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에 해당되는 글 569건

  1. 2005.06.19 원근상실 1
  2. 2005.06.12 왠만하면 묻지 말자고
  3. 2005.06.09 조디악 싱크-충전 케이블 다시. 1
  4. 2005.06.08 마사지
  5. 2005.06.04 이해만으로는 부족한 것 1
  6. 2005.05.27 Zodiac2 Bluetooth Network setup 4
  7. 2005.05.20 조디악의 케이블 개조 (USB 충전) 1
  8. 2005.05.20 Zodiac 2
  9. 2005.05.18 Sony Clie SJ-33 판매
  10. 2005.05.16 안녕, 프란체스카 2
  11. 2005.05.05 어린이날 1
  12. 2005.05.03 생활의 어려움
  13. 2005.04.24 환상적인 믿음 1
  14. 2005.04.22 ...
  15. 2005.04.19 노트북 A/S
  16. 2005.04.17 뒷산에서 점심 먹고
  17. 2005.04.16 벚꽂놀이
  18. 2005.04.14 대단해
  19. 2005.04.10 정리 2
  20. 2005.03.28 dday 1
  21. 2005.03.26 d-2 4
  22. 2005.03.24 sunny o shiny please follow me
  23. 2005.03.22 살가죽 벗기기 1
  24. 2005.03.20 girly, tough ain't enough.
  25. 2005.03.19 하드고어 테스트 1
  26. 2005.03.17 dirsync
  27. 2005.03.14 다시 뒷산으로. 1
  28. 2005.03.12 FA, 로봇 전시회
  29. 2005.03.10 비자
  30. 2005.03.09 은행간접투자상품

원근상실

잡기 2005. 6. 19. 15:14
'봄이니까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니 비로소 봄이라네.' -- 과학적 사고 훈련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법정이 한 말이다. 법정이 했기 망정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면 미친놈 소리 듣기 알맞다. 그래서 저런 류의 실없는 소리를 하지 않는 편이다. 말귀를 잘못 알아듣는 것에 관해 좀 더;

from a distance, we all have enough and no one is in need. there are no guns, no bombs, and no disease, no hungry mouths to feed. from a distance, you look like my friend even though we are at war.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Batte Midler가 보드라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From A Distance (4:16)는 내 귀에 워낙 시니컬하게 들렸다. 마지막 코러스에서 god is watching us, god is watching us from a distance 할 때는 감칠맛 마저 느껴진다. 냉소적인 성격은 7살 무렵에 형성된다는 과학자들의 견해가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냉소적 성향이라는 것이 믿음이 부족하고 사실을 실물 그대 바라보지 않고 비딱하게 해석하는 것 쯤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오히려 그 반대로 사실을 워낙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 일말의 잡스러운 낭만주의를 곁들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겠나.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사실'은 별 차이가 없는, 없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그렇게 훈련해 왔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누가 농담을 해도 그것을 그가 말하는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마치 머저리 같이). 굶어 뒈지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지 싶다. 내가 보는 세상은 봄이니까 꽃이 피는게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라거나, 멀리서 보면 우리 모두가 평화로워 보인다며, 적당히 말장난하기는 버거운 곳이다. 상황은 매우 거북스럽지만 노래는 노래고 중대가리의 헛소리는 헛소리로 알아 먹었다. -- 게다가 너저분한 속물을 꽤나 많이 보아왔고 내가 그런 속물이 되어 간다는 사실에 그다지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어젯밤에 김씨 아저씨는 날더러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치'라고 말했다. 말하면서 속으로 캥겼다. 정치도 물론 잘 하지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면서 실없이 사람을 놀리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다지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저주받은 재능이 있긴 했다. 김씨 아저씨한테는, 인도는 특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말하자면, 병신들이 주로 많이 찾아가는 곳이라고 위로해 줬다. 인도에 가면 누군가가 병신이라는 것이 티가 나지 않을 뿐더러 딱히 결함도 아니다. 좋지 않은가. 내가 생각하는 정신질환자-병신, 쪼다, 찌질이란 것들은 제 팔 닿을 거리에 놓인 사탕을 못찾아 울고 불고 생쑈를 거침없이 해내는 족속이다.

The Political Compass
Economic Left/Right: -3.50
Social Libertarian/Authoritarian: -4.46

테스트 결과에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망할 자유주의자에 심지어 비뚤어진 좌파적 경향도 있다고? 이런 질문에 답변이 이런 사람이?

The freer the market, the freer the people. -- strongly disagree
An eye for an eye and a tooth for a tooth. -- strongly agree
All people have their rights, but it is better for all of us that different sorts of people should keep to their own kind. -- agree
Those who are able to work, and refuse the opportunity, should not expect society's support. -- strongly agree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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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kroach-Controlled Robot -- 내가 좋아하는 뉴스 소스. Slashdot. The Nuts and Volts of News for Nerds. 여러 화성인들과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있음.

레드 드워프 보다가 졸립고 지겨워서 관뒀다. 닥터 후로 갈아타기로.
뉴로맨서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나 보다. 도서관에 신청해 놔야지.



Abstract Spoon의 todo 프로그램. xml로 자료가 저장되므로 사용 편리. 관련 항목별로 어플리케이션 런치 가능. 요즘은 메모, 위키 다 때려치우고 이거 씀. 위키에는 매뉴얼만. pda와 싱크되면 참 좋겠구먼. listpro같은 프로그램과... 저기, 내가 하는 일이 몇 가지나 되는지 보여? 졸라 많지?



Windows PowerToy중 TweakUI를 사용해서 Documents and Settings의 Desktop, Favorites, My Documents등을 다른 디렉토리로 지정할 수 있음. Documents and Settings 디렉토리는 원래 윈도우즈가 설치된 디렉토리로 지정되나 윈도우즈 OS 파티션을 날려야 할 경우 일일이 여러 세팅이 담긴 파일들을 백업해줘야 하는데, 귀찮게 그러지 않아도 됨.



이렇게 만들 수가 있는 거지. My Document 디렉토리를 d:\luke로 바꾸고 그 안에 Favorites와 Desktop 따위를 넣은 것. 이렇게 하면 백업이 쉬워짐.



UltraEdit v11.00a+, 설치 후 디렉토리의 wordfile.txt를 적당히(말 그대로 적당히) 바꿔주면 커스텀 컴파일러의 syntax highlight을 쉽게 할 수 있음. ctags를 설치하고 Advanced 메뉴의 Tool Configuration을 적당히 해두면 에디터 내에서 컴파일, error line follow up 등등 IDE처럼 쓸 수 있음. configuration을 어떻게 하냐고 묻는 건 좀 치사한 질문 아닐까.

귀찮게 이런 것 묻지 말고 알아서 하는 센스를 갖추자. 화창한 일요일인데 일이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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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PC USB 전원을 조디악의 싱크 케이블의 배터리 충전 단자에 직결(직접 연결)하는 방법을 적은 적이 있었다. 좀 문제가 있는 방식이다. 어댑터와 PC USB 전원을 직결하면 전압차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만일 어댑터 전원이 PC USB 전원보다 전압이 높으면 어댑터->PC로 전류가 흐르고(두 전원 사이에!) 반대로 PC 전압이 높으면 PC->어댑터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기에 파괴적인 영향(재수없으면)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양단을 직결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할만한 방법이 아니다.

대안은; 직결하지 말고 스위칭 다이오드나 정류 다이오드 대신 전압 강하가 작은 쇼트키 다이오드(Schottky Diode)를 사용하여 양단을 연결하는 것이다.

부품은 이렇게 생겼다. 용산에 들렀다가 생각난 김에 사왔다.



부품명은 1N5819(5817, 5818, 5819 아무거나 사용하면 된다). 하나에 20원 짜리, 하나 사기 뭣해서 10개 구매 200원. 내가 부품을 구한 곳은 용산전자상가 지하 B18, 동신전자, 02-719-0466. 안에 들어가서 그냥 쇼핑하면 된다.



이 사진은 에전에 개조한 것. 직결. 그런데 사진 날짜가 왜 6/10로 나오지? 묘하군.



1N5819를 연결하고, 1N5819가 부피가 조금 나가는 관계로 조립할 때 뚜껑이 닫히지 않으므로 걸치는 부분의 고무 패드를 니퍼로 깎았다.

쇼트키 다이오드는 양단에서 대략 0.2v 정도의 전압 강하가 발생한다. 입력측에서 5V가 주어질 때 다이오드의 다른 쪽에는 4.8V가 나온다는 뜻이다. 정식으로 하려면 여러 개의 전원 소스를 가지고 하나의 출력 전원을 구성할 때 사용하는 diode or-ing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외, 요즘은 2종 이상의 전원을 손실없이 (전압 강하가 200mv 이하) 배터리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칩들이 많이 있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칩을 사용하게 되어 만들기 번거롭고, 값이 비싸다.



재개조 후 충전 중. 커넥터 하우징을 뜯었다가 접착제로 붙였다가 세 번을 반복하니 걸레가 다 되었다. 충전, 싱크, 어댑터 연결 모두 확인. 아무튼 이제 좀 제대로 된 것 같다.


mypalm.co.kr에서 26000원에 공구한 가죽 케이스.



케이스에는 SD 카드 2장 수납칸이 있고 카드 두어장 들어간다. 케이싱을 하면 조디악 두께가 1.7배 가량 늘어난다. 스타일러스 빼내기가 좀 귀찮다.


뚜껑을 닫으면 싱크 커넥터를 살짝 가려준다.


손에 쥐어본 크기. 파우치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가죽 케이스 때문에 전원 스위치가 잘 안눌려서 좋다. 오른쪽 스피커에 구멍을 내 놓았고 상판이 두꺼워서 액정을 잘 보호해 준다. 여러모로 케이스 품질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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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잡기 2005. 6. 8. 02:06
한밤중에 동네에서 꽥!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한골 넣었군 하고 생각했다. 그날밤 한국-우즈벡 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몰랐고, 관심 없었다. 며칠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포함한 웹 미디어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도 일주일에 한두 번 쳐다보고 산들바람에 버드나무 잎사귀 흔들리듯 잠깐 흔들렸다가 다시 시들해져서 물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꼴이랄까. 뭐 재밌는 블로그 없을까.

걸어다니면서 책을 보던 시절이 있듯이, 걸어다니면서 게임을 하거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도 있는 것이다. 조디악 사길 잘 했다.

아내는 9일만에 돌아왔다. 앙코르 만세 게스트하우스(long live)에 갈꺼지? 어? 어떻게 알았어? 라는 대사를 가기 전에 주고 받았다. 아내는 앙코르와트만 세번째다. 인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든 유리시아 대륙 횡단을 두 번 했고 인도를 여러 번 다녀왔다. 수 년전 시엠립에서 내가 한 일이라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적지를 돌아다니고 시장통에서 허기를 때우고 밤이면 술을 마신 기억 뿐이다. 어쨌건 마시고 뻗었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녔다. 아내 더러 돌아올 때 방콕의 시얌 근처 디스크버리 센터 안에 있는 아시아 북에서 그림이 가장 많고 쉬워 보이는 태국 맛사지 책을 사오라고 주문했다. 갈 때마다 잊어먹었다. 사왔다. 어젯 밤에는 책에 나온 대로 교대로 이것저것 시도해 봤다. 추측이 대충 맞았다. 태국 맛사지는 시술하는 자가 비교적 적은 노력을 들여 효과적으로 상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배워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내가 열심히 배우길 기대해 본다.


맛사지의 타깃은 근육. 그런데 가슴은 어디있는 거야?




쉽다는 책이 앞장 이론 학습에서는 거의 의학서적같다.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래서 앞장은 건너뛰고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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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내 블로그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제목이 상당히 꿀꿀해 보이는데? finite state machanism이라... 꾸란 생각하면 그게 맞다. 꾸란은 데카당하고, 꾸란은 who are you? what do you want? where are you stand? 같은 의문에 무책임하다.

who are you는 종종 what are you? 라고도 말하는데, 동네깡패들이 골목에서 지나가는 애를 잡고 넌 뭐야? 라고 묻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황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동네깡패가 말하는 것이나 교황이 묻는 것이나 매일반이라고 본다. 저 질문에는 상대방을 한코 죽이자는 뜻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머리속으로 이리저리 심중을 궁리하면서 아마도 정황에 걸맞는 대꾸를 하거나, 이름을 대거나, 누구누구의 자식이라거나, 아니면 자신의 지위와 신분, 또는 권위 등 자신의 힘으로 얻었거나 천성적으로 가진 어떤 것을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대답들은 삥 뜯을려고 마음먹은 동네깡패(내지는 교황, 기타등등)를 만족시키지 못할 뿐더러 심지어 그들에게 바보 소리를 듣거나 화를 돋구게 마련이다. 너는 누구인가? 나? 대답 못해서 어린 시절에 오다가다 죽도록 맞았다. 더 안 맞기 위해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어느날 질문의 근원을 폭력적으로 처리하고 그 후로 다시 그 질문을 듣지 않게 되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누가 누구더러 너는 누구냐? 라고 물을 때 쓸만한 대답이 없으면 일단 때려 눕혀 입을 다물게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넌 뭐냐?" <-- 상황에 따라 자격과 권위를 요구하는 질문같아 보이겠지?
대꾸, "그러는 넌 뭔데?" <-- 시간낭비의 대표적인 사례.

바빌론5 시리즈 시즌1부터 시즌5까지 끝냈다. 그 다음에 크루세이드가 있고 중간에 메이킹 오브 바빌론5가 있지만 화면으로 충분히(아니 질리게) 본 이상 관심 밖이다.

