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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1.17 지체부심 2
  2. 2004.01.14 출장 중 2
  3. 2004.01.10 자가 발열 4
  4. 2004.01.09 상상병 7
  5. 2004.01.08 내게 영향을 준 책들 6
  6. 2004.01.07 끝없는 가난 4
  7. 2004.01.05 물품 구매 2
  8. 2004.01.03 한국에서 프록 공연은 가능한가 3
  9. 2004.01.02 신년 첫 블로그 5
  10. 2003.12.31 올해 마지막 블로그 12
  11. 2003.12.28 메모: 쌍안경 사기 10
  12. 2003.12.27 gps 7
  13. 2003.12.21 그런걸 원하면 10
  14. 2003.12.21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서 발췌 5
  15. 2003.12.20 나가기 전 2
  16. 2003.12.19 습기가 없어도 1
  17. 2003.12.18 밉상은 아닌데. 7
  18. 2003.12.17 쳐죽일 놈들 21
  19. 2003.12.16 핀란드 재즈 7
  20. 2003.12.15 음식 맛처럼 공기 맛을 알았다 2
  21. 2003.12.13 웃자고 하는 어려운 얘기들 2
  22. 2003.12.12 생각해 봐 6
  23. 2003.12.10 IP 공유기 및 LCD 판매 7
  24. 2003.12.10 닌겐노데쓰 4
  25. 2003.12.06 php news update 3
  26. 2003.12.05 불친절한 블로그 7
  27. 2003.12.04 갸날픈 날개짓 1
  28. 2003.12.02 개라고 생각하는 개들 2
  29. 2003.12.01 알라딘 나의 서재 긁어오기 2
  30. 2003.11.30 사이트 기사 긁어오기 1

지체부심

잡기 2004. 1. 17. 10:37
아하하 드디어 서울에 눈이 내린다.

15년이 넘었구나. 그는 내가 변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첫 번째 사람이었다. 교훈: 대개의 사람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1. 멍청하거나 2. 생각이 없거나 3. 타인에게 관심이 없거나 4. 자기 식으로 인터프리트하는 정도로 자족한다. 4가지 항목의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게으름. 시대가 게으름을 예찬한다. 한 동안은 타인보다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 타인은 왜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인간이 변화에 둔감하거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변화에 관심이 없다면,

1. 그런 삶이 마감되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
2. 더 이상의 교훈극 - 희비극은 필요없다고 봤다.

출장 동안 내내 술을 마셨다. 수면시간은 4시간 가량. 일 하고 술 먹고 자는 일상 외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고 결과는 막판 역전승 내지는 친근하고 익숙한 5일 간의 삽질/막노가다였다. 그것을 애당초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계획에 잡아두거나 예측할 수 있는 팩터가 몇이나 될런지는 의문이다. 어떤 이가 단순한 삶의 가치를 찬미하는 동안, 충분히 단순해서 심심해진 삶이 그저 심심하다는 이유만으로 '발견'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세상에 흔치 않은 예쁘고 귀한 여자들을 따먹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화가 치밀어 올라 자중지난에 빠져 지랄하는 일은 없었다. 평균 두 시간마다 아이디어를 냈다. 일 만큼은 사랑했고 이해하려고 애썼고 사로잡히는 것을 기꺼워 했다.

작년 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3.3%만 내면 된다는 세무사의 말을 들었다. 아르바이트로는 한 달에 17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졸지에 나는 강사가 되었고, 강의료를 일시불로 받은 셈이 되었다. 세금 액수가 워낙 적어 회사에서 지불하기로 했다. 소득의 30% 가량을 세금으로 내게 되어 있지만 3.3%라니 그저 발걸음이 가벼웠다. 세무사의 나머지 얘기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기 힘들었다.

아산에 갔다. 길을 끊으며(cross) 고속철로가 지나갔다. 허허벌판에 부동산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이순신의 사당을 방문해 향을 피우고 인사를 드렸다. 작년 겨울이나 지금이나 머리 속에서 '돈' 생각이 끊이지 않은 탓에 이순신의 영정이 백원 짜리 동전의 부조와 자꾸 겹쳐졌다. 결혼하겠다는 얘기를 했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거짓말을 안 하지만, 결혼 얘기는 그만큼 믿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어떤 친구를 나한테 소개시켜주겠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을 뿐더러 건방지게도 맞짱을 떠보고 싶다고 주장하는 새파란 애송이였다. 맞짱 뜨면 당연히 내가 지지만, '젊은 시절 타인에게 비추어진 내 모습'이 어땠는가가 이제사 궁금했다. 점집에 가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아, 그러나 눈이 온다. 기다렸다.

note: 1. EGC(MOD) force low, high isn't work properly. 2. DRE must be stable before read, it's too slow to become high z. fine DRV condition. 3. interrupt refresh have to be tested and also need more complex patterns(march, checker board, special disturbance). 4. proceed real time power bump test under harsh con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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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중

잡기 2004. 1. 14. 03:02
원격지 출장 근무 3일째.

vdsl이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합숙소에 무선랜부터 설치했다. 적어도 네 명이 무선랜이 가능한 노트북을 한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평소와 달리 숙소에서는 일을 하지 않았다.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어젯밤에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깨어보니 창 밖으로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눈이 아주 많이 왔다.

노트북으로 만화책을 보다가 짬을 내어 블로그를 기록한다. 언제 서울로 돌아갈까. 서울에 돌아가 봐야 뭐하나? 술 사주는 사람이 있나, 어여쁜 색시가 있나. 그래도 주말에는 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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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발열

잡기 2004. 1. 10. 17:46
Children of Dune -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름 모를 배우들의 우둔하고 어설픈 몸놀림과 연기, 그리고 지극히 싸구려 티가 나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원작을 잘 살렸고(그대로 베꼈고) 재미있었다. 안느 배우가 수잔 서랜든 밖에 없다니? 듄은 유일하게 내가 등장인물들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sf계에서 최고의 에픽으로 꼽히는(일부 나같은 작자들의 주장이므로 신경 쓸 것 없음) 듄 시리즈가 먼저 찜해 놓은 이 감독 때문에 다시 만들어질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허접은 당분간, 아니면 영원히 듄을 고착시켜 놓을 것이다. 돈을 쳐발라서 LotR처럼 만들면 끝내줄텐데 말이야. 김가는 예전에 날더러 사막에 갔으면 모래충 한 마리쯤은 몰고 돌아왔어야지 하고 핀잔을 주었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 듄에서는 모래충이 커대란 구더기처럼 보였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중 레이디 제시카 만큼은 정말 마녀 같았지만 칠드런 오브 듄의 제시카는 그저 마님 스타일이었다. 아, 레토 황제 만큼은 하는 짓이 귀여웠지만 레토는 벌레지 인간이 아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다운 받았지만 절반 밖에 없다. 당나귀로 다운 받을 수는 있지만 당나귀를 사용하면 수없이 연결되는 커넥션 때문에 공유기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유니콘의 IP 공유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버그인 듯 싶다. 안 쓰면 그만이지. 7화인지 8화인지를 보기 전까지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제대로 본 것이 아니라는 평을 들었다. 탐 행크스는 돈 좀 벌었는지 아폴로 11호 찍을 때는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더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만들고 나서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같은 전투씬이 리얼한 시리즈를 제작해서 사람을 기쁘게 하는 등, 영특함이 남달랐다.

온세울(주)에서 자가 발열체를 내장한 아이디어 식품을 발견. 산속에서 따뜻한 음식이 그리울 때 쓸모가 있겠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화가 나서(걸려온 전화를 제멋대로 끊어버려 자가 발열) 핸드폰을 구매했다. ktf-x3500을 사려다가 마음이 바뀌어 큐리텔의 pg-k7000 모델을 구입했다. 24만 7천원, 24개월 무이자 할부. 스펙 어디를 뒤져봐도 모빌폰의 메모리 크기가 나타나 있지 않았다. 33만 화소짜리 쓸데없는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사진을 찍어 email로 전송해 보았다. 화질 참 구렸다. 모빌폰의 사진을 이메일로 전송하면 돈을 받지 않을까 싶은데 별 말이 없었다. pc와 동기시키려면 usb 케이블을 별도로 구매해야 할 듯. pc camera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재밌다.

지하철에서 찍은 사진.

밥 먹으러 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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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병

잡기 2004. 1. 9. 02:10
되는 일 하나 없는 꿀꿀한 연초다. 리듬을 잃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은 워밍업 겸 작은 tcp 서버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화성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스피릿은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유럽의 비글2는 어딘가에서 박살이 난 채 여기저기 부품이 굴러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화성의 메마르고 붉은 땅바닥에 부동액을 피처럼 뚝뚝 흘리면서. 비글이 화성의 상공을 돌고 있는 마스 익스프레스와 교신에 성공하면 어떤 락 밴드가 만든 음악이 흘러나오게 되어 있었다. 지금쯤 유럽 과학자들은 미국의 성공에 더더욱 비참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난 김에 마그마의 스페이스 락을 틀자.


Magma, Mekanik Destruktiw Kommandoh, Hortz Fur Dehn Stekehn West
(9:36)

이 바그너적인 행진곡은 지구를 떠나 우주로 뻗어나가는 코바이아인들의 에픽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룹 마그마는 일련의 갤럭틱(코스믹?)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코바이안 이란 독창적인 언어를 창조했다. 따라서 엄청난 집중력을 기울여도 도무지 가사를 알아먹을 수가 없지만, 일단의 광신자들이 우주의 각지로 팍팍 뻗어 나가는 느낌만큼은 제대로 전달되었다. 아. 좋다.

버리기는 아까와 맛이 간 산요 MZ1 카메라를 다시 뜯었다. 고장 나서 사진이 안 찍혔는데 기판을 자세히 보니 이물이 끼어 있어 회로가 단락되었다. 깨끗이 닦아서 뚜껑을 닫고 전지를 넣어 전원 스위치를 켜니 뻑뻑한 경통이 슬며시 튀어 나왔다.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액정으로 확인해보니 사진이 알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엉망진창이다. 열잡음, 카오스, 도리언 그레이의 흐리멍텅한 초상. 다시 뜯어 여기 저기 닦아 냈다. 모래와 먼지가 꽤 묻어 있었다. 커패시터에 잘못 손가락을 대어 불꽃이 튀었고, 팔을 따라 올라오는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뒤로 벌렁 나가 떨어졌다. 깜짝 놀랐다. 이런 것에 겁먹을 내가 아니지. 오냐. 팔을 걷어 붙이고 드라이버 끄트머리로 기판의 두 접점 사이에 살짝 갖다 대었다. 다시 불꽃이 튀었다. 탄 내가 몽글몽글 풍겨왔다. 인두로 떨어져 나간 패턴을 이어 붙였다. 어차피 a/s도 안되는 마당이니. 뚜껑을 닫고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나왔다. 형편없이 망가져서 급하게 써먹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정들었던 이 놈을 안 버려도 된다는 것만 해도 어디냐.

