗기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프론트 사이드가 반질반질. ^^



5V 어댑터 단자, 모뎀과의 연결에 사용하는 WAN용 RJ-45 포트, 4포트의 10/100 auto sensing RJ-45 port 순입니다.



원래 들어있던 박스는 아니지만, 판매 하기 위해 비슷한 박스에 포장해 놓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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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한주 동안

잡기 2005. 1. 5. 12:29

The Clearing. 심리 미스테리 스릴러를 빙자한 중년 부부의 위기를 다룬 영화. 별로...


스타쉽 트루퍼즈2 -- 뭐 하자는 걸까.


애플시드 2004. 전작에 비해 매우 훌륭해진 그래픽. 그런데 다 보고 나서 건질만한 장면이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wired 기사 -- 동남아시아 재해에서 코끼리는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코후비면 건강에 좋다

오스트리아의 권위있는 폐 전문의가 코를 후비고 코딱지를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조언했다고 영국 인터넷신문 아나노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의학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비스친거 박사는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건강하고 행복하며 신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스친거 박사는 "손가락은 손수건으로는 닦을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코 속이 청결하게 유지되며 코에서 파낸 것을 먹으면 몸의 면역체계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비스친거 박사는 그 의학적 배경에 대해 "코는 박테리아를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는데 이때 걸러진 이물질들이 장(腸)에 들어오면 면역강화제와 동일한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의학계는 면역력 강화를 위해 매우 복잡한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코를 후벼 그것을 먹는 행위는 자연적으로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를 후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며 이를 더럽고 무례한 것이라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행복하게 코를 후비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서 이를 그만두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스친거 박사는 코를 후비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만 '코 후비기'의 효과를 보고 싶다면 혼자만의 장소에서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내용출처 : [서울=뉴시스]



신년 첫날,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나와 아내가 나올 때까지 40분을 벌벌 떨면서 기다리다가 핸드폰으로 얼짱 포즈를 찍어봤다. 신년 네쨋날에는 맥주집에서 아내를 울렸다. 신년 다섯째 날에는 전날 먹은 맥주가 체해 아침부터 뱃속을 깨끗하게 게워냈다. 건강을 위해 코를 후비고 후빈 코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참 후비기 좋은 코가 아닌가 싶다.



불광역 위에는 오마이치킨집이 있어서 역 구내에 항상 튀긴 닭 냄새가 났다. 역사 안내 표지판은 볼 때마다 애플의 전설적인 게임인 '로드 러너'를 연상케 했다. 귀찮은 것들이 쫓아오면 벽돌을 깨서 파묻어버리면 된다. 게임을 한창 하던 당시에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지하철 역에서 단체로 게임을 즐기면 어떨까.

http://www.sfjikji.org 사이트가 날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복구를 시도하려고 마음 먹은지 꽤 지나서 오늘에야 복구가 끝났다. 나도 참 게을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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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 포스팅

잡기 2005. 1. 1. 11:23
다가올 닭의 해를 맞아 2004년 마지막 밤에는 아내와 함께 통닭 한 마리와 맥주를 마셨다. 올해에는 닭을 몇 마리나 먹게 될까. TV에 이명박이 종을 치러 나와서 기분좋게 채널을 돌렸다.



그러니까 개는 개답게, 닭은 닭답게, 텔레토비는 텔레토비답게 저 나름대로 사랑해 주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렸다. 흐뭇해졌다.



2005년 새해 첫날 디스크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상쾌하다.



Quella Vecchia Locanda, Il tempo della gioia, A forma di (4:09)

새해 첫날에는 아무래도 '명작'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QVL의 1973년산 두번째 앨범인 일 템포 델라 지오야 같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 들으면 되는거지. 볼륨을 왕창 올리고 저 곡처럼 새해를 시작해보자. 새해 소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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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잡기 2004. 12. 31. 23:28
컴퓨터를 꺼내놓고 작업하다가 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허겁지겁 노트북을 챙겨 내렸다. 내리고 나서야 짐을 기차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철도청 전화번호를 알아보려고 114에 수시로 전화를 시도해 봤지만 계속 통화중이고 바깥에서 하는 일에 쫓기다보니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아내에게 전화해서 대신 물건을 찾아달라고 부탁. 20만원 상당의 새로 구매한 물건들이라 잃어버리니 속 쓰리다. 8시간 후: 부산에서 천안역으로 다시 보냈단다.

매번 부주의 탓에 물건을 잃어버리는 이 잘못된 행동 양태를 고쳐야 하는데, 고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생각난 김에 스티븐 킹의 금연주식회사(Quitters, Inc.)를 뒤적여 찾아 보았다. 역시. 다시 읽어봐도 사업성이 있어 보인다. 저렇게라도 담배를 끊으면 건망증이 나아지지 않을까?

시골에 가니 나를 도회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할머니가 농사 지어봤어요? 라고 물었다. 논에 둥둥 떠 다니는 개구리밥이 기억났다. 삼포의 한 개울에서 처음 보는 그 동네 촌뜨기들이 내가 겁을 집어먹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야유를 퍼부으며 놀렸다. 바위 높이는 대략 6m, 뛰었다.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다. 귀에 물이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압력을 받으면 울리는 귀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하게 되었다.

연말을 예년과 달리 조용히 보내는 중. 크리스마스임에도 SF 모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모임을 일찌감치 나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러 다녔다. 송년회를 여덟 번쯤 했다. 하루에 두 탕씩 뛰기도 했다. 소주, 이과두, 죽엽청, 더덕술, 맥주를 골고루 섞어 마셨는데도 다음날 멀쩡하게 일어났다. 정신은 멀쩡한 것 같지가 않았다. 그 다음 다음날은 완전히 뻗었다.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망년회 중에 함피 아저씨를 만났다. 옛날 춘천에 살 때 같은 우주회 맴버 였는데 만난 적이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우주회는 비가 오면 모여서 술 마시는 모임이었는데 눈이 올 때도 마시다가, 나중에는 아무 때나 마셨다. 우주회 맴버 중에서 몇몇은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Global Nalnari가 되었다.

오랫만에 한가해서 나는 왜 살아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봤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자연현상으로 결론지었다. 그 답이 변하지 않으니까,

*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그런데 댁은 왜 살아 있는가?

와 같은 질문은 부질없다. 나는, 주변의 자원을 소비하며 존재하는, 말하자면 자연 현상이 부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내 탓도 아니고 남 탓도 아니고 그 누구의 이유도 아닌 다만 우연이 무한히 겹쳐진 시공간의 한 지점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진 시공간의 다른 지점으로 알 수 없는 이유 또는 목적(무목적,불가해)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알기 쉽게 저차원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 -> ? -> ? <- ? -> ??

그래프가 저 모양이라서 아직도 시를 읽는 사람들마저 있다.

2004년 12월 31일, 송년회에 지친 나머지 점심 나절부터 저녁 늦게까지 프로그래밍.

2003년 12월 31일, 서울. 전날 먹은 술로 삘리리...

2002년 12월 31일, 이스탄불. 문라이트 팬션 옥상에 올라가 추위에 덜덜 떨면서 장차 아내가 될 여자를 안고 모포를 함께 뒤집어 쓴 채 보스포러스 해협 위에서 벌어지는 신년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내년에는 술 좀 작작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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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잡기 2004. 12. 26. 22:41
너댓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고 자다 깨보니 26일. 집에 틀어박혀 밀린 영화를 봤다.

미니 시리즈, 어스시의 전설은 그냥 재미가 없었다. 르 귄처럼 입에 게거품 물고 욕설을 퍼부을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어스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이름 하나로 책을 네 권 씩이나 울궈먹는 르 귄의 지독한 근성이 놀라웠을 뿐.


스타트랙 보이저 시리즈를 드디어 끝냈다. 소재가 딸릴 때는 툭하면 시간여행을 시켰다. 그래서 그 별난 각본가 이름을 외워 두었는데 Brannon Braga였다.


