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에 해당되는 글 569건

  1. 2004.08.28 불편부당, 그리고 오만함.
  2. 2004.08.22 일요일에 밥 해먹기 3
  3. 2004.08.22 multi precision arithmatic 2
  4. 2004.08.19 마음의 우기 4
  5. 2004.08.12 페르세우스 유성우 2
  6. 2004.08.08 계곡에서 보낸 이틀 4
  7. 2004.08.06 후두 염증의 진단과 치료 4
  8. 2004.08.06 Lyall Watson, Jacobson's Organ 1
  9. 2004.08.04 악마 같은 남성
  10. 2004.08.02 마이싱이다 1
  11. 2004.07.30 찌꺼지 사진들 정리
  12. 2004.07.30 설명이 제대로 안 된거야
  13. 2004.07.28 담백하라
  14. 2004.07.27 행복한 문희준 3
  15. 2004.07.26 기생충
  16. 2004.07.22 네 끼 먹기 3
  17. 2004.07.19 주말 1
  18. 2004.07.01 ...
  19. 2004.06.29 나가기 전 3
  20. 2004.06.28 지하철에서 본 글 2
  21. 2004.06.22 altered reality 2
  22. 2004.06.20 24시
  23. 2004.06.12 원더우먼 8
  24. 2004.06.10 hero
  25. 2004.06.09 예술 실무 9
  26. 2004.06.08 랏시 만들기
  27. 2004.06.07 You're Only Lonely 4
  28. 2004.06.04 리트라이 1
  29. 2004.06.03 달의 몰락 1
  30. 2004.06.01 벨소리 업로드 2
저번 주 일요일, 용산에 가서 중고 핸드폰을 구매할 생각이었다. 업자에게서 분실보상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잃어버린 핸드폰은 24만원짜리를 24개월 할부로 구입한 것인데 아직 할부 기간이 끝나지 않아 해당 사항이 없단다. 잔금으로 치러야 할 것이 17만원 가량. 10만원 미만으로는 쓸만한 중고 핸드폰을 구하기 힘들어 보인다. 인터넷에서 뒤져봐도 마찬가지다. KTF 콜센터에 전화하니 분실보상이 가능하단다. 대리점에 들러 기계를 구입하려고 하자 분실보상을 해줄 수 없단다. 다시 콜센터에 전화하니 분실보상은 엄연히 가능하단다. 다른 대리점에 들러 기계를 구매하려니 역시 안된단다. 이번에는 대형 대리점에 들러 분실보상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안 된단다. 그래서 콜센터 직원을 연결해 주었는데 대리점 직원 말로는 자기들에게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권한. 좋은 말이지.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KTF ever e-3300 기계(내 경우에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 이걸 구매하기로 마음먹었지만)을 주문했다. 13만 7천원, 꽤 괜찮았는데 결정적으로 자기들은 분실보상을 해줄 수 없단다.

된다, 안 된다. 임대폰 빌릴 때하고 상황이 비슷하다. 전화질을 3일쯤 하다가 슬슬 귀찮아서 KTF 플라자에 들렀다. 임대폰을 반납하면서 분실보상에 관해 알아봤다. 자기들 플라자에서 가능하단다. 그러고 여러가지 기계를 내 놓는다. 전번 기계의 할부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싼 핸드폰을 구매하려니 살 떨려서 지금껏 싼 것들만 알아보고 다녔는데 플라자에서 가장 싸다는 것이 23만원이다. 시중보다 무려 십여만원이 비싸다. 23만원 짜리는 영 꽝이라서 그보다 나은 것을 고르려니 팬텍의 K-1200 기종, 허접한 단말기 주제에 26만 7천원 짜리.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다시 물어봤다. 콜센터에서는 분실 보상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그 대리점까지 알려줬는데 대리점에만 가면 분실보상이 안된다고 말하더라. 왜 그러냐, 플라자 여직원 왈, 콜센터 직원은 몰라요. 분실보상이 되는 곳은 여기 플라자 뿐입니다. 그럴리가.. 전화기를 들고 대질확인을 해 보려고 콜센터에 전화를 하려다가 말았다. 플라자 직원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수 없이 여기서 단말기를 구입해야 할 것 같다. 플라자 직원은 10만원 가량을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붙여 요령있게 할인해 주었다. 다른 이통사로 전환하려는 사용자를 막기 위한 보상할인 제도라나? 그래도 16만 7천원이고 가격에 비해 기계의 허접스러움은 여전했다.

5분쯤 통화하자 핸드폰에서 소리가 뚝뚝 끊긴다. 큐리텔 단말기는 전부(2개 밖에 사용해 보지 않았지만) 그 모양인 것 같다. 슬슬 이러면 안되는데 싶어졌다. 이 기계를 들고 또 as센터를 들락거려야 한단 말인가? 구입 후 14일 이내에 환불이 가능하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니 애가 닳아서 KTF 웹 사이트에 들어가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email을 보냈다. 답장이 왔다. 분실 보상 판매는 플라자 뿐만 아니라 일반 대리점에서도 가능하다고 앵무새처럼 다시 반복한다. 좋다. 그럼 환불하겠다. 행여 분실보상이 안되면 미납금 17만원을 갚고 다른 이통사로 이전하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아직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임대폰, 분실보상 두 가지 경우를 합쳐 대략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차라리 분실보상이 안된다고 말했다면,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찾을 가망이 거의 없다고 일찌감치 말해 주었더라면 2주를 이렇게 보내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허접한 서비스로 2주를 엿먹인 KTF를 계속 사용해야 하나? 실용적인 의문이다.

아내가 두더지처럼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것에 지쳤다며 버스를 타 보잔다. 그러기로 했다.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은 원효로. 어떻게 가야 하지? 예전같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살고 있는 은평구, 서대문구, 일산 등지는 지역 코드 번호가 7이다. 달리 말해 대충 방위를 정한 후 버스 번호의 앞자리가 7인 버스를 찾아보면 된다. 있다. 7016번이 용산 부근에서 신촌까지 지나간다. 탔다. 내렸다. 배가 고파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떡볶기를 시켜 먹고 방금 내린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 다른 버스를 탔다. 연결편이므로 요금을 더 내지 않았다. 새로 바뀐 버스체계의 좋은 점이다. 아무 것도 몰라도 집에서 동대문행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점. 논리적이고 사실적으로 옳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 전번 술자리에서 모 사장을 칭송했다. 그는 집을 네 채나 가지고 있는데 이번 부동산 법 개정 때문에 거의 폭격을 맞다시피 한 사람이지만 똥 씹은 표정으로 펼치는 그의 주장은, 노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익에 합치되지 않지만 옳은 것을 주장하면서 손해를 감내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계속 그러하길. 수고~

오래된 농담: 세상에는 오직 10 종류의 사람들만이 있다. 바이너리를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there are only 10 types of people in the world: those who understand binary, and those who don't.) 코코를 이용해 컴파일러를 만들긴 만들었는데 expression을 lvar euqal rexp 형태로 나타내는 것이 나을 지 rexp로만 설정하고 assignment를 구문으로 사용하는 것이 나을 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구현은 후자 쪽이지만, 아무래도 전자가 c 관행에 어울린다. 후자의 경우 LL(1) parser라서 bnf구문의 left order conflict가 생겼고 resolve가 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음.. EBNF를 지원하는 보다 자유로운 LALR 파서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닐까? 농담만큼이나 실용적인 의문이다.

방문자를 배려하는 블로그, 이 양반의 주장에 따르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불친절한 블로그는 그만한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기꺼이 그 댓가를 치르는 사람이 있고 그런 이유로 손님에게 불친절한 블로거가 딱하게 '인격에 문제가 있다는 등' 욕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나는 작년 2003 블로기 어워드에서 감히 남들이 넘볼 수 없었던 단독 경쟁으로 '유아독존' 부문 에서 상을 받았던 사람이다. 하하.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면 인격에 문제가 많은 나도 물론 게시판질을 한다. 이렇게;


갈 데가 없어 하플에 들렀습니다. '아이 재미없어. 재밌는 거 없어?' 라고 말하는 호미니드는 확 자살해 버리기는 커녕 지구 어디에서나 활발하게 입을 놀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옛날에 루시퍼 원리로 빅 히트를 친 바 있는 데이빗 블룸의 '집단 정신의 진화'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먹이가 풍부한 지역에서 번성하던 박테리아 군집체에도 위기는 어김없이(늘 그렇듯이) 닥친다. 기근, 아사 상태에 이른 군집체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포자를 파견해 주변 지역을 탐색하며 먹이를 활기차게(아, 아닌가? 절망적으로 미친듯이) 찾는데, 성공적으로 먹이를 발견한 SCV는 자신의 고향에 그 내용을 리포트하는 화학물질을 발산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실패한 포자는 자신이 실패했음을 알리는 화학물질을 방출하며 죽어간다는군요. 군집체는 탐색에 실패한 포자의 메시지를 받고 그에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죽음의 냄새라고 할 수 있겠죠. 비슷한 군집생활을 하는 인간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그와 유사한 펑션과 더불어 문화적 밈을 통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거지요. 가령, 우울증에 빠진 놈이나 미친 놈 또는 실패한 놈들은 집단의 시각에서 봤을 때 전철을 되밟지 말아야 할 일종의 지표가 되는 생물학적 시그널을 자기도 모르게 외부에 발산하게 되는데, 그래서 우울한 놈은 점점 더 우울해지고, 미친 놈은 계속 미쳐가고, 재미가 없는 놈은 점점 더 재미가 없어져 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단의 생명력의 본질인 다양성을 추구하는 그런 종자 중 실패자는 집단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생물학적인, 집단에 내재된 메카니즘이 있다는 뜻이지요. 댁이 아주 싫어할 것 같지만 나는 히히덕 거리면서 즐기며 나름대로 해석해 본 블룸의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재밌어져라 죽고싶지 않으면.


메시지가 분명하지만 타인에게 나는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재미있는 인간이 되어야 할 환경압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생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재밌어지거나 앞서가거나, 시련을 극복하거나, 훌륭해지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진화상의 이익 내지 목적은 교미와 번식의 성공인 것 같다. '사회적인' 블로그가 설마 무의식적으로 교미와 번식의 성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겠지?

오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제목이 무척 흥미롭다.

* 프랭크 오스키, 오래 살고 싶으면 우유 절대로 마시지 마라
* 노구치 하루치카, 오래 살고 싶으면 감기에 걸려라

한달동안 열댓 권의 책을 읽었다. 읽어야할 SF는 밀렸음에도 불구하고. 파퓰라 사이언스에 최근 SF의 추세에 관한 기사(Is Science Fiction about to go blind?)가 실렸다. 소개된 SF 작가들의 면면이 약간 지겹긴 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Charles Stross, Cory Doctorow, Greg Egan, Vernor Vinge, Neal Stephenson, 모두 프로그래머다. 이건의 신간 Schild's Ladder에는 양자 그래프 이론이 나온단다. 양자 그래프 이론은 현직 물리학자들도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이론이란다. 양자 그래프 이론이 뭐지? 이건이야 말로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 엎친 데 덮친 격인 SF작가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면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단순하고 달성 가능한 쉬운 목표로 주말을 보내기로 했다. 면을 잘 만들기 위해 한 3년쯤은 노력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고난 감각도 없는 주제에 너무 자신만만한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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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밥 해먹기

잡기 2004. 8. 22. 20:01
며칠 동안 집에서 되는 대로 이것저것 만들어 먹었다. 태국식 쌀국수, 베트남식 쌀국수, 탕수육, 월남쌈, 태국식 볶음밥 따위 여러가지 잡생각이 들면서도 비교적 만들기 간단한 것들. 남쁠라(베트남에서는 느억맘; fish souce인데 한국의 까나리액젓이나 멸치액젓처럼 생선을 발효시킨 조미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이 있으니까 그런 음식 만들어 먹기가 한결 쉽다.

탕수육. 꿀, 설탕, 간장, 식초, 물 약간 넣고 끓이다가 거기에 당근,오이 따위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익을 때까지 끓이다가 전분을 첨가해 걸죽한 소스를 만들고, 계란, 밀가루, 물, 소금 약간 등으로 튀김옷을 만들고, 냉동실에 남아있던 삼겹살(안심이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오징어, 두부 따위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중불에서 노릇하게 초벌로 튀기고 식혔다가 다시 센불에서 삽시간에 튀겨 기름을 빼고 접시에 올린 후 소스를 끼얹는다. 의외로 만드는 방법이 쉬웠다. 아내와 합작.

월남쌈. 재료 부실. 겨우 8가지. 특히 향초들이 없어서...

월남쌈을 살짝 튀긴 후 태국식 튀김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럭저럭 베트남 길거리에서 먹던 맛이 난다. 특히나 튀겨진 라이스 페이퍼의 아삭한 맛이 환상적이다. 춘권은 베트남식이 가장 나은 것 같다. 쌈 싸는 것은 과거 여러 종류의 잘 돌아가던 멀쩡한 기계를 망가뜨리며 뼈저리게 익힌 내 손재주가 아내보다 월등히 낫다.


태국식 볶음밥. 안남미로 밥을 지었다. 대략 10분 정도 걸렸다. 내 지론이지만 자포니카 종 쌀은 볶음이나 요리에는 부적당하다. 밥덩이가 뭉쳐서 양념이나 향신료가 잘 배이지 않고 밥을 짓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 밥을 하는 동안 재료 준비를 해 놓고, 소금과 후추로 살짝 간 해 놓은 계란을 풀어 먼저 살짝 익혀 놓은 후 건져 놓고, 기름에 마늘, 마늘쫑, 부추를 볶아 기름에 향이 배이도록 한 다음에 감자, 당근, 양파, 피망을 넣고 볶다가 새우, 소고기를 넣고 볶고 밥과 계란, 남쁠라, 소금 약간을 넣고 센 불에 후다닥 볶은 다음 접시에 담아 쑥갓과 오이를 썰어 얹었다. 맛있다. 남쁠라가 없었더라면 이런 맛이 안 난다. 볶음밥 만큼은 확실히, 태국의 아주 잘하는 레스토랑 수준에 근접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태국식 고추 가루 풀어놓은(또는 절인) 식초가 빠져 약간 쓸쓸하다.