카메라는 고쳤지만 나사가 빠진 정신 상태는 쉽게 고칠 수 없을 것 같다. 알츠하이머 병은 전두엽에서 시작해 두정엽을 지나 후두엽에 이르는 길을 따라 상상을 off시키는 스위치가 꺼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병이란다. 하... 의외로 로맨틱한 병이다. 치료법이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전자기기가 말썽을 부릴 때 흔히 하는 것처럼 전자공학도라면 으레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고무 망치로 앞 이마부터 뒤통수까지 골고루 탕탕 두들겨 주면 어쩌다가 운좋게 '상상' 스위치가 꺼지지 않을까? 상상을 끄기 위해 자꾸 두들기다 보면 전자기기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off 될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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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uia님의 '내게 영향을 준 책들'에 대한 트랙백:

버트란트 러셀, 철학이란 무엇인가, 결혼과 도덕에 관한 열 가지 철학적 성찰,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권력. -- 그는 회의주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르쳐 주었다. 아울러 머리를 굴려 생각하는 법도.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도덕의 계보, 비극의 탄생
노자, 도덕경 -- 장자는 지나치게 말이 많다.
프로이트, 꿈의 해석
미셀 푸코, 광기의 역사 -- 니체 이후 잃어버렸던 정열의 철학(!) 리바이벌
로버트 퍼시그, 신을 찾는 늑대 - paedros라는 아이디는 그의 책에서 따온 것.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즈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이상, 날개, 종생기 -- 내 글쓰기 선생.
칼 마르크스, 자본론
소포클레스, 비극
알베르 카뮈, 이방인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향연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비록 지금은 그것들을 부정하지만.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에릭 드렉슬러, engines of creation
스와미 프라바바난다 편역, 우파니샤드
인도 신화 몇 편, 마하바라타, 라마야나
레이몬드 챈들러, 안녕 내사랑, 거대한 잠, 기나긴 이별
존 르 까레,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러시안 하우스. 하드보일드 작가들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음.
아이디어 회관 문고판 전 권
로버트 하인라인, 은하를 넘어서,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여름으로 가는 문
레이 브레드버리, 화씨 451도, 화성연대기, 멜랑콜리의 묘약
미셀 투르니에, 예찬, 마왕, 그 밖에 생각나지 않는 책들. 글을 잘 쓰는 작가.
토머스 만, 마의 산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킬리만자로의 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편의상 하드보일드로 분류. :)
도스또예프스끼,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죄와 벌, 악령
푸쉬킨, 대위의 딸
아르까지 스뚜르가쯔키, 종말전 10억년. -- 러시아 문학은 따로 정리해야 마땅하지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 백년 동안의 고독
보르헤스, 허구들
존 파울즈, 프랑스 중위의 여자, 콜렉터, 마구스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판다의 엄지, 풀 하우스 - 하지만 그의 견해에 완벽하게 동의한다고 보긴 뭣하고.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윌리엄 버로우즈, 벌거벗은 점심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
김용옥,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여자란 무엇인가, 절차탁마대기만성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지금은 그를 쓸만한 사기꾼이라고 생각.
윌리엄 깁슨, 뉴로맨서
아서 클라크, 유년기의 끝, 2001, 낙원의 샘, 도시와 별
우르슬라 르 귄, 어둠의 왼손
그렉 이건, 쿼런틴, 퍼뮤테이션 시티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 - 지금에야 완전히 미쳤다고 말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집보다 더 무서웠다.
리처드 파인만,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 his lecture on physics
라디오와 모형 -- 이 잡지가 나를 과학자보다는 기술자가 되도록 만들었다.
전파과학사의 블루백스 시리즈 -- 물론 이 책들도 마찬가지.
wired -- 20세기 그레이 컬러들의 자위도구.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 십수년을 함께 했던 전원일기 같은 잡지.

생각나는 것들만 적었지만 아직 반도 못 채운 것 같은데... 교양과학서적들, 컴퓨터 관련 책들, 현대문학 등등이 이가 빠졌다. 적으려니 귀찮다. '나'를 형성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던(어떤 임프레션을 주었던) 책들을 한두 권으로 압축하는 것은 무리다. 암. 무리지.

어떤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일말의 취향을 드러내면 그의 독서편력을 살피는 경향이 있다. 그는 안전하게 책을 구하기 위해 나 대신 먼저 맛을 보고 때로는 죽기도 하는 모르모트가 되는 것이다. 행운은 지난 수 년간 찾아오지 않았다. 텍스트 중독증이 있는 사람은 나쁜 글을 읽으면 수일-수주간 후유증이 생기기도 한다. 세상에는 나쁜 글이 없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그런 후유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나나 이씨 아가씨 같은 사람에게만 후유증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난독증을 앓았고 비교적 텍스트 량이 적은 만화책을 읽으며 근근히 치료했다. 책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나이 들면서 점점 줄어들기 때문인지 예전처럼 강한 임펙트를 느끼지 못했다. 앞으로도 '느낄' 수 있을까? 자랑스러웠던 다감, 열정, 예민함은 20세기와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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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가난

잡기 2004. 1. 7. 01:36
겸손함은 스스로 학습하고 깨달아야 아는 것이다. 누가 몇 마디 한다고, 책에서 읽었다고 아는 것은 아니고.

악당으로 지내면 품위가 유지되고 생활비가 적게 들 뿐더러 여자애들을 사귀기에도 좋다. 악당인 동안에는 이유없이 싫어지는 사람도 없고 인간 관계는 사막처럼 깨끗했다.

착하지도 않고 악당도 아닌 사람은 양 쪽의 호소 또는 논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 같다. 세상을 보잘 것 없고, 무질서하고, 지옥처럼 재밌게 만드는 사람들은 그래서 착한 자도 악한 자도 아닌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악한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본 붉은 돼지는 지루했다. 배경이 되었던 '장소'를 부러워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장소에서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가 되겠다'고 말하는 돼지를 통구이 바베큐 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수함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등 각 이동통신사의 대리점이 몰려있는 곳에서는‘휴대전화기 공짜’라는 선전 문구를 수없이 볼 수 있다' 라고 했지만, 안 보였다. 혹시 약정할인제를 의미하는 것일까? 번호이동성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단말기에서 정확하게 뭘 바라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인지 단말기 구매에 돈을 쓰기가 어려웠다. 검소한 편이라서 많은 기능을 바라지 않지만 정리나 해 보자.

* 카메라 - 필요없다.
* MMS - 카메라가 필요없으니 역시 필요없다.
* 40/64화음 - 필요없어 보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용해 보이기도 했다. 전화 받기 싫은 곳에서 걸려온 전화의 벨소리를 좋아하는 음악으로 설정해 놓으면 전화가 걸려 오는 동안 아름다운 선율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 PIMS 기능 - usb로 전화번호부를 동기시켜야 하는데, 그걸 import/export할 방법이 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usb 케이블은 별도로 구입하는 듯.
* IR - pda 대신 서브노트북을 들고 다니므로 IR 동기화를 사용할 기회는 아마도 없을 것.
* 자바 가상 머신 - 딱히 써 먹을 구석이 안 보인다.
* 무선랜 - 있으면 좋겠지만 그 비좁은 화면에서 뭘 할 수 있을지. 노.
* 로케이션 알람 - 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모빌폰 중 이 기능을 가진 것은 없다.
* gps - 필요한 것은 위도, 경도, 고도. odo meter, 스피드 메터 정도.
* 나침반 - 메카를 가르키는 나침반을 내장한 모빌폰이 있는 걸로 아는데...
* usb memory - 남는 메모리에 인증 키와 몇몇 문서 정도는 가지고 다니게.
* pda - 필요없다. 조그만 액정에서 뭘 한다고...

며칠 전 yopy3700+무선랜 중고가 30만원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금쪽 같은 기회였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냈다. 내가 정말 핸드폰에 바라는 것은 mysql과 웹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yopy류의 pda폰이 아니라 전화를 받고 전화를 하고 시계가 제대로 보이는 것이다. 내 핸드폰은 지금 그 세 가지가 잘 안 된다.

최근 내 모빌폰은 지나가는 전파를 가로채 스스로 업그레이드 했다. 샤워 중에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뛰쳐 나오면 이미 자기가 받은 후 끊어버렸다. '조금 있다가 다시 해 주세요'라고 한 마디만 해 줬더라면 그렇게 물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허무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신목록에 전화번호가 남아야 하지만 그것 마저도 감쪽같이 지워 버렸다. 내가 전화를 걸면 자기 멋대로 끊었다. 나름대로 통화료를 걱정해 주는 것 같았다.

임포스터를 봤다. 필립 케이 딕의 신비주의에 그닥 관심이 없는 탓인지 딕의 소설을 재밌게 읽어본 적이 없다. 딕은 죽어라고 정체성 문제를 건드리지만 한국인은(아니면 나만?) 구조적으로 시끄러운 나라 태생이라 자기 정체성에 관해 고민할 시간이 없거나, 심각한 문제가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극적인 영화에서처럼 복선과 미스테리의 소재로 삼기에는 부적합해 보였다. 어릴 때는 어린 시절 나름으로 혼자 내버려두는 사람이 없었고 청소년기에는 뭔가 신나는 일을 찾아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자발적으로 떼거지로 몰려 다녔고 나이 들어선 일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건 팝업 창으로 띄워 되돌아볼 수 있는 영속적이고 친근하고 자기치유적인 과거의 풍경이 있고 그 사이를 동앗줄처럼 꽁꽁 엮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기 정체성에 관한 고민은 친근한 사람이 없거나 아무 때나 불러낼 수 있는 이가 없는 사람이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었다. 기분이 몹시 꿀꿀하고 정서적으로 심하게 시장기를 느낄 때 옆에서 밥을 사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면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흠. 그럴 때는 책을 읽으면 된다.

정체성은 그렇다치고 이 세계TM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일 정도는 해 봤다. 하나 예를 들자면, 인류의 50%가 가난TM과 기아TM에 시달리고 그것을 책이나 TV가 아닌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가 따위. 아랍에서 대답을 배웠다. 인샬라. 인샬라의 댓구도 배웠다. 마샬라.

인류의 제반 문제에 관한 해법은 간단하다. 기회를 빼앗지 않으면 된다.

며칠째 밤마다 농심 튀김우동 컵라면을 먹었다. 오늘은 포트에 남아있는 둥글레차를 다시 끓여 넣고 먹었다. 면이 전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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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구매

잡기 2004. 1. 5. 11:55
디카eshop에서 canon a70 구매(케이스, 액자, 매뉴얼, LCD 보호필름, 클리닝 키트 끼워줌) 295000
배터리뱅크에서 K-85+AA2300mA룰 구매(덤으로 1300mA 배터리 4개를 끼워줌) 38000
버이텔리스코프에서 night vision 7x50 구매(신년행사중. 7000원 할인) 78000

더 이상 밍기적 거리기도 그렇고 해서 침대에 누워 생각난 김에 구매했다. 잔고가 얼마 안 남았네?

생각났다. 눈이 오면 눈 사진을 찍어 새해 선물로 보내주려고 했다. 아마도 그래서 눈이 오면 산에 가려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 눈은 오지 않았다.

12월 21일부터 시작한 술 마시기는 드디어 어제로 끝났다. 이렇게 많이 마셨으니 한 동안 안 마셔도 되겠다. 이번 연말연시처럼 연말연시 같지 않은 적도 없었다. 새해에 별달리 기대하는 것이나 바라는 바, 심지어 행운도 원치 않았다. 매년 그랬던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났고 여전히 속이 메스껍지만 둥글레차의 위력 때문에 구토가 나오지 않았다.

국민연금 천태만상 - 진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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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바동에서 벌어진 토론: 한국에서 프록 공연은 가능한가

좋아하던 뮤지션 이름들이 줄줄이 나왔다.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예바동 아저씨들 입담은 여전했다. 멋진 아저씨들이다.

>재즈의 경우 여편네 또는 남친과 같이갈만한 공연으로 인식되는데 비해 프록의 경우 상당한 관계악화를 염려하면서 가야되지 않나하는...상대적으로 프록쪽의 성향이 떨거지의 진입에 폐쇄적이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구요. 대충보면 프록 팬들의 대부분의 30대...에서 연령 저하가 거의 안 이뤄지는 것 같더군요.

