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에 해당되는 글 569건

  1. 2004.11.22 가자 1
  2. 2004.11.21 카논 2
  3. 2004.11.20 open eyes 2
  4. 2004.11.19 실크로드 1
  5. 2004.11.17 비비면... 2
  6. 2004.11.17 책 읽기 1
  7. 2004.11.14 보험
  8. 2004.11.07 자비무적 4
  9. 2004.11.06 주말 잡기 1
  10. 2004.11.05 탄생수의 신비 3
  11. 2004.10.31 rudeness for nothing 2
  12. 2004.10.31 바빌론5 3
  13. 2004.10.30 엇참
  14. 2004.10.30 일도 없는데 공장 앞에 쭈그리고 1
  15. 2004.10.28 구월 1
  16. 2004.10.28 farscape 8
  17. 2004.10.20 도사 3
  18. 2004.10.11 cycling, ever. 3
  19. 2004.10.07 짜증 1
  20. 2004.09.30 진인생소사 2
  21. 2004.09.22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 1
  22. 2004.09.18 환절기 컴퓨터들과 나의 건강 2
  23. 2004.09.17 오랫만에 SF 셋 읽고 1
  24. 2004.09.15 HDD 고장 3
  25. 2004.09.14 지하철에서 생긴 일 2
  26. 2004.09.11 이미지 정리 1
  27. 2004.09.08 자궁근종 수술 3
  28. 2004.08.31 울지 않아도 되는 이유 2
  29. 2004.08.29 인사동 나들이
  30. 2004.08.28 파타고니아에 부는 바람

가자

잡기 2004. 11. 22. 23:20
일간스포츠에서 본 만화:



감상: 어쩌면 내게는 이사의 자질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기술적인 문제들은 대체로 시시했다. 요즘은 새 기계의 컨셉을 구상하면서 방에서 이런 저런 문서를 보거나 이런 저런 테스트를 했다. '다운 된 거 없어?' 하고 하루에 한 번 정도 전화해 주면 엔지니어들이 시시콜콜한(심각한) 문제들은 알아서 해결해 주었다. 유사장은 그의 회사의 기술적인 상황을 나한테 묻길 즐겼고 나하고 대화를 나누면 만사가 잘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고 주장했다. 머리도 잘 안돌아가는데 무리해서 엔지니어질 그만하고 -장짜 돌림 놀이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 능력도 안 되면서 자만하고 말았군.

그럼 그렇지. AMD PowerNow! driver를 대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CPU 클럭을 400Mhz로 낮추고 cpu idle 때에는 HALT나 STOP opcode가 실행되니까 팬은 줄곳 꺼진 상태이고 전력 소비마저 줄어들었다. Averatec notebook 조용히 즐기기

하지만 vmware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버추얼 머신 이미지를 데스크탑에 복사했다. 2GB 짜리 파일을 복사하는 것 만으로 한 대의 컴퓨터를 통째로 복사하는 효과를 얻었다. 버추얼 머신을 이 맛에들 사용하나 보군.

오랫 동안 미루었던 컴파일러 업그레이드를 했다. gcc 3.2 버전의 버그가 워낙 많아 새 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래서 나온 3.4.x 버전에 c++ 관련한 희안한 버그(소위 regression이라 불리는, 하위 버전에서 정상적으로 컴파일 되던 것이 상위 버전에서 버그로 다시 나타나는 것)가 있었다. 하여튼 새 버전을 깔았다 하면 버그와 한바탕 전투를 치뤄야 하는 gcc는 정이 안 가는 컴파일러다 보니 다른 컴파일러로 갈고 싶지만서도, 마땅한 컴파일러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쓰게 되었다. 오늘 다운 받은 것은 11월 4일 나온 gcc 3.4.3, 버그질라를 모니터링해보니 최근에 (내게는 심각한) namespace 관련 에러와 in-class template type define 문제가 해결된 것 같다. 이것도 안되면 쓰던 것 계속 쓰자.

간만에 정태춘이 부른 노래 한 곡. 그래... 예전에 이 노래를 꽤 즐겨 불렀다. 도솔천 생각만 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어디론가 간다니, 그것도 마음에 들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부모 설움 등에 지고 산천 대로 소로 저잣길로
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에고, 도솔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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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논

잡기 2004. 11. 21. 23:33
'미연시'가 뭔가 궁금해서 뒤져보니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약어란다. 개중 명작이라는 '카논'을 구해 한글 패치를 하고 시작해 보았다. 어드벤쳐지만 그래픽 노블 형태에 더 가까웠다. 그저그런 연애물이란 생각이 드는데 주인공이 아무래도... 죽은 시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분고분한 계집애들이 등장하는 연애 시뮬레이션은 취향에 안 맞는데 그렇다고 18금 게임을 하자니 그건 애당초 취향에 안 맞았다. 지루해서 계속해야 할 지 말지...


이 밤중에 어린애와 뭘 함께 하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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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eyes

잡기 2004. 11. 20. 23:17
'씰크로드학'을 선물하려다가 서점에서 마음이 바뀌어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집어 들었다. 사연 많은 정수일씨가 완역한 것이다. 실크로드를 여행하던 여행자라면 한번쯤은 이븐 바투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가, 또는, 에... 700년 전의 전설적인 선배 배낭 여행자. 여행이 끝날 무렵 내공이 심상찮아 뵈는 정수일씨의 책은 기필코 다 읽어 보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 사정상(책값이 비싸서) 포기했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만 해도 권당 3만원, 두 권으로 6만원이란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바투타나 바투타의 책을 번역한 사람이나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책을 사서 사무실에 놔두면 놀러가서 빌려읽을 심산이었다. 선물했다고 생색도 내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일석이조다.

두 김씨 아저씨와 맛있는 담배를 느긋하게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ghost rider를 들고 있길래 혹시... 했다. 그 책에 관해 여러 차례 입소문을 들었다. 그러다가 생각났다. 수 년 전에 오토바이 정비 기술과 도(zen and the art of motorbike maintenance)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마치 어린 시절 헤세를 읽고 이리 같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던 것과 비슷했다 -- 그래서 아이디가 paedros가 되었다. 잃은 자, 먼지처럼 하찮은 삶, 돌아갈 곳이 없는 녀석. 사막에서 스스로에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죽으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삶에 관한 여러 핑계 중 하나가 되었다. 덕택에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여러 과학적 미스테리와 함께 의문으로 남겨 두었다.

사무실에 가서 아내를 데려오려다가 술 한 잔 했다. 맨정신이었다면 술 먹고 친한 척 비비적거리며 횡설수설하던 앞에 있는 친구의 아구창을 라틴 아메리카 술집 스타일로 한 대 갈겼을 것 같은데, 그대신 실실 웃었다.

담배가 떨어져서 길가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저씨한테 담배를 얻어 피웠다. 날더러 '자네는 괜찮은가?' 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난 괜찮다. 나도 그 아저씨에게 아저씨는 괜찮아요? 라고 물었다. 나나 그나 상태가 양호하고 '괜찮은' 아저씨들이었다. 어디 가서 대포나 한 잔 하잔다. 싫습니다. 그럼 자기도 끼워 달란다. 집에나 가라고 말했다. 집에 가도... 말을 잇지 못한다. 속으로 죽으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중얼거렸다.

남 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인가? 저번 주? 저저번주? 머리 속이 영 엉망진창인 상태로 용산에서 케이블을 사려고 돌아다녔다. 평소보다 지쳐 있었다.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 2500원 짜리 순대국을 시켜 먹고 일어설 때 5천원 짜리를 건넸다. 아줌마는 동전을 살펴 보다가 슬쩍 지폐와 함께 건넸다. 500원 짜리 대신 100원 짜리를 주었다. 알고 있었지만 주는 대로 받아 넣고 나왔다. 100원 짜리를 주는 아줌마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간성에 대한 그런 종류의 비웃음을 제거하기에는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제정신이 아닐 때 불쑥 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럽다. 최근 본 보이저의 어떤 에피소드에서 챠코테가 한 말이 뇌리에 남았다; 오픈 아이즈, 댓구 역시, 오픈 아이즈. 멀끔히 눈을 뜨고 바라보는 무량한 인간의 숲은 종종 타다 남은 잿더미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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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잡기 2004. 11. 19. 15:55
기차 타러 가다 말고 돌아왔다. 집을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에 들어가기가 뭣해서 점심 먹으러 도서관에 갔다. 점심 시간 까지 한 시간쯤 서가에서 게길 생각이었는데 게기다가 엊그제 실크 로드 얘기 도중에 나온 '나는 걷는다'를 빌렸다. 첫장을 읽고 마음에 들었다.

2년 전 여행을 시작할 때 오다 가다 만난 일본인과 실크로드에 관한 얘기를 했다. 실크로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가면 되돌아 올 수 없는 악마의 땅이라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매력을 느끼는 정도 였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 너무 늙기 전에. 짚차 말고 낙타 사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다는 망할 놈에 모래바람을 맞으며 걸어 가고 싶은 곳이다. 옛 실크로드 상의 도시는 다른 루트가 개발되면서 사막에 파 묻히고 잊혀졌다. 이제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여행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죽을 고생을 해야지만 느낌이 오는 것 같다 -- 둔해진 것이다.

실크로드를 비단 장수가 다니던 길로 우습게 알았던 나로서는 여행하면서 차츰 쌓여가는 지식을 통해 그것이 말 그대로 인류가 수만년의 진화 기간 동안 무수하게 왕복하던 동서 문명의 교차로임을 깨닫게 되었다 -- 남들 다 아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수천년이 아니라 수만년 동안 쌓인 문명의 역사와 족적이 천연덕스럽게 눈앞에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심지어는 불쑥 말을 걸며 수천년 묵은 삐끼질 까지 할 때 기분이 어땠겠나.

서가를 둘러보다가 2002년 씰크로드학이란 아주 두꺼워서 읽기가 두려운 책이 출간되었음을 알았다. 가기 전에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만날 때마다 함께 실크 로드 얘기를 하는 비단 아저씨가 차린 '비단길 여행사'의 개업식이다. 비단 아저씨하고는 언젠가 낙타 빌려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기로 했다. 개업식에 뭘 선물해야 하나. '씰크로드학'이 좋겠지? 좀 있다가 서점에 나가 봐야지.

거기 말고도 갈 곳이 많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코바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야 할텐데... 한민족과 관련이 깊다는 바이칼 호의 어떤 섬에 있는 무당집에도 들러보고 싶고,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호랑이 처럼 사나운 러시아 처녀를 만나 당하고 싶기도 하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도 가보고 싶고, 백두산에도 가보고 싶고, 이런 식으로 말하자면 정말 끝이 없다. 여행은 내게 역사에 관해 실낫같은 관심을 주었지만 그래도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 상호 교류가 없었던 폐쇄적인 문명의 답답한 모습은 영 물고 싶은 미끼처럼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던 페도라 3가 드디어 나왔지만 설치할 컴퓨터가 없다. 궁리하다가 virtual pc와 vmware를 테스트 해 보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꿨겠지만 얼마 전에 산 노트북은 cpu가 무려 2ghz나 되니까. virtual pc는 왠지 장난감 같았고 페도라 코어를 설치한 다음 실행하려니 그냥 맛이 갔다. vmware에서는 설치가 15분 가량 걸렸다. text mode에서 developement 킷과 몇 안되는 것들만 설치했는데도 1gbytes 가량이나 되었다. 거기에 arm 크로스 컴파일러를 설치 하고 작업하던 소스를 컴파일 해보니 잘 된다. 이제는 이동 중에도 작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도 보고. 노트북 하나 산 걸로 생활이 바뀐다는 게 꽤 재밌긴 했다. 일 년 동안 마구 쓰다가 본전 뽑고 버릴 각오로 산 것 임에도.



점심 때인데 먹을 것이 없어 인스탄트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조개와 야채를 넣으니까 얼큰한 게 그럴듯했다. 그런데 칼국수를 영어로 하면 어떻게 되나. kalguksu? knife-noodle?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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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면...

잡기 2004. 11. 17. 22:11
집에 짱박혀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아내는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줄 아는 것 같다. 오라 가라 제멋대로 하니. 집에서 일하게 되면 눈을 뜨자 마자 시작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밥 먹는 시간 잠시,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줄곳 앉아 작업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된다.

전번 술집에서 제주도에서 온 유카리 아가씨에게 소수자는 소수자일 뿐이다 라는 것을 설명하다가 혀가 꼬여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하여튼 말로 하려면 참 어렵다. 아내는 그 동안 옆에 앉아있던 처음보는 사람들과 즐겁게 노래부르고 춤추며 놀고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던 그날, 맛이 갔다. 몸이 많이 약해져서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신의 손' 내과에서 약을 타 먹고 근처 두부집에서 맛없는 두부를 먹었다. 다 건강을 생각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두부 이상 가는 식품이 없는 것 같다.

비단 아저씨네 놀러 갔다가 컴퓨터를 손봐 줬는데 요즘은 무슨 프로그램들을 쓰는지 통 모르겠다. windows xp sp2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를 많이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탓에 주저없이 sp1으로 밀어버렸더니 잘 작동했다. 컴퓨터에 sp2를 굳이 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제한된 메모리에서 점점 덩치가 커져만 가는 xp가 못 마땅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술자리에서 매매춘 금지법에 관해 얘기하다가 저번처럼 논지가 어긋났다. 말하고 싶었던 것이 뭐였더라? 매매춘 금지법에 별 관심이 없다. 파스케이프에서 그런 상황에서는 what the frell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시사에 관심을 잃었다. 스포츠 신문의 만화만 꾸준히 보고 있는 셈이다.

아내가 출퇴근하게 되면서 집에서 혼자 밥 해 먹기 시작했다.