다음에 해 먹고 싶은 것은 태국식 커리인데 집에 갖추어놓은 향신료가 없어서 일단은 무리다. 태국 커리는 인도 커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향신료가 들어간다. 일단 http://www.yum.co.kr에서 코코넛 밀크와 그린 커리 페이스트, 치킨 스톡 따위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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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ti precision arithmatic

잡기 2004. 8. 22. 00:09
머리가 안 따라주면 주말에도 놀지 말고 일해야 한다. 어렸을 적에 짰던 코드와 하등 다를 것이 없는 것을 짰다. 그런데 누쓰 알고리즘이 어떻게 되는지 잊어버렸다. 책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의 책은 옛날 옛날 먼 옛날에 고구마 궈 먹으려고 들판에서 태워버렸다. n-bit precision arithmatic 중 사칙연산과 논리연산만 있으면 되는데 토요일 하루 종일 안 돌아가는 머리로 코드를 짰다. 곱셈과 나눗셈 계산 하는 방법을 잊어먹은 것이다. 제길헐... 간신히 되긴 했는데 내가 왜 이 코드를 짜게 되었는지 그 '목적'을 잊어 버렸다. OTL

지금은 어떻게 연산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속도가 별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난 대체 뭐하는 놈일까...



typedef unsigned int Unit;

class Integer
{
public:

#ifdef _WIN32
enum { // ms vc 6.0 has some bug on static const init in class definition
bits = 2048,
stsize = sizeof(Unit) * 8,
bytes = bits / 8,
MaxSize = bits / stsize,
};
#else // for linux
static const int bits = 2048;
static const int stsize = sizeof(Unit) * 8;
static const int bytes = bits / 8;
static const int MaxSize = bits / stsize;
#endif

Unit d[MaxSize];
...
};

int Integer::bitcount()
{
int kn = 0;

for (int i = MaxSize - 1; i >= 0; i--) {
if (d[i] != 0)
break;
}

for (int j = stsize - 1; j >= 0; j--) {
if ((d[i] & (1 << j)) != 0)
return i * stsize + j;
}

return kn;
}


Integer& Integer::operator+ (const Integer& x)
{
result = *this;
unsigned __int64 carry = 0;

for (int i = 0; i < MaxSize; i++) {
carry += result.d[i];
carry += x.d[i];
result.d[i] = (Unit)carry;
carry >>= (stsize);
}
return result;
}

Integer& Integer::operator- (const Integer &x)
{
Integer s = x;;
s.neg(); // 2's complementary
result = *this + s;
return result;
}

Integer& Integer::operator* (const Integer& x)
{
Integer N(*this); // multiplee
Integer M(x); // multiplier

result.clear();
if (M.is_zero()) {
return result;
}

int i, kn = M.bitcount();

M = M << (bits-kn-1);
for (i = 0; i < kn + 1; i++) {
result.shift_left(0);
if (M.shift_left(0))
result = result + N;
}
return result;
}

void Integer::div(Integer D, int modf)
{
// N = Q * D + R,
// where N is given numerator, Q = quotient, D = divisor, R = remainder

Integer N(*this);
Integer R;
Integer Q;
int i, carry, kn = bitcount();

if (N.is_zero() || D.is_zero()) { // D is zero: divide by zero
*this = R; // R or Q = 0
return;
}

if (N < D) {
* this = (modf) ? N : R; // N = remainder, R = 0
return;
}

N = N << (bits-kn-1); // left justify the numerator
for (i = 0; i < kn+1; i++) {
carry = N.shift_left(0);
R.shift_left(carry); // rotate left with carry
if (R >= D) {
Q.shift_left(1);
R = R - D;
}
else {
Q.shift_left(0);
}
}

* this = (modf) ? R : Q;
return;
}

Integer& Integer::operator/ (const Integer& x)
{
result = *this;
result.div(x, 0); // get quotient
return result;
}
Integer& Integer::operator% (const Integer& x)
{
result = *this;
result.div(x, 1); // get remainder
return result;
}

...

void main(void)
{
Integer x = "0x1234`5678`9abc`def0`1234`5678`9abc`def0";
Integer y = "0b00011001`11010101";
Integer z = "0x7E315816B6472299DF";
Integer p = "2327845370165345819103"; // same as z

cout << "x * y = " << (x * y).string(16) << "\n"; // represent value as hex string
cout << "x / y = " << (x / y).string(16) << "\n";
cout << "x << r = " << (x << p).string(2) << "\n"; // bin str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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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우기

잡기 2004. 8. 19. 19:12
이 도메인이 언제고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길래 홈페이지 이동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봤다.

yacc/lex, bison/flex를 써본지가 오래되어 새로 공부하다가 영 짜증나서 다른 랭귀지 툴을 찾아 다녔다. simplicity가 유난히 번쩍이는 쓸만한 것을 발견했다. coco/R. 더 좋은 것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어렸을 때 나는 모든 프로그래머가 컴파일러 이론을 학습하는 줄 알았다. 프로그래밍은 패턴을 찾는 일이고 패턴을 찾는 일은 컨텍스트 프리 그래머와 연관이 있고 따라서 패턴을 찾으려면 컴파일러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의 대부분 프로그래머는 lamda가 뭔지 몰랐다. 어떤 때는 리스프를 사용했다는 프로그래머가 람다를 모르는 일도 있었다. 람다를 알아도 그게 뭐하는 것인지, 어디다 쓰는 지 모르기도 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언어 이론을 공부하지 않으며, 나만 영 엉뚱한 곳에서 그동안 삽질한 것이었다. 요즘은 머리까지 굳어 버려 내가 과연 프로그래머일까 하는 의문만 생겼다. 뭔가를 학습하는데 학습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꽤 재미있는 컴파일러를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설계했다. 구현하려고 보니 bison/flex 따위로는... 크흑... 툴을 탓하기 전에 머리가 굳은 것을 탓해야겠지.

술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모바일폰을 흘렸다. 전화기를 잡은 그 누군가가 전화기를 바로 꺼버려서 분실폰 위치 추적이 되지 않았다. 찾을 가망이 없어 보이지만 임대폰 무료 임대 기간인 14일 동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정통부에서 분실한 핸드폰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한다. 등록.

KTF에 이틀 동안 전화질을 했는데 임대폰 물량이 없단다. 여기저기 전화질을 했다. 없다, 없다, 없다고만 했다. 3일 동안 틈틈이 전화질을 했다. 과연 없을까? 임대폰이 없다고 곧 죽어도 '주장'하는 고객센터를 전화를 끊자 마자 직접 방문하니 그 자리에서 내준다. 없는 것은 내부 소통 정보와 클로버 서비스 걸의 권한이었다. LG CX-400K, 충전기, 배터리 두 개, 그런데 가지고 있는 '정통부 표준' 충전/데이타 케이블과 호환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유일한 문화생활이라고는 도서관을 들락거리는 것 밖에 없다. 최근 읽는 책들은 모두 생물학, 특히 진화에 관한 교양과학서 뿐이다. 소설과 달라 하루에 3시간 이상씩 읽으면서도 한 권 떼는데 이틀이나 3일씩 걸렸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별히 재미있는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은 아주 지겹게 들어서 더 듣고 싶지 않지만 생물학 특히 분자생물학 소재의 과학교양서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뿐인가? 인트론, CAG 연쇄고리 마이크로 새틀릿에 얽힌 신비도 마찬가지다. 미토콘트리아 DNA부터 늙어빠진 리보솜에 이르기까지 자동적인 단순반복학습에 의해 이제는 달달 외우다시피 할 지경이 되었다.

인간은 서로 동등하지 않은 피쳐를 가진 선택지 사이에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는 있으나, 여러 독립 변수에 걸친 가중치의 합이 서로 엇비슷하여 논리적으로 여러 선택지가 동등하게 존재할 때 그중 하나를 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이 아닌 호불호 따위의 감성에 의존한다. 인간 두뇌가 지닌 본질적인 구조에 기인했다. 말하자면 메모리가 512메가이고 음질이 약간 떨어지고 디자인이 멋있는 mp3p와 256메가이고 음질이 우수하고 저렴한 mp3p가 있을 때 객관적으로 나열할 수 있는 여러 스펙상의 피쳐에 점수를 메겨 가중치 합계를 비교할 때 서로 엇비슷할 경우 여러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변연계를 건드리는 소뇌의 역할이라는 것. 이런 종류의 knapsack 문제는 지나치게 보편적이다. 인간 사회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들은 사실상 이성을 초월한 것들이니까 굳이 이성을 찾으라고 울부짖을 이유가 없다고... 해야 하나? 나는 감정적으로 메말랐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할 때마다 그 무한한 다양성에 난감해지고는 했다. 하지만 개중 쉬운 것도 있다.

다음중 그나마 나은 행동은?

1. 술집에서 내게 욕설을 하는 사람을 두들겨팼다.
2. 외국계 대형 할인점에서 물건을 훔쳤다.
3. 이웃집 아줌마를 꼬셔서 성교를 했다.
4. 전쟁터에서 나를 죽이려고 총을 쏜 민간인을 사살했다.

문제를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 굳이 '선호'하는 한 가지를 택하라면 1.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고 2. 최소한의 피해를 지니며 3. 나에게 피해가 없는 수준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4. 게다가 타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행동을 우선순위 삼아 지문을 감별하는 것이다. 그 원칙을 지키면 세상의 윤리는 덧없어졌다. 순서대로 3,2,4,1번이다. 그것이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은 그들이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 논리를 이해하면 의외로 '해석'이 쉽다. 농담도 이쯤되면...

음... 문화란 음식과 같아서 편식하다보면 희안한 정신 질환에 걸리기 십상이다. 읽는 책의 범위가 제한되면 사고방식도 그렇게 굳어버린다.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 몇 권의 책을 주문해놨다. 그런데, 은평구립도서관의 월보를 보다가 알게 되었다. 건물 앞에 흉물스럽게 서 있는 허름한 몇 개의 콘크리트 기둥을 그들은 '헤르메스의 기둥'이라고 한다. 쿨럭.

진화의 미래 children of promeheus, christopher wills -- 이 양반은 미토콘트리아 이브 논쟁에 낀 적이 있던 것 같다. 언제 읽었더라? 책에다가 워낙 썰렁한 농담들을 써 놓아서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종류의...

"마라케시에서 할리데이 인에 투숙한다든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빅 맥을 사먹는 것과 같은 세계 문화의 미국화 현상을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렇지만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두 가지 활동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환경은 오히려 다양성이 늘어났다." -- 옳거니! 바로 그거다.

"섬나라 영국은 세계적인 조롱의 대상이 돼어온 조리법을 아직까지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영국 음식을 먹고 자란 필자로서는 그 때문에 내 지능에 약간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주장을 적극 반기고 싶은 실정이다."

"1930년에 진화유전학 이론의 위대한 창시자들 중 한 사람인 피셔(R. A. Fisher)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 진화적 변화의 최대 속도는 집단 속에 존재하는 유전적 변이의 양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입장에서 돌아볼 때 이 사실은 명백해 보이며, 그리고 실제로 피셔는 자신의 직관이 수학적 공리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에 찬 나머지, 거기에다 '자연 선택의 기본 정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 진화의 속도 논쟁은 여러 생물학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진행중이다.. 대체 언제쯤 결론나는지 기다리기도 지친다.

"스마트 약이 우리 종에게 마구 사용될 때, 그 결과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스마트 약에 대한 반응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며, 숨겨져 있던 온갖 종류의 유전적 변이들을 노출시키는 또 하나의 와딩턴 실험을 초래할 것이다. 이 새로운 생화학적 학살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또는 우리의 유전자 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지만, 아무리 줄여 말하더라도 그 결과는 틀림없이 흥미로운 것이 될 것이다." -- 흥미롭고 말고.

"기계 문명에 반감을 가진 내 추측으로는 미래에는 오디세우스의 배에 탄 승무원들처럼 귀를 막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사이렌의 노래에 희생될 것 같다. 물론 음모론이 횡행하는 미친 우주에 무절제하게 접속하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편집증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유전자 풀에서 효과적으로 제거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귀를 틀어막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아기를 낳는 진화상 중요한 역할을 계속 수행해나갈 것이다." -- 윌스의 견해와 반대, 신생인류에게는 인터넷 노이즈 이뮤니티 또는 스팸 이뮤니티라는 사회적 적응이 생길 것 같다. 스팸을 견디지 못하는 유전자는 장차 서서히 제거될지도 모를 일이고.

mean genes 비열한 유전자, Terry Burnham, Jay Phelan -- 매우 재미없는 책. 유전자, 진화론을 가미한 '처세술'. 사회생물학적 태제를 대체로 마뜩찮게 보는 편이라...

"신선함을 추구하는 유전자는 한 집단의 사람들이 해외로 얼마나 멀리까지 이주하는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남아메리카 원주민은 수천년 간 이주를 거듭해온 사람들의 후손으로 원주민의 2/3 이상이 신선함을 추구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세계 어느 민족과 비교해봐도 높은 수치다." -- 그게 말이나 되냐?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기를 화나게한 축구선수를 쏴죽이고 '신선함을 추구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부족한 나는 허구헌날 과거창산 문제로 싸우는 정치인들을 비웃으며 우주를 꿈꾸는 것인가. 게다가 내 주변 사람들은 전부 그렇다. 일부는 우주에서의 부동산 투기까지 꿈꾸고 있다. 아파트는 글렀다. 토지도 약빨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남은 것은 바다와, 우주 뿐이다.

"친구들과 외박을 할 때, 신용카드 룰렛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식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신용카드를 모자나 냅킨에 놓아두고 웨이터를 불러서 그중 한 개를 뽑도록 하면 된다. 신용카드가 뽑인 사람은 식사 전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것도 도박의 일종이지만, 복권이나 카지노 게임과는 달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하면, 결국에는 참가한 사람들이 번갈아 가면서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도박은 공짜임에도 불구하고 해보면 놀랄 정도로 사람을 흥분시킨다." -- 하나도 재미없다.