연령 저하는 이루어질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프로락을 등에 지고 여자친구들에게 외면당한 채 꾸역꾸역 늙어가는 수 밖에. -_-

>그러니 대부분 유러피안 심포닉에서 출발했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음악이 소개되면서 다른 쟝르의 음악으로 그 관심을 뻗혀나가는것은 당연한 일이죠. 심지어는 그 팬들중 다수가 쟁기가며 부르는 브릿포크의 열성팬으로 변해버린 경우까지도 봤으니까요

뜨끔.

진행 중인 설문조사를 보고 흥분을 금치 못했다. 대략 10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그중 여자가 17명이나 되었다. 저들의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여성이 무려 17명이나 되는 것이다!

pfm이 한국에 온다면 팬들의 극진한 성원이란 것이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해줄만한 열성 팬들은 있을 것이다. 뭐... 피차 이상한 놈들이나 부르고 이상한 놈들이나 듣는 장르니까. 나? 비록 녹이 슬었을지언정 쇠붙이가 자석에 끌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간다.

P.F.M., The World Become the World, The World Become the World (4:48) 오리지널은 Storia di un Minuto 앨범의 Impressioni Di Settembre. 영어로 하니까 좀...

Storia di un Minuto나 Per Un Amigo를 극찬하는데, PFM이 그럴만한 평을 들을만한 밴드였는가에는 회의적인 편이다. 중간쯤은 된다 싶을 따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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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 블로그

잡기 2004. 1. 2. 03:58
이전 호스팅 업체의 버클리db와 옮긴 호스팅 업체의 버클리db 버전이 틀려서 인지 이전 블로그를 그대로 복사해 올 수 없었다. db 컨버팅 툴이라도 있어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뒤져봐도 나오진 않고 귀찮기만 했다. mysql을 써볼까 했지만 호스팅 업체 쪽에서 perl DBI 모듈을 설치해 두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예전 블로그를 포기하기로 했다. 내가 뭘 잘 모르고 있는건가? 시간 나는 대로 급한 것들을 하나 하나 옮겨두자.

새해 인사: 꾸벅.

추가:

엊그제 술자리에서 '반신욕'인지 '반수욕'인지에 관한 얘기를 듣고 테스트 해 볼 겸 사우나에 갔다. 혈류 순환이 개선된다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무좀 치료까지 된다고 하던데 무좀이 없는 관계로 실효성을 테스트 해 보는 것은 불가능. 10분쯤 열탕에 반쯤 몸을 담그고 있으니 사우나에 들락거릴 때보다 땀이 더 많이 나왔다. 땀이 더 이상 안 나올 때까지 앉아 있으니 어쩐지 살이 빠져서 손해본 듯한 기분.

서바이벌 책에서 읽었다. 둥글레차가 구토를 억제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뱃속이 더부룩하여 시원하게 게우고 푹 자고 싶어도 헛구역질만 나와 난처했다. 서바이벌 책에서는 인체의 혈액 총량이 대략 6.5리터이고 그중 1리터를 잃으면 쇼크 상태, 2리터를 잃으면 죽음에 이른다고 적혀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는 영화, 44minutes에서는 총맞은 경찰관이 혈액의 40%를 잃고도 의식이 남아 있었다. 대체 뭘 믿어야 하나. 빼 봐야 하나?

어쩌다가 우연히 재키 브라운이란 영화를 보았다.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 동안 로버트 드 니로는 줄곳 바보짓을 하고 있었고 사무엘 잭슨은 수다를 떨었다. 주인공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로버트 포스터처럼 보였다. 로맨스는 적당한 수준에서 잘 끝났다. 첫 장면부터 왠지 범상치 않아 감독이 누굴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쿠엔틴 타란티노였다. 컥.

배틀로얄2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똥 같은 영화였다.

12월 31일, 1월 1일에도 술을 마셨다. 영업사원도 아닌데 장장 12일에 걸쳐 죽어라고 술을 마셨다. 세 건만 더 하면 다 끝날 것 같다. 연말, 연초가 56배속으로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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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블로그

잡기 2003. 12. 31. 02:52
연말이 언제 끝나나. 20시간 가량 남았다. 매일 술을 마시다보니 몸이 영...

용산에서 파나소닉의 레츠노트 실물을 봤다. 그것 외엔 눈에 띄는 제품이 없다. 눈이 높아진 건지, 아니면 내가 요구한 조건에 맞는 제품이 희귀한 조합인 건지. 프로그래밍을 할 때 lcd의 해상도는 매우 중요한데 lcd의 크기가 15인치, 17인치 까지 가더라도 가로 해상도 1400을 지원하는 기종이 많지 않았다. 중량은 무조건 2kg 미만이어야 하고 가격은 200만원 이하, 그 조건까지 합치면 몇 안되는 기종 만이 남았다. 하나 더 추가해서 제대로 된 키보드가 달려 있어야 했다.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건만. 조사장 노트북 사는 걸 도와주러 갔다가 기종을 ibm ls50으로 정해놓고 정작 물건을 보고 나서 관두기로 했다. 첫 인상이 허접스러웠다. 2.4kg라는 무게만 해도 그렇다. 그만한 노트북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의 무게가 1.5kg 이상이므로 어댑터 따위와 책 한권을 가방에 넣으면 5kg 가량은 나가게 된다. 따라서 lcd 사이즈는 작을수록 좋고 해상도는 못해도 1280이 되어야 창 두개를 띄워 하다못해 소스 비교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이게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이라면 어째서 지금은 단종된 내 노트북, 도시바 리브레또 L1은 그 조건에 그럭저럭 부합할 수 있는 것일까. 소니? 소니는 글렀다. 공장에서 막 굴릴 수 있는 튼튼하고 가벼운 노트북. 아쉽게도 레츠노트가 유일하게 근접했는데, 가격이 270씩이나 하니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컴팩의 에보, 그리고 데이브 시스템의 열 많이 나게 생긴 amd 프로세서 노트북, 심지어 삼보의 6710.1까지 두루 살펴본 후에 내린 결론은 싸고 저렴한 110만원대 노트북을 사고 lcd 모니터를 여분으로 하나 더 사는 것.

문제가 좀 있었다. lcd 모니터 중에서도 쓸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 점이 의외였다. 보통 시장에서 유통되는 lcd 모니터의 최대 해상도가 1280x1024인데, 1280x1024 화면은 소스 작업하긴 좀 비좁은 편이었다. 1600x1400 화면에서 작업하던 버릇 때문인지... securecrt 몇 개 띄우고 dev studio와 ultraedit, avant browser, 그런 기본적인 것들만 띄워도 벌써 대여섯 개의 화면으로 화면이 꽉 차고 만다. 값비싸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lcd 모니터 대신 19인치 19만원 짜리 모니터가 나아 보였다(17인치는 8만원짜리 중고부터 12만원짜리 까지 있었다. 기계만큼은 싸구려를 아주 좋아하는 편). 용적을 많이 차지한다고? 지난 십 년 이상 작업대 위에 모니터를 올려놓고 썼다. 책을 50권쯤 쌓아놓고 책상 위에 온갖 수상쩍은 물체들을 올려놔도 넉넉한 그런 작업대. 하긴 그건 사람 취향의 문제겠지. 나라면 새 노트북 살 270만원으로;

30만원짜리 데스크탑 완제품 3대(1대는 리눅스 머신, 1대는 서버, 1대는 작업용)
20만원 짜리 19인치 모니터 2대(1대는 작업용, 1대는 서버/노트북용)
60만원 짜리 중고 서브노트북+3만원 짜리 무선 랜카드
12만원 짜리 11b, 11g 지원하는 유무선 공유기

합쳐서 205만원. 컴퓨터 성능 아무리 좋아져봤자 1ghz 머신 두대는 2.4ghz 머신 한 대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편. 남은 65만원 중 25만원으로 29인치 TV를 사서 컴퓨터에 연결하고 스피커도 좀 사고... 아니면 한 대 쯤은 베어본 pc로.
그래도 돈이 남는군. 하지만 조사장 생각은 나와 달랐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아주 많았고 내 생각이 대체로 구닥다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호스팅 업체를 옮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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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쌍안경 사기

잡기 2003. 12. 28. 23:40
Fujinon FMT 시리즈는 너무 비싸다. 포기. 7x50과 10x50중에서 가능한 화각이 크고, 이왕이면 가벼웠으면. 10만원대로.


Nashica 7x50
6.8, 750g, 90k
러시아제 군용 쌍안경 7x50 사양 알 수 없음 49.8k
Bushnell 7x50 7.1, ?, 80k
Helios 10x50, 5.5, ?, 65k
오츠카 7x50 6.5, 780, 180k
Swift Cougar 10x50 6.5, 822g, 140k <-- 후보. 비구면 렌즈. full coated.
러시아 (중국 oem) 12x50 ?, ?, 7.9k

자바로 짠 밤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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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잡기 2003. 12. 27. 16:10
사건없이 냉정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집에서 허겁지겁 나와 점심을 때워야겠기에 커다란 마트에 들러 '진짜 딸기 우유'와 '100% 오렌지 쥬스'를 집었다. 빵을 사려고 빵집에 들러 금액을 치르고 미로같은 가게 안을 이리저리 헤메다니다 길을 잃었다. 빙산처럼 여기 저기 좌초된 아줌마들 사이를 귀신같이 피해 나온것 까지는 좋은데 어느새 계산대를 지나 가게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돈을 못 냈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난 일은 잊어버리자.

세 종류의 막걸리를 섞어서 먹었더니 머리가 아팠다. 24일 저녁 거리에는 안개가 깔렸다. 안개 속에서 연인 유령들이 오락가락했다. 25일 저녁에는 술을 마셨다. 머리에 허연 케잌을 묻힌 채 반 팔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녔다. 맥주집에서 외로워 보이는 마담과 종업원과 술을 마셨다. 나 같이 별볼일 없는 놈 때문에 자리에 동석한 것은 아니었다. 전화를 안 받아서 황가를 내버려두고 달아났다. 마음 속으로 황가가 마담 누나나 예쁘장한 종업원과 잘 되길 빌어줬다. 23일 저녁에는 술을 마셨다. 22일 저녁에도 아마 술을 마셨을 것이다. 21일부터 주욱 마셨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전에도 줄곳 술을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쿵쿵 거리고 햇살에 눈이 부셨다.

서울역에서 하는 벼룩시장에 갔다. 책을 주니까 이름을 물었다. 파에드로스라고 대꾸했다. 말하자면 행책 사장님을 놀렸다. kbs가 바로 그 앞에서 카메라를 흔들어대는 바람에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려 들었고 설상가상으로 전날 먹은 술 때문에 머리가 쿵쿵 울리는 시발스러운 상황이라 바로 자리를 떴다.

26일 저녁에 만난 y님은 맛이 가서 내가 여자를 '또' 갈아치웠다고 큰소리로 떠벌리며 즐거워했다. 굳이 번역하자면 루크는 메뚜기, 정말 나쁜 놈이다. 정도? 그러더니 자기가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왜 횡설수설 하는 거야. 왠지 그는 여자 문제로 고민이 많아 보였다. 갑자기 선식 따위를 먹고 당치도 않은 다이어트를 하는 걸 보면. 그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데이트를 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에게 홀딱 반할 정도로 예쁘고 타블라 라사 같은 여자와 사귀길 빌어줬다.