보이저를 보다가 오랫만에 엔터프라이즈 시즌 4를 보니 우주선이 참 구닥다리다. 이제 보니 엔터프라이즈의 각본도 브래넌 브라가였다. 어째 툭하면 시간여행을 하더만. -_-


니벨룽겐의 반지에 등장하는 크림힐데. 브룬힐데, 지그프리드 등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 나이를 먹고 기억력이 희미하다 보니 니벨룽겐의 노래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code 46. 보통 하듯이 패스트 포워드 하지 않고 천천히 본 SF 멜로물. 영화를 그렇게 보는 것이 참 오랫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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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마음

잡기 2004. 12. 26. 00:46
하울의 움직이는 성 -- 글쎄다. 세계에 이미 환멸을 느껴버린 늙은 소녀를(은유지) 구하기 위해 그 명분이 어떻든 전쟁에 뛰어든 역시 '나이 들고' 바보스러운 하울의 천진한 눈빛을 그렇게 해석하고 싶다면, 으쓱. 이지. 햐야오의 가장 나쁜 점은 그가 만든 빌어먹을 영화들에 정치적 메시지가 하나 같이 함량 미달이라는 것. 댁들은 어째서 하야오가 덜떨어진 똑똑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볼 때 그는 그냥 환쟁이다. 환쟁이가 볼 때 세상은 철학이 아니다. 나는 그의 그런 점을 좋아했는데, 뜬금없고 병신같은 평을 그래서 무시했던 것 같다. 그의 구름을 여전히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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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쇼핑 목록

잡기 2004. 12. 25. 02:57
* 랜케이블 10m 3000 x 3 = 9천원
* 플래시 S/M 삼성 스마트미디어 64MB 15000 x 10 = 15만원
* CD-R 잡표 870MB 48x 케익 50장 16000원
* 리넷 RW-IPG500 Plus 유무선공유기 75,000

DICOM 무선 DOM-RWM200 충전식 미니 실버 마우스는 구매를 망설이다가 결국 사지 않았다. 기대하던 로지텍의 v500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무선 마우스 구매는 일단 보류하기로.

유무선 공유기를 54G로 새로 구매. 매장 직원의 실수(?) 탓인지 7만원에 샀다. 싸다. 만족스럽다. 물건을 받자마자 테스트를 서둘러 마치고 재빨리 튀었다. 새로 산 것은 누구에게도 권해주고 싶지 않은 몹시 구린 공유기지만 무선랜의 속도는 기대만큼 나왔다. 이제는 건넛방 컴퓨터에 있는 요새 divx 파일을 노트북에서 원격 재생할 때 끊기지 않는다.

11b 유무선 공유기를 팔아야 하는데 귀찮다.

행책 게시판에 가보니 별 일도 아닌 것으로 싸움이 붙었던 것 같다. 번역자가 '예, 다음 버전에 고견을 반영하겠습니다' 내지는 '참고하겠습니다' 정도만 응답했어도(바빠서 응답할 수 없다고 뻥 치기 전에) 사람들 마음 상해 가면서 일파만파 번지지 않았을 터이지만, 번역자는 순진하고 착한 사람 소리를 듣기보다는 악당이 되는 음산한 뒷골목 길을 주저없이 선택했을 것이다. 승자도 없고, 아무도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논쟁만큼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것도 없다. 논쟁에는 지더라도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텐데?

행책이 닭모이처럼 널리 뿌려준 오탈자를 쪼아먹는 닭대가리같은 독자를 만들려는 의도는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어떻다손 치더라도 바깥에서 보기에는 안 좋다. 아마도, 나름대로 잘해 보려고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커뮤니티든 뭐든 참여해서 독자들이 얻을만한 것은 쥐꼬리만한 프라이드다. 독자와 팬덤과 출판사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상호 이익을 보면서 동시에 출간된 양질의 SF로 뿌듯해지고 그 과정에 한 역할 했다는 영양가 없는 자부심 같은 것.

나름대로 이 바닥에서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은 sf fan들이 별로 바람직스럽지 않은 양상을 보이기 전에 수습을 했어야 했지만 때가 늦은 것 같다. 이 치들은 파리가 똥에 꼬이듯, 논쟁만 났다하면 몹시 신나서 함께 망가지던 정크SF의 바로 그 무리들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sf fan, 아 그렇지, fan이 원래 fanatic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던가. 논쟁의 중심인물인 세 sf fanatic은 정말 지긋지긋하지도 않은지 이번에도 쓰리 콤보 핵분열 자가발전으로 굳이 빈축을 샀다.

ihong 아저씨는 자기 집에서 '시어머니가 즐겨읽는 SF'를 틈틈히 쓰면서 진화를 거듭한 바퀴벌레처럼 왠만한 소리에도 끄떡없이 버티는 등 날이 갈수록 징그러워지고 있는데, 그 점에서는 슬며시 빠져 행책을 물 먹인 악당 기획자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두면 어떻게 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자고 생각한 행책과 자웅을 겨룰만 했다. 그 쓰리 쿠션 맴버들은 어째보면 그 나물에 그 밥 같다. 일단, '특이한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징그럽다. 두 번째로, 한 번 입을 열었다 하면 맛이 간 개틀링처럼 끝이 없다. 세 번째로, 천진하다. 세 번째가 특히 여러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행책은 팬덤이 지랄해서 만든 일종의 성과다. 좋든 싫든, 작던 크던. '우리'는 수 년전 출판사를 꼬시기 위해 여러 행사를 암중 기획했다. 개중 가장 빛나는 성과는 정크SF를 통해 포악한 독자들을 초신성처럼 하얗게 태우고 싹쓸이 해서 우주 변두리의 한무더기 똥더미로 만들어 버린 것이랄까. 농담이고. 최소한 내게는 한국에 SF가 한 권이라도 더 출간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고 한 작업이었다. 그러니 양태가 마음에 안 들어도 SF 내겠다고 마음먹은 출판사에 가서 가오 잡고 칼질을 하기는 뭣한 거지.

출판사가 망하는 그 날까지 지속될 맛이 간 독자들의 천진한 악의는 잔잔히 무시하고(즐기면 되는데 말야), 행책 힘내라. 닭모이는 좀... 그만 주고!

말러나 듣다가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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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mail 계정 용량이 250MB로 늘었다. 이제 더 이상 메일함이 꽉차서 안타깝게도 못 받아보는 스팸메일은 없을 것 같다.

파이어폭스: 갑작스럽게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치고는 별다른 기능상/성능상의 장점을 인지하지 못하겠다. 나처럼 램드라이브를 인터넷 임시파일 디렉토리로 사용하고 플래시나 팝업창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고 나름대로 편리한 아반트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어필할만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데? 다만 한국의 홈페이지들이 얼마나 ie specific한 html 코드를 사용해서 지저분한가를 홈페이지 만드는 사람들에게 각성시키는 효과는 있는 듯.

집에서 사용하는 11Mbps로는 원격 컴퓨터의 파일을 재생하는데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54mbps 짜리 무선 공유기를 사자니 돈이 아깝고... 날로 추워져 가면서 냉골인 건넛방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작업하기는 어렵고...

저녁 먹고 아내 송년회 모임에 갔더니 옆 자리의 외국인들과 놀고 있었다. 중국계 미국인 한 명, 나머지는 일본인들. 아내는 한국에 온 손님들이니 잘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랍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갑자기 중동이 그리워졌다.

Popul Vuh, For you and me, for you and me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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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구내에서 종종 보게 되는 경구: 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 토마스 바트린.

감상평: 가끔은 책이나 바트린 당신도 입을 다무는 편이 좋아 보인다. 책들은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여행은 그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바트린씨도 그 점을 설마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 진행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바쁜 와중에도 잊지 않고 짬짬이 닭짓 했다. i86 gcc으로 컴파일한 shared object 바이너리를 arm cpu에서 로드하는데 자꾸 실패했다. 에러 메시지(dlerror()) 한 번 보면 되는데, 커널의 elf 지원, objdump, glibc 버전 체크, ld.so.cache, LD_LIB_PATH 체크, 인터페이스 attach, 디바이스 드라이버 따위 등 별 관계없는 것들을 뒤지고 있었다. 그 얼마나 닭스러웠던가. 컴파일만 다시 하면 되는데. 며칠 전에는 컴파일한 c 소스를 어셈블리 하여 네이티브 코드 옵티마이즈와 d-cache가 memory mapped io access cycle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커널에서 io space를 엑세스하고 그것을 user로 넘기는 가장 빠른 코드를 찾기 위한 사전 조사 중 하나다. 임계상황을 예측하지 않으면 설계/구현 마진을 설정할 수 없으니까... 이걸 정확히 알아내려면... 음... 별 방법이 없어 로직 애널라이저를 cpu 인터페이스 측에 물리고 io cycle을 조사했다. 1ns 단위 skew는 측정할 수 있는 hardware measurement는 제공하면서 소프트웨어가 예측할 수 있는 facility를 제공하는데 인색한 것이 당나귀 같은 하드웨어 기술자들의 특징이다. arm은 연속적인 read cycle 중간 중간 code prefetch를 했다.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cpu에 욕을 퍼부었더니 의외로 시원했다. 최종 목표는 버스 스피드를 달성하는 것이지만(10ns) 2m 플랫 케이블로 25개의 보드에 커넥터에 연결된 버퍼를 구동하는데 10ns의 엑세스 타임은 염소같은 기술자들이 듣기에는 택도 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10주 안에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을 제작하려는 부담스럽지만 익사이팅한 목표 때문이긴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 중 아무도 게으름 피우는 사람이 없고, 열심히 일하니까 즐겁고 재밌다. 그 재미지. 하지만 나는 프리랜서고 지분도 주식도 책임감도 없는,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낭인일 따름이다. 그 점을 늘 잊지 않고 있다. 다음 기회에 이렇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글쎄.

mono 프로젝트는 진척이 좀 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군.