극중에서 제일 좋아했던 인물은 마르코스다. 그를 죽인 시나리오 작가를 결코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그 다음은 이바노바다. 선장 쉐리단은 죽었다 살아난 탓인지 별다른 바이탈 사인을 보여주지 못하고 시즌4,5에서 줄곳 골빈 좀비처럼 지냈다. 어쩌면 딜란과 결혼한 다음에 가족과 사랑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끼는 등, 안된 말이지만, 맛이 간 것일께다. 물론, 유부남-좀비-쉐리단이라는 도식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잭에게 정들 뻔 했다 -- 타이틀 하나 단 다음부터는 그 바보 같은 웃음끼가 사라졌고 그래서 아쉽다. 지카르의 현란하게 활자화된 고통과 론도의 아이러니와 데까당이 시즌4부터는 갑자기 사라지면서 (미국식으로) 진지해졌다. 막판에 신파가 되는 한국 드라마처럼 미국 드라마들은 애국과 정의, 의무와 책임에 관한 설교 어쩌고로 실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는데 워낙 나라가 누더기 기워놓은 모양이다 보니 페트리봇을 생산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인 듯. 다 자란 애들이 원하는 것은 마초스러움, 신나는 우주 전쟁과 상명하복, 모두를 엿먹이는 절묘한 사기극과 함께 easy come easy go하는 패턴이 아닐까. 미래에 대한 되도않는 희망을 품거나, 인생이란 그렇게도 가는 것이지 류가 아니라.

시즌4부터 바빌론5는 엡실론 에리다니 어디 비루한 행성계에 궁상스럽게 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 슬프게도, 맛 간 것이다. 바빌론5는 '로봇'에 관해서는 침묵했다. 100여편의 에피소드 중에서 단 한 번,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단 몇 초간 언급되었을 따름이다. 전반적으로 초반에 너무 막 나갔다. 우주를 구하고, 지구를 구하고, 튄다니, 무법자가 개과천선해서 지구를 구하고 우주를 구하는 것보다 티피컬하고 어글리한, 말하자면 험상궂은 설정 아닌가?

바빌론5는 하나의 줄거리를 가지고 거의 2000년 역사중 극히 짧은 6년을 다루고 있다. 시즌4,5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 적당했다. 텔레파시 전쟁은 재미가 없거나 속편 기획에 지쳐서 다들 쓰러진 탓인지 뉘앙스만 풍기고(이런 거 정말 싫다) 전개가 흐지부지하다. 제대로 했어야 했다. 센타우리(아마 알파 센타우리겠지? 그런데 본인들이 센타우리 인이라고 하면 자존심도 없어 보이잖아)와 나른의 흥망성쇠가 좀 더 치열하고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론도 말대로 우주는 자기를 싫어하고, 개나 소나 다들 알다시피, 우주는 imperfect하니까. 그 다음에 이어지는 메들리란...

초능력 중에 가장 쓸만해 보이는 것이 tele kinesis다. 물리적 실재에 영향을 끼치니까. 그런데 그 반대로, 직업이 시원찮다 보니 tele kinesis와 '거의 비슷한' tele kinetics나 tele metrics 따위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바빌론5에서 갖은 궁상을 다 떠는 텔레파시들(자기 몸을 팔아서 텔레파시들만의 homeworld를 만들려고 애쓰는 처녀도 있다)에게 공감이 간다.

천부적인 재능이 하도 끝내줘서 정치가, 기업가, 연구가, 예술가는 될 수 있다고 어린 시절 굳게 믿었지만 기술자만큼은 정말 만만치않게, 어렵게 느꼈다. 기술자 노릇 뿐만 아니라 언급한 나머지 네 가지 역할을 해야 하니까. 그런데 재밌는 것은 나머지 네 가지 부류 떨거지들에게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것을 '요구'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 요구받거나, 기대되거나, 기술자에게 필요한 것은, 또는 기술자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로는, discipline, knowledge, love, insight, faith, inspiration, focus, loyalty, courage, compassion, dignity, charity, professionalism, fidelity, enlightment가 있고, 개중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income이다.

왜 tapwave에서 조디악(황도대)이란 생뚱맞는 모델명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대충 알겠다.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보니까 내 조디악2가 그제서야 조디악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색깔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정말 딱 조디악이다. 디자인 컨셉이 조디악이었거나 디자이너가 만들어 놓고 보니 다들 조디악처럼 보여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일께다. 마치 바빌론5에서 레인저들이 몰고 다니는 몸매 잘 빠지고 쌔근하게 생긴 화이트 스타라는 우주선이 약간... 마이너한 관점에서는... 날아다니는 통닭처럼 보이는 것처럼. 우주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활약하고 있는데 통닭이라고 말하면 미안하지 않겠나. 조디악이 조디악처럼 생겼다고 말하는게 더 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구나.

스타워즈 보기; 바빌론5 보느라(45분짜리 에피소드가 무려 110편이다!) 기력을 다 소진해 어디 돌아다니며 영화볼 시간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누워서 노트북으로 봤다. 작업용 필름이 누출된 것인가? 초반의 신나는 액션씬을 제외하면 스토리라인에 뭐 신선한 것 없이, 죽은 시체 불알 만지듯 플랫라인을 그렸고 시종일관 구질구질했다. 대사만 나오면 졸았다. 그러다가 정말 잠 들었고(그 동안 100여개의 바빌론5 에피소드를 보느라 피곤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두 번째 divx를 마저 봤다. 대단한 제다이 유전자를 지닌 스카이워커 집안이 대대로 돌대가리라는 점은 이것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명확해진 것 같다. 어쩌면 바빌론5의 피튀기는 외교전을 보다가 스타워즈의 숙명 어쩌구 하는 허튼 소리를 들으니 더더욱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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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2를 사고 나서 생활패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책보다 동영상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예전에 시간이 없어 중단했던 바빌론 5 시리즈를 다시 시작했고(그런데 이거 할란 엘리슨이 자문역이었잖아? -_-) 수 개월 전 내셔널 지오그래피 백년을 다운받아 보관하기 위해(고작 그 이유로) 하드를 구매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보기 시작했다. xVid로 파라메터를 살살 잘 조절하면 바닥으로 엔코딩할 때 50분에 100MB 정도가 나온다(bitrate 250Kbps, 480x320, 64kbps MP3 정도). 용산에서 1GB SD를 7만5천원에 샀는데, 1G에 대략 10편이 들어가니까 여덟 시간 정도는 볼 수 있다. 조디악의 배터리가 그럭저럭 쓸만해서 동영상 플레이만 2시간 하고도 58% 가량 남았다. 공장에 오고 갈 때 대략 5시간을 길에서 동영상만 봤다.

조디악의 사용자 그룹에서는 푼푼이 돈을 걷어 조디악을 사서 헝가리에 사는 TCPMP라는 동영상 플레이어의 개발자에게 전해줬다. 덕택에 팜 진영에서 폭발전인 인기를 몰고 온 그 무료 동영상 플레이어에 조디악 전용 패치가 들어갔고 동영상 재생 속도가 30% 가량 빨라졌다. 참, 정열적인 '사용자 그룹'이다.

조디악에서 작동 잘하는 에뮬 게임들도 꽤 재미있다. 에뮬로 슈퍼로봇대전이 그럭저럭 돌아가는 정도니 게임 때문에라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기계다. 게임을 안하는 내가 게임으로 하루에 3-40분을 보낸다는 사실이 생경하기까지 하다. 이래저래 이유로 조디악 산 후로는 책 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별 기대를 안하고 산 탓이겠지만 의외로 조디악으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PSP를 사느니 일정관리도 되고 WMA, OGG, MP3도 플레이되고 리모컨으로도 써먹을 수 있고 에뮬 게임도 돌릴 수 있는 조디악 사라고 권하고 싶어졌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 안 나왔다. -_-

www.auction.co.kr에서 29500원 주고 bluetooth dongle을 샀다. 제품명: Mars II, 대만산 잡표. 매우 작다. 이틀 만에 도착. 일은 접어두고 당장 셋업 시작.



zodiac의 bluetooth 버튼을 누르면 주기적으로 파란 LED가 깜빡인다. 그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배터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블루투스 동글은 USB에 꽂아 사용하는 것인데 안테나가 기판에 달려있다. 아무래도 PC에 바로 붙이면 PC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에 그다지 잘 작동하지 않을 것 같아 보여, 연장 케이블을 구매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블루투스 디바이스 인식은 잘 된다. 워낙 블루투스 프로토콜이 지랄같아서(라고 생각하는데, 하여튼 블루투스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싼 맛에 '장난감' 하나 사서 굴려보는 거지) 이런 14MB짜리 어플리케이션을 상주 시켜 놓고 써야 한다.

조디악 자체가 별 feature를 가지지 않은 device이다 보니 인식되고 나서 나타나는 아이콘이라고는 object push(vcard 따위의... 일정,메모,주소록을 싱크시키기 위한 vCard와 file transfer에 사용되는 것) 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이왕이면 헤드셋 기능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랬다면 PC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조디악에 이어폰을 꽂은 채 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예전에 블루투스 규격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시간 낭비였다.

Object push로 조디악<->PC 사이에서 파일 전송과 vCard 전송을 실험해 봤다. 잘 된다. 조디악의 주소록의 send 메뉴도 잘 작동한다. 전송 속도는 초당 40KBytes 정도로 매우 속도가 낮은 편. 통달 거리는 벽을 끼고 5m 가량? class 1 디바이스의 통달거리가 100m라는데 의외로 전파가 약한 편이다. 이래서야...



hotsync manager의 serial을 COM6로 잡아놓고 bluetooth serial로 hotsync를 시도해 봤다. zodiac의 connection 메뉴에서 bluenet이라고 하나 만들어 놓고 hotsync app를 띄워 무선으로 핫싱크가 되는 것을 확인. 속도는 역시 느리다.

자, 이제 웹 브라우징을 해 봐야지. tapwave.com에 들어가서 문서를 읽어보니 windows의 ICS(internet connection share)를 사용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리게 적혀 있다. 셋업 하다가 웹질로 시간낭비할 것 같아서 더 찾아보는 것을 관뒀다. NT 4.0 RAS server 이전의 MPR(multi protocol router) 때부터 갖은 고생을 다 해 본 셋업이 그것이다. RAS server가 ICS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거, 정말 안 좋아한다.

집안 사정(내 네트웍) 때문에 ICS를 써서는 안 될 것 같다. 공유기를 통해 연결되어 있으니까... 시험삼아 ICS를 설치해봤는데 잘 깔다가 자기 멋대로 인터넷 방화벽을 설치한다고 하더니 설치 마지막 단계에서 '설치를 계속 진행할 수 없습니다'라고 나온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도 안 나온다. 역시 그 망할 놈에 RAS 서버는 이름이 바뀌어도 여전하구나. 때려치웠다.



preference->connection



connection->[Details...] click



preference->connection->[Device] click



preference->network



network->[Details...] click



preference->network->[Connect] click

조디악, 블루투스의 네트웍 메뉴에서 서비스를 하나 만들고 커넥션 타입을 아까 connection 메뉴에서 셋업해 놓은 bluenet으로 잡아 놓았다. 블루투스가 시리얼로 작동하는 관계로(예전에 공부한 기억이 난다)... 음... 메뉴를 살펴보니 PPP 셋업으로 하고, Idle Timeout=never, Query DNS에 체크 해두고 IP Address는 automatic으로 받게, script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



PC를 셋업할 차례다. Bluetooth PAN network는 사용할 일이 아마 없을 것이다. 네트웍 연결 설정에서 들어오는 연결을 선택해



COM port로 잡힌 bluetooth LAP Modem을 체크 해두고,



사용자 설정에서 암호화와 사용자 authentication을 생략했다. 뭐 통달거리가 고작해야 20여미티 안짝인 장치에서 인증, 암호화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옆집 와이파이는 30m를, 벽 셋을 뚫고도 정정한 시그널을 자랑해서 가끔 무심히 사용해 주기도 한다.



그 다음에 네트워킹 탭으로 들어가서,



호출자가 내 네트웍에 엑세스하도록 하고, DHCP를 사용하지 않고 IP를 직접 지정했다. DHCP를 사용하도록 하거나, 호출하는 컴퓨터가 자신의 IP 주소를 지정하도록 허용하면 네트웍 접속 테스트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공유기가 이미 router 역할을 하고 있고 공유기가 배당한 c class network의 일부 IP를 사용해야지 routing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결 시도. 조디악으로 접속한 다음에...



접속된 IP가 맞는지 확인해 보았다. 서버 IP 주소가 게이트웨이로 쓰이는 것이고, 클라이언트 IP가 조디악에 할당된 IP다.



network->menu->Options->View Log click



IP 확인.



커맨드 라인에서 인터페이스의 IP를 확인해 봤다.



라우팅 테이블도 확인해 봤다. metric 50짜리 192.168.1.40 네트웍이 있지만 43 클라이언트는 동일 클래스의 랜에 접속되어 있으므로 디폴트 게이트웨이(공유기)를 사용한다. 조디악의 네트웍에서 커넥트를 시도한 다음 로그 보기에서 어렵사리 ping 192.168.1.254를 타이핑하여(그래피티2가 이전 그래피티보다 불편해서) 핑 테스트를 해 봤다. 성공이다.



바로 옆의 PC에 동글을 달아놨는데도 신호 강도가 저 모양이고 속도가 저 모양이다. 저러니 블루투스가 망한거지!





이것저것 web browser를 테스트해 봤지만 조디악 처음 구입할 때 끼워준 CD에 있는 보너스 소프트웨어(이름이 그냥 Web Browser다 -_-)가 가장 속도가 빠르고 양호하게 작동한다. http:://www.rudals.net의 만화 서비스에 접속 테스트. 속도는 초당 15KBytes 가량. 이걸로 웹 브라우징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여러 사이트를 전전해 봤는데 화면이 많이 깨져서 보기 정말 힘들다. 하지만 팜 클리핑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출력이 괜찮다. 누워서 노트북으로 서핑하기도 힘겨운데 간단한 뉴스 정도면 볼만하겠다.