파장 분위기에 휩쓸려 나왔다. 인사동의 다른 술집으로 향했다. 가게 문을 걸어놓고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 아가씨는 네팔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모는 2년 동안 한국에 살았다는 캐나다인이(그는 기자다) 한국 문화에 관해 썰을 푸는 동안 줄곳 논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참견하다가 혀가 꼬여서 말이 잘 안 나왔다. '선(禪)'자를 잘못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글자는 남자와 여자가 붙어서 만사가 잘 되가는 호(好)자 였다. 도대체 어떤 바보가 남자와 여자가 붙어있는 글자를 선으로 가르쳐 줬을까? 선 자야 말로 예술이고 인생이고 어쩌고 저쩌고 떠벌렸다. 틀렸다. '호'자다. 2년 동안 한국에 살더니만 자기가 옳다고 죽어라고 우겨대는 것이 취해서 주정을 부리는 한국인과 똑 같았다. 어휴. 집에 돌아오니 4시가 넘었다.

매일 술이나 마시고 있는 사이에 이란의 밤(Bam)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2만여명이 죽었다. 도시 인구의 1/4이 죽었다. 전직 영어교사였던 수염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도 무너졌을 것이다. 할아범은 한국인을 싫어했다. 할아범은 능력부족으로 나까지 싫어하진 못했다. 그는 이중인격자였고 나는 악당들과 있을 때면 편안함을 느꼈다.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한 저녁에 초인종을 부수고 시치미를 뗐다. 어느날, 지금은 죽었을지도 모르는 그 할아범이 갑자기 재수없다고 느낀 두 한국인 아가씨를 고생스럽게 다른 게스트 하우스로 데려다 주기도 했다. 그중 한 아가씨는 이란 남자들에 대한 심한 불신, 증오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댄 놈은 과연 몇 놈이나 되었을까? 그 오아시스 도시에서 대추야자를 처음 봤다. 벽돌에 무언가를 새겨 놓았다. 한창 복원 중이던 밤 성의 일부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지진으로 밤 성도 무너진 것 같다. 밤 성의 귀여운 찻집도, 거리의 케밥 가게도 다 무너졌을 것이다. 뭐 어차피 폐허 였으니까 한번 무너지나 두번 무너지나 매한가지임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기술자, 특히 프로그래머는 뭐 하는 사람인가? 옛날에 봉당 아저씨는 기술자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공감할 수 있는 정의이고 무엇보다도, 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프로그래밍, 기구물 설계, 회로 디자인, 자동차 제작 등은 학습을 통해 지식을 얻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세계에서는 누구나(심지어 기술자 마저도 근무 시간 외에는) 하지 못한다. 문제 해결 능력은 두 가지 범주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는 문제의 성격을 정의하고 타당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 문제를 정의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무한히 다양한 해법(구현)이 나온다. 학습하고 선험된 패턴, 논리적 일관성,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기술적 창의력, 집요한 똥고집, 내키지 않지만 굳이 덧붙여야 한다면, 미적 인식, 직관 등등을 사용한다. 두번째는 이미 만들어진 구조물과 구조물을 이루는 뼈대를 해석하는 것이다. 리버스 엔지니어링, 해킹, 디버깅. 순발력, 집중력, 상상력 등등등... 후자는 전자보다 피곤하다. 만일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받는 보수에 역비례해서 갖은 핑계를 늘어놓고 기간을 무한대로 연장하다가(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로 횡설수설하다가), 잘 안 먹혀 들어가면 하는 수 없이 문제를 해결한다. general problem solver로서의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밍 뿐만이 아니라 실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종류의 문제 해결에도 제한된 도구로 비슷한 경로를 밟아 문제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문제다.

언젠가 받았던 핸드폰 메시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y님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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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걸 원하면

잡기 2003. 12. 21. 18:08
http://homokaasu.org/gematriculator/ 가서 Rate a text message에 'luke'나 'good boy luke'를 치고 go 버튼을 눌러보셔. 팔레스타인 아이를 조준 사격해서 죽이는 이스라엘 놈들의 장난 같아 뵈는데 아시아인은 그들의 선악 판단 기준에서 열외. 글자가 다르니까.

XP가 NT 2000보다 빠르다고 애기 했드만 믿지를 않네...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내 시스템'들'에 관해;

그림은 바탕화면.


1280x1024의 바탕화면 오른쪽 구석. 내 맘처럼 검고 시원한 바탕 화면. 아이콘 수와 qucik launch pallete의 아이콘 갯수에 따라 screen rendering 속도가 다르다. 따라서 아이콘 수는 적을 수록 좋다. 조정할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의 폰트는 9pt, 돋움체(non proportional)


바탕화면의 왼쪽 구석. 역시나 특별한 것은 없다. quick launch icons를 일종의 작업 팔레트로 사용한다는 것 정도. 아이콘 컬러수를 줄였기 때문에 16x16짜리 아이콘으로 나타나 있다.


화면 오른쪽에 task manager를 띄우고 바라본 것. 서비스 대부분을 죽여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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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학교 때는 날나리, 고등학교 때는 불량배, 대학때는 딴따라로, 그 세대에 어울리는 남자와 사귀어 왔습니다."

블로기어워즈를 통해 얻은 수확: 컵 셋, 볼펜 한 자루, 티셔츠 한 벌, 맥주 다섯 병. 가장 큰 수확은 같은 탁자에 앉아 있던 12명의 블로그와 얼굴을 연결한 것. 내년에도 내가 블로그질을 하고 있을까? 자기 삶에 코멘트나 답글을 달지는 않겠지.

행사가 끝나고 맥주도 다 떨어진 것 같아 나왔다. 오늘의 주요 이벤트, 인터 컨티넨탈 지하 매장을 돌아다녔다. 낭패스럽게도 시가 파는 가게를 발견하지 못했다. 혹시나 해서 서성이던 외국인 투숙객에게 물어보니 그는 되려 반지의 제왕을 볼 수 있는 극장을 물어보았다. 메가플렉스? 들어가 본 적 없다. 대신 피라밋 파워를 온 몸으로 받으며 식사할 수 있는 코엑스몰 식당가를 추천했다. 추천이 아니라 사기를 뒤섞어서 y님 스타일로 떠벌렸다. 피라밋 파워를 받으면 여자들의 손톱도 면도날처럼 날카로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시가 가게는 여전히 안 보였다.

y님은 엉뚱하게도 정크에 그와 내가 뭔가 각본을 꾸미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 아저씨가 음모, 협잡, 음산한 수사학과 욕설, 양아치스러움, 마초스러움(다 합쳐서 그 지저분한 카리스마)에서 나와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 내 것은 아리따운 소녀를 울먹이게 만들고 재앙의 그림자 마저 움찔하는데. h 아저씨는 날더러 입담이 여전하다는 실없는 얘기를 했다. 둠디바이스나 착실히 설계하는 바보로 평생 기억하면서 논점을 빗겨가고 싶으면 어깨를 으쓱하고 애즈 유 위시 하는 수 밖에. 지독하게 텔레파시가 안 통하는 자아덩이들이다.

선배는 언젠가 날더러 아무리 집이지만 옷은 제대로 입고 있자고 말했다. 왜? 빤스만 입고 돌아다니니까 여기가 마치 피지 같잖아. 그런 피지에서 발가벗고 팔을 흔들며 '킹 게이너' 춤을 추었다.

"문학 수사와 총기가 정말 어울리는 것도 아닙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뭐 그런 거죠." / "말이야 정말 좋지요. 하지만 문제의 본질에 정말 가닿는 것은 직경 9mm니까요." -- 서즈데이 넥스트는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다.

"고대 마야 사본도 까다롭긴 했지만 에스페란토는 절대 못하겠더구나. 왜인지는 모르겠어." -- 이 능글맞고 뺀질짼질한 작가 양반. 왜긴 왜겠어? 에스페란토가 '문학'의 'ㅁ'마저도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인공어니까 그렇지! 문학을 전혀 고려치 않은 최악의 인공어는 사실 에스페란토가 아니다. 에스페란토 이후 오직 상업적 목적을 위한 세계 공통어를 설계한 그룹이 있었다. 뭐 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제 우리는 디킨스에 관심없다오. 넥스트 씨. 햄릿에 들어가 그 참을 수 없이 우울한 덴마크인을 목 조르던가, 아니면 로미오와 줄리엣에 뛰어들어 그 너절한 꼬마 로미오 녀석을 죽여버리는 쪽이 나는 더 좋소."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베네트 가족을 좀 솎아내도 되겠지." -- 힘내라 하데스!

제스퍼 포드는 고전팬들에게 온갖 알랑방구를 끼며 충성하는 썩 유쾌한 소설을 한 편 써냈다. ROD의 제대로 된 소설판같았다. 소설에 대한 심한 모욕이겠군. 디스크 월드 식의 우둔하고 너저분한, 말하자면 유머 축에도 끼지 못하는 '우울한' 소설을 읽다가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읽은 책 치고 '제인 에어 납치 사건'처럼 지하철에서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히히히 웃을 수 있는 책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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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전

잡기 2003. 12. 20. 13:31
악명을 얻는 것이 익명보다는 낫다? 익명이 백배 낫다.

머리가 달려 있어 가끔 생각도 하고 팔다리가 달려 있어 움직이기도 했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별로지만 모듈화는 잘 되어 있는 편인 것 같다. 구조주의 프로그래밍의 시대에는 구조주의적 룰에 맞춰 움직였다. 몸뚱이는 관념과 달리 해체된 적이 없었고 해체를 경험하는 것은 삼겹살, 돼지갈비, 목살, 족발을 먹을 때 정도 였다. 돼지는 해체해야 한다. 인간의 몸과 정신은 때때로 따로 움직이는 거라고 주장하지만, 글쎄다. 삼겹살, 돼지갈비, 목살, 족발을 지향하는 것이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의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삼겹살은 각종 조리법과 식음법(프로퍼티와 메쏘드)이 존재하긴 하지만 삽겹살과 돼지갈비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내재적 인과율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증거는 없었다.

비록 삼겹살과 돼지갈비 사이에 돈독한 관계는 없을지 몰라도 메시지는 실재했다. 실세계에서 메시지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계시의 속삭임, 신문기사, 저항할 수 없다고 지랄하는 시류, 선택의 가능성을 붕괴시키는 확정적 자기 주장, 연인의 이행 불가피한 지시 사항 등등을 통해 각 개체, 또는 두뇌에 전달된 후 가능해야 할 현실로 수렴되었다. 남은 작동은 그것들이 모두 영창의 후렴구가 되어 적절한 순간에 근육을 조정하여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와 동전을 세고 메시지에 따라 극장표를 사는 비가역적인 행위를 이루는 것이다.

표 구하기 힘들 꺼라고 지레 짐작하고 LotR을 볼 생각은 못했다. 과연 강남의 대부분 극장에서는 좌석이 매진된 상태였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새로 생긴 극장 구경도 할 겸 landcinema에 갔다. 맥스무비나 티켓링크에서는 예매가 불가능했다. 왠걸? 도착하자 마자 표를 구할 수 있었지만(8시표) 밥을 먹어야 겠기에 9시표를 끊었다. 밥 대신 적절한 메쏘드로 가공된 삼겹살과 소주를 한 잔 하고 들어갔다.

영화가 3시간 20분 짜리인 줄은 몰랐다. 지루해서 하품을 몇 번 한 것 빼고는 그럭저럭 훌륭했다. 프로도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책 만큼이나 지겨운 영화였다. 책을 읽을 때는 싯귀가 나올 때마다 졸기 시작해서 싯귀의 마지막 행이 끝나면 다시 정신 차리고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LotR은 1편부터 3편에 이르기까지 뉴질랜드 관광 가이드북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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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가 없어도

잡기 2003. 12. 19. 03:56
딱따구리는 술 사준다고 해놓고 왜 가만히 있는가.
그... 입에 물고 있는 벌레는 잠시 내려놓고 말해 봐라.

대만에서 사스 환자 발견. 대만 여행의 적기가 되려나.