"어떤 사람이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고 싶다면, 그들의 직업이나, 수입이나, 연애문제나, 혹은 걸을 수 있는지 어떤지도 확인할 필요가 없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행복도를 알기 위해서 가장 유용한 데이터는 그 사람이 20살이었을 때(혹은 6살이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그 사람의 답변이다." -- 20세때 나는 행복했다. 그때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프로그래밍만 하면 됐으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와 전혀 다른 면역체계항원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MHC 또는 HLA라고 불리는 이 생물학적 특성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지리적으로 다른 지역 출신의 사람일수록 많은 차이를 보인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이 모이게 되면, 이 둘은 합해져서 더 건강하고 활기찬 자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 활기찬... 자녀?

"가시머리충(thorny headed worm)은 '시멘트 분비선'을 가지고 있는데 교미가 끝난 뒤에 그들은 암컷의 질을 시멘트 마개로 봉합해 버린다. 더 지독한 공충의 경우에는, 수컷이 자신의 정자를 다른 수컷의 몸 안으로 주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수컷이 나중에 암컷과 교미를 하게 되더라도 다른 수컷의 정자로 암컷이 임신하게 된다." -- 놀랍기 그지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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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유성우

잡기 2004. 8. 12. 15:01
어렸을 때는 감기 몸살 등 잔병치레가 많았다. 지금은 감기 만큼은 잘 걸리지 않는다. 감기에 안 걸리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레에 물리면 피부에서 늘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이름모를 벌레가 팔뚝 부근을 물어서 벌겋게 변색된 피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열 받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에는 벌레에 물려도 이런 심한 반응이 일지 않았다. 그 때와 지금 사이에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음... 식생활 정도다. 어린 시절에는 벌레를 먹었지만 지금은 먹지 않았다.

헤모글로빈 분자를 파괴해 전신에 고열을 동반하고 그 다음에 심한 오한으로 고생하는 말라리아는 열대 지방에 매우 흔한 질병인데 요즘은 유행이 바뀌어 댕기열과 황열병이 대세다 -- 말라리아 같은 것은 취급도 안 해준다. 하지만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약에 상당한 내성이 생긴 후에 보다 '진화된' 모습으로 인간 앞에 출현할 것이다. 어떤 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문명에 의해 야기된(널리 퍼지게 된) 질병이란다. 1만년 전후로 인류가 무리를 지어 농업사회를 형성하게 되면서 숲을 농지로 개간했고 살 곳을 잃어 숲에서 터전을 옮긴 모기들이 습한 농지와 인가 주변에서 살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식생활을 개선한 탓이란다. 그 전에는 숲의 높은 나무에서 새나 들짐승들의 피를 빨아 먹으며 근근이 생명을 이어갔다.

내 경우도 모기와 마찬가지로 식생활 개선은 몇 안 되는 뻔한 식재료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현저하게 적어진 식재료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개미도 먹고.

식생활에 따른 드라마틱한 체질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 말복 때 단고기를 먹고 몸에서 심하게 열이 났다. 내 몸은 두 번 바뀌었지만 내 마음은 셀 수 없이 바뀌었다.



아스트로노트 오늘밤 별자리에서 뜯어온 그림. 북서쪽 페르세우스 자리 유성우 7/17 ~ 8/24. 최대 8/13. 시간당 110개 가량. 그믐달은 6.2%.

"유성우는 우리 시각으로 밤 8시쯤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해가 완전히 진 뒤인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가 될 전망입니다. ... 너무 관찰하기 쉬워 모기약만 들고 나가면 됩니다." -- from news

오늘밤에는 꼭 보자!

연말까지 부동산 거품 20% 빠져야 경제가 산다 -- 시원하다...
Philippe Dufour, "Simplicity"
금속학적 고찰 - 중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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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주문진에 도착하니 열 시. 챙겨온 옷이라고는 입고있는 수영복과 티셔츠 하나. 그런데도 외국 여행 갈 때보다 짐이 많았다. 책 네 권, 버너, 가스등, 침낭 따위들...

사인이 안 맞아 강릉까지 내려갔다 올라온 누나는 우리를 차에 태우고 소담스럽게 생긴 주문진 바닷가를 휭 하니 한 바퀴 돌아 횟집에 내려 주었다. 마루 평상에 앉아 달을 쳐다 보면서 회와 소주로 배를 채웠다. 그집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다. 한상 가득한 맛있는 식탁이 썩 좋았다. 하룻밤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속초에 들러 휴가중인 김씨 아저씨를 픽업하고 순두부를 후르륵 말아먹고 홍천으로 향했다. 2인승 차라 자리가 모자라 황가와 나는 짐들과 함께 뒷자리에 누웠다. 예전 여행할 때 생각이 났다.



짐칸에 누워 홍천 내촌의 깊숙한 깡촌으로 향했다. 승용차는 들어갈 수 없는, 깊고 깊은 계곡으로. 워낙 외진 곳이라 관광객이 있을 리가 없다. 홍천에서 칠정 검문소를 지나 현리 방향으로 가다가 장골, 큰골, 작은골을 거쳐 씹방관문을 지나... 먼지 날리며 아슬아슬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보면... 중간에 길을 한 번 잃었다. 차 안에서 맥주를 마시고 버너를 꺼내 건어물 따위를 구워 먹었다. 나름대로 재미있다.



먼저 도착한 팀이 계곡 개울가에 셋업을 끝내놓은 상태. 준비된 소주는 모두 50병, 맥주야 다들 잘 안 마실테고. 개울은 1급수, 그냥 먹어도 차갑고 맛있는 물이다. 가져온 몇 병의 생수들이 무색하다.



불 피우기. 버너가 넷이나 있었지만 그것들을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장작불에 밥을 해 먹고 장작불에 국을 끓여 먹었다.



도착하자 마자 삼겹살을 구워 먹고 강가에 내려가 물장구 치고 놀았다. 물놀이 하다 보니 깜빡하고 핸드폰을 수영복에 넣어둔 채 두 시간을 놀았다. 그런데도 작동하더라. 그리고 바로 2차 시작. 닭갈비판을 가져왔기에 거기에 닭갈비를 구워 먹었다. 꿀맛이다.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먹으니 맛이 환상적이다. 근처 밭에서 고추와 깻잎 따위를 따서 곁들였다. 이 추세라면 한달도 여기서 개길 수 있다. 거기에 어젯밤 주문진에서 회를 먹고 가져온 매운탕 꺼리를 끓여 곁들이니 더 바랄 것이 없다.



밥안주(2차)를 끝내고 솥뚜껑을 가져와 본격적으로 3차 시작. 고추장 삼겹살. 불조절을 잘해 고기는 기름기 하나 없이 연해 마치 그릴에 구운 바베큐 같았다. 소주 한 짝을 마셨다.



유부남들. 각자의 마누라를 내팽개치고 우리끼리 모이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일급수에 좆 담그고 놀자' 였다. 누님이 일찍 잠들자 마자 우리는 부끄러움을 잊고 쉽게 대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꽤 술을 퍼 마셨음에도 술기운이 좀 오른다 싶으면 고추가 오그라들 정도로 차가운 개울에 '대가리 박기'를 하거나 전신욕을 하니까 확 깬다. 아침 8시 기상. 숙취가 없다. 솥에 쌀을 넣고 장작불에 밥을 짓고 얼큰한 김치 찌게와 된장 찌게를 끓여먹었다. 근처 밭에서 이런저런 야채를 뜯어와 국을 끓이고 안주로 먹었다. 점심에 다시 라면을 끓여먹었다. 장작불에 라면을 끓여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곡이 시원하다. 물이 차갑고 맑다. 발밑으로 지나가는 저 물을 손으로 떠 먹어도 괜찮다. 돌아가기 싫다.

홍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뿔뿔이 헤어졌다. 셋은 서울로 올라가는 오후 세 시 버스를 탔다. 서울로 향하는 차량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북이처럼 기어갔다. 여름 휴가 막바지란다. 시원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래도 서울은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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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부터 목이 아팠다. 목감기인가 싶었다. 통증이 오른쪽 후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기묘하게 여겨졌다. 편도선은 붓지 않았다. 이틀 동안 아내의 조언대로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었지만 차도가 없다.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목이 아프다니까 이런 질문들을 했다.

1. 잘 때 선풍기 틀어놓고 잤어요? 예.
2. 가래가 있습니까? 조금 있어요 (항생제를 먹었으니)
3. 코는 안 막혀요? 살짝 막혔어요. (2항과 같은 이유로)

그럼 감기네요. 그러고서는 여섯 가지 약을 이틀치 분량으로 처방해 주었다. 진료비 3000원, 약값 2000원. 항생제와 진통제는 그렇다치고 나머지는 뭔지 알 수가 없다.

이틀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애당초 의심스러웠던 것은 목구멍 근처에 염증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다시 의원에 찾아갔다. 상담중에 아예 단정적으로 '감기가 아닙니다' 라고 말했다. 염증인 것 같으니 내시경으로 검사해 주세요. 라고도 말했다. 그럽시다 라고 의사가 말했다. 옅은 민트향이 풍기는 마취제 스프레이를 입에 뿌리고 10분쯤 누웠다가 목구멍으로 굵은 호스를 집어넣었다. 마취되어서 인지 구역질이 덜 치밀었다.

사진을 현상해서 보니 생각했던 대로 오른쪽 후두에 염증이 있었다. 술을 마시냐고 묻는다. 늘 마신다고 대답했다.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을 받았다. 사진 찍고 진료한 것이 8000원, 약값 3일치 1500원 나왔다. 항생제를 저번 처방과 다른 것으로 바꿨다. 아내에게 약을 보여주니 신경안정제가 끼어 있다고 한다. 발륨 0.5. 신경안정제는 목 위의 염증에 신경쓰지 말라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처방해 준 것 같다. 신경 안 쓰고 싶어도 목구멍으로 침을 넘기거나 음식을 삼킬 때면 몹시 쓰라리다. 고통은 참을 수 있다. 육신의 불편함이 귀찮을 뿐이지. 항생제/진통제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된다.

그렇게 나흘이 흘렀고 앞으로 3일이 더 흘러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병원을 들르면서, 그리고 이번 일로 한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 의사와의 첫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예로 들어 바람직한 의사와의 첫 상담을 예시하자면;

1. 잘 때 선풍기 틀어놓고 잤어요? 예. 제 목구멍 오른쪽이 아픈 것은 선풍기와 상관없습니다.
2. 가래가 있습니까? 조금 있어요. 제 목구멍 오른쪽만 아픈 것입니다.
3. 코는 안 막혀요? 저는 목구멍이 아파서 온 것입니다.
4. 감기 같군요. 아니요. 편도선은 붓지 않았고, 목감기라면 경험상 목구멍 전체가 아파야 하는데 오른쪽만 아픕니다. 내시경으로 목구멍을 검사해 주세요.

그런 일에 경험이 많은 아내는 내가 몹시 특이한 인간이라서 약빨이 듣지 않아 이틀 동안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어도 차도가 없다고 생각했고, 의사는 일분여도 안되는 진료 시간 동안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오판했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결국 어느 병원에 가던지 의사와 옥신각신하는 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난 지금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의사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선무당이 사람 잡는 한이 있어도 기초적인 의학과 약학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말 하는 모르모트가 되고 싶지 않다.


세파드록실 - 항생제
뮤코라제 - 소염제
매프론 - ???
바리움 - 발륨,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항경련제 등등..
씨스메친 - H2 차단제? -- 위산 억제제 같음.

부팅 가능한 USB 메모리 디스크를 오랜 고민 끝에 결국 구매하기로 했다. 모델도 정했고 남은 것은 용량에 따른 가격차 뿐이다. 64MB는 2만원, 128MB는 3만 2천원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 충전 겸 데이터 통신 케이블을 윤씨 아저씨에게 주고 그에게 만 오천원을 받았다. 충전 겸 데이터 통신 케이블이 가장 싼 것은 오천원 정도지만 용산에서 그렇게 팔 리는 만무하고 길섶의 케이블 점에서 만원 주고 샀다. 예상보다 오천원이 남아 미련없이 128MB 메모리를 샀다. 집안의 모든 컴퓨터에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어진 지 오래되어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귀찮았다. 사실상 최근에 USB FDD를 구해 리브레또에 연결했더니 전력부족으로 인식이 되지 않아 좌절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도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리고 공인 인증서를 담아 가지고 다닐 것이고, 필요한 소소한 소프트웨어들을 넣어두고 다닐 것이다. 크기가 몹시 작고 무게가 가벼워(3g) 마음에 든다. 단지, 잊어버리기 딱 좋게 생겼다. 이게 다 캐논이 USB storage driver를 제공하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앞으로 여행갈 때(디지탈여행?) 써먹을 '아이템'


좀 허접스러운 수납 케이스. 열쇠고리에 달려 있는 카르투시는 아내가 첫 이집트 여행할 때 만든 것.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늘 들고 다녀야 한다. 저 기념품의 타원형 외양은 석관(사르코파지)에서 양각되어 있는 형식으로 신성한 왕의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인데 샹폴리옹이 이집트어가 표음문자임을 밝히고 '프톨레미' 라는 이름을 발견한 최초의 단서가 되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데다가 별로 안 신성한 아내의 이름을 새겨놓는 기념품으로는 좀, 그렇다. 아내 이름의 약어는 KMA, 그 약어는 언제나 Korean Morphological Analyzer(한국어 형태소 분석기)를 연상케 했다.

염증은 이렇게 해서 생기지 않았을까? 어느날(기억에 없다) 술 먹고 집에 돌아오다가 욱 했는데 그때 위에서 역류한 위산이 꺼칠한 음식을 먹어 상처가 난 부위에 스며든 것 같다. 그리고 콜록, 기침. 콜록, 한 번 더. 콜록콜록.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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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all Watson?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책은 일단 긴장하고 평소보다 회의적으로 보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게다가 저자가 라이얼 왓슨이라면. '생명조류'나 '초자연'을 통해 라이얼 왓슨의 저작을 오래 전에 접했던 것 같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기이하고 신선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한다. 그의 정서적이고(정열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가설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읽을만 하다. 하지만 그는 늘 증거와 통계는 뒷간에 짱박아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엄청난 학위에도 불구하고 전혀 과학자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이비 교주 같달까? 이번 책 '코'에는 때되면 잠에서 깨게 해주는 신비스러운 송과선 대신 제6감을 지각할 수 있는(있을 지도 모르는) 후각의 일부인 야콥슨 기관의 가치를 담았다. 여전한 그의 스타일 대로 사실과 가설을 뒤섞어서 믿거나 말거나가 되어 버린다.