저녁 먹고 들어온다길래 일하다 말고 혼자 비빔면을 만들어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이름모를 야채를 무작정 썰었다. 늘상 해 먹는 것과 다른 점이라면 땅콩을 으깨 비빔장에 같이 섞어 풍미를 더하고 면을 끓일 때 달걀을 같이 삶아 팅팅한 메밀 면발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든 정도.



비벼 놓으면 다 그게 그거다. 소수자는 소수자고 비빔면은 비빔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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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잡기 2004. 11. 17. 12:05
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 책 읽는 것이 취미인 이상, 책읽기에 별다른 철학이나 원칙이 없음을 재확인한 질문.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없다.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교양과학서.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기억이... 모르겠다.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그리고 그 책은 무엇이었는가? 허먼 멜, 백경.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많다.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두꺼운 책.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있긴 한데... 당장 기억이 안 나네.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손에 잡히면 읽는다.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껍데기에 별 관심없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안 읽는다.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버스 안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안간다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아무거나.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읽던 책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읽던 책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욕심 없다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예스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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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잡기 2004. 11. 14. 22:42
보험료 낼 돈 3분의 1이면 무상의료한다.
보험은 재테크가 아니다.

생각난 김에 AIG라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2만 몇천원 하는 순수 보장성 보험을 들려고 했는데 무슨무슨 특약이다 해서 4만 얼마가 되었다. 아직 사인을 안 했다. 귀찮아서.

내 생애 최초로 들어보는 보험. 그 동안 보험 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다못해 여행자 보험도 분실물 피해 보상 금액이 50만원이라는 대단한 액수가 아니었더라면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AIG 순수 보장성 보험에 관심이 생긴 까닭은, 그저 병에 걸렸을 때 의외로 보상비가 많이 나온다는 소문(이를테면 치료비보다 더 많이) 때문.

집 열쇠가 없어 아내가 친정에서 돌아올 때까지 서울역에서 기다렸다. 이틀쯤 밤낮으로 고생하고 피곤에 쩔어 돌아오는 날이 늘 이 모양인 것을 보면 내가 세상에 갚아야 할 부채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있는 것은 사랑, 인간에게 없는 것은 미래를 보는 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따위가 톨스토이 소설에서 나왔던 기억이 난다. 미래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해서 대비해야 한다? 웃기지.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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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무적

잡기 2004. 11. 7. 23:20
올해 읽으려고 했던 책은 100권. 10월 초에 100권을 초과했다. 그래서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았다. 자만심에 겨워 콧김을 흥흥 거리고 있었는데 유사장님 부인은 2년 반 동안 1500권을 읽었단다. 기가 팍 죽었다. 책 많이 읽으면 바보가 된다고 믿는다.

책도 고작 백여권 밖에 못 읽었음에도 운동 부족으로 돼지처럼 살만 피둥피둥 찌는 것 같아 뒷산에 올라갔다. 그런데 체중계는 늘 66.6kg을 가리켰다. 조화로다.... 혹시, 정신적으로 살이 찐 것은 아닐까? PDA에 지도와 GPS 좌표 데이타까지 넣어 두었다. ...무슨 쓸모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그런 자료는 재해 발생시에만 필요하다고 여기는 정도니까. 불광역에서 704번 버스를 갈아타고 북한산성에서 하차, 매표소를 통과하면서 핸드폰을 버스에 두고 내린 것 같아 마음이 불안했다. 아내의 핸드폰으로 통화정지(발신 정지)를 시켜놓았다.

매표소->대서문->서문안->주차장->대동사->위문


최근 어딜 가나 백수 표준 복식 츄리닝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핸드폰을 잃어버리고도 히죽히죽 웃는 바보 사진.

위문에서 싸갔던 도시락을 꺼내 맛있게 먹으면서 맨손으로 만경대를 위험스럽게 오르는 할아버지들을 경탄스럽게 쳐다봤다. 리얼 실버 액션을 관람하면서 먹으니까 밥맛이 더더욱 살아났다.


위문. 아내의 페이스에 맞춰 가니까 하루종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산타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운대에 올라가려 했으나 개미떼처럼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보니 도저히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교훈: 일요일에는 북한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위문에서 방향을 틀어,

노적봉->용암문->동장대->대동문>대성문->문수봉->사모바위->비봉->불광동->집

으로 가려 했으나 위문에서 (빌어먹을) 방향이 이상한 표지판 때문에 방향을 잘못 틀어

백운산장->우이산장->매표소

를 통과해 우이동 방향으로 나와 버렸다. 백운산장에서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위문으로 다시 올라가려 했지만 아내는 내 말을 무시하고 산다람쥐처럼 횡횡히 내려가 버렸다. 밥도 먹었겠다 산에서 볼일이 끝났나 보다. 속이 쓰리다. 핸드폰 잃어버리고 백운대 구경은 커녕 능선 코스도 제대로 밟아보지 못하고 그저 산에 올라갔다 내려가는 셈이니까.


 노란선은 작년 겨울 코스. 붉은 선은 오늘 예정 코스. 푸른선은 핸드폰을 잃어버린 바보가 오늘 한 실수.



인수봉에 개미떼처럼 달라붙어 기어 올라가는 사람들



해가 지는 인수봉



망원경에 카메라를 대고 10x 줌으로 '땡긴' 인수봉 사진



가끔 떨어져 죽기도 하는 것 같은데... 운동부족 때문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암벽등반을 해 봤다는 아내의 견해에 따르면 나는 등반에 이상적인 체형이란다. 네팔의 포카라에서 이탈리아 애가 나를 안나푸르나로 데리고 가려고 꼬실 때 밤새도록 하던 말이다. 내 생각은 달랐다. 내 궁둥이는 일 년에 책 백권 정도 읽기에 이상적이다.

쓰린 속을 잡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어떤 아저씨가 받는다. 효자리에 있단다. 전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통화가 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단다. 효자리면 북한산성 다음 정거장이다. 아저씨 댁이 일산이나 연신내 역까지 핸드폰을 가져다 주신단다. 저녁을 먹고 재빨리 역 근처의 호프 집에서 아저씨를 만났다. 고마운 마음에 맥주값을 내 드렸다. 칠칠치 못하게 산 지 두달도 안된 핸드폰을 잃어버리다니... 그 아저씨랑, 나를 총각으로 여기던 함께 있던 누님들이랑, 맥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아내한테 또 무슨 바가지를 긁힐까 두려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어제 나간 화장실 전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전구가 나간 어두컴컴한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울 때 한 치의 오차 없이 제대로 떨구었는데, 문득, 한석봉 어머니가 생각났다.

우이동 방면으로 내려올 때 '자비무적'이란 글씨가 새겨진 돌 비석을 보았다. 자비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결한 감정이라고 어린 시절 들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기억이 희미하다. 자비무적은 훌륭한 말이다. 훌륭한 실천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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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어디에선가 줏은 훌륭한 데이터 (포맷은 WGS-84)

가사당암문, 37.3848, 126.5739
각황사, 37.3705, 126.5647
갈림, 37.3652, 126.5653
갈림, 37.3730, 126.5737
갈림길, 37.3739, 126.5843
갈림길, 37.3901, 126.5946
개연폭포, 37.3913, 126.5754
깔닥고개, 37.3933, 126.5904
나월봉, 37.3809, 126.5808
나한봉, 37.3802, 126.5810
남장대지, 37.3808, 126.5820
내원사, 37.3736, 126.5939
넓적바위, 37.3742, 126.5919
노적봉, 37.3911, 126.5837
대남문, 37.3754, 126.5824
대동문, 37.3825, 126.5906
대동사, 37.3921, 126.5813
대서문, 37.3912, 126.5721
대성문, 37.3758, 126.5838
대성암, 37.3807, 126.5835
덕암사, 37.3924, 126.5729
동령폭포, 37.3714, 126.5838
동장대, 37.3837 126.5858
만경대(799.5), 37.3922, 126.5845
공원관리사무소, 37.3706, 126.5948
관음사매표소, 37.3656, 126.5740
구기터널매표소, 37.3638, 126.5651
매표소, 37.3703, 126.5839
매표소, 37.3703, 126.5833
매표소, 37.3926, 126.5929
매표소, 37.3726, 127.0009
매표소, 37.3645, 126.5727
매표소, 37.3739, 127.0033
매표소, 37.3807, 127.0015
매표소, 37.3835, 126.5641
매표소, 37.3645, 126.5855
매표소, 37.3920, 126.5955
매표소, 37.3842, 127.008
매표소(국민대학), 37.3642, 126.5931
매표소(도선사), 37.3919, 126.5924
매표소(선운사), 37.4017, 127.0015
매표소(화계사), 37.3758, 127.0027
문수봉, 37.3755, 126.5818
백련사, 37.3847, 126.5958
백운대(836.5), 37.3932, 126.5839
백운산장, 37.3931, 126.5847
보광사, 37.3900, 127.0015
보국문, 37.3809, 126.5857
보현봉, 37.3742, 126.5826
부왕동암문, 37.3824, 126.5802
북문, 37.3928, 126.5801
북한산장, 37.3854, 126.5853
불광사매표소, 37.3728, 126.5616
비봉(535), 37.3732, 126.5723
사거리, 37.3747, 126.5940
사모바위, 37.3743, 126.5734
삼봉사, 37.3733, 126.5905
삼성암, 37.3744, 127.0004
삼천사, 37.3833, 126.5708
상운사, 37.3924, 126.5810
샘, 37.3725, 126.5710
서암문, 37.3926, 126.5716
승가봉, 37.3744, 126.5746
아카데미하우스쪽입구, 37.3823, 126.5959
약수암, 37.3922, 126.5830
염초봉, 37.3932, 126.5819
영봉(604), 37.3949, 126.5916
영추사, 37.3736, 126.5854
왕녕사, 37.3652, 126.5907
용암문, 37.3903, 126.5855
용암봉, 37.3913, 126.5848
용출봉, 37.3838, 126.5743
용혈봉, 37.3834, 126.5753
우이산장, 37.3929, 126.5924
원효봉(505), 37.3927, 126.5752
육모정고개, 37.4015, 126.5935
응봉, 37.3817, 126.5713
의상봉, 37.3854, 126.5735
인수봉(810.5), 37.3938, 126.5847
입구, 37.3908, 126.5639
입구, 37.4032, 126.5724
입구, 37.3830, 127.0005
입구, 37.3929, 127.0012
입구(상명대), 37.3614, 126.5715
입구(효자), 37.3930, 126.5659
중성문, 37.3854, 126.5815
증취봉, 37.3831, 126.5756
진관사, 37.3816, 126.5647
진관사입구매표소, 37.3826, 126.5636
쪽도리바위, 37.3927, 126.5855
청운양로원입구, 37.3654, 126.5715
청운양로원쪽매표소, 37.3707, 126.5713
칼바위능선4, 37.3758, 126.5919
코끼리바위, 37.3924, 126.5853
해골바위, 37.4009, 126.5955
행궁지, 37.3825, 126.5837
향로봉(535), 37.3730, 126.5704
형제봉, 37.3710, 126.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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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잡기

잡기 2004. 11. 6. 21:00
금요일 까지 게으름을 피우다가 용산에 갔다. 랜 케이블 10m, 5m 4개 사기. 케이블만 사면 섭섭할 것 같아 다나와를 뒤적여 살만한 아이템을 찾았다. 용산 가는 길에 두 군데서 전화가 왔다. 서지오 6구 짜리 4개, 랜 케이블 4개 더, 유선 공유기 등등이 추가되었다. 케이블 타이 한 묶음과 USB light, 모니터 선반, 쿨링 팬 따위를 구매했다.

다나와에서 10m 랜 케이블이 개당 2천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라 반신반의 했는데 ,역시나였다. 여기 저기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5m 짜리 2천원, 10m 짜리를 3천원 주고 구매했다. 어떤 업자는 10m 케이블을 5천원을 불렀다. 지난 3개월 동안 케이블만 열댓 개를 구매했다. 랜 툴과 테스터, 그리고 케이블, 커넥터를 각각 구매하는 것이 그래도 비쌌다.

USB light, 5000원. 쓸만하다. 어두운 곳에서 노트북의 키보드가 보이지 않아 가뜩이나 키보드 두들기기가 어려웠다. 타거스 제의 유에스비 라이트는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난다. 노트북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스탠바이 상태에서 USB 전원이 들어왔다. 그러면 안되는데... 사고 나서 이것을 실용적으로 처음 사용한 곳은 전구가 나간 화장실에서 였다. -_- 내 삶도 다른 사람들의 삶처럼 우습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휘도 LED 달랑 한 개가 달려있는 USB light.

주 컴퓨터의 USB 전원을 +5V SB(standby)로 설정해서 주 전원이 꺼진 스탠바이 상태에서도 USB로 전력이 공급되도록 메인보드의 점퍼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PDA나 핸드폰을 충전시킬 때 쓸만했다. 일전에 용산에서 떨이로 구매한 만원 짜리 파워의 +5V SB 는 2A까지 나왔다. PC 기술의 발전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즐거움을 준다.

모니터 선반. 9000원. 집 컴퓨터의 모니터 윗 부분이 죽은 공간이라 살릴 방법을 궁리하다가 샀다. 그 때문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용산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쓸만하다. 실제 가격은 5-6천원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안 깎았다. 우산 대신 쓰고 돌아다니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쿨링 팬은 GIGABYTE 3D Rocket Cooler-Pro 를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4만원 씩이나 해서 관두고 만오천원 짜리 GIGABYTE Neon Cooler7-Pro 를 샀다. 장착해보니 성능이 놀라워서 입이 쩍 벌어졌다. 3200rpm에서 cpu 온도가 37도를 유지. 거의 무소음에 가까운 1600rpm에서도 42도를 넘기지 않았다. 그동안 쓰던 AMD 정품 쿨러는 50-60도 안팎에서 왔다리갔다리 했다. 마음에 든다.