와이브로가 드디어 임박했으니 세상이 한 번 뒤집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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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을 USB로 충전할 수 없다는 것은 좌절감을 맛보게 한다. 그렇다고 5V 1A 짜리, 커넥터가 이상하게 생긴 '전용' 어댑터를 만날 들고 다닐 수도 없고... 해서 웹 사이트를 뒤져봤다. 조디악의 커넥터 핀 배열을 알아보기 위해 웹 사이트를 전전하던 중, tabland.com에서 usb power로 검색하니 바로 http://www.ucpzone.com/zodiac/en 이 튀어 나왔다. 그럼 그렇지, 벌써 누군가가 시도한 것이다.

작업 시작이다.



일자 시계 드라이버로 강제로 뚜껑을 열었다.



내부 기판에 보이는 P13c3308L 칩은 인터넷을 뒤져봐도 데이터 시트가 보이지 않는다. 가운데 싱크 버튼이 달려 있고 3개의 SMD 트랜지스터와 몇개의 저항, 컨덴서 등등이 보인다. 테스터로 찍어보니 커넥터 왼쪽은 USB 케이블의 파워 커넥터와 연결되어 있고...



뒤집어서 기판면을 보니 왼쪽부터, GND, +5V, 그 다음은 USB의 GND, +5V, D+, D-, shiled ground가 차례대로 납땜되어 있다. 아까 검색한 웹 사이트에서는 다이오드를 달지 않아서 컴퓨터에 USB를 연결한 상태에서 어댑터 전원을 인가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경고가 적혀 있었다. 당연하겠지.

그래서 집 구석에 굴더다니는 1N4148을 달기로 했다. 이걸 달아두면 역전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어댑터 전원과 USB 전원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테스트해보니 충전(노란색)등이 들어온다. 재빨리 빼서 케이싱을 하려고 보니 다이오드의 폭이 두꺼워서 케이스를 덮을 수 없다. 아까 웹 사이트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



다이오드의 위치를 바꿨다. 이렇게 하니까 케이스에 들어간다. 순간 접착제로 억지로 뜯은 케이스를 붙였다.

그런데 왠걸, 충전등이 처음에는 제대로 들어왔다가(노란색) 조금 지나자 녹색(충전완료등), 노란색, 그리고 불안스레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노트북이라서 그런가? 데스크탑의 USB 포트에 연결해 봤다. 역시 마찬가지다.

에고야... 열심히 본드로 붙여놓은 커넥터를 다시 뜯었다. 다이오드를 떼 내고 전원 선의 +5V와 USB의 +5V 라인을 그냥 연결했다.

조디악과 노트북을 연결해서 충전 테스트를 해 봤다. 이제 정상적(?)으로 충전이 된다. 어댑터는 포기하자.



다시 아까 웹사이트에 들어가 선배 경험자들의 게시물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배터리가 텅 빈 상태에서 충전 전류가 950mA 가량이란다. USB 포트에서 줄 수 있는 전류가 500mA니까 1500mA를 USB 포트로 바닥 상태에서 완전 충전하려면 산술적으로 3+시간이 걸릴 것 같다. 나처럼 누군가 삽질할까봐 커멘트를 남겼다.

충전, 싱크는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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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diac 2

잡기 2005. 5. 20. 15:00
PDA에 비틀즈 음악을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들은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새로 산 조디악에서 처음 들은 음악이 초콜렛처럼 달콤한 비틀즈다.

1999년 3월 Palm III (160x160, 1MB) 중고 30만원 -- 15만원에 판매.
2000년 9월 Visor Deluxe (160x160, 8MB+128MB) 새것 300$ -- 고장
2004년 5월 Clie SJ-33 (320x320, 16MB+128MB) 중고 20만원 -- 14만원에 판매.
2005년 5월 Zodiac 2 (480x320, 128MB) 새것 27만5천원

3년 8개월 동안 바이저를 사용했다. All My Loving (2:04) 매우 잘 만든 기계이고 활용도가 높았다. 전지 한 번 넣어 한달씩 사용하던 저 기계는 중미에서 고장난 후 줄곳 문제를 일으켰다. 128MB CF 메모리를 디지탈 카메라와 공유해서 사용했고 대단한 양의 텍스트를 가지고 다녔다. 몹시 터프하게 사용했지만 견뎌주셨다. 애착이 가는 기계다. 이제 고장이 나서 팔아먹지도 못하고 서랍에서 안면중이다. 버리지는 못하겠고. I Forgot to Remember to Forget (2:09)

클리에 SJ-33은 이상하게 정이 안 가는 기계였다. 허우대가 그럴 듯 해서 지하철에서 펼치고 ebook을 읽고 있으면 이 사람 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긴 하지만 작은 화면이 답답하고 일사광에서 액정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충격에 약해 거의 모시고 다니는 수준이었고 OS 버전이 낮아 많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었다. 바이저는 중고시장에서 일찌감치 똥값이 되었지만 이 기계는 어찌된 일인지(소니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중고시장에서 비싼 값에도 잘 팔린다. I Just Don't Understand (2:47)



미우나 고우나 그간 정이 들었기에 클리에를 팔기 전에 가족 사진 한 방 박았다. Things We Said Today (2:18) 어두운 과거에서 밝은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 같다. -_- 조디악은 그래피티 부분까지 늘어나 160픽셀을 더 디스플레이할 수 있다!



찍어놓고 보니 그게 그거 같은데, 조디악 액정이 약간 더 밝다.

조디악2: mypalm.co.kr에서 만원 가량하는 액정 보호지와 디오펜 4.0, 우송료를 포함해 27만 5천원에 공구했다. 뭐 클리에를 14만원에 팔았으니 13만 5천원을 주고 '업그레이드'한 셈. 5/11 공구 신청. 5/13 입금. 5/17 택배 수령. 6월에 다시 공구 예정. 지금은 1G SD 공구중. A Hard Day's Night (2:24)

무게는 클리에보다 20그램 정도 무겁다. 제조사인 Tabwave는 애플의 뉴턴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알루미늄 바디의 디자인은 세련되었지만 그립감은 좀 시원찮다. 튼튼해 보인다. 일단, 파워 스위치가 마음에 안 든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눌릴 수 있을 것 같다. ATI의 이미지온 그래픽 카드를 사용했고 480x320, 65k color 3.8인치 TFT LCD와 야마하 사운드 카드, 그리고 진동 기능 등 게임기로서의 기능이 PDA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전지가 1500mAh 짜리 대용량 리튬이온 전지(마음에 든다), 듀얼 SD 슬롯을 지원하고 Sandisk에서 256KB + SDIO WiFi 카드가 출시된 상태. GPS도 있을까? 블루투스가 내장되어 있지만 PC에 블루투스 카드를 달아야(7만원 가량?) 라우팅을 해서 인터넷 브라우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SDIO 와이파이 카드(100$ 가량)를 구매하던가. sandisk의 wifi카드는 300mA나 처먹는 녀석이면서 일반 SD 메모리 크기의 2배로 PDA에 꽂으면 모양이 좀 흉해 보인다. 내장 블루투스는 속도는 느리지만 나중에 키보드, 마우스에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 그 편이 낫지 않을까..



술자리에 기계를 꺼내놓자, 당신들의 입에서는 당장 '어, PSP!'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조디악2는 그렇게나 마이너한 것이다. 왼쪽에는 전원 버튼, 아날로그 조이스틱, 그 아래 펑션 버튼, 홈 버튼이 차례대로. 오른쪽에는 A,B,X,Y 버튼이 있고 기계 상단에는 양손 검지로 누를 수 있는 트리거 버튼이 2개 있다. 트리거 버튼 사이에 보이는 작은 돌출부, 스위치는 블루투스를 on/off 하는 것이고 그 스위치 양 옆으로 SD 슬롯이 2개, 기계 뒷면에서 딸깍 꽂는 스타일러스는 착탈이 몹시 불편하다. 화면은 매우 직관적인 기본 라운처.

누가 PDA를 산다면 여러 여건상 조디악2를 추천해주지는 않겠다. 살까말까 며칠 동안 고민 많았다. 무려 13만원이 날아가는데, PDA로 기껏하는게 책 읽기 밖에 없는데...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질렀다. I'm a Loser (2:33)

그렇다면 나는 왜 조디악2를 샀을까? 일단 싸니까.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상(?) 소매가는 50여만원을 호가한다. 출시된 지가 1년이 넘었음에도 조디악2의 빵빵한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실정이고(불행한 명작이라는 말이 떠돌기도 하더라) 장사가 잘 안되는지 암암리에 30만원 이하 가격으로 시장에서 땡처리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기계임에도 480x320 스크린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실제로 ebook을 설치해서 보니 빽빽한 텍스트가 한 화면 가득 드러나 이제사 책 보는 기분이 제대로 난다. 기본 라운처는 생각했던 것보다 편해서(홈 버튼 한번, 조이스틱으로 두어번 움직이면 어플리케이션 실행) ZLauncher나 AppSelf는 설치했다가 메모리가 아까워 미련없이 지웠다. 기본 라운처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기계를 받자마자 충전해서 이런저런 프로그램 설치하는데 9시간쯤 걸렸다. 클리에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들을 버전업하여 설치하고 과자 구하느라 애먹고 Pocket tunes를 깔아 음악을 들었다. 이어폰을 안 끼고도 대충 들을만한 소리가 나온다. 몇몇 어플리케이션은 실행이 묘하게 되거나 fatal이 난다. 이거 좀 아쉬운데...

조디악2로 넘어오면서 그 동안(그 동안 최신과는 거리가 먼 구린 기계만 사용해왔던 처지라) 해보지 못했던 것을 했다; 드디어 게임기 에뮬레이터를 설치했다. LJZ에 NES, Genesis, SNES 롬들을 구해 돌려보니 그럴듯 하다. 게임롬은 인터넷에 잔 자갈처럼 엄청나게 굴러다닌다. 게다가, 특히나, 공짜로. MP3 파일 20개와 게임롬 8개를 설치하고도 내장 메모리가 40MB 남았다.



Genesis 에뮬. Alladin. 비록 lightspeed를 이용해 230Mhz로 오버클로킹을 하고 프레임 스킵을 2씩이나 한 상태지만 게임은 그럭저럭 부드럽게 실시간으로 작동. 사운드 에뮬레이션은 잘 안되는 듯. 제네시스의 사운드카드 에뮬이 힘들다나...



나름대로 이 바닥의 명작이라는 Chrono Trigger. 왕비 침실로 어떻게 들어가는지 몰라 성 근처를 방황하는 중. 남도의 액정보호지를 부착해 놓으니 반사가 심하다. ebook을 읽을 때, 조디악을 잡고 있기가 좀 그렇다. 클리에보다 가로로 4cm 정도 클 뿐인데도 각이 잘 안 나온다. 싱크 케이블 커넥터 부분이 노출되어 있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무엇보다도, USB 케이블만으로 충전할 수가 없다. 5V 전용 어댑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커헉. 환장하겠군. Lonesome Tears in My Eyes (2:36)

NES 에뮬레이터로 추억의 게임인 갤라가를 해봤다. 오랫만에 손맛을 느꼈다. 그런데 호기심에서 다운받은 HK hot girls나 여자애들 벗겨놓은 애니 망가는 대체 뭐하는 거지? 용량도 아까운데 바로 지우고 스트리트 파이터2를 깔았다.

SD를 구매하게 되면 하드 디스크에서 놀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피 68편을 차례대로 집어놓고 TCPMP를 설치해 돌려볼 생각이긴 한데, 당분간은 SD를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다. 13만원이 날아갔으니 13만원어치 게임을 일단 돌리고 보자.

그래... 조디악2는 아마도 내가 사용하는 마지막 팜 기종이 될 것 같다. 난 팜이 좋다. Don't Ever Change (2:02) You don't know the latest dance, But when it's time to make romance, Your kisses let me know you're not a tom-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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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Clie SJ-33 판매

잡기 2005. 5. 18. 15:42
PDA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팔게 되었습니다. -- 팔렸습니다.
판매가는 14만원.

* SJ-33 (영문 업그레이드)
* Memory Stick 128MB (Lexar)
* 스타일러스
* 이어폰 (cresin 도끼) -- 오리지널 이어폰이 마음에 안들어 구입한 것.
* 박스 (매뉴얼, 오리지널 CD, 프로그램 백업 CD)
* 충전기 및 충전 케이블 (원래 것인데 충전만 가능하고 핫싱크가 안됨. 고장)
* 충천/싱크 케이블
* 액정보호지 붙어 있으나 새로 사시는 것이 좋을 듯.



박스 포장



구성품. 스트립은 불포함입니다.





사진으로는 잔 기스 하나 없이 깨끗해 보이지만 실기스가 꽤 있습니다. 기스가 늘어 표면에 넓은 셀로판 테잎을 붙였다가 팔기 위해 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문지르면 없어지는데 귀찮아서...).



장터에 내놓기 위해 충전/핫싱크 겸용 USB(일명 돌돌이)를 17500원(우송료 포함)에 새로 구매했습니다.



SJ-33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뚜껑과 닿는 내부 프레임에 기스가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프레임에 셀로판 테잎을 붙여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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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란체스카

잡기 2005. 5. 16. 01:36
신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못하는, 다른 분야의 그저 그런 전문가쯤으로 보였다. 그래도 포기하기 아까운 비전이었다.

딱히 볼 것도 없고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사실은 비상 대기 상태지만) 예전에 다운 받은 동영상을 봤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거... 언젠가 어떤 순정 만화책으로 본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아니면 요즘 가벼운 망발을 일삼는 '시츄에이션' 코메디가 다 그런 모양이던지. 닭대가리 켠이 그나마 정이 갔다 -- 닭 발에 소주 한 잔 생각나게 한다. 돼지 껍데기도 땡기고. 음...