아름다운 가게와 행복한 책읽기가 KBS하고 짜고 서울역 앞에서 책 판매 바자를 하는 것 같다. 정크SF에는 아무 얘기도 안 올라온 것을 보면 sf 커뮤니티 사이트로서의 정크sf가 맛이 간건지 아니면 옛날 정크 sf 생각해서 겁을 집어먹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정크sf야 개편할 때마다 점점 개판이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고 저 모양새면 12월 23일 6시 30분쯤 망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운영자의 정신 상태와 이제서야 완벽하게 일치하게 된 것인지도 -- 살아 있는 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죽었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좀비스러운 상태. 책이나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처분할까? 인정상 가봐야지 어쩌겠어.

아마도 어젯밤이었을 것이다. 사당역 근처에 있는 부산오뎅에 가서 정종 대포나 마셔볼까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추운 거리에서 이리저리 술집을 옮기면서 간간이 들러 문을 열어 볼 때마다 사람들로 미어터져 발디딜 틈이 없었다. 두 가게가 모두 그랬다. 좋지 않다. 처음 보는 아가씨한테 어린 시절에 먹었던 무우 맛을 그대로 맛보게 해주기만 한다면 어찌어찌 하겠다는 따위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뭘 어쩌겠다고 말한 거지? 다른 야채는 안 그런데 유독 무우 맛만 달라진 이유는 뭘까. 비록 술 담배에 쩔었어도 '고향의 맛'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맛있던 음식에 관한 기억은, 사귀었던 여자에 관한 기억보다 오래가는 것이 틀림없다.

3일 동안 호스팅을 하는 cafe24.com의 서비스 관리자와 3일 전의 트래픽 초과에 관한 얘기를 했다. 간단히 한 마디 해주면 금방 알아먹을 것을 편지가 여섯 통이 오고가서야 사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했다.

엘 마리아치의 후편으로 짐작되는 once upon a time in mexico를 낄낄거리면서 재밌게 봤다. 영화를 보면서 노트북의 os를 xp로 바꿨다. 2시간이나 걸린 작업이지만 영문 xp pro를 설치해서인지 한글판처럼 폰트 캐싱에 많은 메모리를 소비하지 않아 속도가 빨라 보인다. 어쩌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도.

핫 둘 셋 넷 이 세상에 기쁜 꿈 있으니 가득한 사랑의 눈을 내리고 우리 사랑에 노래 있다면 아름다운 생 찾으리다. 이 세상에 슬픈 꿈 있으니 외로운 마음의 비를 내리고 우리 그리움에 날개 있다면 상념의 방랑자 되리라. 이 내 마음 다하도록 일을 한다면 슬픔과 피로 뿐이네. 이 내 온정 다바쳐서 삽질 한다면 허무와 당혹 뿐이네. 내가 말 없는 기술자라면 연말엔 일을 하겠소.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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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상은 아닌데.

잡기 2003. 12. 18. 10:10
앨범이 없다. 웹에 사진을 잔뜩 올려놓은 적이 있었다. 사진들을 왜 올려놓았냐는 얘기를 예전에 들은 것 같다. 마땅한 대답이 없었는데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 주셨다. 1. 여자 꼬실려고 그러지? 그래 많이 꼬셨다. 2. 자의식이 강한 거 아니야? 강하다.


2000/3/7 이게 여자 꼬시려고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진 같나? 잘도 꼬셔지겠다.




2000/8/1 for you 라고 말했다...


2001/7/20 여권 사진. 좀 웃어봐라 씹딱꿍아. 그래서 왼쪽 사진을 개량했다. 호러물 아니다.

대략 5000장 가량 찍은 여행 사진 중 얼굴이 들어간 사진은 20장이 채 안된다. 얼굴이 안 받쳐줘서 안 찍었다. 워낙 인물 사진을 못 찍어서 그런 탓도 있고.



1번은 여행 초기, 멀쩡했고 만사가 제대로 돌아갈 무렵 중국의 어떤 티베탄 마을에서 잘 곳이 없어 헤마다가 들어갔던 집의 젊은 샤오지에가 찍어준 사진이다. 발 닦을 따뜻한 물을 갖다줬다.

2번은 중국을 나가기 전, 따리에서 찍은 것이다. 지나가던 관광객에게 부탁해서 찍었다. 이때부터 맛이 가기 시작했다.

3번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뻑치기한테 당해 이빨이 부러지고 찍은 사진이다. 저 해맑은 웃음을 볼 때면 살맛이 났다.

4번은 앙코르와트를 돌아다니다가 방콕에 도착해 찍은 사진이다. 인상 참...

5번은 코 피피에서 다이빙하러 나갈 때 찍은 사진이다. 다이빙은 해서 뭐 하나. 뭐 그런 표정이다. 수영 하라길래 죽을 뻔 했고, 조류가 강해 이리저리 떠밀려 다녔다.

6번은 라메스와람에서 찍은 사진이다. 하시시를 빨아대서인지 맛이 좀 갔다. 어제 올린 바바 사진과 같은 날 찍은 것이다.

7번은 이란에서 사막을 횡단할 때 찍은 사진이다.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8번은 엘 살바도르에서 칼 들고 설치던 녀석을 두들겨 패고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찍은 사진이다. 분위기가 워낙 살벌한 동네라 눈에 힘주고 불량배처럼 하고 다녔다.

9번은 과떼말라에서 찍은 사진 같다. 유적지에서 팔자 늘어진 강아지처럼 빈둥거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외국인이 굳이 사진 찍어 주겠다며 찍어줬다. 외국에서 머리만 깎았다 하면 늘 영구 대가리가 되어 몹시 섭섭했다.

1번에서 갖은 고생 끝에 9번 안면으로 탈바꿈 했다. 1-9번은 우리 집안의 피가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여러 번 섞였음을 반증한다.

웹에 얼굴 올리고 좀 망가지면 어때. 저것들은 내가 가진 나에 관한 유일한 사진이다. 서버가 뽀작나면 유통기간도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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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죽일 놈들

잡기 2003. 12. 17. 04:19
"A = A + 1을 평가하면 어떤 값이 나오지?" 라고 물었다.
"A + 1이요" 라고 대답했다.

3초간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질문한다. "그러니까 A = A + 1을 평가하면 어떤 값이 나오는 거야?" 라고 참을성있게 묻는다. "A + 1이죠" 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리고 심난해지고 말았다. 정확한 산술적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질문은 논리적으로 옳고 답변은 엄밀하게 정확했다. 러셀이 풀었는지 튜링이 이 문제를 풀었는지 지금은 가물가물하기만 했다.

드디어 보드와 타이밍을 맞췄다. 빙고. 하이 파이브 한 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안 했다. 왜 하나. 당연히 맞아야 하는건데. 짜장면을 시켜 먹고 서울로 돌아가는 차를 탔다. 샤워하고 맥주 한 잔 마셨다. 일이 잘 되어 기분이 좋아서 A + 0을 발견한 탓인지 계산만큼은 항상 정확했던 인도의, 인도 영화 동영상을 봤다.

Chitra, Raat Ka Nasha (6:50) 17MB

파키스탄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선물로 준 cd에서 가공한 동영상. 카불에서 만든 불법복제 cd. -_-; Asoka, 인도를 통일한(다시 말해 인도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던) 위대한 아쇼카 왕의 일대기를 담은 2001년 영화. 인도에서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샤루 칸 Shahrukh Khan과 카레나 카푸르 Kareena Kapoor 주연. 춤, 노래, 음악, 화려함, 재미, 감동 그 어떤 면에서도 헐리웃 뮤지컬은 인도 영화보다 재미가 없다.

개중 '바바'는 가장 재밌게 본 인도 영화였다.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외수 책에 그런 말이 있었다. '길에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쳐 죽이고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쳐 죽였다. 어... 그런데 깜빡 잊고 나를 쳐 죽이는 것을 잊었네?'


영화가 아주 끝내줬다. 사진은 벽에 그려놓은 대형 포스터. 다리 곁의 핏자국은 저 신성한 사진에 어떤 새끼가 빤 뱉어놓은 자국. 영화가 하도 재미있어서 맨날 저 폼을 흉내내고 다녔다. 지각있는 시민들이라면, 대번에 알아보고 나를 바바라고 불렀다.


2002년 9월 7일 오후 10시 24분 촬영. 의젓하군. 여차하면 우주도 구하겠는걸?

성수로 66번 몸을 씻고 쓰디쓴 잎을 입술에 문 채 지성소에서 그들의 쳐죽일 신을 만난 날. 평생 잊지 못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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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재즈

잡기 2003. 12. 16. 02:20
김윤환이 죽었고 이회창은 뒤집어 쓰겠다고 작정하고 노무현은 늘 그렇듯이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어... 정말 격동의 한국이다.

트래픽 제한으로 홈페이지가 잠시 멎었다. 올해 벌써 두 번째. 카페24 호스팅 서비스 메뉴에서 확인해 보니 어제의 총 트래픽은 190MB 가량이었다. 원래 리밋은 500MB였다. 이 김에 호스팅 업체를 옮길까? url이 검색엔진에 알려져서 그렇잖아도 곤란한데.

살펴보니 가장 많이 다운받아 듣는 노래가 living next door to alice 였다. 하이테크 프로그래시브가 올디스 앨리스에 밀렸다. 지당한 현상인가. '고려바위' 사이트에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잊어버렸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유즈넷 뉴스에서 벌어지는 잡다한 논쟁과 음악에 관한 소개를 읽으며 즐겼던 것 같다. 여러 면에서 준 것 없이 받기만 해 고마운 사람들이지만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었고 감상회 한번 나가본 적도 없었다. 그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메탈과 프로그레시브만 듣고 있지 않았을까? 메탈 역시 점점 멀리했다. 메탈 때문에 귀가 망가졌다. 지금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그래서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뭐라고 그런 거야!! 크게 말해! 하고.

고려바위에서 훔쳐온 노래. Trio Toykeat, Vanhojapoikia Viiksekkaita 3:45

재즈를 잘 듣지 못했다. 커피를 마셔 보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신 것은 대략 1개월 전쯤이었는데 귓가에 심장 뛰는 소리가 쿵쿵 울리고 술잔을 잡은 손이 미끌거렸다.

말카 아저씨는 트랜드와 패션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패션 쪽이니까 굳이 트랜드 따위에 신경쓰지 말라고 충고해 주기도 했다. 암 패션이고 말고. 옷을 춘천에 놔두고 왔다. 지금 생각났다.

블로그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된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뭐 하나 골라보려고 했는데 딱히 확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 사이트는 노미네이트 축에도 끼지 못했다. 대한항공 사진 공모전에 출품했던 사진도 떨어졌고 올해도 '경품운'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바닥을 쳤다. 이런 우울한 상황은 맛있는 곱창을 먹기만 하면 금새 해결될 것이다. 또는, 오뎅에 정종을 이빠이 마시거나.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군. 흠... 정말 좋은걸.

마산아구찜의 해물찜은 명작이었다.

메모: http://www.opencore.org soc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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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갔다. 몇년 만이라 깜빡 잊고 있었다. 표에 표시된 출발시각은 무시해도 된다는 점을. 차에서 내리자 자극적인 공기 냄새가 났다. 마약 빨듯이 콧속으로 깊이 빨아들였다. 이 공기맛이란... 진짜 공기맛이 나는 공기란... 게다가 더럽게 추웠다. 기억 속의 춘천도, 실존하는 춘천도 늘상 추웠다. 심리적으로 -10도가 제대로 유지되었으므로 머리도 차갑고 심장도 차가웠다. 오버했나?