게다가 나같은 사람에게 여성 페로몬이 효과를 발휘할 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하지만 나 역시 돼지 발정제를 구입해 맞은 편 여자의 술잔에 타 볼 궁리를 하던 어린 소년이었다.

스텔라 가오루코의 별점을 보는 기분으로 책을 완샷에 읽어치웠다.


스크랩:

강렬한 감각의 교차 현상을 주기적으로 경험하는, 선천적 공감각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의 경우, 대뇌변연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도 있다. 대뇌변연계는 포유동물의 경우, 오래 전에 후구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 그렇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뭔가 있어 보이게끔 되는거지.

호랑이를 일컫는 산스크리트어는 'vyagra'인데 이것은 '냄새 난다'는 의미의 동사 어간으로부터 나온 말이다.

아주 많은 수컷들이 자신의 몸에 오줌을 묻혀서 냄새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염소는 일부러 배에 오줌을 뿌리고, 순록은 뒷다리에 오줌을 뿌린다. 낙타는 꼬리를 이용해서 오줌을 대퇴부에 묻힌다. 또한 많은 영양들이 땅 위에 소변을 본 후 그 위에서 몸을 굴린다. -- 인간도 스스로를 똥에 굴린다. '뒹굴다'란 표현이 원래 '똥 구르다'에서 나왔던가?

블러드하운드는 못생겼는데 자세히 보면 더욱 못생겼다. -- 라이얼 왓슨이 영국인인가?

"내일 저녁에 파리에 도착하오. 목욕하지 마시오." 나폴레옹이 조제핀느에게 쓴 편지 내용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이렇다; "신선한 아포크린 분비물이 호기성 디프테리아와 기타 구균류 박테리아에 의해 사향과 흡사한 화학적 조성을 갖는 기폭제 페로몬으로 바뀌는 그 놀라운 증식 작용을 방해하지 마시오." -- 현대적 해석이라... 호감이 가는군

누구나 죽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냄새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도 코는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죽음은 고유한 냄새를 풍긴다. 모든 경찰과 병리의사는 이 냄새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연하고 달착지근하며 약간의 똥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한번만 맡으면 절대 잊을 수 없고 다른 냄새와 혼동하지도 않는다. 상처나 대소변의 실금이 없더라도 인간의 시체는 불과 몇 분이 지나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 동안에 이런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 그 냄새를 나도 안다.

분노, 증오, 공포, 갈망 등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이 고양되어 있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냄새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정신분열증 환자가 자신만의 개성적인 냄새를 풍긴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정신분열증의 냄새는 실제적이다. ... 이러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같은 정도로 기이한 과민성을 가진 다른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위안을 줄 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 맞먹는 가치를 갖는다. 환각은 정신분열증을 진단하는 기준이 되는데, 많은 환자들이 남들은 맡지 못하는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호소한다. ... 정신분열증 환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 -- 입도 안 닦고 이런 말을 자유자재로 해내는 왓슨이 부럽다.

마다가스카르에는 '옴비아시'라는 현지 치료사들의 독특한 치료법이 있다. 그들에게 봄에 채취한 그 지방 원산인 개화식물의 잎이 그들이 '우유같은 피'라고 부루는 질병(백혈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묻는다면, 언제나 같은 대답을 들을 뿐이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 그건 쉬워요. 식물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 치료사는 숲 속으로 들어가, 환자에 대해 생각하며 이리저리 거닌다. 이렇게 거닐다 보면 어떤 식물이 치료사의 주의를 끌어서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 식물은 기특하게도 자신을 치료약으로써 제공하겠다고 치료사에게 제안한 것이다.

여성 페로몬의 효과는 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발휘된다. 그것의 존재와 발원지를 알려주는 표지 냄새가 없으므로 여성의 익명성이 유지되며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게 된다. 반면 남성 페로몬은 성적 신호일 뿐 아니라 적극적인 광고의 역할도 한다. 자신이 냄새의 주인이라는...

우리는 더 현명해질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좀 더 신중해질 수는 있다. --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간의 왼쪽 뇌가 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왼쪽 뇌는 냄새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오른쪽 뇌는 직관적이며 정서적이다. 우뇌는 사물의 냄새를 맡고 그 느낌을 간직한다. 이상적으로, 유용한 결론을 내리려면 두 가지 냄새 정보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이전의 경험보다는 예감에 의존해서 행동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경우에는 왼쪽 콧구멍 쪽을 앞으로 향한 자세를 취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고 야콥슨 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면, 우리는 후각을 사용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 거이다.

- 비가 내릴 것인지 여부.
- 현관 밑에 진짜 뱀이 있는지 없는지.
- 강 하류에 있는 무화과 나무 열매가 언제 익을 것인지.
- 과수원을 가로질러 다가오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 아이들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그들의 친구는 누구인지.
- 이 의자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는 이 침대에서 잠을 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혼자 잤는지.
- 옆집 여자의 배란일이 언제인지. 그리고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거나 공격적으로 되는 시기는 언제인지.
- 배우자가 점심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그리고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냈는지. 그 결과로 변호사가 필요한지.

농담도 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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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의 2004 자전거 여행 -- 올해 하고 싶었던 바로 그것! '기상청에서 놀고 먹는 개새이들이게 이 글을 바칩니다' 라는 헌사가 적혀 있다.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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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같은 남성

잡기 2004. 8. 4. 02:24
TV에서 풀하우스가 방영되고 있을 때 왕자, 공주가 나오는 원작 만화 보다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가 생각나는 편이다. 굴드가 죽어서 몇 년째 그 양반 생각만 하면 입맛이 쓰다.

정보에 어두워 읽을만한 과학교양서를 찾기가 힘든 탓도 있고 오랫동안 그런 책을 안 읽으면서 영양가 없고, 비범함도 없고, 지리멸렬한 인간성의 버라이어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변주하는 소설 류나 읽는 탓에 일말의 죄책감 마저 느끼고 있다.

그저 색골로만 알고 있던(아니면 동성애를 하는 동물도 있다, 성애에 환장한 놈들도 있다는 류의 호사스러운 얘기에 인용되는) 보노보 원숭이가 유인원 떼거리 중에서 유일하게 평화로운 놈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없는 사회라고 지레 짐작했으나, 그보다는 먹이가 사방에 널려 있어서 굳이 수컷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 해서... 가 맞는 것 같다. 저자들은 사나운 암컷들이 무리를 주도하는 하이에나는 알아도 전 생애를 참으로 느긋하게 살아가는 팬더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팬더는 혼자 산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동물들은 투쟁적이다. 사회단체, 노조 등의 소규모 단체로부터 민족, 국가, 종교집단 같은 거대 집단에 이르기까지, 가히 미친듯이 서로 물어뜯고 싸워댄다.

그래서 집단을 경멸한다. 다 함께 이 사회를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사회단체 조차도. 그 이유를 조목조목 대야 하나? 무식한 놈(politically incorrect, sociologically ignorant, philosophically poor, & morally corrupted) 소리 듣는 편이 한결 낫다. :)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찾아 유인원을 뒤지기는 찹터가 아주 길고, 수컷 중심이 아닌 몇몇 동물 종에서 보이는 특이한 '사회' 형태를 조망하기, 마지막으로 '희망적'이고 없어도 괜찮았을 결론으로 구성. 두 파트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나아갔지만 결론은 지나치게 간단했다. 일전에 읽은 보네것의 '갈라파고스'는 인간이 큰 대뇌를 가지지만 않았어도 전쟁, 폭력이 없었을 꺼라고 주장하면서 2천년 후 그 빌어먹을 큰 대뇌가 현저하게 크기가 줄어들고 무기를 잡고 흔들어대던 손이 지느러미로 바뀐 채 정기적으로 상어에 잡아먹히며 인구 증가 걱정 없이 평화롭게 잘 살게 된 얘기를 했다. 소설에서 그 자신의 지능으로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을지도 모를 현생인류는 전멸했다.

'갈라파고스'는 보네것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 덜 웃겼다. 보네것이 그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다시 돌아와서, 저자는 '진화론에 익숙한 페미니스트'를 제외한, (성차란 전적으로 문화적인 것이라는 웃기는 주장을 늘어놓는) 무뇌아에 가까운 페미니스트를 그 유명한 마거릿 미드에 빗대어 놀리기도 했다. (저자는 엉터리 자료로 한심한 이론을 주장하는 마거릿 미드가 인류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것을 상당히 아니꼬와 하고 있었다) 부계 사회의 형성에 관한 저자의 주장이 재미있다.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모계 사회가 있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증거를 대보라고 주문했다. 증거가 없단다. 오히려 여성들의 성 역할이 부계 사회를 고착시켰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악마같은 남성'을 선호하고 그로부터 (진화적인)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부계 사회가 된 것이란다. 이 주장에 엄밀한 '생물학적 증거'를 들이대는 사람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

여성들이 보노보 원숭이 암컷들처럼 단결해서 사나운 수컷이 자연선택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도록 은근히 사주하거나, 믿을 것은 역시 인간의 지능이라는 식의 뻔하고 한가하기 그지 없는(나 몰라라 하는) 주장이 결론으로 나왔다. 물론 인간 암컷도 보노보 암컷처럼 아무 수컷한테나 다리를 벌려 수컷들의 극단적인 폭력성을 중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 보노보 사회와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그 비슷한 예가 있긴 하다. 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지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 같다. 보노보 사회처럼 태국도 먹이가 상당히 풍부하고(굶주림이 없는 나라) 성적으로 자유로우며(공식적이고 무의미한 수치보다 항간에 회자대는 대로 비공식적으로 매춘부의 70% 가량이 HIV 양성) 사람들이 대체로 행복해 보인다. 근세에 이르러 나라를 빼앗긴 적이 없고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제압한 적도 없다. 태국에서는 수개월 전에 마약 소탕 작전으로 수천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태국 남부의 이슬람이 정부와 충돌하여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먹으면 행복해지는 약물을 강압적으로 금지하거나, 종교적 순수주의자들의 문제일 따름이다... 라고 거짓말을 하면 안되겠지만.

책 읽기가 다소 어려웠다. 그래서 읽다가 자주 졸았다. 이공계의 그지같은 번역체 중에 그 문제가 특히나 심각한 피동태, 수동태형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지리도 길게 이어진 탓도 있고 저자들이 가다듬은 재밌는 표현들이 어설픈 번역으로 망가진 것들도 있다. 역자는 번역에 익숙하지 않거나, 한국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과학교양서를 번역해 본 경험이 없는 것 같다. 쓸데없는 참견이 옮긴이 주로 상당 수 있다. 참조문헌, 인덱스는 길다랗게 늘어 놓으면서도 학술 용어나 학명 등을 한글, 영어로 병기해 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역자 후기는 왜 썼나 싶을 정도로 한심했다. 그 시간에 이 책이 불러일으켰을 법한 논란이나 그의 다른 저서, 아니면 그와 견해를 달리하는 작자의 글을 소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역자의 역량도 문제지만(사실 크게 게의치 않는다. 두세 권 더 번역하다 보면 번역은 점점 좋아진다) 출판사에서 교정을 하고 편집을 하는 작자들이 그런 한심한 문장을 보고도 교정을 할 생각을 안 하는 것을 상당히 괘씸하게 생각한다.

책에 굳이 평점을 메기자면 10점 만점에 4정도. 재밌게 읽은 것 치고 점수가 박하다면, 과학이란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저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나가다가 결론부에서 옆길로 새 허겁지겁 얼버무렸다. 대체 뭐하자는 거야? 인간의 지성과 지혜를 모아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슬기롭게 해결해 보자는 교과서적인 얘기를 늘어놓는 도마뱀의 잘린 꼬리같은 결론을 빼버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게다가 철저하게 유인원을 들어 진화적인 관점에서 해설하다 보니 다른 부문에서의 설명이 부실했다.

한심한 결론을 보니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알 카에다가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제작한 바이러스가 변성되어 폭력성을 제거하는 (유전자 치료) 돌연변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변한 채 미국에 대량 살포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것이 전 세계에 퍼져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말았다던지...

그 동안 몰랐던 사실 한 가지:

'일반 청둥오리와 같은 몇몇 오리 종류에서는 강간 비슷한 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수컷은 교미를 하려고 공격하고 암컷은 너무나 심하게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물에 빠져 죽기도 한다'

오리도 물에 빠져 죽는다.

하여튼 오랫만에 과학교양서를 읽으니 책 읽은 기분이 난다. 이 분위기로 한 권 더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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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싱이다

잡기 2004. 8. 2. 18:31
주말에 힐튼 호텔의 바베큐 파티장에서 열 명 가량의 얼굴이 하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전에는 태국에서 태운 내 피부가 그렇게까지 대비되지 않았다. 색소침착 때문인지 한 번 탄 피부는 쉽사리 제 색깔로 돌아오지 않았다.

내년 1월부터 NHK에서 '신 실크로드'를 방영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실크로드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주말 저녁에는 머리를 밀어버린 남자를 만났다. 맛없는 고기와 맥주, 그리고 망측한 나초를 먹고 마시며 스타일, 성향, 성격, 개성에 관한 얘기를 했다. 개성이 어쩌고 저쩌고 간에, 인간은 그 자신의 의도와 의지로 살아가야 한다. 조까라 마이싱이다 #1, #2 -- 이렇게.

밀려드는 더위가 감당이 되지 않는데 먹은 술과 음식은 하나같이 맛이 없다. 아, 괴롭다. 주말에 계곡에 짱박혀 놀기로 했다.

책 제목이 눈에 잘 띄었다; '악마같은 남성' demonic males. apes and origin of human violence. 대략 100페이지쯤 읽었다. 버스에서 읽다가 졸았다. 최근에는 숙면을 취한 적이 거의 없다.