생각난 김에 도서관에서 스키즈매트릭스를 빌려 읽었다. 스털링의 쩨쩨한 정치적 작풍이 체질상 잘 맞지 않아 오랫동안 우선 순위에서 밀린 실정이지만 같은 쉐이퍼-메카니스트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파이더 로즈에서 보여주었던 세련됨이 어째서인지, 아니면 번역 탓인지, 여러 면에서 둥글게 마모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의 '값싼 진실'에 등장하는 아베리타스의 개똥철학은 게토에서 성장한 철딱서니 없는 인텔리겐챠가 지껄여대는 개소리에서 더도 덜도 아니지만 재미있었고, 그런 재미를 기대했다. 아니면 이제 왠간한 소설에는 약발이 닿지 않던가. 공교롭게도 닉시티 아저씨와 떠들었던 내용이 나왔다. 심해저 생태계 연구.

모드를 덕지덕지 붙이고 세포내 리보솜과 미토콘트리아를 뜯어 고친 다음 우주에 나가 살아도 큰 무리가 없다.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고, 칼을 놓으면 부처고, 고개를 돌리면 나타나는 생경한 피안을 전망으로 삼았던 기억이 났다. 부처는 나고 죽고 시츄에이션 코메디라는 점에서 삶이 유별나지는 않았다.

IBC의 메모리 소모량을 조사하다가 의문이 생겼다. 로직 아날라이저로 찍어보니 인터럽트는 30usec 이내에 잡혔다. 그러나, 얼마 안되는 데이터를 가지고 링크드 리스트로 구성한 데이터 형태는 최악의 경우 50Mbytes 이상을 잡아 먹었다. 참으로 멍청한 설계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생각 없고 무책임한 닭대가리면 그 외연과 시뮬라시옹으로 여러 사람들 팔자에도 없는 고생을 시킨다.

매일 밤 꼬박꼬박 이빨 닦고 잤다. 피곤한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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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잡기 2005. 5. 5. 16:14
수 년 동안 어린이 날에는 일을 했다. 이러다가 전통으로 굳어지겠다. 어제는 전주 가서 하루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 했는데... 그러고보니 다음 주는 내내 일을 해야 한다. 암담하다. 일주일 내내 밤낮으로 일이라니.

일년 전 대비, 스펀지에 먹물을 흘려놓은 듯한 우중충함은 변함이 없다. 개인의 삶에 관한 오래된 깨달음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제거하고 새롭게 할 재능이 없다는 것. 그래서 본인을 변화시킬 우연을 기다린달까?

1. 사람은 변한다. (그의 환경이 변화하거나 환경을 선택하여)
2.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1항에 의거)

그 때문에 사람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환경을 선택한 다음, 적응하여 그 자신이 변했다고 말하는 것은 우스갯소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늘 사람이 변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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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어려움

잡기 2005. 5. 3. 09:57
이 놈에 집으로 이사온 다음에는 온 방안에 빛이 흘러 넘쳤다. 너무 밝다. 어쩔 수 없이 아침 9시에 일어나고 1시에 잠드는 백수답지 않게 어이없는 생활이 계속된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데스크탑에서 작업할 때 inlive.co.kr의 클래식 방송을 즐겨 들었다. 걸어다니면서 pda로 mp3를 들으면서 etext를 읽을 수도 있지만, mp3는 잘 듣지 않았다. 최소한 귀는 열어두는 것이 여러 모로 안전했다. 사무실에서 mp3로 귀를 틀어막고 작업하기도 힘들고, 도서관에 짱박혀 공부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음악을 장시간 듣는 것은 집에서 일할 때 아니면 기회가 없다.

도서관에 간만에 들렀다. 열람실에는 변함없이 그 할아버지가 앉아 있다. 열람실에서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사라져 슬펐다. 이발소에 들렀다. 앞서 온 손님이 머리 깎는 동안 도서관에서 얼떨 결에 빌린 책을 읽었다.머리 다 깍고 나니까 날더러 '책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 잠시 생각 좀 해 보다가 '별로 안 좋아합니다'라고 대꾸했다.

디버깅 하는 모양을 지켜보다가 그가 하나의 테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타이핑에 소비하는 시간을 속으로 측정했다. 24초. 그런 테스트를 하루에 수백 번 반복한다. 단순 반복 작업에 용하게 써먹으라고 프로그래밍이 있는 것이다. 멍하니 지켜보다가 할 일이 딱히 없고 해서 듀얼 프로토콜 리모트 디버거를 짰다. 텔넷 프로토콜이 이렇게 간단했나? 최초의 TCP/IP 프로그램을 짤 때 텔넷 프로토콜(RFC854)이 잘 이해가 안가서 헤메던 20세 초반의 어린 아이였다. 텔넷 클라이언트를 한 시간도 안 걸려 짰다. 터미널 에뮬레이션을 제대로 하려면 이것저것 추가할 것들이 있지만 일단은 작업 생산성 향상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주말에는 아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갔다. 점심 먹으러 전주식당에 가는데 버스를 잘못 타고 한참 헤멘 후에야 도착했다. 저녁 때도 헤메기는 마찬가지였다. 쿠스코에 들러 영주라는 친구를 만나 맥주 한 잔 마시다가 여러 잔, 아니 엄청나게 마셨다. 세르베자, 마란자, 치체론, 따코, 이런 단어를 오랫만에 접하니 반가웠다. 음식 맛은 영 아니었다. 원래 페루 음식이 맛이 없다. 카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마치 무슨 동호회 오프 모임이 열리는 듯한. 아내에게는 어째서 한국 음식이 점점 달고 매워지나를 애써 설명했다. 단 음식에 대한 집착은 진화와 관련있다. 듣는 둥 마는 둥 해서 설명이 시들해졌다.

애플리 leading company라고? 글쎄다.. iPod보면 머리는 비었지만 그런 사소한 단점을 완벽하게 커버해 줄 미모를 지닌 블론디가 생각난다. 그래서 '애플은 USB2.0, SATA, DVD-RW, IDE를 메이저 PC업체 중 가장 늦게 그들 시스템에 구현한 회사다(남들 다 집어넣었을 때).'라는 말이 더 와 닿는다. usb를 자기들 시스템에 처음 소개한 것은 맥이지만 그들은 그것 이외의 옵션을 남겨두지 않았다. 일전에 스티븐 잡스가 새 OS X를 내놓으면서 드라마틱하게 시연한 iChat의 화상 채팅은 과연, 소프트웨어는 이랬어야 해! 라고 감탄하게 만들면서도 그 프로그램으로 4자 3차원 채팅을 하려면 G4이상의 기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슬쩍 잊혀지는 듯 하는 것처럼. -- 잡스의 짧은 데모는 멋졌지만 여전히 애플 기계를 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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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믿음

잡기 2005. 4. 24. 15:55
블로그라인즈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다가(밀린 글이 8천개나 된다) 뭔가 토달 일이 생겨서 달려다가 부담감을 느꼈다. 아마도 결혼 전 쯤에 은자인 양 머리 위에 흙을 붓고 땅 속에 파묻혀 살기를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천히 읽고 있는 책인 류영모에 관한 글에서도 그는 땅 파고 사는 삶을 견지한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죽은 후 '발굴'되었고 제자들의 입심에 의해 해석되기도 했다.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안 생겼으면 싶은 불행이다.

술을 전보다 덜 마시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두통에 시달렸다. 진통제를 입에 달고 지냈다.

이영도의 '피를 마시는 새'를 지겨워 하면서도 오고 가며 꾸준히 읽고 있다. 왜 이리 말이 많을까. 스파게티를 먹으려다가 접시 위의 국수를 이리저리 흐트러놓는 꼴의 문장이랄까. PDA를 며칠 공장에 내버려 두고 와서 그 부재가 불편했고 심지어 부당(?)하게 느껴졌다.

테스트 막바지, 유사장님에게 팀원들에게 제발 압박을 가하지 말라고 저번 주에 술자리에서 간곡하게 부탁했다. 수개월간 미친듯이 일하고 간신히 도달하게 된 이 지점에서 이번 월요일, 화요일 테스트는 장비 납품과 연결되는 분수령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 그만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뻔히 알고 있는 압박감을 재차 강조하며 머리, 배, 가슴에 순서대로 말뚝을 박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사장의 견해는 달랐다. 그 정도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으며 일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되려 그가 본 팀원들은 행복했고, 내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지 않은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눈빛을 보다가 이번에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유사장은 개발 단계에서 거의 소외되었고 팀 맴버들은 세 블럭으로 나뉘어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가장 큰 랙으로 생각하는 것을 조사장의 소프트웨어 파트라고 여기고 있었다. 나? 나는 내가 무슨 파트에 있는지 잊어버렸다. 닭이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두 사장님들, 그리고 이사진, 팀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위험부담은 매니지먼트와 리스크 관리였다 -- 여태까지 일해오면서 있지도 않은 것이었으니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테지만 일이 끝나면 그 뒷수습에 걸리는 시간이 프로젝트가 진행된 시간만큼 걸리지. 암. 하지만 내가 이사나 매니저가 될 생각이 전혀 없는 이상 기술자 주제에 쓸데없는 내정 간섭(?)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저 묵묵히 맡은 닭이나 먹자.

내 일은 작년 12월에 거의 끝났고 지금은 오락가락 하며 일하는 팀원들의 뒤를 봐주면서 농담 따먹기나 하고 하품 하며 테스트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당분간은 신경이 곤두서는 낮과 밤이 계속 될 터이지만 코딩 시간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도 남는 시간에 잡담 하는 것처럼 유사장님에게 충언(?)이랍시고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은 대충 성공했다. 어젯 밤에 걸어둔 테스트는 에러 하나 없이 끝났다. 예상 시간은 4시간 30분이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1시간 40분만에 2G 테스트가 끝났다. 계산을 잘못했다. 개선한 커널 인터럽트 핸들링이 예상보다 현저하게 빨라 완전한 컨커런트(!)가 달성된 것이다. 예상보다 3배 빠르다고 행복해 할 처지가 아니라 계산 실수가 치명적인 과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적당적당 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자. 찰싹. 걱정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SMS로 기쁜 소식을 전했다. 편안히 푹 들 쉬고 월요일 아침에 보자고요.

You scored as Buddhism. Your beliefs most closely resemble those of Buddhism. Do more research on Buddhism and possibly consider becoming Buddhist, if you are not already.

In Buddhism, there are Four Noble Truths: (1) Life is suffering. (2) All suffering is caused by ignorance of the nature of reality and the craving, attachment, and grasping that result from such ignorance. (3) Suffering can be ended by overcoming ignorance and attachment. (4) The path to the suppression of suffering is the Noble Eightfold Path, which consists of right views, right intention, right speech, right action, right livelihood, right effort, right-mindedness, and right contemplation. These eight are usually divided into three categories that base the Buddhist faith: morality, wisdom, and samadhi, or concentration. In Buddhism, there is no hierarchy, nor caste system; the Buddha taught that one's spiritual worth is not based on birth.

Buddhism

75%

Satanism

71%

Islam

67%

atheism

63%

agnosticism

63%

Paganism

58%

Judaism

42%

Christianity

8%

Hinduism

4%

Which religion is the right one for you? (new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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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니즘은 왜 끼어 있는 거지? 내가 악마교 신자였다면 벌써 중간 관리자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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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기 2005. 4. 22. 18:53
휴가(?)에서 돌아와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일주일에 출장은 두세번은 가는 것 같다. 철도청의 바보같은 놈들은 예약하고 구매까지 끝내놓은 표라도 5분 전에 역에서 찾지 않으면 거래를 취소했다. 두 번이나 기차를 놓쳤다.

처음 보는 사람과 면담을 해 보니 왠간한 업체에서 pm쯤 하던 사람인 것 같은데 얘기가 아주 잘 통해서 미팅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앉은 자리에서 30분 만에 끝냈다. 근간에 보기 드문 쾌속 인터뷰였다.

장비 설계 스펙이 네 번이나 뒤집히는 바람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코피 터지게 일하고 있다. 커널 인터럽트 핸들링에 문제가 있어 하드웨어 문제인지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찾아내느라 며칠 고생했다. 뭐 내가 고생했다는 얘기는 아니고. 결론은 소프트웨어 쪽으로 났다. copy_to_user()를 워낙 독특하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널 메모리를 할당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방법으로 사용했다. 고치면서 이것 저것 뜯어고쳐 인터럽트 속도가 개선되긴 했지만(47us -> 1us) 가장 쉽고 깔끔하고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방법에서 차선책으로 한 계단 내려온 셈이라 기분은 영 안 좋다.

술 한 잔 하고 쉬자. 내일은 또 출장이니까. 토요일에도 일하다니... 참 오랫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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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A/S

잡기 2005. 4. 19. 22:00
삼보의 노트북 A/S가 훌륭하다.

콜센터의 아가씨와 딱 한 번 밖에 통화하지 않았다.

가택 방문 해서 노트북을 들고 갔다.

시리얼 넘버가 없어 '원칙적으로' 무상 A/S가 안되는데, 대충 구입일자와 구매처를 알려주니 거기 전화해서 시리얼 넘버를 자기들이 알아서 알아냈다.

구입 일시가 6개월을 넘겨 배터리 무상 교환 기간이 끝났는데, 구매처와 협의해서 구매일자를 조정해 주었다. 매우 감사하다.

가택 방문해서 노트북을 건네준다.

이 모든 일들이 전화 한 통 한 후 자동으로 이루어졌다. 내 평생 이렇게 제대로 된 A/S는 처음 받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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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서 점심 먹고

잡기 2005. 4. 17. 21:48
아내가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점심을 준비. 북한산 간단다. 느즈막히 일어나 사우나 가려다가 지퍼락 도시락 케이스가 보이길래 나가서 점심이나 먹을까 해서 아내가 남긴 반찬과 밥을 챙기고, 쭈그리고 앉아 어깨 죽지가 찢어진 네팔 색동옷을 바느질해 기워 붙였다. 그리고 트레이닝복과 반팔 티셔츠를 걸치고 새벽 조깅하는 기분으로 뒷산에 올랐다.

