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 것들 정리

잡기 2005. 3. 6. 21:44
Enterprise title song (1:19) -- Star Trek Enteprise가 매우 저조한 '실적' 때문에 시즌 4를 끝으로 종영된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훨씬 재미없는 Stargate 시리즈는 끝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는 점.

세시간쯤 산길을 이리저리 걷다가 대남문에서 잠시 멈췄다. 엊그제 온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웠다. 눈이 살살 내린다. 아내가 싸준 주먹밥을 먹고 보온병의 물을 따라 컵라면을 먹었다. 오랫만에 근육을 썼더니 몸이 확실히 맛이 간 것을 느꼈다. 평창동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집 근처로 돌아와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고 아내를 불러내 냉면을 먹었다. 차가운 것을 먹으니 내장이 얼어붙어 덜덜 떨었다.

Regenesis. 간만에 보는 따끈따끈한 '첨단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흐음...


50 first dates. 하품.


콘스탄틴. 이게 뭐야? 안티 스모크 켐페인?


팜므 파탈. 역시 브라이언 드 팔머 답다.


팜므 파탈. 장면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팜므 파탈. 이 영화(또는 관음증)의 모든 것. 기적의 순간.


아 이건 뒷산(북한산)에서 찍은 집 모습


나를 지켜주었던 손난로, 작년에 지하철에서 산 5천원 짜리 피콕 짝퉁. 그래도 24시간은 간다.
,

산에 가기 전

잡기 2005. 3. 5. 11:07
이 바닥에 은거고수가 많다는 것은 어림짐작하고 있었지만 나이 60먹은 노인네까지 강기를 뿜어낼 줄이야...

데모는 어영부영 끝났고 나는 새로운 컴파일러를 시작했다. 컴파일러만 벌써 네개째다. 지겨워 죽겠다.

내셔널 지오그래피 센츄리 컬렉션(100편 분량)을 몽땅 올려놓은 사람이 있다. 중간중간 몇 개 이가 빠졌을 뿐 총 용량이 60GB에 달하는 방대한 컬렉션이다. 40GB 하드 디스크를 미디어 스토리지로 쓰고 있어 본 것들은 재빨리 지워버리고 순환시키길 벌써 일년여 해오다 보니 수중에 남은 것이 없다. 60GB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올리는 천사같은 분도 있는데 그에 조응하지 않으면 큰 실례가 될 것 같아 어떻게 할 것인가 궁리 하다가 머리가 아파, 무작정 용산에 가서 98000원 주고 160GB 하드 디스크를 사버렸다. 삼성 스핀포인트 1614N, 8MB 버퍼 크기. 시게이트의 바라쿠다를 살까 하다가 버퍼 크기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 DVD-+RW + DVD 미디어라는 도식으로 나갈 수도 있었지만(가격은 충분히 떨어졌고 메릿도 있다) 굽는데 드는 그 시간과 정성, 게다가 그 지저분한 CD를 보관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저 무작정 저장해 놓고 하드가 다 차면 10만원 주고 다른 하드 사버리는 것이 시간, 돈을 함께 절약하는 길이다. 자, 이제 열나게 다운 받는 일만 남았다.

60GB 짜리 기쁨을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어 3500원 짜리 만보계를 사줬다. 아내는 날더러, '평생 다큐멘터리나 봐라!' 라고 말하며 홱 나가버렸다. 미소를 머금었다.

그럴 생각이다.

아내는 나하고 같이 안 가고 연정 아가씨와 둘이 미얀마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라고 대꾸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기쁜 표정을 지을 것 까지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내 감정은 얼굴에 쉽게 드러난단다. 얼굴에 '지화자 좋구나' 라고 씌어 있었다.

좋은 미디어 있으면 나눠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저번, 인터넷 무료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업로드 스피드가 30KB 밖에 안 나와서 ftp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더랬다. 집 컴퓨터야 24시간 켜져 있으니까 ftp 서비스를 운영하려고 해보니 얼마 전에 새로 산 공유기가 말썽을 부렸다. 이래저래 해도 안되길래 Reenet 서비스 센터에 이틀에 걸쳐 전화질을 했다. 그쪽 엔지니어는 끝끝내 공유기 잘못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며칠 테스트 해보고 연락 준단다. 정답은; NAT의 포트 포워딩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공유기의 펌웨어를 업데이트 해야 한다. 아무쪼록 갖은 꽁수로 온갖 고생 다 해 보시길. 나야 팔짱 끼고 가끔 전화나 넣어줘야지. ftp야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다.
,

환풍기 프로젝트

잡기 2005. 2. 25. 00:50
블로그 한 줄 남기자.

요즘 가지고 싶은 것: Casio PRG-70 V3, 옥션에서 17만원 가량에 판매. 터프 솔라를 사용해 배터리 교환 불필요, 전자 나침반, 고도계, 온도계? 그리고 기압계 따위가 내장되어 있다.

SMPS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스위칭 잡음 때문에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는데 옆에 있던 엔지니어들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고 말했다. 대략 17Khz 정도 되는 것 같은데(예전에 작은 주파수 발생 장치를 만들어 내 몸을 바이오피드백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435Hz와 440Hz의 두 음을 구분하려고 노력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왜 그리도 중요했을까? 아마도 절대음감을 '학습'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했던 것 같다) 다섯 명 중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이 나 뿐이었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였는데 다들 내가 사기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주파 잡음과 함께 power는 다운되었다. 실험은 중단되었고 다섯 시간을 파워 문제로 허비했다.



에드워드 윌슨인 것 같은데? 본 지 오래되서 잊어버렸다. 사람 얼굴은 궁금하지도 않지만. PBS의 다큐멘터리, Evolution은 요점 정리가 잘된 썩 괜찮은 시리즈인데, 애들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어느 방송국에선가 틀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남의 사생활이나 시시콜콜 들추고 주로 바보스러운 얘기를 늘어놓는 연예가 중계인지 하는 잡것들은 그만 좀 틀지. 다운 받은 7개의 divx 파일에는 별도로 창조론자의 코멘트가 적힌 파일들이 있었는데 내가 성질이 더러운 탓인지 두 개쯤 문서를 보다가 깨끗이 지웠다.



구채구(지우자이구). 여기 갔었다.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나온 것이 인터넷에 떠돌길래 다운받아 봤다. 티벳의 아홉 마을.



'동양의 알프스'라고 불리웠던 것 같다. 매우 아름답고 또 추웠던 곳으로 여기 가게 된 것은 유팽이란 아가씨가 중국에 가볼만한 곳은 여기 뿐이라고 추천해줘서 였다. 오가면서 꽤 고생했다. 동영상에 내가 죽치고 앉아 있던 마을들이 하나 하나 나타나는 것이 참 신기했다. 아 저긴 내가 발담그고 놀던 곳, 저긴 아줌마가 주는 해바라기 씨를 까먹던 곳, 저곳은 동네 양아치 녀석들과 껄떡대던 곳.. 뭐 그런...



구채구에 갔다가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져 어쩔 수 없이 구채구 안의 티벳 마을에 묵었다. 관광객들이 다 떠나고 난 후 그 춥고 썰렁한 곳에서 주인집 딸들이 부엌으로 초대해 함께 밥을 먹었다. 수줍어서 어쩔 줄 모르는 귀여운 아가씨들. 동영상을 보니 괜한 생각으로 사진을 안 찍은 것이 후회 되었다. 중국 여행이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꽤 그림이 그럴듯했던 영화. 빌리지.



공포영화라고 할 수는 없겠는데... 농촌 생활의 애환을 다룬 잔잔한 생활 드라마...

예전에 김씨 아저씨는 dBm이 무슨 뜻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마 내가 SN비가 70dB이면 얼마만한 비율인지 얘기하려고 했던 것 같다. 비슷한 것으로 Vrms도 있다. 설명하려면 식을 써야 하는데 그런 것도 몰라 물어보니 귀찮고 신경질이 나서 안 가르쳐 주고 그런게 있어 라고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설명이 장황하고 지저분해지면 아예 성을 내면서 그런게 있어, 내 말이 옳으니까 그냥 믿어 라고 말하는 일이 최근 잦아진 것 같다. 이러다가 설명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2주 전에는 교수님과 원생한테 그들이 처음 들어본다고 주장하는 허프만 코딩과 LZW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저 교수가 정말 수학을 전공한 전산학과 교수고 학생일까 몹시 어이 없었지만 꾹 참고 생글생글 웃으며 설명하던 기억이 났다. 학교에서 알고리즘도 좀 배웠으면 좋겠는데... 매년 한번씩은 재수없게 산학을 하게 되는데 그 귀찮고 짜증나는 일은 어느 업체에 있으나 꼭 나한테 맡겼다. 자기들 멋대로 무슨 무슨 연구원 따위로 불러대고... 난 그냥 벌레 같은 프로그래머란 말이야!

틈틈이 시간을 내서 부품과 공구를 구매했다. 전자부품 쇼핑몰 4개, 용산에 한 번 들렀다. 집에 변변한 부품도 없고 공구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커터, 손도끼, 망치, 스트리퍼, 플라이어, 렌치셋, 바이스, 직소, 드릴셋, 이 정도는 갖춰야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닐까 싶긴 한데... 심지어 인두 마저도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는 실정. 공구가 없다니, 이건 인생이 아니야. 라고 생각했다.

아직 가장 중요한 mcu가 도착하지 않았고 온습도 센서는 샘플 오더라도 가격이 워낙 비싸(개당 2만원) 망설이는 중. 싱가폴에서 구매하려고 했더니 개당 4만원을 불렀다. 도둑!

i2c, can, 전력선 모뎀, rs-422 중 뭘 사용할까 궁리하다가 rs-422(또는 rs-485)로 마음을 굳혔다. 전력선 모뎀이 가장 훌륭한 방식이지만 돈 들고 부품 수도 많아서 귀찮다. 대부분 아날로그라 아무 계측기도 없는 상태에서 트러블슈팅하기도 힘들고... can 역시 칩 가격이 rs-422 line driver에 비싼 편이라 그냥 싸게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뭐 대단한 속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바보스럽게 무려 20개나 구입한 75176 정도로 반이중 통신을 만들고 프로토콜을 구현하고 멀티 마스터 멀티 슬레이브로 한다. 사실 이런 설계는 플렌테이션의 여러 시스템간 통신에서 자주 사용하는 구성 방법이었다. 사용해 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어떻게 사용하는 지도 잊어버렸다.

파워 구동은 릴레이, SSR, 옵토 아이솔레이터+트라이악를 사용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릴레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릴레이야 공장가면 공짜로 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제로 크로스 스위칭을 할 수 있는 트라이악이 꽤 땡기긴 하는데.. 만일 단순히 라인 하나의 스위칭을 하려면 릴레이 밖에 사용할 수 없다. 릴레이에 b접점이 있으면 그걸로 3로 스위치를 구성할 수도 있고... 제로 크로스 스위칭을 하던 SSR을 사용하던 두 선이 모두 필요하니까 매립된 스위치에 있는 하나뿐인 선에는 부적합해 보였다. 각 노드는 마스터와 6선의 트위스티드 페어 랜 케이블으로 연결되어 그중 2선을 마스터로부터 전력을 얻는데 사용하고 2선을 통신라인으로 사용하고, 노드로부터 노드로 데이지 체인을 구성한다.

마스터는 USB로 PC와 연결되고 PC에는 원격 제어용 웹 서버를 설치하고, 마스터에 rs-422로 연결된 각 노드는 A/D 포트와 digital i/o가 몇 있는 16MIPS 짜리 AVR을 mcu로 사용하고(저렇게 고성능의 mcu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나중에 전력소모를 고려해 클럭 주파수를 낮추자) 전력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릴레이를 2-3개 달기로 했다. 부하는 250VAC, 5A 가량. 노드의 센서 인터페이싱에 관해서는 여러 모로 궁리해 봤는데, 일단 적외선 수신 모듈과 CDS을 달고 그리고 옵션으로 온도 모듈이나 온습도 모듈(비싸다..), PIR 센서를 달 수 있도록.



그렇게 해서 머리통을 깨끗이 비우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대략 20여만원에 해당하는 한 상자 분량의 부품과 공구를 구했다. 아직도 부족한 부품들이 있다.

십수년 전의,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기계를 만들던 취미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지금 일이 바빠서 얼마나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빌빌 대면서도 술 마시던 바로 그 돈으로, 책 안 사고 아끼던 돈으로, 어디 놀러갈 엄두도 못 내고 집에 짱박혀 컴퓨터만 죽어라고 두들기던 그 손으로. 현재 목표는 마누라가 누워서 리모컨으로 건너방 전등을 켜고 끄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기능을 구현하는데 있다. 기술적으로도 전혀 흥미로운 구석을 찾아볼 수 없는 프로젝트다.
,

분골쇄신

잡기 2005. 2. 18. 02:43
뼈를 부수면 가루만 날린다. 짜증나니까 그러지 말자.