서브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서 이리 저리 고쳐보다가 부팅이 되지 않았다. 하드 디스크를 떼어내 다른 컴퓨터에 연결했다. 파티션 매직으로 작업하다가 하드 디스크의 이상으로 파티션 정보가 날아갔다. 배드 섹터, 잘못된 링크 따위가 몇개 눈에 띄었다. 하긴, 오랫동안 잘 버텨온 것이다. 디스크를 점검하고 제대로 인식시킨 다음 어떤 파일을 복사하고 어떤 파일을 포기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했다. 연결한 HDD 용량은 80기가이고 컴퓨터의 것은 40기가였다. 적어도 40기가의 데이터를 버려야 할 것이다. 작업은 토요일 오후에 시작해서 월요일 아침이 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어렵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머리 돌아가는 속도가 시원찮다. 그래서 우스개도 나오지 않았다. 일찍 집에 돌아가서 컴퓨터를 고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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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꺼지 사진들 정리

잡기 2004. 7. 30. 20:03


태국에서 즐겨피우던 크룽 팁(Krung Thip) 담배. 35밧. 980원.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조기 매진으로 한 편도 구경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땡기는 작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 끝나고 바로 가서 볼 수 있다는 천연의 장점을 놓쳤다.


성냥곽처럼 생긴 건물들이 들어차 영 정이 안 가는 부천의 저녁 스카이라인.


12v 팬으로 꾸민 데스크탑 입체 냉각. 손가락에 땀 날 틈이 없다 -_-



태국, 방콕, 차이나타운. 노상의 과일 칵테일 판매점



태국, 방콕, 차이나타운. 꼬치



태국, 방콕의 어느 길거리. 코코넛 과자



태국식 에피타이저. 이름이 뭐더라? 왼쪽의 박하잎 같은 것에 주변의 마른 안주를 싸고 가운데 소스를 얹어 쌈싸먹는 것.



옐로 커리.


똠얌꿍


그린 커리. 열댓가지 향신료를 넣은... 매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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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가 돌연 충전이 되지 않아 살펴보니 싱크 케이블의 usb vcc(또는 vdd)를 브릿지 해 놓은 점퍼 선이 끊겨 있었다. 집에서 고치려니 시간이 없어 사무실로 인두와 땜납을 들고 가서 이어 붙였다.

진단 프로그램을 작성하면서 되레 하드웨어 에러 수만 잔뜩 늘려 놓아 팀에게 미안했다. 약속대로 일주일 교육, 일주일 페어 프로그래밍, 그리고 일주일 후에 완성했다. 프로그램을 완성한 그들은 내게 고마워했다. 그들 스스로가 특정한 환경에 처한 탓에 한 번도 발현된 적이 없는 재능을 그제서야 발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다가 갈 것인가 말 것인가는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 여자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거나, 쉽게 말해 불가능했다. 항상 그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안되는 걸까. 초기 조건은 여성들이 훨씬 우수한데.

일주일에 책을 몇 권까지 읽을 수 있을까. 많아봤자 고작 다섯 권이다. 주5일 근무니까. 하지만 안 읽었다. 이번주엔 세 권만 읽었다. 잊어버리고 있던 revelation space나 마저 읽어야겠다.

어제는 가지 않아도 될 일에 괜히 끼어 있었다. 다섯 시간 동안 네 종류의 교통기관을 이용하고 후덥지근한 더위에 연신 학학 거리다가 두 시간 동안 영업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 소릴 떠들며 한가한 양반과 잡담을 늘어놓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을 때 신도림-신대방 구간에서 오던 지하철이 인명 사고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을 네 번쯤 들었다. 그 방송을 선선히 듣는 사람들의 표정을 쳐다보고 있었다. 20대에 서울로 올라와 가장 꼴보기 싫었던 그 표정들은 여전했다. 지친 듯, 지겨운 듯, 순종적이면서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듯한 일견 메스꺼운 도회적 무관심.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늦어지는 지하철을 기다리지 않고 등을 돌려 1호선, 3호선으로 차례로 갈아탔다. 집에 열두 시쯤 도착했다. 후덥지근하다.

기차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프린트해서 말끔히 튀어나오는 승차권의 차량 번호와 좌석 번호가 크고 진하게 인쇄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매번 기차를 타면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느 차량의 몇번째 좌석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곳 했다. 내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는 자기는 그 정도로 나이를 먹지 않았다고, 맨눈으로 글자가 보인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했다. 한시간쯤 비유적 표현을 들며 설명하다가 내릴 때가 되어 내렸다. 설명은 영 꽝이었다. 누구나가 납득할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내 직업에 대한 그간의 사고가 부족했음을 반증하는 예가 아닐까 싶다. 시끄러운 할멈한테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게 설명하는 일, 틈틈히 짱구를 굴려보자.

아내가 메신저 꺼두는 것을 잊어버려 불쑥 말을 걸어온 네덜란드에 산다는 자칭 에릭이라는 친구와 대화했다. 한국어는 대체 어디서 배운걸까... 그녀의, 냉정하고 시큰둥하고 만사가 귀찮은 남편하고 대화하는 기분은 또 어땠을까? 물을 퍼담는 풍차가 멎으면 네덜란드는 물에 잠기지 않을까? 꼬르륵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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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라

잡기 2004. 7. 28. 01:55
'범죄의 재구성'에서 기억나는 배우는 백윤식 뿐이다. 자존심이 짓밟힌 악당 마초의 애써 꾸민 유장함이 이빨 사이로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나이가 들면,
조금 추해져도 괜찮아.



그 백윤식이 붕어처럼 립싱크를 하는 '담백하라' 뮤직 비디오를 봤다. 김선생은 담백했는가? 그렇다. '담백하라'는 나에게 simplicity를 의미했다. 나이가 들어 조금 추해지고 망가져도 버릴 수 없는, 어쩌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금과옥조다.

고려바위 첫 화면에서 우연찮게 들었던 귀에 익은 음악: Froggie Beaver, From the Pond, Just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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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문희준

잡기 2004. 7. 27. 01:44
오이 세 개만 먹고(오이는 천원에 세개씩 판다. 맨날 사봐서 안다) 락 음악만을 추구한다는 문희준이란 가수에 관한 얘기를 귀국하고 나서 들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열을 내고 신나 했다. 무뇌충이라고 놀렸다. 시사에 어두워서 무뇌충이 문희준인지도 몰랐다. 락 음악을 수십 년 들으면서도 자타가 주장하는 락의 저항정신인지 뭔지 하는 것들은 겉멋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이 좋아서 딴따라가 되었으면 딴따라질이나 열심히 하면서 자기도 기쁘고 남들도 기쁘게 해주면 그만이지. 딴따라스러운 전인권은 여전히 행복해 보였다. 아무튼 걔들만 유난히 슬프고 상처받고 열 받아서 절망하고 발광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어 월급 안 줘도 좋으니까 제발 컴퓨터만 만질 수 있게 해주세요 했던 내 어린 시절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 나는 프로그래밍 세계의 '저항정신'에 경도되어 있었으며 건방지고 오만했다. 재수없어서 문희준의 음악은 안 듣지만 그 아이도 하고 싶은 일이나 맘껏 하면서 살길. '얘들아... 난 맨정신이 싫거든... 그냥 노래나 한곡 할께... 나 이렇게 살아...' 간만에 파마머리 뚱땡이 전인권 노래나 들어볼까? 관두자. 구질구질하다.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곡으로; Le Orme, Uomo Di Pezza, Gioco Di Bimba (3:02)

십 년 전의 나는 무척 가난했다. 가난하지만 전인권처럼 행복했다. 지금은 먹고 살만 하지만 그때보다 더 가난하다고 느낀다. 나를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한동안 시간이었으나 지금은 오로지 게으름 때문이다.

아침 저녁으로 pda를 pc와 싱크하니 소설 보다 재밌는 뉴스기사를 늘상 보게 되었다. 때문에 최근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게임도 하고, 메모를 기록하고 mp3를 듣는다. 마치 수 년 전 pda가 내 일상의 일부분이자 모든 것이었던 때처럼. 보네것의 '갈라파고스'를 빌려 읽다가 만 기억이 나서(재미가 없어서) 다시 빌렸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원더우먼, 슈퍼맨 등 악당들을 때려잡고 언제나 시민과 정의의 편을 들어주던 수퍼 히로들에게 한국 경제를 부양할 능력은 없을 것이다. 그놈들이 착하다는 것이 문제다. 갈라파고스의 첫 장은 이런 고백으로 시작했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믿어. 사람들 속 마음은 사실 착한 거라고 - 안네 프랑크(1929 - 1944)

유사장님은 착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우리'는 참새들처럼 늘 이렇게 짹짹거렸다; 착한 놈들은 돈 못 벌어요.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진화의 사다리 타기를 하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에게는 안된 얘기지만, 진화의 사다리 타기에서는 자주 꽝이 나온다. 착하건 말건.

아시모프, 풀 하우스, 파업, 버스노선 개편, 정치적 올바름 -- 왠지 신나 보인다. 그래도 여지없이 '꽝'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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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잡기 2004. 7. 26. 00:30
열차 좌석마다 찌라시가 한장씩 놓여 있었다. 내용이 이랬다;

대중 교통은 시민고통!

이명박 시장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누구에게 봉헌할 셈인가?

엉망으로 꼬인 대중교통, 시민들이 실험용입니까? <-- 그렇다.

서민들의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요금인상, 해도 너무합니다. 물가 인상률을 훨씬 뛰어넘는 과다한 요금인상은 서민들의 생활고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구간에 따라 50%가 넘어가는 인상폭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도시서민과 봉급생활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 대중교통 개혁입니까? 정부와 서울시가 책임져야 할 대중교통 운영을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꼴입니다.

저렴하고 안전한 지하철을 만드는 총파업입니다 <--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평균 연봉 4400만원, 사측에 제시한 임금인상율 8%(맞나?), 주5일 근무제 실시 요구, 인력 충원 요구, 그리고 지하철에 근무하는 근무자의 가족에게 한 장씩 무상으로 지급되는 평생 무료 통행권을 가졌고, 매년 적자로 인해 서울시로부터 8700억원(맞나?)를 지원받는 지하철공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보잘것 없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하루도 쉬지 못하는 등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해 보려는 그들의 불굴의 의지는 칭찬받아 마땅했다. 적자폭이 더 늘어나면 시민들로부터 세금을 좀 더 걷어가면 되는 것이다.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서울시민과 서울 인근의 주민 모두에게서 공평하게. 좋잖아? 그런데 갑자기 '투쟁'을 중단했다. 뭔 소리를 하는건지 언제나 궁금하기만 한 시민단체나 이해집단의 강력한 자기주장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관광지 삐끼나 기생충이 떠오르고는 했다.

잊지 않고 구충제를 먹었다.

금요일. 공장에 내려갔다가 맥주에 훈제치킨으로 배를 채웠다. 취한 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PET 단층 촬영으로 베일에 싸인 미이라의 이미지를 찍는 모습을 구경했다. 별로 독특하거나 뛰어난 기술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새벽에 잠들었다. 6시에 일어나 씻고 버스 터미널까지 걸어 가서 라면 한 그릇 시켜먹고 8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머리를 깎고, 사우나에서 두 시간쯤 때를 밀고 사우나와 냉탕을 오락가락했다. 어렸을 적이나 지금이나 냉탕에 쳐박혀 숨을 멈추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변하지 않았다. 길면 1분 조금 넘는 시간, 짧으면 40초 가량? 어째서 몸의 나머지 부분들은 세월을 먹고 담배와 술과 변변한 우주 콜로니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보잘 것 없는 세상때문에 지쳐 가는데 물속에서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은 변치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점심을 먹었다. 졸립지만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집 근처에서 아내와 함께 소주 한 잔에 돼지갈비를 먹었다. 냉면을 공짜로 준다. 타일랜드 스타일의 수박쥬스를 만들어 먹었다. 씨를 제거한 수박과 얼음과 연유, 약간의 설탕을 넣고 블랜더로 갈아 마셨는데 '짜릿함'이나 '아찔함'은 오리지널에 비해 부족했다.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쳤다. 날씨가 마음에 든다. 괴상한 김치찌게를 해 먹고 집을 나가 오후 내내 거리를 돌아다녔다. 대학로에서 2000원 짜리 짜장을 먹고 낄낄거리면서 거리 공연을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수박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잔 했다. 금요일부터 줄곳 심신이 지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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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끼 먹기

잡기 2004. 7. 22. 01:19
옥상에 돗자리 깔고 누워 이 글을 작성 중. 오늘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노트북의 키보드가 맛이 가 이 키 저 키를 다른 키로 매핑한 상태인데 최근에는 모음 '애'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다. 가끔 안 써지는데 남은 키가 없어 어떻게 하여야 하나...

산학 하면서 삥 뜯어먹을 궁리 중.

마로 아가씨가 삼계탕을 사 준다길래 감사히 먹었다. 곧이어 경자 누나가 맥주를 줬다. 손님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바깥으로 나가 선선한 바람을 쐬며 번데기 안주에 소주 한 잔해ㅆ다.

버스 체계 변경의 근본적인 취지에 찬성. 몇 번인가 이명박 얘기를 술자리에서 하다보니 그를 옹호하는 사람처럼 되었다. 버스 체계 개편에 관한 팜플렛을 수개월 전 동사무소에서 받았다. 서울시가 그걸 홍보하는데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었을 터이고 체계 개편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산장애나 마그네틱 카드를 스마트 카드로 전환하지 못한 것 등등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결함을 내포할 수 밖에 없는 '복잡한' 체계이기도 하다. 그럼 시민들이 뭘 가지고 버스 체계 변경에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들어보면 가장 큰 문제는 체계 변경에 따른 극심한 혼란과 그에 따른 불편, 그리고 요금 인상인데, 이명박이 욕을 바가지로 먹을 '남다른' 각오가 없었더라면 이전 시장들처럼 요금을 안 올리면 그만이었다. 이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서울 대중교통 요금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두번째, 나로서는 '혼란'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전의 난잡하고 규칙을 도무지 알 수 없는 버스 번호와 노선보다 단순해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마로 아가씨와 황가에게는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 눈,귀가 어두운 노인네들도 아닌데? 인터넷 어디에서나 그들의 주장과 비슷한 불평과 짜증을 봤다.