독바위-평창동 코스가 날이 갈수록 마음에 든다. 입장료 1600원. 초입부터 대뜸 오르막길, 한 시간 빡세게 올라가고(쉬지 않고 헉헉대니까 운동 되고) 비봉 한 번 타고, 능선에 올라 시원한 바람 맞으며 사모바위에서 점심 먹고 깔딱재라고 하는 문수봉 우회로, 대략 800m를 줄창 올라가는 길. 그 길 보면 한숨이 푹 나오지만 이번에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문수봉 코스는 위험해서 나이든 할아버지들만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내 신발이 죽죽 잘 미끄러지므로 무서워서 다음에 신발 사면 올라가 보련다.

소방헬기가 능선을 오락가락 해서 누가 산 타다가 다친 것 같아 아내한테 전화를 걸었다. 사고 안 났단다. 불광동에서 모여 간다길래 아마 버스 타고 구기터널이나 북한산성쯤으로 올라갔겠거니 싶더니만 나중에 들어보니 효자동으로 올라가 우이동으로 나온 것 같다.

대동문을 지나 평창동 쪽으로 내려오면 절 하나, 약수터 하나, 그리고 졸졸 흐르는 개울 둘을 지난다. 땀과 바람으로 어두워진(?) 얼굴을 맑고 차가운 개울물로 씻어내고 줄곳 평탄한 내리막길을 내려와 썰렁한 부자 동네 구경하면서 가나 아트홀 옆길로 천사가 강림하 듯 사뿐사뿐 내려와 평창수퍼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500원) 담배 한 대 맛있게 빨고 올림피아 호텔에서 7211 버스(800원)를 타고 연신내로 돌아온다. 다들 구기 터널 근처로 내려오므로 그 보다 앞선 올림피아 호텔에서는 버스 타는 사람이 거의 없어 편안히 앉아올 수 있다. 오늘은 북한산에 사람이 워낙 많아 3시간 조금 더 걸렸다. 적당한 시간에 운동량 많고 경치 좋고 비교적 편안한 코스다. 추천할만한 코스다.

연신내 역에서 내려 잘 가는 덕수 목욕탕(대인 3500원)에 들어가 땀을 뺐다. 들어가기 전 64.8kg, 사우나 끝내고 나오니 64.3kg, 500g이 땀인지 때인지는 모르겠지만 더럽게 뜨거워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는 사우나를 네 번 들락거리고 냉탕의 폭포수와 수류제트(110m 암반수)로 골고루 몸 이곳저곳을 안마하고 온탕에 앉아 TV를 보다가 나온다. 시장통 중간에 있는 새장골에 들러 냉면이나 갈비탕을 먹는다. 살얼음이 송송 뜬 냉면 육수가 시원하고(6000원, 정체를 알 수 없는 냉면인데 맛이 썩 좋다), 갈빗대가 서너 대는 나오는 한방 갈비탕(8000원)도 맛있다. 다만 약간 단 편.

저번 일주일을 계속 걸은 탓인지 이번에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갔다. 총 경비는 12400원, 대략 12$ 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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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꽂놀이

잡기 2005. 4. 16. 22:54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아내의 직장동료들... 이라기 보다는 지기라고 할만한 사람들과 용산에서 마포대교를 넘어 여의도로 갔다. 사람들이 많다. 120만명이 벚꽃보러 나왔더란다. 잔디밭에 누워 짧아진 치마들 구경하고 이리저리 아는 사람들한테 전화해서 닭 배달시켜 먹고 맥주 배달해 먹고 김밥도 배달해 먹었다.


서강대교에서 해지는 모습. 앞은 밤섬.


서강대교. 3배 광학줌을 더 땡겨 10배 디지털줌으로! 징하게 깨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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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해

잡기 2005. 4. 14. 23:37
12일 동안의 여행 기록 텍스트가 120kbytes 가까이 된다. 아, 대단히 주접스러웠구나.

노트북 배터리가 맛이 간 상태여서 삼보 서비스 센터에 전화하니 사람을 보내주겠단다. 기사가 집으로 찾아와 시리얼 넘버가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뒷 패널에 시리얼 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있는데 글자가 거의 지워진 상태다.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일련 번호를 그렇게 허접하게 기록하지 말았어야죠 -- 내가 말했다. 본사에 문의해 보고 무상 A/S가 가능한가 통보해 주겠다며 일단 고장난 곳을 알아야 하니 노트북을 들고 갔다. A/S가 되건 안되건, 노트북 A/S가 보통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방문 서비스라... 기대 이상이다. 무상 배터리 교체를 기대해 본다.

교황은 죽고, 강원도에 또 불이 났다고?

평소처럼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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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잡기 2005. 4. 10. 11:50
미얀마 여행 루트 정리하고, 여행기도 대충 마무리 지었다. 미얀마 사정상 실시간 블로깅은 불가능했다 -- 군부 독재 정권의 참맛을 제대로 느꼈다. 더위 때문에 힘들었던 여행이다. 그리고 근간에 들어 이렇게 빨리, 빡세게 움직여 본 여행이 없던 것 같은데, 나름대로 보람있었다. 세포가 팔팔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사정상 사무실에 연락 한 번 안 했다. 내일 귀국.

JPEG 스펙에 사용자가 자유롭게 데이터 청크를 포함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집어 넣는지, 어떤 툴을 사용하는지 알아봐야겠다. 사진 파일에 따로 커멘트 달려니 귀찮고 음악이나 음성 녹음을 파일과 함께 기록했으면 싶다.

서울 가서 마저 정리하자. 지금은 열심히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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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잡기 2005. 3. 28. 00:53
짐 무게를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애썼다. 준비물: 걸레같은 바지 하나, 티셔츠 1, 팬티 2, 양말 2 합쳐서 4-500g, 세면도구(비누,쓰다남은 치약,칫솔, 일회용 면도기 1, 수영타월) 4-500g, 리브레또 1kg, 충전기, 배터리 AA 6개, GPS, PDA, 디지탈 카메라, 잡동사니 케이블 해서 1.5KG, 의약품 약간(타이레놀 10알, 지르텍 6알, 항생제 8알, 쓰다남은 연고 하나).

흠... 안 좋군. 짐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북을 뺄까 말까 고민했다. 배낭 자체가 2kg쯤 되었고, 입은 옷을 포함해 모든 짐을 재어보니 6kg. 가이드북을 넣으면 6.5kg쯤 되지 싶다. 가이드북 대신에 경로 정리한 몇 장을 프린터로 뽑았다. 아내도 내가 뽑아준 프린트물 달랑 몇 장 들고 갔다. 양곤에 도착해서 첫 숙소까지 가는 방법만 알면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든 되니까. 노트북을 빼면 이것 저것 포함해서 2킬로쯤은 더 빠지고, 그렇게 되면 배낭을 안 들고 가도 된다. 그래도 짐이 조금 쯤은 있어야 '배낭여행'하는 것 같지 않을까? 배낭이 없으면 그냥 히피 날나리 같지 않을까? GPS는 그냥 좌표 찍어보려고 가지고 다니는 것이고 이번에는 기압계, 전자 나침반이 달린 시계까지 차고 간다. 시계는 68g이다. 계산에 넣지 않았군.

아침 일찍 일어나 토요일에 산 랜 케이블과 공구를 들고 낑낑대면서 공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의 설계 스펙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며 일 좀 하다가 시간이 되어서 허겁지겁 서울로 올라간다. 말 안하고 간다고 욕을 직싸게 먹었다. 팀원들한테는 1주일 후쯤 돌아오겠다고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런데, 값비싼 항공료를 들여 가서 고작 1주일만 있으면 미얀마가 몹시 섭섭해 할 것 같다. 저번 주 토요일이 되기 전까지 항공권 스케쥴을 모르고 있어서 사실 우연을 배제한 완벽한 계획을 짜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계산기처럼 정확하게 일정을 재단한 후 계획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는 것. 이런 걸 한번 해 보고 싶다. 여행이란 워낙 우연의 요소가 많다보니(또 그 재미라고 우기는 녀석들도 많은데, 그 우연이 대개는 사고다), 우연을 완전히 배제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입증하고 싶다. 거의 불가능한 과제이긴 했다.

이게 다 아내덕이지. 암. 아내가 항공권을 잡았다. 그 일정에 맞춰 저번 주에 뺑이쳤다. 한 며칠 동안은 on loa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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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잡기 2005. 3. 26. 11:58
사람이 꽤 많이 참석해서 번잡할 것이 뻔한 sf 모임에는 가지 않았다.

저작권법 이외의 대안이 있는가 하는 얘기를 듣고 보니, 코리 닥터로우가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한 SF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군. 인간 활동의 동기 부여를 화폐에 대한 알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욕망에서 집단내 순위를 유지하려는 원숭이 수준으로 떨구어 놓은 소설이었다. 비아냥 아니고 칭찬이다. 그 소설에서 나처럼 국가경쟁력 향상에 묵묵히 음지에서 삽질하는 '산업역군'은 최하층 쓰레기였다.

저작권은 '거래'가 된다. 그 거래는 저작자가 원할 수도 있고 저작을 원하는 다른 사람이 원할 수도 있다. 나름대로 파악한 21세기 저작권법의 본질은 그 거래의 신뢰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에 워낙 냉소적이고 순 욕설만 늘어놓아서 내 얘길 들어주는 사람은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블로그는 정치적 올바름이 왜 한심한 사고방식인지, 저작권법이 왜 악법인지 블로그 들락거리는 사람에게 조리있게 설명하는 사이트도 아니고 앞으로 그럴 생각도 없다. 거래의 주체는 아까 말한 대로, 저작권자 뿐만 아니라 개나 소나 다 된다 이다. 자본주의 체계 이외의 대안이 없다면(예술의 여러 동기부여 중 자산증식을 통한 행복의 고취도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하더라. 미소 지었다. 너도 옳고 너도 옳다) 거래가 되는 것들에 관한 논쟁은 일정 수준의 암묵적 합의가 필요한 무의미한 것이라고 보았다. 예도 필요할까? 개인적으로 저작권 때문에 슬픈 추억이 많다. 슬프다기 보다는 배고픈 기억이다. 이를테면 회사와 거래할때 내가 소스를 GPL하에 두고 싶다고 철딱서니 없이 밝히면 업체에서는 거의 실시간 내지는 자동적으로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파블로프의 침흘리는 개를 연상하면 딱이다), 계속 고집을 부리면 댓가를 치뤄야 했다 -- 집에 쌀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평소 철학'은 그만 논하고, 가치를 발견하면 침을 흘리는 자와 거래한다. 거래된 '품목'이 가치를 상실하지 않는 한, 그 침흘리는 자는 '나'라는 원저작자와 상관없이 댓가를 치른 후 권리를 양도 받고 다른 침흘리는 자와 거래 한다. 그 다른 자는 또 다른 침흘리는 자와 거래한다. 표현이 매우 컬러풀하나, 머리속에 별다른 예가 떠오르지 않는다. 저작권이나 특허권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침 흘릴 가치가 있는 소중한 그 무엇으로 여기는 것 같다. 나는, 피터 드러커가 수 권의 저작을 통해(어쩌다 보니 수 년에 걸쳐 그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는 경악스러운 사실을 최근 깨달았다) 그렇게나 입에 침이 마르게 주구장창 강조하는 '지식노동자'다. 게다가 그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거의 모범답안에 가까운 지식노동자였다. 나같은 사람에게 아이디어는 판매할 시장에서 쳐주는 값비싼 상품이 아닌 그저그런 '근로 생활'이다. 난 직간접적으로 많은 특허를 만들었고 한 달에 보통 2-3개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적용한다. 그리고 그 근로 활동을 일당 7만원 받고 잡일하는 잡부와 동등하다고 여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7만원 보다 더 주고 싶어 하는데 '나의 평소 세계관과 철학'을 논하며 말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근로 활동이 나로서는 한 십년 해 봐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포크레인 삽질(해 봤다. 어렵다)보다는 가치가 있다고 경영학계의 다시없을 위대한 석학을 비롯한 모든 침흘리는 자들이 주장하면서(물론 드러커가 주장하는 것은 전이와 트랜드를 말하는 것이지 이런 식의 논리는 아니었다. 드러커는 언제나 지식산업 이외의 것을 다소 낮게 평가했고 테일러식 관찰과 학습에 따라 언제든지 쉽게 재현,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30년 동안 구두를 꿰메다가 도통한 사람이라든지 위폐를 가려내는 전문가나 병아리 감별사, 난자에 체세포 핵을 솜씨좋게 집어넣는 한국인들, bga를 납땜인두로 귀신같이 붙이는 사람들이었다. 드러커는 그런 사람들과 옆집에 살아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음... 노동과 기술, 예술과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그의 편견에 대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 길어지므로 다음에 기억나는 대로 할 말을 정리해 둬야겠다) 급여를 올려주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있겠나. 저작권이 자원,자본,지식,으로 이어지는 서구의 자산 이동의 핵심이고 더 이상 울궈먹을 것이 없어진 나머지 그것을 고도화하여 비좁은 지표상에서 이루어지는 제로섬 게임에서 일시적인 자원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서구의 나머지 세계에 대한 지배권 확보를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것이 인류공영을 위해, 모두가 이익인 제도라는 헛소리에 맞장구를 쳐줘야 함을 그렇게 쌀 떨어지는 생활감각으로 느끼고 있을 따름이다.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서적 100권