IP 공유기는 LG상사 LGI-1004를 구매하려다가...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 때문에 이름도 없는 Cyberon CGR-304V를 구매했다. 다들 추천하는 것은 IP time 기종인데 마침 가게에 없었고 사전 정보도 없었다.

비단 아저씨 사무실에서 아저씨가 2만원 짜리 중고로 구매한 애니게이트 200A를 설치하다보니 메가패쓰 pppoe 방식에서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구매한 것으로 해보니 잘 된다. 바이오스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그래도 되지 않았다. 한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던 애니게이트의 공유기가 애당초 셋업조차 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을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아무튼 이번 쇼핑은 비교적 만족할만한 제품들을 구매했다. 뭐 다 싸구려지만.

결혼식장에서 먹은 느끼하고 별 맛도 없는 부페 때문에 다 죽어가다가 집에서 찜닭을 해먹고 천연의 용기를 되찾았다. 아내가 해 준다고 했는데, 결국 거의 내가 하고 말았다. 어서 빨리 아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더럽게 매운 찜닭 + 그래서 곁들인 소주. 크... 간단한 레시피(?): 닭은 손질해서 찬물에 잠시 담가둔다. 간장, 고춧가루, 설탕, 청주 등을 적당량 섞어 끓이다가 닭을 넣어 볶다가 다시국물(다시마,멸치,무,대파를 끓인 것)을 자작하게 붓고 끓이다가 감자, 당근, 청양 고추는 왕창 넣고 푹 익힌다. 남은 야채(마늘,양파, 대파... 밖에 없었다)를 넣고 졸이다가 물에 담가 불린 당면을 넣고, 당면이 익을 무렵 물엿, 소금, 후추, 마른고추, 참기름 등을 넣고 버무렸다. 무슨 찜닭인지는... 모르겠다. 중닭 한 마리, 당근 합쳐서 3500원 들었다.


하이 퀄리티한 라이프를 추구하는 아내가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찍어온 사진.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앞에 두고 곰들과 식탁에 앉아 있다. 이런걸 배우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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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수의 신비

잡기 2004. 11. 5. 01:31
연애장애등급 테스트? 정상인. 향후 336명의 이성과 만날 수 있단다. 으음... 어처구니가 없군.

파일타입 퀴즈 : DLL.

탄생수의 신비 -- 전갈좌, 나의 탄생수는 3이다.

탄생수 3인 사람의 성격

* 쾌활하고 낙천적
* 품위있고 예의 바르다
* 무심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 버리지만, 악의는 없다.
* 사람 사귀는 일에도 매우 능한 매력적인 인물

탄생수 3인 사람의 사명

* 정신적인 기쁨을 사람들에게 주는 것
* 지상과 천계(신)와의 중개의 역할
* 가르침을 말해야 할 것

쾌활하고 낙천적이란다.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어야 한단다.

허튼 소리 그만 듣고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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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deness for nothing

잡기 2004. 10. 31. 11:58
썅것들, 더운데 짜증나게 하고 있구만 -- 호모, 즐~ 이를테면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타인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제거할 필요가 있을 때를 제외한 내 현재가 현재의 호모나 호모를 옹호하는 친구에게 답변하는데 그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것 같다. 미래에는 생각이 바뀔 수 있을가? 아무렴. 적응이지.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타인들은 씨발놈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편한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다가와 무릅을 슬며시 쓰다듬는 메스꺼운 녀석의 뒤통수를 힘차게 갈기는 것은 말하자면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 때문이다. 공포, 증오, 무지, 편견, 등등 안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다 나왔다. 내 주변에서 호모가 깔짝대다가 몸을 비벼대면 호모에 대한 공포, 증오, 무지, 편견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호모들이 나를 유난히 많이 건드렸다.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고 그들의 머리통을 후려 갈기는 일을 주저할 것 같은가? 툭하면 비비적거리고 입술을 들이미는 이성애도 식상해서 연애를 안 한지 5년이 넘었는데.

아참, 폭력과 강간이 빠졌군.

도서관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다가 무슨 잡지를 보고 시청 앞에서 무슨 사진전이 있다길래 보러 갔다. 아무 것도 없었다.



대신 가난한 일본 여행자를 만났다. 그는 무슨 억하 심정 탓인지 가이드북을 내팽개친 채 서울 광장에 벌렁 누워 햇빛을 쬐고 있었다. 사진에서 앞에 누워 있는 친구다. 프라이멀 타겟 디텍티드. 엔게이지. 가이드 좀 해주고 뭔가 좀 뜯어먹을 수 있을까 말을 걸었다가 그가 무척 가난해서 자칫하면 내가 뜯기게 생겼다는 것을 퍼득 깨닫고 서둘러 미소 짓고 헤어졌다. 어이 본 보야지 하라고.

갈 데가 없어 덕수궁에 들어갔다. 어떤 일본 여자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뭔가를 물었다. 대꾸했다. 또 물어본다. 대꾸했다. 졸졸 따라오면서 자꾸 물어본다. 인포에 가보라고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봐 난 결혼했단 말이야. 남의 것이라고. 일본 여성 여행자들의 외모가 날로 절망적인 것이 안타깝다. 가슴 빵빵한 미소녀들은 대체 어느 나라를 여행하는 것일까.

혹시... 인도네시아? 요즘 영 생기가 없어서 버스간에서 옆구리에 칼을 들이댄다는 인도네시아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것 저것 물어본다. 내 얼굴에 a man who just knows somehow라고 써 있기라도 한 걸까? 내가 알 턱이 없지 않은가. 지하철 역 앞에서 노숙자들 틈에 끼어 도대체 집 근처에서 츄리닝 입고 좀비처럼 알짱 대다가 갑자기 여기까지 와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한심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앉아 있는데 할머니가 '푸레지덴트 호텔'이라고 적힌 쪽지를 내밀며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물었다. 인상이 참 좋다. 프레지던트 호텔이 어디있는지 몰라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데려다 줬다. 할멈이 귀가 어두워서 소리를 꽥꽥 질러야 했다. 사람들과 서로 도우면서 사이좋게 살아야 할텐데, 오늘은 잘 안 되었다. 인간과의 관계정상화, 영 마땅치 않지만 그저 채찍질과 노력 뿐이다. 그런데 일본 미소녀 하나만 걸리면 인간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리고 곱창 먹으러 가야지.



덕수궁 박물관에서 본 괴수 그림. 이 땅에서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유머 감각. 역시 틀림없는 우리 선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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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5

잡기 2004. 10. 31. 00:47
바빌론 5를 다시 보기 시작. 안드로메다 시리즈는 좀 있다가 봐야 할 듯. 들판에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 같은 안드로메다 시즌 1을 거의 끝냈지만 보면 볼수록 속이 메스꺼워서 더 보고 있자니 영 마음이 괴롭다. 

바빌론 5, burial의 한 장면. 이 장면의 대사가 이랬다.

"from the stars we came, and to the stars we return. from now until the end of time... we commit the body to the deep." -- 건조한 톤, 한 사기꾼의 죽음과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그의 장례식에 어울리는 대사.

"typical human lifespan is almost 100 years. but it's barely a second compared to what's out there. wouldn't be so bad if life didn't take so long to figure out. seems you just start to get it right, and then... it's over." -- 이어지는 의사의 진부한 견해.

"it doesn't matter. if we lived 200 years, we'd still be human. we'd still make the same mistakes."

"you're a pessimist." -- 그런 걸 대사라고 하냐?

"i am Russian, doctor. we understand these things." -- 역시! 그녀는 정통 러시안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돌아다닐 때 러시아 여행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왠지 죽이 맞을 것 같은데.

바빌론5는 여러 면에서 스타트랙이나 다른 sf 시리즈와 구분이 되는 sf물이다. 마치 배틀스타 갤럭티카가 아직도 그것에 견줄만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처럼. 바빌론5를 다시 보니 10여년 전에 보고 흥분했던 그래픽이 영 구질구질해 보였지만(당시에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제대로 관람하지도 못했다) sf라면 마땅히 지녀야할 delicacy가 충실히 구현되어 있었다. 구질구질함을 말하기 앞서 스타트랙의 그래픽을 함 살펴보면,





우주선의 규모로 보아 진행방향에 놓인 수상쩍은 더스트의 디스터번스 패턴은 저렇게 나올 수가 없다. 행성의 얼음 띠에 반사되는 보이저의 음영을 보라. 스타트랙은 뽀대에 워낙 신경 쓰는 나머지 대원들이 셔틀을 타고 돌아다닐 때도 안전수칙을 개무시하기 일쑤일 뿐더러 등장하는 모든 외계인들이 산소를 흡입하는데다가 모든 민샤라급 행성의 대기는 인간이 호흡가능한 가스로 가득차 있었다. 외계인 외양의 허접함은 착잡한 감정마저 불러 일으켰다. 최근의 엔터프라이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외계인을 보면 스타트랙 세계에서 외계인들의 모습에 결코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제작자들의 강력한 신념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옳지도 그르지도 않은 헛소리를 나불대는 벌컨성인이 꼭 한 명씩 타고 있다. 바빌론5의 비슷한 장면들; 시간 관계상 보다가 아무거나 찍었다.


보라. 선장이 안전벨트를 메고 있을 뿐더러 헬멧도 제대로 착용했다.


자세 제어 분사 묘사도 제대로 되어있다. 표류 중인 우주선을 낚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20초씩이나 보여주고 있다.

메디컬 에머전시 상황에서 외계인은 확실히 격리되어 있을 뿐더러 보안요원이 프로토콜을 개무시하지 않는다. 바빌론5가 보여주는 묘사의 섬세함은 각본, 연출과 그래픽 작업에 최소한 뭘 좀 아는 사람들이 참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스토리를 즐기기에 무리없는 연출을 한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미지 바빌론5의 디테일이 스타 레이팅 파이브 짜리 완벽한 sf라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이게 11년 전에 만들어진 sf라니... 다시, 스타트랙으로 돌아가서, 스타트랙 보이저 선장 캡틴 제인웨이가 지성이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외계 생명체를 대하는 태도는 이렇다.




아아... 과학과 생명에 대한 정열로 불타는 저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건질만한 장면이 많기로는 farscape를 따라올 sf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각본, 연출, 설정의 여러 면에서 바빌론5는 상대적으로 그 이후에 나온 sf를 초라하게 만들어 주셨다. 한국에 바빌론5의 팬들이 몇백 명이나 있을까? 문답무용. 우주적 쓸쓸함이 잔인하게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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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참

잡기 2004. 10. 30. 14:49


보라카이 해변, 2004/2/21 18:57. 정리한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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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없는데 공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나 뻐끔뻐끔 빨다가 가끔 불려가서 설명을 늘어놓고 초 단위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불쌍한 프로그래머를 도와주다가... 그 인간들은 밥도 안 먹었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시종일관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일이란 남자들이 집에 짱박혀 있기 싫어 개발해 낸 독창적인 놀이 문화다 (이 세상에 업무만큼 재밌는 것이 또 있을까?). 직장에서는 심각한 척 해야 하지만 정말 심각해지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다들 귀중한 성취감을 맛본 것 같아, 기분 좋을 때 예전에 생각해 둔 아이디어를 슬쩍 얘기했다. 연못가에 앉아 한가하게 떨어지는 버들잎을 바라보면서 하는 개념 작업은 즐거운 일이었다. 공장 앞에 작은 연못이 있다. 아름다운 6월 이었다. 나를 믿어줬음 좋겠다. 현재의 i/o speed를 6배쯤 끌어올리고 시스템 구조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데다가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베이스라인 아키텍쳐다. 게다가 6월에 설계한 것이라 우아하고 아름답다. 근데 시스템 기반을 다 뜯어고치는 개작업이 얼마나 걸릴지는 계산해 보지 않았다. 우아하다면 그만한 댓가를 희생할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나는 한다. 나는 그런 류의 모험을 즐거워 했다.

밤 아홉시쯤 보름달을 바라보다가 낼름 도망왔다. 버스 안에서 그동안 미뤄 두었던 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를 봤다.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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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잡기 2004. 10. 28. 23:15
10월말의 커스터머 스투피디티: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기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들은 어쩌면 조류일지도 모른다.

인생 전체가 패턴을 탐구하는 과정이랄 수 있겠는데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패턴을 찾고 패턴을 보고 패턴을 탐구하고 패턴을 걷고 패턴을 만든다.

공장에 오라고 호출이 왔다. 아... 싫다. 집에서 밥 해 먹고 빈둥거리는 패턴을 유지하고 싶은데.

구월에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지우기 전에 정리.


서울역의 닭장 스러운 분위기.


핸드폰 카메라 화질이 워낙 구려서 80년대 서울 분위기를 재현해 주신다.



거기



오빠







팔자 좋은 마누라



근심 걱정 없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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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scape

잡기 2004. 10. 28. 01:20
일기 써본 지가 한참 된 것 같네. 귀찮아서...

국민학교 6학년 때 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16살이 넘어서야 앞으로 펼쳐질 자기 삶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보다 걱정거리가 적었다. 교차로에서 선택을 주저한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날이 갈수록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기술도 수준급에 이르렀다. 20살이 넘어서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훌륭한 기술자가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기술자 주제에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적은 비용으로) 많은 여자를 잡아먹을 수 있을까 였다. 아내는 저장해 두고 잊어버린 옛 애인들의 사진을 용케도 하드 디스크에서 찾아내어 지웠다. 다시 볼 생각이 없으므로 지운다고 해서 뭐라고 책하지 않았다.

이 김에 pda에 저장되어 있는 더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정리할까? 그럼 줄곳 연락하는 사람은 20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삶이 좀 더 단순하고 가벼워질 것만 같다.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 핸드폰에 아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몽땅 담아둬야 어떤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지 알 수 있고, 그래야 전화를 무시할 수 있다. 사전 연락 없이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힌다면? 무시한다. 내가 그들을 무시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무시하기를 바랬다. '고독해 질 자유'가 평등하다니까.