자다 깨보니 지리가 생경하다. 전화를 걸기 전에 거리를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2년 만에 내려왔다. 지나가던 여자가 길을 물었다. 왜 묻지? 나도 모르는데. 내가 모른다는 점을 그는 몰랐다. 그리고 여자들은 항상 길에서 헤메다녔다. 나도 모르지만 어느 도시에 떨어지건 누군가 내게 길을 물었다. 미안한 표정을 짓고 정직하게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철이 들었다. 몸에는 아랍인의 피가 10%, 남아시아인의 피가 30%, 인디안의 피도, 벵골의 피와 몽골의 피와 메스티소의 피 역시, 그리고 투르크 피도 조금쯤 섞여 있었다. 코카서스만 빼고는 다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도 자기정체성 문제로 고민한 적이 없다는 것은 어지간히 뻔뻔해서가 아닐까? 그런데 유럽의 피가 흘러줘야 진정 국제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 국제화 시대에 발 맞춰 나가는 것은 국지적 최적화 만큼이나 피곤한 일이다. 자기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고민: 언젠가는 내가 모르페우스라고 불리울 날도 있을 것이다. '천식은 커녕 무좀 조차 걸리지 않는 지독한 파에드로스', '그대의 꿈을 정녕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모르페우스', 뭐 그런 식으로. 머리를 한 대 세게 쳤다. '진짜 소박하고 사심 없는 루크' 나 '갸날픈 새마음 루크'가 더 마음에 들었다. 꼴까타(캘커타)에서 '나를 태워 세상을 밝히는 모임'에 속해 있다는 양반을 만났다. 그 모임이 잿더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같아 보였지만 '나를 태워 세상을 밝히는 루크'도 일단은 멋있어 보였다. 자기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생각보다 재밌네? 나는 뭘까? 알아서 뭐할까?

청구서적에 들어가 책을 보는 척 했다. 스키즈매트릭스나 안티 아이스나, 아니면 멋진 징조들 같은 책은 자기정체성에 관한 고민보다 재미가 없었다. '진짜 소박하고 사심 없는 루크'는 멋진 징조들이 전혀 웃기지가 않았고 심지어 읽다가 졸기도 했다. 엄마가 책을 고르는 동안 아이가 계단에서 깡총깡총 뛰고 있었다. 연인들이 책을 고른다. 책들은 분류가 잘 되어 있었다. 마음에 꼭 드는 분류였다. 매장 직원은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지금이야 상당히 작고 아담하게 여겨지는 청구서적이 어린 시절 세계의 바깥 경계선이었던 것 같다. 음... 여기서 책을 몇 권이나 훔쳤더라? '세계로부터 지식을 훔치고 꼬불쳐 먹은 후 시치미를 떼고 있는 루크'도 썩 괜찮아 보였다.

거리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니 하오마, 나도 모르게 인사가 튀어 나왔고 그들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삿말을 건넨다. 왜 이렇게 중국인이 많은걸까? 가을연가인지 겨울연가인지 하는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찾아온 사람들이란다. 무슨 드라마이길래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렸을까? 중국인들에게 충고하고 싶다. 막막하게 안개가 낀 새벽에 음주 상태로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걸어봐야 이 도시의 마술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그외에는 좆도 아니고. 안개 속을 헤메면서 실핏줄까지 흘러가는 이국의 피와 자기정체성에 관해 고민해 보는 것도 낭만적일 것 같다. 생각해보니까 나는 이기종간 호환성이 뛰어난 제품이지 않을까 싶었다.

애들이 꽥꽥 소리를 지르며 나다니는 거리에서 삼십분을 떨다가 상기형을 만났다. 닭갈비를 먹으러 가잔다. 닭갈비라... 그것도 명동 한복판의 맛 없는 닭갈비집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더 좋지 않을까... 을씨년스러운 밤이다. 상기형 집에서 한 잔 더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틀어놓고 나는 춤을 추었고 두 형은 기생집에 가야 한다며 방바닥에서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다. 십년이 지났건만 우리는 늘 강아지처럼 싸웠다. 내가 술 먹고 어떻게 된건지 기생집 얘기에 눈알을 반짝였다나? 그럴리가. 대자로 뻗어버린 상기형을 질질 끌고 가 잠자리에 누였다.

깨어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황당했다. 이외수의 책과 양주병이 굴러다니는 방이었다. 책 제목이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이었다. 그는 자기 책에 어떤 기사를 인용하면서 춘천의 안개가 심각하게 오염되었고 조금만 더 지나면 사람들이 안개에 질식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개속에서 몸부림을 치면서 질식사하는 사람들의 어렴풋한 실루엣을 상상했다. 모세의 불길한 저주처럼 안개는 가가호호로 파고 들어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잠재운다. 거리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속이 느글거리는데 쟈스민 차를 마시니 더 느글거렸다. 술 먹은 다음날 쟈스민 차 같을 것을 내오는 것은 그다지 우아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저기. 응? 저기, 네가 살던 곳. 응. 내가 살던 곳. (그리고 이 길은 내가 도둑 고양이를 죽여 내장을 꺼내 길바닥에 늘어놓았던 곳) 우리는 택시에서 내리면서 택시 기사에게 공손하게, 잘 먹었습니다 라고 인사했다. 광철이형을 만나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전날 먹은 술 때문에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우리는 멍하니 앉아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다 큰 어른들이 식당에 앉아 입맛을 쩝쩝 다시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은 초현실적이었다.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이 잘 내다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모포를 뒤집어 쓴 채 해협 건너편에서 쏘아올리는 신년맞이 불꽃 놀이를 보았다. 좋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분이 나아졌다. 이게 백번째 블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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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 너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이제 우리가 길에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갈림길에서 나는 두번째 토끼를 쫓기로 했다. 장송곡 대신 네가 좋아하던 노래를 틀어줄께. 잘 가라. 헤르메스가 늘 함께하길.

Goran / Bregovic, Arizona Dream (OST) - This is a Film (4:16)

늙은 소년들과 함께 극장에 앉아 졸면서 올드보이즈를 보고 있는 동안 0x052 가 에스엠에스를 보내주셨다. '메이 히즈 그레이스 샤인 어폰 유 인 얼 유 두, 샬롬.' 누가 보낸 메시지지? 샬롬은 이스라엘 호모같은 놈들이 밤낮으로 중얼거리는 인삿말인 것 같은데.

사스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사슴 고기를 언급하자 내가 반쯤 미쳤다고 생각했다. 사스케를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사스케는 누굴까? 올드보이즈는 일본인들의 심각한 정신 지체를 말과 기억의 문제로 태연하게 바꿔 놓았다. 어쨌거나 영화는 연극적으로 잘만 돌아갔고 최민식은 베르사체 선글래스를 낀 채 뱃대기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다니는 전인권 처럼 보였다. '웃어라. 만인이 웃을 것이다. 울어라. 그대는 혼자 울게 될 것이다.' 많이 웃었다.

달랏의 사랑의 계곡에서 만난 해골처럼 생긴 일본 여자애가 있었다. 그녀도 거개 일본인들처럼 나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온갖 병이란 병을 두루 섭렵하고 다녔다. 참 희안한 여행이었다. 말라리아, 식중독, 알러지, 황열병, 댕기열, 일사병, 열대증후군, 특히 그녀가 '체험한' 말라리라의 다양성에는 기가 질렸는데 이런 식이었다. 저번에 걸린 말라리아하고는 미묘하게 증세가 달랐어. 후에의 뱃머리에서 다시 만났던가, 후에에서 먼저 만나고 달랏에서 다시 만났을 것이다. 어쨌건 달랏의 아름다운 호숫가에는 커다란 둥근 달이 떠 있었다. 그녀에게 병을 치료하고 싶은가, 애당초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많은 남자를 만나 키스를 하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믿지 못하겠는지 깔깔 웃었다. 내가 자기한테 뽀뽀하고 싶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글쎄다. 키스는 타인과 타액을 교환함으로서 면역 글로브린 생성에 도움을 준다. 타인은 외계인, 병원체, 그리고 악이 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함께 부르며 여러 심심한 미치광이들과 마찬가지로 여행 중에는 나도 희안한 궤변을 정성껏 생산했고 그 얘기들 중 일부가 인기리에 떠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음... 갑자기 생각해 내려니 기억이 안나는데... 남자와 달리 여자는 살, 아니, 삶 덩어리다. 이러저러 자질구레한 이유 때문이다. 내 말에 동의하는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럼 이어서, 따라서 진정으로 삶을 추구하는 자는 마땅히 여자를 쫓아야 한다. 앞뒤가 연결되기만 하면 뭐든지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에게 잘 먹혀 들어갔다. 나 같으면 그저 여자를 쫓아다녀야 한다는 점이 상당히 분통 터진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나서, 내가 삶과의 관계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고 고백한 후, 단속 평형 타입 코카 콜라 유전자나 양자역학적 연애관계에 관한 내 새로운 가설이나 최근에 섭렵한 '콩점수'에 관한 보다 발전된 모델을 제시할 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어려워서 못 알아들을 것 같은데 십대 십새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콩점수란, 외국인과 자면 100점, 연애인과 자면 100점, 결혼을 앞둔 처녀와 자면 50점, 여자친구와 자면 1점, 아줌마와 자면 -20점, 창녀와 자면 -5점, 집에서 딸딸이를 치면 -1점씩 메겨지는 점수 체계를 말한다. 이것만으로는 거의 모든 남자가 -200 점 이상을 얻기 어려워지는 불합리성이 존재하므로 자존심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일단의 강력한 조정이 필요하다. 각자가 현실성있는 모델을 궁리한 후 다 함께 고득점의 길, 살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경주하기로 하자. 얘들아 힘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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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봐

잡기 2003. 12. 12. 02:19
저번주 토요일이던가? 피자를 두 판 시켜 먹으면서 '전투요정 유키카제' 1~3화를 봤다. 연말은 다가오는데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못해 그동안 히주그레 뭉개져 있었는데, 유키카제는 올해 본 애니중 단연 최고였다. 가슴이 후련해졌다. 메카닉과 공중전투씬의 묘사가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다. 가오 잡느라 스토리는 완전히 정신 나갔지만 박진감 넘치는 3d 전투씬을 보며 우어어 소리를 질렀다. 대체 무슨 기술이길래 이륙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초음속으로 총알처럼 날아가는 멋지구리한 전투기가 있단 말이냐... 완전히 미친 인공지능은 비행사의 안전을 전혀 고려치 않아 주인공에게 GGGGGGGG의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그래도 주인공은 레드아웃, 화이트아웃 한 번 없이 정말 멀쩡했다. 사소한 단점은 생각하지 말자. 이 애니는 고도로 발달한 전투기가 주인공이지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불타는 하늘'의 '유키카제' 소개

경험 두려워 하는 사람 수명 짧다 -- 자꾸 쥐에 빗대지 말았으면 좋겠어. 쥐들은 학문의 미답지에 용감하게 앞발을 내밀지 못하잖아. 쥐들 중 몇몇이 평생 가보지도 못할 우주와 우주 여행에 열광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붉은 돼지 포스터를 시내에서 봤다. 멋적게도 어떤 아저씨가 연상되었다. 예쁜 여자들을 많이 사귀어 경험없고 명 짧은 쥐 취급 당하지 않기를 빌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사슴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프로젝트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는 형편. 마치 머리를 바이스에 물려놓은 것 같다. 생각 좀 해 보자. 옵션은 무엇 무엇 있는지.

미얀마 유행가 - 신자찌(3:48)

뾰매 / 뾰
발로웃 네달래..꽈? / 어쿠 흐마 노 다
꼬멀리 가 도 뾰비 / 밍 저가 머싱부
폰 대가 짜짜니배 꼬멀리리 / 릴리?
호 배 찬가 꼬멀리 과 띠라? / 아~
응아 발로 야멀래 머띠부! / 응아 마팅바부!