Ⅰ. 문학

1. D.H.로렌스/ 아들과 연인/ 1913
2. 루쉰/ 아큐정전/ 1921
3. 엘리엇/ 황무지/ 1922
4.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1922
5. 토마스 만/ 마의 산/ 1924
6. 카프카/ 심판/ 1925(?)
7.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927
8.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1927
9. 헤밍웨이/ 무기여 잘있거라/ 1929
10. 레마르크/ 서부전선 이상없다/ 1929
11.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1932
12. 앙드레 말로/ 인간조건/ 1933
13.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1939
14. 리처드 라이트/ 토박이/ 1940
15. 브레히트/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1941
16. 카뮈/ 이방인/ 1942
17. 조지 오웰/ 1984/ 1948
18. 사뮈엘 베게트/ 고도를 기다리며/ 1952
19.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1955
20.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1956
21. 잭 케루악/ 길 위에서/ 1957
22.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1957
23. 치누아 아체베/ 무너져내린다/ 1958
24. 귄터 그라스/ 양철북/ 1959
25. 조지프 헬러/ 캐치 22/ 1961
26.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1962
27.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1967
28.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1980
29.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984
30. 살만 루슈디/ 악마의 시/ 1989

II.인문

1.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1900
2. 페르디낭 드 소쉬르/ 일반언어학강의/ 1916
3.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1920
4. 라다크리슈난/ 인도철학사/ 1923~27
5. 지외르지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1923
6.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1927
7. 펑유란/ 중국철학사/ 1930
8. 아놀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1931~64
9. 마오쩌둥/ 모순론/ 1937
10.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이성과 혁명/ 1941
11. 장 폴 사릍르/ 존재와 무/ 1943
12.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945
13.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 계몽의 변증법/ 1947
14. 시몬 드 보봐르/ 제2의 성/ 1949
15.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1951
16.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1953
17. 미르치아 엘리아데/ 성과 속/ 1957
18. 에드워드 헬렛 카/ 역사란 무엇인가/ 1961
19.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1962
20. 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1962
21. 에드문트 후설/ 현상학의 이념/ 1964
22. 미셸 푸코/ 마과 사물/ 1966
23. 노엄 촘스키/ 언어와 정신/ 1968
24. 베르터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1969
25.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앙티오이디푸스/ 1972
26.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1976
27.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1978
28.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979
29.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1979
30. 위르겐 하버마스/ 소통행위이론/ 1981

III. 사회

1. 브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1902
2.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 과학적 관리법/ 1911
3.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1926~37
4. 라인홀트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1932
5. 존 메이너드 케인스/ 고용.이자.화폐 일반이론/ 1936
6. 윌리엄 베버리지/ 사회보험과 관련 사업/ 1942
7. 앙리 조르주 르페브르/ 현대세계의 일상성/ 1947
8. 앨프리드 킨지/ 남성의 성행위/ 1948
9. 데이비드 리스먼/ 고독한 군중/ 1950
10. 조지프 슘페터/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 1950
11. 존 갤브레이스/ 미국의 자본주의/ 1951
12. 대니얼 벨/ 이데올로기의 종언/ 1960
13. 에드워드 톰슨/ 영국노동계급의형성/ 1964
14. 마루야마 마사오/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1964
15. 마셜 맥루헌/ 미디어의 이해/ 1964
16. 케이트 밀레트/ 성의 정치학/ 1970
17. 존 롤스/ 정의론/ 1971
18. 이매뉴얼 위러스틴/ 세계체제론/ 1976
19. 앨빈 토플러/ 제3의 물결/ 1980
20. 폴 케네디/ 강대국의 흥망/ 1987

IV.과학

1. 알버트 아인슈타인/ 상대성원리/ 1918
2. 노버트 비너/ 사이버네틱스/ 1948
3. 조지프 니덤/ 중국의 과학과 문명/ 1954
4.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1962
5. 제임스 워트슨/ 유전자의 분자생물학/ 1965
6.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1978
7. 에드워드 윌슨/ 사회생물학/ 1980
8. 칼 세이건/ 코스모스/ 1980
9. 이리야 프리고진/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10.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1988

V.예술,기타

1. 헬렌 켈러/ 헬렌 케러 자서전/ 1903
2. 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1926
3. 마하트마 간디/ 자서전/ 1927~29
4. 에드거 스노우/ 중국의 붉은 별/ 1937
5. 아놀드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940~50
6.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1947
7. 에른스트 한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1948
8. 말콤 엑스/ 말콤 엑스의 자서전/ 1966
9.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1975
10. 넬슨 만델라/ 자유를 향한 긴 여정/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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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책이 있고... 왜 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책도 있고... 목록 자체가 21세기 하고는 거리가 먼 구닥다리인 것 같다. 컨템포러리 마스터피스 쪽은 거의 전멸이랄까? 다른 말로 하면 목록 작성한 이들이 살 날 얼마 안 남아 좋았던 옛날을 추억하는 노인네들이지 싶다. 쳇. 몇 권 읽은 책이 없어 목록에 굳이 트집을 잡았다. 저것들 중 49권 읽었다. 단호하게 말하건대, 나머지 51권은 안 읽어도 그만인 책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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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공장에 박혀 일했다. 일 하고 밥 먹고 일 하고 밥 먹고. 아침에는 눈이 왔고 나는 내 일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히히히 하고 웃었다. 히히 웃고 나서 사장과 모델과 프로토타잎의 설정선 때문에 대판 논쟁을 벌였다. 살인의 추억에 등장하는 보일러 수리공처럼 나타난 텍트로닉스 외판원이 기계 셋업 도중 그라운드 노이즈를 잡다가 공장의 전원을 셧다운 시켰고 모든 서버가 리부팅했다. 그에게 밥은 먹고 가라고 권했지만 식은 땀을 흘리며 황급히 사라졌다. 슬랩스틱 전문 코메디언으로 전업하면 성공할 것 같다. 나는 다시 히히 모드로 돌아갔다. 중국집에서 점심을 배달해 먹고 큰 공장에 불려가 난데없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레이저 포인터가 내 앞으로 굴러와 하는 수 없이 떠들었다. 외주 준 공장에 들러 제작 마무리 단계인 기계를 보고 왔다. 프론트 패널에 적어놓을 기계 모델명도 지었다. 피처럼 붉은 색으로 새겨질 것이다. 6개월여간 해온 프로젝트 명은 페가(리)수스, 즉 '천(리)마'지만, 공식적인 명칭과는 별개로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그 기계를 '쌩닭' 2호기, 또는 '닭들, 두 번 살다'로 불리웠다. 그간 이룩한 비장한 닭짓의 집대성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모두 내가 지었다. 불만있으면 기탄없이 말하라고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다들 불만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다음 프로젝트 명도 마음 속에 생각해 두었다. 살라만더의 비법(salamander's mystery (재떨이(ashtray))가 적당하지 않을까? 사연 있는 이름이니까. 예명은 fried chicken 3(세 번 들볶은 닭)으로 지어야지.

6주 전에 한 아르바이트의 보수가 입금되었다. 커미션을 떼어 보내주고 옥션에서 prg 70v를 주문했다. 타이타늄은 113g이나 나가서 68g짜리 우레탄으로 마음의 닻을 내렸다. 터프 솔라 파워가 오늘의 심경과 일치하지만, hey suuny, tough ain't enough. 썰렁하기 그지없는 짙은 남색 집에 돌아오니 우체부가 왔다갔다. 전등을 밝혔다. 3일 전에 먹고 치우지 않은 설겆이감이 눈에 띄었다. 턱에 지저분하게 돋아난 수염을 깍고 꼬질꼬질한 옷을 세탁기에 던져 놓고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다음주에는 다이 본딩하고 몰딩만 한 디바이스 300개로 신나는 불꽃놀이를 할 것이다. 나와 상관없다. 내 마음은 이미 뜨거운 햇살 아래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스웨* 빠야로 향해 있다.

집에 있는 컴퓨터 이름은 hell이다. 얼마 전에 hell에 hell blazer를 다운받아 놓았다. 오늘밤에는 느긋하게 그것을 읽을 것이다. 정신상태가 개발도상중인 나와 달리 지옥에 보낼 것은 지옥에 보내고 천당에 보낼 것은 천당에 보내는 등 돈 안 되는 일을 주로 하는 니코틴 콘스탄틴의 평소 생활태도가 그간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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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죽 벗기기

잡기 2005. 3. 22. 00:06
터민 짠 - 백반집. 커리 한두 가지 고르면 밥을 포함한 일체의 음식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786 - 할랄 레스토랑. 786은 '자비롭고 은혜로운 신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allah the most beneficient and merciful)'라는 뜻의 아랍어와 비슷하게 생긴 숫자들. 치티, 체티 - 무제한 탈리를 먹을 수 있는 인디언 식당. 읽다가 침흘리면서 감동했다. 음식이 이리도 훌륭하니 이 나라 국민성은 틀림없이 좋을 것이다.

예전부터 교보문고를 마땅찮게 여기는 편인데, 아마존에 주문하려니 제 시간에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교보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했다. 주말 포함해 나흘 기다렸다. 오늘쯤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출장을 미루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소식이 없다. 아침에 교보문고를 통해 배송현황을 조회해 보니 책은 이미 배송완료된 상태였다. 어? 책을 못 받았는데? 연락도 없고? 교보문고와 현대택배에 전화했다. 기사와 연결해 줄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란다. 나가봐야 해서 시간마다 줄곳 전화질을 했지만 연락이 없다. 8시간이 지났고, 교보와 현대택배의 상담하는 아가씨가 덜덜 떨 정도로 좀 심하게 다그치니까(그 아가씨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만) 오후 다섯시가 다 되어서야 근처 편의점에서 다 떨어진 핸드폰 배터리를 허겁지겁 충전했다는 기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진작 통화가 되었더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 한권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기다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기사놈은 책을 집 옆 창고에 던져놓고 나와 통화하지 않은 채 배송완료되었다고 기록한 것이다. 일에 치여 지난 몇 주 골치가 아팠는데, 오냐, 잘 걸렸다, 간만에 기사놈에게 조리에 맞게 고저장단을 맞춰 욕설을 퍼붓고 나니 의외로 시원했다. 조카들이 보고 있을지 몰라 이 블로그에 욕 안 쓰게 된 지 꽤 오래되었다.

수 개월 전 일; 택시 운전기사는 연세가 꽤 든 할아버지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경제 얘기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살짝 깨물어 육즙이 흥건히 배어나올 때까지 씹어주고, 시간이 남아 빨갱이들 욕을 하다가(나는 옆에서 맞장구치고) 세월을 거슬러 일제시대 얘기까지 진행되었다.

할아버지는 당시 동네 일본놈들이 쌀을 빼앗아가 먹지 못하고 헐벗었다는데, 어느 집에선가 몰래 먹던 쌀이 발견되어 순사가 본보기로 그 집 아저씨 가죽을 벗기고 소금을 뿌려 길가에 버렸는데, 그 아저씨는 일본놈들 눈치 보느라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이 햇볕 아래에서 고통스럽게 죽었다고 한다. 죽일 놈들! 하고 분개하면서 혹시 그 순사놈이 한국인 아니었어요? 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한국놈들이 더 지독했다고 한다. 참 어렵게 살으셨구나 하면서, 나는 보릿고개 얘기와 산에서 나무껍질 벗겨먹던 애기를 실감나게 늘어놓았다(뭐, 다 해봤으니까).

정신나간 젊은 놈 답지 않게 자꾸 맞장구를 치니까(살 날 얼마 안 남은 할아버지한테 꼬치꼬치 따지며 개겨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기분이 상했는지 교통체증으로 차가 잠시 멎었을 때 눈길을 길가로 돌리더니 '혹시 저게 뭔지 알아?' 라고 물었다. '저거요? 음 보리같지는 않고 밀이군요.' 기사 할아버지는 '요즘 젊은 것들은 보리하고 밀도 구분못해' 라는 말씀을 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는지 입을 우물거렸다. '보아하니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네 녀석이 보릿고개를, 그리고 우리 세대가 고생한 얘기를 알 턱이 있겠냐, 그저 책에서 읽은 얘길하는 거지, 내가 생생한 경험담을 또 해줄께'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고생을 20세기에 했다.

영양가 없는 고생담은 생략하고, 할아버지와 달리 나는 지금 들판에 잡초가 우거진건지 보리가 자라는 건지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별로 할 말이 없다. 어차피 전쟁나면 생각없고 날나리같다는 그 젊은 것들하고 나가서 나라 지키겠다고 총질하고 있을텐데 사이라도 좋아야지 괜한 트집 잡을 틈이 있을까? 우리 세대는 나라가 힘을 잃으면, 나라를 빼앗기면 좆된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거의 세뇌교육 수준이라 몸은 미국으로 발르고 싶어도 마음은 바로 총을 잡고 혹성탈출을 꿈꾸는 일본원숭이떼와 맞붙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면은, 누군가 또 다시 살가죽이 벗겨지고 우리 모두는 나무껍질을 벗겨먹고 살게 될 것이다.

노인네 말씀에 따르면 '아무 생각 없고' 피만 펄펄 끓는 젊은 놈이 다이너마이트를 몸에 칭칭 감고 비장한 눈빛으로 참호 언저리를 쳐다보며 '제가 가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너의 희생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도록 하겠다, 뒷일은 맡겨라' 하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시마네현이 뽀개질뻔한 야당을 단결시키고, 여당과 야당이 한 목소리를 내게 했다. 심지어 이문열마저도 한마디 했다. 그런데 노총은 동참하지 않고 뭐 하고 있나? 못 살겠다며 머리 밀고 배째고 분신하는 것이 주특이잖아? 한,둘쯤은 과감히 불을 땡겨야 '애국'에는 노총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동질감을 주지. 분야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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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y, tough ain't enough.

잡기 2005. 3. 20. 00:36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권투 배우러 온 송아지처럼 생긴 소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쭈그렁 할아범이 되었어도 언어는 여전히 더티 해리 스럽다.