오늘은 일도 안 되고 확 열 받아서 나갔다. 술 마시면서 '양아치스러운' 의경들을 비웃다가(비웃을만한 것이긴 한가?) 요즘 인기 있는 '공공의 적2'가 검사 똥구멍을 열심히 핥아대는 영화라는 얘기가 나왔다가(물론 내가 했다, 심지어 그걸 극장에서 봤다), 양동근이 주연한 영화 제목이 와일드카드(*)라고 말하고 그 유래까지 설명해 줬더니 적어도 세 명이 와일드카드가 아니라 와일드 키드(kid)라고 우겼다. 그중에 한 명은 바로 전에 평소 환청을 자주 듣는다고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각자 핸드폰으로 영화 제목이 맞는지 확인했는데, 와일드 키드가 맞다고 하는 분위기였다. 언제나 꼼꼼해서 여러 사람 열 받게 만드는 말카 아저씨는 손수 몇 통의 전화를 걸여 판도를 뒤집었다. '와일드카드'가 맞다는 것이다. 정치적 협상 끝에 우리는 그 영화가 '양동근이 최초로 벗은 영화인 와일드 오키드'라고 합의했다. 언제나 사람을 열받게 만들고 분위기를 잡치는 말카 형은 '와일드카드'라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애꿎게 나와 선후배 사이에서 쌍욕이 자유롭게 오가는 바람에 적응이 무진장 쉽다고 여기는 가엾은 후배 놈은 분위기에 편승해 선배인 황가를 씹었는데, 당근, 황가는 호응이 없었다. 나도 호응이 없었다. 아무도 호응이 없었다. 보드라운 선배를 계란말이처럼 칼질해 먹으려면 내공이 되야 하는데 나처럼 애당초 마기를 솔솔 풍겨 '쟤는 글렀어' 분위기가 나지 않으면, 언제나 실력만을 숭상한다는 마교에서조차 그건 안되는 거다.

그러다가 '점잖은' 술자리로 워프하니, 혜관과 함께 (망할) 인간성의 장래에 관해 얘기했다. 요점 정리를 잘 했는데, 혜관은 인간성의 미래에 관해 나처럼 '가설'을 풀지 않았다. 가설을 푸는 대신 책 세 권을 소개해 주기로 했다. 그게 참 희안한데 대개의 사람들은 내 세계관이 절망적이고 비관적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관점을 소개시켜 주려고 하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달성될 수 없는 생물학적이고 교조적이고 인문적인(이 셋은 표현의 수위를 떠나 거의 동격이다) 개소리의 끊임없는 나열로부터 별다른 즐거움을 느낄 것 같지는 않았다.

남 얘기 같지만 이게 다 내 얘기다.
오늘은 그랬다.
,

福不福, 福分

잡기 2005. 2. 17. 00:36
누구나 분수에 맞는 복을 누리게 되는 것 같다.

연초, 결혼기념일, 아내 생일이 연달았다. 몹시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언제나 상태가 high다. 저번주에 술 먹다가 완전 맛이 갔다. 술 먹다가 송씨 아줌마 더러 왜 살아있는가?를 주책없이 물어보니 수년 전과 다름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나는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이 살아있는 상태가 얼마나 괴상망칙하고 스릴 넘치는지 그는 끝내 모르고 죽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살아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일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다시, 살아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일을 하고, 또 하고, 또 할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열나게 할 것이다.

지금 빡세게 하고 있는 메인 잡과,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는데, 욕실에 환풍기를 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워보니 욕실에 환풍기 다는데 대략 2개월쯤 걸릴 것 같다. 꼭 해야 하지만 귀찮고 걸리적거리는 돈벌이들(일) 때문에 시간을 더 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 동안 손과 머리가 녹슬어서 제대로 돌아가 줄 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욕실에 환풍기를 단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차니까 기쁘고 흥분되어서 약간 맛이 간 상태인 것 같다. 별 것도 아닌데.
,

거실 인테리어

잡기 2005. 2. 6. 22:57
이사 마지막으로 '심혈'을 기울여 거실을 꾸몄다.

.


방 서쪽. 별들이 반짝인다.



방 북서쪽. 역시 별들이...



방 천정. 천정이 뻥 뚫린 낭만적인 방은 아니고... 천원샵에서 야광 별 스티커를 구입했다. 천정을 은하수로 장식했는데 그럴싸 했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4천원 들었다.



방 북서쪽. 사진의 밝기를 올리니 벽면이 희미하게 보인다.



방 천정. 형광등도 보였다. 언젠가 방 천정을 저렇게 장식하고 싶었다. 사진으로는 알 수 없지만 3차원에 색색이 별들이 깜빡이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것이 환상적이다. 자빠져서 별을 보며 잠들기라는 소원을 풀었다. 그런데 옆집이 천문대다
,

건강검진 & 이사

잡기 2005. 2. 6. 17:20
아내가 아는 사람이 아는 사람을 통해 이삿짐 센터와 연락. 이전에 집을 한 번 방문하여 이삿짐의 규모와 이사 방법 따위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사다리차 2회 사용 각각 5만원씩 10만원, 4인 포장이사 용역 비용 30만원 합쳐서 40만원. 이틀 후 계약하고 계약금 5만원을 입금. 고작 50m를 이동하는데 40만원이라는 돈이 나가니 속이 쓰렸지만 2층에서 짐을 내리고 짐을 50m 이동한 후 4층으로 짐을 올리려니 아는 사람들 불러다가 이사하는 것이 더 고생스러울 것 같다. 책 옮기는 건 정말 끔찍하니까. 포장이사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5만원 더 주면 포장이사라길래 고생 좀 덜하기로 했다.

2/2 이사.

8am - 용역회사에서 도착. 짐 포장 시작.
8.30am - 짐 싸는걸 구경하며 멀뚱멀뚱 서 있다가 방해만 될 것 같아 이사가려는 집으로 갔다. 그쪽은 새벽 6시부터 이사를 시작했다는데 10시 이전에 이사가 끝날 것 같단다. 열쇠를 받았다. 이사 끝나면 문을 건다고 했다.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러겠단다. 전 집에서 계약금을 받고 은행에서 찾아둔 돈을 들고 아침 식사 중인 주인집 교수님과 3명이 계약서 작성. 부동산 가게를 통하지 않았으니 이사 비용이 복비라고 쳤다.
9am - 집에 들러 아저씨들한테 짐 다 꾸리면 바로 이동하라고 지시하고 도서관으로 갔다. 컴퓨터실 좌석 예약. 법무부인지 홈페이지에서 등기부등본 열람하려 했지만 액티브x 다운에서 자꾸 에러가 나서 실패. 가스회사 직원이 이사가려는 집의 가스비 납입 확인 전화. 한참 도서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영수증 더미를 뒤졌다. 확인. 여기저기 전화가 걸려와 더 이상 인터넷 할 형편이 안된다. 예약한 한 시간 동안 한 것이 거의 없다. 나왔다.
9.30am - 동사무소에 들러 전입신고 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10am - 열쇠 복사. 앞 사람이 열쇠를 8개나 복사하느라 시간 무척 걸렸다.
10.20am - 은행에서 포장이사 비용과 미납 공과금을 지불하기 위해 ATM으로 돈을 뽑았다.
10.30am - 이삿짐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이사가려는 집이 어디인지 모르겠단다. 지도도 안 가져왔나? 서둘러 이사 가려는 집으로 음료수를 사들고 돌아갔다. 문을 열어 주고, 아줌마는 청소를 시작. 이삿짐 센터에서는 네 사람이 온다고 했는데 세 사람만 왔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살던 집이라 짐이 빠져 나간 집안은 흉가를 방불케 했다. 고생길이 활짝 열렸다. 거미줄 걷어내고 서너번 쓸어도 먼지가 쌓인다. 짐 올라오기 전에 청소부터 해야하는데... 장난이 아니군.
11am - 사다리차의 짐칸이 무수한 전선에 자꾸 걸린다. 생쑈를 하며 전선들을 치우고 짐칸을 올렸다.
11.30am - 짐을 올리기 시작. 방별 가구 배치도를 3장 그려 소장님에게 드렸지만 쳐다 보지 않고 짐들을 안방에 몰아넣는다. 다시 옮겼다. 책 지고 다니는 아저씨가 몹시 불쌍했다.
12pm - 세탁기가 화장실로 안 들어간다. 문짝을 뜯었다. 화장실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12.20pm - 주방에 설치할 행거가 안 맞는다. 철사를 끊었다. 전자용 도구밖에 없어 작은 공구로 2mm 철사를 끊으니 손아귀가 쑤신다.
1pm - 얼마 되지도 않는 책이지만 그것도 정리하려니 머리가 아프다.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 주인 아줌마와 세금 계산을 했다. 전기세, 수돗세 합쳐서 10만 5천원? 대단하군. 이삿짐 센터에서 방을 깔끔하게 청소해 놓아 좋다. 이래서 다들 포장 이사를 하는 것이군.
1.20pm - 아저씨들이 포장 박스를 정리 중. 있어봤자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고 미적미적대서 대충 정리하라고 하고 계산해 주었다. 책 정리 하는데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지쳐서 책장에 되는 대로 꽂았다.
2pm - 청소. 먼지가 앉을테니 두어 번 더 청소해야 할 듯. 몇몇 짐들은 창고로 몰아넣고 복도를 쓸고 옥상에 올라가 케이블 경로를 추적. 컴퓨터를 물리고 가지고 있던 케이블 모뎀을 달아 혹시나 인터넷이 될까 요행을 바랐지만 되지 않았다. 케이블 TV 라인을 옥상에서 집으로 옮겨 TV와 연결. TV는 된다.
3pm - 인터넷 선전 찌라시를 찾아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두루넷 25000원, 설치비 무료, 3개월 무료, 5만원 상당의 상품권 증정 따위. 전화하니 이래저래 귀찮은 얘기를 늘어놓는다. 드림시티 방송에 전화해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을 33000원에 설치 하기로 했다. 요행 바라지 말고 준법하자. 배가 고파서(아니 창자가 달라붙어서) 짬뽕을 시키려고 중국집에 전화했더니 중국집 배달원에 이사온 집에는 4층이 있을리가 없다고 우겼다. 설마 배달로 잔뼈가 굵은 동네 중국집이 잘못 알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을까. 거기 옥탑 아니요? 라고 하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그렇다고 했다. 배달원 짬뽕을 내려 놓으며 머리를 긁다. 4층이 있는지 몰랐네요. 동네를 주름잡는 배달원이 틀릴 수도 있구나.
4pm - 케이블 방송에서 전화. 뜬금없이 주민등록등본을 떼란다.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전 주인으로 이행받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나. 아가씨의 갈팡질팡을 듣고 있자니 짜증이 났다. 우겨서 안 떼기로 했다. 화장실 청소 시작.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온다는 가스공사 아저씨가 안와 독촉. 가스 이전 비용으로 19000원 줬다.
5pm - 아내에게 구원 요청. 아침부터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니 다리가 솜뭉치처럼 무겁다. 짐을 이 방 저 방으로 옮겼다.
7pm - 아내 도착. 주방의 냉장고와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며 다시 배치.
9pm - 나가서 소주 한 잔 하고 고기를 먹었다. 지친다.
10pm - 쓰러지듯이 잠들었다.

2/3 이사 계속

9am - 아침 먹고 오후 나절 까지 짐 정리. 안 쓰던 근육에 알이 배겼다.
10am - 책장 다시 정리 시작. 전 집 주인이 남겨놓고 간 신발장은 그들이 8만원에 구입했는데 2만원에 팔테니 사라고 한다. 뜯어가라고 했다.
12pm - 인터넷 라인 설치 때문에 전화를 몇 번 했다. 기사는 어디 간걸까. 12시쯤 도착. 평균 업로드 속도는 100kb/sec 가량. 업로드 속도가 무료로 사용하던 이전보다 3배 빨라졌다. 이젠 컴플레인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준법이 좋구나.
3pm - 장 보러 나갔다. 이것 저것 사들고 오는데, 전에 살던 집에서 공과금 계산이 틀렸단다. 들러보니 가스료와 전기세가 정산되지 않았다. 가스 검침 확인하고 전력량도 기록해 두었다.
5pm - 못을 뽑거나 박았다. 창틀이 빗물에 완전히 썩어 있어 초벌 니스칠을 하고 시커멓게 닳은 도배지를 일부 새로 발랐다. 주방에 비닐 장판을 붙였다.
8pm - 저녁 먹고 어질어질. 한밤중에 못질 하려니 벽처럼 가슴이 쿵쾅거린다. 창에 블라인드를 설치.
11pm - 시체처럼 잠들었다. 아내도 마찬가지. 거지 같은 집에 이사 와서 미안.

2/4

9am - 깨자마자 니스칠을 재벌했다. 적어도 3,4번은 칠해야 할 것 같다. 덕택에 두통이 생겼다.
11am - 공장으로 갔다. 가는 도중 내내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 공장에서 이것 저것 안 쓰는 부품 쪼가리를 주워 모아 환풍기 비슷한 것을 조립했다. 기계가 맛이 가서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했다. 스펙 중 잘못된 부분 때문에 골치를 썩였다. 파워 문제 때문에 한 달은 고생할 것 같다. 팀원들 분위기가 매우 어둡다. 사기 진작을 위해 구정 연휴를 포함해 일주일 동안, 그간 고생 죽어라고 한 팀원들 쉬게 해 달라고 사장님께 부탁드렸지만 씨알이 먹힐까? 1년 넘게 개발만 하다보면 정신이상자가 될 수도 있는데... 나야 원래 생활이 그 모양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11pm -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귀환. 배 고파서 라면 끓여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잤다.

2/5

10am - 아침부터 창을 뜯어내 각질을 벗겨내고 창고에 쭈그리고 앉아 니스칠을 3번 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지난 10년 동안 이 집을 거쳐간 세입자 양반들은 전혀 집을 메인티넌스 하지 않은 것 같다.
6pm - 송대관, 태진아 콘서트를 보러 갔다. 나이 들고 얌전한 청중 틈에서 태진아 노래를 줄창 1시간 30분 들었는데 송대관의 저음에는 별 관심없고 태진아의 그 목소리, 개울가에 자갈과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가 트로트에만 쓰이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통닭 한 마리 사들고 맥주와 함께 먹었다. 어쨌든 이사가 끝난 것 같다. 이사만 열댓번을 해 봤지만 이번처럼 피곤한 적은 없었다. 나이 먹은 탓일까. 그보다는 최근 여러가지 일(프로젝트 3개를 동시 진행)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평소에도 피곤해서 힘든 것 같다. 며칠 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는 별다른 하자 내용은 없었다. B급 건강검진 결과 B급 건강 상태였다. 그런데 제정신인지는 왜 테스트 하지 않는거야.