핸드폰의 IrDA 포트가 망가진 것 같아 예전에 큐리텔 대리점에 수리를 맡겼지만 별 다른 이상이 없다며 다시 한번 은행에서 테스트 해 보고 알려달라고 말했다. 줄곳 잊고 있다가 테스트 해보니 역시 CD/ATM에서 적외선 통신이 되지 않았다. 들고 가서 기술자로 보이는 친구한테 사정을 얘기하고 IrDA 모듈을 교환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은행에 블레임을 걸었다. 은행의 ATM 기기에 이상이 있거나 스마트칩 불량이라는 것이다. 난 테스트를 한 번만 하지 않는다. 그렇지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핸드폰의 IrDA에서 적외선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PDA에 옴니리모트 깔고 트레이닝 모드를 돌려보는 것으로 최종확인한 것이다. 그를 한참 납득 시킨 후에야 핸드폰의 기판을 교체했다. 부품이 없냐고 물었더니 없단다. 이번에는 ATM이 잘 되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전화 걸기/받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셀을 못 찾아 열나게 셀을 뒤지다가 배터리가 금새 닳아버리는 것 같다. 기술자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지만 잘 안 믿었다. 핸드폰을 맡기고 테스트 해 보라고 하고 하루 지나 찾으러 갔더니 새 기판으로 갈았다. 다시 은행에 들러 ATM 테스트를 하고 하룻동안 전화가 잘 걸리나 점검했다. 그렇게 해서 1주일을 보냈다. 그 일주일 동안 대리점 뒷편의 엔지니어가 일하는 곳에서 그와 시간을 보냈다. 오실로 스코프나 부품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이란, 안 되면 주 기판을 교환하고 왜 안 되나 테스트 해 보는 것 정도였다.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청춘이 가엾어 보였다. 하지만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QC나 테스트를 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가장 막중하다고 말하는 것을 늘 잊지 않았다.

날더러 티벳에 가지 않겠냔다. 지프를 빌려서 라사에서 신나게 내 달린단다. 카일라사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조건이 좋지만 사양할 수 밖에 없었다. 성수기 중에서도 최성수기, 갑자기 여행가는 사람들이 늘어 항공권을 구하기 힘들다. 여행은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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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싸길래 이것 저것 사서 일주일 내내 버섯 전골을 해 먹었다. 요새 바쁘다 보니 식사를 대충 때우게 된다. 이러지 말고 도서관에서 밥을 먹고 오는 것이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다 보니 몸에서 고장 나는 소리가 들린다. 별다른 낙이 없어 스타트랙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형편. 보면 볼수록 sf라고 하기가 점점 멋적어 지는 드라마다.

12월, 1월 중에는 어디라도 가서 머리 좀 식혀야 겠는데 일하는 다들 진행 속도가 제각각이라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런 것을 (쓸데없는) 책임감이라고 한다.

내가 하루, 이틀 빠진다고 일이 안 돌아가지는 않는다. 확장하면 일주일, 한 달, 일 년쯤 빠진다고 일이 안 돌아가지는 않는다. 일반화 해서 내가 없다고 해서 일이 안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있으나 마나 한 인간이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한 열흘 쯤 없어져 봐야겠다. 그래서 코스를 셋 정도로 압축해 봤다.

청도 in -호도협-따리-리장-청도 out
타이 in-미얀마 여기저기-타이 out
자카르타 in-여기저기-발리 out

러시아 및 *스탄 시리즈는 비자비가 엄청나서 아무래도 자꾸 뒤로 미루게된다.

생각난 김에 지금까지 다녔던 나라가 몇이나 되는지 조사해 봤다. 남한을 빼고 29개국? 에게? 고작?




미얀마, 인도네시아, 몽골만 방문해 주시면 동 아시아 적화가 끝난다. 그나저나 살아 있는 동안 저 무지막지하게 많은 나라들을 다 돌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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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시즌 4

잡기 2004. 12. 2. 12:38
웹의 역사 -- 1991년(인가?) 인터넷을 처음 사용했고 사용하자 마자 해킹을 시작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 친구들과 재밌게 지냈다. 술 마시다가 '우리'가 웹을 언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94년인지 95년인지 그걸로 싸움이 났다. 그 전에는 부지도의 발음이 부쯔따우인지 부지도인지, 맞는 사람이 틀린 사람더러 개새끼라고 부르기로 하고 핏대를 올리며 싸우기도 했다. 아내의 섬세한 관찰에 따르면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술 먹고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싸움질을 일삼는,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 뿐이란다. 좋은 사람들만 사귄다는 아내의 훌륭한 관찰력을 존중한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술 먹고 미친듯이 헤드뱅잉을 하다가 목 힘줄이 부어 오르거나 툭하면 맨발로 탁자 위에 기어 올라가 춤을 추는 등, 자기가 최승희나 이사도라 던컨 쯤 되는 줄 아는 여자와 결혼하기도 했다.

소득신고가 올라가자 마자 건강보험, 국민연금 관리공단에서 금액을 올린다고, 돈 내라고 공지가 날아왔다. 소득이 얼마인지 몰라 오늘 세무서에 가서 소득금액증명원을 뗄 생각이다. 정부는 자기들이 내게 환급해줄 돈이 있음에도 내가 환급을 신청하지 않으면 돌려주지 않는 약 오르는 정책을 사용했다.

보이저 시즌 4를 보기 시작. 출연하거나 출연하지 않거나 그게 그거인 케스양이 드디어 우주에서 말 그대로 증발하고 가슴 크고 몸매 괜찮은 보그 출신 메카닉 걸, 쎄븐 오브 나인으로 대체되었다. 드라마란 이렇게 뭔가 업그레이드 되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세븐오브나인. 꽃 피는 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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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

잡기 2004. 11. 29. 23:26


찍은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저 사진만큼은 알아봤다. 지금은 시리아에 있다니, 참 좋은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구나 싶다.

MS가 하는 embedded 어쩌구 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친절하게도 아침에는 행사에 참석하라는 SMS를 보내줬다. 2주 전에 양씨 아저씨 덕에 사전등록을 해 놓은 탓이다. 느즈막히 도착해보니 들어봤자 부질없고 한가한 키 노트가 마침 끝난 상태였다. XPe sp2 세션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MS가 SP2를 왜 만들게 되었냐는 괴상하기 짝이 없는 변명) 교재로 나눠준 것을 읽어봤지만 쓸만한 내용이 눈에 띄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졸았다. 공짜로 주는 점심을 얻어먹고, 오후에 재미없는 세션을 무려 다섯 시간이나 듣고 추첨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서 그냥 나왔다. 결론: ms 가 정의하고 싶어하는 임베디드는 소형 헨드헬드 미디어 플레이어를 만들도록 정책적으로 권장하는 것인 듯 싶다. 글쎄다 POS 시스템이나 컨서머 일렉트로닉스가 걔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건가... 냉장고나 텔레비젼의 제어에는 하나도 쓰이지 않는 java가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웨어 하우징에 사용되는 기괴한 원리와 같지 않을까.

자바라... 답답해서 자바로 프로그래밍한 적이 없다. 제너릭 타잎이 최근에 추가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과연 자바가 무척 더디긴 해도 발전을 하기는 하는구나 했지만 여전히 쓰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다. windows ce나 windows xp embedded에 느끼는 기분과 비슷했다. 써먹고 싶어도 딱히 써먹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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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앙 배터리

잡기 2004. 11. 23. 18:15
귀찮고 신경질나는 작업 간간이 스트레스 해소가 되어 주었던 0172 comic 보기가 없어져서 서운하던 차에 운영자가 소스를 공개했다. 참 고마운 양반이다. 홈페이지에 설치했다

msn messenger에서 간혹 한글이 먹지 않았다. msn 홈페이지에 어떻게 조치하라고 나와 있지만, 내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이나 거의 서스펜드 모드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팅할 일도 없고 해서 더 간단한 해결방법을 찾았는데, win-R 키 누르고 ctfmon.exe를 한번만 실행시키면 어떻게든 한글은 먹었다. 그 동안 잘 되던 것이 최근 들어 되다 안 되다 하는 걸로 보아 msn에서 무슨 서비스를 사용자 몰래 설치하다가 뭐가 잘못된 것 같다. 개쉐이들, 욕 안하고 착하게 살고 싶어도 꼭 욕설이 나오게 만든단 말이야.