그보다는, 무슨 일 새ㅇ기면 늘 개처럼 짖어대는 언론이 그 동안 침묵을 지킨 것에 웃음이 나왔다. 똥개같은 언론, 쓸모없는 것들. 현실감이 별로 없는 쪼다같은 공무원들이 만들어 놓은 일에 비판과 이성을 주입하고 이슈화할 놈들이 놀았다. 정말 욕먹을 자식들은 그놈들이라고 봤다. 아마 '첫날 풍경' 이나 일 터진 후에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고 전문가의 진단(같지도 않은 진단)이라는 것을 첨부한 흔해빠진 기사 나부랑이 따위나 쓰고 있을 것이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 간신히 taxi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속이 안 좋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아침에 북어미역국을 먹고 점심에는 콩국수를, 저녁에는 볶음밥을, 야참으로 간만에 리조또를 만들어 먹었다. 태국에서 사온 안남미로 만들었는데 찰지지 않고 양념이 잘 배어 그럴듯하게 되었다. 집에서 카오 팟 탈레나 카오 팟 꿍 정도는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손이 잘 안 간다.

남을 귀찮게 하면서 일하는 것이 체질상 맞지 않기 때문에 작업시간을 밤으로 옮겼다. 마찬가지로 누가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얼굴에 드러나는 지 처음 보는 사람 조차도 내 성격의 가장 생산적인 그 부분을 하나의 특이한 개성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전화질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전화받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전화도, 메일도, 메신저 메시지도. 그럼 업무 협의를 어떻게 하냐고? 내 말이 그말이다. 안 했으면 좋겠다.

반 헬싱을 보다가 히죽히죽 웃었다. 뱀파이어 아가들을 부활시키기 위해 웨어울프가 된 사내를 촉매로 사용해 에너지를 뽑는 장면이다. 놈은 '인간성이 부족해!(humanity insufficient)'라고 외쳤다. 반인반수가 된 웨어울프의 인간성이 부족해서 뱀파이어 생산은 실패했다.

난 돈과 인간성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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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잡기 2004. 7. 19. 00:12
아침에 일어나니 19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 잡혔다는 기사가 마침 TV에서 흘러나왔다. 상쾌한 아침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놀러갔다. 두번째인데 700원이 아깝지 않다. 옆에 있는 한적한 경희궁도 구경했다. 어떤 꼬마가 지하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물을 쳐다보고 있던 날더러 '그건 지하수에요' 라고 말했다. '지하수인가?' 라고 대꾸했다. 경희궁의 어떤 창호지 구멍이 숭숭 뚫린 방에는 보도 블럭을 단정하게 깔아 놓았다. 서울시의 문화행정 관련 부서는 특이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경희궁 바깥의 안내판에는 '공사중이라 관람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예의도 있었다. 경희궁을 둘러보면서 내게도 이렇듯이 동심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여성 미술 전시회에서 그림을 잔뜩 구경했다. 거의 전부가 끝내주게 시시했다. 아내에게 잘 그린 그림이 지닌 특징은 그림을 보고 나서 여러 가지 의미나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떠오르는 것이고, 사물과 주변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믿지 않는 편인데,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긴 하지만 어나더 월드 씨어리나 특이한 정신세계를 지닌 남편의,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독창적인 사고방식 정도로 여겼다. 아내는 맛없는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집앞을 지나 서대문 까지 가는 155번 노선 버스가 사라져서 이만 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환승하면 되지만, 버스에 올라 느긋하게 pda를 봐야 할 시간에 환승 정류장에 멀거니 서서 7.5분 간격으로 온다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길을 노려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에피소드도 생긴다; 노력 끝에, 그리고 운이 따라서, summing을 20단계 이하로 끝장 낼 수 있게 된 목전에서 내심 기뻐하던 중 버스가 마침 덜컹거려 엉뚱한 장소에 스타일러스가 닿았다. 미처 손을 써 보기도 전에 숫자 두 개가 빈 칸에 파박 찍혔다. 여러 좋은 신들은 무시한 채 쩨쩨하게 개신교 신한테만 서울시를 바친 이명박을 저주했다.

장마 막바지, 일은 잘 되지 않고 연일 술을 마셔 피곤해서 주말 동안 집에 틀어박혀 재미도 없는 smallville을 줄기차게 보았다. 느려터진 pdbox 대신 nate의 드라마 클럽에 가입해서 그것들을 얌전히 다운 받아 순한 똥개처럼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자니 젊은 수퍼맨 clark kent가 성장 호르몬을 맞은 프로도 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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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2004. 7. 1. 23:11
별일 없는 관계로 여행 블로그에 한동안 작성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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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전

잡기 2004. 6. 29. 15:25
김선일이 죽은 것 때문에 시끄러워 보인다. 세금을 내도 나라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다. 외교부에 등신들만 모아 놓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대사관이 하는 일이란 한국에서 나온 관료를 접대하거나, 그 나라에 주재한 한국인들 등을 쳐먹거나 맛집을 찾아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것 등으로 기억된다. 외국 갔을 때 힘이 되주지 못하는 놈들이니까, 이 나라 국민은 자력갱생 해야 할 것이다. 애당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없으니 지금 와서 유난히 아쉬울 것도, 김선일씨 목이 잘린 것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억울하게 죽은 그 친구에게 조의를 보일 이유나, 공분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 분노하는 사람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 여태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김선일씨가 가엾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외칠 때도 죽을 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0억이라? 목숨값 한 번 비싸군. 그것도 세금으로 나가겠지.

이제부터 휴가가 시작된다. 휴가... 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가 버리는 것인데. 방금 짐을 꾸렸다. 입고 있는 옷을 빼고 한 벌만 여벌로 준비했다. 트레킹 때문에 오버 트라우저도 챙겼다. 태국은 이번주 내내 비가 오고 번개가 칠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치앙마이에서 잠깐 하게 될 트레킹이 상당히 멋질 것 같다.

서울 역사 박물관에 들러 앙코르와트 보물전을 먼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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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본 글

잡기 2004. 6. 28. 03:03
어느 여행가가 아프리카 오지를 여행하면서 원주민의 도움을 받았다. 첫 날, 아프리카인들은 너무 열심히 먼 길을 달려와 주었다. 그는 목적지까지 빠른 시일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몹시 기뻤다. 그런데 그 다음날, 원주민들은 도무지 길을 나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통역인을 통해 이유를 묻자 말했다. "어제 육체가 너무 빨리 달려와서 아직 영혼이 따라오지 못했다"

그렇다. 그들은 영혼을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당신의 영혼 역시 지금 회복을 갈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 송광택 / 방송인. 독서운동가

감상평: 아아, 그들의 말이 촉촉하게 가슴을 적셔 오는구나. 라고 말할 줄 알았지? 뭔 개소리야.

며칠 동안 출장을 갔다. 정신없이 일했다.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야채를 그러모아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냉장고를 대충 다 비웠다. 지난 몇 주 동안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짓도 오래하다 보니 점점 나아지는구나 싶었다.

여권용 사진을 찍었고(만원) 동네에서 모자를 하나 사고(만원) 종로5가에서 LED 플래시(오천원)와 수영타올(삼천원)과 손톱깍이 세트(천원), 10년 동안 배터리가 닳지 않는다는 듀얼타임 손목시계(만오천원)를 샀다. 이런걸 굳이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라오스 코스를 잡으며 일정을 계산하다가 라오스에 갈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가한테 맡겨봤자 일정을 짜 본 적이 없으니 잘 할 것 같지는 않고, 방콕에 도착하면 각자 다니는 편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부 가서 소수민족 마을을 전전하는 편이 아무래도 취향에 맞았다.

아아, 내 영혼은 침대에 이미 누워 있고 몸뚱이는 이렇게 따분한 타이핑을 자동적으로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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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ed reality

잡기 2004. 6. 22. 23:24
어젯밤에 맥주 마시고 아침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이 약해졌다는 것, 의지에 따라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때문에 서글프기 짝이 없다. 가사가 거시기한게 참 계집애스럽지만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네들과 함께 눈물을 닦으면서; Nicole Flieg, A Little Peace (3:00) -- 우리는 바람 속에 나부끼는 깃털 같은 존재지요. 백조의 깃털일까? 참새, 닭들과 마찬가지로 백조도 조류다.

이전에 있던 메인스트림(제1금융권) 통장을 모두 정리해서 MMF와 상호저축은행으로 재분배했다. MMF의 수익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상호저축은행은 시중 이율이 3.5%를 유지하고 있을 때 1년 약정 6.5%라는 이율이 돋보였다. 신추가금전신탁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내 투자성향은 '중립적'이 아니라... 아무도 알 수 없다. 휴면 계좌만 정리했는데도 10여만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가방의 지퍼를 수리했다. 사물에 아무런 애정이나 집착을 보인 적이 없는 내가 이 가방을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로 자기 아들이 사이버 검색 뭔가를 학교 숙제로 받았다며 1999년 미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다섯 문제 중 하나란다. 찾다가 못 찾아서 날더러 대신 찾아달라고 하던데, 지식인한테 물어보면 될 것을 왜 내게 물을까 의아했다. 찾아주기야 했지만 지각있는 어른이 왜 애들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이고, 그런 류의 인터넷 검색은 30이 넘어 안팎으로 맛이 가고 만사가 시들해진 사람보다 똘똘한 애들이 더 잘해내지 않을까 싶었다. 술집에서 술 먹다 말고 4대 sf상이 뭐냐고 묻길래 의아스럽긴 하지만 네 가지 유명한 상을 말해 줬더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자기 마누라한테 전화를 해서 지식인을 뒤져 보더니 내 말이 맞아 뜻대로 되지 않았는지 묵묵무답. 지식을 인터넷에 방만하게 분산해 놓은 상태라 머리속에는 레퍼런스 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생각을 통해 재조립, 재생산할 수 있는 재료가 너무나 적어 뜻밖에도 입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는 왠지 개소리로 들렸다. 또는, 이미 생각이 끝난 것들은 최종 결론만을 알고 있기에 그 과정이 지닌 무수한 선택지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잃어버린 지식은 다시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들 모두가 사실은 단 한 가지, 삶을 목적으로 전용되어 왔던 것이라도 이제는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지 설명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지금의 '지식'이나 '정보'가 호사꺼리인지라. -- 이를테면, 김씨 아저씨가 날더러 Ted Chiang의 소설 중 뭘 읽었냐고 물었다. 읽긴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재미가 없으면 잊어버렸다. 더 기억해서 뭣하나. 값비싸고 오류가 잦은데다 용량이 제한적인 메모리를 쓸데없는 것들로 채워둘 수는 없는 형편이라.

술집에서 만난 아저씨와 얘기하다가 레이저 포인터를 얼떨결에 받았다. 수입해서 판매하다가 쫄딱 망했다고 한다. 3km라는 믿을 수 없는 통달거리를 자랑한다던데, 확산폭을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한 그것의 참용도는 i love you 필터를 끼우고 63빌딩 꼭대기에 올라가 한강에 i love you라는 글자를 새겨 옆에 있는 여자를 기쁘게 해주는 것인데, 술집에 앉아있던 아가씨들은 그런 것에 시큰둥했다.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방비엔의 알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마침 술집에 계셨다.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따리의 넘버쓰리 gh 사장님과 아는 사이라는 말을 들었다. 따리에서 빈둥거리며 사장님과 여러가지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말 타고 돌아다니다가 최근에 다리가 부러졌다나? 후훗. 따리에서 창산까지 말 타고 기어 올라갔던 기억이 났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개울가에서 조선족 아저씨와 발가벗고 물장구를 치면서 놀았다. 비단 아저씨도 가게에 들르는 것 같다. 진정한 사나이, 아니 미친놈만 갈 것 같은 타클라마칸 횡단을 같이 해보자고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었다. 악마의 발톱처럼 피부를 할퀴는 모래바람 속에서 비틀비틀 낙타를 몰고가는...

밀린 영화들 보기. 투모로우, 페이첵, 기타 등등. 얼마전 TV의 출발 비디오여행인지 하는 프로그램에서 투모로우의 '작품 해설' 겸 예고편을 미리 봐서인지 딱하게도 더 볼 것이 없었다. 하품을 한참 하다가 나왔다. 달말에 상영할 i, robot의 예고편을 보니 안 봐도 될 것 같았다.

킬빌, 킬빌2는 영 재미가 없었고 맨 온 파이어하고 스파이더맨2를 기다리는 중. 오늘은 헬보이와 데스티네이션2를 보다가 자기로. 꿀꿀한 노래는 집어치우고, England, Garden Shed, Midnight Madness (6:59) -- 언제 들어도 지겹지 않은 몇 안되는 (내 생각에) 프로그레시브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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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

잡기 2004. 6. 20. 23:31
hero 보다가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만 뒀다. 꽤 오랫동안 일본 애니와 드라마를 봐온 것 같은데, 왜 그걸 자꾸 보나 모르겠다. 다운로드에 48시간 걸리고 보는데 대략 10시간은 걸리는 '24시'를 보기 시작. 콩가루 같은 counter terrorism unit의 주 업무는 일하는 척 하면서 눈알을 굴려 동료, 상사의 상태를 살핀 후 그를 고발하거나 모함하는 것이다. 심지어 동료 끼리 죽이기도 한다.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신 영웅 잭 바우어를 제외한 나머지 떨거지들의 주 업무는 그의 소재 파악을 하거나 그가 뒤에 남긴 시체를 정리해주는 것이다. 놀랍게도 1,2,3부에 등장하는 모든 악당들은 하나같이 순하게 생겼는데, 개중 돋보이는 악당은 잭 바우어의 딸인 킴 바우어였다. 그 계집애만 나타나면 드라마는 갑자기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킴 바우어의 명언록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워낙 싸가지가 없어서 극에 등장하는 악당 중 하나가 제발이지 킴을 없애 버렸으면 하는 소망마저 생겼다. 3부가 워낙 지겨워서 졸면서 간신히 봤다.



바탕화면을 얼핏 보다가... 2004-6-19 13:20, 태풍 디앤무가 한반도로 진격 중. 그런데 저 심상치 않은 흰 줄은 대체 뭘까.