2004.12.17 검사

* 체위검사: 신장 174cm, 체중 67kg, 비만도 정상체중, 혈압 108/71 mmHg (정상A: 139이하/89이하, 정상B: 140-159/90-94)
* 요검사: 요당 음성, 요단백 음성, 요잠혈 음성, 요 pH 5.5pH (정상A: 5.5-7.5, 정상B: 5.0-5.4, 7.6-8.0)
* 혈액검사
** 혈색소 15.3 g/dL (정상A: 13-16.5, 정상B: 12-12.9, 16.6-17.5)
** 혈당 82mg/dL (정상A: 70-110, 정상B: 111-120)
** 총콜레스테롤 235mg/dL (정상A: 230이하, 정상B: 231-260)
** AST(SGOT) 24 U/L (정상A: 40이하, 정상B: 41-50) <-- 간 이외의 효소. Aspartate amino transferase / Serum Glutamic-Oxalocetic Transaminase. U/L = unit per Litter
** ALT(SGPT) 39 U/L (정상A: 35이하, 정상B: 36-45) <--간의 효소. Alanine amino transferase / Serum Glutamic Pyruvic Transaminase
** γ-GTP 66 U/L (정상A: 11-63, 정상B: 64-77) <-- 술 마시면 올라감.

판정: 정상B: 콜레스테롤 관리. 건강에 이상이 없으나 식생활 습관, 환경개선 등 자기 관리 및 예방조치가 필요. <-- 혈당치를 좀 더 높이는 것이 바람직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는 내 경우 극히 정상이다. 다 이유가 있다.
,

기적의 연금술

잡기 2005. 1. 30. 16:20


* CVS 서버는 NT 것이 linux에 디폴트로 깔리는 것보다 낫다.
* oodefrag는 스케줄을 걸어놔 새벽에 디스크를 정리한다.
* dhcp4nt는 bootp를 지원하기 위한 것.
* cygwin을 설치해 sshd와 nfs server군(portmap, mountd, nfsd)를 운영.
* ghost는 windows xp가 설치된 c 드라이브 파티션을 정기적으로 백업.
* dyndns는 dynamic dns 때문. 정기적으로 집 컴퓨터의 ip를 갱신.

그것외에 설치한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어 타스크 매니저만 보면 트로잔이 작동하고 있는지 즉각 알 수 있지만 아스탈라비스타에서 과자를 검색해 다운 받다가 직격탄을 맞았다. 순식간에 34개의 트로잔으로 융단폭격을 당해 어... 어... 하다가 제대로 넋이 나갔다. 요즘 트로잔은 svchost.exe나 winlogon.exe처럼 시스템 프로세스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여 컴퓨터에 기생하기 때문에 찾아낼 때 헤멨다.

어제는 라면 끓여먹느라 깜빡 하고 연금술에 관한 얘기를 미처 다 하지 못했다. 에머랄드 타블렛을 읽어보면 2항 이후부터는 세계를 형성하고 통합하는 중요한 하나의 원리, 내지는 (암시적인 지칭인)'철학자의 돌'이 지닌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다. 현대물리의 입자론으로 해석을 하건 뱀파이어들이 구원받기 위해서 찾아 헤메는 예수의 피로 보건 1항의 전제, 가감하지 말고 해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애매한 말 때문에 완전히 미친 소리로 들리는 타블렛을 이해하기가 여간 수상쩍은 것이 아니다.

사상누각에 불과한 '철학자의 돌'을 찾아헤메는데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연금술'은 네 가지다. 음식 만들기, 프로그래밍, 글짓기, 그리고 연애. 넷의 공통점은 주어진 본질을 변성시켜 새로운 차원을 더하는 구태의연하지만 창조적인 행위이며 무한한 바리에이션이 가능한데 재료의 하찮은 본성을 넘어서는 변성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적은 말 그대로 빛나는 태양이 그 막대한 에너지로 가벼운 입자를 결합시켜 무수한 중입자를 만들고 우주에 상수를 부여하고 시간과 공간을 형성시킨 것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 역 구내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던 멀쩡한 사람이(술도 안 마셨는데) '니가 그렇게 잘났냐'며 핏대를 올리고 으르렁거리며 시비를 거는 해괴한 사건을 일 년에 한두 번씩은 당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럼 나는 놀란 개구리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풀에 나가 떨어질 때까지 상대를 쳐다본다. 지각있는 시민을 미쳐 날뛰게 만드는 카탈리스트로 작용하는 이것도 일종의... 기적의 연금술 아닐까 싶다.

그랬다.
,

에머랄드 타블렛

잡기 2005. 1. 30. 02:37
'주인을 기다리는 하얀 개는 정신이 맑고 배고픈 내면을 지니고 있으나 좌절하지 않는다.' 연초에 본, 앞 뒤 사정없이 지껄이는 사주가 꽤 괴상했다. 어느 날 카트에 실려나오는 딤섬들처럼 다양한 감정 중에서 우울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내 지랄병은 우울증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좌절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으로 생겨난 불치병 같은 것이다. 울화병은 매우 길고 복잡한 자기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단 것들을 먹어 혈당치를 증가시키면 이 불쌍한 머리통이 조금쯤 더 기억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내에게 연애 전력을 설명했지만 그가 이해할 꺼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첫눈에 반했다. 늘 그랬다. 첫눈에 그 여자와 내가 잘 될지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각자만의 노선을 걷게 될 것인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늘이 되건 수 년이 흐르건 우리가 다시 만나면 관계가 맺어질 것이란 점, 그들의 눈 뒷편으로 요동치는 감정이 보이기도 했다. 여자애들의 눈 뒷편에서는 참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백이면 백, 아주 백치같은 여자가 아니면(그런 여자들이 있다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은 세상이다보니) 일종의 웨이팅 시스템이 작동했다. 결혼한 다음부터는 여자애들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어쨌든 그런 짐승같은 감각 때문에 항상 사귀던 여자애를 울렸다. 특이하고 경멸스러운 '재능'이긴 하지만, 여자애들은 그들의 지성과 나이를 먹어가면서 습득하는 자가통제의 마력을 십분 고려해도 쉽게 상처받고 망가지기 일쑤인 가엾은, 대상화되기에 부족한 동물이었다. 여자애들은 그들이 지닌 짐승같은 감각으로 내가 관계나 언어에 의해 상처받거나 그들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종류의 짐승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신시켰다. 마찬가지로 경멸스러운 재능이었다. 아직도 비행기가 베르누이의 정리 때문에 양력을 얻어 둥둥 떠다닌다고 학교에서 애들 상대로 사기 치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과학은 여성의 대뇌에 주름이 좀 덜 잡혔다는 얘기를 싹 빼버리거나 지능에 관해서 만큼은 사기를 치는 것 같다.

1995년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만들 때, 그때 만든 첫 페이지가 육자진언에머랄드 타블렛이었다. 올해 처음 읽은 책은 코엘료의 연금술사다. '자아의 신화'를 쫓아가는 양치기에 관한 얘기다. 그는 그것을 연금술, 자아의 신화 등등으로 불렀는데, 동양에서는 도닦기라고 한다. 결말부가 어영부영 넘어가 심심했다. 개나 소나 떠들어대는 전 단계 말고, 코엘료는 그 다음 수순으로 벌어지는 아주 심각하고 전형적인 사건들, 이를테면 마음 속에 보석을 가지게 된 남자가 그것 때문에 울화병이 생겨 황폐한 삶을 살아가거나 보석이 지껄이는 무의미한 소음에 완전히 미쳐버려 직장 생활을 하게 되는 얘기는 안 했다. 사내의 지지부진한 삶은 색채가 결여되어 소설가가 흥미를 잃었거나, 심하게 비아냥거리자면 소설가가 그런 삶에 관해 모르고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소위 문학에 좋은 감정을 가지기 어려웠다. 신랄하게 말해서 인간의 살 냄새와 사랑의 이름으로 적당히 후려치고 안주한 실패한 병신들의 자기만족에 겨운 계몽적 자전 같으니까. 이 먼지처럼 하찮고 보잘 것 없은 인간의 삶을 그나마 보람차게 만들어 주는 단 한 가지 그럴듯한 가능성은 진화다.

내 마음 속의 보석은 '네 몸은 더 이상 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옛날에 말한 적이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그 비웃음을 끈질기게 무시하고 깡으로 술을 마셨는데, 몸으로 전해지는 고통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다. 어째서 내 몸을 변화시키려는 것일까. 21세기에 적응하기 위해? 울화병은 더 심해졌다. 어젯밤에는 얼마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아침에 비틀거리며 일어나 사우나 갔다가... 거의 쓰러질 뻔 했다. 패배를 인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작년 여름에 라면을 끓여먹으려고 작은 양은 냄비를 샀다. 브로콜리를 데칠 때도 쓸모가 있었다. 시금치를 삶기 위해 그것보다 큰 양은 냄비를 찌는듯한 여름에 하나 더 샀다. 겨울은 무와 시금치의 계절이다. 요즘의 무가 참 맛있다.


잘 익은 김치와 찬밥이 남아 있다. 수타면. 쫄깃쫄깃한 면발은 대적할 상대가 없을 듯. 당근은 괜히 넣은 것 같다.



계란은 뜨거운 국물에 살짝 익혀, 노른자를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한 입에 꿀꺽.

남은 김치를 투입해 국물을 빨갛게 만들어 찬밥을 말아먹으니 시원하다. 도통한 기분이다.
,
사주보기


x님의 인생총운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달밤에 문 밖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하얀 개의 형국으로, 그 마음은 항상 고독한 가운데 어떤 상념에 사로잡혀서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에 한 번 빠지면 온몸을 불태우는 정열을 보이다가도 이내 권태를 느끼고 돌아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생을 통해 높은 이상을 향한 꿈은 자신을 매우 분주하게 만들지만 그 가운데 재물과 명예 가 따릅니다.
당신은 바쁘면 바쁠수록 정신이 더 맑아지고 영감 또한 정화되어 갑니다. 그러나 친구나 친척 등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는 강한 자존심 때문에 고독하나,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는 어떠한 장애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나가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서 내면은 아무리 배고프고 궁해도 그 약점을 밖으로 노출시키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완강한 고집과 허세, 질투, 진실성 결여 등 여러 가지의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이러한 단점을 잘 판단하여 살릴 것은 살리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 성공을 맞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당신은 금전의 출입이 빈번하고, 남의 일로 인해 분주하고 손재를 보는 일도 많으며,또 어떤 일이건 일단 착수하면 적극적으로 골몰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력은 강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일의 착수도 잘하지만 체념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신은 항상 마음이 텅 비어 있는 것과 같은 허무를 느끼기도 하고, 감정도 매우 풍부하여 급한 성질에 반하여 남다른 뜨거운 인정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뜨거운 정은 겉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워 차갑고 냉정한 면으로 나타나며 집념도 강하지만 체념도 또한 빠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일에는 어디까지나 끝까지 우겨대는 성격이며 명랑과 우울이 교차되고, 순간적으로 마음이 우울해져 여러 가지로 상념에 잠겨 무슨 일에든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어 남에게 가끔 오해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 남의 일에 걱정이 많고, 자기 일보다 남의 일에 공연히 바쁜 사람 입니다. 그러나 너무 지나쳐 자만한 마음을 가질 때 그 공덕이 일시에 무너져 내심으로 후회하기도 합니다.

부모육친 운은 별로이며, 형제 운은 이복형제가 없으면 대부분 독신격으로 매우 고독합니다.
부부 애정 운은 만혼이 길하고, 가정생활은 밖에서와는 달리 냉랭한 편으로 중년에 한때 독수공방의 세월이 있습니다.
직업은 정치, 언론, 수사관, 인력관리, 예술 계통이나 의학 방면 등 특수한 기술방면으로 진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로는 남성은 갑인, 을묘, 무오 생의 여성이 대길하고 계축, 병진, 정사 생의 여성은 불길하며, 여성의 경우는 병오, 계묘, 임인 생의 남성이 대길하고, 정미, 을사, 갑진 생의 남성은 불길합니다.
건강은 만성 대장염, 췌장, 폐렴, 천식, 간염, 순환기 계통이나, 뇌일혈 등의 질환을 주의해야 하며, 수명은 18세, 20세, 40세, 49세, 59세, 65세 때를 주의하면 남녀 모두 77세 이상의 수명을 누릴 수 있는 명입니다.