장시간 설치했던 gcc 3.4.3에서도 버그가 개선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소스를 컴파일러에 뜯어 맞추는 삽질을 했다. 벌써 몇 번째인가. 젠장, xp embeded로 확 바꿔버릴까?

NR70 배터리 저렴하게 교환하기 -- 지루한 커널 컴파일 중 클리앙에서 게시물 보다가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은,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압이 3.7v이고 용량에 따라 두께만 좀 다를 뿐 크기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사용중인 SJ-33의 배터리 사용시간은 mp3를 켜고 액정 밝기를 최대로 한 상태에서 3.72v까지 떨어질 때가 2시간 40분 가량. 용량은 800mA, 그다지 쓸만한 용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만일 이것을 1200mA 짜리로 교체하면 사용 시간이 150%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SJ33을 뜯었다. 왜 이건 사 놓고 여태까지 안 뜯어봤을까. 그동안 별일 없었기 때문.



뜯어보니 역시 소니스럽다. 오른쪽 아래, 참고용 잃어버린 핸드폰 리튬 이온 '표준형' 배터리.



리튬 이온 전지가 거의 비슷 비슷하게 생겼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던... curitel 사이트를 뒤져 봤지만 전지 용량이 나오지 않았다. 하여튼 한국에서는 핸드폰의 하드웨어 스펙을 왜 안 적어놓나 몰라. 구글한테 물어보니 650mAh 짜리. palm m500에도 쓰이는 배터리인 것 같다.



전지 양극에 붙어있는 과충전, 과방전 -- 배터리 보호회로 같다.



뜯고 나서 다시 조립했다. 뜯고 나서 보니까 안 뜯어도 되는 것이었다. SJ33의 뒷면 덥개에 붙어있는 나사만 풀어도 전지를 꺼내 교환할 수 있다. 왠간한 사람은 전지를 교환해 사용할 일이 없고, 카트리지가 아닌 이상 전지 교환이 용이하지도 않으므로 소니스러움을 추구하는 소니의 여러 기괴한 정책 중 하나 같다. 아마도 a/s용? 더더욱 기괴한 것은 저 커넥터를 빼지 못하도록 테잎으로 붙여 놓은 것. 소니에 전화해서 뜯어도 되나요? 하고 물어보라는 것일께다. 하여튼 소니가 만드는 기계는 하나도 남김없이 뭔가 좀 괴상하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모양이 이렇듯이 대동소이 하다면, 집 구석에 쳐박아 놓은 채 잊혀져 가는 안 쓰는 핸드폰의 리튬 이온이나 리튬 폴리머 전지로 아주 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디 1000mAh이나 1200mAh짜리 안 쓰고 잊혀진 전지 없을까. 정신적 가난에 찌들어 http://www.anyrc.com 에서 돈 주고 사긴 아까운데... 그래도 여행갈 때를 대비해서 언젠가는 갈아야 할 듯.

가끔 보는 경향신문 시네마 사이언스:

'화장품이 인체에 어떤 효과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아내 피부가 나빠지면 도가니탕을 사주면 된다 등. 화장품에 관해 좋은 거 배웠다. 아내와 한 달 전 쯤에 화장수를 만들었다. 레몬과 청주를 사다가 레몬 화장수를 만들었다. 제조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레몬 두 개를 잘라서 병에 담고 청주 한 병을 통째로 부은 후 밀봉해서 냉장실에 1주일 이상 보관 후 사용. 적어도 수 개월은 사용할 수 있을 듯. 아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세수하고 나서 발랐다. 맛도 괜찮다. 청주 냄새가 나고, 바르면 레몬의 산 때문에 따끔 거린다. 겨울이면 사서 쓰는 대부분의 화장품(이라봤자 스킨과 밀크 로션 정도지만)은 바르기 전보다 그 다음날 더 많은 각질이 일어나고 피부가 건조해졌다. 화장수를 바르고 나서 피부에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런 현상은 없었고,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사서 쓰는 화장품 보다는 값이 싸고 좋다.

듣자하니 찜질방에서 먹는 미역국에는 간을 할 때 소금 대신 까나리 액젓을 쓴다길래 그걸 써서 미역과 마늘 약간만 넣고 천천히 오래 끓였다. 그럭저럭. 오징어 무침, 시금치 무침, 오이 무침 따위를 해서 먹었다. 이러다가 가정주부 되겠다. 오늘은 커널 컴파일 하면서 밥도 하고 클리에도 분해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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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잡기 2004. 11. 22. 23:20
일간스포츠에서 본 만화:



감상: 어쩌면 내게는 이사의 자질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기술적인 문제들은 대체로 시시했다. 요즘은 새 기계의 컨셉을 구상하면서 방에서 이런 저런 문서를 보거나 이런 저런 테스트를 했다. '다운 된 거 없어?' 하고 하루에 한 번 정도 전화해 주면 엔지니어들이 시시콜콜한(심각한) 문제들은 알아서 해결해 주었다. 유사장은 그의 회사의 기술적인 상황을 나한테 묻길 즐겼고 나하고 대화를 나누면 만사가 잘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고 주장했다. 머리도 잘 안돌아가는데 무리해서 엔지니어질 그만하고 -장짜 돌림 놀이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 능력도 안 되면서 자만하고 말았군.

그럼 그렇지. AMD PowerNow! driver를 대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CPU 클럭을 400Mhz로 낮추고 cpu idle 때에는 HALT나 STOP opcode가 실행되니까 팬은 줄곳 꺼진 상태이고 전력 소비마저 줄어들었다. Averatec notebook 조용히 즐기기

하지만 vmware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버추얼 머신 이미지를 데스크탑에 복사했다. 2GB 짜리 파일을 복사하는 것 만으로 한 대의 컴퓨터를 통째로 복사하는 효과를 얻었다. 버추얼 머신을 이 맛에들 사용하나 보군.

오랫 동안 미루었던 컴파일러 업그레이드를 했다. gcc 3.2 버전의 버그가 워낙 많아 새 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래서 나온 3.4.x 버전에 c++ 관련한 희안한 버그(소위 regression이라 불리는, 하위 버전에서 정상적으로 컴파일 되던 것이 상위 버전에서 버그로 다시 나타나는 것)가 있었다. 하여튼 새 버전을 깔았다 하면 버그와 한바탕 전투를 치뤄야 하는 gcc는 정이 안 가는 컴파일러다 보니 다른 컴파일러로 갈고 싶지만서도, 마땅한 컴파일러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쓰게 되었다. 오늘 다운 받은 것은 11월 4일 나온 gcc 3.4.3, 버그질라를 모니터링해보니 최근에 (내게는 심각한) namespace 관련 에러와 in-class template type define 문제가 해결된 것 같다. 이것도 안되면 쓰던 것 계속 쓰자.

간만에 정태춘이 부른 노래 한 곡. 그래... 예전에 이 노래를 꽤 즐겨 불렀다. 도솔천 생각만 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어디론가 간다니, 그것도 마음에 들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부모 설움 등에 지고 산천 대로 소로 저잣길로
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에고, 도솔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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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논

잡기 2004. 11. 21. 23:33
'미연시'가 뭔가 궁금해서 뒤져보니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약어란다. 개중 명작이라는 '카논'을 구해 한글 패치를 하고 시작해 보았다. 어드벤쳐지만 그래픽 노블 형태에 더 가까웠다. 그저그런 연애물이란 생각이 드는데 주인공이 아무래도... 죽은 시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분고분한 계집애들이 등장하는 연애 시뮬레이션은 취향에 안 맞는데 그렇다고 18금 게임을 하자니 그건 애당초 취향에 안 맞았다. 지루해서 계속해야 할 지 말지...


이 밤중에 어린애와 뭘 함께 하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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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eyes

잡기 2004. 11. 20. 23:17
'씰크로드학'을 선물하려다가 서점에서 마음이 바뀌어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집어 들었다. 사연 많은 정수일씨가 완역한 것이다. 실크로드를 여행하던 여행자라면 한번쯤은 이븐 바투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가, 또는, 에... 700년 전의 전설적인 선배 배낭 여행자. 여행이 끝날 무렵 내공이 심상찮아 뵈는 정수일씨의 책은 기필코 다 읽어 보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 사정상(책값이 비싸서) 포기했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만 해도 권당 3만원, 두 권으로 6만원이란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바투타나 바투타의 책을 번역한 사람이나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책을 사서 사무실에 놔두면 놀러가서 빌려읽을 심산이었다. 선물했다고 생색도 내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일석이조다.