뾸라잇 송퍗 켈 니바대 꼬 똬 뙈 보 어딴 배 짜대 멩글리고
쎄잇 가도 팅 대 뚜 리 배로 호니가도 뿅 뺘달로
응아 밸로 어 싸쀼보 쎄잇까 켓케케게 뙈야비
뚜 미 아웅 씨 툇찌도 밍가 요요리배 흐렛찌디

...

다소잉 응아 배로 로웃 말래 / 신자찌
디로 짜자니잉 핏 멀라 / 신자찌
디 어따잉 배 찌 찌 똬로 캣대 / 신자찌
디 어체잉 흐마 닝 잉 네다 까웅멀라? / 신자찌
어뾰잉 네먀 가 마야 됄라 / 신자찌
다소잉 바 하 어칫레 / 신자찌
쒜 로웃 로 유 똬라웃 또 / 신자찌
삔 진대 배두 쇼웃 멀래

가사 번역 일부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나? / 생각해 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까? / 대가리를 써 봐
이대로 가면 힘들어 / 머리를 굴려 봐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까? / 깡통을 써 봐
그녀의 웃음이 가식일까? / 생각해 봐
그러면 사랑이 뭐냐? / 생각해 봐
중독 되는 것은 미친 짓이야. /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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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공유기 및 LCD 판매

잡기 2003. 12. 10. 11:10
=== 유니콘 HIP-400PLUS (4port 10Mbps, Printer 공유) 3만원 ===

유선 공유기입니다. 다나와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가장 싼 것이 49000원입니다. 프린터 공유가 가능합니다. 그것 밖에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IP 공유기와 어댑터 뿐입니다. 드라이버와 매뉴얼은 http://www.eunicorn.co.kr에서 다운 받으면 됩니다. 쓰던 것이고 집에서 일없이 굴러다니는 것이 안타까와 내놓습니다.

ㆍ사 이 즈 : 168 x 108 x 30㎣
ㆍ무 게 : 283.5 g
ㆍ전 원 : AC 100~240V / 50~60Hz
ㆍWAN포트 : RJ-11 포트(1개)
ㆍWAN포트 접속: 10/100Mbps(IEEE 802.3 10BaseT/IEE802.3u/100base)
ㆍLAN포트 : RJ-11 포트(4개)
ㆍLAN포트 접속 : 10/100Mbps Dual Speed Switch(IEEE 802.3, IEE802.3u 10BaseT)
ㆍPrinter 포트 : Female DB25(1개)
ㆍ최대사용자수 : 253명
ㆍClient OS : Window NT, 95, 98, 2000, XP, Mac 7.0 and higher, UNIX

=== 10.4인치 LCD 10만원 ===

구매가 57만원인데 연한이 된 것이라 싸게 판매합니다. 불량 도트는 없습니다. 케이스가 없으므로 필요하다면 케이스는 조립해 넣어야 합니다. 랙 마운팅에 장착해서 주 모니터와 함께 보조 모니터로 쓰던 것입니다(랙 마운팅은 현재 없습니다). 빔 프로젝터나 자동차에 설치한 컴퓨터의 모니터 등으로 활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LG LP121S2 10.4" 800x600 18bit TFT 3.3V. & 백라이트
- AD 보드(VGA 단자)
- 파워 서플라이220V/12V & 5V
- VGA Cable (5m) PC와 AD 보드 연결

반품 불가 합니다. paedros at empal dot com으로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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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겐노데쓰

잡기 2003. 12. 10. 03:47
번번이 golden section notes를 노트북에 설치한다는 것을 잊었다. 인디언들이 자신의 기나긴 이름과 조상의 역사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머리 속에 담아가지고 다니는, 더도 덜도 없는 완벽한 포터빌리티를 쌩으로 구현하고 있다면, 나는 정보를 인터넷에 분산 저장해 놓고 그것들을 잃어버릴 때마다 기억을 잃어버렸다. 각종 잡스승들의 충고에 따라 생각없이 살아 골빈 놈이 된지도 오래되었다. 골빈 놈이 되어 행복하긴 한데,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자꾸 잊어버리는 상황이 그다지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다.

adr = (adr & 0xff0000) | ((adr & 0x7fff) << 1);

오늘 한 일은 저것이 전부였다. 하드웨어의 수정을 가장 적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 최종 결과가 간단하지만 아폴로 13호를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해 골판지로 필터를 만드는 것에 필적하는 노력이 들었다. 라고... 엄살을 부려본다.

얼마전에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위키를 사용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생각난 김에 적자.

wikix의 '누가 위키를?' 이란 글을 보았다. 나는 wikiX가 일없이 복잡하다고 욕한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 글이 그날 바로 wikix의 rss syndicate page에 올라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쪽 팔리게. wikiX는 여러 위키 중에 아마도 유일하게 매크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했다. wikiX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지만 나하고는 개념이 안 맞았다. 대신 moniwki를 한동안 보고 있었다. gyparkwiki 수준의 편리함을 수용한다면 그쪽으로 옮길만 했다. 속도가 매우 빨랐다. gyparkwiki는 perl을 사용하므로 서버 부하가 있고 rcs를 사용하지 않아 코딩으로 때운 부분이 많다. gyparkwiki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그 정도면 만족스럽고 훌륭했다. 손에 익은 위키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편하게 여겨지는 걸까? 글쎄다.

블로그와 위키:

위키는 제2세대 웹, 블로그는 3세대 웹이라 칭해짐. 훗날 별 대책없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 궁리만 하는 시멘틱 웹같은 이모 저모 뜯어봐도 '개소리' 같아 보이는 기술이 갑자기 짠 하고 등장하면 사정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블로그의 장점: 개인화 지향, 저널링(온라인 일기장)
위키의 장점: team base, term base, versioning, journaling.

방식의 차이: 위키는 블로그와 달리 협업 모델을 지향. 개인이 위키를 사용한다면 마인드맵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블로그는 뭘 하자는 건지 성격이 빈약. 그래서 늘 아이덴티티 문제에 시달린다. 이제는 다들 귀찮은지 생각을 관두고 블로그질에 열중하는 모양새.

블로그의 단점: 텀이 없음. 에디터가 빈약. 단순한 카테고리. 보면 볼수록 정 떨어지고 시시하다. 개개인이 만들어 놓은 지저분한 블로그 페이지를 볼 때면 더더군다나. 아. 내 페이지도 거기에 해당하나? 그게 무슨 상관이야? 말이라도 똑바로 해야지.
위키의 단점: 개나소나 에디트할 수 있다? 그걸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별로 없거나, 아예 없음. 위키 덕에 2년 동안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게 되어 아래한글과 microsoft word 사용법을 잊어버릴 지경이 되었는데, 평생 사용할 것 같은 지극히 종속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도구라는 단점이 있다.

블로그의 특장점: 비즈니스 모델을 갖다 붙이기 좋음. 소위 빨지산 블로거들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단히 심한 닭살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커뮤니티 사이트에 시원한 탈출구가 되었다. 나하고는, 그리고 블로그질을 하는 다른 사람들 하고 별 상관없는 얘기인데 왜 블로그의 '철학'을 배반한다며 싫어하는걸까? 블로그가 그렇게 신성한건가? 취향 탓이겠지.

위키의 특장점: 애당초 '백과사전'을 지향했던 원래 목표와는 달리, robot exclusion rule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검색 엔진에서 조차 외면당했다. 상당히 끝내주는 장점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위키와 블로그는 개념상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그런데 위키를 개인화하면 어떨까. 위키를 공동작업의 문서도구로 사용하면 어떻게 되나. 블로그를 보고 있노라면 매트릭스 1편에서 각자의 꿈 에너지를 빨아 먹으며 유지된다는 기계가 생각났다. 블로그질을 한다는 이유로 헌혈하듯이 봉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블로그질 하는 사람들의 하루에도 수천 개가 넘는 글 중 영양가가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예전 하이텔의 큰마을(?) 게시판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정보 사냥개의 입장에서는 블로그처럼 신호대 잡음비가 처참한 케이스도 없어 보였다. 큰마을(젠장 이름이 생각안나네)처럼 글빨 좀 있으면 논객 소릴 듣는다. 논객의 여러 특수성 마저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

나는 왜 온라인에 일기장을 쓰나? 블로그질을 하면 전화질을 안 해도 된다. 내가 살아 있으며, 심지어 잘 살아있다는 것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매체는 없다. 그래서 내 블로그는 마지막 엔트리 하나만 출력되고 커멘트에 응답도 안한다. 내용도 없고 주제도 없다. 살아서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소리만 들리는 정도다.

아참,
고객관리는 사양.


인간이란 말의 상당히 멋진 점은 인과 인 사이에 너른 공간이, 텔레파시나 그것보다 기술적으로 후진 전파로 충만한 공간이 있음을 상정하기 때문이었다. 7000년 중국 역사에서 선인은 인간이 무얼 의미하는 지를 직관했고 그것이 당분간(7000년) 영원하다는 사실에 자족했으리라 짐작한다. 공간이 있기에 텔레파시가 통할 수 있고(궤변이다), 공간이 있기에 사람은 서로에게 가까워 지거나 멀어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하여튼 그래서 비록 중국인들이 자국에서 떡머리로 지저분하게 돌아다녀도 인간이란 단어를 발명한 천재성만큼은 인정했다. 그에 반해 서양의 men은 m과 n 사이에 e가 볼썽사납게 끼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human은 한숨소리처럼 들렸다.

블로그를 잠자는 중에 다 써 버려서 더 쓸 것도 없다. 꿈속에서 뭔가를 하면 다음날 작업량이 줄어 기분 좋긴 한데, 블로그까지 쓸 건 없었잖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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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p news update

잡기 2003. 12. 6. 01:14
phpnews를 수정해서 rss 페이지 역시 표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bloggers 페이지. '묻지마' 뉴스.
<LINK REL="SHORTCUT ICON" HREF="/rtbc.ico">

그런데 저 태그가 안 먹는 이유를 모르겠다. 옛날 옛날 남인도 어느 사원의 성스러운 내부 성소에서 본 괴상한 마크, 태극을 연상시키던 것을 형상화 해 봤는데...

태양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유럽의 늙고 시들한 자지들과 한국의 공무원 자지들이 휴가를 맞아 전세기를 타고 개떼처럼 태국으로 몰려가 갈색 피부의 젊은 태국 여자를 품에 안을 시간이 임박했다. 힘껏 조롱하고 싶지만, 그보다는 다들 힘내라.

출출한데 스파게티나 만들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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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블로그

잡기 2003. 12. 5. 18:19
entry 93개, comments 341개, 코멘트에 대한 내 답변은 20개도 안 되는 것 같다. 답변을 한 기억이 없다. 꽤 불친절한 블로그라서, 나마저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최병렬 아저씨가 단식을 중단했네? 계속하시지. 계속, 죽을 때까지. 그럼 행복할텐데. / 영등포 향군회는 '우리는 파병을 적극 지지한다'라는 플랭카드를 걸어 두었다. 오다가다 볼 때마다 이 나라가 왜 이 모양이 되어 가나 하는 해괴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종류든 떼거리를 싫어했다. 설령 그것이 전쟁 반대를 시위하는 시민들의 조용한 모임이라 해도.

pda폰 검색. wince 4.2 .net 버전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스스로를 아무리 뜯어 맞춰보려고 해도 wince는 내게 안 맞는다. 세상에 처음 나온 당시부터 그 놈에 os는 정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30만원쯤 할 것 같은 gmate의 yopy 중고로 미련없이 전향했다. wince .net을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pda를 보이콧하고 싶어졌으니까. 요피는 리눅스로 작동하고, 키보드가 달려 있었다. 심지어 apache와 mysql을 띄울 수 있었다. 키보드로 터미널을 띄워 소스를 작성하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그대로 받으면 될 것 같다. 저 크기면 폼이 참 안 나오겠는걸? 당장은 매물이 안 보여서 천천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책 네 권에 55800, 저번에 산 책 두권 때문에 생긴 마일리지 10908와 오케이 캐시백 11580포인트를 사용해서 33312원에 결재했다. 그리고 다시 마일리지가 7371원 쌓였다. ypbook.com에서 뒤져보면 온라인 서점 중에서 cosbook.com이 싸고 마일리지도 많았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yes24.com이 알라딘보다 항상 싸서 책의 대부분을 yes24에서 구매했던 것 같다. 책은 알라딘에서 확인하고 매번 다른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산 셈이다.