- 성격
당신은 마음속 깊숙이에 쉽게 알기 어려운 불가해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생에 대한 집념, 즉 일에 대한 집착도 매우 강한 반면 체념 또한 빠른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연륜이 더해감에 따라 생과 사의 비밀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변해 개방보다 실속을, 폭로보다 은폐를, 웅변보다 침묵을 중시하는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게 합니다. 겉으로는 양적이면서도 마음속은 음적인 인생관을 형성하게 되며, 따라서 한 번 마음에 들면 인정에 매우 약하지만 일단 눈밖에 나면 언제가지나 독을 품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독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원망의 화살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어느 누구에게도 잘 내보이지 않고 비밀로 간직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당신은 대체로 웃음을 잃은 듯 엄숙하며 남에게 겉치레를 않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상한 매력이 있으며, 이것은 오행상 음기의 힘으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즉, 그늘진 음의 매력은 밝은 양의 매력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음적인 클레오파트라의 미가 양적인 영웅 시저를 매혹시켜 세기의 역사를 좌우했던 것이 바로 이 역리현상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수호신은 지옥의 왕 '명왕성'입니다. 따라서 당신은 표면보다 이면에 미치는 예민한 투시력을 부여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음성적인 매력과 수호신인 명왕성으로부터 부여 받은 명민한 통찰력이 서로 합해짐으로써, 냉철하게 세상을 관찰하는 신중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깊이 도사리고 있으면서도 겉으론 그 마음을 노출시키지 않습니다.
행복을 위해서라면 10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는 성품이면서도 혼자서 친구나 선배를 찾아 다니거나 사교계에 출입하는 일 따위에는 소심한 편이지만 한편으론 누가 찾아 오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정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화급한 성격에 도사리고 있는 당신의 지나친 자존심이 거부반응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대체로 체력이 충실한 편이지만 그보다는 지모와 계략으로써, 즉 두뇌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모사의 특성이 있습니다. 당신이 태어난 시기의 태양은 입동의 계절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모든 준비와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는 보수적인 정신과 완벽한 처세력을 부여 받았습니다.
운명상으로 볼 때 당신은 모사와 계략에 철저한, 비밀 속에 숨겨진 지모의 소유자라고 하겠습니다.


- 직업운
당신의 인생은 한마디로 '의문에의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조사나 탐구면에 특수한 재능을 부여 받은 것입니다. 평소에 침묵을 지키는 생활 속에서도, 타인의 동향을 비롯하여 생과 사의 중간에 잠재하는 신비로운 것이나 불가해한 것을 조사, 탐색하는 데 뛰어난 통찰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부여 받은 강한 호기심은 보통 사람들의 호기심과는 다르며, 특히 사회의 동정을 조사하는 것과 같은 일에 탁월한데, 이것은 경솔한 언동을 삼가는 자제력과 위대한 집중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무릇 당신은 한 가지 직업에만 전념하기 힘든 성격으로 조용한 가운데 혁신을 꿈꾸며, 새로운 세계로 도전하기 위해 늘 마음을 태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안에 도사리고 있는 조급성에 비해 일의 결단은 몹시 우유부단하여 타인에게 행운의 기선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아울러 유달리 자존심이 강하여 남에게 간섭 받거나 지배 받기 어려운 성격으로 비록 실패와 함정에 빠져 고통 당하고 있을지라도 자존심이라는 장애에 걸려 일어서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어디를 가든 자신의 능력에 비해 그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지만, 자존심 속에 숨어 있는 고집 때문에 남의 밑에 엎드려 생활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때문에 당신은 자존심을 낮추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하여 인간관계, 즉 사교성을 넓힘으로써 대성할 수 있는 비약적 운명입니다. 따라서 당신의 이와 같은 성격의 장. 단점을 살펴 직업 또한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당신에게 적합한 직업은 세심한 연구. 조사에 재능이 있으므로 의료계통 특히 신경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의사에 적합하고 그밖에 과학자, 천문학자, 고급수사관, 각종 기획 담당자, 등이 어울리는 직업입니다. 반면 부적합한 직업은 아나운서, 성악가, 외교관, 외무사원, 운수업, 사무경리, 기계기술자, 건설업자, 공장 경영 등의 직업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 금전운
비유를 예로 들면, 성경에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온유한 사람'이란 당신과 같은 태생을 말하며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는 것은 지위와 재산을 상속 받는 횡재 운을 뜻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은 '10년 거지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라는 속담과 같이 묘한 행운적 복록을 타고 났습니다. 즉 당신의 금전운은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사람에게 유순한 마음으로 다년간 봉사하는 데서 얻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당신이 모시고 있는 사람의 은퇴나 전임 혹은 사망 등에 의하여 행운을 계승하게 되는 복록을 타고났습니다. 옛말에 "산이 커야 그늘도 크다"는 말이 있듯이 '인장지덕'이라는 장자의 말을 항시 염두에 두고 처신한다면 대성의 문은 열립니다.

당신에게 있어 20대의 행운과 30대의 일시적 함정은 중. 말년에 있을 안전한 복록으로 통하는 하나의 관문이며 기초공부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당신은 내면적인 조급함을 외면적인 온유의 덕으로 승화시켜 적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상을 저버리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기만 하면 큰 복이 있겠습니다.

당신에게 사업이나 금전에 행운이 깃드는 나이는 28세, 31세, 39세, 41세, 46세, 55세 이며, 불운의 변동 시기는 35세, 37세, 40세, 49세, 52세로 이때는 주의를 요합니다.

x님의 금년의 운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띠

식구 중에 근심이 발생하여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구설이 따르고 언쟁이 발생하므로 항상 주의하라.

1월 : 1월 집안에 나무탈로 인하여 환자가 발생할 운이므로 집을 수리하거나 신축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며 구설을 조심하라.

2월 : 이사나 신축을 하는 것에는 반드시 손재주가 따르니 주의하고 구설수가 있으니 처세에 조심하고 입 조심 하라.

3월 : 재산관계로 인하여 타인과 언쟁이 있을 운이니 돈거래에 있어서는 미리 주의 하고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의연하라.

4월 : 집안에 탈이 나는 달이니 집수리를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하는 일마다 실패되어 후회하게 되리라

5월 : 관청관계로 인하여 이득 볼 생각은 하지 말며 관청을 상대로 하여 소송할 생각도 하지 말라. 작은 일이 크게 번진다.

6월 : 어떠한 일이라도 손재수 있는 운이므로 매사에 조심하고 특히 여자와의 교재는 건강에 나쁘니 주의하라.

7월 : 혼인 할 운이다. 그러나 혼인 후 손재와 후회가 있으니 인내하고 언쟁하면 손재수 있으니 참고하라.

8월 : 집안일이 순탄하지 않고 하는 일이 어렵게 찌들어가니 모든 일에 침착하게 정진함이 길하리라.

9월 : 문서관계로 구설을 당할 수 있으니 어음 등에 주의하고 절대 보증은 서지 말라. 관재까지 오게 된다.

10월 : 눈에 보이는 것이 돈 남는 물건 같으면 사두는 것이 좋고 이달은 재수가 좋으니 부동산투자도 좋겠다.

11월 : 다른 사람이 어려운 고비를 당하여 자기의 재산을 인수하라 한다면 인수하라. 반드시 이득이 있다.

12월 : 재산에 손재수 있으니 금전거래에 주의하고 재산관계에 철저하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

스케치업

잡기 2005. 1. 24. 19:20
춘천 음식 -- 닭갈비, 막국수 얘기 나오면 고향에 가고 싶어진다. 막국수를 외지 사람들에게 먹이기는 좀 그렇던데... 자주 먹어 본 사람이야 맛있다고 하지.

SketchUp을 언젠가 써먹어야지 마음 먹고 있다가 오늘 일 끝내고 남는 시간에 써 봤다. 예전에는 이사갈 때 가구 배치를 2d로 했는데 스켓쳡을 이용하여 3d로 만들었다. 프로그램은 툭하면 에러를 일으키고 죽었다. 처음 사용해서인지 잘 적응이 안되는 독특한 인터페이스 때문에 수 시간 동안 무척 간단한 모델 따위를 만드는 데도 고생했다. 숏컷 키가 디폴트로 정의되어 있지 않아 마우스로만 그리려니 불편하다. 숏컷을 정의하면 되는데 귀찮아서 안 했다. 익숙해지면 간단한 스케치나 디자인에 쓸모 있을 듯.



x-ray mode로 본 것. 더 그려봐야 하는데 방바닥에 변사체 세 구를 놓고 나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모델 중에 왜 사체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

당했다.

잡기 2005. 1. 24. 15:16
저번주 금요일이다. 황씨 아저씨가 약속에 늦는다고 해서 교보문고의 기술서적 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PIC 매뉴얼을 보고 있었다. 16F84 칩을 써볼까 생각중이었다. 16 DIP 패키지에 우겨넣은 RISC 프로세서인데 산업현장에서 매우 인기있는 디바이스지만 그동안 그것과 인연이 없었다. 나처럼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기술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자기는 PIC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귀찮아서 건성으로 대꾸하고 이책 저책 끄집어 보는데 그 때마다 자기는 그 책들을 예전에 다 봤다며 말을 붙였다. 제기랄 약속 시간이 남아서 나름대로 보람있는 취미 생활하는데 왜 귀찮게 구는거야. 그러더니 내 입술에 뭐가 묻었단다. 오후 늦게 세면을 하고 수 시간 동안 뭘 먹거나 입에 손을 대지 않아서 뭔가 묻을 리가 없는데? 손가락으로 입술을 비볐다. 아직 묻어있단다. 다시 닦았지만 고개를 가로 젓고는 제 손가락을 내 입술에 갖다 대더니 이리저리 비비적거렸다. 마침 김씨 아저씨가 서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나를 발견해서 일어섰다. 술 먹다가 문득, 그 놈이 하던 짓이 성적 제스쳐에 가깝다고 자각했다. 방심하다가 한심하게 당했다. 순진하게 호모의 먹이감이 되다니...


지하철에 최근 설치된 비상등

과연 저 전등이 연기가 자욱한 지하철 안에서 쓸모가 있을까? 비상등을 슬쩍 들어 보았다. 삑- 하는 버저음 때문에 들고 튀기는 부적합해 보여 제자리에 다시 꽂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거치대에 꽂아 두었을 때 두 전지 사이의 간격이 플라스틱 때문에 벌어져 있다가 빼면 불이 켜지고 버저 소리가 난다... 같다. 도식화하면, 휙, 철퍼덕, 반짝, 삑.

,
거의 한 달 동안 펄사만 들었다. 십년 전에도 그랬고 5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변함없는 내가 지겹다.

Pulsar, Halloween, Halloween Part 1 (20:00)

저작권 개무시하고 사는 마이너리그 답게. 그런데 1977년에 나온 노래도 잡아갈까?

김양이 '마음 속에 품은 숫자를 알아맞추는' 플래시 사이트를 알려주면서 어떻게 숫자를 맞출 수 있는지 궁금해 했지만 모른다고 간단히 대꾸하고, 인형 눈알 붙이기를 하면 인생의 무게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말하면서 쪽팔렸다. 수의 성질에 관한 몇 가지 재밌는 법칙이 있다. 정수일 때, 숫자를 더하거나 빼거나 나머지를 취하거나 패리티를 알아내거나 짝수인지 홀수인지에 관한 것이다. 10 미만의 정수를 다루는 숫자 맞추기 게임에(플래시 게임에서는 4자리 숫자지만 어쨌든 4개의 숫자다) 적어도 2번 이상의 연산 또는 셔플링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를 기억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확률이나 게싱은 아니다. 왜 그렇게 되는가에 관해서 대답할 수 없었는데 불필요하고 시시해서 기억에서 잊혀졌기 때문인 것 같다. 생각하면 괴롭다.

비슷한 시각에 kpug에서 2에 무한히 루트를 씌운(sqrt(sqrt(sqrt(2)))...)
값이 얼마인지 묻는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1에 수렴하니까 1일 꺼라고 지레 짐작하면서 질문에 붙은 덧글에서 그것을 '증명'하려는 시도를 부질없게 여기고 있었다. 왕초보님이 쓴 마지막 덧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푸는 법은 몰라도 답은 아는 저는 뭔가요. ㅠ.ㅠ 진정한 공돌이가 되어버린 듯 하군요.'

그랬구나. 내가.

용산에 들러 usb serial converter를 구입하고 양쪽이 수컷인 serial cable을 사려고 했지만 없다. 하는 수 없이 9핀 수컷 커넥터를 둘 사고 용산역에서 오늘 개통한 천안 종착 전철을 탔다. 1시간 50분, 완행, 2300원. 수원까지 앉을 자리가 없다. 개통일이라서인지 노인분들이 많이 탔다.

간신히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프로토콜 컨버터와 교신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이번 주 화요일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교신이 되지 않았다. pc와 장비를 연결하면 되고, 컨트롤러와 장비를 연결하면 안되고, 컨트롤러와 pc를 연결하면 되는 희한한 현상. 장비를 당분간 쓸 수 없어서 프로토콜 컨버터 에뮬레이터를 만들어 통신상태를 검증하고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지만 시리얼 교신이 안된다는 괴 현상 때문에 두 시간 내내 닭질 하다가 화요일에 공장에서 그냥 돌아온 것이다. 의심스러운 것은 usb serial converter였다. 모뎀과 시리얼을 자동으로 디텍트하는 것 같다. 공장에 도착하자 마자 9핀 커넥터를 케이블과 교차해서(serial) 납땜하고 연결하니 된다. 15000원짜리 usb serial converter가 원치 않는 기능까지 덤으로 해 주셔서 에러 잡기가 이렇게 힘들었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추측한 대로 컨트롤 보드는 PLC의 접점에 직결되어 있고 24볼트를 다운시프트해 로직 레벨로 떨군 다음 래치를 거쳐 io와 연결되는 것이었다(그 역도 마찬가지). 화요일에는 유사장이 한국에서 그 방면의 권위자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 양반과 대화를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는 PLC가 io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연결되어야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직원들에게 준 '미션'은 그 회사에 가서 항온조의 매뉴얼과 회로를 있는대로 긁어오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유를 모른다면 차라리 내가 회로를 보고 말지. 하여튼 거의 6년 동안 미스테리(?)로 통하던 장비 컨트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삽질 끝에 알아냈다. 그런데 의문은 그것이다. 그 사업을 15년 이상 해온 사람들이 자기들이 만든 장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단 말인가? 소문에 따르면 그들은 일본 기계를 복사하고 거의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유 보다는 이직 탓일께다. 사장님들께서는 직원이 나가면 기술도 함께 빠져나간다는 것을 잘은 모르고들 계신다. 경비절감이 가능하거나, 돈을 준다면 그들 프로그램을 21세기에 맞게 새로 만들어 줄 용의가 있다. 하지만 관심 없어 보였다. 프로그램의 첫번째 릴리즈는 15분 후 완성되었다. 예정보다 68시간, 대략 3일 늦었다.

flash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저 파일 시스템의 오해였을 따름이다. nand flash에 10만번 writing이 가능하다. 김사장에게 괜히 헛소리한 셈이 되었다. 그동안 permanent storage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귀찮기도 하고, 굳이 그걸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대안이 있어(remote nfs server) 건드리지 않았던 커널 소스를 건드렸다. 참 무성의했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경탄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장비가 10년을 견딜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플래시 하나 날릴 각오하고 심하게 테스트하기로 했다.