두 김씨 아저씨와 맛있는 담배를 느긋하게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ghost rider를 들고 있길래 혹시... 했다. 그 책에 관해 여러 차례 입소문을 들었다. 그러다가 생각났다. 수 년 전에 오토바이 정비 기술과 도(zen and the art of motorbike maintenance)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마치 어린 시절 헤세를 읽고 이리 같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던 것과 비슷했다 -- 그래서 아이디가 paedros가 되었다. 잃은 자, 먼지처럼 하찮은 삶, 돌아갈 곳이 없는 녀석. 사막에서 스스로에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죽으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삶에 관한 여러 핑계 중 하나가 되었다. 덕택에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여러 과학적 미스테리와 함께 의문으로 남겨 두었다.

사무실에 가서 아내를 데려오려다가 술 한 잔 했다. 맨정신이었다면 술 먹고 친한 척 비비적거리며 횡설수설하던 앞에 있는 친구의 아구창을 라틴 아메리카 술집 스타일로 한 대 갈겼을 것 같은데, 그대신 실실 웃었다.

담배가 떨어져서 길가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저씨한테 담배를 얻어 피웠다. 날더러 '자네는 괜찮은가?' 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난 괜찮다. 나도 그 아저씨에게 아저씨는 괜찮아요? 라고 물었다. 나나 그나 상태가 양호하고 '괜찮은' 아저씨들이었다. 어디 가서 대포나 한 잔 하잔다. 싫습니다. 그럼 자기도 끼워 달란다. 집에나 가라고 말했다. 집에 가도... 말을 잇지 못한다. 속으로 죽으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중얼거렸다.

남 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인가? 저번 주? 저저번주? 머리 속이 영 엉망진창인 상태로 용산에서 케이블을 사려고 돌아다녔다. 평소보다 지쳐 있었다.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 2500원 짜리 순대국을 시켜 먹고 일어설 때 5천원 짜리를 건넸다. 아줌마는 동전을 살펴 보다가 슬쩍 지폐와 함께 건넸다. 500원 짜리 대신 100원 짜리를 주었다. 알고 있었지만 주는 대로 받아 넣고 나왔다. 100원 짜리를 주는 아줌마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간성에 대한 그런 종류의 비웃음을 제거하기에는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제정신이 아닐 때 불쑥 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럽다. 최근 본 보이저의 어떤 에피소드에서 챠코테가 한 말이 뇌리에 남았다; 오픈 아이즈, 댓구 역시, 오픈 아이즈. 멀끔히 눈을 뜨고 바라보는 무량한 인간의 숲은 종종 타다 남은 잿더미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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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잡기 2004. 11. 19. 15:55
기차 타러 가다 말고 돌아왔다. 집을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에 들어가기가 뭣해서 점심 먹으러 도서관에 갔다. 점심 시간 까지 한 시간쯤 서가에서 게길 생각이었는데 게기다가 엊그제 실크 로드 얘기 도중에 나온 '나는 걷는다'를 빌렸다. 첫장을 읽고 마음에 들었다.

2년 전 여행을 시작할 때 오다 가다 만난 일본인과 실크로드에 관한 얘기를 했다. 실크로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가면 되돌아 올 수 없는 악마의 땅이라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매력을 느끼는 정도 였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 너무 늙기 전에. 짚차 말고 낙타 사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다는 망할 놈에 모래바람을 맞으며 걸어 가고 싶은 곳이다. 옛 실크로드 상의 도시는 다른 루트가 개발되면서 사막에 파 묻히고 잊혀졌다. 이제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여행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죽을 고생을 해야지만 느낌이 오는 것 같다 -- 둔해진 것이다.

실크로드를 비단 장수가 다니던 길로 우습게 알았던 나로서는 여행하면서 차츰 쌓여가는 지식을 통해 그것이 말 그대로 인류가 수만년의 진화 기간 동안 무수하게 왕복하던 동서 문명의 교차로임을 깨닫게 되었다 -- 남들 다 아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수천년이 아니라 수만년 동안 쌓인 문명의 역사와 족적이 천연덕스럽게 눈앞에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심지어는 불쑥 말을 걸며 수천년 묵은 삐끼질 까지 할 때 기분이 어땠겠나.

서가를 둘러보다가 2002년 씰크로드학이란 아주 두꺼워서 읽기가 두려운 책이 출간되었음을 알았다. 가기 전에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만날 때마다 함께 실크 로드 얘기를 하는 비단 아저씨가 차린 '비단길 여행사'의 개업식이다. 비단 아저씨하고는 언젠가 낙타 빌려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기로 했다. 개업식에 뭘 선물해야 하나. '씰크로드학'이 좋겠지? 좀 있다가 서점에 나가 봐야지.

거기 말고도 갈 곳이 많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코바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야 할텐데... 한민족과 관련이 깊다는 바이칼 호의 어떤 섬에 있는 무당집에도 들러보고 싶고,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호랑이 처럼 사나운 러시아 처녀를 만나 당하고 싶기도 하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도 가보고 싶고, 백두산에도 가보고 싶고, 이런 식으로 말하자면 정말 끝이 없다. 여행은 내게 역사에 관해 실낫같은 관심을 주었지만 그래도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 상호 교류가 없었던 폐쇄적인 문명의 답답한 모습은 영 물고 싶은 미끼처럼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던 페도라 3가 드디어 나왔지만 설치할 컴퓨터가 없다. 궁리하다가 virtual pc와 vmware를 테스트 해 보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꿨겠지만 얼마 전에 산 노트북은 cpu가 무려 2ghz나 되니까. virtual pc는 왠지 장난감 같았고 페도라 코어를 설치한 다음 실행하려니 그냥 맛이 갔다. vmware에서는 설치가 15분 가량 걸렸다. text mode에서 developement 킷과 몇 안되는 것들만 설치했는데도 1gbytes 가량이나 되었다. 거기에 arm 크로스 컴파일러를 설치 하고 작업하던 소스를 컴파일 해보니 잘 된다. 이제는 이동 중에도 작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도 보고. 노트북 하나 산 걸로 생활이 바뀐다는 게 꽤 재밌긴 했다. 일 년 동안 마구 쓰다가 본전 뽑고 버릴 각오로 산 것 임에도.



점심 때인데 먹을 것이 없어 인스탄트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조개와 야채를 넣으니까 얼큰한 게 그럴듯했다. 그런데 칼국수를 영어로 하면 어떻게 되나. kalguksu? knife-noodle?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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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면...

잡기 2004. 11. 17. 22:11
집에 짱박혀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아내는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줄 아는 것 같다. 오라 가라 제멋대로 하니. 집에서 일하게 되면 눈을 뜨자 마자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밥 먹는 시간 잠시,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줄곳 앉아 작업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된다.

전번 술집에서 제주도에서 온 유카리 아가씨에게 소수자는 소수자일 뿐이다 라는 것을 설명하다가 혀가 꼬여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하여튼 말로 하려면 참 어렵다. 아내는 그 동안 옆에 앉아있던 처음보는 사람들과 즐겁게 노래부르고 춤추며 놀고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던 그날, 맛이 갔다. 몸이 많이 약해져서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신의 손' 내과에서 약을 타 먹고 근처 두부집에서 맛없는 두부를 먹었다. 다 건강을 생각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두부 이상 가는 식품이 없는 것 같다.

비단 아저씨네 놀러 갔다가 컴퓨터를 손봐 줬는데 요즘은 무슨 프로그램들을 쓰는지 통 모르겠다. windows xp sp2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를 많이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탓에 주저없이 sp1으로 밀어버렸더니 잘 작동했다. 컴퓨터에 sp2를 굳이 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제한된 메모리에서 점점 덩치가 커져만 가는 xp가 못 마땅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술자리에서 매매춘 금지법에 관해 얘기하다가 저번처럼 논지가 어긋났다. 말하고 싶었던 것이 뭐였더라? 매매춘 금지법에 별 관심이 없다. 파스케이프에서 그런 상황에서는 what the frell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시사에 관심을 잃었다. 스포츠 신문의 만화만 꾸준히 보고 있는 셈이다.

아내가 출퇴근하게 되면서 집에서 혼자 밥 해 먹기 시작했다.



저녁 먹고 들어온다길래 일하다 말고 혼자 비빔면을 만들어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이름모를 야채를 무작정 썰었다. 늘상 해 먹는 것과 다른 점이라면 땅콩을 으깨 비빔장에 같이 섞어 풍미를 더하고 면을 끓일 때 달걀을 같이 삶아 팅팅한 메밀 면발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든 정도.