구멍이 숭숭 뚫려 통풍이 잘 되는 신발을 할인점에서 8800원 주고 샀다. 배낭의 지퍼가 망가져 가슴 아프다. 작년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하나 하나 망가지기 시작해 이제 남은 것이 없다. 부슬비를 맞으며 동네 산길 어귀에 있는 등산용품 할인점에서 3만원짜리 배낭을 샀다. 말이 35리터지 실제로는 20리터가 될까말까한, 왠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배낭이다.

아내가 덜컥 항공권을 끊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6월 29일 방콕으로 가게 생겼다. 황가한테 갈 생각 있냐고 별 생각 없이 물으니 다음날 그가 항공권을 끊었다. 28만원짜리, 아슬아슬하게. 7월부터는 성수기 요금이 적용되어 같은 항공권이 40만원 대가 된다. 그 차액 12만원이면 7일을 버틴다. 그런데 아내가 방콕에 떨어지는 날짜가 7월 6일 이후라서 그동안 어디 좀 놀러가야 하는데, 당체 별로 가보고 싶은 곳이 없다. 음... 라오스 북부에서 썽태우 타고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빡세게 여행해 볼까? 여행이란 고생스러워야 제맛이지. 아니면 앙코르와트나 다시 가볼까? 여권 문제 때문에 두 가지 코스가 일정이 빡빡해서 잘 될까 모르겠다. 꼬창이나 꼬사멧 등지의 섬을 돌아다니는 것이 차라리 낫지 싶다. 아내가 오면 그때 북부로... 음. 계획이 영 엉망이군. 찰싹. 정신 차리자. 지금은 일을 하자.

원래는 올 여름 일본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그래서 자전거를 사서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연습 좀 해두려고 했는데, 집과 사무실 사이의 직선 거리가 20킬로미터이고 사무실까지 가는데 적어도 세 시간은 걸릴 것 같고, 돈을 쳐 발라서 뙤약볕 아래 죽도록 개고생하며 도쿄까지 간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번째 배팅은 최근 러시아 비자 받기가 쉬워졌다길래, 동해안에서 배편으로 러시아로 들어가 백두산까지 갔다고 돌아오는 코스인데 머리속으로 얼추 계산해 봐도 20일은 되야 최소한 여행한 것 같은 꼬라지가 되었다.

며칠 파곤죽이 되어 있던지라 일은 잠깐 접어두고 휴식을 취하며 '신암행어사'라는 만화책을 봤다. 한국의 각종 민담,설화를 각색해 일본에 연재하는 만화책인 것 같다. 가터벨트를 하고... 아무래도 정조대같아 보이는 것을 입은 춘향이가 죽은 몽룡이 대신 박문수를 열심히 쫓아다니며 악을 섬멸하는 얘기였다. 어사 박문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라서 자력갱생하지 않는 힘없는 백성들은 죽게 내버려뒀다.


암행어사(바닥에서 버둥대는)를 잡아 먹으려는 못된 여우들을 학살하는 춘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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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잡기 2004. 6. 12. 03:39
그의 말에 따르면 내 몸에는 영업의 피가 흘렀다. 탁자를 탕 치면서 그럴 줄 알았어. 라고 중얼거렸다. 갈림길에서 표지판을 무시하고 달리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돼지 껍데기와 갈비가 맛있는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행책에서 쓸어온 책을 한 권씩 나눠줬다. 옛날 어느 신문기사에서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사람들이 나다니는 곳에 슬며시 놓고 사라지는 모임이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매우 이상한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쯤 별이 반짝이는 라자스탄의 사막에 누워 있겠군. 조그만 관심과 사랑 정도면 여자는 인상적인 괴력을 발휘한다. 그 점을 높이 평가했다.

대낮에 차 타고 가다가 졸기는 오랫만이다 -- 나이를 먹어간다. 뱃살이 나와 움직임이 둔해졌다 -- 바나나를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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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

잡기 2004. 6. 10. 02:02
{펌} 인터넷뱅킹 공인인증서 무료로 일년연장하는 법!!!! -- 공인인증서 유료화가 금감원의 반대로 당분간 보류되지 않았던가? 인증서 폐기 후 신규 신청을 하려다가(이 글 보기 전에 그런 꽁수는 진작 알고 있었다) 내 인증서를 발급했던 외환은행은 친절하게도 인증서를 갱신하라는 메일을 보내 주셨고 갱신했더니 2005년 7월까지 연장되었다. 외환은행은 어제 통장을 해지했다. 때려주고 싶은 십장생이다.

로널드 레이건: 이 피투성이 깡패가 20년만 더 일찍 죽었더라면.... -- 공감.

결혼까지 7일: 생일 -- 결혼까지의 '험난한' 길을 블로그로 남기겠다며 며칠 째 쓰고 있는데 결혼식이라는 귀찮은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던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은 아주 잠시 뿐이지 않을까 싶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그들이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시류를 따랐을 뿐.

신문에 만두 얘기가 자주 나와서 오늘은 만두를 구워 먹었다. 재료가 양배추, 두부, 양파, 돼지고기, 대파 로 나와 있어서 실망했다. 결혼 전에는 워낙 쓰레기같은 음식을 먹고 지낸 탓에 가끔 제정신이 아닐 때도 있었다. 집에서 한 음식만 계속 먹다 보면 현실 인식이 강해져 두통이 생길 때도 있었다. 이럴 때는 거리에서 정크푸드를 먹어줘야... 만두, 라면, 떡볶이, 햄버거, 피자, 기타 등등 맛있는 것들.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hero를 보기 시작. 저런 검사가 우리 나라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쩐지 인상 드러운 바텐더가 개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건 또 뭐야, 검사야? 하는 내 안에 숨겨진 원초적 마초성을 살며시 간지르는 눈빛. 1,2화까지 봤다. 바텐더가 뭔가 한 껀 해줬으면 하는데 말야. 어이 각본, 펜을 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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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실무

잡기 2004. 6. 9. 03:05
아침부터 이곳 저곳 돌아다니느라 녹초가 되었다. 사업을 접게 되어 퇴사한다는 양씨 아저씨 일행을 만나러 그들의 사무실로 갔다. 의기소침해 있을 그들을 위로한다기 보다는... 퇴사가 결정된 마당에 다음번에는 무슨 일을 할까, 그들의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 산 sj33 자랑 할 겸. sj33을 시큰둥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런 저런 잡담을 늘어놓다가 열이 받아서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그들의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프라이멀 누마 클러스터를 비롯한 이런 저런 도형을 그렸다. 사각형에 어노테이션을 달아놓은 전형적인 그림은 자주 수정되었고, 논쟁이 이어지면서 무언가를 첨가하거나 지웠다. 퇴사할 인간 둘이 자기들 친구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왜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는걸까, 인수인계나 잘 하지. 그 이유가 궁금했는지 어떤 작자가 빼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회의실을 들여다 보았다. 두 갑째 피웠다. 하다 하다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져 의자에 기댄 채 물끄러미 화이트보드에 완성된 그림을 보던 그들 중 한 친구가 우리 사이에서 욕설에 해당하는 말을 했다. '이건 아트야' 구현되지 않은 기술은 헛소리일 따름이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위로는 제대로 한 것인지, 자랑은 제대로 한 것인지 문득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아트야 늘 하는 거지만 하늘은 흐렸다.


지하철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내 sj33을 보고 물었다. '이거 핸드폰 됩니까?' 아니요. '인터넷은?' 안 되는데요. 할아버지는 뭐 그런 것도 안되느냐는 표정으로 슬며시 관심을 거두었다. 이것이 중고가가 무려 20만원이나 하는 첨단 기술의 집적체인 PDA가 천대받는 한국이란 말인가? 구매한 이후로 줄곳 좌절이다. 꺼내 들라치면 상위 기종이 불쑥 탁자에 나타나질 않나, pda가 없는 사람들은 인터넷, 핸드폰 되냐고 묻질 않나. 나야 견딜만 하지만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sj33이 가엾다.

최씨 아저씨는 양아치 같은 차림으로 한국에 왔다. 이온 프로펄션 쪽을 공부하는 것 같던데 의문인 것은 동태를 여기저기 배달하는 외우주 이민선도 아니고, 최근 각광 받고 있긴 하지만, 지구 근궤도에서 그걸로 충분한 걸까? 충분치 않은 시간 때문에 흥미로울 것 같은 얘기를 물어보지 못했다.

박씨 아저씨한테 디스크 볼륨 레이블이 '즐'인 HDD를 건네주긴 했지만, 뭔가 석연찮은 것이 내심 불안하다. 왜 KIN일까?

좌담회에서 밥값을 하고 싶어도 할 말이 없었다. 입이 안 떨어졌다. sf를 읽으며 이미 수준이 올라갈대로 올라가 버린 독자들을 만족시키고(흥행성?) 동시에 어리석은(?) 문단을 엿먹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탁월한 수단과 신선하고 이질적인 시선으로 감동과 기쁨을 주는 '아트'(내지는 평양의 그 유명한 '날으는 처녀들'에 필적하는 아크로바트)를 보여줄 수 있는 역량있는 작가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 아줌마와 아스 아가씨가 말하는 서사라... 요즘은 어디서 서사 얘기를 들으면 맥락의 일관성을 말하는 것인지 이야기 구조가 본질적으로 지닌 점착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 영광의 작가들이 가지고 있던 주제의식의 빛나는(정말 빛이 났다) 개연적 통합을 얘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삼자 사이의 배분과 혼합을 얘기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글빨이 서사에 포함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장의 대가를 보고 싶다. 그건 글자로만 할 수 있는 일인데 백날 똑같은 시시한 연애담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아무래도 문장력 때문이다. 통 글 잘 쓰는 사람을 못 봤다.

pda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박씨 아저씨를 쳐다봤다. 그는 창작을 하지 않았다. 그 옆의 고양이 아줌마도 쳐다봤다. 그는 창작을 무기한 보류했다. 그 옆옆의 김씨 아저씨도 쳐다봤다. 자기는 여차하면 창작도 할 수 있다고 늘 자신만만이다. 내 발 끝도 쳐다봤다. 기다리다 보면 하늘에서 붉은 비가 내리고 젊은 변태가 나타나 줄곳 패시미스틱해 지기만 하는 sf계에 새파란 피를 긴급 수혈해주지 않을까? 한국 sf계를 구원할 예수가 나타나도 팬덤의 회의주의자들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린 채 푸른 피를 질질 흘리며 죽어갈 가능성이 더 높긴 했다. 푸른 피를 받아먹은 팬덤의 유태계 노인네들은 불노장생할 것이다. 출판사도 불노장생할 것이다.

출판사가 철수하고 문학이 일정대로 뒈지고(왜?) sf 번역서가 출간되지 않고, 창작이 시원찮아도, 이렇게 호기심 많고 즐거운 떼거리가 사랑하고 미워하고 서로 도륙질을 하며 같이 늙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몇 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진지한 일은 지각있는 올드보이들에게 맡겨 두자.

* 난지도 야외캠핑장에서 바베큐 파티를 언제 하나?
* 애영동에서 Lexx를 낄낄거리면서 같이 볼 수 있을까?

정도가 관심꺼리다. 할일은 많은데 배 부르고 잠이 솔솔 오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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랏시 만들기

잡기 2004. 6. 8. 00:09
파하르 간즈 끝자락 기차역 근처의 구멍가게에서 랏시를 먹고 있을 것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나나(2천원), 우유(천원), 달디단 서울 요구르트 세 줄(천원)을 사왔다. 우유 1리터에 요구르트 네 병(260ml)를 넣고 바나나 일곱개를 까서 블렌더로 갈아 1.6리터 가량의 바나나 랏시 컴패티블을 제작했다. 굴러다니던 호밀빵과 함께 그중 400ml를 마셨다. 맛이 그럴싸하군.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컴퓨터의 케이스를 뜯어 80mm 팬을 제거했다. 케이블을 연장해 컴퓨터 내부에서 12v를 빼어내 탁상 위에 조그만 선풍기 대용으로 돌렸다. 12v 브러시리스 팬에 극성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컴퓨터도 컴퓨터지만 당장 내가 더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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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Only Lonely

잡기 2004. 6. 7. 04:20
가고일은 지나가던 인간을 돌도끼로 때려 잡아 몹시 기뻐하는 오크같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텅스텐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슬라이드와 실크 스크린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 텅스텐은 썩 괜찮은 pda였다. 어쨌거나 기분이 상해서 얼마 전에 자이어71을 자랑하다가 sj33의 저주를 받아 lcd가 박살이 난 이씨 아저씨의 슬픈 사연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줬지만 약발이 통하지 않았다. "무상 as기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거든요" 당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액정은 말이야, 무상 as가 안되는 걸로 알고 있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겠지. 라고. 그나저나 아직도 pda를 사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pda는 핸드폰에 완패했다. 완패했고 방향도 그쪽이 아니지만, 내 주변에서 pda 산 사람들은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bookwarez에서 챙긴 책들은 평생 봐도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굴다리집에서 오랫만에 몇몇 얼굴을 만났다. 한씨 아저씨가 나왔더라면 욕설을 퍼부어주고 싶었는데 때마침 더위 먹고 나오지 않았다. 결혼식에 오지 못해 미안 하다던데 글쎄다, 안 와줘서 기쁘다. 어떤 아저씨 말대로 결혼은 두 번 할 수 있어도 결혼식은 두 번 할 것이 못 된다. 김씨는 날더러, 자기는 하나도 안 취했는데, 하드플래닛에 기사를 써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돈이 안 되는데 왜 쓰나 했지만 요즘 추세가 괘씸하고 술도 취했고 해서 몇 개월은 쑈를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그러마 대답했다. 자가발전 얘기를 하니 흥미가 있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 바닥에서 내 신용은 말 그대로 언더그라운드였는데, 30대 중반의 결혼한 남자가 기댈 언덕은 재테크 밖에 없다. tv에서 낚시 채널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재테크와 메주콩 낚시다. 겟타를 빼니 왠지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도 40대 열혈 궁상은 40대에.