2.6.8 커널을 컴파일했는데 테스트해 볼 시간이 없다. 2월은 몹시 바쁠 것 같다. 2월이 지나면 좀 쉬어야겠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경력들이 대단들 하셔서 김새게 나만 늙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김사장은 날더러 왜 프리랜서를 하느냐고 물었다. 긴장하고 싶어서 였던 것 같다. 직장 생활하는 동안에는 긴장이 풀어져 있었다. 작업 기한 맞추는 거야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 벅찬 일을 맡아 해나가야 할텐데 일 하나 하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탕을 뛰면 퍼포먼스가 떨어져 양쪽에 미안해지기 마련이다. 요즘은 거의 집에 박혀서 일만 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일했다. 그래도 진도가 참 느렸다. 두 교수에게 드릴 제안서를 작성하느라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술을 마셨다. 아저씨들 만나는 것이 20일 만이다.

따끈따끈 베이커리. 그런 만화다.



전자레인지로 빵 만들기.

,

신혼여행지?

잡기 2005. 1. 17. 23:57
신혼여행지로 어딘가를 추천한다면 딱 하나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몰디브다. 가보지도 않은 곳을 추천하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그럴 만한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몰디브를 추천하거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로 떠오르지 않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갈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간다. 아내를 데리고. 지구온난화로 몰디브의 섬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대략 50년 남았을까 싶다.
,

comics

잡기 2005. 1. 17. 00:18
생활은 조직적이고 연속적인 활동이다.

주말에는 다들 뭘 하며 지낼까? 짜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만화책을 봤다.

'더 파이팅'을 열독했다. 생기가 넘친다. 연초부터 재수가 좋다. 센스있는 대전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이런 포스터라면 권투 경기장에도 가보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극 중 주인공인 일보는 작가와 팬들의 의지력으로 탄생한 인물이지 싶다. 권투에서 진정한 승부를 보고 싶어하는, 포인트로 착실히 점수 따서 승부하는 건전 스포츠가 아닌 진짜 피 튀기는 투쟁을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팬들(은 물론 만화가 본인)의 의지가 땀냄새와 섞여 있다. 그래서 70권이나 하는 만화에서 판정은 극히 드물었다. 호쾌한 KO승이야 말로 육식동물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본질적인 열망이 아닐까? 대등한 지능과 육체적 힘을 갖춘 상대를 합법적으로 때려 눕히는 게임으로써 말이다. 게다가 일보는 트레이너 말도 잘 듣고 끊임없이 성장하는(전형적인) 타잎이며, 심지어 겸손하기 까지 하다. 만화가가 평소 무슨 생각하며 잉크를 흘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각 권당 호흡수가 짜 맞춘 듯이 일정하고 그림체도 역동적이고 생기발랄해서 간만에 쓸만한 만화를 본 기분이 들었다. 음. 좀 더 생기가 넘치고... 암울... 하면 좋겠지만... 복싱계의 구질구질한 뒷모습까지 들추지 않은 것은 작자의 권투선수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런 때문인지 과학도 중요하지만 노력과 근성도 챙기는 이 만화책에서는(일본 만화책에서 왠지 죄송스럽고 감사하게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노력과 근성 빼면 뭐 남는게 있어야지 쩝쩝) 특이하게도 프로선수들이 '파이트머니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류의 먹고 사는 근근 생활사가 없다. 오직 끝없는 격투가 있다. 환자의 몸을 촉진하듯이 상대에게 주먹을 먹이고 그 강도에서 회복될 시간을 측정하여 계산대로 진행하는 엘리트 닥터 박서가 흥미로웠는데, 그래도 투지, 노력, 근성에는 차질없이 무너져 주셨다.

어쨌거나 만화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만만하게 앞 지퍼를 열고 다녔다. 일본 만화의 전형적인 상대방 추겨 세워서 이쪽이 얼마나 더 대단한 놈들인지를 빛내주는 꼴 사나운 모습은 뭐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물론이지! '필살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그걸 누굴 쳐죽이는 기술이라고 하지 않고 '특기'라고 한다. 일본인도 '팔살기'같은 날나리스러운 단어보다 육중하고 투박하지만 사실 그대로인 그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를 희망했다.

아참. 그런데, 그 대사가 살짝 마음에 들었다.

'운도 실력이라고 떠들어대는 자식은 흠씬 두들겨주지'
'권투에는 럭키 펀치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거럼.

그나저나 늙어서 사회보장제도의 그늘 밑에서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것을 조장하는 사회라는 것이 생존을 고도화한 것인지, 아니면 얼간이를 컨베이어 벨트로 찍어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매 주 한 번씩은 꼭 가게 되는 영등포 역사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담배를 빨다보면 형씨, 담배 한대만 주쇼 라며 다가오는 노숙자를 본다. 정신이 나간 친구나 이 나라의 박사 때문에 한국이 망한다는 '애국지사'까지 다양하게 봤다. 그들 중 극히 일부만이 어설픈 쌍욕을 구사했다. 앞뒤도 맞지 않고 논조도 없고 신문에 사설을 쓸 필력도 없다. 그저 지지부진하고 꾀죄죄한 노숙자 뿐이다. 환경단체에 버금가지 않을까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 경찰은 수시로 그렇게 행패 부리는 '시민'을 여기서 저기로 퍼다 날랐다. 알기는 할까? 그들이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역병이 되는 '것'들이라는 점을. 그들은 담배를 꾸거나 무료 급식소가 있는 곳까지 갈 차비를 모으려고 백원을 달라고 한다. 얼마 전 TV에서는 그들 중 7-80%가 전과자라고 했다. tv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때는 왠지 tv에 증오심이 생겼다. 언론과 달리 평범하다는 사람들은 가난뱅이, 병신, 쪼다, 미친놈, 전과자를 푸코 말대로 완벽하게 격리처분했다. 여행자들이 갈만한 곳이 못되는 중미에서 내가 목격한 것은 지랄같은 가난의 악순환이었다. 평생 그 모습을 머리속에서 지우는 것은 불가능할 꺼라고 생각한다. 생존에 대한 이런 식의 구체적이고 살벌한 실감 때문에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하는 것이겠지. 피치못할 궁지에 몰리면 내가 주저하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할 놈이란 것을 안다. 자식이나 가족 핑계를 대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형태를 유지하고 존재하는 이유가 그런 본능을 끝없이 억제하기 때문이었다. 산다는 건 정말 비합리적이고 공포스러운 일이다.

잉글리시스펙트럼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시끄럽다. 거기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여자들이 젖을 드러내고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사진을 뭔가로 처리하기 전에 우연히 봤다. 약 먹고 물쑈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잘 논다. 열받거나 충격을 먹거나 뭔가 욕설을 퍼붓거나, 단순히 무지에서 비롯된 비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관계에 관해 모험심이 대단하고(어느나라 여자나 마찬가지다. 장담한다), 남들이 탐내는 자신이 가진 것(몸뚱이)을 잘 활용했다. 어이 당신, 그 여자들더러 몸 파는 년이라고 비웃을 처지는 되나? 올해 댁의 연봉, 그러니까 몸 값이 얼마였지? 혹시 나처럼 때때로 영혼까지 팔아먹고 있는 것 아냐? 처자식 먹여 살린다고, 또는 돈이 몹시 좋다고 비굴하게 군 적은 없었나? (그나마 친구들은 내가 자존심이 너무 쎄서 사회생활하기 영 글러먹은 타잎이라고들 하는데도 그 모양이다)

남녀 관계는 그런데, 어느 나라나 '처절하게' 궁상스럽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실례를 들어, 이탈리아 애들하고 프랑스 애들하고 술 퍼 마시다가 서로 자기 나라 여자들이 얼마나 못났는지 신나게 떠들다가도(술자리 주제에서 여자 얘기가 빠진 적은 내 기억에... 음. 별로 없다) 분위기가 달아올라 상대방 나라 여자들이 얼마나 가랑이를 힘차게 벌리는지 덕담을 주고받다 보면 그 동안 좋았던 분위기가 상당히 살벌해지기도 했다. (마음에 걸리는 여러 팩터가 있긴 하지만) 그래서 잉글리시 스펙트럼에 얽힌 한국인 남성의 반응이 '국제표준'으로 보아 유난히 신경질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어느 나라나 내 어머니, 내 딸들이 관계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국가를 자부심을 갖고 모국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아무튼 어느 나라 여자가 가랑이를 잘 벌리느냐 경합하다가 피치못하게 실내 기온이 빙점 부근에서 오락가락 할 때면 멕시코 여자들이 술자리 분위기를 살렸다. 그들은 정말, 단순히 말해, 훌륭했다. 아내를 꼭 멕시코에 보내고 싶다. 해거름 무렵 노상 까페에 혼자 앉아 맥주 한 잔 놓고 마리아치의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꽃다발과 와인이 자기 탁자로 날아오고 매너 좋은 어떤 아저씨가 흔쾌히 저녁과 술을 사주는 그런 기분좋은 저녁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 아내는 늘 제정신이고 오직 남편 뿐이라 그런 똥파리 같은 녀석들의 유혹을 활용하고(뜯어먹고)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것이라는 점에는 일말의 확신이 있다. 그러다 바람나면? 애당초 내가 아내를 믿고, 아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말하자면 제대로 된 본디지가 아니라면 일찌감치 접는 것이 낫다. 우리는 서로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본다.

그런데 일본여자애들은 한국 남자애들을 꽤 좋아한다. 외국에 나가서 일본 여자 여행자와 한번 대화해 봐라. 미끼를 제대로 문 돔처럼(아니면 잘못 걸린 운동화처럼) 놔주지 않는다. 이 얘길 일본 남자애들한테 할 땐 얼마나 즐겁고 분위기가 좋던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대화에는 항상 피치못할 오해와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동양 여자들 꼬시러 한국이나 일본에 영어강사로 왔다는 얘기를 늘어놓는 녀석들과 비슷한 수준에서(그래 저질이다) 한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동양인이 서양 여자애를 농락하는 애기를 들려줄 때 우리들은 '세계시민' 사이에서 흐르는 강렬한 유대감과 더불어 경쟁상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서양 여자애들은 동양 남자애들을 대체로 외계 원숭이 취급한다. 사실이다. 그들이 그런 생각에 저항하며 외계 원숭이와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하기 싫은 대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처음에는 괴롭고 자존심 상했는데 나중에는 즐기니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그 듣도 보도 못한 깡촌 오지에 살고 있는 외계 원숭이가 심지어 지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그들에게는 미스테리이자 흥미요소 일지도 모르겠다. 한국 남자애들의 특징이 뭔줄 아나? 한국 남자애들은 그 많은 동양인 중에서 '상대적으로' 역사에 해박하고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댁이 외운 유럽사를 지껄일 때의 유럽애들 표정은 재밌기만 하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에서는 평균적인 상식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아참, 과학기술은 빼자. 다들 흥미없어 하니까. 이게 다 강력한 주입식 교육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그들이 동양 여자 후리는 솜씨만큼이나 나도 서양 여자 후리는 솜씨가 어디 가서 빠지는 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남자의 매너는 좀... 그들이 언어와 매너만 개선한다면 서양여자들이 동양의 제대로 숙성된 주입식 지성은 물론이고, 동양 자지의 근성과 우수한 압축율(동서양의 그것들을 한데 모아 모스 경도계로 제대로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단단한 그것이 피치못하게 발달시킨 엑조틱한 기술성에 끊임없이 경탄사를 내뱉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이 나라에서 여자들에게 무능력한 병신 주제에 오만하고 할 말은 참 많다는 따위의 괴상한 투정과 희망사항과 비웃음을 듣기보다는 외국에 나가 '서양문화'도 제대로 삽입하고 활극도 좀 하지... 시간이 없어서 못다한 자기 정체성에 관한 고민 등의 딸딸이를 더 빡세게 쳐보라거나(고독, 자기탐구, 내면의 관조라고들 하는 무리도 있다. 과연, 그러려면 자기 집에 콕 박혀 있기만 해도 될 성 싶긴 하나, 어쨌건 국면 전환은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씨앗을 펑펑 뿌리며 저 나름의 애국정신으로 자폭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시선에 부드러운 인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인간성을 바깥에서 바라보았으면 싶지만... 왠지 말투가 계몽틱해지는 것 같아 속이 메스꺼워 접자.
,

감기 기운

잡기 2005. 1. 14. 10:11
저작권법은 바뀐 것이 없는 것 같고, 온갖 종류의 지적 자산과 예술문화를 인류 공영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므로 적당히 먹고 배를 채웠으면, 이제 그만 그 돼지같은 입을 닦았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술자리에서 본 앤디라는 친구는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 불렀다. 중국집에서 마시다가, 여행자 팀에 합류해 술 마시면서 중남미 여행에서 돌아온 심바를 만났다. 그 역시 나처럼, 아니면 다른 여행자들 처럼 볼리비아가 최고였다고 말했다.