비벼 놓으면 다 그게 그거다. 소수자는 소수자고 비빔면은 비빔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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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잡기 2004. 11. 17. 12:05
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 책 읽는 것이 취미인 이상, 책읽기에 별다른 철학이나 원칙이 없음을 재확인한 질문.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없다.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교양과학서.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기억이... 모르겠다.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그리고 그 책은 무엇이었는가? 허먼 멜, 백경.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많다.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두꺼운 책.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있긴 한데... 당장 기억이 안 나네.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손에 잡히면 읽는다.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껍데기에 별 관심없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안 읽는다.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버스 안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안간다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아무거나.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읽던 책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읽던 책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욕심 없다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예스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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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잡기 2004. 11. 14. 22:42
보험료 낼 돈 3분의 1이면 무상의료한다.
보험은 재테크가 아니다.

생각난 김에 AIG라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2만 몇천원 하는 순수 보장성 보험을 들려고 했는데 무슨무슨 특약이다 해서 4만 얼마가 되었다. 아직 사인을 안 했다. 귀찮아서.

내 생애 최초로 들어보는 보험. 그 동안 보험 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다못해 여행자 보험도 분실물 피해 보상 금액이 50만원이라는 대단한 액수가 아니었더라면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AIG 순수 보장성 보험에 관심이 생긴 까닭은, 그저 병에 걸렸을 때 의외로 보상비가 많이 나온다는 소문(이를테면 치료비보다 더 많이) 때문.

집 열쇠가 없어 아내가 친정에서 돌아올 때까지 서울역에서 기다렸다. 이틀쯤 밤낮으로 고생하고 피곤에 쩔어 돌아오는 날이 늘 이 모양인 것을 보면 내가 세상에 갚아야 할 부채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있는 것은 사랑, 인간에게 없는 것은 미래를 보는 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따위가 톨스토이 소설에서 나왔던 기억이 난다. 미래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해서 대비해야 한다? 웃기지.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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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무적

잡기 2004. 11. 7. 23:20
올해 읽으려고 했던 책은 100권. 10월 초에 100권을 초과했다. 그래서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았다. 자만심에 겨워 콧김을 흥흥 거리고 있었는데 유사장님 부인은 2년 반 동안 1500권을 읽었단다. 기가 팍 죽었다. 책 많이 읽으면 바보가 된다고 믿는다.

책도 고작 백여권 밖에 못 읽었음에도 운동 부족으로 돼지처럼 살만 피둥피둥 찌는 것 같아 뒷산에 올라갔다. 그런데 체중계는 늘 66.6kg을 가리켰다. 조화로다.... 혹시, 정신적으로 살이 찐 것은 아닐까? PDA에 지도와 GPS 좌표 데이타까지 넣어 두었다. ...무슨 쓸모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그런 자료는 재해 발생시에만 필요하다고 여기는 정도니까. 불광역에서 704번 버스를 갈아타고 북한산성에서 하차, 매표소를 통과하면서 핸드폰을 버스에 두고 내린 것 같아 마음이 불안했다. 아내의 핸드폰으로 통화정지(발신 정지)를 시켜놓았다.

매표소->대서문->서문안->주차장->대동사->위문


최근 어딜 가나 백수 표준 복식 츄리닝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핸드폰을 잃어버리고도 히죽히죽 웃는 바보 사진.

위문에서 싸갔던 도시락을 꺼내 맛있게 먹으면서 맨손으로 만경대를 위험스럽게 오르는 할아버지들을 경탄스럽게 쳐다봤다. 리얼 실버 액션을 관람하면서 먹으니까 밥맛이 더더욱 살아났다.


위문. 아내의 페이스에 맞춰 가니까 하루종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산타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운대에 올라가려 했으나 개미떼처럼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보니 도저히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교훈: 일요일에는 북한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위문에서 방향을 틀어,

노적봉->용암문->동장대->대동문>대성문->문수봉->사모바위->비봉->불광동->집

으로 가려 했으나 위문에서 (빌어먹을) 방향이 이상한 표지판 때문에 방향을 잘못 틀어

백운산장->우이산장->매표소

를 통과해 우이동 방향으로 나와 버렸다. 백운산장에서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위문으로 다시 올라가려 했지만 아내는 내 말을 무시하고 산다람쥐처럼 횡횡히 내려가 버렸다. 밥도 먹었겠다 산에서 볼일이 끝났나 보다. 속이 쓰리다. 핸드폰 잃어버리고 백운대 구경은 커녕 능선 코스도 제대로 밟아보지 못하고 그저 산에 올라갔다 내려가는 셈이니까.


 노란선은 작년 겨울 코스. 붉은 선은 오늘 예정 코스. 푸른선은 핸드폰을 잃어버린 바보가 오늘 한 실수.



인수봉에 개미떼처럼 달라붙어 기어 올라가는 사람들



해가 지는 인수봉



망원경에 카메라를 대고 10x 줌으로 '땡긴' 인수봉 사진



가끔 떨어져 죽기도 하는 것 같은데... 운동부족 때문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암벽등반을 해 봤다는 아내의 견해에 따르면 나는 등반에 이상적인 체형이란다. 네팔의 포카라에서 이탈리아 애가 나를 안나푸르나로 데리고 가려고 꼬실 때 밤새도록 하던 말이다. 내 생각은 달랐다. 내 궁둥이는 일 년에 책 백권 정도 읽기에 이상적이다.

쓰린 속을 잡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어떤 아저씨가 받는다. 효자리에 있단다. 전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통화가 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단다. 효자리면 북한산성 다음 정거장이다. 아저씨 댁이 일산이나 연신내 역까지 핸드폰을 가져다 주신단다. 저녁을 먹고 재빨리 역 근처의 호프 집에서 아저씨를 만났다. 고마운 마음에 맥주값을 내 드렸다. 칠칠치 못하게 산 지 두달도 안된 핸드폰을 잃어버리다니... 그 아저씨랑, 나를 총각으로 여기던 함께 있던 누님들이랑, 맥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아내한테 또 무슨 바가지를 긁힐까 두려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어제 나간 화장실 전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전구가 나간 어두컴컴한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울 때 한 치의 오차 없이 제대로 떨구었는데, 문득, 한석봉 어머니가 생각났다.

우이동 방면으로 내려올 때 '자비무적'이란 글씨가 새겨진 돌 비석을 보았다. 자비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결한 감정이라고 어린 시절 들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기억이 희미하다. 자비무적은 훌륭한 말이다. 훌륭한 실천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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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어디에선가 줏은 훌륭한 데이터 (포맷은 WGS-84)