자기 똥고를 잘 보전하기 위해 백업 라인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가족이 그렇고, 직장에서는 전장의 피바람을 막아줄 우산이 되길 간절히 원하는 상사가 있고, 집안에서는 어려움이 닥치면 삼촌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된다. 친구가 몇 있으면 쓸쓸함조차 잊을 수 있다. 내게는 인간과의 관계를 엮어줄 수호천사가 없다. 위를 쳐다보면 맑고 푸른 하늘이 있을 따름이다. 하늘을 사랑한다. 요즘처럼 새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나는 그저 한 마리 외계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아무튼 하늘에 대고 하소연을 늘어놓지 않았다. 하늘과 나 사이의 불가근 불가원스러운 그 관계는 이렇듯이 좋았고, 바람직스러웠다.

일 하고 잠 자는 것 외에 요즘은 딱히 하는 일이 없다. 아내는 며칠 전 인천에서 밤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 7박 8일 동안 제주도를 일주하는 도보 여행을 하겠다던데, 웃기는 얘기다. 나와 6개월이나 함께 여행 다닐 때도 걷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사람이 하루에 20-30km씩 걸을 수 있을까? 최근의 내 실정에 비춰 보았을 때 아내의 현 상태를 칭하는 적절한 말은 이랬다.

팔자 좋다.

일 하고 잠 자는 것 외에 딱 한 가지 하는 일이 있다면 farscape를 보는 것이었다. 시즌 1에서 4까지, 시즌당 22편, peacekeeper war 2편을 포함해 총 90편의 45분 짜리 sf 시트콤을 보았다. 45*90 = 총 60시간 분량. 지하철에서 보고 기차 타고도 보고 버스 안에서도 보고 침대에 누워서도 보고 술김에 제정신이 아닐 때도 보고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보고 화장실에서도 노트북을 펼치고 봤다. 단, 일하면서 보지는 않았다.

하루 하루 한두 편씩 꾸역꾸역 보았고 주말에는 대여섯 편을 한꺼번에 봤다. 바빠서 다 보는데 한 달쯤 걸렸다. farscape의 미덕은 음... good looking alien, descent out-of-place scenary에 있다고나 할까? 다시말해 sf틱하다. 파스케이프 프로젝트의 파일럿인 존 크라이튼은 실험 도중 웜홀에 흡수되어 머나먼 은하계에 내팽개쳐진다. 그가 대여섯 명의 탈옥수들과 벌이는 모험액션 활극물이다. 그의 머리속은 아이디어로 철철 넘쳐나고 온 우주가 그를 잡으려고 안달이다. 그는 적대적인 외계에서 꿈에서나 그리던 여자를 만난다. 꿈에 그리던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그녀는 첫만남에서 그를 땅바닥에 쳐박았다.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는 음... 글쎄다. 그가 alianate 되는 과정 정도. 아내와 소주 한 잔 하다가 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우주로 나가야 하는가에 관해 설명했다. 설명했지만 잘 하진 못했다. 옛날에는 조리있게 설명 잘 했던 것 같다. farscape의 마지막이 마음에 들 뻔 했다. 시즌 4의 에피소드 22편 마지막 장면에서 존 크라이튼은 에이린 순에게 청혼한다. 키스 직후 괴광선에 맞고 둘 다 크리스탈화 되어 죽는다. 좋았는데... 두 편을 더 만들었다. 그래서 farscape는 미국인이 외계에 나가 애까지 낳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산다는 동화같은 내용으로 마무리 되었다.

farscape가 재밌냐구? 졸면서 봤다.



얘가 주인공.











파일럿. 할 줄 아는 것은 운전 밖에 없는 머저리. 머리에 쓰고 있는 저 멍청한 갓 모양, 약해보이는 눈동자, 내시같은 목소리, 멍하니 벌린 입, 게다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이 i can't 등... 이쯤되면 기술자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듯한 캐릭터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기술자들이 삽질하고 있는 동안 관리자들은 '희생자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행복하게들 산다. 아... 오버했나?
















스콜피우스. 그의 복장은 바퀴벌레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데 이름은 왜 저 모양일까. 바퀴벌레처럼 장수하는 악당 캐릭터.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장수의 비결은 악당들에게 물어야 옳지 않을까 싶다.







언제가 되야 sf에서 제대로 좀 벗고 다니는 외계인들이 나올까...


주인공 존 크라이튼의 몹시 느끼한 모습


외계인 처녀가 미국식 영어 공부중. 미국 영어는 결코 인터내셔널 잉글리시가 아니며, 그 점은 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웜홀에 빨려 들어가는 한가한 정경






핵폭탄을 몸에 차고 협상중. 협상은 저렇게 해야지. 암.

이렇게 공중에 떠서 몸에 해로운 전자파를 마구 뿌려대는 년놈들이 싫다.

마지막 에피소드. 청혼하고 바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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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잡기 2004. 10. 20. 18:52
... 그렇게 해서 시간이 흘러갔다. 하드웨어 설계에 관여하게 된 후부터 일거리가 많이 늘어났고 테스트할 것들도 늘어났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비해 하드보일드한 테스트 절차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고려하지 못했던 것들이 상당 수 있었다. 또 한번은 엔지니어와 술자리에서 몇 가지 cpu 기술의 구현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분기 예측이나 파이프 라이닝, 수퍼 스칼라, 코드/데이터 캐시, 라이트백, 버스트 리드 사이클 따위를 얘기하자 애초부터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해보면 말이 어렵지 되게 쉬운건데... 100메가에서 작동하는 cpu를 거의 1기가 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이건 코어 테크널로지가 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는 내 입장이 꽤 한심해 보였다. 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다. 하드웨어의 커버리지를 넓히기 위해, 애당초 떵떵거려던 대로 소프트웨어에서 대부분의 구현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결과가 말해준다. 그놈에 결과에 다들 흥분했다. 이제 단지 클럭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류의 희망들이 오고갔다. 수개월 전과 달리 모던 cpu 디자인에 관해 떠들어도 이제는 경청해들 주셨다. 그것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데 2년이 걸릴 꺼라고 얘기했다. 1년은 다음 1년 동안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자금도 없고 다섯명 뿐인 회사에서 베이스라인이 별로 없는 기술자들끼리 모여 공상과학소설같은 얘기를 늘어놓았다. 기실 나는 별다른 희망을 품지 않았다. 이 바닥에 뛰어들 생각을 품게 된 것은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평생을 보내고 싶지 않은 탓도 있고 날이 갈수록 돌대가리가 되어가는 이 믿음직 스럽지 못한 두뇌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그랬다. 공포스럽다. 학습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지금, 하드웨어로 전업함으로서 소프트웨어로부터 따뜻한 거리감을 유지 해보자는... 능력으로 따지면 나는 별 볼 일 없는 기술자다. 하지만 이 필드에 뛰어들자 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헤엄쳐 다닐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아이디어가 펑펑 튀어나왔다. 꿈속에서 프로그래밍을 했고 꿈속에서 솔루션을 찾았다. 최근에 재밌는 꿈을 꾸었다. 일은 힘들어도 무척 즐겁고 재밌다. 나이 30이 다들 넘은 기술자들끼리 서로 닭대가리라고 불렀다. 닭짓으로 따지면 나를 따라올 자가 없으므로 나는 그들의 닭사모 회장이 되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내게서 자꾸 다른 것을 보려고 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능력 같은, 관심 없고 익사이팅한 테크널로지하고는 거리가 먼 프로젝트 관리나 매니징, 여기저기서 찌꺼지를 모아 쌓아놓은 광범위한 지식의 쓰레기들, 협상 능력 따위.

공장에서 내가 가장 즐겨하는 작업은 드릴질과 드라이버질 따위였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것들은 대단한 경력을 요구하는 고급 노가다였는데 그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내는 사람들 중에 가장 존경스러운 사람들은 bga를 수리하고 smd 캡을 인두로 찍어 기판에 순식간에 납땜하는 아줌마들이었다. 같은 작업을 수십년째 하다보니 그들은 도통한 것이다. 아, 나는 앉은 자리에서, 매번 작성하는 더블 링크드 리스트 코딩도 제대로 못해 몇 번씩 디버깅을 해야 하는데... 십 년 넘게 그짓을 하고도 손가락이 엉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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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cling, ever.

잡기 2004. 10. 11. 19:14
금요일에 용산에 들러 떨이로 파는 만원짜리 300W 파워 서플라이를 샀다. 노트북 상가에 들러 이런 저런 모델을 쳐다봤다. NEC Versa S820 155만원, Toshiba Portage R100 중고 150, 소텍 7180C가 110여만원, TG삼보 Averatec 3200 BR100이 120만원. 도시바 포티지가 개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런 저런 노트북을 구경하면서 최종적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에버라텍 3200으로. nbinside에서 최근에 필드 테스트를 했고 사용기가 여럿 올라와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무게 2kg이 그저 마음에 걸릴 뿐이다. 견딜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와서 파워를 조립했다.

토요일 점심 무렵 다나와를 뒤적여 보았다. 에버라텍 3200의 최저가가 125만원으로 나와 있다.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현금가로 113만원까지 해 준단다. 돈을 찾아 타이거노트에 들러 512MB로 업그레이드 해서 123만원에 기계를 샀다. 한 시간쯤 가게에서 물건이 오길 기다렸다. 북간도를 어슬렁거리다가 집에서 나뒹굴던 SDRAM PC133 256MB 짜리 2개를 팔아 88000원을 받았다. 노트북 살 때 그 돈을 보탰다. 가지고 있는 리브레또를 처분하면 50만원 가량 받을 수 있으니 따지고 보면 그리 비싼 돈 들인 것도 아니다.

생각이 바뀌었다. 한 시간쯤 노트북을 들고 왔다갔다 해 보니 2kg짜리 3200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리브레또는 팔지 않기로 했다. 그것을 대체할만한 노트북을 사게 될 때까지 주욱 가지고 있으면서 사랑해 줄 것이다.

리브레또로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 10GB의 하드 디스크에는 farscape 시리즈가 담겨 있었고 오고 가면서 8인치 와이드 스크린으로 드라마 감상을 해왔다. 가는 길에 한 편, 오는 길에 한 편씩.

3200의 셋업에 들어갔다. windows xp pro.를 설치하고 프로그래밍을 할만한 환경으로 만들어 놓고 고스트로 백업을 떠 놓았다. 그동안 고스트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파티션을 통째로 떠서 네트웍의 다른 서버에 올려두었다가 리스토어가 가능했다. 근 한달 동안 차례로 맛이 가는 컴퓨터들의 인스톨과 셋업에 시달리다보니 별 수 없다. 하드 디스크를 무조건 c와 d로 나누고 c에는 os와 사용자 프로파일과 프로그램 파일즈만 넣어두었다. 그렇게 구조를 심플하게 만들어 놓자, 백업 사이즈도 1-2기가 바이트, 고스트 백업 시간은 3분 가량이면 끝났다. 진작 사용할껄.

3200의 디자인은 영 아니다. 그렇지만 가격대 성능이 상당히 좋은 스펙이다. 키보드가 팬타그래프 타잎이 아니라 낯설다. 키보드 레이아웃이 영 꽝이라서 특수키를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키보드의 왼쪽 약지가 닿는 부분이 약간 떠 있어서 타이핑할 때는 착, 착, 하는 심벌즈 소리가 났다. 교환해야 하는데 용산까지 가기가 귀찮아서 뜯기로 했다. 헉... 그런데 이놈에 나사에 산화 도료가 묻어 있는 것 같다. 나사를 빼자 마자 새파랗게 물이 들었다. 나중에 as 받을 때 뜯은 티가 나서 골치 아프겠는걸. 설상가상으로 엉뚱한 나사 하나가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 박혀 버렸다. 빼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안 빠진다. 어쨌건 키보드와 기판 사이에 명함을 한장 살짝 집어넣으니까 이격이 사라져서 키보드는 제대로 칠 수 있게 되었다. 셋업에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배터리 칼리브레이션에 4시간, 팬 속도 칼리브레이션에 10분 더 걸렸다. 하루가 그렇게 가버렸다. 컴퓨터 이름은 아내의 아이디로 정했다. 아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아내와 춘천에 나들이 갔다 왔다. 오고 가면서 에버라텍으로 파스케이프를 두편 봤다. 서울로 돌아 올 때는 입석이었는데, 자리를 잘 골라잡아 ac 아웃렛이 있어 충전도 하고 고스트 백업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일도 좀 하고 내장 cd-rw로 일한 내용을 cd로 한 장 구웠다. 열이 좀 나긴 하지만 백만원대 초반의 올인원 서브노트북(2kg짜리가 어떻게 서브'급' 노트북인지는 이해가 안 가지만)으로는 만족스럽다. 100만원대 노트북에 802.11g가 내장되어 있다. 그건 정말이지 큰 매릿이다. 집을 포함해 돌아다니는 곳 어디에서나 무선랜을 안 쓰는 곳이 없는 실정이니.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althlon xp-m 모바일 프로세서의 스피드를 사용자가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에디터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영화보는데는 클럭 스피드가 굳이 빠를 필요가 없었다. 영화 보는 내내 타스크 매니저의 cpu 인디케이터는 20% 미만이었다. 프로세서 상한 스피드를 1.5GHz가 아닌 그 절반인 800Mhz로 설정해 두고 액정 밝기를 글자가 보이는 수준으로만 할 수 있다면 배터리 소모량을 많이 줄여 배터리만으로도 3-4시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일반적인 사용에 2시간 30분 가량. 그동안 얼마나 업그레이드를 안 했는지 새로 산 노트북이 집안에 있는 3대의 컴퓨터 클럭 스피드를 몽땅 합친 것보다도 빠르다.