15년 전에 나돌아 다니던 평범한 CPU, 그러니까 6502나 6800, 8080, 8051, z80 따위에 관한 얘기를 술자리에서 했다. 나보다 15살은 나이가 많은 조사장 역시 그놈들의 사이클 타이밍과 외부 인터페이스를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에 pc가 보급되면서 시작된 그 라인의 현재가 조사장이나 나같은 실러칸트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조사장은 즐거워했지만 얘기는 별로 즐겁지 않았고,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150만년 묵은 거북이처럼 왠지 갑갑했다.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이 술 저 술 마시고 찬 바람에 나돌아다니다보니 악화되었다. 하루 종일 골골거렸다.
,

전세

잡기 2005. 1. 10. 19:05
유무선 공유기를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매 희망 의사를 밝히는 전화를 여러 번 몰아서 받았다. 장사 참 잘 된다. 1.2년 전에 13만원 주고 구매한 것을 4만원 주고 팔았지만 그동안 얻은 편리와 최근 시세를 생각하면 구매자나 판매자 양자에게 모두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새로운 공유기를 7만원에 샀으니 차액 3만원으로 .11g로 업그레이드 한 셈이다. 게다가 직선 통달 거리가 200m로 연장되었다. 옥상에 올라가서도 무선랜이 잡히고 수신 감도가 좋아졌다.

최근 서울 시내 어디에서나 아파트 부근에서 무선랜이 잡혔다. 셋업할 때 WEP 설정을 해 놓지 않은 것들이 많아 굳이 넷스팟에 가입하지 않아도 노트북을 펼쳐놓고 사이트 서베이를 하다가 SSID가 보이는 아무 AP나 잡아 접속을 시도하면 접속이 된다. WEP 설정을 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 집에서 사용하는 2대 이상의 컴퓨터의 디렉토리를 역시 암호없이 공유해 놓았다면 그 집에서 아이들이 최근 즐겨보는 야동이 무엇인지 마저 알 수 있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최근 쇼핑 품목 중에서 가격 대 성능비가 유난히 만족스러웠던 것은 COOKPER 미니 스토브 HM-608 -- 9천원 짜리 무료배송 제품으로 썰렁하던 작은방이 훈훈해졌는데, 보일러를 안 켜놓아도 되서 한달 8-9만원씩 하던 작년의 가스비에 비해 난방비를 현저하게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하 1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지만 아내는 덥다면서 매일밤 보일러를 껐다. 한창 더운 여름철에는 해변에 떠밀려온 해파리처럼 축 늘어져 있지만 '지방층이 두터운' 다른 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겨울을 잘 견뎠다. 그들은 앞으로도 주욱 잘 견딜 것 같다.

자동이체가 저절로 해제되는 바람에 월세가 지난 3개월 동안 빠져 나가지 않았는데 주인집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월세 계약은 올 2월에 마감된다.

오늘 전세 계약을 하고 돌아왔다. 작년 여름부터 틈틈이 전세방을 알아보러 서울 시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 동안 둘러본 집만 해도 수십 채는 될 것이다. 그렇게 돌아다녀 본 결과, 4천만원 미만으로 구질구질하지 않은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불광동 뿐이었다. 부처의 자비로운 후광 탓인지 불광동은 지난 십 년 동안 집 값이 거의 오르지 조차 않았다. 재개발 마저 곳곳에서 취소되는 등, 대단히 끝내주는 동네다. 그래서 그렇게나 돌아다니며 고생해서 구한 집이, 50m 떨어진 바로 옆 집이다.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는 집을 전세로 얻는 이상한 짓을 했지만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도 않았고 인터넷으로 등기부 등본 열람해보고 주인 얼굴 뵙고 계약상의 특약 조차 걸어놓지 않고 계약했다. 심지어 근저당이 2001년 이전에 설정되어 있어 일이 터졌을 경우 전세금을 구제받을 수 없을 수도 있고, 경매에 넘어가면 순위도 한참은 뒤가 되었다.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전후 임차인의 부담으로 스스로 이주한다'는 특약마저 적어 놓았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알아서 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구질구질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해 보는, 주인집을 믿고 하는 배팅이다.

건물은 11년 먹은 것이지만 전망이 좋고 실평수가 17평 가량 되고 방이 셋, 적당한 거실 크기, 그리고 창고가 하나 있고 옥상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옥상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전경이 매우 쓸만하다.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돗자리 깔고 누워 노트북과 무선랜으로 한가하게 프로그래밍 사이트를 뒤적이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도시 빈민의 마지막 낭만이지.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내가 고소득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고소득자 주제에 온갖 궁상을 다 떨어댄다고. 아내는 나한테 재산이 지지리도 없음을 어제쯤 실감나게 깨달은 듯 싶다. 맨날 구질구질한 싸구려 집들만, 특히 걸어서, 돌아다녀서 그런가? 아내와 주먹고기에 소주 한 잔 하다가 그동안 뭘 했길래 돈이 하나도 없냐고 핀잔을 주고는, 또, 자기가 그런 말 해서 섭섭하지 않냐고 말했다. 전혀. 그대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는 것이 꿈이라면 돈을 벌어오라고 말했다. 앵벌이도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풍족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우울증이나 여러 종류의 지랄병(예: 컴플렉스, 망상증)에 걸린 적은 없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실용주의자다.

이리저리 바삐 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했지만 대충 끝내고...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낙지 녹이고 콩나물 정리 해야겠다. 오늘은 낙지찜이다.
,
거래조건: 4만원. 에누리 없습니다. 12/29 이후 구매 희망자와 거리상 중간 지점에서 접선 후 직거래. 저는 3호선 불광역 근처에 삽니다.

연락처: 016,398,4096. paedros at gmail dot com

판매하려는 공유기의 물리적 사양은 유니콘 회사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링크를 올립니다. http://www.eunicorn.co.kr/goods/mainsub.php?main_file=air400k.html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위주로 정리합니다.

* pc to pc 복사 속도: 평균 30Mib. 집 컴퓨터의 사정상(P-3 600Mhz, Duron 800Mhz, RTL8139D) 그 이상의 속도가 나오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습니다 -_-

* 무선랜의 SSID broadcast off 기능이 없습니다.

* 지금까지 무선랜을 사용하면서 접속이 끊기는 현상은 없었습니다. 지역 케이블망.

* 안테나가 두 개 달려 있어 빵빵하게 잘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고 속도 손실 없이 최대 통달 거리는 직선 30m, 실내에서 나무문 2개 통과해 10m 정도에서 -40 ~ -53dbm 정도의 감도 입니다. 사용하는 랜 카드에 따라 수신율 변화가 있는데, 수신 감도 및 통달 거리는 2 종의 랜 카드에서 평균한 값입니다.

* 저는 보안 등의 이유로 WEP 128bit로 사용하는데 WEP을 사용하지 않을 때와 속도 차이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습니다.

* 최근의 5.1ch 짜리 xvid 3cd로 된 영화는 무선랜을 통해 원격지의 파일을 직접 재생할 때 동작이 크고 화면 전환이 빠르면 화면이 끊깁니다. 그런 기능이 필요하다면 801.11g(54Mbps) 공유기를 구매하시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 따라서, 무선랜을 통한 대량의 파일 복사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 리눅스, windows 2003 서버, xp, 2000 등에서 사용했는데 dhcp가 아무 이상 없이 잘 작동합니다. 집 pc를 항상 켜놓아 두고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terminal service, ssh, passive ftp 등은 일단 잘 작동합니다.

* 아쉬운 점이라면, wake on lan 기능이 없습니다. 공유기들을 비교해서 이 기능이 있는지 여부를 검색해 봤는데 일부 기종들이 지원하는 것 같군요. 따라서 굳이 이 공유기 만의 단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pc를 필요할 때만 원격으로 켜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켜놓는 것이 좀 불편하긴 하네요.

* MSN messenger, StarCraft 잘 되고 푸르나, overnet 등은 줄곳 사용하던 프로그램이니 굳이..

* 한통 ADSL, 지역 케이블망, 하나로 까지는 테스트 해서 ok 였습니다. 마지막 하나로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친구에게 빌려주고 테스트한 것이라 신뢰성은 없지만 유니콘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다른 isp에서도 잘 되는 것 같군요.

* 공유기는 수리를 한 번 맡겼었고 다음 번에 클레임을 걸어 공유기 자체를 교체했습니다. 전자는 192.168.1.0 서브넷을 10.0 서브넷으로 생겨서 생긴, AS기사 말로는 사용자 실수 였고 (서브넷을 바꾸면 어드민 메뉴가 간혹 작동하지 않는 버그가 있는데 보통 가정에서 사용할 때는 사용자가 저처럼 서브넷을 바꾸는 등의 특이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 같군요) 두 번째는 첫 번째 것의 고장을 고친 후 속도가 떨어진 것 같아 테스트를 요청하고 신품으로 교체했습니다. 유니콘 본사의 AS 기사는 뽑기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속도가 전보다 빨라졌지요 ^^;

* 주의: dyndns.org에서 dynamic dns 세팅을 하면 간혹 host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일 집 pc의 ftp를 외부에 열어놓으려 한다면 dynamic dns를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천하는 프로그램은
DynDNS Updater 입니다.



오른쪽 위부터

* 110/220V - 5V 1A 어댑터
* 모뎀과 공유기를 연결하기 위핸 랜 케이블 -- 1m 짜리. 새 것.
* 매뉴얼
* 설치용 CD -- firmware가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어 있어 별 필요는 없음.
* 공유기
* 공유기 벽면 고정 나사 -- 새 것.



먼지나 햇볕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해 두어서 외관 상태는 양호합니다. 제품 개봉 후 앞단 디스플레이 열의 보호용 비닐을 벗기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프론트 사이드가 반질반질. ^^



5V 어댑터 단자, 모뎀과의 연결에 사용하는 WAN용 RJ-45 포트, 4포트의 10/100 auto sensing RJ-45 port 순입니다.



원래 들어있던 박스는 아니지만, 판매 하기 위해 비슷한 박스에 포장해 놓은 상태입니다.
,

신년 한주 동안

잡기 2005. 1. 5. 12:29

The Clearing. 심리 미스테리 스릴러를 빙자한 중년 부부의 위기를 다룬 영화. 별로...


스타쉽 트루퍼즈2 -- 뭐 하자는 걸까.


애플시드 2004. 전작에 비해 매우 훌륭해진 그래픽. 그런데 다 보고 나서 건질만한 장면이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wired 기사 -- 동남아시아 재해에서 코끼리는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코후비면 건강에 좋다

오스트리아의 권위있는 폐 전문의가 코를 후비고 코딱지를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조언했다고 영국 인터넷신문 아나노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의학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비스친거 박사는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건강하고 행복하며 신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스친거 박사는 "손가락은 손수건으로는 닦을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코 속이 청결하게 유지되며 코에서 파낸 것을 먹으면 몸의 면역체계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비스친거 박사는 그 의학적 배경에 대해 "코는 박테리아를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는데 이때 걸러진 이물질들이 장(腸)에 들어오면 면역강화제와 동일한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의학계는 면역력 강화를 위해 매우 복잡한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코를 후벼 그것을 먹는 행위는 자연적으로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를 후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며 이를 더럽고 무례한 것이라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행복하게 코를 후비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서 이를 그만두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스친거 박사는 코를 후비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만 '코 후비기'의 효과를 보고 싶다면 혼자만의 장소에서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내용출처 : [서울=뉴시스]



신년 첫날,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나와 아내가 나올 때까지 40분을 벌벌 떨면서 기다리다가 핸드폰으로 얼짱 포즈를 찍어봤다. 신년 네쨋날에는 맥주집에서 아내를 울렸다. 신년 다섯째 날에는 전날 먹은 맥주가 체해 아침부터 뱃속을 깨끗하게 게워냈다. 건강을 위해 코를 후비고 후빈 코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참 후비기 좋은 코가 아닌가 싶다.



불광역 위에는 오마이치킨집이 있어서 역 구내에 항상 튀긴 닭 냄새가 났다. 역사 안내 표지판은 볼 때마다 애플의 전설적인 게임인 '로드 러너'를 연상케 했다. 귀찮은 것들이 쫓아오면 벽돌을 깨서 파묻어버리면 된다. 게임을 한창 하던 당시에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지하철 역에서 단체로 게임을 즐기면 어떨까.

http://www.sfjikji.org 사이트가 날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복구를 시도하려고 마음 먹은지 꽤 지나서 오늘에야 복구가 끝났다. 나도 참 게을러진 것 같다.
,

신년 첫 포스팅

잡기 2005. 1. 1. 11:23
다가올 닭의 해를 맞아 2004년 마지막 밤에는 아내와 함께 통닭 한 마리와 맥주를 마셨다. 올해에는 닭을 몇 마리나 먹게 될까. TV에 이명박이 종을 치러 나와서 기분좋게 채널을 돌렸다.



그러니까 개는 개답게, 닭은 닭답게, 텔레토비는 텔레토비답게 저 나름대로 사랑해 주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렸다. 흐뭇해졌다.



2005년 새해 첫날 디스크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상쾌하다.