가사당암문, 37.3848, 126.5739
각황사, 37.3705, 126.5647
갈림, 37.3652, 126.5653
갈림, 37.3730, 126.5737
갈림길, 37.3739, 126.5843
갈림길, 37.3901, 126.5946
개연폭포, 37.3913, 126.5754
깔닥고개, 37.3933, 126.5904
나월봉, 37.3809, 126.5808
나한봉, 37.3802, 126.5810
남장대지, 37.3808, 126.5820
내원사, 37.3736, 126.5939
넓적바위, 37.3742, 126.5919
노적봉, 37.3911, 126.5837
대남문, 37.3754, 126.5824
대동문, 37.3825, 126.5906
대동사, 37.3921, 126.5813
대서문, 37.3912, 126.5721
대성문, 37.3758, 126.5838
대성암, 37.3807, 126.5835
덕암사, 37.3924, 126.5729
동령폭포, 37.3714, 126.5838
동장대, 37.3837 126.5858
만경대(799.5), 37.3922, 126.5845
공원관리사무소, 37.3706, 126.5948
관음사매표소, 37.3656, 126.5740
구기터널매표소, 37.3638, 126.5651
매표소, 37.3703, 126.5839
매표소, 37.3703, 126.5833
매표소, 37.3926, 126.5929
매표소, 37.3726, 127.0009
매표소, 37.3645, 126.5727
매표소, 37.3739, 127.0033
매표소, 37.3807, 127.0015
매표소, 37.3835, 126.5641
매표소, 37.3645, 126.5855
매표소, 37.3920, 126.5955
매표소, 37.3842, 127.008
매표소(국민대학), 37.3642, 126.5931
매표소(도선사), 37.3919, 126.5924
매표소(선운사), 37.4017, 127.0015
매표소(화계사), 37.3758, 127.0027
문수봉, 37.3755, 126.5818
백련사, 37.3847, 126.5958
백운대(836.5), 37.3932, 126.5839
백운산장, 37.3931, 126.5847
보광사, 37.3900, 127.0015
보국문, 37.3809, 126.5857
보현봉, 37.3742, 126.5826
부왕동암문, 37.3824, 126.5802
북문, 37.3928, 126.5801
북한산장, 37.3854, 126.5853
불광사매표소, 37.3728, 126.5616
비봉(535), 37.3732, 126.5723
사거리, 37.3747, 126.5940
사모바위, 37.3743, 126.5734
삼봉사, 37.3733, 126.5905
삼성암, 37.3744, 127.0004
삼천사, 37.3833, 126.5708
상운사, 37.3924, 126.5810
샘, 37.3725, 126.5710
서암문, 37.3926, 126.5716
승가봉, 37.3744, 126.5746
아카데미하우스쪽입구, 37.3823, 126.5959
약수암, 37.3922, 126.5830
염초봉, 37.3932, 126.5819
영봉(604), 37.3949, 126.5916
영추사, 37.3736, 126.5854
왕녕사, 37.3652, 126.5907
용암문, 37.3903, 126.5855
용암봉, 37.3913, 126.5848
용출봉, 37.3838, 126.5743
용혈봉, 37.3834, 126.5753
우이산장, 37.3929, 126.5924
원효봉(505), 37.3927, 126.5752
육모정고개, 37.4015, 126.5935
응봉, 37.3817, 126.5713
의상봉, 37.3854, 126.5735
인수봉(810.5), 37.3938, 126.5847
입구, 37.3908, 126.5639
입구, 37.4032, 126.5724
입구, 37.3830, 127.0005
입구, 37.3929, 127.0012
입구(상명대), 37.3614, 126.5715
입구(효자), 37.3930, 126.5659
중성문, 37.3854, 126.5815
증취봉, 37.3831, 126.5756
진관사, 37.3816, 126.5647
진관사입구매표소, 37.3826, 126.5636
쪽도리바위, 37.3927, 126.5855
청운양로원입구, 37.3654, 126.5715
청운양로원쪽매표소, 37.3707, 126.5713
칼바위능선4, 37.3758, 126.5919
코끼리바위, 37.3924, 126.5853
해골바위, 37.4009, 126.5955
행궁지, 37.3825, 126.5837
향로봉(535), 37.3730, 126.5704
형제봉, 37.3710, 126.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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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잡기

잡기 2004. 11. 6. 21:00
금요일 까지 게으름을 피우다가 용산에 갔다. 랜 케이블 10m, 5m 4개 사기. 케이블만 사면 섭섭할 것 같아 다나와를 뒤적여 살만한 아이템을 찾았다. 용산 가는 길에 두 군데서 전화가 왔다. 서지오 6구 짜리 4개, 랜 케이블 4개 더, 유선 공유기 등등이 추가되었다. 케이블 타이 한 묶음과 USB light, 모니터 선반, 쿨링 팬 따위를 구매했다.

다나와에서 10m 랜 케이블이 개당 2천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라 반신반의 했는데 ,역시나였다. 여기 저기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5m 짜리 2천원, 10m 짜리를 3천원 주고 구매했다. 어떤 업자는 10m 케이블을 5천원을 불렀다. 지난 3개월 동안 케이블만 열댓 개를 구매했다. 랜 툴과 테스터, 그리고 케이블, 커넥터를 각각 구매하는 것이 그래도 비쌌다.

USB light, 5000원. 쓸만하다. 어두운 곳에서 노트북의 키보드가 보이지 않아 가뜩이나 키보드 두들기기가 어려웠다. 타거스 제의 유에스비 라이트는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난다. 노트북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스탠바이 상태에서 USB 전원이 들어왔다. 그러면 안되는데... 사고 나서 이것을 실용적으로 처음 사용한 곳은 전구가 나간 화장실에서 였다. -_- 내 삶도 다른 사람들의 삶처럼 우습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휘도 LED 달랑 한 개가 달려있는 USB light.

주 컴퓨터의 USB 전원을 +5V SB(standby)로 설정해서 주 전원이 꺼진 스탠바이 상태에서도 USB로 전력이 공급되도록 메인보드의 점퍼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PDA나 핸드폰을 충전시킬 때 쓸만했다. 일전에 용산에서 떨이로 구매한 만원 짜리 파워의 +5V SB 는 2A까지 나왔다. PC 기술의 발전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즐거움을 준다.

모니터 선반. 9000원. 집 컴퓨터의 모니터 윗 부분이 죽은 공간이라 살릴 방법을 궁리하다가 샀다. 그 때문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용산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쓸만하다. 실제 가격은 5-6천원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안 깎았다. 우산 대신 쓰고 돌아다니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쿨링 팬은 GIGABYTE 3D Rocket Cooler-Pro 를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4만원 씩이나 해서 관두고 만오천원 짜리 GIGABYTE Neon Cooler7-Pro 를 샀다. 장착해보니 성능이 놀라워서 입이 쩍 벌어졌다. 3200rpm에서 cpu 온도가 37도를 유지. 거의 무소음에 가까운 1600rpm에서도 42도를 넘기지 않았다. 그동안 쓰던 AMD 정품 쿨러는 50-60도 안팎에서 왔다리갔다리 했다. 마음에 든다.

IP 공유기는 LG상사 LGI-1004를 구매하려다가...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 때문에 이름도 없는 Cyberon CGR-304V를 구매했다. 다들 추천하는 것은 IP time 기종인데 마침 가게에 없었고 사전 정보도 없었다.

비단 아저씨 사무실에서 아저씨가 2만원 짜리 중고로 구매한 애니게이트 200A를 설치하다보니 메가패쓰 pppoe 방식에서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구매한 것으로 해보니 잘 된다. 바이오스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그래도 되지 않았다. 한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던 애니게이트의 공유기가 애당초 셋업조차 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을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아무튼 이번 쇼핑은 비교적 만족할만한 제품들을 구매했다. 뭐 다 싸구려지만.

결혼식장에서 먹은 느끼하고 별 맛도 없는 부페 때문에 다 죽어가다가 집에서 찜닭을 해먹고 천연의 용기를 되찾았다. 아내가 해 준다고 했는데, 결국 거의 내가 하고 말았다. 어서 빨리 아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더럽게 매운 찜닭 + 그래서 곁들인 소주. 크... 간단한 레시피(?): 닭은 손질해서 찬물에 잠시 담가둔다. 간장, 고춧가루, 설탕, 청주 등을 적당량 섞어 끓이다가 닭을 넣어 볶다가 다시국물(다시마,멸치,무,대파를 끓인 것)을 자작하게 붓고 끓이다가 감자, 당근, 청양 고추는 왕창 넣고 푹 익힌다. 남은 야채(마늘,양파, 대파... 밖에 없었다)를 넣고 졸이다가 물에 담가 불린 당면을 넣고, 당면이 익을 무렵 물엿, 소금, 후추, 마른고추, 참기름 등을 넣고 버무렸다. 무슨 찜닭인지는... 모르겠다. 중닭 한 마리, 당근 합쳐서 3500원 들었다.


하이 퀄리티한 라이프를 추구하는 아내가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찍어온 사진.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앞에 두고 곰들과 식탁에 앉아 있다. 이런걸 배우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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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수의 신비

잡기 2004. 11. 5. 01:31
연애장애등급 테스트? 정상인. 향후 336명의 이성과 만날 수 있단다. 으음... 어처구니가 없군.

파일타입 퀴즈 : DLL.

탄생수의 신비 -- 전갈좌, 나의 탄생수는 3이다.

탄생수 3인 사람의 성격

* 쾌활하고 낙천적
* 품위있고 예의 바르다
* 무심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 버리지만, 악의는 없다.
* 사람 사귀는 일에도 매우 능한 매력적인 인물

탄생수 3인 사람의 사명

* 정신적인 기쁨을 사람들에게 주는 것
* 지상과 천계(신)와의 중개의 역할
* 가르침을 말해야 할 것

쾌활하고 낙천적이란다.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어야 한단다.

허튼 소리 그만 듣고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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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deness for nothing

잡기 2004. 10. 31. 11:58
썅것들, 더운데 짜증나게 하고 있구만 -- 호모, 즐~ 이를테면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타인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제거할 필요가 있을 때를 제외한 내 현재가 현재의 호모나 호모를 옹호하는 친구에게 답변하는데 그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것 같다. 미래에는 생각이 바뀔 수 있을가? 아무렴. 적응이지.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타인들은 씨발놈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편한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다가와 무릅을 슬며시 쓰다듬는 메스꺼운 녀석의 뒤통수를 힘차게 갈기는 것은 말하자면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 때문이다. 공포, 증오, 무지, 편견, 등등 안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다 나왔다. 내 주변에서 호모가 깔짝대다가 몸을 비벼대면 호모에 대한 공포, 증오, 무지, 편견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호모들이 나를 유난히 많이 건드렸다.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고 그들의 머리통을 후려 갈기는 일을 주저할 것 같은가? 툭하면 비비적거리고 입술을 들이미는 이성애도 식상해서 연애를 안 한지 5년이 넘었는데.