새로 산 노트북으로 김씨 아저씨가 부탁한 ARS 자동 응답 프로그램을 짰다. 카드 영업점 실적 조회를 위한 ARS 서비스를 모뎀을 이용하여 자동화하는 것인데, 거래처와 출력 일자, 실적 정보를 받을 팩스 번호 따위를 자동 응답하는 자동응답 시스템에 막무가내로 자동 응답하는 프로그램이다. 안방의 전화선을 뽑아 한 시간쯤 쭈그리고 앉아 '현장' 작업해서 데이터 파일로부터 입력을 받아 간단한 막무가내 스크립트를 실행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워낙 간단해서 한 시간이면 작성할 수 있다고 떵떵거린 탓이다. 그런데 3시간 걸렸다. 자기가 만든 덫에 자기가 걸린 꼴이다. 강력한(?) 스크립트 컴파일러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를 꾹 참았다. 덕택에 헤이즈 모뎀 호환 명령어군(워낙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짜봐서 아주 지긋지긋한) 중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재미있는 사용법을 알게 되었다. 삽질의 댓가로 얻은 극히 사소한, 문자 한 글자 분량의 정보다.



조사장의 견해에 따르면 별볼일 없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도 그 사람이 만족하기만 한다면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사용자가 이해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 치고 프로그램을 배우는데 허덕이는 시간 때문에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이 부지기수로 많다고 했다. 내가 그의 견해에 일부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굳이 기술자라고 자처해야 할 명분이나 당위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거나, 간단히 말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자란 것이 날이 갈수록 싫어졌다. 문희준 병이랄까? 앞으로 아티스트로 불리우고 싶다. 돈은 안되고 삽질에 느는 것은 담배와 술 뿐이니. 황가의 주장에 따르면 요즘 아트가 개판인 이유는 예술가들이 술을 덜 처먹어서 그렇다고, 예술이 술에서 꽃피운다는 것을 몰라서 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듯 했다. 문학이 뒈진 이유는 소설가들이 예전만큼 술을 안 처먹어서 그렇다는.

김씨는 내가 sf판에서 잘 먹고 잘 살던 시절을 그리워한 나머지 뭔가 부흥회스러운 사업을 다시 하게 될 꺼라고 굳게 믿었다. 다른 김씨는 내가 어린애처럼 산다고 윽박질렀다. 또 다른 김씨(봉당 아저씨)는 내가 자기현시욕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이라 현실을 왜곡하고 직시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서, 헛똑똑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첫번째와 세번째 김씨는 비판적이라 바쁘고 자기 중심적인 일에 몰두한 탓에 미처 발굴하지 못했던 내 실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도움이 많이 되어서 히히히 웃었다. 아이, 언더스탠드.

언더스탠드를 반쯤 읽었을 무렵이었던가? 김씨를 희롱하는 글을 쓴 후 언더스탠드의 마지막까지 읽다가 오해사기 딱 좋겠군 하고 골을 쳤다. 언어유사적이고 치명적인 키워드 트리거를 언더스탠드를 보고 난 다음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꼴이 되었다. 나라면 테드 치앙과 달리 호르몬 k의 투여 때부터 그것을 건드렸을 것 같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데리다가 죽었다니, 일단 명복을 빌어주고, 그가 지은 쓸데없는 여러 저작물을 무덤에 그와 함께 묻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아내의 경각심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auction에서 23000원 짜리 전자저울을 주문했다. 아내의 건강을 염려해서 예전에 auction에서 구매한 8000원 짜리 아날로그 온습도계는 안방 온도 24도, 습도 55%의 눈금을 한달째 변함없이 유지해서 그 성능의 의심스러웠다.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내가 아내를 위해 구입한 디지탈 체온계는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했다. 내가 냉정한 편이라서 그런지 겨드랑이 온도가 늘 36도 밖에 안 나왔다. 클리에의 싱크 케이블이 맛이 가서 벌써 15일째 핫싱크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 pdazzle.co.kr에서 14000원 짜리 케이블을 구매했다. 핸드폰의 cd/atm용 적외선 포트가 작동하지 않아 큐리텔 센터에서 os를 업그레이드했다. 되는지 안되는지 자기(기술자)도 모르겠으니 부디 한번 atm에 가서 테스트해 달란다. 리브레또를 드디어 오늘 우체국에서 소포로 부쳤다. 택배회사들이 언제부터 배송에 2-3일씩 걸리고 배송예약을 당일 하지 못하게 되었고 노트북은 절대로 받아주지 않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체국에서 소포로 부칠 때는 컴퓨터 부속이라고 속였다. 한 일년 오프로드에서 개고생을 한 노트북이니 집어던진다고 망가지지 않을 꺼라고 자신하지만, 모를 일이다.

이렇듯이, 나날이 드럽게 바쁘다 보니 자기정체성을 유지할 시간은 남아있지 않다. 또한, 20-20khz의 가엾은 떨림에서부터 공중을 누비는 88-108Mhz의 떨림, 빛으로 충만한 세계, 사방에서 파핑하는 2.4Ghz CDMA적인 떨림까지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떨림으로 가득 차 있건만, 전자파 차폐복을 입고 다니다보니 주변의 떨림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떨림이 있어야(떨려야) 사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난 안 떨릴 생각이다.

옆집의 망할 다람쥐는 자나깨나 쳇바퀴를 돌았다. 삐그덕 삐그덕. 놈은 인간과 만족스러운 유대관계를 맺고 공존하는 법을 아직 깨우치지 못한 것 같다. 교훈을 심어줄까? 주입식으로, 조건반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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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잡기 2004. 10. 7. 15:38
추석 연휴 내내 일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술 한잔 하자길래 한잔 하고 집에서 재운 후 열쇠를 선배에게 맡기고 공장으로 갔다가 일하고 금요일 밤 차를 타고 처가에 들렀다가 다음날 천안에 다시 올라와 일하고 저녁 늦게 서울로 올라와 모임에 참석한 다음, 집에 도착하니 오전 3시가 조금 넘었다. 열쇠를 숨겨 놓고 가라고 했는데 열쇠가 없다. 전화해 보니 전화가 안된다. 열쇠를 한참 찾다가 못 찾고 근처 사우나에서 잤다. 지갑을 처가에 놔두고 오는 바람에 수중에 돈이 없다. 요전에 은행에서 스마트 카드를 받지 않았더라면 지하철, 버스조차 탈 돈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선배를 찾아가 열쇠를 받아오고 점심을 얻어 먹고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뻗었다. 그리고 다시 일하러 공장에 내려갔다. 밤낮으로 일하고 신경쓰이는 연봉 협상도 마무리 지었다. 잘 안되면 일을 그만 둘 생각이었다. 대책은 없었다. 그저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피곤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저녁에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과 술 한잔 했다. 학교에서 축제중이다. 멍하니 쳐다보았다. 피로가 누적된 것 같다. 오전 일찍 출발해 집에서 좀 쉴 생각이었는데 아내가 오후에 차를 탄대서 같이 올라오려고 오후에 기차를 탔다. 그 시간 동안 13장의 보드를 테스트 했다. 일만 한다면야 그렇게 피곤해지지는 않는데... 음.

오늘은 그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하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 깎고 노트북을 택배로 부치고 건강관리공단에 들르고 용산에 들르고 삼성동에 들르는 일정이었는데... 노트북을 붙이려니 오전 접수 때를 놓쳐 내일 발송하면 며칠이나 걸려야 도착한단다. 이번주에 못 부치면 다음 주에나 받게 되는 셈. 그럼 이번주에 노트북을 사야 하나?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형편이니까. 택배 하나 부치지 못해 길에서 오락가락 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벌써 오후 3시가 다 되간다. 아내한테 건강공단 일과 택배 정도를 맡기고 움직이고 싶은데 아직 몸이 불편하니 그러지도 못하고.... 지난 2주 동안 줄곳 풀리는 일이 없이 짜증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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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생소사

잡기 2004. 9. 30. 16:46
언제부터인가 볼품없이 신발장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이름모를 주인들의 구두를 2000원 주고 수선해서 신고 다녔다. 지하철에서 산 1000원 짜리 우산을 부러 수선해서 들고 다니고 남이 신던 중고 구두를 수선해서 신고 다니고 남이 입던 바지를 입고 다니는 이런 모습이 궁상스러울 지는 몰라도 그렇게 살아온 사람더러 생각을... 음. 타인의 입장에 자신을 고려하기 보다는 그 아까운 시간에 다른 사람이 입다가 빨아놓은 팬티를 입어주자!

rss 리더로 블로그라인을 잠시 사용(테스트) 중. 간단한 인터페이스와 클립 기능이 괜찮긴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 기사를 클립할 때 기사를 읽고 클립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이제나 저제나 일간신문들이 rss를 제공해주기를 기다렸다. 모바일, 유비퀴토스 시대라고 다들 외쳐대지만 정작 그렇게 외치는 언론은 늘 실망스럽고 바보스러운 모습이다. 몇 줄 안 되는 간단한 웹 프로그램이면 rss가 가능한데 말이야. 사주, 편집, 기자, 교열, 영업, 사이트 구축, 관리 까지 혼자서 다 해먹는 시골의 조그만 일인 신문사의 작업은 흥미진진해 보였다. 그들은 게다가 정말 필요한 지역 소식까지 전해주는 소사이어티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보였다. '무의미한' 분업화, 전문화는 사람을 확실한 머저리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 신비스러운 오해로 가득한 이상한 기사를 쓰는 기자를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클리앙 사이트가 스폰서를 받았다. 사이트 라우팅을 하는 바람에(사업 주체 사이트의 조횟수 올리기?) 기사 수집이 안된다. 비슷한 문제 제기를 한 사람들이 있어 입을 다물고 있다. 고친다 만다 하는 얘기가 없다. pda 사이트가 rss나 기타 클립 가능한 웹 url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모양이 좀 우습긴 하다.

pda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정리해야 할텐데 시간이 없다. 가끔 regacy를 했다. 4mb 짜리 파일 하나, 마을에서 한가하게 빙빙 멤돌고 있지만 pda용 치고 썩 잘 만든 rpg 같다. sj33에서는 약간 느리게 작동한다. 만든 작자들은 might & magic 이나 eye of beholder 따위의 게임에 향수를 지닌 이들인 것 같다. 김씨와 손씨, 장씨를 만나니 그들 pda도 컬러화되어 있었다. 어느날 부터인지 그들 모두가 클리에나 텅스텐을 가지고 다녔다. 손씨가 머리를 하늘색으로, 거기에 구름이 송송 떠다니는 모습으로 하고 다니면 꽤 어울릴 것 같아 보였다. 이 세계에서 본 적이 없는 머리 모양인 것 같긴 하다.

서씨 아저씨를 오랫만에 봤다. 잠시 외국에 나갔다 온 새에 하이텔이 없어졌단다. 그러나 알던 이름들을 찾아니기에는 무리가 없었는데, 그들 거의가 egloos.com에 블로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만들어 놓은 sf 동호회 사람들의 블로그 리스트를 퍼블릭 오픈 해 놓을까 했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프라이버시를 유지하고 싶을 것 같다.

구글 뉴스 서비스를 보기 시작. 포괄적(아니면 광범위하다고 해야 할지) 관심사를 다 떠들어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각 분야별 헤드라인 수준. 그러나 플래시, gif 애니메이션이 없는 깔끔한 텍스트 화면은, 흠. 단순하지만 우아한 기술이 내포한 상큼함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국이랑 영아의 자전거로 가는 세상 구경 -- 이씨가 소개해줘서 들어가 봤다. 나하고 모델이 같은 garmin etrax gps를 사용하는 것 같다. gps 구매할 때 세계지도를 구한다는 것을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여행준비물을 보다가 기겁했다. 준비물이 너무 많다. 상당기간 동안 여행을 준비한 사람들인데 그 정성이 놀랍고도 한편으로는 웬지 가엾어 보였다. 내가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것과 딱히 다르지 않았다.

사이트에서 인용한 어떤 캐나다인 말대로 한국인은 모험심이 좀 부족한 편이다. 그것을 굳이 흉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서양인들이 모험심이 많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았다. 과연 그럴까? 과연? 저 하늘과 서양인 스스로는 알고 있다. 하여튼, 쓸데없는 모험을 과감하게 배제할 줄도 아는 동양인의 지혜도 배워볼만 하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돌이켜 보건대 쓸데없는 모험 끝에 부작용으로 남는 것은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느끼는 지겨움 뿐이다. 서양인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에 느끼는 상당히 지긋지긋한 권태를 인내하고, 또한 그것을 생산적으로 재해석하여 기쁨으로 돌이키는 동양의 지혜도 배워볼만 하다고 권하고 싶어진다.

farscape, stargate, star trek, andromeda, millenium, harsh realm, angel, 이런 시리즈를 노트북에 넣어두고 출장 갈 때마다 버스나 기차에서 한편씩 봤다. 봐도 봐도 끝이 없다. 극에 등장하는 외계인이 인간하고 워낙 하는 행동이 비슷해 자기중심적인 인간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가 되야 판갤럭틱 채널에서 외계인들에 의한, 외계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sf 시트콤을 볼 수 있을런지... 그나저나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밥맛 떨어지고 설정은 한심하고 이야기는 식상하기 짝이 없고, sf도가 현저하게 낮은 스타게이트의 장수 비결이 궁금하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시리즈가 유지되었던 것은 아닐까? 나같은 sf 프릭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군소리가 나오지 않게 만들거나, 역으로 논쟁에서 플레임을 만들 꺼리를 대량으로 제공하여 반사이익을 노리는 전략.

소주 10병에 팔려 내 딸이 된 아이는 세일러복을 입고 완스인어블루문에 나타났다. 반가운 마음에 그동안 가슴은 많이 컸니? 라고 말했다. 아이가 삐친 것 같다. 내 가슴은 예전부터 컸단 말이에요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애비의 불찰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여자는 가슴으로 말한다. 아내의 얘기에 따르면 한국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브라에 뽕이 들었다고 한다. 그랬단 말인가?