메모:

어떤 한가한 작자가 평생 한가했던 쇼팬하우어에게 이렇게 물었다. 결혼에 관해,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현명합니까? 쇼팬하우어는 여자가 더 현명하다고 대꾸했다. 왜? 남자는 여자와 결혼하고, 여자는 남자와 결혼하기 때문이지. (옛날 사람들이, 아직 우주여행도 제대로 못해 비록 시시껄렁하고 한심하지만, 21세기로 날아오면 눈 앞에서 코베가도 모를 시골뜨기 취급 당해야 하지만 이런 얘기가 아직까지도 먹혀 들어간다!!)

사자, 당나귀 그리고 여우가 함께 사냥을 했다. 사자는 수북한 사냥감을 흡족해 하며 당나귀더러 사냥한 것들을 나누라고 지시했다. 당나귀는 공평하게 3등분했다. 사자는 그렇게 나눠놓은 꼴을 보고 화가 나서 당나귀를 물어 죽이고 여우더러 사냥감을 나누라고 재차 말했다. 여우는 대부분을 사자 몫으로 주고 자기는 쥐꼬리만큼 가져갔다. 사자는 여우를 기특해하며 너 참 영특하구나,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지? 하고 물었다. 여우는 당나귀한테 배웠지요 라고 공손하게 대꾸했다.

늑대는 산을 내려오다가 물가에서 길 잃은 어린 양을 발견했다.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라서 늑대는 양을 데리고 놀기로 했다. 그는 양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고, 그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잡아 먹겠다고 으르렁거렸다. 양은 늑대의 첫번째 질문에 벌벌 떨면서도 조리있게 대답했다. 늑대의 두번째 질문에 양은 지혜롭게 대꾸했다. 세번째 질문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양의 명석함에 감탄한 늑대는 즉시 양을 잡아먹었다.

이런 얘기들에 깃들었다고 믿는 '교훈'부터,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늙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범처럼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구름 흘러가듯 한가하게) 상황에 맞춰 그 말을 꼭 해 봐야지.

1. girly, tough ain't enough.
2. wolfy, tough ain't enough.
3. liony, tough ain't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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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고어 테스트

잡기 2005. 3. 19. 09:32
그동안 제작하고 실험하던 하드웨어 보드의 테스트가 끝났다길래, 더 해 볼 것 없냐고 물어보니, 더 해 볼 테스트가 남아있지 않다고 말해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 속으로 괴성을 지르면서) 그럼 내가 테스트 하겠다고 했다. 한 시간 후 한 장은 작동 불능 상태가 되고 다른 한 장은 폭발했다. 에러는 다섯 개를 잡았다. 터진 보드의 수리가 끝난 후 다시 세 시간쯤 테스트 했다. 연기가 모락모락 났다. 이번에는 수리해도 안 될 지경으로 맛이 갔다. 표정이 굳은 채 보드 들고 바로 공장으로 간다. 지난 한 달 동안 멋진 불꽃놀이를 수도 없이 해 왔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 김이 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는 기계를 적당히 만들어서 팔아먹을 수는 없고. 사람들이 서서히 지쳐간다. 입만 열었다 하면 이렇게 말했다; 이것만 통과하면 올 클리어 올 고다! 도로를 포장하는 과정인 셈인데 공사가 끝나면 천상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선명한 푸른빛을 띤 하늘을 볼 수 있다. 나? 나야 늘 꿈동산에 사는 텔레토비니까 좌절할 시간이 없다. 희망, 꿈, 용기 등등의 갖잖은 허풍에는 생체 연료전지, 즉, 체력이 필수적인데, 다들 집에서 닭 한 마리 고아먹고 힘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누라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엔지니어들과 작당해서 다음 번 임베디드 컨트롤러에 몇몇 회로를 슬며시 넣어기로 했다. 내년 초에는 나도 손수 만든 PDA를 들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흐뭇하고 음흉한 미소를 띄워본다.

naver.com, yahoo.co.kr, 이 두 회사는 굳이 로봇 배제 규칙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웹 페이지를 긁어가 자기들 검색 페이지에 버젓이 내 블로그 페이지가 나타나도록 만들었다. 싸가지 없는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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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sync

잡기 2005. 3. 17. 02:19
집에서 조차 노트북과 데스크탑을 같이 사용하니까 여기 있던 파일이 저기 없고, 저기 있던 파일이 어디갔는지 모르겠고, 매번 일일이 날짜, 크기 비교하고 일일이 파일을 열어 확인하려니 답답하다. gypark.pe.kr에서 unison을 사용해 pc를 동기화 한다는 글을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막상 하려니까 두 컴퓨터 모두 windows pc이다보니 셋업이 귀찮아 포기했다. 그러다가 영 안되겠기에 오늘 다시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설치해 보니 dirsync가 그럴듯 했다. 과자도 구하기 쉽고 딱 필요한 기능, 스케쥴링과 bidirectional sync 등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파일 이력 보관이 안되어 이쪽에서 지웠지만 저쪽에서 지우지 않은 파일은 다음 싱크할 때 저쪽의 지우지 않은 파일을 다시 이쪽으로 복사. 당분간 이걸 사용하고 더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뒤져 봐야겠다.

줘 봤자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지만 아내가 떠나기 전에 지도와 정보를 프린트해서 건네 주었다. '밍글라바' 정도는 알아야 되지 않나 싶었다. 놔떼 하고 모레 하지만 마넥부터 뾰하자면 일만 죽어라고 했다. 쩌노 같으면 마띠부해서 헤메지 말고 몇 마디 더 배워서 쩨쭈 띤 바떼 정도는 뾰하고 똥야짜리 터민쬬 싸, 밍굿떼 실컷 싸하고 하루 종일 닝 샤웃 똬봐 하겠지만 아내가 과연 그럴까? 아내는 자신이 꽤 여행을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글쎄? 여행 요령 정도가 몸에 붙었겠지.

간만에 orcad로 회로를 그려본다. 정말 오랫만이다. 몹시 버벅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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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뒷산으로.

잡기 2005. 3. 14. 01:26
저번 주와 같다. 담배를 한갑 반 피우고 이틀 연속으로 술을 마신 다음날이고, 아침에 머리 아프고 속이 쓰려 겔겔 거리다가 산에 갈 요량으로 향긋한 냉이국에 밥을 말아 후루륵 먹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아 한 시간쯤 더 잤다. 간다, 갈꺼다. 더 실험해 봐야 한다. 더 자면 안된다.

12시 좀 넘어 gps와 만보계 따위를 챙겨 출발. 근육이 뻣뻣하고 묵직하다. 비봉까지 쉬지 않고 걸었는데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불안하다. 무시하고 걸었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어 비봉 꼭대기에서 서 있다가 종잇장처럼 날려갈 것 같아 얼른 내려왔다. 눈이 녹았고 일요일임에도 의외로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발 끝으로 사뿐사뿐 걸었다. 발끝으로 걸으면 이동중심을 잡는데 편했다. 그 탓에 만보계를 허리에 차도 천 걸음을 걸으면 구백 걸음 정도 밖에 찍히지 않았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속이 메슥거려 시원하게 위장에 들은 것은 다 게워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는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사모바위까지 악다구니로 쉬지 않고 걸었다. 휘휘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옷깃을 세우고 컵라면을 먹고 배를 뜨뜻하게 한 다음 다시 출발했다.



문수봉 언저리에 다다랐다. 저번주에 여기서 꼭대기까지 네 차례나 가다 쉬기를 반복했다. 그때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이 정도로 내 몸이 망가졌단 말인가? 그럴리가...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상태가 이상해져서 별 것 아닌 일마저 사회, 국가 탓을 하게 됨은 물론, 수시로 짖어대는 옆집 천문대의 스패니얼 강아지마저 증오하게 되니까.

한숨 한 번 쉰 다음 이를 악다물고 기어 올라갔다. 쉬지 않고 한번에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배낭에서 아내가 싸준 약밥을 꺼내 걸으면서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그리고 찰칵 스위치가 켜졌다. 뛰었다. 더 가도 괜찮지만 저번주처럼 평창동 쪽으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연시내 역에 내려 사우나에 들어가 각각 사우나실에 세 번, 냉탕에 세 번씩 몸을 담궜다. 냉탕의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머리통에 계속 맞아 가벼운 두통이 생긴 것까지 저번주하고 똑 같았다.

저번주에는 산행에 다섯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세시간 반 걸렸고 저번주에는 알이 배어 이틀이 지나 알이 풀렸지만 이번에는 알이 배기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안다. 저번주에는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반쯤 풀려 있었지만 이번 주에는 내리막길에서는 다리 근육에 부담을 주려고 일부러 걸음걸음을 가능한 천천히 떼었다. 저번주에는 죽을 둥 말둥 하면서 간신히 기어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술기운이 사라질 무렵부터 뛰어서 올라갔고 앞서가던 사람들이 내가 지나갈 때까지 길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래서 평균 속도 2.6km/h, 최대 시속 17km이라는 기록이 gps에 남았다. 만보계에는 19049걸음이 찍혔고 총 9.1km를 걸었으며 620kcal를 소모하고(만보계여, 웃기지 말아라. 그 이상이다) 1.8리터 분량의 수분을 체내에 흡수하고 300그램을 사우나에서 땀으로 빼냈다. 체중은 66.6kg, 지난 2년 동안 변하지 않은 그 체중으로 신속히 복귀했다.

이번 산행은 어디까지나 저번 주 산행의 당혹스러움, 말하자면 시골 소년의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이를 으드득 갈면서 하게 된 것이다. 그 정도로 몸이 나빠졌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주일 내내 그 생각에 잠 못 이뤘다. 체력이 그 모양이면 지금 내 상태는 거진 정신지체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다면, 노화(둔화)가 시작 되었다는 것.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하며 으슥한 숲속으로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눗는데, 불어오는 칼바람 때문에 자지 끝이 몹시 시렸다. 노화는 필연적이다.

어젯밤 같이 술 마시던 상유 아가씨 말에 따르면 내가 안띠구아에서 죽을 고생을 했던 화산 이름이 빠에야 라고 한다. 그 동안 이름도 모르는 화산을 증오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비바람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여서 분화구까지 내려가(물론 미친 짓이다) 벌건 용암과 쉭쉭 거리며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엄청난 수증기의 장벽 때문에 무서워 벌벌 떨면서도 따뜻한 돌을 주워 손과 가슴에 품고 체온 저하를 막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고 가시거리는 2m 안쪽이었다.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머리통이 데프콘3의 전략상황실로 탈바꿈해 있었다 -- 내게 생존 욕구는 본능 보다는 정보 처리에 더 가까왔다. 빠에야는 활화산이라서 최근에도 활화산다운 짓거리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아마존 정글 한 복판이나 그런 비바람이 몰아치는 화산에서 GPS, 노트북, 위성인터넷 따위의 첨단장비가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시골 소년의 '감'보다 못하고 쓸모 없는 것이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저번주에 혜관과 술 마시며 얘기하던 것과 비슷한 주제였다. 오늘 내가 입고 간 옷은 네팔리 양아치가 입고 다닐법한 네팔산 캐시미어 색동옷에 집에 나돌아다니는 작업용 목장갑을 끼고 체육복 바지 차림이었는데, 북한산을 방문한 사람들 중에서(북한산은 전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산으로 기록되었다) 등산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관계로 몹시 돋보이는 생뚱 맞는 패션이었다. 고작 트래킹 하는 사람들이 입는 것 하나만큼은 가히 일품이었다. 쿨맥스 내의, 폴라 폴리스 옷감에 고어텍스 오버트라우저는 기본이었고(개중에는 고어텍스 XCR도 있을 것이다) 트랙스타나 블랙 약 따위의 신발을 신고 멋진 선글래스와 밀러 배낭을 매고 다녔다(다행히 카멜 팩은 안 보였다). 노스페이스, 코롱스포츠, 영원, 에델바이스, 온갖 '메이커'는 다 봤다. 그것도 모자라서 지팡이를 집던가 충격 흡수 티타늄 쌍지팡이까지 들고 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가씨 말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이를테면 나는 오늘 그 화산에 돌아다닐 때 신고 다녔던 다 닳아빠진 신발을 신고 산에 갔다. 4년 전에 동대문에서 만원 주고 산 것이고 아직 해체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신고 다닌다. 30도의 비교적 경사가 급하지 않은 암반을 발끝으로 밟으면 얼음판의 아이스하키 퍽처럼 스무드하게 미끄러질 뿐만 아니라 지하철 바닥에 물청소라도 하면 직직 미끄러지는 신발이라 온 신경이 곤두서고 그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다. 빨판이 고어텍스 하이퍼그립이었다면 45도 암벽에서 허리 뻣뻣이 세우고 발끝으로 사뿐사뿐 건방지게 올라갔을 것이다.

이를테면 GPS, 쑨토 시계 따위 고가 장비는 멋으로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럴만한 댓가를 치룰 위험이 있을 수 있는 곳에서 보잘 것 없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 (난 피드백에 사용한다. 내겐 정보 처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경제 사정이 허락하면, 신발부터 제대로 된 것을 사고 싶다. 굳이 산에 오를 생각은 없지만 기압계가 달린 시계도 필요하다. 내가 이래뵈도 겁데가리가 없다는 축에 끼는 사람인데, 대자연 앞에서 괜히 겸손한 체 하지 않는다. 대자연의 엄청난 폭력에 기가 질려 공포에 떠는 편이다.그런데 정글 한 복판에서 위성 인터넷이라니, 북한산 트래킹 코스에서 최고급 장비 쓰는 것만큼 천박해 보이긴 하지만 비웃지 않는다. 장비의 가치를 아니까. 그렇다고 위대하신 자연이 준비 안 된 놈들만 유난히 조지는 것은 아니지. 대자연은 항상 정치적으로 올바르시니까.