아참, 폭력과 강간이 빠졌군.

도서관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다가 무슨 잡지를 보고 시청 앞에서 무슨 사진전이 있다길래 보러 갔다. 아무 것도 없었다.



대신 가난한 일본 여행자를 만났다. 그는 무슨 억하 심정 탓인지 가이드북을 내팽개친 채 서울 광장에 벌렁 누워 햇빛을 쬐고 있었다. 사진에서 앞에 누워 있는 친구다. 프라이멀 타겟 디텍티드. 엔게이지. 가이드 좀 해주고 뭔가 좀 뜯어먹을 수 있을까 말을 걸었다가 그가 무척 가난해서 자칫하면 내가 뜯기게 생겼다는 것을 퍼득 깨닫고 서둘러 미소 짓고 헤어졌다. 어이 본 보야지 하라고.

갈 데가 없어 덕수궁에 들어갔다. 어떤 일본 여자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뭔가를 물었다. 대꾸했다. 또 물어본다. 대꾸했다. 졸졸 따라오면서 자꾸 물어본다. 인포에 가보라고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봐 난 결혼했단 말이야. 남의 것이라고. 일본 여성 여행자들의 외모가 날로 절망적인 것이 안타깝다. 가슴 빵빵한 미소녀들은 대체 어느 나라를 여행하는 것일까.

혹시... 인도네시아? 요즘 영 생기가 없어서 버스간에서 옆구리에 칼을 들이댄다는 인도네시아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것 저것 물어본다. 내 얼굴에 a man who just knows somehow라고 써 있기라도 한 걸까? 내가 알 턱이 없지 않은가. 지하철 역 앞에서 노숙자들 틈에 끼어 도대체 집 근처에서 츄리닝 입고 좀비처럼 알짱 대다가 갑자기 여기까지 와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한심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앉아 있는데 할머니가 '푸레지덴트 호텔'이라고 적힌 쪽지를 내밀며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물었다. 인상이 참 좋다. 프레지던트 호텔이 어디있는지 몰라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데려다 줬다. 할멈이 귀가 어두워서 소리를 꽥꽥 질러야 했다. 사람들과 서로 도우면서 사이좋게 살아야 할텐데, 오늘은 잘 안 되었다. 인간과의 관계정상화, 영 마땅치 않지만 그저 채찍질과 노력 뿐이다. 그런데 일본 미소녀 하나만 걸리면 인간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리고 곱창 먹으러 가야지.



덕수궁 박물관에서 본 괴수 그림. 이 땅에서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유머 감각. 역시 틀림없는 우리 선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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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5

잡기 2004. 10. 31. 00:47
바빌론 5를 다시 보기 시작. 안드로메다 시리즈는 좀 있다가 봐야 할 듯. 들판에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 같은 안드로메다 시즌 1을 거의 끝냈지만 보면 볼수록 속이 메스꺼워서 더 보고 있자니 영 마음이 괴롭다. 

바빌론 5, burial의 한 장면. 이 장면의 대사가 이랬다.

"from the stars we came, and to the stars we return. from now until the end of time... we commit the body to the deep." -- 건조한 톤, 한 사기꾼의 죽음과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그의 장례식에 어울리는 대사.

"typical human lifespan is almost 100 years. but it's barely a second compared to what's out there. wouldn't be so bad if life didn't take so long to figure out. seems you just start to get it right, and then... it's over." -- 이어지는 의사의 진부한 견해.

"it doesn't matter. if we lived 200 years, we'd still be human. we'd still make the same mistakes."

"you're a pessimist." -- 그런 걸 대사라고 하냐?

"i am Russian, doctor. we understand these things." -- 역시! 그녀는 정통 러시안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돌아다닐 때 러시아 여행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왠지 죽이 맞을 것 같은데.

바빌론5는 여러 면에서 스타트랙이나 다른 sf 시리즈와 구분이 되는 sf물이다. 마치 배틀스타 갤럭티카가 아직도 그것에 견줄만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처럼. 바빌론5를 다시 보니 10여년 전에 보고 흥분했던 그래픽이 영 구질구질해 보였지만(당시에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제대로 관람하지도 못했다) sf라면 마땅히 지녀야할 delicacy가 충실히 구현되어 있었다. 구질구질함을 말하기 앞서 스타트랙의 그래픽을 함 살펴보면,





우주선의 규모로 보아 진행방향에 놓인 수상쩍은 더스트의 디스터번스 패턴은 저렇게 나올 수가 없다. 행성의 얼음 띠에 반사되는 보이저의 음영을 보라. 스타트랙은 뽀대에 워낙 신경 쓰는 나머지 대원들이 셔틀을 타고 돌아다닐 때도 안전수칙을 개무시하기 일쑤일 뿐더러 등장하는 모든 외계인들이 산소를 흡입하는데다가 모든 민샤라급 행성의 대기는 인간이 호흡가능한 가스로 가득차 있었다. 외계인 외양의 허접함은 착잡한 감정마저 불러 일으켰다. 최근의 엔터프라이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외계인을 보면 스타트랙 세계에서 외계인들의 모습에 결코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제작자들의 강력한 신념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옳지도 그르지도 않은 헛소리를 나불대는 벌컨성인이 꼭 한 명씩 타고 있다. 바빌론5의 비슷한 장면들; 시간 관계상 보다가 아무거나 찍었다.


보라. 선장이 안전벨트를 메고 있을 뿐더러 헬멧도 제대로 착용했다.


자세 제어 분사 묘사도 제대로 되어있다. 표류 중인 우주선을 낚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20초씩이나 보여주고 있다.

메디컬 에머전시 상황에서 외계인은 확실히 격리되어 있을 뿐더러 보안요원이 프로토콜을 개무시하지 않는다. 바빌론5가 보여주는 묘사의 섬세함은 각본, 연출과 그래픽 작업에 최소한 뭘 좀 아는 사람들이 참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스토리를 즐기기에 무리없는 연출을 한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미지 바빌론5의 디테일이 스타 레이팅 파이브 짜리 완벽한 sf라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이게 11년 전에 만들어진 sf라니... 다시, 스타트랙으로 돌아가서, 스타트랙 보이저 선장 캡틴 제인웨이가 지성이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외계 생명체를 대하는 태도는 이렇다.




아아... 과학과 생명에 대한 정열로 불타는 저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건질만한 장면이 많기로는 farscape를 따라올 sf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각본, 연출, 설정의 여러 면에서 바빌론5는 상대적으로 그 이후에 나온 sf를 초라하게 만들어 주셨다. 한국에 바빌론5의 팬들이 몇백 명이나 있을까? 문답무용. 우주적 쓸쓸함이 잔인하게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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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참

잡기 2004. 10. 30. 14:49


보라카이 해변, 2004/2/21 18:57. 정리한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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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없는데 공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나 뻐끔뻐끔 빨다가 가끔 불려가서 설명을 늘어놓고 초 단위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불쌍한 프로그래머를 도와주다가... 그 인간들은 밥도 안 먹었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시종일관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일이란 남자들이 집에 짱박혀 있기 싫어 개발해 낸 독창적인 놀이 문화다 (이 세상에 업무만큼 재밌는 것이 또 있을까?). 직장에서는 심각한 척 해야 하지만 정말 심각해지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다들 귀중한 성취감을 맛본 것 같아, 기분 좋을 때 예전에 생각해 둔 아이디어를 슬쩍 얘기했다. 연못가에 앉아 한가하게 떨어지는 버들잎을 바라보면서 하는 개념 작업은 즐거운 일이었다. 공장 앞에 작은 연못이 있다. 아름다운 6월 이었다. 나를 믿어줬음 좋겠다. 현재의 i/o speed를 6배쯤 끌어올리고 시스템 구조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데다가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베이스라인 아키텍쳐다. 게다가 6월에 설계한 것이라 우아하고 아름답다. 근데 시스템 기반을 다 뜯어고치는 개작업이 얼마나 걸릴지는 계산해 보지 않았다. 우아하다면 그만한 댓가를 희생할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나는 한다. 나는 그런 류의 모험을 즐거워 했다.

밤 아홉시쯤 보름달을 바라보다가 낼름 도망왔다. 버스 안에서 그동안 미뤄 두었던 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를 봤다.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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