Quella Vecchia Locanda, Il tempo della gioia, A forma di (4:09)

새해 첫날에는 아무래도 '명작'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QVL의 1973년산 두번째 앨범인 일 템포 델라 지오야 같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 들으면 되는거지. 볼륨을 왕창 올리고 저 곡처럼 새해를 시작해보자. 새해 소망은 없다.
,

분실

잡기 2004. 12. 31. 23:28
컴퓨터를 꺼내놓고 작업하다가 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허겁지겁 노트북을 챙겨 내렸다. 내리고 나서야 짐을 기차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철도청 전화번호를 알아보려고 114에 수시로 전화를 시도해 봤지만 계속 통화중이고 바깥에서 하는 일에 쫓기다보니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아내에게 전화해서 대신 물건을 찾아달라고 부탁. 20만원 상당의 새로 구매한 물건들이라 잃어버리니 속 쓰리다. 8시간 후: 부산에서 천안역으로 다시 보냈단다.

매번 부주의 탓에 물건을 잃어버리는 이 잘못된 행동 양태를 고쳐야 하는데, 고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생각난 김에 스티븐 킹의 금연주식회사(Quitters, Inc.)를 뒤적여 찾아 보았다. 역시. 다시 읽어봐도 사업성이 있어 보인다. 저렇게라도 담배를 끊으면 건망증이 나아지지 않을까?

시골에 가니 나를 도회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할머니가 농사 지어봤어요? 라고 물었다. 논에 둥둥 떠 다니는 개구리밥이 기억났다. 삼포의 한 개울에서 처음 보는 그 동네 촌뜨기들이 내가 겁을 집어먹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야유를 퍼부으며 놀렸다. 바위 높이는 대략 6m, 뛰었다.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다. 귀에 물이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압력을 받으면 울리는 귀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하게 되었다.

연말을 예년과 달리 조용히 보내는 중. 크리스마스임에도 SF 모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모임을 일찌감치 나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러 다녔다. 송년회를 여덟 번쯤 했다. 하루에 두 탕씩 뛰기도 했다. 소주, 이과두, 죽엽청, 더덕술, 맥주를 골고루 섞어 마셨는데도 다음날 멀쩡하게 일어났다. 정신은 멀쩡한 것 같지가 않았다. 그 다음 다음날은 완전히 뻗었다.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망년회 중에 함피 아저씨를 만났다. 옛날 춘천에 살 때 같은 우주회 맴버 였는데 만난 적이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우주회는 비가 오면 모여서 술 마시는 모임이었는데 눈이 올 때도 마시다가, 나중에는 아무 때나 마셨다. 우주회 맴버 중에서 몇몇은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Global Nalnari가 되었다.

오랫만에 한가해서 나는 왜 살아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봤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자연현상으로 결론지었다. 그 답이 변하지 않으니까,

*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그런데 댁은 왜 살아 있는가?

와 같은 질문은 부질없다. 나는, 주변의 자원을 소비하며 존재하는, 말하자면 자연 현상이 부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내 탓도 아니고 남 탓도 아니고 그 누구의 이유도 아닌 다만 우연이 무한히 겹쳐진 시공간의 한 지점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진 시공간의 다른 지점으로 알 수 없는 이유 또는 목적(무목적,불가해)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알기 쉽게 저차원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 -> ? -> ? <- ? -> ??

그래프가 저 모양이라서 아직도 시를 읽는 사람들마저 있다.

2004년 12월 31일, 송년회에 지친 나머지 점심 나절부터 저녁 늦게까지 프로그래밍.

2003년 12월 31일, 서울. 전날 먹은 술로 삘리리...

2002년 12월 31일, 이스탄불. 문라이트 팬션 옥상에 올라가 추위에 덜덜 떨면서 장차 아내가 될 여자를 안고 모포를 함께 뒤집어 쓴 채 보스포러스 해협 위에서 벌어지는 신년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내년에는 술 좀 작작 마시자!
,

영화 보기

잡기 2004. 12. 26. 22:41
너댓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고 자다 깨보니 26일. 집에 틀어박혀 밀린 영화를 봤다.

미니 시리즈, 어스시의 전설은 그냥 재미가 없었다. 르 귄처럼 입에 게거품 물고 욕설을 퍼부을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어스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이름 하나로 책을 네 권 씩이나 울궈먹는 르 귄의 지독한 근성이 놀라웠을 뿐.


스타트랙 보이저 시리즈를 드디어 끝냈다. 소재가 딸릴 때는 툭하면 시간여행을 시켰다. 그래서 그 별난 각본가 이름을 외워 두었는데 Brannon Braga였다.


보이저를 보다가 오랫만에 엔터프라이즈 시즌 4를 보니 우주선이 참 구닥다리다. 이제 보니 엔터프라이즈의 각본도 브래넌 브라가였다. 어째 툭하면 시간여행을 하더만. -_-


니벨룽겐의 반지에 등장하는 크림힐데. 브룬힐데, 지그프리드 등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 나이를 먹고 기억력이 희미하다 보니 니벨룽겐의 노래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code 46. 보통 하듯이 패스트 포워드 하지 않고 천천히 본 SF 멜로물. 영화를 그렇게 보는 것이 참 오랫만인 듯.
,

움직이는 마음

잡기 2004. 12. 26. 00:46
하울의 움직이는 성 -- 글쎄다. 세계에 이미 환멸을 느껴버린 늙은 소녀를(은유지) 구하기 위해 그 명분이 어떻든 전쟁에 뛰어든 역시 '나이 들고' 바보스러운 하울의 천진한 눈빛을 그렇게 해석하고 싶다면, 으쓱. 이지. 햐야오의 가장 나쁜 점은 그가 만든 빌어먹을 영화들에 정치적 메시지가 하나 같이 함량 미달이라는 것. 댁들은 어째서 하야오가 덜떨어진 똑똑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볼 때 그는 그냥 환쟁이다. 환쟁이가 볼 때 세상은 철학이 아니다. 나는 그의 그런 점을 좋아했는데, 뜬금없고 병신같은 평을 그래서 무시했던 것 같다. 그의 구름을 여전히 좋아했다.
,

어제 쇼핑 목록

잡기 2004. 12. 25. 02:57
* 랜케이블 10m 3000 x 3 = 9천원
* 플래시 S/M 삼성 스마트미디어 64MB 15000 x 10 = 15만원
* CD-R 잡표 870MB 48x 케익 50장 16000원
* 리넷 RW-IPG500 Plus 유무선공유기 75,000

DICOM 무선 DOM-RWM200 충전식 미니 실버 마우스는 구매를 망설이다가 결국 사지 않았다. 기대하던 로지텍의 v500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무선 마우스 구매는 일단 보류하기로.

유무선 공유기를 54G로 새로 구매. 매장 직원의 실수(?) 탓인지 7만원에 샀다. 싸다. 만족스럽다. 물건을 받자마자 테스트를 서둘러 마치고 재빨리 튀었다. 새로 산 것은 누구에게도 권해주고 싶지 않은 몹시 구린 공유기지만 무선랜의 속도는 기대만큼 나왔다. 이제는 건넛방 컴퓨터에 있는 요새 divx 파일을 노트북에서 원격 재생할 때 끊기지 않는다.

11b 유무선 공유기를 팔아야 하는데 귀찮다.

행책 게시판에 가보니 별 일도 아닌 것으로 싸움이 붙었던 것 같다. 번역자가 '예, 다음 버전에 고견을 반영하겠습니다' 내지는 '참고하겠습니다' 정도만 응답했어도(바빠서 응답할 수 없다고 뻥 치기 전에) 사람들 마음 상해 가면서 일파만파 번지지 않았을 터이지만, 번역자는 순진하고 착한 사람 소리를 듣기보다는 악당이 되는 음산한 뒷골목 길을 주저없이 선택했을 것이다. 승자도 없고, 아무도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논쟁만큼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것도 없다. 논쟁에는 지더라도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텐데?

행책이 닭모이처럼 널리 뿌려준 오탈자를 쪼아먹는 닭대가리같은 독자를 만들려는 의도는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어떻다손 치더라도 바깥에서 보기에는 안 좋다. 아마도, 나름대로 잘해 보려고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커뮤니티든 뭐든 참여해서 독자들이 얻을만한 것은 쥐꼬리만한 프라이드다. 독자와 팬덤과 출판사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상호 이익을 보면서 동시에 출간된 양질의 SF로 뿌듯해지고 그 과정에 한 역할 했다는 영양가 없는 자부심 같은 것.

나름대로 이 바닥에서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은 sf fan들이 별로 바람직스럽지 않은 양상을 보이기 전에 수습을 했어야 했지만 때가 늦은 것 같다. 이 치들은 파리가 똥에 꼬이듯, 논쟁만 났다하면 몹시 신나서 함께 망가지던 정크SF의 바로 그 무리들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sf fan, 아 그렇지, fan이 원래 fanatic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던가. 논쟁의 중심인물인 세 sf fanatic은 정말 지긋지긋하지도 않은지 이번에도 쓰리 콤보 핵분열 자가발전으로 굳이 빈축을 샀다.

ihong 아저씨는 자기 집에서 '시어머니가 즐겨읽는 SF'를 틈틈히 쓰면서 진화를 거듭한 바퀴벌레처럼 왠만한 소리에도 끄떡없이 버티는 등 날이 갈수록 징그러워지고 있는데, 그 점에서는 슬며시 빠져 행책을 물 먹인 악당 기획자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두면 어떻게 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자고 생각한 행책과 자웅을 겨룰만 했다. 그 쓰리 쿠션 맴버들은 어째보면 그 나물에 그 밥 같다. 일단, '특이한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징그럽다. 두 번째로, 한 번 입을 열었다 하면 맛이 간 개틀링처럼 끝이 없다. 세 번째로, 천진하다. 세 번째가 특히 여러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행책은 팬덤이 지랄해서 만든 일종의 성과다. 좋든 싫든, 작던 크던. '우리'는 수 년전 출판사를 꼬시기 위해 여러 행사를 암중 기획했다. 개중 가장 빛나는 성과는 정크SF를 통해 포악한 독자들을 초신성처럼 하얗게 태우고 싹쓸이 해서 우주 변두리의 한무더기 똥더미로 만들어 버린 것이랄까. 농담이고. 최소한 내게는 한국에 SF가 한 권이라도 더 출간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고 한 작업이었다. 그러니 양태가 마음에 안 들어도 SF 내겠다고 마음먹은 출판사에 가서 가오 잡고 칼질을 하기는 뭣한 거지.

출판사가 망하는 그 날까지 지속될 맛이 간 독자들의 천진한 악의는 잔잔히 무시하고(즐기면 되는데 말야), 행책 힘내라. 닭모이는 좀... 그만 주고!

말러나 듣다가 자야지.
,
hotmail 계정 용량이 250MB로 늘었다. 이제 더 이상 메일함이 꽉차서 안타깝게도 못 받아보는 스팸메일은 없을 것 같다.

파이어폭스: 갑작스럽게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치고는 별다른 기능상/성능상의 장점을 인지하지 못하겠다. 나처럼 램드라이브를 인터넷 임시파일 디렉토리로 사용하고 플래시나 팝업창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고 나름대로 편리한 아반트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어필할만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데? 다만 한국의 홈페이지들이 얼마나 ie specific한 html 코드를 사용해서 지저분한가를 홈페이지 만드는 사람들에게 각성시키는 효과는 있는 듯.

집에서 사용하는 11Mbps로는 원격 컴퓨터의 파일을 재생하는데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54mbps 짜리 무선 공유기를 사자니 돈이 아깝고... 날로 추워져 가면서 냉골인 건넛방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작업하기는 어렵고...

저녁 먹고 아내 송년회 모임에 갔더니 옆 자리의 외국인들과 놀고 있었다. 중국계 미국인 한 명, 나머지는 일본인들. 아내는 한국에 온 손님들이니 잘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랍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갑자기 중동이 그리워졌다.

Popul Vuh, For you and me, for you and me (5:27)
,
지하철 역 구내에서 종종 보게 되는 경구: 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 토마스 바트린.

감상평: 가끔은 책이나 바트린 당신도 입을 다무는 편이 좋아 보인다. 책들은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여행은 그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바트린씨도 그 점을 설마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 진행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바쁜 와중에도 잊지 않고 짬짬이 닭짓 했다. i86 gcc으로 컴파일한 shared object 바이너리를 arm cpu에서 로드하는데 자꾸 실패했다. 에러 메시지(dlerror()) 한 번 보면 되는데, 커널의 elf 지원, objdump, glibc 버전 체크, ld.so.cache, LD_LIB_PATH 체크, 인터페이스 attach, 디바이스 드라이버 따위 등 별 관계없는 것들을 뒤지고 있었다. 그 얼마나 닭스러웠던가. 컴파일만 다시 하면 되는데. 며칠 전에는 컴파일한 c 소스를 어셈블리 하여 네이티브 코드 옵티마이즈와 d-cache가 memory mapped io access cycle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커널에서 io space를 엑세스하고 그것을 user로 넘기는 가장 빠른 코드를 찾기 위한 사전 조사 중 하나다. 임계상황을 예측하지 않으면 설계/구현 마진을 설정할 수 없으니까... 이걸 정확히 알아내려면... 음... 별 방법이 없어 로직 애널라이저를 cpu 인터페이스 측에 물리고 io cycle을 조사했다. 1ns 단위 skew는 측정할 수 있는 hardware measurement는 제공하면서 소프트웨어가 예측할 수 있는 facility를 제공하는데 인색한 것이 당나귀 같은 하드웨어 기술자들의 특징이다. arm은 연속적인 read cycle 중간 중간 code prefetch를 했다.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cpu에 욕을 퍼부었더니 의외로 시원했다. 최종 목표는 버스 스피드를 달성하는 것이지만(10ns) 2m 플랫 케이블로 25개의 보드에 커넥터에 연결된 버퍼를 구동하는데 10ns의 엑세스 타임은 염소같은 기술자들이 듣기에는 택도 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10주 안에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을 제작하려는 부담스럽지만 익사이팅한 목표 때문이긴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 중 아무도 게으름 피우는 사람이 없고, 열심히 일하니까 즐겁고 재밌다. 그 재미지. 하지만 나는 프리랜서고 지분도 주식도 책임감도 없는,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낭인일 따름이다. 그 점을 늘 잊지 않고 있다. 다음 기회에 이렇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글쎄.

mono 프로젝트는 진척이 좀 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군.