산에서 옷 많이 껴 입을 필요없다. 무조건 방수,방풍만 되면 된다. 달리말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기만 하면 된다. 언젠가 어떤 등산객이 내 15만원짜리 오버트라우저를 흘낏 보더니 하는 말을 듣고 감동먹었다. "최고의 방수,방풍복이 뭔지 아나? 동네 수퍼나 애들 문구점에서 파는 커다란 김장용 비닐이야. 왔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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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로봇 전시회

잡기 2005. 3. 12. 16:45
아침에 일어나 그 동안 잊어버려 미루었던 PC-GPS 연결 케이블을 만들었다. 안 쓰는 카드를 자르고 저항 다리를 적당히 잘라 접점을 만들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케이블 중에서 쓸만한 것을 연결하고(스테레오 헤드폰잭 암/수) 글루건으로 적당히 고정했다. 노트북과 PC로 접속을 해보니 NMEA 시그널이 잘 나왔다. GPS를 워낙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위성을 추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동안 GPS에서 백업받지 못하고 방치했던 waypoint data를 백업했다. GPS를 PDA에서 사용하기 위해(왠지 바보짓 같다) pathaway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고 서울 시내 상세 지도도 구했다. PDA와 GPS를 연결하기만 하면 적어도 지도를 이용한 트래킹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서울 시내에서 뭣하러 지도 봐가며 돌아다녀야 하는지 사실상 쓸데없는 짓이었다. (핸드폰으로 건당 50원이면 위치추적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어쨌거나 웨이포인트 데이터베이스를 이리저리 구해서 다른 활용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로봇, FA 전시회 때문에 코엑스에 들렀다. 별로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들른 김에 윗층에서 하는 국 제 레저 스포츠 전시회인지에 들러서 몇 가지 물건을 샀다. 15000원 짜리 자가 발전등(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다는데 글쎄다..), 3천원 짜리 폴리머 아이스(?)라는 소재로 만든 냉각 스카프, 3천원 짜리 수영 타월. 월요일에 여행 가는 아내 주려고 샀다.

예전에 코엑스에서 무선랜이 '무료'로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노트북을 꺼내 시도해 보았다. 몇 군데 AP가 잡히긴 하지만 DHCP 서버를 운영하지 않아서 접속이 되어도 IP를 받아오지 못했다. 자리를 옮기니 된다. 무선랜도 되고 해서 엔트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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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잡기 2005. 3. 10. 22:54
아내가 비자를 만들어 왔다. 비자를 발급받고 나니 여권에 더 기록할 페이지가 없다. 2001년에 만든 여권이니 그동안 많이도 울궈 먹었다. 이번 미얀마 비자는 희안하게도 여권에 붙은 비자 스티커와는 별도로 석 장의 서류를 미리 작성하고 공항에 도착해 그 중 두 장을 제시해야 한다.

대마초의 법적인 허용이라... 글쎄다.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신해철, 전인권 등과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이를테면 노래를 업으로 삼는 행운을 누리지 못해 삽질이나 하는 팀원들이 평소 즐겨하던 그 재밌는 일은 안 하고 사무실 구석에 벌러덩 누워 대마초를 빨면서 세상은 좋은 것이야 하고 헬렐레 하는 모습을 쳐다보는 상상을 했다. 옛날 마약의 폐해를 경고하던 '공익'광고와 내 머리속에서 떠오른 영상이 그렇게나 똑 같았다. 왠 미친놈이 거리에 자빠져 눈이 뒤집힌 채 헤헤 거리고 있는 광고의 한 장면. 게시물을 읽다보니 어떤 친구가 이렇게 적어 놓았던 것 같다. '사강이 말하길, 인간은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왜 그것을 공권력으로 막으려 하는가?' 좋은 말이다. 하고 싶은 것 있으면 다 해봐라. 나중에는 쪽팔려서 못하니까. 그나저나 자식이 그런 말을 하면 안타까워 할 부모가 한둘 쯤은 있을 것 같다. 피워보면 알게 되겠지. 법적 제제가 풀려 마음껏 대마초를 피우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이후가 몹시 궁금하다. 대마초를 좋아했고 기회만 주어지면 피워댔지만, 안 피울꺼다... 라고는 못하겠고... 법이 풀어줘도 거의 안 피울 것이다.

전인권은 대마초 빨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된다. 그림도 되고 글도 된다. 그런데 운전이나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나 프로그래밍은 잘 안될 것 같다. 아참, 내 경우에는 대마초 피우니까 발기가 잘 안 되었다. 그저 세상이 웃기고 즐겁고 재밌었다. 그래서 생각컨대, 정서적 파탄의 시기에 대마초가 술, 담배, 맛있는 음식, 사랑의 손길, 심지어 친구의 진심어린 충고보다 백 배쯤 효과적일 꺼라고 나름대로 평가한다. 대마초를 피우는 내 모습을 바퀴벌레 쳐다보듯 하는 한국인을 향해서도 환하게 웃어줄 수 있다. 그렇게 좋다.

CVS를 갈아엎고 subversion을 쓸까 하다가도 벌써 수개월째 망설이기만 했다. 하필 툭하면 깨져서 인상이 매우 안 좋은 버클리DB를 사용할 줄이야... 좀 더 지켜보고. CVS 특히 *닉스 버전의 CVS는 여러가지 괴롭고 신경 쓰이는 문제들이 많았다. CVSNT를 사용하다가 보안 때문에 리눅스에 CVS를 설치해서 쓴 이후로 잡다하고 귀찮은 일꺼리들이 늘어났다. 학교의 네트웍에 서버가 물려있다보니 러시아, 필리핀, 우크라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어떻게든 비비고 들어오려는 녀석들이 하루에 너댓명씩은 되었다. NT가 인트루더에 대해 특별히 로그를 남기는 것도 아니고 오디팅 기능이 미흡해서 그동안 NT 서버를 쓰면서 해킹 시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NT를 없애고 서버군을 모두 리눅스로 갈아치웠다. 와우 대신 페도라를 설치하고 SE모드를 사용하고 ssh를 비표준 포트로 사용하니 아예 시도 자체가 블로킹 되어 갑자기 서버가 잠잠해졌다. 지금은 열악한 모뎀으로 매일 꾸준히 방문해 주셨던 필리핀 해커가 그리울 지경이다. 제작년에 17만원 주고 산 서버는 사망하셨다. 리눅스를 설치했던 그 서버는 자기가 맛이 가고 있다는 것까지 알려주셨다. NT였다면 아무 말 없이 픽 죽어버렸을 상황이었다.

도서관에서 점심 먹고 잡지를 읽다 왔다.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은 여섯권, 건질만한 책은 한 권도 없었고, 진도가 매우 느린데, 중간에 묵향을 19권까지 읽고 다큐멘터리를 30여편 가까이 보고 시리즈물도 꽤 많이 봤고(스타트랙, 커넥션, 리제네시스, 배틀스타 갤럭티카, 밀레니엄, 사이언스21, 바빌론5 따위), 7-80권씩 하는 만화책을 서넛 보고 매일 12시간씩 일하니까 책(단일 주제를 가진 단행본이 더 정확하겠지) 읽을 시간이 많이 줄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미디어물이나 시리즈물, 만화책 따위에 각각 책과 등가한 점수제를 도입해 책 읽은 갯수를 늘릴까 하다가 왠지 쩨쩨하고 야비해 보여서 관뒀다. 그동안 그것들은 카운트에 포함시킨 적이 없다. 폄하한다기 보다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매년 미디어물에 대한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올해는 3개월 동안 영화와 미디어물을 합쳐 적어도 400시간 이상 보았고 하루에 2-300kb 분량의 텍스트를 본다. 이동 중에 간신히 책을 읽는 정도다. 일과 여가 활용이 그 모양이다보니 산에 올라가서 근육이 당겨 헉헉 거리는 것은 당연했다. 저번 산행은 생각할수록 당혹스러웠다. 세 시간 동안 쉬지않고 움직였다고는 하지만 체력이 그렇게나 바닥이 났을 줄이야... 어쨌든, 그렇다고 그렇게 본 것들이 소화가 잘 될까? 대다수 영상물은 하향평준화 되다 보니 중언부언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는 탓에 밀도가 낮고 단위 시간당 흡수율이 떨어졌다. 책을 읽고 싶어도 일정 정도 이상의 품질을 찾기 힘들다. 이유야 뭐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인문사회학에 대한 강한 거부감 탓인데, 요즘은 서점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더라도 기술서, 실용서 따위만 보고 인문 서가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서점에서 한두권씩 읽은 책들은 읽은 책에 포함시킨 적이 없다. 올해 관심있게 본 책들은 건축, 환기 시스템, 항공, 위성통신, PIC, AVF, FPGA에 관한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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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접투자상품

잡기 2005. 3. 9. 17:20
동네 수퍼에서 담배를 판다. 팔 수 없는데 팔았다. 그래서 늘 수퍼를 나설 때 잔소리를 들었다. '나가실 때 담배 좀 주머니에 숨겨 주세요' 하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잠깐 시간이 나서 PC에 달 적외선 리모컨 포트를 만들었다. 시리얼 포트의 DTR에 78L05를 달고 적외선 모듈에 +5V를 공급해 모듈에서 수신한 시그널을 RxD로 받는 간단한 것이다. IRAssistant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PC를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해보니 잘 된다. 시간 나는 대로 슬슬 하나씩 만들어 가자.

작년에 제2금융권에 예금을 넣어둔 것이 있는데 복리 연이율이 5.27%였다. 예금 뿐만 아니라 아내 여행자금 대 주려고 적금도 들었는데 그건 6% 짜리였다. 비과세고, 은행 금리보다 나았는데 이율이 그렇다고 수 개월 전 술자리에서 말하니 김씨 아저씨는 그럴 리가 없다, 이것 저것 다 까고 나면 은행의 시중 금리보다 크게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정말이라니깐 하고 우기다가 나중에 이자 받을 때 두고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집 계약하면서 예금을 해약할 때 실제로 받은 이자는 원금의 2.6% 가량이었다. 내가 틀렸구나 싶어 인정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통장을 찢다가 살펴보니 예치 기간이 6개월이었다. 따라서 실제 이율은 연 5.27%가 맞았다. 이럴 수가. 닭대가리인 내가 또 옳았단 말인가? 며칠 전에 다시 김씨 아저씨와 술 먹다가 형이나 나는 보잘 것 없는 인간이고 자존심 따위는 없는 것이 낫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는 자존심은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는데, 웃기지 말라고,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보잘 것 없는 주제에 자존심은 무슨 얼어죽을 자존심이 있냐고 말했더니 갖가지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 아내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self-centred라서 남 생각은 눈꼽 만큼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내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기 생각을 많이 했다. 건강에 안 좋다.

한미은행이 시티은행에 합병된 후 따뜻한 몬드리안 간판을 내리고 매우 구리게 생겨 밥맛 떨어지는 시퍼런 시티뱅크의 간판이 내걸렸다. 심지어는 그런 간판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행할 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여튼 그동안 귀찮아서 안 가던 은행에 들렀는데, 점원이 잘못 안내해주는 바람에 이상한 사람한테 불려가(CE라는 직책은 뭐지?) 난데없이 투자상품 설명을 들었다. 자기는 일억 미만의 고객은 상대하지 않는데 어쩌다가 내가 자기한테 '배당'되었는지 어리둥절해서 새로 갈린 직원에 대한 교육을 단단히 시켜야겠다고 마음먹는 눈치였다. 그가 일억 미만의 고객은 상대하지 않게 된 것은,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작년에 주식으로 일억을 깔끔하게 날렸기 때문이지 싶다. 일억도 날리고 해서 평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지, 아니면 특별히 할 일이 없었는지 그는 두 시간을 넘게 설명했다. 나는 그저 어떤 것이 훨씬 자극적인 투자가 되는지 그가 내미는 카탈로그마다 쳐다보고 있었다. 남들처럼 유행을 쫓아 적립식 펀드나 가입하려고 은행에 왔는데, 그가 떠드는 걸 들어보면 참 대단한 정열이다. 다른 은행들처럼 그도 처음에는 '변액 유니버셜 보험'에 열을 올렸다. 변액 유니버셜 보험의 '변'자만 들어도 짜증이 나는 형편이라 2분쯤 들어주다가 가입할 생각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죽었을 때 보험금이 나온다면 아내가 상실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조언대로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넣는 돈은 최소한으로 줄일 생각이다.

인터넷에서 매번 투자성형 테스트를 할 때마다 왜 '안정지향형'이 나오는지 평소 지니고 있던 의문을 말하자 그가 설명했다. 최소한 수억의 여유자금으로 5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면서 원금 다 까먹고도 미소를 잃지 않아야 '공격형'이 된다는 것이다. 글쎄... 투자 개념이 없는 무지자라서가 아니고? 그렇게 고객을 폄하할 수는 없으니까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적으로 돈도 별로 없고 그럴 시간도 없고 더더군다나 돈 다 잃고도 미친놈처럼 웃고 있을 이유가 없는 나 같은 서민은 그러니까 애당초 공격형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름대로 내가 매우 공격적이고 하이 리턴을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이유없이 하이 리스크를 즐긴다는 것을 그 동안의 삶 동안 잘 알고 있었다. 설명을 더 들어봤자 재미도 없고, 일억을 날린 뒤 이상한데 정열을 보이는 아저씨의 권유를 멀리하고 흥미로워 보이는 100% 주식 투자 상품 둘에 올인했다. 그리고 외화 거래 통장을 비롯한 통장 셋을 받고 시계도 선물로 받았다. 이번 달 생활비만 빼고 통장에 있던 돈을 몽땅 쏟아 넣었다. 나름대로 공부도 했던(경제신문 2년 쳐다보기 뭐 그따위 것들) 주식만은 그 동안 할 수가 없었다. 본업도 아닌 것에, 자기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그래프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헬쓱한 얼굴로 쳐다보는 것은 영 흥취가 안 생겼다.

잊어버리고,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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