아내가 병아리들 오리엔테이션 중에 가르쳐 줬다는 팁: 트랜짓 할 때 CA(이제 기억났다. 스튜어디스의 올바른 명칭은 cabin assistant)에게 내리기 전에 미리 손님에게 대접한 식사 중 남은 음식 찌꺼지를 달라고 말해두면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에서의 지루하고 허기진 시간 동안 음식을 챙겨 먹을 수 있다.

기내에서는 니들셋(반짓고리), 카드셋, 두통약, 생리대를 비롯한 각종 상비약, 쉐이드(수면 안대)를 부탁하면 구할 수 있고 화장실에서 화장지와 치약, 일회용 칫솔 따위를 챙길 수 있다. 국적기(라고 불리는 한국인 상대로 삥 뜯어먹고 사는 두 항공사)를 타면 튜브에 들은 고추장이 기내식에 곁들여 나온다. 몇 개 모아두면 쓸모가 있다. 항공기를 탈 때마다 보급받는 심정으로 이것 저것 챙겼다.

보딩패스를 받을 때 자리를 지정할 수 있다면 가능한 앞자리를 얻는 것이 좋다. 착륙할 때 비즈니스 클래스 다음으로 내려 출입국 수속을 빨리할 수 있으니까. 항공기에서 담요 따위를 챙겨 한국 여행자로서 빈티나는 모습만은 제발 보이지 말자는 얘기들이 오가는 것을 여행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었다. 글쎄... 한국보다 잘 벌어먹고 사는 서양 여행자들도 거리낌없이 그 짓을 했다. 가난하고 꾀죄죄한 우리들은 모두 추위에 얼어죽지 않으려고 그것을 망또처럼 두르고 돌아다녀도 하나도 쪽팔려 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만전을 기하는 자신의 영악함을 자랑스러워 했다. 재질이 중요했다. 울,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 쿨맥스, 고어택스 따위 소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다가 한번은 내가 이겼다. 그런데 고어텍스 담요가 정말 있단 말인가? 그렇다쳐도 본 적은 없었고, 내것이 제일 '가볍고' 따뜻했다. 어느 항공사 것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것의 소재는 싸구려 폴라폴리스였다. 터번처럼 두르고 다녔다. 침대에 깔기도 하고 목에 두르기도 했다. 여행중의 내 거지 패션은 특별히 튀는 것이 아닌 이 바닥의 수수함 그 자체였다.

오랫만에 들른 인천 공항의 아시아나 창구에서 아시아나 항공권을 구입하진 않았지만 출/입국 신고서를 프린터로 예쁘장하게 프린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시아나 항공은 통 타 본 적이 없지만 스타 알리안스 때문에 쌓인 마일리지 덕을 보긴 했다.

공항에서는 여전히 내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할아버지를 한 번 도와드렸고 일본인 배낭여행자들이 종로행 버스를 타도록 도와주었다. 이전까지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내려 인천공항행 셔틀 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저렴하게 공항에 갈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셔틀버스의 운행요금이 4500원에서 6000원으로 뛰었다. 30분 운행에 6000원이라. 교통에 관한 한 사회주의 국가인 한국의 실정에 비춰볼 때 터무니 없다.

아내는 인도로 나들이갔다. 한달 반쯤 후에나 돌아올 것이다. 그녀에게는 일곱 번째 인도행이다. 일이 바쁘게 돌아가지 않고, 시간이 된다면 태국에서 만날까 생각 중.

여행 생각나는군. 기내에서 얻을 수 있는 갖가지 흥미로운 물건들을 비롯해 항공사의 담요의 품질에 관해 노련한 장물아비들처럼 질 좋은 정보를 교환하다가... 과떼말라에 있을 때 어떤 체한 여행자의 손가락 끝을 달군 바늘로 따 주면서 이것이 바로 동양의 신비스러운 침술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왜 소화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손가락 끝에 바늘을 찔러 해결하는가? 라고 물었다. 당연한 의문이다. 경락을 뭐라고 번역해야 할 지 난감해서 pressure point라고 하고, 인체에는 무수한 경락이 있는데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액의 분자구조의 중심에는 철 입자가 있고 침은, 아니 바늘은, 피부 밑의 신경 절 부근을 자극해 미세한 전자기 변화를 일으켜 철 원자를 포함한 헤모글로빈의 방향을 정렬시켜 혈류 흐름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물론 사기다.

얘기는 좀 더 발전했다. 생물체의 신경계는 신경전달물질을 비롯한 이온의 농도 변화에 따른 세포 내의 화학적 변화와 전기적 변위에 의해 국지적으로 자기 조직화 되고 되먹임질 되는데 그것이 경락이 다른 부위 보다 변화를 심하게 일으키는 이유라고 말했던 것 같다. 호르몬, 체액, 혈류, 이 모든 것들은 인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러 도관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특히 자율신경계는 외부에서 전달되는 자극에 따라 의지와 무관하게 여러 종류의 호르몬을 방출하는데 이 호르몬이 신경계를 긴장케하고 자극을 주어 인체를 평범한 상태가 아닌 비상 사태로 변화시킨다. 이를테면 팔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병사가 자기 진지로 기어갈 힘을 주는 것은 노르에피네프린과 체내에서 자가 생성되는 몰핀 계열이 감각 차단을 일으켜 극심한 고통에 의해 신경계가 오작동하는 것을 방지토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체했을 때 하필 손, 손가락일까? 손가락 끝은 인간의 인지체계에서 촉각에 관한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라는 표현도 있다. 이곳이 체내에서 가장 큰 신경절인 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신경이 몰려 있다는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침으로 손가락 끝에 일점의 집중적인 자극을 가하면 인체는 즉각적으로 비상체계로 돌입한다. 중국의술에서는 발바닥도 중요한 부위인데, 발바닥 역시 평상시의 고른 압력 분포에 따른 자극의 변화를 딱히 느끼지 못하다가 침등의 극단적인 일점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하여튼 비상체계 하에서 신경 하나 없어 고통을 가장 둔감하게 느끼는 소화계는 부적당한 소화물 탓에 흔히 양의 되먹임질(포지티브 피드백)에 걸려 인체 스스로 자기 조절한답시고 자가발전하다가 오히려 자멸의 길을 걷는 자율신경계의 오작동을 중단시키고 신경의 모든 방향을 위험이 비롯된 손가락 끝에 집중시킨다. 신경계를 기만한다는 점에서 감기약이 인체를 기만하여 시간을 벌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방어할 시간을 주는 치료 방식과 다른 점이 없다. 감기약은 인체의 화학적 조성을 변화시킴으로서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을 동반하나 침술은 단지 신경계만을 자극할 따름이다.

그 정도면 카프라에 속아넘어갔던 서양인들에게도 충분히 이런 사기가 통했다/검증했다/반복했다/사기 행각은 사뭇 끝이 없었다. 카프라와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전문용어를 써가며 잘 알지도 못하는 인체와 자연의 기작을 주물럭거렸다. 카프라와 내가 다른 점은 나는 굳이 교주 스타일을 흉내낸다거나 실세계에 상존하는 위협과 공포를 도외시하며 평화와 조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 뿐이다. 긴장과 대치의 동역학을 거세한 조화는 하시시 빨고 헤롱거리며 세상이 평화롭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어불성설이다. 당신의 자기만족은 세계를 긍정적으로, 다시 말해 지금보다 덜 멍청한 방향으로 이끌어 본 적 조차 없다. 글쎄다. 굳이 약 빨고 샤픈, 블러, 모자익 등 화상처리를 하여 컬러풀하고 원더풀한 세상을 볼 까닭이 없다. 약 안 해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 특히 자가발전 모델은 애당초 신경계의 과민반응에 따른 오작동이다. 예술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굳이 언급해 짜증을 불러 일으킬 이유가 있을까? 이상 정신세계는 말 그대로 이상한 세계를 보게 한다. 하여튼 감기약과 항생제가 몸에 해로운 것을 안다면, 마찬가지로 인체의 화학적 조성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하시시, 대마초 역시 장기적으로는 좋을 리가 없다는 것 쯤은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약 먹은 돌대가리야, 사실 기대는 안 해. 그렇게 살다가 뒈져버려!)

핸드폰에는 마누라의 사진이 있고 그 밑에 여행자들이 행운을 빌어주며 하던 말이 적혀 있었다. godspeed luke. 여행 중에 만난 어떤 점쟁이 말에 따르면 나에게는 두 개의 이름이 있고 생일이 셋이다. 쪽집게였다. 따라서 사주팔자, 생일별점이 개판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바보같아 보이는 점쟁이 말을 믿지 않는 것은 합리적 회의주의자라서이기 보다는, 그저 횡설수설이 웃음꺼리 밖에 되지 않아서인 이유도 있고 내가 그보다 이상 정신세계에 관한 풍부한 실무경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고 그들 생각의 총합이 내가 된다. 하드플래닛의 아저씨들 말대로 내가 남들에게 굳이 신용, 정직을 거들먹 거릴 이유는 없다. 그점이 특히 하드플래닛에 기사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훌륭한 핑계였다.

수중에 딱 만원이 남아 택시 탈 형편이 안 되어 이제는 mp3p로 백퍼센트 전용한 pda로부터 들려오는 올드팝스를 들으며 한참 동안 집을 향해 걸었다. 소주만 마셨더니 속이 편해서 좋다. 어둠의 떨거지들 팀의 미덕은 소주를 마신다는, 그것이었다. 굳이 벌이가 시원찮다는 공통점 만은 아니었다. 새벽 한 시, 한적한 거리, 날씨와 바람은 더더욱 좋았다. 아아, 신음하는 지구여, 어서 이 땅에 아열대를.

마누라도 없는 이 자유스러움이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며 노래 한 곡 땡길까? J.D. Souther - You're Only Lonely (3:43) 이 시대에 30대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대단한 행운이다. 가사에는 늘 의문이 샘솟았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노래를 불렀고 그들이 누군지 정도는 노력 없이도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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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라이

잡기 2004. 6. 4. 00:56
얼마전에는 멍하니 매뉴얼을 읽다가 순환 버스를 타고 2시간을 뱅뱅 돌았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가까이 되었다. 사무실에서는 9시쯤 출발했다. 정신이 어디 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주기가 다시 시작된 것 같다. 지하철에서 종종 역을 지나치거나 꿈 속에서 숲속의 짐승을 보는 것 등등.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면서 얕게 떠 있는 붉은 달을 보았다. 몇 년 전 사막에서 밤을 맞아 밝은 달 아래 터벅터벅 걸어 오아시스로 돌아오던 때가 기억나서 두근거렸다. 그런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오늘도 옥상에 올라가 달을 찍었다. 요령이 생긴 탓인지 어제 찍은 것 보다는 나았다.

아내한테 언제나 한쪽 면만 보이는 달이 자전하는지, 자전하지 않는지 말해 보라고 했다. 자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내와 같은 착각을 했다. 달에 관한 많은 재밌는 해석들이 있었다. 이젠 그런 것들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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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몰락

잡기 2004. 6. 3. 00:57
소니 클리에 생산 중단? 잘들 논다.

사흘 동안 지방 출장.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퍼 마셨다. 이틀을 강의만 하다보니 지쳤지만 내 덕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해 내심 기뻤다. 사람들은 자기 재능을 발견할 때 즐겁게 몰두할 수 있다. 겉모습은 누구나 평범하고 닭대가리 같아 뵈지만 프로그래밍이 왜 재밌고 신나는지 알려주다 보면 눈빛이 달라진다. 개중 워낙 심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한 친구는 3개월 후면 나만큼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고 떵떵거렸다. 그러길 바랬다. 동료를 원한다.

홈페이지에 갑자기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락거려 뭔 호들갑일까 궁금했는데 혹시, mirable dictu에서 점보기 릴레이 중이라서? 그랬군. 이런 오비이락은 감정이입과 텔레파시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그것도 3개월 전에 써두고 퍼블리시를 안 하다가 재고정리 차원에서 올렸는데 마침 점보기 릴레이중이었다니. 하하하

pda에서 플라네타리움을 보다가 오늘이 보름 때 임을 알았다. 바탕화면에 깔린 한반도의 구름 상태를 보니 밤하늘이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망원경을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혼자 보기 아까워 어디 가서 술 한 잔 하며 즐기고 있을 아내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다. 삼각대가 어디있지... 아, 맞아. 없지. 디지털 줌으로 최대한 땡겨봤지만 손톱만한 크기. 안 되는군.



망원경을 왼손에 들고 왼손 검지로 놉을 조절하면서 오른 손에 든 디지털 카메라를 망원경의 아이피스에 살짝 끼우고 줌 레버를 조절해 땡겨 디지털 10배까지 밀어 붙였다. 이 좋은 시대에 어거지로 디지털 줌을 쓰는 내, 싸구려, 스냅샷용 카메라. 손이 떨려서 도저히 달이 잡히지 않는다. 사격 자세로 앉아 이십여분 이것 저것 씨름하다가 최종적으로 연사 모드로 열댓 장을 순식간에 찍었다. 카메라와 망원경의 렌즈가 결합하여 절묘하게 증폭된 색수차는 어쩔 수 없었다. 찍고 나니 결과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아 왜 이런 짓을 할까 싶었다.



F4.8, 셔터속도 1/120, 측광모드 스팟, 노출보정 -1ev.



앗! 그런데... 달이 순간 이그러지는 듯 하다가 갑자기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DJ. Yusef의 흥겨운 음악(4:39) 을 들으며 지구 멸망을 자축.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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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 업로드

잡기 2004. 6. 1. 20:23
음원 데이터를 어쩌다가 구했다. 핸드폰에 업로드하려니 실패한다. 확장자를 바꿔서 업로드하려니 타사의 음원은 사용할 수 없단다. PG-K7000 또는 KTF 폰의 내부에 저장되는 미디 파일의 형태는 야마하의 smaf와 동일한 것 같은데(같은 음원칩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니까) 음원을 폰으로 업로드할 수 없어 파일 구조를 살펴보니 KTF의 .xmf 파일은 야마하가 사용하는 .ma2 파일 앞에 헤더가 좀 더 붙어 있었다. 따라서 에디터로 앞부분의 헤더만 적당히 추가하면 될 것 같다. 업로드가 되었다. 5000여개의 음원 데이터를 값싸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회사들도 저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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