핸드폰의 IrDA 포트가 망가진 것 같아 예전에 큐리텔 대리점에 수리를 맡겼지만 별 다른 이상이 없다며 다시 한번 은행에서 테스트 해 보고 알려달라고 말했다. 줄곳 잊고 있다가 테스트 해보니 역시 CD/ATM에서 적외선 통신이 되지 않았다. 들고 가서 기술자로 보이는 친구한테 사정을 얘기하고 IrDA 모듈을 교환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은행에 블레임을 걸었다. 은행의 ATM 기기에 이상이 있거나 스마트칩 불량이라는 것이다. 난 테스트를 한 번만 하지 않는다. 그렇지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핸드폰의 IrDA에서 적외선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PDA에 옴니리모트 깔고 트레이닝 모드를 돌려보는 것으로 최종확인한 것이다. 그를 한참 납득 시킨 후에야 핸드폰의 기판을 교체했다. 부품이 없냐고 물었더니 없단다. 이번에는 ATM이 잘 되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전화 걸기/받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셀을 못 찾아 열나게 셀을 뒤지다가 배터리가 금새 닳아버리는 것 같다. 기술자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지만 잘 안 믿었다. 핸드폰을 맡기고 테스트 해 보라고 하고 하루 지나 찾으러 갔더니 새 기판으로 갈았다. 다시 은행에 들러 ATM 테스트를 하고 하룻동안 전화가 잘 걸리나 점검했다. 그렇게 해서 1주일을 보냈다. 그 일주일 동안 대리점 뒷편의 엔지니어가 일하는 곳에서 그와 시간을 보냈다. 오실로 스코프나 부품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이란, 안 되면 주 기판을 교환하고 왜 안 되나 테스트 해 보는 것 정도였다.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청춘이 가엾어 보였다. 하지만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QC나 테스트를 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가장 막중하다고 말하는 것을 늘 잊지 않았다.

날더러 티벳에 가지 않겠냔다. 지프를 빌려서 라사에서 신나게 내 달린단다. 카일라사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조건이 좋지만 사양할 수 밖에 없었다. 성수기 중에서도 최성수기, 갑자기 여행가는 사람들이 늘어 항공권을 구하기 힘들다. 여행은 미뤘다.
,
버섯이 싸길래 이것 저것 사서 일주일 내내 버섯 전골을 해 먹었다. 요새 바쁘다 보니 식사를 대충 때우게 된다. 이러지 말고 도서관에서 밥을 먹고 오는 것이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다 보니 몸에서 고장 나는 소리가 들린다. 별다른 낙이 없어 스타트랙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형편. 보면 볼수록 sf라고 하기가 점점 멋적어 지는 드라마다.

12월, 1월 중에는 어디라도 가서 머리 좀 식혀야 겠는데 일하는 다들 진행 속도가 제각각이라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런 것을 (쓸데없는) 책임감이라고 한다.

내가 하루, 이틀 빠진다고 일이 안 돌아가지는 않는다. 확장하면 일주일, 한 달, 일 년쯤 빠진다고 일이 안 돌아가지는 않는다. 일반화 해서 내가 없다고 해서 일이 안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있으나 마나 한 인간이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한 열흘 쯤 없어져 봐야겠다. 그래서 코스를 셋 정도로 압축해 봤다.

청도 in -호도협-따리-리장-청도 out
타이 in-미얀마 여기저기-타이 out
자카르타 in-여기저기-발리 out

러시아 및 *스탄 시리즈는 비자비가 엄청나서 아무래도 자꾸 뒤로 미루게된다.

생각난 김에 지금까지 다녔던 나라가 몇이나 되는지 조사해 봤다. 남한을 빼고 29개국? 에게? 고작?




미얀마, 인도네시아, 몽골만 방문해 주시면 동 아시아 적화가 끝난다. 그나저나 살아 있는 동안 저 무지막지하게 많은 나라들을 다 돌아 볼 수 있을까?
,

보이저 시즌 4

잡기 2004. 12. 2. 12:38
웹의 역사 -- 1991년(인가?) 인터넷을 처음 사용했고 사용하자 마자 해킹을 시작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 친구들과 재밌게 지냈다. 술 마시다가 '우리'가 웹을 언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94년인지 95년인지 그걸로 싸움이 났다. 그 전에는 부지도의 발음이 부쯔따우인지 부지도인지, 맞는 사람이 틀린 사람더러 개새끼라고 부르기로 하고 핏대를 올리며 싸우기도 했다. 아내의 섬세한 관찰에 따르면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술 먹고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싸움질을 일삼는,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 뿐이란다. 좋은 사람들만 사귄다는 아내의 훌륭한 관찰력을 존중한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술 먹고 미친듯이 헤드뱅잉을 하다가 목 힘줄이 부어 오르거나 툭하면 맨발로 탁자 위에 기어 올라가 춤을 추는 등, 자기가 최승희나 이사도라 던컨 쯤 되는 줄 아는 여자와 결혼하기도 했다.

소득신고가 올라가자 마자 건강보험, 국민연금 관리공단에서 금액을 올린다고, 돈 내라고 공지가 날아왔다. 소득이 얼마인지 몰라 오늘 세무서에 가서 소득금액증명원을 뗄 생각이다. 정부는 자기들이 내게 환급해줄 돈이 있음에도 내가 환급을 신청하지 않으면 돌려주지 않는 약 오르는 정책을 사용했다.

보이저 시즌 4를 보기 시작. 출연하거나 출연하지 않거나 그게 그거인 케스양이 드디어 우주에서 말 그대로 증발하고 가슴 크고 몸매 괜찮은 보그 출신 메카닉 걸, 쎄븐 오브 나인으로 대체되었다. 드라마란 이렇게 뭔가 업그레이드 되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세븐오브나인. 꽃 피는 보이저.
,

한 장의 사진

잡기 2004. 11. 29. 23:26


찍은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저 사진만큼은 알아봤다. 지금은 시리아에 있다니, 참 좋은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구나 싶다.

MS가 하는 embedded 어쩌구 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친절하게도 아침에는 행사에 참석하라는 SMS를 보내줬다. 2주 전에 양씨 아저씨 덕에 사전등록을 해 놓은 탓이다. 느즈막히 도착해보니 들어봤자 부질없고 한가한 키 노트가 마침 끝난 상태였다. XPe sp2 세션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MS가 SP2를 왜 만들게 되었냐는 괴상하기 짝이 없는 변명) 교재로 나눠준 것을 읽어봤지만 쓸만한 내용이 눈에 띄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졸았다. 공짜로 주는 점심을 얻어먹고, 오후에 재미없는 세션을 무려 다섯 시간이나 듣고 추첨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서 그냥 나왔다. 결론: ms 가 정의하고 싶어하는 임베디드는 소형 헨드헬드 미디어 플레이어를 만들도록 정책적으로 권장하는 것인 듯 싶다. 글쎄다 POS 시스템이나 컨서머 일렉트로닉스가 걔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건가... 냉장고나 텔레비젼의 제어에는 하나도 쓰이지 않는 java가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웨어 하우징에 사용되는 기괴한 원리와 같지 않을까.

자바라... 답답해서 자바로 프로그래밍한 적이 없다. 제너릭 타잎이 최근에 추가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과연 자바가 무척 더디긴 해도 발전을 하기는 하는구나 했지만 여전히 쓰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다. windows ce나 windows xp embedded에 느끼는 기분과 비슷했다. 써먹고 싶어도 딱히 써먹을 데가 없다.
,

클리앙 배터리

잡기 2004. 11. 23. 18:15
귀찮고 신경질나는 작업 간간이 스트레스 해소가 되어 주었던 0172 comic 보기가 없어져서 서운하던 차에 운영자가 소스를 공개했다. 참 고마운 양반이다. 홈페이지에 설치했다

msn messenger에서 간혹 한글이 먹지 않았다. msn 홈페이지에 어떻게 조치하라고 나와 있지만, 내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이나 거의 서스펜드 모드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팅할 일도 없고 해서 더 간단한 해결방법을 찾았는데, win-R 키 누르고 ctfmon.exe를 한번만 실행시키면 어떻게든 한글은 먹었다. 그 동안 잘 되던 것이 최근 들어 되다 안 되다 하는 걸로 보아 msn에서 무슨 서비스를 사용자 몰래 설치하다가 뭐가 잘못된 것 같다. 개쉐이들, 욕 안하고 착하게 살고 싶어도 꼭 욕설이 나오게 만든단 말이야.

장시간 설치했던 gcc 3.4.3에서도 버그가 개선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소스를 컴파일러에 뜯어 맞추는 삽질을 했다. 벌써 몇 번째인가. 젠장, xp embeded로 확 바꿔버릴까?

NR70 배터리 저렴하게 교환하기 -- 지루한 커널 컴파일 중 클리앙에서 게시물 보다가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은,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압이 3.7v이고 용량에 따라 두께만 좀 다를 뿐 크기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사용중인 SJ-33의 배터리 사용시간은 mp3를 켜고 액정 밝기를 최대로 한 상태에서 3.72v까지 떨어질 때가 2시간 40분 가량. 용량은 800mA, 그다지 쓸만한 용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만일 이것을 1200mA 짜리로 교체하면 사용 시간이 150%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SJ33을 뜯었다. 왜 이건 사 놓고 여태까지 안 뜯어봤을까. 그동안 별일 없었기 때문.



뜯어보니 역시 소니스럽다. 오른쪽 아래, 참고용 잃어버린 핸드폰 리튬 이온 '표준형' 배터리.



리튬 이온 전지가 거의 비슷 비슷하게 생겼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던... curitel 사이트를 뒤져 봤지만 전지 용량이 나오지 않았다. 하여튼 한국에서는 핸드폰의 하드웨어 스펙을 왜 안 적어놓나 몰라. 구글한테 물어보니 650mAh 짜리. palm m500에도 쓰이는 배터리인 것 같다.



전지 양극에 붙어있는 과충전, 과방전 -- 배터리 보호회로 같다.



뜯고 나서 다시 조립했다. 뜯고 나서 보니까 안 뜯어도 되는 것이었다. SJ33의 뒷면 덥개에 붙어있는 나사만 풀어도 전지를 꺼내 교환할 수 있다. 왠간한 사람은 전지를 교환해 사용할 일이 없고, 카트리지가 아닌 이상 전지 교환이 용이하지도 않으므로 소니스러움을 추구하는 소니의 여러 기괴한 정책 중 하나 같다. 아마도 a/s용? 더더욱 기괴한 것은 저 커넥터를 빼지 못하도록 테잎으로 붙여 놓은 것. 소니에 전화해서 뜯어도 되나요? 하고 물어보라는 것일께다. 하여튼 소니가 만드는 기계는 하나도 남김없이 뭔가 좀 괴상하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모양이 이렇듯이 대동소이 하다면, 집 구석에 쳐박아 놓은 채 잊혀져 가는 안 쓰는 핸드폰의 리튬 이온이나 리튬 폴리머 전지로 아주 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디 1000mAh이나 1200mAh짜리 안 쓰고 잊혀진 전지 없을까. 정신적 가난에 찌들어 http://www.anyrc.com 에서 돈 주고 사긴 아까운데... 그래도 여행갈 때를 대비해서 언젠가는 갈아야 할 듯.

가끔 보는 경향신문 시네마 사이언스:

'화장품이 인체에 어떤 효과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아내 피부가 나빠지면 도가니탕을 사주면 된다 등. 화장품에 관해 좋은 거 배웠다. 아내와 한 달 전 쯤에 화장수를 만들었다. 레몬과 청주를 사다가 레몬 화장수를 만들었다. 제조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레몬 두 개를 잘라서 병에 담고 청주 한 병을 통째로 부은 후 밀봉해서 냉장실에 1주일 이상 보관 후 사용. 적어도 수 개월은 사용할 수 있을 듯. 아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세수하고 나서 발랐다. 맛도 괜찮다. 청주 냄새가 나고, 바르면 레몬의 산 때문에 따끔 거린다. 겨울이면 사서 쓰는 대부분의 화장품(이라봤자 스킨과 밀크 로션 정도지만)은 바르기 전보다 그 다음날 더 많은 각질이 일어나고 피부가 건조해졌다. 화장수를 바르고 나서 피부에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런 현상은 없었고,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사서 쓰는 화장품 보다는 값이 싸고 좋다.

듣자하니 찜질방에서 먹는 미역국에는 간을 할 때 소금 대신 까나리 액젓을 쓴다길래 그걸 써서 미역과 마늘 약간만 넣고 천천히 오래 끓였다. 그럭저럭. 오징어 무침, 시금치 무침, 오이 무침 따위를 해서 먹었다. 이러다가 가정주부 되겠다. 오늘은 커널 컴파일 하면서 밥도 하고 클리에도 분해해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