김씨는 내가 블로그에 올려놓은 지하철에서의 에피소드가 사실인지 의문을 품었다.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를 듣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본다. 이야기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구원한 사나이, 이야기의 힘으로 가족을 먹여 살린 이야기, 이야기의 힘으로 수렁에서 건진 내 딸, 이런 것들은 말과 글이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성립하고 나서야 전진할 수 있다고 본다. 말과 글에 그다지 상처를 받아본 적이 없다. 한 인간의 인격이나 사상과 말과 글을 분리하는 편일 것이다. 그러는 편이 여러 모로 편했다. 안 그래도 되는데 편의상 그랬다. 둘을 뒤범벅하면 결과가 늘 골때렸다. 말은 사용법이 까다롭고 대단히 위험하고 휘발성이 강한 것이다.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믿는다, 안다, 두려워했다. 나는 말의 좋은 면을 잘 알지 못한다. 알고 싶다. 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사용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화려하고 유창하게.

언빌리버 김씨를 위해 얘기를 더 해 볼까?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sf컨벤션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픽션을 워낙 잘 지어내는 데다가(본의가 아닌 것 같지만) 대외 신용도가 밑바닥을 기어 다니는 편이라(그 전후관계는 확실치 않다. 원인을 다른데서 찾고 싶다) 그가 자칫 말 실수를 하다보면 본의 아닌 오해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었다. 몇 마디 근거 없고 시답잖은(내가 보기에) 말에 의해 사람들의 생각이 쉽게 바이아스 되는 모습은 충분히 보아왔다. 그래서 왠간해서는 잘 터지지 않는 부비트랩을 설치 했다. 트리거를 두 개 달았다. 트리거를 각각 Cs, Ds라고 칭해두자. Ds가 실제로 폭발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된다. 방아쇠는 동종 관심사를 공유하는 among them 수풀에 감추어진, 사냥꾼이 설치하고 잊어버린 토끼덫 같은 것이다. 그리고 두 방아쇠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나 거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 관계가 있지만 비밀이 아님에도 관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김씨가 A에게 As를 말하면(거의 불가능한 경우다) A는 Bs를 말하게 된다. A는 아무라도 상관없다. Bs를 듣고 김씨가 상상력을 발휘해 또다시 아무라도 상관없는 B에게 어쩌다 우연히 Cs를 말하면 Ds가 나온다. 확신하건대 그럴 확률은 극히 낮다. 베이징에 설치된 덫에 사슴이 걸린 바로 그 시각에 아프리카에서 코끼리가 총에 맞고 쓰러지는, 서로 개연성이 없는 시공간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우연이 겹칠 그런 확률이다. Ds는 그들 사이에서 확산된다. Ds는 어떤 이에게 일종의 확신 -- 결정에 관계된 -- 을 주게 된다. 폭탄 설계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고 방아쇠를 분산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 일에 나나 x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낼 경로나 흔적이 남지 않았다. 그건 그런 종류의 평범한 말이었는데, 몇 가지 필요한 어나운스를 할 때 문자열을(말을, 언어를, 특정 단어를) 배치하는 것이다. 결코 안 터질 꺼라고 믿었고, 장난삼아 만들었던 그 폭탄이 여행 가서 신나게 놀고 있던 어느 날 한국에서 터졌다. 터키의 괴레메 언덕에서 네스토리우스 파의 땅굴의 허접함에 질렸다가 갑자기 나타난 미친개들에게 쫓기고 있을 때 그 여진이 전해왔다. 폭탄은 실로 효과적이었다. 효과가 대단해서 뒤바꿀 수 없는 인간의 엄숙한 운명을 연상시키기 까지 했다. 운명의 잔인함이란... 안타깝게도 본인이 죽을 때까지 눈치챌 수 없는 운명의 잔인함은 그렇다치고, 절대 터지지 않을 폭탄이 어째서 터지는지 신기했다. 말은 애당초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것이다. 그걸 제대로 다룰 수 없으면 처음부터 발언하지 않는 것이 나아 보인다. 이야기를 믿지 않는 김씨의 건강을 생각하며 픽션을 하나 방금 만들어봤다. 제목은 '당신 삶에 관한 이야기 또는 진인생소사'

pda로 테드 치앙의 언더스탠드를 읽는다. 소설을 읽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생각은 거기서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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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가 how보다 많은 사람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나는 성장한다. 아니, 고도 적응한다. 적응은 면역, 자기 방어, 회피 기동, 발전적 융합, 협동, 사이너지의 형태로 '표현'된다. 다시, 표현된다. 적응은 이력을 남겼다. 나아지거나, 발전한 적 없다.

이데올로기, 자신의 머릿속에 틀어박힌 사고방식이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살해하고 강간할 수 있다는 것은 비열한 자기 기만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전제가 다르다. 그래서 나는 인도주의자가 아니다; 될 수도 없다. 인간성은 너나 내가 그것 때문에 살아야 할, 또는 의존해야 할 이유가 아니기도 했다. 따라서 나를 포함한 인간 존재의 합법성(?), 내적 타당성(?)을 설명할 때 즐겨 시작하는 무엇보다 앞선 전제는 늘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너)는 이 세상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my dear, sweetheart, darling에서 moron, bastard, shithead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했다. 옛날에. my dear였다가 bastard였다가 다시 sweetheart가 되는 등 왔다갔다 하다보면 관계가 손상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shithead와 sweetheart라는 동시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것이 나란 인간이 지닌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왠간한 바보가 아닌 한, 연결되었다가 절단 되었다가 다시 재결합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하철역에서 찍은 사진. 파장 시간. 앞 빨간 천막은 스페이스 판타지 클럽, 뒤 빨갛고 노란 천막은 행복한 책읽기, 행복한 책읽기 옆에 거울웹진인데 기둥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거울 웹진의 단편집을 보면서 SF 떨거지들은 그동안 대체 뭘 한 걸까 감탄사를 내뱉었다. 건질만한 글은 잘 안 보였다.

행복한 책읽기의 부스를 훑어보면서 여러 가지 잡생각이 들었다. SF는 SF고 여자는 여자다. 그럼에도 SF와 여자들 사이에서 맺었던 관계의 유사성이 서로 엇비슷했다. 여자들과 헤어질 때는 관계를 칼 같이 끊었다. 한번 돌아서면 되돌아 본 적이 없다 / 울다가 웃을 수 없다 / darling이였다가 bastard가 되었다가 다시 sweetheart가 될 수 없다 / 왠간하면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여생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해물 스파게티를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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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xup 코드를 추가해서 2 pass를 1 pass로 고쳤다. 생산하게 될 메인 코어, 그러니까 cpu의 최종 머신 코드에 대한 정보 없이 작업했다. 스펙이 아직 불투명하지만 emit된 machine code를 검증 해 달라고 몇 번 졸랐는데 한 달째 묵묵무답. 안 급하다 이거지? 10월 20일까지 납품인데 대단한 여유들이군. 오냐. 내가 찾아가마. 공장에 가서 며칠 머물면서 닥달하겠다는 각오다. 추석때 일하고 싶지 않아! 라고 굳은 결심을 했는데, 사무실의 작업 컴퓨터가 맛이 갔다. 아예 부팅이 안 된다. 파워 서플라이나 메인 보드가 간 것 같다. 내 주변의 컴퓨터들이 벌써 넷 씩이나 맛이 갔다. 환절기다.

용산에서 reenet 8p switching hub를 구매했다. 17000원. 너무 싸서 하나 더 샀다. 그런데 코딱지만한 smc 32mb 7장은 무려 7만원이나 했다.

머핀을 만들었다. 밀가루, 녹인 마아가린, 설탕을 1:1:1로 섞고 우유 약간, 소금 약간, 베이킹 파우더 약간, 바닐라 가루 약간, 계란 등을 섞어 달콤한 반죽을 만들고 건포도와 분쇄한 땅콩을 넣고 소주잔으로 모양을 낸 호일에 담아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가스렌지에서 약한 불로 구웠다. 먹을만 했다. 고작 650원(바닐라향 500원, 베이킹파우더 150원) 들여서 배불리 먹었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머핀을 굽는 중에 아침에 만들어 먹을 짜장면의 밀가루 반죽을 만들었다. 김씨 아저씨가 귀뜸해 주길 짜장면 면발의 비밀은 소다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반죽에 소다를 넣었다. 내일 아침에 그 결과가 기대된다.

오늘은 SF 벼룩시장이 있는 날. 저저번주에는 일요일에 하는 줄 알고 안 갔다. 그리고... 대창 먹는 날? 강남 한복판에 대창을 하는 집이 있다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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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SF 셋 읽고

잡기 2004. 9. 17. 22:50
SF가 판타지의 일종이라고? 물론 그렇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전형적인' 판타지에서 modernity, fidelity, accuracy, delicacy 등등 따위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주로 원시인들이 주유하는 판타지 월드의 묻지마 세계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늘 판타지를 저평가했다.

타인의 평가와 비교할 때 나는 SF에서 비교적 구분할 수 있는(또한 바라마지 않는 특정한) 경계를 본다. 갈 데까지 가려고 노력하는 인간이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익스트림한 현실에서 그 자신의 모든 수단방법, 특히 그가 가진 유일하게 설득력있고 쓸만한(쓸모가 없는 경우가 더 많지만 최선을 다 했다는 의미에서) 과학기술과 이성을 총동원하여 상황에 적응해 가는 서바이벌 게임.

며칠 동안 전에 읽다만 alistair reynolds(SF 작가치고 잘 생겼네?)의 revelation space를 마저 읽었다. 왠지 linda nagata의 소설이 생각났지만(하드한 면에서는 그녀가 좀 더 나은 면이 있다) 그럭저럭. cory doctorow의 down and out of the magic kingdom도 그럭저럭 읽었다. 공산 사회와 흡사한 bichun 사회가 도래한 후 우피라 불리우는 일종의 화폐를 사용하는데, 돈처럼 쓰이지만 그것을 버는 방법이 유명해지던가 존경받을 만한 업적을 이뤄야 한다. 기술자가 쓴 소설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사회의 저변에서 삽질하느라 누구에게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나같은 기술자의 우피 수치는 하는 일에 비해 형편없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우피 수치가 낮으면 주택 장만의 꿈도 접어야 하고 여행도 불가능하고(우피 자체가 화폐처럼 통화되므로) 대중 교통 수단 조차 이용할 수 없어 친구 차를 빌려타는 등 사회 저변에서 활동한 덕택에 사회 저변으로 쫓겨나게 된다 -- 언더그라운드에서 하수구 수리하는 사람들이 받는 대접과 비슷하다고 본다. 대신 어떤 백수가 할 일 없이 방바닥을 뒹굴다가 정치 패러디를 플래시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웹 사이트에 올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키득거리게 되면 그의 우피 수치는 대통령보다 높아질 수 있고 엑조틱한 미녀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우주 스테이션에 관광하러 나갈 수도 있다.

최근 읽은 소설 중에서 charles stross의 halo를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어디서 들었던거지? 스트로스가 그렉 이건과 닐 스티븐슨의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다른 작가에 관한 평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그의 장편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드물게 낄낄 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에게는 상상력과 유머, 비전이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재능이 느껴진다. 그렇게 해서 찰스 스트로스는 꼭 읽어봐야 할 목록의 우선 순위 중 최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 etext를 구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책 살 돈은 없다. 하늘에서 떨어지길 간절히 바라기라도 해보자. 그의 장편 제목은 singularity sky다. 제목부터 느낌이 확 온다. 확!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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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 고장

잡기 2004. 9. 15. 00:33
아내는 9월 10일 오전에 퇴원했다가 그날 오후 11시 무렵에 재입원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3일 밤을 잤다. 첫날은 고열로 고생했다. 백혈구 수치가 12000까지 올라갔다. 둘쨋날에는 감기 기운이 찾아왔고 세째날에는 장염으로 임부처럼 헛구역질을 일삼았다. 참, 가지가지 병이 다 찾아왔다. 의사는 진단 결과 아내가 엄청나게 튼튼한 사람인데 어째서 저런 시시콜콜한 질환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이해가 안 간다. 그동안 잔고장 없이 튼튼했는데...

어쩌면 지극한 정성과 사랑을 쏟아붓지 않으면 결코 완치되지 않는 심각한 질병인 꾀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너무 병인을 심리적인 허약함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경우에는 환절기마다 걸리는 감기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어째서 감기에 걸리지 않게 되었는지 원인을 모르겠다. 집안에 미스테리가 많다.

아내가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나는 아내에게 먹일 알맞은 먹이감을 구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오래 살고 싶으면 감기에 걸려라' 라는 책을 지은 도인, 노구치 하루치카 옹께서는 감기를 몸의 부실한 부분을 찾아 보완하는 기회로 여겼다. 등뼈의 일곱번째를 솜씨좋게 만지작 거리고 기를 불어 넣어주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셨다. 빨갛게 발등이 달아오를 때까지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왠간한 감기가 치료된다고도 하셨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아내가 주로 사용하는 서브PC의 HDD가 주인처럼 맛이 갔다. windows xp를 다시 설치했다.

그 다음날에는 서브 노트북이 말썽을 부렸다. 서브pc야 너 아프냐? 나 리브레또도 아프다. 뭐 그런 분위기.

노트북의 상판 뚜껑을 닫으면 자동으로 대기 모드로 들어가고 뚜껑을 열면 대기 상태에서 빠져 나오는데 며칠 전부터 뚜껑을 열면 인사불성인 상태로 그대로 있다. xp를 다시 설치하려니 hdd의 용량이 모자라 파일을 지우고 비록 용량이 10GB 밖에 안되지만 이 김에 파티셔닝을 새로 하려고 partition magic을 실행했더니 실행되는 도중 파티션 정보가 날아가 맛이 가 버렸다. 어쩌지?