믿어지지 않아 떼어 놓고 본 그림:



언젠가 읽은 기사에서 한국의 해장국을 뉴욕 신문이 '마녀의 수프'라고 소개했다는 내용을 읽었다. 마녀의 수프라니, 표현 괜찮아 뵌다. 먹고나면 몸이 따뜻해지고 열린 땀구멍으로 땀이 펑펑 흘러 나오고 간밤에 잃어버린 정기를 되찾아 준다는 점에서. 어떤 한국인 요리사가 마녀의 수프를 그들의 입맛에 맞춰 판매하고 있는데 의외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애석하게도 그들 입맛에 맞춘 해장국이라 니주가리 씹빠빠한 맛이 날 것 같았고 행여라도 타지에서 니주가리 씹빠빠한 맛이 나는 퓨전 해장국을 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 뿐더러 니주가리 씹빠빠한 해장국을 먹는 사람들이 어째 불쌍하게 여겨지기만 했다. 널리 유행하는 퓨전 음식을 이도 저도 아닌 잡동사니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너무 아파 멍하니 앉아 있었다. 유씨 아저씨는 어젯밤 함께 술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트북을 잃어버렸다. 나는 이론상 불알 두 쪽 밖에 가진 것이 없으므로 잃을 것이 없다.

주방으로 어기적 어기적 기어가서 밥을 하고 해장국을 만들어 먹었다. 반쯤 제정신이 아닌데도 항상 밥을 해서 차려 먹는 자신이 대견하다. 보통 지독한 정신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 같다. 밥 먹고나니 어지러워서 털썩 쓰러져 두어 시간쯤 잤다. 그런데 왠일인지 어제까지만 해도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부은 편도선과 감기 몸살 기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통약과 가벼운 항생제를 한 번 먹었다. 그것들을 삼키고 소주를 힘차게 완샷하면... 낫는 것일까... 요지경일세. 출출해서 1500원짜리 짜장면을 사 먹었다.

유씨 아저씨한테 curl을 알려 줬더니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curl이 할 수 있는 일은 웹에 로긴하거나 https 사이트를 긁어오는 것 따위였다. 웹 호스팅 업체에서는 php를 curl과 함께 링크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시들해졌다. wget으로 쿠키를 사용해 로긴해야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는 테스트를 하다가 성공은 했지만 그것도 시들해졌다. 유씨한테 계정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노트북을 잃어버려서 제정신이 아닐텐지만.

엊그제 들른 건강보험 관리공단의 내 기록에 등록된 재산은 1만원이었다. 거지들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잠깐, 건강보험이 의무라면 거지들에게도 보험증이 있어야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관리공단은 거지들이 구걸해서 번 돈을 삥 뜯어먹는 파렴치한 짓까지 해서 올해 수조 원에 달하는 흑자를 본 것일지도. 3일전 건강보험 관리공단 건물에서 빠져 나올 때 이 나라에서 내 주민등록 기록을 말소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외국에 나가 죽었다고 허위 신고하고 슬쩍 밀입국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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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날픈 날개짓

잡기 2003. 12. 4. 01:16
책을 써낸다는 것은 워낙 대단한 일이라서인지 어떤 종류의 책을 써도 책 자체가 욕을 먹는 일이 없다는 점이 희안했다. 도서 구매자가 책 내용 때문에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거나 선전에 속아 구매한 과대 포장된 책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지불한 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품을 요구하거나, 소비자 보호원에 고발하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잘 뒤져보면 그런 '용기'있는 사례가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쓸모없는 책을 끝까지 읽어주느라 허비한 소중한 인생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출판사가 그 책을 낸 것은 나와는 다른 가치규준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왠지 머저리 같아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그가 나와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책을 읽고 전혀 다른 하늘을 언급하는 사람은 내가 미처 느껴보지 못한 진정한 영혼의 떨림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거나, 외계인들이 끼리끼리 노는 것일께다. :)

wdm 드라이버에 문제가 있다는 전언을 들었다. 소스를 살펴 보았지만 잘못될 만한 구석이 없었다. 아무리 소스를 뒤져봐도 잘못될 구석이 없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문제가 심각한 관계로 머리를 식히러 바깥에 나가 술을 마셨다. 문제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한 거리를 두고 딴전을 피우며 술자리에서 '액면가'에 관해 열을 올리다가 맛이 가서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뻗었다.

액면가란 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진정성, 신뢰성, 내구성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그의 내부 기작과 사회적 인터페이스가 바늘로 기운 듯한 엉성한 자국 없이 일관성이 있고 선형 입출력 특성을 보이는 타입을 말했다. 하여튼 나는 액면가지만 같이 마시던 아저씨는 액면가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다가... 핸드폰을 술집에 놔두고 왔다. 건망증이야 말로 맘 상하게도 지난 수십년동안 내 삶에서 일관성있고 심지어 신뢰성, 내구성을 겸비한 채 반복되는 현상이었다.

콩나물 해장국을 끓여 먹었다. 이번엔 전주 스타일로 제대로 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 기뻤다. 이틀동안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술을 마셨더니 편도선이 부었다.

사무실에서 4시간 쯤 심각한 문제와는 상관없는 희안한 현상으로 넋이 빠져 있었다. 설치된 드라이버가 작동하지 않고 initialization에 번번이 실패했다. 로컬에서 만들어놓은 더미 드라이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상당한 삽질을 하고 나서야 windows nt 2000은 unload 되지 않은 드라이버를 새로 설치할 때 driver를 시스템의 global namespace에서 찾지 못하고 실패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문제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개발 시스템이 xp이라서였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런 사소한 이유 때문에 정작 테스트해야 할 드라이버를 테스트하지 못하고 legacy driver 설정이 기록된 레지스트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드라이버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는 쉽게 찾았다. 실수였다.

#define WRITE8(x, y) WRITE_PORT_UCHAR((PUCHAR)x, (UCHAR)y)
#define READ8(x) READ_PORT_UCHAR((PUCHAR)x)

관행상, 대문자로 선언된 WRITE_PORT_UCHAR를 매크로라고 생각했다. 매크로가 아니라 함수였다. 포인터가 문제였군. DDK의 인클루드 파일의 선언부를 점검하는 것만으로 쉽게 고쳤다.

void WRITE8(int x, int y) { WRITE_PORT_UCHAR((PUCHAR)x, (UCHAR)y); }
UCHAR READ8(int x) { return READ_PORT_UCHAR((PUCHAR)x); }

nt 2000에 올려놓고 작동시켜 보니 제대로 돌아갔다. 옛날에 누군가 작성한 것보다 속도가 250% 가량 빨라졌다. 이론적으로 그것보다 더 빨라야 하지만 벤치마크 코드나 작성하는 것은 시간낭비 같았다. 그 정도면 된 거다.

하지만 도대체 4시간 동안 뭘 한 건지 허탈해서 비록 몸살끼가 도는 몸이지만 가슴을 에이는 슬픔을 진정시키기 위해 술을 마시러 갔다.

집에 돌아와서 약 먹고 방바닥에 누워 빈둥거리며 블로그질 중. 며칠 동안은 생각만 해도 머리에 쥐가 나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문제로부터 최소한 15km 이상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스러져가는 가을을 만끽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산에 갔다올까? 최소한 2-3일은 머리를 줄기차게 냉각해서 초전도 상태에 다다라야 하지 않을까...

태국으로 향했던 장밋빛 날개는 허공에 깃털을 흩날리며 힘차게 날개짓을 해보기도 전에 얌전히 접었다/꺾었다/부러졌다.

옛날에 '장기 여행의 도(tao of really long long travel)'라는 글을 쓰다가 말았다. 30살 먹은 남자가 여행을 쉽사리 갈 수 없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을 요점 정리하면; 만일 어떤 작자가 1년 동안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치자. 그가 총 경비로 사용할(한) 돈이 1500만원이라고 치자. 여행을 통해 일상과 흐뭇하게 작별하고 시심을 가슴에 품은 채 부질없이 싸돌아다니고 싶었던 꿈을 이루거나, 한국에서 한 것과 전혀 똑같은 지긋지긋한 체험과 고생담을 평생 마음 속에 간직하기 위한 댓가다. 만일 그가 30대 초반으로, 사회생활을 적어도 5년 이상 해 왔으며 연봉 수준이 3000만원 가량이라면 그가 여행을 통해 희생해야 하는 비용은 4500만원+하릴없이 빈둥거리며 보낸 일 년이 된다. 집에 누워 내셔널 지오그래피나 비비씨 다큐멘터리를 안락하게 즐기는 것은 그보다 적게 든다. 전제는 그렇다치고 그 다음 문단부터는 야유, 희롱, 협박, 그리고 욕설과 회유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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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다 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안국역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마침 자기가 인사동의 왕이라고 주장하는 거지 아저씨가 담배 한 대 달라길래 소주 한 잔 하자고 꼬셨다. 그가 번 5000원을 빌려 소주 두 병과 안주꺼리를 사와 마셨다. 맛있는 소주가 왔는데 옆에 누워 자고 있는 아저씨는 걷어차도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컵은 없소? 날더러 병나발을 불란 말이오? 제기랄... 하는 수 없이 컵을 사왔다. 날더러 노래를 부르라길래 노래를 불렀더니 지나가던 행인이 이거 마시라면서 콜라를 내려놓고 황급히 사라졌다. 어느 나라에 가서나 거지 취급을 받아왔는데 한국이라고 별 다를 건 없었다. 거지 아저씨는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라는 말을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반복했다. 뭐가 시작이에요? 나보다 네 살 많다. 동생, 노래 한 곡 더 불러보쇼. 아저씨나 불러요. 노래를 참 못했다. 내가 노래하면 콜라가 나오지만 그가 노래하면 아무 것도 안 나왔다. 이렇듯이 우리 거지 세계에서도 내공의 차이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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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감사합니다. file_get_contents()라는 유용한 함수가 있었군요.
그런데 홈페이지 적용 예(http://eouia.net/books.html)가 없다고 나오던데요?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news/index1.php 에
알고 있던 사람들의 알라딘 서재를 모아 놓았습니다.

eouia님의 코멘트에 대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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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에서 기사를 긁어와 화면에 뿌려주는 작은 스크립트를 구하러 여기 저기 돌아다녀 보았으나 눈에 띄지 않아서 만들었다. php 프로그래밍을 해 본 적이 없어 php manual을 참고해 가면서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100줄도 안되는 소스지만, 그 정도면 쓸만했다. 그나저나 제대로 작성하긴 한걸까?

엠파스 속보, WINBBS 최신정보, KISTI 과학기술 정보 로 구성한 Newsroom

/w/wiki/wiki.cgi?PhpNews -- 소스와 설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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