그렇잖아도 서브 노트북의 키보드가 점점 맛이 가고 있어 애물단지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도무지 타이핑을 못 할 지경이다. 어떻게 고칠 수도 없었다. 분해해보니 팬타그래프 키캡을 겹쳐놓은 두 상판을 용접해 놓은 것이다. 키보드를 통째로 갈면 9만원이다. 9만원은 참 큰 돈이다.

일찌감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분해해 hdd를 떼어내고 pc에 연결했다.



HDD Gender converter 2.5 inch to 3.5 inch.

블로그를 뒤져보니 2003년 7월 28일 용산에서 7000원 주고 구입한 것이다. 예전에 리브30이 사망하셨을 때 HDD 내용을 백업해야 했기 때문에 구매한 것이다. 이번에도 요긴하게 잘 써먹었다. 메인PC에 hdd를 달고 예전 자료를 되살려 백업하고 파티셔닝을 새로 하고 이런 저런 소프트웨어를 재 설치했다.

'오래 살고 싶으면 우유 절대로 마시지 마라'의 저자 프랭크 오스키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우유는 송아지가 먹는 것이지 아기에게 먹이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20% 만이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고(다당->단당) 우유의 칼슘은 대부분 흡수가 잘 안되는 것이며 우유가 몇몇 질병이나 장애의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지만 낙농업자들을 먹여 살려야 하므로(한국에서는 자기 몸에 우유를 붓거나 거리에 송아지를 풀어 놓으며 데모를 하고 있다) 우유의 해악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연구결과로 든 것들은 증거로서 좀 빈약하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써 놓으려고 재미없고 시시한 통계를 축약한 탓일지도...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최근 일년 동안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았다. 탄산음료도, 과일쥬스도 마시지 않았다. 오로지 물만 마셨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우유 대신 중국인들처럼 두유를 마시던가 두부를 먹는 것이 나아 보인다.

하여튼 차례대로 아내의 질병을 치료하고 월요일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멀쩡했다 -- 팔팔했다. 돌아오는 길에 썩 괜찮은 두부 전문점에서 아내에게 두부를 억지로 먹였다. 단백질을 보충해야지. 나는 두부를 참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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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생긴 일

잡기 2004. 9. 14. 17:38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이다. 역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후드를 뒤집어 쓰고 혼잣말을 늘어놓으며 정신없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친구가 있었다. 상태가 안 좋아 보여 그 친구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전철에 올랐다.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맞은편 아줌마들이 뭐가 재미있는지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핸드폰을 바닥에 힘차게 집어 던지길래 쳐다보니 아까 후드를 뒤집어 쓴 그 친구가 어느새 이쪽 칸으로 이동해 온 것 같다. 아줌마들은 저 젊은이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나 보군 하는 표정으로 힐끗 쳐다 보고, 산산이 조각난 채 바닥에 널부러진 핸드폰을 힐끗 쳐다보고, 하던 수다를 마저 했다.

이번에는 mp3 플레이어가 콰지직 소리를 내며 건너편 문짝에 부닥쳐 깨졌다. 또 그 후드를 뒤집어 쓴 친구가 집어던진 것이다. 쟤는 왜 저럴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벌떡 일어나더니 아줌마들에게 다가가 시끄럽다고 소리를 꽥꽥 지른다. 시끄럽긴 했다. 그렇다고 값비싼 핸드폰과 mp3p를 던지나? 아줌마들은 웃긴 놈일세 하는 표정으로 쳐다 보다가 소곤소곤 속삭이기 시작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는지 후드 쓴 녀석이 다시 벌떡 일어나 아줌마들 앞에 서서 주먹으로 위협하면서 뭔가 개소리를 늘어 놓으며 협박을 하자 아줌마들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내 앞이다. 내 앞에서 대가리를 바짝 밀고 괴이한 선글라스를 쓴 우락부락한 놈이 으르렁거리며 아줌마들을 위협하고 있다. 같은 칸에 탄 사람들은 그 괴상한 광경을 외면한 채 딴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놈은 갑자기 몸을 홱 돌리더니 하필 내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스스로 울화가 치밀었는지 다시 일어서서 아줌마들한테 이 미친년들아 조용히 안 해 운운하며 갖은 상소리를 늘어놓았다.

그가 으르렁 거리는 등짝을 바라보며 한숨이 나왔다. 이 놈한테 개기면 뼈도 못 추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험한 꼴 당할 각오를 하고 내 옆으로 돌아온 대머리를 노려보다가 그의 어깨를 툭 치고, 야, 니가 더 시끄러워 라고 조용히 말했다. 놈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나한테 깍듯이 절을 하고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자기가 집어던진 핸드폰과 mp3p 파편을 꾸역꾸역 줏어 들고와 내 옆에 앉은 채 입을 다물고 얌전히 앉았다.

당황스러운 반응이다. 무엇보다도 같은 차량에 탄 사람들의 얼어붙은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다. 맞은편의 아줌마들이나 그 칸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내가 그 놈과 한패거리라도 되는 양 뻣뻣하게 굳은 표정으로 머나먼 곳을 응시했다. 왠지 기분이 안 좋다. 좋은 일 한 것 아닌가? 남들이 좋아하는 일을 한 것 같은데... 졸려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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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정리

잡기 2004. 9. 11. 01:03
하드 디스크의 루트 디렉토리 정리 중 발견한 파일들. 캡쳐해 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비디오를 보는 관계로 뭐가 뭔지 상황 설명을 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에 등장하는 오다기리 죠의 모습.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거지같은 것임에도 장미꽃을 들고 등장하는 이 친구의 괴기스러운 모습이 몹시 인상에 남아 부러 배우 이름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사토라레의 순진하게 생긴 오다리기 죠의 모습을 감안할 때... 사람들이 다 죽어 나자빠지자 기뻐서 저러고 있다.


표정 참 멋지다.


임모르텔. 비주얼이 예뻤던 영화. 제5원소와 달리 액션 하나 없는 참으로 쓰잘데기 없는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


스타트랙 엔터프라이즈 시리즈. 시즌3까지 보는데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아처 선장이 시간 여행자를 만나 브리핑을 받는 중. 아처 선장은 시즌 1,2 까지는 줄곳 오지랍 넓은 미국인 아줌마 같더니만 지구에서 700만명이 학살 당하자 성격이 점점 괴퍅해지면서 극은 점점 재미 없어지고 말았다.


벌칸성인이 코크란 박사와 대면한 것이 지구인이 외계인을 만난 첫 접촉(영화 star trek: first contact)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엔터프라이즈 시리즈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스푸트니크 호의 발사를 보려고 관광차 지구를 방문했다가 불시착한 후 미국의 어떤 조그만 마을(카본 크릭)에서 서빙을 보고 탄광에서 일하고 전기기사로 몇개월간 머물렀다. 세상에나...


가진 기술이 없어 오로지 똥배짱으로 근근히 우주를 돌아다니는 80여명의 지구인들이 유난히 불쌍했던 엔터프라이즈 시리즈... 게다가 벌칸성인이 트렐리움에 중독되기도 하고 눈물을 끄억끄억 흘리면서 신세 한탄에 사랑놀음을 다 하질 않나... (그런데 illogical spock 홈페이지가 어디로 사라진거지?) TOS, TNG, DS9, VOY, ENT중 그래도 재미있었던 것은 아직 언제나 다 볼 수 있을지 한숨이 나오는 TNG랄까.


렉스 첫 시즌의 첫 화, i warship the shadow에서 노래를 부르며 가미가제 돌격중인 병사들. 올해 본 sf 드라마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달까.


pbs 다큐멘터리 elegant universe에서 끈이론의 anormaly(스타트랙 엔터프라이즈 시즌 3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어떻게 극적으로 해결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 그런데 뭐랄까... 끈 이론을 설명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끈 이론을 만든 영웅들(?)이 몸소 나와 끈 이론을 구구절절 '프레젠테이션' 하면서(다큐멘터리를 그다지 잘 만들지도 못했고) 장래 밝은 내일까지 약속하는 모습이 어째 시장 바닥의 운동화 끈 장삿꾼들 같았달까... 동명의 책이 보여주었던 인상적인 '과학교양서'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가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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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수술

잡기 2004. 9. 8. 15:20
아내가 출산이 얼마 안 남은 친구를 따라 산부인과에 들렀다가(놀러갔다가) 우연히 CT 촬영을 해보니 자궁근종(myoma of the uteru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게 연락하고 저녁때 얘기 좀 하자는데, 흔히 물혹(살혹이 더 정확할테지만)이라든가, 아기집에 혹 생겼다는 말을 하는 질환이고 여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한가하게 술 퍼 먹고 집에 늦게 들어갔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밤이 늦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간 눈치 빠른 선배는 아침에 떠날 때 반성문을 써놓고 가기도 했다. -_-


ct 촬영 소견서. 자궁 뒤편(척추부근) 바깥 왼쪽에 돌출된 근종이 보이고 근종이 직장을 압박하고 있으며 석회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기타등등 그외 별다른 문제점은 보이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했다. 토씨만 빼놓고 온통 영어로 써놓은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한심한 생각이 들면서도 남 얘기가 아니라 할 말 없다. 그렇지만 굳이 전문용어가 아닌 것까지 영어로 써 놓을 필요가 있을까? 소견서 보고 영어사전 뒤적거리지 않고도 무슨 소린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지.


자궁의 평활근에 발생하는 자궁근종은 30∼50세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질환으로 근종이 생긴 장소와 크기, 방향 등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대개 월경통이 심해지고, 월경에 이상이 생기고, 자궁출혈이 있으며, 하복부에 이물감을 느끼고 진행하면 영양 불량 및 빈혈증에 빠지고 현기증, 두통, 전신 쇠약,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자궁근종은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약물요법을 중심으로 치료하면서 경과를 관찰한다. 수술은 최후에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글쎄다. 약물요법 운운하는 걸 보니 한방쪽 의견이 아닐까 싶다. 배 째는 것을 워낙 싫어하지만서도 발견 즉시 수술이 가장 합리적인 옵션인 것 같다. 그 점에서는 아내의 선택이 옳았다고 본다. 참고 살 수도 있지만 약물치료로는 완치가 되지 않는다.

아내는 내가 자기 걱정은 안 하고 수술비 걱정이나 하는 수전노라고 매도하고 나하고 상의 안 하고 자기 혼자서 병원에 병실을 잡아놓고 수술 일정까지 일사천리로 잡아놓았다. 개인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역시 걱정할 것이 없었고 근종절제술(myomectomy)로 잘라내면 된다. 근종의 크기가 10cm이상 되면 자궁을 심하게 압박해 임신에 영향을 주고 때에 따라서는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궁근종은 여성의 20-25% 정도가 가지고 있고(어떤 문서를 보니 50% 정도까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으며 에스트로겐에 의해 성장이 촉진된다는 가설이 있다. 세 가지 가설이 있는데 유전설은 자궁근종이 유색인종에서 특히 다발한다고 하고, 호르몬설이나 메이어의 학설은 에스트로겐에 의해 미성숙한 근세포가 근종으로 발육한다는 스토리다. 에스트로겐 학설이 우세다.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 폐경기가 지난 여성에게서는 드물게 발현하고 폐경기 이후에는 근종이 줄어든다.



자궁위부터 아래까지 열세번 단층 촬영했음을 보여준다. 120kV, 160mA의 전류가 2초 동안 가해지면서 발생한 X-ray 광선을 조사해서 x선 검출기로 얻은 결과를 컴퓨터라이즈 한다는... 얼마전 어떤 과학자가 한국으로 돌아와 CT와 MRI를 합쳐놓은 장비를 개발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자궁과 척추 사이에 뚜렷하게 보이는 근종. 자궁 내부에서 발육한 것 같지는 않고 장막하근종인 것 같다. 그외, 주변의 희미한 선은 피부인데 피하지방의 단면적과 그 두께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네가티프 필름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나 잔머리를 굴리다가 노트북을 펼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띄우고 about:blank 를 url에 입력한 다음 F11키를 눌러 full screen 모드로 전환한 상태에서 필름을 LCD 스크린 위에 얹고 근접 촬영했다.


근종은 46.5mm x 48.8mm 크기. 핑크빛이겠지? 아내의 CT 촬영 사진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병환'에 이런 류의 사진에 흥미를 느끼고 가설 운운하며 블로그에 올리는 등 한가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자로서 사반세기를 살아온 버릴 수 없는 취향의 문제다. old habbit die hard. -- 그래도 무지에 따른 불필요한 공포보다는 낫지 않을까?

9월 6일 월요일 아침에 입원해서 오후 2시쯤 수술을 시작, 수술비 외에 13만원짜리 무통 주사를 사고 상처가 기관 외벽에 흡착하는 것을 방지해 준다는 19만원 짜리 interceed란 일종의 생리 테잎을 따로 구매했다. 수전노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마땅히 품어야 할 의문을 품지 않고 그냥 결재해 버렸다. 성공적인 수술도 중요하지만 진통제는 달라면 맞게 해 줄텐데 굳이 48시간 동안 지속되는 무통 주사를 따로 구매할 필요가 있는가와(실제로 통증은 피부의 일부에서만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고통을 참는데 익숙치 않다, 고통을 두려워한다),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주변 기관에 흡착되는 일이 잦은지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수술실에 환자를 들여보내 놓고 품목명세서를 들이밀며 이것들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라니, 애당초 수술 전에 충분히 얘기해 줬어야 하는 것 아닐까?

어쨌든 수술후 한 시간쯤 지나 수술의가 근종을 들고와 보여줬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근종은 알탕에 들어가는 명란처럼 생겨 친근감이 들었는데 끓여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보였다. 만지려고 하니 의사가 흠칫 하며 뒤로 물러났다. 40분쯤 배를 꼬매고 뒷 마무리를 한 다음 입원실로 옮긴다기에 나가서 짜장면을 사 먹고 들어왔다.


수술 자국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약 5mm 크기의 이런 구멍을 배에 세 군데 뚫는다. 구멍 한 쪽으로(추측하기로 배꼽 쪽) 내시경을 넣고 배꼽 하단에 영점 사격을 할 때 처럼 삼각형의 두 꼭지점에 해당하는 구멍을 뚫어 길다란 수술도구를 삽입하여 한 손으로 근종을 고정하고 다른 한 손으로 절제하지 않았을까 싶다. 감탄스럽다. 수술 후 상처가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 국내에서 내시경 절제술은 2002년 부터 시작되었으며 입원한 병원이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여기저기 자랑을 늘어놓는 블레틴을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수술 경과가 몹시 훌륭해서 이런 수술은 다음날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진척이 빠르단다. 정말 그랬다. 아내는 다음날부터 일어나서 걷기 시작했고 나는 이틀 동안 병간호 하다가 집에 가서 그대로 뻗었다.

3일 입원+수술비 107만원. 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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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 엔트리.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바라본 하늘이 무척 맑았다. 맑은 하늘을 보고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다장조k467 제2악장을 연상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 Cory Doctorow의 Down and out in the magic kingdom을 다운 받아 읽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TiBR와 RoadLingua를 새로 설치했다.

배씨 덕택에 스타트랙 엔터프라이즈 시리즈를 다운 받을 수 있었다. 평균 속도 120kb/sec으로 이틀에 걸쳐 시즌1과 시즌2를 다 받았다. 시즌3를 받는 도중 하드디스크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즌1의 5화 unexpected는 시종 낄낄 거리면서 봤다. 엄밀하게 말하면 난 스타트랙 팬이 아니다. 예전에 책으로 보고 참 재밌게 글을 잘 쓴다 싶었던 엘러건트 유니버스가 3부작 TV 다큐멘터리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떤 SF 영화 동호회에서 다운 받았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왠간한 백과사전보다 위키페디아를 더 자주 애용하게 되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KTF 플라자 직원의 거짓말 때문에 시간낭비를 한 셈이지만 성질 부리고 지랄하는 대신 입 다물고 조용히 넘어갔다. 왜 그랬을까? 예쁘지도 않았는데. 할 일이 많다.

여기 저기 거래 은행에 전화를 걸어 k-merce를 지원하는 단말기 할부 판매를 하냐고 물었다. 싸게 구입할 수 있을테니까. 6월에 끝났단다. 빌린 핸드폰을 아무 말 안하고 반납하고 종로로 무작정 갔다. 종로에는 분실 보상을 해줄 수 있다고 말하는 대리점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값싼 기계를 찾아 보았다. 여지없이 팬택&큐리텔의 PG-K5500C를 구매했다. 애들 장난감처럼 생겼다. 가장 싼 온라인 상점의 가격보다 딱 만원 더 비싸게 주고 샀는데(18만원), 어댑터와 핸드폰 고리 따위를 주었으니 사실상 온라인 상점에서 구매한 것보다 나았다. 온라인 구매는 배송기간이 있고 안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귀찮은 서류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큐리텔의 고질적인 문제인 장시간 통화에 따른 통화 음질의 현저한 열화는 여전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UI에 일관성이 생겼다. 그 좋은 삼성폰이나 LG폰과 스펙을 비교해 보면 통화 음질 이외의 전 분야에서 큐리텔이 가격대 성능비가 좋았다. KTFT의 핸드폰을 구매할까 생각했는데, 그 핸드폰은 KTFT 직원들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아주 엿같다는 평을 여러 차례 들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글('큐리텔 통화음질 높이는 방법')에 따라 통화음질을 향상시켜보려고 했으나, 메뉴에 들어가보니 이미 그렇게 설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 대기화면에서 ##20022002 + 종료버튼
* 4번-PREF VOISE SO 누름
* EVRC Capability - enable (disable)
* home page so - qcelp(13k)
* home orig so - qcelp(13k)
* roam orig so - qcelp(13k)

새 장난감이 생겼으니 이것저것 해 봐야지. 25만 컬러의 TFT 스크린이라길래 사진을 업로드 해서 화질을 보니 이전의 6만5천 컬러 액정에서 보던 것과는 현저하게 화질 차이가 났다. 스피커가 워낙 작아 벨소리는 찢어졌다.


전자사전이 내장되어 있다. 대체 왜 이런 것을 집어넣었을까? 글자 타이핑하느라 시간 다 보냈다.


GPS 기능이 된다. 내 위치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나타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의 핸드폰으로 전송해 줄 수 있었다. 이게 과연 GPS일까? 최소한 위성 3개와 싱크해야 하는데 동기 시간이 워낙 짧아서 믿어지지 않았다. 간단한 방법으로 테스트가 가능하다. 위성을 잡을 수 없는 실내에서 해보면 된다. 실내에서는 GPS 신호가 약해 기지국 기반으로 위치 추적 정보를 전송해 주었다. 진짜 GPS가 맞다. 오예. 껀당 사용료 80원. 10초당 18원씩 하니까 40초 이상 통화하면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번에는 거래 은행에 들러 k-merce용 smart id chip을 구하러 갔다. 한미은행에 들르니 이런 업무를 처음 해보는지 무척 버벅거렸다.


한미은행에서 얻은 칩.


핸드폰의 뒤쪽 배터리를 뜯어내고 안에 장착하기 전.


핸드폰으로 Bank On 서비스에 접속. 핸드폰에 한미은행 프로그램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Magic N으로 접속하여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다. 한번 실행된 후 그다음부터 실행되지 않는다. KTF에 전화를 걸어보니 자기들이 알아보고 전화를 준단다. 어련하시겠어 콜센터의 친절하기만 하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아가씨들. 한미은행 홈페이지에서 하는 방법을 찾았다.

국민은행에서는 칩을 발급받고 교통 카드 기능을 집어넣었다. 테스트해보니 잘 된다. 인터넷 뱅킹은 무료인데 핸드폰으로 하는 Bank On이나 K-Merce 서비스는 껀당 얼마간의 수수료가 들었다.

핸드폰의 어떤 서비스도 공짜로 작동하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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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나들이

잡기 2004. 8. 29. 20:43
1500원 짜리 국밥을 먹으러 낙원동에 갔다. 할아버지들과 합석해서 국밥을 먹었다. 맛이 그저그렇다.


찍으래서 찍었다.


찍으라니까 찍었다. 이홍렬?


제1회 우리 술 페스티발. 복분자, 막걸리 각각 한병씩 챙기고 알딸딸해질 때까지 공짜 술을 마셨다. 일년에 열두 번 정도 행사를 해줬으면 좋겠다.


제1회 우리 술 페스티발. 점잖아 뵈지만 사실은 아비규환. 저마다 술 한 잔 마시려고 북새통을 이뤘다. 이 다음에는 스포이트로 빨아서 술잔에 담는 것이 감질나서 병째 들이붓기 시작하거나 아예 술병을 들고... 참 무서운 사람들...


황새를 살리자? 찍으라니까 찍었지만.. 새한테는 통 관심이 안 생겨서...

앗싸. 이번달도 12개 엔트리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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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친구들 중 심바는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내일 남미로 간다. 부럽다. 지금 생각에 그곳에 있을 때 좀 더 방탕하게 놀았어야 했다. 그 며칠 전, 술먹고 뻗기 전날, 충언씨는 파타고니아가 자기 인생에서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라고 거듭 강조했다. 몇몇 남미 여행자들로부터 장엄한 모레노 빙하에 관한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에 관히 알고 있는 것은 오직 그것 밖에 없었고 아는 것이 그것 밖에 없으니 파키스탄에서 빙하 트래킹하던 것이 생각나 뭣하러 빙하는 또 보러 가나 뭐 그런 생각으로 칠레를 아예 여행 경로에서 빼버렸다. 실수였다. 다른 것이 있었다.

파타고니아에 관해 뒷조사를 해보니(그래봤자 도서관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피 과월호를 뒤적여보는 정도지만) 아니, 이런, 사나이의 피를 끓게 만드는 정직한 깡촌이 있었단 말인가? 내셔널 지오그리피의 기사 중 특히나 도발적이엇던 것은 파타고니아 지역을 위성 사진으로 찍은 후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 130킬로그램의 식량과 gps, 그리고 카누를 들고 트래킹을 한 것이었다. 멋지다. 책상머리에 앉아 볼펜처럼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일만 죽어라고 하는 내게 황량한 벌판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이 도무지 왜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사회 부적응에 대한 긍정적 반발이 아닐까? 강조하지만 교미와 번식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투쟁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짬뽕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어젯밤에 아내와 집에서 냉장고에 남아있던 돼지 주물럭으로 소주 한 잔 했다. 도서관에서 부실한 식사를 한 탓에 오늘은 유난히 실존적인 부조리함을 느꼈다. 아내와 결혼한 후로 냉장고에 왠간한 재료는 다 있어서 뭘 만들어 먹기가 편하다. 면발 만드는 것은 관뒀다. 퀀텀 그래프 이론에 의해, 면발까지 창조할만한, 또는 만들어진 면발과 내가 동시에 편재하며 연결될 시공간이 부족했다. 공상과학스러운 개소리는 그만하고, 하여튼, 만들기 귀찮아서 관두기로 하고 수퍼에서 샀다. 재료비가 그래서 천 원 들었다.



고춧가루를 기름에 볶아 걸러내어 바알간 고추기름을 얻고 거기에 마늘과 파를 넣어 볶아 기름에 향이 배이게 한 다음, 냉장고에 있는 여러가지 야채(호박, 당근, 양파, 표고 버섯, 붉은 고추)를 넣고 볶았다. 매워서 눈물이 찔끔 거렸다. 한편에서는 전에 조리하다 남은 치킨 스톡 다이스의 반 토막으로 닭 육수를 만들고 그 안에 조개와 다시다를 넣고 끓이다가 다시다와 조개를 건졌다. 담백한 치킨 스톡 덕택에 그동안 지긋지긋했던 멸치 육수와는 안녕이다. 조갯살을 발라내서 오징어 썰어놓은 것, 새우 등과 함께 프라이팬에 넣고 고춧가루 듬뿍, 후추를 약간 넣고 다시 볶았다. 야채가 사각사각 익을 무렵 닭육수를 확 부어 팔팔 끓이면서 간을 보고 부추를 약간 썰어 넣었다. 한편, 면을 삶아 채에 바쳐 물기를 빼고 그릇에 담아 놓았다.

끓고 있는 짬뽕 국물을 부어 완성. 18분 걸렸다. 담백하다. 간이 완벽하게 맞았다. 몹시 매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먹었다.

아쉬운 점; 면은 만들었어야 했다. 수퍼에서 사먹는 것은 맛이 없다. 짬뽕은 자취생이나 여행 중에도 고춧가루, 갖은 야채, 생 오징어 정도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여행자들이 의외로 잘 해먹지 않는 것 같다. 얼큰한 고향 맛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근육에서 뽀드득 소리가 나게 할 수 있을텐데 말이야.

여행지에서 냄비 하나로 짬뽕 해먹기 또는 남미 여행 중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들어먹던 방법: 시장에서 야채를 종류별로 하나씩 쪼잔하게 구매(물론 상인에게 욕을 좀 먹겠지만 철판 깔면 된다), 냄비에 고춧가루와 식용유를 일대일로 넣고 볶은 다음 화장지에 걸려 고추기름을 얻고 거기에 마늘을 두세등분한 것과 파는 없을테니 대신 레몬그라스나 양파, 생강, 코리안더 따위 향기 나는 식물들을 짓이겨 넣어 기름과 함께 볶아 향을 내고 빅토리녹스 만능칼로 대충 야채(피망, 양배추, 당근, 양파, 무 등 아무거나 많을수록 좋다)를 서걱서걱 썰어 고추가루와 설탕(고추가루가 한국처럼 단맛이 안 나니까), 미원 따위 조미료를 넣고 볶다가 오징어나 홍합 등이 있으면 대충 잘라 넣고 물을 부어 끓이면 된다.



땀을 냈으니 식혀야지. 수박을 썰어 검은 씨를 대충 빼내 블랜더에 넣고 연유 조금, 설탕 왕창, 얼음을 넣고 갈았다. 뼛속까지 시원하다. 이름하여 태국식 땡모(수박)쥬스. 맛없는 수박을 맛있게 먹는 법. 자꾸 해 보니까 날이 갈수록 솜씨가 좋아졌다.

신분증 사본 등 신분 증명을 위한 서류를 팩스로 보내야 하는데 팩시밀리를 쓸만한 곳이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앗참 그렇지! 내가 아끼는 단종 모델 노트북, 이제는 영문 o자와 숫자 1자까지 망가진 채 고통스럽게 연명하고 있는 살아있는 고물, 리브레또 L1에는 팩스모뎀이 내장되어 있다. 그리고 windows xp 설치 cd에는 팩스 지원 소프트웨어(팩스 프린터 및 팩스 콘솔)가 포함되어 있다. 시험해 보니 쓸만했다. 팩스 송신과 수신이 다 된다.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길거리에서 polham이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학생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신문에서 부시보다 케리가 당선되길 원하는 한국인이 70% 가량 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영화를 봤다. 홍감독 영화를 안 볼 꺼라고 다짐하면서도 또 봤다. 여전히 차도가 안 보인다. 이 양반의 영화 주인공들은 여전히 메스꺼워 보이는 어떤 부류의 인간들의 삶에 대한 변명같다. 홍상수 영화가 아무 것도 보여주는 것이 없지만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얘기로 몇 페이지를 써대는 비평가들에게 사뭇 존경심이 든다. 딴지일보에서 지민호 감독을 인터뷰했다. 지민호 감독은 밀리터리 SF를 만들고 있단다. 편대단편 (38:36) 감상평: 할 말 없다. 수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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